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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밌軍! 편견깼軍! 공감가는軍!

    재밌軍! 편견깼軍! 공감가는軍!

    “알랑가 몰라 왜 입대해야 하는지, 전역하면 젠틀맨.” 병영 생활의 애환을 묘사한 군의 패러디 동영상들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공군이 지난 2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홍보 동영상 ‘레밀리터리블’을 인터넷에 공개해 인기를 끌자 육군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14일 인기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젠틀맨’을 패러디한 ‘젠틀병’을 내놓았다. 군 패러디 영상물의 인기는 재미없고 딱딱한 이미지와 폐쇄적 계급 문화의 대명사였던 군 생활을 비트는 유머 코드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젠틀병 동영상은 공개된 지 열흘째인 24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12만건을 넘어섰고 네이버 TV캐스트에서도 5만 7000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싸이의 젠틀맨을 패러디한 여러 동영상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군의 레밀리터리블은 공개 3개월여 만에 조회 수 490만건을 넘었다. 육군 관계자는 “군 생활은 따분하고 힘들기만 하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군의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군 패러디 동영상은 군내 상급자와 하급자의 갈등 관계, 병영 생활의 어려움을 재치 있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젠틀병 동영상에서는 탤런트 출신인 장현태(26) 상병이 주인공인 ‘젠틀병’ 역할을 맡아 머리 감는 선임병에게 샴푸를 뿌리고 전우들이 TV를 보는데 TV 코드를 뽑는 등 젠틀맨 뮤직비디오 싸이처럼 악동 짓을 해 웃음을 유발한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유튜브에 달린 200여건의 댓글 가운데 대부분이 “육군은 무섭다는 틀을 깨주는 화끈한 영상”, “가사도 절묘하고 원작보다 휠씬 건전하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시도는 군이라는 특수 집단을 인기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보편적 콘텐츠를 통해 여과없이 묘사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군이 그동안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열이나 계급문화 자체가 대중을 자극하는 유머 코드여서 폐쇄적인 집단인 군을 뒤집거나 비틀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특히 집단으로서의 군 장병들이 딱딱 떨어지는 군무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외국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에 간 자식들을 둔 부모 세대에게 군이 자신들이 겪었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홍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군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진 가운데 군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용서는 반성과 달라… 공소시효 폐지돼야

    용서는 반성과 달라… 공소시효 폐지돼야

    영화 ‘살인의 추억’의 결말. 범인이라 굳게 믿었던 박현균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범인과 일치하지 않자 서태윤 형사는 이성을 잃는다. 후드득후드득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서 형사는 박현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은 기차에 튕겨 나온다. 울부짖는 그를 시나리오는 ‘미친 사람 같다’고 묘사한다. 서 형사의 대사는 이렇다. “지금 끝장 못 내면… 영원히 안 끝날지도 몰라!” 서 형사를 연기했던 김상경(41)은 2003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끝났지만 서태윤은 지금도 범인을 찾아 헤매고 다닐 것 같다”고 했다. “범인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 것이 화가 치밀어 잠이 오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몽타주’에서 김상경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사건을 해결했다. “안 풀리던 것들이 10년 만에 풀리던 느낌이랄까요. ‘살인의 추억’에서는 끝이라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 영화에는 맺음이 있어요. 화해와 위안도 있고요.” 김상경이 맡은 청호는 15년 전 미제로 남은 유괴 사건에 매달리는 형사다.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서 청호는 아이를 잃은 엄마 하경(엄정화)을 찾는다. 기한 안에 범인을 잡으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지만 한철(송영창)의 손녀가 같은 방식으로 유괴당하면서 청호는 다시 범인을 쫓는다. 진범이 누구인지만큼이나 영화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다. “범인을 마주친 청호가 이런 말을 해요. ‘넌 스스로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돼. 용서는 니 몫이 아냐.’ 참회야 할 수도 있겠지만 반성과 용서는 다르죠. 용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피해당한 사람들,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어쩌겠어요. 제 자식이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저도 아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감독님처럼 저도 공소시효는 폐지돼야 한다고 봐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청호가 15년 만에 붙잡은 범인과 면회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다. 청호는 추궁 끝에 범인의 자백을 받아낸 뒤 범인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 김상경은 “다른 장면을 찍으면서도 면회실 장면에 대한 고민이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면서 “촬영날 바닷가에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오는데, 꼭 청호 속을 보는 것 같더라”고 했다. “청호가 범인과 거래를 해도 되는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마지막에 내리는 결정은 어떻게 보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우예요. 청호는 형사인데, 결국 어떤 식으로든 범행에 동조하는 게 되어버리는 거죠. 감독님이 ‘당신 딸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감독님의 판단에 동의를 했어요. 절대악도 없지만 절대선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게 맞다고 여기기도 했고요.” 당초 시나리오는 완성된 영화와는 달랐다. 15년 전 유괴 사건이 미제로 남은 데 청호의 과실이 더욱 컸다. 청호가 사건에 유독 집착하는 것도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투자사와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래 시나리오보다 다소 중립적인 청호의 캐릭터가 완성됐다. 청호의 캐릭터는 실제 형사처럼 사실적이다. 김상경은 출연이 결정되면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인물의 입장에서 자서전을 쓴다. ‘몽타주’를 준비하면서는 청호의 성장과정과 경찰 생활을 상상해 자서전을 썼다.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이후 형사역만 수십 번 넘게 제안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만족도를 채워 주는 역할이 없었던 탓이다. ‘몽타주’는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잔인한 아동범죄나 성범죄를 다루는 대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조에 빠져들었다”면서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실종되는 아이가 1만명이 넘더라고요. 하지만 다들 자기 일 아니면 무심하잖아요. 영화는 사회적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아들이 네 살인데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게 정의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청호는… 판단 내리기는 정말 복잡한 문제지만 결국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 쪽에는 서지 않을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살인의 추억’ 김상경이 아이언맨을 KO시키다

    ‘살인의 추억’ 김상경이 아이언맨을 KO시키다

    ’살인의 추억’에서 열혈형사로 나선 배우 김상경(41)이 새 영화 ’몽타주’를 통해 난공불락인 것만 같았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를 누르고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상경, 엄정화 주연의 휴먼 스릴러 몽타주는 전날 490개관에서 7만 5025명을 모아 아이언맨3를 누르고 흥행 1위에 올랐다. 국산 영화가 정상에 오른 것은 아이언맨3 개봉 이후 26일만이다. ’몽타주’에서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에서와 마찬가지로 15년 전 미제로 남은 유괴사건에 매달리는 형사로 출연한다. 청호는 아이를 잃은 엄마 하경(엄정화)을 찾지만 기한 안에 범인을 찾으려 하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한철(송영창)의 손녀가 같은 방식으로 유괴당하면서 청호는 다시 범인을 쫓는다. 보이지 않는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의 스릴 만큼 공소시효에 대한 논란을 부각시켜 전 사회적인 묵직한 문제를 다룬다. 한편 박해일, 윤제문 주연의 ‘고령화 가족’은 이달 개봉작 가운데 가장 먼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만만치 않은 흥행 저력을 과시했다. 22일에는 빈 디젤, 미셸 로드리게스 주연의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등 헐리우드 신작들이 새로 한국 시장을 두드리는 가운데 국산 영화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연아 아이스쇼 최고 33만원… 그래도 클릭전쟁

    다음 달 열리는 김연아(23)의 아이스쇼 가격이 최고 33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올해 ‘피겨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인 만큼 팬들의 치열한 ‘클릭전쟁’이 예상된다. 아이스쇼는 6월 21∼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올댓스포츠는 15일 “한 회당 500석씩 잡혀 있는 키스앤드크라이존이 33만원으로 책정됐다. 티켓으로는 아이스쇼 관람은 물론 드레스 리허설과 팬미팅, 기념품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3’ 입장권은 좌석의 위치에 따라 SR석 22만원, R석 16만 5000원, S석 11만원, A석 5만 5000원, B석 3만 3000원 등으로 정해졌다. 소속사는 “레미제라블에 맞춰 연기하는 만큼 피겨팬은 물론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까지 티켓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뜨겁다”고 덧붙였다.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 1544-1555)를 통해 판매가 시작됐으며 팬들의 기대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아이스쇼에서 올림픽 시즌에 사용할 새 갈라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 프리스케이팅으로 사용돼 큰 사랑을 받았던 ‘레미제라블’과 새 갈라, 두 가지 프로그램을 연기할 계획이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작품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으며, 프로그램은 아이스쇼를 앞두고 깜짝 공개하기로 했다. 올댓스포츠는 “올해는 딱 한 번 아이스쇼를 여는 만큼 어느 공연보다 웅장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라면서 “뮤지컬 아이스쇼라는 새로운 장르로 지금까지의 아이스쇼와는 차원이 다른 무대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열두 살 되던 해 일제가 패망했다. 환희에 천지가 요동쳤다. 해방. 어렸지만 그게 뭔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러나 조국의 운명은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혼돈과 분열이었다. 국토는 남북으로 찢기고 민중은 좌우로 갈렸다. 얼마 전까지 ‘조국 해방’을 외치며 함께 어깨를 걸었던 동지들이 생각이 다르다고, 처지가 다르다고 원수가 돼 등을 돌렸다. 어제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가 좌익 프락치로 몰려 책상을 비웠다. 해방 공간의 극심한 무정부 상태를 보며 소년은 결심했다. 반드시 국가 시스템의 뼈대가 되는 헌법을 공부하겠노라고. 그 다짐대로 헌법 연구는 평생의 업이 됐고, 소년은 우리나라 헌법학의 ‘태두’(泰斗)가 됐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국헌법연구소에서 만난 김철수(80) 서울대 명예교수는 5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꼿꼿하게 여든 성상의 인생과 철학을 얘기했다. 1933년 7월 대구에서 빈농(貧農) 집안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책 읽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유복한 친구를 둔 덕에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느라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통학 기차 안에서도 그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 있었다. “친구 아버지가 당시 대구지역 마사회 회장이었어요. 경마장에는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 나라에서 가져온 세계 문학대전집, 세계 사상대전집 같은 책들이 그득그득 꽂혀 있었지요. 그때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었어요. 강의 중에 ‘레 미제라블’을 말하면 학생들은 ‘아 장발장이 빵 하나 훔쳤다가 탈옥하는 거요?’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이 책은 대단한 책입니다. 무려 2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형벌, 정치, 법철학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고민이 담겨 있으니까요.” 책에 빠져 살던 김 교수의 관심이 사회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나라가 광복을 맞으면서였다. ‘민주국가 건설’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떤 민주주의를 택하느냐를 두고 극심한 분열 양상이 온나라를 휩쓸었다.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나라가 완전히 엉망이었지요. 특히 제가 살던 대구는 당시 공산주의의 총본산인 모스크바(소련의 수도)에 빗대어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렸을 정도예요. 좌익의 활동이 국내 어떤 도시보다도 활발하고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극렬한 좌우 대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경찰이 사람을 잡아가고 때리고, 또 반대되는 공공기관 테러가 일어나고. 우리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헌법이었던 것이지요.” 1947년 제헌(制憲) 헌법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법대생이나 학자들이 보던 고시 잡지 등을 읽으며 헌법학자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때가 우리 나이로 열다섯이었다. 1950년 전쟁이 터졌다. 고도근시로 고생하던 그는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았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전쟁 탓에 서울의 대학들이 부산으로 피란 온 터였다. 부산의 허름한 판자촌에서 법학 강의를 들었다. 법학도들이 ‘천막 강의실’에서 힘겹게 공부하던 이 시기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불법적인 개헌을 추진한다. 이른바 ‘발췌개헌’의 시작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산으로 피란 가 있는데 거기에서 임기 4년이 만료됐어요. 이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려 들었는데, 이걸 야당이 반대했고 그 결과로 야당 의원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어요” 이 대통령은 “전시에 부산에 침투한 간첩이 많으니 소탕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내 속셈을 드러냈다. 간첩을 잡겠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야당 의원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검거와 폭력이 이뤄졌다. “야당 지도자였던 장면 선생도 잡아넣었어요. 3명 이상 모이면 잡아갔어요. 국회로 출근하는 버스가 있었는데 버스에 탄 채로 계엄사령부에 끌려 가기도 했어요. 옛 경남도청에 무덕관이라고 해서 유도 연습장 같은 곳을 국회의사당으로 썼는데 그 일대에 ‘백골단 깡패’들이 쫙 깔려 있었어요. 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의원은 전부 계엄사령부로 소환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질곡의 상당 부분은 친일파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지만 일부 불가피한 대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복 이후 친일파 척결은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일파를 처벌하는 법률도 만들었는데 법률로 처벌하려다 보니까 당시 정부관료, 경찰, 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걸렸던 거죠. 일제강점기 때는 외국 유학자를 비롯해 능력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 대통령이 보기에 친일파를 다 쫓아내면 행정이나 정치를 못하겠다 싶었던 거죠. 반민특위에 걸렸던 경찰들을 풀어주고, 결국 그 경찰들이 치안 등 최소한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 전쟁통에 질서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죠. 일부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없앴다는 이유로 친일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당시의 사정도 일부 헤아릴 필요는 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고 1953년 전쟁이 끝났다. 김철수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됐다. 김철수는 한 살 아래 학과 동기를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 궁핍과 혼돈의 시대에 서울대 법대 커플의 사랑은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샀다. 하지만 당사자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대화 주제가 ‘첫번째 아내’로 옮겨가자 김 교수의 목소리톤이 낮아졌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교수의 첫 번째 아내는 한국 문학계와 여성 예술인들 사이에서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으로 회자되는 전혜린이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맺은 인연을 서독(독일 통일 전) 뮌헨에서 키워나갔다. 전혜린이 1955년 먼저 뮌헨대 유학길에 올랐고 김 교수는 이듬해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이역만리에서 기쁨과 고통을 나눴다. 문학가가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성화로 법대에 진학했던 전혜린은 독문학과에 입학해 그토록 바랐던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체계적인 법 공부에 목 말랐던 김 교수는 법학 공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쟁국가 출신 동양인에게 서독은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은 아니었다. 당시 누구나 그랬듯 너무도 가난했다. 나라를 벗어나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삶이 됐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만 외국 송금이, 그것도 최고 50달러까지만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장학금과 통·번역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전혜린은 훗날 유학생활의 궁핍에 대해 “물을 마시니까 죽지는 않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지구상에 한국,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코리아’라고 그러면 아프리카 콩고에서 왔냐고 그랬어요. 그 나라에 기차는 있느냐, 뭘 먹고 사느냐 등 질문을 해대는데, 미개인 취급을 하더군요. 교수들도 저를 보며 전쟁 중인 나라에서 공부는 무슨 공부를 했겠느냐며 일본 학생들과도 크게 차별을 뒀습니다. 약소국 국민의 설움이란 게 뭔지 당해 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감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1957년 그들은 뮌헨에서 결혼을 했다. 생활은 결혼 전과 다름 없이 곤궁했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의지와 위안이 됐다. 그러던 중 전혜린은 1959년 딸을 낳고 한국으로 돌아가 이듬해 성균관대에서 강사로 둥지를 틀었다. 김 교수는 2년 뒤 모교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서울로 돌아왔다. 배 고프고 힘들었던 서독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에 왔지만 서울에서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5·16 쿠데타가 터졌다. 박정희 당시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무력으로 청와대를 장악했다. 당시 박정희 군부가 취한 여러 조치 가운데 ‘군 미필자는 공무원이 되지 못한다’는 게 있었다. 시력이 나빠 군대에 못 간 김 교수는 공무원인 서울대 교수에 임용되지 못했다. 서울대는 물론 어디에서도 군 미필자인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내와의 관계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입국한 전혜린은 대학에서 강의하며 서울의 문인들과 어울렸다. 밤 늦게까지 명동에서 삶과 죽음, 예술을 논했다. “아내가 언제부턴가 문인의 죽음을 동경했어요. 처음에는 나는 사회규범과 질서를 중시하는 법학자이고 아내는 사회의 틀보다는 자유와 이상을 갈망하는 문학가라서 서로 다르겠거니 했는데 이 사람이 자꾸 ‘니체도 카프카도 일찍 죽었다’ 이러면서 빨리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거예요. 수면제도 많이 갖고 다니고. 그러다 보니 저도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결국 두 사람은 1964년 합의이혼을 했다. 그리고 1년 뒤 전혜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교수 임용 제한이 풀리면서 서울대 법대 학생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 교수는 고교 교사와 재혼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꼬박꼬박 그 사람(전혜린)의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도 제사에 꼭 참석하라고 그러고. 참 고마운 사람이죠.” 그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반평생 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지금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표했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난 그는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체계적인 헌법학 이론과 정력적인 강의, 활발한 저술활동으로 헌법학계에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이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새롭게 부상하는 법학자에 대해 점차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를 들이대도록 만드는 빌미가 됐다. 드디어 등장한 유신헌법의 시대. ‘학자 김철수’는 어떻게든 이 난국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철수가 걸어온 길 1933년 경북 대구 출생(6남 1녀 중 장남) 1956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57년 서독 뮌헨에서 전혜린과 결혼 1961년 서독 뮌헨대 졸업 1962년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 1967년 미국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수료 1971년 서울대 법학박사 1972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1998년) 1988년 한국공법학회 회장(~1989년) 1990년 한국헌법연구소 소장(~2001년) 1995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국제헌법학회 이사 1998년 제주 탐라대 총장(~2000년)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1998년~) ■주요저서 헌법학(1972) 현대헌법론(1979) 비교헌법론(1980) 법과 사회정의(1982) 한국헌법사(1988) 법과 정치(1995) 정치개혁과 사법개혁(1998) 헌법정치의 이상과 현실(2012)
  • [파파라치] 금발 변신 앤 해서웨이 대담한 파격 시스루

    [파파라치] 금발 변신 앤 해서웨이 대담한 파격 시스루

    ‘레 미제라블 의 판틴’ 앤 해서웨이가 금발로 변신했다.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금발 커트머리의 도도한 모습으로 뉴욕에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미국 연예매체 스플래쉬닷컴에 따르면 앤 해서웨이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연구소가 주최한 ‘펑크: 카오스 투 쿠튀르(PUNK: Chaos to Couture)’ 전시회 개막식에 가슴이 훤히 보이는 과감한 검정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그녀는 영화 ‘레 미제라블’의 가녀린 판틴 모습 대신 금발의 대담한 노출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개막전에는 기네스 펠트로, 제시카 알바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국제가수’ 싸이가 참석했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인터넷 뉴스팀
  • 서점가 ‘위대한 개츠비’ 열풍… 국내 번역본 50여종 달해

    국내 서점가가 ‘위대한 개츠비’ 열풍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불후의 장편을 쓰고 싶다”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는 70여년 전 4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한 몰락을 그린 이 슬픈 도회 소설은 그의 사후 현대 미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까지 출간된 국내 번역본만 50종이 넘는다. 1972년 정현종 시인이 취미삼아 번역한 것이 시초다. 여기에 올해 새롭게 출간되거나 출간 예정인 책만 10종을 웃돈다. 경쟁에 뛰어든 출판사는 온스토리(최성애 역·3월 11일), 탑메이드북(FL4U콘텐츠 역·3월 25일), 책만드는집(방대수 역·4월 22일), 열림원(김석희 역), 스타리치북스(표상우 역·이상 4월 25일), 미래문화사(김선 역·4월 27일), 이숲에올빼미(김욱동 역·5월 15일 예정), 보물창고(민예령 역·5월 20일 예정) 등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이달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덩달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저작권까지 소멸됨에 따라 출판사들은 저마다 이름 있는 번역자를 내세워 책값을 절반까지 떨어뜨리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레미제라블’처럼 영화의 후광효과로 올해에만 20만부 가까이 팔려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소설가 김영하의 문학동네 번역본(2009년). 1920년대 문어체를 현대적인 구어체로 바꾸고 인물 캐릭터에 따라 표현을 달리했다. 번역보다 번안에 가깝다는 평가다. 2만부 이상 팔려 100권이 넘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판매 부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최근 문학동네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국내 수입·배급사로부터 서적 프로모션권을 따내며 화제를 모았다. 올 들어 출간된 책 가운데는 지난달 25일 열림원이 펴낸 전문번역가 김석희의 번역본이 주목받는다. 영어, 프랑스어, 일어에 능통한 김석희는 국내 최고의 번역가로 불린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허먼 멜빌의 ‘모비딕’ 등을 번역했다. 원문의 맛을 살린 번역과 유려한 문장이 강점이다. 역자의 해설도 더해졌다. 오는 15일 출간 예정인 이숲에올빼미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는 소설과 저자에 대한 종합 분석서라 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 미국 문학의 권위자인 김욱동 외국어대 통번역과 교수가 작품의 주제와 의미, 형식과 기교 등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김 교수는 앞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위대한 개츠비’(2003년)를 번역한 바 있다. 원문에 충실하고 주석이 풍부해 모범적인 번역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딱딱하다는 반론도 있다. 민음사판은 17만부가 팔렸다. 김 교수는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사회와 문화를 그대로 담고 온갖 수사법을 구사해 번역하는 일이 마치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다”면서 “번역본이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오는 건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저소득층 100만여명 대상 근로장려금 이달중 신청해야

    국세청은 5월 한 달간 근로소득자와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등 100만 5000여명을 상대로 근로장려금 신청을 받는다고 2일 밝혔다. 근로장려금제는 일은 하지만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에게 국세청이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지원제도로 2009년 도입됐다. 올해 근로장려금 신청 대상은 지난해 90만 2000명보다 10만 3000명(11.4%) 많다. 이는 부양 자녀나 배우자가 없어도 60세 이상인 경우, 지난해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았어도 올해 3월 중 주거·생계 급여를 지급받지 않았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청자격 요청을 완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려금은 휴대전화, 모바일 웹, 인터넷(www.eitc.go.kr), ARS 등 전자신청이나 세무서 방문 또는 우편을 통해서 신청할 수 있다. 이달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월 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사업주의 소득자료 미제출로 신청 안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국세청의 신청안내문을 받지 못했어도 수급 요건을 갖췄으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자격은 ▲배우자 또는 18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있거나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60세 이상 ▲지난해 부부합산 총소득 1300만원(무자녀), 1700만원(자녀 1명), 2100만원(자녀 2명), 2500만원(자녀 3명 이상) 미만 ▲가구원 전원 무주택 또는 기준시가 6000만원 이하 주택 1채 소유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기고] ‘전통시장 2.0’을 기대한다/정승인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본부 전무

    [기고] ‘전통시장 2.0’을 기대한다/정승인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본부 전무

    1970년대. 펼쳐놓은 생선들 사이로 “골라, 골라” 목소리가 쩌렁쩌렁 퍼지던 부산의 자갈치시장, 온갖 미제·일제 제품들로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던 깡통시장(국제시장), 파전과 돼지국밥을 맛보기 위해 어머니와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가던 동래시장….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산에서 전통시장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머릿속 시장의 이미지가 대부분 즐겁고 유쾌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마도 이런 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전통시장에서 이런 에너지를 느끼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의 영화를 모두 잃고 쓸쓸하리만치 한산해졌다. 그나마 명맥이 유지되는 곳들도 우리 사회의 가장 왕성한 소비 계층인 ‘2040’세대는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전통시장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시장 상인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대형마트나 초대형슈퍼마켓(SSM), 외식업체들을 내세워 설 자리를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1996년 국내 유통시장 개방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계 유통 ‘공룡’들이 속속 상륙하면서 한국의 유통시장은 대형화·현대화·효율화를 추구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하는 곳으로 변했다. 시장의 주요 고객인 여성들이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 가급적 빨리 장을 보고 귀가하려는 ‘시간 절약형’ 소비를 선호하고, 제품의 가격 말고도 원산지와 신선도 등 여러 정보를 꼼꼼히 따져 구매하려는 욕구도 커졌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의 저서 ‘메가트렌드’(1982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통시장의 쇠퇴가 거대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전통시장들도 변신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붕 덮개와 주차장을 설치해주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백화점도 최근 시장 상인들에 서비스와 마케팅·디자인 노하우를 전수하고, 점포 한 곳이 인근 전통시장 한 곳을 책임지고 돕는 ‘1점포 1시장’ 운동을 시작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요샛말로 ‘전통시장 2.0’(한 단계 업그레이된 전통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동적 변화만으로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고, 장인이 제자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는 있어도 솜씨까지 줄 수는 없다. 상인들 스스로 지역 대학들과 연계해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만들거나 독자적인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으로 자신들의 전통시장을 다른 유통채널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곳(the special one)으로 바꿔 내야 한다. 고향의 향수가 담긴 과거의 전통시장이 ‘1.0 버전’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하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2.0 버전’이다. 거듭나길 바란다.
  • [개성공단 어디로] 입주기업 연평균 매출 14억… 30% 급신장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2011년 기준 평균 매출액은 14억 7600만원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통일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작성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123개 입주업체 가운데 118개(5개 업체는 자료 미제출)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2011년 기준으로 14억 7600만원, 영업이익 5600만원, 당기순손실은 14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매출 규모는 2009년 업체당 평균 9억원, 2010년의 11억 3200만원에 비해 해마다 20% 정도씩 늘어난 수치다. 다만 부채비율은 346.7%로, 국내 제조업 평균 171%보다 두 배나 높았다. 입주기업 116곳을 대상으로 한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유로 주로 저렴한 임금(58.8%)과 접근성(32.4%)을 꼽았다. 모기업과 비교한 입주기업 생산품의 품질에 대한 질문에는 49곳(42.2%)이 50∼80% 수준이라고 답했고, 모기업보다 더 낫다고 답한 기업도 28곳(24.1%)이나 됐다. 애로사항으로는 12.3%가 ‘북측 근로자에 대한 통제 부족’을 꼽았고, 인터넷·통신 이용의 불편(11.9%), 북측 근로자 공급 차질(11.1%) 등이 뒤를 이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번엔 외국 영화음악 ‘공연권료’ 갈등…저작권協·대형극장 100억대 소송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CJ CGV 등 대형극장들과 영화음악 ‘공연권료’를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협회가 지난해 한국영화에 이어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극장을 상대로 외국영화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자 대형극장들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저작권협회가 예상하는 소송 규모는 100억원을 웃돈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에도 대형극장들에 한국영화의 음악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반쪽합의가 이뤄졌지만 민사소송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달 4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갈등은 저작권협회가 영화음악의 1차 저작권인 ‘복제권’ 외에 2차 저작권인 ‘공연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료를 내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음악이 사용되면 극장주가 별도의 공연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협회는 2010년 10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특약조항을 일방적으로 신설했다. 저작권협회 측은 “미국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하면 영국에선 공연권료를 미국에 보내준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화계는 영화를 제작할 때 이미 음악의 복제권료를 지급한 만큼 극장 상영 시 공연료를 따로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맞서 왔다. 대형극장 측은 ‘공연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애초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만큼 영화에는 ‘공연권’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때 공개 상영을 전제로 한다’는 저작권법 99조를 근거로 한다. 만약 저작권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음악영화인 레미제라블은 저작권료만 모두 합해 3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국내에서 영화의 공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작권협회와 “해외영화에 대한 공연권 인정은 막대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는 영화계 가운데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품앗이 대신 삿대질만…범인 못 잡고 4명 급사

    품앗이 대신 삿대질만…범인 못 잡고 4명 급사

    “그 사건 이후로 주민들이 갈가리 찢겨졌어요. 싫어하는 이웃집을 피해 먼 길로 돌아갈 정도니, 참.”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이장 이재춘(48)씨는 “말실수를 할까 봐 이웃 간에도 벙어리처럼 지낸다”고 혀를 찼다. 이 마을은 지난해 4월 20일 마을 공동 식수원인 지하수 물탱크에서 독극물이 발견돼 발칵 뒤집힌 곳이다. 사건발생 1년이 됐지만 경찰 수사는 이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주민 간의 암투와 음해가 독극물 투입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 하나 찾지 못하고 있고, 주민들은 패가 갈려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다. 19일 배양마을에는 따뜻한 봄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냉기가 돌았다. 116가구 220여명의 주민이 살지만 논밭에 홀로 나와 일하는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이웃 간 품앗이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웃 간 농기계를 나눠 쓰던 미덕도 많이 사라졌다. 한 마을 주민은 “일부 노인은 이웃에게 도지를 받고 빌려주던 논밭을 ‘꼴도 보기 싫다’며 거둬들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4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마을 뒷산의 30t급 상수도 집수장 물탱크를 청소하던 업체 직원이 제초제인 ‘근사미’ 300㎖짜리 플라스틱 병 세 개와 뜯겨 있는 가루 살충제 ‘파단’ 3㎏짜리 세 봉지를 발견했다. 발견 직후 “물을 마시지 말라”는 마을방송이 나갔지만 시설이 부실해 주민 4분의3이 그날 저녁 때까지 물탱크 물을 받아 마셨다. 상당수 주민이 복통, 식욕부진, 가려움증으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 사건이 터진 뒤 전 주민이 경찰 수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마을에 ‘불신’의 더께가 쌓여갔다. 당시 마을의 모든 남자가 경찰에 소환됐다. 150여명은 대전에 있는 충남경찰청에까지 불려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주민들은 경찰서에 갈 때마다 청심환을 먹었고, 외지에 있는 자식들 집으로 피하는 주민도 있었다. 경찰은 5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누가 경찰에 범인을 제보했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그 집에 쫓아가 “네가 봤냐”며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다. 말은 떠돌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확신으로 변하기도 했다. 자식까지 동원돼 집안 싸움으로 번졌다.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경찰 수사가 서너 달을 넘기자 주민들은 지쳐갔다. 이들은 ‘범인이 잡히면 그 친척들까지 마을에서 몰아내겠다’고 씩씩거렸다. 한 주민은 “경찰이 이쪽에서는 이 말 하고, 저쪽에서는 저 말 하는 바람에 주민들 간에 싸움이 더 커졌다”고 비난했다. 사건 이후 주민 4명의 죽음도 잇따랐다. 지병을 않던 70대 할머니는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지난해 여름 숨졌고, 40대 남성은 돌연사했다. 이장 이씨는 “내 아버지(당시 75세)도 지난해 5월 갑자기 말을 못해 병원에 갔더니 폐암진단을 받았고, 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면서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주민들의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청에서 치료비를 다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독극물 때문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한푼도 주지 않았다”며 “물탱크 소유·관리자가 군수인데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30여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당시 이장 김모씨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김씨는 이장을 계속 유지하려 했고, 그 자리를 노리는 주민 한모씨 등 반대파가 ‘이장이 마을회관 등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 ‘수도세 집행에 문제가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졌고 암투와 음해가 판쳤다.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홍성경찰서 관계자는 “심증만 갖고 수사하려니 ‘그림자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면서 “조만간 이 사건을 미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음 달 4일과 12일 경로잔치와 청년회 야유회를 열어 화합을 다지기로 했다. 이승영(54) 비대위원장은 “잔치 한다고 화합이 되겠나. 세월이 약이지”라며 “들이 넓어 가난한 사람이 없고 인심이 좋아 공무원이 오고 싶어 하는 1순위 금마면 배양마을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뮤지컬로 옮겨온 영화 ‘고스트’

    뮤지컬로 옮겨온 영화 ‘고스트’

    패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눈물을 뽑고, 우피 골드버그의 코믹함으로 박장대소하게 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1990)이 오는 11월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고스트’는 2011년 3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첫선을 보인 뒤 그해 6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다. 작품은 브루스 조엘 루빈의 원작을 그대로 따르면서, 데이브 스튜어트와 글렌 발라드가 음악을 넣어 완성했다. 초연 이후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영화가 매우 깊은 인상을 안긴 히트작이었던 터라 드라마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수효과 면에서는 “감각적인 즐거움이 넘쳤다”(인디펜던트, 영국) “화려하고 멋진 비주얼, 눈으로 보는 강한 뮤지컬”(더 가디언, 영국), “연극무대와 첨단기술의 놀라운 결혼”(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미국) 등 칭찬이 이어졌다. 제작발표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오리지널 프로듀서 콜린 잉그램은 “샘과 몰리의 사랑, 복수를 하는 샘, 친구를 배신하는 칼, 과장된 몸짓으로 웃겨주는 오다메 등 많은 이야기가 있어 뮤지컬로 만들기 좋은 소재”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샘과 몰리의 ‘도자기 장면’뿐만 아니라 영혼이 된 샘이 지하철을 넘나드는 장면, 극 마지막에 샘이 사방에 빛을 흩뿌리면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장면 등의 명장면을 남겼다. 잉그램은 “영화 ‘해리 포터’ 등에 참여한 폴 키에브 등을 초빙해서 특수효과 구현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혼자 접히는 편지, 샘의 몸에서 나는 불빛, 샘이 지하철 문을 통과하는 장면 등을 보면 현실과 비현실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는 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탤런트 주원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주원은 뮤지컬 ‘아이다’의 김준현, ‘레미제라블’의 김우형과 함께 스웨이즈가 맡았던 샘 역에 캐스팅됐다. “뮤지컬은 고향 같은 곳”이라는 주원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무대만의 매력이 있다. 많은 러브콜을 많이 받았지만 좋은 작품을 기다렸다.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짧은 머리 붐을 일으켰던 몰리는 가수 아이비와 ‘레미제라블’로 주목받은 신예 박지연이 연기한다. ‘시카고’, ‘키스 미 케이트’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만난 아이비는 “청순하고 진지한 역할인 줄 알았는데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봤더니 키스신, 베드신 등 나름 섹시한 장면이 나오더라. 내 장점을 잘 살려보겠다”며 웃었다. 샘과 몰리만큼 강렬한 캐릭터인 강령술사 오다메에는 관록 있는 뮤지컬배우 최정원과 정영주가 열연한다. 샘을 배신한 친구 칼은 이창희·이경수, 병원 유령에는 성기윤이 각각 캐스팅됐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고스트’ 라이선스를 딴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시장이 많이 어려운데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대형뮤지컬에 도전했다”면서 “현란한 매지컬(magic+musical, 마술과 뮤지컬)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는 11월 24일부터 내년 6월까지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6만~13만원. (02)577-1987.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다. 무작정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동백섬이 선연하게 보이는 해운대는 싫었다. 대신 자갈치 아지매가 손짓하는 ‘남포동’과 부산 속 작은 섬인 ‘영도’를 단 하루 만에 돌았다. 화통한 남포동 꼬불꼬불 미로엔 ‘없는 게 없다’ 부산에 몇 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도 ‘부산 가이드북’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종종 허풍을 떤다. 그건 부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내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누군가 부산 여행을 도와 달라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나는 넓은 오지랖을 쫙 펴곤 여행 멘토를 자처했다. 부산 초보자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멀어?”다. 멀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면 최소 45분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운대에선 맨얼굴의 부산을 느낄 수 없다.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신평행 1호선 지하철을 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5분이면 남포역과 자갈치역에 도착한다. 큰 도로를 중앙에 끼고 왼쪽이 자갈치시장, 오른쪽이 남포동이니 두 역 중 어디에 내려도 무관하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 남포동의 초입은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광장에는 현재 영화인 48명의 손이 박제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 홍콩의 욘판 감독도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했다. 남포동 인근의 낡은 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제’ 앞에는 이제 ‘국제’라는 호칭이 붙는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영화인의 손도장을 찾다 정신을 차리니 구불구불한 골목 안이었다. 얼키설키 뒤엉킨 골목은 거대한 미로 같았다. 지하철역을 등지고 남포동 BIFF광장에 서면, 앞으로 창선동 먹자골목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부평동 족발골목, 오른쪽으로 광복동 패션거리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씨앗호떡과 굵직한 부산 떡볶이가 차려진 노점상을 비집고 쭉 직진하면 ‘아리랑거리’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빔당면, 국수 등을 흡입하고 있다. ‘도떼기시장, 깡통시장’ 등 다양한 별명을 자랑하는 국제시장도 아리랑거리와 멀지 않다. 1945년 해방 이후 각종 군수 물자가 시장을 통해 풀렸는데,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일제, 미제 등 각종 수입품이 팔리고 있다. 왁자지껄 수다스러운 남포동을 떠나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니, 찾아가기 참 쉽다. 오랜만에 찾은 자갈치 시장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최민식 사진작가가 그리워졌다. ‘날 것의 사진’을 고집한 그가 왜 그토록 자갈치 시장을 사랑했는지, 시장 주변을 한 바퀴만 돌면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물고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언제나 역동적이다. “회 한 접시 먹으소.” 권하는 호객행위도 여기선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겹다. 자갈치 시장 뒤편에선 영도다리가 훤히 보였다. 1 자갈치시장에선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이 분주하다 2 신신한 해산물이 가득한 시장 남포동 길거리 음식 트로이카 씨앗호떡 BIFF광장엔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 하나.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흥건하게 둘린 판 위에 찹쌀 반죽을 떨어뜨리면 금세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쭉! 그 속으로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의 견과류가 두둑하게 들어간다. 뜨끈뜨끈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찹쌀이 입 안에 엉겨 붙고 견과류가 오도독 씹힌다. 위치 부산시 중구 남포동 5가 BIFF광장 일대 가격 900~1,000원 비빔당면 국수만 비벼 먹는 건 아니다. 새하얀 당면도 부산에서는 새빨간 양념 옷을 입는다. 들어가는 내용물은 거창하지 않다. 면과 양념장을 분주하게 섞은 뒤 토핑으로 올라온 김치, 시금치를 곁들여 젓가락질 하면 된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2,000원 충무김밥 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김밥’과 함께 부추 김치, 무 김치, 오징어 무침이 반찬으로 나란히 따라 나온다. 하얀 종이가 깔린 쟁반 위로 검정, 빨강의 조화는 참 곱다. 정신없이 김밥 하나, 반찬 하나를 떠 먹는 동안,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는 남기지 말고 다 챙겨 무래이, 안 그럼 혼낸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3,000원 영도등대는 태종대 여행의 메인요리다 ©나명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줍은 영도 한 맺힌 다리 너머, 외로운 섬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화자는 영도다리를 서성이는 어느 사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흥남부두에서 누이 금순이의 손을 놓친 오라비는 영도다리 난간 위에 걸린 외로운 초승달을 보며 흐느꼈을 것이다. 어디 금순이와 금순이의 오라비만 헤어졌을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피란민들은 하나같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잔인한 약속은 마음의 덫이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영도다리를 서성거렸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피란민의 애끓는 애환이 덕지덕지 붙은 영도다리를 건넜다. 그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말절영도·絶影島이 살았다는 섬이 바로 영도다. 실제 신라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선 말이 자랐다고 한다. 신석기 사람들에게도 영도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 유적인 ‘동삼동 패총’은 영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국립 해양대학교 입구에 들어선 동삼동 패총 박물관에 바로 그 ‘패총’이 잠들어 있다. 먼 길을 온 여행자가 영도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뻔하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곤 했다는 ‘태종대’가 영도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던 버스가 태종대에서 멈췄다. 나는 태종대와 무려 세 번이나 만났다. 자갈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태종대 축제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太宗臺태종대’라 쓰여 있는 묵직한 대형 돌덩이도 그대로였고, ‘다누비’ 열차도 여전히 손님을 태우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경사를 따라 쭉쭉 뻗은 나무가 조성돼 있고 그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던 바다는 남항 조망지에서 인심을 썼다. 부산의 대표 항구인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항 조망지’는 야경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남항 조망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태종대 최고의 명당인 전망대와 영도등대가 나오니까. 전망대엔 두 아이를 끌어안은 모자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로 나가면 모자상의 비밀이 풀린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바위와 자살바위가 양쪽으로 보였다. 모자상을 세운 건 다 자살바위 때문이다. 한때 한 해 평균 30명이 자살바위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자상을 세운 뒤로는 자살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주전자섬’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내 눈을 따라다녔다. 어느 지점에서 보든 바다 위에는 주전자섬이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정중앙엔 주전자섬, 그 뒤로 대마도, 거제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론 대마도와 거제도는 날씨가 쾌청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영도등대는 놓쳐선 안 된다. 영도등대를 봐야 태종대를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영도등대는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태종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도등대 위에 자리한 태종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던 순간, 신기하게도 배 멀미를 느꼈다. 1 영도등대 일대는 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다 2 바다가 펼쳐지는 태종대 산책로에선 봄을 만끽할 수 있다 3 여행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다누비 열차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www.koreatravel.or.kr 태종대 짬뽕 태종대에 도착하면 범상치 않은 중화 요릿집이 하나 버티고 있다. 이름부터 정직한 ‘태종대 짬뽕’.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 분명하다. 짬뽕을 주문하면 종업원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태종대 짬뽕 맞지예?” ‘태종대’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이 오른 꽃게, 입을 살짝 벌린 홍합, 도톰한 오징어 등….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살아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건 암묵적인 예의다. 찾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식당이 보인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동삼 2동 986-9 문의 051-405-2992 대표메뉴 일반 짬뽕 4,500원, 태종대 짬뽕 6,000원, 태종대 짜장 5,500원, 하얀 짬뽕 6,000원 ▶travie info 추천 여행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약 3시간. 비싼 기차 비용을 들여서 내려갔건만, 초행길이라 헤매면 곤란하다. 더구나 주말이면 부산행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도권 거주자라면 열차 티켓부터 현지 이동까지 도와주는 여행사의 힘을 빌려도 좋다. 기차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홍익여행사는 다양한 부산 여행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가격도 KTX 왕복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문의 홍익여행사 www.ktxtour.co.kr 02-717-1002 태종대 탐방 코스 태종대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걷기, 다누비 탑승, 유람선 탑승. 이중에서 4.3km의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열차 ‘다누비’를 타면 태종대 관광은 훨씬 편하다. 단, 주말이면 탑승객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 주요 코스 광장 승차장→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정문 입구 하차장 탑승료 1,500원 부산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9번 출구, 시내버스 88번, 101번 남포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6번 출구, 시내버스 8번, 30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3·20 사이버테러’ 북한 소행] 대남공작·사이버전 총괄 핵심기구… 정예 해커만 3000여명 보유 추정

    [‘3·20 사이버테러’ 북한 소행] 대남공작·사이버전 총괄 핵심기구… 정예 해커만 3000여명 보유 추정

    지난달 20일 국내 방송사와 은행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정찰총국은 대남 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로,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해킹부대로 알려져 있다. 정찰총국은 2009년 2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각종 테러와 대남·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35호실 등 3개 기관이 통합돼 창설됐다. 신설 당시 정찰총국 산하에는 전자정찰국 ‘사이버전 지도국’(121국)도 함께 생겼다. 121국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컴퓨터 망에 침입, 비밀자료를 해킹하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사이버전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인력은 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찰총국은 또 중국의 헤이룽장, 산둥, 푸젠, 랴오닝성과 베이징 인근 지역에 대남 사이버전 수행 거점도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전 능력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전자전 특수병력만 3만명에 이른다는 진술도 나왔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때문에 북한 정찰총국은 국내에서 농협 해킹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용의자 ‘1순위’로 지목되곤 했다. 정찰총국을 총괄하는 인물은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 총국장(대장)이다. 그는 지난달 5일 “미제에 대해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7년 전 남겨진 쪽지문 ‘신림동 발바리’ 잡혔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서울 관악구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림동 발바리’가 7년 전 현장에 남긴 쪽지문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일 옥탑방이나 반지하 방에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전모(39)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전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여름철 창문이나 현관문이 열려 있는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죽여버리겠다”면서 흉기로 자고 있던 여성을 위협하고 12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 주방에 있던 고무장갑을 끼고 성폭행하기도 했으며 유리 창문을 깨고 집안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박스테이프를 붙여 소음을 줄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전씨가 주로 오전 2~3시쯤 여성이 무방비 상태인 시간대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으며 2004년부터 자신이 살고 있던 동네의 골목길 구조를 잘 알고 있어 도주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전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7년 전인 2006년 범행 현장 외벽에 남은 지문을 찾아냈으나 모양이 완전하지 않은 쪽지문인 탓에 분석이 쉽지 않아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하다 분석기술의 발달로 지난해 지문의 주인이 전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용의 선상에 올랐던 전씨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경찰은 미제 성폭행 사건 5건의 범인과 전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전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흉기로 위협하고 현장에 증거물을 남기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인데다 평범한 이웃이어서 오랫동안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전씨는 낮엔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한식당 주방장으로 근무하며 평범한 생활을 해왔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술 한잔 마시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가 자백한 범행 12건 가운데 아직 DNA가 일치되지 않은 7건에 대한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北 미사일부대 이동 급증 포착

    北 미사일부대 이동 급증 포착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부대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군 당국이 실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장거리미사일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엔진의 성능 실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29일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부대에서 차량과 병력의 움직임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관측됐다”면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미사일부대에 지난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가 발령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미 연합정보 자산을 증강 운용해 미사일부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면서 “장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엔진 성능 실험을 위한 준비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날 0시 30분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사격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6일 전략미사일 군 부대와 장거리 포병 부대를 포함한 모든 야전 포병군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인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효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김 제1위원장은 긴급회의에서 “아군 전략로켓(미사일)들이 임의의 시각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의 미제 침략 군기지,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상태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고 미사일 기술준비공정계획서에 최종 서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단·중·장거리미사일에 대한 준비 동향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를 북한의 전쟁도발로까지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공군 미그21 전투기 1대가 이날 오전 서부전선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북한 전투기의 위협 비행에 대응해 KF16 전투기를 즉각 대응 출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근처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B2(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가 한·미 연합 독수리 연습에 참가한 것은 북한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 방어용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美 B2스텔스에 놀란 김정은, 곧바로 최고사령부 심야회의 소집

    美 B2스텔스에 놀란 김정은, 곧바로 최고사령부 심야회의 소집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위협이 실전을 가정한 전투준비태세로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필요한 카드를 하나씩 꺼내 군사적 긴장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오던 북한이 작심하고 전시상황 연출에 들어간 모습이다.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미사일 부대에 하달한 사격대비상태 진입 지시는 언제든지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최고 수준의 무력시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군 B52폭격기에 이은 B2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군사훈련에 상당한 위협을 느낀 북한이 실제 군사충돌을 각오한 ‘강(强)대 강’ 맞대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북한은 지난 19일 미군 B52폭격기가 한반도에서 모의 핵폭격 훈련을 실시한 뒤 일주일이 지난 26일이 되어서야 전략미사일 부대와 장사정포 부대들을 대상으로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지시했다. 그러나 사격대비상태 진입 지시는 전날 B2스텔스 폭격기의 군사훈련 직후 29일 0시 30분 회의에서 결정됐다. 김 제1위원장이 심야에 최고사령부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북한 언론 매체가 신속히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은 “미제가 남조선 상공에 연이어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까지 발진시킨 것은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단순한 위협 공갈단계를 넘어 무모한 행동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최후통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제의 핵공갈에는 무자비한 핵공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주변 차량과 병력의 움직임도 포착되는 등 실제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평화적 해결의 기회는 100% 사라졌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끝끝내 운명을 건 도박의 길에 나섬으로써 조미(북미)관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100% 사라지게 됐으며 물리적 결산만이 남게 됐다”고 주장했다. 평양에서는 전시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대규모 군민대회가 열렸다. 북한의 초강경 대응 방침은 며칠 전부터 예고됐었다.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7일 1993년 1차 핵위기 당시 준전시상태 선포와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탈퇴로 맞서 체제 보장을 포괄적으로 담보해준 ‘6·13 북미 공동성명’을 얻어냈다고 상기시키며 “초강경대응은 전통적인 투쟁방식”이라고 선전했다. 동원 훈련에 지친 주민들을 독려하는 한편 한국과 미국의 대북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대결 노선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대외용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북 압박 정책을 구사하되 대화 노력을 병행하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투트랙’ 전략에 대한 거부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높인 뒤 미국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기존 전술의 재연이다. 워싱턴 정치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대화 얘기를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한국이 나서줘야 하지만, 북한이 이렇게 군사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무력도발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과 11범 사회복지사, 장애여성 성폭행

    정신지체장애인 등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여성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26일 사회복지사 A(50)씨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8년 3월 경북 의성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중 인근에 사는 정신지체장애 2급 B(32)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22일 사회복지시설 취업을 묻는 자기 아내의 친구 C(50)씨를 가평시내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으나 C씨와의 합의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경찰의 DNA검사 과정에서 5년 전 의성에서의 성폭행 사건 피의자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성폭행·절도·강도 등 강력사건 피의자에 대해서는 DNA를 의무적으로 채취해 미제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15년 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A씨가 강간치상 등 전과 11범의 경험이 있어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 교육기관 등에 취업하는 데 제한을 받지만 손씨는 노인요양시설만 골라 다녀 일자리를 찾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영화 리뷰] 안나 카레니나

    [영화 리뷰] 안나 카레니나

    고전이 지닌 풍부한 서사와 세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은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 한 차례 확인됐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그래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소련에서 1967년 제작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6번째로 제작된 영화다. 할리우드 스타 키라 나이틀리(28)와 주드 로(41), 에런 존슨(23)이 출연하고 ‘레미제라블’을 만든 영화사 ‘워킹타이틀’이 제작했다는 점도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던 ‘안나 카레니나’를 2013년 버전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버무렸다. 하지만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고전의 깊이와 풍부함까지 담기에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빨간 커튼이 걷히는 극장 장면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무대 속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들의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비비언 리 주연으로 기차 장면에서 시작되는 1948년 작품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감독은 연극적인 요소를 통해 고전의 느낌도 살리고 마치 연기하듯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19세기 제정 러시아 당시 사람들의 삶도 풍자한다. 관객 역시 연극 무대를 보는 것처럼 때론 가깝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자연스럽고 유연한 장면 전환과 속도감 있는 화면의 움직임으로 초반에 몰입도를 높인다. 고전 소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통해 여주인공의 섬세하고도 농축된 감정선을 잘 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 라이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잘 발휘했다. 감독은 어떻게 보면 통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격정적인 멜로를 강조하면서 품격 있게 풀어냈다. 유부녀지만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안나 카레니나(키라 나이틀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꽃’으로 통한다. 유력 정치인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아들을 두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녀는 모스크바에 사는 오빠를 보러 갔다가 매력적인 젊은 장교 브론스키(에런 존슨)와 우연히 마주치고 강하게 이끌린다. 브론스키의 애정 공세에 마음을 닫았던 안나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몸을 맡기고 만다. 남편과 아이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안나. 하지만 안나는 부정한 여자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에 시달린다. 언뜻 보면 진부한 불륜 이야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결혼 생활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인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성의 고뇌를 그린다. 영화는 아슬아슬한 멜로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안나가 관료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껴 자유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심리나 후반부에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사랑이 식어가는 데 대한 허무함 등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때문에 안나와 대비되는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키티와 레빈 커플의 이야기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진다. 아내의 바람을 알고서도 용서하는 남편 카레닌과 세상이 반대하는 사랑에 빠진 브론스키 등 주변 인물이 풍부하게 그려지는 편이 나을 뻔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상당하다. 키라 나이틀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주인공을 잘 소화했고 카레닌 역을 맡은 주드 로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하이틴 스타의 옷을 벗고 섹시스타로 떠오른 에런 존슨은 안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심을 흔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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