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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 비리’ 한국지엠 부평공장서 노조 간부 숨진 채 발견

    ‘채용 비리’ 한국지엠 부평공장서 노조 간부 숨진 채 발견

    채용비리로 7개월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한국지엠의 인천 부평공장에서 노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인천 부평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5분쯤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작업장에서 이 회사 직원 A(54)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옷 주머니에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검찰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오랜 기간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 간부로 활동했으며 현직 대의원 신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7개월째 한국지엠 사측과 노조의 정규직 채용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숨진 A씨가 한국지엠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고 소환 조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자수자 선처’를 밝힐 정도로 광범위하게 비리가 있었지만 아직 처벌한 한국지엠 직원은 많지 않아 A씨가 채용비리에 연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간부 등은 한국지엠 1차 협력업체(도급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 과정에 개입해 한 명당 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지엠 현직 노조지부장(47)도 채용비리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돈끼리’ 김가연 “셋째 낳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 충격 고백

    ‘사돈끼리’ 김가연 “셋째 낳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 충격 고백

    방송인 김가연(46)이 임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지난 4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사돈끼리’에서는 김가연이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와 함께 한의원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의원을 찾은 김가연은 “건강만 허락한다면 셋째도, 넷째도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내가 몸이 너무 힘드니까 이 상태에서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한의사 또한 “김가연이 아직 산전 몸 상태로 회복이 안 됐다. 두 어머니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전했다. 이를 들은 시어머니는 인터뷰를 통해 “(며느리가) 어렵게 (둘째) 아이를 가졌는데 또 아이를 기대한다는 게 미안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친정어머니는 “아이 둘을 놔두고 (김가연이) 먼저 가버릴 까 봐 걱정된다. 그런 나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불안한 마음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MBN ‘사돈끼리’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길섶에서] 복(福)/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친구가 회사를 그만뒀다. 연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잘렸다는 표현이 솔직히 맞다. 예상하지 못한 탓에 충격이었다. 임원이 임시 직원의 준말이라는 사실도 닥치니 실감했단다. 27년 가까이 다닌 직장이다. 누군가는 복 받았다고 한다. 틀리진 않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세상에서 30년 정말 짧지 않다. 직장을 찾으려고 뛰는 젊은이들에게 견주면 부러우리만큼 성공이라고 할 법하다. 27년 동안 많이 변했다. 세상도 바뀌었다. 세월이 담긴 얼굴, 펑퍼짐한 몸매에는 옛 모습이 없다. 일부러 감춘 것도 아닌데 없어졌다.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중년을 던지며 뛰고 뛴 흔적이랄까. 한데 언젠가 돌아보니 자식들이 다 커 있었다. 미안함이 물밀듯 밀려오더란다. 복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같은 업종과의 경쟁과 성과로 평가하는 게 직장이다. 사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 생활 27년, 복을 받았다기보다 복을 만들었다는 편이 낫다. 복도 노력의 산물이란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새해 인사에서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닌 ‘복 많이 만드세요’라고 쓰고 있다. “정유년 새해, 좋은 일 많이 만드세요.”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땔나무를 쪼개다가

    [고진하의 시골살이] 땔나무를 쪼개다가

    아침마다 장작을 패는 건 요즘 내 주요 일과야. 찬 구들방을 덥혀야 하니까. 정월 초하루 날도 나는 어김없이 장작을 패고 있었어. 이따금 개 짖는 소리 말고는 동굴 속처럼 고요한 마을, 장작 패는 소리가 온 동네를 뒤흔들어 놓았나 보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땀을 닦느라 쪽마루에 앉아 있는데, 누가 삐그덕∼ 대문을 밀치고 들어왔어. “아니, 좀 쉬시지 않고 새해 첫날부터 이 고된 일을…?” 오, 사람 좋은 뒷집 장 선생. 은퇴를 앞두고 작년에 우리 마을로 양옥집을 짓고 들어와 이웃이 된 분이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늙은이가 정초부터 장작을 패는 모습이 안쓰러웠을까. 사실 나는 평소 몸 쓰는 노동을 즐기는 터. 이런 일로 힘들다고 엄살떤 적이 없지. 장작을 쪼개는 일은 적당히 땀 흘릴 수 있어 몸에도 좋고, 정신 집중에도 으뜸이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어서 와요. 고되긴 뭐, 쉬엄쉬엄하는 걸요. 사실 이런 일은 힘들지 않은데, 어쩌다 인터넷 뉴스를 열면,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놈들 보는 게 힘들죠. 더욱이 세월호 사태에 대해 새로운 의혹이 뻥뻥 터지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짠해요.” 그랬어. 사태의 진상을 알 법한 이들이 아령칙한 답변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불쑥불쑥 일어나는 분노를 누르고 지내는 게 정말 힘들었어. 끝 간데없는 저 탐욕의 무리를 보며 한없이 울가망해지던 마음.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살 권리는 희생돼도 좋다는 거 아닌가. 물론 어떤 존재든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생명이 다른 생명을 먹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이 불가피한 현상을 누군가는 창조주의 비애라고 했지. 하지만 이런 얘기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살 권리를 빼앗아도 된다는 건 아니잖아. 다만, 지구에 주소를 둔 생명은 모두 다른 생명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걸 깊이 자각하라는 거지. 그래서 잡초를 먹고사는 우리 가족은 흔한 잡초를 뜯을 때도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을 건네곤 하지. 내가 먹는 존재들이 곧 내 몸이 되는 것인데, 어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내가 먹는 존재들은 나와 둘이 아니잖아. 이런 분명한 자각을 지니고 사는 사람은 자기 곁의 생명이 겪는 아픔에 무관심할 수 없지. 동물 희생이 보편적 관행이었던 원시 시대에도 자기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동물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잖아. 이런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공감과 자비의 영성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누가 과연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보살의 마음을 지닌 자라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더덜뭇한 나는 보살의 지극한 마음과는 거리가 멀어. 그러니 타인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할 수가 없어. 그냥 타인의 슬픔에 슬픔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 하지만 나이 들수록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점점 커져. 젊을 땐 드물던 그놈의 눈물도 점차 많아지고. 하여간 모든 생명의 뿌리는 하나라는 생각에 사무칠 때가 많아. 국정 농단을 저지른 이들조차 내 존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 내 안에 박근혜가 있고, 내 안에 최순실이 있고, 내 안에 또 누구누구가 있다는 생각….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이 저지른 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그 죗값을 치르면 좋겠어. 심은 대로 거둔다는, 하늘 그물이 성긴 것 같아도 빠트림이 없다는 저 천상의 법대로 대가를 받으면 좋겠어. 누군가 아프면 나도 아프겠지만, 그것이 우주의 성스런 질서를 구축해 가는 일이므로. 에구, 정초부터 땔나무를 쪼개다가 문득 찾아온 뒷집 장 선생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온갖 수다를 다 떨었네. 장 선생을 보내고 나서 쪼갠 나무를 수레로 실어다 바깥채 처마 끝에 쌓았어. 며칠 더 나무를 패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 가지런히 쌓아 놓고 보니 아낌없이 자기를 내어주는 나무에게 절로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하네.
  • 中 “외교는 애들 장난 아니다”… 트럼프 트위터 정치에 직격탄

    ‘대중 강경’ USTR대표 지명 비난 “무역마찰 더 폭력적으로 변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국 비판이 강해지면서 중국 측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4일 트럼프 당선자의 ‘트위터 외교’를 겨냥해 “외교는 애들 장난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화통신은 ‘트위터 외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선생’의 과도한 트위터 이용은 일종의 습관”이라면서 “미국 정계와 학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4일자 사설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마치 한국·일본과 같다고 여겨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중국은 압록강 맞은편에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권이 출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트럼프가 정말로 원한다면 취임 이후 동아시아에서 우리는 한번 붙어 볼 용의가 있다”면서 “미국은 역사라는 하늘 속에서 한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유성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리석고 생떼를 쓰는 것”이라거나 “중국이 번영을 구가할 때 미국의 조상들은 가죽옷을 두르고 다니는 미개인이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위터 정치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척 슈머 신임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연설에서 “트럼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지한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트워터에 만족하고 있는 데 대해 많은 미국인이 우려한다”면서 “미국은 ‘트위터 대통령’을 감당할 수 없고 트위터에 의존하면 대통령직 수행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자가 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상무부 직속 연구기관인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이광후이(李光輝) 부원장은 “앞으로 무역 마찰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가장 나쁜 무역 마찰이 중·미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는 이미 무역에만 의존하지 않는 내수 중심 체제로 성숙했고, 보호 무역에 대한 대비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이시저 지명자는 도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서 20여개 양자 무역협정에 참여했고, 로펌에서 근무할 때는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했다. USTR 수장을 임명함에 따라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피터 나바로)-상무부(윌버 로스)-USTR 등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통상 정책을 실행할 삼두마차는 모두 반중 강경파가 이끌게 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리사, 5일 ‘I’m Sorry‘ 싱글 발매 “남편 이규창 대표가 프로듀스”

    리사, 5일 ‘I’m Sorry‘ 싱글 발매 “남편 이규창 대표가 프로듀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리사가 오는 5일 신곡 ‘I’m sorry(아임 쏘리)‘로 활동을 재개한다. 3일 키노33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리사는 오는 5일 낮 12시 신곡 ’I’m Sorry‘를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신곡 ’I’m Sorry‘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과 지키지 못한 사랑에 미안함을 이야기한 발라드 곡. 개리, 에픽하이, 넬, 윤하, 다이나믹듀오, 프라이머리 등과 작업을 이어 온 Sync Project 사단의 작품이다. 특히 리사의 남편이자 키노33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이규창이 이번 싱글의 프로듀서로 나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리사는 ’사랑하긴 했었나요‘, ’헤어져야 사랑을 알죠‘, ’인연‘, ’우리 결혼할까‘, ’여자‘ 등의 히트곡을 냈으며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는 18일부터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영웅‘의 여자 주인공 설희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지하철에서 흑인 밀어낸 첼시 팬 4명에 집행유예 선고

    지하철에서 흑인 밀어낸 첼시 팬 4명에 집행유예 선고

     지난 2015년 2월 파리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을 완력으로 밀어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팬 4명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유죄 선고와 함께 1년의 집행유예를 언도받았다. 이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 무려 1년 11개월이 걸렸다.    서레이주 도킹 출신 조슈아 파슨스(22)와 켄트주 출신 제임스 페어베른(25)은 재판에 참석해 그들의 행동이 인종 차별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다. 함께 기소됐던 북아일랜드 캐릭퍼거스 출신의 전직 경찰 리처드 바클리(52)와 서레이주 출신의 윌리엄 심슨(27)은 궐석 상태에서 재판에 임했다. 4명 모두 피해자 술레이마네 실라에게 1만유로를 변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파슨스와 페어베른 , 바클리 등은 이미 모든 영국 축구 경기장 출입을 금지당했다.    당시 이들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조별리그 원정 경기를 응원하러 왔다가 리슐리외-드루오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객차에 오르려는 실라를 손 등으로 밀어낸 혐의를 받아왔다. 이들은 실라를 밀어내면서 “우리는 인종주의자, 우리는 인종주의자,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등 인종차별 구호가 담긴 노래들을 함께 불러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파리 대법원은 심리 과정에 이들의 작태가 담긴 동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든 증거가 제시되자 파슨스가 모리타니아 출신의 프랑스 국적을 지닌 실라에게 사과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인종주의 측면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법정에서 그는 실라를 향해 등을 돌린 뒤 “실라 씨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당신에게 내일은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당신에게 내일은

    서 있기조차 위태로워 보이는 노부부가 여행에 나섰다.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은 묻히고 눈발이 매섭게 몸을 때리는 겨울의 한복판. 이들이 당도한 곳은 일본 홋카이도 쓰키우라 마을이다. 숙박을 겸하는 카페에 짐을 푼 부부에게선 떠난 이들 특유의 설렘은 감지되지 않는다. 외려 죽음의 냄새가 짙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 놓는 건 남편의 행동이다. 오랜 지기였을 은혼식 기념 시계를 멈춘 것. 몇 해 전 지진으로 평생 운영해 온 목욕탕에 외동딸마저 잃은 이들에게 ‘내일’이란 차라리 형벌이다. 부부는 처음 연을 맺던 이곳에서 삶을 끝내려 온 참이다. 담담히 마지막 식사를 기다리던 부인의 눈길이 카페 주인이 갓 구워 낸 콩빵에 가닿는다. 평생 빵을 입에 대지 않던 부인은 콩이 소담스레 박힌 빵을 달게 먹고는 남편에게 말한다. “나 내일도 이 빵 먹고 싶어. 미안해, 여보.”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된다”며 내일을 체념하려 했던 남편은 오랜만에 보는 아내의 생기에 소리 죽여 오열한다. 그러곤 시계를 만진다. 초침과 분침, 시침이 또각또각 몸을 재게 놀린다. 생은 다시 이어진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의 한 장면이다. 고작 콩빵 하나에 죽으려던 이들이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니, 너무 순진하고 과도한 설정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 반 년이 지나 부인이 병사한 뒤 남편은 카페 주인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그 사람, 생전 먹지 않던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사람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계속 변하는구나.” 노부부에게 콩빵은 절망의 다른 말이던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 내디뎌 보지 않은, 뻗어 보지 않은, 맛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내일도 오늘 같을 것’이라 예단했던 남편이 “교만했다”고 털어놓는 이유다. 몇 해 전 여든여섯에 새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펴낸 김남조 시인은 “노쇠에서 오는 고달픔에 시가 나의 초상화처럼 뼈마디마다 아프다”면서도 이런 말을 들려줬다. “살아서 느끼는 모든 궁핍, 목마름, 고통이 있더라도 사람들과 연분을 맺고 아름다운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안 가본 새로운 땅에 발을 딛는 한 삶이라는 선물은 고통의 총합을 감(減)하고도 남는 가치이지요.” 한참 아픈 시기를 통과하고 있던 차에 삶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시인의 말은 조용히 잔등을 쓸어 줬다. “내일은 오늘 같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지난해는 미리 내치고 싶은 ‘내일’들이 유독 많았다. 국민을 업신여기는 국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 부와 지위에 따라 먹이사슬을 재편하는 불공정 사회 등 분노와 무력감, 절망으로 오늘을 채워 넣는 재료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내일을 기다려 봐도 좋겠다는 기대의 창문도 동시에 열렸다. “내일은 오늘과 같아선 안 된다”는 의지로 거리로 뛰어나온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내디뎌 보지 않은 땅으로 걸음을 옮길 출발선에 섰다. 이 물음이 더욱 절실하고 귀한 이유다. 당신에게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rin@seoul.co.kr
  • 지미 버틀러 52득점, 올 시즌 100일 남았는데 벌써 여덟 명째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포워드 지미 버틀러(28)가 올 시즌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여덟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정규리그가 100일이나 남았는데도 한 선수가 폭발적인 화력을 뽐내는 경기가 늘고 있다. 버틀러는 2일(이하 현지시간) 샬럿 호네츠와의 홈 경기에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드웨인 웨이드, 벤치만 지킨 라존 론도 대신 52득점을 올려 118-111 승리를 이끌며 NBA의 50점 이상 득점 선수 최다 시즌 타이를 이뤘다. 프로 경력 두 번째 50득점 이상을 일군 그는 제임스 하든(휴스턴), 아이재아 토머스(보스턴),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 존 월(워싱턴), 클레이 톰프슨(골든스테이트),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와 한 묶음이 됐다. 톰프슨은 지난달 6일 인디애나를 상대로 60득점을 올려 이 선수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중 지난 시즌까지 한 경기라도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9명이나 된다. 스테픈 커리와 케빈 듀랜트(이상 골든스테이트),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이상 클리블랜드), 대미안 릴라드(포틀랜드)와 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 등이다. 그런데 네 시즌 전만 해도 NBA에서 50득점 경기는 야구에서의 노히트노런보다 희귀한 기록이었다고 ESPN은 짚었다. 일례로 2012~13시즌 NBA 정규리그에서는 50득점 경기가 단 세 차례뿐이었지만 2012년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에서 노히트노런은 일곱 차례나 작성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사진설명 시카고 불스의 지미 버틀러가 2일(현지시간) 샬럿과의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대결 후반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시카고 AP 연합뉴스
  • 지미 버틀러 52득점, 올 시즌 100일 남았는데 벌써 여덟 명째

    지미 버틀러 52득점, 올 시즌 100일 남았는데 벌써 여덟 명째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포워드 지미 버틀러(28)가 올 시즌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여덟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정규리그가 100일이나 남았는데도 한 선수가 폭발적인 화력을 뽐내는 경기가 늘고 있다. 버틀러는 2일(이하 현지시간) 샬럿 호네츠와의 홈 경기에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드웨인 웨이드, 벤치만 지킨 라존 론도 대신 52득점을 올려 118-111 승리를 이끌며 NBA의 50점 이상 득점 선수 최다 시즌 타이를 이뤘다. 프로 경력 두 번째 50득점 이상을 일군 그는 제임스 하든(휴스턴), 아이재아 토머스(보스턴),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 존 월(워싱턴), 클레이 톰프슨(골든스테이트),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와 한 묶음이 됐다. 톰프슨은 지난달 6일 인디애나를 상대로 60득점을 올려 이 선수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중 지난 시즌까지 한 경기라도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9명이나 된다. 스테픈 커리와 케빈 듀랜트(이상 골든스테이트),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이상 클리블랜드), 대미안 릴라드(포틀랜드)와 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 등이다. 그런데 네 시즌 전만 해도 NBA에서 50득점 경기는 야구에서의 노히트노런보다 희귀한 기록이었다고 ESPN은 짚었다. 일례로 2012~13시즌 NBA 정규리그에서는 50득점 경기가 단 세 차례뿐이었지만 2012년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에서 노히트노런은 일곱 차례나 작성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돈끼리’ 4년 만에 결혼식 올린 이천수, 아내 웨딩드레스 자태에 눈물

    ‘사돈끼리’ 4년 만에 결혼식 올린 이천수, 아내 웨딩드레스 자태에 눈물

    전 국가대표 출신 선수이자 축구 해설가 이천수가 아내 심하은의 웨딩드레스 자태에 눈물을 보였다. 오는 4일 정규편성 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N ‘사돈끼리’에서는 최근 혼인신고 4년 만에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 이천수·심하은 부부의 결혼 준비 과정부터 결혼식 당일 현장 모습까지 결혼 풀스토리를 방송 최초로 공개한다. 이들 이천수·심하은 부부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로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달달함을 한껏 증폭시킨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천수는 아내 심하은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연신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연발해 아내 심하은을 수줍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어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를 본 순간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렇게 예쁘고 아름다운데, 빨리 입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또 이천수의 아내 심하은은 “커튼이 열리는 순간 아빠랑 엄마 밖에 안보이더라. 너무 많이 늦어진 결혼식에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늦게 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정규편성 첫 방송에서는 이천수·심하은 부부가 양가 사돈어른과 함께 늦깎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풀과정이 공개된다. 특히, 이들 부부는 결혼식 준비를 하던 중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양가 사돈어른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느라 진땀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 한편, MBN ‘사돈끼리’는 가깝고도 먼 사돈끼리의 만남을 그려낸 신개념 가족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파일럿 방송으로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성공하며 정규편성을 확정, 오는 4일 수요일 밤 11시 3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누구 없어요? - 임민영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누구 없어요? - 임민영

    “뭐야, 왜 또 이래.” 아침에 엄마가 일러준 대로 손잡이를 휙휙 움직여 보았다. 달래듯이 살살 움직였다가, 짜증이 치솟아 세게 움직여 봐도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이마에는 진땀이 배었다. 손잡이를 당겼다가 밀었다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바람에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문을 부수고라도 여기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쾅쾅. 쾅쾅쾅. 퍽. “누구 없어요? 살려 주세요!” 혹시나 지나가던 사람이 듣고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파트 복도는 고요했다. 익숙했던 화장실이 너무나 좁고 답답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금방 나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자. 우니까 코도 막히고 숨도 안 쉬어지잖아. 울면 안 돼.’ 오후 6시 41분. 사은품으로 받아 온 동그란 시계가 수건걸이에서 달랑거렸다. 화장실에 갇힌 지 30분 즈음 지났나 보다. ‘엄마 오려면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다시 위아래로 손잡이를 움직여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환풍기도 망가졌는데 설마….’ 무서운 생각의 자리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심장은 더욱 쿵쾅거렸다. ‘침착하자, 침착해. 차라리 잠을 자자. 한숨 자고 나면 아빠가 올 거야.’ 바닥에 깔린 발판 위에 수건을 펴고 누웠다. 팔다리가 발판을 넘어가 불편했지만, 자리를 탓할 때가 아니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가빴던 숨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조용한 중에 평소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 쏴아.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또각또각. 멀리서 들리는 발소리. 철컥 쾅. 역시나 남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평소에는 잠도 많은데, 어쩐지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침에 엄마 말 귀담아들을 걸….’ “박민서 빨리 나와! 학교 늦겠다!” 엄마의 성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8시 33분. 이제는 정말 변기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개운하게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지각할 수는 없다. 급히 바지를 올리고 화장실 문을 열려는데 손잡이가 또 말썽이다. 지난주부터인가 손잡이를 잡고 몇 번을 움직여야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하필 바쁜 이 아침에 더 안 열리는 거다. 하는 수 없이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엄마, 문 좀 열어 줘!” “으이그. 위아래로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면 열리던데.” “밖에서 열면 잘 열리는데 왜 이러지?” “그러니까 문은 왜 닫아 가지고. 꽉 닫지 마.” “나도 6학년이라고요.” 괜히 짜증이 나서 인사도 안 하고 집을 나섰다. 마침 내려오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려고 잽싸게 버튼을 눌렀다. 월월! 월! 월월! “으악, 깜짝이야!” “순대야, 가만 있어.” 또 윗집 순대 녀석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짖어 대는 통에 심장 떨어질 뻔했다. 순대는 날 보기만 하면 짖는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다. “학교 가는구나. 아침은 먹었니?” “아니요.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 공부를 잘하지. 몸이 이렇게 비리비리해서. 쯧.” 순대 할머니는 만날 때마다 꼭 잔소리를 하신다. 남 일에 어찌나 관심이 많으신지, 공부는 잘하느냐, 형제 없이 혼자여서 쓸쓸하겠다는 둥, 오늘따라 더 듣기 싫었다. ‘무슨 상관이람?’ 나는 대충 고개를 까닥이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후 6시. 드디어 학원 수업도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아침에 개운하게 해결하지 못해서인지 계속 배 속에서 구르릉구르릉 소리가 났다. ‘집에 아빠가 있을까? 없으면 자유 시간인데.’ 아파트 앞에 도착해 늘 하던 대로 엄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먹을 거 뭐 있어요?] 학원 끝나고 집으로 잘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아빠의 새 직장을 찾아 서울로 이사를 한 뒤 엄마는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9시가 넘어야 오기 때문에 저녁은 혼자 먹거나 아직 일자리를 찾고 있는 아빠와 둘이 먹는 날이 많다. 집과 가까워질수록 배에서 점점 더 큰 신호를 보내왔다. 현관문을 급히 닫고 들어가는데 아빠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누구 없어요? 예쓰!”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당기며 예쓰를 외쳤다. 아빠가 약속 있는 날인가 보다. 컴퓨터도 하고 자유 시간을 즐길 기회가 아주 오랜만에 찾아왔다. “아오 배야, 화장실부터!” 나는 재빨리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끄응 휴. 큰 일 날 뻔했네.” 아뿔사.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는 거다. ‘문 열고 똥 눌걸…. 나도 모르게 닫아 버렸네. 이 바보!’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손잡이 몇 번 돌리면 문이 열릴 줄 알았다. 오후 7시 15분. 한 시간도 넘었다. 지잉- 지잉-. 현관문 앞에 벗어 놓은 가방에서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니면 아빠? 화장실에 갇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르겠지. 숙제도 안 하고 컴퓨터 하는 줄 알고 잔소리하려고 전화했을 거야.’ 띠리리링. 띠리리링. 잠시 후 집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긴 울림 후, 전화가 끊어지고 또다시 전화가 왔다. 받을 수 없는 전화벨 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작은 희망이 보였다. 내가 집 전화도 받지 않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 조금만 더 버텨 보자.’ 아무래도 아빠는 밤늦게 들어올 참인가 보다. 얼른 엄마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엄마, 나 화장실에 갇혔어. 얼른 와서 문 좀 열어줘. 하느님이 정말 있다면 저 좀 살려 주세요.’ 오후 7시 40분. 딩동. “택배 왔습니다.” 택배 아저씨가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 틈새에 대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화장실에 갇혔어요!” 쾅쾅. 쾅쾅쾅. “택배입니다.” “아저씨! 살려 주세요!” “앞에 놓고 갑니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아저씨는 상자를 내려놓고 그냥 가 버렸다. 아저씨가 내 목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를 해 주기를 바랐건만. 아저씨가 그렇게 가버리는 게 당연하다. 엄마는 혼자 있을 때 누가 오면 택배 아저씨더라도 소리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엄마와 둘이 있을 때도 엄마는 문을 열지 않았다. “놓고 가세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을 뿐이다. 진정시켰던 가슴이 다시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마구 뛰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으흡 흐 흑.” ‘이게 꿈은 아닐까? 꿈이라면 좋겠다. 근데 왜 이렇게 생생한 거야.’ ‘그동안 아빠가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벌받은 걸까?’ ‘오늘 아침에도 짜증내서 엄마 기분 상하게 했는데…. 미안해, 엄마.’ 탁 탁 탁 탁. ‘응?’ 멀리서 천천히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커졌다. 그리고 우리 집 앞에 멈춰 섰다. 딩동 딩동. “뭔 일 있어요?” 순대 할머니였다.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살려 주세요! 화장실에 갇혔어요!” 쾅쾅 쾅 쾅쾅. 순대 할머니는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 화장실에 갇혔어요! 살려 주세요!” 문을 두드리던 할머니의 손이 멈추고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그냥 가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나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더 크게 소리 질렀다. “할머니! 할머니! 으헝 흐엉. 으흑.” 할머니가 자리를 떠나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저기요! 무슨 일 있어요?” 잠시 후 문밖에서 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갇혔어요. 살려 주세요!” 할머니가 경비 아저씨를 데리고 온 것 같았다. “무슨 소리 들리죠? 살려 달라고?” “그런 것 같네요. 119를 불러야겠는데…. 할머니 여기 계세요. 내가 전화하고 오지요.” 순대 할머니가 나를 살렸다. “무슨 일이에요?”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문 앞에서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도 들린다. 삑삑삑삑. 철컥. “민서야!”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가 밖에서 손잡이를 내리자마자 너무나도 쉽게 문이 열렸다. “웬일이니, 괜찮아? 어디서 사고 난 줄 알았잖아.” “화장실 문이 안 열렸어. 흐어엉. 학원에서 오자마자 갇혀 있어헝.” “전화도 안 받고, 학원에서는 갔다고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일도 다 안 끝났는데 뛰어왔어.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현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순대 할머니가 보였다. “아이고 저런, 어린 것이 놀랐겠구먼.” “아유 고맙습니다. 어떻게 알고 와 주셨어요?” “아니 순대가 화장실에 대고 자꾸 짖길래. 들어가 있어 보니까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게 들리더라고.” 할머니 얼굴이 진짜 우리 할머니가 걱정하는 얼굴 같았다. 할머니와 경비 아저씨가 돌아가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거실에 대자로 누워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어디 갈 때 꼭 휴대폰 챙겨. 나처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게.” “그래, 너도 엄마한테 연락 잘하고.” “아빠는?” “아빠 상갓집 가셨대.” “아까 집에 왔을 때 아빠 없다고 좋아했는데, 화장실에 갇혀서는 아빠 발소리만 기다렸어.” “아빠도 엄마 전화받고 놀라서 오고 계셔.” “근데 엄마, 윗집 할머니는 나처럼 갇히면 누가 열어 줘? 순대가 열어 줄 수도 없고.” “그러게, 할머니 혼자 사시는 것 같던데.” “가끔 올라가 볼까?” 월월! 월! 월월! 다음 날, 순대는 어김없이 나를 반겨 주었다. “몸은 괜찮아? 화장실 문은 고쳤고?” “네, 고맙습니다. 문은 오늘 아빠가 고치기로 했어요.” 오늘따라 할머니 목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강아지 털이 순대 색깔 같아서 순대라고 지으신 거예요?” “그리 보니 또 그렇네? 우리 딸 이름이 순영이, 아들이 대호야. 첫 글자 따서 순대.” 할머니의 이름 짓는 센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집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하다. 때 낀 수저와 밥그릇이 흐트러져 있다. 오래되고 요란한 살림살이 속에 파묻힌 당신이, 그곳에 누워 있다. 자그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은 유충 같다. 당신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가 있다. 그 언저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이 눈을 번쩍 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쉰다. 밖은 아직 어둡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켠다. 새벽 뉴스가 한창이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우물거리며 뉴스를 바라본다. 당신의 굽은 등이 곧 천장에 닿을 것만 같다. 당신은 찬밥을 꺼내 보리차를 부어 숟가락으로 뒤적인다. 합죽한 입으로 밥알을 몇 번 오물거리곤 단번에 삼킨다. 당신은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그것을 유난히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치과에 가자는 아내의 손을 떼어내며 당신은 한사코 싫다 말했다. “내는 틀니 안 한다. 그거 하면 불편해서 맘 편히 먹지도 몬한다더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어머니 그거 요즘은 얼마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서 하세요. 고기도 씹어 드시고 하셔야죠.”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는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불필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항상 산더미였다. 아내가 불러 간신히 빠져나온 점심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당신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아내의 말이 퍽 고맙게 느껴져 나온 자리였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참,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대로 그냥 해드려.” 그때 당신의 뭉툭한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당신은 국물을 몇 번 떠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아 아무래도 이상타. 느 오빠한테 전화 함 해봐라.” 수화기 너머의 민경은 짜증을 낸다. 당신은 아랑곳 않고 소리를 지른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몸도 으슬으슬하니 춥고 정신도 사나운 것이 불안타 안카나.” 새벽부터 전화해 오빠 타령을 하는 당신이 민경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지속되던 말싸움은 엄마 때문에 이 서방 깼다는 민경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끝이 난다. “이 서방 아침 잘 챙겨 묵여라. 나가 일하는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당신은 사위의 아침 식사를 걱정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다.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허리끈으로 바지를 바싹 조인다. 그 위에 무명으로 만든 전대를 찬다. 전대를 열자 정돈되지 않은 천 원짜리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것을 집어 들고 침을 묻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두이, 서이….” 몇 번이나 다시 세어보고선 전대 안으로 다시 돈을 집어넣는다. 이불맡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든다. 아침이 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죽었대요.” 자줏빛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옷가게 여자가 당신의 곁에 와 재잘댄다. 당신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자 여자는 더욱 바싹 다가온다. 당신의 소쿠리에는 더덕과 뭉툭한 과도가 들어 있다. 당신은 더덕을 꺼내 과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득한 진물은 손톱을 금방 새까맣게 물들인다. 여자는 호들갑스럽게 뉴스의 내용에 관해 떠든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노. 치아라.” 더덕을 깎는 당신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사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와가 뭐라 해쌌노.” 당신의 시선은 더덕을 향해 있다. 당신의 핀잔에 여자는 머쓱하다는 듯 홀로 중얼거리더니 옷가게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는 옷가게에서 좌판대를 꺼내 물건을 밖에 진열시킨다. 죄다 유행이 지난 옷들뿐이다. 반짝이는 외투에 호피무늬 스커트, 형광색의 레깅스까지 진열하고 나서야 여자는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켠다. 당신은 여자를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은 소쿠리에 곱게 누워 있다. 꼭 발가벗은 갓난아이 같다, 당신은 껍질 벗은 더덕을 두고선 민경과 닮았다며 웃어대곤 했다. 더덕의 뽀얀 속살이 민경의 살갗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민경이 속을 썩일 때마다 당신은 ‘아가 태어날 때 내가 바빠 제대로 옷도 몬 입혀 주고 만날 발가벗겨 놓고 있어서 그런다’며 오히려 민경을 두둔했다. 열아홉의 민경이 덩치 큰 남자 손을 잡고 찾아와 임신했노라고 말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민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당신은 과도를 내려놓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옷가게의 여자만이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민경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아라. 느그 때문에 손님 안 온다.” 민경은 그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던 민경의 사담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결혼할 사람이라며 아내를 처음 소개하던 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 말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우석이 참말로 좋은 아다. 내 아들이라 하는 말 아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신랑이 될끼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퉁이에 당신만이 유일하게 멈춰 있다. 구둣발이 금방이라도 소쿠리를 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개미 같은 당신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묵묵하게 장삿거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분주한 손짓을 멈추고 멍하니 구두들을 바라본다. 앞코가 동그란 구두, 뾰족한 구두, 헤진 구두, 흙투성이의 구두. 저마다의 구두들. 당신은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언젠가 당신에게 정장과 구두를 선물 받은 적 있다. “옷가게 동상한테 비싸게 산 거잉게 오래오래 입그라.” 당신은 거칠한 손바닥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타 하드라. 우석이 이리 턱하니 좋은 회사 취직했다고.” 그즈음 당신과 나의 거리에는 과연 어떤 단어가 놓여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엄마와 어머니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다. 선택한 방법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나를 괴롭게 했다. “미안타. 고맙다.” 당신은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글썽였다. 당신은 더덕을 깎다가 과도에 손을 벤다. 손가락 위로 동그랗게 맺히는 핏방울을 입으로 쪽쪽 빤다. 거리의 구두굽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당신은 벌떡 일어난다. 더덕이 들어 있는 소쿠리를 살짝 밀어 놓고 옷가게로 성큼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은 계산대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는다. 여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형님 지금 손님 있으니까 이따가 와서 전화기 쓰셔. 응?” 당신은 여자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수화기를 든다. 익숙한 번호를 재빠르게 누르고 통화 연결음을 듣는다. 찰나에 당신의 표정은 수십 번 바뀐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당신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손님에게 다른 옷을 권한다. 당신은 다시 수화기를 들어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이 전화를 받자 당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오빠한테 전화했나?” 당신은 소리를 빽 지른다. 덕분에 옷가게의 여자와 손님은 깜짝 놀라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간절한 표정으로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한참 뒤 당신은 계산대가 놓인 탁상을 쾅 친다. “그라믄 새언니한테다 전화해 봐야 할 것 아니가. 얼른 전화하그라. 집에만 박혀가 암것도 안 하믄서 그거 하나 몬하나.” 당신이 씩씩거리자 손님은 집어 들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민경과 당신은 한참이나 말다툼을 한다. 민경이 먼저 전화를 끊자 당신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형님 손님 있을 때는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님 때문에 그나마도 없던 손님 다 나가겠네.” 여자는 씩씩거리며 팔짱을 낀다. “여기가 뭐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옷장사하믄서 손님, 손님 따지게.” 당신은 여자에게 역정을 내며 밖으로 나온다. 찬 바람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옷섶을 여미고 당신의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간다. 밸러스트. ‘와 뱃일을 하려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출항할 때 항만에서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다른 항구에 도착해선 물을 버리는 이 무게중심 유지 장치는 당신과 민경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민경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당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가벼워졌다. 적정량의 무게를 유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선박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서로의 무게를 나눠 가지면서 말이다. 당신의 남편이 죽던 날, 당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경은 당신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당신은 남편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눈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응시했다. 당신의 입술은 너무나도 팽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석이 민경이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번듯하게 키울 것이다.” 당신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침잠이 많았던 당신이 새벽부터 일어나 거리로 나섰던 것은 그날 했던 말을 책임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민경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제대로 옷도 챙겨 입지 못하던 민경은 껍질 벗겨진 더덕처럼 방 안에 남겨졌다. 옷장에는 소매가 누렇게 변한 옷가지들이 가득이었다. 당신이 거리에서 팔아가는 채소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잠을 참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곤 했다. 당신을 마주하는 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더 잦았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늦는 당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떴다. “우석아 기계 배우는 곳으로 가그라.” 당신은 거슬거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떨리는 손끝에서, 붉어진 귓불에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은 나오고 싶었다. 어린 민경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피웠다. 당신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던 당신의 팽팽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과 민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뜨내기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마 당신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리라. 때문에 당신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구조물 하자를 핑계로 납품을 거부했을 때, 그것이 오롯이 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내 탓으로 돌아왔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당신 얼굴은 참 많이 늙어 있었다. “와 인자 오노. 뭐 이리 술은 마셨노.” 당신은 비틀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온기에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나 기계 만지는 거 싫어.” 울음이 터졌다. “엄마….” 한번 내보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밖으로 꾸역꾸역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신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쌀쌀한 밤바람을 핑계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엉겨 붙어 있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 당신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보소. 우리 우석이가, 우리 아들이, 그 좋은 회사 들어갔다 안하요. 보소. 동네사람들 보소.” 당신은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옷가게 여자는 그날의 당신을 설명하며 깔깔댔었다. “우석아 나는 그때처럼 네 어머니의 가벼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몸짓도 표정도 깃털 같아서 저 위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니까.”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은 재빠르게 소쿠리를 집어 든다. 생면의 남자가 커다란 천막을 치고 있다. 당신의 돗자리와 방석은 한쪽에 처박혀 있다. 당신은 돗자리를 집어 들어 탁탁 턴다.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은 천막 쪽으로 다가간다. 천막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네댓 명의 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믹스, 종이컵이 그득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당신을 발견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차 한 잔 하세요.” 여자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넣어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컵을 밀어낸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기는 내가 장사하는 덴데. 고새에 남의 물건 치워뿔고 뭐하는 거요.” 여자가 물끄러미 당신을 건너다본다. 당신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힌다. 여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구석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은 소쿠리를 안고 매섭게 남자를 쏘아본다. 남자는 자신을 장 집사라고 소개하며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장 집사고 뭐고 난 모르는 일이고 여기는 내 자리요. 이거 다 치우고 비켜주소.” 당신은 장 집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당신을 후미진 자리로 끌고 간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에서 장사하시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천막을 쳐 버렸네요. 어머니께서 양해해 주시고 오늘만….” “없기는 뭐가 없대요. 내가 떡하니 돗자리도 펴놓고 더덕에 소쿠리도 놓고 장사하고 있었구만.” 당신은 나뒹구는 돗자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과 장 집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장 집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당신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앙 다물고 그를 응시한다. 그는 한숨을 푹 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어머님이 장사하시는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렇게 이미 천막도 치고 있고 테이블도 옮겨 놓았답니다.” 장 집사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쿠리를 흘긋 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머니 짐은 이 소쿠리뿐이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양해 좀 해주세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신의 소쿠리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그의 손을 확 쳐내고 소쿠리를 자신의 품에 더 세게 끌어안는다. “나는 여기서 몇 년을 앉아 물건 팔았소. 여기는 내 자리란 말이요. 갑자기 와서 이것저것 놓는다고 이 자리가 댁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요.” 거리를 오가던 몇몇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린다. 장 집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어머님 이 자리에서 허가받고 장사하시는 거 아니시잖아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절대 못 움직여요.” 당신은 장 집사를 거칠게 밀어낸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 당신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자 여자들이 다가와 당신을 말린다. 옷가게 여자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당신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의 등을 때리며 우선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끈다. 주변의 여자들도 당신의 등을 은근히 떠민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한 여자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어깨를 휙 젖힌다. 덕분에 당신의 품에 있던 소쿠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쿠리 안에 있던 더덕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당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더덕들을 소쿠리에 담는다. 옷가게의 여자는 당신을 따라 땅에 떨어진 더덕을 손으로 급하게 움켜쥐고는 억지로 당신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형님도 참. 좋게 이야기하시지. 거기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면 어떡해요.” 옷가게 여자는 당신에게 물을 건넨다. 당신은 단박에 그것을 들이켜고 숨을 몰아쉰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던 당신은 바닥에 놓인 소쿠리를 내려다본다. 정갈하게 누워 있던 더덕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다. 당신은 더덕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정리한다. 여자는 당신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장사 접고 들어가요. 요즘 감기 기운도 있으시담서.” 당신은 아무 대답 않고 가만히 소쿠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유 암튼 고집은.”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참의 정적이 지속된다. 여자는 못 견디겠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인다. 뉴스가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몸을 감싸며 혀를 찬다. “불쌍해서 어째.” 당신도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사망자 명단이 하단에 천천히 지나간다. 옷가게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당신과 여자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본다. 장 집사가 한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요. 저희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으니 용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장 집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고개를 돌린다. 눈치를 보던 여자가 멋쩍게 웃으며 그것들을 받아 든다. “어유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여자가 당신 의 등을 쿡 찌른다. 당신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앉아 있다. 장 집사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옷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사무적으로 비통함을 토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장 집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은 그를 쏘아본다. “저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이렇게 모였답니다. 기도드리고 찬송도 하려고요. 모든 슬픔의 무게는 함께 나누어야 더욱 가벼워지는 법이지요.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저희는 그 짐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왜 내 자리에서 하냔 말이요.” 당신은 장 집사에게 삿대질을 한다. “어머니의 자녀분께 저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디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당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노.” 당신은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른다. 장 집사와 옷가게 여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 자식들한테 저런 일이 와 생기노. 와 생기냔 말이다.” 당신은 소쿠리에 있는 더덕을 꺼내 장 집사에게 던진다. 장 집사는 놀란 얼굴로 당신 팔을 부여잡는다. 당신은 더덕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때린다. “썩 꺼져라. 나쁜 놈의 새끼. 꺼져라.”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장 집사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만 본다. 옷가게의 여자는 장 집사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의 쪼글한 얼굴이 금방 눈물범벅이 된다. “이게 뭔 난리래.” 옷가게의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휴지를 찾는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앙앙 울고 있다.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 당신의 눈물을 닦는다. 당신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미동 없이 울고만 있다. 이따금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건 당신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일 수도 있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다. 당신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너부러진 더덕처럼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손을 부여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신과 나의 거리에서는 부끄러웠던 문장을. 우리의 마지막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찬송가가 울린다. 당신은 눈을 감고 찬송가를 듣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아픔은 모두 털어내시고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마이크를 잡은 장 집사가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는 인자 집에 갈란다.”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가게 여자도 당신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좀 진정이 된대요? 아이고 오늘 형님 때문에 놀라 자빠지겠네.” 옷가게 여자는 당신 손을 잡고 말한다. “형님도 나이도 드셨고. 우석이랑 민경이도 자기 앞가림 다 하고 있고. 인자 장사는 쉬엄쉬엄 해요. 뭣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하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당신은 옷가게의 유리를 통해 비친 거리를 바라본다. “내도 모르겠다. 아새끼들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인자는 내가 나와서 뭐라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몬 살겠더라.” 전화벨이 울린다. 옷가게 여자가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찬송가는 더욱 크게 흘러나온다. 주위는 어둠에 잠기고 검은 그림자 걷히고. 당신이 옷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황급히 잡는다. “형님, 민경이에요.” 여자의 표정이 불안하다. 당신은 재빨리 수화기에 귀를 댄다. “아야 엄마다. 뭔 일이고.” 당신은 소리를 내지른다. 우리는 오직 주 안에서 평안하리라. 찬송가 소리에 민경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당신은 더욱 귀를 수화기에 바짝 가져다 댄다. 민경은 흐느끼고 있다. 당신은 놀라 무슨 일이냐며 민경에게 재차 묻는다. 민경의 흐느낌이 더욱 거세진다. “민경아 아가 울지 말고 말해 봐라. 응? 와 우노. 와 우는 거고.” 당신은 민경을 달래듯이 말한다. 주의 영광 내게 비추어 주소서. “아야 나가서 저놈들 좀 조용히 하라 캐라. 정신 사나워서 살긋나.” 당신은 옷가게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어찌할 바 모르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민경아 아침부터 전화해서 엄마가 짜증내서 그라는 거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어매 때문에 그러는 기지? 그래서 우는 기지?” 당신의 꺼슬꺼슬한 목소리가 갈라진다. 민경이 겨우 입을 뗀다. 당신의 동공은 점점 커진다. 주는 귀를 기울이사 다 듣고 계시네. 당신은 민경에게 재차 다시 말해 보라며 다그친다. 민경은 뭉개진 단어들과 함께 흐느낀다. “아니다.” 당신은 중얼거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울고 있는 민경을 뒤로 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뭐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선다. 당신의 발에 더덕이 들어 있던 소쿠리가 차인다. 옷가게 바닥으로 더덕이 흩어진다. 당신은 그것을 주워 담을 생각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신의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장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재빨리 눈을 피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간다. 그제야 당신은 정신이 드는 듯 어딘가를 향해 몸을 튼다. 주의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당신의 등 뒤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리가 없다. 그라믄 안 되는 일이다. 하늘이 그라믄 안 된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다 그래도, 우리 우석이한테는, 그 아한테는, 그 불쌍한 거한테는 그라믄 안 된다.” 당신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나뒹군다. 바람이 분다. 거침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몸을 떠민다.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따라갈 수 없다. 때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직 추워질 때가 아닌데. 당신은 달린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당신은 달린다. 눈송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지워나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발 속에는 어느새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신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신의 한쪽 발이 걱정스럽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주워 들어 당신께 건네고 싶다. 그러나 손은 닿고 싶은 곳, 그 언저리만을 천천히 맴돌 뿐이다. 살아남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맴돈다. 지친 영혼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찬송가는 점점 옅어진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도 지워지고 당신이 서 있던 거리 풍경도 점점이 뒤로 물러난다. 흩어진 풍경 사이로 눈발이 분말처럼 반짝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인가.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는.
  • 새해 밥상 바꿔 ‘배둘레햄’ 빼자

    새해 밥상 바꿔 ‘배둘레햄’ 빼자

    새해 성적표처럼 날라오는 건강검진 결과 통지서를 받아들고 한숨 쉬는 이들이 많다. 고지혈증과 비만에 높은 혈압까지, 지난 한 해 나 몰라라 혹사한 자신의 몸에 미안해지는 시기다. 대사증후군 같은 만성질환의 전조 증상은 새해 큰맘 먹고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현미나 잡곡밥, 채소가 풍부한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당장 밥상만 바꿔도 몸은 금세 달라진다. 대사증후군은 수축기 혈압 130㎜Hg 또는 이완기 혈압 85㎜Hg 이상, 공복혈당 100㎎/dL 이상, 복부둘레 남자 90㎝ 이상(여자 85㎝ 이상), 중성지방 150㎎/dL 이상,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남자 40㎎/dL 미만(여자 50㎎/dL 미만) 등의 조건 가운데 3가지 이상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5가지 중 2가지를 가졌다면 ‘대사증후군 주의군’에 해당한다. 대사증후군이 위험한 이유는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대사증후군 요소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심뇌혈관 질환은 별안간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병을 일으키는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대사증후군은 아직 잘 모른다는 의미의 ‘X증후군’으로 불렸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유난히 높아 ‘죽음의 사중주’라는 별칭도 붙었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은 대사증후군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증가한다. 비만, 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지방간, 만성 신장 질환, 여성의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도 생길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은 대사증후군이 있으며, 비만 인구가 늘면서 대사증후군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사증후군은 대개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식사 조절, 운동, 절주, 금연을 하는 등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 과체중이나 비만 진단이 나왔다면 6~12개월간 체중의 5~10%를 감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식사와 운동량을 조절한다. 박혜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이 80㎏이라면 5%인 4㎏만 줄여도 혈압, 혈당, 고지혈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을 1㎏만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1.6㎜Hg, 이완기 혈압이 1.3㎜Hg 감소한다. 체중을 감량하려면 밥을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되 하루 섭취 열량을 기존 섭취량에서 500~800㎉ 줄여야 한다. 동물성 지방과 단순 당 섭취는 제한하고 복합 탄수화물, 채소, 해조류를 먹는다. 혈압까지 있다면 싱겁게 먹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은 금물이다. 신진영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간편 조리식품은 저장성을 위해 다양한 식품 첨가물을 넣는데다 나트륨, 당질, 지방이 많이 들어 이런 음식을 자주 먹으면 식생활 리듬이 깨지고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은 과중한 업무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등 의식적으로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게 좋다. 일상생활 중의 움직임도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운동은 최소한 1주일에 700㎉에서 최대 2000㎉까지 소모할 수 있을 정도로 하고, 걷기, 조깅, 수영,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도 병행한다. 근육을 강화하면 내장지방이 감소하고 기초대사량이 올라간다.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짧은 시간 여러 번 나눠 운동하더라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신년 기획]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자

    [신년 기획]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자

    2017년이 밝았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힘겨웠던 2016년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희망의 끈을 동여맬 때다. 새해 아침 지구촌 곳곳에서 묵묵히, 그리고 힘차게 내일의 꿈을 키워 나가는 우리 대한국인들로부터 2017년 활짝 웃는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응원 메시지들을 받았다. 자원봉사자에서부터 건설근로자, 과학자, 유학생,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에 이르기까지 하는 일도 다르고 저마다의 꿈도 달랐지만 단 하나, 대한민국이 더 많이 웃고 이 땅의 모두가 좀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소망은 모두가 같았다. “아들 자전거부터 가르쳐 줄 것” 쿠웨이트 건설현장 지키는 이정헌씨 “지난 휴가 때 아내가 큰애 자전거 타는 법 좀 알려주라고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냥 돌아오고 말았네요.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아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부터 알려줄 겁니다.” 2012년 12월 이후 4년 넘게 쿠웨이트 건설현장을 지키는 현대건설 토목엔지니어 이정헌(42)씨는 가족 얘기부터 꺼냈다. “가족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아빠와 남편이 되고자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발령 초기에는 지나가는 한국차만 봐도 울컥할 정도로 향수병을 겪었다. “이제는 발주처 직원들이나 감리원들이 업무차 한국을 방문하고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험과 칭찬을 늘어 놓을 때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며 웃었다. 쿠웨이트의 외국인 정책은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 등과 달리 매우 엄격하다. 이씨는 “한국인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른 외국인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다. 달라진 국가 위상 때문인 듯해 자랑스럽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과의 약속도 있지만 제가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모든 게 약속입니다. 공정도, 안전도, 품질도 약속이죠. 하기로 했으면 꼭 지켜야 하는 게 약속이듯 제가 담당하는 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모든 약속들을 잘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한국 경제도 활력 되찾았으면” 러시아 시베리아서 일하는 김인호씨 “2017년에는 세계 경제 회복뿐 아니라 한국 경제도 활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정치, 사회적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하도록 국민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합니다.” 9년째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파견 근무하는 김인호(52)씨는 “유라시아 철도가 관통하는 물류의 중심지라 세계 경기 침체와 회복을 최전선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러시아 물류·교통의 요충지로 유럽, 중앙아시아, 극동으로 가는 모든 화물이 거친다. 이곳 오리온공장에서 만든 초코파이, 고래밥(현지명 ‘마린보이’) 등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뻗어 나간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선 12월 31일 밤 12시가 되면 불꽃 축제가 열린다. 그는 시베리아 하늘을 뒤덮은 불꽃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가장 그리울 때”라는 그는 “하지만 회사를 대표해 사업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지난해는 러시아 법인 판매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그 자부심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올해 경제 침체기에서 벗어나 더더욱 좋았던 한 해라고 기억하고 싶어요.”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해외진출 한 기업들 결실 맺길” 쿠바 코트라 근무 정덕래씨 “시장 개척을 위해 땀 흘리는 우리 기업인을 도와 조그마한 결실이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남미통’으로 불리는 정덕래(43) 코트라 아바나무역관장은 올해 소망도 ‘작은 결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칠레, 과테말라 등 남미에서만 8년 5개월째. 쿠바 생활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생필품이 부족하고,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하려면 멕시코, 파나마 등으로 가야 할 정도로 팍팍한 삶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보며 자긍심으로 이겨 내고 있다. 정 관장은 “지난해 한·쿠바 경협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경제 교류행사가 정례화됐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접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쿠바인들도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한 뒤 쿠바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 “사회주의 시스템이 견고하고 통제력이 강해 외부의 기대만큼 빠른 변화를 없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책상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쿠바인들과 쿠바 사회를 더 깊이 있게 파악하고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그들의 문화 속으로 파고들어 ‘작은 결실’을 이루고 그것을 모아 큰 성과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보편적 복지 확대됐으면” 프랑스 유학생 문경훈씨 “복지가 상대적으로 나은 프랑스를 경험하다 보니 우리나라도 보편적 복지가 좀더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리에서 10년째 공부 중인 문경훈(44)씨는 “한국 사회는 경쟁 논리에 갇힌 느낌이 드는데 프랑스의 ‘연대’와 ‘관용’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보편적 복지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학(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06년 아내와 결혼하자마자 유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내는 지난해 3월 먼저 아이와 한국에 들어갔죠. 혼자 생활하니 가족이 그립고 한국이 그리워요.” 문씨는 유럽의 연말도 어두웠다고 전했다. “연쇄 테러로 총을 든 군인이 순찰하고, 가방을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됐죠. 새해에는 모든 나라가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중산층 삶의 질 향상” 재미교포 이수정씨 “한국에서 사업하는 친구나 친척들이 경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미국은 몇 년 전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이제는 좀 나아졌거든요. 한국 경기도 좋아져서 중산층이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재미교포 이수정(50·여)씨는 “미국은 금융 위기 때 주(州)정부 공무원들도 많이 해고됐다”며 “나 같은 연방정부 공무원은 해고되진 않았지만 이민을 올 때부터 정착했던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400㎞ 떨어진 아이오와주 디모인으로 떠나야 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한류’ 인기로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뿌듯해요. 저도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국제 경기가 있을 때 한국을 응원하죠. 어느 나라에 있든 한국 사람들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물질보다 정의” 에티오피아 허디모데씨 “새해에는 우리나라 사회가 물질적 가치보다 정의에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 ‘그린라이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허디모데(35)는 2016년을 “2보 전진을 위한 고통스러운 1보 후퇴”라고 봤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 소속으로, 18개월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머물며 기아차, 코이카 등과 함께 직업훈련과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 퍼진 한국의 이미지를 ‘정의롭고 멋있는 국가’라고 소개했다. “‘REPUBLIC OF KOREA’(한국)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면 시민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죠. 새해에는 이런 자부심과 따뜻함이 다른 어두운 곳들도 비추는 한 해가 되길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진실 규명 되길” 日 광고기획자 김리원씨 “일본에서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며 평화로운 방법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성숙한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웠어요.” 일본에서 광고기획자(AE)로 일하는 김리원(30)씨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일본 동료들이 물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부끄러웠다”며 “우선 내가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새해에는 정치, 사회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한인들도 꾸준히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나 헌법재판소가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에 힘을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형 스포츠 브랜드의 글로벌광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김씨는 “많은 청년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데 먼저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충분히 공부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안전한 한 해” 필리핀 파견 서승환 경정 “필리핀에 있으면서 한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알았습니다. 전세계 교민 모두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찰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한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필리핀 마닐라 ‘코리안데스크’에 파견된 서승환(40) 경정은 “돌아오는 6월이면 필리핀 근무 5년 2개월 만에 한국으로 복귀한다”며 “범인 검거율이 10%도 안 되는 곳에 근무하면서 치안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서 경정은 이곳에서 강·절도 사건과 관련한 교민 민원을 접수하고, 필리핀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오면 외사업무를 하게 된다. “재외동포만 700만명이고, 해외 여행객은 수없이 많죠. 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일과 삶의 균형” 호주 워킹홀리데이 장유진씨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더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멜버른의 대학 부설기관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하는 장유진(25)씨는 “호주가 낙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너무 일 쪽으로 치우쳐 있어 아쉽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점심에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음악을 틀고 손님과 춤추며 음식을 만드는 상점도 있죠.” 그는 지난 2월 ‘한상기업 해외 인턴사업’에 지원해 처음 호주에 갔다. “3개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에 가니 아쉬웠어요. 다시 준비해 올해 7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죠. 4년제 대학교에서 마케터로 일하자는 목표도 생겼구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인간 위대함 긍정할 일 많기를” 남극세종과학기지 근무 김성중 박사 “2016년은 과학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경이로움을 목격할 수 있어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역경 속에서도 인간의 위대함을 긍정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제30차 월동연구대 대장으로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 중인 김성중(51·극지연구소) 박사는 지난해 11월 동료들과 함께 남극에 파견됐다. 남극은 지금 여름인데도 평균 기온은 영하 2~3도이고, 바람이 세차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밤에도 밝은 백야 현상이 이어져 체력적으로 힘든 여건이다. 겨울인 7~8월에는 영하 20~25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과 하루 종일 어두운 극야 현상이 나타난다. 기후 자체가 극한으로 몰아가지만 김 박사는 “이론으로만 공부해 온 기후 변화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는 인류의 도전에 기여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는 29년 만의 첫 증축 공사가 진행돼 내년 4월 중순 무렵 완공된다. 연구 공간은 지금보다 80%가량 넓어진다. 김 박사는 “보강된 시설에서 무사히 연구를 마치고 내년 말 대원들 모두 건강히 돌아가는 게 새해 목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해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도전하며 발전하는 인간을 증명한 아름다운 패배였습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고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회·문화적으로 인류는 분명히 전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청탁금지법 같은 건 문화선진국으로 한 단계 발돋움하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런닝맨 시무식, 제작진 물대포 맞으며 사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런닝맨 시무식, 제작진 물대포 맞으며 사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런닝맨’ 시무식에서 제작진이 물대포를 맞으며 그간 논란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1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시무식 특집으로 런닝맨 멤버들이 2017년 새해를 맞아 신년 사주 풀이와 타로 궁합, 홍채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제작진은 멤버들 마음대로 아이템을 정해서 방송을 진행하는 멤버스 위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며 그 첫 주자를 선정하는 레이스를 진행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첫 주자로 선정된 인물은 송지효였다. 그는 발표와 함께 물대포를 맞으며 화끈한 ‘목욕재계’를 했다. 이어 제작진도 물대포 아래 섰다. 제작진은 “저희가 죄송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시 한 번 사과를 전했다. 제작진은 더욱 세진 물줄기를 맞으며 혼비백산했다. 이는 최근 송지효 김종국의 강제 하차 등 멤버 교체 사안으로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제작진의 사과였다. ‘런닝맨’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멤버들과 시청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넸다. ‘런닝맨’은 오는 2월 종영을 앞두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朴대통령 신년인사회 발언록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회를 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언론을 만나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신년인사회 발언록.   ●모두발언  우리 각 언론사에서 오신 분들이지만 암만해도 이쪽에 오시게 되면 소식도 더 많이 들으시고 이해를 더 하실 수도 있게 돼서 한 식구같이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저로 인해서 여러분들이 힘들게 지금 지내시게 돼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국민들께도 계속 미안하고,그런 생각으로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를 이렇게 도와줬던 분들이 사실은 뭐 이렇게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데, 실지로 또 빤해요.열심히 일하고, 휴일도 없이 일하고,그렇다고 뒤로 무슨 이상한 것 받고 그런 것은 없는 분들인데도 어떻게 이런 데 말려 가지고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요즘은 미소 지을 일조차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또 기업인들 생각하면 또 거기도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왜냐하면 정부가 원래 공약사항으로 문화융성을 만들어서 관(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民)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같이 해서 문화융성, 창조경제를 정부 시책으로 잘 펴 보자, 그리고 특히 문화 쪽이나 창업할 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잖아요. 거기에 지원하면 워낙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이나 소질이 뛰어나니까 확 그냥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한류도 더 힘을 받고 수 있고, 또 정부 시책도 관에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이 합쳐짐으로써 지금 시대에는 더 창의성으로 나갈 수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기업도 더욱 그 나라에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공감을 해 참여하고, 동참을 그 분들이 해 준 것인데, 압수수색까지 받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것도 제가 굉장히 미안스럽고, 그래서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하루 빨리 지금 여러 가지 나라 안팎으로 변화도 빠르고 어려움도 많은데 하루 속히 정상을 찾고 안정을 되찾음으로써 나라가 이렇게 발전의 탄력을 받아 나가기를 매일 기원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어디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종잡을 수가 없게.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또 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조금 있다 보면 ‘아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이런 식으로 가서 홍보실에서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다고 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 바로 잡습니다’ 해 갖고 했는데 그것도 다 못 잡고,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수십 개이고, 아마 다 합하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그게 굉장히 혼란을 주면서 또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왜곡된 것이 나오면 그걸 또 사실이라고 만들어 갖고 그걸 바탕으로 또 오보가 재생산되니까 이것은 한도 끝도 없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 참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고 그런 심정입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탄핵 이후 현 상황에 대한 소회가 어떤가. 정치권에 대해 어떤 느낌인가. 청와대 변호인단의 입장이 사상누각이라는 건데 어떤 생각인가. 세월호 7시간 관련해 왜 본관으로 이동하지 않았나. 미용시술 의혹에 대한 입장은.  -이렇게 설명을 했지 않았나. 청와대에서 나름대로 해명을 했는데,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다 하는 것으로 계속 나아가니 이게 설명하고 그런 것이 하나도 의미가 없이 된 것으로 기억이 된다. 법원에서까지 소위 7시간이라고 한 것은 사실무근으로 판결도 났고 그래서 아 정리가 되나 보다. 법원에서 그런 걸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 자료를 갖고 하는 것인데, 또 똑같은 얘기가 버전이 달라지면서 시작이 된 것이다. 참 안타까운 것이다. 한 번 얘기가 나오면 사실 아닌 게 더 힘을 갖고 사실 같이 나가고, 아니다 하는 얘기는 그냥 귓등으로 흘리고 마는 그런 상황이었다.  30∼40분 단위로 계속 보고가 올라왔고 이게 팩트라고 말했는데, 30∼40분 사이에는 무엇을 했나.  -기초연금으로 한창 복잡한 때여서 고용복지수석실에서도 연락이 오고 교문수석실에서도 온 것 같다. 그러니까 계속 연락받고 필요한 건 연락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그렇게 엄청난 참사라고 생각을 못 하고 해상에서 큰일이 벌어졌구나 해 가지고 계속 귀 기울이며 어떻게 됐는가 보고받았고, 나중에 알게 됐다.  미용시술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은 전혀 안 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일 날 관저에 공식 인가받은 참모진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어떤 사람이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은  -그 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머리 좀 만져주기 위해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을 들고 오고 그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실제 없다. 그 날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겠나. 큰일이 벌어졌고, 학생들 어떻게 구하느냐 여기에 온통 관심이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되나. 있을 수가 있는 일인가. 정말 상상이 안 되는 일인데, 더구나 대통령이 말이다. 2014년에 일어난 일이고, 2015년∼2016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사실이 전혀 아닌, 그런 게 사실인 것 같이 아직도 얘기되고, 사실 얘기는 안 믿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저도 설명을 어떻게 이것을 이해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날 최초 보고를 받고 본관으로 옮기실 생각은 안 했나.  -사실 현장이 중요하다. 지금 앉아서, 무슨 회의를 해도 거기에서 더 지시하고 보고받고, 현장에서는 대처를 잘하도록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KD코퍼레이션 지원 의혹  검찰이나 특검에서 공모관계로 가고 있는데  -지금 수사 중이니까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 서로 곤란해지지 않겠나. 제가 분명하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어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문제도 그 중소기업을 꼭 지원하는 게 아니고 창조경제라든가 그런 쪽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큰 기업이 있음으로 명함 한 번 내보지도 못하고 판로 한 번 개척해 내지도 못하고 그래서 사장되고 마는 그런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창조경제도 큰 기업을 돕는다는 것보다도 그런 기술을 가지고 실력을 가지고 창업을 하거나 중소기업도 뭔가 개발을 잘했는데 이름이 크게 나지를 않아 가지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래서 없어지고 말고 이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제가 전시회라든지 박람회라든지, 또는 청와대 중소기업 모임이라든가 이런 데 가서 얘기를 들으면 대통령을 만나면 그분들은 항상 아쉬운 게 많지 않나. 제가 밥을 먹으면서도 다 메모를 한다. 그래서 경제수석실이나 이런 데 얘기해서 기업에 이런 애로가 있다는데 한번 알아봐 달라. 정말 그런 기술이 있는지. 그러면 그런 기술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어디 창조센터 연결해 준다든가 길을 터주면 좋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해서 죽어도 거기를 해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알아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까 KD코퍼레이션 얘기하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런 차원에서 기술력이 있다니까 여기도 큰 거대한 기업에 끼어서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가, 그런 실력이 있다고 하면 한번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이었다. 그러나 자기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뭔가 부탁들 한다면 저는 절대 금기다. 아는 것은 아는 것이지만, 어떤 이익까지 챙겨줄 일은 절대로 안 된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챙겨준 적은 없다.  이번에 창조경제, 문화벤처단지 이런 걸 연말이다 보니 그동안 얼마를 했고, 또 벤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취합을 해보니 곡선이 올라간다. 또 문화 쪽 관련해 말도 많았지만, 또 그래서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고, 제가 몰랐던 일들이 이번에 밝혀진 게 사실이면 다 바로잡아야 한다.   ●뇌물죄 의혹  새누리당 분당에 대한 입장은.  -얘기를 하자면 길고, 지금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있다.  -지금 말씀하셨듯이 완전히 엮은 것입니다. 제가 정말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그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어요. 엘리엇하고 삼성 합병하는 문제는 그 당시에 국민들, 증권사 할 것 없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잖아요. 이게 헤지펀드의 공격을,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합병)이 무산된다든지 이렇게 되면 이것은 굉장히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그런 생각을, 국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증권사가 20여 개, 거기에서도 거의 한 군데, 두 군데 빼고는 이것을 다 해 줘야 된다는 분위기였거든요. 저도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그런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당연히 국민연금이나 이런 데에서는 챙기고 있었겠죠. 거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그것은 국가에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여기를 도와주라,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어요.   ●김영재 성형외과 특혜 의혹  최순실 씨 단골이었던 김영재 성형외과의 중동진출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은.  -특별히 어떤 데를 도와주라거나 그 회사에 어떤 이득을 주라는 것은 한 적이 없고, 다만 그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런 데도 길이 있으면 해 주고, 그런 자격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요. 우리나라 많은 중소기업이 자기 힘으로 외국 진출도 해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거의 힘들죠.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아예 얘기가 처음부터 안 되고, 또 어떤 회사든지 몸집은 지금 작지만 실력이 있으면 적어도 그런 기회를 얻거나, 적어도 기회까지도 전혀 갖지를 못한다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했고, 모든 창업하는 기업에게는 똑같이 적용되는 일들입니다.   ●朴대통령-최순실 관계  최순실 씨와의 공모관계, 특히 최 씨의 말을 대통령이 듣고 지시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대통령과 최 씨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  -몇십 년 된 지인이라고 해서 지인은 지인이지, 지인이 다 아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오랜 세월 아는 사람도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잖아요.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판단도 있고 그런 거지, 그것을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서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죠. 저는 제 나름대로 국정운영에 저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죽 일을 했고,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복지, 안보, 외교, 경제 정책 이런 모든 것은 물론 주위 참모 분들과 다 의논해서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해 나가면서 계속 저 나름대로 이 부분을 더 좀 정교하게 하다 보니까 좋은 생각도 나고, 또 좋은 아이디어도 얻게 되고, 계속 외교, 안보 부분 모든 것을 발전시켜 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어떤 틀을 갖췄다 생각하고, 더 뿌리내리게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열심히 해서 그래도 뭔가 좋은 마무리를 해야지 생각하다가 이런 일을 맞게 됐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입장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고 그런데 저는 전혀 그것은 알지 못하는 일입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항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무슨 항의를…. 오히려 많이 (문화계를) 품어 가지고 하는 것은 참 좋은 일 아니냐고 그렇게 들었는데요 그때. 그런 식으로 얘기 듣지 않았는데. 전하는 얘기는 다 그게 그대로 이렇게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비선진료 의혹  김영재 원장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얼굴의 흉터 때문에 불면증이 오고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사실인가.  -대통령부터 모든 사람이 자기의 어떤 사적 영역이 있지 않습니까. 어디가 아플 수도 있고, 그러다 여기저기 좋은 약이 있다고 하면 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일일이 다 대통령이 ‘내가 여기가 아파서 이런 약을 먹었다’는 것을 다 까발린다는 것은 너무나 민망하지 그지없다. 다 누구나 사적 영역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서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것 아닌가.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떤 병을 앓았는가 하는 것을 일일이 전부 리스트를 만들고, 어떻게 치료했는가를 다 리스트를 만들고 그러느냐. 특히 순방할 때는 시차 적응을 못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기 때문에 나중에 굉장히 힘들 때가 있어요. 피곤하니까, 다음 날 일찍 일을 해야 되니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영양주사도 놔줄 수가 있는 건데 그걸 큰 죄가 되는 것 같이 한다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뭐냐.  제가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다 기록을 해서 무슨 영양주사나 너무 피곤해서 이렇게 할 때에도 그건 의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거지 거기에 뭐가 들어가는지 어떻게 환자가 알겠습니까. 거기에서 알아서 했겠지요. 내가 증상이 이렇다, 너무나 피곤하고 그렇다면 의료진이 거기서 알아서 처방하는 거지, 거기에 무슨 약이 들어가는지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써서는 안 될 약을 썼겠어요. 설마하니. 의료진에서. 저는 이상한 약, 그런 건 썼다고 생각 안 합니다.   ●최순실 ‘인사개입’ 의혹  차은택 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에게 장관과 수석을 추천했더니 그대로 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할 수 있어요. 미처 모르는 경우인데 좋은 분을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누구나 추천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거기에서 다 추천받았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검증도 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지금 상황에서는 잘할 것 같다 하는 분을 선택하는 거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 원칙을 가지고 했다는 것이지요.  특검에서 출석요구를 한다면.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잘 하는 것 같은가.  -고생이 많으시죠.  
  • [전문] 朴대통령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 문답

    [전문] 朴대통령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 문답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아래는 문답 내용 전문.  ▲ 박 대통령 : 즐겁게 드셨어요? - 기자들 : 예. ▲ 박 대통령 : 우리 각 언론사에서 오신 분들이지만 암만해도 이쪽에 오시게 되면 소식도 더 많이 들으시고 이해를 더 하실 수도 있게 돼서 한 식구같이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이 터지고 나서 여러분들이 참 많이 힘들어 하시고, 또 걱정도 많이 해 주시고 그런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저로 인해서 여러분들이 힘들게 지금 지내시게 돼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국민들께도 계속 미안하고, 그런 생각으로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를 이렇게 도와줬던 분들이 사실은 뭐 이렇게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데, 실지 또 빤해요. 열심히 일하고, 휴일도 없이 일하고, 그렇다고 뒤로 무슨 이상한 것 받고 그런 것은 없는 분들인데도 어떻게 이런 데 이렇게 말려 가지고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요즘은 미소 지을 일조차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또 기업인들 생각하면 또 거기도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왜냐하면 정부가 원래 공약사항도 문화융성 또 그런 것을 만들어서 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같이 이렇게 해서 문화융성이라든가 창조경제라든가 그것을 정부 시책으로 잘 펴 보자, 그리고 또 특히 그런 문화 쪽이나 창업할 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지원을 하면 워낙 우리나라 그런 문화적인 역량이나 소질이 뛰어나니까 확 그냥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한류도 더 힘을 받고 수 있고, 또 정부 시책도 관에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이 합쳐짐으로써 지금 시대에는 더 창의성으로 나갈 수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그렇게 하다 보면 그런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또 기업도 더 그 나라에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의 공감을 해 가지고 참여를 하고, 동참을 그 분들이 해 준 것인데, 압수수색까지 받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것도 제가 굉장히 미안스럽고, 그래서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하루 빨리 지금 여러 가지 나라 안팎으로 변화도 빠르고 어려움도 많은데 하루 속히 정상을 찾고 안정을 되찾음으로써 나라가 이렇게 발전의 탄력을 받아 나가기를 그렇게 매일 기원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인사가 늦었지만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도 새해 이렇게 힘든 시간 보내지 않으시고 모든 것이 잘 정상으로 바로잡혀서 복 된 새해가 되시고, 또 보람 있는 그런 2017년 붉은 닭의 해가 되기를 기원하고, 또 가정도 모두 더욱 편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기 출입하시는 분들은 더 다른 분들보다 잘 아시니까, 정확하게 아시기도 하고 얘기도 더 많이 들으시고 이해하시는 입장에서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계시리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뭐랄까,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어디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그래 갖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또 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조금 있다 보면 ‘아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이런 식으로 가서 홍보실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다고 그래 갖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 바로 잡습니다 해 갖고 했는데 그것도 다 못 잡고,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수십 개이고, 아마 다 합하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그게 굉장히 혼란을 주면서 또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왜곡된 것이 나오면 그걸 또 사실이라고 만들어 갖고 그걸 바탕으로 또 오보가 재생산되니까 이것은 한도 끝도 없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 참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고 그런 심정입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이번에 소추 그것도 됐고, 또 특검에도 대상이 된 세월호 문제인데, 그것도 그동안에 처음에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누가 들어도 얼굴 붉어질, 어떻게 보면 나라로서도 ‘대한민국이 그래?’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근데 그게 사실 같이 또 한 몇 달을 기정사실 같이, 아니 어떻게 밀회를 하겠습니까? 그게 입에 담기도 창피한 일이고. 그게 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더니만 그 다음에는 그 시간 동안 굿을 했다고 또 한참, 또 그게 기정사실로, 그래서 참 너무 너무 어이가 없었고. 그 다음에는 수술을 했다고 그래 갖고 한참 지금 되고. 그래서 이건 하다가 또 아니면 말고, 하다가 아니면 말고, 끝도 없어요. 그래서 청와대 게시판인가, 거기 사이트 홈페이지에다 ‘이것이 팩트다’ 해 갖고 사실은 대통령이 이때 여기를 갔고, 이때 여기 가서 누구 만났고, 다 발표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저는 정상적으로 이 참사, 이 사건이 터졌다 하는 것을 보고 받으면서 계속 그것을 체크를 하고 있었어요. 보고를 받아가면서. 그날은 마침 일정이 없어서 제 업무 공간이 관저였는데, 제가 가족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는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다 되어 있고, 또 필요하면 손님도 만나고, 또 접견도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민관에서 할 수도 있고, 본관에서 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좀 일정이 특별하게 없으면 제가 그동안 조금 밀렸던, 막 바쁜 일을 하다 보면 계속 쌓입니다. 보고서라든가 결정해야 될 것, 그러니까 제가 그런 것을 그런 날은 계속 챙겨요. 그래서 저녁때 되면 오히려 더 피곤해져요. 왜냐하면 저는 한번 몰두를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챙기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 지나고, 저녁때가 되면 더 허리도 아프고 막 어깨도 아프고 그럴 정도로 챙기고. 또 토요일, 일요일 어떤 때는 밀렸던 것을 하지 않으면, 자꾸 밀리면 한도 없기 때문에 대개 휴일도 그렇게 보내는 때가 많은데, 그날은 마침 일정이 비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보고가 와서, 제가 무슨 재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빨리빨리 필요하면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 가지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 이렇게 해 가면서 보고받으면서 이렇게 하루 종일 보냈어요. 그날 참 안타까웠던 일 중의 하나가 ‘전원이 구조됐다’ 하는 오보가 있었어요. 그래 갖고 막 걱정하면서 해경한테 챙기고 이렇게 하다가, 그러면서도 저는 여러 수석실로부터 보고도 받고 일 볼 것은 보고했는데, 전원이 구조됐다 그래 갖고 너무 기뻐서, 아주 그냥 마음이 아주 안심이 되고, 이렇게 잘 될 수가 있나, 너무 걱정을 했는데, 그러고 있었는데 또 조금 시간이 흐르니까 그게 오보였다 그래 갖고 너무 놀랐어요. 내가 중대본에라도 빨리 가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걸 해야 되겠다 해 가지고 가려고 그러니까 경호실에서는 제가 어디 간다고 그러면 확 가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경호하는 데는 요만한 필수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중대본에도 조금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하여튼 그쪽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그렇게 해서 확 떠나지를 못했어요. 그 시간 준비가 다 됐다 할 때 그대로 그냥 달려갔는데. 그러니까 아침부터 중대본에 가서 또 회의하고 이런 모든 것이 대통령으로서 나름대로는, 물론 현장에서 챙겨야 될 것이 있고, 또 거기 119도 있고 다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서 제일 잘 알아서 하겠죠, 해경이.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지원도 지원할 것이 있으면 하라”, 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해 달라” 이런 식으로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 그런 식으로 나가니까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해요. 그래서 이번에 헌재에서도 거기에 대해서 자세한, 상세한 내용을 제출해 달라 그래서 우리 대통령변호인단에서 그걸 다 정리를 자세히 하고, 또 추가할 것이 있으면 하고 지금 만들고 있어요. 그것을 제출을 하면 또 헌재에서 재판을 하게 될 텐데, 이번만큼은 그런 허위가 완전히 좀 거둬졌으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좀 드시고…. - 기자 : 지금 검찰하고 특검도, 저희가 괴로워하는 이유가 여론에 의해서 굉장히 괴롭거든요. 검찰과 특검도 지금 보면 여론을 많이 의식하는 진행방향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공모라는 데 초점을 맞춰가지고 가는 것 같은데 검찰에서는 예를 들어서 최순실씨가 초등학교 동창, 정유라 동창의 학부모한테 돈을 받고 뇌물을 받고 대통령님을 꾀었든지 뭘 했든지 간에 지원을 하게 만들어서 공모관계로 가는, 특검에서는 삼성, 승마지원 한 것 가지고 대통령님 공모고 제3차 이렇게 맞춰가는 것 같은데 그거에 대한 얘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 박 대통령 : 기자회견은 아니고요. - 기자 : 첫 번째는 조금 많이 드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을 많이 하셔서, 첫 번째는 소회를 안 여쭤볼 수가 없습니다. 탄핵 된 이후, 집무정지 된 이후 현 상황에 대한 소회가 어떠신지, 그리고 정치권 국회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고요. 두 번째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것은 또 다른 기자들이 질문할 것으로 믿고, 일단 검찰의 수사 내용이 사상누각이다 이것이 청와대와 변호인단의 입장인데요, 같은 생각이신지 여쭤보고 싶고요. 그다음에 세월호 7시간 관련해서 방금 죽 설명해 주셨는데, 첫 번째 그때 본관으로 오전에 이동을 왜 안 하셨는지, 그리고 또 많이 의혹이 제기된 것이 미용시술이 있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안 하셨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한 점이거든요. 세 가지인데, 많기는 하지만 답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 박 대통령 : 그때도 이렇게 설명을 했지 않았어요. 청와대에서 나름대로 했는데, 그것을 그냥 어떻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계속 그냥 그때 무슨 일이 있었다 하는 것으로 계속 나아가니까 이게 설명하고 그런 것이 하나도 의미가 없이 된 것으로 기억이 돼요. 그래 갖고 나중에 법원에서까지 그 문제가 돼 가지고 판결할 때 이것은 소위 7시간이라고 해서 한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하고 판결도 났고 그래서 아 정리가 되나보다. 법원에서 그런걸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 자료를 가지고 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 또 시작이 된 거예요. 똑같은 얘기가. 버전이 달라지면서. 그래서 참 안타까운 거죠. 그게 한번 얘기가 나오면 사실 아닌 게 더 힘을 가지고 사실같이 나가고, 그게 아니다 하는 얘기는 그냥 귓등으로 돼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 기자 : 저희들이 이해하기로는 3, 40분 단위로 계속 보고 올라왔다고 이것이 팩트다에서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3, 40분 사이 빈 사이에는 사인 업무, 보고서를 보시거나. ▲ 박 대통령 : 그거하고 또 그때는 고용복지수석실에서도 연락이 오고, 왜냐하면 제가 지시한 것도 있고 기초연금, 그때 한참 기초연금 가지고 막 또 설명하고 그런 복잡한 때였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됐다하는 것도 오고, 또 교문수석실에서도 온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계속 연락받고 자료 보고서 필요한 건 연락도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서, 그리고 또 처음에는 그렇게 엄청난 참사라고 생각을 못하고 해상에서 큰일이 벌어졌구나 해 가지고 계속 귀 기울이면서 어떻게 됐는가 보고받고 이렇게 하다가 나중에 알고 나서 그렇게 됐고. - 기자 : 미용시술 그 부분에 대해서는. ▲ 박 대통령 : 그건 전혀 안했어요. 그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상식적으로도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 기자 : 당일 날 관저에 공식 인가 받은 참모진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어떤 사람이 들어갔다거나 그런 의혹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박 대통령 : 그날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머리좀 만져주기 위해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 들고 오고 그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실제 없고요. 그날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겠어요. 큰 일이 벌어졌고, 학생들 어떻게 구하느냐 여기에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되는가, 그게 있을 수가 있는가, 더군다나 대통령이. 정말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요. 지금 2014년에 일어난 일이고, 2015, 2016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사실이 전혀 아닌, 그런 것이 사실인 것 같이 아직도 얘기가 되고 사실 얘기는 안 믿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저도 설명을 어떻게 이걸 이해를 해야 되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기자 : 그날 그러면 최초 보고를 받으시고 나서 진행되는 상황을 계속 보고받으시다가 본관으로 옮기실 생각은 안하셨나요? ▲ 박 대통령 : 그러니까 이게 사실 현장이 중요하거든요. 지금 앉아가지고 무슨 회의를 해도 거기에서 더 지시하고 보고받고 돌아가는 걸 계속하고, 현장에서는 대처를 잘 하도록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 기자 : 아까 전에 청와대 기자들 많이 힘들어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많이들 각사에서 굉장히 괴로울 거예요. 저도 그렇고 너무 답답한데,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는데. ▲ 박 대통령 : 그것도 지금 수사 중이니까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 서로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여기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지만 제가 분명하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어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문제도 그 중소기업을 꼭 지원하는 게 아니고 창조경제라든가 그런 쪽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거기에 주인공들은 어떤 큰 대기업보다는 조그만 기업들, 또 기술은 상당히 좋은데 어떤 00(?)에 의해서 또는 큰 기업이 있음으로 인해서 명함한번 내보지도 못하고 판로 한번 개척해 내지도 못하고 사장되고 말고 기술도 그래서 사장되고 마는 그런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창조경제도 큰 기업을 돕는 다는 것보다도 그런 기술을 가지고 실력을 가지고 창업을 하거나 중소기업도 뭔가 개발을 잘했는데 이름이 크게 나지를 않아가지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래서 없어지고 말고 이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제가 전시회라든가 박람회라든가, 또는 청와대 중소기업 모임이라든가 이런 데 가서 얘기를 들으면 대통령을 만나면 그분들은 항상 아쉬운 게 많잖아요. 이런 거 이런 거를 하려고 열심히 했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이래서 못했다고. 그러면 제가 밥을 먹으면서도 다 메모를 합니다. 그래서 경제수석실이나 이런 데 얘기해서 이런 기업이 이런 이런 애로가 있다는데 한번 알아봐 달라. 정말 그런 기술이 있는지. 그러면 그런 기술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어디 창조센터 연결해 준 다든가 길을 터주면 좋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해서 죽어도 거기를 해라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잘은 모르니까. 알아보고 판단해서. 그런, 아까 얘기한 KD코퍼레이션 얘기하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런 차원에서 기술력이 있다니까 여기도 큰 거대한 기업에 끼어서 제대로 명함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가, 알아보고 그런 실력이 있다고 하면 한번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회사하고 그거 되는 것도 하나도 없고. 또 제가 누구를 안다고 해도 아는 건 아는 거고 지인이면 지인이고, 그러나 그 사람이 뭔가 자기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서 뭔가 부탁들 한다면 저는 절대 금기입니다. 아는 건 아는 거지만 거기에 어떤 이익까지 챙겨줄 일은 절대로 안 된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챙겨준 적은 없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런 안은 00(?)다. 그래서 그건 저도 보도를 보고 그때 비로소 알았고. 그래서 지금 그런 거 외에도 어떤 기업 활동을 하는데, 큰 기업이야 그런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대개 조그만 기업들이 그런 게 있어서 제가 꼭 챙겨서 알아봐주고, 그래서 그 한사람이 이 기회를 잃음으로 해서 그 비슷한 다른 많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도 똑같은 애로를 해결 못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내가 그런 거 이런 거 저런 거 다 듣고 번거롭고 내 일도 많은데 그래서 다 묻어버리고 챙기지 않는다고 하면 그 한사람으로서는 뭔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생각하고 했는데 그걸 내가 무시하고 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 걸 챙기다 보니까 그런 것도 생겼고, 그런 일들이 있는 것 외에 이번에 창조경제, 문화벤처단지 이런 것 연말이다 보니까 그동안 뭘 얼마를 했지 또 벤처가 얼마나 늘어났지 하는 걸 취합을 해 보니까 곡선이 이렇게 올라가는 거예요. 벤처수도 늘고 외국에 나가서 세계적인 IT 월드 콩그레스 같은 데에서 대박도 터뜨리고 실력 인정받고, 또 실리콘 밸리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갖고 거기에 가서 미국인들과 같이 회사 차리는 데도 있고, 그런 창업, 벤처, 캐피털 이런 것이 굉장히 발전을 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속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을 했고, 또 문화 쪽 관련해 가지고 말도 많았지만 또 그래서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되고, 거기 또 제가 몰랐던 일들은 이번에 밝혀진 것이 이게 사실이면 다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벤처단지에 어려운 문화인 내지 예술인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어디 가서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런 단지를 만들어서 거기 입주를, 거의 비용도 생각 안 하고 다 어려우니까. 어려운 문화인, 예술인들이고, 또 한창 지금 커야 되는 상황이니까 거기에 입주해서 거기 같은 생각도 조금 다른 생각 가진 문화인들끼리 소통을 많이 한대요. 그러면 아이디어도 얻고 그래 갖고 발전을 할 수 있고, 거기에는 법률 상담도 해 주고 판로 개척해 주는 데도 있고, 원스톱 서비스같이 돼 가지고 자기의 문화적인 역량만 있으면 그걸 가지고 외국에 나갈 수 있는 판로도, 그러면 또 법적으로 잘 모르면 나중에 큰 일 당하잖아요. 그걸 다 자문도 해 주고 그래서 그게 몇 대 1이라고 그러죠? 굉장히 경쟁이 높았어요. 그래 가지고 아 그러면 이렇게 많은 수요가 있으니까 벤처단지를 조금 더 입주공간을 늘려야 되지 않겠느냐, 그때 갔더니 그런 요청을 했어요, 젊은 문화인들이. 그렇게 할 생각도 하고, 그렇게 넓혀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달라, 그렇게 하다가 이런 것이 다 멈추게 된 거죠. - 기자 : 대통령께서 국회에 오셔 가지고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국회 협조 요청을 여야 합의해서 하면 사후 입장을 밝히겠다 그랬었는데 국회는 탄핵을 했단 말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두 개의 당으로 쪼개지고, 특히 새누리당에서 대통령님을 탄핵하는 데 동의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관련해서 좀 아쉬운 부분이 많으실 텐데, 지금 친정이 두 개의 당으로 쪼개졌는데 대통령님의 입장이 어떻습니까? ▲ 박 대통령 : 얘기를 하자면 또 길고, 지금 그렇게 말씀드릴, 그런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기자 : 질문이 하나인데, 지난해 엘리엇 파동 때문에 삼성그룹 합병 때문에 많이 (안 들림) 그것을 또 대통령님이 삼성 합병을 도와주라고 했다, 지시를 내렸다 해서 최순실에게 삼성이 지원한 것과 엮어서. ▲ 박 대통령 :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셨듯이 완전히 엮은 것입니다. 어디를 도와주라 한 것과는 제가 정말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그 누구를 봐줄 생각, 이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어요. 엘리엇하고 삼성 합병하는 문제는 그 당시에 국민들, 증권사 할 것 없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잖아요. 이게 헤지펀드의 공격을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이 무산된다든지, 하여튼 이렇게 되면 이것은 굉장히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그런 생각을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또 우리나라의 증권사가 20여 개, 거기에서도 거의 한 군데, 두 군데 빼고는 이것을 다 해 줘야 된다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저도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그런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또 당연히 국민연금이나 이런 데에서는 챙기고 있었겠죠. 거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그것은 국가에 올바른 정책 판단이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여기를 도와주라,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지시한 적은 없어요. 그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까 말씀대로 엮어가지고 자꾸 그렇게, 그것은…. - 기자 : 이 정부에서 김영재 성형외과라고 최순실씨 단골이었던 성형외과 원장이 청와대에 들어와서 대통령도 뵙고 가고, 사업도 사실 이 정부 들어와서 잘 됐다고, 아까 작은 기업들한테 관심 많으시고 안타까운 기술 사장 이런 것도 관심 많으시다고 하셨는데, 중동 진출 같은 것도 꾀할 수 있고, 조그만 성형외과가. 그런 것을 보고 사람들은 특혜라고 할 수 있거든요. 최순실의 인연 때문에. ▲ 박 대통령 : 특별히 어떤 데를 도와주라, 그 회사에 어떤 이득을 줘라 그런 것은 한 적이 없고. 다만 인제 그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런 데도 길이 있으면 해 주고, 또 그런 자격이 없으면 또 안 되는 것이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많은 중소기업이라든가 그런 데가 자기 힘으로 외국 진출도 해 갖고 실력 발휘하는 것이 거의 힘들죠.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아예 얘기가 처음부터 안 되고, 또 어떤 회사든지 몸집은 지금 작지만 실력이 있으면 적어도 그런 기회를 얻었는데도 못하면 그것은 그 회사 일이지만, 적어도 기회까지도 전혀 갖지를 못한다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고, 모든 창업하는 기업들에게는 똑같이 적용되는 일들입니다. - 기자 : 대통령님, 저희가 사실 접하는 정보가 검찰이나 특검에서 나오는 내용들이다 보니까 저희도 사실 진위 파악이 잘 안 되고, 특히 검찰청 같은 경우에 보면 거의 최순실씨와의 공모관계, 특히 최순실씨의 말을 다 대통령님께서 듣고 지시하신 것처럼 나오고 있거든요. ▲ 박 대통령 : 그렇지 않아요. - 기자 : 일단 두 분의 관계가 도대체 어떤 관계인 것인지, 검찰청에서 나온 내용들에 대해서, ▲ 박 대통령 : 춘추관에서도 밝혔듯이 몇 십 년 된 그런 지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인은 지인이지, 지인이 다 아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오랜 세월 아는 사람도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잖아요.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있고, 또 판단도 있고, 또 그런 거지, 그것을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 가지고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죠. 저는 제 나름대로 국정운영에 어떤 저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죽 일을 했고,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 그래서 복지나, 안보, 외교, 경제 정책 이런 모든 것이 물론 주위에 참모라든가 그런 분들과 다 의논을 해서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해 나가면서 계속 저 나름대로 이 부분을 더 좀 정교하게, 자꾸 그렇게 하다 보니까 좋은 생각도 나고, 또 좋은 아이디어도 얻게 되고, 계속 외교 부분, 안보 부분 모든 것을 발전시켜 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어떤 틀을 갖췄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더 뿌리내리게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열심히 해서 그래도 뭔가 좋은 마무리를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이런 일을 맞게 됐습니다. - 기자 : 지금 특검수사에 이른바 세간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게, 그로 인해서 전․현직 장차관들이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박 대통령 :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고 그런데 저는 전혀 그것은 알지 못하는 일입니다. - 기자 : 유진룡 장관께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한테 항의를 했다고 이렇게까지 보도가 됐었는데 인지가 잘 안 되셨습니까? ▲ 박 대통령 : 무슨 항의를…, - 기자 : 좌파 언론이 사업을 한다든가, 어느 방송라디오 통해 나와서 김기춘 비서실장께서 모르신다고 하니까 모를리가 없다고 해서 자기한테 지시해서 문화부로 압력이 내려왔고 대통령이 만나서 자기가 얘기를 했었다 이런 식으로 나왔었거든요. 혹시, ▲ 박 대통령 : 오히려 많이 품어가지고 하는 거는 참 좋은 일 아니냐, 그렇게 들었는데요 그때. 그런 식으로 얘기 듣지 않았는데…그때. - 기자 : 본인은 대통령한테 약간 어필 차원에서 말을 했다 이렇게 김 실장께서 말씀하셨거든요. ▲ 박 대통령 : 전하는 얘기는 다 그게 그대로 이렇게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 기자 : 미용시술, 백옥주사 예를 들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면서 취재하다가 제가 들었던 얘기는, 그리고 청문회에서 김영재 원장 했던 얘기는 사람들 많이 잊혀져 있는데 여기 상처 나셨던 일, 그로 인해서 불균형이 좀 오고, 그리고 불면증 하시고 쉽게 피로해 지신다고 하는데 대통령님 건강, 피치 못하게 말씀 못하실 게 있나요? ▲ 박 대통령 : 대통령부터 모든 사람이 자기의 어떤 사적 영역이 있지 않습니까? 자기가 어디가 아플 수도 있고, 그러다가 여기저기 좋은 약이 있다고 하면 할 수도 있고 그런 거를 일일이 다 대통령이 내가 여기가 아파서 이렇게 이렇게 해 가지고 이런 약을 먹었고, 뭐 그런 거를 다 까발려서 한다는 거는 너무나 민망하지 그지없는, 다 누구나 사적 영역이 있고 그거로 인해서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거나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거를 어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아 이거 내가 잘못된 건가 그렇게 할 일은 안 하는데 그런 거를 일일이 이런 병이 있으니까 이렇게 치료했지, 이건 이런 식으로 했지,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것 아닌가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떤 병을 앓았는가 하는 것을 일일이 전부 리스트를 만들고, 그걸 또 어떻게 치료했는가 다 리스트를 만들고 그러느냐, 그리고 또 피곤해가지고, 특히 순방하고 이럴 때는 시차 적응을 못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기 때문에 나중에 굉장히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러면 피곤하니까 또 다음 날 일찍 일을 해야 되니까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영양주사도 놔줄 수가 있는 건데 그걸 큰 죄가 되는 것 같이 한다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뭐냐, 제가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다 기록을 해 가지고, 주사를 무슨 영양주사나 너무 피곤해서 이렇게 할 때에도 그건 의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거지 거기에 뭐가 들어가는지 어떻게 환자가 알겠습니까? 거기에서 알아서 했겠지요. 내가 증상이 이렇다, 너무나 피곤하고 그렇다고 하면 의료 거기서 알아서 처방하는 거지, 거기에 무슨 약이 들어가는지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써서는 안 될 약을 썼겠어요? 설마하니. 의료진에서. 저는 이상한 약, 그런 건 썼다고 생각 안 합니다. - 기자 : 차은택 씨가 국회에 나와 가지고 최순실씨에게 장관과 수석 추천하라 해 가지고 자기가 추천했더니 그 사람이 됐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박 대통령 : 그것도, 그런데 이렇게 되면 너무 오늘 많은 얘기를 하는 거고, 또 이렇게 되면 특검하고 이렇게 있는데 서로가 입장이 불편해 지기 때문에 계속 너무 말을, 그리고 사실은 새벽 벽두부터 오랫동안 못 봬서 새해 인사라도 나누기 위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새해 1월 1일부터 거창하게 기자회견이나 한 듯이 하는 것도 참 모양새가 안 좋고, 그런 걸로 한 거지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할 수 있어요. 미처 모르는 경우인데 좋은 분을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누구나 추천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거기에서 다 추천받았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검증도 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지금 상황에서는 잘 할 것 같다 하는 분을 선택하는 거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 원칙을 가지고 했다는 거지요. - 기자 : 중대본에 오셨을 때 당일 날 언론들이 대통령께서 피곤해 보였다, 앉으셔서 말씀하실 때 구조된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신 내용이 좀 맞지 않았다 그런 것에 대해서 설명을, ▲ 박 대통령 : 전체를 다 보시면 이해가 되는데, 거기에서 이거만 딱 본다든가 그러면 전달이 잘 못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정도 하시고. - 기자 : 특검 같은 경우 출석요구나 이런 게… ▲ 박 대통령 :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습니다. - 기자 : 황교안 권한대행 잘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까? ▲ 박 대통령 : 고생이 많으시죠.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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