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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문화/배리 글래스너 지음

    ●폭력·살인·테러… 현대사회는 ‘공포전시장’ 조류독감, 광우병, 비브리오균, 사스…. 잊을 만하면 신문이나 방송을 타고 나타나 인간을 겁주는 공포의 대상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로 인해 실제로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세어보아도 열 손가락 안쪽이다. 오히려 닭과 돼지를 키우다가, 횟집을 운영하다가 ‘허구적 공포’의 광풍을 맞고 자살한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저녁때 TV 앞에 앉으면 끔찍한 일은 왜 그리 많이 일어나는가. 세상은 온갖 패륜과 잔혹한 살인, 청소년 폭력, 괴질 등 마치 ‘공포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렇다면 예전엔 없거나,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들이 요즘 와서 공포를 느낄 만큼 폭증한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꼼꼼히 보아도 이를 설명해 주는 근거 있는 통계나 연구사례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남캘리포니아대학의 사회학 교수 배리 글래스너가 지은 ‘공포의 문화’(연진희 옮김, 부광 펴냄)는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누구나 느꼈을 법한 ‘허구적’ 공포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갖는다. 책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거짓공포’투성이다.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미국은 풍요의 나라이면서 공포의 왕국이다. 걸핏하면 학교에서 총질을 해대는 10대들, 마약에 찌든 중독자들, 이들이 벌이는 각종 범죄와 테러 등등. ●일부 과대포장… 일부 심각한 사안 되레 무시 그러나 저자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공포의 뉴스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공포는 근거가 빈약하거나,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임을 발견했다. 그는 이같은 공포의 유형과 그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를테면 1990년대 미국인의 3분의2는 당시 범죄율이 1980년대 후반의 2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80년대 후반의 범죄율이 더 높았다. 암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40대 여자들은 자신이 유방암으로 죽을 가능성이 10분의1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을 경우는 250분의1에 불과하다. 1998년 LA타임스는 도로상에서 운전자끼리 싸우는 ‘도로분노’를 살벌하게 묘사한 뒤, 총격으로까지 이어지는 그같은 싸움을 피해 수백만명의 운전자들이 차를 돌려 달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의 미국 북서태평양 지대에서 ‘도로분노’로 죽은 사람은 1년에 1명꼴에 불과했다. ●정치인·기업·미디어 ‘가짜공포’ 확산시켜 이득 문제는 오히려 심각한 사안이 대개 무시되고 만다는 점이다. 암의 경우 두려움을 가지면 오히려 병원에 가길 꺼려 예방에 역효과가 나는 경향이 있으며, 온갖 범죄 뒤엔 총기 문제가 있으나,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그 허구적 공포 때문에 낭비되는 비용은 막대하다. 범죄예방과 관리를 위한 형사재판제도를 운영하는 데 미국인은 매년 1000억달러 가까운 비용을 부담한다. 발생률이 희박한 위험 예방을 위해 국가 재산을 낭비하는 동안 수백만명의 어린이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3대 세력, 즉 ‘공포행상’은 정치인과 기업, 그리고 미디어다. 정치인에게 공포는 곧 표다. 범죄와 마약에 대한 사회불안이 높을수록 강력한 조치를 공약하면 쉽게 표를 얻을 수 있으며, 소수민족과 유색인종에 대한 공포를 선동하면, 쉽게 편견어린 백인 중산층 표를 얻을 수 있다. ●美, 허구적 공포 예방에 年 1000억달러 부담 비행기에 대한 공포를 자아내 보험상품을 팔고, 범죄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킴으로써 보안산업이 호황을 누린다. 새롭고 강력한 공포를 선전함으로써 판매부수와 시청률을 높이는 미디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른바 ‘공포마케팅’의 주체들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시종일관 이렇게 강조한다.‘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기 싫다면 공포행상인이 지어내는 거짓위험을 정확히 식별하라. 그리고 거짓공포에 맞서 싸워라.’ 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공포 행상인’ 들이 써먹는 테크닉 공포 행상인들이 써먹는 테크닉 중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들이 있다. 과학적 증거 대신 애처로운 일화 동원하기, 개별적인 사건을 시대적 추세로 부풀리기, 날 때부터 위험한 부류의 인간들 비난하기 등등. 책이 소개하는 이들의 대표적 테크닉 몇 가지를 소개한다. 권위적 전문가연하는 사이비 전문가 말 인용 터무니없는 공포일수록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와 그들의 조사연구 결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3류학자일 경우가 많고, 연구방법에 근본적 결함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 동원 대중의 공감을 자아내고 내 주변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화시킨다. 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나운 목소리가 의사들의 과학적 연구결과마저 의심케 만드는 것처럼. 선별적 통계 인용 가능한 한 통계수치를 비틀어 극적 효과를 얻으려 한다. 주변에 마약복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아이들의 수치를 직접 마약을 복용한 수치로 왜곡하는 것처럼. 퀴진아트 효과 ‘퀴진아트’(CUISINART)는 미국의 주방조리 기구 회사인데, 퀴진아트 효과란 사실과 허구를 마구 뒤섞어 뒤범벅을 만드는 보도를 가리킨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볼라바이러스에 관한 NBC ‘데이트라인’을 보면, 구석구석에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극적인 장면과 전문가들의 심각한 예측을 교차편집하면서 당장이라도 가공할 전염병이 퍼질 것 같은 인상을 심었다. 미스디렉션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은 본래 마술사가 물건을 감추는 동안 관객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공포 행상인들은 아이를 범죄자로, 미혼모로 내모는 열악한 환경엔 눈감고 ‘무서운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며, 정리해고에서 오는 고용불안 문제는 가린 채 부차적인 직장폭력만을 강조하는 수법을 쓴다. 임창용기자 sdr@seoul.co.kr
  • 호러짱 귀염짱 영화 레드아이 장신영

    호러짱 귀염짱 영화 레드아이 장신영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배우의 이미지는 종종 실제 캐릭터와 혼동된다. 그래서 코믹연기에 능한 배우가 평소에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든지, 깍쟁이 역할을 도맡는 여배우가 선머슴처럼 털털한 성격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랄 때가 많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장신영(21)도 마찬가지다. 데뷔 이후 늘 조신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여준 그녀인지라 당연히 실제 성격도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일까. 이제 갓 스무살의 문턱을 넘은 그녀에게선 여느 여대생들과 다름없는 재기발랄함이 한껏 묻어났다. “SBS드라마 ‘해뜨는 집’의 미혼모 연희로 데뷔한 이후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약사 수연까지 모두 제 나이보다 적어도 5살은 많은 역할이었어요.” 한창 꽃다운 나이에 조숙한 역할만 맡는 것에 불만도 있을 법한데 워낙 밝은 성격 덕인지 오히려 “상대배우가 연배가 높다 보니 연기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웃는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 이어 두번째 스크린 나들이이자 첫 주연작인 영화 ‘레드 아이’(18일 개봉)의 미선도 불행한 과거를 지닌 어두운 인물이다. 아버지를 열차사고로 잃은 미선은 16년 후 열차 판매원으로 야간열차에 탑승했다가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린다.‘링’의 김동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달리는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과거의 망령과 현재의 인물이 뒤섞이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공포물이다. “공포영화요?겁이 많아서 잘 못봐요. 예전에 ‘주온’보고 나서 일주일동안은 머리감을 때마다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물을 택한 이유는 뭘까.“시나리오가 맘에 들었어요. 단순하게 사람들을 놀라게하는 공포물이 아니라 열차안 승객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주는 영화거든요. 무섭다기보다 슬픈 공포라고 할까요.” 영화의 대부분이 폐쇄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든 대목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상대배우에게 맞고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첫 단독주연에 대한 부담감이었다.“혼자서 영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무척 컸어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고요. 촬영할 때는 최선을 다했는데 막상 시사회에선 부족한 대목이 자꾸 눈에 띄어 아쉬웠어요.” 1년새 두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아직은 영화보다 드라마 연기가 더 편하다는 그녀는 현재 SBS ‘생방송 TV연예’의 MC로도 활약중이다.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연예인으로서의 타고난 끼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노력형’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천생 연기자라는 생각이 든다.”는 게 매니저의 증언. “어릴 때 모델을 잠깐 꿈꾸기는 했지만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중3때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전주 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고3때 추억삼아 미스 춘향선발대회(2001년)에 나갔다가 현으로 뽑혀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어요.” 그녀는 운좋게도 남들 다 겪는 무명시절을 건너뛰었다. 데뷔 3년만에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연달아 주연을 따내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현기증나는 성공의 이면에서 좌절하거나 회의에 빠진 적은 없었을까.“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지금 이 시기에 좌절하면 안 된다는 자기최면을 걸었죠. 어쩌면 ‘레드아이’개봉 이후에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을지도 모르지요.(웃음)” 존경하는 연기자로 고두심, 배종옥을 꼽은 그녀는 보는 이의 가슴을 따듯하게 하는 순수멜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지난해 복학한 학교(중앙대 연영과 02학번)수업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동양적인 단아한 외모 뒤에 주관이 뚜렷한 내면을 지닌 장신영. 그녀의 다음 선택이 궁금하다. ■ 신영의 셀프카메라 출연작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데뷔작인 ‘해뜨는 집’.3번째 오디션에서 발탁됐다. 기억에 남는 공포영화는? -주온, 장화홍련, 링 실제 성격은? -좀 덜렁거린다.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솔직한 편이어서 좋고, 싫고가 분명한데 가끔 남들에게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이상형은? -큰 키에 짧은 머리, 단정하고 깔끔한 남자면 OK.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성직자, 법률가와 더불어 의료인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이들은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타인이 이 분야에 간섭하기 어려워 이들이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갖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도 이들에게는 더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국내 첫 법조인 출신 의대교수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48) 교수. 그는 보건학 박사로 의대에 몸담고 있지만 또한 올곧은 변호사로 명망을 얻은 법률가이기도 하다.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줄곧 변호사로 활동해 오다 2000년 이 대학 외래교수로 발을 디딘 게 ‘빌미’가 돼 법조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의대 교수가 된 그다. 그런가 하면 신년 벽두, 이 대학 의대 예비졸업생들은 ‘존경’과 ‘신뢰’의 의미가 담긴 ‘올해의 교수상(像)’ 수상자 2명 중 한 명으로 이론없이 그를 지명했다. 그를 만나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법의식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먼저, 우리 의료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료 발전과 국민건강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들의 윤리의식을 평가해 달라. -비교적 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과잉진료나 진료비 과다청구 같은 물의가 없지 않았고, 이게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의도성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들도 더욱 엄정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며, 결코 영리나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 그런 욕심과 유혹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물신적 행태가 지나친 ‘양심없는 의료인’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의료 불신을 낳기도 하는데…. -어느 집단이건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류가 있다. 그러나 의료인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욕심이 지나친 면이 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법조인이지만 법조인을 대하는 국민의 불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변호사 수임계약 때의 사례약정을 두고도 ‘별로 일 안하고 돈 많이 받는 불평등계약’이라고 하지 않나. 거기에 비하면 의료인은 나은 편이다. 그러나 불신의 요소가 적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는 생명·신체와 관련이 있고 이는 바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때 13%만이 조정위 중재 동의 이 박사는 법조계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이런 고언도 내놨다.“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가 응급 상황일 때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재판과 연결돼 진단서나 감정서, 사실조회를 할 때면 미묘하게 입장이 바뀌기도 하고, 또 윤리성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봐왔습니다. 이성으로 말해야 하는 의사가 이성 대신 본능에 이끌리는 경우일 겁니다. 최근 의료분쟁과 관련된 판결을 보면 법원이 의사들의 감정을 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료인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환경분쟁의 경우 조정위의 중재안에 이해당사자 80%가 동의하는 반면 의료분쟁은 고작 13%가 동의할 뿐입니다. 이게 무엇을 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점이 국민들이 걱정하는 ‘의료인들의 집단이기주의’이기도 할 텐데, 이런 관점에서 의료인들이 가진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인들은 가끔 자신들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관행이 사회적으로 일반성을 가졌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보라매병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의료계의 관행은 더러 생명과 관련한 한계상황을 가정하기도 해 그걸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 아닌가. 이 문제는 결국 윤리적·법적 소양의 문제로, 의대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것이다. 윤리성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료인들이 가져야 하는 법적 소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법은 정신이고 흐름이다. 법적 문제와 관련, 간혹 의료인들이 법조문만을 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법의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크게 봐 의료인들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개선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만 해대면 결국 불법, 불합리가 되풀이될 뿐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 중에도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주변의 조언에 귀를 닫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울타리가 높고 폐쇄적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만 봐도 그렇다. 특정 의료인의 과실에 대해 의사단체 등에서 직접 이를 검증, 판정하곤 하는데, 이게 사회적 공감을 못얻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집단적인 이해가 작용했다는 불신 때문이다. ●예비졸업생들이 뽑은 ‘올해의 교수’에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특히 ‘현실’과 ‘이상’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의료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가. -10대 청소년이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경우가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결국 범법 여부를 떠나 의사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니겠는가. 수술을 하면 생명을 유린하고 법을 어기게 되는 반면, 놔두면 미혼모와 양육되지 못할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결국 상황윤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의료분쟁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여긴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법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일반적 소송원리 즉, 환자에 대한 설명과실이나 입증책임 부분에서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판결에 결정적인 증거의 대부분을 의사들이 독점적으로 가져 일반인들이 이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컨대 법원이 의사단체에 특정 의료행위나 그 과정에 대해 감정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때도 많은 경우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답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집단이해 작용” 의료과실 불신 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옳겠는가. -의료분쟁의 옳은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사회적 정당성과 윤리의식을 갖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교단에서 느끼는 젊은 의대생들의 윤리의식과 소양은 어떤가. -세태가 그래선지 안타깝게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식 습득이나 사는 일에는 관심이 많은데, 의료인이 갖춰야 할 소명의식이나 봉사, 희생같은 개념에는 관심이 적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선양이 절실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 박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의료인들의 문제만 들춘 것 같다.”며 “우리 주변의 대다수 의료인들이 보여준 숭고한 자기 희생과 의학발전을 위한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이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의사들은 아직도 소위 ‘잘 나가는 부류’이고, 그들은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의 중량도 무겁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의료인들에게 요구하는 윤리의식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모든 의료인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이경환 박사 ▲서울대법대▲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7기 수료(변호사)▲연세대보건대학원(박사)▲독립기념관 고문변호사▲단국대 부속병원(천안) 고문변호사▲천안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대한변협 환경위원회 위원▲대한의협 중앙윤리위 교육분과 위원.
  •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연기자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다. 하지만 또다시 누군가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을 푹 숙인 채 여론 재판과 법의 처벌을 받고, 평생을 ‘마약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배우 김부선(42)은 지난 10월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지난 7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김씨가 구속 기소될 때만 해도 대부분은 “또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씨에게, 근거는 몰라도 법적·관례적으로 ‘대마초=마약’이라는 인식을 가져왔던 국민의 다수는 ‘반성하고 조용히 지내라.’는 묵시적 합의를 보냈다. 사실 미혼모로 밑바닥을 전전했던 김씨의 삶은 비주류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듯, 세상 물정 모르던 배우는 오랜 마이너리티의 삶 속에서 저항하는 정신을 배웠고, 더이상 참지 않았다. 물론 사회의 벽은 높았다. “과잉 처벌 금지의 원칙과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신청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대마초 합법화 주장’으로 비약시켰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지지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건 이달 초.‘대마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이 기자회견을 연 뒤, 연일 지상에서는 ‘마약이다. 아니다.’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수원지검은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김씨는 요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위헌신청 지지 서명을 받느라 바쁘다.“평생을 범죄자 취급받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국민의 인권 문제”라면서 “기각되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는 김씨. 그의 행동은, 소수의 목소리를 공론화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사회의 큰 벽 하나를 넘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피임, 아름다운 사랑의 조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다 충동적인 성관계로 인한 임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뜻밖의 임신’은 남녀 모두에게 정신적, 신체적 해악을 끼치는 것은 물론 인공유산과 미혼모를 양산,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피임법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70만명 정도 신생아가 탄생하나 인공유산 건수는 이의 2배가 넘는 15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여기에다 사회활동 여성이 늘면서 결혼 후에도 상당 기간 아이를 갖지 않는 추세여서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숙지가 절실하다. ●경구용 피임약 여성의 배란 및 생리를 조절하는 방법으로,99%에 이르는 높은 피임효과와 성관계시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생리 첫날부터 매일 1정씩 21일간 복용한 뒤 7일간 복용을 멈췄다가 8일째부터 다시 복용한다. 경구용 피임약은 휴가 등으로 생리 일정을 미룰 때에도 종종 사용되는데, 이 경우 최소한 생리 시작 5일 전부터 매일 1회 복용하면 복용 중단 다음날부터 생리가 시작된다. 생리 연기를 위해 며칠간 약을 복용한 경우는 피임 효과가 없다. ●자궁내 장치 미레나처럼 기존 자궁내 장치인 루프와 모양새는 같으나 작용 기전이 다른 새로운 피임법이 개발돼 주부의 장기 피임에 적당하다. 자궁내에 삽입하면 5년 동안 매일 일정한 양의 여성호르몬 레보노게스트렐을 자궁 내막에 방출해 임신을 차단하며, 자궁 내막을 얇게 해 생리량과 생리통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콘돔 우리나라에서 선호도가 높은 피임법으로, 신혼부부나 낮은 연령층이 선호한다. 감염 예방 등의 목적으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실패율이 15%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남녀용이 따로 보급되고 있으며, 남성의 경우 발기 후 착용해야 하는 등 사용법을 잘 지켜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능성 피임약 12주마다 성호르몬을 주사하는 주사제, 생리 5일째에 피부층에 호르몬 약제를 이식하는 방법,3주 동안 질 속에 링을 넣었다가 1주일간 쉬는 방법 등이 있다. 효과는 매우 높은 편이나 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주사제의 경우 마지막 주사후 60일이 지나야 임신 능력이 회복되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여드름 등 피부 개선효과를 더하는 등 다기능 약제로 개발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살정제 정자가 자궁에 도달하기 전에 질 안에서 화학물질을 이용해 죽이는 방법. 약을 미리 질 안에 넣고 충분히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성교 후 6시간 정도 약제를 제거하지 말아야 하며, 실패율이 20%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 사용편의성 때문에 비교적 선호도가 높다. 성병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자연주기법 여성의 생리주기를 이용해 배란기에 성관계를 피하는 방법으로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에게는 적당하지 않으며, 주기가 규칙적인 경우라도 심리적 원인이 작용해 배란주기가 바뀔 수 있으며, 실패율도 20% 정도로 높다. 이밖에도 사정 직전에 질에서 성기를 빼내는 질외 사정, 생리때 체온이 상승하는 점을 이용하는 기초체온법 등이 있지만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며 성공률도 대체로 낮다. ■ 도움말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신현태 마리나산부인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신률과 가영의 약혼식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기되었다고 알려지자 약혼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웅성거린다. 가영은 나영에게 준호한테 아직 미련 있다고 말하며 신경질을 낸다. 화가 많이 났냐며 죄송하다고 하는 가영에게 신률은 얼마든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체험이 살아있는 마을, 경기도 화성의 은행나무 마을을 만난다. 젖소나 염소의 젖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치즈와 디딜방아, 경운기 등 생소한 농기구 체험, 그리고 짚으로 만들어 보는 계란꾸러미 등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의 마을, 화성에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깊은 체험의 시간을 가져본다. ●꿈은 이루어진다(자동차 센서)(EBS 오후 5시10분) 수많은 센서들의 작동 원리는 과연 무엇일까. 종류는 다양하지만 결국 원리의 기본은 같다. 물리적 변화를 인식하는 물리센서와 화학적 변화를 인식하는 화학센서가 그 기본 원리다. 엘리베이터 무게감지 센서의 실험을 통해 물리센서의 원리를 풀어본다. ●특선다큐(미지의 세계)(iTV 오후 8시5분) 맘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앳킨스 다이어트다. 앳킨스 다이어트는 고단백, 고지방 식품을 맘껏 먹고, 탄수화물은 철저히 제한한다. 일명 황제 다이어트라고도 한다. 앳킨스 다이어트의 실체를 벗겨 체중을 감량시킨 주원인을 알아본다. ●실제상황!토요일(SBS 오후 5시50분) 여섯명의 멤버 신화와 신정환 천명훈의 자칭 신천, 돌발 변수의 히든카드 김종민이 한은정을 놓고 사랑 전쟁을 벌인다. 한은정과 찜질방에 함께 갈 수 있는 행운을 놓고 벌어지는 ‘사랑의 데굴데굴’, 한은정이 던지는 사랑의 꽃을 받는 ‘꽃을 든 남자’ 등을 보여 준다. ●용서(KBS2 오전 9시) 인영이 걱정되어서 들른 형숙은 인영에게 복대를 준다. 희만은 드디어 한사장과 함께 개업을 하고 고사를 지낸다. 어렵게 과외자리를 구한 수민은 희망에 들뜬다. 하지만 동네에 미혼모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학생 엄마가 찾아와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는 소동이 일어난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정우는 인경이 읽을 수는 없지만 그냥은 견딜 수가 없어서 새롭게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민회장은 협심증 초기라는 병원 검사결과가 나오자 정우에게 빨리 결혼해서 회사를 맡기고 싶다고 재촉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치른 춘보와 동자, 오씨와 호순은 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 자전 에세이 ‘철부지모녀의 세상나기’ 펴낸 김청

    자전 에세이 ‘철부지모녀의 세상나기’ 펴낸 김청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난 모든 분들께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인기탤런트 김청(사진 왼쪽·42). 지난 5일 홍서범·조갑경 부부가 운영하는 경기도 일산의 ‘불놀이야’카페에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철부지 모녀의 세상나기’ 출간 기념식. 유니세프(UNICEF) 기금마련을 위한 팬사인회도 곁들였다. 특히 이날 김씨는 오늘날까지 키워준 어머니 김도이(사진 오른쪽·59)씨에게 효도선물로 작은 ‘회사’ 하나를 설립했다는 깜짝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이뿐만 아니다. 김씨 모녀가 살아온 질곡의 인생을 한꺼풀씩 공개하면서 참석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18살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거액의 빚(30억원)을 천신만고 끝에 갚은 얘기, 결혼 3일 만에 파경한 사연, 또 강원도의 한 암자에 들어가 6개월 동안 술을 마시며 보낸 일 등을 솔직히 쏟아냈다. 7일 오전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분당의 자택. 첫마디가 “미혼모들을 위해, 이 시대의 아픔을 가슴속에 파묻고 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어 “출판사 사장에게 ‘판매 수익금 전체를, 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다짐을 확인하고서야 출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고 2년생인 엄마와 12살 많은 육군 장교가 만나 (자신을) 낳았다.”면서 “그러나 양가의 반대로 결혼도 못하고 또 아버지가 곧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국 미혼모의 손에 자라게 됐다.”고 어려운 고백을 했다. 어머니는 경주 김씨로 밀양의 한 은행지점장 딸이었고, 아버지는 대쪽같은 순흥 안씨 집안이었단다. 어머니가 진 빚을 어떻게 갚았느냐고 하자 “그건 내 젊음이었다. 엄마는 그때 전신마비로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대답했다. 또 “솔직히 모든 걸 빨리 잊고 살고 싶다.”며 울먹였다. “10년에 걸쳐 빚을 다 갚았을 때, 어느날 갑자기 우울해지더군요. 아무런 추억도 없이 사라진 젊은 날…. 자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혼 3일 만에 파경을 맞고는, 배신감과 상처를 견디지 못해 강원도 암자로 훌쩍 떠나버린 적도 있었다. 매일 술을 마시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문득 ‘깨달음’을 얻어 6개월 만에 산을 내려왔다. 그리곤 어머니와 길고도 긴 포옹을 하면서 한없이 울었고, 새로운 희망을 되찾았다. 밀양에서 태어난 그는 81년 경희대 무용과 1년때 미스 MBC로 뽑혀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사랑과 야망’‘당신은 누구시길래’ 등 수십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 1인치]할리우드는 커닝의 마법사?

    할리우드는 다양한 소재를 새롭게 녹여내는 용광로다.2004년에도 어김없이 각국에서 히트된 영화 사연을 재빨리 각색해 관객들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어느날 우연히 댄스 교습소에 들렀다가 삶의 활력을 찾는다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96년)는 늘상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남성에게 춤이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준다는 설정으로 관객들의 환대를 받아냈다. 현재 미국 흥행가를 달구고 있는 리처드 기어 주연의 할리우드 버전에서는 원작의 샐러리맨을 변호사로 직업을 바꾼 것 외에는 대부분의 상황이 원작과 흡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산과 할리우드산에서는 묘한 동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구성 형식을 보여준는 것. 일본 작품에서 춤은 상하 복명의 엄격함에 짓눌려 있는 중년 남자가 자유분망한 춤으로 이러한 억압감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미국판에서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춤을 탈출구로 선택했다.’는 주인공의 말을 통해 욕망의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택시’는 피자 배달부가 택시 운전사로 전업했다가 천부적인 운전 솜씨를 활용해 마르세이유 지역의 소심한 경찰의 사건 수사 파트너로 활약한다는 내용. 힙합 가수 퀸 라티파가 주연을 맡은 미국판 ‘택시’는 스피드광인 수다스런 여자 택시 운전수가 뉴욕의 은행 강도단을 일망타진하려는 형사와 팀웍을 이룬다는 것으로 변경됐다.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는 유럽에서 방탕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백만장자 아들 디키를 개과천선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은 리플리가 물질적 욕망에 사로 잡혀 친구인 디키를 교살한 뒤 그를 대신해 호화스런 생활을 하다 결국 행각이 탄로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리플리’는 60년대 유럽 출신 미남 스타로 주가를 높였던 아랑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의 미국판.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여류 작가 패트리시야 하이스미스는 ‘리플리’를 비롯해 ‘리플리 게임’ ‘리플리 돌아오다’ 등의 3부작을 통해 ‘탐욕으로 인해 손에 잡을 수 없는 행운을 잡으려다가 나락으로 빠지는 청춘상’을 묘사해 공감을 얻어냈다. 콜린 세로 감독의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85)는 합숙을 하고 있는 3명의 총각이 어느날 문앞에 방치된 갓난 아이의 육아를 떠맡게 되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드라마.2년 뒤 ‘스타 트렉’에서 스포크 선장으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레오나드 니모이가 메가폰을 잡고 3명의 총각들이 미혼모가 버리고 간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3남자와 아기’로 리메이크 됐다. 파트리샤 브라우데 감독의 ‘네프 무아’(94)는 아버지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남자가 동거녀가 의도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점차적으로 한 생명이 뱃속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에 감추어져 있는 뜨거운 부성애를 찾게 된다. 이 소재는 휴 그랜드 주연의 ‘나인 먼스’(95)로 각색됐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히트작들이 미국 시장에서 번번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프랑스 영화인들은 ‘할리우드의 아이디어 뱅크는 바로 자신들’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 [5일 TV 하이라이트]

    ●선택(SBS 오전 8시30분) 대서와 주희는 약혼식 준비를 위해 시내에 들러 옷을 맞추고, 도희는 계속해서 태완의 뒤를 캐면서 태완이 입원한 병실을 찾지만 태완은 이미 퇴원하고 없다. 병실을 나선 태완은 도희 어머니에게 가 파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해준도 병원을 찾지만 똑같은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파행 국회가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색깔론을, 야당은 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파행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돼 오던 모습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 대치국면의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지만, 학부모가 되면 전체 교육시스템 속에서 내 아이의 문제를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성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코미디 금요천하(iTV 오후 10시50분) ‘현장에서 전해드립니다’에서는 점심시간에 펼쳐지는 직원들과 사장과의 요절복통 심리전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언제나 새로운 사건에 부딪히는 강력반 형사들의 좌충우돌 사건일지 ‘리얼콩트 형사 24시’에서는 제비 행세로 붙잡혀온 범인과의 기막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무빈의 어머니는 행자네의 제안대로 한복을 맞추기 위해 들른다. 초원네와 친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행자는 초원의 생모 문제를 끄집어낸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무빈 어머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부용화는 초원의 신기가 다시 나타난 것을 보고 산기도를 다닐 결심을 한다. ●VJ특공대(KBS2 오후 9시55분) 화성에서 일어난 여대생 실종사건, 그 열흘 간의 수사 일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세계요리 올림픽, 그 숨 가쁜 4일을 독일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또 생의 마지막 순간에 서있는 시한부 환자들이 평온하게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을 만나본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성애 집에서 지내던 미혼모는 아들을 낳은 뒤 쪽지만 남긴 채 사라진다. 대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자는 재민에게 아기 엄마는 지혜라고 당부한다. 베개를 안고 어르며 아기 엄마가 사라졌으니 자신이 쫓겨나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이는 점순을 보며 민섭과 성애는 눈물을 짓는다.
  • [여성&남성] ‘10代 여성의 역량강화’ 심포지엄

    [여성&남성] ‘10代 여성의 역량강화’ 심포지엄

    “왜 김치냉장고 광고엔 여성 모델만 나오고, 자동차 광고엔 남성 모델만 나오나요?” “여학교의 순결교육은 여성을 단지 수동적인 존재로만 묘사할 뿐입니다.” 한 여학생의 열변에 100여명의 청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이시은(17)양은 ‘세상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또래 여학생들의 의견을 성인들에게 쏟아냈다. 이양은 “개방적인 사회가 되면서 10대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똑같이 ‘잘못’을 저질러도 남성은 잠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뿐이지만 여성의 인생은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만다.”면서 “피해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남성만 옹호하면서 문제의 재발생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동안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10대 여성의 안전, 건강과 역량강화’ 심포지엄은 우리 10대 여성의 일상에 처해 있는 성차별적인 환경이 어떤 위험을 낳게 되는지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로리타 콤플렉스’에 빠진 한국 문화 심포지엄은 우리 사회에서 10대 여성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윤철경 복지정책실장은 “지난해 10대 여성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를 조사한 결과 ‘음식점 서빙’과 ‘유흥업소 서빙 및 접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10대 남성이 막노동이나 음식점 배달을 경험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대 여성은 유해업소에 노출될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10대 여성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영옥 교수는 TV드라마 ‘낙랑 18세’와 영화 ‘어린 신부’를 떠올리며 “우리 문화산업에는 10대 여성을 성산업화하는 ‘로리타 콤플렉스’가 있다.”면서 “과연 이것이 누구의 욕망을 위한 것인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10대 보호’에서 ‘스스로의 역량 강화’로 결국 10대 여성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늘푸른여성지원센터 이명선 소장은 “한국의 10대 여성들이 공식적으로는 가부장적인 위계 문화에서 미성숙한 성인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남성 중심의 성문화 속에서 성상품화되고 있다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결국 10대 여성 스스로 여성의 인권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 센터도 과거에는 가출 및 성매매 여성을 위한 쉼터를 지원하며 가족에 복귀시키는 사업을 폈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현재 일주일에 두 차례 여의도와 동대문에서 성교육과 진료 등의 상담 활동으로 한해 평균 1만 8000명의 10대 여성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여성 참여 프로그램 ‘파워캠프 내셔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가장 눈길을 끈 사례는 캐나다의 파워캠프 내셔널(POWER Camp National)이었다. ‘POWER’는 여성의 경험적 현실에 관한 파트너십을 뜻하는 영어문장에서 머릿글자를 모은 것. 캠프 공동설립자 스테파니 오스틴 박사는 “10대 여성을 단지 보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의 힘을 스스로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박사는 “파워캠프 내셔널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그저 10대 여성이 자신의 경험에 관해 의사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줄 뿐”이라면서 “여름 캠프나 지역 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데 모인 10대 여성들이 성 정체성을 함께 찾아가고 성 차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진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베르던 초등학교는 5∼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춘기 여학생들은 보디페인팅을 하며 자신의 몸이 여성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논의하고 평소 금기시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오스틴 박사는 “‘그 여자 옷입은 거 봤어?’라는 이야기 프로그램에서는 여학생들이 옷을 입는 스타일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면서 “여성 스스로 여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여년 동안 내전을 겪으며 전쟁이 10대 여성들에게 엄마와 학생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요구하는 수단의 사례를 토론하면서 고문, 강간, 조기 임신에 노출되어 있는 아프리카 또래 여성과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고 한다. 오스틴 박사는 “또래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10대 여성들은 평소 부모나 남자 친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대처방법까지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박영란 교수는 “파워 캠프 내셔널의 핵심은 결국 참여”라면서 “수줍고 소극적인 여성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 10대 여성들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드라마 ‘용서’ 제주 촬영현장

    드라마 ‘용서’ 제주 촬영현장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옥빛 바다가 내려다 뵈는 제주도의 한 해변가. 두 중년 남녀가 마주보고 서있다. 여자는 대학 동창 남자 친구의 불륜 고백을 듣고는 타박한다.“그래서 그 여자와 잤단 말야?”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남편이라는 족쇄 때문에 참고 눌러야 했던 사랑의 감정을 이제 막 끄집어냈다고 믿는 그다. 새달 1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아침드라마 ‘용서(극본 김지수 연출 전성홍)’는 ‘불륜’과 ‘사랑’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드라마다. 결혼과 불륜, 이혼과 복수라는 아침드라마의 진부한 도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목소리는 있다. 이혼을 ‘절반의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을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는 것. 불임으로 자식을 갖지 못해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을 일으키는 아내(정선경),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편(정보석), 유부남인 그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여자(최정윤). 옛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 ‘용서’는 이들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제주도 촬영현장에서 드라마속 ‘불륜’을 실감나게 연기할 두 연기자의 각오를 들어봤다. #관습에 맞서는 요즘 여자 “이미지 변신의 기회죠. 욕심이 났어요. 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요.” 최정윤(28)은 젊은 나이임에도 ‘아줌마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것도 ‘미혼모’연기다.“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지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말에 당찬 답변을 내놓는다.“‘여인 냄새’가 나지 않는 제 약점을 극복하고 싶었어요.‘옥탑방 고양이’로 굳어진 악역 이미지도 벗고, 평소 원하던 애절한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었죠. 무엇보다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언젠가는 자신도 나이를 먹어 아침드라마에 출연할 텐데 조금 빨리 변화된 모습을 선보이는 것 뿐이라며 미소짓는다. 벌써 데뷔 8년차인 그녀는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까지 영화 ‘분신사바’, 뮤지컬 ‘크레이지 포 유’ 등을 통해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했다.“꾸준히 오래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직 연기뿐이거든요.” #나약한 요즘 남자 “제 연기를 통해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요즘 남자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정보석은 사극에서 멜로, 코믹연기까지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지만, 여전히 차갑고 진지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언제부터인가 이미지가 고정되고 연기 패턴도 정형화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이걸 어떻게 깰 수 있나 고민했죠. 해답은 ‘변신’뿐이었어요.”영화 ‘오 수정’과 드라마 ‘인어아가씨’를 통해 ‘가벼운’모습을 선보인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단다. 그가 일하면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인간관계’다.“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치중하는 부분은 ‘사람’입니다. 함께 작업했던 작가, 연출자들이 부르면 대본이나 배역에 상관 없이 그냥 출연하죠.”그러면 비슷한 배역만 맡게 되지 않을까.“그 분들도 연달아 똑같은 분위기의 작품은 피하거든요. 제 캐릭터를 다양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는 기자에게 나이를 밝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나이라는 외부 환경이 배우의 이미지에 덧씌워지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캐릭터를 전달할 수 없어요. 배우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배우 연기를 나이보다 이미지로 봐줬으면 해요.” 제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中 국경절은 ‘인공유산절’

    中 국경절은 ‘인공유산절’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황금연휴인 국경절(10월1∼7일)이 ‘인공 유산절’로 변했다.중국 ‘신식시보’가 이번 국경절 연휴에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웬만한 대도시마다 폭증했던 ‘중절수술 러시’를 빗댄 말이다. 광저우시 부녀병원의 한 의사는 “국경절 7일 동안 평일보다 2∼3배가 많은 170명이 수술을 받았는데 젊은 미혼모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중에는 여대생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베이징의 부녀아동 병원 등 대도시의 전문병원 의사들은 밀려드는 중절 수술자들 때문에 황금 연휴에 쉬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임신 24주 이전까지 간단한 신분확인 후 웬만한 병원에서 인공유산 수술이 가능하다.성개방 풍조와 맞물려 미혼모들의 중절수술 폭증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oilman@seoul.co.kr
  • 美 교육개혁 ‘시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교육개혁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교육개혁정책(No Child Left Behind)은 당초 수학과 영어 능력 향상을 목표로 시작했지만,교육 개혁이란 이름이 붙여지자 교육계 전체에서 예기치 않은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이와 미혼모는 교사 부적격?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하원의원 짐 드민트는 “동성연애자와 결혼하지 않은 채 임신한 여성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교사의 자격과 관련한 논란이 일어났다.드민트 의원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는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그같이 주장했다. 다음달 2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는 드민트 의원은 동성연애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본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동성연애자나 전통적 가정의 가치에서 벗어나 생활하는 교사들에 대한 의구심은 미국인들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사안이다.특히 최근 동성연애자 결혼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되면서 그동안 쉬쉬해왔던 동성연애자 교사의 자격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공립학교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지만 지역 편차가 커지고 있다.뉴욕주의 경우 1년에 학생 1인당 최고 2000달러(230만원)나 차이가 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만 해도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 학교 및 학생간의 지원 금액에 별차이가 없었다.하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역별 세금 징수 실적에 따라 교육 지원금 차이가 커지고 있다.특히 빈곤층 지역의 학생들이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비해 지원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학교에도 경영 마인드 도입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클리퍼드 제이니 장학관은 학교 경영의 일부를 전문 경영인이나 기업에 맡기는 개혁안을 고려하고 있다.제이니 장학관은 또 고등학교를 누구나 4년만에 졸업하는 관행을 바꿔 학업 성취도에 따라 3∼5년 사이에 형편에 맞게 졸업하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하위 10%는 폐교 시카고 교육위원회는 좀더 과격한 교육 개혁안을 마련했다.관내 600개의 학교 가운데 학업성적 등이 저조한 학교 10%는 아예 폐교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폐교되는 학교의 학생은 새로 설립될 이른바 ‘르네상스 학교’로 전학한다.르네상스 학교는 교육과정,예산,수업기간 등이 완전히 자율에 맡겨지는 새로운 개념의 학교다. 그러나 폐교가 예상되는 학교의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사노조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시카고의 교육개혁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dawn@seoul.co.kr
  • TV에선 콩가루…영화는 화목한 가족

    TV에선 콩가루…영화는 화목한 가족

    ‘TV에서 찢어진 가족들,영화에서 뭉쳤다?’ 요즘 TV드라마에는 ‘콩가루 가족’만 득실득실하다.이혼·불륜·동거를 넘어서 이복 형제간의 삼각사랑 싸움,남매간의 사랑 등 가족 관계를 반인륜적으로 굴절시킨다.주인공을 고아나 입양아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반면 스크린에는 ‘가족의 사랑을 되찾자.’며 가족화합의 메시지로 회귀하고 있다.형제,부자,모자 할 것 없이 눈물로 진한 가족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 ●브라운관은 가족해체 바람 지난 1일 첫 전파를 탄 MBC 수목드라마 ‘아일랜드’의 여주인공은 입양아 출신.입양부모마저 모두 살해당하고 외톨이가 된 뒤 고국으로 돌아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친오빠다.SBS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자 입양아 출신인 여주인공은,계약결혼을 한 뒤 시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반인륜적인 가정사를 보여준다.MBC 일일드라마 ‘왕꽃선녀님’은 입양 자체를 비하시키면서 입양가족 단체로부터 방송중단 요구를 받기도 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는 형제가,얼마전 종영한 SBS ‘파리의 연인’에서는 삼촌과 조카가(더 황당한 것은 나중에 알고보니 아버지가 다른 동복 형제란다.)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 대결을 펼친다.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MBC 일일극 ‘빙점’은 여주인공이 남편의 무관심속에 외도를 하게 되고,결국 딸이 유괴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스크린은 가족화합 바람 미혼모를 떳떳하게 내세운 ‘싱글즈’,조각난 가족의 초상화 ‘바람난 가족’등 영화 역시 지난해에는 ‘가족해체’가 화두였다.하지만 올해는 가족애를 강조하는 영화로 급선회하고 있다. 포문을 연 영화는 전쟁 속에서 피어난 형제애를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뒤이어 ‘효자동 이발사’는 시대상 속에 부성애를 녹여냈고,‘인어공주’에서는 딸이 어머니의 과거를 목격하면서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렸다.3일 개봉하는 ‘가족’은 반항아 딸이 무뚝뚝한 아버지와 화해하는 내용이고,‘돈텔파파’역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둥 줄기로 삼았다. 개봉을 앞둔 영화도 여럿 있다.새달초 개봉하는 원빈·신하균 주연의 ‘우리형’은 모범생 형과 말썽꾼 동생이 결국은 뜨거운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이달 크랭크인하는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은 자폐증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해내는 휴먼드라마로,김미숙이 연기할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중심을 이룬다.11월 개봉 예정인 고두심 주연의 ‘먼길’역시 어지럼증으로 차를 못 타는 어머니가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걸어간다는 내용.현재 촬영중인 문소리 주연의 ‘사과’에서도 아버지는 사랑을 잃고 상심한 딸을 위로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려진다. ●진부한 포맷vs사회상 반영 전문가들은 영화가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가족 이데올로기에 호소하는 것은 복고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렛대가 없는 사회가 원형적인 형태의 가족 팬터지에 기대는 심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반면 TV드라마는 시청률·제작비 등 제작 여건상 기존의 성공한 드라마 포맷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 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경제난과 맞물려 사회의 키워드는 ‘탈 개인화’,즉 가족으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여러 작가들이 모여 기획하고 수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영화와 달리,작가 한두명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시대에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소연 이영표기자 purple@seoul.co.kr
  • [기고] 해외입양, 이젠 그만!/김성이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지난 5일부터 4일간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는 세계한인입양대회가 열렸다.전 세계 15개국에 입양 간 430여명이 함께 조국의 정을 나눈 자리였다.이 자리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동적인 축사를 했다.“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하지만 망설였습니다.과연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여러분이 감당했던 고뇌와 상처를 짐작하기에 쉽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그래도 말해야겠습니다….여러분,사랑합니다!” 이 말에,참석한 입양인들은 “엄마,아빠 이해해요….사랑해요!”라고 화답하였다. 지금까지의 해외입양 총인원은 약 20여만명으로 추정된다.많았을 때는 한 해에 7000∼8000명이나 해외에 입양되었고 최근에는 연간 2000명 정도를 해외에 입양시키고 있다.해외입양은 6·25전쟁 이후 급증한 고아들의 문제를 경제적으로 허약했던 그 당시 정부가 책임질 수 없어 해외로 내보낸 데서부터 비롯되었다.이제 우리가 먹고 살만하게 된 지금,아직까지도 우리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지를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번 입양대회에서는 이미 입양된 우리 자녀들을 위한 입양인 상호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입양인 네트워크 구축이 제안되었으며 구체적인 사후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해외 입양인은 모국과 그들이 자란 나라를 연결하는 핵심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입양을 계속할 것인가를 본질적으로 생각할 때이다.해외 입양기관의 장으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이 퇴직하는 자리에서 주변에서 큰일을 하셨다고 말씀드리자 “본인은 죄인이다.”라고 흐느낀 적이 있다.낯도 설고,물도 선 이국땅에 안 떨어지겠다는 어린 아이들을 떼어놓고 돌아설 때 그 아이들의 눈에 맺히는 눈물 방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고 고백하면서 정말 내가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다고 후회하였다. 해외입양은 개인적 차원에서 상처를 주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국가적으로도 문제가 된다.얼마 전 외국에 가서 한국의 발전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그 이야기를 듣던 한 외국인이 “그렇게 나라가 발전되었으면 왜 지금까지 아이들을 해외에 입양시키고 있느냐?”고 반문했다.그 옆에 있던 다른 외국인들이 ‘자기들의 아이들을 다른 나라에 키워주길 부탁하는 나라’보다 ‘다른 나라 아이들을 받아들여 키우는 나라가 더 위대한 나라이며 훌륭한 국민’이라고 평가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이처럼 해외입양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력의 문제이며,국가 주체성의 문제이다. 해외입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입양에 대한 인식전환 운동이 필요하다.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혈연중심 사회로,입양은 같은 집안의 피를 받은 아이들만 하고,부득이하여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를 입양하였을 경우에는 숨기는 문화였다.이러한 문화속에서는 국내입양이 확산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최근 일부 종교단체들이 펼치는,혈연관계를 초월한 국내입양문화개혁 캠페인에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입양에 대한 인식개선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인식개선 운동에 앞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우선 시행해야 될 일도 많다.첫째,정부는 국내입양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예를 들면 입양하기는 힘드나 아이들을 돌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가정을 선정하여 정부가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둔다면 어렵지 않게 해외입양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정부는 미혼모나 편모,편부가 자녀들을 키울 수 있는 양육지원제도를 만들어 고아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최근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미혼모의 자녀나 해체가정의 자녀들이 많다.미혼모나 편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강화하여 이들이 자녀를 상실하는 아픔을 갖지 않게 하며 사회적 부담도 감소시키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셋째,정부는 지금 곧 해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금년은 해외입양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언제까지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 속에 갇혀 국가 위신을 추락시킬 것인가? 이제 더 이상 해외 입양아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두려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성이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 [일상속 불평등 언어들] 무심코 던진 말에 눈 흘긴다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을 당신은 뭐라고 부르는가.‘미혼모’라고 대답했다면 틀리지는 않았다.하지만 듣는 그녀의 기분도 정답일까.그녀를 ‘제 집사람입니다.’라고 소개할 때면 ‘나는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는 듯 곱지않은 눈길을 보내지는 않던가. 갑자기 왜 시비를 거는지 궁금하다면 평소 무심코 내놓는 말들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자.미혼모,미망인,집사람….듣는 이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말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가.시대가 변하는데도 변하지 않는 고집센 단어들에 ‘이유있는 딴죽’을 걸어본다. ●미망인(未亡人)=아직 남편을 따라죽지 못한 여자 폐경(閉經)은 ‘월경이 끝났다.’는 뜻이다.객관적인 현상을 기술하는 말이지만,기분이 좋지 않다는 반응도 많다.여자로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손을 생산하는 고유한 업무를 완수했다.’는 의미에서 완경(完經)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다소 작위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의미에는 대부분 동의한다.대학 시간강사 정수연(47·여)씨는 “별다른 느낌 없이 당연히 거쳐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다가올수록 여자로서의 생리적 기능이 다 끝났다는 듯한 황폐한 기분이 느껴진다.”면서 “완경이란 말이 익숙하진 않지만 폐경은 기분 나쁘다.자꾸 쓰면 완경도 익숙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미망인은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다.남편을 잃은 여성을 지칭한다.주부 서은진(46)씨는 “미망인이 과부보다는 듣기에 우아한 것 같지만 여자는 남편을 따라죽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이고 가부장적인 속뜻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광고회사 디렉터 김영진(44)씨는 “뜻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렇지만 미망인 말고 따로 부를 말이 없는 것 같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미혼모(未婚母)는 ‘결혼을 하지 않은 아이 엄마’라는 뜻이다.회사원 오현희(52·여)씨는 “‘시집도 안 간 여자가 감히 애를 낳았다.’는 듯 부정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 같아 듣기 안 좋다.”면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면 그럼 미혼부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처녀비행 등 첫번째 시도라는 의미로 ‘처녀’를 붙이는 데에도 이견이 많다.웹디자이너 홍경미(25·여)씨는 “남성 중심의 순결·정조의식을 강조하는 수식어”라면서 “그것도 아주 기분좋지 않은 표현”이라고 했다.하지만 윤성국(39·회사원)씨는 “처녀를 다른 말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순결을 중시하는 가치관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조금 다른 생각을 밝혔다. ●집사람∼아줌마∼사모님 처음 만난 이에게 대뜸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대부분 아가씨,아줌마,사모님 가운데 하나로 불리곤 한다.하지만 여기에서도 불평등이 감지된다. 흔히 쓰는 ‘아내’‘집사람’‘안사람’ 등의 호칭에 주부 오혜진(37)씨는 “아내라는 말이 언뜻 듣기에는 다정한 것 같지만 남편이 나를 그렇게 소개하면 내가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인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는 “하지만 그런 나도 무의식중에 나를 소개하면서 ‘누구의 안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후회하곤 하니 말에 익숙해지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아가씨나 아줌마는 더욱 차별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부동산 중개업자 배민정(43·여)씨는 “이름을 모를 때야 어쩔 수 없지만 여성을 비하하듯 쓰는 것이 문제”라면서 “직장에서 매일 마주치면서도 아가씨라고 부르거나,아줌마가 뭘 아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높임말로 쓰이는 ‘사모님’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주부 오모(52)씨는 “사모님이란 남성에 기준을 두고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라면서 “상대는 나를 높이느라 그렇게 부른 것이겠지만 듣는 처지에선 남성에 종속된 느낌”이라고 말했다.회사원 신재원(29)씨 역시 “나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에게 쓰는 말 같은데 아무 때나 남발하는 것 같아 듣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여류시인,여검사,여의사 등 직업 앞에 ‘여’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데는 의견이 엇갈렸다.대학생 이하송(26·여)씨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데 성에 따른 직업 역할을 구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학생 이재영(25)씨는 “이 단어들에는 여전히 사회 진출에 큰 장벽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어려움을 뚫고 그 직업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는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굳이 나쁘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책꽂이]

    ●영혼과 가슴(김남조 지음,새미 펴냄) 원로 시인의 15번째 시집.“허무를 제거”하고 “안식을 주는 사랑”을 노래하려는 시인의 목소리가 메마른 세태를 달래준다.끝없이 이어질 시인의 업보를 ‘시지프스’에 비유한 작품 등은 시인이 부를 사랑의 노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8000원. ●이청준의 인생(이청준 지음,열림원 펴냄) ‘아름다운 흉터’를 잇는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전작이 동심에 대한 추억이라면 이번엔 작가가 지금껏 “보고 생각한 우리 삶과 세상 풍물의 표정”을 모은 것.농부가 된 옛 은사,창작에 얽힌 일화 등을 길어 올리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메마른 현대인을 달래준다.8500원. ●기쁨이 열리는 창(이해인 지음,마음산책 펴냄) 수녀원 입회 40주년을 기념해 낸 문집 형태의 글 모음집.“내가 살고 싶고,되고 싶고,이웃을 초대하고 싶은 바람”을 시·수필·독서일기 등의 형식에 담은 95편의 글을 수록.9500원. ●내가 읽은 삶(양정자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아내·엄마의 삶을 그린 ‘아내일기’의 시인이 낸 3번째 작품집.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이순이 돼 경험한 어머니 없는 세상의 무기력함 등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시어로 불러낸다.6000원. ●‘2days 4girls’(무라카미 류 지음,권남희 옮김,이가서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신작.‘이틀 동안 네 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법’의 부제가 말하듯 사십대 중반의 금융맨인 주인공과 네 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9500원.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 지음,김난주 옮김,이레 펴냄) 9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신작.교통사고 후유증으로 80분만 지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는 천재 수학자가 미혼모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과 나누는 사랑을 다루었다.9000원. ●위험한 동화(아흐멧 알탄 지음,이난아 옮김,황매 펴냄) 터키의 베스트셀러.가족을 잃고 친척집을 전전해온 무명작가가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겪는 갈등과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현대의 우울한 일상을 그렸다.9000원.˝
  • ‘불새’서 제2 연기인생 꽃피우는 애마부인 김부선

    “김부선씨 땜에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서 회장과 김부선 아지매의 러브스토리도 방송해 주세요.”“배역 잘 소화해 내고 있는 김부선 파이팅!”…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 ‘불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녀를 격려하는 글들이 쏟아진다.재벌 총수인 서 회장(박근형)의 아내이자 정민(에릭)의 계모로 출연하면서 안방극장에서 뒤늦게 꽃봉오리를 화려하게 터뜨린 그녀.‘3대 애마부인’이자 한때는 대마초 사건과 미혼모 배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김부선(4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제는 백화점에 가도 ‘어머,불새 계모다.’하며 다들 알아봐요.70분 방송에 1분 정도 출연하는 거지만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니까 힘이 납니다.그 맛에 배우를 하나 봐요.” ●‘상류층 사모님’신랄히 비꼬고 싶었다 한물 간 배우로 여겨졌던 그녀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를 유혹하는 떡볶이집 아줌마로 나오면서부터.하지만 관객층이 한정된 영화에 비해 시청층이 광범위한 드라마에 첫 출연하면서,이제 그녀는 온국민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특히 푼수기 있으면서도 잇속에 밝은 재벌총수 부인 연기는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그런데 그 실감나는 연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삶은 짓밟힌 세월의 연속이었다.20대 초반 한 남자를 만났고,아이를 임신하니 유부남인걸 알았다.어마어마한 재산가였던 아이 아버지는 4개월된 딸을 데려갔고,딸을 되찾기 위해 위자료와 양육비 등을 모두 포기한다는 공증에 멋모르고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17년.‘미혼모’라는 딱지를 달고 밑바닥을 전전하며 혼자 딸을 키우는 ‘피눈물의 세월’을 보냈다.5년전 양육비 소송에서 승소해 매월 50만원씩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의 힘으로였다.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자식을 나몰라라 할 수가 있을까요.딸을 찾으러 갔을 때도 그 사람들은 ‘여기가 감히 어딘데 찾아오냐.’고 했죠.저는 ‘감히’에 멍든 여자입니다.” 그러던 그녀가 ‘불새’에서 부잣집 사모님이 됐으니 한풀이를 할 만도 하다.스스로 망가지면서 위선 덩어리인 상류층을 희화화하고 싶었다.대사 한 줄이라도 읽고 또 읽으며 연구했고,소품 하나에도 아이디어를 냈다.“베풀 줄 모르는 ‘돈많은 거지’들을 비꼬고 싶었습니다.어렵게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도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스타에서 바닥까지… 파란만장 세월 파란만장한 인생은 운명이었을까.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김근희.어렸을 때 절을 찾았는데 ‘기생 팔자’라며 어느 노스님이 즉석에서 연꽃 부(芙)에 베풀 선(宣)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진흙 속에서 핀 연꽃이 되어 힘든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어야 기생의 업을 면할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하지만 그 업은 끈질기게 얽매었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겠다며 상경한 뒤 1981년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죠다쉬,프로스펙스 등의 모델로 활동하다가,83년 전무송씨와 연기한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로 데뷔한 뒤,85년 ‘애마부인 3’을 찍었다.하지만 그녀는 ‘에로 배우’라는 꼬리표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해피 엔드’의 전도연,‘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에게 에로 배우라고 안 하잖아요.80년대에는 에로영화가 주류였고,너도나도 그 배역을 탐냈다고요.” 그러다 대마초 사건이 터져 대스타로서의 꿈은 모래알처럼 흩어졌고,8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마약·섹스 끊어도 포기할 수 없던 연기 힘든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언젠간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였다.다시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비트’‘게임의 법칙’ 등에선 술집 마담으로,‘삼인조’에서는 몰래 바람을 피우는 여인으로,‘H’에서는 미스터리한 사연 속에서 죽는 인물로 잠깐 얼굴을 비쳤을 뿐이다.그러고나서 찍은 작품이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 “촬영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엄청 울었습니다.다시 배우가 되기를 꿈꿨지만 빛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이제 그만 접자.’고 생각했죠.” 하지만 유하 감독은 “개봉하면 일 좀 들어올 것”이라고 귀띔했고,그 말대로 요즘은 출연 제의가 밀려오고 있다.다음 출연작은 개봉을 앞둔 ‘인어공주’.우체국 직원역인데 “정복을 입어 너무 좋더라.”며 웃었다.촬영중인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는 정우성의 철없는 엄마 역을 맡았고,7월말쯤 방송될 SBS ‘연인’(가제)에서는 동료의 아이를 키워주는 바닷가 작부로 캐스팅됐다.주인공은 고수가 맡을 예정.“전 남자배우 복이 많은가봐요.권상우,정우성,고수….(웃음)” 8년째 카페를 운영하며 “왜 술집을 하느냐.”는 안좋은 시선을 받아온 그녀는 이제 연기자가 주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요즘은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예요.‘모진 세월 잘 견뎌냈구나.’싶죠.단지 자만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약도 섹스도 끊을 수 있었지만 결코 끊을 수 없었던 연기.“좋은 작품에서 김부선만의 색깔,톤,심성을 꺼내보이고 싶다.”는 그녀는 이제 다시 제 2의 연기인생의 한 페이지를 연 듯했다. ●딸의 권리 찾고 당당한 엄마 되고파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인 그녀에겐 연기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딸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그것이다.그동안 딸의 학교 운동회에 가서도 손가락질을 당할까봐 함께 운동장에서 밥도 먹지 못했다는 그녀.그러나 편견이 옭아맨 세월은 그녀를 변화시켰다. “왜 지금까지 참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물론 공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고1이 된 딸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인터넷에 그녀를 음해하는 루머가 돌자 딸은 “과거를 뉘우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엄마에게 악의를 갖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 가만있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루머를 단숨에 잠재웠다.에로 배우의 이미지를 빌려온 단역에 출연할 때도 “엄마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호적도 돌려주고,최고의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양육비와 위자료를 돌려받는 법적 투쟁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그녀가 힘이 없을 때는 “소송하려면 해라.”고 나왔던 상대가 지금은 “내년초까지 봐달라.”며 수그러졌지만 그녀는 더이상 참을 생각이 없다. “분명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제가 잘못했다면 질 것이고,상대가 잘못했다면 제가 이기겠죠.위자료를 받으면 미혼모기관에 기부해 그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제 공인으로서 배우로서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가 다시금 가꿔갈 삶의 길에 향기로운 꽃이 풍성하게 필 일만 남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박범신 연작소설집 ‘빈방’

    “내 몸 안엔 늙지 않는 예민하고 포악한 어떤 짐승이 살고 있다.그놈은 날카롭고 긴 가시발톱을 수없이 갖고 있어서 내가 쓰지 않으면 생살을 찢고 나오려고 지랄발광을 하니 쓸 수밖에 없다.”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감지한 중견 작가 박범신.그 업에 전념하기 위해 올해 초 교수직도 반납하고 시시푸스처럼 글쓰기라는 바위를 굴려 올려온 그가 연작 소설집 ‘빈 방’을 이룸출판사에서 펴냈다. 작가의 ‘빈 방’을 채우고 있는 것은 6편의 작품들인데 그 표정은 메마르고 텅 빈 현대의 초상화를 닮았다.각기 다른 매체에 발표한 작품들이고 약간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자본주의적 욕망의 불모성과 헛됨을 꼬집는 종착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한결같다. 6편의 단편을 끌고 가는 주인공은 화가의 꿈을 접고 시골 읍에서 무위도식하는 주인공 ‘나’.작품은 ‘나’가 만나고 관찰하는 다양한 인물의 일상과 꿈을 통해 현대인의 메마른 표정을 그리고 있다. 그 대척점에 야심만만한 옛 애인 혜인이 존재한다.패션디자이너로 출세하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혀 60대 노인과의 결혼마저 서슴지 않는 혜인이 욕망과 집착으로 ‘빈 방’을 채우는 반면 ‘나’는 이 모든 것을 빈껍데기라 여기며 갈수록 비우는데 몰두한다.이외에도 ‘나’는 빈 젖을 빨고 자란 읍내 이발소 주인과 면도사,알 몸으로 장난감 말을 타고 말울음소리를 내는 늙은 여류작가,미혼모 등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불안한 현대인의 그림자를 목도한다. 이윽고 벙어리 농부의 성스러운 죽음에서 ‘나’는 애써 비우려 했던 자신이나 채우려는 다른 사람들의 욕망이 모두 헛된 것임을 깨닫고 세상을 등지려고 숨어 든 시골 집을 떠난다.깨달음 뒤에 떠나는 ‘나’,즉 작가가 그 뒤의 여정에서는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새광고]

    ● 문경은 바지 벗긴 김디에나 ‘파충류 소녀’ 김디에나가 ‘얼짱 슈터’ 문경은의 바지를 내려버렸다.전자랜드21이 에어컨 가격을 시원하게 내렸음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의 한 장면. 농구를 하다 문 선수의 화려한 드리블에 약오른 디에나가 문경은의 바지를 확 내려버린다.제작진은 디에나가 연기에 몰두해서 바지 이상을 내려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고. ● 캔커피로 화해 청하는 조인성 경남 통영의 마리나 리조트에서 촬영한 캔 커피 맥스웰 하우스 광고에서는 조인성과 이진욱이 친구 사이로 등장한다. 작은 다툼이라도 있었는지 어색함이 흐르는 둘 사이에 조인성이 씨익하는 웃음과 함께 맥스웰 캔 커피를 건네자 인욱은 친구의 마음을 알아챈다. 통영 촬영장에는 조인성을 구경 온 여학생들로 성황을 이뤘다. ●화면 가득히 싱그러운 대나무 초저가 화장품 더페이스샵이 모델을 쓰지 않고,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만으로 광고를 제작했다. 3000원대 화장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더페이스샵은 연꽃, 대나무, 이슬, 석류 등으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현했다.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촬영 전문 스태프를 투입, 기존 스크린보다 폭이 넓은 시네마스코프 기법으로 만들었다. ●혼자 살아도 빨래는 깨끗이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 테크 광고에는 정준호,장진영,이현우 등 세 명의 미혼 모델이 나온다.빨래에 초보인 미혼일지라도 ‘누가 빨아도 깨끗한’ 테크의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주부층을 공략하기 위해 주로 주부가 등장했던 광고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세 명의 미혼모델이 등장하는 광고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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