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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살롱 마담의 신상조서

    유명살롱 마담의 신상조서

    ★ 아스티 : 을지로입구 김효심 (28·서울, 대구신명여고) <경력> 한때 신「필름」전속으로『연산군』등에 출연.「톱·싱거·레코드」사(社)서 30곡 정도 취입한 일도 있는 미성(美聲).「살롱」에 나온 지 꼭 5개월이 된다. <남자는> 20세 때 결혼. 물론 연애. 그러나 작년부터 별거 중. 7세 된 딸이 하나 있다. <신상> 길현동에 전세 50만원의 독채. 옷은 약 30벌 정도.「액세서리」보석류는 별로 밝히지 않는 편. <취미> 여고시절부터 배운「피아노」가 유일한 것. 그래서 틈이 나면「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실력> 맥주라면 2병이 꼭 알맞다. 담배는 피우면 피우고 안피우면 안피우는 정도.「댄스」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도「리드」만 잘해주면 물론 쫓아간다. <하오 5시께 출근. 밤 11시까지 있으니까 하루 6시간 근무. 월수 5만원> ★ 집시 : 세종로 민방인 (31·경북 영주, 배화여고) <경력>「제네바」등 다방「마담」으로 1년. 그 후「국제」「유전마(儒錢馬)」「살롱」을 거쳐「집시」로. 통산 2년 약(弱). <남자는> 1년쯤 연애한 모 방송국「프로듀서」L씨와 결혼. 1남 2녀를 낳고 결혼 8년 만에 파경. 1년 전부터 어느 외국인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신상> 후암동에 전셋방. 옷은 1주일 동안 매일 갈아 입을 수 있는 정도고,「액세서리」보석엔 별무(別無)취미 <취미>「피아노」와 명동「설파」다방에서 실내악 듣기. 등산은 거의 매주 가며 8개월 전부터 배운 태권도가 이제는 초단에 이르렀다. <실력> 맥주 2병이면 호호(好好). 10병 마셔도 취하진 않는다. 담배는 하루 한 갑 반 정도라야 직성이 풀리는데 유일한 흠은「댄스」4분의 4박자밖에 모르는 것. <12시간, 6시간 격일 교대근무. 월수 6만원> ★ 블루·제이드 : 소공동 왕유미 (27·경북 상주, 중앙여고) <경력>「모던·발레·댄서」로 여러 곳 무대에서 활약. 한때「워커힐·쇼」의「키·멤버」이기도.「살롱」은「블루·제이드」2년 3개월이 처음. 직영성업(直營盛業)중. <남자는> 학창시절 기혼의 한 남자를 미치도록 좋아했으나 지금은 옛일. 달포 전 반도「호텔」에서 어느 외국인과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처녀적부터 데려다 기른 고아가 커서 지금 7세. <신상> 제기동에 자택. 옷 입기를 좋아해 약 70벌 가량의 재고가 있다.「데코레이션」을 다 모으면 한 광주리. 특히「이어링」이 많다. <취미>「오일·페인팅」. 바쁜 틈틈이 집에서 그린다.「데코레이션」모으기, 골동품 사들이기도 일종의 취미. <실력> 맥주는 이상하게 안맞고「코냑」이면 4~5잔 정도.「스카치·언·더·락스」5~6잔 정도. 담배는 하루 반 갑 정도. 춤은「리드」만 쫓아간다. <하루 5시간 근무. 월수『쓰기 알맞을 정도』> ★ 마드모아젤 : 명동 한순녀 (36·함북 북청, 북청제1여고) <경력> 충무로「뉴·코리어」「천지」등 다방「마담」으로 6년.「살롱」은 이번이 처음. <남자는> 20세 때 연애결혼. 51년에 아빠 전사(戰死). 현재 홀몸이며 여고재학중인 딸 있음. <신상> 원효로3가에 시가 5백만원짜리 자택. 보석엔 별로 취미없고 옷 해입는 게 취미 중 하나. 손수 마음 내키는 대로「디자인」해 입는다. 한복이 잘 안어울리고 편안한 사람이 못돼 양장을 즐기는 편.「참·스쿨」을 나왔다. <취미> 낮잠자기. 승마(승우회 회원임). 요즈음은「마이·카」시대에 대비, 운전을 배우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실력> 맥주는 한 잔 정도. 아예 술 못마시는 걸 광고하고 다니는 편. 담배 한 갑이면 꼭 3일.「댄스」는 품위를 잃지 않을 정도로 추는 편. 고객들과 밖에서의「데이트」는『사양하겠어요』. <하루 12시간 근무> ★ 멕시코 : 북창동 정복순 (35·평남 성천, 성천여중) <경력> 다방 3, 4군데 거쳐「멕시코」에 정착한 지 만 15개월.「코리어」다방 시절엔 한국식, 이번엔「멕시코·스타일」이다. <남자는> 현재 7세 된 아들이 하나 있을 뿐 그 밖의 일엔「노·코멘트」. <신상> 동대문구 회기동에 별장 비슷이 지은 집(대지 1백평, 건평 30평, 2층 양옥)에 살고 있으며 옷은 자작「디자인」해 바느질만 남에게 맡기는 실력. 보석은 큰 것을 좋아한다. <취미>「스포츠」라면 전부 좋아하는「스포츠」광. 학교시절엔 수영과 농구를 했다. 성격이 정열적이라「라틴·뮤직」을 모으는 것도 취미.「멕시코」를 다녀간 고객들에게서 접시에「사인」을 받는 것도 취미 중의 하나다. <실력> 술, 담배 못해 낙제생. 손님에게 권하지 못한다.「댄스」는 박자 맞출 정도로 쫓아간다. <하루 10시간 근무. 월수는 함구> ★ 로맨스 : 을지로3가 김지숙 (25·충남 대천, 홍성여고) <경력> 6년 전 상경, 종로의「비어·홀」「낭만」에서 1년 반 동안 근무. 작년 3월 28일「피카소」(로맨스의 전신)로 옮겼다. 통산 2년 6개월. <남자는> 20세 때 첫사랑의 그이와 2년 동안 열병을 앓았으나 그이는 딴 여자와 결혼해 버리고…. 현재는 글쓰는 J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 <신상> 흑석동 언니네 집에 얹혀 있으며 한복 7벌, 양장 18벌 정도. 보석은 감색의「사파이어」반지가 가장 아끼는 것. <취미> 4~5시 사이엔 꼭 낮잠. 혼자 영화구경 가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한 달에 5, 6회 될 거다. 단 꼭 혼자서 간다. 남자와 동반은 사절. <실력> 맥주 1병에「페퍼먼트」면 2~3잔 정도. 담배 못피우는 건 괜찮은데 춤 못추는 것 좀 창피하다. <낮 12시~12시 반께 나와 밤 11시까지 근무. 월수 12만원 가량> ★ 카사블랑카 : 명동 조희숙 (32·서울, E여대 가정과) <경력> 세기상사 선전부에서 5년 근무. 다방「마담」으로 2년 경험을 쌓고 68년 여름부터「살롱」으로 진출. <남자는> 여고졸업 직후 법률가와 결혼, 아들을 하나 낳고 2년 만에 이혼했다. 아들은 현재 11세. 현재의 대 남성관계엔 묵비권행시. <신상> 문화촌「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옷은「입을만큼」. 보석「액세서리」류엔 흥미없는 편. <취미> 여고동창들과 어울려 영화구경 갔다 나와서 미식을 즐기는 것. 집에선「레코드」듣기.「클래식」쪽보단「라틴·뮤직」「상송」이 더 좋다. <실력> 맥주 2병이면 알맞은데 무리하면 5병까지. 이 선을 넘으면 위태로워(?)진다. 담배는 하루 반 갑.「댄스」는『거 뭐 그거야 자신있죠』라는「댄스·마니아」. <낮 12시께 출근, 밤 11시까지. 월수 10만원 안팎> ★ 가스·라이트 : 무교동 이정아 (31·경북 영주, 대구신명여고) <경력>「뉴·코리어·호텔」지하다방에서 6개월쯤 근무.「살롱」을 차린 건 이번이 처음. 개업한 지 꼭 10개월이다. <남자는> 대학 2년 시절 뜨겁던 그이와 23세 때 결혼, 3년 만에 헤어졌다.『이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연애 안해요』할 정도로 남성기피증. 8세 딸아이 하나. <신상> 혜화동에 자택을 갖고 있으며 옷은「희·살롱」에서 한 달에 3~4벌 해입는다. 집에서는 한복.「액세서리」안하는 편. <취미> 수영을 좋아하며 한창 운전을 배우고 있다. 곧 면허를 얻을 수 있는 정도.「골프」를 배우는 중인데 시간이 없어 잔디밭 아닌「인·도어」로 참는다. <실력> 맥주 1「글라스」, 술 권하는 손님에게 민망해 죽겠지만 잘 먹히지 않는단다.「댄스」는「스텝」쫓아 갈 정도 되지만. <상오 11시~11시 반께 나와 밤 11시까지. 월수는『글쎄요』> ★ 카사노바 : 명륜동 김명희 (39·서울, J대 가정과 중퇴) <경력> 집안에만 박혀 있다가「살롱」을 차리긴 이번이 처음. 만 40일의 경력. <남자는> 처음 만난 그이는 당시 신문기자. 학업도 중단하고 6개월 연애 끝에 결혼. 4남매를 낳았으나 4년 전부터 별거 중. 현재 4남매를 키우고 있다. <신상> 명륜동에 시가 4백만원짜리 자택. 한복은 안입으며 봄철옷만 40벌 정도다. 살림하느라 보석은 없는 편이지만「액세서리」는 많다. <취미>「액세서리」수집. 그래서「살롱」의 장식도 손수 사들이고 손수 했다. 커가는 아이들과 얘기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실력> 전혀 없다. 맥주도 못하고 담배도 못하며「댄스·스텝」도 모르고. 그래서 술 권하는 손님이 제일 밉다. 학교시절 배워둔 고전무용이라면 출 자신이 있는데…. <상오 10시~12시에 장보고 하오 5시~11시까지 근무. 월수 15만원 정도> ★ 코스모 : 무교동 문순례 (35·함북 청진, S여대 국문과) <경력>「블루·제이드」에서 6개월,「발렌타인」에서 1개월,「코스모」직접 차리기는 꼭 4개월. 통산 11개월이다. <남자는> 22세 때 철모르게 중매결혼. 13세 된 딸이 하나 있다. 그이와 헤어진 건 결혼한 지 꼭 6년 만에. <신상> 행당동 동생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옷은『「마담」들 중 제일 많을 것』이라며 1백 벌이 넘는단다. 단골집은「예원」의상실. 보석은 값비싼 것보다 골고루 갖고 있는 편. <취미> 수영「워커힐·풀」에서 매일 1천m를 건넌다. 취미로 늘어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또 영화구경을 무척 즐겨 1주일에 최소한 3회. <실력> 맥주로 3~4병이면 알맞고 넘으면 얼큰해진다. 담배는 어쩌다 손님이 권하면 마지못해 피운다.「댄스」라면 남에게 지지 않을 실력.「플로어」밟은 경력 10년이니까. <7시간 근무. 월수는『아직 어림잡을 수 없어요, 처음이라서』>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2)-2세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2)-2세경영

    효성가(家)의 2세 경영이 닻을 올린 지 30여년. 선친인 만우 조홍제 회장의 ‘유훈 경영’ 방침대로 효성은 내실과 외양을 조화시키며 튼튼한 중견 그룹으로 커왔다. 대신 2세들의 분가와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축소된 사세(社勢)는 아직 옛 영광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효성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안정 지향의 경영 색깔에서 도전과 진취가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 효성은 올해를 ‘뉴스타트의 해’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 선두주자에 효성의 3세 경영인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의 성공적인 착근이 ‘신(新) 효성’의 성공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세 분가 효성가(家)의 2세 분가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만우 회장이 3형제(조석래-양래-욱래)에게 일찍이 효성의 주력 기업을 하나씩 떠맡기면서 독립 경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우 회장은 “3형제가 장성했고, 기업의 경영책임자로서 제몫을 다하는 만큼 앞으로 지켜볼 따름”이라며 1978년 사실상 기업경영에서 손을 뗐다. 장남인 조석래(70) 회장은 70년대부터 주력 기업인 효성물산과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4개사 모두 ㈜효성으로 통합) 등을 맡았다. 차남인 조양래(68)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았다. 성격이 활달한 3남 조욱래(56) 회장은 27세의 젊은 나이에 대전피혁 사장에 올랐다.3형제는 이후 분리 경영을 해오다가 1980년부터 주거래 은행까지 달리할 정도로 철저한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83년 그룹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제2의 창업’을 선언, 화섬과 중전기,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효성을 키워오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한국타이어와 한국전지, 한타M&B 등을 통해 타이어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반면 3남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효성기계 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권토중래를 모색 중이다. ●만우 회장과 4자성어 2세 경영의 특징은 선친의 ‘유훈 경영’과 밀접하다. 만우 회장이 197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다. 그는 세 아들에게 ‘항상 가까이 두고 뜻을 새기라.’는 차원에서 각각 휘호를 하나씩 줬다. 장남인 효성 조 회장에겐 ‘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번창한다’라는 뜻에서 ‘숭덕광업(崇德廣業)’이란 글귀를 남겼다. 차남 한국타이어 조 회장은 ‘쉬지 말고 힘을 길러라’라는 뜻에서 ‘자강불식(自强不息)’이란 글귀를 받았다. 막내인 동성개발 조 회장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4자성어를 받았다. 자식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우 회장의 일종의 ‘자식 사랑’인 셈이었다. 2세들도 선친의 뜻에 따라 지금껏 경영을 해오고 있다. 효성 조 회장은 화학과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갔고, 특히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타이어 조 회장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 대신에 타이어 ‘한우물 경영’에 충실했다. ●학자풍의 조석래 회장 조 회장은 학구적이며 논리적이다. 유행에 편승하거나 의욕만을 앞세운 경영보다 윤리적이고, 원칙적인 경영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가끔은 융통성이 없다거나 보수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조 회장은 조씨가(家)의 학자풍 스타일 면에서 선친을 가장 많이 닮았다. 만우 회장과 조 회장 모두 젊은 시절엔 기업인보다 대학 교수에 관심이 더 많았다. 조 회장의 이런 학자적 소양은 경영에 발을 내디딘 초기부터 많은 빛을 봤다.74년 초 오일쇼크의 여파로 나일론 원자재가 품귀 현상을 빚었을 때 슬기롭게 넘긴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 회장은 나일론의 원자재인 ‘카프로락탐’ 구입난에 직면하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완성품인 카프로락탐의 직접 구입보다 매입이 더 쉬운 기초 원자재를 구입해 카프로락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조 회장의 광범위한 정보 획득과 주도 면밀한 연구가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었던 착상이었다. 조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을 전공했다.56세의 늦은 나이에 창업해 홀로 고군분투를 하던 선친의 부름을 받고,1966년 효성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나일론 원사사업을 세계 4위까지 육성시켰으며,1975년엔 폴리에스터 공장을 준공해 효성을 명실상부한 화섬업계의 리더로 이끌었다. 또 한·미 재계회의와 한·일 경제인 회의,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등의 리더로서 국제 협력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길경영’과 ‘권토중래’ 조양래(67) 한국타이어 회장은 나서기를 꺼려하고,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조 회장은 5년 전에 산 국산 브랜드의 구두를 여태껏 신고 다닌다. 아직 쓸 만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하루는 직원들과 식당에 밥먹으러 갔는데 너무 구두가 낡아서, 직원들이 회장 구두를 찾지 못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언론에 얼굴 내밀기를 싫어하는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 사장 시절에 딱 한 번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사진 기자가 인터뷰용 사진을 여러 장 찍는 것을 본 조 회장은 “무슨 전문가가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가. 전문가이면 사진을 한 번만 찍으면 되는 것을. 필름만 그저 아깝게….”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해외 출장에 수행원을 두지 않고 다닌다. 또 숙소도 일반 출장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2급호텔에 투숙한다. 그의 이런 검소함과 치밀함은 한국타이어 경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이후 조 회장은 줄곧 타이어사업 하나만 매진해 세계 9대 타이어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은 1988년 “경영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한국타이어 복지재단 회장직을 맡아 ‘미신고 복지시설’ 지원 등에 앞장서고 있다. 3남인 조욱래 회장은 27세의 젊은 나이로 대전피혁 사장에 취임,10년만에 대성과 효성알미늄, 효성금속, 효성기계, 동성, 동성개발 등 총 8개 계열사로 늘리는 경영 수완을 보였다. 특히 일본 스즈키사와 제휴해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효성기계를 설립, 한때 대림산업과 함께 국내 오토바이시장을 양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책임·내실 경영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한파는 효성기계를 어렵게 했다. ●효성가 3세 효성가 3세(조현준-현문-현상)들은 경영수업의 첫발을 모두 외국 회사에서 내디뎠다. 장남인 조 부사장은 모건스탠리를 거쳐 97년 부친인 조 회장의 부름을 받고,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효성에 입사했다. 차남 조 전무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99년 효성 경영전략 2팀장으로 합류했다. 막내 조 상무는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와 일본의 세계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효성에 입사했다. 장남인 조 부사장은 미국의 명문고인 세인트 폴 고교를 나와 예일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땄다. 그는 영어와 일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형제 가운데 가장 먼저 ‘효성맨’이 된 조 부사장은 효성의 독특한 사업구조인 퍼포먼스유닛(PU)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섬유·산업자재·무역·정보통신 등 주요 사업군을 ㈜효성의 우산 아래로 모으면서 효성T&C(옛 동양나이론)·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을 합병시키는 등 굵직한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차남인 조 전무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수석 입학, 수석 졸업했다. 고교 시절 조 전무의 별명은 ‘바야바’. 큰 키에 모범생인 그를 친구들은 이렇게 불렀다. 그는 98년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99년 효성으로 출근하기 전까지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조 전무는 국제 변호사로서 큰 역할을 해냈다. 효성 도메인(www.hyosung.com)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되찾아온 것.99년 닷컴 도메인을 선점한 사이버 ‘스쿼터(도메인 매점매석 행위자)’가 수억원을 요구해 왔지만, 미국 도메인등록협회와 미 법원에 제소,‘효성닷컴’을 찾아왔다. 미국 브라운대 출신인 3남인 조현상 상무는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오랜 직장 경험을 쌓았다. 그는 사내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 상무는 현재 그룹의 핵심 현안인 성장엔진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으며, 그룹 장기전략 수립과 기업이미지 개선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3세들의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3세들의 경영 승계 시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 회장이 아직 정정한 데다 3세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타이어의 3세 경영도 관심이 쏠린다.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업무 권한을 팀장들에게 대폭 위임,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덕장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차남인 조현범 상무는 치밀한 분석력과 폭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이다. ●3세 혼맥 조씨가(家)의 3세 혼맥도 국내 명망가와 혈연으로 잘 엮여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가(家)와 ‘사돈의 사돈’이라는 것과 이명박 서울시장과 사돈이라는 점이다. 또 권노갑 전 의원과도 ‘사돈의 사돈’이다.2세 혼맥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家)와 통혼으로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조씨가는 국내 내로라하는 정치 가문과 적지 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만우 회장이 일부러 정치권을 기피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는 매우 뜻밖의 사실이다. 조석래 회장과 송광자(61) 여사는 슬하에 3남을 뒀다. 장남인 조현준(37) 효성 부사장은 2001년 11월 한국제분 이희상 회장의 3녀인 미경(29)씨와 결혼했다. 양가가 서로 안면이 있는 데다 미경씨의 형부가 적극 나서면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사람은 연애 시절 테니스와 연주회 등을 관람하면서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결혼식은 조 부사장의 모교인 세인트 폴 고교에서 했다. 현재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조 부사장의 처가인 이희상가(家)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돈간이다. 한국제분 이 회장(60)은 부인 정영화(59)씨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장녀인 윤혜(34)씨가 전 전 대통령의 3남인 재만씨와 혼례를 치렀다. 조 부사장과 재만씨는 동서간이다. 차남 조현문(36) 효성 전무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의 장녀 여진(31)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여진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재원.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다가 지금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조 회장과 송 여사가 이어줬다. 시부모와 며느리간 첫 만남은 2001년 6월 한·미 재계회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진씨는 당시 미국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로, 한·미 재계회의엔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연례회의에서 조 회장 부부와 여진씨는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됐다. 인연은 다음해에 또 이어졌다.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 세 사람은 같은 일정을 보내게 됐다. 당시 장남인 조 부사장이 막 결혼을 한 시기여서 주변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던 송 여사는 이렇게 화답했다고 한다.“아직 두명을 더 보내야 한다.”고. 이후 조 회장은 조 전무에게 여진씨를 소개해줬고, 두 사람은 3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조 회장과 여진씨의 부친인 이 전 청장과는 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으며, 조 전무의 동생인 조현상 상무와 여진씨의 오빠는 미국 브라운대의 선후배 사이일 정도로 양가는 사돈으로 맺어지기 전부터 가까웠다.3남 조 상무(34)는 아직 미혼이다. 효성가의 방계 3세들의 혼맥도 화려함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홍문자(64) 여사는 2남2녀를 뒀다. 미국 뉴욕의 FDU대 수학과 교수인 맏딸 희경(39)씨는 연세대 법대 교수인 노정호(43)씨와 혼례를 치렀다. 차녀 희원(38)씨는 재미교포와 결혼했다. 장남 조현식(35)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차동완 카이스트 교수의 딸인 진영(28)씨와 인연을 맺었다. 진영씨의 모친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차녀인 설영자씨다. 차남 조현범(33) 상무는 2001년 9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3녀인 수연(30)씨와 결혼했다. 최근에 보기 드문 정치인과 재벌의 혼사였다. 조욱래(56) 동성개발 회장의 자제는 모두 2남 1녀. 장남인 현강(30)씨는 삼정KPMG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차남 현우(22)씨는 미국 TUFTS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장녀인 윤경(27)씨는 홍준기 삼공개발 회장의 아들인 석융씨와 혼인했다. 홍 회장의 딸인 지연씨가 권노갑 전 의원의 아들인 정민(35)씨와 결혼해 조씨가는 권 전 의원 가문과 한다리 건너 사돈간이다. ●효성호를 이끄는 전문경영인 이상운(53) ㈜효성 사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 경기고와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76년 효성물산에 입사했다. 중동 등에서 ‘섬유수출의 귀재’라는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효성물산 기획실과 시장개척실, 사업개발실 등을 거치며 업무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외환위기 때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효성그룹의 주력 4개사를 통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송형진(62) ㈜효성 건설PG장은 건설 경력 35년이 넘는 전문 경영인이다. 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강조한다. 특히 사람을 관리하는 팀워크를 중요시해 건설PU장 시절, 사업이 진행중인 현장을 한 번 이상은 방문해 현장 직원들과 어울리곤 했다. 경기고와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나왔다. 김재학(57) ㈜효성 중공업 PG장 겸 전력PU장 사장은 기계공학 전공자답게 정확함과 세밀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경영은 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조직력 결속을 중시한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최병인(44) ㈜효성 정보통신PG장 겸 노틸러스효성㈜ 사장은 효성의 전문경영인(CEO)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며,2000년 효성에 합류했다.2002년 그룹 정보통신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인 효성데이타시스템과 효성컴퓨터를 합병해 노틸러스효성㈜을 출범시켰다. 우신고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왔다. 유효식(58) ㈜효성 지원본부장 부사장은 1974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경영 시스템을 ‘PU체제’로 전환시켰다. 인천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정윤택(50) ㈜효성 재무본부장 전무는 종합조정실과 재무본부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급 재무 전문가다. 추진력이 탁월하고, 금융 및 산업계의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서울 사대부고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류필구(60)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겸 노틸러스효성㈜ 사장은 95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10년째 경영하는 국내 IT업계 최장수 CEO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현장 경영을 강조한다. 안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조충환(63) 한국타이어 사장은 샐러리맨 출신으로 말단 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전형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조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64년 삼성물산에 입사, 도쿄 지사장 등을 거친 ‘상사 수출맨’이다.83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기획과 재무 등을 거친 뒤 97년 12월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golders@seoul.co.kr ■ 바깥활동 활발한 며느리들 효성가(家) 며느리들은 세련되고, 자기 일에 충실한 ‘커리어 우먼’쪽에 가깝다. 경영수업을 쌓고 있지는 않지만 바깥 활동엔 꽤 적극적이다. 흔히 며느리들은 안으로 돌리고, 딸들은 출가외인으로 치부하는 국내 재벌가(家) 문화와 거리가 있다. 딸이 귀한 가문이어서 시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의 여성 후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조석래 회장의 부인으로 경기여고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송광자(61) 여사는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들의 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여성도 일을 할 수 있을 때 실컷 해야 후회가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심지어 며느리들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보약을 다려줄 정도다. 아들만 있는 송 여사는 며느리가 모두 딸 같다고 한다. 장남인 조현준 부사장의 얘기다.“지난달 제수씨가 북핵 6자회담 때문에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가게 됐는데 어머니께서 열심히 하고, 꼭 좋은 결과를 갖고 오라고 북돋워주더라고요.” 송 여사가 그렇다고 며느리 뒷바라지나 집안 살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적십자사와 종교 활동을 통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주한 외국대사 부인들의 모임인 서울 가든클럽에서 봉사 활동도 한다. 또 미대 출신으로 국내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미술관 지원사업이나 일반인에 대한 현대미술 교육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3세 며느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어머니께서 무척 배려를 해주신다.”면서 “일이나 공부 때문에 늦게 귀가하면 어깨도 주물러주고, 저녁도 대신해 때로는 당황스럽고, 몸둘 바를 모를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송 여사의 이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인 고 만우 조홍제 회장의 영향이 크다. 당시 재계에서 엘리트였던 만우 회장은 며느리들에게 평생 교육을 강조했다. 예컨대 며느리들에게 앞으로 자가용 시대가 온다며 면허증을 따도록 했으며, 연료로 연탄을 주로 쓰던 시절 차세대 연료인 LPG(액화석유가스)에 관한 공부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미술을 전공한 맏며느리인 송 여사에겐 신혼 초에 살림만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전시회를 열어 줄 정도로 미술 공부를 독려하곤 했다. 며느리 건강을 위해 보약을 챙겨주기도 했으며, 훗날 맏며느리가 그림 공부를 그만두자 만우 회장이 이를 가장 애석해했다. 조석래(70) 회장의 맏며느리인 이미경(29·조현준 부사장 부인)씨는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식품영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학에서 음악(피아노)을 전공했지만 다른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번엔 한국 전통음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했다. 둘째 며느리 이여진(31·조현문 전무 부인)씨는 1997년 외무고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을 거쳐 현재 국가안전보장회(NSC)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조 전무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서 “자기 절제가 뛰어난 것이 와이프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golders@seoul.co.kr ■ 재주꾼인 3세들 효성가(家)의 3세들은 재주가 다양하다. 취미와 스포츠, 외국어 모두 수준급이다.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딴따라’ 기질도 있어 보인다. 장남 조현준(37) 부사장의 설명은 이렇다.“부친과 조부는 뭐든 하려면 제대로, 일정 수준 이상까지 요구했었습니다. 덕분에 운동도 종목을 바꿔가며 취미 이상으로 실력을 키웠고, 다른 분야도 비슷했었습니다. 특히 외국어는 영어, 일본어는 기본이었고, 제3외국어도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조 부사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미국의 세인트 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야구부 주장을 맡았다. 미식 축구 대표선수로도 활약했다. 지금은 경영수업 틈틈이 사내 야구팀과 직장인 리그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스키와 스쿼시, 테니스는 선수급 기량이다. 그는 한때 건축학과 교수가 꿈이어서 건축과 미술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탈리아의 바티칸박물관 복구 작업에 참가한 특이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한옥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 보호단체인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운영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공부할 때에는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자격증을 따로 취득할 정도로 와인 전문가이다. 차남 조현문(36) 전무는 음악적 재능이 대단하다. 대학 시절엔 가수 신해철 등을 비롯한 중·고교 동창들과 어울려 보컬그룹 ‘무한궤도’를 결성,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피아노 뿐 아니라 작곡과 가창력도 수준급이다. 그의 곡들은 ‘무한궤도’ 1집에 수록돼 있다. 조 전무는 또 축구 마니아다. 미국 유학 시절에 축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스키와 테니스 실력은 형인 조 부사장에 못지 않다. 3남 조현상(34) 상무도 스포츠와 음악에 관심이 많다. 그는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축구팀 선수로 활동했으며, 브라운대 아카펠라 그룹에 가입해 밴드 리더로 활동했다. 아카펠라 해외 공연을 추진하기도 했다. 조 상무도 형들과 마찬가지로 ‘공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 축구와 스키, 스케이트 등은 한때 교내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선영에서 가진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32주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생전에 인화와 우애를 가르치고, 강조했던 선친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이날 가문에서 축출된 박용오 전 회장과 경원, 중원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는 ‘언론 기피증’을 보이며, 숨을 죽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검찰 수사 이후 몰아칠 ‘후폭풍’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단속도 눈에 띈다. 재계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두산가 4세들이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악몽 같았던 일주일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두산 지분 280만주(12.8%)를 계열사와 박용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를 댔다.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용곤(73)-용성(65)-용만(50)’ 3형제의 치밀한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달 18일, 용성 회장은 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이어 두산그룹은 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용오(68)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두산가의 우애가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용곤 명예회장의 ‘연막’도 그럴듯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는 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그러나 안으로는 이미 ‘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우애 깊은 형제가 원수 사이라는 것은 사흘 후에 드러났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용오 전 회장이 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 검찰과 모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한 투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시켜 주듯 용오 전 회장은 이날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내가 용성 회장 등과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자 나를 밀어낸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게임은 이어 본격화됐다. 용곤 명예회장은 “그룹과 가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용성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태는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승자 없는 ‘형제의 난’ 두산가 ‘형제의 난’은 다른 국내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대부분 재산과 ‘대권’ 싸움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이번 두산가 분쟁은 승자가 없는 오직 패자만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리 의혹을 폭로한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마지막 ‘무기’를 던짐으로써 가문에서 축출이라는 비애를 맛봤다. 또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조카의 사법처리’ 빼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오 전 회장의 부인 최금숙 여사가 지난해 암으로 죽고 나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 용오 전 회장이 극단적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오 전 회장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연애 결혼해 부부 금실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용곤-용성-용만’ 3형제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 우애와 집안 망신,109년 전통의 명예, 경영 차질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또 자칫 집단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지 용오 전 회장 일가를 가문과 그룹에서 축출한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이같은 처참한 분쟁이 일어난 걸까. ●‘원’자 돌림 4세 9명 경영수업 ‘원’자 돌림의 4세 15명 가운데 두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총 9명이다.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두산 3세간 일어난 ‘형제의 난’도 사실상 4세들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산측 설명은 이렇다.“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겠나.(용오 전 회장)눈에 뭐가 씌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결과가 뻔한 싸움에서 용오 전 회장이 나선 것은 자식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부문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4세간 역학 구도를 보면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4세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 경영에 참여치 않는 박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도 네오플럭스 상무로 일하며, 두산의 M&A(인수합병)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네오플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원 부회장과 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5%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1999년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넘쳐났던 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씨는 두산가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던 경원씨는 2003년 전신전자를 인수, 아예 독자노선을 걸었다. 수년 전부터 ‘밖’으로만 돌았던 경원씨의 행보를 보면 이미 ‘정원-진원’을 비롯한 4촌 형제와 경원씨간의 대립 구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오 전 회장이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을 탐낸 것도 결국 두산 지분이 4세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만 소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의 난’ 이후 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빠진 만큼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용만 부회장과 장손인 정원 부회장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성 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동하고, 내부 살림은 용만 부회장과 정원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용만 부회장이 용성 회장에 이어 두산의 향후 ‘대권’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정원 부회장은 두산가가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그룹 총수 1순위다. 그는 올 초 그룹 사장단 회의로부터 ‘2004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4세 경영 과외도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 빨라질 전망이다. 용만 부회장은 현재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4세들의 경영수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반면 가족간 우애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가는 계속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용오 전 회장 일가가 빠진 가족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물밑에서 용곤 명예회장과 용오 전 회장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경원-서미경 부부 곤혹 두산가 장손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공군 참모총장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전 의원의 딸 소영(40)씨와 결혼했다. 부친인 박 명예회장과 김 전 의원은 경동고 선후배 사이로 동창회 모임에서 두 사람의 혼담이 오간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포스데이타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민(15)양과 상수(11)군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박혜원(42) ㈜두산 잡지BU 상무는 의사인 서경석(45)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주원(18)양과 장원(15)군으로 학생이다.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서지원(36)씨와 혼인했다. 아들 상우(11)군과 딸 상진(5)양이 있다. 두산가에서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는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39)씨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 ‘형제의 난’에 깊숙이 연관된 데다 연일 시끄러운 ‘X파일’ 사태도 친정과 적잖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경씨의 부친은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전두환 정권 때 경제관료로 영입됐다. 안타깝게도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X파일’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자금 전달자로 나오는 서상목 전 의원이 바로 미경씨의 숙부다. 장남 상호(16)군과 차남 상모(13)군을 두고 있다. 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7)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정윤주(37)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상윤(6)군과 딸 상이(4)양이 있다. 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차남 박석원(34) 두산중공업 차장은 모두 평범한 가문의 딸들인 김선영(34)씨와 정현주(35)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상효(6)-상인(2)과 상현(7)-상은(2) 등 각각 딸만 두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는 최근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범 LG가(家)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박용훈(두산산업개발 부회장)-구선희(고 구철회씨의 4녀) 부부에 이은 두산가와 LG 구씨가의 두번째 사돈이다. ●두산의 역대 악재들 이번 ‘형제의 난’ 외에도 두산가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악재는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노조원인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과 낙동강 페놀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배달호씨의 분신 자살은 두산가와 노조의 악연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용성 회장은 “결코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불법 파업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었다. 이는 노조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배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인화를 5대째 강조하는 두산가와 노조의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두산가로서는 노사 합의만 되면 불법이 합법화되는 노조의 관행을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노조와의 악연은 두산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 초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노조도 한동안 두산 인수를 격렬히 반대했다. 또 두산 계열사 노조는 이번 ‘형제의 난’과 관련해 그룹 회장직을 둘러싸고 형제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두산의 도덕성을 바닥에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박용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가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사태가 있다. 여전히 반세기 최대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꼽힌다.1991년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쳐 놓다니….’라는 구호가 전국을 들끓게 했으며,2차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또 두산 불매운동으로 매출액이 급감했으며, 당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숨은 그림자 박용욱 회장 ‘용’자 돌림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가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가장 먼저 깨뜨리고 독자사업에 나섰을 뿐 아니라 ‘KS(경기고-서울대)’가 수두룩한 두산가에서 박 회장은 서울고-인하대를 나왔다. 또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회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홀로 무역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부친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종자돈으로 삼아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대의 소그룹으로 키웠다. 반면 용곤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박용훈(63·박우병 전 고문의 장남)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박 부회장의 부인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씨의 4녀 선희(61)씨다. 구철회씨는 1999년 LG화재를 갖고 LG에서 독립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식품 부사장을 거쳐 92년부터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치 않고 있다. ●‘두산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유병택(61) ㈜두산 부회장은 일명 ‘면도칼’로 불린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탁월하고, 현장 경험이 많다.69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두산기계와 두산음료 등 그룹내 요직을 거쳤다. 강문창(62)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68년 동양맥주로 입사한 이후 경리와 영업, 총무, 기획, 해외현장 등을 두루 거쳐 해박한 실무지식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상고 야간을 나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형 경영인이다. 자신의 이력은 ‘두산 입사, 두산 퇴사’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두산맨이다. 건설업을 주력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고 하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경(55) ㈜두산 전략본부 사장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이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3M과 한국코닥,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두산씨그램 등 돈이 될 만한 회사는 가리지 않고 팔았다. 모기업인 동양맥주도 매각했다. 이런 ‘무차별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 박용만 부회장이고, 그를 보좌한 이가 이 사장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이 사장은 성격도 급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생이다. 김대중(57) 두산중공업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69년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두산 주류BG와 ㈜두산 테크팩BG 사장을 거쳤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청하, 설중매, 그린, 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불도저 같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노사 화합과 현장 경영을 토대로 그는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최승철(57)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77년 두산메카텍의 전신인 두산기계에 입사한 뒤 기계업종 외길을 걸어왔다. 김홍구(59)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사 사장 가운데 흔치 않은 수주영업 전문가로 통한다.‘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명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똑게’로 불린다. golders@seoul.co.kr ■ 6형제가 좌장… 이사회보다 막강 두산가(家)의 가족회의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형제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일 뿐 아니라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룹의 중요 결정 사항은 가족 회의에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족회의는 평상시 한 달에 한 번씩 3대(3∼5세)가 모여 선친 박두병 초대 회장이 강조한 ‘가화만사성’을 되새기며, 인화와 우의를 다진다. 가족 중 그룹경영 참가 선수인 ‘박용곤-용오-용성-용만’뿐 아니라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서울대 병원장)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용’자 돌림 6형제가 가족회의의 좌장들이다. 집안 대소사 등이 화젯거리로 등장하지만 경영이나 사업 얘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사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열리는 가족회의는 ‘숨겨진’ 비공식 최고 기관이다. 경영진에 대거 포진한 ‘원’자 돌림의 4세들도 이런 경우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두산 오너가가 고작 5%대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경영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형제의 난’ 기폭제도 사실상 가족회의에서다. 지난 5월 열린 가족회의에서 용곤 명예회장은 용오 회장 일가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M&A(인수합병) 시도 대가로 그룹 회장 교체를 언급했으며, 지난달 가족회의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와 용오 회장의 퇴진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의 경영 행위에 대해 “기업을 가족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두산 노조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전근대적 족벌경영 체제가 두산그룹의 현주소”라며 기업을 족벌의 사유물로 여기는 이같은 그룹 체제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4세들도 분기별로 한번씩 ‘패밀리 미팅’을 갖고 우애를 나눈다. 모임의 주관은 장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맡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두산가 4형제 경영스타일 ‘아름다운 형제’에서 한순간에 ‘돈 앞에 형제도 없는’ 처지로 추락한 ‘박용곤-용오-용성-용만’ 4형제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떨까. ▲ 2000년 초 우애 깊은 형제였던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과 박용성(왼쪽) 회장, 박용만 부회장 등 3형제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용곤 명예회장은 집안의 장자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오 회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거의 없다. 내부 회의에서도 말을 듣는 입장이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임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는 또 게임의 룰을 중요시 여긴다. 용오 회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가문에서 빼버리겠다.”고 강경 대응한 것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깬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는 골프에서도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두번 다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용오 전 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격의없는 대화와 만남을 좋아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형제의 난’ 역시 이같은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그는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통한다. 술을 통해 상대의 스타일이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곧잘 술자리를 갖고 어울린다. 그의 애주론은 이렇다.“술은 백년지기를 만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시면 오히려 호쾌해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용성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부와 재계,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비유를 동원하는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된다. 어느 사업이 좋다면 경쟁 업체를 무조건 따라서 투자하고 보는 풍토를 비판한 ’들쥐떼론’과 전통 산업은 외면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만 좇는 기업 풍토를 비튼 ‘첨단병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탈하면서도 집념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박 회장은 1995년 세계유도연맹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에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모두 창 밖에 뛰어내리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과 음악을 좋아한다. 해외출장 때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또 클래식 마니아로 소장한 CD만 2만장이 넘는다. 용만 부회장은 꼼꼼히 따져 보고,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2002년 디스크 수술 이후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강사의 수영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했으며, 과도한 수영 연습으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또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두산의 구조조정 10년 동안 15개 기업의 M&A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작용하는 ‘감(感)의 경영’을 싫어한다. 경영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LG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함께 일군 그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형제들의 활약이 컸다. 구 회장을 중심으로 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 6형제는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으며 회사를 키워왔지만 3대째 내려 온 현재는 각기 다른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구철회씨 자손 LG화재가 첫째 동생 철회(75년 작고)씨의 자녀(4남4녀)들은 지난 1999년 LG화재를 갖고 독립했다. 지난해 자산 4조 6000억원에 매출 3조 444억원, 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한 LG화재는 현재 4남인 구자준(55)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남인 구자원(70)씨는 LG화재 경영에서는 사실상 손을 떼고 방위산업체인 넥스원퓨처 회장을 맡고 있다. 진주고와 고려대 법대,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 회장은 럭키증권 사장, 럭키개발 사장,LG정보통신 부회장 등을 거쳐 99년 계열분리와 함께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경춘관광 사장을 지낸 유기홍씨의 딸 영희(63)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LG화재 본부장인 장남 본상(35)씨는 지난해 LG화재 주식 10만 715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53%로 늘렸다. 위기관리 전문업체인 TRC코리아 상무인 차남 본엽(33)씨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자문일을 하는 ‘LIG시스템’ 대표이사를 맡았다. 본상씨와 본엽씨는 또 넥스원퓨처 주식을 각각 31.79%씩 보유하고 있다.LG이노텍의 방산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넥스원퓨처는 자산이 3300억원,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한다. 본엽씨가 감사, 구자원 회장의 제수인 이갑희(62)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은 이종구 전 산업은행 이사의 딸인 이갑희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뒀다. 장녀 본희(37)씨는 정재문(대양산업 회장)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정연준(41) 미디어플러스 사장과 결혼했다. 차녀 본주(35)씨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고 진성규 변호사의 아들 진상범(36) 남부지법 판사와 결혼했다. 구자성씨의 외아들 본욱(29)씨는 LG화재에 다니고 있다. 3남인 구자훈(58) LG화재 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4년 금성사에 입사했지만 곧바로 범한화재(현 LG화재)로 옮겨 30년간 ‘보험인생’을 걸어왔다. 범한화재 런던·뉴욕사무소 소장을 지낼 정도로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금융발전심의회 보험분과위원, 주한 우루과이 명예부영사도 맡고 있다. 임방인(61)씨와 사이에 세 딸을 뒀는데 3녀 문정(30)씨는 최근 타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35)씨와 결혼했다. 장녀 현정(35)씨의 남편은 글로벌 보험회사인 AON코리아 부사장인 에릭 호프먼(42)이다. ●보험경영도 탐험처럼, 구자준 부회장 미사일 전문가에서 보험전문가로 변신한 구자준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미국 캔자스·미주리 주립대를 다니다 귀국,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구 부회장은 74년 금성사 사원으로 입사, 금성정밀(현 LG이노텍)에서 방산사업부 경영을 주로 맡았다.94년 미국산 호크미사일의 탄두 재장착 시스템과 국산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만큼 미사일 전문가로 통한다. 99년 계열분리로 LG화재 부사장으로 임명되자 생소한 보험영역을 공부하기 위해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보험전문대학인 ‘TCI’에서 보험전문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최근 북극점 정복 성공으로 세계 처음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탐험가 박영석 대장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졌는데 2001년 히말라야 K2등정 때는 베이스캠프까지 원정대와 동행해 전문산악인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마라톤 풀 코스를 6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철인 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참가한 베를린마라톤부터는 1m마다 100원씩을 적립, 지금까지 900만원을 모았다. 구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매직카’와 장기보험 브랜드 ‘엘플라워’를 앞세워 보험업계 2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부인 이영희(53)씨와의 사이에 동범(30), 동진(28) 형제를 뒀다. ●GS, 두산으로 이어지는 딸들의 혼맥 구철회씨의 네 딸은 하나같이 ‘좋은 집안’으로 시집갔다. 장녀 위숙(78)씨는 허만정씨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회장에게 출가, 허창수 GS회장 등 GS그룹의 핵심 5형제(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를 낳았다. 재계에서는 허준구 회장의 생가가 있던 옥인동을 따 이들을 ‘옥인동 5형제’라고 부른다. 2녀 영희(74)씨는 의학박사인 고 이호덕씨에게,3녀 고 구자애씨 역시 의사인 정승화(72) 형제의원 원장에게 시집갔다. 자애씨의 장남 정규원(42)씨는 LG화재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4녀 선희(61)씨는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의 장남 박용훈(6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결혼했다. 박우병씨는 박두병 전 두산 회장의 동생이다. 선희씨의 장녀 박성연(35)씨는 이창수 전 주 필리핀대사의 아들인 주학(40)씨와 결혼했다. ●트랙터부터 전자태그(RFID)까지,LS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태평두’씨는 2003년 11월 LG전선그룹(현 LS그룹)을 갖고 독립했다.LG의 성장과정에서 이들 3형제의 역할을 감안하면 자산 5조원 남짓한 전선그룹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만했다. 하지만 3형제는 큰 불만 없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묵묵히 따랐다고 한다.LG는 이후 LG산전(현 LS산전)을 추가로 넘겨주는 형식으로 3형제의 노고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를 ‘본부’로 한 LS그룹은 전선·산전·LS니꼬동제련·가온전선·E1·극동도시가스를 주축으로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자산 5조 8800억원으로 CJ와 비슷하며 동국제강, 대림, 동양, 효성, 코오롱보다 규모가 크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과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아셈타워 21층에 나란히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도 같은 건물 14층 사무실을 쓰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진주중과 일본 후쿠오카고를 마쳤는데 징병으로 만주로 끌려갔다 광복 후 광복군으로 귀국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다닐 때는 창신동 하숙집에서 ‘화장품연구’에 몰입,‘투명크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50년 락희화학의 전무로 입사, 형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는데 플라스틱 사업 진출, 서울사무소 개소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다 58년 고향인 진양에서 제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공화당 대변인 겸 원내총무, 무임소장관, 국회 부의장 등 중책을 맡다 82년 LG그룹 고문으로 돌아왔다. 최무(83)씨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는데 장녀 근희(62)씨는 이계순 전 농림장관의 아들 준범(64)씨와 혼인했다. 이준범씨는 현재 합성수지업체인 화인 회장이다. ●멜빵 맨 ‘디지털 전도사’ 구자홍 회장 장남 구자홍(59) 회장은 73년 LG상사에 입사한 뒤 홍콩·싱가포르 지사 근무를 통해 ‘국제감각’을 쌓았다.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를 만났을 때 영국 사람들조차 발음과 표현에 감탄할 정도의 빼어난 영어실력을 자랑했다고 한다.87년 LG전자 해외사업본부 상무로 옮긴 뒤 2003년까지 18년을 전자에서 일하며 ‘디지털 전도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지수 평가에서 1위를 받을 정도로 대표적인 ‘스타CEO’로 GE, 모토롤라,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의 CEO와도 교우가 깊다. 특히 빌 게이츠 회장, 리빈 주한 중국대사와는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북미·아시아·유럽의 전직 고위관료,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TC(Triliteral Commission)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학창시절 쌓은 농구와 수영실력이 수준급인 구 회장은 골프에도 남다른 재질을 보여 지금까지 모두 4차례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요즘 핸디캡은 7정도. 또 한국기원이 인정한 ‘아마 6단’의 바둑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주요 사업장을 순방하며 ‘분위기’를 익힌 구 회장은 ‘R&D워크숍’,‘혁신한마당’,‘테크놀로지 이벤트’ 등 그룹차원의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며 회장으로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최근 전력망회의(CIGRE)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식 대외활동도 재개했다.LG전자 CEO직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던 구 회장이 전자에서 못다 이룬 꿈을 LS그룹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구 회장은 70년대 재벌 오너일가의 장남으로서는 흔치 않게 지순혜(60)씨와 연애결혼했다. 구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잠깐 다니다 미국 프린스턴대(경제학과)로 유학을 떠났는데 인근 뉴저지주립대에서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순혜씨를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순혜씨는 이화여대 가정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떠난 엘리트 여성으로 귀국 후 이대에서 잠시 강의를 맡기도 했다. 구자엽(55) 가온전선 부회장은 경복고와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LG화재에서 주로 일했다.LG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장을 지낸 뒤 2003년 희성전선(현 가온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태향(55)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녀 은희(29)씨는 고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35) BNG스틸 사장과 결혼했고 장남 본규(26)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 3남인 구자명(53)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아버지와 같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재벌가 자제로는 흔치 않은 학군단(ROTC) 출신으로 포병학교를 수석으로 마치고도 전방 부대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미국 페어리디킨슨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미국 셰브론사에서 잠시 일하다 84년 호남정유 원유수급조정과 과장으로 입사, 정유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부인 조미연(53)씨는 경희대 조영식 이사장의 차녀. 아들 본혁(28)씨는 LS전선 경영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4남 구자철(50) 한성 회장은 LG상사에서 잠시 일하다 일찌감치 독립 경영을 했다. 외동딸 원희(25)씨는 구 회장의 경기중·고 동창인 ㈜두산 박용만(50)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와 오는 30일 낮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결혼한다. 마침 구평회 명예회장의 ‘팔순잔치’도 이날 저녁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구씨 일가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2녀 혜정(57)씨는 이인정(60) 태인 회장과 결혼했다. 아들인 이상현(28)씨는 지난 2003년 운동권의 ‘메카’였던 한양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비운동권’ 후보로 나서 당선돼 화제를 낳았다. 이씨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현재 유학 준비 중이다. 구평회(79) E1명예회장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1951년 락희화학 지배인으로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1954년 뉴욕에서 ‘콜게이트사’ 주변에 머물며 치약 제조기법을 알아내 LG의 첫 해외주재원으로 기록됐다. 구 명예회장은 5·16 쿠데타 직후인 61년 ‘부정축재 기업인’ 처벌 때 형을 대신해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할 정도로 LG경영의 핵심을 담당했다. 락희화학 전무시절인 65년 정유사업 진출 보고서를 형에게 제출, 오늘날 GS칼텍스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84년에는 국내 최초의 LPG수입사인 여수에너지(현 E1)를 설립했는데 이 인연으로 사업연관성으로 따지면 GS그룹에 넘어갔어야 할 E1이 LS그룹 몫으로 남았다. 재계원로 가운데 독보적인 영어실력과 국제감각으로 ‘재계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을 지냈고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대 월드컵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340억원의 유치기금을 조성하는 등 월드컵 개최에 큰 공을 세웠다. 현재도 한·미협회장을 맡아 한·미간 우호증진에 애쓰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1952년 금릉원예조합 문흥린 이사장의 딸 문남(75)씨와 결혼해 3남 1녀를 뒀다. ●‘철인 CEO’ 구자열 부회장 장남인 구자열(52) LS전선 부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8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뉴욕지사와 도쿄지사, 동남지역본부장 등 오랜 해외경험으로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다. 구 부회장은 해외경험을 살려 폭넓은 해외인맥을 자랑하는데 2003년에는 도쿄 주재 특파원, 은행지점장, 지사장 등이 모여 만든 ‘동경회’ 회장을 맡았다. 직전 회장은 김인진 한진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 등과는 ‘월가(Wall Street)회’ 모임을 통해 교류를 쌓고 있다. LG증권을 거쳐 2001년 LS전선 재경부문 부사장으로 부임한 구 부회장은 200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LS전선은 특수전선 업체인 GCI, 알루미늄 창호업체 알루텍, 광부품 업체인 네옵텍, 초고주파 부품업체인 코스페이스,2차전지 음극재 전문업체인 카보닉스에 이어 선박용 케이블업체인 진로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아시아인 최초로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할 정도. 스키는 물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노보드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지난겨울 사내 스키동호회 모임에 유일하게 스노보드를 들고 나타나 젊은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명함에 ‘No Innovation,No Future(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을 정도로 체질 개선을 독려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내게시판에 ‘애니 기븐 선데이’라는 영화 동영상과 메시지를 직접 올려 팀워크 정신을 강조했다.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과감한 도전과 팀원들간의 협력을 통해 진정한 승리를 일궈 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24일에는 라디오방송을 통해 “한 해 동안 고생하신 사랑하는 LS전선 임직원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사내동호회 행사에서는 직원들 자녀에게 일일이 용돈을 챙겨줬다고 한다. 육군 중장으로 청와대 경호실차장과 성업공사 사장, 전쟁기념관장을 역임한 고 이재전 장군의 딸 현주(48)씨와 결혼,1남2녀를 뒀는데 아직 학생이다. 차남인 구자용(50) E1 사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마쳤는데 사촌형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ROTC 장교로 복무했다.79년 LG전자에 입사, 주로 미주법인에서 일하다 계열분리를 앞둔 2001년 LG칼텍스가스(현 E1)로 자리를 옮겼다. 구 사장은 보수적인 구씨 집안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할 정도로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직원들과의 자리에서도 본인이 나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한다.E1이 10년 연속 무교섭 임금 타결을 이뤄낸 데는 구 사장의 이같은 면모가 적잖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 의대 학장 딸인 현주(46)씨와 결혼, 두 딸을 뒀는데 둘다 외국 유학 중이다. 3남 구자균(48) LS산전 부사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마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97년부터 고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경영인으로 전격 변신했다. ●8개사 사장을 거친 구두회 ‘막내’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고려대 상대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경영에 뛰어들었다.74년 범한화재 사장을 시작으로, 희성산전, 금성계전, 금성통신, 금성반도체, 호남정유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뒤 95년 구본무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위로 두 형과 마찬가지로 구 명예회장도 한·독경제협력위원회, 한·중남미협회장, 고려대 교우회장, 성북구 문화원장 등 활발한 외부활동을 벌였다. 이같은 공로로 78년 멕시코정부로부터 명예영사로 임명됐으며 94년에는 ‘멕시코 최고훈장’을 받았다. 지난달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자랑스러운 고대인’으로도 선정됐다. 구 명예회장은 유한선(72)씨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장녀 은정(44)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인 김중민(48) 전 국민생명보험 부회장과 결혼했다. 외아들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는 홍익고와 미국 베네딕틴대 경영학과, 시카고대 MBA를 거쳐 90년 LG정유에 입사했다.LG전자 상하이지사 근무로 중국과 인연을 맺어 LS전선에서도 중국지역 담당을 맡고 있다. 장상돈(고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아들) 한국철강 회장 딸인 인영(37)씨와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의 막내 재희(38)씨는 김세택 전 덴마크 대사 아들 동범(37)씨와 결혼했다. ukelvin@seoul.co.kr ■ LG·두산家, 겹사돈·사업제휴속 프로야구선 ‘서울 라이벌’ 신경전 LG가(家)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 때부터 두산가문과 우애가 두터웠다. 구인회 회장이 1956년 서울 컨트리클럽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두산, 경방그룹 회장들과 골프 친목모임인 ‘단오회’를 결성할 정도였다. LG와 두산은 또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철회씨가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과 사돈을 맺으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두 그룹은 LG가 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을 인수하면서 잠시 사이가 벌어졌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구단의 ‘방해’가 심했던 것이다. 이후 LG임직원들은 두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구자경 당시 회장이 부산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평소 좋아하던 양주 ‘패스포트’ 대신 다른 술이 차려져 있었던 것. 두산 제품을 빼라는 기조실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구 회장은 기조실 사장에게 일부러 크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룹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한 일로 감정적인 변화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LG와 두산은 오는 30일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 구자철 회장과 고 박두병 두산회장의 5남 박용만 부회장이 사돈을 맺으며 ‘겹사돈’으로 이어진다.LS전선과 두산엔진은 ‘합작사’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두 집안의 혼사나 제휴와 상관없이 프로야구 ‘서울 라이벌’의 팽팽한 긴장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LG트윈스가 최근 두산과의 잠실 홈경기에서 이길 때까지 무료입장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것만 봐도 그렇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사동 ‘레쇼’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사동 ‘레쇼’

    고샅이 마치 유럽의 어떤 가정집으로 초대받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대문을 들어서자 분위기도 편안하고 차분하다. 종업원들이 손님을 맞는데 낯간지러울 정도의 과잉 친절도 아니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앞의 레쇼가 요즘 미식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프랑스말로 ‘강아지’란 뜻의 레쇼는 유럽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다. 비교적 흔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식뿐만 아니라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의 음식을 내놓는다. 이런 까닭으로 유럽 생활을 경험했던 상사원이나 유학생들이 향수를 달래려고 주로 찾는다. 처음 접하는 이들은 다소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양념에 해당하는 드레싱 재료 즉 식초와 오이피클 등은 모두 프랑스에서 갖고 온다. 가장 인기 높은 메뉴는 아귀구이. 아니스 향을 씌운 음식으로 작은 당근과 아귀를 가볍게 쪄낸다. 도미에 향신료와 야채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운 진도비 오븐구이도 많이 찾는다. 와규스테이크 코스를 주문해 먹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담백하다. 오가와 쇼이치 주방장은 “사실 유럽 음식은 버터를 적게 쓰고 케첩이나 마요네즈 등과 같이 가공된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인인 오가와는 열다섯살에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중국·미국 등에서 요리를 익혔다. 그는 “사실 유럽 요리는 딱히 메인과 에피타이저 등의 구분이 없습니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메인 요리입니다.”라고 말했다. 레쇼는 유럽 음식에 맞춰 먹을 수 있는 와인 300여종도 갖추고 있다. 와인은 1만 5000원부터 아주 고급까지 갖추고 있다. 요즘처럼 따뜻한 날씨에는 야외 파티오를 이용해보자.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바비큐를 내놓고 있다. 글 사진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0)명태잡이의 본산 강원도 고성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0)명태잡이의 본산 강원도 고성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강원도 최북단 고성 거진항이 부른다.2월 말이면 늘상 열리는 명태축제가 올해로 일곱회 째다. 올해는 24일에 시작해 바로 어제인 27일에 끝이 났다. 그런데 축제랍시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그 많던 명태들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천만 다행이랄까. 올해는 축제가 열릴 무렵 명태가 기대보다 많이 잡혀 그럭저럭 외지 손님들에게 ‘우리 것’을 팔 만큼은 되었다. 명태들이 잔치 분위기를 미리 읽고 잔치판을 기웃거리다 그렇게들 잡힌 것일까. 도대체 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서울에서 곧장 고성 거진항으로 가지 않고 먼저 속초엘 들렀다. 속초에서 1-1번 시내버스를 탔다. 이따금 버스 차창가에 자리 잡고 창문 너머의 동해 풍경을 음미하면서 떠나는 바다여행은 나름의 운치와 여유가 있다. 물론 바다쪽에 앉아야만 바다를 볼 수 있지만…. 이 노선버스의 특징은 속초항을 출발해 천진, 아야진, 공현진, 그리고 간성읍내와 반암리를 거쳐 거진항까지 끊임없이 정차, 발차를 반복하되 반드시 옛길로만 달린다는 점이다. 동해안에서 군생활을 한 독자라면 기억날 것이다. 이 시내버스가 달리는 옛길이야말로 일제시대부터 있던 바로 그 ‘신작로’다. 왜 느닷없이 버스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30여년 전에 이곳 동해안 포구마다 가득 쌓여 있던 명태 생각이 떠올라서다. 거진항에도 당시 거짓말 보태지 않고 무슨 동산처럼 명태가 쌓여 있었다. 거진항이 한 눈에 굽어보이는 산동네 성황당에 오르면 명태를 말리느라 읍내 전체가 명태밭이었고, 그래서 낯선 이에게 생태 한두마리 건네 주는 것으로는 셈도 치르지 않았다. 30여년 전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나.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명태가 그런 대로 잡혔다. 그러다가 최근 5년여 전부터는 급격히 어획량이 줄어 지금은 그 ‘동해명태’를 구경하기도 어렵다. 서울 등지의 값비싼 생태는 대부분 북한산 아니면 일본산이다. 온난화 때문에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떤 문제만 생기면 온난화를 앞세우는 그런 주먹구구식 견해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노가리와 명태는 다른 종자? 근자에 심각한 오해가 있었다.“노가리는 명태와 다른 종자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잡아 먹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 바람에 명태가 씨마를까 걱정하던 어부들도 주저없이 노가리를 잡았으며, 해마다 엄청난 양이 술안주로 사라졌다. 정부의 공식 견해도 “노가리는 명태새끼가 아니다.”는 것이었으니 민·관 합동으로 명태의 씨를 말린 꼴이다. 결론은 뻔하다. 노가리의 부모가 틀림없이 명태임이 확인되었다. 그렇게 새끼들을 잡아들이고서야 어찌 큰고기가 남아 잡히기를 기대할 수 있으야. 남획은 어김없이 인간에게 보복을 가하여 ‘국민의 생선’이었던 명태는 이제 특수 계층의 생선이 되고 말았다. 만약에 원양태마저 사라진다면, 명태는 역사책에서나 만나게 되리라. 명태는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이다. 그 자리를 넘보는 생선은 없다. 서해안 조기가 여기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기는 하지만, 미안하게도 굴비는 총어획량에서 북어에 훨씬 못미친다. 조기와 명태의 공통점은 ‘절받는 물고기’란 점이다. 조기는 제사상 같이 격식이 필요한 곳에서나 대접을 받지만 명태는 시도때도 없이 상전대접이다. 전국 어딜 가나 ‘북어 대가리’ 하나 안걸린 곳이 없으며, 굿판·고사판의 단골이기도 하다. 의례의 주역으로 자리잡았음은 그만큼 품격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며, 그 사실 만으로도 역사문화적 권위를 담보한다. 고려나 조선 전기에는 명태라는 말이 확인되지 않는다. 문헌상의 ‘무태어’가 명태라는 주장이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300여년 전 명천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최초로 잡았다 해서 명태라고 부른다.”는 속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전설이 최소한의 진실은 가진다. 함경북도의 명산인 칠보산에 면한 명천에서 남쪽의 원산 근역까지가 천혜의 명태잡이 어장이었다.“함경도 명천군에서는 주로 낚시로 잡다가 어장이 남북으로 넓혀진 것”이라고 일본 학자들은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북청 신포는 지금도 북한의 동해어업 전진기지이며, 그 앞에 마량도가 있다. 이 마량도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북어’란 본래 북쪽 바다에서 잡은 것 일제 때부터 명태잡이 본산으로 이름난 섬. 신포읍에서 불과 10리 거리다. 섬에는 12곳의 자연마을이 있으며, 인구는 300여호에 달했다. 동해에 섬이 없다는 통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문암리만의 마천포 등이 유명했으며 도민들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였으니, 한국전쟁 와중에 월남해 속초 청초동 아바이마을에 정착한 이들 중에 상당수가 바로 마량도와 신포 출신들이다. 그들이 함경도식 어법도 가지고 내려와 남한땅에서 함경도식 어법으로 명태를 잡았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 마량도 근역은 산란을 위해 몰려온 명태들로 ‘물반 고기반’이었다. 말린 건태를 북어, 생태를 명태라 부른다. 그러나 원래는 북어와 명태는 동의이어(同意異語)였을 것이다. 리만영의 ‘재물보’에는 “북쪽 바다에서 잡으므로 북어”라고 했으며, 유희는 ‘물명고’에서 “대구어의 작은 것인데 동해의 북쪽 끝에서 잡으므로 북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우리나라 동북해 중에 일종의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북어라 하며 세속에서는 명태라 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오늘날에는 말린 것을 북어라고 부르니 어찌된 일인가. 본디 남쪽에서는 생태 구경을 못하고 고작해야 말린 것만 먹었다. 이 때문에 북쪽에서 내려온 북어라면 오로지 말린 건태만을 뜻하는 것이 되어 급기야는 북쪽에서까지 건태를 모조리 북어라 지칭하게 된 것이다. 서유구가 ‘임원경제지’에서 “생것을 명태, 마른 것을 북어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적어도 18세기부터 그렇게 구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일본의 중부 이북, 중국 연해, 북대서양의 동서 연해에도 분포한다. 일본 것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종이지만, 베링해의 명태는 길이와 몸집이 크고 맛도 많이 달라 일부 수산학자들은 종이 다르다고 여기기도 한다. 명태는 여름에는 200m 이상의 바다 깊은 곳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떼를 지어 몰려든다. 산란기는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보통 한마리가 낳는 알 수는 25만∼40만개 가량. 그러니 우리가 즐겨먹는 명란젓 한 젓가락이 얼마나 많은 명태의 생명인지 스스로들 가늠해 볼 일이다. ●명태는 ‘밑물고기’… 낚시·그물 늘어뜨려 잡아 명태는 ‘뜬고기’가 아니라 ‘밑물고기’이기 때문에 잡는 방식도 이에 따라 발달했다. 낚시를 밑으로 늘여 놓는 연승바리, 그물을 밑으로 드리우는 그물바리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명태잡이배 선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낚시나 그물을 어느 깊이로 드리우는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명태 떼가 노는 적절한 수심을 노련하게 잡아내야 속칭 ‘대박’이 터지기 때문이다. 같은 어장에서도 이 배는 만선인데, 저 배는 텅 비어 있는 수도 있다. 명태축제 현장체험에서 명태낚시 찍기대회가 열렸는데, 이는 바로 연승낚시를 준비하는 여성들의 노동분업을 놀이화한 것이다. 연승배 선장의 노하우는 고단수의 경험적 지식체계인지라 만만찮은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GPS 같은 어군탐지기가 등장하면서 어부들의 체험적 지식은 뒷전으로 밀렸으며, 잘 나가던 선장들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바리’라는 말은 고기잡는 방식을 뜻하거나 아니면 ‘다금바리’처럼 어종 자체를 뜻하는 독특하고 순수한 우리 말이다. 낚시의 경우는 명태어족이 감소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낚시로 그때그때 잡아올리는 연승바리 명태가 그물에 걸린 채 밤새 뻣뻣하게 죽어 나오는 그물바리 명태보다 값이 비쌀 것은 뻔한 이치다. 비교하면서 먹어보니 신선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명태는 동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그래서 산업적 가치가 가장 큰 어족자원이었다. 생태는 물론 냉동, 말림, 소금절임을 해서도 먹는다. 명태지리, 고명지짐이, 매운탕, 무왁찌개, 알탕, 생태김치, 아가미깍두기, 생태김치, 창란젓, 명란젓, 명태식해, 아가미식해, 명태전, 명태완자 등등 요리법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간장에는 비타민A가 많아서 간유를 뽑아 낸다.1911년에 308만여 관을 잡았던 것이 1919년에는 무려 2066관이나 잡았다. 짧은 사이에 어획량이 무려 7배나 증가했다. 건어물은 이동성이 좋아 북어는 전국 각처로 실려 나갔으니, 명태와 상관없는 서해안에서도 명태는 사람들의 입을 떠나지 않았다. ●다양한 이름만큼 널리 사랑받은 물고기 이 즈음의 명태축제 때 잡히는 명태는 ‘춘태바리’다.‘동태바리’는 음력 시월부터 동지·섣달에 잡히는 것,‘춘태바리’는 설날을 지나 잡히는 명태를 말한다. 크기에 따라서도 대태, 중태, 소태, 그리고 아주 작은 앵태, 혹은 노가리로 나뉜다. 본디 노가리는 부산지역 말이다. 이 밖에 산란을 마쳐 뼈만 남은 꺾태, 마지막 어기에 잡힌 막물태, 초겨울 도루묵을 쫓는 은어바지, 섣달에 잡히는 섣달바지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낚시로 잡은 조태, 그물로 잡은 망태, 여기에다 싱싱한 생태, 말린 북어(건태), 얼었다 녹은 황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4∼5마리씩 한 코에 꿰어 반쯤 말린 코다리까지 가지각색이다. 북한의 민속학연구소 김희권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명태의 다른 이름도 들려준다.4월의 사태,5월의 오태, 아침해가 올라오기 직전과 저녁에 해 떨어질 무렵 잡은 때기물, 강원도에서 잡은 강태, 배를 가른 피태 등등이 그것이다. 이름이 다양함은 명태가 보편적 어류여서 서민 생선으로 폭넓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오죽하면 이규경이 “일상 반찬에 쓰이며 여염집과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마른 고기를 제사에 쓸 정도로 흔하고도 쓸모있는 물건이다.”고 했을까. 축제에는 20여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려든다. 화려했던 옛 추억을 기려서일까. 축제의 팡파르는 우아하게 바다로 퍼지는데 정작 주인공은 그곳에 없다. 만약 거진항이 폭파된다면 온 국민이 난리일 것이나 오랫동안 먹어온 ‘국민생선 제1호 명태’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말들이 없다. 명태의 소멸은 바로 한때 흥청거리던 거진읍내를 여지없이 폭파시킨 꼴이니, 일손 빼앗긴 어민들은 시름없이 방황만 하고 있다. 누구의 책임일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많던 명태는 모두 어디 가고, 값비싼 금태만 남아 있을까.
  • [개인파산시대] ④파산해법-전문가 좌담

    [개인파산시대] ④파산해법-전문가 좌담

    개인파산 한해 1만명 시대가 도래했다.서민층의 문제였던 파산이 중산층으로 파급됐고,개인파산이 부부·가족파산으로 확산되고 있다.‘경제적 죽음’의 위협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서울신문은 4회에 걸친 탐사보도 ‘개인파산,몰락인가 재생의 길인가’를 마무리하면서 파산 전문가들로부터 우리 사회의 위협요소로 등장한 파산의 해법을 들어봤다.좌담에는 김관기 파산 전문 변호사,참여연대 김남근 협동사무처장,전국은행연합회 신용정보업무팀 윤용기 상무이사,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센터 이태규 박사가 참석했다. ●준비된 파산자 10만명 시대 김 처장 파산 상태의 채무자는 1999년부터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파산신청건수가 적었던 것뿐이다.일본의 파산신청이 1년에 16만건,미국이 145만건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1만건은 굉장히 적은 것이다.그동안 법원에 의한 채무조정 제도가 정착을 못했다면,지금은 파산제도의 기능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윤 상무 금융기관 쪽에서는 파산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파산까지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채권이 훼손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창피한 이야기지만,그동안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는데도 작동은 잘 안 된다.씨티은행 같은 외국계 은행은 비즈니스와 리스크 관리가 상충하면 리스크 우선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카드사가 방만한 운영으로 부작용이 생겨도 현업 마케팅 쪽을 더 우선으로 봤다. 김 변호사 금융규제에는 독일형 모델과 미국형 모델이 있다.독일형은 강하게 규제한다.고리대금을 규제하고,채권추심을 금지하고,면책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독일형에서 미국형으로 옮겨가고 있다.추심을 허용하고,고리대금을 양성화하고,신용을 확대하도록 놔뒀다.하지만 미국은 개인파산을 안전장치로서 둔 반면 우리는 파산을 ‘채권을 송두리째 떼이는 제도’라는 전제로 가동시켰다. 김 처장 파산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은 법조인들의 책임도 있다.변호사협회에서도 개인파산에 대한 지원이 없었고 법원도 초기에는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면책률을 낮추는 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박사 경기침체가 파산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다.수출증가율은 크지만 양극화 현상으로 하부계층 사람들은 혜택을 거의 못 받았다.법적으로 해결하는 풍토가 자리잡지 못한 측면도 크다.파산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없었다.배드뱅크 등 다른 구제책을 강구하기보다 일단 법에 마련된 파산제도를 활용했어야 했다. ●신용불량 양산,사실상 권장한 정부 윤 상무 신용카드 시장은 1998년 63조 6000억원,4201만장에서 2000년말 622조 9000억원,1억 481만장으로 급성장했다.신용불량자 가운데 다중채무자가 많기는 하지만 채무의 60% 이상은 신용카드 때문이다.상환능력을 초과해 마구잡이로 쓴 것은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 김 변호사 금융기관이 리스크 분석에서 착오를 일으킨 책임이 크다.외환위기 당시 근저당권을 가지고도 기업에 돈을 떼이는 경험을 한 금융기관들이 법인보다 개인에 대출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처장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 상태에 몰렸고 소비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여기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신용카드로 소비만 늘리도록 유도했다.부작용을 알면서도 감행한 것이다.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도 정부는 신용카드 회사의 시장진입을 쉽게 하고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독을 회피했다.개인파산자가 양산되고 있었는데,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했다.연체율과 신불자가 늘어날 조짐이 보이는데도 관리한다면서 변제기간만 연장하는 식으로 피해가도록 정부가 오히려 권장했다. 이 박사 하지만 정책에는 양면성이라는 것이 있다.신용카드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그동안 잘 잡히지 않았던 추가적인 조세수입을 6조원 정도 드러나게 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 않은가.하지만 부작용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정부는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못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특히 개인의 신용이 창출되는 과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고,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도 적절히 처벌하지 않았다. 윤 상무 파산과 면책으로 채무자를 새 출발하게 해주는 것은 좋지만 채권자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다.미국식 파산법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바람에 채권자의 동의를 거치는 과정이 없다.채무자 중심의 영·미식만 고집할 것인지,채권자도 고려하는 독일식도 차용할 것인지 법원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김 처장 도덕적 해이만 강조해 적극적으로 채무를 조정하고 면책해 주지 않으면 자포자기해 주저앉는다.강력범죄자의 70%가 카드빚 때문이라고 한다.이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적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경제효율적인 측면에서 주저앉게 하느니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시켜 열심히 살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이런 효율성을 고려해 영미식 회생절차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 채무자의 변제여부와 도덕성 타락을 연결시키는 것은 가혹하다.채무에 도덕을 대입시키는 데도 무리가 따른다.오히려 사회주의 국가나 이슬람권,중세서양에서는 이자 받는 것을 죄악으로 보지 않았나.파산으로 가난한 채무자가 구제 받는 것이 도덕적 타락이라면 공적자금으로 부자들의 휴지조각에 불과한 채권을 사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난한 자들의 타락만 우려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 처장 배드뱅크,신용회복지원제도,공동채권추심제도 등 비슷한 회생제도가 양산되고 있다.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각각의 채무상태가 모두 다른데 획일적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열심히 채무조정하던 사람들까지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겠지.”라며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 수 있다. 윤 상무 한 채권자로부터 채무자의 파산을 신청토록 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있는 것을 아는데도 빼돌리니 자기가 먼저 파산을 신청해 매장시키겠다는 것이다.파산절차에서 법원이 금융회사 의견을 구한다면 일부 의도적인 파산 악용이나 변제 기피 현상 등을 견제할 수 있다.채권자의 의견도 철저히 들어줘야 한다. ●개개인 상태 고려하는 파산이 해법 김 처장 한해에 파산이 100만건을 넘는 미국은 모두 재판제도를 이용한다.왜 채무불량 상태에 이르렀고,소득과 채무의 규모는 얼마이고,채무에 대한 이해와 변제능력은 얼마나 되는지를 전체적으로 본다.이처럼 개인의 채무 상황이 다르니 면책할 수 있는 조정 프로그램도 다 다르다.그럼에도 신불자 400만명을 획일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면서 하루빨리 경제활동에 복귀시키려면 개인에 맞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상무 재판에 의한 해결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적 회생제도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법제도가 없고 운영도 안됐기 때문이었다.다른 법적인 시스템이 부족했기에 채권금융기관들이 만들어 틀을 운영한 것이다. 이 박사 우리 신불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소액 연체자들이다.그들에게 파산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또 대부분 젊은이들인데 파산으로 각종 권리행사가 금지되는 것 역시 심한 처사다.그러니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다층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김 처장 핵심적인 대책은 빨리 재판제도를 활성화,일상적인 채무조정 절차를 정착시키는 것이다.실제로 원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안되는 과중채무자가 상당히 많다.원금까지 포함하는 과감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금융기관은 법제가 없어 사적 회생기관을 만들었다고 하는데,대책을 만들려 했을 때 금융기관이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 변호사 기본적으로 파산이라는 법적인 채무조정으로 가야 한다.파산까지 마음먹은 채무자에게 받아낼 채권이란 폴란드 정부의 망명지폐 정도 밖에는 없다.그만큼 망가진 사람에게 개인회생제는 의미가 없다. 윤 상무 아무리 법적 조정인 파산이 기본이라고 해도 금융기관 등에서 만든 회생제도를 모두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다. 김 처장 하지만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다.신용회복위원회는 미국의 소비자신용상담서비스(CCCS·Consumer Credit Counseling Service)를 모방한 것이다.채무자가 이 곳에만 가면 본인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종합적인 답을 준다.우리 신용회복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변협이나 법률공단까지 나서 법률 서비스 등 종합적인 서비스까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윤 상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자 교육도 시키고 신용회복에 대한 원스톱 안내를 해주고 있다.금융회사에도 창구를 마련,채무자들이 자문받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이 박사 새로운 회생제도의 효용을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사적 회생제도도 특정한 목적에 따라 생긴 것이다.설립 배경을 따지기보다 일단 시행하고 거기서 나오는 정보가 집적·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현재의 모든 금융정보는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금융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이 효율적이지 않다.하나의 망으로 집적돼 신용평가가 되는 체계가 필요하다.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놓고 태스크포스라도 구성해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리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아이들한테 청량음료 대신 물을 먹이자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아이들한테 청량음료 대신 물을 먹이자

    더운 여름철,지친 아이들은 콜라와 사이다를 비롯한 각종 청량음료를 아예 입에 달고 산다.맛도 자극적이고 색깔도 화려해서 가게를 찾은 아이들은 주저없이 이런 음료수를 찾아든다.이런 음료수는 한번 입맛을 들이면 계속 먹게 되는 중독 현상까지 보인다.최근에는 각 음료회사들이 뒤질세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만화나 영화,컴퓨터게임 캐릭터를 앞세운 음료상품을 줄줄이 내놔 판단력이 없는 어린이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게다가 내리쬐는 햇볕은 부모의 방어력마저 녹여버리는지 아이들의 요구 앞에 순간,순간 타협하고 만다.그러나 그렇게 생각없이 타협하기에는 청량음료의 유해성이 너무나 심각하다. 이런 음료수,속내를 알고도 즐길 수 있을까? 커피,홍차,코코아 등 원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식품을 제외하고 첨가물로 카페인을 가장 많이 넣는 식품이 바로 콜라다.집에서 어른들이 커피를 마실라치면 아이들이 “한 모금만….”하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게 된다.그러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져 바보가 된다.”는 둥 이런저런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면서 애들을 물리친다.하지만 그런 어른들이 콜라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는 사실,정말 이해되지 않는 모순이다. 커피 한잔에는 60∼80㎎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고,콜라 360㎖ 들이 한 캔에는 40㎎가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적당한 양의 카페인은 정신을 맑게 하고,피로를 덜 느끼게 하는 등 각성작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에는 불안·초조감과 함께 신경과민,불면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카페인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청량음료는 맛을 내기 위해 적지 않은 양의 인산염과 당을 쓴다.인공적으로 첨가돼 몸속에 들어간 인은 혈액에 녹아들어 몸속의 철분, 칼슘, 아연 등 필수적인 영양소를 소변에 섞어 몸 밖으로 배출시켜 버린다.이렇게 칼슘이 고갈되면 우리 몸은 빠져나간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을 빼오게 돼 자라면서 뼈가 부실해지고 종국에는 골다공증으로 이어지게 된다.또 청량음료에는 흡수한 당을 에너지화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없어 몸 안의 비타민까지 고갈시킨다. 알록달록 특유의 색을 내기 위해 다량으로 첨가하는 색소는 어떤가.이 역시 인체에 위험하다.정부와 식품업체에서는 허용기준치만 지키면 괜찮다고 말하겠지만,그 허용기준치라는 것이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다.우선 그 기준치는 어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또 다양한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얼마든지 기준치 이상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도 모른 척한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청량음료를 냉장고에 항상 넣어 두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이 마르면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보리차나 냉수를 먹었는데,요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청량음료를 집어든다.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냉장고에서 청량음료를 가장 먼저 없애야 한다. 아이들이 목말라 할 때는 생수나 보리차를 주는 게 청량음료보다 백배 낫다.생수 이상 가는 음료수는 없다.평소에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도 굳이 음료수를 찾는다면 엄마들이 조금 부지런을 떨어 대체음료를 만들어 먹이는 게 좋다.오미자차는 땀샘 조절기능이 있으며,피로회복에도 좋다.오미자를 직접 생수에 우려내거나 아니면 생협에서 오미자 추출액을 사다 희석시켜 먹여도 된다.여기에 참외나 복숭아,수박 등을 잘게 썰어 넣어 화채를 만들어 내놓으면 빛깔도 곱고 맛도 참 좋다. 알칼리식품인 매실은 매실농축액이나 매실효소로 만들어 먹으면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어 좋다.즙을 짜내어 약한 불에 졸이면 매실농축액이 되며,이것을 설탕과 함께 재어서 발효시키면 매실효소가 된다.온 가족이 물에 타 음료로 마실 수 있으며,특히 매실효소는 초고추장이나 물김치에도 넣는 등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다. 야채효소 주스도 빼놓을 수 없는 대체음료다.야채효소는 보통 50종이 넘는 야채와 과일, 약초, 솔잎 등을 넣어 1년 이상 발효시킨 것으로,신체의 면역성을 키우는 데 좋다. 그 밖에도 미숫가루,현미식혜 등 영양가도 높고 갈증을 달래주는 전통음료가 참으로 많다.냉장고에서 청량음료가 사라질 때,그 빈 공간이 가족들의 건강으로 꽉꽉 채워지지 않겠는가.
  • [국정현안 이렇게 풀자](1)국가경쟁력 키우자-대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치 사회 경제 각 부문별로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국민적 현안과 이에 대한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이해가 상충되는 집단이나 계층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민생의 안정을 꾀할 수 있을까.18일로 창간 100주년을 맞는 서울신문은 5대 국정 현안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처음 달성했다.그 후 10년.국민소득은 여전히 1만달러를 맴돌고 있다.‘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그렇다고 조만간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노인인구는 늘어나고,신생아는 급감하는데 신(新)성장동력은 손에 잡히지 않는 까닭이다.민·관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돌파구”라고 입을 모았다.그런데 방법론의 우선순위는 달랐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느끼는 한,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하다.”며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국민인식의 과감한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부터 매년 6%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한다.그러나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경기가 이미 꼭지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경기 풍향계가 ‘하향’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일각에서 더블딥(짧은 회복 뒤의 재침체)을 제기하지만 아예 추세적으로 경기흐름이 꺾인 것으로 보인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 동의하기 어렵다.실사지수라는 것이 대부분 서베이지수,즉 여론지수이다.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5월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고,미국의 금리인상 위험이 본격화되는 등 악재가 많았다.하반기에는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개선되고,신용불량자 증가세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실물지표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 경제가 중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순환기적 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일각에서는 체질은 튼실하니,일시적 경기조절 정책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병인(病因)을 찾아서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살아나기 힘들다. 지난 6년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상장기업의 3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또 시중에 돈이 충분한데도 신용경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금융기관들이 160조원의 공적자금을 받고도 제대로 중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옳은 지적이다.전통적인 거시경제정책으로 지금의 문제점을 치유하기는 힘들다.소비만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국내에서 충족이 안돼 해외로 옮겨간 수요 또한 적지 않다.골프니,병 치료니,자녀유학이니 해서 외국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마인가.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공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서비스 수요가 빠져나가는 데는 둔감하다.정 전무만 해도 벌써 주장의 바탕에 제조업 중심의 사고가 깔려 있다. 정 (웃음)서비스산업이 취약해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문제는 활성화 방법이다.한려수도나 제주도 등을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면 수조원의 돈이 들어간다.이 돈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국내에서 이같은 자본력을 갖춘 곳은 제조업밖에 없다.제조업도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박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게 뭐가 있나.없다. 정 왜 없나.출자총액제한제만 해도 투자를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 박 출자총액제한제는 얘기가 안된다.솔직히 예외규정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놨나.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투자못한다는 주장은 무리다.그리고 핵심은 ‘자본 동원’이 아니라고 본다.문제는 국민의식이다.우리나라 국민들은 누가 아파트를 짓는 것은 봐줘도 아파트를 지어서 돈을 남기는 것은 못본다.다른 사람한테 제대로 된 사업기회를 주는 것을 특혜로 여긴다.국민들이 의식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도약은 불가능하다. 구체적으로 국민의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 박 시장경제를 수용하고,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하다못해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지방에 들어가려고 해도 기를 쓰고 막는 게 우리 국민이다.당장 동네 구멍가게가 죽는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멀리 내다보면 대형 유통시설이 생겨야 고용도 훨씬 많이 창출되고 기존 영세 자영업자의 입점 기회도 생긴다.외국병원 유치도 마찬가지다. 정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잇기 위해서는 가계와 기업의 투자여력 확대도 중요하다고 본다.가계만 하더라도 과다한 부채에 눌려 소비할 엄두를 못내고 있지 않은가.개인소득세를 과감히 깎아줄 필요가 있다.기업 법인세도 더 내려야 한다.정부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기조절 수단을 지금까지의 재정지출 위주에서 세제로 바꿔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 급감을 감안할 때,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 그래서 정부가 10대 신성장동력을 제시하지 않았는가.여기에 농업과 서비스업을 추가해야 한다.정부관료들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신성장동력에서 농업과 서비스업을 빠뜨렸다.경북 구미의 한 원예공단은 2만 5000평짜리 온실에서 한 종류의 튤립만 생산해 1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2만 5000평이면 여섯 농가가 겨우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다. 정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모든 게 비슷한데도 농업생산성은 10배나 차이가 난다.원인은 누구한테 식민통치를 받았느냐에 있었다.산업혁명을 통해 대규모 생산을 경험한 영국이 말레이시아를,세금으로 노동력을 단순히 착취했던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지배했다.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의 규모화,기업화가 시도된 적이 있다.현대그룹의 서산간척지가 그 예다.그런데 최근 들어 이 땅을 거꾸로 쪼개팔고 있어 안타깝다. 약해진 체질은 어떻게 개선하나. 정 외환위기 이후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개혁정책,예컨대 부채비율·자기자본비율 규제 등을 지금쯤 되돌아보고 걸러줘야 한다.제2금융권 자금의 과다한 축소 등 일방적 규제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아울러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한다.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과거 대기업 때처럼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인지,아니면 금융기관에 맡겨야 할 것인지 방법론의 고민은 남아 있지만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는 없다. 박 동의한다.정부가 얼마전 중소기업 퇴출기준을 발표한 것도 그래서다. 정부가 성장을 의식해 구조조정을 다소 늦추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박 구조조정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흔히 자생력없는 기업을 퇴출시키는 것만이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구조조정이요,개혁이다.대표적 사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인데 일부 국민들은 이에 반대한다.국민의식이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전환을 계속 주장하는데 정부의 역할은 없나. 박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그런 시대는 이제 갔다. 정 그 부분은 견해가 다르다.영미식 시장경제를 아시아 국가,특히 한국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탠리 피셔 씨티그룹 부회장 등 외환위기때 한국경제를 영미식으로 바꾸라고 앞장서 외쳤던 사람들이 지금은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한국 경제는 스티글리츠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의 제안대로 ‘정부와 시장이 함께 주도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즉,정부가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마켓 메이커(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60∼70년대식 개발경제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 않겠는가. 정 그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시장이 독자적 힘으로 신사업을 창출할 능력이 있는 미국에서도 정부가 마켓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2006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TV에 디지털TV 리시버를 내장하도록 법제화시킨 것이 좋은 예다. 박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할 문제가 교육,즉 인적개발이다.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양보다 질,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그러자면 교육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그런데 정부 안에서조차 고부가가치는 괜찮지만 고급화는 곤란하다는 ‘모순된’ 발상이 있다. 정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쯤에서 성장과 분배 얘기를 안꺼낼 수가 없다. 박 성장이 먼저니,분배가 먼저니 하는 논쟁은 헛발질에 불과하다.조화의 문제이지,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정 20세기를 통해서 그 논쟁은 대충 끝이 났다. 행정수도를 옮기면 국가경쟁력이 더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는데. 정 행정수도 이전 자체로 국가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다만,행정기능 분리 이후의 수도권 개발모델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정부가 아직까지 이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속단하기는 이르다. 박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분명 살 길은 있다.전 국토의 5.6%에 불과한 토지이용률을 일본 수준(7.8%)으로만 끌어올려도 기회는 생긴다. 안미현 박지윤기자 hyu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구장 명칭 사용권

    최희섭이 활약하고 있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홈구장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은 원래 미식축구 경기장이다.명칭 역시 미식축구팀 구단주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조 로비 스타디움이었다.지난 1993년 창단된 플로리다는 새 구장을 짓는 대신 조 로비 스타디움을 야구와 축구가 모두 가능한 구장으로 개조했다.개조 비용으로 2000만 달러가 들었지만 여름엔 야구,겨울엔 미식축구를 할 수 있어 활용도는 갑절이 되었다.덕분에 구장 이름의 가치도 높아졌다. 96년 8월 스포츠의류 사업으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 이기영씨는 1000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10년간 구장 명칭 사용권을 확보하고,구장 이름을 자기 회사 이름인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으로 바꾸었다.1000만 달러가 지출됐지만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그는 미국인 투자자들에게 1억 달러를 받고 회사를 넘겼다.그가 회사를 떠난 뒤 불행하게도 회사는 파산했지만 아직도 구장 이름은 그대로다. 요즘에는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농구나 미식축구 구장의 명칭에 스폰서가 붙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그만큼 구장 명칭 사용권은 프로 구단의 확실한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지난 21일 정부는 스포츠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스포츠를 서비스 산업이라는 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해 이전의 탁상공론에서 벗어난 지원책을 많이 담고 있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프로구단에 구장 명칭 사용권을 주겠다는 것이다.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프로구단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2007년까지 프로야구팀을 12개로,프로축구팀을 16개로 늘려 양대 리그제의 운영 기반을 만들겠다는 대책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프로축구에서 양대 리그를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프로야구도 양대 리그는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양대 리그를 하는 것은 양대 리그가 좋아서가 아니다.미국의 경우는 최초의 리그인 내셔널리그(NL) 구단주들이 담합해 신규 팀의 참가를 제한했기 때문에 생겨났다.일본 역시 구단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해 두 개의 리그로 나뉘어졌다. 미국은 야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 인터리그를 도입했고,일본도 뜻있는 개혁가들이 인터리그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실정이다.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맞붙는 최고의 인기 카드를 월드시리즈에서만 볼 이유가 없다.쪼개진 리그도 합쳐서 운영하려는 게 대세이고,스포츠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12개 구단으로의 확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그 목적이 양대 리그를 위해서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스포츠투아이’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배심제·참심제 논란] ‘국민의 사법참여’ 22일 공청회

    일반 시민들이 평결을 내리는 영미식 배심제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대법원은 오는 22일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키로 하는 등 배심·참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우리 국민들은 배심·참심제 도입이 재판의 공정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우리 현실에는 어떤 형태가 적합한지와 외국의 운영 실태는 어떤지에 대해 살펴 보았다. ‘국민의 사법참여’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배심제든 참신제든 법관만이 관여하는 현행 재판방식을 개편,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물론 국내 현실 및 헌법의 규정에 비춰 배심제·참신제·혼합형제의 도입에 적잖은 논란은 불가피하다.재야 변호사쪽이나 재조 쪽도 무게 중심을 달리하는 상황이다. ●배심제,헌법상 적합하다 배심제·참심제 시행의 최대 걸림돌은 헌법이다.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재판과정과 판결에서 직업법관이 주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이다.미국·일본 등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다. 배심원이 사실문제만 평결하고 법률판단에는 참여하지 않는 배심제는 합헌이라는 게 통설이다.반면 참심제는 법률판단까지 관여하는 탓에 위헌이라고 지적한다.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해석이 없는 상태인 만큼 이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양대 법학과 양건 교수는 “법관은 재판에서 사실확정 및 법률의 해석·적용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배심제 역시 참심제와 마찬가지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 개정으로 위헌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차병직 변호사는 “헌법 101조 3항이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률로 직업법관 이외에 재판을 할 수 있는 법관(참심원·배심원)의 자격을 규정하면 일반 국민도 사실인정과 법률판단,양형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심제인가,참심제인가 재야 법조계는 배심제에,재조 쪽은 참심제의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 사법참여란 관점에선 배심제가 최선이지만,혈연·학연·지연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게 일선 판사들의 시각이다.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무작위로 배심원들 뽑는다해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들이 ‘줄’을 대려 기를 쓸 것”이라면서 “참심제를 통해 법문화를 향상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재야 법조계에서는 참심제의 경우,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배심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한 변호사는 “실제 재판과정에서 보면 법관의 사실관계 판단이 국민의 의식과 상당히 동떨어진다.”면서 “직업 법관으로 평생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다양한 직업·성향의 일반 국민들이 참여했을 때보다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죄 주장하는 중범죄로 제한 배심제든,참심제든 국민의 사법참여는 모든 민·형사사건에서 이뤄지긴 어렵다.미국에서도 전체사건의 4%에서만 배심재판이 진행되는 실정이다.따라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한 형사사건이나 선거법사건,공무원 뇌물사건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다만 무죄를 주장하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팽팽한 다툼이 있어야 한다.또 헌법상 국민은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가 있기에,피고인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배심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또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배심재판에서도 직업법관의 재량권을 한층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법관이 배심원의 사실인정에 관여할 수 있거나,배심원의 사실인정을 거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참심제에서도 참심원의 수를 법관보다 적게 하거나 참심원 의견을 참고자료로 삼는 정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심제 등이 제한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재판뿐만 아니라 검찰수사에 상당한 변화가 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서울대 법학대 한인섭 교수는 “검사와 변호사가 대등한 위치를 서서 일반 국민을 설득해야 하기에 피의자의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관행은 사라지고 목격자와 물증 확보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힘 닿는데까지 함께 나누며 사는게야”공동체운동 실천하는 원경선옹

    ‘나눔의 삶에 멈춤은 없다.’ ‘생명운동 전도사’인 유기농부 원경선(元敬善·90·환경정의시민연대이사장)옹.그는 요즘 28년간을 꾸려온 경기 양주시 회천읍 4만평의 공동체 ‘한삶회’를 정리하고 내년 3월 충북 괴산 청천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IMF때 현미식혜를 개발했다가 소비위축과 재벌그룹 일반 식혜 덤핑으로 큰 손해를 본 후부터 공동체 이전을 준비해 왔어요.” 양주에선 유기농재배와 함께 현미식혜·두부·야채효소 등의 농산물 가공공장도 운영했지만,괴산에서는 전체부지 7만평중 대부분을 자신이 설립한 풀무원식품의 농장으로 쓰고 6000여평에 20여명의 공동체 식구들이 벼농사와 채소·감자·고구마 등 ‘소금만을 뺀’ 필요한 먹을거리 모두를 농약과 비료를 안 쓰는 유기농으로 경작할 예정이다. ●아직도 트랙터 모는 아흔의 유기농부 원옹은 최근 괴산에서 함께 살 20여명의 공동체 식구들을 선발했다.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필요한 것은 나눠쓰고 몫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는데 동의했다.자녀들은 고등학교까지 공동체에서 보내준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아직도 트랙터를 몰 수 있어요.자신 있습니다.” 성성한 백발,동안(童顔)의 미소에 괭이를 둘러맨 그의 모습은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준다.지난 98년 서서영 화백이 그려준 캐리커처에도 이같은 그의 이미지가 잘 표현돼 있다. “공동체운동은 힘이 있는 한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나누며 사는 거지요.도둑과 다툼이 없고 전쟁이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평화운동입니다.” 1914년 평안남도 중화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난 원옹은 초등학교를 16살에 간신히 졸업하고 그해 아버지를 여의었다.18살 때 기독교를 알게 된 후 “평생을 전도인의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23살 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와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서 광복 때까지 인쇄소를 운영했고,45년 귀국해 미군부대 공사청부업으로 재산을 모았다.53년 부천 미군비행장 미군 군목의 권유로 떠돌이 전쟁고아나 비행청소년들을 모아 ‘풀무원농장’ 공동체를 만들었다.그대로는쓸모없는 쇳덩어리를 연장으로 만드는 풀무처럼 새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란 뜻을 담았다. ●현미 주식으로 하면서 건강 되찾아 회갑을 넘긴 76년 양주에 터를 잡고 친환경 유기농 공동체를 만들었다.당시만 해도 생소한 유기농법은 처음엔 경험부족 등으로 실패했지만 78년부터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일반인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해 부인 지명희(86) 여사와의 사이에 얻은 2남 5녀중 맞아들인 혜영(전 부천시장)씨가 서울대총학생회장을 하다 시국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사업에 동참했고 풀무원식품을 설립했다. 원 전 부천시장은 지난 96년 풀무원 경영수익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현재 기금이 22억원으로 불었다. 양주에서 유기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원옹은 100%의 현미만을 먹었고 주위에 현미를 ‘완전식품’으로 권했다. 현미를 주식으로 하면서 어린시절 간디스토마에 걸려 객혈까지 한 이후 그를 괴롭혀온 악성 빈혈증세도 모두 사라졌다.“쌀에 비해 단백질이 조금 모자랄 뿐 부족한 엽록소를 콩류로 보강하면 최고의 건강식이지요.” 원옹은 5개월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수술을 집도한 서울 강남의 U정형외과 의사는 원옹의 전반적인 건강과 특히 골밀도가 젊은이 못지않게 높은 데 놀랐다.그래서 젊은이들도 힘들다는 인공관절 요추 삽입수술을 했다. 원옹은 환경과 생명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95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 500상’을 수상했고 인촌상과 국민훈장도 받았다.요즘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는 풀무원식품과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환경정의시민연대,경실련(고문),국제기아대책회의(이사),거창고교(이사장) 등에서 종교·사회사업·교육 관련 강의에 나선다. ●“유기농은 땅과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 서울 나들이에 나설 때면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양주 ‘한삶회’ 거처에서 의정부까지만 승용차를 타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지난 2월엔 금강산 시범육로관광단에 최고령으로 참가해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원옹이 이사장인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지난해 제1회 ‘올해의 나쁜 광고 대상’으로 ‘맥도널드 해피밀’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제2회 대상으로 화학물질 남용과 친환경 방법을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P&G의 ‘페브리즈’를 선정했다. “농사지어 먹고 살기 힘들게 된 건 사실이지.그러나 유기농은 포기할 수 없어요.신이 주시고 만든,땅과 인간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니까.” 불혹(不惑)에서부터 반세기,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며 든든한 어깨가 되어 준 ‘인간상록수’ 원옹의 겨울은 그래서 미리 다가선 봄날처럼 따듯하다. 글·사진 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연줄문화·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나라 /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한국 특유의 연줄문화,강성노조,후진적 산업구조….한국 주재 외국 기업인들은 경영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62) 한국후지제록스 회장도 한국에서의 지난 5년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지금이야 한국후지제록스가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의 대표격으로 꼽히지만 다카스기 회장이 부임했던 1998년만 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위기에 빠져 있었고 한국후지제록스 역시 부도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다카스기 회장을 더욱 당황케 한 것은 당시 노조의 입장이었다고 한다.“보너스를 지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나를 믿지 않았습니다.일본인 회장이 한국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보너스를 계속 요구했지요.”일본 기업문화에 익숙하던 다카스기 회장 역시 자기주장 강한 한국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03년 현재 한국후지제록스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3년 연속 무협상 임금타결의 성과를 자랑하는기업으로 거듭났다.비결이 없을 리 없다. 다카스기 회장은 “경영의 투명성” 덕분이라고 잘라 말했다.그외 비결은 없단다.외국 기업으로서 현지 토착화를 위해 일본후지제록스와 다른 특별한 경영방식을 도입하지도 않았다.단지 경영원칙의 첫째도 둘째도 ‘투명한 경영’이라는 소신대로 그는 부임 이후 회사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했다.이후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사라졌다.임원진과 직원들간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결과 노사간의 불신을 신뢰가 대신하게 됐다.노사관계가 안정되자 실적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요즘 세간에 오르내리는 유럽식,네덜란드식,영미식 노사관계 모델 등은 다카스기 회장에게 현란한 말장난일 뿐이다.투명한 경영이 기반이 되면 노사갈등은 자연히 치유된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다카스기 회장은 “부임 초기가 가장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웠던 시간이기도 하다.”며 성공한 자만의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한 외국계 기업인으로 꼽히는 다카스기 회장도 여전히 한국에서의기업 경영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어서 무엇보다 마케팅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또 “한국 사원들의 노동력은 우수하지만 개성이 강한 편입니다.”그는 사원들의 조직력이 약하다는 말을 이같이 표현했다.정부의 노사정책도 노조편향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 내 일본기업인들의 모임인 ‘서울재팬클럽’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다른 외국 기업인들도 공통적으로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직속 경제자문위원회에도 몸 담고 있는 다카스기 회장은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한 한 통을 보냈다.현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지 건설과 관련된 일종의 건의서였다. 다카스기 회장은 서한에서 3가지를 강조했다.국가이미지 개선이 그 첫째로 개발과 생산을 일체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할 것을 방안으로 제시했다.중국보다 뛰어난 연구개발(R&D) 능력과 일본보다 저렴한 생산비의 장점을 살리면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두번째로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던 ‘일자삼배(一字三拜)’의 정신을 살려 고품질 국가로 발돋움할 것을 주문했다.공학적인 품질에 한정된 것이 아닌 정치나 경영에 있어서도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세번째로는 강경노조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노조와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도 항상 전하는 말이 있다.투명한 경영이 노사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한국 재벌이 그동안 경제발전을 이뤄온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기업경영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다카스기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투명한 경영을 위해 소유와 경영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난 5년이 힘들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한다.보람된 일도 많았다.다카스기 회장은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에 한국 경제계 대표로서 동행했던 일을 꼽았다.당시 한국과 일본간의 FTA체결 당위성을 피력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그는 자부한다.체결 시기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이는 있었지만 공동성명서에 FTA추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다카스기 회장은 FTA 필요성을 역설했다.“한국은 FTA 체결 이후 증폭될 무역수지 적자와 중소기업이 받을 타격으로 FTA 체결에 소극적입니다.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근시안적이지요.장기적인 안목으로 세계동향을 파악해야 합니다.”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유럽연합(EU) 등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일본과 한국 등 인접국가가 하루빨리 하나의 마켓을 이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후지제록스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다카스기 회장에게 혹시 여가시간은 있는지 물었다.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타국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낄 만도 한데 다카스기 회장은 후지제록스회장,서울재팬클럽이사장,경제자문위원의 1인3역을 소화해내느라 운동할 시간도 없다며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마케팅만 더 받쳐준다면 ‘관광 한국’ 신기루 아니죠 / 소피텔 앰배서더 총지배인 더글러스 바버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촛불시위가 한창이어서 외출하기가 무서웠습니다.작년에 월드컵이 열린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었습니다.하지만 조금 지내보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입가나 눈가의 미소로 외국인을 환대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달초 호텔리어 생활 꼭 30주년을 맞은 더글러스 바버(53·캐나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총지배인은 한국 생활이 90일 조금 넘었다.195㎝에 100㎏이 넘는 거구여서 위압적으로 보일듯도 하지만 세련된 매너에서 30년 관록이 묻어났다.그는 지난 73년 캐나다에서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유럽의 여러 도시와 홍콩을 돌다 지난 3월 서울에 부임해왔다. ●호텔리어 30년… ‘박덕우’란 이름도 지어 그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듯 보였다.건네준 명함의 뒤쪽에는 박덕우(朴德優)란 한국식 이름에 한자까지 달았다.한국말은 아직 서투르다.‘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반갑습니다.’등 인사 정도다.홍콩 출신 부인 에드린 바버가 한국말을 더 빨리 배울 것같다.그녀는 9월 이화여대의 한국어학당에등록할 예정이다. 급격한 세대교체로 50대가 설 땅이 좁아진 우리의 현실에서 그에게 호텔리어 30년 장수의 비결을 묻지 않을수 없었다.“특별한 노하우나 마법(magic)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단지 일을 즐겼을 뿐입니다.행운도 따랐구요.” 도전 의식도 강조했다.도전은 그의 일관된 좌표같아 보였다.“고교때 미식축구 선수로 뛸때 혹독한 훈련을 통해 도전 의식이 생겨난 것같아요.”30여년전 당시 그는 모교를 내셔널챔피언에 올려 놓았고,미국의 13개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수비수였는데 방방 날라 닉네임이 ‘붐붐’이었지요.” 하지만 캐나다 사스캐치완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마친 약관 23살때 캐나다의 내셔널호텔에 입사,호텔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이후 괼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그는 지난 3월 26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해 왔다.당시엔 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됐다.“전 캐나다 국적이지만 외모는 미국인이나 똑같잖아요,솔직히 말해서 서울 광화문일대를 지나다니기가 겁났지요.” ●올림픽·월드컵 치른 저력 눈으로 확인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돌아다닐 여유가 생겼다.광릉수목원과 강화도,한국민속촌,인천 전등사,이천 도자기마을 등을 다녀 왔다.“서울에서 1∼2시간만 나가니 바로 교외였지요.너무나 아름다워요.같은 곳이라도 초봄에 갈때와 지금 가보니 분위기가 너무 달라 전혀 다른 곳에 간 듯했습니다.” 그의 한국 예찬은 끝이 없었다.“시외곽이나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은 비록 안통해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이런 것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한국의 저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업계는 요즘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지난해와 비교하면 형편없고,외환위기때 보다 더 힘들다고도 한다.이라크 전쟁도 있었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탓이 더 크다. 는 “한국은 사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데도 사스의 최대 희생자”라며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관광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관광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직접화법을구사했다.“한국은 외국 관광객 유입을 위한 노력이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관광객 유치 노력 부족… 안타까워 사스가 주춤한 이때에 한국이 ‘공격적’ 관광정책을 펼쳐야 하며,지금이 최적이라고 역설했다.당장 북미와 유럽에 관광 프로모션을 열어야 가을부터 관광객이 올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이같은 확신에는 호텔리어 30년에서 나온 감각도 있지만 서울에 오기 전 14년동안 홍콩의 관광 정책에 깊이 간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홍콩에서 공항 매니저 연합회 회장,마케팅 투어리즘 태스크포스 회장,호텔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한다면 관광이 활성화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고,서울 한복판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다.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교외가 펼쳐져 있고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도 관광 재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의 집은 호텔이다.정원이 딸린 주택이 좋지만 턱없이 비싸고,아파트 생활을 할 바에야 호텔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그러면서 소피텔에는 장기 투숙객을 위해 ‘아파트형 객실’이 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세탁기와 간단한 취사도구도 물론 갖춰져 있다.부인은 그가 호텔이 집인 것이 좋으면서 싫은 눈치다.문밖이 바로 직장이어서 남편의 출근 준비가 간단하지만 사생활 보장이 안되기 때문.멀리 떨어져 사는 외동딸에게 그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캐나다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매일 전화하고,음성녹음 남기고,이메일로 안부 전하고….“내년 여름 한국에 오기로 약속했지요.” 취미는 골프.한국에선 자주 못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에서 딱 한번 골프장에 나갔는데 예약이 힘들고,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캐나다 중서부의 2000명이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를 도는 호텔리어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바버.서울 생활에 대해 “언제 덮을 지 모르는 인생의 책에 새 장을 막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
  • 초보아빠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초보아빠가 알아야 할 육아상식’이란 소제목이 붙은 ‘아빠,기저귀 갈아주세요.’(사진·제임스 더글러스 배런 지음)란 책은 제목만 들으면 이런 불평이 나오게 생겼다.“가르쳐서 철저하게 부려먹을 작정이군.”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기저귀를 갈아주는 방법이나 우유 먹이는 법 만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법들이 오히려 ‘육아란 여성의 고유영역’임을 과시하듯 전문적이고 딱딱한데 반해 책은 작가인 초보아빠가 쓴 쉽고도 상식적인 육아 가이드이자 아빠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더 진하게 느끼도록 하는 안내서이다. ‘아빠본능’을 믿으라는 저자는 육아부담을 부모가 함께 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아기를 만지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고 ‘미식축구공을 껴안듯 하라.’고 말하고 고열과 체하는 것 등 흔히 부모들을 놀라게 하는 아이의 질병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또 출산 우울증은 물론 출산 후 망가진 몸매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은 아내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첫 아기의 출현을 ‘끔찍한 경험’이라 생각하는아빠들을 격려하고 알람시계를 맞춘 후 꿀맛 같은 낮잠에 빠질 것과 아기와 놀면서 자신의 ‘유아성’이 발현되도록 ‘재미있게 살 것’을 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이의 노예가 되지는 말아라.’는 것.지혜로운 아빠이자 남편,한 사람의 남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할 것 등 257가지 지침은 작지만 아름답다.중앙일보 미디어 인터내셔널.8500원.
  • 숙취해소 음료 ‘불꽃 경쟁’연말 특수 노린 시음회.사은행사 등 마케팅 풀성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음주 모임이 부쩍 늘어나면서 숙취해소 음료업체마다 불꽃튀는 판촉경쟁을 하고 있다.숙취해소 음료의 연말 매출액은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어나는 데다 특히 올해는 대선까지 겹쳐 전체 시장 규모는지난해의 600억원보다 30% 이상 신장한 800억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제품은 CJ의 ‘컨디션F’,그래미의 ‘여명808’,종근당 ‘땡큐’,대원제약의 ‘丹(단)’,조선내츄럴의 ‘굿모닝365’,동성제약의 ‘굿샷’ 등 30여개.이 가운데 10여개 제품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CJ의 컨디션F는 1992년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맨을 위한 알코올 대응 기능성 음료’를 표방하면서 숙취해소 음료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후 많은 유사 제품의 추격을 받았지만 알코올의 흡수를 늦추는 쌀눈 발효물 구루메와 숙취 해소에 좋은 타우린을 첨가하는 등 월등한 품질로 현재 시장점유율 80%대를 유지하고 있다.지난해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는 컨디션 판매 10주년 기념으로 12월말까지 ‘뚜껑따자! 행운따자!대축제’ 고객 사은행사를 열고 있다. 컨디션 제품 뚜껑 안쪽에 표시된 경품에 당첨된 소비자에게 디지털 캠코더나 DVD콤보,디지털카메라 등을 준다. 그래미의 ‘여명808’은 오리나무 잎과 줄기,뿌리 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으로 지난 98년에 발매됐다.연말 성수기에 대비해 TV드라마에 PPL(간접광고)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또 지하철 주변,유흥가 등에서 시음회와 음주운전 자제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판된 종근당 ‘땡큐’는 ‘뚜껑 속의 비밀’이라는 독특한컨셉트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출시와 동시에 파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구루메,로열젤리 등 16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뚜껑엔 고분자 키토산 캡슐 2개를 내장하고 있다. 거리 홍보전과 함께 ‘주당(酒黨)’들에게 직접 시음하게 해 효능을 체험할수 있도록 했다.주류회사와 공동 마케팅도 펼쳤다. 역시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대원제약 ‘단’은 두충잎과 어성초 등 한방 재료를 함유한 제품이다. ‘여명이 밝아와도 컨디션이 영 아닙니까.숙취하면 단(丹) 한방’이라는 광고 카피로자사 제품을 띄우고 있다. 조선내츄럴은 ‘굿모닝365’ 30캔들이 1박스(9만원)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한국한의학연구원 한방건강검진권을 나눠주는 등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때아닌 월드컵 특수를 경험한 숙취해소 음료업체들이 연말과 대선을 앞둔 대목을 맞아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지난 94년 1000억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며 급속도로 확대되다 98년 외환위기때 국내 경기의 급강하로 시장도 대폭 축소됐다. 2000년 이후 경기 회복과 함께 신규·후발업체가 대거 등장,시장이 빠른 속도로 되살아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 ★숙취 왜 생기나 구토,설사,무기력감,두통,불쾌한 냄새,목마름….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누구나 ‘숙취’가 어떤 것인지 안다.하지만 숙취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알코올 속에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지닌 독성이 ‘숙취의 적’으로알려져 있다.아세트알데히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조직의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변성된 단백질을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고 제거하기도한다.이 반응이 도를 지나치면,즉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간의 실질 세포는점차 없어지고 섬유소로 대체되는 섬유화가 일어나 간경화로 발전되기도 한다.때문에 숙취 증세는 장기적인 악영향을 예고하는 사전 경고로 보아야 한다.아세트알데히드는 동물의 체내에 주입하면 숙취와 똑같은 양상의 독성을나타내기 때문에 숙취의 주 원인물질로 이해되고 있다. 서양인이 음료수 마시듯 술을 마시며 동양인보다 뛰어난 술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세트알데히드 처리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은 샘물 속에 석회질이 많아 아세트알데히드 처리 능력이 강하다.이 때문에 숙취해소음료가 동양에서만 잘 팔리는 것이다. 술을 마신 뒤 목마른 것은 알코올 속에 오줌 배설을 유도하는 ‘바소프레신’이라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20도짜리 술 250㏄를 마시면 오줌 600∼1000㏄를 배설해 우리 몸의 수분을 ‘쭉쭉’ 뽑아낸다. 또 술을 마시면 저혈당이 되는 것은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하지만 탈수와 저혈당은 음주와 적절한 식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숙취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게토레이/스포츠음료 대명사,수분흡수력 뛰어나 단 한번의 우승도 하지 못한 미국의 풋볼팀 게이터(Gator).전반전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후반전에 맥을 못춘다는 게 최대의 약점이었다.플로리다 의대는 ‘승리의 에너지’를 주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67년 ‘인체 삼투압 현상’을 발견했다. 인체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은 삼투압 때문이고,물은 체액과 삼투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게이터를 돕는다(Aid)’는 뜻으로 게토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게토레이를 마신 게이터 팀은 ‘후반전의 팀’이라는새 별명을 얻었다. 게토레이는 빠른 수분 흡수력과 에너지 공급,경기력 향상에 가장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다.6%의 탄수화물은 수분이 신체에 가장 빨리 흡수되도록 하고,적당한 전해질 성분은 수분을 잃지 않게 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게토레이는 물보다 10배 이상 빠른 흡수력을 갖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게토레이는 미국 프로농구(NBA)와 미국 프로 미식축구 메이저리그의 공식음료로 지정돼 있다. 미국내 스포츠 음료시장의 80%를 장악하면서 스포츠 음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운동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시는 생활 속의 음료로 확산되고 있다. ★포카리스웨트/이온음료 새장열어 열피로 빨리 풀어줘 1987년 우리나라에 ‘이온음료’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던 포카리스웨트는 올해로 판매 16년째를 맞았다. 8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판매량은 35억캔.국민 1인당 75캔 이상을 마신 셈이다. 올해까지 판매량은 40억캔에 육박하리라는 전망이다.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탈수증이 있을 때 병원에서 맞는 링거를 본 음료개발팀이 ‘마시는 링거’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이온조성 및 농도가 체액과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물보다 2∼3배 흡수가 빠르다.땀을 흘릴 때 빠져나가는 나트륨,칼륨 등 인체의 신진대사에 꼭 필요한 전해질을 효과적으로 보충해 주는 과학적인 음료다. 군인들이 행군할 때,제철공장처럼 더운 환경에서 작업할 때 발생하기 쉬운열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감기나 설사,발열로 탈수현상이 있을 때 효과적이고 음주 후의 갈증도 시원스럽게 해소해 준다.수분손실 감지능력이 부족해져 인체의 수분함유량이 30∼40% 감소하는 고령자들에게도 좋다. 알칼리성 저칼로리 음료라는 점은 또다른 장점이다.몸이 산성화되면 신체에대한 피로도가 증가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는데 포카리스웨트는신체를 약알칼리성으로 만들어준다.비만을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 유방암 서구적 생활패턴이 ‘범인’

    ‘유방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라.’ 최근 유방암이 급격히 느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독신 증가,늦은 결혼,흡연,음주,고지방식 식생활,수유 기피 등 구미식 생활방식은 어느덧 우리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멋지게 포장된 구미식 생활패턴이 여성호르몬을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을 아는 여성은 많지 않다. 유방암 환자의 10% 정도만이 유방암 가족력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90%는 라이프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구미에선 이미 유방암이 제1의 여성암이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8명중 1명이 유방암 환자일 정도다.우리사회에서도 유방암은 지난 94년 여성암 중 11.9%로 자궁경부암,위암에 이어 세번째 순위에 있었지만 2000년엔 15.1%로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흔한 암이 되었다.전문가들은 5년 내에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왜 라이프 스타일이 문제인가=유방암은 대부분 유관과 유엽의 상피세포에서 생긴다.그런데 이 세포들은 여성호르몬인에스트로겐의 자극에 의하여 증식,분화하므로 일생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따라서 조기 초경,늦은 폐경,과도한 영양 및 지방섭취,음주,장기간 피임약 복용,폐경후 여성호르몬 사용 등 여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기간을 늘리는 생활양식은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는 것이다. ◆ 유방암 발병률 높이는 라이프 스타일 5가지 1.화려한 싱글,늦은 결혼?=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는 여성은 있는 여성에 비해 1.4배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다.30세이후 첫 만기 출산을 한 여성은 18∼19세에 첫 만기 출산을 한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또 초경이 1년 늦어질수록 유방암 발생확률은 20%씩 줄어든다. 2.모유가 최고!= 모유를 먹이는 일은 아이에게 정서적 친밀감을 줄 뿐만 아니라 유방암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모유를 먹이지 않은 여성은 수유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도가 1.8배 높아진다.수유기간이 12개월 이상일 때는 더욱 뚜렷한 효과가 있다. 3.폐경여성에게 비만은 절대 금물= 비만은 특히 폐경 여성의 유방암을증가시킨다.서울대 의대의 연구 결과 비만지수가 25㎏/㎡ 이상이거나 체중이 64㎏이상인 폐경여성은 표준 체중의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3∼5배 높았다.따라서 운동은 다른 질병 뿐만 아니라 유방암 예방에도 필수 조건이다. 4.음주는 술의 양이 중요,청소년 흡연은 심각= 음주 여부 보다는 술의 양이 중요하다.한 주에 3회 이상,한번에 알콜 5g(소주 1잔)이상 섭취할 경우,유방암 위험도가 3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흡연의 경우 25세 이전에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유방암 위험도가 1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고지방 서구식 식생활은 금물=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했을 때 2배,육류를 과잉 섭취하면 2.7배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지방성분이 여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도움말 한세환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외과 교수,노동영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임창용기자 sdragon@ ◇자가진단 요령 유방암은 예방 못지 않게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35세 이후엔 2년에 한번씩 의사의 임상검진을,40세 이후엔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받아보는 게 좋다.또 유방암에서는 대부분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므로 정기적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자가검진 요령이다. 1. 먼저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유방 형태를 관찰한다.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 좌우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의 함몰, 피부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2. 양손을 위로 올려 유방을 완전히 노출시킨 후 피부가 함몰된 곳은 없는지 관찰한다. 3. 왼손을 어깨위로 올린 후,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의 바깥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하여 천천히 들어오면서 유방을 만져본다. 만져보는 방법은 유방을 약간 눌러서 비비는 느낌으로 한다. 4. 유두를 꼭 짜서 분비물이 있는지 검사한다. 특히 속옷에 피가 묻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 5.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지 만져본다. 6. 반대쪽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 권영길후보 관훈토론/ “부유세 반대 1~2%뿐 11조거둬 국민80% 혜택”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는 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저의 이미지가 머리띠,삭발투쟁,집회 등 과격한 것과 연결돼 있지만,그간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다만 과격한 이미지는 차차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권 후보는 진짜 노동자라기보다는 인텔리 출신 노동운동가 아닌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을 노동자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우리는 사무직,전문직종도 노동자로 본다. ◆노동문제와 관련,‘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잘못 전달됐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노동자편이라지만 지난 정권보다 노동자,농민을 더 탄압해 왔다.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은 아니다.필요없을 상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지율이 1∼3%에 불과한데. 민노당 후보의 활동은 언론에서 배제돼 있다.언론이 보수와 진보 진영을 균등 배분해줘야 한다. ◆권 후보는 2020년쯤 진보정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9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아직 척박한 땅이라서 집권 목표기간을 최대한 잡아보면 2020년까진 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그랬다.그러나 최근에는 10년 안에 집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의 연대가 유리하다면 힘을 합칠 생각이 있나. 노 후보가 연대를 제의한다면 본질적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노 후보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중도개혁이라고 얘기했다.그런데도 연대를 제의한다는 것은 스스로 중도주의가 아니고 진보진영 후보라는 것을 얘기하는 셈이 된다.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하나.활동비는 얼마나 되나. 아파트 담보 대출은 한계에 부딪혔다.어머니 집을 전세 놓아서 해마다 인상되는 부분을 생활비로 썼다.원고료,강연료가 한 달에 100만원쯤 들어온다.활동비는 별로 들지 않는다.지방을 돌아다니고,행사를 가져도 당원들이 갹출을 한다. ◆대선 선거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예상 소요비용은. 1만원 당비 내는 당원들이 1만여명이다.이들로부터 5만원씩의 특별당비를 선거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그러면 40억∼50억가량이다.이것으로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다. ◆부유세는 국민 저항 때문에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 80%는 찬성한다.1∼2%의 저항 때문에 80%가 혜택보는 제도를 안할 수 있나. ◆현 정권의 햇볕정책은 어떻게 보나. 우선 용어가 적절치 않다.흡수통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교류에 중점을 두었다.그러나 교류만 가지고는 안된다.평화협정 체제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평화공존은 뒤로 하고 교류만으로 풀릴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순서가 어렵더라도 평화공존 먼저 나가는 게 맞다. ◆서해교전 때 ‘침소봉대로 남북관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북한에 비판할 건 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비판 안 했나.당시는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 그걸 이용해서 긴장을 조성하려는 데 대한 지적이었다.남북 관계를 전쟁상태로 몰고가서는 안된다는 것은 확고하다. ◆민노당은 국정원,기무사 등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국가정보기관이 없는 나라는 없지 않나.정보기관의 권력남용 방지책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억압적인 요소가 있음은 국민이 잘 알고 있다.해체 속에서 실질적으로 국가안보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정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현재의 억압기구는 바뀌어야 한다. ◆미군 철수와 관련,즉각 철수를 주장하다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 적도 있고,지금은 단계적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왜 오락가락하나. 일관적으로 단계적 철수를 주장했다.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부터 접근하자는 것이다.주한미군은 현재 1차로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보다는 중국에 대한 군사력 억지 차원에서 유지되는 것이다.그래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무엇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서 중국을 견제할 게 아니라 우리의 주도로 러시아·일본·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안보체제를 새롭게 구축하자는 것이다.여기서 군사적 균형상태를 이뤄야 한다.미군철수는 바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군축은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후방 병력 정비를 통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이고,북한의 군축을 이끌어낼 수 있다.이 바탕 위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을 포괄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 ◆민노당 강령을 보면 민중 개념을 자주 쓰는데.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을 민중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당은 이름이 아닌 정책으로 평가해야 한다.대중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민노당이 남미식 포퓰리즘 정책을 펼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포퓰리즘을 어떻게 보나. 남미는 아르헨티나 페론당 때를 제외하고는 포퓰리즘 정책을 쓰지 않았다.오히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폈고,이로 인해 무너진 것이다.포퓰리즘 때문에 남미가 무너졌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의도는 좋지만 도리어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실이다.그렇지만 그것은 보증금 인상폭을 5%로 하고 즉각 실시를 주장한 우리의 요구를 국회가 팽개쳤기 때문이다.책임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있다.본의 아니게 피해본 것이 사실이다.올바른 법 만들자고 한 게 잘못인가. ◆병력 20만명 감축을 주장했다.가능한가. 병력 감축이 전력손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감군을 위한 선행적 조치는 손실없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는 어떻게 보나. 거부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이는 지난 98년 유엔인권위에서 결의된 것이고 회원국은 이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됐다.또한 이런 문제는 민노당이 제안한 모병제를 수용하면 다 해결된다. ◆대학의 무상교육이 가능한가.재원과 실시계획은. 부유세로 11조원의 징수가 가능하다.임기 첫해에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하다.1조 5000억원만 있으면 된다.대학은 수업료 일부 보조로 국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일간지 조사에서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1위인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지운기자 jj@ ■ 대표토론자 이목희 대한매일 정치팀장,박영균 동아일보 논설위원,고종석한국일보 편집위원,김영미 연합뉴스 여론매체부장,김진석 KBS정치부차장 ■이모저모/ “결혼전 장인 타계… 처가덕 못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 후보는 9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다른 정당 후보들에 비해 진보적인 정책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특히 토론 경험을 살려 패널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피해가지 않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변했다.하지만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과격성’이 잇따라 지적되자,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내부 토론을 거쳐 정정할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본 문창극(文昌克) 관훈클럽 총무는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는 권 후보를 토론회에 초청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권 후보의 비중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지향하는 정책이 분명해 초청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이에 권 후보는 “(초청해 줘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재벌 집안인 부인(강지연씨) 때문에 처가덕을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업간의 문제라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장인이 갑자기 타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넘어가 처가덕은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장인이 결혼을 극력 만류해 살아 계셨더라면 아마 결혼을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한 토론자가 정당의 강령에 직접민주주의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어찌된 셈이냐.”고 묻자 “국회를 부정하지 않는다.예산심의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국회의원이 당선 후 기업체 돈을 받고 구속되는 등 제 역할을 못하면 주민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방북 신청을 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다분히 ‘시위용’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선을 앞두면 시위적 효과가 실제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방북하면 6·15공동선언 합의 이행 등을 촉구할 생각인데 아직까지 정부에서 방북신청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동성동본과 결혼한 장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혈통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회적 ‘관념’에 젖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고,“하지만 6촌만 넘으면 문제가 없다는 말에 생각을 바꿨으며,진보주의자라고 한다면 동성동본 결혼에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선에서 낙선하면 다음 총선에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낙선을 생각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밀레니엄] ‘장기불황’ 일본의 교훈

    최근 일본경제불안설이 고개를 들면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10여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원인과 교훈에 대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자는 것이다. 일본은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툭하면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우리의 부동산 투기과열 현상에 잘못 대응하면 우리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대한매일은 일본경제전문가인 고용수(高瑢秀) 한국은행 아주팀장과 KDI의 일본 관련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우천식(禹天植) 장기비전팀장의 대담을 갖고 일본의 장기불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 등을 짚어봤다. ◆고용수 팀장-일본 경제가 위기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한국은행 도쿄사무소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사람들은 엄살이 심하다는 것입니다.자그마한 어려움도 마치 위기처럼 말하곤 합니다.일부에서는 일본이 위기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도 하지만,일본에는 위기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우천식 팀장-최근 장기침체라고 하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일본경제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죠.10년 장기불황에 비하면 최근에는 새로운 균형기에 접어들었습니다.KDI는 ‘일본경제의 10년 불황에서 배워야할 교훈’보고서에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첫째는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것이고,둘째는 10년동안의 점진적인 체질개선 노력으로 최소한의 안정을 되찾는다는 것입니다.마지막 시나리오는 구조적인 침체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입니다.저는 일본이 어느 정도의 조정기를 거쳐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고 팀장-일본의 구조조정은 10년동안 진행돼 왔지만,한국식 관점으로는 성과가 없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습니다.하지만 일본의 구조조정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영·미식과 다릅니다.일본은 이해관계자 모두를 중시합니다.따라서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앞으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일본이 공적자금을 투입할줄 몰라서안하는 게 아닙니다.우리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본사람들은 은행 책임을 정부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 팀장-일본이 불황을 겪게 된 원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일본의 침체는 우리의 외환위기 전개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비정상적인 거품이 생겼고 과감히 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방치하지 않았습니까?그런 경험은 최근 우리의 거시정책 운용기조에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고 팀장-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은 버블(거품) 붕괴와 정책 타이밍의 실기에서 촉발됐습니다.85년 플라자합의 이후 87년까지 엔화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진작 정책을 폈고 13개월동안 재할인율을 무려 2.5% 포인트나 내렸습니다.이것이 부동산 버블을 가속화시켰어요.경기과열 조짐을 느낀 일본은 89년까지 5차례에 걸쳐 금리를 3.5%포인트 인상해 긴축정책을 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뒤였습니다.버블이 고조됐을 때 긴축정책을 폄으로써 붕괴를 가속화시킨 셈입니다.우리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중동정세불안 등 대외경제불안 요소가 있어 금리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의 실패 교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 팀장-일본의 금리정책은 미온적,사후적이었고 미국은 과감한 선제적인 정책을 취해 안정적인 기조를 마련했습니다.일본의 경험은 금리인상의 폭과 점진적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금리인상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일본은 자산 디플레와 주가하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우리는 주가는 보합·안정화돼 있고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양상입니다.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어 버블이 꺼지는 데 민감하지만 우리는 개인이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거시정책적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 팀장-금리를 올려야 한다기보다는,금리 인상의 폭을 생각하면서 점진적인 인상을 생각해야 합니다.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실물시장이 주식시장을 주도했지만 금융시장이발달한 요즘에는 금융의 영향이 더 큽니다.일본의 상황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정책의 타이밍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 팀장-일본 경쟁력의 한계에 대해 논의는 많지만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경쟁력의 한계는 80년대부터 나타났습니다.일본은 경제주체간 긴밀한 거래를 하면서 자체 조달하는 구조입니다.경쟁·비경쟁이 결합된 이중구조이기도 하지요.하지만 이런 자급자족·폐쇄형 경제는 세계화에 직면하면서 한계를 보여줬습니다.재정과 금융정책을 통한 거시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시스템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고 팀장-거기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경쟁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제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회계부정 등으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일본식 자본주의 모델이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모델을 바꿔서 경쟁력을 확보할 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은 미국식 스타일에 접근해 가고 있지만,일본의 장점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일본의 장점은 경영자·노동자의 장기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있습니다.경쟁과 협조 가운데 협조에 무게를 뒀던 일본식 경영방법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우리는 미국식 장점과 일본식 장점을 지혜롭게 조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 팀장-맞습니다.미국의 최대장점은 개방성과 유동성에 있습니다.일본의 폭넓은 관계지향성은 그동안 폐쇄적인 범위내에서 이뤄져 왔지만 앞으로는 개방적인 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의 모든 것을 폄하하기보다는 단점을 생각하면서 학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지난 5년동안 우리가 받아들이려고 했던 글로벌 스탠더드를 다시 평가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과제입니다. ◆고 팀장-장기불황 속에서도 일본 대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해 연구개발에 투자합니다.이런 노력들은 설비투자 지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생산능력 자체를 축소해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일본 기업들의 이런 노력을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일본은 정부의공공적인 측면을 중시합니다.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40%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재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우 팀장-대기업 중심인 우리의 경제구조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일본에 비견할 실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요.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특히 취약합니다.성장동력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이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정부가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팀장-일부에서 일본이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만,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일본은 연금·고용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가 늘지 않고 저축률이 상승했습니다.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습니다.일본이 엔화약세 정책을 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과잉고용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본은 해고보다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감축 등의 방법을 택했고 우리는 해고를 택했습니다. ◆우 팀장-외환위기를 겪은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시스템이 모범답안처럼 돼버렸습니다.미국식 인력구조의 문제점은 인적 자원 투자가 약하다는 것입니다.실험적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작용도 많습니다.일본 시스템의 장점은 사람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지요.일본식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식 인센티브 성과주의에 의존하다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고 팀장-일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사람들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고이즈미 내각의 목표는 ‘국민 모두가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경제사회 구축’을 내걸 정도로 사람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우 팀장-우리는 5년동안 심층적인 구조조정을 했고 최저생계비 등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정서는 ‘능력이 없어 구조조정을 당한다.’는 것이지요.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사회적인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재교육과 재배치 등에 대해 국가는 고민해야 합니다.범국민적인 동의가 없다면 시스템의 위기가 올 수있습니다.구조조정 과정의 피해를 국가가 최소한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박정현 김유영기자 jhpark@ ◇고용수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아주팀장 ▲47세 ▲연세대 경제학과 ▲81년 한은 입행,조사국·기획국 등 근무 ▲도쿄사무소(94년 10월∼99년 6월) 근무 ◇우천식 KDI 장기비전팀장 ▲42세 ▲서울대 경제학과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석·박사 ▲클렘슨대 경제학과 교수 ▲저서 ‘위기극복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지식기반경제발전 종합전략’ 등 다수
  • 축제속으로/ 무주 반딧불이 축제-울릉 오징어 축제

    무더위와 폭우로 인한 후유증을 말끔히 씻어내고 재충전할 수 있는 지역 축제가 눈길을 끈다.환경친화적인 도시 전북 무주에서는 아련한 동심을 일깨울 ‘반딧불이 축제’가 다채롭게 선보이고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는 주산물인 오징어를 주제로 축제가 마련돼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반딧불이 유혹 추억 만들기 ‘생명존중의 땅 무주에서 아련한 동심을 되살리고 새로운 추억도 만드세요.’ 올해로 여섯 돌을 맞는 ‘무주 반딧불 축제’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전북 무주군 무주읍 남대천과 예체문화관 일원에서 열려 관광객을 유혹한다. ‘자연주의가 좋다,반딧불이와 함께’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축제는 하늘·땅·물·사랑·자연 등 5개 테마로 구성돼 공연과 체험,모험 등 70여가지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이벤트로 축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첫날 ‘하늘의 날’에는 천연기념물 어름치 방류와 반딧불이 자연학교 입교식,반딧불 되살리기 촛불 시가행진 등이 이어지며 화려한 개막을 알린다.둘째날 ‘땅의 날’에는 반디컵 전국 어린이축구대회 예선전과 전국 환경종합예술대전,반딧불 가요제,고운 노래 발표회가 열려 흥을 돋운다. 셋째날 ‘물의 날’에는 환경마라톤,동요제,테크노댄스 경연대회 등이,넷째날 ‘사랑의 날’에는 민속경연대회를 비롯해 전통상품 품평회,친환경농업세미나,장기자랑,서울팝스오케스트라 공연 등이 줄지어 열린다. 마지막날 ‘자연의 날’에는 어린이 축구대회 결승전과 창작뮤지컬 공연,국립국악원 공연,무주 전통공예 한국대전 시상식 및 폐막 축하공연 순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특히 ‘자연과 전통과의 만남’을 주제로 ‘무주전통공예한국대전’이 올해 처음 개최돼 관심을 끈다. 깨끗한 물과 울창한 산림에서 묻어나는 전통수공예품,전통식품 등이 풍성하게 선보인다. 생태문화도시 무주의 전통상품을 전국에 알려 지역 주민들의 실질 소득에 도움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또 행사기간동안 반딧불이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지역에는 매일 저녁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반딧불이 신비탐험’이라는 체험코스와 관광객 홈스테이도 운영한다. 반딧불이 자연학교 탐방과 생태 체험관,민속놀이 체험동산,추억의 민속장터,환경생태 사진전,환경 종합예술대전 등 다채로운 행사도 곁들여진다. 특히 팔도 농특산물 특판전이 될 추억의 민속장터에서는 토속주 무료시음회를 비롯해 맛자랑 먹을거리,가훈 써주기 등이 마련돼 관광객의 입과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김세웅 무주군수는 “무주 반딧불축제는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축제로 높이평가되고 있다.”면서 “가족과 연인,친구와 함께 하면 여름밤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딧불 축제는 친환경적,교육적 축제로 평가받아 지난 98년 제2회때부터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지정,운영돼 왔다. 무주 임송학기자 shlim@ ■울릉 오징어 축제/ 오징어 밤배 타면 ‘나도 어부'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아보고 관광도 즐기세요.”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울릉도 오징어 축제’가 오는 22일부터 4일간 경북울릉군 울릉읍 저동항 일원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참여하는 축제,다시찾는 울릉도’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육지의 관광객 등 참가자를 위한 다양하고 색다른 체험·문화 행사가 줄지어 선보인다.울릉도의 특산물인 오징어를 소재로 한 먹을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관광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넘실대는 푸른 파도와 풋풋한 바다 냄새,갈매기들의 합창은 이번 축제에서 무한 제공하는 ‘보너스’다. 오징어 축제는 22일 오후 4시30분 주무대인 저동항 일원에서 사물놀이와 풍어·풍년을 기원하는 제례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막된다. 우리의 전통 가락에 몸을 실어 더덩실 어깨춤을 절로 자아낼 신바람 국악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창작극인 ‘어민천하지대본’이란 주제의 해학적인 마당극이 흥을 돋우게 된다. 또 저동항 방파제에서는 오징어 모형의 연날리기대회와 폭죽놀이 등이 준비돼 재미를 더한다. 둘째날인 23일엔 체험 행사가 풍성하다.오징어 할복경연,축꿰기,탱기치기(바로 펴는 작업),낚시묶기,퀴즈대회 등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에콰도르 민속공연단의 전통 공연과 함께 금사향씨 등 원로가수10명이 무대에 올라 흘러간 노래를 선사,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셋째날인 24일에는 떼배경주, 계선줄던지기와 더불어 울릉도 호박엿 늘리기와 오징어 요리경연 및 무료 시식회가 잇따라 개최돼 미식가를 매료시킨다. 특히 22·23일 이틀동안에는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오징어배 체험 승선과 조업현장 무료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밤 9시에 출어하는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조업현장까지 나가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서 오징어를 직접 잡아 보는 경험은 이색 ‘추억만들기’에 그만이다. 배멀미를 하거나 소형어선인 오징어배 타기가 두려운 참가자들은 대신 유람선을 이용해 오징어잡이 광경과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마지막날인 25일에는 단축마라톤대회(5㎞,10㎞,하프)와 바다낚시대회 등이열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참가자들을 위해서는 인기연예인 초청 축제 한마당과 특산품 상설판매장,울릉도·독도 사진전,먹을거리 야시장 등이 행사기간 내내 마련된다. 행사장 인근에는 울릉도가 자랑하는 생태계의 보고인 성인봉을 비롯해 도동항 좌·우안(岸)산책로,행남·대하 등대,내수전 전망대 등이 있어 울릉도의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울릉도 김상화기자 s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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