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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정은, 공개활동 패턴 확 바꿨다…‘군사’보다 ‘경제’

    北김정은, 공개활동 패턴 확 바꿨다…‘군사’보다 ‘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최대 관심사는 경제 분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4일 김 위원장의 지난해 활동을 분석한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통계’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98건 가운데 경제 분야가 41건으로 가장 큰 비중(41.8%)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공개활동은 그가 국내 연쇄 시찰에 나섰던 7월(16건)과 8월(10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7월부터 공장 등 경제 분야 시설 시찰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활동은 2017년 26건으로 전체 27.7%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대외·기타’ 분야 활동으로 집계된 건수는 28건으로 28.5%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대외·기타 분야 공개활동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7년에는 대외·기타 분야 활동은 1건에 불과했다. 대외분야가 아닌 ‘기타’로 분류된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의 빈소 방문이었다. 군 관련 활동은 2017년 42건(44.7%)에서 지난해 8건(8.2%)으로 대폭 감소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군사 분야 공개 활동이 2017년 42회에서 2018년 8회로 대폭 감소했고 경제 관련 활동이 2017년 26회에서 2018년 41회로 매우 증가한 것이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한 이후 지난해까지 총 1013회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분야가 360회(35.5%)로 가장 많았으며, 군사 분야 310회(30.6%), 정치 분야 157회(15.5%), 사회·문화 분야 139회(13.7%), 대외·기타 분야 47회(4.6%)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13시간 만에… ‘굴뚝 농성’ 파인텍 4차 교섭도 결렬

    75m 높이 굴뚝에서 장기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측과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3일 노동자 재고용 문제를 놓고 13시간여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차광호 파인텍지회장과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 노조 측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 사측은 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만나 4차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 시작 13시간 만인 오후 11시쯤 교섭을 마치고 나온 차 지회장은 “스타케미칼부터 파인텍까지 오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있다. 김 대표가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김 대표가 책임지는 부분이 없어 근본적인 교섭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교섭에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추후 교섭 계획에 대해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으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노사 양측은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로의 3승계(노조, 단협, 고용승계)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그동안 해고자 5명을 스타플렉스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날 4차 교섭에서는 사측이 스타플렉스로의 직접 고용이 아닌 ‘제3의 대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김 대표가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관계자는 “2015년에도 노사 합의로 굴뚝에서 내려왔지만, 이후 사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파인텍 노사는 지난달 27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세 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도 배석해 돕고 있지만 아직 타결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단체협약과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418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차광호 지회장도 25일째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트럼프 트윗 화답 “나도 김정은 만나고 싶다”

    트럼프 트윗 화답 “나도 김정은 만나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 “김 위원장이 북한은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거나 실험하지 않으며 전파하지도 않는다고 했고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 역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며 “그는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트윗은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논평을 요청한 취재진에 “논평 기회를 사양한다”고 밝힌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면 30분 분량의 김 위원장 신년사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는 동시에 신년사의 절반 이상을 경제건설에 할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의 재회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양측 정상이 의지를 보인 만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올 경영 목표는 현상 유지… 신규 채용·임금 인상 계획은 동결”

    기업인들의 올 한 해 경영 목표는 대체적으로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내외 경제지표가 불투명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이 어두운 데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주휴수당 관련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등 경제 정책들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출 규제 개선 분야에서 성과가 미미한 것도 기업들의 불만을 높이는 요소다. 새해 신규 채용계획에 대해 ‘올해(2018년) 수준’이라는 응답자가 69.2%(9명)로 가장 많았다. ‘올해보다 채용을 축소하거나’ ‘10% 이내에서 추가 채용’, ‘10% 이상 추가 채용’할 것이라는 답변이 각각 7.7%(1명)로 동일했다. 한 주요 기업 재무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이미 나왔을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짜지 못한 상황이라 신규 채용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임금 인상 역시 ‘올해(2018년) 수준으로 동결’(23.0%·3명)하거나 ‘3% 이내’(30.8%·4명)로 하겠다는 응답이 53.8%로 절반 이상이었다. ‘아직 미정’이라는 답변도 30.8%(4명)로 밝지 않은 업황을 반영했다. ‘3~5% 인상’은 7.7%(1명)인 반면 ‘5% 이상 인상’은 한 명도 없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업계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본다. 새해 교통비, 보험료, 먹거리 등 물가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터라 근로자 입장에서는 가계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지만, 선제 투자가 불가피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설비 투자도 동결하는 분위기다. 한 IT업계 임원은 “이대로라면 물가 인상분에 맞춘 임금 인상도 버거울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이 올해(2018년) 대비 10.9% 인상되지만 이에 맞춘 인건비 책정만도 뻑뻑한 형편이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새해 기업 경영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는 ‘무역분쟁·통상압력’(30.8%·4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리스크’, ‘소비 위축’이 각각 30.8%(4명)로 뒤를 이었다. 환율 리스크라는 응답은 7.6%(1명)였다. 대기업 임원급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이 봄까지 장기화하고, 환율도 불안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불안정하다”면서 “생산비 원가 절감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정책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청와대 중폭 개편 준비… 임종석 거취는 미정

    교체하더라도 김정은 답방 이후에 할 듯 윤영찬·한병도·정태호 수석 바꿀 가능성 청와대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설 전후로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인사, 특히 대통령 참모진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 교체 카드는 살아있으나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새해는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정책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집권 3년차를 맞은 청와대도 중폭의 조직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적개편의 핵심인 임 실장 거취 문제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 본인도 체력이 고갈된 상태나 비서실장 된 입장에서 본인이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인사는 대통령이 전적으로 판단할 문제고 임 실장도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임 실장과 좀더 같이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나 청와대를 개편할 때 비서실장까지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책임자로서 대통령께 죄송하고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언제든 비서실장으로서 필요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임 실장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시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공동선언이행추진위원장을 맡아 남북 문제를 조율해온 임 실장이 중간에 교체되면 답방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과 한병도 정무수석비서관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국민소통수석실은 국정 홍보 강화 차원에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수석은 다음 행보로 총선 출마를 선택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밖에 정태호 일자리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도 총선 출마자를 고려해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정은, 문 대통령에 친서 “올해 답방 못해 아쉬워…내년에도 함께 가자”

    김정은, 문 대통령에 친서 “올해 답방 못해 아쉬워…내년에도 함께 가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도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가자는 뜻을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30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남북 정상이 지난 한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의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나게 했다”면서 “내년에도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서울 답방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데 아쉬워하며 상황을 주시하며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A4 2장 분량의 친서는 그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김 대변인이 요약해서 이날 발표했다. 다만 청와대는 친서 표지와 함께 2장의 친서 중 첫번째 장 앞머리를 공개했다. 친서는 수신인으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귀하’라고 중앙 상단에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0여일이나 지나 지금은 잊을 수 없는 2018년도 다 저물어가는 때가 되였습니다’라고 돼 있다. 친서와 친서가 든 자주색상의 표지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는 글귀가 삽입된 마크가 찍혀 있었다. 김 대변인은 “정상들끼리의 친서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기 때문에 의역해서 전달한 것”이라면서 “남북 사이의 여러 소통 창구 중 하나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친서가 인편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친서 내용 중 비핵화 및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올해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편으로 보낸 이후 10개월 반만이다.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지 100분 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 SNS에 친서에 화답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이 이와 별개로 답신을 보내거나 친서 전달을 위한 대북 특사가 갈 가능성에 대해서 청와대 측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정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극단적 위험 감수하는 리더십 추구”

    “김정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극단적 위험 감수하는 리더십 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후 지난해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정세는 급변했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으며, 남북 교류협력과 북·미 비핵화 협상이 뒤따랐다. 이에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권력을 지향하고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엘렌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동기이미지와 리더십: 육성 신년사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리더십을 비교 분석했다.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2013~2018년 신년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김정일선집’에서 두 리더가 어떤 동기(motivation)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살펴봤다.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의 동기는 성취 동기이미지, 권력 동기이미지, 친화감 동기이미지로 분류된다. 성취 동기이미지는 긍정적인 목적이나 성과,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과 유일무이한 성취와 관계가 있다. 중간 정도의 위험 감수 성향이 나타나고 피드백을 활용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자 한다. 권력 동기이미지는 권력이 갖는 영향력과 위신, 특권을 바탕으로 타인과 집단, 기관, 국가, 세계에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 공격성을 띠거나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특징이 있다. 결단력과도 상관성이 있다. 친화감 동기이미지는 타인과 집단, 국가 사이의 우정이나 친화적 관계를 정립·유지하고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친화감 동기이미지가 높은 리더는 주변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을 쉽사리 차단하지 못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위원장의 40년간 글과 말이 수록된 ‘김정일선집’을 분석한 결과, 성취 동기이미지가 다른 동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 주석의 담론에서도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성취 동기이미지가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에 비해 취약했던 리더십을 보완하고자 김일성 주석의 담론을 계승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또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일수록 리더의 성취 지향적인 동기가 성공적인 리더십과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중앙집권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성취 지향적 리더십을 통해 1990년대 공산주의 진영 붕괴와 고난의 행군 등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체제를 유지시킬 수 있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2013~2018년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권력 동기이미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력 동기이미지는 타인을 설득, 감독, 통제하려는 시도와 관계가 깊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주는 대담한 결정이나 신속함, 상황에 대한 설득력, 신뢰를 주는 능력은 그의 권력 지향적 리더십과 연관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하고, 아버지와 달리 서울 답방을 약속하는 행위들은 극단적 위험을 감수하는 권력 지향적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에게서도 김정일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성취 동기이미지가 다른 동기이미지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논문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성취 동기이미지는 개인적 특성으로서 불변 상수이며, 권력 동기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으로 북한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성취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가 선택한 전략적 변화의 길(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의 변화)은 돌이키기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첫맛에 불끈… ‘타우린 보고’ 문어선생, 어찌 그리 힘이 좋소

    첫맛에 불끈… ‘타우린 보고’ 문어선생, 어찌 그리 힘이 좋소

    문어는 발이 8개 있는 연체동물의 일종이다. 수심 100~200m에 살고 몸길이는 5㎝에서 5.4m로 다양하다. 발 하나의 길이가 9m, 몸무게는 30㎏에 이르는 대형 문어도 있다. 문어는 바닥을 기어다니지만 놀라거나 공격을 받았을 때는 먹물을 뿜으며 빠르게 움직인다. 몇몇 종의 문어는 먹물로 상대방 포식자를 마비시키기도 한다.조선시대 지리, 풍속 등을 적은 책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문어가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 등의 37개 고을 토산물로 돼 있다. 이로 미뤄 예전에도 문어가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잡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동 문어 전국 유통량 30% 차지 조선후기 실학자인 서유구가 쓴 ‘전어지’에는 단지를 던져 문어 잡는 법이 소개돼 있다.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 속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단지 한 개에 한 마리가 들어간다고 ‘전어지’에 기술돼 있다. 조선 순종 때 빙허각 이씨가 부녀자를 위해 엮은 일종의 여성생활백과인 ‘규합총서’에는 문어의 조리법과 약효가 언급돼 있다. 이 책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소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 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빙어각 이씨는 서유구의 형수로 알려져 있다.문어 하면 경북 안동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안동 문어는 전라도 홍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정인창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안동 문어는 전국 유통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며 “안동에서는 잔칫상이나 제사에 문어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문어가 안동에서 사랑받는 이유로 선비의 덕목을 들었다. 문어(文魚)의 글월 문(文)자가 양반고기를 나타내며 바다 깊은 곳에서 몸을 낮춰 생활하는 습성이 선비들 겸양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외에는 ‘선비의 필수품인 먹물을 뿜기 때문에 양반고기다’, ‘알을 지키다 죽는 문어의 절개가 선비와 닮았다’는 등 문어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다양하다. ●안동 중앙신시장 문어골목 유명 안동 중에서도 중앙신시장의 문어골목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문어를 파는 업소만 15곳이나 있다. 이 업소들은 동해안과 남해안 등지에서 산 문어를 들여와 수족관에 보관한다. 고무 대야 하나에 한 마리가 가득 찰 정도의 큰 문어를 판다. 육안으로도 족히 10㎏은 넘는 문어도 있다. 중앙신시장에서는 오히려 작은 문어들을 보는 게 더 힘들 정도다. 택배를 통해 전국에 배달까지 하고 있다. 문어가 안동 간고등어와 함께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자 중앙신시장에서는 단오 때 ‘고객감사 문어대축제’를 연다. 최종익 안동시 상권활성화팀장은 “안동 문어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면서 “문어가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안동 문어의 맛이 다른 곳과 차이가 나는 것은 안동 문화의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안동에서는 중요한 집안 행사에 문어가 빠지지 않다 보니 문어가 질기지 않으면서 원래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삶는 물의 온도, 간, 시간 등에 대한 조리법이 축적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몸집이 큰 문어, 회 대신 숙회로 즐겨 문어는 데치거나 말려 먹는다. 오징어, 낙지와 같이 생으로 썰어 회로 즐기지는 않는다. 횟감으로 사용하기에는 몸집이 크고 질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어요리는 문어숙회다. 정 교수는 맛있는 문어숙회 만드는 방법을 귀띔했다. 먼저 문어다리는 소금으로 주물러 점액질을 제거해 깨끗이 씻는다. 이때 밀가루를 조금 넣고 주물럭거리고 손으로 훑으면서 씻어주면 깨끗하게 된다. 냄비의 물이 끓으면 소금과 문어를 넣고 삶는데 문어 1㎏ 정도 크기면 3~4분 정도 삶으면 된다. 문어가 식으면 0.3㎝ 정도의 두께로 썰어 고추장, 식초, 설탕, 물엿으로 맛을 낸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니까 주의해야 한다.안동에서 문어숙회로 유명한 곳은 구한말 전통목조건물 형태로 지어진 향토 음식점 예미정이다. 예미정의 문어숙회는 뜨거운 물에 데쳐내듯 살짝 삶아 육질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조일호(50) 예미정 대표는 “상차림에 아무리 맛 좋고 귀한 음식이 올라와도 안동문어를 먹어야 손님들이 대접을 잘 받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문어통마늘볶음도 소개했다. 문어를 데친 뒤 먹기 좋게 썬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문어부터 볶아준다. 문어가 어느 정도 볶이면 간장과 조청 1대2 비율에 후추를 넣어 만든 양념장과 통마늘을 가미한 뒤 골고루 섞으면서 볶아 준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홍고추를 넣은 다음 불을 끄고 통깨를 윗부분에 살짝 뿌려주면 문어통마늘 볶음이 완성된다. 겨울철에는 뜨끈하고 부드러운 문어죽도 보양식이다. 삶은 문어에 표고버섯과 당근, 양파를 넣어 볶은 뒤 불린 쌀을 넣는다. 쌀알이 퍼질 때까지 끓여 주면 맛있는 문어죽이 만들어진다. 간을 할 때는 소금으로만 하는 것보다 액젓을 약간 넣으면 맛이 더욱 좋다. ●몸이 차고 냉한 사람에게 안성맞춤 대구 달서구 장기동에는 문어삼합이야기라는 독특한 문어요리집이 있다. 이 식당의 주메뉴인 문어삼합은 문어숙회에다 한약재를 넣고 삶은 돼지 수육, 야채 등으로 구성되는데 환상적인 맛의 궁합을 이룬다. 또 문어에 돼지고기, 해물, 닭고기 등을 넣어 끓인 문어삼합탕과 문어와 돼지갈비가 짝을 이루는 문어물갈비 등의 메뉴도 입맛을 유혹한다. 이 식당 노재춘(52) 사장은 “문어삼합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요리다. 그래서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문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다. 일본에서는 1940년대에 낙지 삶은 국물에서 타우린을 추출, 심장 및 결핵 치료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또 타우린은 심장마비나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좋고 간세포를 재생시키며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 여기에다 혈액 중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한다. 이 밖에 혈압조절과 두뇌계발, 망막기능 정상화, 신경정신 활동에 효과적이고 동맥경화, 간장병, 시력감퇴, 변비, 미각장애 등에도 효능이 있다. 정 교수는 “문어는 몸이 차고 냉한 사람에게 특히 좋다. 고지혈증이나 중풍으로 몸이 무거운 사람의 경우 문어를 곶감과 함께 넣어 죽을 쑤어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발언, 외교적 리스크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등에서 견해차로 전격 사퇴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했다. 아직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고려하면 여파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왔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2014년 타결된 제9차 협정이 올해 말로 마감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새 협정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 등 매년 1조원 가까이 부담해 왔다. 시설과 용지의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까지 고려하면 분담률은 60~70%에 달한다. 평택 새 미군 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2%를 한국이 냈고, 매년 미국 무기 6조~7조원어치를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여기에다 최소한 50% 인상한 12억 달러(약 1조 3500억원)를 더 부담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상승률 등에 기반했던 기존 인상률에 비하면 지나친 요구다. 북한의 군사도발이 감소하면서 주한미군의 대규모 운용 가능성도 줄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은 우리나라 안보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안정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양국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 과도한 증액 요구 탓에 자칫 ‘반미정서’가 부활한다면 미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 땅값 도면·교통정보 ‘한눈에’ 업무혁신 앞장선 공무원들

    땅값 도면·교통정보 ‘한눈에’ 업무혁신 앞장선 공무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려고 애쓰는 주인공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신문은 해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지방행정의 달인’을 뽑고 있다. 이들의 헌신을 공직사회에 알리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뤄 낸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올해 선정된 ‘지방행정의 달인’들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대통령 표창을 받은 곽인선(56) 서울시 주무관은 부동산 정책에 필수적인 지가현황도면(LPMS)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지가현황도면은 그해의 산정지가와 지난해의 개별공시지가 등이 기재되는 도면이다. 서울시 9급으로 입직한 그는 공직생활 30년간 ‘국민이 불편해하는 것을 해결하자’는 신념으로 기술 개발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그는 서울시정 발전에 이바지한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서울창의상을 16차례 수상했다. 그는 “공직자 최고의 자부심이자 인생의 보람”이라고 말했다.부산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연탁(41) 주무관은 ‘스마트 교통의 달인’이다. 정 주무관은 부산시 교통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하는 ‘부산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를 구축했다. 그는 기관 부서별로 운영 중이던 부산 교통권역 교통정보를 통합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특히 4차산업 혁명시대의 대표 기술인 ‘딥러닝’ 기술을 교통관리시스템에 접목해 실시간으로 부산시 교통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정 주무관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신나게 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며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웃었다.경기 성남시 수질복원과에서 근무하는 신택균(46) 주무관은 ‘하수처리의 달인’이다. 행안부 장관 표창을 받은 그는 하수처리 기술 개발을 통해 높은 예산절감 효과를 기록했다. 특히 약품으로 인을 제거할 때 방류수를 절감하는 방법을 제안해 성남시는 매일 8000t의 하수처리물을 아끼고 있다. 그는 “단순히 업무를 개선하려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했지만 기술개발과 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재능은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니라 나의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행안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경기 광주시 징수과 임미정(48) 주무관은 지방세 분할납부 자동화 관리시스템을 포함해 다양한 행정제도를 저작권으로 등록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원행정 자동화’의 달인에 올랐다. 공직생활 23년째인 그는 이제야 공직자가 무엇인지, 우리의 일이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 있다고 한다. 임 주무관은 “호기심 많고 오지랖 넓은 사람이 손해 보는 듯한 세상에서 지방행정의 달인상은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위로와 격려를 안겨 줬다”고 말했다.1080억원으로 평가받는 돈 버는 토종 팽이버섯 신품종을 개발한 김민자(52) 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은 ‘토종 팽이버섯 신품종 개발과 실용화의 달인’으로 뽑혀 행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매년 버섯의 현장 평가회와 시장성 평가를 추진해 전국 37곳에 토종 팽이버섯을 보급했다. 유럽, 캐나다, 중국 등에 토종 팽이버섯 17t을 수출해 토종 팽이버섯의 세계화를 이끈 그는 “철저하게 수요자 처지에서 고민해 해결책을 고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청와대 “김정은 답방 연내엔 무산…가까운 시일 내 이뤄질 것”

    청와대 “김정은 답방 연내엔 무산…가까운 시일 내 이뤄질 것”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연내 무산됐다고 알리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와 관련해 “남북은 여러 통로로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있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연내에는 물리적 시간이 별로 없어 어려워진 것 같지만, 평양 선언에서 ‘가까운 시일 내’ 하기로 했기에 그 약속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두로는 연내 답방 합의가 있었지만 평양 선언에는 ‘가까운 시일 내’라고 했다”면서 “정부는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않고 북한이 편한 시기에 오고, 그러나 합의대로 가급적 가까운 시일 내에 오는 것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과 관련한 전제 조건 여부에 대해 “우리가 건 조건도, 저쪽이 건 조건도 없고 서로 편리한 시기에 결정하면 될 것 같다”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준비되면 와라. 그러나 우리가 준비하려면 당신네와 체제가 다르니 시간이 걸린다’라고 북한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답방의 선후 문제에 대해 그는 “어떤 회담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 없다”면서 “어떤 게 먼저 열려도 남북 관계 발전과 북미 협상의 진전이 선순환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순서는 크게 관계 없으며, 이는 한미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조기에 열리면 좋겠지만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북미 간 여러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그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틀 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입국하며 발표한 성명을 보면 북미 간 양쪽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올해 대북 메시지는 한번도 부정적인 게 없었다.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보지만 미국이 한번도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잔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걸린 협상은 매섭게 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라 굉장히 열심히 우리 입장을 개진하며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급적 조기에 타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지침서에서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함께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고 명시된 부분의 ‘초기 조치’에 대해서는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국제 사회 검증,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 시설 폐기 조치 등을 하면 종전 선언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종전 선언을 너무 비핵화와만 연계하지 말라”면서 “한국민은 65년간 정전협정 체제에서 늘 전쟁 공포와 함께 생활해왔는데, 국민을 위해서라도 종전 선언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가 볼 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북한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은 “북한의 공식 정책 발표 도구로 이용되는 조선신보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강조하면서 ‘4·27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시작된 새 역사의 흐름은 역전될 수 없다’고 했다”면서 “특히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과정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과 합의 결과를 이행·검증하는 모델로 참고할 만한 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원년”이라면서 “올해 외교·안보 분야의 가장 큰 업적은 한반도 전쟁의 위협을 없앴다는 것으로, 65년간의 적대적 긴장 관계가 사실상 종식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보듯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런 합의를 토대로 새로운 남북 관계가 정립되기 시작했다”면서 “과거의 안보는 소극적이었다고 하면 올해 안보 정책은 적극적·주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주 한두 차례 통화한다고 전하면서 “한미 공조 체제는 더 확고해졌고, 동맹은 더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北, 철도 착공식 물품 제재 면제 등 美 화해 제스처에 화답해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어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2차회의를 가진 뒤 “남북 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는 26일 진행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내년 봄 남북이 공동으로 시작할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사실상 대북제재의 관문을 넘어섰다는 점을 의미한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처럼 나온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의 행사 자체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등에 걸리지 않지만 행사를 위해 북으로 반출할 물품에 대해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본부장의 말은 이 사업을 위해 이뤄져야 할 각종 장비 등의 대북 반출에 대해 제재 적용을 면제하는 데 미측이 동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본부장은 남북 간 유해발굴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고,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건 대표도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를 논의하길 열망한다”면서 “그 과정(후속 북미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어제 자신의 지역구였던 캔자스 지역방송인 KNSS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로부터 오래지 않아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북한 측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며 ‘2차 핵 담판’을 개최하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카운터파트인 비건 대표를 한 번도 만나주거나 협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압박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내년 초로 예상됐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미 교착국면이 길어지는 것은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 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논의할 실무협상에 하루 속히 응하길 바란다.
  • 한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

    한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대북 제재 문제가 해결되면서 오는 26일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워킹그룹에서(을 통해) 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서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 둘(한미)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년 초까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기라는데 뜻을 함께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실무협상이 조속히 개최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의 경우 행사 자체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등에 걸리지 않지만 행사를 위해 북으로 반출할 물품에 대해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었다. 이 본부장은 800만 달러 규모인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견지 하에서 이 문제를 리뷰(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이어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계속 의논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도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면서 “그 과정(후속 북미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서는 현재 발표할 것이 없다고 전재한 뒤 “믿을만하고,합의할 만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북한과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또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유엔 제재에 의해 금지되지는 않지만 (관계자에 대한) 면허 및 여행 허가에 대한 검토는 인도주의 단체가 북한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도면에 땅값 표시 프로그램 개발 등 창의적 ‘업무 혁신’ 달인들

    도면에 땅값 표시 프로그램 개발 등 창의적 ‘업무 혁신’ 달인들

    대통령 표창 곽인선 서울 주무관 총리상 정연탁 주무관 등 10명 선정“3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덕에 집단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개발, 좌표변환 특허, 서울 창의상 최다 수상 등의 성과를 올리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고 NH농협이 후원한 ‘제8회 지방행정의 달인’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곽인선(56) 서울시 주무관은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이영애 월간지방자치 대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10명의 달인을 축하했다. ‘지방행정의 달인’은 창의적 생각과 높은 업무 숙련도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한 지방공무원을 뽑는 행사다. 올해는 전국에서 55명이 응모해 서류 심사와 현지 실사, 발표 심사 등을 거쳐 10명이 최종 선정됐다. 2011년 첫 행사 때부터 올해까지 모두 130명의 공무원이 ‘달인’ 칭호를 얻었다.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곽 주무관은 땅값을 도면에 나타내는 지가현황도면(LPMS)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곽 주무관은 그 외에도 대학에서 강의하며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 재능 기부에 힘쓰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해 서울창의상을 16번 수상하는 모범적인 공직 생활을 이어 왔다. 최우수상인 국무총리상은 부산시 교통정보전광판 통합운영시스템 구축에 일조한 정연탁(41) 부산시 주무관이 받았다. 신택균(47) 성남시 주무관, 성문호(52)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오찬진(57) 산림자원연구소 녹지연구사, 정경미(47)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임미정(48) 광주시 주무관, 김민자(53) 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 황인혁(56) 논산시 사무관, 김진호(40) 당진시 주무관 등 8명은 행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인사상 우대 권고와 공무원교육원 강사 활동 혜택을 준다. 김 장관은 “달인 여러분의 업무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결과가 온 지방으로 퍼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서울신문은 대한민국 28만여 지방공직자 모두가 달인의 대열에 설 수 있도록 이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靑 vs 수사관’ 파장… 檢, 김태우 수사 속도 조절할까

    ‘靑 vs 수사관’ 파장… 檢, 김태우 수사 속도 조절할까

    ‘靑, 김태우 고발 사건’ 수원지검 재배당 폭로 대상 우윤근·도로공사 등 고발땐 사건 진위 규명 수사로 확장 가능성 ‘김태우 스폰서 의혹’ 건설업자 압수수색청와대를 상대로 연일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 김태우(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검찰 수사관이 검찰 수사와 감찰을 동시에 받게 됐다. 김 수사관 휴대전화를 제출받던 초반 기세와 다르게 감찰은 아직 수사로 전환되지는 않은 상태다. 청와대가 고발한 공무상비밀누설 수사는 감찰 결과 등을 보고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일 청와대 고발 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김 수사관의 주소지 관할청인 수원지검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사관을 소속청에서 수사하는 것은 공정성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달 특별감찰반에서 복귀한 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의 한 검사실에서 근무해 왔다. 이날까지 고발장을 낸 쪽은 청와대뿐이지만 김 수사관에 대한 명예훼손 등 추가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위 폭로 대상이 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한국도로공사 등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수사관의 폭로에 따른 ‘명예훼손 피해자’로 자신들을 규정한 이들의 고소·고발이 현실화된다면, 폭로 내용의 진위를 규명하는 수사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김 수사관을 감찰하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 비위를 김 수사관에게 제보하고 함께 골프를 친 의혹을 받는 KT 상무보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A씨는 “공무원의 갑질을 정의감 차원에서 지인인 김 수사관에게 말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감찰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 김 수사관은 유영민 과기부 장관을 독대한 뒤 과기부 감사관실 5급 채용에 ‘셀프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민간 업자에게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가 연루된 뇌물사건과 관련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진행 상황을 확인한 의혹도 있다. 감찰 결과는 이르면 다음주쯤 나올 전망인데, 김 수사관의 비위가 확인되더라도 앞서 청와대가 이번 폭로전을 ‘개인 일탈을 감추기 위한 행위’로 규정한 대로 결과가 나온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검찰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 조용한)는 이날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김 수사관의 지인인 건설업자 최씨의 자택과 최씨의 회사인 S사를 압수수색했다. S사가 2016년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1100만원의 현금을 준 혐의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 관련이다.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과 함께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김 수사관을 압박하는 또 다른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전국 62곳 골프장, 겨울 휴일 잊었네

    골프장 56곳 부분 휴장… 일정 확인해야 전국 골프장 가운데 62곳은 이번 겨울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내장객을 맞는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19일 퍼블릭을 제외한 전국 회원사 골프장의 2018년 동계 휴·개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62개 골프장은 휴장 없이 운영하고 56개 골프장이 일정 기간 부분 휴장한다고 밝혔다. 하루도 쉬지 않고 코스를 개방하는 골프장은 주로 영남과 전남, 제주권 등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눈이 적고 기온이 높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포천아도니스와 설악플라자CC 등 경기 북부와 설악권의 골프장까지 포함된 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골프장이 밀집한 경기권 가운데 용인의 곤지암컨트리클럽이 지난 3일 일찌감치 휴장에 들어갔고, 남부와 렉스필드, 사우스스프링스 등이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 중순까지 겨울잠에 들어간다. 남촌과 신원, 레이크우드(의정부) 등은 새해 첫날부터다. 그러나 골프장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휴·개장 계획이 미정인 곳이 많고, 기존 골프장들도 기상여건에 따라 휴·개장 기간이 변동될 수 있다”면서 이용 시 해당 골프장에 먼저 문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북 “전범국 일본이 인권을?” 발끈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북 “전범국 일본이 인권을?” 발끈

    유엔총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14년 연속 채택했다. 북한은 “인권 침해가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일본에 대해 “전범국이 인권을 언급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10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다만 유엔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 등 현재 진행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이번 인권결의안에 담았다. 유엔총회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 즉 전원합의로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4년째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엔주재 유럽연합(EU)·일본 대표부가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을 주도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올해도 총 61개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에서 컨센서스에 동참했다. 북한은 결의안 채택에 반발했다. 김성 주(駐)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일본에 대해서도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요구했다.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거론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 COI의 결론과 권고사항을 검토하고, 책임규명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지도층’은 사실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올해 결의안에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또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2018년 8월 남북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환영하며,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트럼프, 북한과의 협상에 “서두를 것 없다”…속도조절론 재확인

    트럼프, 북한과의 협상에 “서두를 것 없다”…속도조절론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를 것 없다”면서 교착 국면 속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했다. 이미 중간선거 이후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좀 더 확실한 비핵화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으로 내놓은 ‘속도조절론’을 국무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나라(북한)가 매우 큰 경제적 성공을 할 아주 멋진 잠재력이 있다”면서 “김정은은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그의 주민을 위해 전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평소 쓰던 ‘김 위원장’(Chairman Kim) 대신 이날은 ‘김정은’이라는 호칭을 써서 눈길을 끌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할 수 있는 합의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낮추면서도 낙관론을 유지했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트윗을 올린 것은 지난 3일 미·중 관계 도약을 언급하며 “북한(문제)의 해결은 중국과 모두에게 위대한 일!”이라고 밝힌 뒤 11일 만이다.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일정표에 따르면 트윗은 정보기관 브리핑을 받은 직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 열릴 것 같다면서 “세 군데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톱다운’식 해결 의지를 내비쳐 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획] 임병택 시흥시장, “지역사정 고려없이 중앙정부·사업시행자 일방적 사업추진 안된다”

    [기획] 임병택 시흥시장, “지역사정 고려없이 중앙정부·사업시행자 일방적 사업추진 안된다”

    최근 임병택 시흥시장이 성명서 발표를 통해 정부 공공주택지구개발사업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시흥은계 공공주택지구 자족시설용지 내 도시형공장이 들어서면서 입주예정자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시흥시가 정부와 사업시행자에게 공개적으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국책사업으로 시와 시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실효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한 임 시장은 성명 발표 후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기초단체 제1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도내 지방정부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지역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부주도 일방적 사업 진행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사실 공공주택지구는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처다. 도시 주택난 해소를 위해 1980년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수도권에 5개 신도시가 공급되는 등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을 정부주도로 ‘하향식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지역과 협의 부족과 주민의견 수렴과정이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사업을 마친 뒤 떠나고 나면 뒷감당은 지방정부가 떠맡는 구조가 반복됐고, 택지개발에 따른 인프라 구축도 미뤄지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택지개발촉진법 제정 이후 가장 많은 택지개발사업이 이뤄진 경기도는 지금도 성남과 부천·고양·남양주 등 15개 시·군 29개 지구에서 63만명 규모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중 시흥시는 현재 장현·은계·목감·능곡·거모·하중지구 등 총 6개 사업, 960만㎡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착공한 목감지구는 2019년까지 3만 1000명이 입주하고, 2017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은계지구는 내년에 2만 5340명이 입주한다. 여기에 내년 최초 입주를 시작하는 장현지구까지 더하면 모두 11만여명이 시흥에서 보금자리를 틀게 된다. 반면 시민 꿈을 키워야 할 소중한 공간이 복합적인 문제들로 얼룩지고 있다. ●소형임대주택 공급으로 사회복지재정 증가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 취약계층 주거지원책이 지방정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른 공공임대 의무 비율은 35% 이상이다. 은계지구에는 행복주택(6년) 820가구, 국민·영구 임대(50년) 1445가구, 10년 임대 2430가구 등 총 4695가구가 입주하는데 이는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2019년 최초 입주를 시작하는 장현지구는 전체의 41%인 7614가구가, 입주를 마친 능곡지구는 51%가 임대주택이다.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을 비롯해 16㎡에서 84㎡까지 소형임대아파트가 저소득층과 노인 등 사회 보호 계층에 공급된다. 공공임대주택 개발로 서민 주거비 부담은 경감되지만, 시흥시는 저소득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복지 재정 확대 및 세수 감소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2018년 시흥시 재정 규모 1조 8000억원 중 일반회계 예산 사회복지 분야는 37%로 가장 많다.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7% 사회복지 예산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요인도 있으나 특히 시흥시는 임대주택에 따른 저소득 가구 증가로 사회복지지출이 늘고 있다. 주민 1인당 사회복지비는 2013년 49만원에서 2017년 66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타 지자체 사회복지비율과 비교했을 때 평균 6.65%가 높다. 향후 저소득층이 대거 입주 후 급증할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복지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지구 내 종합복지센터 설치와 운영비용도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시민 불편, 지방 부담 가중하는 기반시설 지연 더욱이 중앙정부가 공공택지를 공급하면 지방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문화·체육·복지 시설 등 기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시흥시는 목감·은계·장현지구에 주차장과 문화·체육시설, 복합커뮤니티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등 4600여억원 비용이 발생한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가 이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택지개발로 증가하는 교통수요로 광역교통 개선 대책이 지연되고 있어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장현·목감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인 죽율~장현~목감 도로와 안산~가학 간 도로개설은 2018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 2016년 시행할 계획이었던 목감~수암 간 도로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은계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중 계수로 확포장 공사도 내년 착공 예정으로 입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현재 왕복 4차로인 계수로는 광명과 천왕 방면을 오가는 주요 도로로 은계지구 입주민뿐만 아니라 주변 은행지구 주민의 이용도 많아 도로 확장이 시급하다. 출퇴근길 교통 체증과 시민 불편이 우려되지만, 피해는 오롯이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4년 9월 해제한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는 사업 중단과 동시에 사회기반시설 설치까지 멈춰 시흥시에 큰 피해를 남겼다.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의 전면 해제로 시흥 금이동과 서울 천왕동을 잇는 ‘천왕~금이 간 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자 당시 시흥시는 국토부에 주택지구 지정으로 중단된 기반시설의 재추진은 국가가 전액 국비를 지원해 재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대5 분담 원칙을 내세우며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 재정 확보가 어려운 지방정부가 광역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과 시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앞 소규모 공장 난립으로 주거환경 훼손 지난 10월에는 시흥시청 앞에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은계택지개발지구 공동주택 자족시설용지 내 영세 도시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민 민원이 폭발한 것이다. 개발사업지구 내 자족시설용지는 도시 개발에 따라 지구 내 고용 창출 및 도시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용지다. 2009년 은계지구 지정 당시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벤처기업 집적시설과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도시형공장, 농수산물도매시장,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등이 들어와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현재 철강·금속·프레스 업종 등 소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교통·주차난 등 주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 입주예정자들의 갈등이 치솟고 있다. 시흥시는 2011년과 2012년 LH에 은계지구 공장 이주대책 수립을 촉구했으나 2013년 국토부는 시흥시에 공문을 보내면서 은계지구 내 공장들의 은계지구 자족시설용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시흥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LH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자족시설용지 55개 필지의 공장 분양을 완료했다. 올해도 10월 현재 22개 필지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민원이 급증하는데도 공장이 계속 들어서자 시흥시는 국토부와 LH에 ‘자족시설용지 내 영세공장의 타 지역 이전’ 또는 ‘입지 제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개정’을 강력하게 요청한 상태다. 추후 장현·목감지구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중앙정부가 적극 해결해야 하는데 전혀 진척이 없다. ●약속된 학교 설립 무산은 학습권 침해로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2명, 중학교 28.4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3명, 중학교 22.9명보다 높다. 한 교실에 31명이 넘는 과밀학급은 2016년 기준 초등학교 5533개, 중학교 1만 9988개나 된다. 학급당 학생 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도 학교 교육부는 저출산·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공공주택지구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맞춰 학교신설이 절실한데도 교육부는 ‘학교총량제’를 내세우며 여전히 팔짱만 낀 채 불구경이다. 학교를 설립하려면 적정 규모 이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 학교를 하나 세우려면 다른 학교 하나를 없애서 총량을 맞춰야 한다. 이런 탁상행정은 현장 상황 고려없이 전국에 동일한 잣대를 내세워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현재 문제는 은계지구다. 교육부는 은계지구에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4개 학교 설립을 약속했다. 그런데 은계4초 한 곳을 제외하고 초등학교 1곳과 중학교 1곳은 설립계획이 무산됐다. 고등학교 1개소는 미정이다. 은계4초로 배치받은 신규 몇 개 주거지역을 제외하고는 은계지구 주변 기존학교인 은계초등학교와 웃터골초, 은행초, 검바위초교에 분산 배치하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중학생도 소래권 내 5개 중학교로 등교해야 한다. 교육부는 기존 학교 학생 수가 지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학교를 세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20분 내외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원거리 통학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애초의 계획을 믿고 분양받은 은계지구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시흥시는 입구 유입속도가 빠른 공공주택지구 특징을 고려해 정상 계획된 학교를 설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여전히 획일적인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 ●시흥발 국책사업 문제제기 수도권 확산 양상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현재 공공주택지구개발사업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지 선정부터 지역 사정을 잘아는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며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시흥시에서 촉발된 공공택지개발지구사업 문제 제기가 수도권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향식 국책사업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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