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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⑤] 알브란트 “유엔 대북 제재·美 최대압박 통한다는 건 환상”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⑤] 알브란트 “유엔 대북 제재·美 최대압박 통한다는 건 환상”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효과가 약화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미국이 책임이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 전문가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최대압박’ 정책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제재 효과가 약해지는 것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지렛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비상임 연구원을 맡고 있는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지난 7일(현지시간) 38노스에 올린 글을 통해 “대북 제재에 관한 한 미국의 정책입안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은 유엔 제재가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자산이며, 그 바늘침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9일 전했다. 알브란트는 유엔과 싱크탱크, 국제기구, 정부 조직 등에서 경험을 쌓은 기간만 25년 이상이 되고 프랑스어와 만다린을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38노스 홈페이지 프로필 란에 소게돼 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 캠페인이 “폐차 직전”이라며 미국의 잘못도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제재위 전문가패널의 감시 및 이행개선 조치 권고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로 자초한 상처의 결과로 이런 곤경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완전하진 않지만 결정적인 압박의 원천, 즉 제재가 약화하는 것은 북한을 더 강한 위치에 둘 것이라고 우려했다.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임계점 아래에서 핵 능력을 계속 개발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 부족에 대한 잘못과 실패를 인정하거나 접근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 결렬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과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북미가 또다른 위기로 향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훨씬 더 강력하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외견상 북한을 응징하고 뭔가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체로 목표가 돼 왔지만 그 목표조차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 3년 후인 올해 환율, 연료와 쌀 가격 등에서 북한이 거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며 최대압박 정책은 성공한 모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또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새로운 결의와 다양한 수단의 이행이 필요하지만 2017년 채택된 결의안이 마지막이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실험을 자제한다면 유엔 안보리가 질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제재 조항이 채택될 시기에 북한은 이미 그것을 기피할 조치를 시작해 왔다면서 금지품목 사전 비축, 회피 기술의 급속한 확산,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꼽았다. 특히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향후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다며 “이런 도전 과제에 직면해 제재의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브란트는 유엔 안보리의 무능함과 대북제재위를 향한 방해 작업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결의안이 없을 경우 기존 유엔 1718 결의안에 따라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안보리 회원국 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무능력함이 잠재적 조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불화(bad blood)가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에도 스며들어 독립성과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증가했고,실제로 지난 8월 펴낸 중간 보고서는 감시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따라 이전 보고서의 절반 규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를 감시하고 보고하면서 이행 향상을 위한 조치를 권고하는 능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제재위의 의견충돌이 제재 시행을 방해하는 사례로 2017년 ‘결의안 2397’에 따른 북한의 연간 원유 공급량 50만t 제한 규정을 꼽았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이 한도를 넘었다는 정보를 제출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계산의 타당성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언론과 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고, 전문가패널이 다른 회원국이 제기한 계산 우려 등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채 북한이 한도를 위반했다고 결정하길 기대했다고 한다. 그는 “한 문제가 제재위에서 매우 정치화할 때 패널이 교착상태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마술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지난해 9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제재위 보고서에 포함됐던 러시아의 제재 위반 내용을 러시아가 빼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제삼은 일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의 위반사항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둔 채 러시아의 입장을 세 문장 반영한 패널 보고서가 안보리에 제출됐는데, 헤일리 대사는 그 문장까지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알브란트는 이 보고서가 역대 어느 것보다 가장 강력했는데도 헤일리가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작은 절차적 잘못을 과장했음이 드러날까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적 관계 역시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직통 전화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이 폭넓은 국가와 확고한 경제·외교적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관계는 외교 담당자가 전세계에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며 미중 무역전쟁, 한일 다툼, 북미협상 교착, 미국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 부족 역시 다른 나라가 제제 집행에 무관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알브란트의 원고 전문 보러가기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닮아가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닮아가는 중국

    중국 인민은행이 갑작스레 전국적인 가계부채 실태 조사에 나선다. 중국은 이미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와 고질적인 기업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인민은행이 이달 중순부터 중국 전역의 3만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과 소비지출, 금융자산, 주택담보대출, 기타 부채 등 가계금융 현황을 전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가계부채의 상환 능력을 점검하고 거시 경제정책을 마련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절반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가계금융 현황 조사는 은행 지점에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뤄진다. 롄핑(連平) 자오퉁(交通)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가계 대차대조표 조사는 일반 가계의 전반적인 부채 상황과 구조, 이에 영향을 받는 소비 능력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미국과 영국, 일본 선진국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국면에서 그 비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바람에 중국 금융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인민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중국 가계부문의 부채 잔액은 무려 40조 5000억 위안(약 6830조원)에 이른다. 전년보다는 21.4%, 2008년보다는 7.1배나 폭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7.9%에서 2017년 48.4%로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6.2%로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속도가 가팔라진 상황에서 가계부채 비율을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2.1%포인트 상승한 55.3%에 이른다고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이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6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때문에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42.7%에서 지난해 117.2%로 치솟아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13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1%로 하락했다. 류레이(劉磊) 국가금융·발전실험실 국가자산부채표연구센터 연구원은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부동산 자산에서 비롯된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만큼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수요가 많은 까닭이다. 중국 시난(西南)재경대학 연구팀이 2017년 중국 도시 지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이 이 지역 가구 자산의 78%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계속해서 부동산 부문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말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나 급증한 28조 위안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구입 대출은 금융기관의 가계부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택구입대출이 중국의 가계부채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주거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을 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투기’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집값이 폭락하면 금융기관이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데 있다. 이런 금융기관이 많아지고 금액이 크면 클수록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SCMP는 “주택담보대출이 중국 전체 가계대출의 54%에 이른다”며 “가계부채 실태 조사는 중국의 가계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것이 국가 차원에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보다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개인대출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 금융기관들은 대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든 개인이든 상관치 않으며 기본적으로 부동산이든 월급이든 담보를 잡고서야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인민은행 신용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대출자는 5억 40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6000만명이 늘어나는 등 지난 3년간 신규 대출자는 1억 6000만명, 현금서비스와 대부업체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2억명 정도가 새로 늘어났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황제 대접’을 받고 자라난 20대의 과도한 소비 성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9년까지 태어난 3억 3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미국인들처럼 저축보다는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차이나의 시장 조사·고객 정보 담당자는 중국 자동차 구매자 중 4분의 1 가량이 30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30대 미만의 자동차 구매자는 오는 2025년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 소속 계열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Ant Finacial) 등과 같은 온라인 대출업체들이 제공하는 단기 대출도 20대들의 소비 성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대출 추천사이트 룽360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대출을 받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절반 가량이 1990년대생들이다. 이들은 여러 대출업체에서 대출을 받았으며 3분의 1 가량은 다른 빚을 갚기 위해 단기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대출을 갚지 못했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출 방식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간편결제수단 알리페이에 내장된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대출 ‘화베이’(花唄)이다. 마이진푸가 2015년 4월 출시한 화베이를 통해 대출해준 규모가 1조 위안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WSJ가 전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의 한 축구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양후이쉬안(楊慧軒·22)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화베이를 알게 됐고 외식비와 화장품값, 옷값을 내기 위해 매달 100달러 정도를 빌려 썼다”면서 “화베이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내가 실제로 돈을 안 쓰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마케팅 직종에서 근무하는 류비팅(劉碧婷·25)도 1만 위안에 이르는 급여를 임대료와 외식, 취미생활 등에 모두 지출한다. 그는 “우리 세대는 돈을 써아할 물건 정도로 여긴다”면서 “우리는 (부모세대와 달리) 저축도 잘 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만큼 해외를 방문한 중국인들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이트 셰청(携程·Ctrip)과 마스터카드 등에 따르면 이들은 1980년대생보다 여행당 지출 규모도 더 큰 편이다. 20대들의 자유분방한 소비는 중국 경제 다변화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비바(阿里巴巴), 중국 최대의 인터넷 및 게임서비스 업체 텅쉰(騰訊·Tencent) 등 정보기술(IT)기업의 성장을 도운게 사실이지만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도 불러왔다고 WSJ는 비판했다. 소비생활을 위한 가계대출은 결국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탓에 이미 높은 수준인 정부부채와 급증하는 기업부채와 더불어 중국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오둥(陶冬) 홍콩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대(중국 20대)은 불황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어떤 소비자 대출 붐도 항상 시험을 받게 된다. 예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미 정부, 미중 무역협상 깜짝 발표로 탄핵 정국 돌파하나

    미 정부, 미중 무역협상 깜짝 발표로 탄핵 정국 돌파하나

    미국 백악관이 다음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깜짝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중국과 ‘스몰딜’에 합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등에 “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해) 전망하지 않겠지만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은 일부 (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비록 작은 양이지만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어 “(이번 미중 협상에는) 모든 것은 대화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우리는 지난 5월 회담 당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조사는 (미중)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면서 “다만 홍콩 민주주의 시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는 중국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 5월 10일 관세 인상으로 미중 갈등이 크게 고조됐지만 양측은 최근 한 달 사이 관세 보류와 농산물 수입 확대 등 한 발씩 양보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통상시스템 개혁을 포함해 굵직한 쟁점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지만 미중 고위급 대표단은 이번 협상에서 접점을 찾는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CNBC 등은 트럼프 정부가 최근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 제한 및 기존 거래 종목 상장 폐지를 검토 중이며, 연기금 등 미 기관 투자자들 중국 금융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중국 주식시장 ‘저승사자’ 류스위, 부패 조사 뒤 해임

    중국 주식시장 ‘저승사자’ 류스위, 부패 조사 뒤 해임

    지난해 중국 증시 폭락 등 이유로 물러났던 류스위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임(장관급)이 당국의 반부패 조사를 받은 뒤 해임 처분을 받아 정부 직위에서 배제됐다. 중국 공산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4일 밤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류 전 주임이 당의 정치 기율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금품을 받았고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사익 추구를 도왔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증권 당국 수장에 올랐다가 지난 1월 물러나 중화전국공급소비합작총사(ACFSMC)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5월부터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류 전 증감회 주석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척결로 낙마시킨 고위인사 가운데 세 번째다. 그가 증감회 주석 재임 3년간 고향인 장쑤성 관내 난징은행 등 22개 금융기관을 비롯해 900개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탈법과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랑망 등 중국 매체들이 소개했다. 류 전 주임은 인민은행 부행장과 농업은행 회장 등을 거쳐 2016년 2월 중국 증권당국 수장인 증감위 주임에 올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상하이증시가 폭락하자 그를 소방수로 투입했다. 금융감독 업무에 정통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증시 폭락의 원흉으로 투기세력을 지목한 뒤 “개인투자자 피를 빨아먹는 ‘악어’(투기세력)를 근절시키겠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중국 증시가 또다시 폭락하자 올해 1월 한직으로 여겨지는 ACFSMC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24.6% 폭락해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크게 떨어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식은 동북아 신냉전(新冷戰) 체제가 엄습하고 있다는 상징적 행사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은 패권국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다는 G2의 군사굴기 선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톈안먼 망루에 올라 70년 전 “중국인이 일어섰다”고 외친 마오쩌둥처럼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했다.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의 굴욕과 치욕을 딛고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을 건설한 중국 공산당이 세계 최강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인 것이다. 시 주석이 밝힌 것처럼 신중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의 길은 명확하다. 중국식 사회주의, 즉 정치적으로 마오쩌둥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공산당 영도와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귀결되는 국가자본주의라는 양대 축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증폭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최근의 홍콩 사태,그리고 경제침체·빈부격차 등 대내외적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 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함성과 비례해 이웃 나라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는 덩샤오핑의 유언(도광양회)을 받들어 은인자중하는 측면이 컸다. 때론 유연하고 때론 포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주변 이웃 국들과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역시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해 갔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화민족주의는 더욱 거칠어졌다. 이 시기에 일어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대표적이다. 힘을 통해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키려는 패권주의적 본질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작금의 호전적 중국 민족주의의 뿌리는 마오쩌둥에 맥이 닿는다. 미중 패권 전쟁 개시와 함께 중국인들은 미국과 소련에 맞서 당당하게 ‘노’라고 말한 마오를 그리워한다.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東風壓倒西風)는 1960년대의 문화대혁명 당시 슬로건이 2019년 지금 중국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자유, 평화,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존경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대국으로 성공하고 군사대국으로 근육질을 자랑한다고 해서 ‘중국 모델’이 세계인들의 박수 갈채를 받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전후 경제적 성공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이었지만 그들의 추한 탐욕 때문에 ‘이코노믹 애니멀’(경제 동물)로 지탄을 받았지 않았던가. 세계의 리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 측면의 하드웨어 이외에 보다 매력적인 정치적 이념과 문화 등의 소프트 파워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군사적 성공은 하루아침에 국제사회의 역풍을 잉태한 대국주의로 변질될 소지가 많다. 개인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이웃이나 남의 나라를 무시하거나 교만해지면 결국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최근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홍콩 사태를 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역시 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했다. 미중 간 패권 싸움은 단기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치이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식으로 동맹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한미동맹은 중국이 간섭할 수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동북아 중견국으로서 숙명적인 지정학적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우리의 국익 극대화 법칙은 자명하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한반도는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완충·중립지대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의 국익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이자 최대 경제협력국인 중국 사이에서 있는 만큼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시각은 위험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골라 잡는 식의 편승외교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 영구 분단을 자초하는 길이다. oilman@seoul.co.kr
  • “백악관, 대중 투자 차단 메모 회람”… 미국, 금융전쟁 개시하나

    “백악관, 대중 투자 차단 메모 회람”… 미국, 금융전쟁 개시하나

    미중 갈등이 무역과 환율을 넘어 금융 분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자본시장에서 중국의 돈줄을 죄는 카드를 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는 10일 미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측이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보인다. CNBC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지난주 초 중국 주식에 미 자본 투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는 내용의 메모를 돌려 봤다”고 전했다. 구체적 정책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중국 투자를 차단해야 하는 이유는 포함돼 있었다고 CNBC는 덧붙였다. 이 메모에는 “9월 30일∼10월 4일 사이에 정부와 백악관 관계자들이 모여 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조정위원회를 열자”고 써 있었다. 앞서 CNBC와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이 미 자본의 중국 기업 투자를 규제하는 안을 심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상장 폐지하거나 미 정부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사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에 시장이 술렁이자 미 재무부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블룸버그통신 등의 기사 내용 가운데 절반 이상은 매우 부정확하거나 완전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NBC의 이날 보도로 백악관이 중국 투자 규제 방안을 실제로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미공급관리협회가 이날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49.1에서 9월 47.8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2009년 6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PMI는 기업 구매 책임자 설문조사를 토대로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책임론을 또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 연준은 최악의 적이다.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2년째 무역전쟁, 커지는 반중 정서… 위협받는 시진핑 ‘힘의 외교’

    2년째 무역전쟁, 커지는 반중 정서… 위협받는 시진핑 ‘힘의 외교’

    中 급성장에 美와 통상·안보 전방위 마찰 ‘스트롱맨’ 시진핑·트럼프 갈등·휴전 반복 수출 주도형 中, 성장 둔화 등 피해 더 커 홍콩 반중 시위 격화·대만 일국양제 거부 파키스탄 ‘일대일로’ 관련 차관에 빚더미 국제사회 “빚으로 빈국 식민지화” 비판도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 리더 마오쩌둥(1893~1976)이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지 70년이 지났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제발전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고속성장으로 인한 여러 성장통도 함께 겪고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과 인도·태평양 전략 등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수십년간 신성불가침 원칙으로 여겨 온 ‘하나의 중국’도 홍콩과 대만에서 위협받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월가의 베테랑 트레이더 아트 카신 UBS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는 영향이 없다. 모든 관심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중앙(CC)TV도 지난달 29일 중산 중국 상무부 부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건국 70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1년여 넘게 지속되면서 중국 무역은 전례 없는 도전을 맞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최대 현안이 무역전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상대적으로 중국의 피해가 더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500억 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이에 중국도 지지 않고 반격하면서 양측은 분쟁을 이어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갈등과 휴전을 반복해 혼란을 키웠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중국은 성장이 둔화돼 경기가 침체됐다.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하면서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라는 외교 개념을 제시했다. 세계 질서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더이상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오만함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자 미국이 이를 맞받아치듯 통상과 기술, 안보, 인권 등 전방위에 걸쳐 중국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의 팽창 전략과 미국의 억지 전략 사이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충돌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불가피한 전쟁’(2017)에서 “미중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슨은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404)을 신흥강국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 간 구조적 갈등의 결과로 설명하며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미국과 중국이 2400여년 전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위협받고 있다. 우선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은 홍콩에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부터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철회를 위한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반중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거의 매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불에 타거나 짓밟힌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이에 비례해 홍콩 시민들의 반감도 높아진 탓이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에 나선 차이잉원 총통이나 친중 성향 야당인 국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시장 모두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올해 초 연설에서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지향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차이 총통은 ‘민주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재조명받아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홍콩의 반중 시위를 계기로 “중국의 일국양제는 실패했다”는 차이 총통의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대만에서는 “차이 총통의 지지율 회복의 일등 공신은 시진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밖에도 국제사회는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신실크로드)를 명분 삼아 빚으로 저개발 국가들을 예속시키는 ‘식민주의’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와 관련해 62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왔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최근 몰디브에서 열린 ‘인도양 콘퍼런스(IOC) 2019’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는 투명성을 지향하는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려 주권을 위협한다”고 힐난했다. 중국의 팽창 전략에 관한 미 조야의 우려를 그대로 보여 줬다. 미 외교의 거두이자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일등 공신인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세력 확장 싸움인 동양의 바둑을 설명한 뒤 “중국 정치인은 힘의 대결보다는 (바둑에서처럼) 섬세한 전략으로 수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중국에도 이러한 섬세함이 요구되는 시기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중국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PPI는 0.8%로 하락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지만 7월 하락 폭(0.3%)을 크게 웃돈다. 두 달 연속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8월 하락폭은 전달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장닝(張寧) UBS 이코노미스트는 “PPI 디플레와 비식품물가 완화는 모두 성장률 모멘텀이 둔화하고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PI 부진 이어지면 기업들 디폴트 위협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7월에는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8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 국면에 빠졌던 상황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PI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 통상 디플레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PPI 부진이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의 월별 지표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을 6.0%로 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중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6.0%에서 5.7%로 0.3% 포인트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통계를 못 믿겠다며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3%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중국 중산층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중산층 사이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 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의 회사원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중국이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하락 위험에 해외자산 투자 움직임 이에 따라 일부 부자들은 해외로의 자산 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천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외 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조 1500억 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상당의 감세 정책 등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도 힘에 부치자 이달 들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9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하는 한편 금리 인하까지 추가로 단행할 태세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 관리에 금융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중국이 이런 기조와 반대로 지준율과 금리 인하 카드를 동시에 써 돈줄 풀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중국 전역 확산에 따른 ‘국민 고기’인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80.9%나 치솟았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 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중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과일값도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중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10일 돼지고기 사육 농가와 돼지고기 구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물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돼지고기를 사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각 정부 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에 환경보호를 위해 수년간 실시해 왔던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건국일 앞두고 돼지 열병에 민심 이탈 우려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돌며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의 공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샤오캉(小康·중진국)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은 무역전쟁이나 한정(韓正) 부총리가 맡은 홍콩 시위보다 더 막중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시위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보다 무려 69배나 많았다. khkim@seoul.co.kr
  • 中대표단의 美농장 방문 취소 이유 몰랐던 트럼프, 불편한 기색으로 반문

    中대표단의 美농장 방문 취소 이유 몰랐던 트럼프, 불편한 기색으로 반문

    트럼프, 므누신의 방문 취소 요청에 ‘깜놀’므누신 “우리가 中대표단 방문 취소 요청”“적절한 방문 타이밍 아냐… 일정 재조율” “미중 고위급 협상 2주후”… 10월초 재개中, 美대두 60만톤 구매… 10~12월 선적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 농장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한 것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깜짝 놀라며 불편한 기색으로 “왜?”라고 반문했던 것으로 로이터통신과 CNBC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부 관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유엔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동하는 과정에서 중국 대표단의 농장 방문 취소가 무역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이들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을 언급하며 “아무튼, 그들(중국)이 우리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실제로 우리의 요청에 따라 (농장 방문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은 다시 일정을 조율할 것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그것(농장 방문 취소)은 순전히 우리의 요청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당초 중국 협상 대표단은 이번주 초 미 몬태나주 보즈먼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농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0일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협상 난항 우려에 이날 미국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을 향해 “단순히 궁금해서인데, 왜 우리가 요청했지”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면서 질문을 던졌지만 유머보다는 불쾌하거나 불편한 기색이었다고 CNBC가 전했다.이에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무역 이슈와 관련해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빨리 끼어들어 “난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므누신 장관은 “혼란은 없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기를 원한다. 중국은 농산물 구매를 약속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농산물 대량 구매를 약속했고,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카고 곡물 거래 관계자는 중국이 23일 미국산 대두 10척 분량 약 60만톤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대두는 10월부터 12월 사이 퍼시픽 노스웨스트항에서 중국으로 선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므누신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려는 좋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중국 대표단의 농장 방문이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어서 무역회담 후에 일정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류허 중국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가 2주 후에 무역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는 아니고 그 다음주에 우리는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문제, 무역협상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안보문제 연계, 이란과의 협상 조건 문제 등에서 므누신 장관을 여러 차례 공개 반박한 적이 있다고 CNBC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중 무역전쟁 ‘치킨게임’…11월 APEC 합의 노리나

    미중 무역전쟁 ‘치킨게임’…11월 APEC 합의 노리나

    “빅딜 원한다” 태도변화 없는 트럼프에 공화 최대기부 재벌, 美경제 악영향 경고 中도 “주권·안보 지킬 것” 장기전 시사 APEC 정상회담서 스몰딜·휴전 가능성 “재선 앞둔 트럼프, 긁어부스럼 안 만들 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전까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미국은 스몰딜(부분적 합의)이 아니라 빅딜(완전 합의)을 원한다”고 밝혀 또다시 두 나라 간 합의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무역전쟁 장기화로 모두가 ‘지는 게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정상이 만나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카지노 재벌 셸던 애덜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무역전쟁이 미 경제와 그의 재선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애덜슨은 지난달 20일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중국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 재계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두 나라가 모두 보복관세를 다짐하는 등 태도 변화가 없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더 긴급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애덜슨은 카지노 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공화당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그의 소유다. 지난해 중간선거 때는 공화당 후보들에게 1억 2300만 달러(약 1476억원)를 제공해 최대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애덜슨이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총 매출의 63%를 자회사인 샌즈 차이나(마카오)가 벌어들인다. 마카오 정부가 카지노 허가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보복으로 자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나 지분 이전 등을 강요해 이익을 가로채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중국은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23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해 왔다. 동시에 중국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리도 침범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충칭시장을 지낸 황치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도 최근 한 강연에서 “미국의 요구는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생명을 그렇게 쉽게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경기 둔화 등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전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11월 APEC 정상회담과 12월 15일 관세부과 사이 기간에 스몰딜 내지는 휴전안 도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2020년 대선에서의 당선 여부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다음달 미중 무역협상 초점은 농산물 관세 철회

    다음달 미중 무역협상 초점은 농산물 관세 철회

    1년 넘게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초 13차 무역 협상을 갖기에 앞서 19일(현지시간) 실무 협상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약 30명의 실무진과 함께 오전 9시 백악관 인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 측에서는 제프리 게리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협상팀을 이끈다. 실무 협상은 이틀간 진행된다. 농업 문제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이전 문제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협상은 다음달 초 워싱턴DC에서 열린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이, 중국에서는 류허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이번 실무협상은 농업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협상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기타 농산물 구매를 늘려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수출을 중단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도 반영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농산물 보복 관세를 빠른 시일 안에 철회해 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주요 지지층이자 핵심 유권자인 농민들의 표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농업부 관료가 다음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함께 대표적 곡창 지대인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와 몬태나주의 농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 대표단에 농민들의 상황을 직접 보여줘 농산물 관세 철회를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농산물 추가 구매 만으로 이번 협상을 마무리할 것 같지는 않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무역 적자뿐만 아니라 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단지 중국이 대두를 좀 더 사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고위급 협상에 위안화 환율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 성향 허드슨연구소 소속으로 대통령에게 통상 문제를 조언하는 마이클 필즈버리는 SCMP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50%나 100%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필즈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목적이 미중 무역관계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역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데 있다. 그가 ‘신냉전’이나 ‘중국 봉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5월 양국 무역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중국 내 강경파들에 책임을 돌리면서 “그들은 150페이지에 달하는 합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이 당시 합의로 되돌아간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위급 협상이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 내용을 담지 못한 채 ‘스몰딜’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적들이 퍼뜨린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큰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대면 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30번 가까이 통화를 했다. 가끔은 1시간씩도 통화하는 친밀한 사이“라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주열 “美, 추가 금리인하 닫지 않아”… 한은, 통화정책 운용 부담 덜었다

    이주열 “美, 추가 금리인하 닫지 않아”… 한은, 통화정책 운용 부담 덜었다

    10·11월 금통위… 추가 금리인하 무게 유동성 훈풍에 국내 주식시장 호재로 코스피 10일 연속 상승… 2080선 회복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시장금리가 내려간 상황이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미 연준이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미 연준에 대한 고려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경기 확장세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에 인하를 닫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기에 쏠린다. 올해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다음달 16일과 11월 29일 두 차례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가장 큰 변수는 성장, 물가, 금융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지금 대외 위험(리스크)이 상당히 큰데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가장 크게 고려할 사항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지 고려해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점도표상 올해와 내년 각각 7명과 8명의 위원이 추가로 한 차례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점을 보면 연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미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은도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경제 하강으로 돌아서면 더 폭넓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당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이 국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이 경기가 안 좋아지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은 위험 자산에 나쁘지 않은 결과”라면서 “외국인들이 비달러화 자산을 선호하게 될 것으로 보여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 종가보다 9.62포인트(0.46%) 오른 2080.35로 마감했다.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지난 7월 24일(2082.30)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 2080선을 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19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009억원, 기관은 98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0.59포인트(0.09%) 오른 645.71로 장을 마쳤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193.6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中, 8월 경제지표 ‘흔들’… 리커창 “6% 성장률 유지 어려워”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낮은 7.5% 증가 “세계 경기침체·보호주의에 하방 압박”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의 복잡한 국제적 배경 탓에 중국 경제가 6% 또는 그 이상 성장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 6% 성장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리 총리가 러시아 공식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통신사 타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와 보호주의 및 일방주의 부상에 따라 확실한 하방 압박에 직면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 중국 정부 웹사이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올 상반기 6.3% 성장했지만 리 총리는 경제가 올해 첫 8개월 동안 총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6% 또는 그 이상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의 복잡한 국제적 배경과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 탓에 매우 어렵다”며 “이 성장률도 세계 선두 경제권에서 가장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4~6월 약 30년 만에 가장 낮은 6.2% 성장 이후 이번 분기의 경제 성장은 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인 6~6.5%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성장 둔화에 대한 대응 조치로 중국 당국은 지난 6일 예금지급준비율(RRR) 인하를 발표하는 등 지원을 늘렸다.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한 것은 올해 세 번째로, 9000억 위안(약 1263억 5000만 달러, 150조원 상당)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다.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뒷받침하듯이 중국 8월 경제지표들은 부진을 이어 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발표에서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2년 2월(2.7%)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5.2%)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8월 소매판매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7.6%)과 시장 예상치(7.9%)보다 모두 낮았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무역전쟁과 수요 감소 충격 속에서 경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플레 공포’가 밀려오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플레 공포’가 밀려오는 중국

    중국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P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하락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지만 7월 하락 폭(0.3%)을 크게 웃돈다. 두달 연속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8월 하락폭은 전달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장닝(張寧) UBS 이코노미스트는 “PPI 디플레와 비식품물가 완화는 모두 성장률 모멘텀이 둔화하고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7월에는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8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 국면에 빠졌던 상황에 다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PI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 통상 디플레의 전조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PPI 부진이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제조업 경기 동향을 예측하는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5로 집계됐다. 기준선인 50을 밑돌 경우 경기위축을 뜻한다. 중국 경제의 월별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을 6.0%로 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6.0%에서 5.7%로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중국 통계를 못 믿겠다며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3%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중국 중산층들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전했다.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거주하는 대학강사 엠마 장은 “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전조등을 켤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같은 상황”이라며 “앞길은 어두운 미스터리고 정치,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긴장돼 있다”고 털어놨다. 광둥성 선전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하락 등으로 중국이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일부 부자들을 중심으로 해외로의 자산이동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첸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 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와 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조 1500억 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상당의 감세 정책 등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대처가 되지 않자 중국은 이달들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9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하는 한편 금리 인하까지 추가로 단행할 태세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 관리에 금융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중국이 이런 기조와 반대로 지준율과 금리 인하 카드를 동시에 써 돈줄 풀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며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8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폭등했다. 지난 7월 상승률 27%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중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과일 값도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중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은 10일 돼지고기 사육 농가와 돼지고기 구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물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돼지고기를 사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데 이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각 정부 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에 환경보호를 위해 수년간 실시해왔던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양돈 농장이 확장이나 시설 개선에 나설 경우 최대 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쑤(江蘇)성은 2022년까지 돼지고기 생산량을 600만t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고 양돈 중심지인 산둥(山東)성은 중국 전역에 돼지를 최대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돼지고기 파동 정부 차원의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돌며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의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다면 샤오캉(小康·중진국)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무역전쟁을 맡은 류허(劉鶴) 부총리, 홍콩 시위를 맡은 한정(韓正) 부총리보다 더 막중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시위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보다 무려 69배나 많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모두가 잃어버린, 미국이 도발한 무역전쟁의 ‘진짜’ 목적

    모두가 잃어버린, 미국이 도발한 무역전쟁의 ‘진짜’ 목적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보복까지 하면서 격화된 무역전쟁이 다음 달 협상 재개로 타결 기대감이 부푼 가운데 미국 입장에서 이번 무역전쟁의 목적을 잊고 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잊혀지면서 미국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빠지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진단했다. 무역전쟁을 촉발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요구 사항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해 3월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압축된다. 이는 ▲중국 국내 기업 우대정책 폐지 ▲기술 이전 강요 중지 ▲지식 재산권 절도 금지로, 한마디로 중국 시장을 미국 기업에 더 공평하게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대중 무역전쟁의 선전포고문이 됐다. 1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세가지로 ▲중국의 국가주권을 존중하고 ▲무역전쟁 발발 이후 부과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고 ▲중국이 사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양의 미국 제품 구매 요구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마지막 요구 사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포퓰리즘과 얽히면서 무역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무역에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박성, 즉 중국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2012년 3151억 달러에서 지난해 4195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8년, 미국 전체의 무역적자는 6210억 달러에 이르렀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이 미국처럼 더 자유로운 시장 경제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적자 갭을 좁히고 싶어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자본주의적인 시각 즉 중국 경제체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의식한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한 포퓰리스트이라고 경제 칼럼니스트 리네트 로페즈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지적했다.리 브랜스테터 카네기멜런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양자무역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두 목적이 서로 충돌하면서 무역협상이 중단되기를 반복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은 지난해 12월 “엄청난 분량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약속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일시적 평화가 찾아왔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두 수입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끊겼다. 브랜스테터 교수는 “중국과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규칙을 정하고, 시장이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미국 기업들에도 개방하라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목적이 충족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은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국가주의 목표는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경제학자 차드 바운은 “중국이 문제점들을 고치면 그 결과는 중국 시장이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갖추려는 미국과 서방 기업들에게 더 우호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결과를 달성하는 것과 트럼프 정부의 경제적 국가주의 사이에는 근본적인 불일치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무역전쟁에 중국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중국은 그동안 기술 이전 강요는 없었고, 첨단 기술은 과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 결과인 국내 연구개발(R&D)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지난 3월 전국 인민대표 대회에서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을 승인했다. 이는 2020년에 발효되는 것으로 기술 이전 강요 금지와 외국인 지식 재산권 및 무역기물 보호 강화 등을 담고 있다. 2022년 자동차 산업에서 규제를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중국 기업에 규제를 가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도 부여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금융이나 통신 시장 개방은 말도 없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2016년 3월 베이징 최악의 스모그 속에서 조깅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꽤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이번 법안에 대해 레스터 로스 미국상공회의소 정책위원장은 “서둘러” 만들었으며 “포괄적”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나온 중국의 시장 개방과 제도 개선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실적인 이유로 미국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미국은 단기적으로 중국에 대두 제품과 육류의 공급을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에너지와 기계류, 첨단 기술 제품 등을 포함해 향후 6년간 1조 2000억 달러의 상품을 중국에 실어 보내려면 미국과 중국의 현재 무역 파트너들을 크게 조정해야 하고, 또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는 미국내의 구조개편도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티그룹은 또 “식품, 자동차류, 반도체, 항공산업은 미국에서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생산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더는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가금류에서는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물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패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지난 5월 협상이 단절된 이후 시 주석은 ‘투쟁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투쟁과 분투와 같은 단어를 약 60번 사용했다. 시 주석은 또 국영매체를 통해 중국의 굴기를 가로막는 노쇠한 미국의 심술궂은 방해, 즉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들먹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 문제는 모두 미국 탓에 비롯됐다는 애국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시 주석은 체면이 깎일 수 없다는 것이 로페즈의 분석이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위기에 빠지고, 시 주석은 정치적으로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CNN도 진단했다. 미국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중국에 대해 관세라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부과된 관세는 기술 이전 강요와 외국인 소유 제한, 지식 재산권 절도의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세 효과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에 부담이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울광장]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하다/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하다/전경하 논설위원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11일 엄낙용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보는 ‘미스터 엔’이라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차관을 만났다. 일본 금융기관의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 등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속한 환율로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거래다. 즉 다른 통화로 된 마이너스 통장에 가깝다. 결과는 불가였다. 외환위기 관련 이런저런 기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알려진 대로 한국 정부는 그해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자금을 신청했다. 재경원 출신 관료는 IMF에서 자금이 들어오기로 했는데도 미국 금융기관의 대출 회수는 계속됐다고 회고했다. 결국 재경원 간부가 로버트 루빈 당시 미 재무부 장관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고 루빈 장관이 나서자 미 금융기관들 움직임이 멈췄단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이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11년 뒤인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원달러 환율은 뛰었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외환위기를 겪어서는 안 되기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한 달여간 설득해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체결된 통화스와프 규모는 300억 달러. 당시 한 달 수입액이 300억 달러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체결 소식에 10월 3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1427원)보다 달러당 177원 떨어진 1250원에 마감됐다. 사상 최대 변동폭이다. 한국 원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결제 통화인 기축통화가 아니다.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나 유로화, 엔화에 비해 변동폭이 크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은 4.9원으로 7월(3.4원)보다 커졌다. 올 들어 변동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고, 일본의 무역보복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변동폭이 커지면 기업 경영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문제다. 가뜩이나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오래갈 거라고 본다. 세계 패권을 다투는 문제이고, 기술전쟁으로까지 번진 상태라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애석하게도 원화는 중국 위안화에 연동돼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난달 5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사이 17.3원 올랐다. 변동폭을 줄이는 것은 물론 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 외환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4015억 달러로 전달보다 16억 달러 줄었다. 달러화가 강세라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가치가 줄어서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라지만 지난달 말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채권 652조원(약 5500억 달러)보다 적다. 외국인 투자자가 다 팔지는 않겠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그들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간주된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증권을 팔아 현금으로 찾기 쉽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아르헨티나 등 남미 신흥국의 금융불안 등 세계 경제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퍼지고 있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다. IMF는 2016년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타당성’이란 보고서에서 주요 신흥국이 위기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조달 수단 중 통화스와프가 가장 유용하다고 제시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인 한국은 스위스, 캐나다, 호주, 중국 등 7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2008년 체결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2010년에, 2011년 체결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2015년에 각각 끝났다. 지금의 통화스와프로는 달러화나 엔화를 조달할 수 없다. 중일은 지난해 2000억 위안(약 28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한일 통화스와프는 재개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미국과는 해 볼 여지가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할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으로 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한미 간 경제적 신뢰 관계는 더 돈독해질 수 있다. 존재만으로 심리를 안정시키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사태가 터진 뒤 나서기보다 미리 시도해 보자. 그래야 안 될 경우에 대비한 차선책에 들일 노력을 계산할 수 있다. lark3@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속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속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중국

    지난달 27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사설격인 ‘종성’(鐘聲) 칼럼의 졸가리는 이렇다. “미국의 일부 인사는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결연한 반격 의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 중국은 중대한 원칙 문제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중국은 어떠한 도발에도 반드시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싸울 것이다.” 중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원하는 중국 측 전화를 받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발끈하며 대미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중국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 업체들에 대한 자국 기술기업의 의존도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글로벌 기업의 중국 현지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실태까지 고발당한 것이다.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Foxconn)이 아이폰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임시직 노동자를 과다 채용해 중국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노동자관찰’(中國勞動觀察·China Law Watch)이 앞서 8일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있는 폭스콘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불법 노동행위 실태를 고발해온 CLW는 이 공장에 위장 취업해 감시 활동을 벌인 활동가들을 인용해 폭스콘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파견직 임시 노동자의 비율이 지난달 기준 50%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노동법이 최대 10%로 규정한 임시직 노동자 비율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CLW에 따르면 임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유급휴가와 병가를 비롯해 의료, 연금,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학생들인 일부 임시직 노동자들이 개학에 맞춰 8월 말에 학교로 돌아간 뒤 이 비율은 30%까지 낮아졌지만 중국 노동법이 정한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것이라고 CLW는 비판했다. CLW는 이어 정저우 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이 생산량이 많은 기간에 매달 최소 10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고, 초과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가혹한 노동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공급망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책임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생한 부담을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해 이익을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보고서가 애플의 아이폰 신작인 ‘아이폰 11’과 애플워치 신제품 등을 발표하는 시점에 나와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애플은 10일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임시직 노동자 비율이 우리의 기준을 넘었다”며 “폭스콘 측과 긴밀히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들과 공조해 즉각 개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도 자체 조사를 거쳐 노동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 조치를 약속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폭스콘 중국 현지공장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달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생산하는 폭스콘의 후난(湖南)성 헝양(衡陽) 공장에서 16~18세 청소년 인턴들을 불법적으로 야간·초과 노동에 투입한 사실이 밝혀진 뒤 경영진 2명이 해고됐다. 지난해 1월에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직원 한 명이 기숙사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2010년 폭스콘 광둥(廣東)성 선전 공장에서 노동자 10여 명이 저임금과 야근 등에 불만을 품고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2년 1월에는 폭스콘 우한(武漢) 공장에서 노동자 150명이 옥상에 올라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착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화웨이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3일 미국 정부가 수년간 암암리에 화웨이에 했던 ‘아홉가지 죄(罪)’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비판했다. 그 아홉 가지 죄는 ▲화웨이 전현직 직원들을 협박·회유해 미 정부를 위해 일하도록 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화웨이 직원이나 협력 파트너를 수사·압류·체포했으며 ▲함정을 파고 화웨이 직원을 사칭해 사건을 꾸며내 화웨이에 불리한 근거없는 소송을 시도하고 ▲사이버 공격으로 부당하게 화웨이 내부 네트워크와 정보시스템을 정탐했으며 ▲ 미국 연방수사국(FBI) 소환 방식으로 화웨이 직원에게 화웨이 정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화웨이와 상업적으로 협력하거나 분쟁이 있었던 회사를 동원해 화웨이에 대한 근거없는 소송을 진행했으며 ▲화웨이에 대해 허위·부정적 뉴스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과거에 완결된 민사 안건을 끄집어 내 기술탈취 혐의를 이유로 선택적으로 조사를 벌이거나 기소했으며 ▲공갈과 비자 거부, 화물압수 등 방식으로 화웨이의 정상적 비즈니스 활동과 기술교류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 공세가 거세진데 대해 적극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대미 반격을 위해 미 업체들에 대한 자국 기술기업의 의존도 조사에도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개월 전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상무부의 관리들을 동원해 자국 기업들의 공급사슬 구조와 미국에 대한 위험 노출도를 조사해왔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 오포, 비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미중 양국이 보복 악순환으로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파악하려는 조치이자 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이 미국 무역 공세에 대한 보복으로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을 때와 시점이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WSJ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같은 규모의 반격을 가할 때 자국 기업들이 해를 입지 않게 하려고 중국 관리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이번 조사에서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연일 격화하면서 중국 희토류 업계는 중국 정부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을 공식 지지하며 첨병을 자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300여개 희토류 채굴·가공·제조업체가 소속된 이 협회는 ”미국 소비자들은 미 정부가 (중국에) 매긴 관세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희토류 카드 사용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무기화’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희토류는 자석과 모터, TV, 스마트폰, DVD 플레이어, 발광 다이오드, 전기차, 풍력 터빈, 의료장비, 정유공장 등 산업계 전반은 물론 레이더, 센서 등 군사 무기에까지 두루 쓰인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는 미국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금지 보복으로 일본이 투항하게 만든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지난달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데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도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를 기록했지만 1분기 침체(-0.4%)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우리 경제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타이밍 실기와 추가경정예산 통과 지연 등 정책 실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연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재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 1.9%에서 하반기 2.3%로 다소 상승하겠지만 체감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물가 기조 역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악재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5%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38%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반기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더라도 올해 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 등이 나타난 2015년(0.7%) 두 차례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8월 말 기준 0.7%이고,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상승률 0.9%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해서 0%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요가 위축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와 투자가 축소되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와 내수 부진을 심화시킨다. 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조사 보고서에서 고령화는 2022년까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0.3% 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디플레이션 우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힘쓰는 동시에 집행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저성장 저물가 대응을 위해 재정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등 단기책은 이미 시행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2019년 세계의 화두 중 ‘세계화의 후퇴’가 있다. 세계화의 상징이던 동아시아와 미국의 분업체계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전쟁으로 파열음을 내며 찢어지고 있다. 국적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정착하고 공존할 것이라는 다문화주의의 이상 또한 난민 위기와 반이민 운동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년 전인 1999년만 해도 ‘세계화의 후퇴’ 같은 이야기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1999년에 반세계화라 함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최를 막고자 세계 각지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달려가 싸웠던 ‘시애틀 전투’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 주류 정치를 흔들고 강대국 관계를 뒤엎는 거대한 조류와는 정말 큰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2000년대에는 초등학생인 나조차도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 같은 어려운 말들에 비교적 익숙했고 세계화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였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같은 반세계화의 구호를 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계화는 그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위기를 맞은 것일까.●세계화와 다보스맨의 진군 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월드와이드웹(www.)이 새로운 차원의 정보혁명을 가져다주면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 세계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물론 그 밖의 다른 변화들도 드넓은 이 행성을 ‘지구촌’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후반 이루어진 항공 교통의 대대적 확장, 컨테이너 항구의 등장으로 물류비의 혁신적 절감 등 교통에서의 변화가 있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뒤로하고 등장한 WTO, 유럽통합 산물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변화의 주역이다. 세계화는 각각의 변화가 다른 변화를 자극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이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끈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던 사람들, 소위 ‘다보스맨’이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엘리트들이었다.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명 세계 도시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세계화라는 연극에서 이들이 맡은 배역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바꿀 혁신을 만들었고, 다른 누구는 세계화를 촉진시키려는 규제 개혁안을 입안하고, 누군가는 중국에 새로 지을 공장 부지를 탐색했다. 하지만 국적, 성별, 나이 등이 달랐다 할지라도 세계화가 창출해 내는 거대한 기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커다란 공통점을 가졌다고 하겠다. 경제적 공통점은 곧 문화적 공통점으로 이어졌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세계 도시를 누비고 음악, 미술, 스포츠에서 수준 높은 교양을 확보했다. ‘글로벌 이슈’를 논평할 지식도 갖춘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과 인종 따위에 연연하는 것은 ‘쿨(cool)하지 못한’, 하층민의 습성으로 간주됐다. 글로벌 엘리트 사회에 녹아들려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예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세계화에서 움직인 것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금융자본과 고급 인적자원을 만들어 내는 지식의 흐름이었다. 이를 각각 금융의 세계화와 지식의 세계화라고 하자.●생산력 위해 이주한 하층의 세계화 하지만 영어능력, 자산, 교육수준 등의 문제로 이런 기회를 잡아낼 수 없는 선진사회 하층에게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화가 그들을 아예 비켜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층의 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세계화의 역습이었다. 첫째는 생산의 세계화였다. 정보기술은 연구개발, 단순조립, 마케팅에 이르는 복잡한 생산 사슬을 세분해 세계 각지에 흩어놓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복잡한 도면부터 방대한 회계자료까지 모든 종류의 정보가 디지털 자료로 변환돼 지구 각지를 돌았다. 그 결과 그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거대한 규모의 산업 이전이 가능해졌다.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지 않았던 단순 제조의 경우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던 선진사회의 노동력을 값싼 구 공산권, 제3세계 인력들이 대체해 나갔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이 겪은 생산의 세계화는 그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둘째는 이주의 세계화였다.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하면서, 더 높은 임금과 계층 상승의 기회를 찾아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이 선진사회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유럽인·아랍인·터키인은 서유럽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한국과 일본으로 이주해 갔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나라로 이주의 흐름이 이어졌다. 이주민들은 자신들만의 디아스포라(타지에 정착한 이주민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고, 본국에 있던 친척과 지인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였다. 이들은 선진사회의 원주민들이 더이상 종사하려 하지 않았던 저임금 일자리를 기꺼이 맡았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생활공간의 풍경을 계속 바꿔나가는 이주민들의 흐름에서 문화적 불안감을 느꼈고 원주민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경제적 불안감으로 이어졌다(실제 일어난 현상보다는 심리 상태에 주목한 것이다). 이주의 세계화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세계화의 이중성 하지만 ‘금융과 지식의 세계화’에서 이득을 본 상층민이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손해를 본 하층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사실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개발도상국 시민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생활수준의 향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세계화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또 계속 임금이 올라가는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이주민들로 다채로워진 문화 콘텐츠와 저렴한 서비스를 즐기게 됐는데 세계화에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반대한다면 그들을 그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진 이들로 매도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제 글로벌 엘리트에게는 같은 나라의 하층민보다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엘리트가 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된 지 오래였다.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선진사회에서 이처럼 큰 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심리적인 문제도 개입된다. 경제 위기, 산업 공동화, 이주 흐름이 이어지며 올라온 심리적 불안감은 안정적인 민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인과 손을 잡은 타락한 엘리트에 대한 분노라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바로 이것이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화시킨 가장 큰 공신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 위기 이후 글로벌 엘리트에 속하는 지식인들이 수도 없이 논의한 이 같은 서사를 3년이나 지난 지금 또 꺼낼 필요가 있을까. 이제 계층에 따라 차등적이었던 세계화가 지금의 반세계화 돌풍으로 이어진 것은 알 만한 식자층 사이에서는 상식 아닌가. 굳이 이런 상식을 또 들어야 하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세계화의 이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다소 진부할지라도 계속해서 사회에 환기돼야 한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소 시간 차를 두고 동아시아에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국내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글들을 읽어 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만 소개된다. 하지만 함께 진격하는 상층의 세계화와 하층의 세계화는 분명히 비교적 동질적인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인구 4만명의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한국에서도 이미 이중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했다. 서울대의 많은 학생은 일찌감치 세계를 경험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점하는 위치를 활용해 고소득 직군에 합류한다. 미국과 유럽에 친구를 두고 있고 선진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규범과 글로벌 엘리트들이 즐기는 콘텐츠에 익숙하다. 사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화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느끼는 세계화는 전혀 달랐다. 생산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과거 4인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가고 있고, 그 때문인지 지방의 소읍들은 어느 곳이나 고향의 정겨움보다는 쇠락해 가는 을씨년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대신에 번창하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해외식품점이다. 작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고향 재래시장 주변으로 골목마다 삼삼오오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있었다. 아마 추석에는 공장도 쉬니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 것이리라. 예컨대 서울대의 청년들이 미국과 독일에서 친구들을 만든다면 이제 이곳의 청년들은 키르기스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과 밥을 먹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중국과 베트남 결혼이주민과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이중의 세계화는 관계 맺는 국적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진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또한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을 비슷한 시간표로 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달라지는 시골의 풍경 지방에서 이 같은 풍경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에는 물론 흥미로운 구석과 긍정적인 부분도 무척 많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 고향의 한 골목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노동자 15명이 맥주를 마시면서 길을 점거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이들과 나름 재밌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년 뒤 우리 고향의 풍경은 대체 얼마나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운영도 불가능해진 공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내 고향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층 세계화의 수혜를 보는 엘리트들은 이 같은 질문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도 잘 안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유럽과 북미가 겪었던 정치적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공간과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세계화의 변검술에 대해서.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임명묵은 현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서아시아 지역을 전공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국가들이 20세기 현대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를 방대한 독서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저자.
  • 국가채무 아직 양호하지만 2023년엔 1061조… 재정준칙 필요

    국가채무 아직 양호하지만 2023년엔 1061조… 재정준칙 필요

    미중 무역전쟁·日 수출규제·내수 부진 내우외환 경제 ‘곳간’ 열어 마중물 공감 세수 부진에 내년 나랏빚 65조 늘어나 저성장 장기화땐 재정건전성 급속 악화 장기운용계획 제시·증세 등 강구해야정부가 29일 제시한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2년 연속 확대 재정 정책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올해 본예산은 469조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9.3% 확대된 513조 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증가율 면에서 예산 회계 기준이 변경된 2007년 이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0.6%)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선 정부나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우리 경제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하는 데다 내수 부진과 성장 잠재력 하락 등 내우외환에 빠진 형국이다. 일본 수출 규제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직면했다. 이 탓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고, 내년에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나라 곳간을 열어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을 필요가 커졌다.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합친 일반정부부채(D2)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4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몇 년 전부터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68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해 정부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긴축 재정이 됐고, 이는 민간 부문의 위축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내년 확장적 지출은 그동안 비축한 재정여력을 이제야 활용하는 것”(나라살림연구소)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지출 확대로 수요 감소와 성장잠재력 약화, 저출산 심화 등의 문제에 대응해야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 확충과 재정건전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씀씀이(총지출·513조 5000억원)가 벌이(총수입·482조원)보다 31조 5000억원 많다. 법인세를 포함해 세수 부진 탓이다. 그 결과 내년 나랏빚은 65조원 가까이 늘면서 이 중 60조 2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발행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7.1%에서 내년 39.8%로 2.7% 포인트 뛴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연평균 지출증가율(6.5%)이 수입 증가율(3.9%)을 크게 앞지른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2023년 1000조원(1061조 3000억원)을 돌파해 국가채무비율은 46.4%로 치솟는다. 2011년 처음으로 30%(30.3%)를 넘긴 데 이어 불과 12년 만에 50%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 역시 올해 GDP 대비 -1.9%에서 내년 -3.6%, 내년 이후에는 -3.9%로 악화된다. 유럽연합(EU)이 1992년 가입 조건으로 제시한 ‘3%’ 선을 넘기는 셈이다. 저성장의 장기화로 국가재정운용계획 예측의 전제가 되는 연평균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이 3.8%에 미치지 못한다면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재정 정책을 위해 장기재정운용계획과 재정준칙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복지를 포함해 한번 지출을 결정하면 줄이기 어려운 부분은 증세를 포함해 자금 조달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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