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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배웠으니 이자 더 내라” 7만여명 가산금리

    은행권의 학력차별 대출금리가 도마에 올랐다. ‘가방끈이 짧은’ 대출자는 석·박사 학위자보다 신용평가를 불리하게 받고, 더 많은 대출이자를 물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학력과 돈 갚을 능력이 비례한다고 보는 비상식적인 상술에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엉터리 관리감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심사를 하면서 결혼여부도 체크, 미혼자에게는 기혼자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08~2011년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가운데 1만 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렸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원이다. 신한은행이 이 기간 취급한 15만 1648명의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7만 3796명(48.7%)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원 더 냈다. 신한은행은 처음 신용거래를 튼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 학력을 신용평점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의 신용평점은 13점으로 석·박사 학위자(54점)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준다. 즉 학력이 낮으면 소득, 직업 등 다른 점수를 충족해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왔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학력은 직업이나 급여 등에 이미 영향을 줘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서진원 신한은행장에게 학력을 제외한 신용평가 모델을 다시 만들도록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급히 신용평가 모델을 고쳐 지난 5월부터 학력을 빼고 대출 심사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학력을 포함한 신용평가 모델은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만 반영해 왔다.”면서 “6개월 이후에는 은행 거래 실적이 쌓이기 때문에 학력을 대출금리 산정 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결혼 여부를 체크하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신용평가 모델은 2008년 4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제출한 신용평가 모델에서 부도확률이 적정한지만 따질 뿐, 학력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평가회사들이 단기연체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모은 것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개인신평사로 집중되는 연체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금리를 정한다. 신평사들은 원리금이 5영업일만 늦게 들어와도 연체로 잡는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 달 안에 돈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 정보를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카드대금 41만 5000원을 불과 일주일 늦게 갚은 A씨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2% 포인트나 올라 이자를 160만원 더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 이자 더 받아라” 파문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 이자 더 받아라” 파문

    은행권의 학력차별 대출금리가 도마에 올랐다. ‘가방끈이 짧은’ 대출자는 석·박사 학위자보다 신용평가를 불리하게 받고, 더 많은 대출이자를 물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의혹에 이어, 학력을 돈 갚을 능력과 비례한다고 보는 비상식적인 상술에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엉터리 관리감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심사를 하면서 결혼여부도 체크, 미혼자에게는 기혼자보다 많은 금리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08~2011년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가운데 1만 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렸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원이다. 신한은행이 이 기간 취급한 15만 1648명의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7만 3796명(48.7%)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원 더 냈다. 신한은행은 처음 신용거래를 튼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 학력을 신용평점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의 신용평점은 13점으로 석·박사 학위자(54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준다. 즉 학력이 낮으면 소득, 직업 등 다른 점수가 충족해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아왔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학력은 직업이나 급여 등에 이미 영향을 줘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서진원 신한은행장에게 학력을 제외한 신용평가 모델을 다시 만들도록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급히 신용평가 모델을 고쳐 지난 5월부터 학력을 빼고 대출 심사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학력을 포함한 신용평가 모델은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만 반영해왔다.”면서 “6개월 이후에는 은행 거래 실적이 쌓이기 때문에 학력을 대출금리 산정 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결혼 여부를 체크하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신용평가 모델은 2008년 4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제출한 신용평가 모델에서 부도확률이 적정한지만 따질 뿐, 학력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평가회사들이 단기연체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모은 것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개인신평사로 집중되는 연체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금리를 정한다. 신평사들은 원리금이 5영업일만 늦게 들어와도 연체로 잡는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 달 안에 돈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 정보를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카드대금 41만 5000원을 불과 일주일 늦게 갚은 A씨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2%포인트나 올라 이자를 160만원 더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세 부모/최광숙 논설위원

    “누가 뭐래도 내 아버지는 이모부 손재규씨다.” 배우 출신 손지창씨의 친부는 전 MBC 아나운서 임택근씨다. 하지만 손씨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주위에서 네 성을 찾으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나는 손씨가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생물학적인 아버지보다 미혼모의 아들인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줬던 이모부가 진짜 아버지라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법적으로 미혼이다. 하지만 첫번째 동거녀인 루아얄과의 사이에 네 자녀를 뒀다. 지금은 세 아이를 둔 두번째 동거녀 트리르바일레와 동거 중이다. 그들은 정식 결혼도, 사실혼 관계도 아닌 ‘시민연대협약’에 의한 파트너 관계다. 사회복지와 세금, 자녀 교육 등에서는 결혼과 같은 혜택과 보호를 받지만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신고만으로 쉽게 갈라설 수 있다. 과거 가족은 ‘한 가구에서 주거를 같이하는 혈연집단’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개념도 혈연공동체에서, 이제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동거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케인 부부는 아내가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딸과 함께 산다. 그는 법원에 이 딸들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세번째 부모로 등록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승소했다. 케인은 자신이 세상을 먼저 떠나도 딸들이 다른 아버지를 통해 건강보험과 교육 등의 혜택을 받기를 기대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혼, 동성결혼, 혼외출산 등이 증가하면서 3명 이상의 부모를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는 현재 법적으로 한 아이의 부모 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부모의 수를 2명으로 제한하는 법을 폐지한다는 법안을 지난 5월 통과시켰고, 8월 하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워싱턴 DC와 델라웨어주는 최근 세번째 부모를 ‘실질적 부모’ 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실질적 부모’로 등록하면 아이에 대해 부모와 똑같은 권리와 책임을 갖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최소 6개주가 세번째 부모의 권한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를 전통적인 가족·부모 역할의 해체나 위기로만 볼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가족과 부모의 개념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표결은 의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 15년간 5000회 연속 본회의 표결

    “표결은 의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 15년간 5000회 연속 본회의 표결

    수전 콜린스(59·공화·메인)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해 어느 날 워싱턴DC의 로널드레이건공항 게이트에서 막 비행기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때 의회에서 긴급 표결이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콜린스는 탑승을 포기하고 의회로 직행했다. 숨을 헐떡이며 본회의장에 들어섰을 때 의장이 “혹시 아직 표결을 안 하신 분 있나요?”라고 물으며 표결을 종료하려 하고 있었다. 콜린스는 그날 마지막으로 표결에 참가한 의원이 됐다. ●“놀라운 인내와 직업윤리가 이뤄낸 업적” 콜린스는 12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에서 5000회 연속 표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97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첫 여성 국무장관 후보였던 매들린 올브라이트에 대한 인준 투표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표결을 빼먹지 않은 것이다. 동료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 표결을 마친 뒤 콜린스에게 박수와 함께 찬사를 보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은 “콜린스의 기록은 놀라운 인내와 직업 윤리가 이뤄 낸 업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도 “상대 당이긴 하지만, 그녀의 업무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에 콜린스 의원은 “메인주를 대표해 상원에서 봉사하게 된 것은 커다란 영광”이라면서 “표결은 의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말했다. 콜린스의 연속 표결 기록은 미 의회 역사상 세 번째로 긴 것이다. 윌리엄 프락스마이어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1966년부터 1988년까지 22년간 1만 252회 연속 표결을 한 기록을 갖고 있다.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도 1993년부터 지금까지 6446회 연속 표결을 행사했다. 여성 의원으로는 콜린스가 최장 표결 기록 보유자다. 콜린스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처음 의원이 됐을 때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면서 “2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한 번도 표결에 빠진 적이 없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기록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록을 세운 데는 건강과 행운 덕도 있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남모를 노력과 희생… 결혼식도 휴회기간에 실제 콜린스의 대기록 이면에는 남모를 노력과 개인적 희생이 숨어 있다. 그녀는 2007년 상임위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본회의 표결에 늦지 않으려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다 발목을 삔 적이 있다. 2008년 총선 때 메인주의 한 시장이 그녀에게 지지 선언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 본회의 표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다. 다른 의원들은 주말에 지역구에 갔다가 월요일 아침에 워싱턴으로 복귀하지만 콜린스는 일요일 오후에 돌아온다. 혹시 월요일에 항공편이 결항돼 표결에 참석지 못하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미혼인 콜린스는 오랜 남자 친구인 토머스 데프론(73)과의 결혼 날짜를 다음 달로 잡았다. 그 이유 역시 그때가 의회 휴회 기간이라 표결 불참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65세 이상 미혼인구 급증 2035년 10만명 넘을 듯

    65세가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인구가 2035년 1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결혼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를 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 중 미혼자는 2010년 1만 6746명에서 2035년 10만 1243명으로 25년 새 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혼 노인 중 남성은 같은 기간 6259명에서 3만 7623명으로, 여성은 1만 487명에서 6만 3620명으로 각각 늘어난다. 미혼 독거여성이 독거남성보다 약 1.7배 많아지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0세 이상 미혼 인구는 1985년 4만 3647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88만 5000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향후 미혼 독거노인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혼 독거노인도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1인 가구주 중 이혼 인구는 2010년 5만 6291명에서 2035년 32만 5136명으로 4.8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35년 65세 이상 1인 가구주(342만 9621명)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47만 874명, 사별은 253만 2368명, 이혼은 32만 5136명으로 추산된다. 미혼 독거노인 급증은 노인복지가 취약한 상황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혼 독거노인은 경제적인 면은 물론 정서적 측면에서도 불안정해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베네딕도 벗들 캠프’ 새달 10일 개최

    ‘베네딕도 벗들 캠프’ 새달 10일 개최

    천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원장 이형우 아빠스)이 ‘수도생활 체험학교’ 운영 10주년을 맞아 특별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26∼29일 만 32세 미만 미혼 남녀 대상의 ‘제34차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여는 데 이어 8월 10∼12일 역대 참가자 및 가족을 초청해 ‘베네딕도의 벗들 캠프’ 행사를 갖는다. 왜관수도원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국내 가톨릭교회 수도회 중 처음으로 2002년 마련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수도원 체험행사. 침묵과 기도, 엄격한 규율과 봉쇄쯤으로 인식됐던 수도자의 삶을 일반인이 직접 경험하는 색다른 기회를 처음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기본적인 생활과 왜관수도원 소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특징. 학교에 참가하는 이들은 수도자들과 함께 매일 다섯 번씩 성당에서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침·저녁 명상 시간 말고도 오전·저녁에 수도생활과 관련된 특별 강의도 듣는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 그대로 작업장에서 노동체험을 하고, 조별 공동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거룩한 독서)에도 참여한다. 매년 여름과 겨울 한 차례씩 열린 이 체험학교는 천주교에서 특히 젊은 신앙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행사로 평가받는다. 지난 10년간 체험학교를 다녀간 참가자만도 2600여명에 달한다고 왜관수도회 측은 집계했다.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고등학생 이상 만 32세 이하의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하며 매회 선착순 50명에 한해 신청받는다. 체험학교에 참가했던 일반인을 중심으로 매월 한 차례 1박 2일간 열어온 ‘베네딕도의 벗들 기도모임’은 영적 체험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연결행사. 다음 달 ‘베네딕도의 벗들 캠프’는 지난 10년간의 학교와 기도모임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자리. 왜관수도원 박진형(비오) 수사 신부는 “젊은 신앙인들의 성소 회복과 영적 체험 차원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번 행사는 종전과 조금 다르게 화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프 형식의 기념행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연극 ‘러버’(The lover), 19세도 아닌 20세 관람가다. 거리에 붙은 홍보 포스터에는 나체의 섹시한 여성을 한 남성이 백허그하고 있다. 에로 여배우를 활용한 포스터로 대단히 유혹적이다. 그래서 포스터만 봤을 땐,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인가 싶기도 하다. ‘러버’는 권태기에 빠진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출근하며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애인 오늘 집에 몇 시에 들리지?”라고. 이에 아내는 “3시, 3시에 오기로 했어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비정상적인 이런 대화는 관계 회복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 그 자체다. 권태기에서 벗어나고자 서로 불륜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질투하며 둘 사이의 관계에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사이코 심리극인가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극을 5분가량 남기고 비로소 이러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왜 계속 오갔는지,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이들 부부의 불륜은 우리가 아는 불륜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남녀 배우가 나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70분 러닝타임 중 1분가량 되지만, 포스터와 달리 야하지 않다. 남녀가 아닌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한 무게감을 더한다.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이야기란 점에서 관객의 결혼 여부는 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부부, 권태기,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혼자보다 기혼자들, 특히 40~50대에서 공감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의 대표작인 ‘러버’는 국내에서는 1974년 ‘티타임의 정사’라는 이름으로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민중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여러 차례 공연됐다.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계기도 됐다. 70분이 러닝타임 중 눈에 띄는 건 잘 만들어진 무대이다. 무대도 배우 같다. 360도 회전식 무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공간을 잘 표현했다. 이 작품을 위해 독일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승비(36)의 농염한 몸짓도 극의 긴장도를 높인다. 남편 리차드 역의 송영창(54) 역시 연륜 있는 배우인 만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이 상당하다. 8월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3만~4만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20대 女디자이너, 사장이 야한 속옷 보여주자…

    20대 女디자이너, 사장이 야한 속옷 보여주자…

    인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회사 사장이 사무실에서 음담패설을 일삼고 모텔에 함께 가자고 추근대 현재 퇴사를 고민 중이다. 정규직 디자이너인 다른 20대 여성은 사장이 일을 가르쳐준다며 옆에 앉아 어깨와 허벅지를 만지고, 야한 속옷 사진을 보여주며 언어적 성희롱을 반복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미혼 여성에게 직장 내 성희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인천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 9개 상담실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상담건수가 총 264건이었다고 2일 밝혔다. 사업장 규모별로 30인 미만 사업장이 성희롱 피해의 68.2%를 차지했다. 이 중 10~29인 사업장은 전체의 31.3%였다. 가해자는 상사, 사장, 동료, 고객 등으로 다양한 가운데 상사의 비중이 54.5%를 차지해 절반을 웃돌았다. 성희롱 가해자가 사장인 경우는 33.3%, 고객 5.1%, 동료 4.3%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자는 미혼 여성이 56.4%로 절반 이상을, 근무 기간 1년 미만 여성이 54.7%를 차지했다. 성희롱 상담을 위해 상담실을 찾은 여성의 41.7%는 이미 퇴사를 한 상태에 있었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재직 중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부당해고 등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퇴직 후 상담을 요청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 마련, 산업재해 인정, 작업거부권 등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정적 동영상 보면 극심한 두통이…” 희귀 사례

    선정적인 동영상만 보면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한 남성의 사례에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ABC뉴스 등 해외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 사는 미혼의 한 남성(24)은 2년 전부터 선정적인 동영상을 보면 10분 이내에 극심한 두통 증상이 생긴다며 병원을 찾았다. 인도 델리의 구루 고빈드 싱 인드라프라스타대학 연구팀은 그의 뇌를 정밀 검사하는 한편, 전반적인 건강검진과 가족병력 등을 조사했지만 특이할만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성관계를 맺는 도중에는 발생하지 않으며 오로지 이를 시각적으로 시청할 때에만 나타난다는 것에 매우 흥미를 보였다. 연구팀은 “성적 행위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면 근육이 긴장하거나 혈액순환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두통 또는 온 몸의 통증이 유발될 수 있지만, 두통을 수반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 앨버트 아인슈타인대학 신경학과 부교수인 다운 부즈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면서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동영상을 눈으로 봤을 뿐인데 두통이 유발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환자가 흥분을 하면 턱이나 얼굴의 고통을 인지하는 감각기관의 신경이 민감해지면서 두통을 발생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계의 관심을 끈 이번 사례는 ‘성적행동에 대한 저널’(The journal Archives of Sexual Behavior)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대 女디자이너, 사장이 야한 속옷 보여주자…

    20대 女디자이너, 사장이 야한 속옷 보여주자…

    인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회사 사장이 사무실에서 음담패설을 일삼고 모텔에 함께 가자고 추근대 현재 퇴사를 고민 중이다. 정규직 디자이너인 다른 20대 여성은 사장이 일을 가르쳐준다며 옆에 앉아 어깨와 허벅지를 만지고, 야한 속옷 사진을 보여주며 언어적 성희롱을 반복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미혼 여성에게 직장 내 성희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인천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 9개 상담실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상담건수가 총 264건이었다고 2일 밝혔다. 사업장 규모별로 30인 미만 사업장이 성희롱 피해의 68.2%를 차지했다. 이 중 10~29인 사업장은 전체의 31.3%였다. 가해자는 상사, 사장, 동료, 고객 등으로 다양한 가운데 상사의 비중이 54.5%를 차지해 절반을 웃돌았다. 성희롱 가해자가 사장인 경우는 33.3%, 고객 5.1%, 동료 4.3%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자는 미혼 여성이 56.4%로 절반 이상을, 근무 기간 1년 미만 여성이 54.7%를 차지했다. 성희롱 상담을 위해 상담실을 찾은 여성의 41.7%는 이미 퇴사를 한 상태에 있었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재직 중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부당해고 등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퇴직 후 상담을 요청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 마련, 산업재해 인정, 작업거부권 등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3억원 기부 ‘젓갈 할머니’ 국민훈장 동백장

    23억원 기부 ‘젓갈 할머니’ 국민훈장 동백장

    평생을 피땀흘려 번 돈을 선뜻 내놓은 기부천사,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목숨을 구한 살신성인 희생자 등이 정부 포상을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제2회 국민추천포상자 24명을 선정·발표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7년간 일하며 초·중·고·대학교 등에 23억원을 기부한 ‘젓갈할머니’ 유양선(79) 할머니에게는 국민훈장 동백장이 수여된다. 아프리카에서 14년간 직업학교를 운영하며 지역인재를 육성한 김해영(47)씨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다. 척추장애로 키가 134㎝인 김씨는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서 보츠와나로 가서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국민훈장 동백장과 목련장은 각각 3~4등급 훈장으로 지난해 국민포상자인 고 이태석 신부는 1등급 무궁화장을 받았다. 장애아동 5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을 입양한 강수숙(52)씨와 35년째 소외계층에 무료진료를 하는 고영초(59)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 등 8명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목재소를 운영해서 모은 재산 15억원을 장학재단에 기증한 김흥제(84)씨와 우리나라 미혼모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선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63)도 포함됐다. 천안함 피격사건 유족 보상금 중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내놓은 윤청자(69)씨,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재출발할 수 있도록 보일러 기술을 전수한 이영수(58)씨도 국민포장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 부산 해운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은 익사한 신상봉(39)씨와 경기도 안산 앞바다에서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려다 숨진 김택구(50)씨, 검정고시 합격자 1800여명을 배출한 인천 최초 야학 설립자 김형중(65)씨 등 8명은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또 무보수로 인명구조와 환경보호활동을 하는 ‘백두대간지킴이’ 조형산악구조대도 단체 이름으로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정부는 국민 추천을 받고서 공적사실 확인과 국민추천포상 심사위원회 공적심사를 했으며 7월 초 훈포장을 수여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초등교사 4명중 3명이 女… 대학진학률 男 앞질러… 50명중 1명 ‘외국인 남편’

    초등교사 4명중 3명이 女… 대학진학률 男 앞질러… 50명중 1명 ‘외국인 남편’

    전문직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남성을 앞지른 여성의 대학 진학률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6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조사됐다. 여성 약사 비율은 64.1%에 달했다. 치과의사·의사·한의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위직 여성 공무원 2% 넘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다. 초등학교 교원 중 75.8%가 여성이다. 여성 취업자의 직업분포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20.9%로 가장 많고 사무 종사자(18.6%), 단순노무 종사자(16.8%), 서비스 종사자(16.2%)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는 15.7%,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는 2.6%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기준 국가공무원 중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2.4%로 처음으로 2%를 넘어서는 등 여성 파워가 크게 신장됐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남성을 앞지른 이후 해마다 그 격차가 벌어져 지난해의 경우 75.0%로 남학생보다 4.8%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로 남성보다 23.4% 포인트 낮았다.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6%로 역시 남성보다 26.0% 포인트 떨어진다.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가 71.4%로 가장 높았고 출산과 육아가 시작되는 30대에 55%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40대부터 다시 경제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45~49세에 66.8%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18세 이하 미혼 자녀를 둔 여성 중 취업여성인 ‘워킹맘’은 경제, 직업, 건강 등 생활 전반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이 전업주부보다 3.8% 포인트 낮은 24.1%를 기록했다. ‘불만족’ 비율은 전업주부보다 5.2% 포인트 높은 30.6%를 기록했다. ●워킹맘 만족감 전업주부보다 낮아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458만원으로, 홑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138만원 더 많고 월평균 지출은 홑벌이 가구보다 55만원 더 많은 275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여성인구(2011년 12월 기준)는 총인구의 49.9%인 2496만 5000명이었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9.1세이고 이 가운데 50명 중 1명은 외국인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은 84.1세로 남성보다 6.9년 더 높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그래픽 길종만기자 kjman@seoul.co.kr
  • 노인자살 20년간 3배↑… 학대·방임 심각

    서울에 사는 A(71)할머니는 미혼인 4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A할머니의 수입은 폐지 수집과 청소로 버는 월 30여만원과 노인연금 9만 4600원이 전부다. 아들은 허구한 날 욕설과 폭행을 일삼으며 그로부터 술값을 뜯어갔다. A할머니의 몸에는 피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 멍이 든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변의 신고로 A할머니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전문보호기관의 보호를 받게 됐다. 회사를 퇴직한 B(72)할아버지는 퇴직금 수천만원을 큰아들에게 사업자금으로 빌려줬다. 하지만 큰아들의 사업은 실패했고 돈을 갚을 생각도 없다. B할아버지는 다른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자녀들은 “큰아들만 위하는 아버지를 왜 돕느냐.”며 등을 돌렸다.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70대 노인을 쓰겠다는 곳은 없었다. 결국 B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 부양은 자식 몫이란 인식부터 고쳐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노인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201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1.3%인 542만명. 5년 뒤에는 14%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빠른 고령화 속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인들이 늘면서 학대·방임도 함께 늘고 있다.”면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면서 “이는 기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52.9%가 “돈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평균수명 81세… 70세 이상 노인은 일할 곳 없어 방임과 학대도 심각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들에 의한 경제적 수탈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를 방어할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부모 부양을 개인의 책임에 맡기는 문화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방임과 학대가 이어지면서 자살사망자 중 노인 비율이 1989년 10.3%이던 것이 2008년에는 32.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도 문제였다. 현재 국내 평균수명은 81세이지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일할 곳은 거의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70세가 됐다고 아파트 경비에서 해고하는 사례도 신고됐다.”면서 “고령을 이유로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할 경우 경제적 문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인권은 사회복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100세 시대가 현실인 만큼 노동에서 노인을 소외시키지 않는 것과 동시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의료·주거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연고 없는 사회, 이미 시작됐다

    ‘죽음의 순간에 아무도 곁을 지키지 못하고 죽음 이후에도 시신조차 수습할 사람이 없다면?’ 이 외롭고 참담한 인생의 종말을 무연사(無緣死)라 부른다. 그리고 그 허망하고 서글픈 죽음이 퍼져있는 사회를 무연사회라고 부른다. ‘고독사’‘고립사’로 더 알려진 이 ‘무연사’와 ‘무연사회’는 이웃 일본에선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친숙한 개념이 되어버린 듯하다. 일본 전역에서 한 해 3만 2000건이 발생한다는 무연사. 그것이 일반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10년 일본 공영방송 NHK가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무연사회:무연사 3만 2000명의 충격’을 방송한 뒤부터다. 당시 NHK는 일본 전역을 돌며 화장·매장 시신의 숫자를 확인하는 한편 신원미상의 자살, 행려사망자, 아사·동사자의 삶을 조사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기자·PD·카메라맨으로 구성된 취재팀이 사망 현장에서 얻은 실낱 같은 단서를 토대로, 사건 현장을 추적하는 형사처럼 이른바 무연고 사망자의 인생행로를 추적해 보여준 방송은 센세이션을 불렀다. ‘무연사회’(NHK 무연사회 프로젝트팀 지음, 김범수 옮김, 용오름 펴냄)는 그 방송을 기본으로 방송에서 담지 못했던 취재 뒷얘기며 사례들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책에 소개된 무연사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관계와 인연의 단절’이란 공통분모를 갖고있다. 핵가족화로 교류가 소원해지고 끊긴 가족·친지들, 산업화에 밀려 고향을 떠나면서 자연히 소멸된 지연(地緣), 그리고 퇴직후 단절되기 일쑤인 직장 동료와의 사연(社緣)…. 관보에 짤막하게 게재된 기사를 토대로 취재진이 밝혀나간 죽음과 생전의 인생은 모두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책은 무연사의 사례 소개를 넘어 충격적인 사실들을 고발한다. 무연사는 훨씬 더 만연해있고, ‘나도 언제든지 무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아주 두텁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은 방송 직후 노인, 독신녀, 특히 30∼40대 젊은 층이 보여준 충격적인 반응들을 숱하게 소개하고 있다. 가족 대신 사후정리를 해줄 NPO(비영리 시민단체)에 고령자 뿐 아니라 50대며 ‘나홀로’ 여성들이 몰려드고 있고 유품을 정리해주는 특수청소업체라는 신종 비즈니스도 앞다투어 생겨난다. 가족형태 변화에 따른 ‘독신화’와 ‘미혼’‘저출산’. 무연사의 급속한 확대를 부추기는 원인을 NHK 취재팀은 이렇게 압축하고 있다. 그 분석의 끝은 자연스레 우리에게로 향한다. ‘독거노인이 2000년 55만명에서 2010년 102만명으로 급증했고, 서울의 1인가구는 최근 30년동안 10배 이상 늘었으며, 50세가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서울의 미혼인구는 최근 40년간 7배 늘어나 150만명에 육박한다.’ 통계청 등의 간략한 통계만 보더라도 이웃 일본의 ‘무연사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출판사 측이 표지에 붙인 홍보 문구가 자극적이다. ‘이미 시작된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 1만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인구 5000만 시대를 맞았다. 늘어난 인구만큼 국력이 확장되려면 단순히 인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인구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령화, 저출산 문제가 우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구 5000만 시대를 가능하게 한 제1의 요인은 수명 연장이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의 삶은 그리 안락하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34.0%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79.4%)은 여전히 생계비 마련을 노동의 이유로 꼽았다. 또 노인 88.5%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아 노인 29.2%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복지부는 독거노인의 건강과 안전 등을 돌보는 독거노인 종합대책,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치매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과의 유대관계 약화로 인한 소외감도 여전하다. 저출산 문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도 무상보육,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 낳아 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휴직 대신 근로 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급여제도’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혜택을 본 사람이 단 39명에 그쳤다. 직장 내 어린이집도 턱없이 모자라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보육시설 설치 의무사업장 833개 기업 가운데 255개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결혼을 미룬 사람들 즉 미혼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족의 가치 회복’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인구학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육아와 보육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이라며 “다만 옛날에는 힘들어도 당연히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구태여 결혼할 필요도 없고 결혼을 해도 자녀 없이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김소라·신진호기자 sora@seoul.co.kr
  • “여성 10명 중 1명, 사귄 남성 숫자 속여”

    여성 10명 중 1명은 새로운 남성을 사귀게 되면 기존에 자신이 사귄 남성의 수를 속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0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더 선이 보도했다. 또한 젊은 여성일수록 새로운 남성을 사귈 때 진실을 감추려는 경향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들이 고백한 가장 많은 거짓말은 과소비에 대한 것으로, 여성 26%가 자신이 사들인 물건의 비용에 대해 얼버무리고 넘어간다고 밝혔다. 또한 미혼 여성의 20%는 자신의 몸무게를 6%는 실제보다 젊게 나이를 속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여성보다 남성은 훨씬 더 질 나쁜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1년에 사소한 것을 포함한 거짓말을 평균 537차례 하는 데 반해, 남성은 무려 650차례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이 하는 가장 흔한 거짓말은 약속 시간에 늦거나 집에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늦어질 때 하는 변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성의 20%가 술에 취했을 때 자신이 마신 술의 양을 속인 적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남녀 모두는 진실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말한 거짓말을 사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명 중의 1명이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거짓말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으며 이 중 4분의 1이 친구와 가족에게 심문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거짓말로 모면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이번 연구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영화 ‘세이프 하우스’의 DVD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다. 영화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영국인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쉽게 하게 되는 거짓말을 보여준다.”면서 “거짓말을 당하는 주요 피해자는 남녀 모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치게 하는 진실을 감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소한 거짓말은 실제로 자신의 체면을 세우거나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생각하는 안 좋은 점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20대女, 아픈 과거 회사에 잘못 얘기했다가…

    20대女, 아픈 과거 회사에 잘못 얘기했다가…

    김흥동 교수는 안타까운 환자 사례를 거론했다. 유정아(여·28)씨는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뇌전증, 정확하게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린이집 실습에 나선 유씨는 병원 치료 때문에 자신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원장에게 털어놨다가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실습 현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질환의 고통보다 큰 세상의 벽을 그때 처음 느꼈다. 그는 치료에 적극적이었다. 덕분에 어릴 때보다 증세가 많이 호전돼 짧은 순간에 얼굴 근육이 조금 떨리는 경련 정도가 고작이었다. 발작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어린이집 사태를 겪은 뒤부터 달라졌다. 유씨는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천성이 밝았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대학 졸업과 함께 어린이집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가르치는 일이 생각과 달리 힘들었지만 그보다 평소 꿈꾸던 일이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물론 일말의 불안감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잠이 부족하거나 피곤하면 예기치 못한 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서였다. 이런 사실을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게 도리다 싶어 용기를 내 원장에게 뇌전증 환자임을 알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해고였다. 원장은 그에게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죄목’을 붙여 해고하고 말았다.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생애 첫 직장에서 그를 내쫓은 것. 그에게 남겨진 상처는 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Weekly Health Issue] 뇌전증…“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한 경련… 발작 편견 버려야” 잠을 자다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과 마주한 순간, 그도 아니면 멀쩡하게 자기 일을 하다가 느닺없이 특정 신체부위가 뒤틀리며 발작을 일으킨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심하지 않더라도 당사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소규모 발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정도의 차이일 뿐 주변을 당황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간질’이라며 신내림 정도로 여겨왔던 질환 ‘뇌전증’이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발작에 대해 근거 없이 혐오와 기피의 정서를 키워왔다. 멀쩡한 사람을 두고 귀신이 씌었다거나 속되게는 ‘지랄병’이라며 기피하고, 경원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의학은 뇌전증이 지랄병에 대한 막연한 인식처럼 갈피 모를 병이거나 잡귀가 들어 나타나는 발광이 아니라 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뇌전증을 두고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인 김흥동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뇌전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일반인들에게 ‘경기’, ‘발작’ 그리고 ‘간질’(뇌전증) 등의 용어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같은 뜻을 가진 말인지, 아니면 뜻이 다른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전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신 질환으로 잘못 알거나,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사코 병을 숨기고 치료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다. 뇌전증이란 ‘뇌에 전류가 흐른다.’는 뜻으로, 일시적으로 뇌의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몸이 굳고, 떨리거나, 의식을 잃거나, 이상 감각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특히, 뇌전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뇌전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가운데 하나로,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나 카이사르,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 고흐 등도 모두 뇌전증 환자였다. 하지만 뇌전증은 잘못된 정보와 인식 때문에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가장 심한 질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뇌전증에 대한 오해가 심화되면서 진단과 치료를 기피하게 됐고, 이런 가운데서도 병원을 찾아 잘 치료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도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약 1∼1.5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또 연간 새로운 환자 발생률이 유방암과 비슷할 정도로 흔한 만성 뇌질환이다. ●원인은 다 밝혀져 있나. 원인은 무수히 많으나 연령대에 따라 주요 원인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환자별로 다를 수 있는 원인을 찾아 교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전증의 원인은 크게 봐 뇌가 형성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나 출생 당시의 뇌 손상이나 뇌염 등에 의한 뇌손상, 해마경화증이나 알코올중독, 뇌종양, 뇌혈관기형,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탓에 일부 환자의 경우 특정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증상을 상세히 짚어달라. 일반인들이 주로 알고 있는 증세의 양상은 눈을 치뜨고, 팔다리가 뒤틀리고, 입에 거품을 무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대발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발작보다 발작의 양상이 소소한 부분발작이 훨씬 많다. 부분발작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환자 본인만 아는 전조증상이나 비정상적인 느낌 등이 있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관찰하는 시각에서 보자면,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반복적으로 입맛을 다시는 행동 등이 모두 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 해당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뇌전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될 수 있는 양성부터 정상 발달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뇌전증성 뇌증까지 다양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치료도 달리 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약물외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모든 뇌전증 치료의 첫 단계로, 전체 뇌전증의 약 70%는 이 방법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30%의 난치성 뇌전증은 점점 유용성이 확대되고 있는 수술적 치료나 케톤성 식이요법, 미주신경 자극술 등을 적용해 치료한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약 50%가 질환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취업할 때 뇌전증 환자임을 알린 경우 약 60%가 취업을 거부당했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40%는 발작 증세 때문에 해고됐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에 비해 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실업률은 1.7배, 미혼율은 2.6배나 높다. 사회적 참여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교육시스템 구축 및 연구 지원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뇌전증의 날을 제정, 매년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환자 80%가 자신의 질환을 밝히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뇌전증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뇌전증을 바로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치료에 장기간이 걸리고, 비용 부담이 큰 소아뇌전증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 뇌전증 수술에 소요되는 전극 비용의 수가 적용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장애판정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뇌전증에 대한 지금의 장애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감안, 뇌전증에 대해 추가로 장애 6급을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뇌전증

    [Weekly Health Issue] 뇌전증

    잠을 자다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과 마주한 순간, 그도 아니면 멀쩡하게 자기 일을 하다가 느닺없이 특정 신체부위가 뒤틀리며 발작을 일으킨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심하지 않더라도 당사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소규모 발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정도의 차이일 뿐 주변을 당황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간질’이라며 신내림 정도로 여겨왔던 질환 ‘뇌전증’이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발작에 대해 근거 없이 혐오와 기피의 정서를 키워왔다. 멀쩡한 사람을 두고 귀신이 씌었다거나 속되게는 ‘지랄병’이라며 기피하고, 경원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의학은 뇌전증이 지랄병에 대한 막연한 인식처럼 갈피 모를 병이거나 잡귀가 들어 나타나는 발광이 아니라 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뇌전증을 두고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인 김흥동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뇌전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일반인들에게 ‘경기’, ‘발작’ 그리고 ‘간질’(뇌전증) 등의 용어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같은 뜻을 가진 말인지, 아니면 뜻이 다른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전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신 질환으로 잘못 알거나,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사코 병을 숨기고 치료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다. 뇌전증이란 ‘뇌에 전류가 흐른다.’는 뜻으로, 일시적으로 뇌의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몸이 굳고, 떨리거나, 의식을 잃거나, 이상 감각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특히, 뇌전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뇌전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가운데 하나로,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나 카이사르,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 고흐 등도 모두 뇌전증 환자였다. 하지만 뇌전증은 잘못된 정보와 인식 때문에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가장 심한 질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뇌전증에 대한 오해가 심화되면서 진단과 치료를 기피하게 됐고, 이런 가운데서도 병원을 찾아 잘 치료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도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약 1∼1.5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또 연간 새로운 환자 발생률이 유방암과 비슷할 정도로 흔한 만성 뇌질환이다. ●원인은 다 밝혀져 있나. 원인은 무수히 많으나 연령대에 따라 주요 원인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환자별로 다를 수 있는 원인을 찾아 교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전증의 원인은 크게 봐 뇌가 형성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나 출생 당시의 뇌 손상이나 뇌염 등에 의한 뇌손상, 해마경화증이나 알코올중독, 뇌종양, 뇌혈관기형,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탓에 일부 환자의 경우 특정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증상을 상세히 짚어달라. 일반인들이 주로 알고 있는 증세의 양상은 눈을 치뜨고, 팔다리가 뒤틀리고, 입에 거품을 무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대발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발작보다 발작의 양상이 소소한 부분발작이 훨씬 많다. 부분발작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환자 본인만 아는 전조증상이나 비정상적인 느낌 등이 있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관찰하는 시각에서 보자면,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반복적으로 입맛을 다시는 행동 등이 모두 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 해당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뇌전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될 수 있는 양성부터 정상 발달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뇌전증성 뇌증까지 다양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치료도 달리 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약물외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모든 뇌전증 치료의 첫 단계로, 전체 뇌전증의 약 70%는 이 방법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30%의 난치성 뇌전증은 점점 유용성이 확대되고 있는 수술적 치료나 케톤성 식이요법, 미주신경 자극술 등을 적용해 치료한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약 50%가 질환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취업할 때 뇌전증 환자임을 알린 경우 약 60%가 취업을 거부당했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40%는 발작 증세 때문에 해고됐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에 비해 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실업률은 1.7배, 미혼율은 2.6배나 높다. 사회적 참여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교육시스템 구축 및 연구 지원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뇌전증의 날을 제정, 매년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환자 80%가 자신의 질환을 밝히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뇌전증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뇌전증을 바로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치료에 장기간이 걸리고, 비용 부담이 큰 소아뇌전증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 뇌전증 수술에 소요되는 전극 비용의 수가 적용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장애판정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뇌전증에 대한 지금의 장애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감안, 뇌전증에 대해 추가로 장애 6급을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end inside] ‘피임약 재분류’ 첫 공청회 뜨거운 공방… 새달말 확정

    [Weekend inside] ‘피임약 재분류’ 첫 공청회 뜨거운 공방… 새달말 확정

    피임약 재분류를 둘러싸고 의료·여성·종교계가 맞붙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인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재분류 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약품이다. 종교계와 여성계, 시민사회계 사이에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청소년건강위원회 위원, 홍석영 한국생명윤리학회 윤리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청중 50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종교계는 사후피임약이 ‘낙태약’이라고 규정했다. 강인숙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은 “사후피임약의 성분은 정상적인 배란을 방해하고 수정란 착상을 막는다는 점에서 낙태약”이라면서 “지금까지 어떤 연구도 사후피임약이 수정된 난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식약청이 사후피임약을 낙태약이 아니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초기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와 생명 침해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여성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 회장은 “피임은 사전에 하는 것이지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꿀 경우, 남성들이 스스로 피임을 하지 않은 채 여성에게 복용을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피임 없는 성관계를 거부하는 데에서 발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데 찬성하는 여성계와 시민사회계는 여성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피임약의 부작용과 안전성만으로 재분류를 논의하는 가운데 여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청소년, 저소득층, 미혼 여성들도 안전하게 피임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에게 충분한 복약 지도와 의료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 역시 “피임약 논쟁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사후피임약의 오·남용이 걱정된다면 시스템으로 보완할 것이지 여성들이 복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을 객체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약이 된 사전피임약에 대한 발언은 사후피임약에 묻혀 비교적 적었다. 정승준 정책위원은 “사전피임약은 40여년간 별 제재 없이 보급되다가 갑자기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는데,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면 어떤 부작용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안내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자칫하면 여성들이 지금껏 피임을 해 왔던 기존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 자문해 다음 달 말 의약품 재분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30대女 “피임하려고 내 성생활 공개?” 분노

    30대女 “피임하려고 내 성생활 공개?” 분노

    약국에서 살 수 있던 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서울신문 6월 7일 자 1·2면 참조>돼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게 되자 여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작용의 위험이 높다는 사전피임약을 지금껏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에서부터, 사전피임약 구입에 진료비까지 부담하게 만들었다는 불만까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8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근처의 한 약국을 찾았다. 약사에게 “피임약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자 남성들의 시선을 피해 사전피임약을 건넸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근처 한 약국의 약사는 “아직 피임약을 많이 사는, 사재기는 없다.”면서도 “유효기간이 길기 때문에 미리 사 두면 편리할 것 같다.”고 권했다. 약국의 조용한 풍경과는 달리 여성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인터넷도 뜨겁다. 대학원생 윤모(26)씨는 “이제 와서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정부는 여성의 건강에 너무 무책임했던 것이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맞는 피임 방법을 의사와 상담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사전피임약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는 필수적인 약인데 이 약을 처방·복용하기 위해 다달이 병원을 찾는다는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심각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사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져 오히려 피임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혼여성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진료기록 때문에 산부인과의 진료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한 까닭에서다. 기혼여성들도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결혼 2년차인 주부 이모(30)씨는 “피임을 할 때마다 산부인과에 가서 생리주기와 성생활 계획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싫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전피임약은 피임 목적 외에도 생리통의 완화, 생리불순 조절, 생리기간 조절, 여드름 치료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중·고등학생들도 수학여행이나 수능시험을 앞두고 피임약을 먹는데, 약이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병원에 가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정부 정책대로 확정된다면 신경쓰이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트위터리안 sojung***은 “피임이 필요한지, 생리 주기를 필요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지의 판단을 의사가 해준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산부인과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시선만큼이나 피임은 고난”이라고 말했다. 여성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에서는 “피임약을 사재기하자.”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회사원 최모(28)씨는 “지금도 사후피임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1만 5000원 내외의 진료비가 들어간다.”면서 “약이 필요할 때마다 병원에 가면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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