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미얀마 민주화/미완의 선거혁명 1돌
◎군,보복 우려… 민정에 권력이양 거부/반정인사 거세 노골화… 임정수립도 기대난
27일로 미얀마(구버마)가 30년 만에 처음 총선을 실시,「미완의 선거혁명」을 이룩한 지 1년을 맞았다.
그러나 미얀마의 대표적인 야당인 민주민족연맹(NLD)은 지난해 5월27일의 총선에서 총의석 4백85석 가운데 3백92석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군사혁명평의회(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 SLORC)의 권력이양 거부로 아직도 신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NLD는 대도시뿐 아니라 농촌지역 및 군가족의 거주지역에서도 압승,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SLORC의 실세인 소 몽 장군은 『신헌법이 제정된 후에야 권력이양을 할 수 있으며 헌법제정은 복잡하고 긴 과정』이라고 밝혀 민의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SLORC는 총선 패배 후 오히려 수백 명의 NLD의 간부 당원 및 지지자들을 체포,NLD의 와해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LD를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 키 여사는 지난 89년 7월 이래 가택연금상태에 놓여 있으며NLD 집행위원 가운데 4분의3이 구금돼 현재 미얀마는 글자 그대로 철벽같은 「공안정국」하에 놓여 있다고 서방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SLORC가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지난 62년 네윈 장군의 군사쿠데타 이후 30년 동안 움켜쥐고 있는 군부의 기득권 상실에 대한 공포와 지난 88년 민주화 시위 때 일어난 수천 명의 학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야당에 권력을 이양할 생각이 없는 현 군사정부가 지난해 총선을 실시한 것은 일면 88년 민주화 시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총선을 통해 차세대 반정부 지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정략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88년 9월 수천 명이 희생된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궁정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사우 마웅 SLORC 의장(당시 참모총장)은 겉으로는 다당제와 조기총선을 약속해놓고도 뒷구멍으로는 여전히 대국민 탄압정책을 고수해오고 있다.
SLORC는 지난해 9월 서방대사관에 군을 투입,반체제 미얀마인 직원 체포를 서슴지 않았으며 10월에는 반정부활동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만달레이시의 1백여 불교사원을 급습,승려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얀마국민의 85%가 신봉,영향력이 큰 불교의 승려들은 지난해 8월 만달레이시의 반정부시위 도중 승려·학생들이 사살된 것에 항의해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결혼식 및 장례식의 집전을 거부,군사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한편 미얀마의 일부 야당인사들이 지난해 12월 태국과의 접경지역에서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지만 그 효력은 의문시되고 있다.
많은 관측통들은 군부가 여전히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이라크의 대쿠르드족 탄압에 대한 세계여론의 압력행사와 같은 국제적인 제재뿐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민간정부에의 권력이양 거부에 대한 우려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대미얀마 결의안 채택에 실패한 바 있다.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역사의 대세를 외면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군사정부에 대해 국제적인 압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군부 온건파가 득세하지 않는 한 미얀마의 민주화는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렸음에도 쉽게 달성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