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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 한부모가족 전세대출 출시

    KEB하나은행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함께 한부모 가족을 위한 전세자금대출을 ‘한부모 가족의날’인 오는 10일 내놓는다. 7일 KEB하나은행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부모가족 주택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혼모나 조손가족, 부자가족, 모자가족 등 한부모 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전용대출상품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는 구조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손 잡고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사회적기업과 복지 분야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내놨다. 기존 전세대출보다 심사 요건은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10% 포인트 높여 임차보증금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소득수준이나 신용등급이 낮아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가족이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대출금리는 최대 0.25% 포인트 우대하고 보증료도 0.1% 포인트를 낮췄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감당 못할 임신, 준비 없는 출산…아기는 화장실에 버려졌다

    감당 못할 임신, 준비 없는 출산…아기는 화장실에 버려졌다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1> 축복받지 못한 출산버려진 아기 20명이 있다. 대부분 세상에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비극을 맞았다. 13명은 끝내 숨졌다. 범인은 엄마와 아빠였다. 부모는 모두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24세 이하)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서울신문은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연재를 시작하며 청소년 부모와 그 자녀들이 겪는 비극의 뿌리를 찾으려고 2016년 4월부터 2019년 4월 사이 판결이 난 영아유기와 유기치사, 살해 사건 등 20건의 판결문을 입수·분석했다. 모두 26명의 부모가 피고인으로 등장한다. 문서상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담당 변호사나 전문가, 비슷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청소년 부모들에게 물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키워드 5개를 확인했다. ‘화장실’, ‘무지’, ‘아빠’, ‘국선’, ‘장애’다. 동정할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다섯 개의 요인 중 하나만 잘라냈어도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계속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한 해 1만 4600명(2018년 기준)의 생명을 낳는 다른 어린 부모들도 벼랑 끝에서 비극의 늪에 빠질 수 있다.① 화장실 판결문에 피고인으로 등장한 청소년 산모 19명 중 14명은 거주지 화장실이나 방에서 아이를 낳았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순간을 가장 불결한 공간에서 맞았다. 화장실은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의 정서·경제적 고립을 상징하는 곳이다. 산모들은 임신 사실을 가족 등 주변에 알리지 못했고 출산 직전까지 본인과 아이를 위해 어떤 적극적 조치도 하지 못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임신과 출산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 중에는 가정의 온전한 돌봄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기뿐 아니라 본인도 혼자서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가영(19·이하 모두 가명)양도 지난해 2월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다. 예정일보다 석 달 빨랐다. 갓 태어난 딸은 키 43㎝, 체중 1.3㎏이었다. 또래(평균 50㎝, 3.2㎏)에 한참 못 미쳤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임을 직감했을까. 아이는 울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다. 작은 손과 팔을 들어봤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죽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김양은 아이를 방에 내버려둔 채 허겁지겁 제 몸부터 씻어냈다. 그리고는 피붙이를 여행용 캐리어에 넣었다. 아이는 이름도 갖지 못한 채 10분 만에 숨졌다. 여자친구와 딸을 낳은 강동준(18)군도 정서·경제적 고립 속에 아이를 유기해 재판받았다. 강군의 아버지는 수차례 감옥을 들락거린 전과자였다. 강군은 고아처럼 자랐지만, 독하게 공부했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여자친구가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낳았다. 뇌병변 장애아였다. 전문 마사지사가 정기적으로 몸을 주물러주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고 했다. 감당할 수 없었다. 강군은 어스름한 저녁녘 아이를 복지시설 앞에 버렸다. 이 사건 변호사는 “아버지가 된 강군은 경제 능력이 없는 학생이었고, 부친과도 교류가 없어 현실적으로 장애아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② 무지 정서적 고립은 무지(無知)로 이어진다. 처음 겪는 출산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선이(18)양은 만삭이던 어느 날 복통을 느꼈다.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진진통(眞陣痛)인줄 몰랐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이를 악물고 있다가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기절했다. 5분 뒤 정신을 차린 박양은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기의 맥박은 이미 멈춰 있었다. 박양은 며칠 뒤 엄마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10대에 출산한 한 청소년 엄마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서 출산하면 병원에서 가족에게 알릴까봐 두려워서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오진성(19·남)·임지인(20) 커플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텔에서 아기를 낳았다. 임신 35주도 안 된 조산이었다. 남자아기의 몸무게는 2.1㎏으로 미숙아였다. 긴급 의료조치가 필요했지만, 어린 부모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천에 싸서 모텔 침대에 뉘었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다. 엄마는 해산(解産) 뒤 곧바로 학교 기숙사로 돌아갔다. 아빠가 홀로 남아 돌보다 잠이 들었다. 산후 조치 없이 침대에 뉘여진 아기는 결국 사망했다.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일·가족연구부장은 “청소년기에 부모가 된 아이들은 숨어서 나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지원 체계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고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③ 아빠 20건의 판결문에 등장한 피고인 중 아빠는 드물다. 책임과 처벌은 대부분 엄마의 몫이었다. 처벌받은 피고인 26명 가운데 19명이 여성 청소년이었고, 남성은 7명이었다. 양희진(19)양의 남자친구는 임신 사실을 안 뒤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양 곁엔 아무도 없었다. 홀로 남은 그는 낙태도 출산 준비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성 피고인 19명 중 8명은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지인 소개,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만나 임신해서다. 성지원(23)씨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 후 임신했다. 원래는 아이를 낳으면 보육원에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예정보다 3주나 일찍 나왔다. 성씨는 자신의 방에서 출산하고 아기를 동네 골목에 버렸다.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는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윤지 사단법인 비투비 대표는 “청소년기에 임신한 이들 중 상당수는 깨진 가정에서 자랐다”면서 “가정폭력 때문에 밖으로 떠돌다 임신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임신 자체를 애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김 대표는 “성관계나 임신을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청소년도 많다”고 덧붙였다. ④ 국선 변호사 청소년 피고인 26명 중 14명은 재판에서 국선 변호사를 썼다. 변호사가 없는 피고인도 2명이었다. 돈이 없다는 얘기다. 그들에겐 자신을 보호할 여력도, 보호할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영아유기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국선 변호사의 상당수는 “이미 지난 사건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지혜(18·여)·고범준(20) 부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낙태를 알아봤다. 하지만 부르는 게 값인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낳아 기를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낙태할 돈이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출산일이 왔다. 그날 또 한 명의 신생아가 거리에 버려졌다. 대다수 청소년 산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 전에 의료기관에 가지 못한다. 준비 없는 출산은 조산으로 이어졌고, 청소년 산모에게 심리적 충격을 더했다. 이는 영아유기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졌다.⑤ 장애 법정에 선 어린 엄마 중 적지 않은 수가 사회에서 방치된 취약 청소년이었다. 김가온(20대 초반·여)씨의 모친은 생후 18개월 때 집을 나갔다. 6살 땐 아버지가 갑자기 죽었다. 할머니와 살며 학교에 다녔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적응이 힘들어졌다. 2016년부턴 일반학교 대신 대안학교로 등록된 A정신병원에 입원해 지냈다. 김씨가 출산한 건 이쯤이었다. 어느 날부터 배가 아파왔고 며칠 후엔 하혈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김씨는 “어른들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숨겼다”고 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출산한 김씨는 아기를 변기에서 건져 봉투에 담고는 자기 방 서랍에 숨겼다. 영아는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은 박하은(여)씨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희귀병을 앓았다. 힘겨운 수술을 3번이나 받았다. 청소년기를 병원만 오가며 보낸 박씨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그러다 소개로 남자를 만났고 임신했다. 집 화장실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어릴 때부터 병 수발하느라 고생해 온 어머니에게 차마 임신 사실까지 말할 수 없었다. 흰색 수건으로 아이를 감싸 도로변 쓰레기통에 넣었다. 담당 변호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박씨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사건을 힘겹게 떠올렸다. 그는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면서 “법정에서 이런 사건의 상대방 남성은 대개 ‘여성이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들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유를 떠나 어린 생명을 유기하거나 사망하게 한 죄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또 다른 유기 범죄를 막으려면 비난하기에 앞서 이들을 둘러싼 구조적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윤관 변호사는 “아이를 버렸다는 한 면만 갖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상황 이면을 깊이 봐야 한다”면서 “임신을 둘러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청소년 부모들이 임신 단계부터 출산 이후까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었다면 유기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힘겹게 이곳까지 온다”면서 “특히 청소년 중에는 자신의 부모가 임신·출산 사실을 인정하고 지지해주거나 사회가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아기를 직접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애는 낳아야지” “인생이 불쌍해”…이중 시선에 우는 어린 부모

    “애는 낳아야지” “인생이 불쌍해”…이중 시선에 우는 어린 부모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1> 축복받지 못한 출산일찍 아이를 낳은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의 임신 사실과 양육 능력을 마뜩잖게 보는 사회적 시선 앞에서 좌절한다. 정상적인 양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편견은 ‘온 힘을 다해 남들처럼 아이를 품겠다’는 어린 부모들의 의지에 상처를 남긴다. 서울신문은 20세 이상 성인들이 청소년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2~6일 일반인 5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어린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18살에 첫째를 출산한 최연희(23·가명)씨는 아이를 키우며 늘 주변 시선을 의식한다. 몇 년 전 옆집 주민이 경찰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최씨를 신고하면서 생긴 트라우마 탓이다. 신고 이유는 단순했다. 누가 봐도 앳돼 보이는 최씨 부부의 외모, 종종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최씨는 “당시는 ‘고교생인 엄마가 아이를 모텔에서 낳고 도망갔다’거나 ‘신생아를 살해해 냉동실에 유기했다’는 등의 뉴스가 많이 나올 때였다”면서 “단지 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학대한다고 의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씨에겐 여전히 아이를 훈육하는 게 조심스럽다. 최씨는 “어려서 서툴 수는 있어도 우리도 부모로서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를 포기하면 “무책임하다”고 지탄받고, 아이를 품더라도 ‘부족한 양육자’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체 설문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청소년 부모’라는 키워드를 보고 떠오른 감정을 세 가지씩 고르라고 했더니 ‘걱정된다’(90.3%)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한 직장인은 “출산을 선택한 것은 부모의 의지이자 자유지만 경제·사회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준비가 돼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출산을 결심한 부모에 대해 “용감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로 살아갈 아이와 부모가 불쌍하다”는 등 청소년 가정의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는 예단이 훨씬 많았다. 연희씨 역시 출산을 결심하고 나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친오빠가 ‘네 나이에 아이를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며 출산을 반대해 전국 각지로 도망 다녔다”고 했다. ‘어차피 제대로 키우긴 어렵겠지만, 임신했다면 그래도 낳아서 직접 길러야 한다’는 이중적인 인식도 나타났다. 많은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부정적(52.8%)으로 봤고, 입양 보내는 것에도 회의적(73%)이었다.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종교 시설에 맡기고 가는 시스템인 ‘베이비박스’에 대해서도 ‘슬프다’(72.2%), ‘불쌍하다’(57.7%), ‘무책임하다’(55.4%) 등 부정적인 단어를 주로 떠올렸다. 해당 감정을 떠올린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베이비박스로 청소년 부모들이 죄책감을 덜 것 같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것은 도피이자 부모의 직무유기다” 등으로 설명했다. 어린 부모들은 일부가 저지르는 영아 유기 사건 등만 보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17살에 출산한 장예빈(25·가명)씨는 동갑인 남자친구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이후 퇴학 위기에 몰렸다. 당시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장씨를 몰아세웠다. 가족이 모두 교장 앞에서 애원한 뒤에야 퇴학이 아닌 자퇴로 처리됐다. 장씨는 “우린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려 애썼는데 어른들은 ‘명예를 실추했다’고 여겼다”며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지만 출산을 결정한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는 우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었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가 겪을 가장 큰 고충이 경제적 어려움(63.5%)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린 부모의 월평균 예상 소득액이 200만원 이하라고 보는 응답자가 10명 중 9명(94.4%)에 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대 여성 응답자는 “어린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의식주조차 해결할 만한 경제력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정부가 어린 부모에게 돈을 쥐여 주기보다는 살아갈 힘을 키워 주는 방식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생계비나 양육비 등을 현금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는 의견은 22.4%였던 반면 직업훈련이나 학업, 취업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의견은 29.6%였다. 아이 돌봄 관련 서비스 지원(26.8%)을 꼽은 사람도 많았다. 이필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소장은 “아이를 낳고 양육하기로 결심한 어린 부모들은 용감한 양육자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가족의 한 모습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양육을 선택한 사람들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낙인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전라도 한 섬마을에 사는 신지연(21·가명)씨가 18살 때 아기를 낳은 곳은 뭍으로 가는 배 안이었다. 찢어질 듯한 복통 탓에 큰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인 줄 몰랐다. 아니, 임신이면 안 됐다. 대학입시 스트레스를 겨우 버텨내고 이제 곧 졸업인데 억울했다. 갓난아기가 눈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피하고 싶었던 악몽은 현실이 됐다. 미혼모 시설에 가 있으면 데리러 오겠다고 한 남자 친구는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직감했다. 꼼짝없이 내가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구나. 신지연씨는 그렇게 엄마가 됐다. 부모가 된다는 건 대다수에게는 축복이지만 신씨처럼 누군가에게는 비극이다. 특히 아무 대책 없이 어쩌다 부모가 된 청소년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다. 지난해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9~24세)이 낳은 출생아 수는 모두 1만 4600명. 같은 해 태어난 또래(32만 6900명)의 약 4.4%다. 출생신고가 안 돼 투명인간처럼 키워지거나, 조부모의 호적에 올려졌거나, 출생과 동시에 버려진 아기들까지 합치면 2만명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출생아 16명 중 1명은 청소년이 낳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지만 청소년 부모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어린 부모들은 ‘사고 친 아이’, ‘미숙한 부모’라는 싸늘한 시선 앞에 움츠러들고 죄인처럼 숨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의 삶을 이른 나이에 짊어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춘들은 인간관계의 단절과 힘든 취업, 심리적 위축감, 생활고에 허덕이며 산다. 이들의 고통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이된다.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인 오늘 사회가 애써 눈감아 온 청소년 부모의 삶을 추적한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기획한 이번 취재를 통해 전국의 청소년 부모 100개 가정을 대면과 서면 등으로 심층 인터뷰했다. 준비 없이 가정을 꾸린 이들의 생활과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봤다. 고통과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대안도 찾아봤다. 첫 회에서는 극단적인 출산 공포 속에 아기를 유기하거나 사망케 해 범죄자로 전락한 청소년 부모 20여명의 이야기를 판결문 등을 통해 살펴봤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070명의 아이가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또 유기범죄 통계로 잡히지 않는 베이비박스에 맡긴 영아는 매년 200명 선이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은 64%였다. 서울신문은 또 어린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5일간 성인 500여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사회는 무방비 상태에서 부모가 된 그들의 미숙함을 지탄하면서도, 임신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라는 모순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文 “대통령 되고 싶어?”… 어린이 세상 된 청와대

    文 “대통령 되고 싶어?”… 어린이 세상 된 청와대

    文 “미래 한국 영웅은 어린이 여러분” 뮤지컬 관람·靑 로고 담긴 학용품 선물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5일 제97회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달 강원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관·군인·경찰관 자녀 등을 초청해 “미래의 대한민국 영웅은 어린이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바로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불 피해지역 초등학생과 경북 봉화 서벽초교 학생 등 256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어린이, 한부모·미혼모·다문화·다둥이 가정 어린이, 온종일 돌봄 이용 아동도 함께했다. 대구 시립 소년소녀어린이합창단도 참석했다.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합창단 소속 한 여학생이 ‘청와대에 초청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부탁한 게 인연이 됐다. 문 대통령 부부는 본관 앞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경찰, 소방관 마스코트 인형과 함께 아이들을 맞았다. 이날 공개된 본관 집무실에서 한 어린이가 대통령 의자에 앉아보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대통령 되고 싶어?”라고 묻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손을 든 여자 어린이를 번쩍 안아 올려 의자에 앉혀주기도 했다. 이어 영빈관에서 유명 유튜버인 허팝의 진행에 따라 과학실험 참여, 뮤지컬 관람으로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여기가 청와대에서도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영빈관”이라며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까 귀한 손님인 여러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어린이날처럼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란다”며 “소방관, 경찰관, 군인을 포함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족을 아끼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영웅이다. 주위의 수많은 ‘영웅’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로고가 담긴 학용품 등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 어린이들 초청한 문 대통령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 어린이들 초청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제97회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달 강원지역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관, 군인, 경찰관 자녀 등을 초청해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불 피해지역 초등학교 학생들과 지난달 5일 문 대통령 참석 식목일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경북 봉화 서벽초등학교 학생 등 256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당시 식목일 행사는 산불 여파로 취소됐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독립유공자 후손 가정의 어린이와 한 부모·미혼모·다문화·다둥이 가정 어린이, 국공립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온종일 돌봄 이용 아동 등도 초청했다. 행사에는 대구 시립 소년소녀어린이 합창단 어린이들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합창단 소속 한 여학생은 문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청와대에 초청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 어린이들을 먼저 맞은 것은 육·해·공군과 해병대, 경찰, 소방관 마스코트 인형과 군악대였다. 군악대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그룹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잘 아는 곡이 나오자 어린이들은 신이 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반겼다.본관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아이들이 도착하자 명찰에 적힌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어디서 왔어요?”, “몇 학년이야?”라는 말과 함께 반갑게 인사했다. 이에 어린이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문 대통령은 본관에 있는 집무실도 어린이들에게 공개했다. 한 어린이가 문 대통령의 의자에 앉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대통령 되고 싶어?”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또 책상을 가리키면서 “이게 대통령 책상이거든.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어린이가 손을 들자 문 대통령은 직접 의자에 앉혀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영빈관에서 유명 유튜버인 허팝의 진행에 따라 과학실험 참여, 뮤지컬 관람 등을 함께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청와대에서도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영빈관입니다”라며 “외국에서 대통령이 오시면 이곳에서 식사도 하고 공연도 보곤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까 귀한 손님인 여러분을 맞이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의 대한민국 영웅은 바로 어린이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바로 미래의 주인공”이라며 “늘 어린이날처럼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란다”고 어린이들을 거듭 격려했다. 또 “소방관, 경찰관, 군인을 포함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족을 아끼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영웅”이라면서 “주위의 수많은 ‘영웅’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미혼여성 82.2% “신혼집 마련 비용 일부 부담 의향 있다”

    미혼여성 10명 중 8명은 신혼집을 구입할 때 일부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집 마련 비용을 본인이 어느 정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여성은 82.2%로 남성(57.3%)보다 높았다. 그러나 ‘전액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남성이 40.4%, 여성은 5.8%에 그쳤다. ‘전혀 부담할 의향이 없다’는 답은 남성 2.3%, 여성 12.1%로 신혼집 마련에 대한 남녀간 응답이 크게 엇갈렸다. 미취업자나 부모님 경제 수준이 낮은 그룹은 ‘부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11.6%와 11.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지 응답에서도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남성은 평균 1억 3700만원, 여성은 6700만원 정도를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신혼집 마련 비용에 대해 ‘전액 준비돼 있다’는 응답이 남성은 29.8%, 여성 15.6%, ‘일부 준비돼 있다’는 남성 45.8%, 여성 56.7%,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는 답은 남성 24.4%, 여성 27.6%로 각각 나타났다. 신혼집을 마련할 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녀 부담 비율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가 42.4%, ‘남성이 반 이상을 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라는 응답이 57%로 나왔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낮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답은 0.6%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남성이 부담해야 하는 비율은 61.8%, 여성이 부담해야 하는 비율은 38.2%로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부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31∼9월 13일까지 만 25∼39세 미혼남녀 3002명(남성 1708명·여성 1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조현병 50대, 자신 돌봐준 친누나 살해

    30년 전부터 병 앓아… 강제 입원하기도 이전에도 이상 행동으로 경찰 경고 받아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는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이런 혐의로 서모(5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달 27일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에 있던 흉기를 휘둘러 친누나(61)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씨 범행은 사건 발생 추정일로부터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밝혀졌다. 서씨로부터 연락이 끊기자 사회복지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서씨 집을 찾아갔지만, 출입문이 잠겨 있어 오후 5시 7분쯤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출입문을 강제로 열었더니 서씨 누나는 안방에 엎드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숨친 채였으며 서씨는 작은방에 있었다. 경찰은 “서씨가 문고리를 잡은 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버텼고 약간 열린 문틈으로 복지관 직원이 ‘누나는 어딨느냐’고 묻자 서씨가 ‘자고 있다’고 대답했다”면서 “서씨 누나의 머리와 팔 여러 곳에서 참혹한 상처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서씨 누나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데, 동생을 돌보러 지난달 24일 부산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24일과 25일 누나가 동생의 상태에 대해 복지관 직원과 상담했다. 서씨 누나는 2남 3녀인 가족을 대표해 동생을 돌봐 왔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봐 지난달 27일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서씨가 횡설수설해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일단 서씨를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미혼인 서씨는 약 30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올해 2월 1일부터 한 달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2년여 전부터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도 아파트에서 이상 행동을 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서씨 상태가 나아지는대로 범행 동기 등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조현병 앓는 50대, 친누나 흉기로 살해.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는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흉기로 친누나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서모(58)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달 27일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61)를 집에 있던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씨 범행은 사건 발생 추정일로부터 나흘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밝혀졌다. 사회복지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이날 오후 상담차 서씨 집을 찾아갔지만,출입문이 잠겨 있어 오후 5시 7분쯤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출입문을 강제로 열었더니 서씨 누나는 안방에 엎드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으며 서씨는 작은 방에 있었다.서씨 누나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데,동생을 돌보러 지난달 24일 부산에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사건 현장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발견됐다.경찰은 시신 상태를 봤을 때 지난달 27일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서씨가 횡설수설해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일단 서씨를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미혼인 서씨는 약 30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올해 2월 1일부터 한 달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했다가 퇴원했다.기초생활수급자로 2년여전부터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 해온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도 아파트에서 이상 행동을 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기도했다. 경찰은 서씨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범행 동기 등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볼거리·체험거리·즐길거리 풍부한 작은결혼식, 미니박람회로 초대합니다.

    대구시는 20일 오후 2시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2019 작은결혼식 미니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는 불필요한 결혼식 비용은 줄이고 예비부부 스스로의 힘으로 알차고 실속있게 준비하여 치르는 작은 결혼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작은 결혼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피팅, 셀프 웨딩 촬영 및 결혼 답례품 만들기, 뮤지컬 웨딩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색적인 결혼식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뮤지컬 웨딩 공연은, 오프닝 축가와 실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과 신부의 입장 및 행진을 짧은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하여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마치 한편의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작은결혼식 블로그(http://blog.naver.com/daegu_smallwedding)를 통해 공공시설 예식장소와 작은 결혼식 후기, 셀프 웨딩촬영 장소 등 작은 결혼식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시에서 추진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오는 30일까지 ‘2019년 테마별 작은결혼식’ 참여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어 고비용의 예식 문화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은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는 대구 작은결혼식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강명숙 대구시 여성가족청소년국장은 “미혼남녀가 결혼을 기피하고 부담으로 여기는 데에는 일자리, 주거, 육아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고비용 혼례문화도 그 원인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결혼이 지닌 본래의 뜻을 되살릴 수 있는 뜻깊은 결혼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라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연인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친구 유형 1위는

    연인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친구 유형 1위는

    연인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친구는 흑역사를 말하는 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미혼남녀 364명(남성 166명·여성 19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2.3%가 ‘내 흑역사를 말하는 친구’를 꼽았다. 이어 내 연애사를 잘 아는 친구(16.2%), 바람둥이 친구(15.4), 나보다 외모가 뛰어난 친구(12.9%), 입이 거친 친구(8.8%)가 뒤를 이었다. 친구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71.7%가 “나의 연애 사실을 알리거나 연인을 자랑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응답자 26.9%는 친구에게 연인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로 ‘연애를 평가받고 싶어서’라고 답했고, ‘연애 중인 것을 알리고 싶어서’(24.5%), ‘연애를 자랑하고 싶어서’(20.3%)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결혼 상대라고 생각해서’ 지인에게 연인을 소개한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15.2%, 남성 6%에 그쳤다. 연인을 소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친구 평가(30.2%)’와 ‘연인 반응(23.9%)’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연인 반응(31.3%), 친구 평가(26.5%), 비용(13.3%) 순으로, 여성은 친구 평가(33.3%), 대화 주제와 분위기(26.8%), 연인 반응(17.7%) 순으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홍진영 결혼관, “성형은 중요하지 않다” 솔직 고백

    홍진영 결혼관, “성형은 중요하지 않다” 솔직 고백

    홍진영 결혼관이 전해졌다. 15일 오후 방송되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오늘 밤에’로 사랑받은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출연해 자신의 결혼관을 고백한다. 이날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옥탑방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홍진영은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조사 ‘미혼 여성들이 궁금해 하는 연인의 과거’에 대한 문제를 풀던 중 자신의 결혼관을 드러냈다. 홍진영은 “나는 남자의 바람기는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만 성형은 중요하지 않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이에 김숙은 ‘골드미스’ 송은이에게도 결혼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숙의 ‘막장 드라마급’ 전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은이는 진지한 모습으로 결혼에 대한 속내를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송은이는 “빚이 1억원 있는 남자는 괜찮아, 하지만 일을 그만 두는 것은 안 돼”라며 자신의 신념을 전했다. 한편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15일 저녁 8시55분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직장인 한해 경조사비 평균 140만원…기혼자 164만원

    직장인 한해 경조사비 평균 140만원…기혼자 164만원

    응답자 90% “부담느껴”결혼의 계절이 도래한 가운데 직장인들이 한 해 평균 140만원 정도를 경조사비로 지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기혼 직장인은 164만원으로 미혼 직장인보다 50만원 가까이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0%는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15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4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인맥 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으로 ‘경조사 참석’이 74.3%로 가장 많았다. 한달 평균 경조사 참석 횟수는 1.6회였으며, 한번 갈 때마다 내는 경조사비는 평균 7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평균 경조사 참석 횟수는 1.6회로 조사됐다. 1년이면 약 140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특히 결혼으로 인해 친척 범주가 넓어지는 기혼 직장인의 경우 한 해 평균 경조사비가 16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미혼 직장인 지출액(117만원)보다 47만원이 더 많은 수치다. 이와 함께 지난해보다 경조사비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이 38.9%로, 줄었다(6.9%)는 응답보다 훨씬 더 많았다. 나머지 54.3%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89.7%)은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74.6%·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결혼식 꼭 해야 한다’는 미혼 남녀 10명 중 1명꼴

    ‘결혼식 꼭 해야 한다’는 미혼 남녀 10명 중 1명꼴

    ‘결혼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통념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미혼 남녀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44세 미혼남녀 2464명(남 1140명, 여 1324명)을 대상으로 한 혼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결혼식 필요성 정도에 대한 견해 조사에서 미혼 남성 중 ‘결혼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14.5%였고, ‘대체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44.2%였다. 미혼 남성의 적극 찬성 비율은 연령별로 보면 20∼24세 14.5%, 25∼29세 16.8%, 30∼34세 15.1%, 35∼39세 13.5%, 40∼44세 7.7% 등이었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 15.6%, 대학 재학 14.6%, 대졸 이상 13.7% 등이었고, 취업 별로는 취업 14.0%, 비취업 15.2%였다. 미혼 여성은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남성보다 낮은 10.8%, ‘대체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34.4%였다. 미혼여성의 적극 찬성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20∼24세 11.4%, 25∼29세 12.2%, 30∼34세 11.1%, 35∼39세 5.5%, 40∼44세 9.5% 등이었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 9.9%, 대학 재학 10.5% 대졸 이상 11.1% 등이었고, 취업 별로는 취업 10.9%, 비취업 10.5% 등이었다. 미혼 남녀 모두 전반적인 찬성 응답은 절반 가까이 나왔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적극 찬성은 10%대로 매우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혼인과 관련된 형식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더 중요시하는 추세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응답자의 연령별, 교육수준별, 취업별 등과 같은 특성에 상관없이 적극 찬성 응답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결혼에서 기존의 전통적 가치 규범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선택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41번 낙태 수술해도 의사면허 유지…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낙태죄

    대다수 여성 임신 4~6주 사이 수술 미성년·미혼 등 양육 어려운 상황 10만원에 병원 알선 브로커 집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된 낙태죄는 낙태 수술을 41회 한 의사도 벌금형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 개정 전까지 공백이 발생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은 현재 계류 중인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14일 낙태죄로 최근 3년간 확정된 판결문 13건을 분석한 결과 선고유예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낙태 수술을 41회 한 의사에 대해 1심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800만원으로 감형됐다. 1심 재판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낙태 수술이 위법하다는 점이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데도 피고인은 영리의 목적으로 41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임신부들이 낙태를 원해 이뤄진 것인 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1심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대부분 임신 4~6주 사이였다. 임신 14주도 있었다. 여성들은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이거나 미혼, 이혼 등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낙태 수술을 원했다. 남편과 이혼을 합의해 혼자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한 여성은 낙태죄로 약식기소된 뒤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륜 관계 여성이 임신하자 낙태를 교사한 남성에 대해 법원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여성이 낙태 이후 정신적 충격 등으로 자살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자친구가 임신하자 함께 낙태를 종용한 남자친구와 그의 어머니에게 법원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낙태할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 준 ‘브로커’는 낙태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브로커는 수술을 원하는 여성에게 10만~30만원을 받고 병원을 알아봐 줬고, 병원은 50만~60만원을 받고 수술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는 2017년 11월 접수된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대법원이 낙태 허용의 적정 기간 등 유무죄를 판단하게 되면 검찰과 하급심은 법 개정 전까지 대법원 판단을 기준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30년 지났어도 생생한 악몽… 쉬운 낙태는 없어요”

    “30년 지났어도 생생한 악몽… 쉬운 낙태는 없어요”

    일부 무분별한 시술 증가 우려는 기우 낙태 부추기는 사회적 차별 사라져야“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본 순간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성만 죄인 취급해 온 법이 이제야 없어지는구나, 뒤늦은 분노도 느꼈고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짓눌렀던 굴레를 조금은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 전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선택했던 직장인 A(34)씨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여성들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것”이라며 “여성들이 불법이라는 협박 없이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미혼 부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 낙태를 하게 만든 사회적 차별도 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건강권이 더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그동안 불법 수술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건강을 해칠 위험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던 B(59)씨는 “예전에는 피임에 대한 인식이 없어 낙태가 더 만연했고 수술을 받다가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병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 쉽게 낙태를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여성들은 “낙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이번 헌법소원에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한 류민희 변호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공을 사회 인식 변화로 돌렸다. 그를 포함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리인단은 2013년부터 낙태 관련 개별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고, 이번 헌법소원 변론 과정에 적극 동참했다. 류 변호사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오며 관련 논의가 오히려 활발해졌고, ‘미투’ 등 여성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거세진 것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성 의료인들은 “앞으로 1~2년 동안 갈 길이 더 멀다”는 반응이다. 현장 적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내부적으로 이견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헌재 결정 이후 “의사의 개인 신념에 따른 진료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낙태 시술을 거부할 권리를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번 결정은 낙태 수술을 하나의 필수 의료 서비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의료인의 책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민주당 “조속 개정” 한국당 “후속 조치” 정의당 “임신 12주 내 허용” 법안 준비 사회·경제적 사유 허용 신규 조항 가능 수사·재판 ‘스톱’… 무혐의·무죄 가능성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헌재 결정을 존중해 입법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법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 허용 시기와 기준이 쉽게 합의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행 처벌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우선 정비해야 할 법은 위헌 판결을 받은 형법과 낙태 허용이 가능한 예외기준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때,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을 개정한다면 임신 12주, 24주, 36주 등 임신 주기에 따라 낙태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의당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 요청에 따라 의사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이 새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여성 1만명 대상)’에서 낙태를 한 이유(복수 응답)로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2.9%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라고 답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원정 낙태 문제,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한 건강 문제 등 현재의 낙태 법리 체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서도 “낙태의 기간만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하는 사유나 여건까지 제한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법 개정 전까지는 낙태 시술을 한 여성과 의료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일단 중단되거나 진행하더라도 무혐의 또는 무죄 선고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낙태죄 위반 사건 84건 가운데 13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없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선 이날 결정이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낙태죄 합헌유지 소수의견 보니“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시류·사조에 편승해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이름으로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를 개정하라고 결정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이같은 소수 의견을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 시기를 구분한 다수의견에 대해선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신중 특정한 기간엔 여성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엔 태아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식물인간 등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도 했다.다수의견이 언급한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관해서도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임신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결국 여성의 ‘편의’에 따라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지, 낙태를 처벌함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어 “헌법 전문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는다”며 “임신 여성은 ‘임신상태’란 표지를 제거해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태아를 살려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어 국가는 낙태 형사처벌 외에 미혼부 등 남성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모성보호정책, 임신 부부에 대한 적극 지원과 육아시설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제언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선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의료업무종사자가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커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270조1항(의사낙태죄)은 의사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8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 및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부선 “이재명과 헤어진 이유? 소름 돋는 가족의 비밀”[전문]

    김부선 “이재명과 헤어진 이유? 소름 돋는 가족의 비밀”[전문]

    배우 김부선이 약 4개월 만에 SNS 활동을 재개했다. 김부선은 9일 자신의 SNS에 “현관에서부터 바지 벗고 뛰어들던 사람. 검찰에 지지자들 시켜서 나 고발한 거 검찰이 ‘증거 불충분 무혐의’ 처리한 걸 결백 밝혀진 거라며 소설 쓰며 좋단다”라며 “하늘이 아신다. 내가 증거다. 법정에서 보자”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여기서 ‘고발’은 2019명으로 구성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자 모임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시민들로 모인 공익고발단’이 지난 1월 9일 김부선과 공지영 작가,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 시인 이창윤씨 등 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것을 의미한다. 이후 김부선은 애완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 형사고소를 취하해줬더니 이 지사 지지자들이 바로 고발을 또 했다. 저와 공지영씨 둘만”이라며 “조사받기 전 수사관에게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 아닌가요. 이재명에게 물어보셨나요’라고 여쭤봤다. (수사관이) ‘이 지사가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했다’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예상해 민사소송은 취하 안 했다”며 “강용석 변호사가 면회할 때 알려줬다. 다 취하하면 이 지사가 또 공격할 수 있다기에. 강 변호사의 짐작이 정확했다. 이 지사는 도지사 후보 토론회 때 전 국민을 속였다. 참 치졸하고 나쁜 남자다. 이런 사람이 고위 공직자 도지사라니 절망이다. 이 지사는 날 직접 고소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서에서 이재명과 헤어진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며 “아무도 모르는 가족의 비밀을 듣고 소름 돋아 헤어졌다고”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9월 김부선은 이 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강용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후 강 변호사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되자, 지난해 12월 “다 내려놓고 싶다”며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하 김부선 페이스북 글 전문> # 글 1 *현관에서부터 바지 벗고 뛰어들던 사람* 검찰에 지지자들 시켜 나 고발한거 검찰이 ... 증거 불충분 무혐의‘처리한걸 결백 밝혀진 거라며 소설쓰며 좋단다 하늘이 아신다 내가 증거다 법정에서 보자 ! # 글 2 사랑하는 내 친구 어쭈는 작년12월 19일 별이 되어 먼길을 떠났습니다 14년 9개월 만에 날 영원히 떠났습니다 죽어가는 어쭈를 몇달 지켜보면서 세상사 다 무상하고 덧없다 라는 생각으로 이재명 형사고소 취하 해줬더니 이재명 지지자들이 바로 고발을 또 했더군요 저와 공지영씨 둘만 성동경찰서 피의자 ? 신분으로 조사받기 전 수사관에게 여쭸 봤어요 명예훼손죄 반의사 불벌죄 아닌가요 이재명에게 물어 보셨나요? 했더니 네 ! 이재명이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더군요 그것이알고싶다는 sbs사장부터 팀장 피디 고소한거 얼마전 또 다 취하했더군요 그리곤 힘없고 빽없는 사람은 증거 갖고와라 오리발 닭발 증거들 ? 다 제출 했습니다 이럴거 예상하여 민사는 취하 안했습니다 강변호사께서 면회할때 알려주셨습니다 다 취하하면 이재명이 또 공격할수도 있다기에 ᆢ 강용석변호사 짐작이 정확했습니다 승소해서 결론만 알리고 싶었고 승소해서 손배금 받은거 변호사비용 뺀 남은 전액 미혼모 센터에 기부할 겁니다 이재명은 도지사후보 토론회때 전 국민을 속였습니다 참 치졸하고 나쁜 남자입니다 이런자가 고위 공직자 도지사라니 절망입니다 이재명은 옆풀떼기들 시키지 말고 날 직접 고소하기를 바랍니다 Ps. 경찰서에서 이재명과 헤어진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가족의비밀을 듣고 소름돋아 헤어졌다고요 치졸한 ㄴ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아내들의 반란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아내들의 반란

    따끈따끈한 신간 ‘더 와이프’를 식기 전에 다 읽었다. 꿀맛! 영화 ‘더 와이프’의 원작인 이 소설을 쓴 메그 월리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란다. 그러한즉 워낙 가독성 높은 소설이겠지만, 번역자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은근하니 적확하고 생생한 말들을 어떻게 찾아냈담. 모든 외국어에 문맹인 내게 번역서의 저자는 번역자다. 유망한 문학도인 여학생이 매력적 외모의 재기발랄한 문학 강사를 만나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를 내조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다. 소설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유명한 소설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아내로 산다는 것, 거기에 더해진 어떤 감춘 맛. ‘2019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더 와이프’의 배우가 가령 메릴 스트립이 아니라 그 캐릭터에 종종 가혹함이랄지 야비함(남성적인?)이 섞인 글렌 클로즈인 것으로 결말을 예상한 관객도 있으리라. 소설 ‘더 와이프’에는 페미니즘만큼이나 독하게 배어 있는 성찰이랄지 의식이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 ‘삶이라는 게 모두 정치랍니다. 문학이며 미술이며 음악이며 다 정치이지요. 사랑도 결혼도 정치며 거래랍니다. 여성들이여, 현실이 이렇다는 걸 되도록 빨리 직시하세요.’ 대개 여성이 대개 남성보다 더 고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덜 정치적이어서가 아닐까.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는 괴테의 말은 진리겠지만, 현실은 그 진리의 신봉자들을 나락으로 이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와이프’의 결말이 통쾌한가? 추함으로 평등을 이루는 듯…, 통쾌한 바도 있지만 역겹다.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인, 지극히 정치적인 이 소설을 읽다가 다음 구절에서 어떤 실제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는 레브에게 강제수용소에서의 어린 시절을 요직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권처럼 써먹는다고 비난했다.” 정치에 대해 가뜩이나 미미한 내 관심을 말려 버리다 못해 환멸로 바꿔 버린 무리들. 하지만 내 이성은 아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한들, ‘강제수용소에서의 어린 시절을 요직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권처럼 써먹는다’ 한들 그들을 강제수용소를 만든 자들보다 더 혐오하는 건 매우 그르다. 그리고 조가 레브에게 한 말은 정말이지 못돼 먹었다.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다. 지난 토요일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성당에서 미사 형식으로 올렸는데, 예식을 진행하는 신부님의 느즈러지고 마지못해 입을 여는 듯한 말투에 문득 ‘신부님은 미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결혼식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은 신랑신부가 신부 부모님께 절을 올릴 때이리라. 신부가 울음을 터뜨리자 나도 울컥 목이 메며 눈물이 솟구쳤는데 다른 하객들도 그런 모양이었다. 신랑 부모님께 절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마 신랑과 신랑 부모님은 애절하리라. 사실 언제부터인가 결혼한 아들은 남이나 다름없어지고 딸은 결혼한 뒤에도 돈독하게 지내는 것 같던데, 겉보기만 그런 걸까. 성당 예식에서도 ‘남자에게 여자를 부부의 연으로 내리셨나이다.’ 뒤에 ‘여자에게는 남자를 부부의 연으로 내리셨나이다’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아직 인류의 대다수를 이루는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적인 처지일 테지. 기혼이건 비혼이건 성인 여성에게 종종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 상황인지 ‘더 와이프’에 ‘모두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심지어는 아내들도 아내가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내, 푸근한 이름인데…. 어째 세상에 만만한 게 아내라는 것 같다. 그런 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도 예제서 새로이 아내들이 생겨날 테고, 아내 되길 간곡히 원하는 기도들이 있을 테다. 이제 마흔 살 된 친구. 누구의 아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지만, 한 세계가 자기 앞에서 암막을 친 듯 느끼는 것 같다. 여성에게 마흔은 젊음과 더불어 세상이 끝난 듯 힘든 나이지. 하지만 3년쯤 뒤라면 하이(연상)로든 로(연하)로든 유리한 시절이 된단다. 아무래도 연애와 결혼이 인생에 중요한 것이라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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