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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발찌 없이 풀려난다는 제주 라일락카페 살인사건 범인

    전자발찌 없이 풀려난다는 제주 라일락카페 살인사건 범인

    2006년 제주에서 발생한 라일락 카페 살인사건과 소주방 여주인 살인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두 사건의 유사성을 알아보며 라일락 카페에서 살해당한 여주인의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모친을 발견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철문 앞으로 내려가니까 문이 안 열리고 바닥에는 물이 이미 차 있었다”며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에서는 벨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뒷문으로 카페에 진입한 아들은 피해자가 숨진 것을 확인했다. 카페 바닥에는 11㎝ 높이로 물이 차올라 침수돼 있었고, 귀중품 서랍은 뜯겨 나간 상태였다. 시신 옆에는 물 바가지와 분무기가 놓여 있었다. 부검도 직접 참관했던 아들은 “어머니 향수병이 음부에서 나오더라. 가해자의 정신이 일반적이지 않다. 진짜 묻고 싶은 건 단 하나다. 도대체 왜 죽였는지”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는 “음부에 이물질 삽입을 하는 것은 특이한 행동인데 이 또한 직접적인 성폭력은 아니지만 범인의 성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행동이 일관적으로 드러나는데 두 사건의 유사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성향이 같은 자이거나 동일범의 범행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범인은 카페에 마지막 손님으로 왔던 택시기사 고씨였다. 그는 사건 발생 보름 만에 검거돼 살인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18살에 첫 범죄로 절도를 했고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었다. 금품 강탈과 엽기적인 성범죄 현장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었음에도 범인 고씨는 살인죄만 적용되어 15년형을 받았다. 동일범 소행 판단했지만…미제사건으로 남아 라일락 카페 사건 발생 22일 전 카페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소주방에서 주점 여주인이 살해되었고, 두 사건의 매우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당시 경찰에서는 두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14년이 지난 현재 소주방 여주인 살인사건은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소주방 피해자의 지인은 “피해자가 죽기 전에 친척들과 잘 아는 택시 기사를 만났다고 했다. 고향이 OO이라고 했다”라고 제보했다. 그가 언급한 지역은 고씨의 고향이고 고씨의 직업은 택시기사라는 사실에 피해자 지인은 깜짝 놀랐다. 제작진은 라일락 카페 살인사건 피의자 고씨를 만났다. 고씨는 여전히 당시 사건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고씨는 “억울함을 풀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 손톱에서 어떻게 내 DNA가 발견됐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두 사건에서 가장 큰 공통점으로 ‘물’을 꼽았다. 두 사건 모두 물로 현장을 정리하고 시신을 수건 등을 이용해 덮었다. 피해자의 부분 탈의, 보디커버링, 벗긴 옷을 가져가는 행동과 직접적인 성폭행 흔적은 없다는 유사점이 있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현장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간다는 것은 초범이 하기는 힘든 행동”이라며 “절도나 강도가 몸에 배있기 때문에 살인이 발생했는데도 돈, 액세서리를 빼가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자신을 고씨의 교도소 동기라고 밝힌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라일락 카페 살인사건) 1심에 무죄 받고 뒤집혀서 15년 받았는데 담담하더라. 이 양반이 범인은 맞구나 생각했다며 ”고 씨가 말도 없고 직선적이고 날카롭다. 누구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 사건 말고 사귀는 여자가 있다고 했다. 한 번 빠지면 푹 빠지더라. 사귀는 아줌마가 있다고 자랑했는데 잘못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다시 한번 고 씨에게 소주방에 간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답했고 여주인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라일락 카페 유가족에게 “난 사건과 관계가 없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하고 했다. 또 출소 이후 모친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 재심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발찌 없이 내년 10월 자유의 몸 내년 10월이면 완벽하게 자유의 몸이 되는 고씨는 전자발찌 부착이나 보호관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엽기적인 성범죄가 유사강간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 것은 2012년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고 씨는 재범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그를 관리하는 법의 근거는 현재는 전무했다. 수사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은 고 씨가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이기에 예방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고씨가 연속적인 사건의 범죄자라면 새로운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오늘 돌이켜 본 14년 전 피해자들의 고통이 앞으로 일어날 불특정 다수의 불행을 예방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원한다”라고 정의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기를 빌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8세 딸 희생 숨긴 경찰 만행… 檢, 시효 다시 따져 진실 캐야”

    “8세 딸 희생 숨긴 경찰 만행… 檢, 시효 다시 따져 진실 캐야”

    “현정이 엄마는 눈감는 순간까지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 못 했어요. 아이 뼈 한 줌이든 유류품이든 본 게 있나요? 지금이라도 당시 수사 경찰들은 딸의 시신을 왜 숨겼는지, 사건을 왜 은폐했는지 밝히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최악의 미제사건 중 하나로 꼽혀 왔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해 8월부터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사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57)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이춘재는 총 10건의 화성 사건에 더해 4건 살인을 추가로 자백했다. 뒤늦은 자백에는 어린 초등학생 사건이 있었다. 이춘재는 1989년 7월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김현정(당시 8세)양도 본인이 죽였다고 말했다. 30년간 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가족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재수사 과정에서 실종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들이 김양의 유류품과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하고도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경찰 2명은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후 김양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이춘재의 자백에도 가족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아픔과 상처는 더 깊어졌다. 지난 9월 아내까지 떠나보낸 김양의 아버지 김용복(67)씨는 딸의 억울한 죽음과 공권력에 의해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고 있다. 그것이 아버지의 도리이자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정양은 어떤 딸이었나. “너무 순했고 사람을 잘 따랐다. 시골 동네라 사람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본 어른들은 꼭 기억하고 항상 밝게 인사했다. 현정이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들게 사는 걸 알았는지 한 번도 과자 하나 사 달라고 떼쓴 적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었다.” -사건이 나기 몇 년 전 화성군으로 이사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었나.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몸이 좋질 못했다. 당시 친척들이 화성에서 가축을 키웠다. 공기 좋은 곳에서 친척들과 같이 돼지를 키울 생각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1985년도쯤 이사를 했다.” -1989년 7월 7일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 “당시 지방에 출장을 다니면서 도로를 정비하는 일을 했다. 충청도 영동지역에서 열흘 정도 일을 하고 현정이를 주려고 복숭아 한 박스를 들고 왔다. 그런데 다음날 현정이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더라. 난리가 났다. 학교 가는 길부터 윗동네부터 아랫동네까지 정신없이 딸을 찾아다녔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그날 밤에 경찰서에 가서 신고한 거다.” ●국가에 손배소… 당시 경찰 얘기 듣고파 -사라진 딸의 생사를 30년간 알 수 없었다. “현정이가 사라지고 계속 찾아다녔다.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서 돌렸다. 경기 광명시로 이사한 이후에도 동네에 수시로 찾아가 수소문을 했다. 아이를 찾으려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경찰에도 여러 차례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단순 실종으로 처리됐고 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이춘재의 자백을 듣고 어떤 심경이었나. “완전히 무너지는 심경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어딘가에 현정이가 살아 있다고 믿었다. 기억을 잃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면 기억도 찾아서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럼 이때껏 못 해 준 것 다 해 주자고 아내와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30년간 집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뒀었다. 그런데 딸이 죽었다니까 그냥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올해 이춘재를 만나러 부산교도소에도 다녀왔다. 얼굴을 보고 왜 그 작은 아이를 죽였는지 묻고 싶었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어 아들이 약식으로 화상접견만 했다.” -이춘재 자백 이후 재수사 과정에서 당시 경찰들이 사체를 은닉하고 증거를 없앤 정황이 드러났다. “현정이가 사라지고 5달 만에 옷과 책가방 등 유류품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야 알았다. 지난해 11월에 현정이가 사라진 지역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아이 뼈 한 줌을 거둘 수 없었다. 뭐라도 찾아서 좋은 데 보내고 싶었는데. 그 지역 개발 전에만 알았더라도···.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당시 경찰들은) 어떻게 사건을 은폐할 수 있나.” -당시 경찰들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아이를 계속 찾다가 결국 못 찾은 거라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시신과 유류품을) 찾아 놓고도 감춘 거다. 특히 직무유기 혐의는 경찰들이 퇴직할 때까지 계속됐다고 봐야 한다. 퇴직 전까지 바로잡을 기회가 충분히 있지 않았나. 그렇다면 공소시효 만료가 아닌 것이다. 범인도피 혐의도 마찬가지다. 사체를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해서,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범이 밝혀지기 전까지 계속 수사를 방해한 거다. 검찰에서 공소시효 범위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공소시효를 이유로 사건을 묻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겠나. 당시 경찰들은 반드시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스스로 자식을 잃어버린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딸에게 조용히 속죄하며 지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 우리 한이라도 풀자’면서 나를 설득했다. 이정도 변호사도 우리 사연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무료변론에 나서 줬다. 우리는 어떻게든 당시 경찰들에게 얘길 듣고 싶다. 딸의 억울한 죽음이 공권력에 의해서 어떻게 은폐되고 조작됐는지, 진실을 반드시 밝히고 싶다. 그래서 지난 3월 소장을 접수했고, 법원에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형사사건 기록을 받아 보게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우울증 아내 딸 죽음 듣고 최근 세상 떠 -아내가 지난 9월 11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현정이를 잃어버리고 아내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고 사람도 잘 안 만났다. 생각해 보면 딸이 살아 있다는 생각의 끈을 잡고 지금까지 버텨 왔던 것 같다. 아이가 이미 30년 전에 죽었고, 그 과정이 은폐됐단 사실이 아내에게 극심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죽기 전까지도 아내는 딸이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지난 7월 갑자기 주방에서 쓰러져 팔이 부러졌다. 바닥 매트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어지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도 어디가 아프다는 내색을 한 번도 안 했다. 팔을 치료하러 병원에 다니다가 간에 암이 많이 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갔는데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럴 수가 있나. 힘든 세월을 같이 버텨 온 아내가 떠나니 참 힘이 든다.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잠들기가 어렵다.” -딸 현정양과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생만 시켜서 정말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현정이를 잃어버리고 나서도 가정을 건사하느라 바빴다. 노부모를 모시고 아들도 키워야 했다. 딸을 잃은 고통에 더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좀더 열심히 우리 딸을 찾아다녔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든다. 30년간 집 안에 갇혀서 속이 썩었을 아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혼자 얼마나 무서운 상상들을 많이 했을까. 그래도 딸이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참고 기다린 아내가 너무 불쌍하다. 차라리 딸이 떠난 걸 일찍 알았더라면 아내가 이렇게 가진 않았을까. 아픈 내색 한 번 없이 곁을 지켜 준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현정이와 아내가 이제라도 좋은 곳에서 편히 지냈으면 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친부, 경찰청에 부실수사 감찰 요청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친부, 경찰청에 부실수사 감찰 요청

    고유정씨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고씨의 재혼한 남편이자 의붓아들의 친부인 A씨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서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A씨 측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며 경찰청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진정서를 제출해 해당 경찰에 대한 감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A씨의 법률대리인 부지석 변호사는 “오늘(9일) 중으로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맡았던 청주 상당경찰서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경찰청에 요구할 것”이라며 “부실 수사에 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 측은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5일 대법원은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1, 2심의 무죄 판단을 확정했다. 이에 A씨 측은 “사건 초기 청주 상당경찰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죽은 사람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미제사건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무죄’ 확정에 친부 “참담하다”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무죄’ 확정에 친부 “참담하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한 대법원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자 유족이 “참담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일 고유정 사건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전 남편 살이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무기징역)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고유정 의붓아들의 친부인 홍모씨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법원에서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바람이 무너져 내려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생의 꽃봉오리도 피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아들이 하늘에서 나마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살인범은 없고 살해당한 사람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종결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씨 측은 “아들의 부검 결과와 현장사진을 감정한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은 친부의 몸에 눌려 숨질 가능성은 전 세계적인 사례에 비춰 극히 낮다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빌미가 된 것은 고유정이 진술한 친부의 잠버릇이지만 실제 잠버릇은 없다”고 주장했다.또 “결과적으로 보면 고유정의 거짓 진술을 믿고 수사를 진행한 것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밀실살인과 관련한 범죄에서 직접적 증거로는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면 범행 직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을 고려했어야 하는데도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이 인정한 2심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홍씨가 독세핀정(수면제 성분)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하면서 스스로 먹었을 수도 있다고 기재된 부분이 있다. 홍씨는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에 사용한 졸피드정은 제출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독세핀정은 제출한 적이 없고 오히려 홍씨의 머리카락 검사에서 검출되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홍모(5)군은 지난해 3월 충북 청주의 집에서 아버지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던 중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집에 있었던 고유정은 지난해 5월 전 남편 살인사건 이후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받아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고유정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춘재 “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도 당했지만 잡히지 않아”(종합)

    이춘재 “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도 당했지만 잡히지 않아”(종합)

    연쇄살인 자백한 이춘재, 부실수사 증언“나도 내가 왜 안 잡혔는지 이해 못 해…경찰 수사가 보여주기식 아니었나 싶다”살인 전 강간 범행으로 경찰 조사받기도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들추는 이춘재의 여러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당시 화성과 청주에서 벌어진 14건의 살인을 모두 저질렀음을 인정하면서 “나도 내가 왜 안 잡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특별한 증거 은폐행위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났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내로라하는 경찰 수백명이 왔다 갔는데 조금 지나면 싹 빠져나가고 그런 식으로 수사가 진행돼 보여주기식 아니었나 싶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노태우 대통령의 신속한 수사 지시와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 수사에 연인원 200만명 이상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춘재 증언에 따르면 그 모든 게 보여주기식 수사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번은 한 피해자의 시계를 갖고 다니다가 검문에 걸렸고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서 파출소에 갔는데도 신분 확인만 하고 끝났다”면서 “시계에 관해 묻기도 했는데 주웠다고 하니까 더는 묻지 않더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형사들을 여러 번 마주치고 했지만, 항상 친구들이나 주변 이상자에 대해 탐문수사를 했지, 나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뭘 물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이춘재는 1986년 1월 군대에서 전역한 뒤 같은 해 9월 첫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강간 범행을 해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춘재가 강간 범행으로 처벌받았더라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경찰서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강간 사건으로 화성경찰서에서 조사받았고 피해자와 대질 조사도 예정돼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간 사건으로 처벌받았더라면 연쇄살인 사건을 벌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춘재가 검문당한 사례와 살인 전 강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내용 등은 이번 재판을 통해 일반에 처음 알려졌다.첫 번째 살인 사건 발생 34년 만에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이춘재는 1980년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또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사건 발생 32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 “범행 당시 현장 은폐 등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찰에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이춘재는 “나는 욕심이 없고 밖에 있을 때 생활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에 있는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조두순이 나간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내가 나간다고 하면 더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피고인 아닌 증인으로” 법정 서는 연쇄살인범 이춘재(종합)

    “피고인 아닌 증인으로” 법정 서는 연쇄살인범 이춘재(종합)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 법정에 출석한다. 이춘재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했다. 2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제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를 법정에 소환한다. 피의자가 아니라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34년 만에 모습 드러내는 연쇄살인범 이춘재 이춘재 소환은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성여씨(53)의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던 살인사건 전반에 대해 신문을 펼칠 예정이다.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져 왔던 8차 사건을 비롯, 1986년 9월~1991년 4월 경기 화성지역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이춘재가 어떻게 진술할지 주목된다. 또 이춘재가 밝힌 추가 범행 4건에 대해서도 어떻게 진술할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가 이날 법정에서 어떤 말을 먼저 꺼낼지, 8차 사건의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을 청구한 윤씨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전할지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춘재가 밝힌 추가 범행 4건은 1987년 12월 수원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에서 있었던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남주동 주부 살인사건 등이다.법정 질서 위해 방청권 배부, 촬영 금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과거 사진으로만 알려진 이춘재의 모습을 실제로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방청객들로 이날 법정은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국민뿐만 아니라 언론, 경찰 등 많은 인파가 법정에 몰릴 것을 우려해 합의부, 검찰, 변호인이 있는 주법정과 영상송출 방식으로 다른 법정에 연결되는 ‘멀티 법정’ 등 법정을 2곳 운영하기로 했다. 또 이날 오후 1시30분 예정된 이춘재의 출석 시각보다 30분 앞서, 즉결법정에서 방청권 43석을 선착순으로 배부할 방침이다. 이날 하루 이춘재가 신분이 증인이라 할지라도 현재 ‘구속 피고인’이기 때문에 방청석이 아닌, 피고인 대기실을 통해 법정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 4조에 따라 언론에서 제기한 촬영요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만큼 이날 촬영기기를 동원한 법정 내 촬영은 금지된다. 다만, 12월로 예상되는 8차 사건의 선고공판 전에 촬영허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미리 의견을 밝힐 것을 약속했다.이춘재, 처제 성폭행 후 살해 혐의로 복역 중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지역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양(당시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지구인극장] 미국판 ‘살인의 추억’ 미제사건, 40년 만에 잡힌 범인

    [지구인극장] 미국판 ‘살인의 추억’ 미제사건, 40년 만에 잡힌 범인

    미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골든스테이트 킬러 사건, 아시나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무려 12명 이상을 살해하고 50여 명을 강간했으며, 120건이 넘는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40년 만에 체포됐는데요.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렸으며, 범행이 끝난 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잔인한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남겼던 범인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범행 당시 그의 실제 목소리부터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 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그의 정체까지!!! [지구인극장]에서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구성·출연 송현서 / 촬영·편집 이상오
  • 이춘재, 재수사 마치고 부산교도소서 수용 생활

    이춘재, 재수사 마치고 부산교도소서 수용 생활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당사자인 이춘재(57)가 경찰 재수사를 마친 뒤 부산교도소로 돌아와 수용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경찰 재수사가 종료된 이춘재는 지난달 5일 수원구치소에서 부산교도소로 옮겨져 독거실에 수용됐다.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는 화성 8차 사건 재수사 기간 용의자로 지목돼 지난해 12월 수원구치소로 이감됐지만 수사 마무리 시점에 원래 생활하던 부산교도소로 돌아가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교도소는 “현재 이춘재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운동,취침 등 통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재수사 이후 특별히 (심경이) 변화되거나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도서대여,신문 구독,TV 시청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신문은 별도로 구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TV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춘재는 자신 소식을 뉴스로 접할 수 있다. 다만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2일 오전은 교도소 측이 TV 시청을 제한했고,이후에는 이춘재가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시청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교도소 측은 설명했다. 이춘재는 평소 뉴스보다 드라마나 다른 기타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에게도 채널 선택권이 있어 별도로 뉴스 시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재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는 운동 시간으로 편성해 별도로 TV 시청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당분간 독거실에 수용돼 타 수용자와 단절된 채 수감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부산 교도소는 “작업장 출역 등 처우 변경 여부는 향후 수용 생활 태도와 상담 등을 통해 고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1년간 진행된 경찰 재수사 결과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는 재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그간 1급 모범수로로 알려진 교도소 내 생활에서는 이런 성향이 표출되지 않은 듯 보인다. 부산 교도소는 “수용 생활 중 징벌 처분이 없고,장기간 작업장에 출역하면서 특이사항 없이 타 수용자와 원만하게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탱크 몰며 우쭐하다 전역 뒤 무료해서”… 살인의 추억 시작됐다

    “탱크 몰며 우쭐하다 전역 뒤 무료해서”… 살인의 추억 시작됐다

    살인 14건·별도로 성폭행 9건 사실 확인군 입대 후 내성적→ 주도적 성격 변화사이코패스 성향 65~85% 높은 수준당시 불법 저지른 관계자 9명 檢 송치경찰 “무리한 수사 피해자 모두에 사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30여년 만에 종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춘재가 1986년 9월 15일 71세 여성을 시작으로 1991년 4월 3일 67세 여성까지 모두 14건의 살인사건과 별도로 9건의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검찰에 송치했다. 살해된 피해자 역시 대부분 성폭행 후 죽임을 당했다. 첫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에 밝혀진 것으로 이춘재는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검출·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재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이춘재는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52차례에 걸쳐 그를 접견 조사했다.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DNA 검출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4차 접견 때부터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된 일이었지만 이춘재의 머릿속에는 당시의 상황이 또렷했다. DNA 검출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던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춘재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14건의 살인사건은 출생·학교·직장 등 연고가 있었으며 발생의 시기와 장소가 이춘재의 행적과 생활반경과 일치했다. 그가 자백한 34건의 강간 사건도 살인사건의 발생 시기와 지역이 일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34건의 강간 사건 중 입증 자료가 충분한 9건에 대해서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춘재 진술의 객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춘재를 면담하고 심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내성적이었던 이춘재는 군에 입대하면서 주도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춘재는 군대 시절을 얘기할 땐 신이 나서, 흥분된 상태로 말을 했다”며 “군에서 주체적인 역할(기갑부대 탱크 운전)을 하면서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끼다가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면서 욕구불만을 풀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범행 원인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피해자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춘재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65~85% 수준으로 매우 높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이춘재와 함께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경찰 등 9명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이춘재의 짓으로 드러난 8차 사건과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이춘재 자기중심적 사이코패스”…사이코패스 성향 상위 65%~85% 수준

    “이춘재 자기중심적 사이코패스”…사이코패스 성향 상위 65%~85% 수준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 이었던 경기 화성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 재수사가 1년 만에 마무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오전 10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57)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춘재가 첫 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경찰은 “이춘재가 부산교도소에서 최초 접견시 범행을 부인하다가 DNA 검출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4차 접견때 부터 살인 14건,강간 34건의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국에서 소집된 프로파일러들의 면담과 심리검사,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 검토한 결과, 군 전역 후 스트레스와 욕구불만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 표출을 하기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또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범행 원인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또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싶어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춘재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상위 65%~85% 수준이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 이춘재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미궁에 쌓여 있던 사건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고 밝혔다. 배용주 청장은 이날 “30여년 전 수사기록,자료,기억에 의존한 수사로 한계가 있었지만 당시 경찰수사 문제점에 깊이 반성·성찰하고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과정의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 교훈으로 삼을 것” 이라고 말했다.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10건 중 9건은 그동안 미제로 남아있었지만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모 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의 경우 이듬해 윤모(53) 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 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특히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8세)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그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일부 살인사건 피해자들 유류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 등 증거를 토대로 14건의 살인 범행은 모두 그가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다른 사건들의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는 진술을 꺼려 확실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사례만 그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이렇게 확인된 것이 살인이외 추가 성폭행·강도 범행 9건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애플청장 소리 듣더라도… 사과할 게 있다면 하는 게 도리”

    “애플청장 소리 듣더라도… 사과할 게 있다면 하는 게 도리”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과거 경찰의 공권력이 적정하게 행사되지 못한 면이 있었고, 경찰이 온갖 비난을 받았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그때그때 확인해서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 당연히 지녀야 하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15만 경찰을 대표하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별명은 한때 ‘애플청장’이었다. 경찰의 수장이 여기저기 사과를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 목소리가 담긴 별명이다. 그러나 민 청장은 생각이 달랐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경찰이 되려면 경찰을 대표하는 자신이 스스로 머리를 숙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1988년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해 경위로 임용됐을 당시 민 청장은 경찰청장까지 오를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그런 청장 임기가 다음달 23일이면 끝난다. 2년 임기를 꽉 채웠다. 경찰의 숙원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성사시켰고, 최근 이슈였던 디지털 성범죄 수사 역시 ‘박사방’ 일당을 모두 소탕하는 등 비교적 큰 성과를 이뤄 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 청장실에서 민 청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경찰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취임 기간 중 가장 큰 이슈는 수사권 조정안이었던 것 같다. 현재 이뤄 낸 수사권 조정안에 점수를 주자면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점수로 평가하기엔 곤란한 것 같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처음 논의한 게 1996년이니 25년이 흘렀다. 그때 경찰이 검토했던 방안과 비교해 보면, 다는 아니지만 대체로 구현된 것 같다. 물론 수사·기소의 분리까지 나아가야 하고, 이게 세계 기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1월 13일 개정된 개혁안은 더 정비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사·기소 분리 방향으로 개혁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일부 경찰관이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로 무릎을 꿇어 플로이드를 애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 보자면 어떻게 보시는가. “경찰과 시민이 대립하는 관점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창설 때부터 민주경찰이었다. 특히 취임 이후 헌법적 가치를 투영한 민주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영국 정치가 로버트 필)이라는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자 노력했다. 저도 우리 조직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신념 체계를 좀더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이 백범 김구 선생이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경찰의 혼을 일깨우는 경찰역사 재조명 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이유 또한 올바른 민주경찰상, 제복 입은 시민상을 구현하기 위한 다짐의 일환이었다.” -정보경찰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개혁은 어떤 존재가 필요에 맞게끔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을 위해선 국민의 충격적 요구가 생겨나기도 한다. 정보경찰을 차라리 없애버려라 하는 건 질타라고 본다. 정보경찰은 위험요인을 ‘사전 탐지’하고 그에 대해 예방·대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알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경찰 업무에 있어 위험에 대한 사전 정보활동과 예방과 대응 조치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경찰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선 정보경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보경찰의 활동규칙을 제정하고 인력·조직 개편, 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경찰청장 재직 2년간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 다음 청장에게 훈수를 두자면 뭐라고 두실 건가.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개혁 등 큰 개혁과제에 대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지만 입법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경찰개혁 관련 추진 방안들은 법으로 정립돼야 제도적으로 보장되면서 안정된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입법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가는 게 후임 청장에게 미안하다. 경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기대가 큰 만큼 경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부탁하고 싶다. 또 장기실종자 가족분들과 개구리소년 사건 같은 장기미제사건 유가족분들의 응어리를 끝내 풀어드리지 못한 일이 마음에 남는다. 무엇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 동료를 위한 보수수당 현실화 등 처우개선을 완전히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 -퇴임 후 자연인으로서 어떤 삶을 계획하고 계신가. “인터뷰를 하는 걸 보니 이제는 제복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그간 산적한 업무와 현안들로 퇴임 후 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퇴임 후에는 그간의 부담과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낮잠을 실컷 자보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가족들과 저녁식사도 하고 차분히 책도 읽고 싶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벼·왕골·담배 농사일을 돕곤 했는데, 스마트 팜 같은 농업기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농업기술도 공부해 보고 싶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공동체의 안녕에 보탬이 되고 싶다.” 진행 유영규 사회부장 whoami@seoul.co.kr정리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애플청장’ 소리 듣더라도…“사과할 게 있다면 하는 게 도리”

    ‘애플청장’ 소리 듣더라도…“사과할 게 있다면 하는 게 도리”

    경찰이 곧 시민, 시민이 곧 경찰민주경찰 되려면 시민과 대립 안돼수사, 기소권 완전 분리 디딤돌 마련입법 마무리 후임 청장에 맡겨 미안할 뿐퇴임 후 낮잠 한번 실컷 자보고 싶어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과거 경찰의 공권력이 적정하게 행사되지 못한 면이 있었고, 경찰이 온갖 비난을 받았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그때그때 확인해서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 당연히 지녀야 하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15만 경찰을 대표하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별명은 한때 ‘애플청장’이었다. 경찰의 수장이 여기저기 사과를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 목소리가 담긴 별명이다. 그러나 민 청장은 생각이 달랐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경찰이 되려면 경찰을 대표하는 자신이 스스로 머리를 숙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1988년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해 경위로 임용됐을 당시 민 청장은 경찰청장까지 오를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그런 청장 임기가 다음달 23일이면 끝난다. 2년 임기를 꽉 채웠다. 경찰의 숙원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성사시켰고, 최근 이슈였던 디지털 성범죄 수사 역시 ‘박사방’ 일당을 모두 소탕하는 등 비교적 큰 성과를 이뤄 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 청장실에서 민 청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경찰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취임 기간 중 가장 큰 이슈는 수사권 조정안이었던 것 같다. 현재 이뤄 낸 수사권 조정안에 점수를 주자면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점수로 평가하기엔 곤란한 것 같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처음 논의한 게 1996년이니 25년이 흘렀다. 그때 경찰이 검토했던 방안과 비교해 보면, 다는 아니지만 대체로 구현된 것 같다. 물론 수사·기소의 분리까지 나아가야 하고, 이게 세계 기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1월 13일 개정된 개혁안은 더 정비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사·기소 분리 방향으로 개혁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일부 경찰관이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로 무릎을 꿇어 플로이드를 애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 보자면 어떻게 보시는가. “경찰과 시민이 대립하는 관점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창설 때부터 민주경찰이었다. 특히 취임 이후 헌법적 가치를 투영한 민주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영국 정치가 로버트 필)이라는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자 노력했다. 저도 우리 조직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신념 체계를 좀더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이 백범 김구 선생이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경찰의 혼을 일깨우는 경찰역사 재조명 사업을 활발히 추진한 이유 또한 올바른 민주경찰상, 제복 입은 시민상을 구현하기 위한 다짐의 일환이었다.” -정보경찰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개혁은 어떤 존재가 필요에 맞게끔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을 위해선 국민의 충격적 요구가 생겨나기도 한다. 정보경찰을 차라리 없애버려라 하는 건 질타라고 본다. 정보경찰은 위험요인을 ‘사전 탐지’하고 그에 대해 예방·대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알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경찰 업무에 있어 위험에 대한 사전 정보활동과 예방과 대응 조치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경찰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선 정보경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보경찰의 활동규칙을 제정하고 인력·조직 개편, 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경찰청장 재직 2년간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 다음 청장에게 훈수를 두자면 뭐라고 두실 건가.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개혁 등 큰 개혁과제에 대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지만 입법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경찰개혁 관련 추진 방안들은 법으로 정립돼야 제도적으로 보장되면서 안정된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입법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가는 게 후임 청장에게 미안하다. 경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기대가 큰 만큼 경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부탁하고 싶다. 또 장기실종자 가족분들과 개구리소년 사건 같은 장기미제사건 유가족분들의 응어리를 끝내 풀어드리지 못한 일이 마음에 남는다. 무엇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 동료를 위한 보수수당 현실화 등 처우개선을 완전히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 -퇴임 후 자연인으로서 어떤 삶을 계획하고 계신가. “인터뷰를 하는 걸 보니 이제는 제복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그간 산적한 업무와 현안들로 퇴임 후 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퇴임 후에는 그간의 부담과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낮잠을 실컷 자보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가족들과 저녁식사도 하고 차분히 책도 읽고 싶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벼·왕골·담배 농사일을 돕곤 했는데, 스마트 팜 같은 농업기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농업기술도 공부해 보고 싶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공동체의 안녕에 보탬이 되고 싶다.” 진행 유영규 사회부장 whoami@seoul.co.kr 정리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찰 “이천화재, 놀랄 정도로 총체적 안전 부실”… 17명 입건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배관과 용접작업을 병행하는 등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시도했다고 판단할 근거들을 확보했다”며 “수사 진행 사항으로 보면 놀랄 정도로 안전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배 청장은 “설계도에 없는 부분을 임의로 시공하거나 현장에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고, 이익 창출을 위해 건설현장이 이래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배 청장은 “용접 공정에서 불꽃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 작업을 할 때는 단일 공사만 해야 하고 위험한 공사를 하는 데 대한 계획서를 세우고 화재 안전관리원을 배치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공사 관행일 수도 있으나 평상시의 공사 관행도 사고 당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관련자 80여 명 이상을 140여 차례 조사해 17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건축법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이다. 배 청장은 “개인 형사 처벌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공사 단계마다 안전관리 수칙을 어기거나 이익을 내기 위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다 보니 인원도 많이 투입됐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입건한 피의자들은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구속 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우리나라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남편 살인범 모는 트럼프에 아내 생방송 중 “당신은 아픈 사람”

    남편 살인범 모는 트럼프에 아내 생방송 중 “당신은 아픈 사람”

    “도널드, 당신은 아픈 사람이군요.” 미국 MSNBC 방송 앵커 미카 브르제진스키가 생방송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고 영국 BBC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모닝 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남편 조 스캐보로가 19년 전 하원의원 시절 보좌관을 살해했을지 모른다며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음모론을 제기한 데 분노한 것이었다. 그녀는 트위터 자체적으로 대통령의 모략 글을 삭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까지 말했다. 브르제진스키는 20일 “그가 다시 조에 대한 음모론을 트윗해 남편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거짓 비난을 늘어놓았다”며 “당신은 아픈 사람이군요. 정말 잔인하고 아프며 역겨운 사람”이라고 혀를 찼다. 이어 2001년 남편의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자연사한 보좌관의 유족을 부추기려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엄청난 인간의 재앙을 처리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남편이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관심을 흐트러뜨리려고 던진 가짜 미끼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 부부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도 대통령은 브르제진스키를 가리켜 “IQ 낮은 미친 미카”란 트윗을 날리며 과거에 플로리다 자택 근처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는데 “성형 수술을 한 뒤 지독한 출혈”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까지 공격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는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유죄 평결을 받는 등) 불공평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은 뒤 “반면 시청률도 형편없고 사이코인 조 스캐보로 같은 친구들은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미제사건 열어라!”란 글을 올렸다. 지난주 트윗을 통해선 “언제나 그들은 플로리다에서의 사이코 조 스캐보로 일에 대한 미제사건을 열어볼까. 살인을 저지른 뒤 의원직 사퇴하면 다인가? 몇몇은 그렇게 생각한다. 왜 그는 의회를 그렇게도 조용히 빨리 떠났을까? 분명하지 않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완전 미치광이(A total nut job)!”라고 적었다. 문제의 사건은 2001년 7월 로리 클라우수티스(28) 보좌관이 포트 월튼 비치의 의원 사무실에서 숨진 것을 말한다. 스캐보로는 당시 워싱턴 DC에 있었음이 증명됐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으로는 보좌관이 죽기 전에 이미 스캐보로는 의원직 사퇴를 공표했다는 점이다. 클라우수티스는 심장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머리를 세게 부딪힌 것이 사인이라고 당국은 결론내렸다. 그녀는 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동료에게 얘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트위터에서 언급한 것을 안 뒤 스캐보로는 생방송 도중 “제발 텔레비전 끄고, 일 좀 하시지, OK?”라고 비아냥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근거없는 음모론을 사랑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 태생이라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는데도 당선됐다고 허튼 소리를 하거나, 공화당 대선 경선 라이벌이었던 테드 크루즈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를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데 후자는 검증되지 않은 타블로이드 매체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지난달에는 풍력발전기 소음이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소리를 떠벌였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부부가 지난해 교도소에서 극단을 선택한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왜곡한 것도 마찬가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연쇄살인’ 최신종 여죄 있나 “1년간 1148명과 연락… 44명 안전 유무 확인중”(종합)

    ‘연쇄살인’ 최신종 여죄 있나 “1년간 1148명과 연락… 44명 안전 유무 확인중”(종합)

    경찰, 최신종 통화내역 확보해 추가 범죄 확인 작업 전북 전주·부산 실종여성 살해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최신종(31)에게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2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신종이 지난 1년간 통화 내역을 확보해 범죄 연관성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신종은 이 기간 1148명과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이 중 1104명은 신병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4명에 대해서도 안전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최신종은 이미 2명의 여성을 성폭행·살해한 만큼 경찰은 추가 범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최신종은 지난달 14일 전주 완산구 효자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아내의 지인 A씨(34)를 차에 태운 후 이동해 성폭행하고 금팔찌 1개와 48만원을 갈취한 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의 시신을 교량 아래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부산에서 온 B씨(29)를 살해하고 완주군의 한 과수원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초면인 최신종과 B씨가 채팅앱을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종은 폭력성과 함께 여성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신종의 지인이 미제사건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김원의 채널에 제보하며 공개됐다. 실제 최씨는 2012년 집단·흉기 등 협박 및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한 사건이다. 집행유예 기간인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일 범행 과정이 치밀하고 잔인하다는 이유로 최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알림] 전북지방경찰청은 최신종이 최근 1년간 1000명이 넘는 여성과 랜덤 채팅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최신종이 1년간 1148명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최신종과 연락을 주고 받은 이들이 모두 여성이 아니라 가족, 친척, 지인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경찰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 “연쇄살인 최신종, 여자 유독 좋아해…놀랍지 않아”

    “연쇄살인 최신종, 여자 유독 좋아해…놀랍지 않아”

    여성 2명 잇따라 살해·유기한 혐의전북 지역 첫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연쇄살인 최신종, 놀랍지 않아”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최신종(31)의 신상이 20일 공개된 가운데 그가 과거 학창 시절부터 폭력성이 돋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신종은 지난달 14일 아내의 지인인 A(34·여)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하천 인근에 버린 혐의를 받는다. 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오후 부산에서 온 B(29·여)씨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과수원에 유기했다. 그는 실종 여성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신종은 이러한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신상이 공개되자 21일 온라인상에는 최신종의 폭력성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진술이 속속 공개됐다. 20일 미제사건 관련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 김원은 ‘전주 실종 연쇄살인 신상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최신종의 지인임을 주장하는 제보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최신종의 신상공개가 된 후 주변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신종은 소위 ‘전주 짱’으로 불렸다. 10대 때부터 싸움을 일삼아 왔으며 폭력 조직에 몸담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제보자는 “술을 마시면 무서운 사람이었다. 지나다가 마주쳤는데 술에 취한 것 같아 보이면 모두가 도망갈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동생, 친구, 선배 할 것 없이 모두 때렸다”며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했지만 사람을 때릴 때 보면 너무 무자비하고 잔인했다”고 말했다. 여자를 유독 좋아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제보자는 “예전부터 여자를 유독 좋아했다.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하는 게 다반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최신종이 예전부터 인터넷 도박을 많이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합법적으로 살고 싶다며 퀵서비스를 하더라”며 “서른이 넘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길래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옛날 성격은 못 버리는구나’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처음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놀라지 않았다”며 “언젠가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다”고 털어놨다. 최신종 “형량 낮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을 것” 제보자는 “과거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성폭행했을 때도 무죄를 주장하며 합의를 봤다. 어릴 때부터 사람 때리고 경찰 조사를 많이 받았고 징역도 두 번이나 갔다 왔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형량이 줄어드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최신종은 2012년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해 협박 및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집행유예 기간인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최신종 사진 언론에 직접 배포 전북지방경찰청은 이날 경찰 내부위원 3명과 변호사, 대학교수 등 외부위원 4명 등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신종의 얼굴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북경찰청은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의 사진을 언론에 직접 배포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동종 범죄의 재발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경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백서 만든다.

    경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백서 만든다.

    경찰이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이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백서 제작에 나섰다. 22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백서 제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지만,이춘재 연쇄살인사건처럼 예외적으로 백서를 만들어 기록화하기도 한다. 백서에 담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986년 사건 발생부터 현재까지 경찰의 수사 상황과 기법,동원 인력 등을 비롯해 과거 수사의 문제점 등 경찰의 과오까지 기록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강호순 사건과 2007년 12월 안양에서 이혜진(당시 11세)·우예슬(당시 9세) 양이 정성현(51·수감 중) 씨에게 살해된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 등이 백서로 제작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미제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이번 백서 제작의 가장 큰 목표”라며 “사건이 진행된 기간이 긴 만큼 기록이 많아서 백서 분량은 방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까지 백서에 담으려면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꽁초가 35년 전 추악한 범행 드러내

    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꽁초가 35년 전 추악한 범행 드러내

    35년 전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 무심코 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 꽁초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 플로리다 경찰이 영구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한 토냐 맥킨리(당시 23세) 사건의 진범으로 펜사콜라에 사는 다니엘 웰스(57)를 지난주 체포했다고 영국 BBC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일급 살인과 일급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에스캄비아 컨트리 교도소에 수감됐다. 맥킨리는 1985년 1월 1일 목 졸라 살해된 뒤 성폭행 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젖먹이 아들을 남겨둔 채 처참히 스러졌다. 당시 경찰은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전날 밤 레스토랑에서 신년 제야 파티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으나 어떤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 성명은 “어느 정도 물리적 증거도 있었고 수십 차례 인터뷰도 진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마리는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아들은 엄마 없이 성장했고, 부모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딸을 묻었으며, 살해범은 자유롭게 활보했다”고 개탄했다. 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경찰이 그녀의 시신 주변에서 수거된 담배 꽁초에서 검출된 DNA 정보를 무료로 공개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DNA 샘플과 일일이 대조한 결과 진범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4월 캘리포니아주의 형사들이 악명 높은 골든스테이트 콜드케이스(영구 미제) 연쇄살해범으로 40여년 만에 조지프 제임스 드안젤로를 검거했을 때 사용한 방법이다. 드안젤로는 무려 12명을 살해하고 45건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데이터베이스 대조 결과 처음에는 웰스의 먼 사촌들이 지목됐다. 경찰은 가계도를 살펴 용의자를 좁혔는데 웰스의 유전자 샘플을 얻을 수 없었다. 잠복 근무하던 중 그가 무심코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졌고, 경찰이 수거해 대조한 결과 맥킨리의 시신 근처에 있던 증거와 일치했다. 맥킨리의 자매인 르네는 N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진범이 검거되는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몰랐다. 내 평생 이런 일이, 35년 뒤에나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서른다섯 살이 된 아들 티모시 데이비슨 주니어는 데일리 비스트 인터뷰를 통해 진범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정의가 이뤄져야만 (어머니의 비극이) 완전히 끝났다”고 느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꿈을 꾸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월 백골시신이 지목한 두 놈… 사라진 주범, 수상한 공범

    영월 백골시신이 지목한 두 놈… 사라진 주범, 수상한 공범

    #1. 2009년 9월 29일 강원 영월 영월읍 38번 국도 인근 산자락. 밤을 줍던 김모(당시 59세)씨가 무언가를 보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곳엔 백골이 된 두개골과 뼈, 옷가지와 흙 등이 뒤섞여 있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1~2년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화된 두 구의 시신과 상·하의 등 옷가지, 포장용 끈 등이었다. 윗옷 소맷자락이 포장용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볼 때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계획이었다. #2. 약 9시간 후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6반. “강원도 영월에서 타살로 추정되는 시체 2구가 발견됐습니다….” 앵커의 목소리에 당직근무 중이던 백승진 경사(현 경위)가 얼어붙은 듯 TV를 쳐다본다. 순간 2년 전 ‘노름판 사채업자 실종·납치 사건’이 떠올랐다. 도박판에 돈을 대던 사채업자 김강훈(당시 47세·가명)씨와 보디가드 오지훈(당시 52세·가명)씨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이었다. 실종 직후 유력 용의자도 특정할 수 있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 2년째 실종사건으로만 분류된 미제사건이었다. 특히 영월 야산에선 피에 흥건히 젖은 오씨의 점퍼가 발견됐다. 급한 마음에 다음날 아침 백 경사는 영월경찰서로 향했다.●사채업자와 도박꾼… 갑자기 자취 감춘 넷 현장에 도착하자 직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시신 두 구와 함께 발견된 옷은 2년 전 앞서 발견된 오씨의 점퍼와 한 운동복 세트였다. 수사를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개골만 우선 챙겨 서울로 돌아왔다. 가장 급한 건 신원 확인이었다. 서울 광진구 한 치과에 두 피해자의 진료기록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우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과거 진료기록과 비교한 결과 오씨와 김씨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환자가 맞다”는 치과 의사의 간이감정서를 토대로 사건을 인계받았고, 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박종윤(공개수배·당시 49세)씨와 남궁영진(당시 34세·가명)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영월 살인사건’은 첩보에서 시작됐다. 2007년 12월 17일쯤 사채업자인 김씨와 오씨가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강동구 길동 일대 유흥가에선 사채업자 두 사람이 돈 때문에 납치돼 죽었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김씨는 강동구 유흥가의 유명인사였다. 김씨의 벤츠 트렁크에는 수억원의 현금이 늘 준비돼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납치 용의자에 대한 소문도 있었다. 그 무렵 도박꾼 박씨와 남궁씨도 자취를 감췄는데, 이를 근거로 이들이 김씨와 오씨를 납치해서 한몫 챙겼다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력4팀은 주변인 탐문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후 12월 말쯤 영월 38번 국도 인근 야산에서 오씨의 지갑이 든 점퍼가 발견됐다. 점퍼에는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국과수 유전자 분석 결과 “이물질이 많아 정확하진 않지만 오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이들이 박씨와 남궁씨라는 점을 알아냈다. 또 점퍼가 발견된 38번 국도 인근에서 박씨와 남궁씨가 서로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영월 인근 야산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김씨와 오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신이 없다 보니 박씨와 남궁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계속 거부당했다. 그렇게 해당 사건은 2년여간 장기 미제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시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사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검찰에서 돌려보냈던 체포영장도 받을 수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38번 국도에 있는 통신사 기지국에서 암매장이 이뤄졌을 때 나눴을 용의자 두 사람의 통화기록(3건)이 확실한 증거가 됐다. ●범행 일주일 후 ‘한놈’ 통신기록만 멈췄다 일주일 후 박씨와 남궁씨는 범행 장소 근처에 또다시 등장했다. 다만 이후 박씨의 통신기록도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그에 의해 죽임을 당한 김씨와 오씨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남궁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은 남궁씨를 약 2개월간 쫓아다녔다. 남궁씨가 형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파악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박씨와 언제 만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시신 2구가 나온 만큼 공범끼리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끝내 박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수사팀은 2009년 12월 1일 형의 집에서 나오는 남궁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남궁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총 12차례 조사를 벌였다. 사실 직접 증거는 시신 유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면 자백이 필요했다. 남궁씨는 11차 조사 때부터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남궁씨는 결국 강도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1심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사채업자로부터 도박 빚 4억원을 졌던 박씨는 2007년 12월 11일 도박 빚 2000만원을 진 남궁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약 8개월 전 도박하다 알게 된 사채업자 김씨의 돈을 빼앗고 그를 죽이자는 것이다. 이때는 박씨가 돈 많은 사채업자의 경호원 역할을 했던 오씨를 먼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반지하 자취방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였다. 남궁씨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박씨의 자취방에 왔고 같은 날 오후 5시쯤 실제로 범행에 나섰다. 김씨를 박씨의 자취방으로 유인하고서 지갑에서 30만원을 강탈하고 살해했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그의 벤츠 승용차에는 돈이 없었다. 이들이 김씨에게서 빼앗은 돈은 30만원이 전부였다. 다음날 이들은 시체를 매장하기로 결심했다. 12일 새벽 1시 30분쯤 렌터카 회사에서 스타렉스 한 대를 빌렸다. 우선 오씨를 승합차에 실었고, 다음날 새벽 2시 뒤늦게 사망한 김씨를 실었다. 이들은 손과 발이 노끈과 전선으로 묶여 있었고, 이불로 전신이 감긴 상태였다. 우선 경기 남양주 근처를 물색했지만 낯선 곳이라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게 강원랜드 길목에 있는 산세가 험한 영월 38번 국도였다. 이들은 14일 오후 7시쯤 38번 국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시체를 끌어내려 갓길 아래 숲 방향으로 굴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하권 날씨에 땅이 얼면서 깊게 파이지 않았다. 처음엔 남궁씨가 땅을 파고 박씨가 망을 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박씨가 땅을 더 파 시체를 유기했다. 이때 영월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통화 내역이 밝혀진다. ●“남궁이 입 다문 진실은 뭘까” 이후 박씨의 소식은 전해지는 게 전혀 없다. 가끔 필리핀 도박장에서 봤다거나 원양어선을 탔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확인해 보니 모두 박씨가 아니었다. 현재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백 경위는 공개수배 전단에서 박씨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 감옥에 있는 남궁씨가 박씨의 상황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둘이 시체 유기를 하고서 일주일 뒤에 영월에 가잖아요. 그리고 박씨의 모든 공식적 기록이 거기서 딱 멈춰요. 연기처럼 사라진 거죠. 그리고 남궁씨는 박씨에 대해 전혀 진술을 하지 않아요. 답답한 노릇이죠. 다만 확실한 건 박씨는 공개수배된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시민들 신고가 절실합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영월 백골시신이 지목한 두 놈… 사라진 주범, 수상한 공범

    영월 백골시신이 지목한 두 놈… 사라진 주범, 수상한 공범

    #1. 2009년 9월 29일 강원 영월군 영월읍 38번 국도 인근 산자락. 밤을 줍던 김모(당시 59세)씨가 무언가를 보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곳엔 백골이 된 두개골과 뼈, 옷가지와 흙 등이 뒤섞여 있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1~2년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화된 두 구의 시신과 상하의 등 옷가지, 포장용 끈 등이었다. 윗옷 소맷자락이 포장용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볼 때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계획이었다. #2. 약 9시간 후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6반. “강원도 영월에서 타살로 추정되는 시체 2구가 발견됐습니다….” 앵커의 목소리에 당직근무 중이던 백승진 경사(현 경위)가 얼어붙은 듯 TV를 쳐다본다. 순간 2년 전 ‘놀음판 사채업자 실종·납치 사건’이 떠올랐다. 놀음판에 돈을 대던 사채업자 김강훈(당시 47세·가명)씨와 보디가드 오지훈(당시 52세·가명)씨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이었다. 실종 직후 유력 용의자도 특정할 수 있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 2년째 실종사건으로만 분류된 미제사건이었다. 특히 영월 야산에선 피에 흥건히 젖은 오씨의 점퍼가 발견됐다. 급한 마음에 다음날 아침 백 경사는 영월경찰서로 향했다.●사채업자와 도박꾼… 갑자기 자취 감춘 넷 현장에 도착하자 직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시신 두 구와 함께 발견된 옷은 2년 전 앞서 발견된 오씨의 점퍼와 한 운동복 세트였다. 수사를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개골만 우선 챙겨 서울로 돌아왔다. 가장 급한 건 신원 확인이었다. 서울 광진구 한 치과에 두 피해자의 진료기록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우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과거 진료기록과 비교한 결과 오씨와 김씨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환자가 맞다”는 치과 의사의 간이감정서를 토대로 사건을 인계받았고, 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박종윤(공개수배·당시 49세)씨와 남궁경진(당시 34세·가명)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영월 살인사건’은 첩보에서 시작됐다. 2007년 12월 17일쯤 하우스 전주인 김씨와 오씨가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강동구 길동 일대 유흥가에선 사채업자 두 사람이 돈 때문에 납치돼 죽었다는 풍문이 떠돌아다녔다. 김씨는 강동구 유흥가의 유명인사였다. 김씨의 벤츠 트렁크에는 수십억원의 현금이 늘 준비돼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납치 용의자에 대한 소문도 돌았다. 그 무렵 도박꾼 박씨와 남궁씨도 자취를 감췄는데, 이를 근거로 이들이 김씨와 오씨를 납치해서 한몫 챙겼다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력4팀은 주변인 탐문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후 12월 말쯤 강원 영월군 38번 국도 인근 야산에서 오씨의 지갑이 든 점퍼가 발견됐다. 점퍼에는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분석 결과 “이물질이 많아 정확하진 않지만 오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이들이 박씨와 남궁씨라는 점을 알아냈다. 또 점퍼가 발견된 강원 영월군 38번 국도 인근에서 박씨와 남궁씨가 서로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영월 인근 야산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김씨와 오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신이 없다 보니 박씨와 남궁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계속 거부당했다. 그렇게 해당 사건은 2년여간 장기 미제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시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사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검찰에서 돌려보냈던 체포영장도 받을 수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영월읍 인근 38번 국도에 있는 통신사 기지국에서 암매장이 이뤄졌을 때 나눴을 용의자 두 사람의 통화기록(3건)이 확실한 증거가 됐다. ●범행 일주일 후 ‘한놈’ 통신기록만 멈췄다 일주일 후 박씨와 남궁씨는 범행 장소 근처에 또다시 등장했다. 다만 이후 박씨의 통신 기록도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그에 의해 죽임을 당한 김씨와 오씨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남궁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은 남궁씨를 약 2개월간 쫓아다녔다. 남궁씨가 형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파악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박씨와 언제 만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시신 2구가 나온 만큼 공범끼리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끝내 박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수사팀은 2009년 12월 1일 형의 집을 나오는 남궁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남궁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총 12차례 조사를 벌였다. 사실 직접 증거는 사체 유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면 자백이 필요했다. 남궁씨는 11차 조사 때부터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남궁씨는 결국 강도살인, 사체 유기 혐의로 1심에서 15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사채업자로부터 도박 빚 4억원을 졌던 박씨는 2007년 12월 11일 도박 빚 2000만원을 진 남궁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약 8개월 전 도박하다 알게 된 사채업자 김씨의 돈을 빼앗고 그를 죽이자는 것이다. 이때는 박씨가 돈 많은 사채업자의 경호원 역할을 했던 오씨를 먼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반지하 자취방에 유인해 살해한 뒤였다. 남궁씨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박씨의 자취방에 왔고 같은 날 오후 5시쯤 실제로 범행에 나섰다. 김씨를 박씨의 자취방으로 유인하고서 지갑에서 30만원을 강탈하고 살해했다. 하지만 소문처럼 그의 벤츠 승용차에는 돈이 없었다. 이들이 김씨에게서 빼앗은 돈은 30만원이 전부였다. 다음날 이들은 시체를 매장하기로 결심했다. 12일 새벽 1시 30분쯤 렌터카 회사에서 스타렉스 한 대를 빌렸다. 우선 오씨를 승합차에 실었고, 다음날 새벽 2시 뒤늦게 사망한 김씨를 실었다. 이들은 손과 발이 노끈과 전선으로 묶여 있었고, 이불로 전신이 감긴 상태였다. 우선 경기 남양주 근처를 물색했지만 낯선 곳이라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게 강원랜드 길목에 있는 산세가 험한 영월 38번 국도였다. 이들은 14일 오후 7시쯤 38번 국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시체를 끌어내려 갓길 아래 숲 방향으로 굴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하권 날씨에 땅이 얼면서 깊게 파이지 않았다. 처음엔 남궁씨가 땅을 파고 박씨가 망을 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박씨가 땅을 더 파 시체를 유기했다. 이때 영월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통화 내역이 밝혀진다. ●“남궁이 입 다문 진실은 뭘까” 이후 박씨의 소식은 전해지는 게 전혀 없다. 가끔 필리핀 도박장에서 봤다거나 원양어선을 탔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확인해 보니 모두 박씨가 아니었다. 현재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백 경위는 공개수배 전단에서 박씨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 그럼에도 형을 사는 남궁씨가 박씨의 상황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이 시체 유기를 하고서 일주일 뒤에 영월에 가잖아요. 그리고 박씨의 모든 공식적 기록이 거기서 딱 멈춰요. 연기처럼 사라진 거죠. 그리고 남궁씨는 박씨에 대해 전혀 진술을 하지 않아요. 답답할 노릇이죠. 다만 확실한 건 박씨는 공개수배된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가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를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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