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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통방통 운세볼까] 재미로 보세요 닭해 운세 “꼭이요”

    쥐띠주변사람과 대인관계 원만하게 유지하면 어려울 때 도움 받아서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겠다. 사업의 무리한 확장이나 개업은 자제하는 게 좋을 듯. 전체적인 건강운은 양호한 편. 신경질환에 주의만 한다면 큰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36년생:남의 재테크 성공에 영향 받아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낭패 볼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안정된 투자처를 찾는 것이 현명. 48년생: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해야만 좋은 성과 기대할 수 있다. 순간적인 감정 참지 못하면 일을 망칠 수 있으니 유의. 60년생:굳은 의지와 끈질긴 승부욕으로 정진한다면 새 사업도 추진할 만하다. 가까운 사람과의 금전거래는 삼가는 게 좋다. 72년생:숨은 실력을 윗사람에게서 인정 받게 된다.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는 다 지나가게 되고 활기찬 미래가 펼쳐지겠다.84년생:줏대를 갖지 못하면 갈등 많이 생기겠다. 타인에 대한 배려 태만히 하지 않도록 신경 써라. 맡은 일에는 최선 다하도록. 소띠 근심이 사라지고 땀 흘린 노력에는 반드시 알찬 결실이 있겠다. 매사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매매는 때를 잘 맞춰야 이루어지나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 나오겠다. 순간적인 감정 참지 못하여 일을 망칠 수도 있으니 유의하라. 25년생 뚜렷한 목적 없이 새 사업에 손대거나 변동 꿈꾸다가는 손실 따르겠으니 주의하라. 아랫사람 실수에는 관대하라. 37년생 : 심신을 편하게 하고 매사 흔들리지 않는 계획을 세워야 일의 해결이 쉽다. 급한 성미로 인한 실수 없도록 항상 조심.49년생 : 인정에 끌려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우려 있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뒤탈 없겠다. 건강 관리도 게을리 하지마라. 61년생 : 보다 넓은 시각으로 사물을 보아야 하겠다. 독선적이 되지 말고 가까운 사람과 마음을 열고 협력하면 성과가 크겠다. 73년생 : 작은 것이 쌓여 큰 결실을 얻겠다.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오해를 사게 돼 가까운 친구와 멀어질 수 있으니 주의. 호랑이띠 대체로 금전운이 열려 있어 주머니 사정 좋아지겠다. 신중하지 못하면 새 사업 추진하는데 어려움에 부닥치겠다. 신경성이 속병으로 전이되어 고생할 우려 있으니 건강에 주의. 항상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일에 대처한다면 큰 염려는 없겠다. 26년생:지나치게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다 타인과 의견 충돌로 일을 망치게 될 수 있으니 자기절제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겠구나. 38년생:마음을 활짝 열고 가까운 사람과 협력하면 성과가 크겠다. 실리보다 체면치레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곤란해진다. 50년생: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예의 지키는 것을 잊지 않도록. 사사로운 일이나 대인관계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62년생:돈과 명예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건강부터 추스르는 것이 좋겠다. 믿을 만한 사람과 협력하고 원리원칙을 추구하라. 74년생:패기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우니 윗사람의 조언 구하라. 재테크 정보를 얻게 되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결정은 신중히 하라. 토끼띠 금전운과 사업운이 대체로 양호하다. 간혹 불쑥 튀어나오는 경솔한 언행으로 공든 탑을 허물어 뜨리지 않을까 우려 된다. 언제든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춰놔야겠다. 특히 건축업과 경영학 분야는 뛰어난 활약이 기대된다. 27년생: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아끼지 마라. 건강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도록. 39년생:금전운과 명예운이 모두 왕성. 항상 검소하게 생활하라.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큰 복을 쌓는 일임을 명심하라. 51년생:사업은 순조롭고 승진의 행운도 따르겠다. 자존심을 너무 내세우면 대인관계에 어려움 생기고 고립 부르니 주의. 63년생:계획했던 일마다 어렵지 않게 성취하겠다. 횡재운이 넘쳐나고 가정 또한 화목하다. 자녀에게도 좋은 일이 있겠다. 75년생:한 눈 팔지 말고 정진해야 만족할 만한 성과 얻을 수 있다. 허영에 취해 연초의 각오가 흐지부지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용띠 대길한 운세가 찾아드니 승진, 합격 등으로 희망 찬 일년을 보낼 수 있겠다. 윗사람에게는 칭찬을, 아랫사람에게는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눈앞의 즐거움에만 빠져 더 큰 행운을 보지 못한다면 뒤늦게 후회할 일 생긴다. 새로운 분야에는 함부로 뛰어들지 마라. 28년생:집안이 화기애애하고 자녀에게 뜻밖의 경사가 생기겠다. 이웃에게 베푼 작은 온정이 크나큰 기쁨이 되어 돌아오겠다. 40년생:자기중심적인 생활방식은 마이너스가 된다. 심신이 허약해지기 쉬우니 철에 맞는 보신 필요. 고혈압 환자는 특히 주의. 52년생:주위 사람들이 부당한 비난을 하여도 개의치 말고 올바르게 행동하라. 과민 반응을 보인다면 커다란 낭패가 있겠다. 64년생:하는 일마다 결실 크다. 작은 투자로 짭짤한 수익 볼 수도 있을 듯.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혀 행동하라 .76년생: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내 몫 확실히 지키는 한해가 된다. 매사 지나친 욕심 버리고 언행을 조심하라. 뱀띠 혼자만 안고 있는 남모르는 번민이 생길 수 있겠으나 상반기가 지나고 중반기에는 근심거리를 말끔하게 덜어 버리게 된다. 동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주위 사람들과 화합해야 유익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다. 부동산 매각은 이익이나 매입은 불리할 듯. 29년생:변화보다 안정을 취하는 게 좋고 대인관계에 신경 써라. 매사 정면 승부보다 우회적인 대응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41년생:지나치게 소심하면 오히려 심신만 피곤해진다. 상황에 따라 자신감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삶에 활력이 넘치겠다. 53년생:가까운 사람의 도움으로 정신적인 압박과 금전적인 어려움도 풀리겠다. 중간에 서서 선후배간의 화합에 힘써라. 65년생:지난 일은 잊고 재충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하라. 대립은 피하는 것이 무난. 계약은 신중히 해야 실수 없겠다. 77년생:맺고 끊는 게 분명하지 않으면 주위사람에게 불신 받고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건강진단은 미루지 말고 받아보도록. 말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시작되어 마무리되는 해. 하지만 의욕이 너무 넘치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도 있으니 주의. 매사에 경솔하기 쉽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점검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 중반기에 여행운도 있으니 심신의 피로를 풀 기회로 삼도록 하라. 30년생:신변에 변화가 생겨 인생의 전환점 맞는다. 원칙 고수가 난관 극복하는 길. 신중한 판단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 42년생:무리하다 금전적인 어려움 발생할 수 있으니 분수에 맞게 생활하라. 친구를 함부로 대하다가는 낭패 있으니 주의하라. 54년생:항상 공정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때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아라. 동료와 승진 놓고 선의의 경쟁 예상된다. 66년생:사업운이 상승하고 가정에는 화목이 가득. 돈을 충동적으로 쓰게 되면 후일 후회하게 된다. 또한 오기로 투자하면 손해 보기 십상.78년생:계획했던 일들 순조롭게 진행돼 결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 되겠다.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고 공직자는 금전 유혹 조심. 양띠신변에 변화가 끊이지 않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호재가 만발하니 유익하기만 하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의욕도 넘쳐난다. 일과 교제가 활발해지며 그에 따른 이익도 커지겠다. 단 생활이 사치스러워질 수 있으니 수입과 지출에 균형을 맞춰라. 31년생:결정한 일은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야 효과 보겠다. 무심코 지나친 작은 일 때문에 오해 있겠으니 세심한 주의 필요. 43년생:독불장군에게 미래는 없다. 주위 사람 의견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중요. 겉치레보다 내실 다지기에 신경 많이 쓰도록. 55년생:신상의 변화가 오더라도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순리에 따르는 것이 상책. 하반기에 길운이 오겠다. 67년생:허황한 일에 열성 쏟는 모험은 피하라. 과욕 부리면 가지고 있던 것마저 뺏길 수 있다. 명분에 벗어나는 일은 삼가도록. 79년생:과감하게 새로운 변화를 꾀하면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 실력 배양에 힘쓰도록 하라. 원숭이띠 금전운이 들어오니 부동산에 투자하면 이익 많이 볼 듯. 불우이웃에게 선심 베풀도록 하라. 간혹 신경성 두통이나 위장질환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하라. 중반기에 사업에 굴곡은 있겠지만 전체적인 운과는 거리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32년생:열심히 노력해도 헛수고인 때도 있겠으나 인내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겠다. 가급적 해외여행은 삼가는 편이 좋다. 44년생:공덕 쌓으면 뒤늦게라도 빛을 보게된다 . 자신의 부귀영달에만 급급하다가는 마지막 남는 것은 껍데기뿐임을 깨달아라. 56년생:섣불리 성과 내려다가는 낭패보기 쉽다. 대외 활동에 주력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라. 68년생:장애물과 부닥치게 되면 조금은 손해본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 물러 서도록. 사고나 질병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80년생:지나친 겸손은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명심. 매사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닭띠 의욕이 넘쳐 목표 이상의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운기가 왕성한 한해. 작은 일에 연연해하지 말고 큰 일을 계획하여 추진해도 좋다. 손해를 보게 되고 친구도 잃게 되는 아픔이 생길 수 있으니 어떤 경우라도 주위 사람을 너무 믿지 않도록 하라. 33년생:자신의 몫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철저하게 챙기도록 하라. 사소한 실수로 인해 구설수가 우려되니 주의. 45년생:자신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겸손하게 처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어라. 과거에 얽매이면 얻을 것도 잃게 되겠으니 조심. 57년생:본업과 부업을 겸하면 수입이 좋아지겠지만 대신 건강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명심. 책임질 일 생기면 회피하지 마라. 69년생: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계획을 세운 뒤 추진하라. 이상과 현실 분별 못하면 후회하게 된다 .81년생:작은 이익에 만족하고 주저앉는다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능력의 한계에 도전해 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개띠 자기분야에 정열을 가지고 임하면 명예와 더불어 금전운도 높아진다. 토지 매매는 가능하나 주택 매매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므로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직장인은 승진의 기회가, 미혼자들에게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겠다. 34년생:나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탓하기 전에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우선. 속전 속결하려는 급한 성격은 될 수 있으면 고치도록 노력하라. 46년생: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자세도 생활의 지혜. 상대방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삼가라. 친인척들과 유대관계 다지도록. 58년생:현실을 직시하고 분수를 지키도록. 남의 사정 봐주다 난처한 지경에 이를 수 있으니 매사 잘 살펴야 손해 보는 일 적겠다. 70년생:대인관계는 대립이나 경쟁을 지양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토록 하라. 능력외 일은 무리하게 맡지 말고 과감하게 거절하라. 82년생:실패하더라도 낙담하지 마라. 젊은 패기로 무슨 일이든 의욕적으로 나서서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면 소기의 성과 거두겠다. 돼지띠 운영하는 사업에 활기가 있겠고 직장인은 동료와 상사에게 실력을 인정 받겠다. 주변사람 말만 따르지 말고 나름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실수 적다. 대가 없이 베푸는 사람은 드문 법. 과도한 친절을 보이는 사람은 조심하고 불로소득은 꿈꾸지 않는 게 좋다. 35년생:여러 가지 일 벌여만 놓고 뒷짐지고 물러나 있으면 주위 사람에게 원망 듣기 쉽다. 무책임한 약속 남발하지 않도록 절제. 47년생:내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 탐내지 마라. 자신의 일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처리하는 습관 기르도록. 59년생:선배나 주변 사람 조언 귀담아 듣지 않으면 좋은 기회 흘려 버릴 수 있겠다. 수동적이기보다 능동적 자세가 필요. 71년생:젊다고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체력 증진에 힘써라.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 내려야 실수 적다. 83년생:뚜렷한 소신 없이 주위 사람의 말에 솔깃해 부화뇌동한다면 낭패 볼 수도. 이성 문제로 오랜 우정에 금이 가지않도록 주의하라.
  • 부부 비자금 만들기·관리 요지경

    부부 비자금 만들기·관리 요지경

    대형 비리사건의 배후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비자금’. 거물급 인사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비자금도 가정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존재다. 맞벌이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비자금은 비밀 아닌 비밀. 한 지붕 아래서 ‘딴 주머니’를 찬 남과 여의 비자금에 얽힌 사랑과 갈등을 소개한다. ●아내의 비자금은 ‘행복기금’ 여성들은 비자금 만큼 심리적 안정을 주는 존재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디자인 일을 하는 2년차 주부 윤모(32)씨. 지난해 6월 남편 몰래 비밀 통장을 만들었다. 윤씨는 한달에 20만원씩 붓는 이 통장에 ‘자아 발전기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론, 남편에게 미안함도 없지 않다. 부부의 맞벌이 수입 450만원을 관리하는 사람은 아내. 만기가 되기 전에는 깰 수 없는 적금 통장만 5개로 한달에 350만원 이상을 저축한다. 윤씨에게 비자금은 일종의 숨구멍. 그는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친정에 용돈도 드리고 여행이나 자기계발비로 쓰고 싶어 모은다.”고 말했다. “당신 돈 좀 없어?”“내가 돈이 어디 있어요. 당신 월급으로는 살기에도 빠듯한데…”결혼 3년차 주부 김모(35)씨는 남편에게 “10원 한 푼 없다.”는 엄살을 부린다. 김씨는 그러나 장롱 속 깊이 숨겨둔 통장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남편 몰래 만든 비자금이 3000만원. 결혼 전부터 모은 돈을 불려 나가다보니 큰 돈이 됐다. 김씨는 요즘 남편에게 비자금을 고백하고 매달 갚는 주택 융자금을 한꺼번에 갚을지 아니면 비밀을 유지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친구들은 “손에 쥐고 있어야 진짜 돈”이라면서 “남편이 괜한 오해만 할 테니 무덤까지 비밀로 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알뜰 주부의 건전 비자금의 이면에는 일부의 성형수술이나 쇼핑 중독증 해소를 위한 비자금도 있다. ●남편 “품위유지 이해하라” 남성들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위해 비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IT업체에 다니는 결혼 3년차 문모(33)씨는 2년전부터 5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아내는 아직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를 활용했지만 만만찮은 이자 부담에 대출 방식으로 바꿨다. 액수가 커지면 문씨는 아르바이트도 한다. 설문조사의 패널 참석부터 파워포인트 작업 등 컴퓨터를 활용한 비교적 손쉬운 일이다. 문씨의 한달 용돈은 30만원. 그는 “용돈이 모자라 10만∼20만원은 적자를 본다.”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자리 등 인간관계에 필요한 비용이지만 아내에게 말해봐야 바가지만 긁어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 직원인 김모(35)씨는 출장비 활용형. 국내외 출장비를 아껴 쌈짓돈을 마련하고 있다. 김씨는 “직장 생활하는 유부남 중 비자금이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단언했다. 김씨는 “들키면 아내에게 빼앗길 게 뻔해 회사에 두고 있다.”면서 “술만 먹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아내의 생일 선물도 비자금으로 챙긴다.”고 말했다. ●차명계좌 동원…거액 비자금은 부부 싸움 원인 공개된 돈은 더 이상 비자금이 아니다. 부부 모두 자신의 비자금을 숨기지만 내가 모르는 돈을 배우자가 갖고 있음을 아는 순간 서운함도 크다. 특히, 비자금 액수가 클수록 갈등이나 불화도 깊어진다. 이쯤되면 부부싸움은 신뢰의 문제로 확전되게 마련이다. 주부 박모(42)씨의 비자금은 1500만원. 박씨는 아예 통장도 친정 어머니의 명의로 만들어 친정에 보관하고 있다. 박씨는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차명계좌라는 묘안을 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렇지만 나 몰래 남편이 따로 숨겨둔 돈이 있다면 섭섭할 것”이라고 이중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혼 5년차 강모(37)씨는 자신도 모르게 2000만원을 감춰놓은 아내에게 ‘독한 사람’이라며 좀처럼 서운함을 풀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여태까지 감쪽같이 속은 데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한 인터넷 게시판에 토로했다. ●소심한 남자 VS 통 큰 여자 뜻밖에 여성의 비자금 규모는 남성의 그것보다 3배 이상 크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이후 비자금 조성 계획’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120명 가운데 37.5%는 2100만원 이상의 비자금을 만들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은 106명 가운데 38.7%가 각각 100만∼500만원,600만∼1000만원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의 평균 비자금은 817만원, 여성은 2465만원이다. ‘비자금을 만드는 이유’는 남녀 모두 ‘심리적 안정감’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비자금을 만들지 않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1명도 없었고,‘불의의 사고에 대비한다’는 여성이 가장 많았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남성은 용돈절약, 여성은 월급이나 보너스에서 일부를 따로 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자금의 존재에 부정적이었다. 가족학 박사인 이창숙 경희가족상담연구소 상담위원은 “비자금은 갈등이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배우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홍숙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상담위원은 “소액이라면 가정생활의 윤활유로 이용될 수 있지만 용도를 밝힐 수 없거나 큰 액수의 비자금은 아무래도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 中경제의 걸림돌 ‘性比 불균형’

    1850년 중국의 한 북부지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뭄과 기아로 식량이 부족하자 마을 어른들은 여자 아이들을 대거 살해했다. 이후 이곳 남자들의 25%는 신부가 없어 결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범죄집단으로 무리를 짓다가 군벌에 편입됐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 지역사회를 황폐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중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는 성비보다 인구 수가 관심이다. 머릿수가 노동력이자 소비의 원천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수록 성장 잠재력에 보탬이 된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 인구 증가는 성장에 ‘짐’이 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선 경제가 부양할 수 있는 ‘적정 인구선’을 넘으면 식량부족과 실업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중국이 10년간 9%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도 ‘1자녀 갖기’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당국이 두 번째 아이를 강제 낙태시키는 끔찍한 ‘행정력’까지 불사해 인구 억제책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들을 얻는 것을 일종의 ‘노후 보장책’으로 보는 중국의 풍토에선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을 포함해 2자녀 이상을 두면 세금 등 각종 불이익을 받자 남아선호 사상에 물든 중국인들은 뱃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부터 가렸다. 여아로 확인되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낙태시켰다. 그 결과 중국 어린이들의 남녀 성비는 지난해 119대100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인 105대100보다 불균형이 훨씬 심하다.20년 이내에 중국 남성 3000만∼4000만명이 결혼할 짝을 못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촌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서는 75% 안팎이 남자다. 미 브리그햄 영 대학의 밸러리 허드슨 교수는 행동분석적 측면에서 ‘총각 신드롬’을 밝혔다. 기혼 남성들은 가족들을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지만 미혼 남성들은 살인과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론에 불과하지만 미혼 남성들의 증가는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재정부담을 높여 중국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딸만 둔 가정에 연 180달러씩 지급하려 하지만 별무신통이다. 선진국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연 0.5% 포인트씩 성장이 둔화될 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게 고민이지만 나중에는 ‘득’이 될 수 있다. 강압적이고 전근대적인 ‘1자녀 갖기’보다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성비 불균형이나 빈부격차 해소에 더 주력할 때인 듯싶다.
  • [저출산 재앙 현황과 해법] 저출산의 재앙…가족·여성정책 바꿔야 출산 는다

    [저출산 재앙 현황과 해법] 저출산의 재앙…가족·여성정책 바꿔야 출산 는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지난해 초부터 인구·가족, 보건·복지, 재정·금융, 제도·고용관행 등 4개 분야의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국가실천전략’을 수립했다. 지금까지의 인구 억제 정책에서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정부정책이 백화점식 나열로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 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출산장려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아동수당제와 출산축하금제 도입 검토, 정·난관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시키고 대신 복원수술에 대한 보험적용으로 전환했다. ●2007년까지 육아휴직급여 50만원으로 정부의 국가재정운용 계획에는 보육지원대상 아동을 올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60% 계층까지 확대하고 2008년에는 전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저소득층의 둘째 이상 자녀에게 월 3만∼6만의 보육료를 신규로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직장여성의 아동양육을 위해 직장보육시설 확충과 현재 30일분 지급되는 출산휴가급여를 내년부터 60일로 늘리고 육아휴직급여도 현재 40만원에서 2007년부터 50만원으로 올려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가족 및 여성 관련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신혼부부에 대한 모기지론의 대출조건 완화, 다자녀 가정에 우선 융자혜택 등 산후조리 도우미제 도입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책임연구원은 “출산 복지제도의 미흡, 경제적인 문제, 가치관의 변화 등이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1983년부터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으로 낮아졌음에도 강력한 출산 억제정책이 지속됐다.”면서 “20년 전 예측이 가능했지만 산아제한정책을 편 것은 국가정책의 모순된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 금강대 고수현 사회복지학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는 나라를 늙고 힘없게 만들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전략적인 정책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해서 빚어지고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경기회복과 고용안정,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는 등 잘못된 사회구조의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가족보건복지연구부장은 “저출산 현상은 여성의 가치관이 변하고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등의 인식변화에 원인이 있다.”면서 “여성의 시각과 입장에서 정책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직장 여성들에게 보육문제가 시급한 만큼 공공보육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노동시장에서도 기혼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제도 등이 정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혼여성 직장서 불이익 받지않는 정책 필요 열린우리당 저출산·고령화대책단장인 김명자 의원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출산기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다른나라 예에서 보듯 출산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정효성 법제이사는 “저출산이 이어지는 것은 여성들의 의식구조가 변했고 출산 이후 양육과 사교육 부담 때문”이라며 “출산이 장려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전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출산 현황 전문가들은 현재의 출산율 추이로 2100년이 되면 국내인구는 1620여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내수 축소로 인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 뿐더러 군사ㆍ외교적인 역량도 위상이 약화돼 국가위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국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애 낳는 평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 1993년 1.67명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1.47명,2002년 1.17명,2003년 1.19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2.69명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선진국 평균인 1.56명에도 밑돈다. 출산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일본도 1.32명으로, 우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합계출산율 1.19명… 선진국 평균 1.56명 밑돌아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2%에서 2010년이면 10.7%,2020년 15.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3명당 노인 2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사회가 되는 셈이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상대비율이 훨씬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급속한 출산율 저하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애를 많이 낳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는 양육부담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132만 1000원에 달한다. 이는 월평균 소득의 56.6%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남녀 25% “양육비때문에 애 안낳겠다” 두 명의 자녀를 뒀다면 양육비 비율이 60.7%, 세 명이면 69.7%, 네 명이면 72.6%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를 낳으려면 수입의 대부분을 쏟아부을 각오부터 해야 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혼 남녀 네 명 중 한 명은 자녀 양육비 부담을 이유로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저출산 요인으로는 독신자 증가, 이혼 급증,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가임기간이 연장된 점도 꼽힌다. ■ 외국에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1930년대부터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 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가장 먼저 저출산 대책을 수립,1919년부터 가족정책 위주의 출산 장려책을 시행, 최근 5년간 연평균 1.89명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가족수당’이 지급된다. 두 자녀 가정은 매달 108유로(약 14만원), 세 자녀 가정은 매달 248유로(33만원), 세 자녀 이상은 추가로 140유로(19만원)가 주어진다. 또 출산 보너스(800유로·107만원)와 ‘신생아 환영수당’으로 3세까지 매달 160유로(21만원)를 지원한다. ●영국 동거부부의 자녀에도 결혼부부 자녀와 동일한 지원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가 아이를 입양한 경우 출산 때와 동일하게 18주의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가정의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16세 이하 모든 자녀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편부모 가정의 경우, 추가수당도 지급된다. 특히 맞벌이는 세금감면 혜택을 통해 보육비의 70% 정도(자녀 1명당 70파운드·14만원)를 환급받게 해준다. ●독일 보육 서비스가 잘 돼 있다.1990년 ‘아동·청소년 보호법’을 공포하면서 유치원, 유아원, 방과 후 보육 시설 등을 오전ㆍ오후ㆍ종일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보육재정은 공ㆍ사립 모두 주정부와 지방자지단체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저소득층에는 전액 면제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명을 기록하자 ‘1.57쇼크’로 표현하면서 본격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임신 6개월 미만 임산부에게 9230엔(약 9만원),6개월 이상 임산부는 1만 3960엔(14만원)을 주고, 산모에게는 8580엔(8만 5000원)의 출산보조금을 지급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시신과 함께한 하루… 삶에 눈뜨다

    [안동환기자의 현장+]시신과 함께한 하루… 삶에 눈뜨다

    언제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장례식장은 소란스럽고 흥청거리게 마련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나 박철수 감독의 영화 ‘학생부군신위’에서도 죽은 자는 뒷전이다. 적당한 슬픔과 절제된 흥겨움이 앙상블을 이루는 우리네 장례식장. 인생 버스를 종점까지 내달린 망자(亡者)는 오히려 엑스트라에 불과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망자는 몸을 정갈히 하고 의관을 갖추는 염습(殮襲)실에 이르러 비로소 주인공이 된다. 이곳에서 죽은 자를 주인공으로 마지막 리허설을 준비하는 사람이 ‘장례지도사’다. 기자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일일 인턴사원으로 장례지도사의 일상을 체험했다. 지난 29일 오전 9시, 장례식장에 출근하자마자 장아름(26)씨의 지시가 떨어진다. 그녀는 1999년 국내에서 처음 생긴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과 1기 졸업생.4년의 경력을 쌓은 이 장례식장의 유일한 여성 장례지도사이다. 미혼인 그녀는 한달 평균 30∼40명, 그동안 멀고 먼 저승길을 가는 1500여명의 시신을 단장했다. “안치실 청소부터 하세요. 입관은 9시부터 1시간 간격이에요.” “저 염습실은 언제 들어가나요?”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들어가면 충분하겠죠?”“헉∼두 번씩이나….” 염습실은 안치실 옆에 있다. 시신을 22구까지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온도가 0∼1도로 자동 유지된다. 옆방에는 향나무며,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관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장씨를 따라 들어간 염습실은 7평 남짓한 크기다. 앞에는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별도의 공간이 있다. 유족들이 고인과 작별인사를 하는 곳이다. 그녀와 냉장고에서 암으로 숨진 50대 남자의 시신을 조심스레 꺼낸 뒤 염습실로 옮겼다. 유족이 오기 전 준비를 마쳐야 한다. 관을 가져다놓고 수의는 버선, 아랫도리, 윗도리의 순서대로 놓아둔다. 상주가 시신의 얼굴을 확인한다.“이제 시작합니다.” 장씨는 유족들에게 정중히 목례를 올린다. 기자도 따라서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시신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기자에게 “머리를 꽉 잡으라.”고 지시한다. 장씨는 솜으로 손가락부터 팔, 다리 순으로 닦았다. 출혈도 있었지만 경건해 보일 만큼 정성껏 닦아나갔다. 수분을 잃은 피부는 건조했다. 그녀는 시신의 입꼬리를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미소를 만들고 있어요. 고인이 웃는 것처럼 보여야 유족들도 마음이 편하거든요.” 여성 특유의 손길을 거치면서 고통의 흔적이 지워지고 자연스러운 표정이 만들어진다. 고인의 얼굴에 비로소 평안이 깃든다. 여기에 남성이라면 면도를 하고 얼굴에 밀크로션을 바른다. 여성은 화장을 한다. 아름씨의 화장법은 독특하다. 로션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바르는 과정은 똑같지만 마음이 다르다.“거울 앞에서 제가 화장하듯 해요.” 유족들은 “평생 화장 한번 안 하신 어머니를 가시는 길이나마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한다. 고인의 얼굴에는 살아온 인생이 나타난다고 한다. 장씨는 삶에 찌든 얼굴을 볼 때마다 “욕심부리고 살지 말자.”고 다짐을 한단다.“등을 잡으세요.” 수의를 입힐 때는 고인의 몸이 뒤척이지 않도록 조심한다. 무거운 시신을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21차례의 매듭을 짓고 시신을 관에 담는다.40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장례지도사는 스스로를 ‘3D 전문직’이라고 부른다. 장례식의 실질적인 지휘자로 24시간 근무하며 시신을 직접 다루지만 보수는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시신을 다루는 일은 위험하다. 병원에서 온 시신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결핵이나 에이즈로 사망한 시신은 병원에서 미리 통보한다. 에이즈로 숨진 시신도 6개월에 한번 꼴로 들어온다. 지도사의 손에 상처라도 있으면 2차 감염이 되는 탓에 온몸을 중무장한다. 시신을 닦은 솜 등 감염성 폐기물은 모두 전문업체가 처리한다. 지난해 4월 장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병원에서 내려온 시신에 수시(收屍)작업을 했다. 수시는 막 운명한 시신의 몸이 굳기 전에 손발을 주물러 곧게 펴주는 일이다. 부검을 한다는 통보를 받고 시신을 옮기자 의사와 간호사는 온 몸을 중무장하고 들어섰다. 알고 보니 시신의 주인공이 급성호흡기증후근(사스) 의심환자였던 것. 누군가의 실수로 미리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사스는 아니었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은 시신의 부패. 약물 투여가 많은 시신은 냉장고 안에서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살갗이 쉽게 벗겨지는데다 고약한 냄새로 염을 할 때면 온 몸은 땀으로 젖는다. 장례지도사는 특별한 시신이 아니더라도 염습을 할 때 마스크를 하고 얇은 수술용 고무장갑을 낀다. 기자 역시 고무장갑을 꼈고, 단단히 각오를 했음에도 염습이 끝난 뒤 소독약으로 6차례 이상 손을 씻는 등 극도로 민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인생의 종착역인 장례식장에도 각박한 세태는 그대로 투영된다. 장씨는 “돌아가신 분에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슨 한이 쌓였는지 모르지만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하고 “새 모이 준다.”고 말하는 상주를 본 적도 있다는 것이다. 눈치보며 곡소리를 내는 며느리는 인지상정이라지만 노인을 씻기지 않아 온 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시신도 많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녀도 다를 것이 없다. 장례식장을 찾은 유족들의 첫마디는 대부분이 “가장 싼 것을 달라.”이다. 수의나 관을 정하면서 물건조차 보지 않고 무조건 싼 것을 찾는다. 분수에 넘치는 허례허식은 경계해야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조차 인색하고 각박한 자녀들을 보면 장씨가 더 서운하다. 최근에는 삶에 지친 시신도 많다. 산 자에게 세상 짐을 떠맡긴 시신은 표정도 평화롭지 않다. 조용균(54) 관리실장은 “1주일에 한건 정도 자살한 시신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쪼들리다 세상을 버린 사람들의 장례식은 더욱 쓸쓸할 수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여성은 아직 생소한 존재이다. 장씨가 장례 상담에 나서면 상주들은 남자 직원을 찾기 일쑤다. 하지만 그녀의 섬세한 손길을 경험한 유족들은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자신의 ‘사후’를 일찌감치 부탁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죽음은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응시한다. 죽음이 보내는 소환장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모두에게 평등하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장례지도사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졌다. 날마다 죽음을 접하면서 삶의 소중함에도 눈을 뜬 것인가. 장례지도사는 죽음이 아닌 삶을 다루는 직업이었다. ■ 장례지도사란 장례지도사(Funeral Director)는 장의사를 대체하는 용어이다. 장례 상담에서 시신안치, 염습, 발인까지 장례식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장례지도사는 정규 대학과정에서 양성된다.1999년 서울보건대학이 장례지도과를 설치한 이후 대전보건대학과 창원전문대학에 학과가 개설됐다. 졸업생의 90%는 전공을 살려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여성도 해마다 10여명씩 배출돼 전국에서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기본적인 상·장례부터 보건법규, 방부처리, 사체화학, 훼손된 시신를 복구하는 회복기술학, 해부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2년 과정에서 올해부터 3년 과정으로 개편됐다.2003년 현재 전국 623개 장례식장에서는 해마다 24만여구의 시신이 처리된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장례지도사는 2400명 안팎이다. sunstory@seoul.co.kr
  • [그 영화 어때?]‘레이징 헬렌’…내가 엄마라니 아찔

    [그 영화 어때?]‘레이징 헬렌’…내가 엄마라니 아찔

    낮에는 촉망받는 모델 에이전트, 밤에는 사교계 여왕인 헬렌(케이트 허드슨). 전형적인 뉴요커인 그녀에게 인생은 그저 주어진 젊음의 특권을 누리기만 하면 되는,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언니부부를 대신해 하루아침에 조카 3명의 양육을 떠맡기 전까지는 말이다.‘미혼 여성의 엄마 체험기’쯤으로 요약되는 ‘레이징 헬렌’(Raising Hellen·27일 개봉)은 익숙한 소재,TV연속극 같은 자잘한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시선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지녔다. 멋 모르고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슈퍼우먼에 도전한 헬렌은 처참한 결과를 맛본다. 남자친구가 최고의 관심사인 사춘기 소녀 오드리, 아빠와의 추억 때문에 좋아하던 농구를 하지 않는 케니, 엄마가 가르쳐준 신발끈 묶는 법을 기억못해 우는 사라앞에서 헬렌은 어쩔 줄 모르고, 그러는 사이 일은 일대로 꼬인다.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조카들을 위해 일을 포기하는 과정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싫은 소리 못하는 친구 같은 이모’에서 ‘잔소리꾼 엄마’로 서서히 변해가는 헬렌의 성장을 지켜보는 감동은 남다르다.‘프리티 우먼’‘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게리 마셜 감독.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 신분등록안 ‘1人1籍 가족부’] 궁금증 문답풀이

    정부가 확정한 새 신분등록부인 1인1적 가족부가 도입되면 예상되는 변화를 문답으로 정리한다. Q. 미혼여성이 결혼하면? 미혼여성 A씨의 신분등록부에는 부모와 형제 자매가 표시돼 있다.A씨가 결혼하면 배우자란에 남편 B씨와 부모 성명, 주민등록번호가 덧붙여진다. 남편이 결혼한 경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자녀를 낳으면 가족란에 추가된다. 자녀나 형제 자매가 결혼해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는 그대로 남는다. 상속 등 법률관계를 확인하기가 훨씬 편리해진 것이다. 한편 민법개정안은 가족의 범위를 시동생·시누이, 처남·처제까지 넓히고 있지만, 신분기록부에선 반영하지 않았다. Q. 본부인이 아닌 여자가 낳은 아이는? 남편 C씨는 아내 D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C씨는 다른 여성인 E씨와 관계를 맺어 아들 F군을 낳았다.E씨는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F군을 자녀로 표시한다. 남편 C씨도 재판을 통해 친자관계를 확인받으면 F군을 신분등록부에 기록할 수 있다.F군의 신분등록부에는 아버지 C씨, 어머니 E씨로 기록된다.F군 등록부에 혼외자녀라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본부인 D씨 신분기록부에선 F군의 이름이 없다. 사실 D씨가 남편의 신분기록부를 떼보지 않으면 딴여자와 아이를 낳아 자녀로 등록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Q. 재혼 때 데려간 아이는? 민법 개정안은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경우 아이가 새 남편의 성(姓)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친권을 유지하면 새 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더라도 아이의 신분등록부에는 친 아버지 이름이 적힌다. 친아버지인데도 아이와 성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Q. 입양한 아이의 성(姓)은? 민법 개정안은 입양된 아이가 친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양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는 ‘친양자 제도’를 도입했다. 친양자로 올라가면 신분등록부에 양아버지와 양아들이 같은 성으로 올라가고 입양을 했다는 증거는 남지 않는다. 친양자가 아닌 경우 입양했다는 기록은 부모의 신분기록부에도, 자녀의 신분기록부에도 기재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순경으로 입문 “경찰과 결혼”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외유내강’의 지휘 소신으로 ‘글로벌 경찰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여성으로 첫 지방경찰청장이 된 김인옥(53) 제주청장은 순경으로 입문해 청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청장은 1972년 부산 동아대 1학년에 재학 중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경 공채 1기로 경찰에 투신했다. 아버지는 1950년대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을 지낸 김호연(79년 작고)씨로 처음에는 김 청장이 경찰에 투신하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김 청장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미혼인 김 청장은 업무에 있어서는 안팎에서 악바리로 소문이 날 정도다. 스스로 “경찰과 결혼했고 경찰과 생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경찰 내부에서 여성 및 생활안전 분야에 집중적인 경력을 쌓아 전문가적인 안목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청장은 특히 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서 ‘가출 소녀의 대모’로 평가받는다. 경찰 생활 중 18년을 여성·청소년 분야라는 ‘한우물’만 팠다. 김 청장은 순경 시절부터 서울역 인근의 성매매 종사 여성을 상담하면서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서울 방배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 경무관으로 승진한 김 청장은 서울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번 인사 전까지 국방대학원을 다녔다. 그는 퇴직 이후 양로원과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신임 청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맞물려 최적임자라는 조직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여경의 지방청장 배치가 그동안 경찰 인사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했던 여경의 제약을 혁신적으로 타파하고 여경 진출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청장은 21일 오후 임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어깨가 무겁다.”면서 “먼저 업무를 파악해 여성 최초 청장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관광도시인 제주의 위상에 걸맞은 경찰상을 확립할 것”이라면서 “아름다운 제주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청장으로 기억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후배 여경들에게는 “열과 성을 다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되 솔직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 누구든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암투병 장영희 교수 3월부터 강단 복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 힘을 다해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삶의 희망을 전하는 아름다운 글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53) 교수가 오는 3월 강단에 복귀한다. 장 교수는 대학원 수업인 ‘19세기 미국문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영문학 개론’과목을 맡을 예정이다. 미혼으로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 장 교수는 지난해 9월 중순 3년전 완치된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되는 바람에 강의를 접고 입원하게 된 사실을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공개했다.2개월 동안 입원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장 교수는 지난해 11월말 퇴원, 지금까지 집에서 통원하면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장 교수는 “항암치료를 막 시작한 단계라 조심스럽지만 통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여서 강의를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젊은 학생을 만나면 정신적으로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강단에 복귀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간지에 연재한 ‘영미시 산책’칼럼을 묶어 올 여름 책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1살 때부터 두 다리를 못쓰는 소아마비 1급 장애를 앓고 있다. 하지만 시련을 딛고 영문학자가 돼 선친인 고 장왕록 박사와 함께 펄벅의 ‘살아있는 갈대’를 번역,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30] 미혼 직장인 4人의 라이프 설계도

    [20&30] 미혼 직장인 4人의 라이프 설계도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들의 진취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활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젊은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 ‘20&30’을 새로 꾸밉니다. 기존의 ‘여성&남성’과 격주로 매주 수요일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합니다. 특히 2030세대의 많은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2030 직장인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재테크’다.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부터 4년차 직장인까지 고용의 불안정을 뛰어 넘어 결혼, 주택, 노후계획 등 이들의 인생 설계에서 재테크는 성공적인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2030 미혼 직장인 4명의 인생 설계도를 펼쳐본다. ●‘종자돈’을 향해 뛴다. 2030 직장인의 출발점은 ‘종자돈’ 마련이다. 현대자동차 수출기획팀 3년차 최승천(30)씨는 입사 석달 뒤 매달 50만원씩 들어가는 5년 만기의 근로자우대 적금을 들었다. 비과세 혜택에 6.5%의 금리를 적용받는 승천씨는 2007년 9월 3195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보증금 4000만원과 예금을 합치면 9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판매팀 3년차 김동교(29·여)씨는 월급의 3분의1인 70만원을 종합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기대 수익률은 9%. 동교씨는 투자금액을 늘려가 3년 뒤에는 5000만원의 종자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일 정사원이 된 한국리서치 연구원 배기훈(27)씨도 적립형 펀드에 월 2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기훈씨도 투자액을 늘려갈 생각이다. 삼정회계법인의 권나현(26·여)씨는 부모님 관리형. 공인회계사의 직무 규정상 주식 투자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부동산 투자로 종자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나현씨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은행에서 재테크 상품을 상담하고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금융기관에 익숙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테크의 기본은 내 집 마련 미혼인 이들은 돈을 불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 집 마련’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네 사람 모두 청약저축이나 예금을 활용하고 있다. 승천씨는 “결혼할 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면서 “올해 결혼을 계획하고 있어 서울 근교 아파트 시세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동교씨는 “집이 재테크에 유리하다는 말은 공감하지만 결혼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나현씨도 부동산을 가장 안정적인 자산유지의 대상으로 본다. 그는 “아는 분이 대출까지 받아 2억4000만원짜리 31평을 사는 것을 보고 무리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23평이 5000만원 뛸 때 31평은 1억원이 올랐다.”면서 “강남권의 경우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기훈씨는 “대학 4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주택청약저축을 들었는데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평생 이자를 내며 살더라도 전셋집 아닌 내 집에서 재테크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몸값 올리기, 나를 투자하라.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도 이들에겐 중요한 재테크이다. 특히,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곧바로 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동교씨는 올해 대학원에 진학, 현재의 업무 분야인 물류쪽을 공부할 계획이다. 또 중국어를 공부하고 헬스클럽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데도 투자할 생각이다. 나현씨는 회계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사이버대학원에 입학하려 한다. 한달에 책값만 20만원을 쓰고 있다. 기훈씨도 리서치 회사의 특성상 ‘실력이 돈’이라는 데 공감한다. 승천씨는 “직장인에게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투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재테크에는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는 필수,30대부터 노후설계 이들이 꼽은 성공적인 재테크의 필요 조건은 맞벌이. 승천씨는 “절대적 수입이 많은 맞벌이는 대부분 성공적인 재테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직장 선배들 대부분은 아내가 일을 하길 원한다.”고 요즘의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동교씨는 “자녀 때문에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직장에서의 성공과 가계 경제력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제대로 된 맞벌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뜻밖에 노후설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 형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바른 전략이라는 것이다. 승천씨는 “회사에서 자녀 4명까지 학자금을 지원해 주지만 그때까지 회사에 남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보험 하나 가입하지 않았던 회사 동료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이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종신보험 등 각종 보험으로 노후설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훈씨는 “품위있는 노후는 결국 부동산 투자와 연금보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동교씨는 월 20만원을 종신보험에 붓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도 국민연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하지 노후의 대안으로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면서 “종신보험과 채권 투자가 노후설계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동환 홍희경기자 sunstory@seoul.co.kr ■ 입사 5년만에 5억 모은 박범영씨 “절약은 기본, 소비도 전략적” 직장생활 6년째를 맞은 대기업 대리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10년 안에 10억 만들기’ 카페를 운영하는 박범영(33)씨는 2500원짜리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5in5’. 풀어서 말하면 5년 동안 5억 만들기에 성공한 그의 드레스 셔츠는 6600원, 양복 13만원, 시계 1만원, 선물받은 상품권으로 장만한 구두…. 어림잡아 몸에 걸친 것을 모두 합쳐도 20만원이 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투자하고 안테나를 세워두라” 박씨는 “절약은 기본”이라면서 “전략적으로 소비하며 돈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갑에서 꺼내 놓은 것은 석달에 21만원 하는 헬스 회원권. 직장이 있는 서울 삼성역 근처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싸다고 해도 한 달 헬스비로 입고 있는 드레스 셔츠는 10벌을 넘게 살 수 있다. 그는 “싼 옷을 입어도 멋있게 보이도록 몸을 만드는 데 돈을 쓴다.”면서 “시장에서 산 옷을 걸쳐도 자신있고 멋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씨가 강조하는 것은 이른바 ‘안테나 이론’. 그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고 널리 알리고 안테나를 세워두면 기회가 보인다.”고 조언했다. 재테크를 결심해도 정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안테나를 세우고 발품을 팔아 그는 2003년 주행거리 1000㎞에 불과한 뉴 EF 쏘나타를 900만원에 구입하는 횡재를 했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3단계 전략 박씨가 재테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됐다. 경제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자신만의 시간이나 취미, 가족까지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고 한다. 이왕 재테크 전선에 나서려면 철저하게 하겠다는 생각에 ‘10년 안에 10억 만들기 3단계 전략’을 세웠다. 1단계 3년은 무조건 아끼고 모아 종자돈을 만드는 기간이다.2단계 3년은 적극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재산을 증식시킨다. 나머지 3단계 기간에는 안정적인 투자로 위험 없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2001년까지 1단계를 마감하고 3억원가량의 종자돈을 모았다.1999년에 결혼한 부인 진은주(33)씨는 남편보다 더 짠돌이.2004년까지 총 자산 5억원가량을 모으며 2단계 전략까지 마무리지었다. 중간에 주식에서 1억원을 까먹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몸에 밴 절약정신이 그의 계획을 가능케 했다. 박씨는 “교사인 아내와 둘이 벌면 한달 수입이 700만원에 이르지만 두아이를 포함한 네식구 생활비는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10년 안에 10억 만들기’카페를 만든 것은 2001년 6월.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현재 회원은 33만명에 이른다. 미혼이 48%를 차지하는 이 카페 회원 가운데 5쌍이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박씨는 그 비결을 “경제관을 공유하면 인생관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박씨의 5년 뒤가 궁금해진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보육교사 ‘3중고’] “새싹 돌보기 너무 힘들어요”

    [보육교사 ‘3중고’] “새싹 돌보기 너무 힘들어요”

    국내 전체 보육시설의 84%에 이르는 사설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육교사들이 “우리도 인간”이라며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월 69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다 장시간 노동, 낮은 사회 인식도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이 같은 보육교사들의 신분 불안정이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영아(0∼만2세)와 유아기(만3∼만6세)에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교육의 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16일 ‘전국보육노조’ 출범을 계기로 보육교사들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10년차가 100만원 보육교사들의 급여에는 최저임금기준마저 없다. 지난해 보육교사로 야심찬 첫발을 내디딘 김모(25·여·광주시 서구 풍암동)교사가 손에 쥔 월급은 66만원. 김 교사는 “교통비 제하고 옷값 카드비 막고 나니 남는 게 없더라.”고 기막힌 듯 웃었다. 같은 보육교사지만 국·공립 유치원에서 일하는 친구는 95만원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전남 나주시의 한 어린이 집에서 11년째 근무중인 이모(37·여) 교사는 지난달 100만원을 수령했다.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 교사는 “내가 다니는 어린이 집은 시골에서는 규모가 커 4대 보험과 상여금이 나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집에서 밥 먹고 다닐 수 있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도심에 자리한 현대식 시설의 어린이 집 교사들의 급여 수준은 엇비슷하다. 전남도내 한 어린이 집의 수입구조를 살펴보자. 원생수가 107명이고 원비는 한 달에 12만원으로 총 수입은 1284만원이다. 이곳에는 교사 4명에 원장 부부, 영양사 등 종사자가 7명이다. 인건비로 500여만원, 중·간식비 200여만원, 난방비·차량(2대) 유지비 등 150만원 등 적게 잡아도 900여만원이 나간다. 원장과 교사인 부인의 월급을 뺀 액수다. 원장은 “5년 전에 건물(건평 120평)을 신축(5억여원)해 이사왔으나 아직도 빚을 갚고 있는 신세”라고 말했다. ●보육교사는 슈퍼우먼?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이 일을 선택했지만 교사로서의 자긍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낮은 임금에 업무강도가 높고 신분이 불안해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만 된다면 전직하겠다.”는 30대의 한 여교사는 “잡다한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괜히 죄없는 아이들한테 짜증을 낼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40대 여교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0시간이상.8시에 출근하면 곧바로 차량에 동승,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 1시간을 보낸다. 이후 취학대비 수업 2시간, 점심(12∼1시), 과학·미술 특별학습 2시간, 오후 4시 아이들 귀가 때 또 차량동승 1시간이다. 퇴근 전 1시간은 청소·교재준비·관찰일지 쓰기·학부모 상담전화받기 등으로 쓴다. 이 같은 일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토요일만 오후 1시에 퇴근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교사들은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한다. 노동법에 정해진 주당 44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교육지침에는 출·퇴근 시각은 오전 9시와 오후 6시이고 다만 출근 전과 퇴근 후 3시간에 대해서는 초과근무 수당을 주도록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받는 교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유치원 교사들은 미혼이 많지만 보육교사들은 대부분 기혼자들이다. 낮은 처우에 비해 보육교사들의 이직률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40대 여교사는 “원생수가 40명을 넘어서면 초·중등교육법상 보육교사 1명을 의무적으로 더 채용해야 하나 이는 법조항일 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채용부터 부당계약 현행 규정으로 보면 해당시설 원장은 교사 등 종사자를 채용할 때 급여산정에서 근무시간·수당·경력인정(호봉책정)·해임·감봉 등을 ‘형편에 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결혼이나 임신 후 퇴직한다▲퇴직금을 안 받는다는 등등의 불합리한 계약서를 입사때 쓸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후생복지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정기 및 비정기 상여금 둘 다 없는 곳이 태반이다.1999년부터 급여 체계가 봉급에서 보수로 바뀌면서 수당이 포함돼 상여금이 사라졌다. 퇴직금 적립마저 안 되는 곳도 적잖다. 연·월차 휴가도 눈치보기 일쑤다. 휴가 때 대체교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법적인 출산휴가(90일)도 잘쓰면 절반이다. 보육교사는 고졸 출신들이 이수교육을 받으면 2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또 2년제 전문대 관련학과 졸업자나 2급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1급이 주어진다. 그러나 보육시설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일해도 유치원 교사가 못 된다는 맹점이 있다. 유치원교사 1∼2급은 2년제나 4년제 유아교육과 졸업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은 승진 기회가 없다. 호봉 승급 이외에 급여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극히 낮다. 교사연수 기회도 적고 이마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2001년 한국보육교사회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집 교사는 고졸 51.2%, 대졸 51.8%이고 놀이방은 고졸 52.0%, 대졸 46.0%로 나타났다. 근무기간은 어린이 집이나 놀이방이 38.2개월, 국·공립 보육시설이 50개월로 조사됐다. ●대안은 무엇 민간시설 운영자들은 어린이 집이나 놀이방도 정부에서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관련 공무원들도 이에 동의한다. 걸림돌은 예산 확보에 있다. 그래서 지원에 앞서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시설을 정비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광주시의 한 담당 공무원은 “민간 보육시설이 난립하다 보니 인건비를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이 만만찮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주시는 보육시설 934개에 교사 인건비 등으로 200억원을, 전남도는 821개에 67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올부터 주무부처인 여성부에서 보육시설 ‘인증제’를 도입했다. 시설이나 교육과정의 프로그램이 기준에 미달하면 폐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에서 1200개를 인증한다. 그러나 평가기준이나 방법 등이 모호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원장들은 “새로 돈을 들여 보육시설을 짓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기존 보육시설을 정부나 자치단체가 인수하거나 보수해 주는 등 법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미혼여성이 결혼한후에도 친정부모·본적 계속 표시

    대법원이 마련한 1인1적제(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변화를 문답으로 정리한다. Q. 여성이 결혼하면? 미혼여성 A씨의 신분등록부에는 부모만 표시돼 있다.A씨가 결혼하면 배우자란에 남편 B씨 이름이 덧붙여진다. 자녀를 낳으면 가족란에 추가된다. 그러나 친정 부모의 이름은 변함없이 기록된다. 본적도 그대로다. 호적부에 X표시와 함께 ‘언제 누구와 결혼해 빼갔다.’는 기록은 없다. 시부모를 알려면 남편의 신분등록부를, 형제자매를 파악하려면 친정 부모의 신분등록부를 떼봐야 한다. Q. 부인이 아닌 여자가 낳은 아이는? 남편 C씨는 아내 D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C씨는 다른 여성인 E씨와 관계를 맺어 아들 F군을 낳았다.E씨는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F군을 자녀로 표시한다. 남편 C씨도 재판을 통해 친자관계를 확인받으면 F군을 신분등록부에 기록할 수 있다.C씨의 신분등록부에 F군이 혼외자녀라는 흔적은 없다. F군의 신분등록부에는 아버지 C씨, 어머니 E씨로 기록된다. 그러나 본부인 D씨 신분등록부에는 F군의 이름이 없다. Q. 재혼 때 데려간 아이는? 민법 개정안은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경우 아이가 새 남편의 성(姓)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친아버지가 친권을 포기하면 아이의 부모란엔 새 아버지와 친어머니가 적힌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친권을 유지하면 새 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더라도 아이의 신분등록부에는 친아버지 이름이 남는다. 친아버지인데도 아이와 성이 달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Q. 입양한 아이의 성(姓)은? 입양된 아이가 양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는 ‘친양자 제도’를 도입했다. 친양자로 올라가면 신분등록부에 양아버지와 양아들이 같은 성으로 올라가고 입양을 했다는 증거는 남지 않는다. Q. 신분등록부 제출을 요구받으면? 기업, 학교, 공공기관에서 신분등록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필요한 내용만 적힌 ‘목적별 증명서’를 내면 된다. 가족사항증명서, 출생·사망증명서, 혼인·이혼·재혼 증명서, 입양·파양 증명서 등을 따로 발급받을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호주제 대체 새 신분등록 “1人1籍制 도입”

    호주제 대체 새 신분등록 “1人1籍制 도입”

    국회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호주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호적부를 대신할 새 신분등록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은 2년여 동안 호적제도 개선소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국민 개개인이 다른 신분등록부를 갖는 ‘1인 1적(一人一籍)’(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민법 개정안을 제출한 법무부는 이날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 가족부제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선위원회에는 행정자치부·여성부 등 관련 부처와 대법원, 변호사, 법무사, 법대교수 등이 참여한다. ●개개인이 다른 신분등록제 가져 새 신분등록제는 크게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부제로 나뉜다. 대법원이 마련한 개인별 신분등록부에는 본인과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기본 가족사항과 혼인·이혼·입양 등 본인의 신분변동 사항이 적혀 있다. 형제 자매나 배우자, 자녀의 신분변동 기록은 없다. 개인의 신분변동이 모두 나타난 증명서는 본인과 국가기관만이 뗄 수 있다. 가족이라 해도 본인의 허가가 없으면 발급이 불가능해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호된다. 가공의 입양자 고일남(32)씨 가족을 예로 들어 보자. 고씨는 2002년 2월 아내 오여인(33)과 재혼했다. 자녀는 오숙, 오성, 오한림양이다. 친부모는 고장부씨와 이장녀씨다. 고일남씨의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모든 가족관계가 적혀 있다. 또 고일남씨가 2000년 1월 박여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김이남·정미자씨에게 입양이 됐다가 입양이 취소됐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아내 오여인씨나 자녀 오숙, 오성, 오한림양이 자신의 신분등록 증명서를 통해 고일남씨의 신분변동 내역을 알 방법은 없다. 오여인씨의 신분등록등본에는 배우자 고일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만 나올 뿐 입양·이혼 등의 기록은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현행 호적제는 모든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을 한꺼번에 공시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호주제 폐지란 입법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라고 지지한다. 반면 신분등록 단위가 개인으로 바뀌면서 가족의 해체가 심화되고 다른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워 상속 등 가족간 법률관계를 확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족 단위로 신분등록 가족부제는 현행 호적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큰아들이라 해도 결혼하면 집안에서 나와 따로 가족부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또 기준인이 남성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가족부는 기준인, 배우자, 미혼자녀가 기본단위다. 부부 합의에 따라 한 배우자를 기준인으로 정하면 가족관계 및 신분변동 사항이 가족부에 기록된다. 고일남씨 가족은 남편 고씨를 기준인으로 정했다. 배우자 오여인과 자녀들이 가족으로 표시된다.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에는 혼인·이혼·입양 등 고씨 기록이 적힌다. 고씨의 기록은 아내 오여인이나 자녀들이 가족부 증명서를 뗄 때도 고스란히 남는다. 가족단위로 신분이 등록되기 때문에 혼외 자녀에 대한 차별은 현행 호적부와 마찬가지다. 기준인의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고, 결혼하지 않은 생부, 생모의 이름이 가족부에 기재되지 못한다. 가족부제는 국민 정서에 맞고 가족간 신분관계를 파악하기 쉽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는다. 법무부는 호주제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가족부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고, 다양한 결손가족을 포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새 제도 2007년쯤 도입 국회는 대법원과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2월에 호주제 폐지를 포함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회는 호주제 폐지후 새 신분등록제도를 시행할 때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행 호적정보를 옮기는 데 2년6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망한다. 개인별 신분등록제든, 가족부제든 오는 2007년엔 새 신분등록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 호적부는 ‘제적부’로 전환, 대법원이 보관한다. ●가족관계 증명할 신분제도 필요 호적부가 사라지면 어떤 사람이 누구와 함께 어디에서 사는지를 나타내 주는 주민등록만 남아 가족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진다. 유럽 등은 출생부, 혼인부, 사망부 외에도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가족수첩을 만들고 있다. 일본도 가족 단위 가족부제를 통해 친족관계를 증명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성직자, 법률가와 더불어 의료인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이들은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타인이 이 분야에 간섭하기 어려워 이들이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갖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도 이들에게는 더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국내 첫 법조인 출신 의대교수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48) 교수. 그는 보건학 박사로 의대에 몸담고 있지만 또한 올곧은 변호사로 명망을 얻은 법률가이기도 하다.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줄곧 변호사로 활동해 오다 2000년 이 대학 외래교수로 발을 디딘 게 ‘빌미’가 돼 법조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의대 교수가 된 그다. 그런가 하면 신년 벽두, 이 대학 의대 예비졸업생들은 ‘존경’과 ‘신뢰’의 의미가 담긴 ‘올해의 교수상(像)’ 수상자 2명 중 한 명으로 이론없이 그를 지명했다. 그를 만나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법의식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먼저, 우리 의료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료 발전과 국민건강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들의 윤리의식을 평가해 달라. -비교적 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과잉진료나 진료비 과다청구 같은 물의가 없지 않았고, 이게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의도성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들도 더욱 엄정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며, 결코 영리나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 그런 욕심과 유혹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물신적 행태가 지나친 ‘양심없는 의료인’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의료 불신을 낳기도 하는데…. -어느 집단이건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류가 있다. 그러나 의료인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욕심이 지나친 면이 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법조인이지만 법조인을 대하는 국민의 불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변호사 수임계약 때의 사례약정을 두고도 ‘별로 일 안하고 돈 많이 받는 불평등계약’이라고 하지 않나. 거기에 비하면 의료인은 나은 편이다. 그러나 불신의 요소가 적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는 생명·신체와 관련이 있고 이는 바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때 13%만이 조정위 중재 동의 이 박사는 법조계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이런 고언도 내놨다.“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가 응급 상황일 때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재판과 연결돼 진단서나 감정서, 사실조회를 할 때면 미묘하게 입장이 바뀌기도 하고, 또 윤리성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봐왔습니다. 이성으로 말해야 하는 의사가 이성 대신 본능에 이끌리는 경우일 겁니다. 최근 의료분쟁과 관련된 판결을 보면 법원이 의사들의 감정을 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료인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환경분쟁의 경우 조정위의 중재안에 이해당사자 80%가 동의하는 반면 의료분쟁은 고작 13%가 동의할 뿐입니다. 이게 무엇을 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점이 국민들이 걱정하는 ‘의료인들의 집단이기주의’이기도 할 텐데, 이런 관점에서 의료인들이 가진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인들은 가끔 자신들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관행이 사회적으로 일반성을 가졌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보라매병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의료계의 관행은 더러 생명과 관련한 한계상황을 가정하기도 해 그걸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 아닌가. 이 문제는 결국 윤리적·법적 소양의 문제로, 의대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것이다. 윤리성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료인들이 가져야 하는 법적 소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법은 정신이고 흐름이다. 법적 문제와 관련, 간혹 의료인들이 법조문만을 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법의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크게 봐 의료인들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개선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만 해대면 결국 불법, 불합리가 되풀이될 뿐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 중에도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주변의 조언에 귀를 닫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울타리가 높고 폐쇄적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만 봐도 그렇다. 특정 의료인의 과실에 대해 의사단체 등에서 직접 이를 검증, 판정하곤 하는데, 이게 사회적 공감을 못얻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집단적인 이해가 작용했다는 불신 때문이다. ●예비졸업생들이 뽑은 ‘올해의 교수’에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특히 ‘현실’과 ‘이상’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의료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가. -10대 청소년이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경우가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결국 범법 여부를 떠나 의사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니겠는가. 수술을 하면 생명을 유린하고 법을 어기게 되는 반면, 놔두면 미혼모와 양육되지 못할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결국 상황윤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의료분쟁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여긴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법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일반적 소송원리 즉, 환자에 대한 설명과실이나 입증책임 부분에서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판결에 결정적인 증거의 대부분을 의사들이 독점적으로 가져 일반인들이 이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컨대 법원이 의사단체에 특정 의료행위나 그 과정에 대해 감정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때도 많은 경우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답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집단이해 작용” 의료과실 불신 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옳겠는가. -의료분쟁의 옳은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사회적 정당성과 윤리의식을 갖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교단에서 느끼는 젊은 의대생들의 윤리의식과 소양은 어떤가. -세태가 그래선지 안타깝게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식 습득이나 사는 일에는 관심이 많은데, 의료인이 갖춰야 할 소명의식이나 봉사, 희생같은 개념에는 관심이 적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선양이 절실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 박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의료인들의 문제만 들춘 것 같다.”며 “우리 주변의 대다수 의료인들이 보여준 숭고한 자기 희생과 의학발전을 위한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이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의사들은 아직도 소위 ‘잘 나가는 부류’이고, 그들은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의 중량도 무겁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의료인들에게 요구하는 윤리의식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모든 의료인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이경환 박사 ▲서울대법대▲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7기 수료(변호사)▲연세대보건대학원(박사)▲독립기념관 고문변호사▲단국대 부속병원(천안) 고문변호사▲천안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대한변협 환경위원회 위원▲대한의협 중앙윤리위 교육분과 위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어느 시대에나 나라와 집단을 움직이는 인맥은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는 권력 중심의 인맥이 조명을 받았지만, 요즘은 자본을 토대로 형성된 인맥집단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주요 그룹 인사에서 창업자의 2,3세들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속속 승진하면서 재계의 ‘가계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사실 재계의 인맥과 가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계급간 갈등이 악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듯이 90년대 이후 재벌가문의 인맥도는 정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주요 그룹들이 창업에서부터 2세,3세로 내려오면서 어떻게 가업을 승계해 왔고, 총수와 더불어 대그룹을 일군 주역들이 누구인지를 주 1회씩 연중 기획으로 조명해 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인 메디치가, 근세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알려진 합스부르크왕가, 미국의 케네디·부시가 등 서양에는 그 사회가 인정해 주는 명문가가 있다. 한국에도 수백년 내력의 명문가문이 존재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존재가 미약하다. 대신 일제치하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자본을 축적한 ‘재계 명문가’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금력의 위력이 커질수록 재계 명문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재계 명문가를 일군 창업주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도 아니고 고등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대를 내려오면서 후손들은 명실상부한 상류층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국의 몇 안되는 ‘상류층 클럽’의 최정점에 재벌 2,3세들이 서 있고 또 그 정상에는 삼성가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군 ‘삼성가’는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 가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38년 29세때 자본금 3만원과 은행자금 20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만주에 청과물과 건어물을 수출하고 제분업을 병행하면서 1년 만에 두배의 이익을 거뒀고 이를 토대로 연산 7000석 규모의 ‘조선양조장’을 매입하며 삼성의 기틀을 세웠다. 현재 삼성은 자산규모 92조원으로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을 꾸준히 늘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나면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라는 경이로운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직접 수출만 52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2542억달러)의 2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었다가 현재 94조원에 달한다.2위인 LG그룹(36조원)과 비교해 보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또 CJ, 신세계, 한솔, 새한그룹과 연결돼 있고 중앙일보그룹, 보광그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세계 5조 2000억원(21위),CJ 4조 9000억원(23위), 한솔 3조 4000억원(36위), 중앙일보·보광 1조원 등을 더하면 ‘범 삼성가’의 자산은 106조 5000억원에 달한다. ●다양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혼맥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혼맥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대로 내려오면서 특별한 집안을 ‘간택’하지 않았다. 이미 재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가로서는 더 이상 혼맥을 통해 뭔가를 기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은 91년 11월 신세계와 전주제지(한솔),93년 6월 제일제당(CJ),95년 7월 제일합섬(새한),99년 중앙일보 등을 독립시키며 세포분열을 거듭했다. 새한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영역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8명(3남 5녀)이나 되는 자녀를 분가시켰지만 명성만큼 화려한 혼맥은 아니었다. 이맹희씨가 그의 회고록에서도 밝혔듯이 이 회장은 혼사를 통해 권력층과 줄을 잇는 체질이 아니었다. 다만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고 홍진기씨 집안과 사돈(이건희 회장)을 맺은 것이나 둘째딸 숙희씨를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씨에게 시집보낸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비운의 장손가, 화려한 부활 장남 이맹희씨는 어릴 적부터 약조가 돼 있던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한때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장남의 역할을 다했지만 일찌감치 그룹 경영에서 발을 빼야 했다. 맹희씨의 존재는 항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묻어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회고록에서 “고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고 발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맹희씨는 현재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당대에 이루지 못한 맹희씨의 꿈은 지난 2002년 장남인 이재현씨가 CJ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 그는 이후 93년 잠깐 현재 이재용 상무 자리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일제당과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비록 CJ그룹이 삼성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 차이가 나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그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도 2000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서울 장충동에서 이 회장과 함께 살았다.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이 회장이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미국에 머물던 이 회장의 누나인 미경씨를 CJ엔터테인먼트,CJ CGV,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CJ는 이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새한의 도전과 좌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인 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한 차남 창희씨는 91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비사건(사카린 불법유통사건)으로 한때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67년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전주제지) 이사로,68년에는 삼성물산 이사로 일했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다. 창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와세다대 동문이다. 창희씨 사후 새한은 부인 이영자씨를 회장으로 97년 새 CI를 선포하며 독립그룹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곧바로 경영위기를 겪고 만다.2000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는데 채권단에 따라 ㈜새한 계열과 새한미디어 계열로 나눠졌다. 새한미디어는 현재 론스타로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한은 99년 일본 도레이사와 3대7 합작을 통해 도레이새한을 출범시켰다. 2000년 지분을 채권단에 양도한 이영자 전 회장과 아들인 이재관 전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하고 말았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장남 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가의 딸인 희정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재관씨는 ㈜동방 주식 1만 6000여주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선희씨, 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가로 시집갔다. ●글로벌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2대 회장이 된 것은 유교적 전통과 장자승계가 원칙인 한국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70년대에 이미 ‘3남 후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는 주위의 권고와 본인 희망대로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월도 못가 맡겼던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창희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복잡한 대조직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희망해 희망대로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와세다대 1학년때 중앙매스콤을 맡아보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는데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룹 경영에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기업경영이 하도 고생스러워 중앙일보만 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대신 3남인 충녕대군(세종)을 택한 태종의 결단과 닮은 꼴이다. 87년 11월19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12일 만인 12월1일 삼성의 2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7년 만에 삼성의 차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매출 13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14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어났다.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00배나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절상된 올해도 삼성은 매출 140조원, 세전이익 14조 6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장의 ‘신경영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이 회장의 ‘17년 경영’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도체 투자 같은 천문학적인 액수는 보통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한때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도 CEO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투자시기를 놓쳤다. 반면 삼성은 이 회장이 전략을 제시하고 투자를 결정해 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이 생긴다. 계열사 사장들은 회장의 비전 제시를 책임감 있게 충실히 이행하고 구조본은 이 과정에서 정보분석 등 보좌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의 힘은 이같은 ‘3각 경영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우리 회장’을 진심으로 따르고 승복하니까 이같은 영향력이 나오는 것이다.” 이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만남은 부친들끼리 미리 약조가 돼 있는 상태에서 66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처음 이뤄진 뒤 7개월 뒤인 67년 5월 결혼으로 이어졌다. 홍 여사는 당시로는 큰 키(165㎝)에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재원으로 이후 한국 재계의 ‘퍼스트레이디’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미대(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여사는 79년 막내 윤형씨를 낳고 난 뒤인 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67년 삼성으로 시집온 뒤 이건희 회장의 후계구도가 확정된 71년부터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안방마님’이었지만 서열상으로 엄연히 형님(맹희·창희씨 부인)들이 있고 위로 시누이가 넷(인희·숙희·덕희·순희씨)이나 있어 편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홍 여사는 85년부터 98년까지 친정아버지(고 홍진기씨)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 상무로 재직했다.95년 호암미술관장으로 취임한 홍 여사는 96년에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까지 맡았지만 98년 이사장직을 남편인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지난해 4월 현대미술관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 옆에 국내 최고 수준의 미술관인 ‘리움(Leeum)’을 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해외활동도 활발해 93년부터 CIMAM(국제근현대미술박물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박물관 국제이사회 회원, 영국 테이트갤러리 국제이사회 회원이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96년 프랑스 문학예술훈장인 ‘코망되르’를 받았고 2003년에는 제57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딸들의 맹활약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5명의 딸 가운데 덕희(숙명여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화여대 출신이다. 장녀인 이인희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가로 시집갔다. 남편인 조운해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이사장 및 병원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맏사위 자격으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 인희씨는 91년 삼성에서 분리,92년 한솔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 출발했다. 한때 계열사가 16개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8개 계열사로 줄었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 경영은 3남인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차녀인 숙희씨는 LG가로 시집을 갔다. 남편인 구자학씨는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처가에서도 활발한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본가로 돌아간 뒤 금성사 사장,LG반도체·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다 지난 2000년 외식산업인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지금도 LG가에서 구자학 회장은 ‘구씨답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인물’로 회자된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국내 처음으로 내놓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은 ‘LG가’보다는 ‘삼성가’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숙희씨의 아들 본성씨도 한때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다. 딸인 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다. 3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4녀 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까지 지내다 은퇴했다. 그는 지금도 삼성전자 주식 8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이며 동서인 조운해씨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 주식도 갖고 있다. 삼성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 회장의 시아버지는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로 남편인 재은씨가 차남이다. 남편인 정재은씨는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 삼성항공·삼성종합화학 부회장, 삼성전기 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맹활약하다 분가와 함께 삼성을 떠났고 현재 신세계 고문직을 갖고 있다. 신세계가의 후계자인 정용진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최고의 사돈감,‘소박한’ 결혼 이건희 회장은 홍 여사와의 사이에서 재용(삼성전자 상무), 부진(호텔신라 상무보), 서현(제일모직 부장), 윤형(학생)씨를 낳았다. 이재용 상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차분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인 이 상무는 최근 소니와의 7세대 LCD(액정표시장치)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S-LCD는 삼성과 소니가 ‘명운’을 걸고 시작한 사업. 차기 CEO로 꼽히는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사로 내세운 소니는 삼성측에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특별히 부탁했다. 이 상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도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등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이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당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연세대(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이 화제를 모았었다. 임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세령씨의 서문여고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시절부터 말수 없이 조용한 데다 미모를 갖춰 일찌감치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혔다고 한다. 지난해 초 호텔신라 상무보로 승진한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국 유학중이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은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지난해 초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윤형씨의 배필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인 윤형씨는 지난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당시 윤형씨는 재벌가의 딸답지 않는 소탈하고 귀여운 글을 많이 남겨 ‘삼성가’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줬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다음’의 윤형씨 팬카페(이뿌니 윤형이네) 회원수가 1만 2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씨가와 홍씨가 LG가 구씨-허씨의 ‘합작품’이라면 삼성은 이씨와 홍씨가 함께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홍진기 회장의 장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최근 각을 세워왔던 노무현 정부의 주미대사로 내정됨에 따라 현 정권과 중앙일보, 삼성가로 이어지는 관계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고 홍 회장의 인연은 4·19 직후 홍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이 회장이 면회를 가면서 시작됐다. 전 국무총리 신현확씨의 소개로 이뤄졌는데 신현확씨도 이후 삼성물산 회장까지 지내며 삼성과 돈독한 인연을 유지했다.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부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한 회의도 신현확씨가 주재했다. 홍 회장은 65년 라디오서울(동양방송 전신) 개국 4개월 뒤 경영을 맡았는데 80년 신군부에 동양방송을 ‘강탈’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중앙일보를 일궈냈다. 홍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직접 경영한 것은 중앙일보(66∼67년,68∼86년)밖에 없지만 그가 삼성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의 언론사업에는 비화가 있다.‘호암자전’과 ‘삼성 60년사’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60년대 초 정계 투신을 결심했었다. 기업가의 사회적 공헌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부정축재자’,‘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한비의 국가 헌납 등)에 환멸을 느낀 이 회장이 직접 정치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고심 끝에 정치보다는 언론사업을 택했다. 이른바 ‘정권은 유한하지만 언론은 무한하다.’는 세간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셈이다. 홍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타계 직전인 86년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이 회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은 내 일생을 통해 제일 많은 시간을 접촉한 평생의 동지요, 삼성을 이끌어 온 같은 임원이요, 사업의 반려자였고, 가정적으로는 나의 사돈이었다.”며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관·언·재의 홍씨 4형제 홍씨 가문은 네 아들을 뒀는데 하나같이 훤칠한 용모에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로 30대(39세)에 세계은행(IBRD)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정부쪽 일도 수행했다. 홍 회장은 삼성코닝 상무·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뛰다 99년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를 계기로 중앙일보 회장에 취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올라 국제사회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홍 회장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고 신직수씨다. 사시 18회인 둘째 홍석조 인천지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장(현 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홍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홍 지검장의 부인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동생 양기식씨의 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86년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삼성코닝 이사로 입사했다.9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 상무로 이동, 기획홍보팀장을 거쳐 2002년 부사장(경영기획팀장)으로 승진했다.‘로열 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 선친때부터 살아 온 서울 성북동 집을 지키고 있다.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 오너 경영을 본격화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 의전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홍 회장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95년 외무부 기획조사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홍 회장은 보광 상무이사로 경영활동에 뛰어들었다. 제8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대한스키협회 부회장, 한국광고업협회 부회장, 서울대 기성회 회장 등 외부활동도 활발하다. 보광그룹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의점인 보광훼미리마트,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부품업체인 휘닉스PDE, 반도체 관련 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 반도체패키지 제조업체인 STS반도체통신 등 전자 계열사들은 사돈기업인 삼성전자, 삼성SDI 등과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된 휘닉스PDE는 홍 회장이 13.89%,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라영씨가 나란히 10.89%를 보유해 눈길을 끈다. 홍씨가의 주력은 중앙일보 그룹이지만 실제 ‘자금줄’은 보광그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보광이 주요그룹으로 성장한다면 정·관계, 언론계를 주름잡은 이 가문이 재계에서도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막내인 홍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둘째아들인 철수씨와 결혼했다. 노 전 총리의 장남 경수씨는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의 큰딸 숙영씨, 차녀 혜경씨는 ㈜풍산 류진 회장과 결혼했다. 이대 불문과, 미국 뉴욕대 예술경영학 석사 출신인 라영씨는 95년 삼성문화재단 기획실로 입사, 현재 삼성미술관 부관장직과 한국박물관협의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ukelvin@seoul.co.kr ■ 이병철 회장의 경영어록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가리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2∼3년이 지나면 물어보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 것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혼자 삼성 전체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과거 오랫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1983년 6월 반도체회의) ●“인재제일, 인간본위는 내가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이다. 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1982년 10월 기고문) ●“사람을 관찰해 보면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며 제 권위만 찾아 남만 부리는 사람, 둘째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 셋째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1982년 9월 사장단 오찬회의)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만 내다보고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1977년 6월 삼성조선 건설현장) ●“미국에서는 사람의 후천적 교육에 치중하고 소질은 별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선천적 소질 내지는 능력에 60%를 두고 교육에 40%를 둔다.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은 따로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1976년 6월 ‘재계회고’) ●“일이 잘돼 나갈 때 오히려 다가올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기업가도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어본 기업가가 좌절을 모르고 자라난 기업가보다 훨씬 더 강인한 기업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1975년 9월 ‘최고 경영자와의 대화’) ■ 이건희회장의 경영담론 ●“그동안은 세계의 일류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면서 성장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어느 기업도 우리에게 기술을 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 개발은 물론 경영 시스템 하나하나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자신과의 외로운 경쟁을 해야 한다.”(2005년 1월3일 신년사)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2004년 12월 반도체 30년 기념식) ●“4∼5위에서 2∼3위로 가는 것하고 2∼3위에서 1위로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2003년 11월 휴대전화사업 격려 자리에서)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오찬간담회) ●“선친이 장사하는 것을 보며 세살 때부터 주판을 갖고 놀았다. 정치보다 장사를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키워졌다. 난 양복과 잠옷만 있고 중간 옷이 없다. 잠옷 입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잠옷을 입고 정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94년 10월 마이클 헤슬타인 영국 상공부 장관과 만찬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93년 6월 신경영 선포)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뒷골목 맛세상]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뒷골목 맛세상] 안산 ‘국경 없는 마을’

    지하철 4호선 안산역을 빠져나와 지하도를 건너면 원곡동이 시작된다. 이 원곡동이 몇해 전부터 ‘국경 없는 마을’이 되었다. 안산역을 뒤로 한 채 ‘원곡본동사무소’라는 팻말을 따라 광장약국 골목에 들어서면,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일괄적으로 지은 2,3층짜리 다세대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비슷한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데, 여기가 바로 ‘국경 없는 마을’이다. ●97개국서 모여들어 주로 3D업종 종사 ‘국경 없는 마을’은 과연 이름에 어울리게 이색적인 간판들이 골목 여기저기에서 쉽게 눈에 띈다. 코스모·타즈마할 등의 파키스탄식품점, 누산트라·마타하리인도네시아·모나스 등의 인도네시아식당, 랑카푸드라는 스리랑카식품상점, 몽골라이프라는 몽골식당, 파라다이스라는 파키스탄식당, 네팔식당, 베트남쌀국수 외에도, 왕중왕관점(王中王串店)·산동제일가(山東第一家)·연길랭면 등의 중국식당과 미처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중국식품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지역의 반월공단이며 시흥공단, 그리고 가까운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이룬 마을이다. 그러고 보면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노동자 거주지역인 셈이다.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소위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시나브로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하여 2004년 8월 현재 42만 여명에 이르고, 이중에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만 5만 명에 가깝다. 안산시의 총인구가 65만여 명이니 거의 8%를 차지한다. 저마다 출신별 나라도 다양하여 가장 많은 중국동포를 위시하여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러시아, 몽골, 인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모두 97개의 나라에서 골고루 들어와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왜 이렇듯 안산지역에 집중된 것일까. 부끄럽지만 대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안산의 반월·시화공단은 소위 3D로 불리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업종인 피혁, 도금, 조립, 자동차부품, 섬유, 신발, 가구공장 등이 다른 곳보다 비교적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3D업종을 내국인 대신에 외국인노동자들이 기꺼이 떠맡은 것이다. 원곡본동사무소 어름에 있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찾아보면, 환영의 말이 인상적이다.‘잘 오셨습니다. 종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빚어 센터를 건축하고 의자를 마련하여 주님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우리도 병을 앓았습니다. 우리도 가난을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무서운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가지고 있고, 모든 것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없는 이 엄청난 자유인의 비밀은 우리가 살아계신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국경 없는 마을’에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말고도 여러 종교단체며 인권운동단체에서 ‘코시안의 집’‘외국인노동자컴퓨터교실’‘안산노동인권센터’‘안산여성노동자회’ 등을 설립하여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고 있다. 코시안은 코리안과 아시안의 합성어인데,‘코시안의 집’은 외국인노동자와 내국인과의 결혼을 통해서 만들어진 코시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가족의 여러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하고 있다. 모르기는 해도 연말연시에 몰려온 한파 속에서, 이 땅에서 가장 춥고 허기진 이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노동자들일 터이다. 그중에서도 소위 불법체류자로 몰려 더 이상 일할 곳도, 그렇다고 돌아갈 곳도 잃어버린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일 터이다. 작년 연말에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오히려 더 늘어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물경 2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총 외국인노동자의 절반에 가깝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불법체류자 단속 이를테면 ‘국경 없는 마을’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수가 불법으로 몰린 셈이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의 날씨도 날씨지만, 날씨보다 더 추운 것은 국경 없는 마을의 골목마다 꽁꽁 숨어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라도 나타나지 않나 하고 바깥을 살피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떨리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뜻이야 좋다지만, 이들의 춥고 허기진 시선을 외면한 채 과연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성공할 수가 있을까.‘코리안드림’을 위하여 1000만원 가까운 엄청난 빚을 내어 이 땅에 들어왔다가 미처 빚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기한을 넘기거나 역시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사업장을 옮기면서 불법체류로 몰려 끝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고용허가제 때문에 더 이상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추위와 허기 속에 팽개쳐진다면, 그래도 이들을 위한 법이라고 강변할 수가 있을까.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되고 난 후, 외국인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식당이며 상점들이 절반 넘어 문을 닫고 말았다. 어렵사리 문을 열고 있는 식당이며 상점들도 숫제 손님을 구경할 수가 없다. 어쩌다 낯선 이가 나타나면, 주인 되는 이들마저 아연 긴장을 하여 날카롭게 눈빛을 세운다. 골목골목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아직까지도 흘리고 있는 ‘피와 땀과 눈물’이 외국인노동자센터의 과거형 수사와는 달리 어디에서든 현재형으로 선연한 자국을 남기고 있다. ‘…우리도 병을 앓았습니다. 우리도 가난을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무서운 죄를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환영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면하는 법이 있는 한 ‘우리의 무서운 죄’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닐 터이다. ●전문점의 30~40% 비용이면 거뜬 흔히 여행의 참다운 목적은 자신이 머무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을 돌아보면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제까지 머무르던 곳의 소중함을 새롭게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한다. 만일 그대가 새해 벽두부터 문득 자신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거나 자신이 지닌 어느 하나마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안산으로 떠나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다면 불과 한 시간 안에 그대는 ‘국경 없는 마을’이라는 낯선 곳에 다다를 것이다. 낯선 이들이 만든 낯선 골목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렇게 낯선 이들이 추위와 허기로 빚어낸 ‘피와 땀과 눈물’을 만나면서, 그대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머무르던 곳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그대는 그런 자기 확인의 과정에서 아무런 낯선 식당에라도 들어가, 겉모습이야 허름해 보이는 이국적인 식당들이 추위와 허기에 지친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 되는지도 함께 확인하자. ‘파라다이스’(031-491-3145)는 파키스탄인 압둘 살람이 주인이자 주방장인 식당인데, 그는 1999년에 내국인인 손효정씨와 결혼을 하여 딸까지 둔 소위 코시안 가족이다. 그 역시 외국인노동자로 들어와 10년 가까이 알루미늄 공장이며 새시 제작, 페인트공, 설비공 등을 거쳐 마침내 내국인과 결혼하여 식당을 차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파라다이스는 파키스탄의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을 사방의 벽에 빙 둘러가며 장식하여, 비단 파키스탄 출신뿐만이 아니라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그야말로 국경 없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자국인 위해 정통의 맛 철저히 고수 파라다이스는 메뉴 또한 다양하여 무튼카레라는 양고기요리에서부터 치킨카레라는 닭요리, 갈라카레라는 소심장요리, 케밥, 야채요리인 베지터블, 커스터드며 랏시 같은 우유음료며 티라는 전통차에 이르기까지 20종에 이른다. 이중에서 양갈비에 특유의 향신료며 카레를 넣어 볶아낸 무튼카레는 7000원이면 둘이서 충분히 먹을 만큼 양이 풍부하다. 이 무튼카레에 소위 탄도리라는 화로에서 즉석에 구워내는 밀빵인 로티를 곁들여 먹는데, 로티는 한 장에 1000원이다. 만일 서울의 인도나 파키스탄 요리 전문점에서 같은 양의 무튼카레를 맛보려면 적어도 서너 배는 족히 넘는 비용이 들 것이 틀림없다. 이밖에도 닭고기볶음인 치킨카레(6000원)를 위시하여 케밥(6000원)이며 베지터블(3000원) 등도 우리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게 부드러운데,6000원짜리 메뉴는 모두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요리를 먹고 나서 커스터드(2000원)’ 랏시(2000원) 같은 우유음료며 티(1000원)를 후식으로 즐기다 보면 그대의 짧지만 의미 깊은 여행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 터이다. ‘베트남쌀국수’(031-492-0865)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출신인 네티 하이투가 주인인데, 그녀 역시 한국인과 결혼하여 딸만 둘을 둔 코시안이다. 그녀는 1994년에 한국에 들어와 안산의 염색공장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공장에 근무하던 최을식씨와 1998년에 결혼을 하였다. 베트남쌀국수는 요즘 들어 전국의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요리가 되었지만, 그러나 다른 곳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맛이 얼마쯤 달라진데 비해, 이 곳은 손님들의 90% 이상이 베트남인들인 만큼 철저하게 정통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 원래 ‘포’라고 불리는 베트남쌀국수(4000원)는 소고기뼈로 국물을 고아내고 역시 베트남 특유의 향초와 갖은 양념을 넣어서 간을 맞춘 다음에 소고기와 쌀국수에 부어내는데, 특이한 것은 녹두나물을 데치지 않고 날로 넣어서 함께 먹는다는 점이다. 쌀국수의 고소한 맛에 녹두나물의 싱그러운 맛이 겹쳐지고, 소고기 국물의 진한 맛이 특유의 향초와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반다넴(6000원)이라는 베트남식의 만두도 있다. 돼지고기와 목이버섯, 당면, 양파, 당근, 달걀 등으로 만두속을 만들어 쌀죽을 써서 종잇장처럼 얇게 말린 만두피로 감싼 다음에 기름에 튀겨낸 원통형 모양새다. 반다넴은 양이 넉넉하여 둘이 먹어도 충분하다. 이밖에도 특이한 메뉴로는 쭈비론이라는 삶은 오리알이 있는데, 여느 오리알과는 달리 약간 부화시켜 껍질 안에 있는 흰자와 노른자가 저마다 세포분열을 거쳐 어느 정도 형체를 갖추려는 찰나에 이른 것이다. 식물로 표현하자면 씨앗들이 어느 정도 발아한 새싹과 비슷한데, 요즘 유행하는 새싹비빔밥이나 새싹쌈 등을 연상하면 된다. 부화된 오리알이라는 선입감만 극복하면, 뜻밖에도 입안에 찰싹 감쳐드는 별미를 맛볼 수 있을 터이다. ■ 쌀밥+육류요리 만물상 ‘뉴산타’는 인도네시아 식당 겸 카페인데, 뜻밖에도 송영민이라는 미혼의 한국 여인이 주인이고, 주방장이 부하리라는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그의 여동생은 같은 건물에 있는 아바시 커버레이션이라는 무슬림 식품 수입회사의 사장인 파키스탄인과 결혼을 한 코시안 가족이기도 하다. 송씨는 식당에 대한 정성이 남달라서 여느 식당과는 달리 넓은 홀에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이루고, 한편에는 노래방 기기까지 마련하여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방장인 부하리는 반월공단에 있는 리모컨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요리를 배워 마침내 요리사가 된 부지런한 젊은이다. 인도네시아식 일색인 메뉴로는 나시오또아얌, 나시소토아얌, 나시렌당다킹, 나시그라이캄빙, 나시하티, 나시 글라이캄빙, 나시핏겔, 나시고랭, 박스믹 등이 있다. 요리 이름 중에서 앞에 붙은 나시란 쌀밥을 뜻하는데, 이 쌀밥에 곁들이는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 육류에 따라 뒤에 붙은 이름이 달라진다. 이들은 모두 4500원으로 값이 같다. 이중에서 나시고랭은 대파며 고추, 양파, 생강, 양배추 등의 야채에다가 인도네시아식 향초를 넣어 볶다가 미리 튀겨낸 닭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 다시 볶은 다음에 소스와 달걀, 쌀밥을 넣어 마지막으로 볶아내는 식이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인들은 물론 필리핀이며 태국인들도 즐겨 찾고 있다. 이밖에 나시소토아얌은 닭고기에 당면, 카레, 월계수잎 등을 넣고 국물을 넣어 걸죽하게 끓여낸 것으로 밥과 함께 먹는데, 이때 새우냄새가 나는 뻥튀기 비슷한 크로푹에다가 양배추며 오이를 곁들인다, 나시오토아얌은 나시소토아얌의 재료를 국물이 없이 카레로 만들어서 밥과 함께 먹는 식이다.
  • [여성&남성] 한·일 2030 결혼관

    [여성&남성] 한·일 2030 결혼관

    지난해 말 일본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의 57%는 한국에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은 일본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욘사마’로 대표되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에서는 일본의 생활문화가 거의 실시간으로 유행을 타고 있을 만큼 두 나라의 정서적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것이 두 나라 사회의 가치관. 한국은 결혼과 출산이 갈수록 줄고 있고, 일본은 이미 ‘독신 사회’ 혹은 ‘소자(少子) 사회’로 불릴 만큼 진전되어 있다. 두 나라 젊은이의 결혼관은 어떻게 닮았고, 어떻게 다를까.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일본의 결혼정보회사 오네트와 공동으로 두 나라의 수도권에 사는 24∼33세 미혼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결혼관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는 한국에서 504명, 일본에서 529명이 참여했다. ●4명중 3명 “결혼하고 싶다” 두 나라의 미혼남녀 4명 가운데 3명은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적당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한국 젊은이의 49.6%, 일본 젊은이의 40.3%를 차지해 똑같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위는 두 나라가 확연히 달랐다. 한국은 42.3%가 ‘결혼자금 부족’을 꼽은 반면 일본은 36.7%가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대답한 것. 한국은 심각한 경제불황 속의 청년실업을, 일본은 비혼 풍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혼자가 늘어나는 이유’(복수응답)는 두 나라 모두 ‘여성의 결혼관 변화’와 ‘여성의 경제적 자립증가’를 들었다. 두 나라 모두 여성의 사회적 위상변화를 주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하지만 ‘여성의 변화’ 다음으로 한국은 ‘불경기’, 일본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독신자의 증가 때문’이라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29∼33세 여성들이 독신을 유지하는 이유로 ‘자유로운 생활’을 든 것은 여성의 급격한 결혼관 변화를 실감케 한다. 특히 자유로운 생활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 45.5%에 그친 반면 한국에서 60.6%로 훨씬 많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불황 탓에 결혼을 미루는 것은 공통 경제불황은 두 나라 젊은이들의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한국은 경제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은 장기불황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84.9%와 일본의 68.8%는 ‘경제불안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5명중 1명꼴로 ‘불경기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불황은 결혼조건도 변하게 만들었다. 남성은 자신의 조건을, 여자는 상대의 조건을 더 따지게 됐다.‘불경기 이후 어떤 결혼조건을 더 고려하게 됐는지’를 놓고 이전보다 중요해진 3가지 항목을 꼽은 결과 남성은 한국의 71.5%, 일본의 46.6%가 ‘자신의 경제력’을 꼽았다. 또 한국의 68.7%, 일본의 41.0%는 ‘자신의 생활설계능력’이라고, 한국의 61.4%, 일본의 38.6%는 ‘자신의 직종·직업’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 여성은 81.9%가 ‘상대의 경제력’,75.8%가 ‘상대의 생활설계능력’,68.5%가 ‘상대의 직종·직업’이라고 답한 반면 일본 여성은 58.1%가 ‘상대의 생활설계능력’,57.4%가 ‘상대의 경제력’,51.6%가 ‘자신의 생활설계능력’을 꼽았다. 남녀 모두 한국은 여성의 능력보다는 남성의 경제력이 결혼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여성은 전문직, 일본 여성은 회사원 선호 결혼상대로 한국 여성은 87.9%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원했다. 하지만 일본 여성은 92.6%가 기술직 회사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한국 여성은 일본 여성보다 우선적으로 소득이 많은 남자를 결혼상대로 고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 남성의 90.7%가 ‘공무원·교사’를 선호한 것도 경제적인 안정을 원한다는 점에서 여성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본 남성의 85.3%는 ‘사무직 회사원’을 원한다고 했다. 학력도 한국이 더 까다로웠다. 학력과 소득이 비례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남성의 84.6%와 여성의 96.0%가 ‘4년제 대졸자’를 희망했다. 하지만 일본 남성은 ‘고교졸업자이면 괜찮다.’는 의견이 78.9%에 이르러 학력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성도 일본은 4년제 대졸자를 원하는 응답은 79.5%로 한국여성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일본 남성 79% “배우자감 고졸도 괜찮다” 두 나라 모두 결혼조건으로 성격과 애정을 1,2위로 꼽았지만 그 다음 조건은 조금 차이를 보였다. 한국 남성은 건강, 이해, 협력, 부모·친구와의 관계 등을 꼽아 ‘이해심 있는 아내’를 원했지만, 한국 여성은 건강, 장래성, 일의 능력이라고 ‘능력있는 남편’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남성은 이해, 협력, 가사·육아에 대한 능력 등을 중시하지만 여성의 학력, 수입, 직업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일본 여성은 건강, 이해, 협력, 능력 등을 주요조건으로 뽑았다. ‘결혼·이혼 경력’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82%가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반면, 일본은 48.3%만이 그렇다고 답해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55세 처녀동장 미아6·7동 김영진씨

    55세 처녀동장 미아6·7동 김영진씨

    “그 집에 쌀을 보내주시면 될 거예요. 손자 녀석은 장난감을 갖고 싶다던데….” “도배교실은 지금 모집중입니다.”“이번에 상탄 거요? 감사합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죠.” 인터뷰 내내 서울시 강북구 미아6·7동 김영진(55·여) 동장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동네에서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통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일에 매달리다 보니 아직 미혼인 김 동장의 달력은 빼곡한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3·1절에 전국 아파트 가구마다 태극기 휘날렸으면… 현재 김 동장이 힘쏟는 일은 ‘태극기 공동구매 운동’. 지난 10월초 동네 주민인 이경두(52)씨가 자비로 산 태극기를 이웃 40여가구에 나눠준 일이 계기가 됐다. 한글날 당일 이씨네 아파트 동은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펄럭였다. 이를 눈여겨본 김 동장은 강북구 소식지는 물론 지역 인터넷 사이트에 태극기를 공동구매하자는 의견을 올렸다. 김 동장을 통하면 태극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3000원)에 살 수 있다. “내년 3·1절 동네아파트(삼각산아이원) 1300여가구 베란다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 동네를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집에 태극기를 내걸게 하고 싶지만, 일단 이 걸로 시작하는 거죠.” ●서울 주민자치센터중 도배교실 유일 운영 김 동장은 지난 73년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보호센터, 여성정책과, 북부여성센터, 여성정책보좌관실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미아6·7동 동장을 맡았다. 서울시 주민자치센터에서 유일하게 도배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경력과 무관치 않다. “동장으로 와보니 일부 지역은 달동네라 주부들이 생계를 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른 자치센터처럼 취미교실 운영만으로는 안되겠더라고요. 이들에게 당장의 돈벌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랑의 도배교실’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강사를 구하는 일이었다. 한달 48시간 강의에 15만원의 강의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침 북부여성센터 근무시절 잘 알고 지내던 김경숙(49) 강사가 김 동장의 뜻에 공감해 선뜻 나서줬다. “강사님께 얇은 봉투를 건네는 것이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죠. 그래도 도배교실을 수료한 뒤 밥벌이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죠. 보조로 나서면 5만원, 숙련된 도배사는 12만원은 버니까요.”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도배교실은 그동안 40여명을 도배사로 키워냈고 최근 치러진 도배기능사시험에서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낯선 봉사단 내편 만든 수완 + 억척 이밖에 하루 두번씩 동네 순찰을 꼬박꼬박 도는 것도 중요한 일과. “겨울이라 하수구가 터지지 않았는지, 쓰레기가 길을 가로막고 있진 않는지 항상 살펴야 해요. 문제가 있으면 구청 핫라인을 통해 얼른 조치를 취해야 하니까요. 또 오래된 집들이 많아 늘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지난 9월에는 순찰을 돌면서 ‘사랑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김 동장은 ‘한화종합화학 봉사단’이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차 한잔 대접하겠다.’며 동사무소로 데려왔던 것. 이후 봉사단 300여명이 매달 1만원씩 지원, 미아6·7동 독거노인세대에 쌀, 라면, 이불 등을 전달하고 있다. “내년에는 도배뿐 아니라 미용기술도 자치센터과목에 포함시킬까 해요. 참, 도배교실은 널리 알려주셨으면 해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경제적으로 불우한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어요.”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누는 삶은 아름답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까.2004년 한해 동안 서울신문의 ‘나눔 세상’에는 모두 22편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가운데 5편의 사연을 골라, 추위를 물리칠 만큼 훈훈한 후일담을 들어본다. ●수형자들에게 ‘편지 쓰는 사람들’ 경기 성남시 성남우체국 사서함 45호에는 오늘도 편지가 한아름 담겨 있다. 사서함의 주인은 구금시설에 수용된 사람들과 편지로 마음을 나누는 ‘편지 쓰는 사람들’이다. 모임의 사연이 알려지자 자원봉사자들의 각오도 달라졌다. 수형자들에게 편지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회원들은 여전히 교도소 담장 밖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고 있었다. 강지원(35·여) 회장은 “한달에 300통가량 오던 편지가 연말이 되자 두 배로 늘어났다.”면서 “평소에 편지를 쓰지 않던 재소자들도 연하장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가끔은 직접 만들어 보내는 재소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도소 안에서 동양화를 배워 난초를 연하장에 그려넣기도 한다. 가끔은 연하장 앞뒤로 빼곡하게 사연을 적어 보낸 재소자들도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200여명의 회원으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www.letterpeoples.com)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구속 10대’ 후견인 40대 주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사랑이 부족했을 뿐 본디 마음이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친구들과 ‘논현 팸’이란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오토바이로 지나가던 사람의 가방을 날치기하다 경찰에 붙잡힌 고모(16)군의 후견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던 나혜영(46·가명·주부)씨. 그는 고군을 수사했던 강남경찰서 김창수(43)경사와 함께 지난달 30일 6개월 동안의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나온 고군 옆에 여전히 서 있었다. 고군은 나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3년 전 어머니가 가출하고 이듬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고군에게 나씨의 살가운 관심이 생경했던 것. 하지만 나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날 때마다 구치소를 오가며 속옷과 영치금을 넣어주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군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 소년원으로 면회를 간 나씨는 잊지못할 선물을 받았다. 고군이 정성들여 쓴 편지와 타월 실을 풀어서 직접 십자모양으로 짠 휴대전화 줄을 나씨 손에 꼭 쥐어준 것. 고군은 편지에 “좋은 모습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나는 아픈 사람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니 꼭 의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나씨는 지금도 그 편지를 안주머니에 품고 다닌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군은 다음 달부터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임직원들에게 병원 넘긴 박순용 회장 “직원들이 전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잘해 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남 여수 성심종합병원 박순용(63) 명예회장은 지난해 송년회에서 “병원을 임직원들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그는 1월에 들어서면서 평가액 400억원대의 병원을 260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돌려줬고, 공증까지 마쳤다. 이제 모든 결정은 병원장과 진료부장 등 임직원 5명으로 된 서구의료재단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박종만(55) 상임이사는 “지금 직원들은 활기에 넘친다.”면서 “이사회에서 판단이 안서는 부분만 명예회장의 조언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제 병원 대신 일본에 자주 간다. 주위사람들은 “병원 일은 관심이 없고 관광·레저사업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수시 봉계동에 짓는 골프장이 그것이다. 성심종합병원은 올해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여수시에 5000만원을 냈다. 또 저소득층 100명에게 무료진료 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다. 두 가지 일을 해마다 거르지 않는다. 이 병원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다는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불친절할 때는 회장님에게 혼난다.”며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부장판·검사 출신 국선전담변호사들 “구치소로, 법정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행복합니다. 힘 닿는 한 5년이고,10년이고 계속할 겁니다.” 지난 9월부터 서울중앙·인천·수원·대구·광주 등 전국 6개 법원에서는 국선전담 변호인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선변론이 너무 형식적이란 지적에 따라 법원이 국선 사건만 맡는 변호사를 선정한 것이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 등 중진급 변호사들이 다투어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일하는 부장판사 출신 심훈종(66·고등고시 10회), 부장검사 출신 윤종근(52·사법고시 17회) 변호사는 27일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다.”고 입을 모았다. 한달에 20∼25건을 처리하다 보니 늘 종종걸음이란다. 일주일에 하루는 구치소로 달려가 피고인을 면담하고, 법률사무소로 찾아오는 피고인 가족과 상담하며,3∼4일씩 법정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이들은 “돈이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순간보다 풍요롭다는 얘기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수임료를 내고 선임한 변호인이 국선보다 훨씬 성의있을 것이란 편견이라고 윤 변호사는 털어놨다. 구치소에서 만나고 기록도 다 검토해 법정에 나섰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며 선임을 취소할 때는 힘이 쑥 빠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행착오를 모두 극복하고, 다른 나라처럼 국선변호인 사건이 70∼80%가 될 때까지,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죽마고우에 간 이식한 박상응씨 “이식수술 해보니 별것 아니던걸요. 회복되어 가는 친구를 보며 새로운 삶을 여는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지난 6월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죽마고우에게 간을 떼어준 박상응(40)씨.지난 9월 복직한 그는 전처럼 철도청 청량리기관차승무사무소에서 부기관사로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박씨는 “수술한 다음날 중환자실에서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하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이제는 나보다 간 수치가 더 좋다.”면서 “수술한 뒤 피로가 조금 늦게 풀리고 술을 예전처럼 먹지 못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지만 친구를 살렸으니 후회 같은 것은 없다.”면서 “거부반응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친구가 하루빨리 완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에서 함께 어린시절을 보낸 뒤 오늘날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 박씨의 간을 이식받은 권오상(40)씨는 지난 7월 퇴원한 뒤 경기도 포천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내년 초 복직을 생각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수술 직후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그는 “친구가 간까지 떼어주면서 고통을 함께했는데 그것을 저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고 털어놓았다. 권씨는 당초 간을 이식하라는 박씨의 제의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박씨가 “나 혼자 60∼70까지 살면 뭐하겠냐.”면서 “친구 없이 사는 것 원치 않으니 10년씩 살더라도 똑같이 살자.”고 간곡히 설득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뜻을 받아들였다. 권씨의 형제 4남매는 모두 조직이 달라 이식이 불가능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박씨는 조직이 일치했다. 담당 의사가 “형제도 이렇게 일치하기는 힘든데 기적 같다.”고 했을 정도다. 권씨는 “수술하고 처음 걸었을 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면서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면서 겸손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미혼인 박씨는 새해에는 단거리 운행이 많은 지하철 분당선으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새해에는 나도, 친구도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도 하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연기자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다. 하지만 또다시 누군가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을 푹 숙인 채 여론 재판과 법의 처벌을 받고, 평생을 ‘마약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배우 김부선(42)은 지난 10월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지난 7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김씨가 구속 기소될 때만 해도 대부분은 “또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씨에게, 근거는 몰라도 법적·관례적으로 ‘대마초=마약’이라는 인식을 가져왔던 국민의 다수는 ‘반성하고 조용히 지내라.’는 묵시적 합의를 보냈다. 사실 미혼모로 밑바닥을 전전했던 김씨의 삶은 비주류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듯, 세상 물정 모르던 배우는 오랜 마이너리티의 삶 속에서 저항하는 정신을 배웠고, 더이상 참지 않았다. 물론 사회의 벽은 높았다. “과잉 처벌 금지의 원칙과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신청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대마초 합법화 주장’으로 비약시켰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지지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건 이달 초.‘대마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이 기자회견을 연 뒤, 연일 지상에서는 ‘마약이다. 아니다.’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수원지검은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김씨는 요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위헌신청 지지 서명을 받느라 바쁘다.“평생을 범죄자 취급받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국민의 인권 문제”라면서 “기각되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는 김씨. 그의 행동은, 소수의 목소리를 공론화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사회의 큰 벽 하나를 넘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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