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미투
    2025-12-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089
  • SNS 가짜뉴스 명예훼손땐 징역 3년 9개월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올려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에 대해 최대 3년 9개월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법원이 관련 양형기준을 처음 마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명예훼손이 갈수록 늘어나고 내용도 심각해지는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전날 제92차 전체회의를 열고 출판물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에 대해 기본 징역 6개월에서 1년 4개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하는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범행 동기나 수법, 피해자에게 미친 피해 등을 특별가중인자로 고려해 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가중 양형기준은 징역 8개월~2년 6개월이고 1.5배 이내로 가중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징역 3년 9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그간 벌금형 선고가 많아 따로 양형기준이 없었다가 최근 징역형 선고 사례가 잇따르며 양형기준을 만들게 됐다. 양형위는 그러나, 지난해 ‘미투 운동’ 등을 계기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선 양형기준을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0대 여성 절반 “난 페미”

    젠더이슈 대중화… 女 80% “미투 지지” 20대 여성 10명 중 5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들의 인식 속에 페미니즘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9~29세 남녀 각 1004명, 1015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여성이 7월 48.9%, 11월 42.7%로 집계됐다. 남성은 7월 14.6%, 11월 10.3%가 ‘페미니스트’라고 답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7월과 11월 두 번의 조사를 통해 50% 안팎의 20대 여성뿐 아니라 10%를 살짝 웃도는 남성들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젠더 이슈가 한국 사회의 메인 이슈로서 보편화·대중화됐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해 20대 여성은 8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20대 남성은 7월 조사에서 56.5%, 11월 조사에선 43.6%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성정책연구원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가해자 감싸고 솜방망이 징계…방관자 이기흥 향한 ‘미투 분노’

    가해자 감싸고 솜방망이 징계…방관자 이기흥 향한 ‘미투 분노’

    체육단체 “폭력·성폭력 만연 이미 알아” 폭력·성폭력 113건 중 중징계는 16.8% 靑 게시판에 ‘이기흥 파면’ 촉구 잇따라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와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24)씨가 지도자의 성폭력 의혹을 공개 고발하면서 체육계 ‘미투’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가해자에게 향하던 분노의 화살이 이젠 대한체육회를 겨누고 있다. “아마추어·엘리트 체육을 총괄한다면서 피해자는 방치하고 오히려 가해자만 감싸 온 조직이 무슨 이유로 존재하느냐”는 질타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문제 해결을 지시하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체육회 1차 이사회를 열고 “(폭력·성폭력)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 체육에 성원을 보낸 국민과 정부, 기업인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체육계에 만연한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폭력·성폭력 사건 조사를 외부 기관에 맡기고 ▲범죄 사실을 은폐하거나 묵인·방조한 종목 단체는 즉시 퇴출하며 ▲특히 빙상연맹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체육 단체들과 여론은 싸늘했다. 문화연대·체육시민연대·스포츠문화연구소 등은 체육회 이사회가 열린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문제를 수수방관해 피해자가 직접 말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대택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대한체육회는 해결할 마음도 없고 해결책도 없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이기흥 책임론’을 거론한 글이 여럿 올라왔다. ‘심석희 사건 책임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파면을 촉구합니다’는 게시글은 2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위원장 등 위원들은 이 회장 등 체육회 임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체육회에 쏟아지는 분노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가해자를 솜방망이 징계하는 등으로 자정 기회를 수차례 놓쳐서다. 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2014~2018년 신고받은 폭력·성폭력 사건 113건 중 65%만 징계했다. 이 가운데 ‘영구제명’이나 ‘자격정지 5년 이상’ 등 중징계한 비율은 16.8%에 불과했다. 경고·견책·근신 등 경징계 비율(47.8%)이 훨씬 높았다. 심 선수가 피해 사실을 폭로한 지난 8일 체육회는 자화자찬 홍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2018년 스포츠 폭력·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줄어들고 있는 스포츠계 성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일반 등록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2016년보다 0.3% 포인트(3.0%→2.7%)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6년 대한체육회장 당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갑질 논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후보 셀프 추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심 선수의 폭로 이후 핸드볼 남북단일팀 경기 관전을 위해 독일에 머물렀으나 그 기간 중 미투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고혜지 기자 khj@seoul.co.kr
  • 신유용 “피해 사실 공개에도 대한체육회는 전혀 연락 없어”

    신유용 “피해 사실 공개에도 대한체육회는 전혀 연락 없어”

    “심석희 선수 폭로에 용기…감사하다”‘이런 일에도 살아낸 게 대단하다’는 댓글얼마나 큰일을 당한 것인지 깨닫고 힘내폭력을 정당화시키는 체육계 위계질서폐쇄적 구조 뿌리 뽑혀야 바뀔 수 있다신유용(24)씨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자신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유도 선수 시절의 성폭행을 용기 있게 고발했지만 관련 수사는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씨는 지난해 3월 경찰에 코치의 성폭행을 형사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 후 인터넷 악플에 상처받고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고 끼니마저 거를 때가 적지 않다. 신씨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반응이 커 당황스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더 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피해 사실을 익명으로 공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건가 싶었는데 심석희 선수의 ‘미투 폭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얼굴과 실명을 공개해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지지의 목소리가 저번보다 훨씬 컸다. 큰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에게 감사하다”며 “어느 댓글에서 ‘이 사람은 이런 일을 겪고도 살아 있는 것 자체로 대단하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는데 내가 정말 큰일을 겪었단 것을 다시금 깨닫게 돼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공개 이후 힘들었던 점에 대해 “많은 언론에 나서 같은 대답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괴롭고 답답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가해자가 죄를 인정하게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내용들만 골라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또 “이번에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에도 대한체육회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 후속 조치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아보고 있을 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씨는 “체육계 내부의 위계질서에서 나오는 권력 관계가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별보다 위계질서가 더 문제다”며 “위계질서는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성폭력도 정당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 사이에서 폭행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남학우가 맞는 것을 봤다. 중학교 때부터는 나도 폭행 피해자가 됐다”며 “성인이 되고 유도계를 떠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바보 같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자식을 낳았는데 엘리트 체육 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처음 성폭행을 당하고 1년쯤 뒤에 여성 코치님에게 ‘증언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자신이 가해자와 그의 아내를 알고 있어서 증언하기 어렵다며 거절을 했다”며 “힘들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씨는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가 뿌리 뽑혀야 한다. 선수들이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아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이제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쉬운 여대생’ 순위 매긴 일본 남성지 파문…여성계 항의 빗발

    ‘쉬운 여대생’ 순위 매긴 일본 남성지 파문…여성계 항의 빗발

    일본의 한 주간지가 지난 연말 여대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순위를 매긴 기사를 실어 파문이 인 가운데 이번 일을 남성 중심 문화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남성용 잡지 ‘주간 SPA!’가 지난달 ‘유혹하기 쉬운 여대생’이란 주제로 대학별 순위를 매긴 기사를 게재한 것과 관련해 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여온 국제기독교대 4학년 야마모토 가즈나(21) 등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14일 잡지를 발행하는 후소샤를 찾아가 항의했다.항의방문단은 ‘주간 SPA!’ 편집부 관계자들에게 문제의 기사가 게재된 경위 등을 캐묻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주간 SPA!’ 측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잡지를 팔 수 있을까에 집착하다 보니 그런 기사가 나오고 말았다. (판단력 등이) 마비됐던 부분이 있었다”며 여성 비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주간 SPA!’는 지난달 25일자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음주파티의 일종인 ‘갸라노미’ 관련 기사를 실었다. ‘갸라노미’란 식사비용 등 모든 경비를 남자가 부담하고, 여자에게 돈까지 주며 데이트를 즐기는 파티다. ‘주간 SPA’는 이 기사에서 유혹하기 쉬운 학생들이 많은 곳이라며 여자대학 5곳의 순위를 표로 만들어 실었다. ‘주간 SPA’의 주요 구매층은 중년 남성들이다. 기사가 공개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후소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기사에 실린 5개 대학은 물론 여성인권단체 등도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인터넷 청원사이트 ‘체인지’에는 ‘여성을 경시한 잡지 출판을 멈추고 사과하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도 시작됐다. 지금까지 약 5만명이 서명에 참가했다. ‘주간 SPA!’ 측은 “사회 현상을 주제로 기사를 낸 것일 뿐 여성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진정한 사과의 자세가 결여돼 있다며 비난은 계속됐다. 항의방문을 주도한 야마모토를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은 이번 ‘주간 SPA!’ 사태를 일본 사회에 뿌리깊은 남성 중심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기위해 페이스북에 ‘보이스업 재팬’(Voice Up Japan)을 개설했다. 여성 비하 등 문제의 개선을 위한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야마모토는 “윗세대 여성들이 잘 싸워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는 그런 경험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미투 운동’ 속에서도 무풍지대로 남았던 일본 사회에 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어느 정도까지 반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지난해 네이버 사전 최다 검색어 ‘페미니스트’

    지난해 네이버 사전 최다 검색어 ‘페미니스트’

    신조어엔 ‘핵인싸’ 새로 등장지난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페미니스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성폭력 피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미투 운동, 불법촬영 반대집회 등 여성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던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1일~12월 27일 통합검색에서 국어사전 결과를 클릭한 검색어를 집계한 결과 ‘페미니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고 15일 밝혔다. 페미니스트는 전년에는 검색 2위를 차지했었다. 페미니스트에 대해 네이버 국어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출처로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사생아’(법률적으로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단어였다. 3위는 ‘묻다’가 올랐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묻다’, ‘맞다’, ‘낫다’, ‘걷다’ 등 동음이의어인 경우 검색 결과로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자기계발’(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 4위, ‘회자되다’(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다)가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된 신조어로는 ‘연예나 스포츠 분야 따위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 인사’를 뜻하는 ‘셀럽’이 1위에 올랐다.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를 차지했고, ‘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핵인싸’가 3위에 새로 등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폭력 상담 용기 내세요”… 국회서 명함 돌리는 그녀

    “성폭력 상담 용기 내세요”… 국회서 명함 돌리는 그녀

    성격·대인관계 등으로 상담 범위 확대 망설이는 피해자들 위해 문턱 더 낮춰 ‘상담은 자연스러운 일’ 분위기 만들어야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층에 자리잡은 성희롱 고충상담실 ‘공감’의 명함엔 ‘필요한 분께 전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고민을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하지만 미처 용기를 내지 못한 이들에게 ‘찾아와달라’고 말을 걸기 위해서다. 공감의 이주용 임상심리전문가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로 아직은 많은 분이 ‘저곳에 가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상담실을 찾아온 누구든지 ‘공감’이 필요한 분들을 대신해 온 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명함 여러 장을 챙겨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필요한 분들이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감은 정치권도 미투 운동의 예외가 되지 못하면서 국회사무처가 성희롱·성폭력 전문 상담사 1명을 채용해 연 곳이다. 지난 10년간 국가기관과 대기업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해왔던 이 상담사는 공감을 상담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발걸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상담의 범위를 성희롱·성폭력뿐 아니라 대인관계·성격·마음건강으로 넓혔다. 그는 “성적인 부분과 관련해 피해를 당해 문을 두드리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공감은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는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심리 상담 센터의 장점은 상담사가 업무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담사는 “(내담자가) 무언가를 이야기했을 때 조직의 구조를 알기 때문에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며 “비교적 수직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뿐 아니라 직위 고하 간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부 상담소에 가려면 사전에 예약이 필요하고 비용이 드는데 공감은 복리 후생차원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상담사는 “공감은 국회 안 직원 전체를 위한 공간이고, 상담실의 기본은 비밀 보장”이라며 “심리적인 문턱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도 용기를 내야 하고 옆에서 누군가가 가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글 사진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심석희 이어 또 ‘체육계 미투’…선수촌장·사무총장 선임 연기

    심석희 이어 또 ‘체육계 미투’…선수촌장·사무총장 선임 연기

    신유용씨 “고교때 코치에 20차례 성폭행” 코치가 “아내 의심” 50만원 건네고 회유 작년 3월 고소… 수사 지지부진하자 폭로 대한유도회 “19일 이사회서 징계안 처리” 심석희(22·한국체대)의 용기 있는 고백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미투’(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나왔다. 유도 선수 출신 신유용(24)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한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고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여름부터 고교 졸업 후인 2015년까지 이 학교 유도부 A코치로부터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까지 지도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활동을 그만둔 A씨는 신씨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산부인과 진료를 강요하고 지난해에는 “아내가 의심한다”며 신씨에게 50만원을 건네고 성 관계 사실을 부인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방배경찰서에 A씨를 고소했는데 수사가 지지부진해 고심하다 심석희의 폭로에 용기를 내 진실을 거듭 털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둘은 연인 사이였으며 성폭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유도회는 “A씨 주장의 진위와 관계없이, 범죄 여부를 떠나, 지도자가 미성년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A씨의 영구제명이나 단급을 삭제하는 징계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심석희 파문의 당사자인 대한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벨로드롬에 있는 동계종목 사무국 회의실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어 지난해 1월 결정을 내리고도 절차상 하자로 이행되지 않았던 심석희 파문의 가해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에 대한 영구제명 처분을 확정했다. 하지만 조 전 코치를 대표팀에 ‘꽂은’ 실력자들이 온존하는 상황에 대한 처방은 내려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테니스에서는 전형적인 미투 사례로 가해자에게 실형이 확정된 일이 있었다. 20대 중반의 B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1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코치에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가 15년 만에 코치를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해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가 확정됐다. 관리 감독 실패 책임론이 대두된 대한체육회는 선수촌장과 체육회 사무총장 선임을 1∼2주가량 연기했다. 체육회는 당초 15일 2019년도 첫 이사회를 열어 체육회장이 선수촌 부실 관리 책임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선수촌장과 사무총장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투 사태 파악과 대처에 집중한다며 이를 미뤘다. 하지만 체육회의 설명과 달리 정치권에서 낙점한 C씨에 대해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데다 경기인 출신 D씨와 E씨가 잇따라 고사하는 등 여론을 잠재울 만한 선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신유용 “성폭력 피해 말하면 유도 인생 끝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신유용 “성폭력 피해 말하면 유도 인생 끝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고교생 시절부터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차례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가 KBS 뉴스에도 출연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렸다. 신유용씨는 그때 당시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세상에 알리면 “유도 인생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신유용씨는 14일 KBS ‘뉴스9’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저의 (피해)사실들이 밝혀지게 된다면 저의 가족들이 저보다 더 슬퍼할 거란 걸 알았고, 처음 성폭행 이후에도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제가 학교에서 장학금 받고 있던 선수여서 유도는 저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폭로하게 되면 유도 인생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너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앞서 신유용씨는 이날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도부 코치 A씨가 신씨가 고1때였던 2011년부터 그가 고교를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20여차례 신씨를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신씨를 노란색 수도 파이프로 폭행하고, 유도 기술인 굳히기를 써서 신씨가 거품을 물고 기절하게 만드는 등 신씨에게 물리적 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다. 엄경철 앵커는 “본인에게는 유도가 전부였는데, 그 사안이 인생 전체에 미칠 파장 때문이셨단 건데, 그렇다면 코치와 선수 간의 구조, 관계는 얼마나 절대적인 건가”라고 물었다. 신유용씨는 “단순히 사제관계라기보다는 코치가 무엇을 하라고 하면 선수는 무조건 들어야 하는 관계”라면서 “권력적, 위계질서에서 나오는, 위계 질서가 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폭력을 당연시하고 위계질서가 공고한 체육계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유용씨를 포함해 최근 전·현직 운동선수들의 잇따른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즉 피해자들의 용기로 ‘이번에야말로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신유용씨의 폭로로 이날 대한유도회는 A씨에 대한 징계안건을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신유용씨가 지난해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알렸을 때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도회가 알고도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신유용씨도 “(대한유도회가) 지난 4년 동안은 성폭행 사실을 몰랐을 수 있지만, 지난해 11월 ‘미투’를 했음에도 몰랐다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도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해자에 대한 강경 대응, 영구제명 이런 것들을 해주겠다고 하니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신유용씨는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경찰을 거쳐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유용씨는 고소장에 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열일곱 살의 유용이 있을지, 오늘도 얼마나 속을 끓이고 가해자가 아닌 본인을 원망하며 잠을 설칠지 참담한 심정으로 고소장을 제출합니다”라고 적었다. 인터뷰 말미에 신유용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피해자는 없지만, 만약 피해자가 있다면 저는 혼자서 수년 간 남을 탓하기보다는, 저 스스로를 자책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있다면 피해자들도 그들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용기 내서 더 큰 목소리로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심상정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심상정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전·현직 운동선수들의 잇따른 ‘미투’(MeToo·나도 말한다)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화의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폭력을 당연시하고 위계질서가 공고한 체육계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용기로 ‘이번에야말로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스포츠계의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심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성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성폭력 사건 때도 이미 ‘무관용 원칙’이 천명되고 공정체육센터, 선수인권회가 만들어진 바 있다”면서 “문제는 법이나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어떤 대책이든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문제였음에도 조금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성과주의에 눈 먼 체육계 권력자들이 선수들을 도구화하고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해왔기 때문“이라면서 “단호한 인적 청산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제가) 2008년 초선 의원 때 박찬숙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스포츠계의 성폭력, 고용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적이 있다. 당시 체육계로부터 온통 ‘너만 잘나서 떠드냐’, ‘스포츠계 망신이다’는 식의 말들이 되돌아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때가 중·고등학교 운동선수들의 63.8%가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였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음흉한 권력구조를 작동시키는 사람, 가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사안이야말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조사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드러내 엄중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무엇보다 여러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후속대책까지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이 흥분하지 않고 책임을 다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고1때부터 코치가 성폭행…돈으로 회유”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고1때부터 코치가 성폭행…돈으로 회유”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체육계 성폭력’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직 유도선수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2011년 당시 유도 코치로부터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신유용씨는 심석희 선수의 고발을 보고 용기를 냈다면서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A코치는 영선고 유도부 선수 시절 신씨를 노란색 수도관 파이프로 때리고, 유도 기술인 굳히기를 써서 신씨가 거품을 물고 기절시키기까지 했다. 신유용씨는 “항상 운동 시간이 두렵고 코치가 뭘 시키면 무조건 해야 했다”고 말했다. A코치는 또 신씨가 고1때였던 2011년부터 그가 고교를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20여차례 신씨를 성폭행했다. A코치는 2011년 신씨를 숙소로 불러 성폭행한 뒤 “너 막 메달을 따기 시작했는데 이거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랑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라면서 협박했다고 한다. 신유용씨가 침묵하자 A코치의 성폭력 횟수는 더 잦아졌다. 신유용씨는 고교 졸업 후인 2015년 서울로 오면서 A코치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A코치가 갑자기 신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A코치 아내가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A코치는 신씨에게 “선생님이 부탁할게. 가진 거 지금 50만원 있는데 이거라도 보내줄게. 받고 마음 풀고 그렇게 해주면 안 되겠니. (아내에게는) 그냥 무조건 아니라고 해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내 죄를 덮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제자인 미성년자인 너를 선생님이 좋아하고 관계를 가진 그 자체에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유용씨는 “기억이 상당히 왜곡되신 것 같은데, 저는 전혀 그런 적 없고요. 제가 억지로 당해서 무섭고 아파서 울었던 건 기억하고 계시네요?”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신유용씨는 A코치가 진정 어린 사과 대신 돈으로 회유하는 모습에 지난해 3월 고소를 결심했다. 고소장을 쓸 당시 A코치는 다시 500만원을 주며 사죄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유용씨는 경찰에 여러 증거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그의 피해를 증언해줄 증인을 요구했다. 신유용씨는 자신이 어렵게 피해사실을 알렸던 유도부 동료 1명과 여성 코치 1명에게 증언을 부탁했지만, 그들은 유도계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모두 ‘침묵’했다. 이 고소사건은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전주지검으로 넘어갔고, 전주지검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촉탁했다. 그러나 수사 촉탁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수사에 별 진척은 없는 상태라고 신유용씨는 전했다. 그런데 A코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신유용씨는 인터뷰에서 심석희 선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저는 운동을 그만두고 ‘미투’를 한 거잖아요. 심석희 선수는 현역 최정상급의 스케이트 선수잖아요. 그런데도 용기를 내줘서 대단히 감사해요. 심 선수도 어릴 때부터 맞았다고 했잖아요. 운동선수들이 다 그래서 말을 못 해왔던 거예요.” 신유용씨는 2011년 이후 “단 하루도 고통 없이 시간이 흐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고센터 있는지 몰라”… ‘체육계 미투’ 어디에 말해야 하나

    “신고센터 있는지 몰라”… ‘체육계 미투’ 어디에 말해야 하나

    클린스포츠센터 1년간 성폭력 신고 1건 종목별 홈페이지도 안내 부실 마찬가지 “가해자에게 면죄부만 줘”신뢰성 떨어져 국회 ‘스포츠윤리센터’ 독립 방안 추진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믿고 신고할 곳을 못 찾겠어요.”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선수 성폭력 의혹이 폭로된 뒤 체육계에선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표적 체육 적폐인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을 기회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현장 선수들은 여전히 어디에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13일 체육계에 따르면 현재 스포츠 비리 상담·신고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와 ‘스포츠인 권익센터’ 등 3곳에서 각각 접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지도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의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국가대표 지도자 중 대표팀 내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곳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 26.7%만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지도자들은 ‘없다’ 또는 ‘모른다’고 말했다. 신고센터가 폭력·성폭력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신고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체육계 성폭력이 핫이슈로 떠오른 이날까지도 클린스포츠센터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승부조작 신고 등에 대한 안내만 할 뿐 성폭력 신고 방법은 소개하지 않았다. 이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신고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건에 불과했다. 종목 선수들이 자주 접속할 각 협회·연맹 홈페이지도 안내가 부실하다. 대한체육회 정회원 종목단체 60개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38.3%(23개)는 성폭력 신고를 할 수 있는 인권센터를 안내하지 않았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난해 체조협회 내 성폭력 사건 때 대한체육회를 컨설팅해주면서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신고센터를 안내할 것’, ‘단체마다 다른 안내문구를 통일할 것’을 제안했지만 수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신고센터를 믿지 못하는 것도 숨은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원인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신고해봤자 가해자에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신고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면서 “신고센터들이 조사 후 사건을 은폐해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조 전 코치 관련 고발이 나온 뒤 국회는 대한체육회 소속 징계 심의 담당 위원회를 별도의 ‘스포츠윤리센터’로 독립시키는 방안 등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내놨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신고센터 있는지도 몰라”… ‘체육계 미투’ 어디에 말해야 하나

    “신고센터 있는지도 몰라”… ‘체육계 미투’ 어디에 말해야 하나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믿고 신고할 곳을 못 찾겠어요.”13일 체육계에 따르면 현재 스포츠 비리 상담·신고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와 ‘스포츠인 권익센터’ 등 3곳에서 각각 접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지도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의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국가대표 지도자 중 대표팀 내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곳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 26.7%만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지도자들은 ‘없다’ 또는 ‘모른다’고 말했다.조재범(38)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선수 성폭력 의혹이 폭로된 뒤 체육계에선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표적 체육 적폐인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을 기회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현장 선수들은 여전히 어디에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신고센터가 폭력·성폭력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신고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체육계 성폭력이 핫이슈로 떠오른 이날까지도 클린스포츠센터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승부조작 신고 등에 대한 안내만 할 뿐 성폭력 신고 방법은 소개하지 않았다. 이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신고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건에 불과했다.종목 선수들이 자주 접속할 각 협회·연맹 홈페이지도 안내가 부실하다. 대한체육회 정회원 종목단체 60개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38.3%(23개)는 성폭력 신고를 할 수 있는 인권센터를 안내하지 않았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난해 체조협회 내 성폭력 사건 때 대한체육회를 컨설팅해주면서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신고센터를 안내할 것’, ‘단체마다 다른 안내문구를 통일할 것’을 제안했지만 수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신고센터를 믿지 못하는 것도 숨은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원인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신고해봤자 가해자에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신고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면서 “신고센터들이 조사 후 사건을 은폐해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조 전 코치 관련 고발이 나온 뒤 국회는 대한체육회 소속 징계 심의 담당 위원회를 별도의 ‘스포츠윤리센터’로 독립시키는 방안 등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내놨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미투’ 대책 책임자가 승진 누락” 경찰 고위직 또 공개적 ‘인사 반발’

    [단독]“‘미투’ 대책 책임자가 승진 누락” 경찰 고위직 또 공개적 ‘인사 반발’

    ‘미투’ 사건 전담 과장, 경무관 승진 제외에 이의 제기송무빈 전 경무관 이어 두번째…잇단 논란에 경찰청 ‘곤혹’송무빈 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의 ‘인사 항명’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경찰 고위직이 현행 승진 체계가 불공정하다며 공개 반발했다. 고위직의 잇단 인사 반발에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경찰 조직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경찰 인사 때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된 박창호 경찰청 생활안전성폭력대책과장(총경)은 11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경찰 승진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글을 올려 인사 체계의 구조적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박 총경이 총괄했던 생활안전성폭력대책과는 성범죄를 담당한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경기 오산경찰서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박 총경은 글을 통해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후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려 사회적 고발하는 것) 강풍이 온나라를 강타했다”면서 “처음 접하는 현상이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윤택을 구속하는 등 미투 대책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잘 해결됐다. 여청 수사 업무 총괄과장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본론’을 말했다. 그는 “총경 이상쯤 되면 불이익은 감수하면서 안고 가야 하지만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넘어가면 앞으로 문제가 반복돼 조직과 구성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해 경찰과 정부에서 대표적으로 추진한 정책(미투 대응)을 열심히 추진한 부서에는 이에 걸맞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승진 인사는 내·외부 평가를 반영해야 하고 일과 승진은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총경은 “인사철만 되면 청장마다 단골 메뉴로 ‘외부 청탁하지 말라’고 지시하는데 인사 결과를 보면 지시와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면서 “역행하는 구조는 그냥 둔 채 청탁말라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사평가 개혁 방안도 언급했다. 승진 심사 때 정무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현장 평가를 강화해 진짜 일한 사람들이 승진하도록 해야한다는 요지다. 박 총경은 “현행 심사승진 위원회에 최종적 권한을 주고 지휘관은 일정한 의견을 피력하게 하면 된다”면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여러 직급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참관단을 참여하게 하면 현장 동료들의 참여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원회가 없는 치안감 인사의 경우에도 경찰위원회 동의나 인준 절차를 거치게 한다든지 하는 일정한 절차가 마련돼야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자치경찰 등 중대한 과제가 우리(경찰) 앞에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관통하는 가치가 ‘공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고위직의 공개적 인사 반발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최근 두달 새 벌써 두번째 터졌다. 앞서 송무빈 경무관은 지난달 29일 치안감 승진 인사 때 대상에서 누락하자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아시안게임 경비 등을 성공적으로 치뤘는데 승진할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경무관은 지난달 명예퇴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진선미 “‘미투 대책’ 체육 현장에선 효과 낮아”…심석희 사태에 유감 표명

    진선미 “‘미투 대책’ 체육 현장에선 효과 낮아”…심석희 사태에 유감 표명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체육계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진 장관은 11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문체부, 고용부, 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지 나흘 만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심 선수 측이 지난달 17일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체육계 만연한 폭행과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밝혔다. 문체부가 밝힌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은 △체육계 성폭력 가해 시 영구제명 확대 등 처벌 강화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위근절 민간주도 특별조사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과 피해자보호 강화 △선수촌 합숙훈련 개선 등 안전훈련 여건과 예방책 마련까지 크게 4가지다. 그러나 이 대책은 늑장 대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문체부의 부실 대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일각에서는 미투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은 왜 이번 일에 나서지 않느냐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이런 비판에 따라 여가부와 관계부처가 이날 합동 실무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비판 여론 때문인지 진 장관은 이날 참여한 각 부처들을 한 차례씩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세밀한 점검을 당부했다. 진 장관은 “그간 발표한 대책들이 각 부처 소관 현장이나 시설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보건복지부, 국방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가 다시 한번 세밀하게 점검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 장관은 “어렵게 입을 연 심석희 선수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부는 심선수를 포함해 미투 피해자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지금껏 발표된 대책들이 체육계에서는 주효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체육 현장에서는 효과가 낮았다”며 “미투 대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조사 과정에서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는 “여성가족부는 문체부와 함께 신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돼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신고센터나 전수조사과정에서 피해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지원기관과 경찰에 연계될 수 있도록 부처간 협조체계도 잘 작동되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여러차례 성희롱·성폭력 부처 간 합동 실무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신재민 진정성 의심 자초… 정부, 정책결정 시스템 점검해야”

    [불온(不·on)한 회의] “신재민 진정성 의심 자초… 정부, 정책결정 시스템 점검해야”

    우리에게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일으킨 너울이 큰 파도를 만들어 세상을 바꾼 기억이 있습니다. 작지만 용기 있는 목소리로 최고지도자가 권좌에서 내려왔습니다. 권력자의 성폭력, 재벌가의 갑질, 상사의 엽기폭행 등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그런 목소리 덕분입니다. 전적으로 공익신고를 지지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서는 판단이 제각각입니다. 공익신고인가, 사익추구인가의 경계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불온(不on)한 회의’에서는 ‘신재민 폭로’부터 공익신고제도의 문제점까지 들여다봅니다.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팩트 체크가 여러 차례 이뤄졌으므로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부장 :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공익제보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달란 : 전 ‘공익제보자’라는 데 한 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나 시스템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 내려졌다거나, 외압에 따른 결정으로 국익에 손해를 끼치게 됐다면 당연히 문제가 드러나야 하고, 바로잡아야 하니까요. 신 전 사무관이 3년차밖에 안 됐고 시야가 좁다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내부고발이 있다면, 우선은 ‘문제가 없는지 다시 검토해보겠다’, ‘개선할 방법이 있으면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거예요. 현용 : 당시 기재부 논의의 큰 주제는 당시에 세수가 좀 남아서 ‘미리 상환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였어요. 물론 국고과에서는 빨리 세수 상환을 해서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걸 굳이 미리 하는 것보다는 여유자금을 좀 더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정무적 판단’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 건은 단순 폭로이지 공익제보에 포함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혜진 : 제보자는 공익을 위반한다고 판단했고 그걸 검증하는 것은 당국이나 언론이 해야 할 일이에요. 제보 그 자체가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네요. 유민 : 학원 광고를 하고 후원 계좌도 열어서 진정성에 의심을 받은 것은 본인이 자초했다고 봐요. 정식 절차부터 밟았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텐데 ‘전직 공무원의 후일담’ 식으로 풀다가 여론이 나빠진 부분은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혜진 :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 중에서 결과적으로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도 있고, 일부는 아직 의혹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건은 공공의 이익에 준하는 내용이어서 공익제보가 맞다고 생각해요. 유민 : 무슨 제보든 정권 차원의 큰 비리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보를 놓고 사실인지 아닌지, 정책 조율 과정의 하나인지 봐야 하는데 정치권은 오로지 신 전 사무관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죠. 언론도 팩트 체크를 뒤늦게 하면서, 우선은 따옴표만으로 그대로 따온 곳이 많았습니다.달란 : 이 폭로는 청와대급에서 결정한 대로 실무자들이 따라야 하고, 실무단계의 의견은 무시되는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기재부에서는 “불편할 정도로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차근차근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요. 세상이 달라졌고, 공무원들도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들이 아닌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 겁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자리잡고요. 그런 부분에서 신 전 사무관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현용 : 3년차 사무관의 철없는 행동으로 몰고 가기보다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건 확실하죠. 달란 : 그런데 이런 얘기도 있어요. 공식석상에서는 ‘사무관들이 달라졌으니 투명하게 하자’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무관들 입단속하라’고 합니다. 취재진은 물론 다른 부처 동기들이 물어도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관리가 강화되고 문서 유출은 엄격해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의미 있는 행동이었지만 내부에서 변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가 보더라고요.혜진 : 유튜브를 통해서 고발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어요.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누구나 채널을 열어서 폭로하면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혼란이 생긴다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모든 말이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논란이 있을 만한 내용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여러 사람이 그런 채널로 신고하겠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에 그렇게 혼란이 생길 것 같진 않습니다. 달란 : 제가 기사 댓글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내용도 ‘고영태 얘기는 믿으면서 5급 사무관의 얘기는 공익제보로 듣지 않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현용 : 공익신고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은 생겼어요.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공익침해 행위는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한 경쟁 등 5가지 분야만 해당합니다. 형법상 위법행위는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요. 이번 사안은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래서 공익신고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죠. 또 공무원이 정부에 비판적 신고를 했을 때 판단해줄 독립기구도 필요합니다. 공무원이 정부와 관련된 일을 신고했는데 정부기관이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모순이 될 수 있어요. 일본은 넓게 시민단체나 언론도 공익신고를 다룰 수 있는 범주로 포함시키고 있는데 여러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유민 : 하지만 신고 창구만 많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만 봐도 매장당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까. 사회 분위기도 따라와 줘야 해요. 언론은 인물에만 집중하면 안 됩니다. 제보 내용 위주로 판단하고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공익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차분하게 살펴야 해요. 언론은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스피커’ 역할에 그치면 안 된다고 봐요.혜진 :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오랜 기간 동안 제보자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어요. 공익제보를 할 때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폭로가 나왔을 때 가장 손쉬운 공격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짓는 방식이에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초점을 맞추기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사안은 국민의 세금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국가가 제보자를 보호하는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요. 권력기관의 폐부를 찌르는 제보가 이어지려면 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용 : 언론의 문제도 일부 있었습니다.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 선택 우려에 대해 거주지와 응급실 등을 찾아다니며 보여주기식으로 보도한 곳이 있었어요. 극단적 행동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행동 장소를 너무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은 모방 사건을 유도할 위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신 전 사무관의 관상으로 성격을 보여주는 흥미 위주의 보도도 있었죠. 원래의 사안은 온데간데없고 극단적 선택과 정치권의 막말 논란에 묻힌 부분도 있습니다. 부장 : 이번 사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해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역할입니다. 팩트가 아닌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나 흥미 위주의 보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리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성폭력 5~6건 더 파악… 이번이 체육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성폭력 5~6건 더 파악… 이번이 체육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민간 전문가 참여 전수조사·대책 촉구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고질적인 문제로 자성 없는 체육회… 외부기관 개입 필수”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뒤늦게 번질 모양새다. 체육계 관계자 및 시민단체들은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진 지금이 체육계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면서 진상 규명과 대책 촉구에 힘을 모으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심 선수 외에 5~6건 정도 성추행 사례를 더 파악했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가해 코치는 여러 명”이라면서 “창문이 없는 라커룸이 주된 피해 장소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2명의 현역 선수가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면서 “선수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최소한 노출하는 방법으로 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문화연대, 젊은빙상인연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공동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선수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코치·감독, 폐쇄적인 합숙소·훈련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묵인·방조·공조하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체육계 성폭행이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허현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2007년 박명수 전 우리은행 감독의 선수 성폭행 미수 사건을 언급하면서 “10년이 지났는데 지도자 성폭력이 국가대표 선수에게까지 발생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여 대표는 “선수들이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니 가해 코치·임원들은 죄의식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연맹에 남는다”면서 “이게 악순환되면서 강도도 세졌다”고 말했다. 자성 없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지적도 거셌다.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심 선수가 조 전 코치에 대한 상습 성폭행 혐의 추가 고소 사실을 밝힌 8일 대한체육회에서는 2018년 선수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 중 국가대표는 1.7%라는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수많은 선수들이 숨어 말을 못 하고 있는데 안일하게 자화자찬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문제 개선을 위해선 외부 기관의 개입이 필수적이란 의견이 나왔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체조협회 임원 김모씨의 성폭력 사건 이후 컨설팅 때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소속 협회에 대한 관리·권고는 하겠지만 직접 통제는 어렵다’고 말했다”면서 “외부 사정기관을 갖추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 대표 등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독립·외부기관 주도, 민간 전문가 참여 전수조사 실시 ▲책임자 사퇴 ▲감사와 조사, 신고체계 개혁과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추진 등을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요구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文대통령 신년회견] “남녀 지지율 격차, 젠더 갈등 때문 아냐… 관점 차이는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남녀의 국정지지율 차이와 관련한 질문에 “젠더 갈등 때문에 지지도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고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특별한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여전히 난민, 소수자 문제 갈등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갈 등을 겪으며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지도가 낮다면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20대 남녀의 지지도 차이가 있다면 ‘희망적 사회로 가고 있느냐, 희망을 못 주고 있느냐’는 관점 차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고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사회는 선진국 기준으로 젠더 불평등이 가장 심한 사회로 지난해 미투 운동 등 거리 시위를 나온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나’라는 여성 외신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운 현실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새 정부 들어서 고위 공직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토록 하는 노력을 비롯, 유리천장을 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도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충분히 사용할 기회를 주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양성 간 차이가 서로에게 불편과 고통을 주지 않도록 모든 성이 함께 평등하게 경제·사회활동,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0여건 미투 부른 브라질 유명 영적 지도자..결국 강간죄로 재판

    200여건 미투 부른 브라질 유명 영적 지도자..결국 강간죄로 재판

    브라질의 세계적인 영적 치료자 주앙 드 데우스(본명 주앙 테익세리아 드 파리아·76)가 강간과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200명이 넘는 여성들이 파리아에 대해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를 제기하며 브라질 내 최대의 미투 스캔들로 떠올랐었다.9일(현지시간) 파리아의 영적센터가 있는 브라질 고이아스주 아비디아니아의 호산젤라 로드리게스 판사는 4명의 여성이 제기한 범죄 혐의를 받아들였으며, 파리아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관들은 파리아가 2명에 대해서는 강간 혐의를, 다른 2명에 대해서는 성적 학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히며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아의 변호사인 알베르토 토론은 “(파리아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통지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파리아에 대해 처음 미투를 제기한 사람은 네덜란드 무용가인 자히라 마우스였다. 마우스는 지난달 7일 브라질 글로보TV에 출연해 4년 전 성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영적센터를 찾은 자신을 파리아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마우스는 그가 더러움을 씻는 자신의 정화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보TV는 3개월간 해당 사건을 추적해 파리아로부터 성추행·성폭력을 당했다는 수십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방송 이후 검찰관들은 200명이 넘는 여성들의 추가 미투를 받았으며, 그 중에는 10년이 넘은 사건에서부터 최근에 발생한 사건까지 시기가 다양했다. 파리아는 마취 없이 자신의 손으로 하는 ‘기적의 수술’로 명성을 얻으며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2013년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하며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윈프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쟁의 여지가 있는 파리아의 치료 방법을 조사하고자 2012년 그의 영적센터를 방문해 인터뷰했으며, 이듬해 방송으로 내보냈다”면서 “(미투를 위해) 나온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갖고 있으며 정의가 함께하길 빈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체육계 미투’ 연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상습 상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심 선수는 지난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 17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폭행 사실을 증언한 심 선수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엄벌해 달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했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심 선수는 만 17세로 미성년인 고교 2학년 때부터 지난해 평창올림픽 출전 2주 전까지 4년간 조씨로부터 태릉선수촌 등지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경기 성적 향상과 훈육이란 명목으로 체벌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했다니 차라리 사실이 아니길 바랄 만큼 충격적이다. 심 선수가 조씨의 폭행만 고소하고, 성폭행 피해 사실은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 채 혼자서 감내했을 고통의 시간이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용기를 냈다”는 심 선수의 결단에 더욱 아낌 없는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법조계, 문화예술계, 정치권, 대학가, 중·고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권력형 성범죄의 실상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다수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교사들을 고발한 ‘학교 미투’가 흐지부지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심 선수의 용기로 체육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그제 발표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일반 선수는 2.7%, 국가대표는 1.7%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했는데 대면조사란 점에서 신뢰성에 의구심이 든다. 폐쇄적인 체육계는 사제 관계 등 위력에 따른 규율이 엄격해 상습체벌과 성폭행이 드러나도 ‘운동 그만할 거냐’와 같은 협박과 국제대회 성적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해 왔다. 관리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이 무겁다. 문체부는 어제 영구 제명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징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취업도 차단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문책하기로 한 결정도 당연하다. 1년 전 서지현 검사의 용기가 사회·정치·문화계 미투 운동의 촉매제가 됐듯 심 선수의 용기가 체육계를 정화하는 커다란 불꽃이 되길 바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