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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촬영 경각심 커진 여성들 “집회도 찍지 마”

    불법 촬영 경각심 커진 여성들 “집회도 찍지 마”

    집회 촬영 제한·얼굴 가리는 여성 늘어 온라인서 공개되면 혐오·비하 피해 우려유튜버와 갈등도···“비방 땐 초상권 침해”‘정준영 사건’ 등으로 불법 촬영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촬영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공개된 집회의 참가자를 촬영하는 건 암묵적으로 허용돼 왔지만 최근 동의하지 않은 촬영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나타난 변화다. 이 때문에 집회 참가자와 촬영을 하려는 사람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에서는 집회 촬영에 대한 주의사항이 참가자들에게 공지됐다. 주최 측은 “블로거 등 개인 촬영이나 근접 촬영 시 각별히 주의하라”며 “촬영을 원하지 않으면 선글라스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라”고 안내했다. 실제 상당수 여성들이 검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와 행진에 참석했다. 앞서 3월 2일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시위’에서는 미리 허가받은 기자들 외에 촬영이 금지됐다. 주최 측은 이날 개인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제지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충돌 방지를 위해 촬영자들과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에게 촬영 불가를 고지하고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올해 1월 ‘스쿨미투’ 집회에서는 별도 스티커를 몸에 붙여 촬영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여성들이 얼굴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온라인 공간에서 얼굴이 공개돼 혐오나 비하의 대상이 될까 우려해서다. 지난해부터 혜화역 집회에서는 일부 유튜버들이 집회를 중계하며 참가자 외모를 비하하거나 집회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실시간 댓글에는 욕설이 올라오기도 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신상털기 등 피해가 발생해 참가자들이 더 민감해하는 추세”라며 “촬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별도 표시 등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집회 촬영 금지는 근거가 없다”고 반발한다. 촬영을 제지당한 유튜버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셀카 모드’로 중계를 계속하고, 경찰은 이들이 집회 참가자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지 못하게 막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촬영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는데 개입하지 않으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참가자가 거부할 땐 초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제지한다”고 말했다. 보통 공공장소 집회 참가자의 초상권은 일부 제한되지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결부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법무법인 산하 김지혜 변호사는 “집회에서 초상권은 단순 촬영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되는 것”이라며 “촬영 대상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거나 부정적 인식을 주면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김기덕 감독, 미투 여배우·MBC에 10억 손해배상 청구

    김기덕 감독, 미투 여배우·MBC에 10억 손해배상 청구

    영화감독 김기덕(59)씨가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달 8일 여배우 A씨와 MBC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씨는 A씨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영화 촬영 중 김씨가 성관계를 강요하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며 2017년 8월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김씨의 성폭력 관련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 벌금 500만원에 그를 약식기소했다. 이후 김씨는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고, A씨의 진술을 근거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보도를 한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와 MBC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 2월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도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 측은 한국여성민우회가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김 감독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막작 선정취소를 요청한 것 등이 불법 행위이며, 이로 인해 해당 영화 해외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져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스쿨미투’ 사립학교 교사 ‘솜방망이 처벌’ 사라진다 …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성폭력이나 비리 등을 저지른 사립학교 교사도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한 징계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는 사립학교 법인의 정관에 기반해 이뤄졌다. 때문에 성폭력 등 엄중한 비위를 저지른 교원에게도 학교법인이 ‘솜방망이 처벌’로 무마해도 방지할 대책이 없었다. 개정안은 사립학교의 교원징계위원회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징계기준 및 감경기준에 따라 징계를 의결하도록 해 비위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원이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처벌받도록 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교육활동을 침해받은 교원에 대한 심리상담과 치료 비용 등 지원 근거와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 등을 담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언론사 간부, 성추행 후 ‘오빠 사랑해’ 시켜”…이매리 ‘미투’ 폭로

    “언론사 간부, 성추행 후 ‘오빠 사랑해’ 시켜”…이매리 ‘미투’ 폭로

    SNS를 통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운동에 동참한 배우 이매리(47)씨가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매리는 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대학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 과정에서 알게 된 언론사 간부 A씨가 2013년 6월 차량에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매리는 “최고위 과정 동료들이 추억의 교복 파티를 연다고 해서 A씨 차를 타고 가게 됐는데, 차 안에서 A씨가 성추행을 했다”며 “A씨는 성추행 이후 항상 눈을 확인했다. 불만이 있는지 없는지 눈빛을 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행을 당하고 나서 멍한 상태에서 교복 파티에 갔는데,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춤을 추면서 ‘웃어라,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A씨는 순종하지 않으면 나를 괴롭혔고, 15초 동안 ‘오빠 사랑해’ 이런 말을 반복해서 말하게 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부친상을 치르고 온 뒤 교수 B씨로부터 ‘네가 돈 없고 텔레비전에도 안 나오고 가방줄 짧으니 여기서 잘해야 하지 않냐. ㄱ씨가 모임에 잘 나오게 하면 네가 원하는 걸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대학 최고위 과정은 ‘우리는 다 된다. 안 되는 게 없다’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이매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내 불이익에 대해 침묵을 강요했고 술 시중을 들라 했다. 부모님 임종까지 모독했으며, 상 치르고 온 사람에게 한마디 위로 없이 ‘네가 돈 없고 TV에도 안 나오면 여기에라도 잘해야지’라며 웃었다. 그래놓고 지금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검찰 과거사위의) 고(故) 장자연 사건 수사 연장을 지지한다”며 “(나 역시) 6년 동안 싸워왔다. 은폐하려 했던 모든 자 또한 공범”이라고 적었다. A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매리의 주장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매리는 “때린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기억하는 법이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현재 카타르에 거주 중인 이매리는 4월 귀국해 당시 오고갔던 문자를 복원하고 시민단체 정의연대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매리, “녹취까지 존재” 미투 유력인사 누구길래?

    이매리, “녹취까지 존재” 미투 유력인사 누구길래?

    이매리가 유력인사들의 성폭력 폭로를 예고해 주목받고 있다. 배우 이매리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는 술시중 강요, 여러 차례 발생했던 성추행에 대해 직접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매리 사건을 접한 네티즌은 “미투 실명 공개되나요?”, “이매리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카타르 응원했나? 우리나라에 정 떨어져서?”, “이매리 어떤 말 할지 궁금하다”등 반응을 보였다. 현재 삭제된 이매리가 쓴 글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이들의 실명을 언급했는데, 여기에는 방송인 출신 정치인 A씨, 대기업 임원 B씨, 모 대학 교수 C씨 등의 이름이 담겼다. 현재 카타르에 거주 중인 그는 다음 달 초 한국으로 귀국해 폭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준비를 위해 ‘정의연대’ 등의 시민단체 도움도 받고 있다. 시민단체 정의연대 측은 그의 결정에 대해 “최근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고 조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용기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지난 1월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 대신 카타르를 응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과거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카타르가 활력을 줬다”고 말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이매리 “고위인사 술시중 강요”… ‘미투’ 폭로 예고

    이매리 “고위인사 술시중 강요”… ‘미투’ 폭로 예고

    배우 이매리(47)씨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를 예고했다. 그는 과거 국내에서 방송 활동을 하던 당시 방송계, 정·재계 고위 인사들로부터 술 시중을 강요 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내 불이익에 대해 침묵을 강요했고 술 시중을 들라 했다. 부모님 임종까지 모독했으며, 상 치르고 온 사람에게 한마디 위로 없이 ‘네가 돈 없고 TV에도 안 나오면 여기에라도 잘해야지’라며 웃었다. 그래놓고 지금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검찰 과거사위의) 고(故) 장자연 사건 수사 연장을 지지한다”며 “(나 역시) 6년 동안 싸워왔다. 은폐하려 했던 모든 자 또한 공범”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시민단체 정의연대와 손잡고 새달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씨는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다. 1994년 MBC 3기 공채 전문 MC로 데뷔한 이씨는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1년 이후 건강 악화 등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의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 국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카타르가 활력을 줬다”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또 멈추면 서울대 안 바뀐다” 2차 가해 넘어…다시 미투

    “또 멈추면 서울대 안 바뀐다” 2차 가해 넘어…다시 미투

    교수 성추행·갑질 폭로한 김실비아씨“용기낸 신고…학과 망친 사람 돼”가해자 작년에 고작 정직 3개월 징계 권고27일 서울대 2차 징계위서 진술 앞둬“저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의 서울대의 의미와 힘을 믿고 있고, 그래서 A교수님의 만행을 인권센터에 신고하고자 합니다. 저의 표현은 부족하지만 제가 그동안 받은 삶의 침해와 고통, 분노는 제 안에 생생하게 끓고 있습니다. 저처럼 용기를 낼 수 없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부디 인권센터에서는 정의로운 서울대를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서울대의 상징인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문구가 부끄럽지 않게 해 주시고, 서울대가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로운 학교라고 미국 대학생들에게도,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성추행 및 갑질피해 당사자인 김실비아(29)씨는 2018년 7월 인권센터에 제출한 신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이달 21일과 24일 김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갖고 “용기를 내서 신고했지만 저만 우리 과를 망친 사람이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징계위원회에서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학생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 학교에 신고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오는 27일 2차 징계위원회에서의 진술을 앞둔 상태다. 김씨는 지난해 7월 교내 인권센터에 서울대 서문과 A교수를 신고했다. 언론제보 및 경찰고소도 생각했지만, 서울대를 믿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지난해 12월 말 A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김씨는 “저는 정말 학교 시스템을 믿고 신고한 거지, 이렇게 솜방망이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면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제가 주장한 내용(성추행, 갑질, 사생활침해 등)의 대부분이 40쪽짜리 인권센터 결정문에서 인정됐다”면서 “그런데도 정직 3개월이라는 사실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차 가해로 불면증에 심리상담까지 김씨는 피해 사실을 인권센터에 접수한 이후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처음에는 누가 제보하고 진술했는지가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신고자가 김씨인 사실이 드러나자 “별거 아닌 걸로 회식에 불만이 많아서 신고한 거다”라는 말이,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원래 반바지를 입고 다녀서 그렇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실비아는 파면을 원하지 않는데, 교수 자리를 노리는 강사가 꾸민 짓이다”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소문을 전해 들은 김씨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미국 학교의 심리상담까지 받게 됐다. 김씨는 한 교수로부터 “언론과 대자보 대응을 자제하고, A교수도 고소를 취하하는 식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를 해보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앞서 A교수는 인권센터에 제출된 증거가 자신의 이메일에서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라며 강사 1명과 조교 2명을 관악경찰서에 고소한 바 있다. 김씨는 “일이 커지면서 다른 교수들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전화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화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저는 피고소인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볼리비아 성희롱, 2017년 스페인 학회 성추행 사건 결국 김씨는 올해 2월 교내에 붙인 실명 대자보에서 “2015년 볼리비아 프로젝트 당시 장거리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A교수가 머리카락에 손을 넣어 만지고, 2017년 스페인 학회 때는 매일 밤 술을 먹게 하고,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다며 스커트를 올리고 다리를 만졌다”고 폭로했다. A교수는 인권센터에서 “장시간 이동으로 힘들 것 같아 피로를 풀라는 의미에서 지압을 해준 것”이라며 “(실비아가) 치마를 올려서 보여주었고,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서 붕대가 감겨 있는 게 보였으며, (실비아가) 다 나았다고 말하길래 엉겁결에 붕대를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머리를 기분 나쁘게 만지는 것은 지압이 아니다”며 “스페인학회에서도 A교수가 5번도 넘게 흉터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계속 거절했다”고 반박했다.김씨는 스페인학회 사건 이후 A교수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다. 김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A교수로부터 “스페인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투고하자”는 이메일을 계속 받아야 했다. 한국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문자와 전화가 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김씨가 유학 중인 대학의 이메일 주소까지 알아내 메일을 보냈다. 김씨는 A교수를 피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그간 있었던 일을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서울대 징계위원회 마지막 기회 놓쳐선 안돼”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갑질 및 성희롱 의혹을 받았던 서울대 사회학과 H 교수에게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도 서울대 인권센터에서는 H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김씨는 “이번에 또 정직 3개월로 넘어가면 서울대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라는 마지막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분들도 나중에 용기를 낼 수 있다”며 “오세정 총장님께서 (연구윤리와 성관련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지키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A교수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진학·입단 볼모 삼아 빙상 폭군으로 군림

    21일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빙상계 적폐’로 꼽혀 온 전명규 한국체육대(한체대) 교수가 빙상계 성폭력과 폭력을 방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교수는 자신의 제자들이 코치로 있었던 사설강습팀에 학교 소유인 빙상장을 무료로 독점 대관해 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권위를 바탕으로 취업 청탁이나 고가 금품 수수, 수당 부당 수령 등의 비위도 저질렀다. 폭행과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 교수가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사용한 주요 수단은 학생들이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진학과 입단 등 향후 거취 문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 교수가 빙상계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의 거취 문제를 거론해 사실상 합의를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심석희 선수의 미투 이후 빙상계 비위의 중심인물로 자신이 지목되자 지난 1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과 폭행 사실을 몰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 교수는 자신의 제자 코치와 학생이 ‘체력훈련지원’ 목적으로 기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던 400만원 이상의 고가 자전거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부양가족을 허위로 작성해 1047만원의 가족수당도 받았다. 2013년 2월에는 대한항공 빙상감독으로 있던 자신의 제자에게 스튜어디스 지원자 응시정보를 보낸 뒤 “(취업이)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전화해 사실상 취업 청탁도 했다. 한체대 빙상장은 전 교수의 사유재산처럼 사용됐다. 전 교수는 2015년 1월~2018년 4월까지 자신의 제자가 이끄는 쇼트트랙 사설강습팀에 빙상장 샤워실과 라커룸을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빙상장 샤워실이 코치실로 무단 변경됐고, 이 코치실에서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빙상장을 내주는 과정에서 대관 허가와 사용료도 받지 않았다. 한체대 빙상장을 대관하기 위해서는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전 교수는 2014년 8월~2017년 3월까지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정품으로 납품받았다며 해당 업체에 학교 돈 5100만원을 지급했지만 모두 가품이었다. 한체대 운영도 비위투성이였다. 2010∼2019년 체육학과 재학생 중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교직이수 예정자로 선발해 주면서 승인된 정원보다 240명을 초과한 1708명에게 교원자격증을 줬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는 282명에게 출결 확인도 하지 않고 수료증을 줬다. 교육부는 한체대에 전 교수 중징계를 포함해 교직원 35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빙상장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도록 용인한 전 교수와 부당한 방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관련 교직원 9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밖에 특정 교수가 입학을 조건으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 등 감사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제보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아이스하키 특기생 3명이 1단계 서류평가에서 기준에 없는 항목으로 점수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교직원 9명에 대한 경징계 및 경고를 학교에 요구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경찰... 부산 스쿨 미투 관련 교사 수사 착수

    경찰이 부산 스쿨 미투에 지목된 2개 여고 교사 17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진구 S여고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폭로한 성희롱,성추행 의혹 관련 교사 13명을 대상으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S여고 전체 학생 687명 중 68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100명이 가해자로 교사 13명(현직 8명,전출·퇴직 5명)을 지목함에 따라 해당 교사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은 실명으로 피해 내용을 밝힌 학생 43명을 상대로 추가로 피해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 동래경찰서도 ‘스쿨 미투’와 관련 시 교육청이 수사 의뢰한 동래구 A 여고 교사 4명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학교 학생 20여명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며 SNS와 시 교육청에 폭로했다. 시 교육청은 2개 학교 학생들이 지목한 교사들을 수업에서 배제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 한국기원, 재작성 ‘미투 보고서’ 공개…“피해자에 증명 압박“ 사과

    한국기원, 재작성 ‘미투 보고서’ 공개…“피해자에 증명 압박“ 사과

    한국기원이 재작성한 ‘미투 보고서’ 원본을 20일 공개했다. 또 “바둑계 미투 운동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개 사과문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위로를 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바둑계 미투 운동은 지난해 4월 디아나 초단의 폭로로 촉발됐다.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전 9단을 제명하고 미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보고서에 가해자인 김 전 9단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기원은 법무법인 수호 대표변호사인 본원 김현석 이사와 서명기사 측 대표 심장섭 원장,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박윤숙 소장으로 구성된 ‘한국기원 미투사건 재작성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보고서를 새로 작성했다. 한국기원 정기이사회는 지난 12일 표결에서 찬성 19표, 반대 3표, 기권 2표로 재작성 보고서 채택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보고서 결론을 요약해 배포하기로 했지만, 디아나 초단이 전체 공개를 요청함에 따라 재작성된 보고서 내용 전체와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했다. 재작성된 보고서는 “한국기원 윤리위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미투 조사 목적의식이 부족했다”, “윤리위원의 전문성과 젠더 감수성 문제가 있었다”며 윤리위 구성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없었다”고 꼬집었고, 조사 내용을 살펴봐도 “디아나가 제출한 모든 증거서류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재작성 보고서는 또 피해자에게 ‘사건 당일 어떤 복장이었는가?’ 등을 묻는 등 피해자에게 증명 책임을 압박·전가하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등 부적절한 질문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원은 김영삼 사무총장 이름으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바둑계 미투 운동 과정에서 밝혀진 불미한 사태에 대하여 한국기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음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바둑 보급 활동 중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겪은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바둑이 좋아 한국을 찾은 디아나 초단은 바둑 알리미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바둑계 내부의 적폐를 해소하고 주변을 꼼꼼히 살펴 바둑계 환경을 정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SNS에 부산 모 여고 교사 성폭력 제보 잇따라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어 교육청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찰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19일 SNS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부산 S여고 교직원들의 성폭력 사례제보를 위한 공식계정이 생기며 피해 사례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해당 여고 이름과 ‘미투’,‘미투 공론화’,‘교내성폭력 고발’ 등과 같은 문구에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도 S여고 재학생과 졸업생 피해 사례를 받는 방이 운영되고 있다. 한 트위터 제보 내용을 보면 “봉사활동 때 한 교사가 체육복보다 좀 짧은 반바지를 입은 학생을 보고 ‘그렇게 짧은 바지 입고 오면 할아버지들이 너를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 제보에는 한 교사가 특정 학생을 찍어 “키스 같은 거 해봤을 거 아니야”라며 묻거나 “남자친구랑 실수로 임신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봤다는 내용 등이 있다. SNS 피해 글을 보면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 모두 다수이고,피해 시기도 매우 광범위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8일 S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과 수사팀을 교육청 전수조사 때 참관하게 했다”면서 “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女캐릭터 갈증 씻은 극장가 ‘여우비’

    女캐릭터 갈증 씻은 극장가 ‘여우비’

    미국 마블 스튜디오가 최초로 여성 주인공을 단독으로 내세워 만든 ‘캡틴 마블’이 개봉 이후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극장가에는 여성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눈에 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의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여성들을 조명하는 작품들이다.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올리비아 콜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영국 스튜어드 왕가의 마지막 군주인 앤 여왕과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대립을 그린다. 세 여성의 사랑과 질투, 권력에 대한 욕망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점이 흥미롭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아내를 그린 ‘더 와이프’와 19~20세기 여성들의 롤모델이었던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삶을 다룬 ‘콜레트’(27일 개봉) 역시 자신의 성취를 깨닫는 여성들의 단단한 내면을 보여 준다. 불의에 맞서 싸우며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이야기야말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서대문 감옥 8호실에 갇힌 유관순 열사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연대를 다룬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불평등한 법에 맞섰던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28일 개봉) 등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지난해 이후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국내외적으로 여성 중심의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성이 억압받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차별화를 강조한 작품이 눈에 띈다”면서 “‘캡틴 마블’의 경우 여성으로서 느끼는 차별과 콤플렉스를 강조하지 않은 채 그저 영웅으로서 여성을 형상화한 점,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남성들과는 다른 여성들만의 세계를 보여 준 점이 관객들로 하여금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해 국내 작품 중에서도 현대판 소공녀의 도시 하루살이를 그린 ‘소공녀’를 비롯해 ‘미쓰백’, ‘죄많은 소녀’, ‘피의 연대기’ 등 여성이 서사의 중심인 작품들이 연이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상업 영화 중에서 여성을 앞세운 작품을 찾기는 여전히 힘들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는 “영화 제작사들이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는 여성 배우들의 기근 현상과 작품의 흥행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제작이 위축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런 비판하라고 존재하는 곳이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맞서며 반대 성명을 내자 일각에서는 “항명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인권위를 감쌌다. 태생적으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이유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2008~2017년)을 거치며 제 목소리를 잃었던 인권위가 요즘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최영애(68) 위원장이 취임한 뒤부터다. 인권위 초대 사무국장과 상임위원을 맡았던 그는 직원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적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의견이나 난민보호 정책 재정비 요구, 동성혼에 대한 정책적 논의 촉구 등 소수자를 위한 인권위의 결정은 이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서울신문과 지난 15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최 위원장은 임기 중 가장 집중할 의제로 혐오·차별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일상적이고 전면적으로 퍼지면서 사회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전면 대응을 선언했다.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민자 혐오 범죄로 50명이 숨진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시점에 우리도 심각하게 볼 문제다. 최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대한민국은 혐오·차별을 더이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범정부적 선포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권위의 올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구성하고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한 것이 위원장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데요.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자 공격입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다양한 구성원이 인권을 보장받기 어렵죠. 그래서 취임 때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을 첫 번째 책무로 꼽았던 것이었어요. 올 초 출범한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는 위원장 직속 기구입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혐오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사회·경제적으로 변동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혐오가 많이 생겨나죠. 인권위가 주목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차별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혐오와 차별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의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하면서 구조화됩니다. 혐오에 따른 위협이 기득권에게는 가해지지 않아요. 타깃은 언제나 소수자나 약자죠. 이들을 공격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 범주에 들어갈 수 없어요. 혐오표현의 발화자가 누구인지, 이 말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는지 그 맥락을 인권위 차원에서 분석해보려 합니다.”-두드러지게 혐오 대상이 되는 집단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실태조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혐오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나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대표적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각에선 ‘2019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소수자란 사회적으로 지닌 힘(권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기업에서 관리자급 여성의 숫자 등 여성이 사회적으로 지닌 권한의 척도를 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실질적인 성평등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소수자 집단의 지위를 확장하는 과정에 (이를 막아서려는) 사회적 저항은 있었어요. 지금 한국사회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혐오차별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우선 올해 안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께 범정부 차원에서 혐오·차별 대응을 하기 위한 대국민 정책선언을 해달라고 설득해보려 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가 함께 이러한 선포를 했어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지향점을 함께 보여준 셈이죠. 이게 우리의 롤모델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공론화 작업입니다. 대중들에게 혐오 표현이 차별로 이어지고, 결국 공존을 해친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혐오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혐오·차별 행위가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끌어낼 생각인지요. “최근 영국을 방문했다가 한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슬로건을 봤는데 ‘미워하지 말고 희망하라’(Hope not hate)이더라구요. 배제가 아닌 포용의 방식으로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달 말에는 스웨덴, 영국, 스위스 등 7개국 주한대사들과 2개의 해외기구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어요. 각 사회가 혐오차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왜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거죠.”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폐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건 여성의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담아 헌재에 표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낙태죄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역시 얼마 전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로 낙태죄를 폐지했어요. 우리 인권위도 ‘낙태죄에 대해 어떠한 예외 사항도 두지 않은 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낸 거에요.” -2002년 인권위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와 비교해 현재 한국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인권감수성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입니다. 작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만 보더라도 놀랍습니다. 제가 90년대에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할 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어떤 데이터도 없었어요. 심지어 국회에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을 땐 ‘성폭력 공화국이라고 전 세계에 알릴 참이냐’고 꾸짖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죠. 하지만 이젠 국민들이 ‘미투’에 ‘위드유’라고 응답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연대를 표시하고 있어요. 이건 국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여전히 난민·성소자 등 인권위의 일부 결정에 대해서는 호응만큼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권은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 속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인권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측면이 있죠.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앞으로는 위원회의 활동과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죠. 또 중요한 인권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권위의 권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선 부처나 민간 기관이 권고를 받아도 강제가 아니니 받아들이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인데요. “유엔 역시 권고 기능만을 가졌지만 상당한 권위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권고가 제한적으로 보이겠지만 포괄적이고 유연한 개념이라 더 많은 것을 포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시정명령은 강제력이 있지만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인권위가 다른 부처와 행정소송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권고 사항을 강제로 이행하게 할 순 없지만 대신 언론에 공표하고 대통령에게 특별보고하는 권한이 있어요. 최근 인권위의 다양한 권고와 결정은 사회적 수준보다 반 발 앞서는 것으로,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안도 찾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큰 그림의 인권비전을 가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권위는 2006년부터 ‘인권증진행동계획’이라는 3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턴 제5기 인권행동증진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큰 방향은 양극화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중받는 인권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겁니다. 미래지향적으로는 인권을 확장하고 다원화하려고 합니다. 인권의 개념을 북한인권개선, 정보인권보호, 군인권 등으로 확장시키고 공론화시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선 인권기본법, 인권교육기본법,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진행 중입니다.” -취임 때 임기 중 최종 목표를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이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여러 번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죠. ‘차별금지법은 곧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법’이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떤 특정한 집단의 권익을 위한 게 아니에요.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미이죠.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아요. 그 증오와 대립이 어떤 폭력과 위협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컨대 1923년 관동대지진 때도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이자 난민이었죠. 지진 발생이 한국인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일본은 국민 불만을 돌리기 위해 ‘한국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며 거짓 소문을 내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지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국민적 공감대와 공론화를 기반으로 제도적 기반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991~1994년 성폭력특별법제정특별추진위원회 위원장 ▲1991~200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02~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04~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10년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 ▲2012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사 ▲2013년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5년 경기도교육청 성인권보호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2016년 제2기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2018년 9월 제 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첫 여성·비법률인 출신 위원장)
  • “대표팀 합숙 없애고 선수촌 개방하기 쉽지 않다”

    “대표팀 합숙 없애고 선수촌 개방하기 쉽지 않다”

    “실망스러운 도쿄올림픽이 되지 않도록 좋은 성적으로 잃어버린 자존심 찾을 것”“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살리는 선수촌이 되겠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신치용 선수촌장이 처음 맞이한 출입기자 간담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성폭력 사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의 여파가 여전이 남아 있는 분위기였다. 2020 도쿄올림픽을 500여일 앞두고 선수촌장으로서 어떤 성적을 이끌어 내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기보다는 ‘미투 사태’로 인해 던져진 화두인 ‘합숙 폐지’, ‘선수촌 개방’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 선수촌장은 1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와 보니 선수들이 상당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에 (폭행·성폭력 근절 방안으로) 선수촌 합숙이 폐지되면 어디 가서 훈련해야 하냐’고 묻는 선수가 있었다. ‘초가삼간 다 태우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는 지도자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이 우려된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지방 초중고 학생들이 운동할 곳이 없으면 도시에 가서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숙식이 간단치 않다. 합숙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대표팀 합숙을 없애고 선수촌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은 하기가 쉽지 않다. 53년간 배구만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 선수촌장은 “솔직하게 말하면 도쿄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 상당히 힘들고,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도 실망스러운 올림픽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는)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이고, 잘해서 신뢰받고 좋은 성적을 만드는 것 이외에 보답할 길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성숙 부촌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여성 지도자와 여성 주장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투 사태와 관련해 선수들이 ‘너는 별일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잦았고, 또한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주말에 밖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 선수촌으로 항의 전화가 올 때도 있었다고 한다”며 “선수촌이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그래도 요즘은 다소 나아졌다. 이제는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진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준영 동영상’ 찾는 사람들…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

    ‘정준영 동영상’ 찾는 사람들…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

    단순히 찌라시 전달만 해도 처벌 가능 작년 방통위 음란물 시정 요구 7만여건 SNS ‘2차 가해 경고장’ 등 자성 목소리“혹시 정준영 동영상이나 찌라시(사설 정보지) 좀 줘봐.” 기업 홍보담당자 김모(32)씨는 최근 지인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이런 요구를 자주 하자 대화방을 나와 버렸다. 그는 “미투 운동 이후 피해자를 엿보려는 음성적인 문화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별 차이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수 정준영(30)이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14일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동영상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왜곡된 성의식과 관음증이 빚어낸 비이성적 현상 탓에 피해자만 마음 졸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이번 사건의 2차 피해를 막자는 경고장 이미지가 내걸리고 있다.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동영상 유포=2차 가해’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계정 프로필 사진을 경고장 사진으로 바꾸거나 단체 대화방에 이런 경고장을 전송하는 경우도 있다. 동영상이 유포되면 피해자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상담 유형(2017년 기준)을 보면 전체 상담 206건 중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 피해가 100건으로 48.5%를 차지했다. 영상이 유포되는 경로는 SNS(40.9%)와 불법 포르노 사이트(39.4%)가 가장 많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성매매·음란 게시물은 7만 9710건에 달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찌라시를 통해 사건과 무관한 여성 연예인 이름이 피해자인 것처럼 돌아다니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위은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를 특정하거나 연상시키는 언론 보도는 2차 가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찌라시를 돌리는 것도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찌라시를 유통하는 당사자는 하나의 놀이라는 인식이 크다”면서 “찌라시 유통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이고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찌라시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불법 촬영물 유포·제공 행위가 확인되면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중국은 인권 침해 독보적 국가

    중국은 인권 침해 독보적 국가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 박해와 시민 탄압 등 인권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권 침해에서 “중국이 독보적”이라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내 ‘수용소’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운영하는 ‘직업훈련소’를 겨냥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대규모 구금 작전을 대폭 강화했다”며 “중국 당국은 종교와 민족적 정체성을 없애기 위해 고안된 수용소에 8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교도들을 임의로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적시했다. 또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수용소가 테러와 분리주의,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세계 언론과 인권단체, 과거 구금됐던 인사들은 수용소 내 보안요원들이 일부 수감자를 학대,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권 침해에 관한 한 독보적인 중국이 있다”며 중국의 소수민족 박해 문제를 거론하고, 정부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박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담당 대사도 “우리의 추측은 (중국이) 수백만 명을 수용소에 넣어 고문하고 학대하며 그들의 문화와 종교 등을 DNA에서 지우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건 매우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수용시설에 대해 일종의 노동 훈련 캠프이며 자발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정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중국 당국이 부패 등 권력 남용 관련자들을 기소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산당이 불투명한 당내 징계절차를 이용해 먼저 조사 및 처벌을 한다”며 “당국은 권력 남용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한 시민을 압박, 구금, 체포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 대해서도 “단지 권리를 위해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20명 이상을 숨지게 하고 수천 명을 적법 절차 없이 체포했다”며 “이란 정권은 지난 40년 동안 국민에 가한 잔혹 행위의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한국의 ‘적폐청산’의 진행 경과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소 및 재판 상황과 국가기구의 과거 위법활동에 대한 조사 상황이 담겼다. 국무부는 31쪽 분량의 보고서 중 ‘정부의 부패와 투명성 결여’ 항목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정부 부패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었다”면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재판 상황을 전했다. 보고서는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작년 4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고, 8월 2심에서는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이 늘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도 불법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것도 포함됐다. 또 보고서는 지난해 4월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여러 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과 삼성으로부터 총 1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권력 남용,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작년에 결과가 발표됐으며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고 언급됐다. 국내 선거와 관련해서는 2017년 5월 대선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한 것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2019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법무부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석방도 포함됐다. 다만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한 정책 논의와 변화 상황이 상세히 담기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2017년 2월 한 여성 검사가 남성 검사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한 이후 활발히 전개된 ‘미투’ 운동에도 주목했다. 작년 여성상담센터 등을 통한 상담 수치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 내용을 소개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시민의 자유에 대한 존중’ 항목에서 정부 당국이 탈북민과 접촉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이 정부의 북한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중연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더디게 진행했으며 북한인권대사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밖에 보고서는 ‘근로자의 권리’ 항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변경에 따른 근로 환경 변화에 관해 기술했다. 비정부기구들은 국가보안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자유를 억압한다며 개혁이나 폐지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문화마당] 기막힌 두 가지/김이설 작가

    [문화마당] 기막힌 두 가지/김이설 작가

    주말에 두 딸을 데리고 영화 ‘캡틴 마블’을 보고 왔다.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은 ‘나는 언제나 통제당한 채 싸워 왔지. 내가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독백과 함께 주인공 캐럴이 일어서는 장면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군사훈련을 받다가 넘어진 캐럴에게 세상은 야멸차게 소리를 질렀다. 여자여서 하지 못한다고, 여자가 왜 이걸 하느냐고. 그럴 때마다 캐럴은 묵묵히 일어섰다. 어느 누가 칭찬하거나 대견해하지 않아도 심지어 관심조차 주지 않는 일에 캐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옳은 일은 그저 다시 일어서는 일이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능력을 의심받자 잠시의 흔들림 없이 ‘내가 왜 증명해 보여야 하는가’라고 맞받아치는 장면에서는 그만 시큰하게 눈물이 고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두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고 종알거렸다. 마블 시리즈의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랐다고. 슈트나 장비의 힘이 아닌, 본인의 힘으로 히어로가 된 것이어서 더 멋졌다고. 영화 속에 숨겨 있는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이미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를 몸으로 익혀 왔기 때문에 그걸 전복한 영상에 매료된 것이었다. 여성과 남성이 완벽히 평등한가. 단 한 가지, 단 한 부분이라도 평등하지 않으면 그건 평등한 게 아니다. 문득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평등한 사회는 남성에게도 평등한 사회다’(조앤 리프먼 ‘제가 투명인간인가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걸 영화가 시원하게 설명해 주었다. 기가 막히게 즐거운 일이었다. 두 번째 기막힌 일은 연예인 승리를 둘러싼 범죄 의혹들을 접한 것. 우선 동료 연예인 정준영의 카톡방 메시지의 충격이었다. 여성을 사냥의 먹잇감으로 치부해 전시하고 공유하며 소비했으며 심지어 서로에게 그 방법을 독려한 남성 카르텔의 모습을 공고히 드러냈다. 이 와중에 포털 검색어에 ‘정준영 동영상’이 뜨는 걸 보면서(그들이 공유한 비디오를 찾아 같이 공유해 보겠다는 것 아닌가!) 참담함을 넘어 분노까지 일게 됐다. 여론은 승리 뒤의 또 다른 범죄 세력을 감추기 위해 정준영으로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승리 뒤에 숨은 검찰, 경찰, 승리의 소속사와 지난 정권의 관련성, 조폭들, 마약과 성폭행을 일삼은 고위층과 재벌들의 자식들까지. 그 모든 것이 샅샅이 파헤쳐지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들의 범죄 안에 항상 여성이 피해자로 자리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법 촬영이 범죄라는 인식의 부재, 범죄 행위를 묵인하는 문화는 결국 성폭력의 유지를 도왔다. 지난 1년 동안 무수히 거론된 미투 운동, 학내 성폭력 사태를 접할 때마다 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딸을 키워야 하는지 엄마로선 공포와 같았다. 가장 처참한 건, 내가 자라면서 겪은 일을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내 아이들 세대도 똑같이 겪어 왔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40여년을 살아온 중년 여성으로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바라건대 부디 아주 사소한 교육부터 실천하는 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성폭력 하지 마라, 성행위 영상 공유하지 마라, 남의 몸은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교육 말이다. 정말 바라건대 ‘캡틴 마블’의 캐럴이 실존 인물이어서 썩어 빠진 성의식을 가진, 여성을 한낱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는 것들을 싹 다 때려 부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후에 남은 이들과 오순도순 살면 기가 막히게 행복하겠구나 하는 상상. 우습고 유치한 상상이지만 간절한 바람이라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 지켜봐라, 일본아…피해자 없는 싸움 더 큰 울림될테니

    지켜봐라, 일본아…피해자 없는 싸움 더 큰 울림될테니

    최대 20만명으로 추정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중 우리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이는 모두 240명이었다. 이 중 생존자는 22명뿐이다. 올해만 벌써 3명이 별세했다. 28년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놓인 할머니들의 자리는 요즘 부쩍 비어 있다.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며 생긴 변화다. 일각에선 ‘피해자 없는 위안부운동’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위안부운동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1월 타계한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할머니들의 빈자리는 이제까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활동가들과 미래 세대가 채워가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 없는 싸움도 이미 준비됐다”고 말한다. 죽은 이들의 역사를 함께 부둥켜 안고 하는 싸움은 더 강한 메시지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지난 6일 서울신문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이태준 국민대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 대표를 만났다. 윤 이사장은 오랜 시간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왔고, 이 대표는 학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20여명의 학우들과 활동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28년간 뿌린 씨앗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후발주자’ 이 대표에게는 미래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엿보였다. 이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우선 두 사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했다. 윤미향(이하 윤) “어쩌면 대한민국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그 자체가 계기죠. 원래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신문 기사로 접하고 충격 받았죠. 그들의 고통을 몰랐다는 반성을 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에 자원했죠.” 이태준(이하 이) “제 경우엔 좀 늦은 시기라 부끄럽습니다. 2015년 겨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때서야 이 문제를 마주했죠. 당시 수요집회 때 김복동 할머니가 ‘수백억원을 줘도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없다’고 하셨죠. 비록 남성이지만, ‘우리 엄마였다면, 또 할머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시작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에서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처음 공론화됐다. 그전까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만 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한 예로 김학순 할머니 고백 이후 피해 증언을 받기 위해 개설한 전화엔 할머니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절을 잃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말하고 다니느냐’는 비난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나왔다.할머니들은 더 절박하게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진전과 답보를 오가다 결국 제자리를 맴돌았다. 한일합의는 대표적 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등 성과보다 문제점이 더 많았다. 할머니들은 합의 파기를 요구했고, 결국 화해치유재단도 해산됐다. 윤 “한일합의가 미친 영향이 컸어요. 한일합의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했죠. 솔직히 안심했었어요. 하지만 그 합의 이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비정부기구(NGO)는 정부와 독립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걸. 대중의 인식도 변했어요. 피해자들의 절규와 상반된 정부의 모습을 통해 ‘이제 더이상 피해자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깨달았죠. 각 지역에 소녀상들이 세워지는 등 역동적 활동들이 생겨난 것도 그 즈음입니다. 이 “우리도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소녀상을 학내에 세우려 하는 겁니다. 한 친구가 ‘소녀상은 고통을 듣고 싸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상징’이라면서 ‘소녀상으로 (학우들이) 할머니의 삶과 온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세움’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학생들 손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준비했고 성금도 모아왔다.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5일부터 받은 서명에는 3일 만에 1900여명의 학우가 참여했다.윤 “소녀상은 할머니들을 대신하는 존재입니다. 다만 소녀상으로만 활동이 끝나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소녀상을 세운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이 “윤 이사장님 말씀에 공감해요. 우리(세움)도 그 부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끼리 ‘위안부 문제 해결뿐 아니라 강제징용이나 징병, 독립운동가 등 아직 청산되지 않은 친일 문제까지 폭넓게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이뤘어요. 하지만 당면 과제는 소녀상을 국민대생의 손으로 제대로 건립하는 것이죠.” 윤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는 건 위안부 문제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위안부운동을 정치적이라고 말한 건 일본 정부였어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죠.” 이 “사실 학교의 반대보다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때 더 뼈 아픕니다. ‘순도 100%’ 학생들이 주체가 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대부터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활동이나 기념 제품을 제작해 성금을 했던 학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윤 “나 또한 청소년들을 통해 우리 운동의 미래를 봅니다. 인권·평화 감수성이 뛰어나더라고요. 내가 강연을 나갔다가 배워올 정도입니다. 우리 세대들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시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한 김학순 할머니를 보고 자랐습니다. 일종의 ‘미투’인 셈이죠. 이 ‘미투’를 ‘위드유’로 만든 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이었습니다. 미래 세대들은 그런 김복동 할머니를 보고 자랐죠. 내가 미래 세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가 역사왜곡’이라는 일본 측 주장에 맞서기 위해선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뒷받침할 문서 등 탄탄한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 연구를 이끌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해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를 세우려 했지만 3개월여 만에 초대 소장이 물러나는 등 파행을 빚은 뒤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민간단체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는 얼마 전 불거진 곽예남 할머니의 양녀 사건이다. ‘봉침 목사’로 알려진 한 목사가 곽 할머니의 수양딸이 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곽 할머니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간단체에 권리는 없고, 책임과 의무만 지워진 게 아닌가 고민이 됐다”던 윤 이사장의 말처럼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틈을 타 선의가 아닌 다른 의도가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존재 자체로 묵직한 울림을 주던 할머니들마저 다 세상을 떠난다면 위안부운동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이 “저 역시 할머니들이 없는 위안부운동을 떠올리면 먹먹해져요. 일본 정부의 사죄도 받아야 하고 아직 싸울 날이 많은데 할머니들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스스로 반성도 하고요.” 윤 “이건 피해자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같아요. 우리 곁에 육체적으로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나요? 그렇지 않죠. 피해자는 없지만 김복동의 정신은 살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정의연)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전쟁 성폭력, 여성 인권 등 좀더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이슈로 확장시켜 나가는 데에서 답을 찾았죠. (내전 때 성폭력을 겪었던) 우간다 여성들은 김복동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할머니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고 이야기해요. 연대하며 우리의 문제의식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죠. 할머니는 스스로 노력했고, 세계로부터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연대한 세계인들도 일본을 함께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된 게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린 이미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김복동 할머니께서 눈 감으시기 전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 뭔지 아세요? ‘우리가 이겼어’ 였어요.” ‘우리가 이겼다’는 할머니의 말은 곁을 오랜 시간 지킨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됐다. 남은 할머니들이 편히 눈을 감으실 때까지, 그 이후에도 할머니들이 쌓아온 인권과 평화에 대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살아나갈 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주권이 없었던 식민 시대, 침략 속에서 유린된 평화를 떠올리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살아나가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윤 “이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 명예회복의 주체가 되는 것과 피해자 인권 감수성이 있는 사회가 되는 것, 그리고 가해자가 제대로 책임지는 것, 이 세 가지를 다 이뤄야 해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무지개처럼 멀리 느껴지죠. 하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미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껴요. 그 자체로 우리의 걸음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걸어갈 거예요.”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단독] 미투 피해자에게 성추행 재연하라는 檢, 인권침해입니다

    [단독] 미투 피해자에게 성추행 재연하라는 檢, 인권침해입니다

    인권위, 원칙적 금지·굴욕감 최소화 권고 檢 “소통 오류… 경찰 지휘 명확히 할 것” 이전에도 ‘檢, 모욕적 발언’ 진정 사례 성폭력 상담 중 ‘수사 중 2차 피해’ 18%‘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재연하게끔 한 검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사건 피해자는 이경희(48)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로 국내 체육계 최초 미투 폭로자다. 인권위는 2017년 이씨의 성폭력 피해 사건 수사 지휘를 했던 검찰이 이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직접, 그리고 대역에게 지시하는 방식으로 피해 당시를 재연하게 해 2차 피해를 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검찰총장에게 피해자가 직접 재연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과 현장 검증이 필요한 경우라도 피해자의 성적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담당 검사에 대해 서면경고하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 검사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1차 경찰 조사 당시 노골적인 재연을 요구하진 않았으나 결과를 보고받은 검찰이 ‘이것만으로 정황을 알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 2차 재연까지 이어졌다”며 “수사기관이 확인절차상 재연 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2차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차 수사 당시 대역 사용을 전제로 피해자의 주장이 실현 가능한지 지휘한 것인데 경찰과의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지휘 내용 등을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리듬체조 대표팀 상비군 체조 코치인 이씨는 2014년 대한체조협회 고위간부 A씨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A씨가 퇴진한 후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A씨가 2016년 체조협회 부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이씨는 방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했다. 두 차례 경찰 조사 끝에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A씨를 불기소 처분하자, 이씨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재연하게 한 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호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4월 인권위는 충북 지역의 한 지청장에게 소속 직원에 대한 직무교육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 수사관에게 무고 의심을 받고 모욕적 발언을 들었다는 진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 중 2차 피해 경험이 드러난 사례는 모두 168건이었다. 이 가운데 경찰(29건), 검찰(6건), 법원(2건) 등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가 17.5%로 나타났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단독]미투 피해자에 “상황 재연하라”는 검찰…인권위, “인권침해”

    [단독]미투 피해자에 “상황 재연하라”는 검찰…인권위, “인권침해”

    체육계 첫 미투 폭로자,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검찰, “수사 지휘 과정에서 경찰과의 소통 오류 있었다”국가인권위, “검찰, 피해 가능성 등 고려 않았다”검찰총장에 성적불쾌감 최소화 규정 신설 권고‘미투’(#Me Too·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재연하게끔 한 검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권고를 냈다. 사건 피해자는 이경희(48)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로 국내 체육계의 최초 미투 폭로자다. 10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이씨의 성폭력 사건 수사 지휘를 했던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직접, 그리고 대역에게 지시하는 방식으로 피해 당시를 재연하게 해 2차 피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북한이탈주민 출신 코치로 2014년 대한체조협회 고위간부 A씨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이씨는 당시 A씨가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러느냐. 우리 체조는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은 아직 한국의 성문화에 적응이 안됐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1차 수사에서 이씨는 직접 성폭력 피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해야 했다. 2차 수사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대역을 내세웠지만 이씨에게 “대역자들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도록 지시해보라”고 시켰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이씨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사건 피해 상황을 재연하게 한 건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1차 경찰 조사에서 노골적인 재연을 요구하진 않았으나 그 결과를 보고받은 검찰이 ‘이것만으로 정황을 알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 2차 재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확인절차상 재연 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피해자가 직접 재연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과 현장검증이 필요한 경우라도 피해자의 성적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담당 검사에 대해 서면경고하고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진정인을 비롯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차 수사 당시 대역 사용을 전제로 피해자의 주장이 실현 가능한지 지휘한 것인데 경찰과의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지휘 내용 등을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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