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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가 “아파트 브랜드비 지출 용의”

    성인 10명 중 8명은 원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 대우건설 ‘푸르지오’, GS건설 ‘자이’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파트 브랜드로 선정됐다.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남녀 660명을 대상으로 ‘2011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및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1.5%가 브랜드를 위해 주택구매비용을 더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또 86.5%는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는 ‘주택 총 구매비용의 5% 미만’을 선택한 답변이 43.6%로 가장 많았다. 기존 아파트를 구매할 때보다는 신규 분양 및 재건축·재개발 시공사를 정할 때,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뚜렷했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2010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래미안·푸르지오·자이(이하 가나다순)가 톱3를 차지했다. 선호도·인지도가 높은 10대 브랜드로는 더 샵(포스코건설), 래미안, 센트레빌(동부건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위브(두산건설), 자이, 캐슬(롯데건설), 푸르지오, 힐스테이트(현대건설), e편한세상(대림건설) 등이 꼽혔다. 이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품질과 기능이 우수하다는 답변(51%)이 가장 많았고, 건설사의 재무구조·안전성 등이 좋고(16.5%)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라는 답변(12.6%)이 뒤를 이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연령대가 높을수록 브랜드 관련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성곤기자 sunggne@seoul.co.kr
  • 비운의 가족史…故 장태완 부인, 유서 남기고 투신해

    지난 1979년 발생한 12·12 사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신군부에 맞섰던 장태완(1931~2010) 전 사령관의 부인 이모(78)씨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오전 9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아파트 화단에 이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자택 안방에서는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오래 살아라.”라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온 이씨는 수개월 전에도 투신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는 장 전 사령관의 가족을 불행으로 내몰았다. 장 전 사령관은 1979년 수경사령관으로 취임한 지 불과 1개월 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 진압하려다 실패해 강제 예편당했다. 장 전 사령관이 보안사에 끌려가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부친은 충격으로 이듬해인 1980년 4월 세상을 떴다. 1982년 서울대에 갓 입학한 외아들은 할아버지의 산소 근처인 낙동강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한 수재였지만 아버지의 비운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사령관은 2010년 7월 폐암으로 별세했다. 남편의 죽음은 부인 이씨의 우울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왕따 친구 자살 막지못한 괴로움에…

    대전의 한 여고에 다니던 학생들이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잇따랐다. 16일 오후 6시 33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1층 출입구 지붕에 D여고 1학년 A양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30여분 만에 숨졌다. 이에 앞서 A양의 같은 학교 친구 B양이 2주 전인 지난달 3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친구 B양을 상담교사에게 데리고 가 상담을 받도록 도와줬으나, B양은 하교한 뒤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당시 이 아파트 옥상에서는 B양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됐으며, 가방 안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는 점을 들어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이 인터넷 게시판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교사의 도움도 받지 못해 자살했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B양의 유족은 “지난해 9월부터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사고 직전인 2일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양 또한 B양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A양은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가슴 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A양은 B양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고,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아 왔다.”면서 “조금씩 나아지나 했더니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유족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B양 사망 이후 재수사를 받았던 학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B양 사고 이후 경찰의 수사를 받은 학생들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고, 일반 학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번질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최시중 “정연주에 미안하지만…”

    최시중 “정연주에 미안하지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과 관련해 “그동안 정 전 사장이 겪었을 여러 심리적 고통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결론이 난 데 대해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최 방통위원장은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이 “최 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두 차례나 ‘무죄가 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자 “그것이 바로 나의 진퇴에 관한 책임의 영역까지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느 부분에 대해, 어떤 법에 의해서, 무슨 책임을 져야 되는지는 좀 더 검토해 보겠다.”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와 이전 국회 질의응답에서 “정 전 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적절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Weekend inside] 인천보호관찰소 학교폭력 가해학생 심리치료 ‘가족 상황극’ 현장

    [Weekend inside] 인천보호관찰소 학교폭력 가해학생 심리치료 ‘가족 상황극’ 현장

    “인기(가명)야. 너 중학교 때 학교도 그만두고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 봤잖니. 나이도 들었으니 철 좀 들자.”(아버지 역할의 가해학생 A군) “웃기고 있네. 언제 나한테 관심이나 두었어? 하던 대로 해.”(아들 A군이 된 상황극 강사) 13일 오후 2시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 강당.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상황극이 한창이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들. 서부지소가 준비한 이날 행사엔 빈번한 폭력과 공갈 등으로 법원에서 보호관찰과 수강 명령을 받은 청소년 14명과 그들의 부모가 참가했다. 무대에 오른 A(17)군은 이른바 ‘일진’이었다. 동네에서 걸리는 대로 돈을 뺏고 주먹을 휘둘러 보호관찰소에 왔다. 고교 1학년이 될 나이지만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세상도 부모도 싫었다. 보호 관찰 기간에 부모에게 불만을 느끼고 가출까지 했을 정도다. 무대 위에선 심리극 전문가인 김영한 별자리사회심리극 연구소장이 A군의 역할을, A군은 자신의 아버지로 분했다. A군은 아들이 된 김 소장을 보자마자 “이리 와서 앉아.”라고 윽박질렀다. 그동안 A군이 느꼈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무대 위 A군은 경찰에게도 부모에게도 안하무인 격이다. 윽박지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자 아버지(A군)는 태도를 바꿨다. 그가 원했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사고 쳐서 들어가는 소년원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아니. 아빠도 예전에는 그런 경험이 있지만 그렇게 계속 사고치면 아빠처럼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향해 한참을 훈계했다. 상황극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A군의 얼굴엔 부모를 향한 분노도, 반항도 찾을 수 없다. A군은 “얼마전까지 내가 저지른 일을 돌아보는 기회였다.”면서 “이젠 다른 친구처럼 미래를 준비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던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이어 B(15)양이 무대에 올랐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친구를 때려 폭력 사범으로 보호관찰소에 온 앳된 소녀다. B양은 외박하는 딸아이에게 잔소리만 하는 어머니의 입장이 돼 상황극을 이끌었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딸아이에게 B양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처음으로 엄마의 편에서 엄마의 심정으로 다가간 순간이었다. B양은 무대에서 내려와 “왜 한번이라도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후회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적어도 상황극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아이들은 평범한 10대일 뿐이었다. 김 연구소장은 “비행 청소년들은 사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부모는 항상 아이들이 변하기만을 원한다.”면서 “부모의 태도가 먼저 바뀐다면 오늘처럼 아이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빈 서부지소장은 “보호관찰소는 소년원에 가기 전 문제 아이들을 교정하기 위한 곳”이라면서 “상황극에서도 볼 수 있듯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에이스 저축은행 회장 검찰 출석 앞두고 자살

    에이스 저축은행 회장 검찰 출석 앞두고 자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합동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학헌(57)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저축은행 관계자의 자살만 세 번째다.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 객실 침대 옆에서 김 회장이 쪼그려 앉은 채 숨져 있는 것을 호텔을 방문한 친척 손모씨가 발견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계속 연기를 요청해 오다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손씨는 김 회장을 검찰청사에 데려다 주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방배경찰서는 브리핑에서 “김 회장이 천장 화재감지기에 목을 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목을 매기 전 흉기로 손목 등을 자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이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직접적인 사인과 관련이 낮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호텔 객실과 김 회장의 조카 이모(40)씨의 서초동 사무실 책상 등 2곳에서는 김 회장이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객실의 유서는 A4용지 6장 분량, 조카 사무실의 유서는 A4용지 7장 분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호텔에서 발견된 유서는 검찰에 ‘억울하다. 수사를 잘 해 달라’고 토로하는 내용이었으며, 사무실의 유서에는 가족과 이씨 등에게 ‘바보 같은 결정을 해 미안하다’고 전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거의 다 비워진 상태의 양주병도 있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9일 오후 가명으로 호텔에 투숙했으며, 사망 전날 자택을 찾아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과 관련, 시행사에 거액의 불법대출을 해 준 혐의를 받았다. 에이스저축은행은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에 2002년부터 6900억여원을 대출했다. 자기자본의 20%를 넘는 수준으로 동일인 대출 한도 위반이다. 또 대출 부실이 쌓이자 에이스저축은행은 고양종합터미널에 돈을 더 빌려줘 이자를 갚도록 하는 편법대출도 했다. 실무는 김 회장이 내세운 전문경영인 윤영구(62) 행장과 최모(52) 전무 등이 지휘했다. 앞서 합수단은 윤씨와 최씨를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수사 대상자들의 잇단 자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합수단의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제2상호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 11월에는 토마토2저축은행 차모(50) 상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융당국 관련자의 자살도 이어졌다. 지난해 5월과 6월엔 금감원 부산지원 간부 김모(43)씨와 임상규(62) 순천대 전 총장이 저축은행 관련 비리조사 과정에서 자살을 택했다. 지난해 8월엔 부실감독 혐의를 받던 금융감독원 김장호(54) 부원장보가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김소라·이경주·최재헌기자 sora@seoul.co.kr
  • “2~3세 혼합반 없애 아이들 쫓겨날 판”

    서울시가 마련한 시민발언대 ‘할 말 있어요’의 운영 첫날인 11일 오전 11시~오후 3시 중구 청계광장에는 16명이 의견을 쏟아내 추위를 녹였다. 개인적인 삶의 애환부터 사회 이슈까지 다양했다. 발언대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소통 정책의 일환으로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놓인 ‘스피커스 코너’처럼 시민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김동해(66)씨는 “불경기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련다.”며 10여분간 열변을 토했다. 또 “40~50대 사람들에게 생활은 절망적”이라면서 “자식들 학자금을 대 줘야 하고, 자신들은 5~6년 뒤 은퇴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혜란(38)씨는 “2008년생 아들을 둔 미안한 엄마”라며 “아이를 한 달만 늦게 낳을 걸, (2009년 시행된) 출산휴가비도 못 받고 무상보육에도 빠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민간 어린이집이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바뀌면서 서울시 원칙이라며 2~3세 혼합반을 없애는 통에 이젠 어린이집에서도 쫓겨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 지난 4일부터 참여자를 미리 접수받았다. 정헌재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현장에서 모인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도록 녹화된 영상을 사업 담당 부서에 전달할 것”이라면서 “가슴이 답답한 시민들에겐 해우소가 되고, 때론 신문고 같은 역할도 하며 1000만 시민이 함께 소통하는 장이 되도록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대학들 ‘시간강사 비용 줄이기’ 꼼수

    서울 A대학 시간강사 고모(36)씨는 얼마 전 학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올 1학기부터 강의를 맡지 못할 수도 있다는 통보였다. “최근 졸업학점이 낮아지면서 강의가 줄었다.”며 미안해했다. 지난달 30일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시간강사에 소요되는 비용 감축을 위해 졸업학점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인 강의전담교수를 채용하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강대의 졸업학점은 2009학번까지 140학점에서 2010학번부터 130학점으로 바뀌었다. 건국대도 2010년 졸업학점을 4학점 낮췄고, 대구대는 한 학기를 16주에서 15주로 단축했다. 졸업학점을 낮추면 강의가 줄고 시간강사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강의전담교수라는 이름의 또 다른 비정규직 강사를 뽑아 수업을 맡기는 곳도 적잖다. 대구 영남대는 강의 전담교수 4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학기당 12~15학점의 수업을 맡는 강의 전담교수의 급여는 월 200만원대다. 영남대 시간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5만 9000여원, 3학점짜리 과목을 맡을 경우 급료는 월 70만~8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학 측 셈법은 다르다. 시간강사 4~5명을 두는 대신 강의전담교수 1명을 뽑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중앙대도 지난해 2학기 도입한 강의전담교수를 올해 1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강의 전담교수 100명을 늘리면 시간강사 300~500명이 자리를 잃는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졸업학점을 줄이고 강의 전담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학생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졸업학점을 낮춘 배경에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과 맞물려 있다.”면서 “학교 입장도 이해되기는 하지만 그 희생양이 학습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조 위원장은 “강사의 처우 개선이 법 개정의 취지인데 오히려 새 법이 강사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현·김소라기자 moses@seoul.co.kr
  • [길섶에서] 산악정체/임태순 논설위원

    “설악산 단풍이 곱다는 말은 들었는데 여태껏 구경을 못했어. 죽기 전에 한번 보려고 왔어.” 어느 해 가을 강원도 속초로 출장을 갔다 설악산을 찾았다. 토요일 아침 백담사 초입으로 가 부지런히 발길을 놀렸으나 봉정암 못 미쳐서부터 산행길은 한없이 더뎠다. 이유는 할머니와 그 가족들 때문. 설악산 단풍구경에 나선 할머니는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금세 힘에 부쳐 쉬기를 반복했다. 이 틈을 이용, 뒷사람이 추월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꼬리는 점점 길어졌다. “젊은이 미안해.”하는 할머니의 말에 결국 오후 2~3시쯤 서울행 버스에 오르려던 계획은 엉클어지고 말았다. 등산인구가 많아지면서 휴일이 되면 북한산 등 서울 근교 산도 정체가 점점 심해진다. 이러다 보면 등산로에도 교통신호등, 산악 내비게이션과 교통방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서울 관악구가 관악산에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등산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무장애 등산로가 생기면 산악 정체가 좀 누그러들려나.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원당뉴타운 ‘래미안’ 특별분양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경기 고양시 원당뉴타운에 위치해 있는 ‘래미안 휴레스트’의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지상 12~25층 22개동, 전용면적 59~151㎡ 총 1651가구로 이뤄져 있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이고, 제2자유로와 경의선 복선전철 등이 개통되면서 교통여건이 개선됐다. 단지 내에 20m 3레인 규모의 수영장과 유아용 풀이 조성됐다. 래미안 휴레스트의 계약자에게는 입주금 75%에 대한 이자 지원을 해주며 분양대금 25%에 대해 2년간 잔금유예가 가능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미적용 단지로 2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계약금 정액제의 특별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031)968-3588.
  • [프로농구] 꼴찌 삼성…13&5는 울고 싶다

    [프로농구] 꼴찌 삼성…13&5는 울고 싶다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던 ‘농구 명가’ 삼성이 울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던데 그 말이 무색하게 순위표 맨 밑(10위·6승28패)으로 처졌다. 지난해 말부터 선수들은 ‘13&5’가 쓰인 노란 스티커를 팔에 붙이고 뛴다. 부상당한 이규섭과 이정석의 등번호. 둘의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이자 부상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 이규섭과 이정석은 어떤 심정일까. 5일 그들과 통화했다. 역시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이규섭은 “좌불안석”이라고, 이정석은 “안쓰럽고 난처한 마음”이라고 했다. 둘은 경기 용인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하루 종일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내측인대 완전파열’ 진단을 받은 이규섭은 아무리 일러도 2월에나 코트에 설 수 있다. 이번 주부터 간단한 러닝을 시작했지만 좌우로 방향을 트는 동작은 무리다. 이규섭은 “선수들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옆에서 보는 나도 힘든데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라고 걱정했다. 복귀한다고 해도 삼성은 치열한 6강싸움이나 PO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무릎이 100% 회복될 때까지 재활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낫다. 하지만 이규섭은 “나만 생각할 수 있나. 하루빨리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조급해했다. 개막 후 세 경기 만에 부상당한 이정석은 다음 시즌에나 볼 수 있다. 무릎십자인대가 끊어져 독일에서 4시간짜리 수술을 받고 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크게 다친 것도, 수술을 한 것도 처음이다. ‘가드왕국’으로 불렸던 삼성은 이정석의 부상에 강혁(전자랜드)의 이적까지 겹쳐 옛 명성을 잃었다. 이정석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드 이원수가 정말 안쓰럽다.”고 했다. ‘13&5 스티커’를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이규섭은 “정말 미안하다. 고참이 힘을 줘야 하는데 다쳐서 민망하다.”고 했다. 이정석도 “힘내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지금의 혹독한 성적표가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규섭은 “이 고통과 치욕을 가슴에 새긴다면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다.”라고 응원했다. 이정석도 “긍정적으로 보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뛸 수 있으니까 배우고 성장할 여지도 많다. 의욕적으로 뛰면서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한편 오리온스는 5일 인천에서 전자랜드를 81-72로 꺾고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원주에서는 동부가 모비스를 79-61로 완파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 번째 사랑’ -유쾌한 악한의 쓰라린 참회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 번째 사랑’ -유쾌한 악한의 쓰라린 참회

    현대의 몬트리올. 바니는 바에서 오랜 악연인 오헌 형사와 마주친다. 오헌은 막 출간된 저서를 건네며 아직 바니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1974년의 로마로 넘어간다. 보헤미안의 삶을 즐기면서도 바니는 유대인답게 올리브를 수출해 돈을 버는 수완을 발휘했다. 임신했다는 여자의 말을 믿고 그는 덜컥 결혼하는데, 친구가 아이의 생부임이 밝혀지면서 싱겁게 끝난다. 1975년, 캐나다로 거처를 옮겨 싸구려 TV쇼를 제작해 돈을 벌던 그는 부유한 가문의 딸과 두 번째 결혼을 서두른다. 운명은 야속한 것. 결혼식 하객으로 온 클라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서툰 고백을 들은 그녀는 당연히 거절한다. 그러나 바니는 사랑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친구의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배우들이 낯익어서 할리우드영화로 보이지만 ‘세 번째 사랑’은 뼛속들이 캐나다 영화다. 원작을 쓴 모르더키 리클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캐나다 작가. ‘세 번째 사랑’은 1997년에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다. 제작을 맡은 로버트 란토스는 캐나다 작가영화를 상징하는 존재다. 캐나다 영화산업을 선도하는 얼라이언스사(社)를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그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아톰 에고이안, 드니 아르캉의 영화를 제작하며 캐나다 영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그의 영향력 덕에 크로넨버그, 에고이안, 아르캉 같은 거장들이 이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세 번째 사랑’이 할리우드의 러브스토리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캐나다 영화임을 먼저 기억할 일이다. 설정만 보면 ‘세 번째 사랑’은 ‘악한 소설’처럼 진행되어야 한다. 여러 여자를 거치는 동안 자연스레 사고를 치며 돌아다니는 바니는 20세기의 ‘톰 존스’ 역할에 썩 어울리는 인물이다. ‘세 번째 사랑’이 회고록이라는 점도 유쾌한 악한에게 유리하다. 탕아에 불과한 카사노바가 자기 손으로 전기를 써 역사에 남는 연인으로 화했듯이, 바니 또한 유머와 풍자를 무기로 1970년대식 사랑이야기를 써나가면 그만이었다. 원작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악한의 연대기는 영화로 옮겨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바니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살인 혐의, 소프 오페라 제작, (리클러의 주요 이슈인) 유대인 문화, 알츠하이머병의 고통은 맛을 보는 선에서 그친다. 개중 재미없는 부분인 낭만적 사랑과 실패에 집중하는 까닭, 그것이 어쩌면 영화의 진짜 주제인지도 모른다. 프리섹스 열풍이 몰아치던 1976년, 페데리코 펠리니는 카사노바를 영화의 장으로 불러냈다. 같은 시간을 출발점으로 잡은 ‘세 번째 사랑’은 ‘카사노바’의 성 판타지를 제거하는 대신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부여안는다. 영화는 바니를, 신체의 자유를 탐하다 참사랑을 잃은 악한으로 그린다. 그는 악한으로서 우쭐대기보다 잘못을 고백하려 한다. 예스러운 화면으로 1970~80년대를 재현한 ‘세 번째 사랑’은 프리섹스의 쓸쓸한 여파와 악한의 쓰라린 참회를 기록하고자 한 작품이다. 감독은 그것이야말로 1970년대를 해석하는 ‘바니의 버전(영화의 원제는 Barney’s Version)’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 번역 제목은 바보 같다. 원제목의 뜻을 살리지 못했거니와 내용과도 상관없다. 12일 개봉 영화평론가
  •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배우가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배우 김명민(40)이다.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19일 개봉)에서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은 그는 인공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치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만호를 보고 애처롭게 달리는 ‘병든 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치아를 끼고 있으면 치아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이가 시리거나 침을 잘 못 삼켜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명확한 발음보다 부족하고 어수룩한 설정이 더 필요했다. →비주얼은 포기한 것 같던데,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얼마 전 영화를 봤는데 (내 얼굴을) 정말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런데, 제가 원래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명민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미안하다. 배우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대변인인데, 만일 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쳐진다면 직무 태만이지 않은가. →이런 철학때문에 ‘연기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가. -(‘연기 본좌’라는 말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다. 매번 영화 홍보팀에 그 말만은 빼달라고 사정하는데, 꼭 들어간다. 그런 말이 알게 모르게 안티들을 양산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씀해주시는 것은 알지만, 연기로 비교 기사가 나가는 것은 싫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끔 선배님들이 그 별명에 대해 물으시면 너무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영화는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 단축을 위해 투입된 페이스 메이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마라토너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극복하면서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그것이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문제를 극복하고 달려야 하는 만호처럼 저도 영화를 찍다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공과 저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늘 30㎞ 지점까지 밖에 달릴 수 없었던 만호는 결국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된다. -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채 열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항상 무슨 일때문에 코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98%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결승선에서 2%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이번에 정말 원 없이 달렸을 것 같다.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 -원래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산을 달린다. 마라톤을 완주한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등산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 반면, 조깅은 생각이 많아진다. 뛰는 동안 죽을 것 같은 사점(死點)을 수도 없이 겪고, 그때마다 인생의 힘들었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사점을 극복하면 환희가 몰려오고 안정이 찾아온다. 마라톤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좋은 기록이 나오고, 60~70대 할아버지들이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달리면서 반추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과 마라톤은 닮았다. →배우로서 만호처럼 누군가의 등을 보고 달려야 했던 적은 없나. -연기는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무명 시절때 서러웠던 적은 많다. 감독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혼내거나 톱스타에게 쌓인 것을 나한테 풀 때 인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적도 있었다. 2002년부터 영화 세 편이 연거푸 엎어진 뒤 다 포기하고 해외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다. 그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고, 배우로서 30㎞ 이후를 뛸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곁에’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몸을 혹사시킨 것 같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좀 멋진 모습으로 나올 생각은 없나. -이번에는 매일 촬영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팬들을 위해 멋진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은 없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고 제대로 ‘팬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설 연휴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자신있나. -없다.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이후는 제 손을 떠나는 것 같다. 운때도 맞아야 하고…. 흥행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이유 없는 살인마 연기는 못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번 영화를 본 아들이 시종일관 울다가 집에 갔다. 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웃음). 김명민이 인터뷰 도중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시나리오의 진정성과 감독이 주는 신뢰감이다. 그는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떤 캐릭터든, 어떤 감독과의 작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도 늘 분수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남들의 평가 보다 두 단계 내려서 자신을 본다는 김명민. 연기자로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그를 일인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촌스럽긴 합니다. 용의 해가 됐다 해서 용과 관련된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옛 경남 마산의 팔용산과 용두산은 꼭 한 번 가볼 만합니다. 팔용산은 960개의 돌탑이 장관이고, 용두산은 해양 트레킹로 ‘비치 로드’를 따라 바닷가를 걷는 맛이 각별하지요. 돌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풍경을 보러가는 발걸음과는 다릅니다. 누군가의 바람이 켜켜이 쌓인 곳이니, 새해 스스로의 소망을 다지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마산에서 옛 진해까지 이어진 해양관광로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도해 너머로 때론 소박하고, 때론 장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960개 돌탑 통일을 꿈꾸다 내 나라 안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돌탑군(群)을 꼽자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이 가장 앞줄에 설 게다. 강원 강릉의 노추산 돌탑길도 명성으로는 마이산 돌탑에 뒤질 망정,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탑돌이 할머니’가 26년째 3000개 가까운 돌탑을 쌓고 있다. 경북 문경 새재의 ‘꽃밭서덜’은 오래 전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하나하나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인들의 소망이 축적된 곳인 만큼, 풍겨나오는 기운도 범상치 않다. 이들에 견줘 팔용산(328m) 돌탑군은 쌓아 온 연륜만큼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어법에 맞는 이름은 ‘팔룡산’(八龍山)이지만, 현지에선 팔용산으로 통용된다. 돌탑을 쌓은 이는 이삼용(63)씨다. 전직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1993년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리는 실향민을 TV를 통해 본 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자신의 정성으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통일기원탑’ 쌓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쯤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 생활’이 19년 동안 이어졌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탑을 쌓다 보니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한번도 휴가를 못 가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 뜻을 이해하는 건 물론, 힘을 북돋워 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여느 돌탑들이 자신의 기복(祈福)을 위해 세워졌다면, 팔용산 돌탑은 다른 이들의 바람을 위해 세워진 셈이다. 돌탑은 현재 960개가 세워져 있다. 1m짜리 소형탑부터 8m짜리까지 다양하다. 목표는 1000개다. 이씨는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다.”고 했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돌탑군은 미완의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찌나 정교하게 쌓았던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했을 때도 끄덕없었다고. 돌탑을 품고 있는 팔용산은 일제 강점기엔 반룡산이라 불렸다. 그러다 광복이 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산정에서 보면 아래로 뻗어내려간 여덟 줄기가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예전엔 마산과 창원의 경계가 됐던 산으로, 시민들이 휴식처 겸 등산로로 즐겨 이용한다. 팔용산 산행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인데 돌탑군이 있는 먼등골 코스가 일반적이다. 까마득한 절벽 ‘상사바위’가 절묘하고, 정상에서 보는 마산 시내와 마산만(灣) 풍경도 빼어나다. 정상엔 커다란 무덤 한 기가 남아있다. 성주이씨 문중에서 적어 둔 사연을 읽자니 조선 숙종 때 북면 고암 출신의 선조가 사망하자 운구 비용 2만냥을 들여 묘를 조성했단다. 팔용산 중턱의 봉암수원지 주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이 제법 넓고 웅숭깊어 자분자분 걷기 좋다. ‘연인의 다리’ 건너엔 용두산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저도 연륙교가 있다. 마산 사람들이 첫손 꼽는 관광 명소다.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 다른 하나는 2004년 세워졌다. 바로 옆에 새 연륙교가 놓여지면서 옛 철교는 사실상 ‘은퇴’했다. 차량통행은 금지됐고, 요즘엔 사람들만 걸어서 오간다. 빨간색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연인의 다리’로 불린다. 사랑도 이음이 중요하니, 별칭으로 제법 그럴싸 하다. 생김새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속의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지고,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주며 프러포즈하면 사랑이 맺어진다고도 한다. 다리 철제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매달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다리는 연중 최고의 주가를 올린다. 용두산(龍頭山, 203m)은 ‘연인의 다리’ 너머에 있다. 용두산 산행은 다리 왼편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용두산 정상과 지난해 조성된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의 제1·2·3바다구경길 등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코스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먼저 용두산 정상에 오른 뒤, 섬을 에두른 ‘저도 비치로드’를 걷다가 다시 용두산 능선을 넘는다. 산행 거리는 약 8㎞.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경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용두산 정상에 서면 저도 연륙교 주변과 멀리 옛 마산, 진해 인근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나비섬, 곰섬, 닭섬, 자라섬, 고래머리 등 모양에서 이름을 딴 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작은 산에서 보는 풍경치고는 참으로 넓다. 남해 쪽 풍경은 비치로드의 사각정자나 제1·2전망대에서 보는 게 좋다. 거제와 고성 앞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명불허전’ 해양관광로 저도 연륙교를 뒤로 하고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해양관광로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 시내까지 연결된다.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 했다. 최근 해안선 굽이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정취가 적잖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시인들이 보기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한 걸음에 작은 시골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또 한 걸음엔 너른 남해의 장쾌한 풍경이 폐부를 씻어낸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해넘이는 해 지기 전 10분, 지고난 뒤 10분이 하이라이트다. 해가 넘어갔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말라는 얘기다.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며 색의 축제를 벌이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14번 국도 통영 방면→덕동·가포 방면→덕동삼거리→ 저도 연륙교 방면 좌회전→저도 순으로 간다. 관광 명소인 만큼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다. 팔용산은 동마산 나들목을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마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마산역 앞에서 좌회전, 양덕광장 오거리를 지나 봉양로로 갈아타면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맛집:저도 연륙교 주변에 굴구이 집이 여럿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귀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라면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월남동 신마산 주변과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에 있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가족들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팔용산 가기 전 마산 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호텔 사보이 뒤편엔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3만~4만원 선.
  • 팔순 할머니 사랑의 동전 이웃에 전한 따뜻한 겨울

    팔순 할머니 사랑의 동전 이웃에 전한 따뜻한 겨울

    유순례(84·송파구 문정1동) 할머니는 평소 시장을 보고 남은 거스름돈을 꼬박꼬박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그렇게 몇 년씩 모아 혼자 들기에 벅찰 정도로 묵직해진 저금통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주민센터에 맡겼다. 저금통에는 할머니가 알뜰살뜰 모은 30만 2500원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한푼 두푼 동전을 모으는 재미 덕에 건강과 행복을 얻었다.”며 되레 고마워했다. 할머니는 지난여름에는 월세난을 겪는 홀몸 노인 4명에게 15만원씩 월세를 보태기도 했다. 나눔의 계절인 연말연시 송파구에서는 유 할머니와 같이 넉넉잖은 중에 행하는 ‘작은 나눔’들이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3일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모인 ‘2012 송파구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은 943건에 8억 3700여만원이다. 송파구는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겨우살이 기금을 쌓았다. 이번에는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1000만원 정도가 더 모였다. 모금 건수의 상당 부분은 액수보다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작은 나눔들이다. 오금동 백토경로당 노인들은 편치 않은 몸으로 하나씩 모은 신문지, 공병 등을 판 돈 22만여원을 내놨다. 벌써 5년째다. 유용호(76) 회장은 “회원들이 경로당 오는 길에 하나씩 들고 온 폐품을 팔아 남긴 돈”이라며 “적어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달구(68·풍납동)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려운 형편임에도 1년간 폐지 수집으로 모은 돈 62만여원을 기탁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창주(39·송파2동)씨는 안경을 무료로 수리해 주는 대신 받아 모은 성금 35만여원을 전달했다. 익명의 기부자도 숱하다. 사업을 하고 있다고만 밝힌 한 기부자는 지난해 두 차례 구청을 찾아 10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고, 폐지를 수집하는 80대 노부부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마음을 더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겨울을 맞아 구민들의 힘으로 우리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구는 성금을 모으는 한편 공무원과 지역민들이 나서서 부식거리를 담은 푸드박스를 만들고 김치·연탄을 전달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구민들과 온기를 나누는 ‘허그 데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 모금은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매력적인 라이브의 강자 ‘3인3색’ 내한공연 기대되네

    매력적인 라이브의 강자 ‘3인3색’ 내한공연 기대되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CD보단 현장에서 듣는 맛이 각별한 뮤지션이 있다. 이달 내한공연을 하는 3명 모두 라이브의 강자라는 교집합이 있다. ●‘치명적 중독성’ 데미안 라이스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닌 아일랜드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는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사랑을 둘러싼 네 남녀의 엇갈린 심리를 묘사한 마이크 니컬스 감독의 영화 ‘클로저’(2004)에 삽입된 ‘더 블로어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로 전 세계 영화·음악팬의 심장을 후벼 판 주인공이다. 단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국내 팬층도 두껍다. 지난해 12월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2500석이 모두 팔려나갔다. 근래 들어 전례가 없는 속도.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반환표를 노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13만 2000원~16만 5000원. (02)3141-3488.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6회 연속 그래미 수상을 비롯, 총 17회의 수상으로도 메스니의 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2년 연속 내한한 만큼 희소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오랜 파트너인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와의 무대는 국내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둘의 무대는 앞서 열린 북미·유럽투어에서 극찬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한 ‘왓츠 잇 올 어바웃’(What’s It All About)과 ‘원 콰이어트 나이트’(One Quiet Night)의 수록곡을 라이브로 듣는 것 역시 국내 팬에겐 처음이다. 5만 5000원~13만 2000원. (02)563-0595. ●프로젝트 밴드 ‘베이루트’ 싱어송라이터 잭 콘돈의 프로젝트 밴드 베이루트도 2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콘돈은 미국 가수이지만, 기타-베이스-드럼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미국식 록음악 편성과는 다른 음악을 추구한다. 관악기 선율이 먼저 귀에 꽂힌다. 트럼펫으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 일부 매체들은 그의 음악을 두고 ‘집시음악’ 내지 ‘발칸음악’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베이루트는 “저널리스트들이 게으른 탓이다. 19세 때 발표한 데뷔앨범은 발칸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사운드와 편곡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더 립 타이드’의 수록곡 등 히트곡을 5명의 객원 멤버들과 함께 소화한다. 8만 8000원. 1544-155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총선 및 대선 국운 가른다] 박근혜 vs 안철수 장점·약점

    [총선 및 대선 국운 가른다] 박근혜 vs 안철수 장점·약점

    한국 정치의 가변성을 감안할 때 연말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년 동안 온갖 변수들이 명멸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전에서는 특정 후보의 강점이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각 후보의 특성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자주 활용되는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협요소·Threat) 분석을 통해 대선후보군 중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살펴봤다. ■ 원칙과 소신의 근혜씨…‘거리감’ 약점 박근혜 위원장의 최대 장점은 ‘원칙과 소신’이 꼽힌다. 박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이 보수층과 서민층, 영남·충청권, 50대 이상 고연령층 등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도 경제 성장과 근대화라는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4년여 동안 유력 대선후보로서 집중 조명을 받아온 만큼 검증 면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도 박 위원장이 지닌 정치적 자산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지지층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박 위원장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지지도는 쉽게 떨어지지도 않지만, 반대로 쉽게 오르지도 않는 특성을 보여 왔다.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말수가 적은 데다, 외부에 드러나는 정치 활동도 많지 않았던 탓이다. 역으로 보면 대중들과의 관계가 밀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신비주의로 통칭되는 이러한 단점들은 박 위원장이 현장정치, 민생정치로 뛰어들어 소통을 강화할 때 언제든 극복 가능하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기회 요인이다.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려는 노력들도 ‘확장성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위원장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박 위원장은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돼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차별화가 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이끄는 이상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한다. 박 위원장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안 원장이다. 안 원장의 등장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이 안 원장에 밀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박근혜 흔들기’로 연결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안 원장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만큼 안 원장이 보여준 통큰 희생과 헌신의 모습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의 분열 가능성과 남성 우월주의 시각에서 여성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도 박 위원장이 안고 있는 숙제다. ■ 바람과 희망의 철수씨…‘거품론’ 장벽 안철수 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철수 현상 또는 바람으로 표현되는 이미지다. 학창 시절 모범생이 의사를 거쳐 벤처기업가로 성공한 뒤 교수로도 변신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군말 없이 양보했다. 이어 기성 정치 세력들로부터 정치 참여 요구가 빗발치자, 2000억원 대의 안철수 연구소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청춘콘서트에서 미안함을 얘기한다. 비정치적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침묵이 역설적으로 새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다. 단점도 있다.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던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은 “안 원장의 최대 단점은 권력 의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국가 지도자로서는 치명적인 한계가 될 수 있다. 안 원장은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고, 주로 직접 경험한 부분만 얘기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신이 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 다뤄야 한다.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적합한 인간형인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안 원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도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안 원장에 대한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가 추세인 정치적 중립층(무당파)과 경제적 중산층, 이념적 중도층(부동층), 세대적 중년층(40대) 등 이른바 ‘4대 중간층’은 안 원장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중간층의 증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대표성의 위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 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중간층은 견고함이 떨어진다. 지지가 모래성처럼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비판도 잠재워야 한다. 안 원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그 이유에는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일 수 있다.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실망감이 번질 경우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 거품론’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입에서 입버릇처럼 나온 말은 “왜?”였다. “왜 그럴까?”, “왜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반복될까?” 이런 문제의식이 끝내 그를 부동산 행정의 달인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28일 만난 유병찬(54·시설5급)경기도청 부동산관리담당 팀장은 2009년 8월 지역 공인중개사협회 교육현장의 일화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도내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하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공인중개사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담당공무원으로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유 팀장은 “그날 강사로 나선 사람 역시 공인중개사였는데, 강의 중 강사가 여담으로 자신의 아들 결혼 소식을 전하며 ‘상대 집안에 내 직업이 공인중개사라는 것을 밝히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그 강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77년 지적 직렬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토지와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중개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열등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며 “그날 이후 그들이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찾고 개선하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이 찾은 해답은 ‘허위 계약’, ‘사기’, ‘먹튀’ 등으로 대변되는 무등록 중개업자의 불법 부동산 거래였다. 유 팀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불과 5개월 만에 전국 최초의 ‘부동산 거래시장 선진화 10대 액션플랜’을 만들어냈다. 공식적인 퇴근 시간과 휴일까지 반납한 결과물이다. 그는 먼저 부동산 거래 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합법적인 중개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동산 매물광고 실명제를 추진했다. 실명제를 통해 중개업자의 신분이 드러나는 만큼 중개업자 스스로 허위·과장 광고를 자제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무등록자들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도록 했다. 현재 경기지역 등록 중개업자의 62.5%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부동산 거래가격 왜곡현상을 뿌리뽑기 위해 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매물 정보 전단을 제거하도록 했다. 전단에 표기된 매물은 업계 용어로 ‘미끼매물’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개업자는 물론 도내 중개업 담당 공무원 교육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지금은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부동산 거래 시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서류 및 유의점 등의 정보를 담은 동영상 교육 자료도 제작하고 있다. 유 팀장의 ‘달인’ 선정이 더 뜻깊은 것은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추천으로 달인 후보에 올라 선발됐다는 점이다. 그는 “중개업자들은 단속과 계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정책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새대가리라 놀리지마!”…비둘기, 원숭이 만큼 ‘똑똑’

    “새대가리라 놀리지마!”…비둘기, 원숭이 만큼 ‘똑똑’

    ”이젠 ‘새대가리’ 라고 놀리지 마세요!” 비둘기가 원숭이 만큼의 수학적 능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은 최근 “비둘기에게 숫자에 대한 추상적 규칙을 교육한 결과 원숭이 만큼의 수준은 된다.”고 발표했다. 과거 과학자들은 숫자를 세기 위해 필요한 추상적 수학 능력은 인간과 영장류나 배울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비둘기에게 각 숫자를 의미하는 동그라미, 네모, 삼각형 등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훈련시켰다. 그 결과 비둘기는 9까지의 숫자를 인지하는 것으로, 10이상의 두자리 숫자의 경우도 70% 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다미안 스카프 교수는 “연구결과 드러난 비둘기의 능력은 놀랍게도 원숭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새대가리(bird brain)라는 말은 비둘기에게 이젠 모욕적인 말”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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