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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안희정 2심도 4년 구형… “권력형 성범죄”

    檢, 안희정 2심도 4년 구형… “권력형 성범죄”

    安 “제가 경험한 사실과 달라” 혐의 부인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면서도 “제가 갖고 있는 힘으로 상대의 인권과 권리를 빼앗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 심리로 9일 열린 안 전 지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로 지휘·감독하는 상급자가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실형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은 “대선 후보였던 유력 정치인이자 충남도지사였던 피고인이 모든 일정을 보좌하고 부름에 즉각 응해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을 이용해 피해자를 불러내 간음하고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송구합니다”라며 입을 연 뒤 “도덕적, 정치적으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경험했던 사실들은 고소인(김씨)의 주장과 상반된다. 고소인의 마음은 제가 위로해주고 싶지만, 제가 겪었던 경험은 그게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의 사과로 한 번으로 끝날 것 같던 성폭행은 반복됐고, 지난해 2월이 돼서야 영원히 도망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저에게 미투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는 힘과의 싸움이었다. 이후 2차 피해로 삶이 망가졌다”면서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선고는 다음달 1일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비공개 촬영회’ 모집책 징역형…피해자 진술, 물증만큼 강했다

    ‘비공개 촬영회’ 모집책 징역형…피해자 진술, 물증만큼 강했다

    재판부 강제추행 인정… 2년 6개월 선고 피해자 “악플러도 빠짐 없이 법적 조치”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25)씨를 성추행하고 촬영물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집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은밀한 성범죄 특성상 영상·목격자 등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촬영계 첫 ‘미투’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실형이 내려지면서 다른 사건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9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촬영자 모집책 최모(4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강제추행 여부였다. 최씨는 촬영·유포 사실은 인정했지만, 최후변론에서도 “강제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두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양씨와 다른 피해자 김모씨의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매우 일관적이었고, 피해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자세히 밝혀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5월 양씨가 유튜브에 직접 폭로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진 이 사건은 파장이 컸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을 모델·촬영계로 확장시켰고, 여성들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와 맞물리며 경찰은 이 사건을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 1호 사건으로 삼았다.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양씨가 강제추행 이후에도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에게 일감이 있는지 묻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되고 지난해 7월 정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강에 투신해 숨지면서 양씨에 대한 일부 비난도 일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씨가 추행 이후에도 스튜디오에 연락해 촬영 일정을 잡은 게 이례적이라고 하지만 성추행 후 피해자 양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양씨는 첫 번째부터 음부가 드러나는 촬영을 해 불안함이 컸고 당시 가정형편 등으로 급히 돈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 내내 강압적으로 성폭행이 일어난 게 아니라 속옷 끈을 만지면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성추행이었고, 촬영 아르바이트는 비교적 시급이 높고 촬영 당일 보수를 받을 수 있었기에 이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재판 결과가 제 잃어버린 삶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피고인 측이 계속 부인했던 강제추행을 인정받아 많은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저뿐 아니라 가족들을 난도질한 악플러들에 대해 한 명도 빠짐없이 법적 조치할 것”이라면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비슷한 성범죄에 노출돼 지금도 괴로워하는 분들께는 ‘숨어 지낼 필요 없다’고 전하고 싶다”면서 “제 인생을 다 바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 등의 무고함을 주장해온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게시판에는 “증거가 없는데 증언만으로 사람을 죽인다”, “판사가 여성단체 눈치를 보면서 판결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심석희 미투] 폭력·성폭력 지도자 영구 제명한다

    여야 “운동선수보호법 2월 국회 처리” 국회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의 용기있는 고백에 ‘운동선수보호법(일명 심석희법)’을 발의해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0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체육지도자의 결격 사유와 자격 취소 조항을 대폭 손질해 폭력 또는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는 영구 제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 위원장은 9일 “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폭력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렸을 때부터 법안을 준비 중이었다”며 “미성년자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상습적 성폭행이 있었다는 소식에 성폭력 관련 조항도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폭행 등의 문제를 일으킨 지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후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악순환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당시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체육계 관계단체와 스포츠공정위를 통해 징계받은 860건 중 징계 중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4건, 징계 후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99건이나 됐다. 특히 성추행 혐의로 영구 제명된 전 국가대표 코치가 장애인실업팀 코치로 재취업하거나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고서도 해당 연맹의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2월 임시국회 내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향후 법률과 관련한 입법 활동을 당과 국회가 조속히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관련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심 선수의 용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피해자인 심 선수의 이름을 따 법안을 명명한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심 선수의 법률대리인 조은 변호사가 “심 선수는 자기가 이렇게 용기 내 얘기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다른 피해자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 만큼 심 선수의 뜻을 존중해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심석희 미투] 빙상계 선수 2명도 성범죄 피해… ‘추가 미투’ 예고

    [심석희 미투] 빙상계 선수 2명도 성범죄 피해… ‘추가 미투’ 예고

    문체부 “국민 눈높이 맞춰 대책 재검토” 민간 주도 특조단 꾸려 두달내 전수조사 비위 지도자 징계확정땐 IOC 등에 통보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에 이어 빙상계에 ‘추가 미투’가 예고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처벌 강화와 전·현직 국가대표팀 전수조사를 골자로 하는 ‘체육계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빙상 선수와 지도자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의 여준형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과거 지도자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는 피해 여성 선수 두 명이 심석희 사태를 계기로 용기를 냈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이 가면 안 되기 때문에 공개 방식에 대해 세부 논의 중”이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 절차도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심석희 선수 혼자만이 성폭력의 피해자이겠냐”며 “꾸준히 빙상계의 병폐를 조사해온 결과 다른 선수들도 성폭행·성추행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적폐 보호’에만 급급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아래에선 오히려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으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하며 “기자회견에서는 여전히 숨죽여 있는 빙상계의 추악한 이면이 무엇인지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심석희 사태’와 관련해 문체부도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문체부는 민간 주도의 특별 조사 단체를 구성해 오는 3월까지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를 통해 징계를 받은 가해자가 외국에서도 활동할 수 없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가올림픽위원회(NOCs), 국제경기연맹(IFs) 등에 통보해 협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영구 제명의 대상도 현재 ‘강간·유사 강간 및 이에 준하는 성범죄’에서 앞으로는 ‘중대한 성추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이번 사태는) 그동안 쳬육계가 마련해온 모든 제도와 대책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모든 제도와 대책을 재검토하겠다”며 “최악에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경기단체를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에서 제외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체육계 식구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심석희 미투] 침묵의 대물림… ‘그루밍 성폭력’에 스러지는 운동부 청춘들

    [심석희 미투] 침묵의 대물림… ‘그루밍 성폭력’에 스러지는 운동부 청춘들

    4년새 63%↑성폭력 상담·신고 93건 폐쇄성 탓 고발 땐 선수 생활 접어야 체육계 “터질게 터졌다, 빙산의 일각” 문화연대 등 오늘 자성촉구 기자회견“감독 선생님이 부르더니 ‘수비를 이렇게 하라’면서 민감한 부위를 만질 때가 있어요. 그냥 참고 넘어가죠.”(중학교 여성 핸드볼 선수 A양)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대들보인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고2 때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준 가운데 체육계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A양 사례처럼 지도를 빙자해 학생 선수들의 몸을 만지는 등 성폭력을 저지르는 현장 지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 선수의 폭로가 ‘체육계 미투’의 시작이 될지 주목된다. 9일 체육학계에 따르면 초·중·고·대학 소속 학생 선수들이 성폭력에 노출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8년 진행한 ‘학생 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중·고교 학생 1139명 중 63.8%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58.5%로 가장 높았고 강제추행(25.4%), 성관계 요구(1.5%), 강간(1.0%)까지 있었다. 폭행도 일상적이었다. 응답 대상 중 78.8%가 ‘훈련 태도 등을 이유로 맞거나 욕을 듣거나 기합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인권위 실태조사 이후 10년간 어린 선수들의 인권 실태를 살핀 대대적 조사는 없었다. 하지만 심 선수의 고백 등을 보면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상담 건수는 2014년 57건에서 지난해 93건으로 63.2% 늘었다. 체육계 내부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어린 선수들은 성폭력·폭행 등을 당하고도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 탓에 심 선수처럼 용기 내는 일이 드물다. 우선 선수들이 초·중·고교 때부터 감독·코치를 ‘아버지’처럼 모시는 비정상적인 사제 관계 속에서 운동하다보니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어렵사리 고발해도 “딸 같아서”라며 친밀감의 표현처럼 덮어버리면 피해자만 곤란해지기도 한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성직자와 교인 관계처럼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도 ‘그루밍 성폭력’(신뢰 관계를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가하는 성폭력)이 흔하다”고 말했다.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겠지만 심 선수도 6살 때부터 자신을 지도한 조 전 코치의 폭행 등에 제대로 저항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도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한 종목의 코치들은 대부분 학교 선·후배 등으로 엮여 있어서 어린 선수가 특정 지도자를 고발하면 선수 생활을 접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국내 운동부 학생 다수는 엄청난 훈련량 탓에 수업을 제대로 못 받아 운동으로 성공하는 것 외엔 대안 없는 삶을 산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설령 지도자의 잘못이 인정돼도 솜방망이 징계만 받고 6개월 뒤면 돌아올 것”이라는 인식이 피해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김상범 중앙대 체육과학대학 교수는 “심 선수는 조 전 코치의 폭행 혐의 재판 과정에서 인식의 변화가 생겨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선수의 폭로가 피해 뒤 침묵하던 다른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 체육계의 자정(自淨)을 알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 교수는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이 이번에도 고쳐지지 않으면 바로잡을 기회가 영영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범죄를 방조하는 체육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서울신문은 운동부 학생이나 성인 선수들에게 발생하는 폭행, 성폭력, 언어폭력 등 인권 침해 실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례를 경험하셨거나 목격하셨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자 신원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법의 지엄함 보여달라” 안희정 항소심 마지막 재판서 읽힌 김지은 최후진술(전문)

    “법의 지엄함 보여달라” 안희정 항소심 마지막 재판서 읽힌 김지은 최후진술(전문)

    위력으로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도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최후 진술을 남겼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항소심 법정에 나와 비공개로 6시간 남짓 증인신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대신 읽혀진 최후 진술에서 김씨는 지난해 2월 처음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뒤 11개월 동안 자신이 겪은 고통들을 털어놓으며 “누군가 ‘미투’ (폭로를 할지) 상담을 해오면 말릴지도 모르겠다”면서 재판부에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전 지사를 향해선 “피고인 측이 쏟아내는 거짓과 왜곡된 주장들로 매번 새롭게 상처받고 찢겨진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피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괴로웠다”면서 “아직까지도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아무리 거대한 손이라도 인간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면서 “아무리 힘 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김씨의 최후진술 전문. ▲최후 진술서 피해자 김지은입니다. 마지막 발언의 기회를 허락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립니다. 피고인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11개월이 지났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진실’을 말하기까지 저는 오랜 시간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피고인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고 미래 권력이었습니다. 미래 권력은 현재진행형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정·재계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라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피고인을 그렇게 대했습니다. 피고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유명세를 함께 누렸고, 외부의 많은 사람들은 피고인과 알고 지내기를 바랐습니다. 사회 곳곳에 관계 맺어 다각도로 생물처럼 뻗어나가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 조직, 그 자체가 피고인이었습니다. 그런 피고인을 향해 미투를 한다는 것, “지금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안희정 개인에게만 한정된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진 정치적 지위와 관계 맺은 수많은 이들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미투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는 힘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고 나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당할지 모를, 그리고 살더라도 죽은 것 같이 살아가야 할,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죽게 되더라도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의 사과를 듣고 한 번으로 끝날 것 같던 성폭행 피해는 반복되었고, 지난해 2월이 되어서야 저는 영원히 도망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번의 피해는 제게 처음과 같았고, 반복되는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미투를 한 직후 제 가족들까지 언급하며 허위 사실들이 유포되었습니다. 수많은 악플들이 달렸고, 거짓 사진과 글들이 마치 사실인양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들 중에는 안희정 지사의 측근들도 있었고, 정당의 주요직을 맡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팬클럽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명 두명 유죄 판결을 받아 벌금형에 처해지고 있지만, 2차 피해로 인한 제 삶은 이미 망가져 버렸습니다. 어쩌면 고발할 때부터 예견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찰 진술에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마치 제가 가해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신문받고 답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 진술의 진실성을 검증받았습니다. 며칠에 걸쳐 제 휴대폰과 주변 모든 내역들까지 조사받았습니다. 제 진술이 진실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했습니다. 피고인이 떳떳했더라면 왜 그 휴대폰을 파기하고 파기한 사실도 그토록 숨기려 하였을까요? 아무리 거대한 손이라도 인간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심 재판정에서의 진술은 16시간이 걸렸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재판 내내 피고인이 기침소리를 낼 때마다 제 심장은 요동치고 정신은 점점 더 혼미해졌습니다. 피고인이 제 바로 옆에서 저를 압박하고 조여오는 것 같아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냈습니다.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참아내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장시간 오한을 견뎌가며 경험한 그대로를 말씀드렸습니다. 1심이 끝났고,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매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피해 사실을 모두 잊어버리고 고통을 이겨내고 싶었지만, 2심에서 다시 진술해야 했기에 기억조차 지워버릴 수 없었습니다. 2심 항소심의 진술을 위해 지난 12월 21일 법원으로 오기까지 차라리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 이 세상을 외면할 수 있다면 편하지 않을까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에서 진술하였습니다. 차라리 죽고싶을 만큼 힘겨웠지만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다시금 참고 견뎌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4시간 업무 중인 비서에게 상사의 지위는 24시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것을 고의적으로 성범죄에 이용한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성실히 살아왔던 제 인생은 모두가 재판 중 가해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게 열심히 일해 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들인 저의 성실함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피해자다움과 배치되는 모습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캠프에 간 것은 팬심에 의한 것이었고, 근무시간의 제한 없이 일에만 매진해야 했던 것은 피고인이 좋아서였다는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주변에 이야기해도 도움 받지 못해 이후 전혀 티내지 못했던 것은 피해자다움과 어긋난다는 이야기로 해석되었습니다. 전임 남자 수행비서들이 꾸준히 일상적으로 해왔고 수행비서의 기존 업무 중 하나였던 숙소 예약은 ‘관계를 원해 한 셀프 호텔 예약’으로, 피고인이 갑자기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식당에 가겠다고 하여 급히 통역인 부부와 동행한 레스토랑은 ‘단 둘이 간 와인바’로 바뀌었습니다. 만약 당시 정상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보장받기를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다운 것이 업무를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사는 것일까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의 업무가 절실했던 제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평판이 존재하는 정치 영역에서 이미 ‘안희정 사단’으로 꼬리표가 붙은 제가 어디에 가서 직장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피고인 측이 쏟아내는 거짓, 왜곡된 주장들에 이쯤이면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매번 새롭게 상처받고 찢겨집니다. 그동안 지독히도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피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괴로웠습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저와 잘 지내던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이 제게 했던 성폭행 직후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항상 다음 범죄를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미투 직후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아직까지 피고인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게 피고인은 처음부터 일을 그만두는 순간까지 직장 상사였습니다. 한번도 이성의 감정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가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 애사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저와 이성적인 관계였다고 말합니다. 언론에 어떤 관계를 입증할 사진이라고 언급한 사진은 수행 업무 중 뒤에 서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업무상 가까이 서 있던 모습을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연인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누가 제게 미투를 상담한다면 저는 선뜻 권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미투를 말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지난 11개월의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함께 진실을 말해주는 분들이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봐왔기에 이 과정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해줄 것입니다. 제가 그 고통 속 다행히도 생존해 있을 수 있는 건, 미약한 저와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였습니다. 숱한 외압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목소리를 내주는 분들이 계셨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미투를 고민하는 분께 제가 겪은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판장님, 부디 사건의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주시어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힘 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막대한 관계와 권력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9년 1월 9일 피해자 김지은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日 남성잡지 ‘쉽게 잘 수 있는 여대 순위’ 기사 파문

    日 남성잡지 ‘쉽게 잘 수 있는 여대 순위’ 기사 파문

    일본의 한 잡지가 ‘쉽게 잘 수 있는 여대 순위’를 선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일본 대형 출판사 ‘후소샤’가 발행하고 있는 ‘스파!’(SPA!)는 올해로 26년이 된 남성 주간지다. 이 잡지는 지난해 12월 25일 발행한 책자에 음주파티의 일종인 ‘갸라노미(ギャラ飲み)’ 기사를 실었다. 일본에서 성행하고 있는 ‘갸라노미’(ギャラ飲み)는 식사 비용 등 경비 일체를 남자가 부담하고, 여자에게 일당까지 건네며 데이트를 즐기는 음주파티다. ‘스파!’는 해당 문화를 조명하는 동시에 ‘갸라노미’ 파티에서 유혹하기 쉬운 여자대학 순위를 첨부했다. 순위에는 ‘지센여자대학’과 ‘오츠마여자대학’, ‘호세이대학’, ‘주오대학’ 등 도쿄에 있는 5개 대학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 리스트는 일본의 남녀 매칭 서비스 ‘하이퍼 에이트’(ハイパーエイト)로 맺어진 커플의 성관계 성공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잡지는 각 대학의 선정 이유로 “00대학 여자들은 요코하마 근처에 많이 사는데 막차가 빨리 끊긴다”는 등의 터무니 없는 근거를 들었다.잡지가 발간되자 일본 여성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특히 일본인 교육운동가 카즈나 야마모토는 지난 4일 글로벌 청원 사이트(change.org)에서 ‘스파!’의 사과와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야마모토는 “2018년은 전 세계 여성들이 권리를 위해 투쟁한 해다. 여성들은 SNS를 이용해 미투 캠페인을 벌였고, 전 세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냈다”면서 “2019년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일본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마모토의 청원에는 9일 현재까지 3만9294명이 동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파!’는 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편집장 이누카이 타카시는 “선정적인 단어 사용과 대학 실명 거론으로 독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며 사과했다. 또 “앞으로 우리는 성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센여자대학’은 9일 잡지 발간사인 ‘후소샤 앞으로 학장 이름의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항의했다. ‘주오대학’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에 근거한 기사로 본교 여학생뿐만 아니라 일본 젊은이의 존엄성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희정 1심 결과 반복돼선 안 된다”…2심 선고 앞두고 바빠진 여성계

    “안희정 1심 결과 반복돼선 안 된다”…2심 선고 앞두고 바빠진 여성계

    시민 질문 운동 진행…현행법 문제 짚는 토론회도 개최“위계 속에서 진정한 합의가 가능한가요?”, “정치인으로서 수행비서의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어디까지로 상정하시나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3~7일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재판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을 묻자 돌아온 응답들이다. 이번 ‘시민 질문 운동’은 안 전 지사의 2심 판결을 앞두고 기획했다. 1심에서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단 피해자에게 ‘왜 따라갔나?’, ‘왜 저항하지 않았나?’ 등의 부적절한 질문으로 일관했던 점을 꼬집기 위한 취지였다. 시민들은 “피해자와 나눈 문자 내용 보니 답장이 몇 분만 늦어도 독촉을 하던데 위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괘념치 말라, 잊으라는 말은 대체 왜 했습니까?”, “왜 텔레그램 지우라 했습니까?” 등 1~2심에 거친 긴 법정 공방에도 해소되지 않은 질문을 내놨다. 대책위는 접수된 157개의 질문 가운데 일부를 추려 검찰에 전달할 예정이다. 여성계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본격적인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2심 절차는 9일 검찰과 변호인단 간 마지막 공방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책위는 질문운동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에는 ‘이제 다른 결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내고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한 연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1심 판결문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력이 ‘존재’하지만 그 위력이 ‘행사’됐다고는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도 일상을 유지한 것이 ‘피해자답지’ 못하므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강력한 업무상 위계, 사회적 지위의 격차, 젠더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폭력을 즉각적으로 방어하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편적 약자와 피해자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서는 오는 14일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의 사회로 토론회를 개최해 안희정 사건 1심 판결로 본 현행법의 문제점을 논의한다. 현행법(형법 303조 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서 이런 위계 간음이 인정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사건에서의 위력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고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의 행동방식이 환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 재판부에서 인정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상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꼰대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는 댓글이 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청년들을 훈계하려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안타까워서 쓰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혐오’의 시대에 청년들은 과연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지난달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29.4%로 전체 남녀별 연령집단 중 가장 낮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 남성들이 앞장서서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와 갈라선 결정적인 원인은 젠더 이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창 시절에는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했고, 취업 경쟁과 직장 생활에서는 오히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여성들에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남성들에겐 현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이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여성을 혐오해도 우리 사회는 ‘미투운동’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여성을 적으로 돌린다고 남성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구조를 보면 권력을 휘두르는 다수는 여전히 남성이며, 수많은 여성들이 매일 성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20대 남성이 분노할 대상은 또래 여성이 아니라 폭력적인 가부장주의다. 많은 남성들이 대법원의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그럼 군대 갔다 온 내가 비양심이냐”라는 단순 논리를 들이댄다. 총을 드는 것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다 할 테니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지키게 해 달라는 소수를 포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전체주의나 다름없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 군대에 보내지 않았으면서 철 지난 반공이데올로기를 외치는 자들이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양상은 남녀 구분이 없다. 난민을 일자리 도둑 또는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보는 청년도 적지 않다. 난민을 추방하는 서구의 극우세력을 비판하던 이들까지 막상 제주도에 예멘 난민 480여명이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난민과 이주민을 다 몰아내면 ‘좋은 일자리’가 늘까? 정작 청년들이 분노해야 할 것은 경제력 세계 12위인 대한민국이 480여명 중 고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한 옹졸함이다. 정규직에 안착한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 나는 힘들게 공부해 정규직이 됐는데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인식한 탓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낙오자가 아니라 이 체제의 피해자다. 청년들은 정규직화 정책에 분노할 게 아니라 오직 경쟁만 부추겨 대한민국을 각자도생의 전쟁터로 만든 기득권 세력에 분노해야 한다. 해방 이후 친일과 분단으로 기득권을 유지했던 구세대는 4·19세대에 의해 전복됐고, 군사정권과 야합한 4·19세대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경제력까지 움켜쥔 86세대를 향해 욕만 할 뿐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먹고살 길이 없는데 무슨 세대 타령이냐”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구체제의 본질은 간과한 채 자신보다 약한 타자를 향해 ‘메갈녀’, ‘무기(무기계약직)충’, ‘난민충’이란 혐오만 퍼부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window2@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몰카 영상 뿌려진 뒤 시작된 지옥…피해자 10명 중 1명 극단 선택 시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몰카 영상 뿌려진 뒤 시작된 지옥…피해자 10명 중 1명 극단 선택 시도

    영상 유포 피해자 45.6% “자살 생각” 불법 촬영 49.7% ‘아는 사람’에 당해 10명 중 8명 “영상 찍힌 줄도 몰랐다” 범인 실형 선고율은 고작 11.1% 그쳐 여정연 “대처 가능한 사회 환경 필요”몰래카메라나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속칭 리벤지포르노)이 온라인에 유출된 피해자 절반은 자살을 생각했다. 이 중 20%는 실제로 자해를 했다. 실제 성추행 피해자나 살인 사건 유가족보다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둘 중 하나는 오히려 범인에게 빌며 영상을 지워 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을 찾아가 피해를 신고한 이는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6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의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여정연은 지난해 9월 온라인 성폭력을 당한 전국 여성(15~4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일부 기관이 단편적으로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실태조사는 처음이다. ▲온라인 성적 괴롭힘(1648명) ▲디지털 성폭력(불법 촬영·유포 협박·실제 유포, 352명) ▲그루밍 성폭력(피해자로부터 호감을 산 뒤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 중복응답 106명) 등 모든 온라인 성폭력 피해를 망라해 조사했다. 영상이 유포(재유포 포함)된 피해자 45.6%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중 42.3%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까지 세웠고, 19.2%가 실제 자살 시도를 했다. 찍힌 영상이 유포되지 않고 협박만 받은 피해자도 정신적 충격이 컸다. 41.7%가 자살을 머릿속에 그렸고, 이 중 17.5%는 실제로 ‘행동’을 했다. “부모도 잠을 못 자고 번갈아 가며 (피해자) 옆을 지켜요. 창문을 다 잠그고 방범창까지 달죠. 뛰어내릴까 봐….”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이 온라인에 퍼진 한 여성의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족의 파탄 난 삶을 이렇게 전했다. 설문과 함께 진행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측정 결과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 줬다.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개정판’(IES-R-K)을 통한 측정에서 유포 피해자는 평균 53.9점. 유포 협박 피해자는 52.4점으로 집계됐다. 0~88점으로 채점되는 이 검사는 높을수록 심리적 외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일반인은 17~18점 이상이면 ‘부분 PTSD’, 24~25점 이상은 고위험군인 ‘완전 PTSD’로 진단한다. 직업상 스트레스가 많은 소방공무원이나 군인도 44~45점 이상이면 심각한 위험 수준으로 보고 치료를 받는다. 성추행 피해자나 살인 사건 유가족의 경우 각각 49.1점과 48.4점으로 측정됐다는 연구(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 결과가 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는 이들보다도 심각한 ‘정신붕괴’ 수준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랑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이 고통을 가중시켰다. 불법 촬영 피해자 49.7%는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이 중 50.9%가 이성친구나 연인(옛 연인 포함)이었다. 헤어진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악랄했다. 배우자를 포함해 현재 연인(78.0%)이 범인인 경우가 옛 연인(15.9%)보다 5배 이상 많았다. 10명 중 8명은 영상이 찍힌 줄도 모르고 당했다. 강요나 협박에 의해 찍힌 경우도 14.2%에 달했다. 그럼에도 경찰 신고는 고작 10.8%에 그쳤다. ‘신원 노출에 대한 불안감’(27.3%), ‘경찰에 대한 불신’(23.6%)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고 범인에게 삭제를 요구(46.9%)하거나 아예 무대응(38.3%)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실 세계 성폭력 피해자는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함께 양지로 나왔지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는 그렇게 음지에서 죄인인 것처럼 얼굴을 가린 채 떨고 있다. 실제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는 ‘주변 사람’(40.4%)에게 전해 듣거나 ‘우연히’(14.0%)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범인이 직접 알려 준 경우(10.5%)도 있었다. 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27.3%),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21.2%), 웹하드(16.7%) 등에 주로 유포됐다. 불법 촬영 피해자가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범인 처벌’(27.2%)이다. 하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여정연이 2017년 서울지역 5개 법원의 디지털 성폭력(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1심 판결문 360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율은 10명 중 한 명인 11.1%에 그쳤다. 그나마도 징역 1년 이하인 경우가 80.8%에 달했다. 벌금형이 54.1%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로 풀어 준 비율도 27.8%나 됐다. 상습범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의 판결문에 기재된 촬영 횟수는 총 4102회. 한 명당 11.4회씩 찍은 셈이다. ▲허벅지, 치마 속, 가슴 등 신체 일부 3550회 ▲옷 갈아입거나 용변 보는 장면 199회 ▲성관계 모습 177회(사진 117회, 영상 60회) ▲나체 및 샤워 현장 176회 등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대상과 장소, 패턴 등도 바뀌고 있다. 앞서 한국여성변호사회도 2011년~2016년 4월 판결문 1540건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집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의 범행 발생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정연의 이번 분석에선 23.9%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지하철(54.7%→48.1%) 등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촬영은 감소했다.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던 디지털 성범죄가 연인이나 지인 등 ‘아는 사람’ 위주로 바뀐 것이다. 단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등에 유포한 비율도 4.2%에서 9.7%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정연은 “디지털 성폭력은 ‘무제한 복제’라는 특성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피해가 지속된다”면서 “대다수 피해자가 경찰, 지원기관 등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직접 해결하거나 감추려는 대응방식을 보이는데,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서지현 “안태근 관련 검사들 새빨간 허위진술”…노무현 임명장 추억

    서지현 “안태근 관련 검사들 새빨간 허위진술”…노무현 임명장 추억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과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한국 사회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가 이 사건 재판에서 관련 검사들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지현 검사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증거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 복사가 허가됐다”면서 “관련 검사들의 새빨간 허위 진술을 본 뒤 시작된 메스꺼움이 며칠째 가라앉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일부 정치검사를 제외한 대부분 검사는 선량하다 믿고 15년을 살았다”면서 “이제 명백히 비주류로 분류된 나를 향한 그들의 멸시와 조롱에 그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사무친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지현 검사가 열람했다고 밝힌 증거기록은 성추행 피해자인 자신에게 부당한 인사 보복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사건과 관련된 증거기록이다.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당시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 관련됐거나, 서지현 검사의 인사 조치과정에 관여한 검사들이 검찰 조사나 재판에서 사실 관계를 두고 진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서지현 검사가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모두 검찰의 공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서지현 검사는 “하나로 전체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나와 함께 15년을 살아온 저 검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서기관, 사무관 한 명 한 명의 행위 역시 단 한 명의 오만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삐뚤어진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마구삐뚤어져있습니다 너무 메스꺼워서요ㅠㅠ’, ‘#니들도가치가다하면 순식간에 버려져 비주류가 되는 걸 왜 모르니’, ‘#진정한창피가무엇인지 좀 알아야 할 텐데’라고 덧붙였다. 서지현 검사는 이러한 내용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검사 임명장 사진을 함께 올리면서 ‘비주류’에 대한 생각을 적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는 자신이 검사가 된 2004년 2월 임관 검사는 노무현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고, 4월 임관 검사는 당시 국회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인 고건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서지현 검사는 “4월 임관 검사 중에 2월 임관 검사들을 보고 ‘우린 고건한테 임명장 받아 너무 다행이다. 노무현한테 임명장 받은 애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검사하냐’고 비아냥거리는 자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지현 검사는 “사실 그땐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검사 생활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 주류라는 오만, 주류에의 동경…. 대부분의 검사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주류 속에 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면서 “비주류로 분류되었을 때는 현직 대통령조차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았고, 여검사들에 대한 성폭력 역시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었으며, 검찰 내 주류는 정권과 상관없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 주류는 여전히 우병우 라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국회의원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 뼈저리게 느꼈을 것”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국회의원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 뼈저리게 느꼈을 것”

    사람들은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달걀에 맞은 바위는 역시나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치명적으로 금이 갔다. 이만하면 달걀의 승리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세상에 조목조목 드러나게 했던 진짜 주역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페이스북으로 회원들끼리 교감해 교육청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부딪히고, 어디서든 피켓을 들고.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지난달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교육위원회는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최장 330일 뒤에나 본회의 표결에 다시 부쳐지게 된 것이다.장하나(42)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를 만났다. “절반의 성공이니 시원섭섭하겠다”고 했더니 뜻밖의 답을 돌려줬다. “섭섭하지 않고 시원할 뿐”이라는 대답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로 들렸다.→‘유치원 3법’은 처음 민주당이 내놓았던 개정안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누구보다 안타까웠겠다. -마음을 진작에 비웠다. 한국당의 반대가 극심해 개정안이 온전히 처리되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웃음) 국회의원을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이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그것만도 작지 않은 소득이다. →개정안으로 지정된 바른미래당 중재안은 향후 국회를 통과해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들 걱정한다. -중재안은 국가지원금을 지금처럼 지원금 형태로 두되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자는 게 골자다. 원래 민주당 안은 국가지원금을 국가보조금으로 바꿔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며, 잘못 사용하면 횡령죄를 적용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자는 거였다. 지원금 형태가 계속 유지되면 앞으로도 사립유치원들은 사유재산과 혼동할 수밖에 없다. 처벌 수위도 크게 낮아졌고. →국회의원(19대 민주당 비례대표) 경험이 이번 일에 큰 밑천이 됐을 법하다.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 엄마가 아니었더라면 유치원 비리에 무감각했을 것이다. 의원 시절에도 환경이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다. 그러니 ‘김용균법’에 정신없이 매달렸을 거다. →육아나 교육정책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현장의 목소리가 정치세력화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그렇다. 학부모는 어떤 순간에도 ‘을’이다. 문제 제기했다가 내 아이가 탈이 나면 안 되니까 불합리를 참고 견딘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이 터진 거다. 우리가 나서긴 했지만 어찌보면 한심한 이야기다. 정치가 믿을 만하고 정책이 제 기능을 다했다면 학부모가 왜 나서야 했겠나. →유치원 3법은 일단락된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교육 현안이다. 국회가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과 감시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당연히 예의주시할 것이다. 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분통 터지는 일이다. 2012년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국가 예산이 투입되면서 교육청이 사립유치원들을 감사할 구실이 생겼다. 그 이전에는 유치원이 자영업으로 인식돼 말도 안 되는 비리를 저질러도 아예 통제권 밖이었다. 유치원의 요지경 비리를 정작 아이들을 맡기는 엄마들만 몰랐던 거다. →유아교육의 구조화된 비리나 문제점들을 생생히 목격했을 것이다. -전달체계가 심각하게 붕괴돼 있다는 사실이 좌절스러웠다. 교육부 장관이 아무리 강한 개혁의지를 보인들 민선 교육감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마다 정책을 반영하는 의지도 다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개혁에 무반응인 ‘벽’은 유치원들과 접촉하는 교육청의 실무진이다. 유치원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데도 그들은 천하태평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민선 교육감들은 뜨네기다. 유치원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실무자들이 유치원들과 한편인 게 현실이다. 유치원 비리를 신고하면 문제의 유치원에 누구 엄마가 무슨 제보를 했는지 귀띔해 주는 어이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뚝심이면 뭐든 해낼 거라는 기대가 있다. 새해에 역점을 둘 일은. -유아교육이나 청소년 문제는 국회에서 언제나 관심권 밖이다.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고, 정치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30~40대 학부모들에겐 공을 들여봤자 수지가 안 맞는다는 계산들이다. 지난해 달걀로 바위를 쳤던 안타까운 이슈가 ‘스쿨 미투’였다. 어마어마한 학교 권력을 상대로 어린 학생들이 용기 있게 입을 열었지만, 언론의 가십거리 수준으로 소비되고 끝났다. 스쿨 미투가 의미있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용기 있는 증언이 외면당하면 누구든 입을 닫게 되고, 그런 현실을 경험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결국 입을 닫는다. 끔찍한 일이다. →다시 정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들 것 같다.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국회로 들어가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나는 돈이 없다.(웃음) 의원 수를 늘리더라도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정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시민들에게 정치의 문을 열어주는 논의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어느 농민 모임이 우리를 본떠 ‘정치하는 농부들’을 결성하겠다고 하더라.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1억원이다. 이들이 비정규직,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죽었다 깨어나도 내 일처럼 매달릴 수는 없다. →집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엄마 아닌가. -한유총(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을 상대로 싸우면서 다섯 살 딸아이한테는 미안했다. 어떤 원장이 좋아하겠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나와야 해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미안해 하지 않으려고 번번이 마음을 고쳐 먹는다. ‘딸아, 너를 위해서 엄마가 싸웠다’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웃음) sjh@seoul.co.kr
  • 김기덕 성폭력 폭로 여배우·PD수첩 ‘무혐의’ 처분

    김기덕 성폭력 폭로 여배우·PD수첩 ‘무혐의’ 처분

    영화감독 김기덕(59)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와 이를 보도한 MBC PD수첩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은정)는 김 감독이 여배우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31일 불기소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A씨의 ‘미투’를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고, PD수첩 제작진의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배우들의 진술에 근거한 보도물을 제작했으며, 김 감독에 대한 의혹이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 A씨는 2013년 개봉한 ‘뫼비우스’ 촬영 중 김 감독이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면서 2017년 8월 그를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성폭력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연기 지도 명목으로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김 감독은 검찰의 이런 처분을 근거 삼아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김 감독은 A씨와 다른 두 여배우의 진술을 근거로 지난해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고 방영한 PD수첩 제작진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카카오톡 이용자가 뽑은 ‘2018년 뉴스’…남북·북미 정상회담 단연 1위

    카카오톡 이용자가 뽑은 ‘2018년 뉴스’…남북·북미 정상회담 단연 1위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올해의 뉴스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제일 먼저 꼽았다. 카카오가 지난 21∼23일 이용자 87만 4481명을 대상으로 ‘2018 베스트’ 투표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의 뉴스 1위로 선정된 정상회담이 42%를 얻었다고 밝혔다. 2위인 ‘미투운동’은 26%를 얻었고, ‘평창올림픽 개최’는 14%로 3위에 올랐다. ‘나를 화나게 한 뉴스’로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45%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사법거래 의혹’(13%)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11%)이 뒤를 이었다. ‘또 보고 싶은 올해의 개봉작’으로 ‘보헤미안 랩소디’(37%)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3%), 3위는 ‘신과 함께-인과 연’(15%), 4위는 ‘신과 함께-죄와 벌’(11%)이었다. ‘올해의 예능’엔 MBC의 ‘나 혼자 산다’가 40%로 1위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16%)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15%)이 2, 3위에 올랐다. ‘내가 뽑는 베스트셀러’에는 소설 ‘82년생 김지영’(28%)이 1위를 차지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15%)는 2위, 에세이 ‘모든 순간이 너였다’(14%)는 3위에 올랐다. ‘자주 사용한 신조어’에는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이라는 뜻의 ‘갑분싸’가 33%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가자’를 늘려 발음한 ‘가즈아’(21%)가 2위, 인사이더(insider)를 뜻하는 ‘인싸’(18%)는 3위였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뽑은 2018 베스트의 자세한 결과는 카카오톡 #탭에서 ‘2018 연말결산’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2018년, 이들이 있어 따뜻했다

    2018년, 이들이 있어 따뜻했다

    올 한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미투(Me too) 운동을 시작해 홍대 몰래카메라 사건에서 촉발된 남녀 갈등,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등 연일 쏟아지는 복잡하고 무거운 뉴스들이 많은 시민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반짝이는 사연은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18 그들이 전한 따뜻한 위로 베스트 5’입니다. 먼저 운전자를 미소 짓게 한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시 북면 감계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해준 운전자에게 아이들이 감사인사를 건넸습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누리꾼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영상을 공개한 운전자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행복했다”고 전했습니다.두 번째 사연은 740만원이 든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6살 쌍둥이 자매이야기입니다. 지난 10월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의 한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자매가 벤치에 놓여 있는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자매는 함께 있던 아빠에게 “지갑 주인을 찾아주자”며 파출소로 향했고, 지갑은 무사히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착한 마음씨 덕분에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 줄 수 있었다”며 상장을 수여했습니다.세 번째는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80대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준 경찰관의 모습입니다. 지난 10월 16일 강원도의 한 도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인제경찰서 기린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입니다. 당시 순찰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던 이들은 할머니 한 분을 보게 됩니다.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가 한가득 폐지를 싣고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려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 드렸습니다. 할머니를 도운 경찰관들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며 칭찬과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네 번째는 ‘불붙은 트럭에 뛰어든 제복 입은 시민’ 사연입니다. 지난 19일 가족과 나들이를 나간 현직 경찰관이 지나가던 트럭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신속하게 진화했습니다. 화물칸의 불길이 주변 차량과 건물에 옮겨 붙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음에도 경찰관은 망설임 없이 트럭 적재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각목을 이용해 불이 붙은 적재물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즉시 트럭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든든한 경찰관에게 포상을 해야한다”는 등 영상 속 주인공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마지막으로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한 남성이 일부러 사고를 내 구조한 사연입니다. 지난 5월 12일, 제2서해안고속도로 조암IC 근처를 달리던 50대 코란도 승용차 운전자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으으’ 하는 외마디 신음을 내고는 곧바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던 운전자가 잠시 의식을 잃은 겁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바로 그때, 사건 현장을 지나던 한영탁(46)씨는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코란도 앞을 가로막아 주행을 멈췄습니다. 그의 의로운 행동이 알려지자 한씨 차량인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는 신형 차를 선물했습니다.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사법거래 의혹’ 카톡 이용자 화나게 한 올해의 뉴스 2위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올해의 뉴스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제일 먼저 꼽았다. 카카오는 21∼23일 이용자 87만 4481명을 대상으로 ‘2018 베스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올해의 뉴스 1위로 선정된 정상회담이 42%를 얻었다고 밝혔다. 2위인 ‘미투운동’은 26%를 얻었고, ‘평창올림픽 개최’는 14%로 3위에 올랐다. ‘나를 화나게 한 뉴스’로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45%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사법거래 의혹’(13%)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11%)이 뒤를 이었다. ‘또 보고 싶은 올해의 개봉작’으로 ‘보헤미안 랩소디’(37%)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3%), 3위는 ‘신과 함께-인과 연’(15%), 4위는 ‘신과 함께-죄와 벌’(11%)이었다. ‘올해의 예능’엔 MBC의 ‘나 혼자 산다’가 40%로 1위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16%)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15%)이 2, 3위에 올랐다. ‘내가 뽑는 베스트셀러’에는 소설 ‘82년생 김지영’(28%)이 1위를, ‘자주 사용한 신조어’에는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이라는 뜻의 ‘갑분싸’가 33%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카카오톡 이용자가 뽑은 2018 베스트의 자세한 결과는 카카오톡 #탭에서 ‘2018 연말결산’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공감 #연대 #변화… #미투의 힘

    #공감 #연대 #변화… #미투의 힘

    직장·학교 ‘위드유’ 확산… 징계 이끌어내 성폭력피해 상담·고발 건수도 크게 늘어2018년 대한민국의 일상을 변화시킨 가장 큰 사건으로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꼽는 이들이 많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1년 내내 도도하게 흐른 이 운동은 학교, 직장, 문화계, 정치권 등 사회 전 분야에 음습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용기 있는 고발은 백래시(반격)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공감과 연대를 획득하며 성평등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미투의 해’를 돌아본 여성들은 “무감각했던 성희롱에 대해 알게 됐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양모(34·여)씨는 “아슬아슬한 농담을 즐겨 하던 남성 상급자의 언행이 확 달라졌다”고 전했다. 교사 전모(54·여)씨도 “습관적으로 ‘여성이 많아 회식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던 상급자가 발언을 자제하는가 하면, 자신의 발언을 검열하는 남성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연말 송년회 풍경도 바뀌었다. 법률사무소 직원 김모(31)씨는 “올해 송년회에는 음주 강요가 없었다”면서 “성희롱 등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유형 상위권에 ‘딱 한잔만형’(23.4%)과 ‘맛집 투어’(18.3)가 올랐다. 성폭력 피해 상담과 고발도 크게 늘었다. 여성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담 건수는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상담건수가 28만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최종 상담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이나 술집에서 성추행 신고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성폭력인 줄 몰랐던 행동을 자각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미투에 연대의 손을 내민 ‘위드 유’(#With 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은 또 다른 성과다. ‘스쿨 미투’에 참여한 한 고교생은 “고발한 지 3개월 만에 교사에 대한 징계를 이끌어냈다”면서 “평소 같았으면 지지부진했을 텐데 교육청을 움직인 것은 온·오프라인에서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변화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다 미투 걸린다”, “이런 것도 미투냐”와 같은 비아냥에서 보듯 미투 운동을 농담으로 격하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성과이지만, ‘데이트 폭력 방지법’, ‘비동의 간음죄’ 등 주요 미투 법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성폭력에 대한 공감과 연대 의식이 확산된 것이 미투 운동의 가장 큰 성과”라면서 “성폭력을 내 문제, 내 현실로 받아들인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적, 제도적으로 성차별을 타파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좌절감을 안겨준 시간이기도 했다”면서 “앞으로도 미투 운동을 경청하고 그 내용을 사회적 의제로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방학에도 스쿨미투” 한파에 거리 나온 여학생들

    “방학에도 스쿨미투” 한파에 거리 나온 여학생들

    한파 속 모인 학생·학부모 “여전히 해결 안 돼”교사 “실수했다면 사과해야 교권 바로 설 것”성희롱·추행 내용 불태우는 ‘화형식’ 하기도올해 초부터 이어진 학내 성폭력 고발 운동인 ‘스쿨미투(#School Me Too)’가 겨울 방학과 입시철을 맞아 사그라들자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충남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린데 이어 이번주에는 인천과 서울에서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한파가 몰아친 27일 저녁 인천 구월동 로데오광장에는 롱패딩으로 무장한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스쿨미투가 학교를 바꾼다’ 라는 이름의 이 집회에는 인천 지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던 신명여고, 부원여중 등 학생들과 대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많은 피해사례가 고발됐지만 명확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며 학교와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한 여고생은 “스쿨미투가 알려진 후 3개월이 지났지만 가해 선생님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다”면서 “학교는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고 폭로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고 비판했다.집회에 참석한 한 교사는 “교권의 핵심은 학생의 존경인데, 실수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신뢰할 만한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와 스쿨미투 대책위에 청소년을 포함할 것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난지캠핑장에서는 ‘스쿨미투 화형식’이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의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스쿨미투 제보와 성희롱, 성추행 피해사례를 종이에 적은 뒤 불에 집어넣는 화형식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1학년이라 프레시한데 애교부려봐라” “누구누구는 걸레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 등 성추행을 고발한 종이를 불에 태우며 “이런 말과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20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학창시절 겪은 성희롱 사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제보들 중에는 미투 고발 후 신원이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방학 기간 줄어들고 있는 스쿨미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당사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지난 22일에는 8월 이후 ‘스쿨미투’에 처음 불을 붙였던 충청 지역 학생들이 천안에서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집회를 열었다. 스쿨미투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한 학생은 “교사가 학생을 추행해도 생활기록부 때문에 아무 말을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스쿨미투는 교사와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 놓인 학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다음 달 6일 ‘우리에게는 페미니스트 동료가 필요합니다’ 라는 주제의 강연과 집담회가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 관련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2018 국내·국제 10대 뉴스

    2018 국내·국제 10대 뉴스

    ■ 국내뉴스 10남북·북미회담 한반도 평화무드 지난해 전쟁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던 한반도 정세는 2018년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총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4·27, 5·26, 9·19)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6·12)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북한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남북 정상은 예정에 없던 ‘번개 회담’을 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것도 믿기지 않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남한 정상이 평양에서 군중을 상대로 연설하고,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꿈 같은 일도 현실로 일어났다.주 52시간 근무·최저임금 인상… 불경기·재계 반발로 ‘용두사미’ 올해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경영계의 강력 반발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처벌 유예 기간을 연장했고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률에 따른 보완책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양승태 대법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첫 영장청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법관 사찰 및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기로에 놓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관 8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가운데 여전히 법관 탄핵소추 요구도 빗발친다.한국사회 뒤흔든 미투… 페미니즘 대중화 이어져 여성들 거리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유력 대권 후보와 연극계 최고 권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계 여기저기서 폭로가 잇달았다. 미투 운동은 페미니즘 대중화로 이어졌다. 여성 수만 명이 불법촬영 근절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미투를 대표하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밀리언셀러에 올랐다.평화 불러온 평창올림픽… 하계올림픽 30년 만에 동계도 개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렸다. 지난 2월 9일 개막해 17일간의 대장정을 펼친 평창동계올림픽.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아시아에서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국가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특히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 등의 성과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전세계 팬 열광시킨 BTS… 한국 가수 첫 빌보드 앨범차트 1위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비영어권 앨범이 한 해 두 차례나 정상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월드투어는 연일 매진됐다.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온 이들의 목소리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다. 세계의 청소년을 대표해 유엔 연설을 하기도 했다.양심적 병역거부 헌법불합치… 대체복무제 사회적 논의 본격화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11월 1일 종교적 신념 등이 합당한 병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국방부는 조만간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제시할 방침이다.박근혜 25년형·이명박 15년형… 전직 대통령 두 명 구치소 수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으로부터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판단과 함께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180억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고질적 ‘위험의 외주화’ 공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또다시 제기됐다. 안전 장비도 없이 입사 3개월짜리 비숙련 직원에게 위험한 업무를 모두 떠넘긴 원청업체의 비인도적 처사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정부는 ‘사후약방문’ 격인 원청의 안전 책임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다.서울 아파트값 천정부지… ‘9·13 부동산 대책’ 내놓자 진정 국면 정부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대책에도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7.54% 상승했다. 정부는 금융·세제를 아우르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장을 압박했다. ‘3기 신도시’ 입지를 선정해 공급 확대에도 나섰다. ■ 국제뉴스 10미·중 무역전쟁에 세계경제 혼란 미국과 중국은 올 한 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통상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중국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19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는 등 세 차례 충돌했다. 미래를 위한 기술굴기인 ‘중국 제조 2025’ 등 양국 간 정치·경제·기술 등의 분야가 얽힌 패권 다툼은 세계 경제에도 큰 혼란을 줬다. 미·중 정상은 지난 1일 ‘90일 휴전’에 합의, 내년 3월 1일까지 협상을 벌인다.장기집권 나선 中·러·터키 ‘스트롱맨’들…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스트롱맨’들이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주석직 임기 제한을 삭제한 개헌안 통과로 ‘시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기 집권으로 ‘21세기 차르’가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6월 대선·총선 승리로 향후 30년 집권의 ‘술탄’ 체제를 열었다.사우디 비판한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빈살만 왕세자 배후 의혹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 온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고문 끝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면죄부를 줬다. 카슈끄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태국 동굴 고립 유소년 축구단 17일 만에 전원 구조 ‘해피엔딩’ 태국 치앙라이주 ‘무 파’ 축구클럽 소속 유소년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지난 6월 23일 탐루엉 동굴 관광에 나섰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고립됐다. 다국적 구조대의 헌신과 서로를 다독이며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코치와 소년들의 용기는 10여㎞에 달하는 동굴 내부에서 펼쳐진 구조 과정을 기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종 17일 만에 전원 무사히 탈출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美, 이란 핵합의 탈퇴·제재 전면 복원…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에도 제재를 적용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형식이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은 일단 이번 이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중남미 이민자 캐러밴 미국행 행렬… 구금 어린이 잇단 희생 범죄와 폭력, 굶주림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중남미 무작정 이민자들의 행렬인 캐러밴 여정이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국경에 군 병력 배치를 늘리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강경 저지했지만 이들의 미국행 의지는 꺾지 못했다. 성탄절인 25일 과테말라의 여덟 살 소년이 미 국경순찰대 구금 중 숨지는 등 잇따라 어린이들이 희생됐다.유류세 인상 꺼내든 마크롱…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에 굴복 프랑스 정국을 강타한 ‘노란 조끼’ 시위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최악의 위기에 빠트렸다. 지난달 17일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친부자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들불처럼 타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폐지 철회 등 노란 조끼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백기’를 들었다.유럽·중남미 휩쓴 극우정당… ‘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당선 경기침체와 글로벌리즘에 대한 반감 속에서 지난 5월 서유럽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극우 포퓰리즘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어 10월 브라질 대선을 통해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면서 우파 포퓰리즘이 남미까지 상륙하며 맹위를 떨쳤다.트럼프, 시리아 미군 철군 명령… 독단적 결정에 중동정세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미 의회, 동맹국과 논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군 철군으로 권력의 진공상태가 생긴 가운데 시리아 등 중동에서 러시아·이란·터키의 영향력 강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재발호 등 상당한 후폭풍이 전망된다.자연재해에 시달린 지구촌… 기록적 폭염·쓰나미에 수천명 사망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기록적인 자연재해가 올 한 해 속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 478곳의 51%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8월과 9월, 12월 강진과 쓰나미가 잇달아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9월 초강력 태풍 ‘제비’와 ‘망쿡’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 서지현 검사 미투가 ‘檢 품위유지’ 위반?

    서지현 검사 미투가 ‘檢 품위유지’ 위반?

    한 여성이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서지현 검사를 징계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여성은 서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고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점 등이 검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박모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검사징계 이행청구 등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절차상 부적법한 사유가 있을 때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다. 박씨는 2013년 사기를 당했다며 김모씨 등 3명을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2명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고, 나머지 1명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담당 검사는 서 검사였다. 박씨는 이후 무고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뒤늦게 관련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때가 늦어 재판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 검사 등을 직무유기로 처벌해 달라고 법무부에 민원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힌 서 검사가 자신의 상관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미투 운동을 한 것은 검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데도 법무부는 징계처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검사의 징계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징계는 검사의 비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의 청구에 의해 절차가 개시되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에 따라 징계 의결이 이뤄진다”면서 “고소인 등에게는 검사의 징계를 요구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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