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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체육계 첫 미투’ 재고소 사건 불기소 결론

    검찰, ‘체육계 첫 미투’ 재고소 사건 불기소 결론

    체육계 첫 ‘미투’ 재고소 사건검찰, “범행 상습성 증거 불충분” 불기소 결론국내 체육계 첫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 간부 A씨가 피해자의 재고소로 인한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6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서창원)는 A씨의 상습강제추행 및 상습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인 이모(49)씨는 A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었다. 2014년 이씨는 2011년부터 3년간 “A씨로부터 성추행과 강간미수 피해를 당했다”며 대한체육회에 탄원서를 냈고 이후 협회 감사도 진행됐다. 이후 2017년 5월 A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4월 A씨를 재고소했다. 이씨 측은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범행이 상습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A씨를 다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측은 “불기소 이유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 변호인 측은 “범행의 상습성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면서 “항고를 하면 되겠지만 이씨가 오랜 시간 이 사건으로 힘들어하고 있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별개로 이날 A씨에 대한 허위사실적시 및 명예훼손에 관한 공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A씨는 이씨가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자신과 이씨가 연인관계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A씨 측은 “(연인관계라는 주장은) 허위가 아니다. 이를 사람들에게 말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성폭행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 청구

    성폭행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 청구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최말자(74)씨는 18살이었던 1964년 5월 6일, 친구의 지인인 노모(당시 21)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최씨는 강제 키스를 시도하던 노씨의 혀를 깨물었고, 노씨의 혀는 1.5㎝가량 절단됐다. 검찰은 최씨를 중상해죄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성폭행 가해자인 노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최씨는 “정당방위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검찰이 듣지 않고 욕을 하고 위협하면서 ‘고의로 그랬지’라는 말만 계속했다”며 “나를 영장도 없이 구속한 검찰이 노씨에 대해서는 강간미수 혐의를 뺀 채 기소했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에게 호감이 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고, 언론은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혀 자른 키스’ 등의 제목의 기사를 뽑아 남성을 피해자처럼 보도했다. 최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성폭행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에 용기를 낸 최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준비했다. 그동안 모은 판결문과 기사 등의 증거를 바탕으로 6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씨는 “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피해를 보는 여성이 많은 것 같다”며 “나의 재심 청구로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여성이 당당히 사실을 밝히고 상처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성폭행하던 남성 혀 깨물었다가 억울한 옥살이…56년만에 재심 청구

    성폭행하던 남성 혀 깨물었다가 억울한 옥살이…56년만에 재심 청구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강제 키스 혀 절단사건’ 피해자 최말자 씨 4일 부산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최말자(74)씨는 오는 6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던 당시 21살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최씨는 당시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견디면서도 정당방위였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가해자 노씨에게는 강간미수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은 채 기소했다. 당시 법원 “가해자와 결혼해서 살 생각 없나” 2차 가해 법원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최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판결이 나왔던 당시에도 학계에선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투 운동’에 용기 얻어…“여성들에 용기 주려 재심 청구”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얻고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했고, 올해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 최씨와 변호인단, 부산여성의전화는 6일 재심 청구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당시에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최씨처럼 한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씨가 56년 만에 재심 청구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는 까닭

    [정승민의 막론하고]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는 까닭

    근무 시간에 직원을 불러 성추행한 부산시장이 사퇴했다. 공직자가 성직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모범적인 시민은 되리라고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물벼락을 안긴 사건이다. 힘과 돈이 있는 곳마다 성(性)스캔들이 끊이지 않지만 유독 정치의 영역이 심하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예전에 ‘성나라당’, ‘성누리당’이라는 신조어가 있었다. 당시 공천 실무를 책임진 사무총장이 기자를 추행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이 방미 기간에 인턴 직원에게 지저분한 행동을 범하기도 했다. 전직 당대표를 지낸 이들까지 잦은 스캔들에 휘말리다 보니 ‘말팔매’를 맞아도 싸다. 근자에는 ‘더불어미투당’이 유행이다. 대선 후보로 손꼽혔던 도지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징역을 살고 있다. 지방선거 실시 이후 처음 배출한 부산시장은 수사 당국에 불려다닐 처지다. 얼마 전 총선을 앞두고도 ‘미투’ 파문으로 공천 과정에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성추행을 저지른 당사자들의 해명도 정말 꼴불견이다.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는 국회의원의 발언은 성과 직업,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골수까지 박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시장의 언급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사정 당국의 수사를 감안한 고도의 ‘법률적’ 표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나보다 남, 가족보다 사회를 위한다는 정치인들이 ‘부적절한’ 성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윤리감각은 없고 권력의지만 집요한 성격적 특성이 첫 손가락이다. 어쩌다 비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비뚤어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고를 쳐도 ‘금배지’를 보전해 주는 검찰과 법원의 관대한 처사도 한몫한다. 평소 공직에 헌신했다며 형을 깎아 주니 망치로 때려도 계속 튀어나오는 두더지처럼 성범죄가 반복된다는 풀이다. 고령화의 관점에서 권력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나이가 들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아가 비대해진다고 말한다. 부풀어 오른 에고를 억제하려면 비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에게는 꾸짖어 줄 윗사람이 없다. 아부와 아첨만 가득하다. 가뜩이나 팽창한 자의식에다 주변에서는 ‘용비어천가’만 불러 대니 지적 판단력과 윤리적 감수성은 쇠퇴일로다. 특히 청년기를 1970~80년대에 보낸 현재의 ‘사회 지도층’은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성장 모델에 길들여져 있다. 신체적 노화에 따른 불안을 공격적인 충동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겉보기에는 근엄하고 진지한 지도자들이 실상은 ‘중2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힘을 과시하고 싶은 유치한 심리가 권력형 성범죄로 되풀이되는 이유다. 일반인도 다르지 않다. 정치철학자 시라이 사토시는 일본 노년 세대를 사례로 고령층의 우익화를 설명한다. 생물학적 기능의 쇠퇴를 의식하는 노인일수록 과격한 언동을 하면서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제어되지 않는 내면의 무력감을 ‘소음과 분노’의 형태로 외부에 끊임없이 분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젊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사회 변화를 거스르는 ‘역진화’를 낳는다. 멸종할 무렵 공룡의 몸집은 한층 커졌다고 한다. 춥고 건조해지는 기후 변화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종말을 앞당긴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이 거의 매년 개정되고 성인지 감수성은 나날이 높아져 가는데 종전의 인식이나 행태만 고수하다가는 언제든지 조기에 축출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노인에서 어르신으로 성숙할 수 있을까. 예전 일본에서는 50세 정도가 되면 하이쿠나 참선, 무도와 같이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기예(技藝)를 익히게 했다고 한다. 새로운 공부가 오만과 과욕의 특효약이라는 이야기다. 단 스승이 있어야 한다. 배우고 익히면서 꾸지람을 받을 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에고도 고개를 숙이게 되니까 말이다.
  • 센 언니들의 샤우팅, 여성 옥죄는 관습 ‘찍어내기’

    센 언니들의 샤우팅, 여성 옥죄는 관습 ‘찍어내기’

    美 1892년 부부 살인사건 바탕 극화 용의자로 지목된 ‘둘째 딸 리지’ 중심 끔찍한 사건 발생 이유·배경에 집중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MeToo)은 곧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범지구적 여성운동으로 번졌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문단과 연극, 영화 등 문화계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이는 곧 남성 중심의 기존 작품 서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님만을 기다리는 공주 대신 직접 활과 칼을 쥐고 전장을 누비거나 남성 주인공의 ‘주변인’이 아닌 무대를 오롯이 지배하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작품 등이 늘기 시작했다. 공연계의 이런 변화 속에 브로드웨이 화제작 ‘리지’의 국내 초연 소식은 다양한 여성 서사에 목말랐던 뮤지컬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았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초연 뮤지컬로 꼽히며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실제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 보든과 부인 에비 보든이 자택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검찰은 아버지와 계모를 죽였다며 둘째 딸 리지를 재판에 넘기고, 리지의 언니 엠마와 친구 앨리스 러셀 그리고 보든가의 가정부 브리짓 설리번이 증인으로 나선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알려지며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정황상 리지가 범인일 가능성이 컸지만 물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풀려났고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다. 뮤지컬 역시 실제 사건을 충실하게 따르지만 누가 범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 찾기’로 이야기를 꾸려 가는 흔한 스릴러 작품과 달리 애초 공연을 통해 진범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이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구조에 집중한다. 무대에는 앙상블 없이 여성 배우 4명만 등장해 시종일관 강렬한 록 콘서트를 이어 간다. 공연장을 뚫는 시원한 외침 속 곳곳에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상징과 비유가 가득하다. 특히 ‘도끼’는 살인 도구인 동시에 여성을 옥죄는 낡은 관습과 사회를 끊어 내는 저항의 도구로 활용된다.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뮤지컬 넘버로 엮은 10여분의 커튼콜은 뮤지컬을 순식간에 록 페스티벌로 바꿔 놓는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환호와 함성 대신 뜨거운 박수로 배우들과 소통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리뷰]여성 서사의 판을 엎다…강렬한 록 뮤지컬 ‘리지’

    [리뷰]여성 서사의 판을 엎다…강렬한 록 뮤지컬 ‘리지’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MeToo)은 곧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범지구적 여성운동으로 번졌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문단과 연극, 영화 등 문화계 전반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남성 중심의 기존 작품 서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님만을 기다리는 공주 대신 직접 활과 칼을 쥐고 전장을 누비거나, 남성 주인공의 ‘주변인’이 아닌 무대를 오롯이 지배하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작품 등이 늘기 시작했다.공연계의 이런 변화 속에 브로드웨이 화제작 ‘리지’의 국내 초연 소식은 다양한 여성 서사에 목말랐던 뮤지컬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았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초연 뮤지컬로 꼽히며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실제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 보든과 아내 에비 보든이 자택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검찰은 둘째 딸 리지가 아버지와 계모를 죽였다며 재판에 넘기고, 리지의 언니 엠마와 친구 앨리스 러셀, 그리고 보든 가의 가정부 브리짓 설리번이 증인으로 나선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알려지며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정황상 리지가 범인일 가능성이 컸지만, 물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풀려났고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다. 뮤지컬 역시 실제 사건을 충실하게 따르지만, 누가 범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 찾기’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흔한 스릴러 작품과 달리 애초 공연을 통해 진범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이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구조에 집중한다.무대는 앙상블 없이 여성 배우 4명만 등장해 시종일관 강렬한 록 콘서트를 이어간다. 공연장을 뚫는 시원한 외침 속 곳곳에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상징과 비유가 가득하다. 특히 ‘도끼’는 살인 도구이면서 동시에 여성을 옥죄는 낡은 관습과 사회를 끊어내는 저항의 도구로 활용된다.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뮤지컬 넘버로 엮은 10여분의 커튼콜은 뮤지컬을 순식간에 록 페스티벌로 바꿔놓는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은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환호와 함성 대신 뜨거운 박수로 배우들과 소통한다.여성 서사에 있어 한 걸음 더 나아간 작품이지만, 원작 영어 대사를 직역한 듯한 일부 어색한 표현과 마이크를 과도하게 활용한 안무 등은 팬들 사이에서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몰랐다”vs 통합당 “믿을 국민 없다”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몰랐다”vs 통합당 “믿을 국민 없다”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후폭풍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으로 자진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총선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야권은 “민주당이 총선 기간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명확한 진위 파악을 요구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24일 국회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사전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시당 당직자도 구체적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며 민주당이 차원에서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정치권이 사건 실체와 상관없는 정치프레임으로 문제를 확장하는데 이건 ‘2차 가해’다”라며 “이같은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이 사건의 은폐를 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용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에서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한 것도 모자라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하고, 사퇴 확인서를 공증까지 받았다”며 “집무실에서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사퇴 시점까지 조율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 기간에 벌어지고 총선 이후에 사퇴했다. 공권력을 동원한 은폐가 일어난 중차대한 사건”이라며 “이와 관련해 당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사법당국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일벌백계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민주당은 오거돈 개인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도 이날 “민주당은 몰랐던 일이라고 발뺌하지만 이를 믿을 국민은 없다. 사건 발생부터 사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의혹이 남지 않게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특히 민주당 내에 반복되는 성문제를 지적했다. 심 대행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이후로 민주당 인사 성추행 의혹은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원종건씨가 미투로 출마를 포기했다. 김남국 당선인도 여성 비하와 성희롱을 일삼은 팟캐스트에 출연했다”며 “오 전 시장 사건은 사과와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성 관련 일탈행위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인권과 도덕은 허울뿐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낼 지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관련 질문에 “재보궐 선거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다”라며 “부산시민들께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재보궐 선거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다만 여야 후보군으로 민주당 김영춘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통합당 김세연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미투라고 고백했다… 내 유일한 ‘증거’니까

    #미투라고 고백했다… 내 유일한 ‘증거’니까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브리 리 지음/송예슬 옮김/카라칼/504쪽/1만 8500원성폭력을 당한 많은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혼자만의 아픔을 평생 삭이며 살아간다. 주변의 살갑지 않은 시선에 더해 인권침해며 성적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한 법 체계가 여성 피해자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돌풍은 바로 그런 피해 여성의 힘겨운 입지를 정색하고 돌아보게 한 전환적 계기임에 틀림없다. 호주의 작가 겸 여성운동가 브리 리가 쓴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은 성폭력의 아픔과 문제를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게 하는 고백록이자 고발서로 읽힌다. 성폭력 피해 여성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을 법적·사회적 시스템에서 찾아내면서 여성들에게 ‘숨지 말고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외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무고한 사람 한 명이 갇히는 것보다 범죄자 10명을 풀어주는 게 낫다.’ 증거재판주의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관련해 회자되는 영국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의 유명한 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무고한 한 명’을 위해 ‘범죄자 100명’을 놓쳐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도 성폭력 희생자였던 저자는 “만약 벤저민 프랭클린이 여자아이 100명이 강간당한 사건을 마주했더라면 뭐라고 말했을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반문한다.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 인지성이 결여된 무죄 추정의 원칙만 들이대는 게 얼마나 일방적이고 무모한지를 조근조근 따져 묻는다.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은 불법행위의 원인 제공자가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법률 원칙이다. 사람의 머리를 한 대 쳤는데 그의 두개골이 계란껍질처럼 얇아 사망했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망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원칙. 여기에서 저자는 피해자 자리에 육체적,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놓는다. 호주에서 여성, 특히 성범죄 피해 여성의 입지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가 인용한 통계를 보면 호주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 가운데 3분의1 정도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고발조차 하지 않는다. 저자는 재판연구원으로 일할 때 성범죄 재판의 배심원단에서 자신을 빼줄 것을 요청하는 여성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들도 성범죄 피해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은 절반 정도를 성범죄 사건 재판에 할애, 피해 여성의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을 법과 관습의 차원에서 촘촘하게 들춰낸다. 술자리에서 잠든 여성을 강간하고도 유죄 평결을 받지 않은 ‘필립스 사건’은 대표적 사례다. 확실한 물적·인적 증거가 없고 사건 당시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재판연구원으로서 침묵하고 중립을 지켜야 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 꼭 말해 주고 싶었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괴물이 세상에 정말 존재한다”고 회고한다. 어린 시절 오빠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한 저자는 로스쿨 졸업 후에도 자해를 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적 증상임을 알게 됐고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했던 가해자를 찾아내 법정에 세웠다. 저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진 가장 큰 증거이자 무기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용기는 두려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야당 “성폭력 꼬리 자르기 절대 안 돼”

    야당 “성폭력 꼬리 자르기 절대 안 돼”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23일 사퇴하자 민주당에 책임을 물으며 몰아세웠다.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현역 광역단체장이 자신의 입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사퇴하는,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라면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열린민주당 소속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사건, 민주당 김남국 당선자의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을 거론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은 불과 6개월 전 또 다른 미투 의혹이 불거졌던 전례가 있다”며 “오 전 시장은 이를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고 항변했지만, 차제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그는 자신의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표현했다”며 “강제추행은 성폭력이며, 그의 행위는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라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변인은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 변화를 꾀해야 한다. 민주당도 이 사태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오 전 시장의 사퇴가 ‘꼬리 자르기’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철저한 보호를 전제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오거돈 시장, 성추행 추락

    오거돈 시장, 성추행 추락

    성추행 사실 인정… 경찰, 수사 착수피해자 “처벌 가능 명백한 성범죄”안희정 이어 ‘미투’로 불명예 퇴진한때 ‘미투 의혹’에 휩싸였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결국 성추행 파문으로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면서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고자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부산시 한 여직원을 7층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강제 추행했다. 그는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을 안다”면서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 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장 발표 말미에 한 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 3전4기의 도전 끝에…”라는 대목에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런 부끄러운 퇴장을 보여 드리게 돼 너무 죄송스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며 “부산을 너무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 스스로 부산시 여직원이라고 밝힌 피해 여성은 그동안 변호인을 통해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촉구해 왔다. 피해 여성은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오 시장 수행비서 호출을 받았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갔는데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그것은 법적 처벌 가능한 명백한 성범죄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혀 예상치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네 번의 도전 끝에 2018년 6월 부산시장이 됐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실시 이래 부산에서 나온 첫 진보 출신 단체장이다. 부산 시정은 변성완 행정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오 전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공직선거법 35조에 따라 매년 4월 첫째 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만큼 내년 4월 7일에 치러진다. 오 전 시장 사임 통지서는 이날 부산시의회에 접수돼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대국민 사과…통합당, 검찰 수사 촉구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대국민 사과…통합당, 검찰 수사 촉구

    24일 윤리심판원 열어 오 시장 제명키로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민주당은 즉각 오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해 24일 중 윤리심판원을 열어 그를 당에서 제명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앞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면담하던 한 여성의 신체를 만져 성추행한 일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민주당은 성추행 등 성 비위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왔다. 오 시장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칙하에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윤호중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 사무총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이 회견 계획이 있다는 것을 오전 9시 30분경 부산시당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게 됐다”면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제명 이외에 다른 조치를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일 당장 윤리심판원 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징계절차에 착수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하게 징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무총장은 오 시장이 성추행 사건을 바로 당에 알리지 않은 경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오 시장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발생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늦춰온 데 대한 부산시당의 답변은 ‘피해자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얘기해서 그렇게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오 시장 보좌진이 성추행 사실을 알리는 것을 4·15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조치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사무총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당 고위인사의 성 관련 문제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우리 당의 선출직 공직자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성평등·성인지 감수성 부분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도 이런 소문이 있는 경우 단 한 분도 공천을 주지 않았다. 공직자 자격기준을 강화해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안희정·정봉주…성관련 문제 이번만이 아냐” 미래통합당은 이에 대해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현역 광역단체장이 자신의 입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 사퇴하는,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라면서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김남국 당선인의 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을 일일이 거론했다. 김 대변인은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면서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정오규 부산 서동구 전 당협위원장은 “성추행 시기가 ‘4월 초’라면 21대 총선이 들어갈 무렵”이라면서 “선거를 위해서 숨기고 있었는지,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알고 있었는지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본인이 스스로 한 것인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면서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오거돈 부산시장 전격 사퇴… 여성 신체접촉

    오거돈 부산시장 전격 사퇴… 여성 신체접촉

    오거돈 부산시장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을 안다“며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오시장은 또 “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며“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사죄하고 참회하면서 평생 과오를 짊어지고 살겠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며 흐느꼈다.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최근 오시장에 대해 미투 의혹이 불거진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이 변호인을 통해 오시장의 사퇴를 촉구한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시장의 전격 사퇴로 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 치러질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국내 입양 문제 많아… 법 개정 힘쓸 것”

    “국내 입양 문제 많아… 법 개정 힘쓸 것”

    “3교대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소녀가 변호사도 되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제가 살아온 삶처럼 누구든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꿈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에서 상대 당 현역을 꺾은 미래통합당 김미애(50) 당선자는 22일 10대 때 근무했던 방직공장 인근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본인의 “기적과 같은 인생의 환경이 돼 준 대한민국이 바로 기적”이라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꿈꾸고 노력하면 이룰수 있는 세상돼야” 김 당선자는 ‘여공 출신 배지’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다. 1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 탓에 고교 1학년인 17세 때 중퇴한 뒤 봉제공장 여공, 잡화점 판매원, 식당 서빙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보니 힘든 일도 많았다. 그래서 약자를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돼야 겠다고 마음먹고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29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 과정에 늦깎이로 진학해 하루 15시간 이상씩 공부하며 줄곧 과 수석자리를 지켰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미혼이지만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의 아들과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다. 싱글맘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국내 입양제도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됐으나 출생신고법 등 법적 장애가 많아 오히려 국내 입양은 줄어들었다”면서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부산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및 인권위원장, 미투 법률지원단장을 역임하는 등 여성, 인권, 아동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홀로된 아이들을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우리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국회에 들어가면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너진 공정·정의… 바로 잡도록 노력” 김 당선자는 도전적인 삶을 살면서 왜 진보가 아닌 보수를 선택했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자랄 때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 보수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가 다시 자리잡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21대 국회에서 주목되는 초선으로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미래한국당 윤주경(비례 1번) 당선자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용우(경기 고양정) 당선자를 지목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손석희 앵커님께’ 썼던 미투 피해자 박진성 시인, JTBC에 승소

    ‘손석희 앵커님께’ 썼던 미투 피해자 박진성 시인, JTBC에 승소

    박진성 시인이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JTBC의 허위보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상당한 금액이 배상 액수로 책정되었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문단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활발할 때 가짜 성폭력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로 몰려 시집이 출간정지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2016년 10월 한 여성이 박 시인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으나 2017년 9월 대전지검으로부터 박 시인은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박 시인은 “‘피고 손석희’ 다섯 글자를 쳐다보는데 많은 감정이 오간다”며 “확인되지 않은 허위 보도에 대한 책임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인정해 주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아니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작은 선례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JTBC는 허위 보도뿐만 아니라 가장 악랄하게 저를 무고하고, 또한 무고를 주동했던 탁수정을 무려 ‘뉴스룸’에 초대했던 방송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시인은 ‘손석희 앵커님께’란 시를 써서 “의혹만으로/ 진술만으로 그리고/ 눈물만으로 여럿 인생/ 파탄 내 놓고/ 그간 안녕하셨습니까”라고 비판한 바 있다.그는 지난 17일에도 YTN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는데 더 이상의 정정보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정정보도는 청구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탁수정씨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박 시인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실을 수집했으며 ‘미투’ 활동가로 JTBC에 출연했다. 탁씨는 JTBC 방송에서 성폭력 가해자는 자수하고, 다시는 누구를 가르치지 않아야 된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또 맞고소 당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중고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탁씨는 박 시인이 괴로움에 못 이겨 자살 시도를 하자 이 사실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롱하기도 했다. 탁씨의 JTBC 출연에 대해 박 시인은 “피해자들의 숨 못쉬는 고통을 이용해서 자신의 숨구멍 크게 하려고 하지 마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오인받아 미투운동 피해자가 된 박 시인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제 이후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건 처리보단 정책 중심으로…중요성 커진 양성평등정책담당관 1년

    사건 처리보단 정책 중심으로…중요성 커진 양성평등정책담당관 1년

    본래 업무는 성평등 정책 수립이지만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집중 등 한계 ‘성’과 관련된 업무면 무작정 떠맡기고 업무 무관한데 여성 민원인 보낸 정황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만 해야”성평등 정책을 만들고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각 부처에 신설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조직 내 성폭력 사건 처리에 시달리는 등 소기의 목적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실질화를 위한 젠더거버넌스 강화방안: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지난해 5월 교육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8개 부처에 설치됐다.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 등을 계기로 노동, 예술, 교육 등 각 분야의 성폭력 방지 정책과 성차별 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담당관실에는 6~11명의 인원이 배정됐고 주요 업무는 ▲성평등 관련 정책 수립 및 총괄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의 수립 ▲성평등 문화 확산 등이다. 보고서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의 업무가 성폭력·성희롱 사건 처리에 집중되는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설치된 한 부처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을 담당하는 실무 부서로 사건이 넘어가기 전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에서 기본 조사를 하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의 역할에 ‘성희롱·성폭력 피해 구제에 대한 관리 및 지원 총괄’ 기능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기능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성’과 관련된 업무가 모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에게 전가되거나 민원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평등과 무관한 업무를 담당관에게 떠맡기는 정황도 확인됐다. 심지어 청소년, 노인 대상 업무까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담당하고 성인지 예산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우리 업무와 상관없이 청소년, 노인 업무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협의체를 통해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성 관련 업무를 떠맡는 등 업무 혼선이 있었다”면서 “현재는 한 달에 한 번 실시하는 협의체에서 관련 문제점을 시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성폭력 사건 처리는 실무 부서에서 맡고,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연구위원은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 등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대응책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례”라며 “여성가족부와 8개 부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모이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협의체를 제도화하고 담당관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미투’ 한복판… 詩로는 차마 못다 한 고백

    ‘미투’ 한복판… 詩로는 차마 못다 한 고백

    한국 문단에 ‘미투’를 촉발한 최영미 시인이 9년 만에 산문집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냈다. 그는 지난해 6월 신작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이어 올 초 ‘돼지들에게’를 재출간하면서 시로는 못다 한 자신의 직접적인 소회를 드러냈다. 시인이 다시금 환기하는 풍경 중 하나는 폭력으로 점철된 1987년 운동권 문화다. “K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 일이 있은 뒤 내게 사과하기는커녕 뻔뻔하게도 나만 보면 징그럽게 웃는 그를 마주치기가 역겨웠다. 같이 일하던 선배 언니에게 K의 추행 사실을 알렸을 때, 그녀는 내게 말했다. ‘운동을 계속하려면 이보다 더한 일도 참아야 돼.’”(219~220쪽)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한 남성 활동가, 그들에 가려진 여성들의 위태위태했던 일상, 그를 보며 느끼는 구토에 대해 가감 없이 일갈한다. 맨몸으로 ‘미투’의 한복판에서 느낀 소회야말로 ‘미투’의 의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총망라한다. “저는 싸우려고 시를 쓴 게 아닙니다. 알리려고 썼습니다. 미투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겼지만 남자와 여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날을 위해 더 전진해야 합니다.”(203쪽)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쓴 베스트셀러 시인인데도 ‘근로장려금’ 대상자가 된 현실, 치매 노모 간호 등 일상에서 겪는 감상도 담았다. ‘미투 투사’가 아닌, 시인이자 생활인으로서 삶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가부, 기업 맞춤형 양성평등 컨설팅 본격화

    여가부, 기업 맞춤형 양성평등 컨설팅 본격화

    ‘성별균형 포용성장 자문’ 참여기업 모집 “인사제도 등 변화할 수 있게 다각 지원” 여성가족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양성평등 컨설팅을 본격화한다. 여가부는 성별균형 포용성장 맞춤형 기업 자문제도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일선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관리 전반의 성별 균형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실행계획을 제안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이후 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결과 큰 호응을 받았다. 가령 여가부는 여성 직원의 비율이 38.7%인데 비해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었던 A저축은행에 대해 여성 임원 양성 계획 수립과 승진 후보군 확보를 위한 육아휴직자 불이익 방지 인사규정 개정, 여성 관리자 리더십 강화 교육을 설계해 제안했다. 여성 관리자와 임원이 전혀 없고 ‘미투’가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된 이후 오히려 여성을 기피하는 문화가 만연한 B공기업에 대해선 상담을 통해 평가 시 외부 위원이 참여하고 인사위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지난해 남성 노동자 비중이 높은 기업이 대다수 자문에 참여했는데 기업 현장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기업의 인사제도와 조직문화가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서울포토]한국농아인협회 회장 성폭력 고발 기자회견

    [서울포토]한국농아인협회 회장 성폭력 고발 기자회견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전국농여성미투연대 한국농아인협회 회장 성폭력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아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이 2004년 장애인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2020.4.13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유명 여가수와 사귀다 아웃팅당했다” 루머 퍼트린 여성 벌금형

    “유명 여가수와 사귀다 아웃팅당했다” 루머 퍼트린 여성 벌금형

    인터넷에 자신이 여가수와 사귀다가 헤어진 뒤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것)당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이고은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원생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월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려 “모 가수가 노래까지 만들어 고백해 와서 2013년 초 잠깐 사귀다 헤어졌는데, 그 뒤 나에 대해 거짓말을 퍼트리며 아웃팅 했다”고 쓴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A씨는 이 글에서 “이 가수가 나에 대해 심각한 행위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나는 문과라서 컴퓨터를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이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문제의 게시물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명 가수인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적어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범행 수법이나 게시물의 파급력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한국판 소돔 120일

    [정승민의 막론하고] 한국판 소돔 120일

    감히 엄두도 나지 않던 어린시절의 성인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정성스레 복원해서 공짜로 틀어 주는 덕택이다. 지금은 작고했거나 원로가 된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이나 문어체적 발성은 어색함을 주면서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준다. 하지만 되찾은 과거가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눈에 띈다. 남성의 명령이나 요구에 미적거리다가 당하는 손찌검이 다반사다. ‘잘못했어요’는 어느 영화에서도 빠지지 않는 히로인의 클리셰다.  야만적인 협박과 폭행에 짓밟힌 여성들의 시대상을 의식하게 되니 뒷맛이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옛날 영화에서 성차별을 인지할 만큼 지금 사회는 보다 여성친화적 세상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봉건적 권위주의와 독재의 폭력구조가 민주주의로 대체된 지도 한 세대가 흘렀으니 말이다. 실제로 얼마 전 미투(#Me Too) 캠페인도 위드유(#With Yoo)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성과를 낳지 않았는가.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은 21세기의 서울이 성에 관한 한 여전히 강압적이고 기괴한 사회임을 일깨우고 있다. 여성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온갖 엽기적 행위를 담은 영상을 모바일 메신저로 거래했다고 한다. 해킹이나 농간으로 주소나 주민번호를 알아낸 뒤 그 신상정보를 담보로 피해자를 ‘노예’로 만들었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피해 여성의 몸에 ‘노예’라는 표식을 새기게 했다. 몇몇의 가학적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다. 최대 26만명이 금전과 영상을 주고받았다.   참으로 인간은 호모 에로티쿠스다. 생식 이외에 성을 다용도로 쓰는 종은 사람 말고는 없다. 하지만 색욕을 빙자해서 상대의 인격을 파괴하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겨 주는 것은 변태이고 범죄이다. 사디즘을 낳게 한 사드 후작은 소설 ‘소돔 120일’에서 인간의 극단적 욕망이 다다른 극한의 경지를 파헤친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귀족과 성직자, 세리와 판사로 구성된 4인조 호색한이 미성년자들을 약취유괴(略取誘拐)하여 몬도가네적 행위를 일삼다가 찍는 마침표는 살인이다.   책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은 철저히 사물로 취급된다. ‘주인 나리’가 만든 규칙과 질서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말하는 짐승’이다. 상상을 넘어서는 기괴한 설정에 잔혹한 행위가 뒤따른다. 매질하고 칼질하고 오물을 먹게 한다. 상대를 물건으로 전락시켜 고통을 주는 사디스트가 왜 여기서 유래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인간 해방을 추구한 18세기 혁명의 시대에 이미 사드는 성이 지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파괴와 공격의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의 내면에 어떤 계기로 욕망의 불씨가 떨어지면 추악한 범죄의 대폭발이 일어나곤 한다.  여성으로 대변되는 약자를 파멸시키고 신상정보와 돈을 가진 강자가 가학적 욕망을 충족하는 n번방·박사방 사건은 ‘한국판 소돔 120일’에 다름 아니다. ‘가장 추악한 행위에서 가장 큰 쾌락을 추구한다’는 작중 인물의 모토가 서울에서 현실화됐다. ‘불행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관능적인 쾌감은 없다’는 허구는 실화로 바뀌었다. 무자비하게 분출하면서 잔악한 범죄로 이어지는 성충동이 인간사에서 끊임없이 날뛰고 되풀이된다면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인간에게 진보와 개선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인간의 문명은 러브레터의 변형이라고도 한다. 성적 에너지가 생명 에너지이기도 한 때문이다. 물론 이성이 충동을 제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맘대로, 멋대로 하고 싶은 ‘우리 본성의 악마’를 주저앉히고 선한 천사를 북돋는 것이 지성과 교육의 역할이다. 이성의 상수도가 제대로 흘러가면 본능의 하수도도 범람하지 않는 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고 감시하라는 공구신독(恐懼愼獨)의 메시지를 이천년이 지나도 음미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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