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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사이트로 만난 위탁모에게 자택출산 아이 맡긴 미혼모…‘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포털사이트로 만난 위탁모에게 자택출산 아이 맡긴 미혼모…‘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포털사이트로 위탁모 구한 미혼모영아유기·아동학대 등 혐의로 경찰 수사 중미혼모도 안전하게 위탁할 수 있도록 공적돌봄체계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최근 대구의 한 20대 후반 미혼모 A씨가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포털사이트를 통해 만난 위탁모 B(28)씨에게 출생신고도 아직 되지 않은 아이를 맡겨 논란이 되고 있다. B씨는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법적으로 인정받은 위탁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B씨는 현재 경남 진주에서 이 아이를 키우고 있고, A씨는 출생신고를 위한 법원의 출생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사건은 지역의 한 미혼모 지원 단체가 “(이런 친모의 행동이) 영아유기·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미혼모를 고발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14일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유기나 학대 등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양육 환경”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B씨의 신분이 확실하고 경제 여건 등 환경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등 검토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친모나 위탁모에게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A씨는 “생계 때문에 출산 바로 다음날에도 출근을 해야 했는데 주변에 말할 수 없어서 한 선택”이라면서 “아이를 다시 키울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위탁모 B씨 역시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혼모들이 안쓰러워 선의로 전부터 여러 아이들을 맡아 왔다. 그 때마다 친모를 설득해 결국 직접 아이들을 데려가 키우도록 유도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포털에는 “좋은 위탁모 구한다” 글도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아동위탁이 온라인 상에서 알음알음 이뤄진다는 것 자체로 아동인권 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서다. 포털에는 “한달 뒤 출산하는 미혼모인데, 좋은 분께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에는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사람들의 “진심으로 입양하고 싶다. 연락 달라”는 댓글이 달린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미혼모도 공적돌봄체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 아이의 출생신고나 시설 위탁을 꺼리거나, 출산 후 대처 요령을 잘 모르는 미혼모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했다.지자체에 맡겨진 가정위탁···“제도 보완 필요해” 지금도 미혼모 등을 위한 가정위탁제도가 있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2018년 기준 일반가정에 위탁된 아동은 전체 위탁아동 1만 1111명 중 913명(8.2%)에 불과했다. 오히려 친인척양육이나 대리양육(조부모)을 택하는 편이다. 가정위탁제도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소관이다 보니 지자체 재정여건에 따라 지원편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아동정책 수행을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가정위탁사업에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려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지자체 아동복지담당 공무원이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유기아동도 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반가정위탁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고, 지자체의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면서 “지자체가 가정위탁제도를 잘 활용하도록 올해 안에 제도를 개선하고 예비가정위탁부모도 충분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미혼부 애라고… 이혼 중 혼외자라고… 법·제도에 막힌 ‘출생신고’

    미혼부 애라고… 이혼 중 혼외자라고… 법·제도에 막힌 ‘출생신고’

    혼외자일 경우 친모만 가능한 현행 법률 ‘사랑이법’ 이후 미혼부 신고 길 열렸지만법원마다 판단 달라 현실선 어려움 여전 출생신고 위해 주민센터·법원 들락날락 직장생활과 병행하기엔 엄두 못 낼 상황 “사각지대 없게 전향적 법개정·해석 시급”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이지우(7·가명)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그러나 출생 미신고 아동이라는 이유로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겨울, 곧 다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친구들을 지우는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지우는 ‘디딤씨앗통장’도 만들지 못했다. 디딤씨앗통장은 저소득층 아동의 자립을 위해 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에서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제도다. 은행은 통장을 만들려면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한다며 통장 개설을 거부했다. 지우는 그나마 의료서비스는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지우의 엄마는 고등학생 때 출산했다. 지우 엄마는 아이를 기를 형편이 안 된다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지우를 근처 아동보호시설에 맡겼다. 지우의 출생신고를 해 줘야 할 친모는 이후 연락이 끊겼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혼외자일 경우 친모가 해야 한다. 시설은 2018년 12월부터 ‘검사 직권’을 이용해 지우의 출생을 등록하려고 애썼다. 2016년 신설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4항에는 부모가 출생을 신고하지 않아 아동의 복리가 위태로운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지우의 출생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락도 닿지 않는 친모가 존재한단 이유로 가정법원은 지우의 출생신고를 번번이 기각했다. 검사와 지자체장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법원은 친모의 존재 등 허가 조건을 엄격히 따진다. 의사 또는 출산을 도와준 조산사의 출생신고 가능성을 열어 둔 같은 법 제46조 3항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의사와 조산사 등이 출생신고를 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사·조산사에게 알려야만 가능하다. 지우를 담당하는 시설 관계자가 직접 교육지원청을 방문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지우는 주민등록번호 없이 뒤늦게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친모와도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그렇게 지우는 이 땅에 태어난 지 7년 만에 ‘유령 아이’에서 벗어났다. 이제 여느 또래처럼 학교도 갈 수 있고, 통장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출생신고가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있어야 자녀의 출생을 신고할 수 있다. 1차 신고 의무도 부모에게 있다. 이 때문에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지 못한 아이들은 새롭게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해야 하고, 이를 법원에서 허가받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지우처럼 1년이 넘도록 법원의 허락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미혼부도 마찬가지다. 혼외자는 친모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2015년 가족관계법 제57조, 일명 ‘사랑이법’이 신설되면서 친모의 이름,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른다면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도 친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랑이법은 미혼부인 사랑이(가명) 친부가 사랑이를 낳고 떠난 친모의 인적 사항을 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사연을 계기로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미혼부가 아이의 친모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정보를 다 알더라도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을 수 있는데도 법원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가족관계등록법의 대상이 국민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친모가 외국인일 경우에도 아이는 출생신고에서 배제된다. 출생신고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에 사랑이법이 생기고, 2016년엔 지자체장과 검사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법에 신고 절차와 담당 부서를 명시하지 않아서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랑이법 등 출생신고에 대해 법원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도 혼선이 있다”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검사나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 등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상가족 범위를 벗어난 아동도 출생신고제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지금은 가족관계등록부 아래서 출생신고가 이뤄지는데 아예 출생등록부를 새로 만들어서 목적, 체류 자격, 기타 다른 이슈에 관계없이 아동이면 출생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아빠는 딸의 출생신고를 위해 실업자가 됐다…결혼 가정 자녀만 품는 뒤떨어진 법

    아빠는 딸의 출생신고를 위해 실업자가 됐다…결혼 가정 자녀만 품는 뒤떨어진 법

    ‘결혼 가정’만 품는 구시대 법·제도혼외자일 경우 친모만 가능한 현행 법률미혼부 신고 길 열렸지만 법원마다 판단 달라1만 3000원, 3만원, 5만원. 이달 첫돌을 맞이하는 소정(가명)이 아빠 배형남(53·가명)씨가 예방접종을 하러 갈 때마다 쓴 돈이다. 다른 아이들은 예방주사를 맞을 때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소정이는 한 번에 9만원을 내기도 했다. 배씨는 자나깨나 소정이가 아플까 걱정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소정이가 갑자기 크게 아프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소정이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이’다. 배씨는 생업인 관광버스 운전까지 그만두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아직도 소정이의 출생신고를 마치지 못했다. 도 배씨처럼 다은이의 출생신고를 하려고 엘리베이터 공사 일을 그만뒀다. 혼자 출생신고 필요 서류를 준비하려면 동주민센터며 구청, 법원 등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기에 도저히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김씨는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다은이 출생을 신고하려고 주민센터에 간 김씨가 들은 첫 마디는 “미혼부가 출생신고하러 온 건 20년 만에 처음이네요”였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린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국제아동인권센터에 따르면 2015~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파악한 출생 미신고 아동은 108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가 인지한 숫자일 뿐이다. 2018년 기준 국내 미혼부가 7768명인 점을 미뤄 볼 때 출생신고를 못 한 아동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출생 미신고 아동의 수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동은 크게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미혼부의 자녀 ▲부모가 출생신고를 고의로 빠뜨려 방임 상태에 있는 아이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시설에 맡긴 아이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낳은 혼인 외 출생아 ▲한국인 남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외국인 여성의 자녀 ▲외국인 부모의 자녀 등이다. 전형적인 남녀 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가족의 자녀만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구시대적인 법과 제도는 유령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는 현재 동거 커플, 국제결혼 등 다양한 가족이 탄생하는 중”이라면서 “이들 가정의 자녀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료, 교육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전향적인 법 개정과 해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초등학교도 못 갈뻔…사각지대에 놓인 유령 아이들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이지우(7·가명)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그러나 출생 미신고 아동이라는 이유로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겨울, 곧 다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친구들을 지우는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지우는 ‘디딤씨앗통장’도 만들지 못했다. 디딤씨앗통장은 저소득층 아동의 자립을 위해 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에서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제도다. 은행은 통장을 만들려면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한다며 통장 개설을 거부했다. 지우는 그나마 의료서비스는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지우의 엄마는 고등학생 때 출산했다. 지우 엄마는 아이를 기를 형편이 안 된다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지우를 근처 아동보호시설에 맡겼다. 지우의 출생신고를 해 줘야 할 친모는 이후 연락이 끊겼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혼외자일 경우 친모가 해야 한다. 시설은 2018년 12월부터 ‘검사 직권’을 이용해 지우의 출생을 등록하려고 애썼다. 2016년 신설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4항에는 부모가 출생을 신고하지 않아 아동의 복리가 위태로운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지우의 출생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락도 닿지 않는 친모가 존재한단 이유로 가정법원은 지우의 출생신고를 번번이 기각했다. 검사와 지자체장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법원은 친모의 존재 등 허가 조건을 엄격히 따진다. 의사 또는 출산을 도와준 조산사의 출생신고 가능성을 열어 둔 같은 법 제46조 3항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의사와 조산사 등이 출생신고를 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사·조산사에게 알려야만 가능하다. 지우를 담당하는 시설 관계자가 직접 교육지원청을 방문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지우는 주민등록번호 없이 뒤늦게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친모와도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그렇게 지우는 이 땅에 태어난 지 7년 만에 ‘유령 아이’에서 벗어났다. 이제 여느 또래처럼 학교도 갈 수 있고, 통장도 만들 수 있다.‘정상가족’ 틀에 갇힌 출생신고, 모든 아동 포괄해야 우리나라는 출생신고가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있어야 자녀의 출생을 신고할 수 있다. 1차 신고 의무도 부모에게 있다. 이 때문에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지 못한 아이들은 새롭게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해야 하고, 이를 법원에서 허가받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지우처럼 1년이 넘도록 법원의 허락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미혼부도 마찬가지다. 혼외자는 친모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2015년 가족관계법 제57조, 일명 ‘사랑이법’이 신설되면서 친모의 이름,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른다면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도 친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랑이법은 미혼부인 사랑이(가명) 친부가 사랑이를 낳고 떠난 친모의 인적 사항을 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사연을 계기로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미혼부가 아이의 친모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정보를 다 알더라도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을 수 있는데도 법원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가족관계등록법의 대상이 국민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친모가 외국인일 경우에도 아이는 출생신고에서 배제된다. 출생신고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에 사랑이법이 생기고, 2016년엔 지자체장과 검사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법에 신고 절차와 담당 부서를 명시하지 않아서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랑이법 등 출생신고에 대해 법원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도 혼선이 있다”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검사나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 등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상가족 범위를 벗어난 아동도 출생신고제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가족관계등록부 아래서 출생신고가 이뤄지는데 아예 출생등록부를 새로 만들어서 목적, 체류 자격, 기타 다른 이슈에 관계없이 아동이면 출생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해외는 의사가 출생신고 의무화 부모에게 아동의 출생신고를 맡기는 우리와 달리, 외국 여러 나라는 병원이나 의사가 아기의 출생사실을 공공기관에 알려야 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이런 출생통보제로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해당 국가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가 적용 대상이다. 독일에서는 출생 일주일 안에 병원이나 조산원이 신분청에 출생을 신고하거나 임신상담소에 출산을 통지한다. 영국은 병원이 36시간 안에 호적사무소에 출생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난민신청자나 미등록 외국인 자녀는 출생신고가 아예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진행 속도는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혜선 법률사무소 서담 변호사는 “아이 신분을 등록하려면 복잡한 소송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와 대법원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의사나 조산사에게 출생사실 통보 의무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사가 출생 14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주아동도 국내에서 태어났다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윤후덕 민주당 의원안 역시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지난해 발족한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이달 초 정책권고안을 냈다. 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다만 이주아동의 출생신고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3월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아직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출생통보제와 함께 익명 출생신고가 가능한 보호출산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미혼모 등이 ‘나홀로 출산’을 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굿네이버스는 전국 30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연계해 출생 미신고 아동의 출생신고를 돕고 있다. 이달 캠페인을 열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모은 모금을 출생 미신고 아동의 의료·사회복지·교육 서비스 지원에 쓸 예정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기혼·미혼 모두 ‘경제적 불안정’ 이유로 아이 안낳는다

    기혼·미혼 모두 ‘경제적 불안정’ 이유로 아이 안낳는다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로 미혼과 기혼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첫손으로 꼽았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정책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남녀 2000명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조사대상자 중에서 미혼은 947명, 기혼은 1029명, 이혼 및 사별은 24명이었다. 미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출산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가장 많은 44.7%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은 ‘아이 양육 및 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워서’(19.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2.6%),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7.8%),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7.6%),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6.5%),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0.7%)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문제를 자녀 출산 기피의 주된 이유로 든 것이다. 이는 기혼도 마찬가지였다. 기혼이 생각하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도 미혼처럼 ‘경제적 불안정’이 3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1.9%),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10.3%),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8.3%),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4.0%),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2.2%)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기혼의 경우 자녀 수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자녀가 없는 경우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와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 등 응답이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 낮았다. 그 대신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응답 비율은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는 ‘경제적인 이유’를 꼽는 응답 비율이 특히 높았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결혼 안 하거나 미루는 이유? 남성 “주거 불안해서” 여성 “혼자가 편해서”

    결혼 안 하거나 미루는 이유? 남성 “주거 불안해서” 여성 “혼자가 편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주된 이유는 남녀가 각각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주거 불안정, 여성은 독신의 여유와 편안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책 보고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인식 및 욕구 심층조사 체계 운영’에 따르면 19~49세 미혼 남녀 9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전체의 31.0%가 주거 불안정을 결혼을 연기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이어 불안정한 일자리(27.6%),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26.2%), 적절한 결혼 상대 부재(8.1%), 바쁜 업무(4.9%) 등의 순이었다. 남녀 간 우선순위는 다소 달랐다. 미혼 여성만 놓고 보면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31.0%로 가장 높았고 불안정한 일자리(25.9%), 주거 불안정(25.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에서는 주거 불안정이 35.0%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불안정한 일자리(28.8%),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22.7%)을 꼽았다. 가정 내 자녀 양육과 돌봄에 대한 성평등 인식조사에서는 미혼의 경우 50.0%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기혼인 경우에는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이 65.2%로 미혼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미혼과 기혼 모두 연령이 많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남녀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게 조사됐다. 아이를 낳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미혼과 기혼 모두 경제적 불안정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혼의 경우 조사 대상자의 44.7%, 기혼은 37.4%로 나타났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결혼 미루는 이유…男 ‘주거 불안정’ 女 ‘독신 여유’

    결혼 미루는 이유…男 ‘주거 불안정’ 女 ‘독신 여유’

    전체 조사에선 1위가 ‘주거 불안정’미혼 남녀가 결혼하지 않거나 미루는 이유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정책 현안 보고서를 보면 19∼49세 미혼 청년층 9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가장 많은 31.0%가 ‘주거 불안정’을 결혼을 연기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이어 ‘불안정한 일자리’(27.6%),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26.2%), ‘적절한 결혼 상대 부재’(8.1%), ‘바쁜 업무’(4.9%) 등 순이었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 온도 차가 있었다. 미혼여성은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31.0%)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지만, 미혼남성은 ‘주거 불안정’이 35.0%로 가장 많았다. 또 미혼남성은 ‘불안정한 일자리’(28.8%)가 ‘주거 불안정’ 다음으로 높았지만 미혼여성은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 다음으로 ‘불안정한 일자리’(25.9%)와 ‘주거 불안정’(25.5%)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종학력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달랐다. 고졸 이하는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31.5%로 가장 높게 나왔고, 그다음이 ‘불안정한 일자리’(28.3%)로 나타났다. 대졸은 ‘주거 불안정’(32.7%)이 가장 높고, 이어 ‘불안정한 일자리’(28.0%)로 나왔다. 하지만 대학원 이상에서는 ‘주거 불안정’이 38.9%로 매우 높고, ‘적절한 결혼 상대 부재’와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각각 19.4%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경제활동에 따라서는 취업한 경우 ‘주거 불안정’(34.1%)이 가장 많았지만, 취업하지 않는 경우는 ‘불안정한 일자리’(33.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전경하의 시시콜콜]비혼(非婚)과 출산율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사회지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한다’는 비중은 51.9%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2년 뒤인 2018년 조사에서는 이 비중이 48.1%로 떨어졌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52.8%, 여자가 43.5%로 차이가 크다. 미혼인 경우 미혼남자(36.3)와 미혼여자(22.4%)의 성별 차이는 더 벌어진다. 결혼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은 부담을 지운다는 사회적 인식이 드러난 결과다. 이 조사는 전국 2만 5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줄어들만큼 실제 결혼도 줄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3만 9200건으로 2018년에 비해 1만 8500건(7.2%) 줄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4.7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다. 혼인 건수가 줄었으니 올해 태어날 아이들도 줄어들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호주는 조혼인율이 1995년 6.1건에서 2012년 5.4건으로 줄었는데 출산율은 같은 기간 동안 1.82명에서 1.93명으로 높아졌다. 벨기에도 조혼인율은 5.1건에서 3.6건으로 줄었지만 출산율은 1.55명에서 1.79명이 됐다. 이른바 혼외출산,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나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비혼(非婚) 출산이 사회적으로 큰 차별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출산 건수에서 비혼출산이 차지하는 비혼출산율이 한국은 2014년 기준 1.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이고 회원국 평균 41.2%와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인들이 혼인서약을 잘 지키는 도덕성이 높은 국민이라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입양과 출산 포기가 오히려 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8년 한 해동안 681명의 아동이 입양됐고 이중 303명(44.5%)이 해외입양됐다. ‘신혼’부부에 맞춰져 있는 각종 지원책은 안 그래도 사회적 차별과 생계부담 등을 겪어야 할 미혼모의 출산 의지를 꺽는다. 아이의 양육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결혼 여부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해 아이의 부모를 차별하는 것은 맞을까?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들에게 더 나은 배려와 지원을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18년 비혼(非婚)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5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혼인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모든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식전환의 첫 발은 뗐지만 관련 정책과 그 실행은 한참 굼뜨다. 이 위원회의 홈페이지 주소는 ‘더 나은 미� �(betterfuture)다. 다양성을 품을 줄 알고, 어려울 줄 알면서도 힘든 결정을 한 사람들을 돕는 사회가 더 나은 미래다. 그러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하는 위원회여야 한다. 논설위원 lark3@seoul.co.kr
  • 강동구 취약계층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서울 강동구는 취약계층 산모의 건강관리 지원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8일 밝혔다. 강동구는 전문 교육을 받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출산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건강회복을 돕고 신생아를 돌보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18년 7월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제공됐으나 본인부담감이 별도로 있어 저소득 가정에서는 서비스 이용률이 낮았다. 구는 지난해 12월 ‘강동구 산후건강관리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저소득층 본인부담금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는 올해부터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서비스’ 본인부담금의 90%인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 지원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80% 이하로, 6개월 이상 강동구에 거주한 출산 가정이다. 쌍생아 이상, 셋째아 이상, 미혼모·희귀난치성질환·장애인·다문화·북한이탈주민 산모는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된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취약계층 출산가정의 본인부담금 확대 지원을 통해 산후 건강관리 비용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며 “앞으로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강동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계속해 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혼자서만’ 산다는 게 아닙니다…비혼,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

    ‘혼자서만’ 산다는 게 아닙니다…비혼,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

    “우리는 비혼 여성입니다. 결혼하지 못한 미혼 여성이 아닌,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 여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된 섬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배타적인 정상가족과 결혼제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꿉니다.” 2004년 결성된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가 2007년 개최한 제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낭독된 ‘비혼 선언문’의 일부다. 이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비혼’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지만 결혼과 출산을 통과의례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혼=정상’, ‘비혼=비정상’이라는 인식 탓에 비혼을 택한 여성에게는 여전히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시대는 크게 변하고 있다. 단적인 예지만 지난해 12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녀 1000명(남녀 각 500명) 가운데 남성 37.6%, 여성 57%가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 ‘하고 싶지 않은 편이거나 절대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 더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비혼 여성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건 또 다른 비혼 여성이다.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기 때문이다. ‘비혼 여성들의 도약을 위한 커넥션 커뮤니티’ 에미프(emif·be the Elite without Marriage, I am going Forward)가 지난해 4월 출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혼 여성들의 공동체 에미프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혼 여성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탄생했다. 지난 10일 강한별, 하현지, 이예닮 공동대표를 만나 현재 한국에서 비혼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에미프’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강한별 한국 사회에서는 비혼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부정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비혼을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고 또 홀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실 ‘비혼으로 살겠다’고 했지 ‘인생을 혼자서만 살겠다’고 선언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비혼 여성끼리 뭉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산적인 그룹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선 제 주변에 있는 비혼 여성들 가운데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해 2월부터 에미프 출범을 준비했어요. 두 달 뒤인 4월 정식으로 발족하게 됐고 현재 다섯 명의 공동대표가 디렉터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비혼’의 의미를 짚어 주신다면요. 강한별 한국 사회는 보통 ‘결혼’과 ‘미혼’이라고 표현하죠. 결혼이 가장 당연한 상태이고 결혼을 못 한 상태가 미혼인 거잖아요. 미혼은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고 뭔가 도움이 필요한 이런 이미지가 부여돼 있죠. 비혼이라는 단어가 탄생하면서 ‘내가 선택하는 나의 삶’이라는 의미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혼자서 완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회는 보통 혼자서 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혼자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난다고 완벽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한 명의 불완전함이 다른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관계를 맺든 내가 혼자서 완전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들에 관심을 두는 것보다 나 스스로를 좀더 돌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죠.이예닮 저도 비슷해요. 홀로 서는 것이 온전해지는 것이자 진짜 나로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스물다섯 살인데 주변에서 ‘나이가 어려서 저렇게 생각한다’, ‘나중에는 결혼할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어찌 됐든 결국 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죠. 제가 아무리 비혼이라고 이야기해도요. 제 상태를 완성되지 못한 상태로 여기는 것도 그렇고 ‘어리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많이 불편해요. 그럴수록 저는 온전히 저를 챙기고 저만의 삶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현지 제게 비혼은 하나의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다들 옛날부터 이어져 온 풍습인 결혼이 당연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잖아요. 사회는 갈수록 개인화·파편화되고 있고 그게 결혼이라는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혼은 저희 또래뿐만 아니라 미래의 여성들에게 ‘결혼은 당연한 게 아니야’,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괜찮아’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단어인 것 같아요. 에미프는 현재 1·2기를 통틀어 총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는 적게는 20살부터 많게는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에미프 디렉터들은 무엇보다 회원들이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미프의 회원이 된 후 처음으로 다른 회원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인 ‘미트 업’(meet up)부터 비혼 여성들이 무대 위에 연사로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에미프 테드’, 회원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에미프 캠프’ 등의 행사를 열었다. 회원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회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드는 것도 돕는다. 특히 자기 계발과 공부에 대한 회원들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비혼 여성들에게 ‘연결’은 어떤 의미인가요. 하현지 에미프의 회원이 되신 분들이 처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주변에 이렇게나 비혼 여성이 많은 줄 몰랐다’는 거예요. 항상 고립돼 있고 혼자인 줄 알았는데 에미프에 오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런 점이 저희 단체가 존재하는 의미이기도 하죠. 강한별 여성들이 비혼임을 드러냈을 때 위에서 흔히 하는 말들이 ‘저런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해’라든가 ‘네가 좋은 남자 못 만나 봐서 그래’거든요. 본인의 삶에 대한 존중 없는 편견을 마주할 때 위축돼 있었거나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저희 단체에 가입한 후에 만족도가 높으신 편이죠.-에미프가 개최한 행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회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예닮 2기 회원 중에는 1기 회원들이 여성 잡지 ‘매거진 비(批)’를 제작하는 걸 보고 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서 가입한 분도 많았어요. 강한별 경제 소모임 ‘윈’(\in)도 대내외적으로 인기가 많아요. 사실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게 재화로부터 오는 안정감이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호기심과 욕구를 가진 분도 많고요. 그냥 허황되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주식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부동산을 취득하고자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볼 수 있는 경제 신문 기사를 공유하기도 해요. 에미프 회원 중에 주택을 보유한 분도 있고, 주식 투자를 하는 분도 있고, 금융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각자가 지닌 경제 전문 지식을 주고받는 모임이에요. 이예닮 외부 강사를 모셔서 하는 게 아니라 에미프 내부에서 회원들끼리 스터디 형태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마치 ‘지식 품앗이’ 같은 거죠.(웃음) 현재 비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한쪽에 쏠린 경우가 많다. 에미프만 해도 단체를 만든 이후 몇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반향을 마주했다고 한다. 최근 한 인터뷰가 보도됐을 때 도를 넘은 악플에 시달렸다. 에미프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는 단순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인신공격과 성희롱이 난무했다. ‘세금 축낼 생각을 하지 말라’거나 ‘출산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거면 국방의 의무라도 지라’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비방도 많았다.-비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비혼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강한별 저희가 이전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출생률이에요. 현재 출생률이 얼마인지 왜 자꾸 저희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데 비혼 여성은 결혼을 안 하니까 당연히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하현지 마치 그것이 저희의 잘못인 양, 그 귀책이 저희에게 있는 양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강한별 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단체를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 단체처럼 여기는 분도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 거겠죠. 사실 축구 동아리 한다고 화내지 않잖아요. 같은 취미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데 도대체 왜 여성들이 모여 있다고 하면 저런 식으로 바라볼까 의문이 들죠. 문제는 그렇게 꼬아서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 폭력적인 말들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나 비혼이야’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하잖아요. 하현지 이런 사회적인 인식을 체감하면서 아직까지 비혼에 대한 시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결혼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였는데 지금은 ‘결혼하지 않아도 돼’까지는 왔잖아요. 저희가 기대하는 미래 사회에는 비혼이 당연한 선택지로 존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에미프 운영진은 ‘비혼 여성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에서 이런저런 비난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오히려 일방적인 시선보다 마음이 쓰였던 건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회원들이 겪게 될 심적 부담이었다. 최근 ‘제1회 총회’를 열고 회원들과 에미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던 운영진은 오히려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회원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끈끈한 지지 기반이 돼 주고 있음을 확인한 덕분이다. -에미프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지향점이 있다면요. 강한별 에미프 내에서 서로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제가 번역해 줄 친구가 필요하거나 집수리를 해야 할 때 에미프 회원들로부터 도움을 구할 수도 있겠죠. 또 재화가 여성에게 돌아가고 그 재화를 통해 여성들이 끈끈해졌으면 좋겠어요. 여성들이 잘 싸우고, 잘 화해하고, 잘 뭉쳤다가, 잘 흩어질 수 있는 법을 학습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예닮 저희는 궁극적으로 에미프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요. 사실 이런 비혼 단체가 있다는 것도 특이하잖아요. 없으니까 만들어진 거니까요. 그런데 비혼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된다면 저희가 있을 필요가 없게 되겠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공공기관·300인 이상 기업 ‘성별 임금격차’ 정부에 제출 의무화

    공공기관·300인 이상 기업 ‘성별 임금격차’ 정부에 제출 의무화

    앞으로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성별 임금격차 현황과 해소방안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정세균 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양성평등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2020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선진국의 경우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의 이익률이 36.4%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여 가야 한다”며 “특히 여성의 고위직 참여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시행계획에 따르면 성별임금 격차 현황과 해소방안을 고용노동부에 내야 하는 기업은 고용평등 촉진을 위해 특정 성을 우대하는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를 적용하는 사업장 전체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 해당한다. 또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는 양성평등 임원임명목표제가 본격 시행된다.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ALIO) 주요 통계를 통해 여성 임원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국공립대 교수의 성별 균형을 위해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전체 국공립대 교원 중 특정 성별이 4분의3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여성임원(1명 이상) 할당제도 도입된다. 출산휴가 기간 중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 출산전후휴가 급여 지급이 보장되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된다. 아울러 매년 9월 1일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기념한다. 여권통문은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에서 이소사, 김소사의 이름으로 선언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이다. 여성의 근대적 권리인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최근 3년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비율과 이들의 경력단절 기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여성가족부가 전국 만 25∼54세 기·미혼 여성 6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조사대상자의 35.0%였다. 2016년 같은 조사 때(40.6%)보다 5.6% 포인트 감소했다. 경력단절을 처음 경험한 나이는 평균 28.4세였다. 경력단절 이후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7.8년으로 2016년 조사 때(8.4년)보다 0.6년 줄어들었다. 하지만 육아휴직 사용 후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한 경우는 43.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설 귀성길은 추억으로?...1인가구·고령화로 ‘나홀로 연휴’ 시대 열리나

    설 귀성길은 추억으로?...1인가구·고령화로 ‘나홀로 연휴’ 시대 열리나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상례로 여겨졌다. 국토교통부는 설 연휴 기간인 23일부터 27일까지 총 3279만명, 하루 평균 656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472만대에 이르고, 서울~부산 귀성길은 8시간 10분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급증과 저출산,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반감 등으로 ‘나홀로 설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이같은 귀성 풍경은 추억속의 한 장면으만 남게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1인 가구 비중 29.8%…부부+자녀 가구 추월 통계청은 지난달 ‘장래가구특별추계 시도편 2017~2047년’을 통해 지난해 전국 2011만 6000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598만 7000가구(29.8%)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596만 2000가구·29.6%)보다 2만 5000 가구 더 많다고 밝혔다. 2017년에는 가장 비중이 높은 가구 유형이 부부와 자녀가구(31.4%)였지만 이제 1인 가구가 최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통계청은 2047년경 1인 가구의 비중도 전체의 약 40%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17년 399만 8000가구에서 2047년 1105만 8000 가구로 늘어난다. 전체 가구에서 고령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0.4%에서 49.6%로 오를 전망이다. 2047년 전망치를 시도별로 보면 17개 시도 중 절반 이상인 9개 시도에서 고령자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전남(59.9%)·경북(57.7%)·강원(57.3%) 등은 특히 높다. 세종·경기·인천·제주·울산은 30년 동안 고령자 가구 수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주의 중위 연령은 2017년 51.6세에서 2047년 64.8세로 13.2세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저출산·비혼 증가로 가족 규모 작아져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낮아져 지난해 전체 합계출산율도 2018년에 이어 연속 1.0명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지만 그 절반도 안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일본(1.42명)과 대만(1.06명), 싱가포르(1.14명) 등은 2018년 합계출산율이 모두 한국을 웃돌았다. 이는 1인가구 급증과 고령화, 저출산으로 명절을 맞아 3대를 망라한 대가족이 음식을 나눠먹고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한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 비율 증가도 이같은 경향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결혼에 긍정적인 여성은 1998년 67.9%에서 2008년 61.6%, 지난해 43.5%로 감소했다. 응답한 여성의 50.8%는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변했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변한 여성도 3.8%였다. ●10명중 6명이 “나홀로 설 연휴 보내고 싶다” 잡코리아가 최근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과 함께 20세 이상 성인남녀 3390명을 대상으로 설날 계획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1%가 ‘오롯이 나 혼자서만 이번 설 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여성(61.9%)이 남성(56.7%)보다 다소 높았고, 취업준비생이 61.5%로 직장인(59.8%), 대학생(54.9%)보다 다소 높았다. 올해 설날 가족·친지모임에 참석할지 여부를 묻는 조사에는 57.4%가 ‘참석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기혼 응답자가 71.0%로 미혼 응답자(54.4%)보다 16.6%포인트 높아 결혼 여부가 명절 모임 참석 여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30만명 턱걸이 신생아 성평등 사회여야 는다

    통계청은 어제 올 10월 출생아수가 2만 5648명으로 1년 전보다 826명(3.1%)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0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25만 79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789명(7.5%) 줄었다. 올 11~12월 태어날 아이가 4만 2035명이어야 올해 출생아수가 30만명이 된다. 출생아수 감소폭이 줄었으나 그동안 한 달 출생아수가 전년보다 2000명가량씩 줄었고 지난해 11~12월 태어난 아이가 4만 8068명이라는 점에서 올해 출생아수는 30만명을 가까스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2017년 한 해 출생아수 40만명이 무너졌는데 2년 만에 30만명 붕괴가 걱정되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출산 정책을 출산율과 출생아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주도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나 구체적이고 신속한 정책이 아쉽다. 또한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성평등을 이루려는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4.2%,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은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보육 평균 이용률 67%에 한참 못 미친다. 공공보육의 빈곤으로 2% 포인트인 미혼 남녀의 고용률 차이는 결혼 이후 28% 포인트로 벌어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72점(1점이면 완전 평등)으로 153개국 중 108위다. 정부는 ‘2021년 공공보육 이용률 40%’가 아니라 OECD의 공공보육 평균 이용률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남성도 육아의 주체라는 내용을 초중교 교과에 넣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생애주기별로 다른 성(性)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요소를 점검해 고쳐야 한다. 성평등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야 저출산이 해결된다.
  • 롯데, 시각장애인·미혼모 도와주는 ‘플레저 박스’

    롯데, 시각장애인·미혼모 도와주는 ‘플레저 박스’

    롯데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은 2013년부터 세상의 모든 이웃이 즐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연 3~4회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을 선정해 생활에 실질적이 도움이 되고, 작은 기쁨을 줄 수 있는 선물을 담아 전달한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는 생리대 1년치, 청결제, 핸드크림 등을, 미혼모들에겐 세제, 로션 등 육아용품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도서 등을 담는 식이다.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회공헌브랜드 ‘mom편한’도 2013년 론칭했다. 이후 롯데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해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극복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그해 12월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체결한 후 강원 철원 육군 15사단에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 1호점을 개소한 이후 현재까지 16개소를 오픈했다. 롯데는 해외 참전 용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11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현지에서 참전용사복지회관 준공식과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의미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 오성엽 사장, 국방부 조경자 보건복지관과 임훈민 주에티오피아 한국 대사, 타켈레 우마 반티 아디스아바바시 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난자 냉동 거부 당한 중국 미혼녀 “아이나 가지라는 얘기 들었다”

    난자 냉동 거부 당한 중국 미혼녀 “아이나 가지라는 얘기 들었다”

    중국 여성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자를 얼려 보관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병원을 고발했다.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는 테레사 수(31)는 당분간 출산을 미루고 일에 집중하고 싶어 지난해 베이징의 한 병원을 찾았다. 난자 냉동을 신청했으나 직원으로부터 결혼해 아이부터 가지라는 말을 들었고, 나중에 의사들로부터는 난자 냉동 처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송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고 영국 BBC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수는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개인으로 법정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많은 다른 싱글 여성들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며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으려고 이 병원을 찾았는데 대신 난 일은 잠시 제쳐두고 아기부터 가지라는 말이나 들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차오웨이 병원 대변인은 출산을 돕는 기술에 관한 정부의 규제 정책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난자는 나이가 들수록 질이 떨어져 나이가 든 여성의 임신을 어렵게 만든다. 많은 중국 여성들이 일에 집중하고 다음에 나이가 들었을 때 건강한 아이를 가지려고 난자 냉동이란 방법을 찾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아 많은 여성들이 해외로 나가는 실정이다. 2013년 유명 여배우 쉬징레이는 서른아홉에 미국에서 난자 아홉 개를 냉동 보관했다고 공개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수 역시 해외로 나가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나 너무 많은 돈이 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시술하면 10만 위안(약 1661만원), 미국에서는 20만 위안(약 3322만원)이 든다고 했다. 재판은 몇개월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출산이 여성들의 유일한 가치가 돼서는 안된다. 어머니가 되는 일과 관계 없이 여러분은 처음이자 지극히 독립된 개체”라고 적었다. 다른 이는 “중국 법을 뜯어 고쳐 미혼 여성들에게 난자은행을 허용하라! 그러면 인구 문제는 조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다. 결혼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했다. 1970년대 출산 통제 정책이 도입된 이후 중국 여성의 몸은 국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다. 한 자녀 정책 대신 두 자녀 정책으로 돌아선 것도 2015년이었다. 하지만 출산 처치와 관련해 아직도 상당한 통제가 존속해 있고 미혼 여성들은 난자 냉동 보관이 허용되지 않는다. 몇몇 웨이보 이용자는 왜 병원을 제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병원의 일처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을 제소하지 말고 국가 가족계획 연맹을 제소했어야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롯데, 참전용사 복지관 건설… 후손에 장학금 수여

    롯데, 참전용사 복지관 건설… 후손에 장학금 수여

    롯데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일을 맞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참전용사복지회관 준공식과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의미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 오성엽 사장, 국방부 조경자 보건복지관과 임훈민 주 에티오피아 한국 대사, 타켈레 우마 반티아디스아바바시 부시장 등이 참석했으며, 멜레세 테세마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협회장을 비롯한 참전용사와 가족 250여명 등이 함께해 참전용사복지회관 준공을 축하했다. 2013년부터는 연 4~5회에 걸쳐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을 선정해 생활에 실질적이 도움이 되고, 작은 기쁨을 줄 수 있는 선물을 담아 전달한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는 생리대 1년치, 청결제, 핸드크림 등을, 미혼모들에겐 세제, 로션 등 육아용품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도서 등을 담는 식이다. 또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사회공헌브랜드 ‘mom편한’을 2013년 론칭했다. 이후 롯데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해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극복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양육 환경이 열악한 전방 지역 군인 가족들에게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인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를 제공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법이 부끄러운 거울이 아니려면

    [이종수의 헌법 너머] 법이 부끄러운 거울이 아니려면

    오늘날 법이 기본권과 여러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에 때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국익에는 어긋나더라도 시민 한 사람의 소중하고 절박한 자유와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헌법국가이고 민주법치국가다. 사법권의 독립이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잘못을 따지는 국가배상청구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기본권이 유명무실해진다. 이러한 까닭에 샌드라 데이 오코너 미국 연방대법관은 재직 중이던 2003년에 어느 강연에서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이 정부의 다른 기관들의 이익에 상반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문화처럼 법 또한 그 사회의 거울이다. 한 나라의 법 또는 법질서가 요청하거나 금지하는 내용들은 어디서든 같은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가 지니는 보편성과 함께 해당 사회의 특수성, 특히 그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지향하는 고유한 가치를 그대로 드러낸다. ‘거울’이 독일어로 ‘슈피겔’(Spiegel)이다. 그래서인지 13세기 독일 작센지방에서 중세 최초로 편찬된 법서(法書)의 이름이 ‘작센 슈피겔’이다. 법과 권리가 별도의 단어인 영미권이나 우리와 달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법과 권리가 같은 단어다. 이들 사회에서는 개인들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법 그리고 법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여서 따로 떼어내 생각하지 못해 온 까닭이다. 국가주의와 국익이 압도하는 곳에서는 개인의 자유나 권리가 철저히 무시당하거나 희생되기 마련이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절벽’으로 내몰린 일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오래된 문제다. 최근 이를 주제로 출간된 일본 소설이 꽤나 흥미롭다. 하나는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소설이다. 2020년 2월에 이 법안이 2년 후 시행을 예정으로 의회에서 가결된다. 국민은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단다. 다만 왕족은 예외란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과 의료보험 등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의 재정 위기가 일시에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우여곡절 끝에 문제의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폐지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른 하나는 같은 작가가 쓴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라는 소설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기혼율을 높이기 위해 ‘추첨중매결혼법’이 제정된단다. 25~35세의 모든 미혼 남녀들에게 추첨으로 상대가 배정되는 세 차례의 강제 맞선 기회가 제공된다. 그런데도 혼인하지 않으면 대테러 부대에 강제 입대해 2년간 복무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단다. 이 소설들은 물론 상상적 허구이고, 작품 속 화자(話者)들의 입을 빌려서 “말도 안 되는 법”이라며 비판하고는 있다. 그런데 국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시키고, 법을 동원해서라도 국가가 의도하는 바를 강제로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쨌든 뜨악하다. 우리 같으면 이처럼 욕먹기가 십상이고, 헌법재판소에서 곧바로 위헌으로 판단될 말도 안 되는 소재로 소설을 쓰겠다고 나서는 작가가 없을 법하다. 모든 사건들은 그 사회를 드러내는 단면이고, 문화와 법은 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이렇듯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일본 특유의 국가주의 사고가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과거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국체(國體)인 천황을 위해 옥쇄(玉碎)를 다짐하던 신민(臣民)적 사고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다를까. 얼마 전 세간의 모든 눈길이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쏠린 즈음에 다른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졌던 장면들이다. 공직 후보자의 배우자인 아내가 그동안 진보성향의 단체에 후원한 것을 두고서 어느 야당 청문위원이 “아내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해당 부처의 엄청난 국가 예산을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며 호통을 내지른다. 또 다른 인사청문회에서는 미혼인 공직 후보자에게 “본인 출세도 좋지만, 출산 의무를 다해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는 청문위원의 생뚱맞은 지적이 있었다. 만일 이런 국회의원들이 국회 안에 다수라면 앞서 언급된 소설에서나 등장할 황당한 법률들이 실제로 만들어질 법도 하다. 법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거울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자 자신을 거울에 비추고 탐욕과 이기심을 늘 경계하고, 좋은 입법자를 뽑는 데 관심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총선이 다시 코앞에 다가서 있다.
  • 소형 SUV 돌풍… ‘나혼산’이 불렀다

    소형 SUV 돌풍… ‘나혼산’이 불렀다

    기아 ‘셀토스’ 흥행가도 첫 승용차 4위 혼라이프 강조 현대 ‘베뉴’ 꾸준한 실적 英브랜드 ‘미니’ 올해 1만대 돌파 눈앞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연 최다 판매량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소형 SUV 돌풍’이 우리 사회에 ‘미혼 1인 가구’가 크게 확대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22일 현대·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가 4개월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1만 5553대가 팔렸다. 지난달에만 6109대가 팔리면서 소형 SUV로선 처음으로 승용차 내수 판매량 4위에 올랐다. 셀토스와 같은 달에 출시된 현대차 ‘베뉴’도 8월 3701대, 9월 3690대로 꾸준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2017년에 출시된 ‘코나’ 역시 매달 3000~4000대씩 팔리고 있다. 소형 SUV의 인기 덕분에 올해 1~9월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차 수출도 지난해보다 41.8% 증가했다. 수입 소형차도 인기다. 영국 브랜드 ‘미니’(MINI)는 지난 9월 1031대가 팔리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미니는 올해 최초로 판매량 1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 SUV 판매 타깃층을 ‘1인 가구’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베뉴의 광고에서 자동차 모습은 아예 보여 주지 않고 ‘혼라이프’(혼자 사는 삶)라는 키워드만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형 SUV가 기아차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와 같은 경차보다 실내 공간이 훨씬 넓으면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2030세대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과거에는 온 가족이 타는 ‘패밀리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1인 가구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형 SUV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7년 558만 가구(28.5%)에서 지난해 585만 가구(29.3%)로 늘어났다. 2047년에는 832만 가구(37.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확대에 따른 소형 SUV의 인기가 결혼율·출산율 하락 등 우리 사회의 그늘을 심화시킨다는 점은 ‘비극’으로 인식된다.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은 2011년 6.6건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사상 최저인 5.0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합계출산율도 사상 최저치인 가임여성 1명당 0.98명으로 떨어졌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청약제도 3년 동안 11번 손질 … 40대 가장 서울 당첨 ‘하늘의 별’

    청약제도 3년 동안 11번 손질 … 40대 가장 서울 당첨 ‘하늘의 별’

    서울에 사는 맞벌이 직장인 박모(42)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무주택자다. 13년 전 결혼한 그의 청약점수는 47점. 청약경쟁률이 낮았던 2~3년 전에도 서울아파트 당첨이 쉽지 않았는데, 100대1의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지금엔 말 그대로 당첨은 ‘언감생심’이다. 박씨는 1일 “두 아이의 육아로 아내가 휴직을 두 번 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재산 형성이 늦다 보니 청약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도 늦어졌다”면서 “지금 집을 분양받아야 퇴직 때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불가능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종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는 40대 이모(44)씨는 지난 5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자신의 소득을 확인한 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건설사는 그가 신혼 특공 소득기준(월 540만 1814원)을 넘겼다며 당첨을 취소했다. 이씨가 확인한 결과 건보공단에 게재된 본인 소득이 지난해 기준이었다. 이씨는 “건보공단 자료가 틀렸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이런 이유로 1년간 아파트 청약을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억울한 일”이라면서 “국민 누구라도 쉽게 자신의 조건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8·2 부동산종합대책’과 ‘9·13 대책’,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변경’ 등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아파트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채 중 1채의 거래가격이 10억원을 넘었다. 기존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청약시장이 사실상 소득이 높지 않은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청약 관련 규정이 수십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청약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2007년 도입된 청약가점 관련 제도는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아 30·40세대가 청약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약제도 변경 잦아 부적격자 비율 늘어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153쪽 분량의 ‘청약제도 해설집’을 내놨다. 그런데 표지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청약제도를 정하는 국토부도 지금의 청약제도를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인 셈이다. 이처럼 청약제도가 ‘난수표’가 된 것은 잦은 제도 변경 때문이다. 1978년 5월 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올해 8월 개정안을 포함해 41년 동안 총 140번이 개정됐다. 1년에 3.4회씩 제도가 바뀐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무려 10번이나 청약제도가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1차례 손질됐다. 이처럼 청약제도가 자주 손질이 된 것은 정부가 청약제도를 ‘무주택자를 위한 공정한 내 집 마련 기회’로 활용하는 것보다 부동산시장 상황을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분양사업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으면 사람들이 청약 신청을 더 많이 하도록 청약 자격과 조건을 풀어 주고 미계약분에 대한 규제도 풀어 주지만,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뀐 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무순위 청약제도는 최근 수개월 동안 세 차례 변경됐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취소돼 남은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예비당첨자 숫자를 전체 공급물량의 70%에서 500%로 늘렸고, 6월에는 무순위 청약자격을 해당지역 거주 무주택 가구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뜯어고쳤다. 국토부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청약시장을 개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시민 반응은 다르다.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해마다 부적격자 비율이 늘고 있어서다. 2016년 전체 8.9%(32만 4684건 중 2만 9034건)였던 부적격 당첨 비율은 2017년 10.4%(2만 1807건)로 1.5% 포인트 늘었고, 지난해도 11.5%(1만 8969건)로 1.1% 포인트가 증가했다. ●사전점검 시스템 오픈 내년 연기 부적격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제도의 잦은 변경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시민들이 손쉽게 자신의 청약가점과 신청 가능 조건 등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한몫한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투유 시스템에서 청약가점을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지만,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세부 규정을 몰라 계산이 틀리는 사례가 잦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운영하는 연말정산 시스템처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과거 주택소유 여부와 소득현황, 가족별 상황에 따른 가점적용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이달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청약 업무가 이관되면, 청약을 넣기 전에 자신의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청약검증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택법 등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년 2월로 미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자격의) 사전 검증을 위해서는 국토부가 보유한 주택소유정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정보 간 연계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정기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째 안 바뀌는 청약가점제 12년째 바뀌지 않고 있는 청약가점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청약가점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1년 이상부터 연간 1점씩 증가, 최대 17점)과 무주택 기간(미혼자는 만 30세부터 기혼자는 결혼 시점부터 적용, 최대 32점), 부양 가족수(최소 5점, 1명당 5점, 최대 32점) 등 3가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부양 가족수를 임의를 늘릴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긴 사람이 유리하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청약시장에서 젊은 축에 드는 30·40세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분양사업 관계자는 “30·40세대의 경우 대부분 청약가점이 40점대 중반에서 최대 60점 정도인데, 요즘 서울 분양아파트 당첨권은 60점대가 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무주택자인 부모님을 위장 전입하는 등 부양가족을 임의로 늘리는 방법 등을 쓰지 않으면 당첨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한 상황을 반영해 청약가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시절에 주거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면 출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다자녀 특별공급은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아이를 낳을 가구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를 막기 위해 꽉 조여진 대출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묶여 있다. 집값의 40%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8월 기준 서울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2675만원으로 25평대 아파트만 해도 6억 6000만원이 넘는다. 때문에 아파트 분양을 받는다고 해도 약 4억원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집을 구하기 어려운 30·40세대는 분양 신청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안정적인 소득이 확보된다면 이들에게 대출 규제를 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 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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