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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2+2 회의, 한반도 안정에 초점 맞춰야

    한미 양국이 오늘 5년 만에 외교·국방 장관 회의(2+2)를 갖는다. 정의용 외교부, 서욱 국방부 장관은 어제 방한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양국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논의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인 두 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것 자체가 동맹의 가치를 회복해 글로벌 현안을 풀어 가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등 소수의 핵심 동맹·파트너국과 2+2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입안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2+2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국의 향후 대북 정책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꼼꼼한 실무 협상을 기반으로 유엔 대북 제재에 방점을 두면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정책에 다소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평행선 대치 중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회담 후 채택할 한미 공동 성명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지속될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의지가 반드시 담겨야 한다. 회담 후 최종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가서명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걸림돌을 신속하게 제거해 동맹의 가치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 양국은 일방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난 호혜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향후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선순환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해 북한의 완고한 입장 변화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유연한 태도도 필수적이다. 가능한 범위에서 남북 교류를 인정하는 신축적 자세가 절실하다. 이번 2+2 회의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한다는 목표가 있는 만큼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 12일 대중국 안보동맹 성격의 ‘쿼드 4자회담’을 통해 중국 견제를 공식화했고, 최근 미일 2+2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을 적시해 공동 견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협력 복원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 회의가 국익 증대의 잣대에서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계기로 활용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사이에 낀 한국의 균형 잡힌 판단이 있어야 한다. 이번 회의는 한반도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실리적 외교에 방점을 두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 [기고]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준비/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기고]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준비/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타결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질지, 한국의 안보상황이 더 나아질지 현재로서 단언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 아시아는 급속한 군비경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군사력 우위를 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 변화를 주시해야 하나. 첫째 미중 군사전략의 충돌이다. 중국은 현대화된 강군몽(强軍夢)을 실현해 미국을 일본 동쪽 해상에서 사이판, 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도련선 밖으로 밀어내는 전략을 추구한다. 미국은 여기에 육해공·사이버·우주 간 전영역합동작전으로 맞서면서 미군 배치도 조정하고자 한다. 주목할 점은 쿼드 국가인 일본, 호주, 인도를 축으로 한 동맹 강화와 역할분담이다. 한국은 향후 대중 견제의 동심원 구조에서 어떤 위치를 점할 것인가,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실현하여 미국을 아시아에서 밀어낼 때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전술핵무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초대형방사포, 다탄두미사일, 핵잠수함 등의 증강이 이뤄질 때 한국의 미래 억제체제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문제다. 핵미사일을 가진 북한에 대해 미국의 핵확장억지가 필수이지만 북한의 다양한 무기 개발로 새로운 도전을 안게 됐다. 2030년대를 향해 군비를 키우는 주변국들과 북한에 대해 이중 억제를 해야 하는 한국이 의미 있는 군사력을 갖추려면 지금 뭘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10년 후 어떠한 군사전략과 무기체계를 갖춰야 할지, 이를 바탕으로 어떠한 외교를 추진해야 할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논쟁의 핵심인 경항공모함의 경우 완성예상연도인 2033년의 쓸모보다 현재 관점에서 국내정치화돼 있거나 각 군 간 경쟁에 매몰되거나 협소한 인식에 근거해 종합 평가를 결여하고 있다. 주변국 모두가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미중을 축으로 치열한 동맹 다툼을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반도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계획은 오히려 부족할 따름이다. 육해공의 합동성, 한미의 연합성이 우리 국방의 주축이라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적 비전 속에 우리의 국방력을 효과적이면서도 고르게 높일 수 있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 팬데믹에 국제 리더십 실종… 美·中 ‘신냉전’ 폭풍을 대비하라

    팬데믹에 국제 리더십 실종… 美·中 ‘신냉전’ 폭풍을 대비하라

    “흙먼지의 1000분의1밖에 되지 않는 바이러스균이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국가를 능욕하며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언론인 에드 영의 이 표현은 코로나19가 기존 세계 질서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 준다. 경제, 정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미중 간 패권 경쟁도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신냉전’을 예고한 전문가들도 많다.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직을 지내고 지난달 외교·안보·통일 분야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팬데믹 이후 기존 이론의 틀을 벗어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안보와 전쟁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국제 리더십이 실종되는 상황에서 책은 국제 정세와 한국의 전략을 차례로 짚는다. 향후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5가지다. 미중 사이 느슨한 ‘현상 유지’부터, 자급자족적 경제와 폐쇄 사회로 전환되는 ‘성곽 도시와 새로운 중세’, 유엔과 다자주의를 통한 세계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 유니버설리스’,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빠른 경제 회복을 발판으로 중국이 중심에 서는 ‘팍스 시니카’다. 바람직한 방향은 ‘팍스 유니버설리스’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상 유지가 설득력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중 대결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틈새에 놓인 한국에는 한미동맹 강화, 중국 편승, 홀로서기, 현상유지, 초월적 외교 등 선택지가 놓일 수 있다. 신냉전 구도로 휘말릴수록 선택에 대한 압력은 강해진다. 문 이사장이 제시한 대안은 초월적 외교다. 미중 진영 외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 속에서 새로운 외교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민하고 원칙에 기초한 ‘결기 있는 외교’라면, 새 도전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덧붙인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클라우드는 짝퉁 못 만들어”… ‘―11조원 中시장’ 놓지 않는 MS

    거대 中시장서 클라우드 산업 성장 기대미중 갈등에도 中당국 ‘MS 특혜’도 매력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 조직이 시스템을 공격해 안보 논란에 휩싸였고, 고질적인 윈도 운영체제(OS) 불법 복제 관행도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MS는 대륙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눈치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지하 해커 조직 ‘하프늄’이 최근 MS의 메일 서비스 ‘익스체인지’ 서버를 공격했다”며 “이를 이용하는 기업과 지방정부 등 3만여곳이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하프늄은 중국을 본거지로 둔 해킹 집단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백악관은 이 사건을 “(중국의) 능동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MS에 있어서 중국은 애증의 대상이다. 창업자 빌 게이츠는 다른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두려워하던 1992년 과감히 본토로 들어가 수십년간 공을 들였다. 2006년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자택으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해 파티까지 열었다. MS는 중국에서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동영상 서비스 ‘더우인’(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등 상당수 현역 CEO가 MS 출신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MS의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다. OS 라이벌인 애플이 중국에서 매출의 20% 이상 거두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가장 큰 이유는 본토에 만연한 OS 불법복제에 있다. 2018년 스티브 발머 전 MS CEO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회사 대다수가 윈도 OS를 쓰지만 돈은 내지 않는다”면서 “중국 내 불법 복제로 인해 회사 손실이 10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가 넘는다”고 토로했다. MS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MS는 중국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최근 들어 신산업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뜨고 있어서다. 이는 불법 복제 판매가 불가능하다. 윈스턴 마 뉴욕대 교수는 “MS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성장시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MS에 제공하는 중국 정부의 특혜도 버리기 힘들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은 게이츠에게 “중국 내 코로나19 퇴치 지원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미중 간 신냉전 상황에서도 MS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구글 등 검색사이트는 막았지만 MS의 ‘빙’은 열어줬다. 페이스북도 차단했지만 비슷한 성격의 ‘링크드인’은 접속을 허용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美中, 싸움 잠시 접고 ‘기후변화 대응’ 손잡았다

    美中, 싸움 잠시 접고 ‘기후변화 대응’ 손잡았다

    미국과 중국이 올해 주요 20개국(G20)에서 기후변화 피해를 연구하는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기로 해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갈등 관계를 이어온 두 나라가 인류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로 일시적이나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5일 G20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G20의 ‘지속가능한 금융그룹’ 공동의장국을 맡게 된 사실을 알렸다. 이를 실무 워킹 그룹으로 격상해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를 다루는 기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튿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행장도 중국이 이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당시 옐런 장관과 이 행장 모두 누구와 ‘공동’ 의장직을 맡게 됐는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WSJ는 “민감한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미중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인 기후변화 문제를 공동 추진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뒤로도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 유지 방침을 밝혔고, 바이든 정부의 초대 내각 책임자들도 중국을 미국의 경쟁자이자 최대 도전국으로 규정했다. 중국 역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인권이나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의 공세에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기후 특사로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기후변화 특별대표로 셰전화를 임명했는데, 두 사람은 과거 기후관련 국제회의에서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사이라고 WSJ는 전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북한이 바라보는 서해 5도와 수역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북한이 바라보는 서해 5도와 수역

    ‘내재적 접근’의 필요성 평화는 실리적 이해가 서로 얽혀 있지 않으면 모래 위의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린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경제적 실리로 군사적 대결을 덮어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서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행동은 그 이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익이 있는 곳에는 경쟁이 따르기 마련이고, 나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면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건,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위해서건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는 것은 중요하다. 불완전한 정전협정과 NLL 설치 정전협정은 적대행위와 무력충돌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되었다. 하지만 해상의 분계선은 지상과 달리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서해의 경계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道界)를 연장한 A-B 선으로만 그어졌다. 그마저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섬들의 관할 기준을 나타내는 표시였을 뿐이다. 다만 서해 5도는 A-B 경계선 북쪽에 있었지만 유엔사 통제 아래 두기로 결정되었다. 북방한계선(NLL)은 유엔사 내부적으로 초계활동과 어민들의 진출 범위를 제한하여 무력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자 설치되었다. 서해 5도 주변 수역은 정전협정에 명시된 인접해면 존중 원칙에 따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가상의 선으로 연결한 NLL은 사실 북한과 합의되거나 설정 직후 통보된 적이 없다. 실제 유엔사도 1990년대 이전까지 서해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인접해면을 침범했다고 문제 삼았지, NLL을 넘어 왔다고 항의하지 않았다. 공동어로 제안을 통한 체제 우위 과시 북한은 1955년 3월 내각 결정을 통해 12해리 영해를 선포하였다. 하지만 전쟁 직후 북한은 12해리 영해를 담보할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 사이 남한의 어민들은 해마다 5~6월이 되면 군 당국의 눈을 피해 북한 해역 깊숙이 들어가 조기를 잡았다. 북한은 어선들이 연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진입하게 되면 나포하여 조사를 벌였다. 조사 과정에 어부라고 판단되면 평양 관광도 시켜주고 어선도 수리하여 돌려보냈다. 북한은 1958년부터 남한 어민들이 일정한 규칙을 지키면 어장을 개방하겠다는 제안도 하였다. 1967년까지 계속된 이 제안은 남한의 경제 수준보다 앞섰다는 체제 과시의 표현이기도 했다.해상경계선에 관한 문제제기 북한은 1973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해상경계선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북한은 정전협정 어느 조항에도 “계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해 5도에 출입하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였다. 북한이 해상경계선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첫째, 북미간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1973년 11월 유엔에서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가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유엔군 사령관은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이자 그 이행의 담보를 책임진 당사자였다. 북한은 유엔군 사령관이 사라지게 되면 정전협정이 개정되거나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것을 기대하며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북한은 서해 5도 수역이 불완전한 정전협정의 대표로 쟁점화하기 좋은 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었다. 북한은 데탕트 시기 한반도 문제가 미중간 대화를 통해 결정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언커크 해체 문제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주둔과 연계시켜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북한의 의도와 달리 미국의 뜻대로 표결 없이 처리하는 것에 동의해 주었다. 그러자 북한은 과거 중국 어선들도 활동했던 서해5도 수역을 분쟁 지역화하고자 했다. 실제 북한은 1962년 중국과 국경조약을 체결하며 압록강 하구의 섬들에 대해서는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지만, 영해에 관해서는 압록강 하구인 동경 124도 10분 6초의 기준선에 합의함으로써 손해를 떠안았다. 셋째, 1973년 12월 개막된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와도 관련이 있었다. 이 회의는 바다에 관한 국제사회의 규범을 제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남북한은 분단 후 처음 유엔 무대에서 각자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했다. 즉 북한은 이 회의 개막 이틀 전에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의 설정에 있어 남한보다 우위에 서려 했다. 북한은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가 진행 중인 1977년 6월에 200해리 EEZ를, 8월에는 경계수역을 각각 선포하였다. 처음으로 논의된 NLL 문제 NLL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0년 시작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였다. 이 회담에서 불가침경계선 문제는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다. 남한은 ‘영역’을 내세웠고 북한은 ‘선’을 주장했다. 각각의 강조점이 달랐던 이유는 NLL 때문이었다. 남한은 NLL이 이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이남의 ‘영역’을 강조한 반면, 북한은 NLL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경계선의 설정을 요구하였다. 결국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에는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되었다. 남한은 NLL을 기준으로 한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에 방점을 둔 반면, 북한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는 점에 강조점을 두었다. 서해교전의 발발과 일방적 군사분계선의 선포 불완전한 합의는 1999년 6월 서해교전으로 이어졌다. 교전 당일 북한은 “당신 측이 멋대로 그어놓은 분계선을 인정한 적도, 통보받은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한 달 뒤 북한은 충돌이 빚어진 것은 양측이 합의한 해상 군사분계선이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을 위한 회담에 나서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유엔사가 응하지 않자 1999년 9월 일방적으로 해상경계선을 선포하였다. 2000년 3월에는 후속 조치로 좌우 폭 1마일의 ‘통항질서’도 발표하였다. 북한이 선포한 해상분계선은 정전협정 상의 A-B선을 기점으로 황해도 강령반도 끝단인 등산곶과 경기도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 점, 황해도 웅도와 경기도 서격렬비도 사이의 등거리 점, 중국과의 반분 교차점을 연결한 선이었다. 북한은 이 선이 A-B 선을 기점으로 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에도 부합하고, 등거리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정신에도 맞는 것이라고 하였다. 남북공동어로 구역을 둘러싼 입장 차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서해에서의 무력충돌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2005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공동어로 문제를 공식 제의하였다. 김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서해에서의 긴장 완화 문제를 함께 협의하자고 제안하였다.수산협력 실무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였다. 북한은 장성급 회담에서 ① 무력충돌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상분계선 확정 ② 공동어로 실현을 위한 군사적 대책 ③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 ④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해상분계선 설정과 관련하여 남북이 기존의 모든 주장을 포기하고 통일 한반도의 영해 기선을 확정해 새로운 영해권을 내외에 선포하자고 주장하였다. 공동어로수역과 관련해서는 그 구역을 강화만 일대의 넓은 수역까지 포함하자고 제안하였다. 아울러 NLL 때문에 해주항으로 입항하는 민간 선박들이 백령도 서편으로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제주해협 통과 문제와 함께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제주해협 통과 문제만 해운회담으로 이관되고 나머지는 모두 거부되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제안과 후속 회담의 답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 문제를 군사회담에서 논의하니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함께 풀어낼 것을 제안하였다. 노 대통령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경제 지도를 덮는 방식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고 역설하였다. 김정일 위원장도 노 대통령의 해주 특구 제안에 난색을 표하다가 점심 식사 후 전격 받아들였다. 그 결과 10·4 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명시되었다. 정상회담 직후 국방부장관과 인민무력부장 사이에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을까, 양측은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위해 새롭게 해상경계선을 긋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NLL을 인정할테니 자신들의 해상경계선도 인정하라며 그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삼자고 제안하였다. 반면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NLL을 기준으로 한 등면적 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분계선의 설정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고 진행된 회담에서 남북은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을 두고 논쟁하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의 변화와 실리를 통한 평화 정착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재확인되었다. 아울러 그해 가을 평양에서 체결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구체화 되었다. 이 합의서에는 북한이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 조항의 삽입은 10·4 선언 직후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 설정 문제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교훈을 되새긴 성과였다. 아울러 이 조항이 삽입돼 대선 과정에 불거진 ‘NLL 포기 발언’ 시비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적 이해관계로 덮어버리면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합의서에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을 군사연습 중지 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과거 북한이 공동어로구역 범위를 협의하면서 강화만 일대까지 넓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실리를 따져 본 뒤 제안을 받아들인 사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실무 책임자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부터 10·4 선언 이후 장성급 회담까지 NLL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을 요구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실무 책임을 맡은 회담에서 NLL을 인정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포착하여 서로의 이해관계를 얽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는 실리적 이해가 얽히지 않으면 모래 위의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갈등과 분쟁의 서해를 평화와 경제의 바다로 변화시키는 봄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 틱톡 매각 중단… 美·中, 트럼프 때와는 다르다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틱톡’ 강제매각 행정명령을 중단시켜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 뒤 감지된 미중 관계 변화 조짐에 중국은 반색했다. 하지만 중국과 영국 사이에서는 ‘언론 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 정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틱톡 매각 행정명령 집행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틱톡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무산시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이후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미 통신장비업체 오라클과 ‘틱톡 글로벌’을 세우기로 하고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 매각 행정명령 집행을 중단시킴에 따라 틱톡은 당장 미국 사업을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됐다. WSJ는 합작회사 설립 대신 제3자가 틱톡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미국인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해결하는 방안이 새 행정부에서 모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경쟁 기조를 이어 갈 것임을 암시하면서도 ‘전임자처럼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때리지 않겠다’는 새 행정부의 의중이 엿보인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 대중 정책을 다시 평가하고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앞으로 중미 갈등은 합리적인 선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소통과 상호 이해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과 영국 사이에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이 지난 4일 “중국 공산당 통제 아래 운영된다”며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방송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 12일 0시를 기점으로 중국 본토 내 BBC 월드뉴스 방영 금지로 맞불을 놨다. 광전총국은 “BBC가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했다”면서 1년간 ‘BBC 월드 뉴스’의 방송 면허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BBC는 ‘루머 공장’으로 전락했고, 의도적으로 중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면서 “BBC 방송 중지를 결정한 것은 중국이 전 세계에 ‘가짜뉴스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신융아의 외교통일수첩] ‘한반도 비핵화’ 백악관 발표문에는 왜 없을까

    [신융아의 외교통일수첩] ‘한반도 비핵화’ 백악관 발표문에는 왜 없을까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4일 만인 지난 4일 한미 정상 간 첫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약 일주일 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며 선수를 친 데다 그 사이 한중 정상 통화가 이뤄지면서 늦어지는 한미 정상 통화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던 참이었다. 어쨌든 이날 문재인·바이든 두 대통령이 통화하며 ‘세 차례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것까지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북한 문제는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으니 첫 전화통화로서는 무난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외교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화 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자연히 통화 순서만 놓고도 묘한 경쟁이 벌어진다. 미일 통화 후 일주일 가까이 한미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이 가까운 캐나다와 멕시코부터 시작해 유럽, 아시아 국가 순으로 통화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한미 정상 통화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심야 통화도 마다하지 않으며 순서를 대폭 앞당긴 일본은 스타트는 빨랐으나 밤 12시 넘어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를 받기 위해 출근한 스가 총리의 모습에서 도쿄올림픽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다급한 사정도 읽혔다. 흥미로운 점은 통화 후 각국 발표 내용이다. 여기에는 각국 우선순위에 따른 교집합과 여집합이 드러난다. 우리 발표엔 있지만 상대 쪽엔 없는 것도 있고, 순서나 단어 선택에도 차이가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 후 백악관 발표문은 네 문장에 그친다(앞서 일본과의 통화 발표문은 일곱 문장이었다). 내용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인 한미동맹 강화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긴밀한 협력 △미얀마(버마)의 즉각적인 민주주의 회복 필요성 △다양한 국제 현안 논의와 코로나19·기후변화 등 협력이 전부다. 우리 브리핑에서 나온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나 양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하자”고 했다는 내용은 백악관 발표에는 빠졌다. 같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우리의 제1현안인 북한 문제에 대한 시급성이나 중대성 인식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언급은 오히려 일본과의 전화통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발표문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이 나온 데 주목했다.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법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보다 완화된 표현으로, 2018년 6·12 싱가포르 합의서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던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라고 한 것도 이례적이다. 미국의 한미 정상 통화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얀마와 북한에 대한 명칭이다. 미얀마에 대해서는 공식 국가명 대신 민주화 세력이 부르는 옛 이름인 버마로 표기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North Korea’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명을 사용했다. 미국이 북한을 공식 국가명으로 부른 건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때나 있던 일로, 북한이 먼저 도발하기 전까진 최소한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노력을 알고 상당히 신경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가급적 조속히”를 강조한 것과 별개로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 억제 차원에서 동맹을 강조하면 우리의 한반도 정책을 수용하겠지만, 중국 견제 차원에서 동맹을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회의체) 등으로 확장되면 우리는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yashin@seoul.co.kr
  • ‘하나의 중국’ 지지하지만 압박…바이든, 동맹국과 中 견제 확대

    ‘하나의 중국’ 지지하지만 압박…바이든, 동맹국과 中 견제 확대

    英 ‘인종청소 국가’에 무역 제재 추진위구르 탄압 비난받는 中 정면 겨냥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점을 밝히면서 ‘바이든식 대중 외교’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레드라인’(한계선)은 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들과 공동 압박 전선을 펼쳐 중국의 패권 추구를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만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무리수를 둬 중국과 정면충돌하는 사태는 피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국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사흘째인 지난달 23일에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긴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선언문) 등을 ‘미중 간 약속’으로 규정했다. 두 나라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음에도 이 원칙은 깨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국은 자국과 외교관계를 원하는 국가에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도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9년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미국·대만 방위조약 중지, 미국대사관 폐쇄, 대만 내 미군 철수 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중국과의 불화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중국을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받되 ‘불필요한 마찰로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면 오히려 동맹과의 대중 압박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미 국방부는 중동에 있던 미 해군 니미츠 항공모함전단을 인도·태평양지역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국방부가 밝힌 ‘인도·태평양지역’은 미 해군의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뜻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강화를 강조하는 흐름에서 나왔다고 SCMP는 설명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선적으로 일본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제노사이드’(인종청소)를 저지른 나라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안보 동맹국들의 동참을 전제로 대중국 압박 공동전선 확대를 역설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행보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정부가 인종청소를 저질렀다고 판정된 상대와의 무역합의를 재검토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 359표 대 188표로 통과된 이 개정안은 조만간 하원 표결을 거친다. 위구르족 문제로 비난받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하나의 중국’ 정책 재확인한 美, 복잡한 속내는

    ‘하나의 중국’ 정책 재확인한 美, 복잡한 속내는

    국무부 대변인 “하나의 중국 정책 변하지 않았다”“내 단어 신중하고 싶다” 가치 판단에는 선 그어외려 “美, 세계서 中 압도할 준비 돼 있다” 강공 미중 날 세우면서도 협력할 부분에 대해선 인정‘전략적 경쟁·경제 동반자’ 두 얼굴 中 조율 관건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3일(현지시간)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집권 초기인 바이든호가 아직 대중 정책을 정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정면 대결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략적 경쟁자와 경제적 동반자라는 중국의 두 가지 측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화시켜야 한다는 고민도 묻어난다.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기자의 첫 질문 때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재차 질문한 다음에야 “이 지점에서 내 단어에 신중하고 싶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미국이 중국에게 우호적이라는 식의 특정 의도가 전달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읽혔다. 특히 해당 답변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둘러싼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압박, 유엔 내 중국 견제를 통한 리더십 회복 등을 시사한 뒤에 나왔다. 외려 브리핑의 분위기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는 느낌이 짙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얀마 상황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날 오전에 나온 주요 7개국(G7) 성명을 언급하며 ‘서방 민주주의 국가 대 중국’의 프레임을 시사했다. G7 성명에는 “군부가 즉각 국가 비상사태를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권력을 복구하길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상원 인준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무엇보다 중국 대응을 위해 빠른 인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그린필드 대사는 수십 년 간 중국에 경종을 울렸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중국을 압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의 중국 정책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최근 미국은 사실상 이를 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홍콩에 대해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있다. 미국이 더 빨리 행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주미 대만 대표가 초대됐다. 다만 미중은 최근 서로 날을 세우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한 연설에서 “(미국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연대와 협력은 유일한 선택이다”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군사·통상·금융·인권 등을 두고 연일 중국에 경고를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북핵문제 등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필립 스티븐스 정치 평론가는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그간) 중국에 대한 중상주의와 전략적 경쟁 사이의 우아한 저글링은 지능적인 균형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중국이 승리했다”며 베이징에 쏠려 있는 이익을 균형점으로 돌리기 위해 미국은 동맹과 협력국의 강한 단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주한미군 U-2S 고공정찰기 또 대만해협 출격

    주한미군 U-2S 고공정찰기 또 대만해협 출격

    주한미군에 배치된 U-2S(드래건 레이디) 고공정찰기가 또다시 대만해협 인근 상공까지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출발한 U-2S가 대만해협 인근 동중국해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주한미군 소속 U-2S가 미중 갈등 해역인 대만해협 인근 상공에 투입돼 언론이나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노출된 것만 지난해 12월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10일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남중국해와 대만 상공에서 위치가 식별된 적 있고, 지난달 25일에도 대만해협을 지나 남중국해까지 U-2S가 진입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주한미군 전력이 잇따라 대만해협으로 전개한 것을 두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대중 압박 전초기지로 주한미군 기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미중 양국의 군용기 출격이 이어지는 등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U-2S는 최대 25㎞ 상공에서 7∼8시간가량 비행하면서 지상·해상 시설과 장비 움직임을 촬영하고 통신을 감청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정찰기로 수집된 정보는 미 태평양공군사령부와 주한미군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 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에 제공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美 “수치 석방을” vs 中 “안정 바란다”

    美 “수치 석방을” vs 中 “안정 바란다”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일으킨 1일 세계 각국은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강력하게 바난하는 서구 국가에 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원칙론만 내놓는 등 온도 차가 뚜렷하다. 미국과 유럽은 즉각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모든 정부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을 풀어 주라”며 “지난 총선으로 표출된 미얀마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라”고 압박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반면 중국은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각측이 헌법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정치 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논평만 냈다. 동남아의 아세안 회원국들은 ‘무개입 원칙’을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사정이 작동했다는 평가도 있다. 쁘라윗 웡수완 태국 부총리는 이날 미얀마 사태에 대해 “국내 문제”라고 했다. 그는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정부의 2인자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2014년까지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도 “다른 국가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5년 1월부터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미중 사이에 놓인 미얀마의 국제 정세적 위치 때문이다. 미얀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수혜국으로, 당시를 기점으로 친중국 노선을 바꿔 미국과 관계를 맺어 왔다. 한편 중국은 여전히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특파원 칼럼] ‘겁쟁이 게임’ 위해 절벽 마주 선 美中/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겁쟁이 게임’ 위해 절벽 마주 선 美中/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서양에서 닭은 겁이 많은 대표적 동물로 꼽힌다. 주인이 모이를 주려고 다가가는 것조차 자기를 해하려는 줄 알고 도망을 가 버려서다. 소심하고 잘 놀라는 사람을 ‘치킨’(chiken)으로 부르는 것은 여기서 유래했다. 게임이론 가운데 ‘치킨게임’이라는 모델이 있다. 두 명의 참가자가 상대방의 양보나 포기를 기다리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을 일컫는다.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을 이어 간다. 누가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멸한다. 이 게임에 ‘치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목숨을 건 자동차 대결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경쟁자 두 명이 자신의 차로 정면으로 돌진한다. 충돌 전 한 명이라도 핸들을 돌리면 아무 피해도 입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겁쟁이로 간주된다. 양쪽 모두 핸들을 고정하고 끝까지 질주하면 지인들 사이에서 ‘전설’이 된다. 하지만 차량용 에어백이 없던 시절 이들은 대부분 숨을 거뒀다. 이 게임이 유명해진 것은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주연을 맡은 ‘이유 없는 반항’(1955)에 등장하면서다. 주인공과 불량배가 탄 자동차 2대가 나란히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킨게임은 다분히 비이성적이고 무모하다. 일부 정신 나간 추종자들이나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칭송할 뿐이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지켜보자니 지금의 미중 관계가 딱 치킨게임 양상이다. 지난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보스 어젠다 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답변은 “아니다(No)”였다. 되레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은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한다”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뜻한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얻고자 핵실험을 이어 가자 그는 북한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기를 임기 내내 기다렸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은 말이 좋아서 ‘전략적 인내’이지 사실상 ‘중국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남 헌터의 중국 사업 비리 연루 의혹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13년 헌터와 함께 중국에서 사업 파트너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2016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대선을 도왔다는 ‘러시아 게이트’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자의든 타의든 중국에 유화적 신호를 발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이상 ‘올리브 가지’(화해의 상징)를 내밀기 어렵기는 중국도 같다.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 조만간 ‘샤오캉사회’(중진국) 실현을 공식 선포하고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세계 1위로 올라서려는 로드맵도 제시한다. 이런 축제 분위기를 등에 입고 시 주석이 화해 협력 의지를 내비쳤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지도부가 적어도 올해 안에는 ‘모양 빠지는’ 일을 다시 도모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태극기 부대’에 해당하는 극좌 세력들이 두고 볼 리 없어서다. 최소한 기자가 베이징에서 만나 본 지식인들은 지금의 신냉전 상황에 두 나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대충돌 전 스스로 핸들을 꺾게 만들 묘수는 없을까. 베이징의 스산한 날씨가 미중의 갈등 상황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superryu@seoul.co.kr
  • 현금 104조 장전한 삼성전자 “대규모 M&A”… ‘초격차’ 가속화

    현금 104조 장전한 삼성전자 “대규모 M&A”… ‘초격차’ 가속화

    2016년 美하만 인수 이후 첫 공식 언급 작년 영업익 35조9939억… 역대 네번째올해 매출 258조·영업익 46조 달할 듯 美 파운드리 공장 증설엔 “아직 검토중”지난해 코로나19,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을 예고하며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한다. 28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지난 3년간 M&A 대상을 신중히 검토해왔고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며 “보유 재원을 적극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가 M&A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104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년보다 29.62% 증가한 35조 99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2013년과 반도체 슈퍼 호황기인 2017년, 2018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2.78% 많은 236조 8070억원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조 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5% 늘었으나 ‘깜짝 실적’을 냈던 전 분기(12조 3500억원)보다 둔화했다. 반도체 부문은 전반적인 시황은 양호했으나 메모리 가격 하락, 신규 라인 초기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3조 8500억원에 그쳤다.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애플의 아이폰 흥행, 연말 마케팅비 증가로 전분기(4조원)보다 적은 2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그러나 스마트폰과 TV 수요 증가와 패널 단가 상승으로 디스플레이 부문은 4분기에만 1조 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TV·가전(CE)도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온라인 판매가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8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연간 매출은 258조 7673억원, 영업이익은 46조 678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도래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마케팅전략실장(부사장)은 “상반기 내 D램 업황 개선이 기대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수요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2017∼2018년 수준의 ‘빅 사이클’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는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은 이슈도 언급됐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생산 능력 확충 검토는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며 “기흥, 화성, 평택, 미국 오스틴 등 전 지역의 최적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텔로부터의 파운드리 물량 수주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이 어렵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전년보다 43% 늘어난 38조 5000억원을 투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바이든 출범 후 바빠진 ‘전화 외교’...눈치싸움도 본격화

    바이든 출범 후 바빠진 ‘전화 외교’...눈치싸움도 본격화

    북핵 문제 해결에 공감대 형성블링컨, 한미일 3각 협력 강조외교부 발표 자료에 내용 빠져중국매체, 문화 교류 강화 부각“한중 정상회담 조기개최 가능성”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전화 외교’가 막이 오른 가운데 눈치 싸움도 본격화했다. 한미 정상간 통화를 앞두고 중국이 선제적으로 한중 정상간 통화를 제안한 것도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외교장관의 첫 전화통화도 성사됐지만 양국이 무게중심을 둔 부분이 사뭇 달랐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 상원 인준을 받고 취임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첫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국방장관이 상견례를 겸한 전화 통화를 한 지 사흘 만에 양국 외교 수장 사이에서도 한미 관계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기 위한 통화가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이 취임 첫 날 통화한 상대국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두 장관은 약 30분간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미 국무부가 낸 보도자료에도 “블링컨 장관이 북한 비핵화의 지속적인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만 블링컨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강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짧게 언급했는데 여기엔 북핵 내용 없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만 강조돼 있다. 지속적인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은 미 국무부가 낸 자료에도 나오지만 우리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없다. 블링컨 장관이 한미동맹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맥락 속에서 설명한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인데 이 또한 외교부 자료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미국의 ‘중국 견제’ 시각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중 정상간 통화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의 실현은 (한중)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말을 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을 지지하는가 하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과 관련해 한국과 소통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한중간 문화 교류 강화를 부각시킬 뿐,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방한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중국 측 요청에 따라 한중 정상간 통화가 전격 이뤄진 배경으로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이 한미동맹에 비중을 싣는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중국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이 바이든 정부 취임 이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한국도 참여할 뜻을 밝히고, 문 대통령이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그동안 언급을 피했던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라는 표현을 쓰는 등 최근 한국의 행보가 미국 측에 경도되는 것처럼 보이자 시 주석이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시 주석이 여건만 되면 방한을 조기에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도전이 되는 셈인데 무엇보다 미중 사이에서 원칙을 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미 정상간 통화에 앞서 한중 정상 통화가 먼저 이뤄진 것에 대해 두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중 정상 통화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해부터 논의된 신년인사 차원의 통화”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면 그건 취임축하 통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안에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이 (통화 시기를) 조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통화 일정에 세세하게 의미 부여를 둘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시론] 美의 동맹·北의 동반자, 한국 외교의 새 도전/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시론] 美의 동맹·北의 동반자, 한국 외교의 새 도전/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님께. 2021년 건강하시고 정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새해 들어 특히나 마음이 바쁘시겠다 싶습니다. 시간은 날려 버린 살과 같이 지나가지만 하시고자 했던 숙제는 태산처럼 남아 있으니까요. 이제 일 년 정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나 구상에도 바쁘시겠죠. 저는 올해 중점 과제 중 하나가 대북 관계 개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 관계가 경색될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남은 시간을 쓰셔야 합니다. 한국 정치만 시간을 재촉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죠. 임명자 의회 인준, 코로나 방역, 경제 복원, 트럼프 탄핵 등으로 바이든 정부는 바쁜 몇 달을 보낼 겁니다. 비교적 간단한, 그러나 중요한 유럽 관계 복원 직후 아시아로 눈길을 돌릴 겁니다. 그러고 나면 한국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춰 따라가기 쉽습니다. 복안이 있다면 빨리 서두르셔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한국 여론은 ‘한미동맹의 엇박자’ 걱정을 흘렸습니다. 한미동맹 공조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도 문제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 이익을 위해 동맹이 있지 공조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공부를 하는 게 목적이지 시험 잘보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한미 공통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바이든 정부가 어디로 향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무력 시위와 외교 협상을 섞어 북핵 해체를 도모할 테죠. 익숙한 길이고 한국 정부도 거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시듯 그 끝은 북미 대결이었습니다. 북한 핵무기는 한국을 벌써 지나쳐 태평양으로, 미국으로 향했죠. 당황한 미국은 거칠게 나왔습니다. 폭격을 구상했고, 욕설을 해댔습니다. 한국은 차 안에 갇혀 부부싸움을 바라보는 아이 꼴이었죠.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2017년 북미 대결 재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뻔히 알면서 다시 이 길을 걸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 외교의 최고 목적은 한반도 평화이니까요. 한반도 평화는 한미 공통 이익입니다. 하지만 미국 동아시아 외교의 최고 목적은 아닙니다. 이는 중국 견제임은 다 알려진 바죠. 한국은 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미사일 부대 노릇만 할 수는 없습니다. 동맹국으로서 지분을 요구하며 미국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북한을 이용하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미중 긴장은 높아 갈 겁니다. 이는 큰 강줄기로 우리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심조심 노를 저어 나갈 수는 있죠.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것을 주면 북미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김정은ㆍ트럼프 정상회담이 이를 보여 줬죠. 북미 관계 개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더 자주적으로 설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 말이죠. 북한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파트너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중국은 ‘입술과 이’ 같은 사이라는 점을 지적했듯 북한의 독립은 중국의 전략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바이든 백악관에 이 가능성을 보여 줘야 합니다. 북핵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북한의 고립을 풀어 주면 미국에 득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은 남북 평화를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도 남한이 동반자라는 믿음을 주십시오. 북한의 요구는 명확하고 일관됩니다. 북한 안보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못 들어줄 것 없습니다. 한미 훈련은 한국 안보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긴장만 고조하니 정부는 걸맞은 대응을 해야 합니다. 올해는 마침 중지할 핑계도 있습니다. 경제 협력, 의료 지원 등은 필요 없다고 했으니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비전향 장기수도 북송하십시오. 국가보안법 폐지는 지금 아니면 안 됩니다. 남북 관계 개선은 정치적으로 유익합니다. 2021년 지방 보궐선거가 코앞입니다. 돌이켜 보면 남북 회담이 이어질 때 대통령 지지율이 치솟았습니다. 물론 야당의 정치 공세가 있었습니다. 색깔론을 들먹이기도 했죠. 하지만 유권자는 예전과 달리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황사가 지난 푸른 하늘을 반기듯 정상 회담을, 대통령님의 평양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나 일상적인지 이제 알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좇고 얻는 정치적 보상은 당연합니다. 전쟁과 위기는 외세 손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직 남북 당사자 손으로만 가능하죠. 건승을 기원합니다.
  • 거침없는 위안화 몸값…웃을 수 없는 ‘초강 위안’

    거침없는 위안화 몸값…웃을 수 없는 ‘초강 위안’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초강세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이 30개월 만에 정신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6.5위안(약 1107원) 선이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런민은행은 지난 5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 떨어진 6.476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6.4위안 선으로 주저앉으며 2018년 6월 25일(6.4893위안)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5년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하루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런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인하폭은 중국이 2005년 7월 22일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면서 한 번에 2%를 인하한 이후 최대 폭”이라고 전했다. 위안화 환율 1% 하락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한다. ●미중 갈등땐 달러당 7.1316위안까지 올라 위안화 가치는 2018년 7월 미국의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6위안 후반에서 움직이는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바람에 위안화 환율은 3월 들어 달러당 7위안 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특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한 5월 29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316위안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에서 먼저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강세로 돌아선 뒤 하락 폭을 키웠다. 중국 위안화의 초강세 현상은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가운데 수출 호조와 글로벌 자금 유입, 달러화 약세 현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강타당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활동이 마비된 사이 중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 사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이 위안화 초강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리듯 시중에 돈을 풀어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도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다. 여기에다 선진국의 ‘제로 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을 많이 사들인 것도 위안화의 ‘몸값’을 높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이다. 미국·유럽 등의 중앙은행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대처하려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췄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를 거의 손대지 않아 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10년 만기 국채를 비교해 보면 중국 금리는 연평균 3.2%, 미국은 연평균 0.9%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올 한 해 내내 위안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말 위안화 환율을 6.3위안 선으로 제시했으며 BNP파리바는 6위안 초반 선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달러당 5위안대 시대’, 즉 ‘초강(超强) 위안’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다소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위안화 전망을 통해 “2021년 위안화 가치가 10% 정도 더 올라가, 환율이 달러당 5위안대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위안화 초강세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중국은 위안화 강세가 그만큼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수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10달러짜리 제품을 수출하고 지난해 5월의 경우 71위안을 받았지만 지금은 65위안도 제대로 손에 쥐기 힘든 형편이다. 6위안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나 국가 단위에서 보면 엄청난 규모다.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中당국, 수출 경쟁력 등 부작용에 고심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쌍순환론’(雙循環論)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측면도 있다. 쌍순환론은 제조·수출과 함께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중국 경제를 이끌고 가겠다는 정책이다. 경제정책의 큰 축이 내수로 이동한 것이다. 위안화 초강세는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지만 수입 채산성은 그만큼 좋아진다. 위안화 초강세로 얻은 환차익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사 그렇더라도 위안화 초강세는 중국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는 등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6.5위안 아래로 떨어지면서 초강세를 이어 가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런민은행은 지난 7일 밤 낸 공고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해외 융자 규모 상한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기존의 1.25에서 1.00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런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1일 기업을 뺀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25에서 1로 내렸는데 당시 제외된 일반 기업에 대한 제한도 이번에 함께 완화한 것이다. 자기 자본과 해외 융자 규모 등을 넣어 계산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가 내려가면 중국 외부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지수 1이 적용되면 해외융자를 통해 운영자본의 최대 0.8배까지 조달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내려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 자금 조달을 더 쉽게 만들어 준 것은 위안화 강세 흐름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런민은행은 앞서 코로나19의 충격파로 위안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 3월에는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에서 1.25로 올린 바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 강세 기조에 대해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저우하오(周浩) 코메르츠방크 신흥국시장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해외에서의 위안화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빠른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위안화 가치는 이제 더이상 싸지 않으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은 경제 여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런민은행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는 위안화 역외 결제와 관련한 새 규칙에 서류업무 간소화 등을 통해 무역업체나 다국적 기업, 대외 투자자들이 역외에서 위안화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회람을 금융기관에 보냈다. 또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고 할 때 그 대금을 특별 은행계좌 대신에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 자본의 송금과 위안화 역외 결제를 촉진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중국 은행들에 대해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을 위한 계좌 개설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런민은행의 이 같은 추가 조치는 위안화를 해외로 내 보냄으로써 위안화 강세를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WTO·유엔과 관계 정상화… 다자주의로 중국 압박할 듯

    WTO·유엔과 관계 정상화… 다자주의로 중국 압박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공정무역’을 기치로 삼아 통상동맹을 복원하고, 다자주의로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트럼프와 달리 中 ‘불공정’ 겨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적’으로만 상정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주요 경쟁국이자 미국의 2번째 무역 파트너라는 이면을 감안해 국제 규범이라는 그물망으로 환율조작, 불법정부보조금, 지식재산권 절도 등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수정토록 압박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제무역기구(WTO), 유엔과 빠르게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미중 간 기술경쟁은 국가안보와도 연관이 높아, 미 우방국끼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도 추진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5G를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함께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CPTPP 가입해 리더십 회복 전망 이와 동시에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식으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 체인’을 강화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무역협정에서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촘촘하게 만들어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맹국 협력엔 관세 철폐 필요해 난관” 다만 크레이그 알렌 미중경제위원회 대표는 지난 11일 US인사이드트레이드에 “바이든호가 중국 대응을 위해 동맹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중국이 경제규모를 이용해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관계 격차를 활용해 왔고, 무엇보다 동맹의 힘을 규합하려면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에 부과했던 ‘관세 조치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세 철회가 현실화되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친바이든 성향의 노조가 반발할 수 있다. 중국도 바이든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7년간 힘겨루기를 벌였던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투자 협정이 최종 타결됐다. 반면 바이든은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디지털세, 보잉·에어버스 무역분쟁 등을 해결해야 한다. 또 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법’을 명시화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美, ‘동맹’ 무기로 中 견제·압박… 韓, D10 등 선택 강요받을 듯

    美, ‘동맹’ 무기로 中 견제·압박… 韓, D10 등 선택 강요받을 듯

    “미국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각국 지도자와의 통화에서 건넨 대외정책 기조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동맹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미중 갈등 현안을 관리했던 한국으로서는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호에 승선한 베테랑 외교전문가 커트 캠벨 아시아 차르 지명자는 지난달 초 애틀랜틱카운슬·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화상 토론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중심 외교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의 우방국 모두와 협력해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한반도 비핵화, 글로벌 보건 정책 등 미중 간에 협력할 분야도 있지만, 그보다는 외교·안보·국방·금융 등 대부분에서 경쟁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봤다. 더 나아가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일관계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통합적 협력을 위해”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에 빼앗기면서 커진 미국 내 반중정서 때문이라도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압박에 나서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때 부통령으로서 미중 관계 협력을 지향했다면, 이번에는 전략적 우위를 점해 미국의 이익을 끌어내야 한다. 복안은 관세전쟁 및 신냉전 구도로 중국의 힘을 키워 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을 이용해 ‘중국 포위’에 나서는 것이다. 동맹 구축의 동력은 중국 공산주의를 겨냥한 민주주의 연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100일 안에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미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외교팀이 소다자 협의체를 이용해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쿼드(Quad) 플러스,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주요 민주주의 10개국(D10) 등을 조율하며 중국에 대응하는 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국, 호주, 인도를 참관국으로 공식 초청해 D10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명제를 유지해 온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린치핀’(핵심축)”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한 언급이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 주기를 바라는 뜻도 읽힌다.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의 입장은 이해되나 동맹의 역할이 먼저라는 주장이 나온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중국은 제국주의 강국이고, 주변부를 모두 통제하려 할 것이다. 한국이 첫 목표가 된다”며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한국 기업들이 고충을 겪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비해 그간 미중 사이에서 보였던 모호성 전략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자는 제언도 있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외교에서는 한국이 국익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미국과 전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명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민주주의 10개국(D10)/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민주주의 10개국(D10)/황성기 논설위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월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과 호주, 인도를 게스트로 초청했다. 올해 G7 정상회의는 영국 남서부 콘월의 휴양지인 카비스베이에서 개최된다. 콘월은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런던과는 달리 영국에서 감염자가 적은 곳으로 유명하다. 대면 방식이 될 G7+3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지난해 말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 방문을 거부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질지 주목된다. 존슨 총리가 세 나라를 게스트로 초청한 것은 영국이 주창한 민주주의 10개국(D10)과 맥락이 닿아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5월 5세대(5G) 통신망 분야에서 대중 협력을 명분으로 G7에 한국, 호주, 인도가 가담하는 D10의 결성을 호소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견제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개념의 국제 연합체를 강조하고 있어 미영이 주도하는 대중국 결속체가 먼저 콘월에서 시험 가동하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받은 데 이어 올해에도 G7 정상회의에 초대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신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위상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대될 만큼 높아졌다”고 초청 사실을 미리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코로나로 불발된 미국 G7 정상회의와 달리 올해는 그 의미와 결이 달라 초청을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호주, 인도 외에 러시아도 초청했으나 존슨 총리는 러시아를 제외한 D10 국가로 한정했다. 지난해 G7의 G11 혹은 G12으로의 확대가 초점의 하나였다면 올해는 중국에 맞선 민주주의 진영의 단결이 정상회의에서 부각될 전망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대중 연합체인 쿼드를 확대한 쿼드 플러스 참가를 권유받고 있으나 중국을 의식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지명된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쿼드 플러스나 D10과 같은 대중 연합을 강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국 요구가 적었던 트럼트 때와 비교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세련되지만 강하게 연합체 참가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들어 미중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 전략이 언제까지 통용될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재개를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하겠지만, 바이든이 먼저 듣고 싶은 게 미국의 대중 전략 지지일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고민은 커지게 됐다.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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