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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이우환 화백 작품 거래 끊겨…‘큰손’들 인사동 발길 뚝 끊어”

    “연초부터 돌기 시작한 위작 논란으로 이우환(80) 화백 작품이 아예 거래가 안 됩니다. 경찰이 위작을 압수한 곳이 인사동이라는 소문까지 나면서 미술계 ‘큰손’들은 아예 인사동에 발길을 끊었어요.” ●“이권 걸려 있어 화백-감정 결과 달라” 경찰이 압수한 이 화백의 작품 13점에 대해 위작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화랑 직원 A(60)씨는 “이 화백이 위작임을 인정하는 순간 그의 작품을 갖고 있는 소장자들은 난리가 날 테고 미술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라며 “화백의 견해가 감정 결과와 다른 것은 각자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작이 확인되고 작품 시세가 기존의 10% 수준으로 폭락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의 작품은 ‘단색화’로 조명을 받으며 10년 사이에 70% 남짓 값이 뛰었다. 지난달에는 ‘바람과 함께’가 10억 95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면 경매마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작 확인 땐 10%로 값 폭락하기도”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 13점 중 8점을 인사동의 한 화랑과 다른 지역의 화랑에서 압수했다. 4점은 개인 소장자가 구매한 상태였고, 1점은 K옥션이 경매를 준비 중이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위조범의 자백과 각종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 화백은 두 차례의 안목감정 후 13점 모두 진품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위작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위조범은 처벌을 받는데 위작 여부는 못 가리는 희한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감정 결과와 작가의 입장이 다른 경우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작품 ‘미인도’에 대해 천경자 화백은 위작을,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경매에 나온 ‘아침’에 대해 윤중식 화백은 위작이라고 했지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1976년 그가 개최한 전시회 카탈로그에 이 작품이 실린 사실을 확인해 진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주도 전문 감정기관 만들어야” 화랑가는 신뢰도 높은 감정기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랑 직원 B(45)씨는 “경찰 수사는 과학적이지만 문화계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정부가 전문 감정기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건당 수십만원씩 받는 미술품 감정 시장이 사라질 게 뻔한데 이권이 걸린 화랑가에서 이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13점 모두 내 작품 확실…경찰, 4점은 가짜로 하자 해”

    “13점 모두 내 작품 확실…경찰, 4점은 가짜로 하자 해”

    경찰 “이 화백 주장은 거짓말 본대로 감정해 달라 설득” 반박 위작 논란을 둘러싼 이우환 작가와 경찰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우환(80) 화백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위작으로 의심받고 있는 13점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 내 작품이 틀림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화백은 특히 질의응답 중에 “경찰이 4점은 위작자가 그린 것이니 가짜라고 하고, 다른 것은 진짜라고 하고 넘어가자는 말을 했다. 어떻게 내가 내 그림을 아니라고 말하는가”라며 경찰이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회유한 사실은 절대 없다. ‘혹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작가로서의 권위 때문입니까. 소신대로, 보신대로 감정해 주십시오’라고 설득했던 것이 전부”라며 “이 화백이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화백은 기자회견에서 “13점의 그림들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작품으로 작가인 제가 눈으로 확인한 바 틀림없는 저의 그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존 작가가 있는 상황에서는 생존 작가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통용되는 일종의 상식임에도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자격이 불확실한 감정위원들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하고, 더구나 확인하기도 전에 감정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경찰 출두가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작가가 생존해 있는 경우 진위 판단에서 작가의 의견을 우선 존중한다는 관례 때문이었다. 감정서가 없는 작품일 경우 ‘작가 확인’이 진품임을 입증하는 문건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경찰이 위작이라고 한 작품 중 1점에 작가 확인서가 첨부돼 있는 것과 관련, “직접 보고 확인서를 써 주었다. 직접 보지 않고 확인서를 써 준 것은 한 점도 없다”고 말했다. 유리가루가 위작 추정 작품에서 발견됐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해서는 “위작을 한다는 젊은 친구의 영상과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 위조했다는 사람은 솜씨는 좋지만, 내 그림은 아니다. 국과수의 과학적 분석도 잘 모르겠다. 국과수의 분석표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건 누가 만들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화백의 작품인 것처럼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그림들은 위작 유통 및 판매책이 보관한 8점, 일반인이 구매한 4점, 미술품 경매에 나왔던 1점 등 총 13점이다. 지난해 말 K옥션에 출품됐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780217’의 경우 첨부된 진품 확인 감정서가 3개의 감정서를 짜깁기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화백은 이 작품에 대해 “표면을 지나치게 닦아 내긴 했지만 내가 그린 것은 맞다. 하지만 뒤편의 사인은 내가 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짜 감정서를 만들어 첨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측 누구도 주장을 접지 않는 한 진위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천경자 ‘미인도’ 사건에 이어 또 다른 미제 사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감정에 개입함으로써 학술적인 토론과 의견 개진을 어렵게 만들고, 진위 두 의견이 영원히 대립되는 영구 미제의 사건이 하나 추가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이 화백의 위작 그림들을 유통한 총책 이모(68)씨에 대해 사서명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골동품 판매상인 이씨는 이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66)씨와 위조화가 A(39)씨에게 이 화백 그림을 위조해 달라고 의뢰한 장본인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위작 논란 속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위작 논란 속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가운데 주인공 천경자(1924~2015)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가까이 지났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천 화백의 1주기를 맞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라는 제목으로 추모전을 마련했다. 천 화백은 1998년 자신의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지 아래 분신처럼 아끼던 작품 93점과 저작권을 서울시에 기증한 바 있다. 기일(8월 6일)에 맞춰 8월 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는 평소 상설전시관 공간이 부족해 일부만 번갈아 공개하던 천 화백의 작품과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대표작 등 총 1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인생’, ‘여행’, ‘환상’의 세 가지 주제별 공간으로 구성된다. 천 화백의 학생 시절 작품부터 시작해 60여년간의 작품 세계 및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인생’에서는 1941년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작업했던 학생 시절의 작품부터 6·25 전쟁 직후 사회적·개인적 혼란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그렸던 ‘생태’(1951년)를 지나 ‘고’(1974년),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작품), ‘막은 내리고’(1989년)와 같은 대표적인 자화상과 여인상을 만날 수 있다. ‘여행’에서는 작가가 아프리카, 유럽, 남미,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남긴 풍경화와 크로키들이 선보인다. ‘환상’은 ‘초혼’(1965년), ‘백야’(1966년)와 같은 몽환적인 색채와 강한 필치가 담긴 1960년대 작품과 미완성으로 남은 ‘환상여행’(1995년)이 전시돼 있다. 기존에 ‘천경자 상설전시실’로 사용된 공간을 자료 섹션으로 연출해 어린 시절부터 별세 전까지 천 화백이 남긴 수필집과 기고문, 삽화, 관련 기사, 사진, 영상 등을 모아놨다.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천 화백이 기증한 전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관람객들이 이번 추모전에서 천 화백의 미술사적 업적을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요즘 미술 위작품 얘기를 부쩍 자주 접한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 작가가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미술관 측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어서 분쟁 중이다. 이우환 화백의 경우는 반대여서 그가 진품이라고 믿는 작품 13개를 경찰은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다. 감정을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가 육안으로 원작자의 작품 기법이나 사용 재료의 특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원작자의 화풍이 시기에 따라 변해 온 이력을 꿰뚫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제작 시기나 사용된 재료 등을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식이나 엑스레이와 적외선 분석 등의 방법도 쓰인다. 제작된 시기의 안료나 도구가 쓰였는지도 꼼꼼히 점검한다. 드러난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을 파악해 제작 시기의 상이함을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위작자들도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방식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용한다. 점입가경이다. 모방작이 다 나쁜 것만도 아니라서 문외한에게 혼란을 더한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은 모방작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고흐 사망 2년 후에 제작된 이 모방작이 진품보다 더 고흐의 화풍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고흐가 재정적 궁핍함으로 인해 싸구려 물감을 사용하는 바람에 진품에서 주홍색이 변색됐지만 이 모방작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고흐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위작 가려내기의 한계에 대해 획기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건 놀랍게도 수학자였다. 2008년 미국의 방송 제작 업체인 노바는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이 중에 숨어 있는 위작품 하나를 찾아내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참가 팀들이 이에 도전하는 과정은 다큐로 제작돼 PBS에서 방송됐다. 노바는 이 챌린지를 위해 유명 화가인 샬로테 캐스퍼스를 초빙해 진짜와 같은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 냈고, 참가 팀들은 이걸 찾아내야 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의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가 이끄는 팀은 웨이블릿이라는 수학 이론을 무기로 이 챌린지에 참가했고 성공적으로 위작을 가려냈다. 지금은 듀크대에 재직 중인 도브시 교수는 한걸음 더 나가서 고흐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모방작도 가려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 화풍의 유사성을 측정해 화풍을 시기적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해냈다. 도브시 교수의 관점은 원작자는 자기 생각의 표현에 집중하지만, 위작자는 원작과 동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선과 곡선을 그려 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저함’이 숨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녀는 이 주저함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해 찾아냈다. ‘모방작에 숨어 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추적하다니, 놀라운 관점의 전환 아닌가. 수학적으로는 그림을 표현하면서 윤곽과 상세 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1990년대 초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억 개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이미 사용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지문 하나를 보관 중인 수억 개와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대조한단 말인가. 큰 윤곽만 비교해 아예 다른 건 배제하면 비교 대상이 수백만 개로 준다는 아이디어로 FBI는 이 난제를 해결했다. FBI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나 고흐의 위작품을 가려내는 수학은 단지 유용할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간을 흔드는 미술품 위작 논란도 이제 수학의 힘을 빌려 보길 권한다.
  • 법원 “김정희, 천경자 화백 친딸 맞다”

    김정희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지난해 별세한 천경자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내 이겼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는 10일 김 교수와 그의 동생인 김종우씨의 아들이 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김 판사는 “천 화백의 아들과 김 교수 사이에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두 사람이 동일한 모계에 의한 혈연관계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친자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천 화백은 첫 남편을 만나 1남 1녀를 낳았고 두 번째 남편인 김남중(별세)씨와는 정희씨와 종우씨를 낳았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다. 김남중씨는 당시 법적 부인이 있었기 때문에 김 교수 남매는 아버지 부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천경자 차녀 “위작 미인도, 해외 기관에 감정 의뢰해야”

    “25년간 곪아 온 미인도 위작 논란은 어머니에게 크나큰 아픔이고, 작품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이를 거둬 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6일 귀국해 8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8일 김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이기도 한 김씨는 올해 4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관계자 6명을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김씨와 변호인들은 미인도가 명백한 위작임에도 계속해서 진품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이자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해 왔다.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회 때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미인도는 1979년 10·26 사태 이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정부에서 압류한 이후 1980년 문화공보부가 현대미술관이 관리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작품을 직접 본 천 화백이 “내가 그린 작품이 아니라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25년째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사실상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온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검찰은 분석 기술이 향상된 만큼 국과수에 다시 분석을 맡기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미인도 원본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국내 기관이 아닌 해외의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감정기관을 결정하는 데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박수근·천경자 이어… 이번엔 ‘이우환 미스터리’

    박수근·천경자 이어… 이번엔 ‘이우환 미스터리’

    李화백, 위작 결론 강력 반발 경찰 “그림 직접 보고 말하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등 작품 13점에 대해 위작(僞作)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이 화백은 6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들 작품은 모두 자신의 진작(眞作)이라고 반박했다. 작가의 기억과 정부기관의 조사 중 하나는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는 모순의 상황이 된 것이다. 벌써부터 화랑가에서는 박수근, 천경자 화백 위작 논란에 이어 ‘3대 미스터리’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위조 의혹으로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해 국과수가 법화학기법을 통해 물감의 원소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화백 작품의 물감에는 아연이 들어 있지만, 압수한 그림에는 없었던 점 등을 핵심적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위작에 한 표를 행사한 기관은 비단 국과수뿐이 아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등 앞서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민간 기관들도 안목 감정을 통해 모두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백이 28일 입국하면 압수한 그림을 직접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 “그림을 직접 보고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위작 판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위작의 유통 경로까지 모두 파악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호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화백은 자신의 그림이라는 기존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내 그림을 내가 몰라보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위작 논란’은 법원의 판결에도 수그러들지 않을 만큼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안이었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논란에 대해 2009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한호형)는 진품이 맞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도 타당하다는 ‘황희 정승식’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25년째 진행 중이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연 ‘움직이는 미술관’에 출품된 복제판 ‘미인도’의 원화를 본 천 화백이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후 양측은 반목을 지속했다. 그러나 천 화백이 2015년 사망하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명 작가의 위작 논란이 좀처럼 실체를 가리지 못하는 주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유독 작가의 의견을 과도하게 신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위작 논란이 생기면 ‘내 작품이 맞다, 내 작품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말 한마디면 끝난다”며 “감정기관은 아무도 안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작가는 제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했는데 감정 결과 위작이라고 나와서 망신을 당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수사기관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작을 인정한다는 자체가 ‘내 작품을 누구도 따라 그릴 수 없다’는 작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일인 데다가 작가가 인지 왜곡 등으로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 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우환 화백이 경찰의 압수품을 직접 보고 여러 감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결론은 경찰이 내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조범을 잡고 위작 유통 경로를 밝혀도 갤러리는 위작인 줄 모르고 팔았다고 해 버리면 그만”이라며 “위작을 판매·유통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화백이 위작이라고 하는데도 진품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화백이 진품이라고 해도 위작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건 각자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감정료를 받고 감정하는 기존 기관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글이나 노랫말의 표절처럼 회화에서는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과 위작은 범죄 행위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아직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원점을 맴돌고 있다.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그림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가 중 일부는 위작을 만들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화단에는 대작(代作) 논란이 뜨겁다. 한 무명 화가가 7년 동안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 300여점을 그려 줬다며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300여점은 터무니없고 조수가 대신 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화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화단 관계자는 “유명세를 이용해 화단을 농단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단에서 쉬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이다. 미술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순수 미술 분야에서는 대작의 관행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대 회화의 조류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설치 미술이나 팝아트 같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분야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도 실제로 실크 스크린 복제 등은 대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웹툰에서는 이런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경우도 문제는 콘셉트(개념)는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씨의 그림을 팝아트 형식의 현대미술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에 걸맞은 작품값을 받았다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조씨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씨의 행위는 일부 전문가들의 눈에는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판화처럼 찍어 내 비싼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대작 소문이 난 탓이다. 화단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작을 양산하는 사례가 조씨 외에도 몇 명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도 ‘조영남 스캔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김홍도·신윤복, 그들의 일상 속으로

    김홍도·신윤복, 그들의 일상 속으로

    우리 옛 그림 가운데 인물을 주제로 하는 풍속인물화는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주제이다. 서울 성북동에서 1년에 두 차례 2주씩만 전시를 해 오던 간송미술관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째. 2014년 DDP 개관과 함께 열리기 시작한 간송문화전의 여섯 번째이자 대미를 장식하게 될 전시는 그래서 풍속인물화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오는 8월 28일까지 열리는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에서는 풍속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대표화가 33명의 작품 80여점이 선보인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 펼쳐진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회화양식의 발전성쇠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풍속화는 조선시대 초기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16세기부터 고유 화풍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겸재 정선은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진경풍속화를 창안했다. 18세기에는 심사정, 강세황이 중국 남종화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김홍도와 김득신, 신윤복 등 화원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맞았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전시에는 선조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풍속화 외에도 불교와 도교에 관계된 초자연적인 인물상을 그린 도석화(道釋畵)들을 만나 볼 수 있다”면서 “시대의 흐름과 미감의 변화를 비교하면서 감상하면 조선회화의 가치가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문인과 백성의 ‘일상’,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구원을 바라는 ‘꿈’, 흥취를 풀어내는 문화인 ‘풍류’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노동과 휴식을 보여 주는 일상 부문에선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정선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讀書餘暇) 등이 공개됐다. 수양버들에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화창한 봄날에 길을 나선 선비의 모습을 묘사한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마상청앵’(馬上聽鶯)은 진경풍속화풍의 완결판으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문득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선 선비가 길가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노니는 모습에 넋을 빼앗긴 채 서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꾀꼬리 소리에 넋이 나간 선비의 모습이 돋보이도록 버드나무는 간결하게 처리해 측면의 길섶으로 몰아놓고, 선비 일행을 큰길 가운데에 내세운 채 나머지는 모두 하늘로 비워 둔 대담한 구도가 기가 막히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꿈 부문에서는 달마도로 이름난 김명국이 신선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과 노승이 흰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묘사한 김홍도의 ‘염불서승’(念佛西昇) 등 소망과 이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풍류 부문에는 ‘단오풍정’, ‘쌍검대무’(雙劍對舞)와 ‘미인도’ 등 신윤복의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천경자 유족, ‘미인도 위작 논란’ 현대미술관에 새달 소송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말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던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거물급 변호사들이 포함된 무료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유족 측은 4월 20일쯤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를 대리해 온 배금자 변호사 등은 28일 “한국 현대미술사에 비극이 더이상 재발해서는 안 되며 작가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공감한 뜻있는 변호사들이 모여 공동 변호인단을 발족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 변호인단’에는 배 변호사 외에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위철환(동수원종합법무법인 대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오욱환(한원국제법률사무소 대표), 대검 중수부장 출신 박영수(법무법인 강남 대표), 이삼 전 서울고검 검사 등 10명이 참여했다. 변호인단은 발족 취지문에서 “위작 미인도와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의 행위는 국가기관이 개인에게 가하는 인권유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우환 화백 위작 논란에 대해선 작가가 ‘진작과 위작을 결정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천 화백과 관련해선 작가 존중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문화 블로그] 미술계 끝없는 ‘위작 스캔들’ 근본적 해결책 없나

    미술계가 위작 논란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25년 이상 공방을 벌여 온 고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이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해 온 위조범 권춘식(69)씨가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우환(80) 화백의 위작 유통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검증 대상에 오른 12점이 모두 위작이라는 ‘안목 감정’ 검증 결과를 한 감정위원이 언론에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시립 대구미술관에서 지역 기업가로부터 기증받아 전시 중인 이인성(1912~1950)의 1933년 작품 ‘연못’도 진위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서울신문 2월 26일자 22면> 권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1978년 위작 의뢰를 받고 3점을 그려 줬는데 나중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미인도와 착각해 말한 것 같다. 감형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면서 “내가 그린 것이 확실하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씨는 1999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이 그 그림을 그렸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천 화백의 별세 이후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됐을 때도 이 주장을 반복했다. 최근 한 방송사의 기획물에서는 현장 시연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권씨가 이를 번복했으니 논란에 논란을 하나 더 얹은 셈이 됐다. 천 화백의 유족 중 혼외 자녀인 차녀 김정희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벌이기 위해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우환 화백 위작 유통 사건의 작품 12점은 서울 인사동 K화랑에서 압수한 작품 6점과 K옥션에서 거래된 작품 1점, 개인 소장자의 작품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과학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 화백의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는 “작가가 직접 그림을 보게 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으나 경찰은 위작 여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과학 감정과 안목 감정, 출처 확인 및 해당 작가 확인 등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국과수의 결과가 나온 뒤 필요할 경우 이 화백에게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김정희의 추사체나 신윤복의 풍속화 같은 고서화부터 이중섭, 박수근의 작품들이 위작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듯이 위작 스캔들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미술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10년 사이 그림이 돈이 되는 재화로 여겨지면서 특히 빈번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위작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지만 점차 조직화, 국제화되면서 미술계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위작 사건에서 감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걸러 낼 장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투명성과 공신력을 가진 감정기구가 없고, 과학적인 첨단 감정 기법이 미숙해 안목 감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결과를 뒤집는 것 또한 용이하다. 감정위원은 미술시장에서 가격 형성과 유통을 책임지는 갤러리 주인이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 2차 미술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서울옥션과 K옥션의 실질적 주인이 메이저 갤러리라는 점, 옥션에서 위작이 출현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 등도 시정해야 할 대목이다. 과학적 감정 기법 개발과 전문가 양성, 독립적인 감정기구 설립이 시급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故 천경자 차녀 ‘친자’ 소송… 미인도 진위·상속분쟁 2R

    故 천경자 차녀 ‘친자’ 소송… 미인도 진위·상속분쟁 2R

    법원 인정 땐 유작 권리 행사 가능… “진품 주장 국립현대미술관 소송할 것” 지난해 8월 별세한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미국 거주)씨가 자신을 천 화백의 법적 자녀로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김씨의 법정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천 화백의 차남 고 김정우씨의 아들도 고모와 함께 원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에 배당됐다. 천 화백은 생전에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첫 남편 고 이형식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이혜선씨와 장남 이남훈씨를 낳았고, 이혼 뒤 김남중씨와 만나 정희씨와 정우씨를 낳았다. 김남중씨는 당시 다른 여성과 법률상 혼인 상태였던 까닭에 정희씨와 정우씨는 김남중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렸고 법률상 어머니도 천씨가 아닌 김씨의 부인으로 되어 있었다. 배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정희씨가 어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권리행사를 위한 공적인 지위가 필요해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상속재산 분쟁 때문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자 관계의 입증은 출산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 정희씨와 정우씨는 천 화백이 집에서 낳아 기르고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이 천 화백이 남긴 글에 여러 차례 언급돼 있어 절차상의 무리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친자확인 판결이 나는 대로 ‘미인도’를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며 “법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혼외자식’ 신분이었던 정희씨가 법적 자녀로 인정을 받을 경우 현재 장녀 이혜선씨가 독단적으로 결정해 온 천 화백의 유품 처리에 대해서도 공식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돼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혜선씨는 지난해 8월 천 화백의 사망 사실도 다른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두 달 뒤 유골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 상설전시실을 다녀갔다. 이어 드로잉을 포함한 미공개 작품 1000여점과 개인소장품 등 4000여점을 부산에 있는 부경대에 기증하고 미술관 건립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건강미 여신 등극’ 안다, 사임당 드라마 촬영현장서 탄탄 복근 공개

    ‘건강미 여신 등극’ 안다, 사임당 드라마 촬영현장서 탄탄 복근 공개

    SBS드라마 사임당에 캐스팅된 패셔니스타 디바 ‘안다’의 드라마 촬영 본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에서 안다는 타이트한 블랙진과 스트라이프 티셔츠 만으로도 완벽한 명품라인을 더욱도드라지게 만들었으며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사임당 일기와 의문의 미인도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사임당’에서 안다는 1인 2역으로 등장하며 현대에서는 ‘안나’역으로, 조선시대에서는 중국통역사인 ‘리쉬’역으로 등장한다. 가수 안다는 173cm의 빼어난 키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몸매와 패션센스를 뽐내 두터운 팬층으로 최근 방송과 광고시장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운데, SBS드라마 ‘사임당’까지 캐스팅되어 연기자로서의 변신이 기대되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되는 라이징 스타이다. 한편, SBS드라마 사임당은 2016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이영애, 송승헌, 오윤아, 박혜수, 윤석화, 윤다훈, 최철호, 최종환, 박정학, 윤예주, 김영준, 이주연, 홍석천 등이 출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5 문화계 결산] 키워드로 본 미술

    [2015 문화계 결산] 키워드로 본 미술

    올해 미술계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임흥순 작가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미국 체류 중 사망설에 휩싸였던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별세 소식과 함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단색화의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매시장이 미술경기를 주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관장으로 받아들였다. 임흥순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1895년 시작된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의 제56회 미술전에서 임흥순 작가(46)가 아시아 여성의 노동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국가관이 아닌 본전시에 초청받은 국내 작가로서는 처음이고 최고의 수상이었다. 지난해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조민석 건축가가 커미셔너를 맡아 ‘한반도 오감도’전을 선보인 한국관이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은 쾌거여서 의미를 더했다. 이숙경 큐레이터가 커미션을 맡은 올해 한국관에선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별세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린 천경자 화백이 91세를 일기로 지난 8월 6일 미국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10월 22일 뒤늦게 알려졌다. 천 화백의 딸 이혜선씨(70·미국 거주)가 유골함을 들고 기증 작품이 전시된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은 컸다. 천경자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내 미술계 최대 위작 시비로 꼽혔던 1991년 ‘미인도’ 논란이 재점화됐다. “어머니를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화가로 예우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나머지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에 대해 “본인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며 위작임을 다시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단색화 인기·옥션시장 활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단색화의 인기가 국내외에서 이어졌다. 박서보·윤형근·정상화·하종현·김환기 등 1세대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에 소개되며 인기를 이어갔다. 덕분에 서울옥션과 K옥션 등 국내의 양대 옥션사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서울옥션의 경우 10월에 연 제16회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Ⅶ-71 #209’가 국내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인 3100만 홍콩달러(한화 약 47억 21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6일 평창동 본사에서 열린 제135회 경매와 온라인 경매까지 합쳐 올해 낙찰총액 1081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낙찰 총액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1998년 서울옥션 설립 이후 처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전 관장이 학예연구사 부당채용 파문으로 지난해 10월 직위해제된 뒤 1년 2개월 동안 그 자리의 임자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1차 공모에 미술계의 인사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문체부에서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발표했고 결국 스페인 국적의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49) 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이 임명됐다. 외국인 관장을 맞기는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말도 못하는 외국인 관장이 미술인의 결집을 꾀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등 현안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에 우려의 소리가 크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이 두 달이나 늦게 전해졌다. 천 화백의 본명은 천옥자다. 부모님이 주신 옥자(玉子)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경자(鏡子)라는 이름을 지었다. 구슬(玉)을 버리고 거울(鏡)을 택한 셈이다. 그녀의 나이 18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를 입학하던 해의 일이다. ‘주체는 거울(鏡)에 비친 이미지를 동일시하려 한다’고 밝힌 건 철학자 라캉이다. 거울은 주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소품이다. 한반도의 여성에게는 주체를 추구하고 자의식을 갖는 것이 금기였던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절에 그녀는 자신이 택한 새 거울 속에 화려한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능동적인 주체를 이끌어 나갔다. 천 화백은 이중 삼중으로 변방으로 밀렸던 사람이다. 남성 우위의 사회 분위기에서 여류 화가가 설 수 있는 입지는 좁았다. 수묵화가 대세이던 한국화 화단에서 그녀의 화려한 발색의 채색화는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삶과 그림을 지지한 건 여성들이었다. 우월 의식을 가진 남성들은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떤 수묵화 화가들은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녀를 변방으로 몰아붙였던 위세등등의 수묵화는 지금 거의 멸실 상태다. 천 화백의 그림은 빛을 더하며 살아남았다. 미술시장에서도 최고의 작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누가 승리자인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던 천 화백이지만 그녀의 삶은 당당하고 활기가 넘쳤다. 1960년대라면 세계 일주 여행가로 김찬삼 교수가 거의 유일했다. 이 무렵부터 해외여행을 나선 천 화백은 잘 알려진 뉴욕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던 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인도, 중남미를 여행하고선 현장 사생 작품을 현대화랑에서 전시(1980년)했다. 당시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을 모사하는 여대생들이 제법 있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짙은 음영의 슬픈 눈을 따라 그렸다. 젊은 여성들은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의 눈동자가 본 세상을 상상하며 그녀의 삶을 닮으려 했다. 그녀는 일류 문장가였다. 이국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수필과 기행문을 읽으며 젊은 여성들은 멀고 막연한 세계를 상상했다. 천 화백은 젊은 한국 여성들에겐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천 화백은 여성운동가도 계몽주의자도 자처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이 세상을 계몽했다. 이 땅의 여성들이 꿈속에서나 상상할 법한 과감한 삶을 그녀는 실제로 살았다.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이 여성들에게 역설의 위안과 용기가 됐다. 올가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상설전시실에 사람들의 발길이 유독 잦다. 많은 관람객이 그녀의 작품 앞에 줄지어 서서 지나간 한 시대를 기리고 있다. 석채를 담은 통, 평필, 세필, 아교를 녹이는 전기풍로 등 화구를 비치해 재현한 화가의 방 앞에서는 숙연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천 화백의 늦은 부음과 함께 1991년에 있었던 ‘미인도’ 위작 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국회까지 나서서 재감정 요청을 제기했다. 위작인지 진품인지는 공방 중이다. 그러나 24년 전과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논리에는 보충 설명의 부연이 아쉬웠다.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작가 측의 논리 역시 다소 자의적인 면이 있었다. 지금은 양측이 주장하는 근거가 상당히 논리적이며 실증적이다. 그때보다 수십 배가 늘어난 근거들이 조리 있게 제시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검증의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과거보다는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알게 모르게 24년간 우리 사회가 많이 진화했다는 걸 이번 사태가 증명해 주고 있다. 새 거울 속의 이미지를 좇아 천옥자에서 천경자를 택했던 그녀는 이번 사태에서 보듯 어느새 한국 사회를 되비추는 큰 거울이 됐다. 위작 논란과는 무연하게 그녀를 향한 세간의 열광은 점점 힘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천 화백은 이 땅의 진정한 스타다.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는 일에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故천경자 화백 절필 이끈 ‘미인도’ 재감정 이뤄질까

    故천경자 화백 절필 이끈 ‘미인도’ 재감정 이뤄질까

     최근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이후 천 화백을 절필로 이끌었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국회에서 ‘미인도’에 대한 재감정 요청이 제기됐다. 앞서 ‘미인도’를 소유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재감정 가능성과 관련 “국회에서 통보가 오거나 유가족이 요청을 해오는 등 상황이 발생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실은 6일 “어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앞으로 ‘천경자 미인도의 재감정 요청의 건’을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예술가에게 절필은 자살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위작 논란 속에 절필하고 세상을 등진 만큼 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재감정을 통한 위작 여부 확인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의장은 재감정 요청공문에서 ?작가가 지속적으로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점 ?권춘식씨가 위작을 자백한 점 ?당시 수사검사인 최순용 변호사의 증언 ?유족의 요구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또한 1991년 당시에는 생존 작가여서 화랑협회에서 감정했지만, 망자의 경우 고미술감정협회에서 진위 여부를 감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은 한국 미술계의 사건이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국가가 압류한 미술품 가운데 ‘미인도’가 있었고, 이를 소장하게 된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프린트해 팔기 시작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천 화백은 당시 한 동네 목욕탕에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러 갔다가 분노에 차서 돌아왔다. 그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위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협회는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천 화백은 “자식 못 알아보는 어미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예순이 넘은 천 화백이 노망이 들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결국, 절필을 선언하고 1998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최근 천 화백이 지난 8월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위작 논란 당사자들이 열기 시작했다. 1995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고서화 전문위조 혐의로 검거된 권씨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권씨를 수사했던 최 변호사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천 화백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인도’는 현재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위작 논란 이후 단 한 번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화 In&Out] 재점화된 ‘미인도’ 위작 논란… 감정 시스템·DB 부실이 불씨

    2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이 당사자인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사망 소식과 함께 다시 불거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천 화백 유족은 지난달 27일 간담회에서 천 화백을 미국으로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던 미인도 위작사건을 재거론하며 “어머니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그림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미인도’는 위작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1999년 천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고서화 전문위조범 권춘식씨를 수사했던 전직 검사는 이튿날 공개강연에서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준모씨가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최근 시사잡지에 기고했다. 현재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유화),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나비와 여인은 왜 미인도가 됐을까’라는 기고 글에서 “1990년 1월 금성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근대미술선집’ 중 11권인 ‘장우성/천경자’편에 해당 작품이 흑백 도판으로 이미 수록돼 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썼다. 그는 “1979년 10·26 사태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미술품이 발견됐다”며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을 그린 이 그림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로 넘어가 국가로 환수됐고 절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91년 봄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품과 원작을 본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과학적 감정을 거쳐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했다. 졸지에 ‘자기 작품도 알아보지 못하는 화가’가 된 천 화백은 “이런 풍토에서 붓 들기가 겁난다”며 전시회 출품 등 작품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을 기증한 뒤 큰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 후 ‘미인도 위작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씨가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하면서 재개됐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입수 시점과 위조했다고 진술한 시점(1984년)이 불일치하며, 해당 작품이 1990년 1월 출간된 ‘한국근대회화선집’의 ‘장우성/천경자’편에 수록됐다는 것은 작가의 동의를 거쳤다는 것, 즉 작가가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더이상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위작 논란은 작품 감정 시스템의 부실 탓이다. 작품의 소장자가 누가 됐든 간에 압류작품이 국가(국립현대미술관)로 환수될 경우 진위를 확실하게 따지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그런 절차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1999년 과학적 분석을 했지만 재료에 국한됐을 뿐 작가의 화풍을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작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한 것은 위작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다. 외국의 경우 유명작가들은 전 생애의 작품을 정리한 전작 도록을 제작해 작품 연도와 수장처 혹은 소장자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를 거친 근대 작가들은 물론 현대작가들도 전작 도록을 갖춘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두 가지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한 위작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재점화된 천경자 미인도 위작논란... 결론은 ‘오리무중’?

     2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이 당사자인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사망 소식과 함께 다시 불거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천 화백 유족 “어머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그림 아니다’고 했다” 천 화백 유족은 지난달 27일 간담회에서 천 화백을 미국으로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던 미인도 위작사건을 재거론하며 “어머니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그림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미인도’는 위작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1999년 천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고서화 전문위조범 권 모씨를 수사했던 전직 검사는 이튿날 공개강연에서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다. ● 현대미술관 정준모 전 학예실장 “위작 아니다” 맞서 이런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준모씨가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최근 시사잡지에 기고했다. 현재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유화),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나비와 여인은 왜 미인도가 됐을까’라는 기고 글에서 “1990년 1월 금성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근대미술선집’ 중 11권인 ‘장우성/천경자’편에 해당 작품이 흑백 도판으로 이미 수록돼 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썼다. 그는 “1979년 10·26 사태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미술품이 발견됐다”며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을 그린 이 그림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로 넘어가 국가로 환수됐고 절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91년 봄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품과 원작을 본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과학적 감정을 거쳐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했다. 졸지에 ‘자기 작품도 알아보지 못하는 화가’가 된 천 화백은 “이런 풍토에서 붓 들기가 겁난다”며 전시회 출품 등 작품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을 기증한 뒤 큰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 천 화백 “붓 들기 겁난다” 渡美... 위조범 권춘식 “내가 위조” 증언 그 후 ‘미인도 위작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씨가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하면서 재개됐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입수 시점과 위조했다고 진술한 시점(1984년)이 불일치하며, 해당 작품이 1990년 1월 출간된 ‘한국근대회화선집’의 ‘장우성/천경자’편에 수록됐다는 것은 작가의 동의를 거쳤다는 것, 즉 작가가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더이상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근대작가 도록 등 DB 부족... 재료분석에 그쳐 위작논란 진행형 근본적으로 이 같은 위작 논란은 작품 감정 시스템의 부실 탓이다. 작품의 소장자가 누가 됐든 간에 압류작품이 국가(국립현대미술관)로 환수될 경우 진위를 확실하게 따지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그런 절차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1999년 과학적 분석을 했지만 재료에 국한됐을 뿐 작가의 화풍을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작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한 것은 위작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다. 외국의 경우 유명작가들은 전 생애의 작품을 정리한 전작 도록을 제작해 작품 연도와 수장처 혹은 소장자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를 거친 근대 작가들은 물론 현대작가들도 전작 도록을 갖춘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두 가지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한 위작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故 천경자 화백 타계 석 달 만에 서울서 추도식

    故 천경자 화백 타계 석 달 만에 서울서 추도식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추도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미국 뉴욕에서 타계한 천 화백은 여인의 한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그려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한 스타였다. 1991년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 시비로 절필을 선언한 뒤 한동안 종적이 묘연했다. 연합뉴스
  •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세상과 조용한 이별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세상과 조용한 이별

    사망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천경자 화백이 지난 8월 91세를 일기로 미국에서 사망했으며 천 화백의 딸 이혜선(70·미국 거주)씨가 유골함을 들고 기증 작품이 전시된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예술원은 22일 오후 “예술원 회원인 천 화백이 지난 8월 6일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후속 행정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8월 19일 서울시를 통해 미술관에 협조 요청을 하고 이튿날인 20일 천 화백의 그림이 전시된 상설전시실과 수장고를 다녀갔다. 1998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던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거동을 하지 못해 뉴욕 맨해튼에 있는 큰딸 이씨의 간호를 받아 왔다. 장기간 병석에 있던 천 화백은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으며 지난 8월 6일 새벽 의사가 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천 화백의 시신은 화장했고 뉴욕 성당에서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딸 이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천 화백이 의식은 있는 상태라고 주장해 왔지만 미술계에선 천 화백이 길게는 10여년 전 이미 사망한 게 아니냐는 등 추측성 소문이 무성했다. 2013년 이씨는 천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이 관리 소홀로 훼손됐다며 기증 작품을 모두 반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예술원이 회원인 천 화백의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월 180만원의 수당 지급을 잠정 중단하자 이에 반발해 탈퇴서를 제출했다. 한 예술원 회원은 “사망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태에서 유가족이 천 화백의 사망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고 감춘 것은 뭔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인의 명예를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화백은 유복한 어린 시절을 거쳐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전남여고) 때 혼담을 피해 일본 유학을 떠나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인의 한(恨)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그려 1960~1980년대 국내 화단에서 여류 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자신의 화풍을 개척했고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했던 ‘스타’ 화가였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미인도’를 둘러싸고 1991년 일어난 위작 시비에 말려 심적 충격 속에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그의 작품에는 여인의 고독과 애틋한 사랑,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 이국에 대한 동경, 자신을 지탱하려는 나르시시즘이 복합적으로 묻어 있다는 평이 뒤따른다. 대표작인 ‘길례언니’(1973), ‘고’(孤·1974),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 ‘황금의 비’(1982) 등은 몽환적이고도 섬뜩한 눈빛의 여인이 등장하는 작가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뛰어난 글솜씨를 지녔던 천 화백은 ‘언덕 위의 양옥집’ ‘아프리카 기행 화문집’ 등 수필집과 단행본 10여권을 냈다. 그의 사망 소식에 따라 작품 가격 추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매시장에서 천 화백 작품의 호당 평균 가격은 1700만원으로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은 2009년 K옥션을 통해 거래된 ‘초원Ⅱ’(1978, 105.5×130㎝)로 12억원에 팔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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