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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대공분실 앞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 이한열 열사 어머니 참석

    옛 대공분실 앞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 이한열 열사 어머니 참석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앞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2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맨 앞)씨 등 참석자들이 ‘광야에서’를 제창하고 있다.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을 주제로 열린 올해 기념식은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와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로 사주 일가의 ‘갑질’을 드러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사회를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미투 5년… 이제야 그를 교단서 쫓아냈다

    미투 5년… 이제야 그를 교단서 쫓아냈다

    이경희 코치 “3년간 성폭력 당해” 징계 없이 교직 유지하던 가해자 체조협 부회장 선임 거부당하자 “이씨와 연인” 소송했다가 패소 강간 미수·명예훼손 등 조사 남아국내 체육계 최초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전 대한체조협회 고위간부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최근 해임됐다. 피해자인 이경희(48)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측은 “미투 폭로 5년여 만에 이뤄진 첫 징계”라고 밝혔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A씨는 서울교육청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달 21일자로 해임 처분됐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A씨가 체조협회 부회장 선임 인준 거부를 놓고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종 패소하자 판결 내용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으며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견을 냈다. 당시 법원은 “(인준 거부의 근거가 된) 이씨의 미투 내용이 수치심이나 형사 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존재하지도 않은 피해 사실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별도의 불복 절차를 제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3년간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A씨가 곧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직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복할 경우 징계위 의결 이후 30일 이내 소청이 가능하며, 본인에게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후임 교사를 이미 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코치의 법률대리를 맡은 오선희 변호사는 “형사 처벌과 인사상 징계는 별개의 건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탈북민으로 한국에서 어떤 연고도 없는 이 코치에게 ‘미투’ 이후 과정들은 힘겨운 싸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2014년 리듬체조 대표팀 상비군 코치였던 이씨는 대한체육회에 ‘2011년부터 3년간 체조협회 임원을 지낸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A씨는 임원직에서 물러났고 감사 등 징계 절차도 마쳐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A씨가 2016년 체조협회 부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체육회는 이씨의 탄원서 등을 근거로 선임 인준을 거부했지만 A씨는 “이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3월 방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의 패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A씨는 형사 처벌은 받지 않았다. 검찰이 과거 수사에서 공소시효 완료나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2017년 11월 A씨를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는 재정 신청도 기각됐다. 이에 이 코치 측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었고 증거가 보강됐다”며 올해 4월 상습강간 미수와 강제추행으로 A씨를 다시 고소했다. 미투 과정에서 “연인 관계”를 주장한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도 지난해 7월 불기소처분됐으나 항고 과정을 통해 올해 4월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오 변호사는 “명예훼손 수사의 경우 미투 사건 피해자에게 ‘꽃뱀이다’ 등의 말을 하는 것 역시 죄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미투 5년… 이제야 그를 교단서 쫓아냈다

    미투 5년… 이제야 그를 교단서 쫓아냈다

    이경희 코치 “3년간 성폭력 당해” 징계 없이 교직 유지하던 가해자 체조협 부회장 선임 거부당하자 “이씨와 연인” 소송했다가 패소 강간 미수·명예훼손 등 조사 남아국내 체육계 최초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전 대한체조협회 고위간부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최근 해임됐다. 피해자인 이경희(48)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측은 “미투 폭로 5년여 만에 이뤄진 첫 징계”라고 밝혔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A씨는 서울교육청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달 21일자로 해임 처분됐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A씨가 체조협회 부회장 선임 인준 거부를 놓고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종 패소하자 판결 내용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으며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견을 냈다. 당시 법원은 “(인준 거부의 근거가 된) 이씨의 미투 내용이 수치심이나 형사 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존재하지도 않은 피해 사실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별도의 불복 절차를 제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3년간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A씨가 곧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직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복할 경우 징계위 의결 이후 30일 이내 소청이 가능하며, 본인에게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후임 교사를 이미 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코치의 법률대리를 맡은 오선희 변호사는 “형사 처벌과 인사상 징계는 별개의 건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탈북민으로 한국에서 어떤 연고도 없는 이 코치에게 ‘미투’ 이후 과정들은 힘겨운 싸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2014년 리듬체조 대표팀 상비군 코치였던 이씨는 대한체육회에 ‘2011년부터 3년간 체조협회 임원을 지낸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A씨는 임원직에서 물러났고 감사 등 징계 절차도 마쳐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A씨가 2016년 체조협회 부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체육회는 이씨의 탄원서 등을 근거로 선임 인준을 거부했지만 A씨는 “이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3월 방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의 패소를 확정했다. 과거 수사에서 검찰이 공소시효 완료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A씨를 불기소하자 이 코치 측은 지난 4월 상습강간 미수와 강제추행으로 A씨를 다시 고소했다. 미투 과정에서 “연인 관계”를 주장한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도 불기소처분됐으나 항고 과정을 통해 최근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오 변호사는 “명예훼손 수사의 경우 미투 사건 피해자에게 ‘꽃뱀이다’ 등의 말을 하는 것 역시 죄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민주 ‘육룡이 나르샤’

    민주 ‘육룡이 나르샤’

    무죄 이재명·유시민 정계복귀 시사 등 위축됐던 대선 잠룡들 다시 확장세로 이낙연·박원순·김부겸·조국 후보군에 김경수 부활·이인영 포함 땐 최대 8명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계 복귀를 시사함에 따라 다소 위축됐던 여권 내 대선주자 후보군이 다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여권 대선주자군은 ‘인물이 넘쳐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유력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운동’으로 침몰한 데 이어 이 지사도 가족사와 관련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코너에 몰렸고 지난 1월엔 김경수 경남지사마저 ‘드루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졸지에 대선주자군이 확 줄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이 지사를 향해 “시중에 ‘안이박김’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은 누군가”라고 질문한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이박김’ 살생부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면서 완성됐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런 릴레이 낙마 끝에 남은 여권 대선주자군은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도로 쪼그라들었고, 추가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잠룡으로 거론됐다. 그랬던 여권 잠룡의 흑역사는 이 지사의 1심 무죄와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 시사로 급격히 달라졌다. 특히 그동안 정계 복귀 관측을 완강히 부인했던 유 이사장의 변화는 여권 대선주자군 판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유 이사장은 최근에도 ‘대통령 안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말에 ‘그러면 욕하라’고 말하더니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다’고 말했다”며 “발언이 정치를 하는 쪽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아직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되지 않은 김 지사도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주자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여권 지지층 사이에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표차로 승리하며 주목받은 이인영 원내대표도 잠룡 후보군에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초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역임해 ‘학생 운동권’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 원대대표가 대선주자 반열에 들어섰다면 여권 대선주자 후보군은 8명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예비교사들 성평등 교육 개편 시급”

    시험 합격률 높이기 급급… 변화 못 따라 “교원 양성·임용과정 전반 재구조화해야” 서울교대 남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등 이른바 ‘교대 미투’가 잇달아 폭로되면서 교원양성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과내용과 이론에 매몰된 교원양성 체계를 개편해 예비교사들이 성평등 등 시민의식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6일 “예비교원들이 대학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교대 및 사범대의 교직이수 과목에 성폭력 관련 교육을 포함하도록 교원자격검정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 소양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정작 대학에서 성평등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교대와 사범대 등의 교직이수 과목은 각 교과에 대한 이론과 교육론, 교직이론 및 교직소양, 교직실습 등으로 구성된다. 2012년부터 교직소양 필수과목에 ‘학교폭력 예방’ 과목이 신설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성폭력 예방이나 성인권, 성평등에 대한 교육은 교육실습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강의 정도에 그친다. 교육부는 교대와 사범대, 일반대 교육학과 등을 평가하는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지표에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 실적을 올해부터 포함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간 1회, 1시간 이상만 이뤄져도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 필수과목에 성폭력 관련 과목을 신설하는 건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해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존 교직과목에 성폭력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정도의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전국의 12개 교·사대를 선정해 인권과 성인지감수성 등 시민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도록 4년간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도 올해부터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나 ‘미투’ 등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관련 교육을 신설하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지 말고 교원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용시험 합격률 높이기에 급급한 교·사대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사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교사가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교원 양성 및 임용과정 전반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지현 검사, 현직 검찰 간부 3명 고소

    서지현 검사, 현직 검찰 간부 3명 고소

    안태근 전 검사장 사건 후속조치 안 한 검찰과장언론대응·내부게시망 글로 명예훼손한 검찰 간부검찰 간부 3명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검찰 내 미투(Me Too)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46·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현직 검찰 간부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1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 14일 권모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문모 당시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서 검사는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53·20기) 전 검사장에서 강제 추행을 당했고,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자 인사 보복을 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안 검사장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검사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고소장에는 권 과장이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알고서도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고, 문 전 대변인은 언론 대응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서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긴 거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현직 검찰 간부로 재직 중이다. 경찰은 고소장 내용을 검토한 뒤 서 검사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30년 지났어도 생생한 악몽… 쉬운 낙태는 없어요”

    “30년 지났어도 생생한 악몽… 쉬운 낙태는 없어요”

    일부 무분별한 시술 증가 우려는 기우 낙태 부추기는 사회적 차별 사라져야“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본 순간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성만 죄인 취급해 온 법이 이제야 없어지는구나, 뒤늦은 분노도 느꼈고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짓눌렀던 굴레를 조금은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 전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선택했던 직장인 A(34)씨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여성들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것”이라며 “여성들이 불법이라는 협박 없이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미혼 부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 낙태를 하게 만든 사회적 차별도 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건강권이 더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그동안 불법 수술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건강을 해칠 위험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던 B(59)씨는 “예전에는 피임에 대한 인식이 없어 낙태가 더 만연했고 수술을 받다가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병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 쉽게 낙태를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여성들은 “낙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이번 헌법소원에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한 류민희 변호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공을 사회 인식 변화로 돌렸다. 그를 포함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리인단은 2013년부터 낙태 관련 개별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고, 이번 헌법소원 변론 과정에 적극 동참했다. 류 변호사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오며 관련 논의가 오히려 활발해졌고, ‘미투’ 등 여성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거세진 것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성 의료인들은 “앞으로 1~2년 동안 갈 길이 더 멀다”는 반응이다. 현장 적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내부적으로 이견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헌재 결정 이후 “의사의 개인 신념에 따른 진료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낙태 시술을 거부할 권리를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번 결정은 낙태 수술을 하나의 필수 의료 서비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의료인의 책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교복은 가장 야한 옷”…인천 ‘미투’ 여고 교사 8명 입건

    “교복은 가장 야한 옷”…인천 ‘미투’ 여고 교사 8명 입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천 한 여자고등학교 교사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아동복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시 부평구 모 사립여자고등학교 교사 A(50)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 중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교육청 수사의뢰 이후 해당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8명을 입건했고 혐의가 인정된 6명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지난해 학교 교실 등에서 학생들에게 성적인 농담이 섞인 발언을 하고, 그 중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 학교 한 학생은 올해 1월 페이스북에 “학교 교사들의 여성 혐오와 청소년 혐오·차별 발언을 공론화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스쿨 미투’를 공론화했다. 이 학생은 ‘교복이 몸을 다 가리기 때문에 음란한 상상을 유발해 사실상 가장 야한 옷’이라는 교사의 발언 등 학교에서 이뤄진 여러 성추행과 성희롱 의혹을 폭로했다. 다른 학생들은 이 글에 ‘생리통 심한 아이에게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 줄까’라고 한 발언이 빠졌다’, ‘못생긴 X들은 토막 살인해야 한다’고 했다’는 댓글을 달며 동참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전교생 620여명을 조사해 올해 2월 이 학교 전·현직 교사 2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현장 블로그] 車 옆에는 꼭 여성 모델이 있어야 하나

    [현장 블로그] 車 옆에는 꼭 여성 모델이 있어야 하나

    미투운동 계기 性감수성 제고와 배치 F1, 그리드걸 폐지 性상품화 고리 끊어“왜 그렇게 표정이 굳어 있어? 웃어 봐. 웃어야 예뻐….” 어디선가 듣기 거북한 발언이 귓전을 때렸다. 지난달 28일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가 진행된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다. 카메라를 든 한 남성은 단체 포토세션이 끝났는데도 여성 모델을 세워 놓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자동차를 찍는 게 아니라 여성 모델을 찍고 있었다. 모델은 불쾌감을 잔뜩 머금은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뒤에선 이런 얘기도 들려왔다. “○○○차 모델이 예쁘대. 거기로 가자.” 모터쇼에서 새로 선보이는 자동차의 외관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 보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자동차 옆에 늘 모델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 직원에게 “차만 찍고 싶은데 차 옆에 꼭 모델이 있어야 하나요”라고 묻자 “모델이 있어야 차가 더 돋보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동차가 있는 곳엔 언제나 여성 모델이 있다. 1960년대 일본에서 열린 레이싱·모터쇼 행사에서 여성 모델이 대거 등장한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 경주의 스폰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도우미 성격의 레이싱 모델을 투입한 것이다. 일종의 ‘섹슈얼 마케팅’이다. 국내에는 국제 공인 자동차 경주가 처음 열린 1995년부터 여성 모델이 등장했다. 이들은 각종 경주나 모터쇼 행사에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나타나면서 자동차와 함께 주요한 구경거리가 됐다. 모델을 보러 모터쇼에 간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자동차 업계에는 모델들에게 점잖은 의상을 입히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출 수위는 다시 높아졌다. 이번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일부 자동차 업체의 모델들도 여전히 노골적인 의상을 입고 홍보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한 자동차 업체의 부스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모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남성이 즐비했다. 행사의 ‘흥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성 모델을 섭외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미투운동’을 계기로 성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쩍 높아진 상황에서 모터쇼 여성 모델을 상대로 버젓이 이뤄지는 성희롱은 원천 차단하는 것이 옳다.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1(F1)은 지난해 그리드걸(레이싱걸) 제도를 폐지하면서 수십년간 지속돼 온 성 상품화 논란에서 벗어났다. 자동차가 남성의 전유물인 시대도 이미 지났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앞으로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자동차와 여성 모델 간의 연결 고리를 끊어 내길 바란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진학·입단 볼모 삼아 빙상 폭군으로 군림

    21일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빙상계 적폐’로 꼽혀 온 전명규 한국체육대(한체대) 교수가 빙상계 성폭력과 폭력을 방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교수는 자신의 제자들이 코치로 있었던 사설강습팀에 학교 소유인 빙상장을 무료로 독점 대관해 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권위를 바탕으로 취업 청탁이나 고가 금품 수수, 수당 부당 수령 등의 비위도 저질렀다. 폭행과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 교수가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사용한 주요 수단은 학생들이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진학과 입단 등 향후 거취 문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 교수가 빙상계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의 거취 문제를 거론해 사실상 합의를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심석희 선수의 미투 이후 빙상계 비위의 중심인물로 자신이 지목되자 지난 1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과 폭행 사실을 몰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 교수는 자신의 제자 코치와 학생이 ‘체력훈련지원’ 목적으로 기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던 400만원 이상의 고가 자전거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부양가족을 허위로 작성해 1047만원의 가족수당도 받았다. 2013년 2월에는 대한항공 빙상감독으로 있던 자신의 제자에게 스튜어디스 지원자 응시정보를 보낸 뒤 “(취업이)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전화해 사실상 취업 청탁도 했다. 한체대 빙상장은 전 교수의 사유재산처럼 사용됐다. 전 교수는 2015년 1월~2018년 4월까지 자신의 제자가 이끄는 쇼트트랙 사설강습팀에 빙상장 샤워실과 라커룸을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빙상장 샤워실이 코치실로 무단 변경됐고, 이 코치실에서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빙상장을 내주는 과정에서 대관 허가와 사용료도 받지 않았다. 한체대 빙상장을 대관하기 위해서는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전 교수는 2014년 8월~2017년 3월까지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정품으로 납품받았다며 해당 업체에 학교 돈 5100만원을 지급했지만 모두 가품이었다. 한체대 운영도 비위투성이였다. 2010∼2019년 체육학과 재학생 중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교직이수 예정자로 선발해 주면서 승인된 정원보다 240명을 초과한 1708명에게 교원자격증을 줬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는 282명에게 출결 확인도 하지 않고 수료증을 줬다. 교육부는 한체대에 전 교수 중징계를 포함해 교직원 35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빙상장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도록 용인한 전 교수와 부당한 방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관련 교직원 9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밖에 특정 교수가 입학을 조건으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 등 감사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제보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아이스하키 특기생 3명이 1단계 서류평가에서 기준에 없는 항목으로 점수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교직원 9명에 대한 경징계 및 경고를 학교에 요구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SNS에 부산 모 여고 교사 성폭력 제보 잇따라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어 교육청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찰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19일 SNS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부산 S여고 교직원들의 성폭력 사례제보를 위한 공식계정이 생기며 피해 사례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해당 여고 이름과 ‘미투’,‘미투 공론화’,‘교내성폭력 고발’ 등과 같은 문구에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도 S여고 재학생과 졸업생 피해 사례를 받는 방이 운영되고 있다. 한 트위터 제보 내용을 보면 “봉사활동 때 한 교사가 체육복보다 좀 짧은 반바지를 입은 학생을 보고 ‘그렇게 짧은 바지 입고 오면 할아버지들이 너를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 제보에는 한 교사가 특정 학생을 찍어 “키스 같은 거 해봤을 거 아니야”라며 묻거나 “남자친구랑 실수로 임신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봤다는 내용 등이 있다. SNS 피해 글을 보면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 모두 다수이고,피해 시기도 매우 광범위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8일 S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과 수사팀을 교육청 전수조사 때 참관하게 했다”면서 “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女캐릭터 갈증 씻은 극장가 ‘여우비’

    女캐릭터 갈증 씻은 극장가 ‘여우비’

    미국 마블 스튜디오가 최초로 여성 주인공을 단독으로 내세워 만든 ‘캡틴 마블’이 개봉 이후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극장가에는 여성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눈에 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의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여성들을 조명하는 작품들이다.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올리비아 콜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영국 스튜어드 왕가의 마지막 군주인 앤 여왕과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대립을 그린다. 세 여성의 사랑과 질투, 권력에 대한 욕망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점이 흥미롭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아내를 그린 ‘더 와이프’와 19~20세기 여성들의 롤모델이었던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삶을 다룬 ‘콜레트’(27일 개봉) 역시 자신의 성취를 깨닫는 여성들의 단단한 내면을 보여 준다. 불의에 맞서 싸우며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이야기야말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서대문 감옥 8호실에 갇힌 유관순 열사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연대를 다룬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불평등한 법에 맞섰던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28일 개봉) 등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지난해 이후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국내외적으로 여성 중심의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성이 억압받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차별화를 강조한 작품이 눈에 띈다”면서 “‘캡틴 마블’의 경우 여성으로서 느끼는 차별과 콤플렉스를 강조하지 않은 채 그저 영웅으로서 여성을 형상화한 점,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남성들과는 다른 여성들만의 세계를 보여 준 점이 관객들로 하여금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해 국내 작품 중에서도 현대판 소공녀의 도시 하루살이를 그린 ‘소공녀’를 비롯해 ‘미쓰백’, ‘죄많은 소녀’, ‘피의 연대기’ 등 여성이 서사의 중심인 작품들이 연이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상업 영화 중에서 여성을 앞세운 작품을 찾기는 여전히 힘들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는 “영화 제작사들이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는 여성 배우들의 기근 현상과 작품의 흥행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제작이 위축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여풍에도 끄떡없는 검찰…남검사, 여검사 업무 따로 있나요

    여풍에도 끄떡없는 검찰…남검사, 여검사 업무 따로 있나요

    검사 ‘꽃보직’ 법무부 검찰과, 여검사 1명 충원위원회 권고에도 중앙지검 주요 부서 10%대30% 달성 언제쯤...성평등위원회 설치 요원법무부 “상반기 내 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남자검사의 0.5’ ‘전투력 반쪽짜리’ 똑같이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검사로 임관해도 여성은 검사가 아닌 ‘여성’ 검사였다. 여성검사를 부하 직원으로 두는 걸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남성’ 부장검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여성검사 10명 중 8명은 조직 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사회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검찰은 구시대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기야 지난해 7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는 검찰 주요 보직의 30%를 여성검사로 채우라고 하는 등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권고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검찰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검사 2131명 중 여성검사는 647명(30.4%)으로 집계됐다. 평검사 중 여성검사는 577명(40.6%)으로 40%대를 넘어섰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 교육을 받고 지난 1일자로 각 부서에 배치된 검사 68명 중 26명(38.2%)이 여성이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평검사 중 여성검사가 50%를 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 위원회는 여성검사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검찰 조직이 성평등한 문화로 바뀐다고 보지 않았다. 대검검사급 중 여성은 검사장 1명(2.4%)이 전부다. 때문에 여성검사가 주요 보직에 얼마나 배치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전체 검사 중 여성검사 비율이 30%를 차지한다면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사들의 선호하는 근무지에서도 같은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공정한 인사라는 논리다. 현재 법무부 검찰국 소속 여성검사는 6명(27.3%)이다. 권고 당시만 해도 검찰국 검찰과에는 여성검사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지난 2월 검사 정기 인사 때 1명 충원됐다. 대검찰청 연구관도 여성(9명) 비율이 27.3%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등 인지부서가 몰려 있는 서울중앙지검 2~4차장 산하 부서에 근무하는 여성검사(30명) 비율은 18.6%로 20%가 채 안 된다. 공판부에 소속된 여성검사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호 부서에 여성검사 비율이 적다는 것은 역으로 비인기부서에 여성검사들이 몰려 있다는 얘기다.위원회 역시 이러한 불합리한 인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봤다. 검찰의 상급기관인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면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위원회의 결정 사항에 대해 실질적인 집행을 맡을 성평등정책관(국장급) 신설도 권고했다. 하지만 성평등위원회 설치는 아직 요원하다. 성평등정책관 신설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성평등정책담당관(과장급)을 새로 뽑기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마친 상태”라면서 “위원회 설치 작업은 성평등정책담당관이 임명된 뒤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예전의 자백 위주 조사에서 증거 수집 등 과학수사로 수사 기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남녀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면서 “법무부와 검찰도 검사 개인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임은정 검사가 폭로한 검찰 성추행 사건 뭐길래

    임은정 검사가 폭로한 검찰 성추행 사건 뭐길래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지난달 17일 검찰 지휘부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무일 검찰총장, 문찬석·여환섭·장영수 검사장의 실명을 적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들이 과거 서울남부지검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덮었고, 문 총장은 이들을 형사처벌이나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 국민 여러분들이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판단해달라”고 말미에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른다. 임 부장검사가 거론한 서울남부지검의 성폭력 사건은 무엇일까. ●2015년 서울남부지검 검사 2명 갑자기 사직  2015년 3월 서울남부지검의 A부장검사가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언론에 알려졌고, A부장검사는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퇴직했다. 그런데 몇달 지나지 않아 같은 검찰청의 B검사도 사표를 냈다.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닐 때 검사가 사직하는 경우는 드물어 온갖 추측만 난무했다. B검사는 아버지가 검사장을 역임했고, 자신은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등 이른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인물이었다. 임 부장검사는 칼럼에서 B검사를 ‘귀족검사‘라고 불렀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과거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조사단은 A부장검사와 B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고, A부장검사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B검사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당시 B검사의 성추행 사건은 대검 감찰본부가 B검사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지만 결론 없이 종결됐다.  임 부장검사는 대검찰청에 과거 성추행 사건의 감찰에 문제가 있었다며 감찰과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징계시효가 만료되자 서울중앙지검에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 오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이모 전 감찰본부장 등이 대상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진술조서를 보여달라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과거 대변인, 차장검사 모두 고발  결국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고발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자 언론을 빌려 검찰 지휘부를 고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 성폭력 사건 당시 검찰 지휘부에 대해 감찰을 요청했는데도 형사처벌과 징계 모두 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요직으로 발탁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가 실명 고발한 문찬석 검사장은 당시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여환섭 검사장은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들에 대해 “당시 거짓 해명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검찰의 조직적 은폐에 적극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대검 감찰1과장이었던 장영수 검사장도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벌어진 성폭력사건을 조사하고도 관련자를 형사입건하지 아니한 채 범죄를 덮었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실명 고발 이전인 지난 15일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초임 부장검사 강연에서도 과거 사건을 실명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검찰 내 성평등’을 주제로 과거 성폭력 사건을 되돌아보는 내용이었다. 18일 미투운동 관련 대한변협 인권보고대회에서도 성추행 사건 감찰 무마에 대해서 거론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과연 변했는지, 대한민국 국민과 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검찰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의 칼럼 이후 대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총장을 포함해 현직 고위 검사를 실명으로 고발했다는 점에 검찰은 술렁였다. 한 고위 관계자는 “검사들도 언론의 자유는 있으니까 실명으로 칼럼을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그래도 현직 검사가 현직 검사장을 실명으로 외부에 비난하는 것은 본분을 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여자 프로선수 37.7%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여자 프로선수 37.7%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축구·야구·농구 등 5대 종목 927명 응답 남자 선수도 5.8% ‘입단 후 피해 경험’ 신고 4.4% 그쳐… 69.5% 주위 안 알려 “피해자 지원센터 신설·예방교육 의무화”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 등 국내 5대 프로스포츠 여자 선수 중 37.7%가 입단 이후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고발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던 최근 1년간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자 선수도 11.3%에 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해 5~12월 5대 프로스포츠 종사자 805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응답한 여성 선수 및 종사자의 12.9%가 강제추행이나 강간미수 등 형법상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육체적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6일 밝혔다. 정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첫 성폭력 실태조사의 응답자는 총 927명(선수 639명·코칭스태프 112명·직원 종사자 176명)이며, 응답률은 11.5%였다. 전체 프로스포츠 종사자 중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4.2%로, 여성이 37.3%, 남성이 5.8%였다. 선수로만 한정하면 여성 37.7%, 남성 5.8% 등 전체 15.9%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다. 선수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성폭력 피해 유형에는 언어적·시각적·기타 성희롱이 12.7%(여성 33.0%, 남성 5.1%)로 가장 많았고, 육체적 성희롱도 4.3%(여성 12.9%, 남성 1.0%)나 됐다. 남성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가 특정 신체 부위를 훑는 불쾌한 상황을 지적했고, 일부는 야동이나 사진을 억지로 보여 주는 경험도 겪었다. 여성 피해자는 노골적인 희롱과 신체적인 추행 등이 섞여 있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선수의 경우 코칭스태프(35.9%)가 가장 많았고, 선배 선수(34.4%)가 뒤를 이었다. 또 가해 장소로는 회식자리(50.2%)와 훈련장(46.1%)이 지적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대부분 침묵했다. 응답자 중 내부 또는 외부 기관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경우는 4.4%에 그쳤다. 69.5%는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각 프로연맹의 상벌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영구제명이 추진되고, 성폭력 은폐를 시도한 구단과 지도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신설될 전망이다. 앞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도 격년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각 연맹의 신고센터와는 별개로 스포츠혁신위원회와 협의해 향후 피해자 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혼자 年1000건 ‘미투 상담’···“성폭력 상담소 그만둡니다”

    혼자 年1000건 ‘미투 상담’···“성폭력 상담소 그만둡니다”

    상담 건수 급증 육체적·정신적 소진 대리 외상 등에 사실상 무방비 방치 관련 시설 종사자 근속 겨우 3.15년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상담 기관을 찾는 피해자들이 급증했지만 상담 인력은 지난 10년간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과 피해자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여성가족부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상담 건수는 2008년 14만여건에서 2017년 18만여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미투 운동이 촉발된 2018년은 상반기 상담만 10만건을 돌파해 19만 50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상담 인력과 상담소 수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전국 170개 상담소의 상담사를 포함한 상근 인력은 597명으로 2008년 196개소 594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한 상담소당 연간 1000건의 상담을 맡는 셈이다. 전국의 상담소에는 소장 1명을 포함해 상담사 3~4명이 근무한다. 대도시 지역의 업무 부담은 더 크다. 서울의 한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지난해 상담 인력 3명이 총 3000번 이상 상담했다. 비수도권 지역들도 한 해 700~800건을 상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예산 부족이다. 상담소 170곳 중 104곳은 상담사 3명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 일부를 국비 지원받고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한 곳당 국가 지원금은 1년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7900만원(일반 상담소 기준, 장애인 상담소는 1억 1400만원)이다. 이는 상담소장을 포함한 상담사 3명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다. 국비 지원 대상이 아니거나 상담사가 더 필요해도 열악한 여건 때문에 고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2019년 관련 예산은 일반 상담소 기준 2900만원이 늘어 오는 4월부터 상담사 1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담사들은 육체적·정신적 소진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성폭력 상담소에서 8년째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는 “상담 건수가 늘면 상담사의 육체적·정신적 소진이 커지고 상담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의도와 달리 피해자 지원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상담사도 똑같이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선택하는 피해자가 늘면서 상담부터 법적 지원까지 맡는 이들의 업무는 점점 늘고 있다. 최씨는 “피해자가 소송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겪으면 사건에 깊이 개입하는 상담사들도 오롯이 그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담사들의 대리 외상은 장기 근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6년차 상담사 A씨는 “상담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아 소진이 매우 크지만 적절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몸과 마음이 지쳐 2~3년 만에 떠나는 동료들이 많은데, 소진 예방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폭력방지시설 처우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소와 보호·생활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 종사자의 평균 재직 기간은 3.15년이었다. 연구원 조사 결과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들은 인건비 현실화 외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 확대, 소진 예방 프로그램 제도화, 안식 휴가 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범죄피해자기금으로 예산을 편성받다 보니 증액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올해 처음 역량 강화 예산을 편성받아 컨설팅과 워크숍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순 천주교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상담사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피해자 지원을 감당하기 위해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혼자 한해 1000건 ‘미투 상담’... “성폭력 상담소 그만 둡니다”

    [단독] 혼자 한해 1000건 ‘미투 상담’... “성폭력 상담소 그만 둡니다”

    상담소 한 곳에 상담인력 3-4명 수준건수 급증에 육체적·정신적 소진 호소대리외상도 심각... “처우 개선 시급”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상담 기관을 찾는 피해자들이 급증했지만 상담 인력은 지난 10년간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과 피해자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여성가족부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상담 건수는 2008년 14만여건에서 2017년 18만여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미투 운동이 촉발된 2018년은 상반기 상담만 10만건을 돌파해 19만 50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상담 인력과 상담소 수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전국 170개 상담소의 상담사를 포함한 상근 인력은 597명으로 2008년 196개소 594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한 상담소당 연간 1000건의 상담을 맡는 셈이다. 전국의 상담소에는 소장 1명을 포함해 상담사 3~4명이 근무한다. 대도시 지역의 업무 부담은 더 크다. 서울의 한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지난해 상담 인력 3명이 총 3000번 이상 상담했다. 비수도권 지역들도 한 해 700~800건을 상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예산 부족이다. 상담소 170곳 중 104곳은 상담사 3명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 일부를 국비 지원받고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한 곳당 국가 지원금은 1년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7900만원(일반 상담소 기준, 장애인 상담소는 1억 1400만원)이다. 이는 상담소장을 포함한 상담사 3명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비다. 국비 지원 대상이 아니거나 상담사가 더 필요해도 열악한 여건 때문에 고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2019년 관련 예산은 일반 상담소 기준 2900만원이 늘어 오는 4월부터 상담사 1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담사들은 육체적·정신적 소진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성폭력 상담소에서 8년째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는 “상담 건수가 늘면 상담사의 육체적·정신적 소진이 커지고 상담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의도와 달리 피해자 지원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상담사도 똑같이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선택하는 피해자가 늘면서 상담부터 법적 지원까지 맡는 이들의 업무는 점점 늘고 있다. 최씨는 “피해자가 소송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겪으면 사건에 깊이 개입하는 상담사들도 오롯이 그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담사들의 대리 외상은 장기 근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6년차 상담사 A씨는 “상담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아 소진이 매우 크지만 적절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몸과 마음이 지쳐 2~3년 만에 떠나는 동료들이 많은데, 소진 예방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폭력방지시설 처우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소와 보호·생활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 종사자의 평균 재직 기간은 3.15년이었다. 연구원 조사 결과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들은 인건비 현실화 외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 확대, 소진 예방 프로그램 제도화, 안식 휴가 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범죄피해자기금으로 예산을 편성받다 보니 증액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올해 처음 역량 강화 예산을 편성받아 컨설팅과 워크숍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순 천주교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상담사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피해자 지원을 감당하기 위해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어쩌다 결혼’ 측 “최일화 분량 최대한 편집..미투 운동 지지”

    ‘어쩌다 결혼’ 측 “최일화 분량 최대한 편집..미투 운동 지지”

    영화 ‘어쩌다, 결혼’ 측이 배우 최일화의 분량을 편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18일 영화 ‘어쩌다, 결혼’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일화가 영화에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라며 “당시에는 최일화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일화가 미투 당사자로 지목되자 제작진은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BA엔터테인먼트는 이어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개봉과 최일화의 복귀가 무관함을 밝히며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최일화는 피해자의 ‘미투’ 고백이 있기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고 자숙의 뜻을 전했다. 이하 BA엔터테인먼트 입장 전문.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입니다. 당시에는 최일화씨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초에 최일화씨가 미투 당사자로 배우 활동을 중단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 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상업 영화 제작과 함께 영화 산업의 다양성 있는 발전을 위해 다양성 영화 또한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결혼’ 역시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뜻을 모은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해주셨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결혼’ 개봉으로 인한 최일화씨 미투 피해자 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 모색해 보았지만,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촬영을 위해 스탭,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다같이 모여서 재촬영을 하기에는 스탭, 배우분들의 스케줄이 여의치 않았고, 순제작비 4억 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여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 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최일화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어쩌다, 결혼’을 개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 번 거듭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합니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습니다. 사진=DSB엔터테인먼트그룹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유엔까지 닿은 ‘스쿨미투’… “정부,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유엔까지 닿은 ‘스쿨미투’… “정부,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아동권리위 찾아 학내 성폭력 현실 알려 이슈리스트 포함땐 韓정부에 권고 조치 “유엔 전문가 ‘선진국’ 한국 미흡한 대처 청소년들의 자발·조직적 운동에 놀라”“스쿨미투(학내 성폭력 고발)를 영어로 검색하면 한국 관련 뉴스만 나와요. 유엔에서도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을 직접 듣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지난 4~9일 스위스의 유엔 제네바 사무국을 방문해 한국의 스쿨미투 현황을 설명하고 돌아온 양지혜(22) 청소년페미니즘모임(청페모) 대표는 유엔 전문가들이 두 가지 점에 놀랐다고 전했다. 하나는 한국 같은 선진국이 학내 성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이 직접 반(反)성폭력 운동을 조직하고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경비를 지원받아 유엔까지 왔다는 점이었다. 양 대표와 청소년 당사자 백모(18)양, 장보람(3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4박 6일 일정으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사전심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민변 제안으로 아동권리위에 보고서를 제출한 청페모는 유엔의 요청을 받아 학내 성차별과 성희롱 실태를 상세하게 알리고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양 대표는 “한국의 수사 기관과 학교는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인권보호 제도를 갖춘 한국에서 왜 학내 성폭력이 장기화됐냐는 것이다. 양 대표는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학교 문화와 교사의 막강한 권한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유엔에 닿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1년 동안 스쿨미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줄었고 징계가 취소된 교사들이 교단에 돌아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꾸준히 집회를 여는 등 포기하지 않았다. 유엔 관계자들은 “학내 성폭력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청소년들이 직접 의제를 만들고 운동을 조직해 유엔까지 온 사례는 없었다”며 환대했다고 한다.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본심의 상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동권리위는 1~2주 후 이슈리스트를 발표한다. 여기에 스쿨미투가 포함되면 9월 본심의를 거쳐 한국 정부에 권고 조치가 이어진다. 장 변호사는 “2017년 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 제출 때에는 스쿨미투가 담기지 않았는데, 이번 참여로 유엔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며 “추후에도 의견 제시 등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청소년들은 사회적 연계망이 부족해 문제 해결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며 “청소년 지원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페모 등 시민단체 49곳은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스쿨미투 종합대책이 근본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며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 예비교사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스쿨미투 사건 적극 수사 등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내부고발자 안 죽는다’ 끝까지 버텨 보여주겠다

    ‘내부고발자 안 죽는다’ 끝까지 버텨 보여주겠다

    살아남은 자, 박창진(48). 대한항공의 잘나가는 서비스맨이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스스로 “생물학적으로 살아남았을 뿐 사회적으로는 죽임당한 존재”라고 했다. 5년 전 오너일가 장녀(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부당행위에 맞서면서 시작된 일이다. 잘못된 조직문화에 균열을 낸 공익제보자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혔다. 그는 이후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 사무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지만 조직을 떠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투사로서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세상을 떠난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잇따라 찾기도 했다. 살아남은 자가 같은 어려움을 겪어 온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대 행위였다. ‘땅콩회항’ 사태 이후 삶의 항로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박 전 사무장이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플라이 백’(Fly back·회항이라는 뜻)을 내놓고 돌아왔다. 그는 “이제 고통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혼자 아파하는 대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연대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해 5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백태가 잇달아 폭로된 뒤 조직된 직원연대노조에서 지부장을 맡은 것이 첫걸음이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삶에 대해 들었다.-최근 김복동 할머님과 김용균씨 등 사회적 약자 또는 피해자의 빈소를 조문하셨는데요. “그게 제가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돌아가신 이후지만 연대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제 일(땅콩회항)을 겪은 뒤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다짐했거든요. (언론 등의 주목을 받았던) 그 쇼는 제가 원해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원치 않게 무대에 올라야 했고, 발가벗겨진 채 조명을 받았죠. 쇼가 끝났을 때 불 꺼진 무대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힘든 기억이 강하게 남았어요.” -용균씨 빈소에서 “용균씨와 내가 겪은 일들이 닮았다”고 하셨죠. “영정사진을 봤어요. ‘교복 입은 건가?’ 싶었죠. 너무 앳되더라고요. 참담했어요. 순진한 청년이 사회를 믿고 나왔는데 사회는 착취만 한 겁니다. 허용된 착취였죠. 결국 목숨을 잃었고요. 저도 한때 그런 믿음이 있었어요. 용균씨처럼 복종하면 사회가 저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순진했죠. 전 생물학적으로 살아남았을 뿐 사회적으론 살해당했어요.” -회사(대한항공)뿐 아니라 매도했던 동료들이나 여론, 언론에 대한 원망도 느껴지는데 여전히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나요. “가족들이 큰 힘이 돼요. 제가 꽤 여러 번 극단적 시도를 했었어요. 그때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등 가족들이 붙잡아 줬죠. 복직 이후엔 오기로 버텼어요. 일부 동료들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고 제 앞에서 저를 험담하는 카톡을 돌려보면서 낄낄댔어요. ‘이거 봐, 박창진 옛날 사진이래’ 하는 식으로요. 처음엔 억울하더라고요. ‘내 폭로로 회사 내부에 긍정적 변화도 있었는데 나한테 왜 이러지’ 하는 마음이 들었죠.” -상처를 많이 받았겠는데요. “오기가 생겼어요. ‘당신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 주겠다’고 생각했죠. 사건 이후에도 5년째 이 조직에서 끈질기게 버티는 건 ‘어? 내부고발한 박창진도 안 죽고 잘 사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예요. 누군가 이를 보고 용기 내길 바라기 때문이죠. ‘불의에 항거해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 하는 용기를 학습시켜 주고 싶어요.” -국내 미투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와도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서 검사는 사건 이후 알아보는 시선이 두려워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던데. “지난주에도 만났어요. 그때도 마스크를 쓰셨더라고요. 서 검사님께 말씀드렸어요. ‘현실에서 자꾸 나를 가두고 회피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건 결국 이 현실이고 현재다. 환경이 나를 괴롭힌다고 해도 헤쳐나가야 한다’고요. 저 역시 극복하는 중이지만 서 검사님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도울 거예요. 요즘 검사님도 제 응원에 힘입어 조금씩 인터뷰도 하고 목소리를 내셔요. 그게 바로 연대의 힘이죠.” -요즘 개인적 일상은 어떤가요. “물론 저도 위축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우연히 지인을 마주쳤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뒤에서 ‘박창진은 TV에 나와서 불쌍한 척 다하더니 백화점이나 돌아다니더라. 언론사에 제보해야겠어’라는 말을 하고 다녔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난 이제 평생 집 밖에 나가면 안 되나? 추레하게만 입어야 하나?’ 싶었죠. 사회가 우리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요. 전 삶에서 최소한의 품위는 지키고 싶거든요.”-승무원 일을 계속하시는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항상 웃어야 하는 서비스직이잖아요. “지금도 가식적으로 웃잖아요(웃음). 전 좋은 서비스맨이 되고 싶어서 스스로 훈련했고 승무원이 됐어요. 그런데 ‘땅콩회항’ 사건 이후 핸디캡이 되더라고요. ‘멀쩡하시네요?’ 하고 의아해하는 승객 분도 있어요. 속상하죠. 실은 아직 공황장애에 시달려요. 사건 이후 누가 저를 공격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좀 생겨서요. 한 예로 기내에서 누가 갑자기 옷깃 등을 잡아당기면 크게 놀라요. 그래도 제 일이니 티 안 내려고 해요.” -그래도 대한항공 내 ‘직원연대’를 조직하면서 동지들도 많아졌지요. “동료들에게 연대가 무엇인지, 용기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보여 주고 싶어요. 사건 이후에 오기가 생기고, 스스로 각성하고 그 단계를 넘어서 ‘내가 돕는 자의 입장이 돼야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전 경험해 봤으니까 조력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한때 500여명이던 조합원 수가 300여명으로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대한항공 오너 일가 갑질 사건이 이슈가 됐을 땐 호응이 컸었는데요. “실망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요즘 ‘직원연대 덕분에 현장에서의 변화가 느껴진다’는 얘기도 들어요. 슬프게도 (대한항공) 직원들은 동료끼리 감시하고 회사에 밀고해야 했던 경험이 있어요. 우리 모두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인 거죠. 희망의 씨앗은 뿌려졌으니 싹이 잘 자라나도록 보호막 역할을 하고 싶어서 지부장으로 있는 거예요.” -2016년 3월 복직했을 때 회사에서 버티는 마지노선을 처음엔 한 달, 그다음엔 3년으로 늘리셨습니다. “사실 전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죠. 직장에서 쌓아 온 지위는 온데간데없이 저연차 때 했던 일들을 반복해서 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해서 조양호 회장 등을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달라’는 주장을 한 이후에 비행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잡힌다거나 기피 노선에 배정되는 일이 잦아졌어요. 제 손발을 꺾으려는 시도가 여전히 은밀히 이뤄지고 있죠. 제가 두 손 드는 게 그들이 원하는 일일 테니까 버티는 것이죠. 다만 직원연대에 제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제 역할을 대신 훌륭하게 해 줘도 좋고 다 함께 뭉쳐서 더 큰 힘을 내주면 더 좋고요.” -그런 측면에서 직원연대의 유튜브에 직접 출연하는 두 승무원 후배(편선화·정지은씨)가 참 고맙겠어요. “저희 조직 대부분이 여성 승무원이잖아요. 특히 여직원들이 가면 속에 갇히지 않고 용기 내주길 바랐어요. 여승무원들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요. ‘예뻐야 한다’는 등의 편견에 여전히 시달리죠. 회사는 그걸 홍보 수단으로 이용해요. 심지어 직원연대가 생기기 전까지 생리휴가도 사유서 내고 허가받아야 했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불합리한 조직에 대항해 얼굴을 드러낸다는 게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두 후배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대한항공에 원래 있던 일반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최근 일반노조 측에서 소속 조합원들이 직원연대로 이동하는 걸 막으려고 온라인에 명단을 공표했어요. 복수노조가 법으로 인정되는 시대에 왜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는 행동을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지금 직원연대는 노조 지위 인정받으려고 회사와 협의하려고 하는데 회사는 슬그머니 빠지고 ‘거대 노조와 합의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요.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요. 일반노조가 회사의 대리인 같다는 제 생각이 착각이길 바라요.” -‘박창진 개인’의 목표와 ‘사회적 박창진’의 목표는 각각 무엇인가요. “‘개인 박창진’이라고 하니 좀 울컥하네요. 전 원래 미술관이나 전시회 가는 걸 좋아하고 서점에서 책 보는 것도 좋아해요. 흥이 많은 사람이죠. 그런데 사건 이후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시간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시선 때문에 행동이 위축되기도 해요. 이젠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동시에 계속 목소리를 낼 거예요. 제가 나서서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라면 기꺼이 할 거고요. 저 같은 피해자는 없어야죠.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인터뷰 당일 늦은 밤, 박 전 사무장이 메시지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의 한국어와 영어 시험 성적을 공유하는 이메일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한 직원이 우연히 자신에게 잘못 수신된 메일을 받았고 이 사실을 박 전 사무장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그는 “제 방송 낭독 점수를 임원들끼리 수시로 돌려 보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왜 우연인 것처럼 아무 상관없는 일반 회사 사람들에게도 흘리는 걸까요. 이런 게 광범위한 의미의 직장 내 괴롭힘이자 2차 가해 아닐까요”라며 반문했다. 박 전 사무장은 이날도 갑자기 변경된 바로 다음날의 비행 스케줄을 통보받았다. 승무원 박창진의 일상에는 한 번도 견디기 힘든 우연들이 여전히 자주 반복되고 있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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