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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위안화 가치 급락에도 8월 외환보유액 되레 증가

    中, 위안화 가치 급락에도 8월 외환보유액 되레 증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달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중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되레 늘어났다. 이는 시장 예상과 반대의 결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 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7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 1072억 달러(약 3710조원)로 전달 3조 1037억 달러보다 35억 달러 늘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4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왕춘잉 중국 외환관리국 대변인은 “외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경제 구조가 개선되면서 안정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국제수지 및 외화 보유액 증가세가 확고하다면서 “중국의 탄탄한 기반과 지속적 개혁개방 지원 덕분에 외환시장이 요동쳐도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이 3000억 달러(약 35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위안화 가치는 급락했다. 지난달에만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3.8% 떨어졌다. 이는 중국이 1994년 새 환율 시스템을 도입한 뒤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특히 지난달 5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이 환율 하락을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코스피 바닥 근접했지만 리스크 여전...배당주 투자 주목

    코스피 바닥 근접했지만 리스크 여전...배당주 투자 주목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한 가운데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에 돌입한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연 저점에 근접한 후 반등한 듯 보이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위험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연말까진 배당주 투자에 주목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8포인트(0.22%) 상승한 2009.1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에는 2004.75로 마감해 지난달 1일(2017.34) 이후 약 한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미중 무역협상 재개 결정, 홍콩 송환법 철회 등 대외 불확실성 완화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고꾸라졌던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코스피가 바닥을 확인한 것인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인의 진단을 들어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기업들의 내재 가치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바닥은 터치했다고 본다”면서 “다만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했다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기는 시기상조이며, 기업 영업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가 1900선까지 내려가면서 바닥을 확인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바닥을 쉽게 짐작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 등 정치적 부분은 예측 밖의 영역이고, 기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도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은 협상이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바닥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미중 무역분쟁, 일본과의 갈등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위험들이 도사리는 상황”이라면서 “코스피 밴드 예측이 크게 의미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센터장들은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 투자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미중 분쟁, 한일 갈등, 금리 인하 등 주요 변수들이 번갈아가며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연말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 수익률이 높은 주식 위주로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현석 센터장도 “1%대 저금리인 만큼 4분기에는 배당 투자 관련된 테마주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센터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박스권 장세 때와 다른 점이 그 때보다 금리가 낮아졌다는 점”이라면서 “배당주가 저금리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소재주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섰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면세점, 화장품주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구용욱 센터장은 “실적이 좋은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의 수익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주식에 흥미를 잃어가고, 기대 수익률이 매우 낮아져 있다”면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순응하고 편승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번엔 달라…미중, 10월 무역협상서 돌파구 가능성”

    “이번엔 달라…미중, 10월 무역협상서 돌파구 가능성”

    18개월째 계속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협상에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가 무역전쟁에 정통한 중국의 신뢰할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선에 시간이 쫓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관세보복으로 심대한 내상을 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투키티데스의 함정’을 피하면서 무역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10월 초 다시 열리며 실질적 진전을 보기 위해 차관급 실무협상을 이달 중순부터 시작한다고 5일 발표했다. 10월에 무역협상이 재개되면 이는 13차에 해당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중이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이번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지쳐있다. 아마도 더 이상 중국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후시진의 트위터는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대변하기 때문에 최근 월가의 전문가과 시장 참여자들이 매일 체크하고 있다. 후시진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보복을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750억 달러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렸고, 실제 몇 시간 후 중국은 관세 부과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관영 경제지인 경제일보의 SNS계정인 ‘타오란 노트(Taoran Notes)’도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뭔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타오란 노트는 이날 1200자 칼럼을 통해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타오란 노트에는 “무역전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든 아니면 무역전쟁을 되풀이 하든지 간에 몇몇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늘 글이 게재됐다.타오란 노트는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중단된 뒤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타오란 노트는 특히 9월 중순부터 실무회담이 열린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후시진의 트윗과 타오란 노트와 관련해 백악관은 아직은 코멘트가 없었다고 CNBC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2019년 세계의 화두 중 ‘세계화의 후퇴’가 있다. 세계화의 상징이던 동아시아와 미국의 분업체계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전쟁으로 파열음을 내며 찢어지고 있다. 국적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정착하고 공존할 것이라는 다문화주의의 이상 또한 난민 위기와 반이민 운동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년 전인 1999년만 해도 ‘세계화의 후퇴’ 같은 이야기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1999년에 반세계화라 함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최를 막고자 세계 각지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달려가 싸웠던 ‘시애틀 전투’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 주류 정치를 흔들고 강대국 관계를 뒤엎는 거대한 조류와는 정말 큰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2000년대에는 초등학생인 나조차도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 같은 어려운 말들에 비교적 익숙했고 세계화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였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같은 반세계화의 구호를 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계화는 그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위기를 맞은 것일까.●세계화와 다보스맨의 진군 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월드와이드웹(www.)이 새로운 차원의 정보혁명을 가져다주면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 세계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물론 그 밖의 다른 변화들도 드넓은 이 행성을 ‘지구촌’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후반 이루어진 항공 교통의 대대적 확장, 컨테이너 항구의 등장으로 물류비의 혁신적 절감 등 교통에서의 변화가 있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뒤로하고 등장한 WTO, 유럽통합 산물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변화의 주역이다. 세계화는 각각의 변화가 다른 변화를 자극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이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끈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던 사람들, 소위 ‘다보스맨’이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엘리트들이었다.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명 세계 도시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세계화라는 연극에서 이들이 맡은 배역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바꿀 혁신을 만들었고, 다른 누구는 세계화를 촉진시키려는 규제 개혁안을 입안하고, 누군가는 중국에 새로 지을 공장 부지를 탐색했다. 하지만 국적, 성별, 나이 등이 달랐다 할지라도 세계화가 창출해 내는 거대한 기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커다란 공통점을 가졌다고 하겠다. 경제적 공통점은 곧 문화적 공통점으로 이어졌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세계 도시를 누비고 음악, 미술, 스포츠에서 수준 높은 교양을 확보했다. ‘글로벌 이슈’를 논평할 지식도 갖춘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과 인종 따위에 연연하는 것은 ‘쿨(cool)하지 못한’, 하층민의 습성으로 간주됐다. 글로벌 엘리트 사회에 녹아들려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예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세계화에서 움직인 것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금융자본과 고급 인적자원을 만들어 내는 지식의 흐름이었다. 이를 각각 금융의 세계화와 지식의 세계화라고 하자.●생산력 위해 이주한 하층의 세계화 하지만 영어능력, 자산, 교육수준 등의 문제로 이런 기회를 잡아낼 수 없는 선진사회 하층에게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화가 그들을 아예 비켜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층의 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세계화의 역습이었다. 첫째는 생산의 세계화였다. 정보기술은 연구개발, 단순조립, 마케팅에 이르는 복잡한 생산 사슬을 세분해 세계 각지에 흩어놓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복잡한 도면부터 방대한 회계자료까지 모든 종류의 정보가 디지털 자료로 변환돼 지구 각지를 돌았다. 그 결과 그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거대한 규모의 산업 이전이 가능해졌다.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지 않았던 단순 제조의 경우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던 선진사회의 노동력을 값싼 구 공산권, 제3세계 인력들이 대체해 나갔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이 겪은 생산의 세계화는 그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둘째는 이주의 세계화였다.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하면서, 더 높은 임금과 계층 상승의 기회를 찾아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이 선진사회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유럽인·아랍인·터키인은 서유럽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한국과 일본으로 이주해 갔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나라로 이주의 흐름이 이어졌다. 이주민들은 자신들만의 디아스포라(타지에 정착한 이주민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고, 본국에 있던 친척과 지인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였다. 이들은 선진사회의 원주민들이 더이상 종사하려 하지 않았던 저임금 일자리를 기꺼이 맡았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생활공간의 풍경을 계속 바꿔나가는 이주민들의 흐름에서 문화적 불안감을 느꼈고 원주민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경제적 불안감으로 이어졌다(실제 일어난 현상보다는 심리 상태에 주목한 것이다). 이주의 세계화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세계화의 이중성 하지만 ‘금융과 지식의 세계화’에서 이득을 본 상층민이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손해를 본 하층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사실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개발도상국 시민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생활수준의 향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세계화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또 계속 임금이 올라가는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이주민들로 다채로워진 문화 콘텐츠와 저렴한 서비스를 즐기게 됐는데 세계화에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반대한다면 그들을 그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진 이들로 매도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제 글로벌 엘리트에게는 같은 나라의 하층민보다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엘리트가 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된 지 오래였다.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선진사회에서 이처럼 큰 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심리적인 문제도 개입된다. 경제 위기, 산업 공동화, 이주 흐름이 이어지며 올라온 심리적 불안감은 안정적인 민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인과 손을 잡은 타락한 엘리트에 대한 분노라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바로 이것이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화시킨 가장 큰 공신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 위기 이후 글로벌 엘리트에 속하는 지식인들이 수도 없이 논의한 이 같은 서사를 3년이나 지난 지금 또 꺼낼 필요가 있을까. 이제 계층에 따라 차등적이었던 세계화가 지금의 반세계화 돌풍으로 이어진 것은 알 만한 식자층 사이에서는 상식 아닌가. 굳이 이런 상식을 또 들어야 하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세계화의 이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다소 진부할지라도 계속해서 사회에 환기돼야 한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소 시간 차를 두고 동아시아에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국내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글들을 읽어 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만 소개된다. 하지만 함께 진격하는 상층의 세계화와 하층의 세계화는 분명히 비교적 동질적인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인구 4만명의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한국에서도 이미 이중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했다. 서울대의 많은 학생은 일찌감치 세계를 경험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점하는 위치를 활용해 고소득 직군에 합류한다. 미국과 유럽에 친구를 두고 있고 선진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규범과 글로벌 엘리트들이 즐기는 콘텐츠에 익숙하다. 사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화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느끼는 세계화는 전혀 달랐다. 생산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과거 4인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가고 있고, 그 때문인지 지방의 소읍들은 어느 곳이나 고향의 정겨움보다는 쇠락해 가는 을씨년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대신에 번창하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해외식품점이다. 작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고향 재래시장 주변으로 골목마다 삼삼오오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있었다. 아마 추석에는 공장도 쉬니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 것이리라. 예컨대 서울대의 청년들이 미국과 독일에서 친구들을 만든다면 이제 이곳의 청년들은 키르기스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과 밥을 먹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중국과 베트남 결혼이주민과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이중의 세계화는 관계 맺는 국적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진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또한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을 비슷한 시간표로 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달라지는 시골의 풍경 지방에서 이 같은 풍경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에는 물론 흥미로운 구석과 긍정적인 부분도 무척 많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 고향의 한 골목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노동자 15명이 맥주를 마시면서 길을 점거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이들과 나름 재밌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년 뒤 우리 고향의 풍경은 대체 얼마나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운영도 불가능해진 공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내 고향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층 세계화의 수혜를 보는 엘리트들은 이 같은 질문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도 잘 안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유럽과 북미가 겪었던 정치적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공간과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세계화의 변검술에 대해서.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임명묵은 현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서아시아 지역을 전공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국가들이 20세기 현대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를 방대한 독서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저자.
  • 미국 입장 선회? “중국과 화웨이 논의하는 것 원치 않아”

    미국 입장 선회? “중국과 화웨이 논의하는 것 원치 않아”

    미국 정부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격앙된 목소리를 잇따라 쏟아내며 중국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그것은 국가안보 우려”라면서 “화웨이는 우리 군, 정보기관의 큰 우려이며 우리는 화웨이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의 거래에 대해 “아주 단기간에 거의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며 “우리는 화웨이와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사업을 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하지만 화웨이는 우리가 논의하고 싶은 플레이어, 지금 당장 이야기하고 싶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보자, 그들이 거래를 원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고,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측의 양보에 협상 타결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가 중국 정보당국의 스파이 행위에 협조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공공기관의 관련 장비 구매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제재를 하고 있다. 동맹들에까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반면 중국 정부는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화웨이 제재 해제 여부를 협상 성사의 선결 조건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화웨이 문제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최전선 고지로 부각된 지 오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우리가 합의하면, 나는 합의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협상의 일부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 간 무역협상에서도 화웨이는 주요 안건으로 취급됐다. 양국 정상은 당시 화웨이에 대한 미 기업들의 상품·서비스 판매 재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조건으로 휴전 및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화웨이를 협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화웨이)에 관해 논의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변화를 시사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전쟁의 ‘당위성’을 재차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중국과 아무 것도 안 했다면 미국 증시는 지금보다 1만 포인트는 더 올랐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미중 무역전쟁)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국 내 진출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강제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하는 등 국제무역에서 ‘반칙’을 일삼아 온 것을 바로 잡기 위해 미국 증시의 실적에 장애가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중국이 내년 대선까지 협상을 미루면서 새 정부와의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내가 재선이 되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때까지 중국 경제는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는 등 중국의 협상 지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前연준의장 “미국 마이너스 금리 도래, 시간 문제일 뿐”

    前연준의장 “미국 마이너스 금리 도래, 시간 문제일 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미국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래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간 미 통화정책을 결정하며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전세계에서 꽤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물 미국채 수익률을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정오 30년물 미국채 이자는 1.95%를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중앙은행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 조건을 완화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 공채가 16조 달러에 이른다고 CNBC가 전했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와 일본의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된다. 미국채 수익률은 여전히 플러스 금리 영역에 들어가 있지만 연준은 올해 벌써 금리를 한 차례 인하했고, 이달 하반기에도 금리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 기대치가 92.7%에 이른다.그린스펀 전 의장은 인구 노령화가 채권 수요를 추동해 수익률 하향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익숙해져 있지만 인구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 그들은 쿠폰을 찾는다”며 “그 결과 그런 행위가 그들이 받는 순(純)이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무시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올해 93세인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금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가치하락의 길에서 사람들이 단단한 자산을 찾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금 선물 가격은 21% 이상 올랐다. 그는 또 주식시장이 미국이 침체로 향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치가 오를 때 사람들은 소비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침체 여부는) 상당 부분 증시에 달렸다”며 “주요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우리 경제가 매우 짧은 지연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를 훼손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 제조업 3년 만에 위축… 세계 경제 동반침체 경고등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3년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에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전월 51.2보다 하락했다.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경기 확장과 위축을 구분하는 기준인 5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2016년 1월(48.2)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SM 관계자는 “응답자들의 답변은 기업 심리가 눈에 띌 정도로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3년여간 이어지던 제조업 PMI 확장 국면이 끝났다”고 해석했다. 조사업체 IHS마킷이 이날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도 50.3으로, 전월 50.4보다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불과하지만 종종 경제의 전조로 여겨진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PMI뿐 아니라 일본, 대만, 유럽 등의 PMI도 50.0을 밑돌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IHS마킷은 일본의 8월 제조업 PMI가 49.3으로, 4개월 연속 50을 밑돌면서 경기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대만의 8월 PMI는 47.9로 전월(48.1)에 비해 하락했고, 유로존의 PMI도 47.0으로 8개월째 50을 밑돌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 세계의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면서 이제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 투쟁”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2배’ 인상 카드를 흔들며 “시간을 질질 끌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가 재선할 때 중국은 어떻게 될까. 합의는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실패했던 우산혁명 79일의 기록 넘어서 중고생까지 나와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中, 무역전쟁·건국절 앞두고 부담 느낀 듯 5대 요구사항 중 하나만 수용… 불씨 남아 시위대 “직선제 도입 없이는 비극 반복” 민주화 요구 등 당분간 시위 이어질 수도 홍콩 정부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4일 밝히며 3개월 가까이 진행된 홍콩 시민들의 반(反)정부·반중국 시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 6월 9일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첫 시위가 시작된 지 88일째로, 79일간 진행된 2014년 우산혁명이 실패로 끝났던 것과 달리 홍콩 시민들은 귀중한 승리의 경험을 얻게 됐다.●캐리 람, 녹화 연설로 송환법 철회 발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법안의 철회를 선언했다. 오후 6시 녹화된 연설이 공개되기에 앞서 람 장관은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람 장관은 연설에서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달부터 자신과 모든 부처장이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자, 전문가들이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빈부격차, 청년층 기회 제공 등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 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송환법 철회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은 앞서 7월 초 “송환법은 죽었다”고 말하면서도 공식적인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며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국제공항 폐쇄 등 홍콩의 정치·경제·사회가 비상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최근에는 중·고교생과 직장인들의 주중 시위가 이어지며 정부를 압박했다. 시위대가 이른바 ‘삼파 투쟁’으로 불리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전개하며 홍콩 전역에 반정부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홍콩 경제 등에 대한 악영향이 중국 본토로까지 번지며 중국 중앙정부로서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나타냈고 미중 무역전쟁과 신중국 건국 70주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홍콩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수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너무 늦은 결정”… 향후 전망은 엇갈려 하지만 이번 발표가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사그라지게 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던 송환법 철회는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4대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빈부격차와 청년층의 상실감을 꼽은 람 장관의 발언은 직선제 요구 등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한 시위대의 인식과 너무 큰 괴리를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또 체포된 시위대가 11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대로라면 이들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찰의 강력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람 장관은 “새로운 인사들은 현존하는 경찰 감시 기구에 새로이 배치할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환법 철회 발표 직후 나온 시위대의 부정적인 반응은 당분간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전망하게 했다. 반정부인사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대표는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대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너무 늦은 결정”이라고도 했다. 시위대의 텔레그램에는 “홍콩의 선거는 여전히 베이징이 결정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이 우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람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폭력은 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폭력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 향후 시위가 계속될 경우 대응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WTO 제소 꺼낸 中… 美와 무역협상 이달내 재개 난항

    이달 출시 화웨이 폰엔 구글·유튜브 못 써 한일도 타격… 반도체·車 대중 수출 줄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재개를 위한 조율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발효된 300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중 일부에 대한 미국이 추가 관세를 강행해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15% 추가 관세를 미뤄달라는 중국 측 요청을 미국이 거부한 이후 양국이 9월 중 계획한 협상 일정에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꼭 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는 아니지만 중국 협상단이 미 워싱턴을 방문하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저녁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가 일본 오사카 정상회담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WTO 분쟁 해결기구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도 계속 불똥이 튀고 있다. CNN에 따르면 화웨이가 이달 독일에서 출시하는 ‘메이트30’에 구글 유튜브와 지메일, 구글지도 등이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수출 금지 업체로 지정된 화웨이가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거나 구글플레이·구글맵 같은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이 가시화한 것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중국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일 해설 기사에서 “보복 관세만을 따지면 수입액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쪽이 우세하지만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 여론에 민감한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여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결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8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줄었다. 일본은 4∼6월 제조업 부문 설비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다. 분기별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양국의 대중 수출 부진은 첨단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의 자동차부품, 한국의 반도체와 같은 첨단 중간재를 중국 제조업체들이 수입하는 만큼 무역전쟁 격화로 양국에 연쇄타격을 주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현대차, 8년 만에 임단협 무분규 타결

    현대차, 8년 만에 임단협 무분규 타결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파업 없이 사측과 완전 타결했다.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타결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노사는 한일 경제 갈등,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여론을 고려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5만 1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 3871명(투표율 87.56%)이 투표해 2만 4743명(56.40%)의 찬성표를 얻어 합의안을 가결했다고 3일 밝혔다. 증권업계는 이번 무분규 타결이 3000억∼6000억원의 영업이익 효과와 맞먹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고도 한일 경제 갈등 등 정세를 고려해 두 차례 파업을 유보했다. 노조는 이번 투표를 앞두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귀족노조’라는 사회적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합의안은 임금(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또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근속기간별로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한다. 이번 타결로 임금체계를 개선해 7년째 끌어온 통상임금 논란과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마무리할 전망이다. 노조는 조합원 근속 기간에 따른 격려금을 받는 대신 2013년 처음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현대차 노사는 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와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분규 없는 임단협 타결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을 결단했다”며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2분기 1.1→1.0%… 올 2%대 성장도 불투명

    GDP 디플레이터 3분기 연속 뒷걸음질 설비 0.8%P↑… 3분기 추경 집행 긍정적 올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2% 달성은 물론 2%대 성장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3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0%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7월 발표한 속보치(1.1%)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6월 경제활동 자료가 추가로 반영되면서 정부소비와 총수출이 각각 0.3% 포인트 하향 조정된 게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0.8% 포인트 상향됐다.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민간은 -0.2% 포인트, 정부는 1.2% 포인트였다. 민간에선 성장률을 갉아먹고 정부가 재정으로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GDP 지출항목별로 보면 설비투자(3.2%), 수입(2.9%), 정부소비(2.2%)가 늘어난 반면 민간소비(0.7%)는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한은이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연간 성장률 2.2%를 달성하려면 남은 3~4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0.9~1.0%씩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 잡았다. 한은 관계자는 “긍정적인 것은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해 3분기에 집행된다는 점”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하방 위험 요인이 얼마나 실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올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0.7%로 2006년 1분기(-0.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 1분기(-0.5%)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GDP 디플레이터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교역조건 악화에 의한 것”이라며 “이는 수출과 수입 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주고 소비나 투자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6일 막 오르는 ‘IFA 2019’ 관전 포인트 셋

    LG, 탈착식 듀얼스크린 V50S 씽큐 선봬 삼성, 내구성 키운 갤럭시 폴드 공개 관측 가전 생태계, 스마트씽큐 vs 패밀리허브 中 공세 여전… 참가 기업 40% 이상 달해 대화면 스마트폰 경쟁 체제, 데이터를 읽는 가전,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세력…. 오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확인할 트렌드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 IFA에도 전 세계 52개국에서 1840여개 기업 및 관련 단체가 참가해 미래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IFA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스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뿐 아니라 모바일·스마트폰 영역에서도 승부를 겨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듀얼스크린을 적용한 ‘LG V50S 씽큐’를 IFA 무대에서 공개한다. 두 개 화면을 탈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폰은 “가장 현실적인 폴더블폰 옵션”이란 외신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IFA에서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갤럭시 폴드는 지난 4월 미국 출시 예정이었지만, 언론 리뷰 과정에서 스크린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출시가 연기됐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화면 보호막을 임의로 제거할 수 없도록 내구성을 키운 폴더블폰을 IFA 공개일인 6일 국내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듀얼스크린폰에 폴더블폰이 가세하면서 하반기에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IFA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꾸준히 소개했다. 올해엔 특히 브랜드별로 정돈된 스마트 가전 생태계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가전 연결의 중심을 냉장고, TV, AI 스피커 중 어디에 둘 것인가’라거나 ‘어떤 네트워크로 가전을 연결할 것인가’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 가전 생태계 전체를 선보일 전망이란 뜻이다. 삼성전자는 IoT 기술 기반 패밀리허브, LG전자는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씽큐와 연결된 생태계를 제시할 예정이다. 새 기술이 열어 갈 미래상을 조망하는 부대 행사인 IFA+서밋은 올해 주제를 ‘데이터이즘의 부상’으로 정하며, 기업들의 성과를 설명할 이론적 틀을 제시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 공세는 올해도 여전할 전망이다. 참가 기업의 40% 이상인 780여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유 가전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이후 3년 연속 IFA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트럼프 “中, 1년에 5000억 달러 뜯어가” 으름짱

    트럼프 “中, 1년에 5000억 달러 뜯어가” 으름짱

    中 “美 도박은 자국 경제 손상 초래할 것”미국과 중국이 1일(현지시간)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양측이 9월 중 협상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우리로부터 돈을 뜯어내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당근과 채찍’을 이어 갔다. 중국도 “미국의 도박은 자국 경제에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역 규칙의 전례 없는 변화를 만들어 냈다”면서 “미국이 외국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자유무역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협상은 9월에도 여전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중국이 더는 우리로부터 돈을 뜯어내도록 허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1년에 5000억 달러를 가져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알리는 동시에 ‘관세폭탄’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국제문제 담당 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산 수입제품과 관련된 관세와 수입세는 올해 연말이 되면 미국의 모든 가정에 최대 1000달러(약 121만원)의 비용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일 논평에서 “미국이 지난 주말 새롭게 부과한 대중 관세로 미 시장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치적 도박은 미 경제와 납세자에게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중국 산시성 시베이공업대학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동남부 주콥스키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서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겨냥한 훈련용 타깃드론(무인표적기) 모형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베이징은 무역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에 대한 어떤 양보도 심각한 역사적 과오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조절 등 내수 활성화 힘써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8월 수출이 지난해 8월보다 13.6% 줄어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21.3%,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30.7%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 감소 등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미중이 어제 각각 추가 관세를 부과해 앞으로의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올 9월부터 수출 지표가 개선될 것을 예상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수출액이 7월 461억 달러, 8월 442억 달러 등 400억 달러 중반대인데, 지난해 9월 수출은 506억 달러였다. 수출에서 기대할 수 없다면, 내수라도 개선돼야 하는데, 이 역시 부진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액이 두 달 연속 전월보다 줄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가 한두 달 또는 두세 달 정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마이너스 물가는 196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마이너스 물가가 되면 더 싼 가격에 사겠다는 판단에 소비를 뒤로 미뤄 내수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수 활성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관광, 교육 등에서 다양한 고급 서비스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10월 초 적용한다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실행은 한국 경제 전체의 상태를 살펴본 뒤 시기를 뒤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보다 경기가 활성화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돈이 없을 뿐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높일 대책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 기초연금과 의료·주거급여 등 공적부조를 강화해야 한다.
  • [월요 정책마당] 지금은 재정을 풀어 경제를 살릴 때다/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월요 정책마당] 지금은 재정을 풀어 경제를 살릴 때다/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지금 세계는 경제전쟁 중이다. 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각국의 경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세계 교역의 축소 등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알기가 어렵다. 그만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 경제에 그대로 파급된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우리의 수출과 투자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수출 통제는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시계(視界)가 불투명해지고 있고,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이런 상황 속에선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적극 나서야 한다.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경제 활력의 불씨를 되살리고, 경제 체질을 강건히 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서 비장한 각오로 나섰다. 우리 재정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 총지출 규모는 513조 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 이상 늘렸다. 오늘의 확장 재정이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내일의 새 성장 동력을 일구고 그 과실이 다시 재정 여력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년 예산안은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와 혁신 가속화를 최우선으로 뒀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D·N·A)은 물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BIG 3) 육성에 4조 7000억원을 투입해 산업 전반에 연쇄 파급효과를 유도한다.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지원하는 예산도 2조 1000억원을 반영했고, 목적예비비까지 5000억원도 추가했다. 수출·투자 등 민간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진행한다. 생활SOC 확충, 균형발전 프로젝트 착수, 규제자유특구 지원 등 지역경제 활력 제고 3대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초석을 놓은 포용국가 기반도 단단히 다진다.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고교무상교육 확대 등 3대 안전망을 촘촘히 보강한다.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13만개 늘리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역세권 임대 등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금 지원도 충분하게 이뤄지게 할 계획이다. 400m 계주 경기의 승부는 ‘곡선 구간’에서 난다. 직선 구간과 달리 곡선 구간에서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마치 곡선 구간에 있는 것과 같다. 지금 어떻게 대응하냐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올 하반기와 내년 대응이 우리 경제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내년 예산안엔 경제강국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도 담았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성장, 연구개발(R&D), 소재·부품·장비 분야 등에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확실하게 지원했다. 물론 정부의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관련 연구자, 민간기업들과 잘 협력해 반드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적하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운영을 통해 위급한 경제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되찾아 재정이 건전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에겐 과거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세계 최초 상용화 등 국산화·세계화에 성공한 신화가 있다. 어려울 때마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일어선 우리 국민, 기업들의 저력을 믿는다. 대한민국, 다시 뛰자.
  • 美中, 예정대로 쌍방 추가관세 강행… 이달 협상도 난기류

    美, 1120억달러 규모 中제품 15% 부과 中도 1일부터 팜벨트 정조준 ‘맞불관세’ 트럼프 “中과 대화중” 확전 속 협상 여지 미국과 중국이 1일부터 상대국 제품에 추가관세를 서로 물리며 무역전쟁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당초 9월 중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0시 1분(현지시간)부터 3000억 달러(약 36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가운데 1120억 달러 규모에 대해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많은 식료품을 비롯해 의류와 신발, 필기구, 텔레비전, 골프채 등에 대해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전했다. 나머지 15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12월 15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미국은 25%의 관세를 부과 중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0월 1일부터 30%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미국산 5078개 품목(750억 달러 규모) 품목에 대해 10%와 5%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날 오후 1시 1분부터 1차적으로 1717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대두(콩)와 돼지고기, 소고기 등이 포함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층인 팜벨트를 정조준했다. 2차적으로 12월 15일부터 추가관세와 미국산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해 보류했던 25%와 5%의 관세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 미중 무역협상 재개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협상은 마련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국은 추가관세를 강행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 9월에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추측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항전 의지’를 다지면서 “양국 무역대표단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달 중국 무역대표단이 미국에서 협상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친척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베이징 특파원을 추방했다. WSJ는 2014년부터 자사 싱가포르 국적 춘한웡(33) 기자의 기자증을 재발급해 달라고 중국 당국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해 그가 중국을 떠나게 됐다고 지난달 30일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8월 수출 13.6% 감소… 9개월 연속 ‘부진 늪’

    車 5개월째 증가… 선박·2차전지 ‘선방’ 韓, 對日 수출 -0.3% 日, 對韓 수출 -6.9% 日 수출 규제 여파 향후 악재 작용 우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전보다 13.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7%)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효자’ 반도체 수출이 30% 넘게 급감한 탓이다. 일본 수출 규제 여파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다만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감소폭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 감소폭보다 23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든 442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감소세로 전환된 수출은 지난 4월(-2.1%) 낙폭을 줄였지만 6월(-13.8%) 이후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산업부 측은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여건 악화 외에도 전년도 기저효과, 조업일 감소(-0.5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D램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고 미중 분쟁 심화 등으로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라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4.6%)와 선박(168.6%), 2차전지(3.6%) 등은 선방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에서 수출 물량이 2개월 연속 상승하고 1~8월 누적 수출 물량도 0.7%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수출 부진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가 세계 경기 둔화와 교역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상위 10개국도 모두 수출(6월 기준)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21.3%), 미국(-6.7%)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대일 수출이 6.2% 줄었지만 규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 7월 기준 반도체 소재 3개 수출 규제 품목의 수입액 비중은 전체 일본 수입 중 1.8%에 불과한 데다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등은 모두 세 차례 수출이 허가됐다. 일본 수입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7월 기준 한국의 대일 수출 감소(-0.3%) 대비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6.9%)이 23배에 달하는 등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7억 2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9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 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코스피 1960선 회복, 원·달러 환율 5원 하락…“미중 긴장 완화 영향”

    코스피 1960선 회복, 원·달러 환율 5원 하락…“미중 긴장 완화 영향”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감이 다소 완화되면서 30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2% 가까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5원 이상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8%(34.38포인트) 오른 1967.79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73억원, 1647억원어치를 사들여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5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고 기관은 6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개인은 3959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긴장이 완화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9월 워싱턴에서 대면 무역 협상을 이어나갈지 논의 중”이라면서 “미국과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갈등을 원활히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들(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오고 있다”면서 협상 재개 방침을 강조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말하는 등 10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도 시장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에서는 삼성전자(1.38%)와 SK하이닉스(5.59%), 현대차(1.58%), NAVER(1.03%), 현대모비스(1.84%), LG화학(1.69%), 신한지주(2.00%), LG생활건강(2.08%), POSCO(3.18%) 등이 올랐고 SK텔레콤(-0.21%)은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3%(10.98포인트) 오른 610.5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역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92억원, 597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인은 827억원어치를 팔았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1.83%)와 CJ ENM(1.96%), 헬릭스미스(4.10%), 케이엠더블유(4.72%), 펄어비스(4.68%), 휴젤(2.56%), SK머티리얼즈(1.28%), 스튜디오드래곤(3.16%) 등이 올랐고 메디톡스(-3.88%)는 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달러당 5.2원 내린 1211.2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사흘 만에 하락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자동차 6.3% 화학 7.3% 증가… 제조업 중심 산업생산 반등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이 확대된 가운데 광공업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체 생산이나 소비에는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 경기를 가리키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지난 5월과 6월 각각 0.2%, 0.6% 감소했다가 이번에 반등했다. 산업생산 반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광공업생산이었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2.6% 증가해 2016년 11월(4.1%)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2.6%, 전기·가스업 3.7%, 광업 2.7% 등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자동차(6.3%)와 화학제품(7.3%)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와 화학제조업체의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화학제품 생산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반도체는 출하량이 전월보다 4.1% 줄고, 재고는 10.9%가 늘었다. 제조업생산이 늘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8%로 전월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1.6(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1% 증가했지만, 지난해 7월보다는 1.6%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전월보다 1.0% 증가하면서 올해 1월 1.3%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보험과 정보통신 생산이 각각 2.4%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생산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기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리면서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로 기대·전망지수 하락 폭이 커져 당분간은 선행지수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락 추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이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생산은 재고가 있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었고 불매운동은 대체 소비가 나타나기에 소비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항공사나 여행사 등 일부 서비스업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영향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리처드 맥그레거 지음/송예슬 옮김/메디치미디어/568쪽/2만 9000원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제관계에서 변함없이 통용되는 명언으로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1971년 적대국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 이유를 일본 억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그 목적이 중국·북한에 맞서기 위해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동아시아가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종료,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모두 세계를 들썩들썩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새판 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리처드 맥그레거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지국장은 최근 펴낸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를 통해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사건들의 역사적 맥락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그것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전후 체제의 산물임을 콕 짚는다. 미중일 정부의 중요 문건과 인터뷰를 엮은 책은 동아시아속 한중일 3국의 패권 경쟁을 큰 축으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그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종속 변수쯤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해제대로 행간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도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미래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진행 중인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정서 부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책을 읽다 보면 25년 전 ‘아시아의 미래는 유럽의 과거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의 일갈이 떠오른다. 아시아의 미래가 유럽의 과거처럼 대립과 반목, 그리고 전쟁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렇다면 미중일 3국 간 불안정이 구조화되고 비관론이 팽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주저없이 지정학과 경제 경합,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역사의 망령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을 복판에 놓아 주목된다. 전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중국·한국에 충분히 사과했다고 믿었고 양국은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이를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은 일본에 과거사를 잊고 양국의 미래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그와는 달리 장쩌민과 후진타오·시진핑은 애국주의를 표방, 과거사 문제에 불을 지폈다. 물론 과거사와 관련한 중국의 반일 감정은 일방적인 게 아니다. 저자는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센카쿠열도 국유화 논쟁이 중국을 자극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우려도 깊다고 주장한다. 아베 내각이 유독 미국에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저변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가 언제든 역사수정주의 어젠다를 정치 쟁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정치지도자들의 신념과 개인적 배경이 국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도자 중심론’이다. 이를테면 하토야마 유키오의 동아시아중심주의와 친중 노선이 조부와 부친의 영향을 받았고,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와 반중·친미 정책도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이 큼을 밝힌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를 미국 국내의 정치적 변수와 연동시킨 점도 흥미롭다. 나아가 고립주의 정책이 ‘팍스아메리카나’의 쇠퇴를 재촉하고 ‘팍스시니카’라는 중국 중심의 질서 출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두 전쟁에 휘말리는 삼각 치킨게임.’ 지금의 형세를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으로 묘사하면서도 저자는 미국이 아시아를 조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머리말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미국의 선택과 상관없이 중국이 기존의 역내 질서를 영원히 뒤바꿀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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