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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방심위, 신고된 300여건 삭제 가해자 엄벌·2차 피해 없애야 미투 이전과 다른 사회로 발전”“가해자를 엄벌하고 2차 피해를 없애지 않으면 ‘직장 내 성폭력’은 반복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폭로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사회로 나가려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4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열린 서울여성국제영화제 ‘위드유’(#With You)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미투 운동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을 포함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원미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 배우 이영진 등은 토크 콘서트에 앞서 직장 내 성폭력을 다룬 영화 ‘아니타 힐’(감독 프리다 리 모크)을 함께 관람했다. 권 활동가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2차 피해를 막으려면 독립적인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여론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유럽처럼 노조를 강화하거나 북미처럼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미투 운동으로 대중의 요구도 늘었지만 제도나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가부를 비롯한 정부를 믿고 도움을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촬영물(몰카)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가부로 300여건의 신고가 들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니타 힐’은 직장 내 성폭력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이자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고발한 변호사 아니타 힐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힐의 증언은 미국 페미니즘과 시민권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힐은 현재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폭로 후 ‘할리우드 성폭력 척결과 직장 성평등 진작을 위한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미투 논란’ 김생민, 광고 위약금 피해 없었다 ‘이유는?’

    ‘미투 논란’ 김생민, 광고 위약금 피해 없었다 ‘이유는?’

    미투(Me Too) 논란 이후 자숙 중인 방송인 김생민이 광고 위약금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금전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4일 일간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한 광고계 관계자는 “논란이 있었을 당시 이미 계약이 끝난 광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위약금의 경우 ‘법정 구속일 경우’라는 단서가 있는 만큼 ‘사회적 물의’만으로 위약금까지 가기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생민은 지난 4월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서 경제 자문위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후 KBS2 ‘김생민의 영수증’ 등에 출연하며 더욱 많은 인기를 얻었다. 당시 출연 프로그램은 10개 였으며 광고는 20여 편 넘게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2일 10년 전 서울 모처의 노래방에서 방송 스태프 A씨를 성추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는 A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는 보도와 함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사진=뉴스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미투 악용 안돼”…‘무고죄 강력 처벌’ 국민청원 20만 돌파

    “미투 악용 안돼”…‘무고죄 강력 처벌’ 국민청원 20만 돌파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었다.지난 달 25일 ‘무고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접수된 청원은 4일 오후 3시 20분 현재 21만 5889명 참여자를 확보해 청와대의 공식답변 요건인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참여’를 충족했다. 청원 제기자는 “최근 권력에 의한 성범죄에 저항하기 위한 미투운동이 일부에 의해서 심각하게 변질되고 있다”며 “‘미투’를 그저 돈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 미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힘을 입어 무죄한 사람을 매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무죄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족까지 처참하게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무고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한다”면서 “민사상으로는 허위고소로 인한 피해 전액을 배상하도록 하고, 형사상으로는 무고죄의 형량을 살인죄·강간죄의 수준으로 증가시켜주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덕 감독, PD수첩+여배우 2명 고소 “성폭행범 결코 아냐”

    김기덕 감독, PD수첩+여배우 2명 고소 “성폭행범 결코 아냐”

    김기덕 감독(58)이 성폭력 관련 의혹을 제기한 여배우와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A씨가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지난해 고소했다가 ‘혐의없음’ 처분이 난 것과 관련해 최근 A씨를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또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제목으로 자신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제작진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A씨 등 여배우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2013년 개봉작 ‘뫼비우스’ 촬영 중 김 감독이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남성배우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했다며 작년 여름 그를 고소했으나 검찰은 성폭력 관련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김 감독 측은 고소장에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라며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보도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한 상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김기덕 “성폭행범 아니다”…의혹 제기 여배우·PD수첩 고소

    김기덕 “성폭행범 아니다”…의혹 제기 여배우·PD수첩 고소

    영화감독 김기덕(58)씨가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여배우와 방송 제작진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여배우 A씨가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지난해 고소했다가 ‘혐의없음’ 처분이 난 것과 관련해 최근 A씨를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또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제목의 보도물을 방영한 MBC PD수첩 제작진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A씨 등 여배우 2명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 A씨는 2013년 개봉작 ‘뫼비우스’ 촬영 중 김 감독이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남성배우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했다며 작년 여름 그를 고소했으나 검찰은 성폭력 관련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김 감독은 이 프로그램에 나온 다른 여배우가 자신을 ‘성폭행범’, ‘강간범’이라고 부르면서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감독 측은 고소장에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라며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지영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김 감독의 성폭력 혐의를 불기소했다. 그가 A씨에게 성관계를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촬영 당일 메이킹 필름을 모두 살펴본 결과 김 감독이 A씨에게 남성배우의 신체를 만지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결론냈다. 다만, 연기 지도 명목으로 A씨의 뺨을 때린 혐의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올해 초 확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미투 촉발’ 와인스타인 1급 강간 혐의로 피소

    ‘미투 촉발’ 와인스타인 1급 강간 혐의로 피소

    전 세계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6)이 30일(현지시간) 복수의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가 그의 성폭력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이후 7개월 만이다.미 언론들은 와인스타인이 징역 25년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중형을 피하기 위해 유죄인정 협상(플리바게닝)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대배심은 와인스타인을 1급·3급 강간 혐의로 기소했으며, 성행위와 관련된 1급 폭력범죄 혐의도 적용하고 있다. 법원에 제출된 혐의 내용에는 와인스타인이 2013년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피해 여성을 감금하고 강간했다고 적시됐다. 지난 25일 뉴욕 경찰에 체포됐던 와인스타인은 법정에서 100만 달러(약 10억 7000만원)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와인스타인은 동생과 함께 미라맥스스튜디오를 설립해 ‘킬빌’, ‘펄프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어 온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실력자였다. 그러나 그가 여배우와 제작 스태프 등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성폭력을 저질러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계에서 영구 퇴출됐으며, 피해 배우들이 공개적으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을 시작하는 시발점이 됐다. 와인스타인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아랍·여성 영화제 등 특별 섹션 여혐·미투 등 다룬 작품 선보여 ‘허스토리’ ‘마녀’ ‘여중생A’ 등 여성의 서사 내세운 작품들 개봉 최근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이 사회와 개인의 인식을 바꿔 가는 가운데 영화제, 스크린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획과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올해 7회째를 맞은 아랍영화제(6월 1~6일)는 동시대 아랍 여성들의 목소리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한다. 올해 마련한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를 통해서다. 특별 섹션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은폐됐던 성폭력 문제와 일상이 된 여성혐오를 다룬 영화들을 앞세운다. 칸국제영화제에 두 차례 초청됐던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이 내한해 자신의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4), ‘뷰티 앤 더 독스’(2017)를 선보이며 아랍 여성들의 변화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들려준다. ‘뷰티 앤 더 독스’는 2012년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에게 2차 가해를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력적인 관료제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예리하게 발가벗긴다. ‘튀니지의 샬라’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불경하다는 이유로 여성의 엉덩이를 면도날로 긋고 달아나는 여성 혐오 범죄자 ‘샬라’의 정체를 감독이 직접 좇는 모큐멘터리다. 박은진 아랍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국내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공포, 남성 중심 사회의 폐해 등이 되풀이되는 만큼 아랍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에서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우리와 멀다고 생각했던, 공고하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회라 생각했던 아랍까지, 전 세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 목도하며 우리의 현실을 포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영화계에 역량 있는 여성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소외됐던 여성 영화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온 국제여성영화제도 올해 20돌을 맞았다. 오는 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의 섹션 ‘쟁점들’에선 미투 운동, 디지털 성폭력, 낙태 등 최근 뜨거운 현안 3가지를 키워드로 정해 이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내놨다.1944년 소작농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레시 테일러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여섯 명의 흑인에게 강간을 당한 뒤 침묵을 요구하는 이들을 고발한 사건을 다룬 ‘레시 테일러의 #미투’, 미투 운동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의 의미로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여성 감독들의 단편 세 편(관찰과 기억, 혀, 모래놀이) 등이 소개된다. 이달 들어 스크린에서도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여성들의 서사’가 유독 강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미투 운동과 맞물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뿐 아니라 칸영화제에서도 여성 서사들의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렇듯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우거나 여성 감독들이 연출한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과거 전향적인 시도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최초로 배상 판결을 받아낸 관부재판(1992~1998년)을 다룬 ‘허스토리’,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로는 드물게 미스터리 액션을 펼치는 ‘마녀’, 여중생의 성장을 다룬 ‘여중생A’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호평을 얻은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를 중반 이후부터 꺼내고 남성 조력자(이제훈)의 도움을 받았다면, ‘허스토리’는 일본 정부와 오롯이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외화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백설공주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다운 외모로 이름을 떨쳤지만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해 오늘날 와이파이, 블루투스, 첨단군사기술을 있게 한 헤디 라마의 생을 다룬 ‘밤쉘’이 7일 개봉한다. 자택에 따로 작업실을 둘 만큼 발명에 몰두하며 여성을 외모로만 판단하려는 세상의 편견을 돌파하려 했던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해 다큐멘터리가 극영화처럼 느껴진다.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를 이끄는 여배우 8명을 포진시킨 케이퍼 무비 ‘오션스8’, 여성의 자존감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여심 공략에 나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튜버 성추행 의혹 스튜디오 실장, 헌법 소원 청구

    유튜버 성추행 의혹 스튜디오 실장, 헌법 소원 청구

    성추행하고 노출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유튜버 양예원 씨로부터 고소당한 스튜디오 실장 A씨가 최근 개정된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 씨 법률대리인은 31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A 씨 명의로 헌법소원을 냈다며 “헌법소원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개정 매뉴얼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은 법률을 대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대검 매뉴얼이 법률은 아니지만, 공권력의 행사이자 대외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헌법소원을 청구해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A 씨 측 판단이다. 대검은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한 경우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무고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매뉴얼을 전국 검찰청에 지난 28일 배포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지만,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역으로 고소하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고통에 시달린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A 씨 측은 전날 서울서부지검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양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A 씨 측은 “양 씨와 합의해 촬영회를 진행했고 강압적 촬영이나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씨가 “이미 찍힌 사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 다섯 번 촬영에 응해야 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A 씨 측은 당시 양 씨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를 근거로 “촬영은 총 13회 이뤄졌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고소 사건은 개정된 대검 매뉴얼과 맞물려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사다. 양 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촬영회에서 본 피해를 호소하고 당시 찍힌 사진이 최근 유출됐다며 A 씨를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앞서 양 씨 등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조사했다. 당시 촬영회에 참가할 사진가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 씨는 이날 두 번째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고생 팬 성추행’ 래퍼 던말릭, 기소의견 검찰 송치

    ‘여고생 팬 성추행’ 래퍼 던말릭, 기소의견 검찰 송치

    여고생 팬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래퍼 던말릭(본명 문인섭·22)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서울 성북경찰서는 미성년 팬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상 강제추행)로 불구속 입건한 던말릭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던말릭은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당시 고등학생 팬 A(19·여)씨를 만나 술을 마시고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던말릭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팬 B(22·여)씨 사건도 수사했으나 해당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던말릭은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거세던 지난 2월 트위터에 ‘한 래퍼가 여고생을 불러다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올라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 다음 날 던말릭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추가로 올라오자 던말릭은 자신의 SNS에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한다.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고 소속사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20여일 뒤 그는 “억울한 성범죄자로 남을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A씨와 B씨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들과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공개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던말릭은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겪는 비난 여론에 정신적으로 위축돼 소속사의 요청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마지못하게 인정한 것”이라며 A씨와 B씨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균미 칼럼] 학교가 혐오와 차별 없는 곳이 되려면

    [김균미 칼럼] 학교가 혐오와 차별 없는 곳이 되려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관련 뉴스 사이를 비집고 드루킹 특검과 이른바 ‘홍대 몰카 차별수사’ 뉴스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최근 2주 연속 주말에 열린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차별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예상을 뛰어넘은 참가자 규모와 직설적인 구호들에 특히 관심이 많다.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 시위에 1만 2000여명(경찰 추산 1만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단일 주제로 열린 집회로는 최대 규모라는 사실 못지않게 무엇이 여성들의 분노를 촉발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사용한 혐오적인 구호와 팻말, 남성 참여를 배제했다는 점들을 들어 이들 시위를 주저 없이 남성 혐오와 연결지으려는 일각의 시선은 불편하고 안타깝다. 2년 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올 초부터 확산하고 있는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이어 사회에 만연한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여성도 ‘홍대 몰카’ 수사에 대한 경찰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고, 일상생활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몰카 범죄를 수사·사법 당국이 그동안 덜 심각하게 다뤄 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자기 집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학교, 식당,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몰카가 설치돼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정상은 아니다. 치마를 입은 날이면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주변을 살펴야 한다면 이 또한 정상이 아니다. 이건 여성들에게는 일상생활 속 안전의 문제다. 당해 보지 않는 남성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붙은 인터넷 댓글을 보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보다 원색적인 비난이 주를 이룬다. ‘여혐’, ‘남혐’ 표현이 난무한다. 읽기 불편할 정도다. 이번 홍대 몰카 사건과 미투 관련 제보, 페미니스트 강의 등을 놓고 대학가에서는 성(性) 갈등 양상까지 벌어졌다. 서울대 대나무숲은 혜화역 시위를 놓고 ‘남성 혐오’ 논쟁이 일었고, 연세대 대나무숲은 지난 28일 “의문과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31일까지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일부 대학들에서는 과 단체카톡방에 걸러지지 않은 성적·혐오 표현들이 넘쳐나 ‘퇴장’하는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이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기만 해도 ‘개념녀’ 또는 ‘꼴페미’라는 식으로 재단하는 이분법적 시각도 문제다. 40대 이하 세대라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남녀 차별 없이 교육받고 자랐을 텐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서로에게 적대적으로 만들었을까. 사회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학교 교육에 생각이 머문다. 단속한다 해도 학생들 단톡방에 난무하는 비속어와 혐오 표현들, 몰카 사진과 동영상은 속수무책이다. 어제자 한 신문 사회면에도 ‘초등교실까지 몰카 찍고 음란물 난무’라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났다. 2016년부터 교육부와 문체부가 인성교육종합계획에 따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뭘 가르치고 있는지 관심 갖는 이가 적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청와대는 지난 2월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올해 예산 12억원을 들여 인권교육 실태를 조사하고 교수·학습자료 개발·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 연구서 ‘말이 칼이 될 때’를 펴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의무교육 단계에서부터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권 교육과 인성 교육을 시키면 뭐하나. 사회가, 어른들이 변하지 않는데. 혼란만 키울 뿐이다. 미투를 거치면서 성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공무원 징계 규정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학교만 혐오와 차별 프리 주장을 한들 공허할 뿐이다. kmkim@seoul.co.kr
  • 故 조민기 미투 피해자, 2차 피해 호소 “‘죽이겠다’ 협박 메시지 받아”

    故 조민기 미투 피해자, 2차 피해 호소 “‘죽이겠다’ 협박 메시지 받아”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故 조민기가 세상을 떠난 뒤, ‘미투’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고 있다.30일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故 조민기가 세상을 떠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매체는 전날(29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제5회 ‘이후 포럼’ 소식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자리에는 ‘성폭력 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 모임’ 소속 A 씨가 참석했다. A 씨는 이날 “조민기 교수가 세상을 떠난 소식이 보도되자 피해자들이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의 대상이 됐다”며 “‘밤길 조심하라’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대학환경을 만드는 건 모든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의 영역인데 왜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죄인이 되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청주대학교 측에 진상규명과 전수조사를 요구했으나, 교수진들과 재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학교 내부 상황을 이유로 방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故 조민기는 지난 2월 20일,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 하던 중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故 조민기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학생들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찰 조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사흘 앞둔 지난 3월 9일 숨진채 발견됐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공무원 성희롱 발언·몰카 시도만 해도 중징계

    공무원 성희롱 발언·몰카 시도만 해도 중징계

    적극 행정 인한 과실은 면제 공무원은 앞으로 단순 성희롱 발언이나 몰래카메라 촬영 시도만으로도 중징계를 받는다. 공무원 전용 메신저인 ‘바로톡’이 아닌 민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관련 정보를 주고받다가 유출되면 징계 대상이 된다. 반면 보다 나은 결과를 내려고 적극 행정을 펼치다가 과실이 생기면 의무적으로 징계를 면제받는다.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징계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과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개정안을 각각 공포·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우선 공무원의 성 관련 비위에 대해 엄정한 징계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단순 성희롱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자 징계양정 기준을 ‘성폭력 범죄’ 수준으로 강화했다. 기존 감봉 수준의 경징계가 정직 이상의 중징계로 높아졌다. 올해 ‘미투 운동’ 등으로 이슈가 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공직사회가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몰카(불법 촬영) 등 고의성이 있는 디지털 성범죄는 비위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중징계 의결에 나선다. 감독자와 감사 담당자가 소속 공무원의 몰카 촬영·유포 사실을 묵인할 때도 마찬가지로 엄하게 책임을 묻는다. 공직사회 ‘사이버 보안’이 대폭 강화돼 ‘카톡’ 등 민간 SNS로 비공개 자료를 유출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지난해 12월 정부 가상통화대책 보도자료 초안이 관세청 사무관 카톡으로 유출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바로톡’이 아닌 상용 메일이나 일반 SNS로 비공개 자료를 유출하거나 직무 관련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면 ‘비밀엄수의무 위반’ 징계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과실이 발생할 때는 징계를 면제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지금도 적극 행정에 대해서는 징계를 면제 또는 감경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이번엔 일정 요건만 갖추면 반드시 징계를 면제하도록 개선했다고 인사처는 설명했다. 공무원이 징계의결됐을 때 충분히 정보를 검토하고 보고 절차 등을 성실히 이행했다면 징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징계의결의 객관성을 강화하고자 각 기관별로 구성해 운영하는 ‘보통징계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 요건을 높이기로 했다. 퇴직 공무원은 퇴직 뒤 3년간 본인이 일했던 기관의 징계위 민간위원으로 위촉되지 못한다. 감사원이 해당 기관에 중징계를 요구한 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 관계자가 직접 해당 징계위에 출석해 의견을 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양예원에 맞고소한 스튜디오 실장…“무고·명예훼손”

    양예원에 맞고소한 스튜디오 실장…“무고·명예훼손”

    유명 유튜버 양예원씨가 비공개 촬영회를 열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지목한 스튜디오 실장 A씨가 양씨 등을 무고 등 혐의로 맞고소한다.A씨의 법률대리인은 오는 30일 서울서부지검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양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A씨 측은 “양씨와 합의 하에 촬영회를 진행했고, 강압적 촬영이나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씨가 “이미 찍힌 사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 5번 촬영에 응해야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시 양씨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를 근거로 “촬영은 총 13회 이뤄졌다”고 반박한 바 있다. A씨의 맞고소는 최근 개정된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조사가 진행되진 않을 수도 있다. 대검은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할 경우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무고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매뉴얼을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이 매뉴얼은 최근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가해자가 곧바로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법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검찰은 A씨의 고소장이 접수되면 내용을 검토해 수사 착수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촬영회에서 당했다는 피해를 호소하고, 당시 찍힌 사진이 최근 유출됐다며 A씨를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왜 거부 못하냐고요? 우리에게 카메라는 흉기예요”···모델의 하소연

    “왜 거부 못하냐고요? 우리에게 카메라는 흉기예요”···모델의 하소연

    “면접할 때 촬영 콘셉트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터치(스킨십)하게 해주면 시급을 올려주겠다’면서 시급 10만원 이상을 불렀어요. 그러다가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시급을 20만원 이상 쳐주겠다’는 거예요. 스킨십을 해야 서로 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촬영 때도 잘 하지 않겠냐면서요.”29일 만난 모델 A씨는 최근 한 사진작가에게서 받은 불쾌한 제안을 털어놨다. 작가는 “딱 2시간만 만나면 40만~50만원을 그냥 벌어가는 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좋은 제안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스킨십을 해서 서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촬영도 잘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정말 더러워서 얼른 그 자리를 떴습니다.” 수년 동안 모델 활동을 한 A씨에게 이런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또 다른 사진작가가 비키니 수영복 촬영을 하다가 느닷없이 “개인적으로 소장만 하겠다. 절대 보장한다”면서 상의 탈의를 요구했다. 그때도 A씨는 거절했다. A씨처럼 작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모델은 많지 않다. 이런 제안은 대부분 경력이 짧은 모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행여 거절했다가 일거리가 사라질까,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울 수밖에 없는 약자를 향해 음흉한 손길을 건넨다. 최근 불거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사건’도 이런 구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양상이 됐지만,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거 다 알고 있던 건데”, “프로 작가들도 아닌데 말해봤자 금방 묻히지”, “워낙 뿌리 깊은 문화처럼 자리 잡았는데 달라지겠어?” 이런 생각 속에서 사진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언젠가 터지긴 하겠지’라면서도 묵인했던 것은 일부 치부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잡아 무감각해졌던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폭력이 발생하고, 왜 성폭력이 은폐됐는지, 무엇이 성폭력 범죄 고발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모임 ‘유토피아’의 곽예인 대표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스튜디오 실장 또는 사진작가가 어떤 짓을 할지 몰라 당장 저항을 할 수 없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망설이는 중에 이미 신체 일부가 카메라에 찍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일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미투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피해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다가 피팅 모델 구인 광고를 발견한 B씨는 면접을 보러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면접장소는 침대가 있는 촬영실이었다. B씨는 실장에게 짧은 원피스를 받아 들고는 한참을 고민했다고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장을 급기야 B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고,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어졌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사진이 찍힌 상태였고,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무서워서 다시 두 번 정도를 갔었습니다. 그때마다 40~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여러 명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고, 저는 침대, 소파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사회는 저항하지 않은 피해자가 느낀 혼란을 ‘결국 네가 원해서 한 것 아니냐’는 동의의 증거로 간주하기 일쑤다. 흉기를 들고 있지도 않은데 저항하지 못한 ‘두려움’을 단순히 ‘순응’으로 해석한 것이다. 곽 대표는 “모델들에게는 사진작가의 카메라가 흉기”라고 일축했다. “저항할 수 없게 하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띠게 만드는 흉기죠. 사진에는 그 미소만 남습니다. 결국 ‘저런 사진도 웃으며 찍는 애’로 낙인이 찍히는 거죠.” 모델들은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거리를 찾으러 모델 구직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에 프로필과 사진을 올리면 연락을 해오는 10명 중 9명은 노출 컨셉을 요구한다. 또 성기 또는 특정 애무 행위를 가리키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유토피아’의 김지혜 작가는 “아마추어 모델은 사진계에서 최약체”라고 단언했다. 업계 규모가 좁다보니 소문이 금새 퍼질 수 있는 구조라 모델이 생태계 사슬의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한다. “사진계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잘 모르고, 인맥도 없다보니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다 말해서 널 데뷔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는 사진작가들의 협박이 가능하다”고 김 작가는 부연했다. 모델 일이 생업인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문이 앞으로의 커리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스튜디오의 도를 넘는 요구에 맞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피해를 호소하는 모델들의 한결같은 사정이다. “보통 촬영 계약서를 안 써요. 요구했다가 ‘까다로운 애’로 찍히면 일을 못 받으니까요.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촬영 일자·장소·컨셉까지만 나와 있지 촬영 포즈, 노출 수위까지 적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처음엔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겠다’, ‘네가 특별히 예쁘다’라고 구슬려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그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많아요. 이러면 정말 인생 자체가 끝인 거예요.”3년 전 ‘합정 모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지난 17일에 폭로한 C씨도 계약서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촬영회 때 찍은 사진은 한 야동 사이트에 유포되고 말았다. 곽 대표는 “정말 놀랐던 것은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도 이런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유명 사진작가 ‘로타’와 배병우씨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사진계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계속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계에는 성폭력 사건을 처리할 징계 장치와 분쟁 해결 기구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김 작가는 “협회(한국사진작가협회·한국프로작가협회)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 “사진계에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기구나 단체가 없다보니 만일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다 해도 본인이 혼자 다 해결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오히려 공론화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모바일로 언어폭력을 가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을 야기할 수도 있다. 괴롭힘과 의심을 받는 쪽은 결국 또 피해자일 뿐이다. 곽 대표는 로타·배병우 작가의 사건을 떠올리면서 “성폭력 가해자가 유명인이라면 ‘이들의 명성을 이용한 악의적인 공격’이라던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식의 가해자 옹호 발언도 적지 않게 나온다”고 했다.‘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스튜디오 실장이 피해 모델 C씨와 주고 받은 카톡 대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일단 E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먼저 연락해 촬영 약속을 잡았다는 내용만 보인다. 일부 언론은 강제 촬영이 아니었다는 피의자의 주장만을 강화해 사실장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C씨는 또다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 “실장이 ‘내가 네 사진을 갖고 있다. 생각 잘해라’ 항상 이렇게 얘기했다. 협박으로밖에 안 들렸다”면서 “가장 무서운 건 유출이었다. ‘그러면 내가 저 사람들 심기를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양측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사진계의 최약체’ 아마추어 모델을 노리는 업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폭력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리 빈 농식품부 장관에 이개호 의원 유력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6·13 지방선거 뒤 이뤄질 ‘부분 개각’을 위해 청와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혀 개각 대상 장관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환경부 후임 장관 정치인 출신 기대 정책 평가로만 본다면 환경부(쓰레기 혼란)와 교육부(입시 제도), 여성가족부(미투 운동), 법무부(비트코인, 검찰개혁) 장관 등이 교체 1순위라는 얘기가 관가에서 흘러나온다. 여기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남도지사로 출마해 지방선거 이후 농식품부를 비롯해 3~5곳의 정부부처 수장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이미 문재인 정부 1기 장관들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농식품부는 김 전 장관과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전남지사), 이재수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강원 춘천시장)이 선거 출마를 위해 한꺼번에 떠나면서 김현수 차관이 홀로 부처를 이끌고 있다. 후임 장관으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자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 농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광주 유세 현장에서 “이개호 장관”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총리가 “일 중심으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는 데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다”고 밝힌 개각 원칙만 놓고 보면 교체 대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세먼지와 재활용쓰레기 대란 과정에서 미숙한 대처로 잇단 질타를 받았다. 최근 ‘물관리 일원화’가 여야 합의로 처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장관의 역할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부처에서는 후임 장관으로 정치인 출신을 기대하는 눈치다.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물관리 일원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입시제도 혼선 교육부 장관도 교체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올 초 ‘비트코인 규제 파동’으로 큰 시행착오를 남겼다. 그는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를 검토한다”고 말했다가 혼란을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 역시 올 들어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여가부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장관이어서 내부에서는 평가가 좋은데 외부 평가가 박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입시 제도와 관련한 각종 혼선을 일으켜 교체설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여러 차례 마찰을 일으키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을 위해 국회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처종합·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찰 일 따로, 여경 일 따로 있나요

    경찰 일 따로, 여경 일 따로 있나요

    학폭 112신고 여청과 몰리는데 형사·강력팀 등 여경 배치 꺼려 “필요할 때만 여경 찾아 일 시켜” “여경이란 단어도 성차별 느껴” “필요할 때만 찾지 말라. 우리는 땜빵이 아니다.”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피해자 보호 업무 등 여성 경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견줘 턱없이 모자란 인력 탓에 여성 경찰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과 소속 여성 경찰관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자신들을 동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 여성 경찰관이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올린 ‘여청과는 호구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경찰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조회 수는 3만 7000건이 넘었고 댓글도 450개 이상 달렸다. 여청수사팀에서 4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이 경찰관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성폭력, 학교폭력, 신상정보관리, 실종업무까지 어느 것 하나 예민하지 않은 사안이 없고 날마다 떨어지는 112 신고 대부분을 여청과 특히 여청수사팀에서 맡고 있다”면서 “최근 한창 민감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까지 ‘젠더폭력’으로 묶어서 (형사과에서) 여청과로 넘어온다는 계획을 듣고 여청과 너네가 죽어라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여경 비율이 10%가 넘었는데도 형사당직, 강력팀, 교통사고 조사에는 여경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필요시에만 여청수사팀 여경을 찾는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오자 다른 여성 경찰관들도 “당직 근무 중 관련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청 소관 업무가 아닌데도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여경은 서로 안 받으려고 하면서 여경이 필요할 때면 여경 찾아 일 시킨다”는 등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내부 반응이 거세자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서는 “데이트폭력 수사의 여청과 이관은 검토된 바 없다.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해명성 답글을 올렸다. 그런데 여성 경찰관 배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재차 행안부에 600여명의 수사 인력 증원을 요청해 둔 상태다. 미투, 여성 악성범죄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찰청이 단기 해법을 내놓으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경찰청은 미투 대응을 위해 여청수사팀 소속 여성 경찰관(632명)을 성폭력 관련 피해 조사에 투입했다. 이날도 여성 악성범죄 관련 계획을 내놓으면서 형사과 소속 여성 경찰관(235명)이 피해자 상담,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경찰관은 “성별을 특정해 업무를 배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경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여경’이란 표현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두 똑같은 ‘경찰관’(Police Officer)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여경 용어 수정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업무 차별에 뿔난 여성 경찰관...“여경이라는 표현도 성차별”

    업무 차별에 뿔난 여성 경찰관...“여경이라는 표현도 성차별”

    “필요할 때만 찾지 말라. 우리는 땜빵이 아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피해자 보호 업무 등 여성 경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견줘 턱없이 모자란 인력 탓에 여성 경찰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과 소속 여성 경찰관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자신들을 동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 여성 경찰관이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올린 ‘여청과는 호구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경찰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조회 수는 3만 7000건이 넘었고 댓글도 450개 이상 달렸다. 여청수사팀에서 4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이 경찰관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성폭력, 학교폭력, 신상정보관리, 실종업무까지 어느 것 하나 예민하지 않은 사안이 없고 날마다 떨어지는 112 신고 대부분을 여청과 특히 여청수사팀에서 맡고 있다”면서 “최근 한창 민감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까지 ‘젠더폭력’으로 묶어서 (형사과에서) 여청과로 넘어온다는 계획을 듣고 여청과 너네가 죽어라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여경 비율이 10%가 넘었는데도 형사당직, 강력팀, 교통사고 조사에는 여경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필요시에만 여청수사팀 여경을 찾는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오자 다른 여성 경찰관들도 “당직 근무 중 관련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청 소관 업무가 아닌데도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여경은 서로 안 받으려고 하면서 여경이 필요할 때면 여경 찾아 일 시킨다”는 등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내부 반응이 거세자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서는 “데이트폭력 수사의 여청과 이관은 검토된 바 없다.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해명성 답글을 올렸다. 그런데 “답글이 성의가 없다”며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재차 행안부에 600여명의 수사 인력 증원을 요청해 둔 상태다. 이는 미투, 여성 악성범죄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찰청이 단기 해법을 내놓으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경찰청은 미투 대응을 위해 여청수사팀 소속 여성 경찰관(632명)을 성폭력 피해 전담인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날도 여성 악성범죄 관련 계획을 내놓으면서 형사과 소속 여성 경찰관(235명)이 피해자 상담,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경찰관은 “성별을 특정해 업무를 배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경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여경’이란 표현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두 똑같은 ‘경찰관’(Police Officer)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여경 용어 수정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손예진 “결혼이 쉬운 일인가요?” (인터뷰 ②)

    손예진 “결혼이 쉬운 일인가요?” (인터뷰 ②)

    (기사 ①에서 이어집니다. ▶손예진 “정해인과 함께 한 모든 장면 기억에 남아”)Q. 극 중 엄마(미연, 길해연 분)가 준희와의 연애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공감했는지? 저는 미연이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됐어요. 주변에 그런 어머니들도 많으시고요. 사실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길 바라잖아요. 그런데 자식 입장에서는 그게 공포이고 고통이었거든요. 미연이 원하는 방식으로 데리고 가면 결과적으로 진아가 행복하겠냐고요. 아니거든요. 하지만 미연은 그걸 행복이라고 정해놓고 끌고 가는 거죠. 여자들은 다 아는, 엄마와 딸 사이에서 오는 감정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Q. 실제로 엄마가 연애를 반대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지? 지금 같으면 과감하게 엄마를 버리죠. (웃음) 여러 부분에서 독립을 많이 했기 때문에 엄마를 과감히 버리죠.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니까요. Q.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자유로움을 꿈꾸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 ‘안정적인 삶’이 결혼에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주위에 결혼을 하지 말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행복해 보이기도 하면서 지금은 혼자 있는 게 좋아서 아직은 모르겠어요. 결혼이 쉬운 일인가요? 어떤 마음을 먹어야 결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윤진아와 손예진의 싱크로율은? 진아는 너무 착해요. 착하다는 말이 상투적이긴 한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짊어지고 가는 캐릭터죠. 그것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죠. 그런데 저는 좀 솔직한 편이에요. 상대가 상처를 받을지언정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가장 다른 것 같아요. 같은 건 나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 부모님 자식이라는 것? Q. 드라마에서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해 다뤘다. 충격적인 게 있었다면?진아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사내 미투에 대해 총대를 매는 상황이 생겼잖아요. 그 때 사내 변호사가 말한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진아에게 불리한, 조작된 증거가 퍼질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이요. 이게 진짜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은 ‘여자도 문제가 있었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생각했어요. 연기를 한 것인데도 소름끼치고 무서웠거든요. 실제로 있었던 사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얻은 게 있다면? 배우로서 앞으로 시나리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를 좀 더 넓게 해준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존중과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드라마라는 현장은 사실 배우들이 잠이나 식사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는 현장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는 모든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어요. 그래서 더 소중했어요. 나중에 다른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제가 받은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Q.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난 게 아쉬워요. 웃긴 말이지만. 저도 아직까지는 왜 이렇게 아쉬운 건지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어요. 현장에 모인 사람들과 완벽하게 함께 하는 순간이 과거가 되는 게 아쉬웠고, 진아를 보내는 게 아쉬웠어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캐릭터들과 안녕하는 것도 아쉬웠어요. Q. 드라마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네, 반응은 다 봤어요.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는 걸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그냥 예쁘게 사랑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겠죠. 두 사람이 왜 힘든 상황에 처하고, 왜 헤어져야만 하는지 원망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현실에서의 사랑을 얘기하는 드라마였어요. 아름답게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Q. 드라마가 끝난 이 시점에서,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각자 생각하는 사랑이 너무 다르다는 걸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사랑 드라마를) 보고 있고, 원하는 것 같아요.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인 것 같아요. Q. 시즌2에 대한 생각도 있는지? 박수칠 때 떠나야 할지, 박수쳐도 계속 남아있어야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른 후에 진아와 준희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결혼은 했을지, 결혼을 했다면 미연과 준희 누나 경선(장소연 분)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더라고요. 마음은 그런데 실제로 시즌2를 하게 될지는 모르는 거죠. 밥 잘 차려주는 누나로 나와야 하나요? (웃음)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단독]“그들은 사냥감처럼 NF 찾았다” 비공개촬영회 사진작가의 폭로

    [단독]“그들은 사냥감처럼 NF 찾았다” 비공개촬영회 사진작가의 폭로

    절박한 환경의 신인모델 공략안심시키려 첫 촬영은 멀쩡해피해자 “탈출하려 요구 들어줘”사진 유출될까 고발·고소 꺼려강압에 의한 촬영 입증 부담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의 실상은 언론에 드러난 것 그 이상으로 추악합니다.” 웨딩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박재현(32) 루시드포토그라피 대표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거침없이 폭로했다. 최근 유튜버 양예원씨가 피팅모델에 지원했다가 성추행을 당했고, 노출 사진이 유출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 폭로의 계기가 됐다.박 대표는 “3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작가들이 모여 촬영, 모델, 스튜디오 정보 등을 교류하는 사진그룹 페이지를 만들었다”면서 “여기서 교류한 작가들과 모델 등을 통해 3년 전 사진계 성폭행의 추악한 실태를 접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관련 증거를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비공개 촬영회는 예술을 빙자해 성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그 실태와 모델로 참여한 여성들의 피해 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며 아마추어·유명 사진작가, 교수, 방송인 등 다양한 직군이 모인다. 이들은 사냥감을 노리듯 새로운 인물을 뜻하는 ‘NF’(뉴페이스)를 찾아다닌다. 신인 모델일수록 명예와 부를 얻고 싶은 절실함이 커 촬영 시 부적절한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주로 첫 촬영은 문제없이 깔끔하게 진행해 지원한 모델을 안심시킨다. 이후부터 차츰 노출을 강요하는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예술성 있는 누드 촬영과의 차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그럴 때는 비공개 촬영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서 “모집 글에 ‘란제리, 섹시’ 등 노출과 관련된 단어가 적혀 있으면 100% 비공개 촬영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공개한 피해 사례는 양씨의 폭로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 여성 모델 A씨는 “처음에는 콘셉트만 ‘섹시’로 잡고 심한 노출 없이 진행되다가 점점 노출을 강요했고, 결국 외설적인 장면까지 찍게 됐다”고 폭로했다. 이어 “표정이 좋지 않으면 욕설을 듣고 급기야 강제 추행까지 당했다”면서 “어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또 “스튜디오에는 10~30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이 모여 있었고, 아마추어 작가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을 촬영한 유명 사진작가도 있었다”면서 “지하실이었고 남성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모델 B씨는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처음에는 ‘이상한 촬영을 제의하는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안심시켰고 첫 촬영도 매우 깔끔하게 진행돼 믿음이 갔다”면서 “그런데 두 번째 촬영부터 그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핑계로 모텔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계속 옷을 벗기려 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도 이런 촬영을 여러차례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연예계 데뷔를 조건으로 협박을 일삼은 작가도 적지 않았다. 모델 C씨는 “사진작가가 모델로 데뷔시켜 주겠다고 말한 뒤 문을 잠가 놓고 강압적으로 누드 촬영을 진행했다”면서 “그 사건 이후 이름도 바꾸고 모델의 꿈도 접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공개 촬영회를 전문으로 하는 모 스튜디오 실장도 ‘모델로 띄워 주겠다’면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작가의 변태적 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D씨는 “촬영이 시작되자 흥분된 살결을 만들어 봐야겠다면서 만지더니 이상한 액체를 뿌렸다”면서 “나중에 그것이 정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 모델들은 대부분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E씨는 “다른 모델들의 촬영 사진을 볼 때마다 ‘저 여자도 당했겠구나’하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서 “찰칵거리는 셔터음이 귓가에 맴돈다”고 말했다.그러나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 남성들이 사진을 유출하며 보복을 가해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촬영 콘셉트에 합의한 계약서나 비용을 지불받았다는 사실 등이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소·고발을 꺼리게 한다. 유출된 사진에서 강압에 의한 촬영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 역시 법적 대응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왜 여태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이러느냐”는 목소리도 피해자들을 아프게 한다. #다음은 박 대표 인터뷰 전문 →사진계의 성폭행 실상은 어떤 계기로 알게 됐나.―2~3년 전 알고 지내던 한 작가가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은 한 여성의 성기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내게 ‘20~30만원 줘야 하는데 재밌지 않느냐’고 물었다. 충격이었다. 이후 운영하던 사진그룹 SNS 페이지를 통해 많은 피해 사례를 접하게 됐다. →폭로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전업 사진작가로서 곪을 대로 곪은 사진계 내 성폭행을 도려내 고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신념 때문에 내 실명을 공개할 만큼 용기를 냈다. 사실 이런 일을 드러내려고 한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일부 작가들이 비공개 촬영회나 1대1 촬영을 통해 모델들을 성추행한 정황을 발견해 해당 사실을 SNS에 공개하고, 운영하는 사진그룹 페이지에서 해당 작가들을 퇴출하는 등 노력을 했다. 그때부터 피해 제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나에 대해 마녀사냥을 했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시 폭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부담됐을 것 같으면 3년 전에도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작가들이 스스로 이런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감추는 건 일종의 동조다. 결국 본인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작가들에게 당했던 모델들이 어떻게든 얘기를 하지 않겠나. ‘사진 찍는 사람들은 다 변태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어떤 사진작가가 변태라는 얘기가 돌 것이다. 작가들 스스로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해야 앞으로 진정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공개 촬영회’ 참석자들의 수법은 어떠한가.―수법도 제각각이다. 대체로 처음 촬영하는 초보 모델이나 모델 지망생을 노린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조금씩 추가하며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모델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스튜디오에 있는 남성들이 ‘다 돈 내고 왔는데 뭐하자는 거냐’면서 인상을 쓰고 욕설을 퍼붓는다. 험악한 분위기가 되면 모델은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촬영 이외에도 ‘나와 성관계를 하면 모델로 띄워 주겠다’, ‘(다른 모델은) 나랑 하고 나서 내가 계속 사진 찍어줘서 완전 떴다’는 식의 요구를 하기도 한다. →피해 사례가 심각한데, 가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나.―본인들은 범죄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모델이 흥분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는 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일본의 포르노에 나오는 전문 모델들의 행위를 예술로 생각하고 그것을 동의하지도 않은 일반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나.―경찰서에 가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말을 못 들을 것이란 생각도 많이 한다. 양예원씨처럼 도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잘못한 걸까’하고 착각하게 되는 거다. 실제로 주변에 피해사례를 말했다가 ‘돈 받았어? 그럼 네가 동의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왜 그런 걸 했어’, ‘그렇게 할 때까지 왜 가만히 있었어’라는 얘기만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한 모델은 가해 작가가 찍은 다른 여자 모델 사진을 볼 때마다 ‘또 당했구나’ 싶어 역겨워 잠을 못 잔다고도 했다. →예술성 있는 누드 촬영과 ‘비공개 촬영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명확하게 구분하는 잣대는 없다. 하지만 진짜 예술적인 누드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작가들은 오히려 돈을 받는다. 전업하는 사람들은 흔한 말로 ‘통장에 꽂히지 않으면 찍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진 시대라 취미로 사진을 찍는 작가들도 누드 촬영을 많이 한다. 프로보다 잘 찍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폭력 가해자들은 항상 모델 같지 않은 일반인을 찾아다니고, 마치 업소를 다니는 남자들같이 행동한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돈을 많이 준다고 광고해 여성을 유인한다. →양예원씨 폭로 이후 언론 보도나 여론의 양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진작 다들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는 사람들도 많다. 모델 활동을 하고 금전적 수익을 얻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강압과 추행, 폭력이 있는 것은 문제다. 비공개 촬영회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올 누드’, ‘성기노출 촬영’ 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촬영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공개 촬영회 모집글을 보면 모델을 마치 횟감 얘기하듯 써 놓는다. 비공개 촬영회의 존재와 목적 자체가 문제다. →다른 예술계에 비해 미투가 잠잠한 편인데.―사진계가 예술계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투 열풍이 불기 어려운 이유는 ‘사진’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중 하나가 사진인데, 사진 속 모델은 모두 웃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는 남자 20~30명이 욕하면서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억지로라도 웃는 상태로 촬영된다. 웃는 상태로 사진이 찍혀 애초에 증거가 될 수 없겠다며 포기하는 모델들이 많다. →추가로 공개할 자료가 있나.―가해자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공개 촬영회를 진행해 각종 성폭력이 발생한 스튜디오의 이름과 사진작가들의 실명 등 ‘블랙리스트’를 공개할 생각도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어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촬영 계약서를 표준화하면 어떨까 싶다. 촬영 형식, 콘셉트와 노출 수위 등을 명확히 표기해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책임을 지우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델이 지인과 동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가들은 ”동행하는 사람이 방해가 된다”면서 성범죄에 더욱 수월한 환경을 만드는데, 사실 프로라고 하면 옆에서 사물놀이패가 뛰어다녀도 할 일 다 한다. 무계약 촬영회도 많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단독] 박재현 사진작가 “비공개 촬영회의 추악한 실체를 폭로합니다”

    [단독] 박재현 사진작가 “비공개 촬영회의 추악한 실체를 폭로합니다”

    박 작가, 피팅 모델 촬영회 ‘성추행’ 폭로“예술을 빙자한 성욕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의 실상은 언론에 드러난 것 그 이상으로 추악합니다.” 웨딩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박재현(32) 루시드포토그라피 대표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폭로했다. 최근 유튜버 양예원씨가 피팅모델에 지원했다가 성추행을 당했고, 노출 사진이 유출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 이번 폭로의 단초가 됐다. 박 대표는 “3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작가들이 모여 촬영, 모델, 스튜디오 정보 등을 교류하는 사진그룹 페이지를 만들었다”면서 “여기서 교류한 작가들과 모델 등을 통해 3년 전 사진계 성폭행의 추악한 실태를 접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관련 증거를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비공개 촬영회는 예술을 빙자해 성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그 실태와 모델로 참여한 여성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며 아마추어부터 유명 사진작가, 교수, 방송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사냥감을 노리듯 새로운 인물을 뜻하는 ‘NF’(뉴페이스)를 찾아다닌다. 신인 모델일수록 명예와 부를 얻고 싶은 절실함이 커 촬영 시 부적절한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들은 소극적인 여성, 가난한 여성, 데뷔를 준비하는 여성을 교묘하게 공략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주로 첫 촬영은 아무런 문제 없이 깔끔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지원한 모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후부터 차츰 노출을 강요하는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예술성 있는 누드 촬영과의 차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그럴 경우 비공개 촬영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모집 글에 ‘란제리, 섹시, 핫섹시’ 등 노출과 관련된 단어가 적혀 있으면 100% 비공개 촬영회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박 대표가 공개한 여성 모델의 피해 호소는 양씨의 폭로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 A씨는 “스튜디오에는 10~30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이 모여 있었고, 아마추어부터 연예인들을 촬영한 유명 사진작가도 있었다”면서 “지하실이었고, 출입문은 걸어 잠겼으며, 남성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고 전했다. 이어 “촬영은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됐고, 처음에는 콘셉트만 ‘섹시’로 잡고 심한 노출 없이 진행됐다”면서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점점 노출을 강요했고, 결국에는 기구를 사용하는 외설적인 장면까지 찍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또 “표정이 좋지 않으면 남성들이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해댔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실장이라는 사람이 강제로 기구를 삽입했다”면서 “어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피해 여성 B씨는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처음에는 오히려 ‘이상한 촬영을 제의하는 나쁜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안심시켰고 첫 촬영도 매우 깔끔하게 진행돼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두 번째 촬영부터 돌변하기 시작했다”면서 “인테리어를 핑계로 모텔 촬영을 제의해서는 모텔에서 계속 옷을 벗기려 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도 이런 촬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유명 작가들은 연예계 데뷔를 조건으로 내걸고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유명 사진작가에게 웨딩 드레스 촬영을 하러 갔다가 성희롱을 당하고 누드 촬영까지 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작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갔더니 문을 잠그고 ‘모델로 데뷔를 시켜주겠다’면서 강압적인 누드 촬영을 진행했다”면서 “그 사건 이후 이름도 바꾸고 모델의 꿈도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 촬영회를 전문으로 하는 모 스튜디오 실장도 ‘모델로 띄워 주겠다’면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피해자 D씨도 “스튜디오 관계자가 ‘내가 너를 띄워 주겠다. 대신 가슴을 만지고 싶다. 기구를 넣어봐도 되느냐’라고 했다”면서 “그는 가난한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주로 타겟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사진작가의 극단적인 변태 행위도 적발됐다. 피해 여성 E씨는 “젊은 나이에 누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미술학원 원장 겸 사진작가에게 촬영하게 됐는데, 촬영이 시작되자 흥분된 살결을 만들어봐야겠다면서 강제로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촬영에 투명한 액체를 이용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정액이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 여성 모델 E씨는 “가해자의 SNS에 올라온 다른 모델들의 촬영 사진을 보며 ‘저 여자도 당했겠구나’하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껴 밤을 못 이룰 정도”라고 말했다. 또 “찰칵거리는 셔터음이 귓가에 맴돈다”고 호소하는 피해 여성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개 촬영회’ 피해자들은 사진 유출에 대한 공포로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의뢰하면 가해 남성들이 당시 찍은 사진을 유출하며 보복을 가해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피해자들은 수사 의뢰를 해도 촬영 콘셉트에 합의한 계약서나 비용을 지불받았다는 사실 등이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소·고발을 꺼리고 있다. 유출된 사진에서 강압에 의한 촬영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도 법적 대응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왜 여태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이러느냐”는 목소리도 피해자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다음은 박 대표 인터뷰 전문 →사진계의 성폭행 실상은 어떤 계기로 알게 됐나.―2~3년 전 알고 지내던 한 작가가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은 한 여성의 성기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내게 ‘20~30만원 줘야 하는데 재밌지 않느냐’고 물었다. 충격이었다. 이후 운영하던 사진그룹 SNS 페이지를 통해 많은 피해 사례를 접하게 됐다. →폭로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전업 사진작가로서 곪을 대로 곪은 사진계 내 성폭행을 도려내 고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신념 때문에 내 실명을 공개할 만큼 용기를 냈다. 사실 이런 일을 드러내려고 한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일부 작가들이 비공개 촬영회나 1대1 촬영을 통해 모델들을 성추행한 정황을 발견해 해당 사실을 SNS에 공개하고, 운영하는 사진그룹 페이지에서 해당 작가들을 퇴출하는 등 노력을 했다. 그때부터 피해 제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나에 대해 마녀사냥을 했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시 폭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부담됐을 것 같으면 3년 전에도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작가들이 스스로 이런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감추는 건 일종의 동조다. 결국 본인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작가들에게 당했던 모델들이 어떻게든 얘기를 하지 않겠나. ‘사진 찍는 사람들은 다 변태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어떤 사진작가가 변태라는 얘기가 돌 것이다. 작가들 스스로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해야 앞으로 진정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공개 촬영회’ 참석자들의 수법은 어떠한가.―수법도 제각각이다. 대체로 처음 촬영하는 초보 모델이나 모델 지망생을 노린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조금씩 추가하며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모델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스튜디오에 있는 남성들이 ‘다 돈 내고 왔는데 뭐하자는 거냐’면서 인상을 쓰고 욕설을 퍼붓는다. 험악한 분위기가 되면 모델은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촬영 이외에도 ‘나와 성관계를 하면 모델로 띄워 주겠다’, ‘(다른 모델은) 나랑 하고 나서 내가 계속 사진 찍어줘서 완전 떴다’는 식의 요구를 하기도 한다. →피해 사례가 심각한데, 가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나.―본인들은 범죄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모델이 흥분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는 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일본의 포르노에 나오는 전문 모델들의 행위를 예술로 생각하고 그것을 동의하지도 않은 일반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나.―경찰서에 가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말을 못 들을 것이란 생각도 많이 한다. 양예원씨처럼 도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잘못한 걸까’하고 착각하게 되는 거다. 실제로 주변에 피해사례를 말했다가 ‘돈 받았어? 그럼 네가 동의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왜 그런 걸 했어’, ‘그렇게 할 때까지 왜 가만히 있었어’라는 얘기만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한 모델은 가해 작가가 찍은 다른 여자 모델 사진을 볼 때마다 ‘또 당했구나’ 싶어 역겨워 잠을 못 잔다고도 했다. →예술성 있는 누드 촬영과 ‘비공개 촬영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명확하게 구분하는 잣대는 없다. 하지만 진짜 예술적인 누드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작가들은 오히려 돈을 받는다. 전업하는 사람들은 흔한 말로 ‘통장에 꽂히지 않으면 찍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진 시대라 취미로 사진을 찍는 작가들도 누드 촬영을 많이 한다. 프로보다 잘 찍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폭력 가해자들은 항상 모델 같지 않은 일반인을 찾아다니고, 마치 업소를 다니는 남자들같이 행동한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돈을 많이 준다고 광고해 여성을 유인한다. →양예원씨 폭로 이후 언론 보도나 여론의 양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진작 다들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는 사람들도 많다. 모델 활동을 하고 금전적 수익을 얻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강압과 추행, 폭력이 있는 것은 문제다. 비공개 촬영회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올 누드’, ‘성기노출 촬영’ 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촬영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공개 촬영회 모집글을 보면 모델을 마치 횟감 얘기하듯 써 놓는다. 비공개 촬영회의 존재와 목적 자체가 문제다. →다른 예술계에 비해 미투가 잠잠한 편인데.―사진계가 예술계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투 열풍이 불기 어려운 이유는 ‘사진’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중 하나가 사진인데, 사진 속 모델은 모두 웃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는 남자 20~30명이 욕하면서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억지로라도 웃는 상태로 촬영된다. 웃는 상태로 사진이 찍혀 애초에 증거가 될 수 없겠다며 포기하는 모델들이 많다. →추가로 공개할 자료가 있나.―가해자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공개 촬영회를 진행해 각종 성폭력이 발생한 스튜디오의 이름과 사진작가들의 실명 등 ‘블랙리스트’를 공개할 생각도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어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촬영 계약서를 표준화하면 어떨까 싶다. 촬영 형식, 콘셉트와 노출 수위 등을 명확히 표기해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책임을 지우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델이 지인과 동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가들은 ”동행하는 사람이 방해가 된다”면서 성범죄에 더욱 수월한 환경을 만드는데, 사실 프로라고 하면 옆에서 사물놀이패가 뛰어다녀도 할 일 다 한다. 무계약 촬영회도 많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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