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 “대통령 지시 기억안나요”/행정지원요원 채용 무관심
◎감사원·외교부·과기부 등 5곳 “필요없다”/노동부·복지부·국세청 1,000명 이상 요청
‘대졸 미취업자의 취업난도 남의 일이요,대통령 지시도 마이동풍’ 대졸 미취업자를 흡수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지원요원 채용사업에 대한 일부 부처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행정자치부가 99년에 대졸 미취업자 1만명을 채용하기 위해 최근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다.
金大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도입되는 이 사업은 당초 ‘인턴 공무원’채용이었다.그러나 ‘인턴’이 공무원 임용을 전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행정지원요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극심한 취업난이 사회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그것도 대통령의 뜻에 따른 사업임에도 아예 외면하거나,사업취지를 무색케하는 소 규모의 인원을 신청한 부처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행정지원요원이 필요치 않다고 답하거나,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은 장관급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은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국가안전기획부를 빼더라도 6곳이나 됐다.감사원과 기획예산위원회,국무조정실,외교통상부,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 등이다.
처·청 단위에서도 법제처와 예산청,조달청,검찰청,경찰청,중소기업청,특허청,식품의약품안전청,철도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른바 힘꽤나 쓴다는 기관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극소수의 인원을 신청해 과연 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의심케하는 기관도 적지 않았다.재정경제부는 단 1명을 신청했고,통일부와 정보통신부는 4명,국방부는 7명,건설교통부는 9명,문화관광부는 10명을 적어냈다.
반면 노동부는 고용신청 접수요원 등으로 1,844명,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복지요원 등으로 1,063명,국세청은 세무보조요원 등으로 1,074명을 요청했다. 기상청도 기관 규모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46명을 쓰겠다고 회신했다.
대졸 미취업자의 고용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현안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생산성’에도 적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8일 “이번 수요조사 결과는 결국 이 제도에 대한 기관장의 관심 정도와 비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대졸 미취업자가 업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귀찮다는 생각으로 외면하고 있다면 솔직히 실망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행정지원요원에 대한 1차 수요조사 결과 중앙행정부처에서 5,001명을 신청해 지방자치단체를 합치면 목표수치인 1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기관간 균형을 위해 2차 수요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