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탈퇴사태를 보고/전인영 서울대교수·정치학(특별기고)
◎“북한은 시대역류적행위 철회를”/핵보유 고집땐 국제 고아로 파멸한다
북한은 지난 12일 중앙인민위원회 제9기 7차회의를 열고 한 미 양국의 팀스피리트 군사훈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한 특별사찰 결정으로 빚어진 사태를 의제로 토의한 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정부성명을 통해 선언했다.1985년 12월12일 핵확산조약에 가입하였으나 IAEA와의 「핵안전협정」체결을 줄곧 지연시켜 오던 북한은 드디어 1992년 1월30일 협정을 체결하고 작년 5월부터 금년 1월까지 무려 6차에 걸쳐 IAEA 임시사찰에 응하는 주목할만한 긍정적 변화를 보여 주었었다.그러나 지난 2월22∼25일까지 빈에서 개최된 IAEA 정기이사회가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영변의 미신고된 2개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결정하고 한달간의 기회를 준 후에 그래도 계속 거부한다면 유엔 안보이에 상정시켜 제재조치를 강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택하자 북한의 대외행태는 부인과 항변에서 강도높은 비난과 경고로 변하더니 드디어는 탈퇴라는 극단적인행위로까지 후퇴하고 말았다.이러한 북한의 행태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4강및 국제사회 전반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국제적 긴장도를 증대시켜 놓았다.
전후 45년가량 지속되었던 냉전의 종식과 동 서간의 화해·협력시대 개막,그리고 지난해 2월19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등을 생각할 때 북한의 NPT탈퇴 결정은 지극히 유감스럽고 우려되며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행위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탈퇴결정은 많은 의문점과 혼란을 야기한다.북한은 과연 어떠한 생각 또는 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탈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북한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서 발생될 엄청난 국제적 압력과 피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북한의 핵의혹은 과연 사실에 가까운 것인가,아니면 지속적인 압력과 수세를 타개하거나 불리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제한적이고 철회가 가능한 시험행위」인가,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비난을 자초하고 심화시킨 이번 결정이 강경론자들의 상황판단 착오에서 연유한 것인가,또는 딜레마를 타개할 다른 방안이 없다는 좌절감으로부터 발생하는 공격적 심리의 발로인가,혹은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위기외교」의 한 형태로 볼 것인가.
이번 결정은 중앙인민위원회 수위(헌법 제118조)인 김일성의 결정인가,아니면 김정일의 최종결정으로 보아야 하는가.북한의 정책결정과정에 관한 정보의 부족은 우리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어지럽힐 뿐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체제」로부터의 탈퇴결정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모든 권력이 김일성·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과 북한이 처한 국·내외 환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북한의 정책결정은 극소수 권력 엘리트들의 정세관과 위협인지및 평가의 결과로 나타난다.이번의 유감스런 결정은 정책결정자들이 그들의 안보환경이 불리하고 위협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인지한데서 취해진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지속되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지원감소,내부의 경제난과 주민들의 요구증대,미일의 냉정한 반응으로 인한 수교노력의 한계,IAEA의 지속적이고도 강압적인 핵사찰 요구,흡수통일에 대한 우려와 남한의 문민시대 개막등을 고려할 때,북한지도층은 국제환경변화에 따르는 적응노력과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것같다.
북한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희생을 감수하게 만든다.
핵사찰문제를 주권침해로 간주하기 보다는 상호안정을 위한 조치로 수용할 수 있는 「신사고」가 북한지도층에게 요구된다.핵문제는 어느 일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된다.
북한이 누누이 주장해온 바처럼 핵개발 의도나 능력이 없다면,그처럼 「최고이익을 지키기 위한 국제위협에 대한 자위조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자국의 주권을 완벽하게 지키거나 행사하는 나라는 없으며,부분적 양보를 통해서 국제사회는 다 함께 보존되고 발전함을 북한은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NPT체제에서 탈퇴하겠다는 결정 통보를 철회하는 지혜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북한의 핵보유는 한 민족의 파멸과 외세의 간섭및 압력만을 가중시키고 한반도 통일은 커녕 남·북한간의 대결을 심화시킬 뿐이며,일본의 핵무장마저 자극하게 된다.외부의 압력에 강경론자들이 반발했고 이들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해 볼수 있는 NPT탈퇴선언은 재고되어야 한다.민족끼리 핵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며,주변 핵국가들에 대한 보복능력 없는 핵개발은 자살행위가 될 뿐임을 북한지도자는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
한편,한국과 서방세력들도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코너로 모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