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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키친 컨피덴셜 “월요일은 해산물요리 피하라”

    프로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리실력? 아니다.품성이다.요리는 가르치면 되지만 품성을 가르치지는 못한다.지각하거나 결근하지 않는 성실성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곧 품성이다. 이것이 ‘주방 속 비밀’로 번역될 만한 책 ‘키친 컨피덴셜’(앤서니 보뎅지음,김경숙 옮김,문예당 펴냄)에서 주장하는 바다.그렇다면 프랑스계 미국인인 지은이는 품성 좋은 요리사였을까.48세의 저자는 미국의 유명한 요리전문학교인 CIA를 졸업했고 번화가 식당에서 20년 넘게 주방장을 했으므로 그럴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는 엉터리 요리사에 말썽꾸러기였다.명예보다 돈을 좇는 용병으로,고객에게 훌륭한 식당뿐 아니라 나쁜 식당도 돌아다녔다.그때 겪은 풍부한 경험이 토대가 돼 ‘식당가 뒷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인 젊은이,식당을 직접 하겠다는 바람으로 마음을 설레는 예비 퇴직자,맛있는 음식을 값싸게 먹고 싶다는 소비자 등 모두에게 유익하다.남성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도발적이고 불손한 말투로,뉴욕 식당가의 비밀을 거침없이 쏟아낸다.‘음식은 섹스다’‘음식은 고통이다’등 각 단락의 제목마저 자극적이다.저자의 요리 인생은 어린 시절프랑스 여행길에 먹어본 생굴에서 시작됐다.그때 요리에 대해 환상을 품는다.대학을 중퇴한 뒤 마약에 찌들어 빈둥거리던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해변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접시닦기를 시작한다.18세 때다.그 곳에서 그는 요리로 세상을 통제하는 ‘독재자 주방장’을 만난다.요리사의 길에 접어든 직접적 계기다. 요리사 세계는 ‘잘못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비주류파’사회였다.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맛깔스런 음식이 나오는 우아한 식당 뒷편에서는 마약에 취하고 과음을 하는 요리사들이 한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분업 요리과정을 진행한다.차마 옮길 수 없는 음담패설이 가득하고,건조 식품저장고에서는 성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난다.그는 이런 사실을 스스럼없이 폭로하면서도 우려한다.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밟아온 ‘별 세개짜리’최고급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자신의 폭로로 독자들이 좋은 요리와 나쁜 요리를 식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미식가라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좌석이 꽉차는 분주한 식당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생선요리 등 해물요리는 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까지만 주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신선도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퓨전 식당의 ‘스시 할인’요리나,이름난 식당에서라도 월요일 ‘해산물 특선요리’는 결단코 먹어선 안된다. 스시 할인이란 ‘오래된’스시의 위장된 표현일 뿐이다.월요일 해산물은,비록 악취가 나진 않지만 길게는 나흘 넘게 부패가 진행된 생선·조개·새우일 가능성이 높다.관리가 까다로운 홍합요리도 믿을만한 식당에서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생선에 치는 ‘네덜란드 소스’는 대체적으로 세균덩어리다.웰던(바짝 구운)스테이크는 왜 피하는 것이 좋을까.질긴 우둔살 끄트머리는 냉장고에서 여러날 굴러다니다 고기 맛을 모르는 고객이 먹을 가능성이 높다.새우튀김은 안먹는 것이 낫다.왜? 이 책에서시시콜콜 들춰낸 식당 운영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면 답이 바로 나온다.1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在韓 외국인이 본 월드컵/ “”이방인 품은 붉은물결 축제””

    국내에 수년간 머물고 있는 외국인 4명이 모여 이번 월드컵 기간에 자신들이 경험하고 느낀 생각들을 마음껏 털어놨다.참석자는 앤터니 스톡스 주한 영국 대사관 1등 서기관,숀 로드리게스 주한 호주 대사관 2등 서기관,일본인인 나베쿠라 마사카츠 ㈜호텔신라 판촉지배인,미국인인 대니얼 토머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다.모두 한국 축구팀과 붉은악마의 열렬한 팬인 이들은 4일 본사 회의실에 모여 2시간여 동안 월드컵 기간에 한국에서 체험한‘잊지 못할’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대니얼 토머스 교수= 한국에 살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른 외국에도 살아봤지만 훨씬 강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내가 이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느껴졌다. 붉은악마와 어울려 응원하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훨씬 덜했다. ▲앤터니 스톡스 서기관= 나도 외국인이라 불렸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다.나는 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일 뿐이다.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을 나누지 않았다.나도 붉은악마였지만 직업상 티셔츠를 입을 수 없었다.그래서 대신 빨간 넥타이를 했다. ▲나베쿠라 마사카츠 지배인= 붉은악마의 물결을 보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붉은악마 티셔츠도 보냈다.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월드컵 기간에 한국에 머물고 있으니 한국 응원을 하자고 했다.한국인들의 친절에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숀 로드리게스 서기관=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7벌 샀다.아버지가 프랑스에서 한국 경기를 보면서 붉은악마를 무척 좋아하게 됐다.한국인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쁨을 표현했다.한국인들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다.흥분과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할 기회였다. ▲스톡스= ‘미소를 보내자.’는 캠페인 광고를 봤다.정말 한국에서 미소짓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하지만 월드컵 기간중에는 자신들의 감정을 유감없이 표출했다.그래서 외국인들도 쉽게 동화할 수 있었다. ▲토머스= 대학로나 코엑스 부근에서 친구들과 경기를 봤다.정말 놀라웠다.사실 94년 미국 월드컵 때 인디애나주에 살았지만 그 사실조차 몰랐다.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모로코에 있었다.모로코는 축구의 나라다.월드컵이 열리면 사람들은 모두 경기를 본다.하지만 모로코가 16강 진출에 실패해 그 열기가 이번 월드컵 같지 않았다. 한국이 승리하면 도시 전체가,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다.미국에서 온 국민이 전국적으로 즐기는 축제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한국이 이기는 날이면 왕십리 근처에서 학생 수십명이 지나가는 차를 하나씩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그때 택시를 타고 거기를 지나갔다.미국이라면 아마 두려웠을 텐데 학생들의 장난에 나도 절로 흥이 났다. ▲나베쿠라= 어마어마한 응원단 수에 놀랐다. 그 속에서 한국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도 인상깊었다. 열광적으로 한국팀을 응원하지만 훌리건도,사고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리더가 없이 자발적으로 응원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한·미전이 있던 날 시청 근처에서 45분간 걸었다.걷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고 모두 축제를 즐겼지만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 ▲로드리게스= 특별히 휴가를 내 7경기를 관전했다.호주와 일본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였다.광주 전주 울산 등을 갈 때마다 놀라웠다.어느 도시건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광주 시내 조그만 술집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전을 대형 TV로 봤다.우리가 그 술집의 첫 외국 손님이라고 했지만 아주 즐겁게 경기를 봤다. 지방 곳곳을 둘러볼 아주 좋은 기회였다.전에는 부산이나 광주를 잇달아 가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불렀다.분열된 마음이 하나로 뭉쳤다.이런 일체감이 지속되길 바란다. ▲토머스= 한·미전 때 호프집에서 미국을 응원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하지만 누구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정말 인상적이었다. ▲로드리게스= 월드컵 개최국에서 개최국과 붙은 상대팀을 응원하면 위협을 느낀다.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상대팀 응원단과 경기 전에 다정하게 사진도 찍고 경기에 졌어도 폭력적이지 않았다. ▲나베쿠라=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짧은 시간에 한국팀을 강팀으로 발전시켰다.어떤 조건도 필요없고 단지 능력이 있는 사람을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그의 경영스타일을 축구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도입하려 하고 있다.히딩크 경영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스톡스= 히딩크는 외국인이 긍정적인 영항을 미칠 수 있음을 한국인에게 보여줬다.영국도 같은 교훈을 얻었다.점차 전세계는 이 사실에 동감할 것이다.이런 변화는 한국의 발전과 국제관계에 도움이 된다.이제 한국은 두려움 없이 열린 자세로 외국인을 맞게 될 것이다.외국의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학생들에게 대표팀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오라 한 적이 있다.처음에는 히딩크가 훈련장에 여자친구를 데려왔다는 사실이 주제였다.그러나 한국팀이 첫승을 거둔 뒤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한국인 같다.”는 식이었다.한국팀이 이기지 못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궁금하다. ▲로드리게스= 광주에서 일본 축구팬을 만났는데 반은 붉은색, 반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이번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라 그런 옷을 도안했다고 했다. 공동개최국인 한국을 응원하러 왔다는 그사람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전체가 한국의 선전을 기뻐했다.많은 일본인들이 한국 응원을 왔다. 놀라운 일이다. ▲나베쿠라= 한·일은 이번 기회에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돼 신뢰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월드컵이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도 외국 감독을 받아들여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그래서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일본에서는 4년이 걸렸지만 히딩크는거의 1년 만에 해냈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선전을 전혀 질투하지 않는다.한국은 공동개최국이고 여섯번이나 월드컵에 진출했다.일본은 두번째다.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일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스톡스=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질투하지 않는다.응원단의 열정과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한국팀은 기술도 좋고 매너도 손색이 없다.절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로드리게스= 붉은악마는 대부분 대학생으로 이뤄졌다.이들이 이처럼 강렬하게 조국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놀랍다.젊은이들이 보여준 애국심으로 한국의 미래는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88올림픽이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이었다면 이번 월드컵은 대학 졸업식이다.다만 젊은이들이 월드컵 뒤의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토머스= 친구들도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한다. 금요일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건 아닌지. ▲스톡스= 한국은 전형적인 축구의 나라는 아니다.아프리카,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분명 다르다.94년 월드컵 때 태국에 있었고 월드컵 개막 몇 주전 방콕에 갔었다.그곳 언론들이 월드컵에 대해 훨씬 많이 보도했다.한국은 조용했다.붉은악마가 갑자기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붉은악마를 포함해 한국인의 축구 사랑이 지속되길 바란다.새로 세워진 아름다운 경기장이 한두번 사용되고 방치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경기장이 그렇게 빨리 완성된 사실에 감탄했다. ▲나베쿠라=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다.94년 J리그(일본의 프로축구)가 시작된뒤 일본인들의 축구사랑이 늘었다.젊은이들이 더욱 그렇다.한국팀 대표선수중 4명이 J리그에서 뛰었다.이중 홍명보도 있다.그가 누군지 이번에 알았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모두 야구보다 축구를 더 하고 싶어한다.전에는 야구가 훨씬 인기가 있었다.나도 야구를 더 좋아했는데 몇주 전에 마음을 바꿨다. ▲로드리게스= 일부 축구팬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던 정몽준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봤다.친구들은 한국의 선전으로 정몽준이 대선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12월에 정몽준은 축구가 아니라 정치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선거기간 내내 축구 이야기만 해서 당선될 수 있겠는가. ▲스톡스= 한국 승리를 기념해 무료로 음식이 제공되는 것도 흥미롭다.대전에서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보고 새벽기차로 서울에 왔는데 기차에서 맥주가 무료였다. ▲토머스= 미국에서는 지역 연고를 가진 미식축구팀이 우승하면 무료 행사가 가끔 있다.하지만 전국적이지 않다.광화문,대학로 등에서 무료로 음료수를 나눠준다는 걸 들었다.재미있다. ▲스톡스= 이탈리아전에서 설기현의 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1시간 동안 기다려도 골이 터지지 않자 운동장 여기저기서 “이 정도면 잘했다.훌륭한 경기였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왔다.바로 그 순간 포기하지 않던 한국 선수들이 큰 일을 해냈다.얼마나 감동적인가. 정리 전경하 정은주기자 lark3@
  • [식당문화를 바꾸자] (6)’빨리빨리’를 없애자

    회사원 김모(42)씨는 자칭 미식가다.김씨는 식당 종업원에게 으레 “바쁘지 않으니 음식을 천천히 내달라.”고 요구한다.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의 소박한 요구는 번번히 묵살된다.종업원들은 빨리 먹고 가라는 듯 음식을 잽싸게 내놓기 일쑤다.한요리를 채 먹기도 전에 다음 요리를 내놓는다.결국 김씨는 즐기기를 포기한 채 ‘한 끼를 때우고’ 만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 H식당.삼계탕으로 유명한 이 집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댄다.주변 직장인들은 물론멀리 서울시청 공무원들도 찾아온다.뿐만 아니다.관광버스를 타고 온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도 많다. 하지만 이 집은 종업원들의 ‘빨리빨리’로 더 유명하다. 종업원들은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부터 독촉한다.각자 주문을 해도 결국 ‘삼계탕 손 드세요.’ ‘오골계손드세요.’라고 되묻는다.잠시 머뭇거리면 주문도 받지않고 가버린다. 음식을 나를 때도 뛰어다닌다.종업원들이 주방에 큰 소리로 주문을 전하는가 하면,자기들끼리 왁자하게 떠드는 통에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다.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한쪽에서는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식사 도중에 디저트가 나온다.빨리빨리 먹고 가라는 식이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식당문을 나설 때면 누구나 인상을 찌푸린다.일본 나고야에서 단체관광을 왔다는 미야쓰카 마사오(宮塚正夫·57)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일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중견기업체인 J사 사장인 문모(42)씨는 얼마전 가족과 함께 집 앞 냉면집을 찾았다가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종업원들이 너무 바삐 움직이며 손님들의 얼을 빼놓았다.다른 종업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식탁에 내던졌다.침이 튄다는 느낌도 들었다.손님 머리 위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쟁반을 옮기기도 했다.종업원을 불러 “좀 천천히 해달라.”고 점잖게 요구하자 오히려“점심 때는 손님이 빨리 먹어야 다른 사람들도 먹을 수있지 않느냐.”며 “왜 자기 생각만 하느냐.”고 핀잔을줬다.한마디로 공급자 위주의 발상이었다. 우리나라식당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이는 손님들 요구도 있지만 상당 부분 식당측이 강요하고 있다.회전을 빨리 해 매상을 올리려는 속셈 때문이다.이 결과 너나없이 알게 모르게 ‘빨리빨리 식당문화’에 젖게 된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한 임원은 “음식을 여유있게 즐기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면서“손님이 있은 다음에 주인이 있다는 인식 전환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2002 관광월드컵 현장을 가다] 미국·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 심재억특파원] ‘미국인의 손을 거치면 무엇이든 황금이 된다.’ 이 말에는 미국인들의 탁월한 실용주의와 경영마인드에 대한 외경,그리고 철저한 상업주의에 대한 냉소의 정서가 뒤섞여 있다. 지난 94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월드컵대회는 미국인의 이런 특질을 극명하게 확인시켜 준 이벤트였다.당시 세계의 많은 축구인들은 미국대회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미국인들이 축구를 조깅만도 못하다고 여기는 데다 준비기간도 넉넉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같은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고 이전의 어느 대회보다 알찬 결실을 거뒀다.국제축구연맹(FIFA)의 관례상 월드컵대회의 경영수지는 발표되지 않지만 대회 기간중 150만명의 외국관광객을 ‘안방’에 끌어들여 40억 달러라는 전대미문의 경영수지 흑자 기록을 세운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그런가 하면 미국내 7만2000실의 호텔룸이국내·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찼으며 연 320억명의 지구촌가족들이 TV를 통해 미국판 ‘스포츠 블록버스터'를 지켜봤다.이 대회가 끝난 뒤 미국내 축구인구가 16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난 것도 값진 수확이었다.이런 성과는 미국의 탄탄한 관광인프라가 거둔 ‘경기장 밖의 성공’이라는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 한다. ◆세계를 움직이는 관광인프라= LA는 미국에서도 관광의보고(寶庫)로 손꼽히는 곳.연중 온난하고 쾌적한 기후에할리우드와 디즈니랜드로 대표되는 다양한 주제의 관광지가 흩어져 있다.코리아타운이 있는 다운타운가를 비롯해베벌리힐스,매직마운틴,유니버셜스튜디오,산타모니카와 롱비치,산타바바라와 팜비치 등 유명 관광지가 즐비하다.이런 LA를 놓고 미국인들은 ‘리틀 아메리카’라고 부른다. 그러나 월드컵대회로 최소 6억2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LA의 매력을 단지 관광지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수 없다.LA가 이름을 떨치는 것은 첨단 기계부품처럼 짜여진 관광인프라.천혜의 기후조건에 그레이하운드 터미널 인근의 하루 15달러 짜리 호텔에서 웨스트 LA의 최고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어지러울 정도로 들어선 숙박업소,110개 이상의 언어가 통용될 만큼 많은 인종이 모여살아 온갖 먹거리가 널린 곳이라는 점 등이 관광 LA의 성가를 높인다.교통도 사통팔달이다. 이처럼 빼어난 관광지에 언어,교통,문화,숙식 부담이 없어 연중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LA야말로 미국이 공언한 ‘사상 최대의 월드컵’ 컨셉에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었다. ◆승부는 경기장 밖에서 이뤄진다= 이런 관광인프라는 축구에 무관심한 미국인들까지 경기가 열리는 LA 등 미국 전역의 9개 개최도시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발휘했다.기존관광지에다 월드컵 개최에 맞춰 각 나라별 교민회가 공동으로 참여해 기획한 다양한 민족축제는 세계의 관광객의눈길을 끌었다.이 행사들은 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활짝여는 힘을 보였다. 물론 미국 월드컵조직위원회(WCOC)도 대외사업국(External Affairs)을 설치해 월드컵주간,국제영화제,미술전시회 등 각종 전시·경연행사를 주관하며 ‘경기장 밖의 승부’를 지원했다.그러나 정작 관심을 끈 것은 틀에 짜맞춰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윤색되지 않은 LA의 참모습이었다.LA관광청의 모든 시책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 의도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이 결과 경기장은 비었어도 LA 다운타운과 디즈니랜드,유니버셜스튜디오 등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자원봉사로 움직인 월드컵= 미국이 월드컵을 통해 선보인 비장의 ‘깜짝카드’는 자원봉사 시스템이었다.모든 공식 행사는 자원봉사대를 앞세운 WCOC가 독점적으로 추진했으며 LA시는 관광객 안전대책과 시민 자원봉사 및 문화·예술행사를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 WCOC는 미 전역에서 전체 행사 소요인원의 3분의 2가 넘는 2만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운용했으며 이중 2000여명이 경기가 많았던 LA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WCOC의 각 부서에 배치돼 그들 스스로 '잊을 수 없는 대회'라고 자부하는 94년 월드컵의 신화를 엮어 냈다. jeshim@ ■결승·폐막식 치른 로즈보울. LA외곽의 패서디나에는 1922년에 건립된 전설적 미식축구장 로즈보울(Rose Bowl)이 있다. 최근 골드컵대회에서 한국이 미국팀과 경기를 치른 곳이다.이 곳은 미국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쓰였었다.당시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과 폐막식이 치러져 세계의눈길을모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경기장은 축구 전용구장이 아닌 미식축구장이다. 전미 풋볼리그(NFL)경기가 이 곳에서 열린다. 최대 9만2459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구장으로 필요할 때는 언제든 축구장으로 전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처음에는 5만7000석 규모로 지었다가 관중이 늘어나자 4차례에 걸쳐 증개축,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LA지역의 기후를 감안,지붕없이 지어진 콜로세움 형태의 이 구장은 미국이 별도의 시설투자없이 월드컵대회를 무난히 치르게 한 ‘효자’였다.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따로 구장을 짓는 대신그라운드에 선만 그으면 축구경기를 가질 수 있어 5000억원 가량의 구장 건설비를 고스란히 절감할 수 있었다. 독립채산 형태로 운영되는 이 경기장의 주수입원은 UCLA풋볼대회와 로즈보울대회,NFL게임 등이며 이벤트 수익사업으로 골드컵대회 등을 유치,연간 평균 300만 달러 가량을벌어들이고 있다.36홀 규모의 골프장도 부대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안정된 수입을 위해 지난 30년동안매월 이곳에서 벼룩시장(프리마켓)을 개장하고 있다.시장이 열리면 2만여명의 주민이 모여들어 이 곳은 한바탕 성시를 이룬다. 경기장 운영책임자인 대릴 던(Darryl Dunn) 관장은 “건립후 80여년동안 로즈볼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부단한 수입원 발굴과 관중의 시각에서 시설과 운영상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그리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음향·조명·잔디관리 등을 과학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롤 마르티네스 LA관광청 부장관 인터뷰. [로스앤젤레스 심재억특파원] “중요한 것은 도시의 모든 것을 진열장(쇼케이스)처럼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LA월드컵 때 우리는 이를 목표로 일했으며 많은 것을얻었다.”미국 월드컵 당시 LA의 관광업무를 총괄했던 LA관광청 캐롤 마르티네스 부청장은 “성과는 만족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관광정책 수립의 기본원칙은. LA를 잘모르는 나라에 이도시의 진면목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는 점이었다.월드컵은 세계에 LA를 알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관광시책을 설명해달라. 각국의 언론매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많이 제공했으며 유력한 각국 관광산업관계자들에게도 우리의 의도를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 ◆성과는. 축구에 열광적인 남미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또 그 전에 플로리다와 마이애미에 집중됐던 관광객의 발길을 LA로 돌려 놓는 계기도 됐다.90년 2090만명이었던 관광객이 월드컵이 열린 94년에는 2220만명으로 늘었다.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92년 LA폭동과 지진에도 불구하고,꾸준히 관광객이 늘어 지금은 해마다 250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관광 측면에서 LA의 장점을 소개하면. 변화한다는 점이다.10년전과 지금의 LA는 몰라보게 다르다.한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여전히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 등 테마파크를 즐겨 찾고 있지 않은가. ◆요즘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시장성이 있는 나라에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멕시코에 최근 사무소를 열었으며 타이완에서도 준비중이다. 관심을 쏟는 현안도 많다.다운타운에 테마파크 하이랜드와 농산물도매시장인 파머스마켓을 열었으며 국제마라톤대회도 널리 알리고 있다. ◆한국에 조언한다면. 쇼케이스처럼 도시의 모든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라고 권하고싶다.많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에서 얻은 결과다.당장의관광객 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마르티네스 부청장은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비자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연방정부에 문제 해결을 건의했다.”면서 “박찬호 선수의 이적으로 한국인들의 관심이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우려의 말도 곁들였다.
  • [요리비화] 군사정권땐 정강이 채이기 일쑤

    새해를 맞아 선보이는 ‘요리비화’는 대한민국의 요리 명장(名匠)들이 직접 쓰는 칼럼이다.요리라면 내가 1인자라고 자부하는 ‘고수’들이 요리인생에서 겪은 사건과 비화를 털어놓는다. *군사정권땐 정강이 채이기 일쑤. 흔히 요리라면 누구나 하면 되지 하고 오산하는데 필자가 바라보는요리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특히 전통적이고 전문화된 고급 요리는 재료 자체가 희소가치가 있어 진기한 것은 물론이거니와,요리 과정에서 요리사의 뛰어난 경험과 전문성,순발력,재치 등 복합적인 감각과 인간미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고급 식당의 고객은 대개 정·재계 지도층 인사들로 어느 정도 요리에 대한 상식과 이해가 있고 나름대로 개성도뚜렷하다.그 높으신(?) 고객들의 취향을 요리사는 잘 알아서 맞춰야한다.한마디로 입안에 혀처럼 굴어야 하는 것이다.K고객은 식당에 올 때마다 양갈비만 찾고 J고객은 안심을 완전히 익혀서 소스에 다시푹 삶아 내어놓아야 만족해 한다.L고객은 야채를 4인분 가량 들어야흡족해 한다.그래서 주방에서는 ‘소’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또한 사회지도층의 식습관에서도 우리나라의 특징인 ‘빨리빨리 문화’를 읽을 수 있다.C고객은 항상 들어오면서 “오늘 식사는 빨리줘”라고 말한다.물론 식사 시간도 매우 빠르다.이런 분들은 결코 미식가는 아니지만 대식가들이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은 나라의 ‘어른’의 개성에 따라 크게 변해 왔다.70년대 혼식과 분식장려를 강조했던 박정희 대통령과 칼국수를 즐기던 김영삼 대통령의 모습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또 ‘보통사람’인 노태우 대통령은 약간 탄 빵도 말없이 들었다.이는 이전 정권 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군사정권 때는 음식이잘못되면 경호원에게 얻어맞곤 했다.경호원들은 구둣발로 걸핏하면요리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점심 때 도시락을 놓고 회의한 이후 사회에 ‘도시락 미팅’이 퍼지는 것 처럼 지도층의 식습관은 한 시대의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구본길 63빌딩 조리팀장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작가와의 대화

    본지에 연재될 작가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새로움을 한꺼번에 독자에게 선사할 전망이다.잊어버린 맛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려주고 작가 ‘황석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케 하는 것이다.모두 우리의삶을 살찌우는 새 기억이고 새 모습임이 틀림없다. 충남 홍성 부근의 덕산에 신축한 집에서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작가를 서울에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오래된 정원’의 독자사인회 상경길이었다.웬 요리 이야기냐는 등의 질문에 논리정연한 대답을 내놓았다.그만큼 이 연재물에 대한 생각과 준비가 숙성된 표시였다. 작가는 우선 요리가 “새로운 세기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거리로 남을 것임”을 강조한다.사람끼리의 사적인 관계와 소통,인간적인 작업,비획일성,다양함,생산의 창조적인 과정 등이 사라지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요리는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영역으로서 한층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거기에 세계화에도불구하고 요리는 지역적 전통적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어우러지고섞여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에서 새 세기의 인간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덧붙인다. “한 시대의 먹거리는 당대 삶의 표현입니다.이 점은 글쓰는 사람한테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옵니다.담론의 형식이 바뀐 것이 분명하다면 요리를 통해서 시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거죠” 시대의 실체를 밝히는 소설을 쓰듯 이번 연재물에 접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인다.소설이 재미있어야 하듯 ‘맛따라 추억따라’는 작가의 구수하고흥미진진한 음식 이야기가 먼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다.장떡 개떡 수제비 술찌게미 보리밥 장아찌 등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음식은 물론 베트남유럽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북한에 체류하면서 작가가 유일하게 경험한 음식 이야기가 ‘입담좋게’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맛따라 추억따라’는 이런 구상적인 소재와 소품 일색이 아니다. 작가는 음식,요리로 인간과 삶을 꿰뚫어보고 싶은 것이다.작가가 그간 작성한 집필 메모를 읽어보면 이같은 인문학적인 시선과 각오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일정한 기간 단식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가 하루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를 알게되었을 것이다.‘끼니’를 잇는 일은 생명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잠자는 시간 외에 깨어나 활동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적절히 분할해주고 매 단락을 맺어준다.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면 하루가 엄청나게 길고 모든 것이 갑자기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매우 소중한 발견은 만남이나 헤어짐이나 대화나 목소리 얼굴의인상 따위와 같은 사람끼리의 관계가 빠져버린다는 점이다.천하가 적막하고고요할 뿐이다.남과의 소통은 당연히 끊기고 자기 자신마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맛있는 음식은 노동의 땀과,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오래 살던 땅,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이 그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규정한다.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매는 돈 쥬앙처럼 말이다” 이어 작가 황석영은 “무엇보다 인생살이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작정”이라는 말로 음식에 관한 멋지고 선도적인 담론을 쓰기 위한 집필메모를 마무리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삽화 민홍규 화백…“우리색채로 고유의 맛 우려낼 것”. 황석영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새달부터 시작되는 새연재 제목처럼 황씨의 파란만장한 삶속에 녹아있는 구수한 맛의 향수를 단화(單畵)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일로 본다. 맛을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응과 묘한 맛이 배어있어 때론 정반합의 역설화법이 필요하다.삽화의 획일성에서 가끔 벗어나는 일도 있어야 한다. 독자들의 일방적 ‘감상 들추기’에 폭넓은 구상,비구상 형식이 전개될 것이다. 된장찌개는 할머니의 손맛으로,장떡은 코흘리개 아이들의 가슴으로,보리개떡은 늦은 봄 야윈 어머니의 미소로 그려내고 싶다.밥상 위에 다양한 맛의반찬이 있듯 ‘우리색채’로 맛을 우려내려고 한다.아울러 고단한 우리네 삶을 녹여주는 숱한 표상을 그려내고 싶다. ■프로필 1952년 경남산청에서 출생했다.중학시절 석불문하에서 ‘옥새전각’전수생활을 했고 극장간판을 그리기도 했다.90년 옥새전각의 종합성으로새로운 미술사조인 LAP ART(선묘,문자예술) 장르를 정립했다.1991년 ‘현대서예협회’를 창립해 서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현재 옥새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며 해외 LAP ART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 법관임용 어떻게 바뀌나

    사법개혁추진위의 사법개혁 방안이 공개됨에 따라 판사 임용방식의 변경여부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도 법관 임용시 인성·적성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사개위 최종안은 지난 21일 발표됐다.여기에 포함된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방안은 법조일원화의 부분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조일원화란 변호사 중에서 사회적 경험과 덕망을 갖춘 인사를 판·검사로발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법률시장의 완전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전형적 영·미식 제도다. 그러나 잠정 확정된 사개위안은 이 제도를 점진적·부분적으로만 수용하고있다.“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조계의 반발에 부딪쳐 일본식 사법관료제의 근간은 그대로 온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법조인 중에서 판·검사를 임용키로 해 법조일원화의 요식은 갖췄다.하지만 다른 한편 사법시험 선발 정원제를 당분간유지하기로 했다. 판사가 발굴되는 모집단인 변호사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바리케이드가 여전히 높아 미국식 법조일원화와는무늬만 같은 셈이다.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편차는 있지만 로스쿨만 제대로 나와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평균 70% 이상이다.성적에 따른 변호사 입문 제한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어쨌든 미국식과 대륙식이 어정쩡하게 타협한 법조인 선발제도 개선안이 마련됨에 따라 내년부터 판사 임용 방식도 이원화된다.현행 방식과 법조일원화방식을 병용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판사가 사법연수원 수료자 가운데서대부분 임용됐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안이 법조일원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서울대 법학과의 한 교수는 “법관 충원은 성적순이 아니라 시민사회 속의 법조생활에서 경력과 능력이 참작돼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변호사 풀(pool)이 충분히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측도 판사 임용시 옥석을 가리는 다각적 방안을 강구중이다.사법개혁의 큰 방향에 따라 판사수가 늘어나는 데 대한 대비책이다.판사임용시면접을 강화하거나, 신설될 한국사법대학원에서 인성 및 적성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 등이그것이다. 구본영기자 kby7@
  • [서울 경제포럼 지상중계] 전경련 국제자문단 회의 첫날-주제발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국제자문단 창립회의(서울 경제포럼 1999)가 22일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는 ‘21세기의 세계’를 주제로 3개 회의로 나뉘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 11명 자문위원들의 주제발표형식으로 진행됐다.이들은 지구촌 원로답게 한국의 대외정책과 경제정책에대한 높은 식견을 과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자신의 현역시절 경험을 섞어가며 미국의 아시아정책,특히 한반도 정책에 고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리 전 총리는 예상을 깨고 서구적 가치와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역시 아시아인이 스스로 내릴 일이라고 결론지어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신봉론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한국 경제개혁의 방향에 대해 아시아지역 인사와 미국적 가치를 신봉하는 인사간 시각차가 두드러져 주목을 받았다. 리 전 총리는 “한국의 재벌 기업을 쪼개고 기업가 정신이 없는 경영자를임명한다면 언젠가는 기업이 시들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노 루딩 시티뱅크 부회장은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며,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문화를 영미식으로 바꿔야 한다”고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키신저 전 장관(주제:21세기 미국과 아시아)과 리 전 총리(기로에 선 한국),사토 미쓰오 전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새 국제금융질서 고찰),루딩 씨티 은행 부회장(한국-지속적 성장과 구조조정 사례)의 발표요지를 싣는다. *헨리 키신저 前美국무장관 미국은 냉전이후 새로운 상호의존적 국제질서에 직면해 국제 현안에 대한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그만큼 새 국제질서는 미국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각국에 대해 형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미국은 아시아가 강력한 한 나라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간 관계는 아시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미·중두 나라 지도자들 중 아직도 양국관계를 냉전시대 사고방식으로 보는 이들이많다. 중국이소련을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그 예다. 이같은사고방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아시아의 한 나라가 강력해진다고 해서 이를무조건 반대해선 안된다.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와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아시아 각국들에 대해 형평성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스스로 힘을 키우고 갈등보다는 조화를꾀하는 대외정책을 취해야 한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이 역사적 진보와 개방을 추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그러나 북한에 대한 양보와 그에 대한 대가가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즉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이 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를위협하는 행위를 막는 방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비밀협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나는 월남전 당시 베트콩과의 비밀협상을 담당했었다.돌이켜보면 실수라고 생각한다.비밀협상은 북한과 베트남이 공통적으로 이용한 전술이다.미국과 북한 양자만의 사안도 있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미·북간 현안 중한국과 무관한 것은 없다. 세계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를 수립하는 도상에 있다.미국은 기존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속에서 독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새로운 갈등을초래할 것이다.대외정책을 단순히 미국의 국내정치,특히 미국 의회정치 차원에서 좌우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도 알아야 한다. *사토 미쓰오 前ADB총재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는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던 외환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일부에선 아시아의 정경유착 또는 족벌주의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외환위기 이전 통화가치의 지나친 평가절상도 외환위기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경상수지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수지의 위기’였다.자본시장의 개방과 함께 거대한 외국 민간자본이 유입됐다가 어떤 이유인지급속하게 이탈하면서 경제위기가 야기됐다. 그 결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악순환이 빚어졌다.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단기간에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한 나라들이다.외국의 대규모 민간자본을 유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국가의 경제기초가 건실했기 때문이다.비유를 하면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걸음마 단계의 아기들이아니라 성숙한 성인이 걸린 병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이들 국가가 급격한 성장세로 반전된 사실이 좋은 증거다.한국이 가장 두드러진 예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외환위기는 막대한 외국 자본의 급격한 이탈때문이었다. 느슨한 재정통화정책으로 인한 국내 소비과다 때문이 아니었다.이런 점에서국제통화기금(IMF)이 내린 정책처방은 만족스럽지 않다.IMF가 재정통화긴축과 즉각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악화시키고실물경제의 하락을 부채질했다.엉뚱한 처방으로 멀쩡한 소를 죽게 만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했다. 나는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IMF는 지원에 따르는 엄격한 조건에 대해 소모적 협상을 벌이거나 자금공급을 지연시킬 것이 아니라 조건없는대규모 금융자원을 위기상황의 초기단계에 제공해야 한다. 또 긴축 및 억제책을 써선 안된다.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을 즉각 해체하기 보다는 무제한·무조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줘야 한다. 또 자기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하지 말고 한시적으로 유보해야 한다.국가별로각개전투식 지원을 하기보다 이웃 국가와 연대해 수요증대를 꾀해야 한다. *오노 루딩 시티뱅크 부회장 아시아 외환위기는 몇가지 교훈을 남겼다.우선 오늘날과 같이 자본이 급속도로 이동하는 세계화된 금융시장에선 고정환율제나 한 나라의 통화에 자국통화 환율을 연동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또 취약한 금융시스템은 국가경제의 건전성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있다.한국 금융기관의 경우 △자기자본 부족 △부실경영 △리스크관리 및 통제 매카니즘 취약 △투명성 부족 △부동산 시장 붕괴 등에 따른 은행자산 가치 하락 △은행조정자들의 편의주의와 경험부족 등 부실요인을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부와 은행,재벌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된 요인이었다. 한국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중시해야 한다. 첫째 금융분야의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금융기관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인수 및 투자를 자유화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은행 인수협상이 지체될 경우 전 세계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것이다. 외국기업의 인수는 재정난 타개와 선진기술 습득에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 대다수의 한국기업들은 부채비율,수익성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가해야 한다.부채비율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높은 편이다. 셋째,사외이사제 등 기업의 지배구조 및 기업문화를 영·미식으로 바꿔야한다.기업집단 내부의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지급보증 관행은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라져야 한다. 넷째 미국의 일반회계원칙에 부합하는 엄격한 회계기준과 기업정보 공시 등이 필요하다. 다섯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기준에 부합하게 회사법,파산법등의 법률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여섯째 국내외 투자자를 막론하고 주식소유지분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할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기업의 소유권 확보에 집착하는 국수주의적 정책을버리고 외국인에게 소유권을 개방해야 한다. *李光耀 前싱가포르총리 일본경제는 미국의 지원아래 급성장했다.아시아에서 자유주의 경제체제를유지하는 민주국가를 세우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이었다. 냉전이 종식된 뒤 상황은 변했다.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미국은 일본시장의개방요구를 강화했다.시장폐쇄의 이점을 이용,성공해 온 일본은 비싼 대가를치르게 됐다.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일본은 국제질서에 굴복했다. 한국도 일본을 모델로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한국이 일본과 같은 패러다임을 유지할 경우 경쟁력을 잃고 일본과 같은 실패를 맛볼 것이다. 최근의 아시아 금융위기는 외채문제만으로 야기된 것은 아니다.태국의 경우외환시장을 폐쇄하고 금리인하, 통화량 증가라는 독자적인 정책을 펴 경제를회복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달랐다.외채가 많아 국제금융기구의 도움을 받아야했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 전에 한국 경제에는 거품이 있었고 과잉투자와금융왜곡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지만 자원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한국의 재벌체제에는 문제점이 있다.경쟁력없는 사업은 정리해야 하고 수익성위주의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나 재벌해체가 능사는 아니다.한국의 재벌 창업주들은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 경영인을 발굴하는 것이다.재벌을 개별기업으로 분리한다고 해도 기업가 정신이 없는 경영인에게 맡겨진다면 한국경제는 시들어버릴 것이다.재벌 2세들은 창업주들과 달리 이같은 정신이 부족할수 있다. 아시아적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무조건 서방의 의견을 따를 것이 아니라고유의 독자적 가치위에서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냉전이후 미국 주도의 룰에따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시스템은 한국이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자원 배분을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운용방식은 한계에왔다. 일본식의 금융시스템이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좋은 예다.
  • 실업大亂 이렇게 풀자­해결방향 지상토론

    ◎30명 해고해야 70명 살린다/모두 끌어안으려다 기업·노동자 공멸우려/임금 삭감만으로 버티기한계 이미 지나/노동시장 유연해야 고용창출 기회 많아져/지식산업 적응토록 실업자 재교육 필요/임시방편용 취로사업 고용안정 효과없어/인력이동 쉽게 직업알선체계 확충을 실업자가 양산(量産)되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 반년을 거치면서 일터를 잃은 실업자는 7월 말 현재 150만명을 넘어섰다.올 연말까지는 대기업,금융기관 및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그 수는 180만∼2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의 조속한 회생이 전제돼야 한다.그러나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실업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기업,근로자들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실업대책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를 金秀坤 경희대 부총장과 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의 대담을 통해 들어본다. ▲李漢久 사장=우리나라는 고도화된 인적자본이 큰 자산인데 IMF 사태로 이 자산이 붕괴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붕괴현상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더욱 심각합니다.지금은 실업이 다시 실업을 부르고,한번 실업은 영원한 실업이 될 위험마저 커 보이는 상황입니다. ▲金秀坤 부총장=실업대책의 원칙과 방향이 IMF 초기에 섰어야 했습니다.고용유지(유럽식)냐,노동시장의 유연성(영미식)이냐의 선택에 관한 문제입니다. 독일 기업들은 불황기에 남는 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합니다.당장은 기업 근로자 정부 등 3자가 다 좋죠.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실업률이 두자리 숫자로 남아 있고 실업의 70%가 장기실업 아닙니까. 반면 미국은 남는 인력을 즉각 해고합니다.안타깝지만 기업이 새 출발하기 쉬워지고 고용기회 창출도 빨라지죠.미국은 17%만이 장기실업입니다.이런 이유에서 유럽은 경기순환 사이클이 길고 미국은 짧은 것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실업자가 양산될 때는 가만 있다가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실업자가 쏟아지기 시작하니까 실업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李사장=실업의 본질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노동자의 정치활동과 자꾸 연결해 생각하려는 성향이 보입니다.매우 위험하죠. 앞으로 발생할 실업자들은 과거에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조직화가 쉬울 겁니다.여기에 실업자들이 휩쓸리지 않게 할 수단이 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金부총장=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조직화된 근로자들이 두려워 갈 길을 못간다면 기존의 실업자에게 할 말이 없지요. ▲李사장=비조직실업자 중에는 시장에 나오지도 못한 젊은 실업자들도 포함해 생각해야겠죠. ▲金부총장=그렇습니다.신규취업 희망자와 유경험자 사이에서 기득권자인 기취업자의 고용유지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습니다. ▲李사장=정리해고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金부총장=정부는 한꺼번에 구제하기 힘들다고 기업에 위장실업자를 껴안게 하고 있습니다.책임회피입니다.30명을 해고해 70명이 다시 기업을 일으키도록 해야지 100명 모두 끌어안고 가다 다 망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李사장=정리해고를 유예하는 것은어떻습니까.임금삭감에 동의하는 조건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金부총장=6개월이나 1년 전이라면 가능한 얘기죠.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임금을 삭감한다고 몇개 기업이나 살 수 있겠습니까.늦었습니다.노사협조로 살아남는 경우를 들어서 보편화를 외치는데 안되는 일입니다. ▲李사장=모든 것을 정부 주도의 지시경제로 하지 말라는 지적에 공감합니다.구조조정 속도도 문제지만 구조조정의 정도도 문제입니다. ▲金부총장=임금체계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유럽은 임금구조가 우리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그만큼 총액임금이 줄어듭니다. 우리나라는 시간당 임금 개념이 정착돼 있지 않아 근로시간이 줄어도 각종 수당은 그대로 유지됩니다.임금구조를 단순화시켜 외국기업이 투자하도록 해야 합니다. ▲李사장=공감합니다.기업경영의 투명성은 많이 강조됐지만 임금의 투명성은 많이 거론되지 않았습니다.경영자도 임금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金부총장=직업상의 자유로운 이동과 계약을 위해서는 직업알선시스템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지난 74년 일시적 불황으로 실업자가 많아지자 동사무소를 통해 취로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취로사업은 계속됐어요.정권유지 차원에서 머릿수를 채우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는 얘기지요.그 돈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각 지역에 맞게 만들었어야 합니다. ▲李사장=경제가 회생되더라도 취업자수가 예전처럼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현재 제조업에 시설투자가 안되고 있고 기존 시설도 폐기 처분하고 있어요. 건설도 재원이 없어서 많이 못하고 있고요.더구나 실업자 중에는 하이테크 등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사람이 적습니다.‘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金부총장=회복기간도 중요하지만 어느 분야의 회복이 빠를 것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대임금이 높은 편입니다.제조업이 최근에 경쟁력을 잃고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등 공동화현상이 있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생산직 근로자들이 실업률이높아가자 스스로 시장임금을 낮췄기 때문이죠.임금을 낮추면 고용기회는 저절로 생깁니다. ▲李사장=실업자 급여문제도 따져봐야 합니다.앞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보험금을 주겠다고 하고 액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정부는 돈이 없다고 하는데 실업자는 늘고 있으니 언젠가 실업재원의 수급에 모순이 나타날 겁니다. 돈이 없다고 그때 가서 실업급여를 깎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아울러 실업자 본인도 자신을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고용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 임기 마치고 귀국 李鳳瑞 前 ADB 부총재

    ◎“한국 IMF졸업 타국보다 빠를것”/‘남미식 처방’ 궤도수정 요구 잘한 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초기 프로그램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재정흑자를 요구하는 등 실책을 범했습니다.이는 중남미와 동아시아 국가간의 차이를 잘 모른 데서 나온 것입니다” 5년간 ADB(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임기를 마치고 이달 초 귀국한 李鳳瑞 전 상공·동력자원부 장관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경제사정이 어려우며 한국과 태국은 비교적 회복이 빠른 나라로 꼽힌다”고 말했다.그의 ADB 근무기간은 공교롭게도 한국경제가 하강기를 거쳐 외환위기를 맞은 기간과 겹친다.귀국 후 부친(李珌奭 옹)이 명예회장인 국제화재 회장에 취임했다.지난 8일 李회장을 만나봤다. ­아시아 각국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처음 발생했던 태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안정되고 있습니다.태국의 실업자는 200만명을 웃돌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7%에 달합니다.인도네시아는 훨씬 심각하고….필리핀은 80년대 이미 금융위기를 겪어 조심을한 덕분에 피해를 덜 봤지요.필리핀은 외국에 가정부 등으로 취직한 근로자들이 연간 70억∼80억달러를 송금해 국제수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에서 가장 문제되는 분야는. ▲저성장과 실업문제지요.실업은 각국의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그 다음으로는 금융제도상의 취약점을 들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대처방식 중 인상적인 대목은. ▲태국의 경우 외환위기가 처음 발생한 국가인데 IMF가 권고하는 대로 시행한 것이 인상적입니다.IMF가 모두 옳은 것이 아닌데도 일단 따라가고 시행중에 문제가 있는 사항의 궤도수정을 요구해 관철시켰지요. ­국제금융기관들이 일부 IMF 프로그램을 비판했었는데. ▲IBRD(세계은행) 세계문제담당 부총재 등이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ADB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IMF가 한국처방에서 실책을 범한 이유는. ▲(한동안 생각하다가)IMF는 외화유출로 인한 금융위기에 대처해 왔으며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경험이 많습니다.남미국가들과 아시아국가들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멕시코의 경우 재정파탄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았으나 한국이나 태국은 재정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남미에 강요했던 대로 재정흑자 요구처방을 내린 것이 실책입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대처방식은 어떻습니까. ▲현명했다고 봅니다.IMF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일단 따라가고 나중에 수정을 요구했으니까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박사인 李회장은 “시간이 나는대로 대학강단에도 설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월드컵 주경기장 신설해야 하나(쟁점)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가 최근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여러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확정되지 않고 있다.그만큼 해결 방안 모색이 쉽지 않다는 증거다.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서울 상암동 경기장 신축 ▲잠실 주경기장 개·보수 ▲인천 문학경기장 증축 등 3가지.그 가운데서도 상암동 신축과 잠실 개·보수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며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이 쟁점에 대한 李相哲 한국체대 총장과 李鍾煥 축구협회 부회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신인도·경제난 고려 잠실운 개보수를/李相哲 한국체육대 총장 2002년 월드컵축구 경기장 건설을 둘러싼 찬반논란의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인한 국가적 경제위기라는 현실에 있다. 월드컵 주경기장 신축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용구장 신축을 통보한 뒤 계획 변경시 우리가 감수해야 할 국제신인도의 실추를 크게 우려한다.또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결승전이 열릴 요코하마 경기장을 완공하는 등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는것과는 달리 아직도 우리는 월드컵 주경기장 신축 논란으로 혼선만 빛고 있다는 현실이 국민정서를 위축시켜 신속히 전용구장 신축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전용구장 신축은 여러가지 국가적 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다.물론 지나친 경제논리가 국제이미지를 손상시킬수도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인정한다. 94년 월드컵을 대학구장과 미식축구장을 보수해 성공적으로 개최한 미국의 월드컵조직위원장 스콧 트레이어씨는 한 경기장에서 4경기 이상을 치러야만 흑자가 난다고 언급한바가 있다.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유치한 경기는 모두 32경기로 조직위의 계획대로라면 한 경기장에서 3.2경기밖에 치를수가 없다.더구나 미국은 방대한 인구와 경제구조를 갖춘 반면 우리는 일본과 공동개최라는 환경적 열악성을 띠고 있어 월드컵 개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예전의 개최국들과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또 브라질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펠레는 “2002년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한국의 경제현실을 웃도는 많은예산이 책정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기존 경기장의 수정·보완을 언급한 바 있다.우리는 지난 70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국가경제의 어려움으로 반납한 경험이 있고 중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1표차로 유치하지 못한 뒤 경제우선주의에 입각한 국가적 차원에서 2004년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또한 지형적 타당성과 면밀한 계획성 없이 추진됐다 ‘국가적 골칫거리’가 된 고속전철사업도 이 시점에서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우리가 처음 FIFA에 보고한 경기장은 잠실 주경기장이었고 FIFA에서 요구하는 기자석 확충 및 지붕설치 등 적절한 보수를 하면 다목적 기능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이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등 유럽 국가에서는 다목적 운동장이 일반화 돼 있다.여기서 우리는 합리적 검토를 통하여 기존의 시설을 개·보수하면 충분히 월드컵을 치를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기존시설을 활용하면 월드컵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고 전용구장을 신축해야만 기대하는 이익과 효과를거둘 수 있다”는 우매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웅장한 형식의 틀 보다는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의 한 순간이 세계인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방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국민적 사기 또한 웅장한 축구전용구장의 신축으로 진작되는 것이 아니라 열화와 같은 국민성원을 등에 업고 고군분투하여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승리를 거두는 그순간에 진정으로 치솟게 되는 것이다. ◎활용도·관례 비춰 상암동 신설 바람직/李鍾煥 축구협 부회장 2002년 월드컵축구 전용경기장 건설을 둘러 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논란을 보면서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새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경제 회생에 전력을 다해야 할 이 때 조변석개식 ‘월드컵 정책’ 때문에 경제 재도약은 커녕 국론분열의 양상까지 이르게 됐다.작금의 상황을 보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 준비해서 4년뒤에 월드컵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크다. 얼마전 우연찮게 젊은 실직자 한사람을 만났다.이런저런 이야기를하다가 월드컵경기장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그의 대답은 간단했다.“저같은 실직자들이야 운동장 지어서 덩달아 일자리 많이 생기면 최고지요”.굳이 이 젊은이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일자리를 늘리고 관련산업에 영향을 주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데 대규모 건설공사만한 것이 없다.비생산적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짓는다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뭐 있는가. 혹자는 경기장을 지어봤자 월드컵 이후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다.거기서 국제대회,프로축구 경기를 못하란 법이 없고 어린 꿈나무와 중·고교선수들이 공을 차면 얼마나 좋아 하겠는가.지금처럼 육상트랙이 있는 종합경기장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놀리는 것보다는 축구장 하나 제대로 지어서 사시사철 이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경제논리가 아닌가. 정책담당자의 국제관례에 대한 몰이해와 월드컵에 대한 무지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선진국일수록 전문가 집단이나 직능단체의의견과 경험이 존중되는 반면 개도국이나 후진국일수록 소수 관료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월드컵 경기장 문제만 하더라도 유치 이후 근 2년동안 조직위원회,문체부(현 문화부),대한축구협회,그리고 경제·건설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온 것이다.그러나 산고끝에 개최도시와 경기장을 확정짓고 지난해초 국제축구연맹(FIFA)에 정식으로 통보했던 것이다.그런데 이제와서 “경기장을 짓느니 못짓느니” “개최도시를 줄이느니 마느니”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그것도 당사자인 월드컵조직위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아니고 정부 관리가 말을 뒤바꾸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월드컵대회는 한국이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FIFA가 주최한다는 사실이다.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장소를 빌려주고 대회를 위탁관리함으로써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을 FIFA와 나눠 갖는 것이다.따라서 월드컵대회에서 FIFA의 권위는 절대적이다.개최국이 대회를 치를 조건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개최권을 회수할 수도 있다.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개도국의 티를 벗었음을 세계에 알렸다면 2002년 월드컵은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고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예술종합학교 13세 첼리스트 고봉인군(세계 최고에 도전한다:9)

    ◎97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1위/입문 3개월만에 미 인디애나음대서 독주회/96년 서울시향과 협연­이화 경향콩쿠르 1위/“첼리스트겸 하버드대 인류학 박사 요요마 같은사람 되고 싶어요” “무대에 서서요?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여기 온 사람들에게 나눠줘야지 하고 생각하지요.1등해야 하지 않느냐고요? 너무 기대하고 잘하려 하면 오히려 잘 안될 때가 많잖아요” 커다란 안경을 쓰고 짐짓 어른스럽게 말하는 고봉인군.고작 열세살 먹은 어린 첼리스트다.만화영화 주인공처럼 초롱초롱한 눈매의 봉인이가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에서 1등했을때 기뻐한 것은 봉인이네만이 아니었다.일찌감치 봉인이를 ‘될성부른 떡잎’으로 점찍었던 선생님들,음악계 사람들은 물론이지만 첼로 배우는 친구들이 더욱 반기고 부러워했다.악기하다 조금만 재능이 보이면 유학 보따리 싸기 바쁜 터에 봉인이는 3년간 국내서만 공부해 여건 좋다는 외국아이들을 다 제쳤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정명화씨가 소개 봉인이라고처음부터 국내에 ‘눌러앉기’가 그리 쉬웠던 건 아니다.지난 95년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 시험 초등부 첼로부문에서 유일하게 뽑혀 첫 학기를 다닐 때만 해도 갈등이 많았다. 레슨 한번 받겠다고 대전 집에서 서울 학교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기차타고 왔다갔다하는 봉인이를 지켜보며 엄마 백승희씨는 애처로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아빠 근무지를 따라 미국서 살때 월반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던 아이였는데….음악을 계속 시킨다 해도 본고장 미국으로 도로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닐까.갈등하던 백씨를 붙든 이는 첼리스트 정명화씨였다. 예술종합학교 시험때 봉인이를 ‘발견’한 정씨는 조바심내는 백씨를 “공부는 기초가 잘돼 있으니 나중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음악적 재능을 개발도 안해보고 썩힌다면 너무 아깝잖느냐”고 달랬다. 그리고 예술종합학교 장형원 교수를 소개해 줬다.그에게서 체계적 레슨을 받으면서 봉인의 숨은 음악성도 단비맞은 풀포기처럼 차츰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봉인이는 음악성도 뛰어나지만성취욕과 집중력이 대단하다.이미 자기표현,자기 음악세계를 갖추고 있는 조숙한 아이인데다 머리도 명석하다.예민하고 섬세한 데가 있으면서도 워낙 침착해 자기와의 싸움을 잘해낼 거라 믿는다”(장형원 교수). 봉인에겐 첼로를 쥐어주며 연습하라고 채근한 사람은 없었다.봉인이 내면의 선천적 음악성이 스스로 첼로에게 다가가게 했다.첼로를 처음 들은 건 맨하탄서 살던 6세때.피아노를 전공한 엄마가 사다준 카잘스 연주의 ‘베토벤소나타’ 음반을 통해서였다.그리곤 어느날부턴가 “첼로를 배우게 해 달라”고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첼로가 뭔지도 모른 채 들었어요.굵직한 저음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더라구요.몸집 큰 악기라 더 좋았지요” 그러나 엄마는 난처했다.누나가 바이올린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난 때였다.원래 누나한테 음악을 시키고 싶었던 터라 봉인이 뒷바라지까지는 힘에 부쳤던 것.엄마는 탁 털어놓고 말했다.“지금 돈이 없단다.아빠 직장따라 인디애나로 이사 가면 시켜줄게” 결국 봉인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 8세때 처음 첼로 활을 쥐게 됐다.미식축구며 보이스카웃 활동 등에 몰려다니는 틈틈이 동네학원에서 말 그대로 취미수준의 레슨을 받았다. 활달하고 과학에 소질있고 유달리 꼼꼼한 편이지만 또래처럼 개구장이 소년이던 봉인이가 첼로의 문 안으로 성큼 들어선 건 이듬해인 94년.누나를 인디애나 음대 여름음악캠프에 등록시킨 엄마가 맡길 데 마땅찮은 봉인이를 함께 끌고 들어간 게 계기가 됐다. 전문레슨과 곳곳에 널린 음악적 자극 속에서 봉인이는 정작 누나를 제치고 두각을 나타냈다. ‘늦깎이’ 입문에다 공부도 짧았는데 껑충껑충 발전하는 속도에 선생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여기서 3개월 배워 10월 인디애나 음대에서 독주회를 열 정도였다. ○러 전문가 “선천적 음악성” 그해 12월 4년반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95년 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봉인이는 96년 4월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 오디션 합격,5월 이화 경향 콩쿠르 첼로부문 1등 등 잠재력을 잇달아 폭발시켰다.배운 기간도 짧은데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에 참가하기로 한 건 이런 괄목상대할 성장을 눈여겨본 선생님들의 채근 때문이었다.그해 3회째를 맞은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는 역사는 짧았지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청소년부문이라는 명성때문에 만만찮았다.봉인이는 경험이나 쌓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출전했다. 1차예선에서 봉인이는 41명중 40번째 순서를 뽑았다.한명이 몇곡씩을 릴레이로 연주하는 터라 봉인이가 무대에 나설 때쯤 객석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이 지루함을 뚫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41명중 봉인이만 유일하게 박수를 받았다.연주장을 나서니 사인해 달라며 수첩을 내미는 어른들이 있었다.국내에서 따라갔던 관계자들이 이때 이미 “네가 일등이다”고 입을 모았다.“길지도 않은 경력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선천적 음악성을 타고났다”는 게 현지의 평이었다. 그런 칭찬들에 묻혀 막상 봉인이는 지극히 어른스럽다. “그런데 연주자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을 못하는가 봐요.연주 끝나면 모자란 점,아쉬운 점만 떠올라요.저는 늦게 시작해서 고치기 힘든 습관이 많은 편이예요.콩쿠르 가서 다른 연주자들을 들어보면 제가 부족한 걸 잘할 때 부럽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백지위에 한창 미래를 그렸다 지웠다 할 나이.봉인이의 꿈은 이미 세계적 첼리스트로 결정돼 버린걸까. “꿈이요.레슨 때문에 많이 빠지는 학교를 친구들처럼 맨날 다니고 싶어요.그리고 저는 요요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젊을 때부터 실력있는 첼리스트였지만 하버드대학에서 인류학 박사를 따기도 했거든요.첼로도 좋지만 과학실습도 좋아하고 아버지처럼 의학을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그중 뭘 선택할지 이 모든 걸 다하게 될지 그건 아직 모르죠” ◎‘예술의 산실’ 한국예술종합학교/입학자격 음악적 재능만 기준 ‘절대평가’/93년 개교… 정원 따로 없고 실기위주 지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예종) 음악원 예비학교에는 정원이 따로 없다.한두명일 때도 있고 해에 따라 아예 안 뽑고 넘어갈 수도 있다.오로지 음악적 재능만 기준삼는 ‘절대평가’를 고수해 왔기 때문.일단 뽑히면딴 데 신경쓸 필요없는 고밀도 음악공부가 보장된다. 93년 7월 예비학교가 개설됐을 때 주위에서 반신반의한 것은 실기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예종 방침에 대한 반발의 연장선상이었다.공부는 집어치우고 예능만 배운다니 그래서 사람이 되겠는가.이같은 한국적 우려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5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예비학교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바뀌었다.각종 콩쿠르 상위입상자 명단에 예비학교 꼬리표가 줄줄이 따라붙으면서부터였다.국제 기악,무용 콩쿠르 입상자 가운데도 학교 아이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교육자,공연관계자 등은 물론 음악을 지망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까지 신선한 자극이 됐다.남의 땅에 건너가 김치와 된장찌개 향수에 시달릴 필요없이 한국에서도 국제적 음악가가 될수 있다는 것.그야말로 꿈같은 이상이었다.그런데 예비학교 학생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을 눌렀다는 소식이 전해오면서 이것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지금은 콩쿠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토종 국내 경력으로만 된 연주회 팸플릿을 뿌리며 세계무대를 누비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예종 이강숙교장은 “적어도 타성에 젖은 한국 예술교육을 반성하게 하고 몇몇 기관이 안일하게 독점하던 예술교육에 경쟁을 불러들였다는 점만은 예종 교육의 분명한 성과”라고 말했다. 예종 음악원이 대학과정이라면 예비학교는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다.학교공부는 알아서 해결하고 일주일 하루 레슨을 포함,음악공부만 철저히 시킨다. 예비학교 주임 김대진 예종 교수는 음악 인재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강점으로 꼽았다.“이론수업을 실기에 연계시키는 교육,경험을 쌓게 하는 공개발표회가 학교의 특성입니다.스스로 생각하고 자라날 수 있게 음악적 상상력 키우기에 역점을 두죠” 이교장은 “아이들이 음악속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음악을 모국어처럼 체화하도록 돕는 게 예비학교의 임무”라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 제국」 미 마이크로소프트사(G7으로 가는 길:21)

    ◎“자율·개성 한껏 존중” 모든 직원 개인연구실/놀이방·화실같은 연구실서 반바지차림 작업/지위 상관없이 전자메일 서신 교환… 유대 다져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사 단지에 들어서면 마치 어느 지방대학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울창한 숲을 병풍삼아 4만6천평의 구릉지대에 띄엄띄엄 들어선 28개의 2층,3층짜리 연구동들.그리고 이들 건물사이의 잔디밭에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연못과 산책길,정원수등은 왠지 회사의 이미지로서는 생소한 느낌이 들게 한다. 직원들의 활기차고 자유분망한 모습에서는 캠퍼스의 푸릇함이 절로 배어 나오는듯 하다. 근무시간중에도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단지내를 활보하는 연구원들,넓은 운동장에서 웃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미식축구를 즐기는 사원들,햇볕이 내리 쪼이는 계단에 걸터앉은 채 하프처럼 생긴 악기를 가느다란 막대로 두들기며 연주하는 동양계 여사원…. 전세계 PC사용자 가운데 86%이상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OS)를 쓰고 있을 정도로 MS사는 소프트웨어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직원 80%가 20·30대 MS사는 지난 75년 하버드대 수학과를 중퇴한 약관의 빌 게이츠가 단돈 1천달러를 가지고 설립한 회사.초기에 PC 「알테어」에서 사용되는 베이직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틀을 다진 MS사는 「코볼 80」등 컴퓨터언어와 애플용 소프트웨어카드를 내놓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이어 81년에는 불후의 명작 「MS­도스」를 발표해 1억2천만개의 판매고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뒤 그 신화는 지금의 「윈도95」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매출액면에서 연평균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매년 50% 정도의 성장을 이뤄냈다.지난해 총 매출액은 59억5천만달러,순이익은 14억5천만달러에 달했다.전세계 46개국에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으며 직원도 1만5천명(레드몬드본사 8천여명)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제국」 MS사의 이같은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이크 머레이 부사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철저한 기술개발만이 유일한 생존무기』라며 이는 일체의 형식주의를 배격하려는 빌 게이츠의 노력이일궈낸 결실이라고 설명한다. MS사에서 한나절만 지내보면 누구나 이 곳이 얼마나 젊음과 자유분방함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지를 쉽게 느낄 수가 있다. MS사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1.2세.전체 직원의 30%가 20대이고 51%가 30대다.직원 10명중 8명 이상이 20∼30대인 셈이다. 머레이 부사장은 이를 두고 MS사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영원한 젊음」이라는 표현을 쓴다. MS본사에 근무하는 8천여명의 직원들에게는 모두 조그만 개인 사무실이 주어진다.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케 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연구실 내부를 들여다 보면 말그대로 개성의 극치를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마치 어린이 놀이방 처럼 꾸며 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각종 미술품과 골동품을 들여 놓아 화실을 연상케 하는 연구실도 있다.어림잡아 1백개가 넘어 보이는 빈 캔을 쌓아 놓고 그 옆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프로그래머도 있다.또 컴퓨터 한대만 덜렁 들여 놓고 프로그램을 짜는 연구원이 있는가 하면 온통 꽃속에 파묻혀 일하는 사람도 눈에띈다. 이들의 복장도 자유롭다.맨발에 반바지만 입고 일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다.어떤 프로그래머들은 저녁 9시에 출근하여 이튿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근무시간에 융통성도 있다. 이들은 맨발과 반바지가 말해주듯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완전한 자율적인 방식에 따라 각자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다.일단 방향이 결정된 과제는 이를 철저하게 세분화시켜 각 연구팀의 책임아래 모든 것이 일임되는 것이 MS사의 풍토다. 구성원 모두에게 이처럼 자유스런 연구분위기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대신 개인의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는 무척 엄격한 편이다. 연구원 각자에게 부여된 프로젝트는 6개월 단위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여기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급료인상,주식매입 선택권,보너스지급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연 2차례 실적평가 MS사 직원들의 한 주 평균 근무시간은 72시간정도.그렇다고 경쟁사에 비해 많은 봉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이 회사 직원들의 이직률은 동종사의 평균치보다 훨씬 낮은 10%를 밑돈다.또한 빌 게이츠 사단의 일원이 되려는 연구원들의 입사 경쟁률은 1백대 1을 웃돌고 있다. MS사 컴퓨터프로그래머인 제프 놀랜더씨는 이에 대해 『연구원들 사이에는 창의력과 노력이 있는 한 승리가 보장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S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전자메일을 이용해 구성원 사이에 격의없고 솔직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직원들은 전자메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언제든지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전할 수가 있다.직원들은 하루 평균 1백여통의 전자메일을 교환하며 빌 게이츠도 하루 1백여건의 통신을 받아 이중 수십통은 종업원들에게 직접 보내기도 한다.컴퓨터를 이용한 서신교환이 자칫 권위적으로 흐르기 쉬운 대기업의 상하관계를 친근하게 묶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MS사는 소단위·소그룹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생산성의 향상은 여러 소그룹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이러한 이유로 핵심적인 프로그램제작팀과 시장마케팅담당팀은 소그룹으로 만들어져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따라서 경영참모들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소그룹에 효과적으로 분담하고 소그룹의 패기에 찬 아이디어를 노련하게 조화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MS사가 오늘날 아이디어의 산실이 된 데에는 실패의 경험을 중시하는 빌 게이츠의 경영철학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트로이 제르 PR매니저는 『직원들이 실수가 보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아이디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할 뿐 아니라 변화를 제시하는 분위기도 조성된다』며 직원들에게 실수를 감추려 하지 말고 건설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갖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인터뷰/인사·행정분야 총괄 마이크 머레이 부사장/“진취적 인재 확보에 가장 비중”/“직원 누구나 주식매입 가능… 애착 갖고 일 전념” 헐렁한 셔츠바람에 구겨진 작업용바지의 매무새.그리고 며칠 동안 머리조차 감지 않은듯 부스스한 용모….2평 남짓한 집무실에는 원탁테이블 한개와 컴퓨터 받침용 간이책상 한개가 전부다.그 흔한 여비서 한명 달려 있지 않다. 「MS제국」의 인사·행정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머레이 부사장(37).부사장님이라는 「근엄한 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 ­예절을 중시하는 동양인의 눈으로 볼 때 MS사의 분위기가 너무 파격적이란 생각이 드는데―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다.우리는 이 작업이 가능한 즐겁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약없는 작업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 ­MS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철학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거는 회사이니 만큼 사람을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여긴다.특히 경험보다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기상과 모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빌 게이츠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자신의 전용 비행기로 모셔와 설득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가라데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개인교수까지 주선해 주며 끌어들인 적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인센티브계획을 갖고 있는가.제안상자 같은 아이디어 모집방식에 대한 견해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원은 누구나 주식매입 선택권을 갖는다.회사의 일부분을 소유한 사원이 회사가 번영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들이 회사의 번영을 도울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것이다.누구든지 휼륭한 제안을 내놓아 채택될 경우 1천여명이상의 사원이 모이는 공개장소에서 이를 공표하고 제안자에게 약간의 주식을 추가로 지급한다. ­모든 사원들에게 사무실 한칸씩을 주고 있는 것이 오히려 직원들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지 않는가. ▲직원들에게 사무실 한칸씩을 주는 것은 모든 직원들의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해 줌으로써 각자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부끄러운 밤/고인수 포항공대 교수·물리학(굄돌)

    한 도시의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흔히 서점을 꼽는다.물론 대부분의 책방이 특성이나 주제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예외이겠다.11월 첫주에 학회참석차 다녀온 미국의 시카고는 필자가 처음으로 여행하는 도시이다.미국에서 몇년을 살아본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캘리포니아처럼 기후가 좋은 곳에는 스포츠에 관한 책이 많고,뉴욕에는 연극과 음악관련 서적이 많이 있었던 것같다.이번에 방문한 시카고의 서점에는 서구의 고전문학에 관한 책들이 서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책들을 보고 있었다.그동안 시카고는 야구나 농구,미식축구 등의 프로구단이 유명하여 운동을 좋아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중 시카고의 서점을 둘러보고 나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더욱 인상적인 일은 학회 참석자들에게 베풀어지는 만찬을 시카고 미술관에서 가진 것이다.만찬 시작전 2시간동안 미술관 중앙의 큰 홀에 마련된 다과와 포도주로 명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된 칵테일 파티는 나에게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그날 특별히 기획전시된 명화는 세기의 전시회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모네의 유화 150점이었다.모네의 수련으로 둘러싸인 홀을 거닐던 그 경험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명화의 향기속에서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지금 같아서 과연 문화민족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그리고 그날밤 뉴스시간에 CNN이 보여주는 우리의 치부는 참으로 부끄럽고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 「심슨 평결」 4시간만에 전격 합의/이토판사,오늘 새벽 공식발표

    ◎택시기사 마지막 증언이 변수 【로스앤젤레스 AP 연합】 흑인 미식축구스타 OJ 심슨(48)의 이중살인혐의에 대한 유무죄평결심의에 들어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 12인배심은 2일 평결에 도달했다고 재판부에 통보했다. 흑인 9명,백인 2명 및 스페인계 1명으로 이뤄진 12인 배심은 이날 심의에 들어간지 3시간이 채 못돼 이토 랜스판사에게 평결에 도달했다고 통보했다. 이토 판사는 배심원들의 평결내용이 3일 상오 10시(한국시간 4일 새벽2시)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법정주변에서는 배심의 평결심의가 짧게는 몇일,길게는 몇주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배심원들은 이에 앞서 지난주 노점상인 51세의 흑인 이혼녀를 배심장으로 선출했다. 배심원들은 2일 몇시간동안 1차 비공개회의를 가진 뒤 법정으로 돌아와 전처 니콜 브라운(35)과 정부 로널드 골드먼(25)이 피살된 직후 심슨을 공항까지 태워준 리무진승용차 운전기사의 증언내용을 다시 듣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배심원들은 파크의 증언내용을 재청취한 후 재판부로부터 평결문 서식을 건네받아 다시 배심원실에 모여 숙의를 거듭한 지 3시간여만에 평결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재판부에 통보했다. ◎「평결」 발표 앞둔 법원주변 이모저모/배심원들 눈길피하자 “유죄 아니냐”/LA경찰 흑인폭동 대비 비상경계 ○마지막까지 깜짝쇼 ○…심슨재판은 처음부터 그랬듯이 마지막까지도 「깜짝쇼」로 일관했다.평결 합의에 도달했다는 배심원단의 통보를 받은 재판부의 이토 판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평결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배심원단에 다시 한번 확인,『그렇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배심원단으로부터 평결서식이 들어 있는 봉투를 전달받았다. 그러나 예상 밖의 신속한 평결에 가장 놀란 것은 아무래도 피고인 심슨 자신일 것.심슨은 이날 배심원단이 『평결 합의에 도달했다』고 이토 판사에게 통보하는 순간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리는 등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 ○발표늦자 추측난무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토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 결과 발표를 하루 늦춰 4일 발표하기로 한데 대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그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발표하지 않고 밀봉한 봉투 속에 감춰놓은 것과 같다』고 비유.이 사건이 워낙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데다 이처럼 평결 결과가 나오고서도 발표가 하루 늦춰지자 과연 심슨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놓고 또한번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기도. ○「최악의 상황」 대비 ○…심슨의 유죄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으나 유죄론이 우세한 모습.유죄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이날 배심원들이 평결 합의를 발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검찰측 증인인 리무진 운전사의 증언을 다시 한번 들은 것이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평결이 나올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배심원들이 심슨과 눈길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 것도 평결 결과가 심슨에게 불리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한 사건에서 예상 밖의 신속한 평결이 나온 것도 유죄로 결론내려졌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 이처럼 유죄론이 우세한 상황을 반영하듯 심슨 변호인단의 앨런 더쇼위츠변호사는 3일 NBC­TV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인단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항소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그는 변호인단이 항소를 준비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본이며 심슨이 유죄 평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방송사 재판 생중계 ○…심슨 재판에 쏠리는 관심을 반영하듯 미국의 TV방송들은 대부분 3일 상오 10시(한국시간 4일 새벽 2시)로 예정돼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재판을 생중계한다고 발표.또 유럽의 TV들도 이토 판사가 평결문을 읽는 장면을 생중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호주의 한 방송도 생중계 계획을 발표. ○…심슨에 대한 평결이 이뤄진 이날 로스앤젤레스 법정 주변에는 중무장한 경찰 2개 중대가 삼엄한 경계를 펴는 모습.지난 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흑인들의 인종폭동에 시달린 경험을 갖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윌리 윌리엄 국장은 『현재로선 어떤 소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경계령을 내려놓았다.당분간 법원 주변 사방 1개 블록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시민들에게 냉정을 유지해줄 것을 호소. ○정치인들 일정 조정 ○…심슨 재판의 평결 결과 발표가 3일로 하루 늦춰지자 워싱턴의 고위 정치지도자들도 세인들의 관심이 평결 결과 발표로만 쏠릴 것을 의식,3일로 예정됐던 일정들을 재조정하느라 부산한 모습.
  • 한 「영웅」의 비극(임춘웅칼럼)

    OJ심슨이란 이름을 알고있는 한국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미국에 얼마나마 거주한 경험이 있다거나 장기간 여행만 한 사람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건장한 체구에 카리스마적인 목소리로 텔레비전 화면을 꽉 채우는 그의 수려한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올해 46세인 그는 한마디로 미국의 국민적 영웅이다.70년대에 미국의 국기라 할 수 있는 미식축구의 스타로 등장해서 그후 줄곧 광고모델로,영화배우로,텔레비전 해설가로 매일같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는 친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흑인빈민가에서 태어나 연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스타로 매일같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를 대하게 되니 대중의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그런 심슨이 지금은 이혼한 전부인과 그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살인사건이 난 후인 지난 17일 경찰의 검거를 피해 친구의 차를 타고 도주하는 심슨과 이를 추적하는 경찰과의 2시간여에 걸친 숨가쁜 드라마가 헬리콥터를 통해 그대로 텔레비전에 생중계됐는데 이 장면을 무려 1천9백만명의 미국민이 시청했다고 한다. 심슨은 아직도 살인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고있어 혐의는 굳혀져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토록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았으며 거의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를 유지해온 몇 안되는 흑인중 한사람인 그가 왜 이처럼 끔직한 종말을 자초했느냐 하는 데 있다.본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진상을 알 수는 없으나 그가 마약을 사용해왔으며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아홉살난 딸의 무용공연을 함께 구경하고 저녁을 먹은 후 전부인과 애들을 바래다 주러 전부인 집에 왔다가 때마침 찾아온 전부인의 애인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대충의 줄거리다. 이 사건이 나고 쏟아져나오는 각종 자료중에 충격적인 통계가 하나 있다.남편의 손에 죽은 아내,아내의 손에 죽은 남편의 숫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연방 법무부가 밝힌 자료를 보면 92년의 경우 미국에서 남편이아내를 죽인 케이스가 9백13건,아내가 남편을 죽인 경우가 3백83건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남자가 여자친구를 살해한게 5백19건,여자가 남자친구를 살해한 케이스가 2백40건이나 돼서 1년간 일어난 치정살인이 자그마치 2천55건이나 됐다. 어느 노랫말처럼 사랑이 미움이 돼버린 경우들이다.이런 류의 범죄사건은 최근 더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템플대학의 범죄사회학교수인 짐 파이페교수는 올해의 경우 치정살인이 전체살인사건의 35∼45%까지 육박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울한 이야기다.애증의 폭이 커지고 그 애증을 표현할 기회와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우리나라에도 이런 통계가 나와있는지 모르겠다.미국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미국민들은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에 대한 배신감과 그들의 「영웅」을 잃은 좌절감으로 해서 적지아니 당혹하고 있는 것같다.
  • 클린턴/“대선논공행상” 대사임명 물의

    ◎취임후 99명중 비외교관 출신 40%/정치거물·자금 기부자등… 비난 여론 클린턴 미대통령은 최근 부룬디대사에 전직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로버트 크루거씨를 임명함으로써 취임 14개월만인 지금까지 모두 39명의 대사를 비외교관출신의 정치적 임명직으로 충원했다.클린턴대통령이 취임후 99명의 대사를 임명했으므로 정치적 임명대사는 40%가 되는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대통령이 대사직에 외교경험이 없는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외교협회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역대 미국대통령들은 대사임명자 가운데 대개 30%정도를 정치적 임명직으로 채운다.이들 정치임명직은 대통령이 각료로 소화하기 어려운 비중있는 정치인이나 전직고위관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상당수를 선거운동과정에서 공을 세운 후원자나 정치자금의 고액기부자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않다. 클린턴대통령이 임명한 정치적 임명대사들은 그야말로 정치적 「거물」그룹과 고액정치헌금자 그룹으로 크게 양분할수있다. 정치거물급에는 전직부통령인 월터 먼데일주일대사,고에버렐 해리먼주소대사의 미망인이자 민주당의 「정치대모」로 통하고있는 파멜라 해리먼주불대사,그리고 합참의장을 역임한 윌리엄 크로주영대사등을 들수있다. 고액정치헌금자 가운데는 대통령선거운동때 33만달러를 기부하고 또 1백만달러의 선거자금 모금파티를 주관했던 덴버출신의 자선사업가인 스와니 헌트주오스트리아대사,애트란타출신의 백만장자로 25만달러를 기부한 개인투자가 테리 돈부쉬주화란대사를 들수있다.이들은 비록 외교경험은 없으나 사업가정신을 발휘,미국의 국익을 위해 대사직을 수행하고있다는 것이다. 정치임명직 가운데는 클린턴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나 선거운동 공신으로 대사직을 얻은 사람도 있다.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바베이도스대사로 임명받은 지니트 하이드여사는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민주당 정치모금운동가로 92년 대통령선거당시 이곳의 선거운동을 총 지휘했다. 바하마대사인 시드니 윌리엄은 워싱턴의 미식축구팀 레드스킨의 선수출신으로 벤츠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있다가 대사가 되었다.그는상원외교위에 나와 『미식축구의 기술이 외교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사고와 협상기술에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호텔을 경영해왔던 래리 로렌스는 19만달러(한화 1억5천만원)의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스위스대사로 임명받았다.그는 상원외교위의 인준청문회때 외교의 문외한임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스위스를 25번이나 방문하면서 현지 업계및 은행고위인사들과 사업흥정을 많이 해보았다』며 자신을 변호했다.당시 그의 인준을 옹호한 한 상원의원은 『그가 호화로운 「호텔 델 코로나도」를 운영하면서 국왕이나 대통령,수상을 접대하기도 했기때문에 대사수업을 전혀 받지않은 것이 아니다』고 궁색하게 거들었다.최근엔 클린턴대통령도 1주일간에 걸친 부활절 휴가중에 이 호텔에서 묵기도했다. 1만여명의 전·현직 외교관이 가입하고 있는 외교협회는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취임일성에 정치임명직 대사의 비율을 30%가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식언을 하고 있다면서 『A+학점이 가야 할 자리에 C학점짜리를 보내니외교가 제대로 될리가 있나』고 비판하고 있다.
  • 엑스포 맛잔치/20개국관서 전통음식초대/국제전시구역 이색코너 안내

    ◎노르웨이 연어­불가리아 요거트/스리랑카 고담바 등 별미 선보여 대전엑스포는 세계 여러나라의 전통음식을 입맛에 따라 맛볼 수 있는 국제음식전시장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각국의 전통음식점에는 색다른 음식을 찾는 미식가들이 줄을 잇는다. 1백8개 엑스포참가국중 20여개국이 자국전시관 안에 전통음식판매코너를 마련,고유의 민속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미식가들 줄이어 이곳에서는 노르웨이 연어요리,불가리스로 우리에게 낯익은 불가리아 요거트,꼬치류인 말레이시아 샤테,커피의 원조 아프리카산 커피,독특한 향내를 자랑하는 북한의 백로술과 러시아의 보드카까지 판매된다.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는 전시관내 해산물레스토랑을 개설하고 있다. 요리사 누나 크버세일씨(25)는 능숙한 음식솜씨로 식도락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주요메뉴는 연어요리 피시 플레이트,오픈 및 더블샌드위치,청어요리 등이다. 전통적인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는 전시관 옆에 장 클로세리씨(48)등 8명의 일류요리사가 인스턴트음식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다양한 프랑스 대중음식 스페셜코너를 마련해놓고 있다. 프랑스요리사들은 『프랑스요리가 세계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프랑스요리의 정수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밀가루반죽에 초콜릿·딸기잼을 가미한 크랩,화이트소스에 피자·치즈 등이 들어간 정통 프랑스 샌드위치인 크로크 무슈 스페셜,바게트빵·치즈에다 화이트소스를 친 크로크 바게트 스페셜,슈크림·체리·버터·계란·우유 등이 가미된 프랑스 벌집빵 고프르 등.또 연인들과 달콤하게 속삭일 때 함께 먹는 코르네 다무르 아이스크림 등도 맛볼 수 있다. 불가리아전시관에는 전통적인 식사대용의 불가리아 요거트와 햄버거가 주요메뉴.불가리아 요거트는 독특한 잼을 가미해 향내가 나고 매우 신 것이 특징이며,치즈가 많이 들어간 정통 유럽풍의 햄버거는 치즈·연어·쇠고기가 팬케이크처럼 얇고 부드러워 입맛을 돋운다. ○정통 유럽 햄버거 요리사 미하일로프씨는 『요거트는 수천년동안 전해내려오는 불가리아의 전통장수음식이며 주식』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전통음식은 쌀농사국가답게 쌀밥에 익숙한 중장년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스리랑카는 전시관내 70∼8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레스토랑을 꾸미고 전통적인 「나카락샤」춤을 관람하면서 고담바·파파덤·파나이빠 등 전통음식을 팔고 있다. 이곳에는 K A A 프리얀지트씨(24)를 비롯,17명의 호텔요리사들이 직접 밀가루반죽에 쇠고기·감자 등을 으깨 집어넣은 고담바,생선이나 닭을 튀겨 소스를 친 생선·치킨바듐,밀가루에다 소금양념을 해 튀긴 파파덤,팬케이크 종류의 파나이빠 등을 조리하느라 쉴새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트볼·렌틸·야채·가지카레등 6개 스리랑카식 카레도 맛볼 수 있다. 덴마크왕실 지정식품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있는 덴마크는 국제전시구역 중국관 옆 5∼6평크기의 덴마크식 패스트푸드점인 「튤립」코너를 개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핫도그 4종류,햄버거·피타 6종류,바게트 1종류등 10여종류의 간단한 식품을 판다. 대형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이집트관에는 이집트 전통음식 조리사 샤인씨(30)가 직접 나와 콩으로 양념한 양고기에다가 토마토·향신료·당근을 소금에 절여 만든 이집트식 김치를 넣어 만든 쇼베르망을 만든다. ○앙골라 커피 동나 타일랜드관에 가면 젤리와 같은 「아카」,강정과 비슷한 「카우봉」 등 태국 전통과자를 맛볼 수 있다. 대구에서 온 권재중씨(35)는 『어린이들의 성화로 외국의 음식과 마실 것을 시음해보니 맛이 독특해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커피하면 대부분 브라질·콜롬비아 등 남미국가들을 연상하지만 사실은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수출된 것이어서 아프리카가 원조다. 앙골라산의 커피는 벌써 다 팔려 더 보내달라고 본국에 긴급타전,중순 이후 판매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스리랑카관에서는 코코넛꽃을 주스로 만들어 발효시킨 아락,불가리아관에서는 전통 와인 멀스캐트 등과 과일주인 말리나 등,독일관에서는 저알코올맥주인 크라우스 텔러,칠레관에서는 전통 와인 콘차이 토르 등이 애주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한국대선 김영삼후보 가장 유리”

    ◎일 게이오대 오코노기교수,12월선거 전망/“거당적 보수연합” YS구상 성공 가능성 커/대선계기 구미식 「조정형 정치」로 접근 예상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일게이오대의 오코노기(소차목)교수는 『한국의 향후 정치는 노태우대통령이 쌓아논 민주화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제도화」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후보가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했다.그는 16일자로 발간된 세계주보에 기고한 「한국대통령선거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금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한국의 정치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김영삼후보의 대통령당선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오코노기 교수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노태우대통령은 지난 88년 「권위주의 청산」과 「군의 정치개입 배제」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취임했다.노대통령은 취임초 각계각층의 「민주화」요구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많은 과제들을 하나씩 처리해 가며 한국의 정치를 권위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켰다.그 과정은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문민정치의 실현을 사실상 달성했다. 노대통령이후의 한국정치 향방을 결정할 이번 대통령선거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중요한 시금석이다. 김영삼대표는 「경선」에 의해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김후보는 민자당의 단합을 이루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김후보는 전두환 전대통령을 만나는등 새로운 보수연합을 추진하고 있다.김후보의 전전대통령 방문은 노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해소라는 측면도 있다.김후보의 보수연합 거당체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김후보는 일본에서 「민주화 투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김후보는 풍부한 정치경험을 갖고 있는 노련한 정치가다.김후보는 김대중 민주당후보,정주영 국민당후보등 3파전이 될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통령선거의 득표율을 가정해 볼때 민주당이 총선에서 얻은 29%는 김대중후보가 획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득표다.정후보도 국민당의 17%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10%이상 높아질 가능성은 없다.이종찬의원이 출마,4파전이 되더라도 김영삼후보가 여전히유리하다. 김영삼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정치는 노대통령이 쌓아놓은 민주화를 바탕으로 반체제 세력을 포함한 민주정치의 「제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김영삼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의 정치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구미선진국과 일본에서 보편화된 「조정형 정치」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태” 중남미 경제 현장 르포:하

    ◎“눈덩이 외채”… 세계경제의 「시한폭탄」/브라질·멕시코는 무려 1천억불 웃돌아/잇단 상환중지 선언… 세은·IMF “골머리”/인플레 악순환에 서민가계 주름… 외화도피 늘어 국고는 “빈 껍데기” 중남미국가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공항에서 어김없이 겪는 낯선 경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출국 공항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플레가 극심한 아르헨티나와 페루는 물론 요즘 경제사정이 나아져가는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만5천아우스트랄(5달러),멕시코는 7천페소(3달러)를 각각 1인당 공항세로 받고 있으며 남미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인 페루에서는 외국인들에게 미화 15달러를 의무적으로 물린다. 중남미에 첫발을 들여놓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혹시 동양인이라고 공항직원들로부터 횡포를 당하는 것이 아닌지』하는 생각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중남미국가 공항에서의 공항세는 대부분 관례화되어 있다. ○공항서도 세금받아 중남미국가의 정부들이 이처럼 공항에서까지 세금을 받는 것은 그만큼 국가 재정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또 외채가 많은 이 지역 국가들이 해외여행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어서라도 외환결손을 메워보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인적인 인플레가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를 대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는 이들 국가들의 발목을 쥐고 있는 대외적인 경제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중남미 외채는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비중이 막대하고 심각하다는 얘기다. 최근 발간된 「비즈니스 라틴아메리카」에 수록된 지난 88년말 현재 중남미국가 외채현황에 따르면 ▲브라질이 1천1백87억달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멕시코 1천4억달러 ▲아르헨티나 6백7억달러 ▲베네수엘라 3백74억달러 ▲칠레 1백94억달러 ▲페루 1백84억달러 ▲콜롬비아 1백75억달러 ▲에콰도르 1백3억달러 ▲볼리비아 57억달러 등의 순이다. 중남미국가들의 외채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지난 82년 8월 멕시코가 외채상환중지를 선언하고 부터다. 이후 87년에 브라질이 외채지불 유예선언을 했고 매년 라틴아메리카경제기구(SELA)에서는 외채상환 불능선언이 잇따라 중남미 외채 순위 3위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자 지불이 아직까지도 중단되고 있다. 남미에서 손꼽는 빈곤국가인 페루의 경우 85년 7월 취임한 좌파의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외채를 총 수출액 10% 이내에서만 상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 결과 처음 2년 동안은 기존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자유로운 수입정책으로 국내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차관제공마저 중단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페루를 차관공여 부적격국으로 선언,IMF에서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세계은행(IBRD)도 페루에 차관제공을 중단했다. 이에 가르시아 대통령은 종래방침에서 선회,IMF에 신규차관제공을 요청하는 등 대외적인 유화제스처를 쓰고 있으나 국내경제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말았다. 달러화 가치의 동결이 수출을 위축시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났고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통화증발은 하이퍼인플레(초인플레)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남미국가들은 돌아보면 실제로 정부의 외환관리정책에 엄청난 구멍이 뚫린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 유입된 달러 등 외환을 일반국민이 신고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소지할 수 없도록 엄격한 외환집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반상품을 파는 중남미국가들의 상점들은 대부분 달러화 거래를 병용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다운타운에서는 대낮인데도 암달러상들이 판을 친다. 「캄비오」(Cambio)라는 환전기관들이 많이 있는데도 환율을 훨씬 높게 쳐주기 때문에 암달러상들이 대낮에도 활개를 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진출해 있는 많은 외국인 업체들은 대체로 은행구좌를 아르헨티나가 아닌 미국이나 인근 우루과이은행에 갖고 있다. 살인적인 인플레와 가끔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예금인출을 동결시키는 등의 비상금융정책 실시에 이골이 난 외국업체들이 아예 아르헨티나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구좌를 트고 거래하는 것이다. 환율변화는 중남미국가 정부의 외환 및 경제사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화 1달러당 환율은 지난해 10월말 6백50아우스트랄이던 것이 12월말 1천9백,올해 2월말 5천1백50아우스트랄로 올랐으며 최대의 경제고비로 예상되고 있는 3월말에는 무려 1만2천아우스트랄까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만% 평가절하도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봉급생활자들은 월급을 타면 먼저 일용품을 사고 나머지는 달러화로 바꾸는 것이 일과처럼 돼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아우스트랄화의 평가절하율이 유례없이 1만1천6백82%로 나타난 통계결과는 인플레와 함께 외환사정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페루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골치아플 정도로 복잡다기 하다. MUC(정부공시환율) 외에 은행간 거래환율과 자유시장환율 등 세 개의 환율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입상들은 무척 애를 먹는다. 따라서 수입상품의 정부 공시가격은 낮고 실제 유통가격은 그보다 비싸다. 그 환차액을 중간에서 공무원들과 세관원들이 챙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의 외환사정을 악화시키는 또다른 주범으로는 해외 외화도피를 꼽는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수출은 90억달러에 이른 반면 수입은 45억달러였다. 무역수지상 4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수출업자들은 엄청난 인플레 때문에 아예 수출대금을 달러로 빼돌려 국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해외도피 외화규모가 4백50억달러 이상이나 된다는 비공식 통계에서 기형적인 아르헨티나 경제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멕시코에서 지난 10년 동안 해외자본도피는 약 6백억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한햇동안만 해도 모두 1백20억달러의 외화가 국내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 ○마이너스성장 지속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경제의 종합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87년 6.9%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던 페루는 88년 마이너스 8.5%의 성장으로 돌아선 이래 지난해 상반기에는 무려 마이너스 22%의 경제후퇴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87년 2.0% 경제성장에서 88년에는 마이너스 3.1% 성장을 기록,지난해는 마이너스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86년 8.0%였던 경제성장률이 87년에는 2.9%로 뚝 떨어졌다. 중남미국가들은 막대한 외채 및 만성적인 재정적자 아래서 높은 인플레와 실업률,낮은 경제성장의 삼중고,사중고를 겪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결여로 「남미병」이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정부는 지난 4일 정년에 이른 사람은 물론 정년을 2년정도 남겨둔 공무원들을 강제 퇴임시키고 자리만 지키면서 하는 일 없이 월급이나 타가는 정부직제를 대폭 없애는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연간 20억달러의 세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경제난국은 쉽게 풀리기 어려운 것 같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택시기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봉급만 갖고는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겸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초·중·고교의 교사들은 대체로 월 30만아우스트랄(6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이 돈으로는 먹고 살기가 여의치 않아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경제난은 빈부겪차를 수반하며 특히 중남미식 대통령 단임제는 관료들의 부패를 조장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단임 후 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많은 공무원들이 정치적인 인사에 휘말리기 때문에 재임기간 동안 뇌물을 받아 한 몫을 챙기는 중남미식 한탕주의가 공통적으로 서민가계를 더욱 주름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잠재력 지녀 그러나 중남미국가 전체를 통틀어 「희망없는 나라들」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중남미는 대부분 넓은 국토에 엄청난 자원,그리고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에서는 잘살던 시절의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국가들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단순한 물가상승 같은 경제요인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정정의 불안에서 파생되는 잦은 정책변경과 경험부족에서 오는 경제정책실험,막무가내식 선심복지행정이 초래한 재정적자의 증가 및 이를 해소하기 위한 무리한 통화증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때 정치지도력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시급한 것처럼 여겨진다. 멕시코가 지난 88년말 40대의 살리나스 대통령정부 출범 이래 미국유학파 출신인 젊은 경제각료들과 손잡고 「마킬라도라산업」 등 의욕적인 경제시책을 펴 높은 인플레 속에서도 지속적 경제성장기반을 다지고 있고 피노체트 정권의 뒤를 이어 최근 17년 만에 파트리치오 아일윈 민간정부를 출범시킨 칠레는 그 동안 외국인 투자환경을 적극 조성,남미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착실한 경제성장과 인플레억제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나라가 중남미국가 중에서 그래도 경제상황이 호전되거나 모범적인 성장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사실은 중남미국가들의 경제가 온통 파탄에 빠진 것만은 아니며 정치지도층 엘리트들의 뼈저린 각성과 국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언젠가는 과거 아르헨티나가 이룩했던 것처럼 찬란한 경제를 다시금 회복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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