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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바이러스는 생명의 필수 동반자/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바이러스는 생명의 필수 동반자/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하는 미세한 감염체다. 유전물질(DNA나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유전물질을 숙주 세포에 삽입한 뒤 자신을 복제하게끔 프로그램을 다시 짜서 증식한다. 동식물에서 박테리아, 고세균에 이르는 모든 생물과 공존한다. 생명체가 서식하는 모든 장소에서 발견된다. 강산성의 온천에서 남극의 빙하, 알칼리성의 염수를 가리지 않는다. 지구 표면 1㎡에는 날마다 8억개의 바이러스가 먼지 입자에 붙어서 떨어진다. 지구상의 총숫자는 10의31제곱개로 추정된다. 우주의 모든 별을 합친 것보다 100만배 이상 많다는 말이다. 바다 퇴적물 1㎏에는 100만종의 각기 다른 유전형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2018년 4월 현재까지 확인된 바이러스는 19만 5000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는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우선 대양의 영양 성분이 재순환되도록 한다. 자신이 감염시킨 미생물을 죽이고 터뜨린다(바이러스의 절대 다수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파지 종류다). 이를 통해 물속의 유기물 농도를 높인다. 죽은 미생물에서 방출된 영양 성분은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며, 물고기와 사람을 포함하는 먹이사슬 전체를 유지시켜 준다. 바이러스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진화한다. 인간보다 100만배 빠르다. 주로 돌연변이율이 높은 탓이지만 숙주의 유전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일부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키는 생물에 새 유전자를 주입하는 능력을 갖는다. 이런 종류를 레트로(역전사)바이러스라고 한다. 처음에는 병을 일으켜 숙주를 죽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숙주는 저항성을 갖게 되고 자신에게 삽입된 DNA가 정자나 난자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허용한다. 이렇게 자리잡은 것을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ERV)라고 한다. 인간이 지닌 DNA 전체의 8~9%가 이런 유래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것은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수천, 수만년 전에 기능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포유동물에서 태반이 발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그런 예다. 모든 태반 포유류의 선조가 한 차례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결과로 출현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태반을 통한 출산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인간의 배아를 보호하는 유전자도 바이러스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배아란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시작해 ‘태아’가 되기 전까지를 말한다. 2015년 4월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를 보자. 불과 3일 된 배아에서 특정 바이러스(HERVK)의 유전자가 다수 발견됐다. 이것은 인플루엔자 등의 유해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세포의 단백질 생산 공장에 유전적 지시를 내리는 것을 돕는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의 분화에까지 관여한다는 말이다. 그보다 근본적인 기능도 있다. 동물이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고 유성생식을 할 수 있는 것은 바이러스에서 빌려 온 유전자 덕분이다. 이 모든 일에는 개별 세포를 서로 융합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기능을 하는 단백질은 신사이틴과 FF의 2종류가 지금껏 확인됐다. 신사이틴은 앞서 말한 인간의 태반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단백질이기도 하다. 이것이 특정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2000년 2월 네이처에 발표됐다. FF의 유래는 2014년 셀에 발표됐다. 이 단백질들이 없으면 동물은 단순한 세포 덩어리 이상으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생명체의 진화는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몇십억년 전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 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일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2013년 미국 미생물학아카데미 콜로키엄에서 바이러스 학자 24명이 논의한 주제다. 결론은? 생명체라고는 전혀 없다는 의견부터 지표면을 몇 ㎞ 두께로 덮고 있는 진흙 같은 더께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은 우리가 아는 그런 형태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기원은 생명 자체만큼 미스터리다.
  • ‘코로나19 예견’ 소설 ‘어둠의 눈’, 새달 10일 출간

    ‘코로나19 예견’ 소설 ‘어둠의 눈’, 새달 10일 출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견해 화제를 모은 소설 ‘어둠의 눈’이 국내에서 출간된다. 다산북스는 새달 10일 딘 쿤츠의 소설 ‘The Eyes of Darkness’의 번역본인 ‘어둠의 눈’을 정식 출간한다고 27일 밝혔다. 예약판매는 27일부터 시작됐다. 1981년 미국에서 출간된 소설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생화학 바이러스 ‘우한-400’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설이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알려져 재조명됐다. 이달 기준 독일·영국 아마존 종합 1위, 미국 아마존 종합 4위, 캐나다 아마존 종합 14위에 올랐으며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장르소설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역주행 중이다. 소설은 의문의 버스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라스베이거스의 쇼 제작자 크리스티나 에번스를 중심으로 한다.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난 후, 아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악몽, 칠판에 나타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 등에 시달리던 에반스는 이 모든 일이 아들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직접 아들을 찾아나선다. 사건을 추적하던 도중, 그는 ‘우한-400’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부의 음모가 1년 전 버스 사고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액션과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혼합한 소설은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딘 쿤츠는 매년 20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5억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살인예언자’ 시리즈, ‘위스퍼링 룸’ 등이 출간된 바 있다. 다산북스 관계자는 “40년 전에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며 “책 자체의 스토리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책에 수록된 ‘우한-400’과 ‘코로나19’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북스는 ‘어둠의 눈’ 예약판매 기간 동안 판매된 도서 수량만큼 일회용 마스크를 구매,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지역 아동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하! 우주] ‘퀘이사의 쓰나미’가 은하를 파괴한다

    [아하! 우주] ‘퀘이사의 쓰나미’가 은하를 파괴한다

    -오랜 천문학의 수수께끼인 '은하의 질량 문제'에 단서 우주에 있는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엄청난 양의 물질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초거대 블랙홀이 똬리를 틀고 있는데, 여기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다. 이 같은 블랙홀을 퀘이사(Quasi-stellar Object, QO/準星)라 하는데, 망원경을 통해 볼 때 별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우주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천체라 할 수 있다. 퀘이사로 유입되는 물질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퀘이사 주위를 소용돌이 치면서, 자신의 엄청난 방사선 에너지에 의해 가열되어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간다. 은하의 소화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 강력한 제트 분출은 수천억의 별이나 은하계 전체가 내는 밝기를 압도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일련의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우주지도에 그 이름을 올린 퀘이사들이 내뿜는 방사선이 블랙홀을 가진 은하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월 16일자(현지시간) '천체물리학 저널' 특별판에 게재된 6건의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을 사용하여 심우주에 있는 13개의 퀘이사 유출, 곧 퀘이사에서 방출되는 고속 방사선을 면멸히 관측했다. 수년에 걸친 이 조사에서 과학자들은 다양한 전자기 스펙트럼 파장에서 방사선 유출을 관찰한 결과, 퀘이사에서 분출되는 폭풍과 가스는 속도는 시속 6400만km 이상, 온도는 수십억 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뜨겁고 빠른 가스는 퀘이사의 숙주 은하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해일처럼 은하의 디스크를 관통하여 우주공간 멀리까지 별 형성 물질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발견했다. 1년 동안 한 번의 퀘이사 유출로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밀어냄으로써 새 별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내는 한편, 멋진 불꽃 놀이를 연출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이 발견은 우주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큰 은하가 어떤 특정한 질량에 도달하면 왜 더 이상 덩치를 키우지 않는 걸까 하는 문제는 천문학의 오랜 마스터리였다. 연구팀은 새로운 퀘이사 유출 데이터를 은하 형성 모델에 적용했을 때, 이 퀘이사 유출이 많은 은하에서 새로운 별의 탄생을 방해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제레미아 P. 오스트라이커는 성명서에서 "천체물리학의 이론가와 관측자들은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은하에서 별 형성을 차단하는 물리적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의 본질은 미스터리였다"고 밝히면서 "이 퀘이사의 유출 데이터를 우리의 시뮬레이션에 집어넣으면 은하 진화 과정에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퀘이사가 더 많은 물질을 빨아들일 때 가속되는 강력한 유출에 대한 추가 연구로 우주의 가장 활력있는 천체가 어떻게 은하계를 만들고 파괴하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해수부 집단 감염 미스터리… 확진자 더 나올 수도 있다?

    해수부 집단 감염 미스터리… 확진자 더 나올 수도 있다?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19일 현재 28명. 이들 중 일부는 가족마저 감염돼 지역사회 불안을 고조시켰다. 해수부는 모든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795명)를 통해 291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종시청, 해양수산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수부 확진환자들은 대구·경북 지역,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줌바 댄스, ‘슈퍼 전파지’로 불리는 신천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에는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775명이 있는데 명단과 가족들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해수부 공무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 경로가 안 나오자 세종시 등은 잠복기 14일을 포함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세종시 관계자는 “부서 차원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확진환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체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공무원(가족 4명 포함) 확진환자는 35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청사 감염이 터지기 직전에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목격담과 안이한 태도를 원망하는 글들이 잇따랐다.실제 해수부에서는 확진환자 8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식당 또는 사무실에 들른 사례가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선별검사자 주의사항’에 따르면 선별 검사자들은 검사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세종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환자 가운데 일부는 오전에 선별 진료소를 다녀온 뒤 식당, 마트, 사무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귀가하거나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고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도 했다. 증상 발현 이후 6일 동안 피부과, 미용실 등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고 9일간 검사를 받지 않고 대형마트와 관광지 등 가족 나들이를 간 공무원도 있었다. 이는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2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음에도 1만 5000여명이 상주하는 청사 내 일부 공무원들은 매우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음을 보여 준다.당시 삼성 등 민간 기업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구내식당에서 한 줄로 밥 먹기가 진행됐고, 어린이집·학원 등은 휴원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출입을 삼갔다. 민간 기업보다 더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공직사회에서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해수부 공무원들의 자가격리 수칙 미준수를 질책한 뒤 “공직자 스스로가 정부정책과 규칙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자체 행동 지침을 내렸음에도 복무 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징계할 방침이다.해수부 사무실은 청사 구조적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사무실이 배치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데다 실·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뚫려 있어 공기 중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민원인들이 청사를 오가면서 감염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부처들도 일일 검사량 한계 때문에 확인되지 않았을 뿐 감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검사받기도 어렵지만 부처에서 확진환자 1번이 되면 조직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소극적 검사로 확진환자 수를 낮추고 있는 일본처럼 음지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 내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 시기가 많은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슈퍼 전파 조건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jurik@seoul.co.kr
  • 사이토카인 폭풍? 골든타임 놓쳐?… 건강한 소년 사망 미스터리

    사이토카인 폭풍? 골든타임 놓쳐?… 건강한 소년 사망 미스터리

    발열 후 2~3일 만에 인공심폐장치까지 일각선 “면역 체계가 장기 공격 가능성” 영남대병원 진단검사 신뢰도 도마에 병원장 “오염·검사 오류 없다” 반박지난 18일 숨진 17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폐렴이 고령 환자에게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병이 없는 10대가 2~3일 만에 급격히 악화한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19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고등학생 A군에 대해 최종적으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내렸다. A군의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신부전, 호흡부전 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은 어린 나이에는 드물지만 보통 폐렴 환자에게는 흔한 일”이라며 “폐렴균이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장기에 들어가 장기부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일부에선 병원체가 침투했을 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작용해 감염 세포를 공격하다 살려야 할 장기까지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났는지 여부는 부검을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A군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A군이 죽음을 맞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군은 지난 10일 증상이 처음 나타나 12일 집 근처에 있는 경북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했다. 13일 엑스레이 검사에선 폐렴 증세가 확인됐으나 수액·해열제 치료를 하고 귀가했을 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날 오후 열이 다시 오르고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 A군은 결국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혈액투석과 에크모(인공 심폐장치)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A군의 아버지는 “열이 41도가 넘었고 폐 염증으로 위독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병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과 직접 관련이 없어 살펴보지 않았다”며 “별도로 조사하거나 상세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이 숨지기 직전 영남대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한 소변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온 이유가 실험실 오염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그동안 수행했던 진단검사의 신뢰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는 검사 신뢰도 확인을 위해 대조군 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방역당국이 검사 원자료를 다시 확인한 결과 환자의 검체가 들어 있지 않은 대조군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반면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검사 결과로 미뤄 오염이나 기술 오류가 있다고 보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검사 오류를 계기로 현재 이용 중인 진단키트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권 부본부장은 “진단 제제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흘렀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19일 현재 28명. 이들 중 일부는 가족마저 감염돼 지역사회 불안을 고조시켰다. 해수부는 모든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795명)를 통해 291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남은 인력의 15%만 출근을 하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확진자와 접촉돼 자가격리 중이다.“신천지도, 줌바 댄스도, 대구·중국 방문도 아니다” 세종시 “심층 역학조사 중…카드·휴대전화·CCTV로 동선 확인 중”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솔선수범은커녕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종시청, 해양수산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수부 확진자들은 대구·경북지역,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줌바 댄스, ‘슈퍼 전파지’로 불리는 신천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에는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775명이 있는데 명단과 거주지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해수부 공무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경로가 안 나오자 세종시 등은 잠복기 14일을 포함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세종시 관계자는 “부서 차원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폐쇄회로(CC) TV를 추적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체 확진자 41명 가운데 공무원(가족 4명 포함) 확진자는 35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세종시 주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청사 감염이 터지기 직전에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목격담과 원망의 글들이 잇따랐다. 네이버 ‘세종맘카페’에서는 “(해수부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나온 건 좀 방심하지 않았나. 누구보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했어야 한다”(신*), “2월말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했었는데 해수부 확진자의 동선을 보니 사무실에서 마스크도 미착용했더라. (다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신림동) 콜센터랑 뭐가 다른가”(나*달)라고 꼬집었다. 또 “청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청사 사람들이 너무 마스크를 안 써서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 지침이나 방향 제시도 못하고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엄*딸)이라고 지적했다.확진자 8명 자가 격리 지침 위반 논란…증상 발현에도 마스크 미착용 증상 있는데도 검사 안 받고 수일간 자유로운 외부 생활실제 해수부에서는 확진자 8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식당 또는 사무실에 들른 사례가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 지침은 법적 처벌을 받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조기 발견과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세종시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에 ‘선별 검사자들은 검사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가운데 일부는 오전 9~10시쯤 선별 진료소를 다녀온 뒤 식당, 마트, 사무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귀가하거나 다음날에도 사무실에 나갔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무실에 있거나 증상 발현 이후 6일 동안 피부과, 미용실 등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닌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증상 발현에도 9일간 검사를 받지 않고 대형마트와 관광지 등 가족나들이를 하며 돌아다닌 공무원도 나왔다. 이는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2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음에도 1만 5000여명이 상주하는 국가보안시설 청사 내 일부 공무원들은 매우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민간 기업보다 위기에 느슨한 공직사회… 조직 리더십 부재 지적도 당시 삼성 등 민간 기업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구내식당에서 한 줄로 밥먹기가 진행됐고, 어린이집·학원 등은 휴원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출입을 삼갔다. 민간 기업보다 더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할 공직사회에서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해수부 공무원들의 자가 격리 수칙 미준수에 대해 “정부의 신뢰가 깨졌다”고 질책한 뒤 “공직자 스스로가 정부정책과 규칙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10일부터 지속적으로 자체 행동 지침을 내렸음에도 복무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문책 방침을 밝혔다.사무실 환기 어려운 구조… 실국 뚫려 있어 빠른 공기 중 전파 추정 수많은 민원인들이 오가는 청사, 감염 관리 취약“일일 검사량 한계에 검사 받기도 어려워…확진자 접촉자 등 우선순위”해수부 사무실은 청사 구조적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사무실이 배치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데다 실·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뚫려 있어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사무실을 갖추고 있는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확진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공간 분리를 통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침방울) 전파가 차단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많은 민원인들이 청사를 오가면서 감염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사 상주 인원을 포함해 청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만명에 이른다. 다른 부처들도 일일 검사량의 한계 때문에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감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세종시는 자동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포함해 모두 4군데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당 최소 30분가량의 검사 시간이 소요되고 검체 채취 후 감염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배양시간도 6시간이 필요해 하루에 200~300명을 검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내가 부처 확진자 1번은 안돼야” 검사 꺼리는 공직사회 검사 안해 확진자 적은 일본처럼 음지서 바이러스 배양 가능성도 세종시 관계자는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한다고 다 해줄 수 없다”면서 “확진자와 접촉자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검사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검사 받기도 쉽지 않지만 부처에서 확진자 1번이 되면 조직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소극적 검사로 확진자 수를 낮추고 있는 일본처럼 음지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는 18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8명, 해수부·국무총리실 등 다른 부처 관련 13건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청사 사무실,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돼 ‘슈퍼 전파’ 조건 만족 가능”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 내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 시기가 많은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슈퍼 전파 조건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면서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와도 다음날 양성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수부 41번 확진자는 지난 10일 1차 검사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17일 발열 등으로 재검사를 받은 뒤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 교수는 “청사가 있는 세종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지역사회 감염이 많이 이뤄진 상황이라 공무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감염 경로는 더욱 포괄적으로 봐야 하고 무증상자들이 많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만큼 집단 감염이 발견된 이후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그것이 알고 싶다’ 신천지에 경고 “정체 감춘다면 자충수 될 것”

    ‘그것이 알고 싶다’ 신천지에 경고 “정체 감춘다면 자충수 될 것”

    ‘그것이 알고 싶다’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관련, 신천지에 대한 미스터리한 부분을 추적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슈퍼전파자X의 비밀-바이러스 창궐과 신천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주의와 경고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18일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31번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했다. 31번 확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너무 황당했다. 의사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알아서 하느냐”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받아보라고 권유한 내용이 진단서에 있다”고 반박했다.31번 확진자의 증상은 지난달 7일 처음 나타났다. 2월 1일 전후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31번 확진자는 2월 2일과 5일 예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는 31번 확진자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31번 환자가 발견되기 전, 전, 전부터 2차, 3차 감염이 있었다고 치면 그때쯤에 이미 감염된 교인이 거기를 방문해 거기에 씨앗을 퍼트리고 왔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예배 시 많은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모인다는 점도 바이러스 전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한 신천지 교인은 “조그마한 창문이 있는데 예배 때는 다 닫고, 끝나면 연다”며 “큰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단 2대다. 좁으니까 다닥다닥 붙어서 탈 정도고, 줄을 서야 한다”고 증언했다. 김진용 교수는 “기초감염 재생산 지수값은 7 정도가 나온다”며 “슈퍼전파자X가 1명인지 여러 명인지 파악할 수 없지만 감염이 누적됐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에 석연치 않다”면서 신천지를 더 자세히 파헤쳤다. 특히 신천지 교인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포교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제보자들은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 정보를 취한 뒤 꾸준히 연락해서 다음 만남을 하고 포교한 뒤 정식 신자로 만든다는 게 신천지의 방법이다”,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고 교육하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중국 우한의 신천지에 주목했다. 중국은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해 교회를 폐쇄했지만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포교가 이뤄졌고, 약 3만 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는 HWPL 등 위장 단체를 통해 신천지임을 숨기고 국외 선교를 하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우한에서 교인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정기 총회에 참석하면서 감염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신천지 교리에 동의할 수 없어도 믿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무분별한 비난도 안된다. 하지만 신천지 교인은 교인이기에 앞서 국민이다. 국가 재난에 있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조직을 보호할 목표, 정체를 감출 목표로 숨어버리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단 종교의 등장 또한 반복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단에 대해 부주의한다면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반복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광장] 금융당국 책임은 없나/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융당국 책임은 없나/전경하 논설위원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은행·증권 등 금융업권별로 다른 상품 판매규제를 통일시켜 역차별을 해소한 법이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원칙이 1년 뒤 업권과 상관없이 적용된다. 법이 발의된 지 8년 만이다. 금융상품 판매 규제는 통일됐지만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아니다. 임원 징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이 있다.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라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주의적 경고는 4년, 해임권고는 5년이다. 금융지주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은 금융감독원장이 할 수 있는 임원 조치가 경징계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은행법에는 ‘경고 등 적절한 조치’로 돼 있다. 그래서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해외금리 연계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내부 통제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라는 1심에서 판결이 끝난 역차별이다. 은행법에 따른 징계는 감사원이 2017년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던 사항이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과 2014년 중징계 권한을 모두 금융위로 옮기려 했으나 막강한 제재 권한을 유지하려는 금감원의 반발로 무산됐다. 금감원 제재심은 위원장인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포함해 내부위원 4명과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위원은 17명의 인력풀에서 사안에 따라 금감원이 선임한다. 제재심에 참석하는 금융기관 자료를 금감원에 미리 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제재심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반관반민인 금감원이 징계할 수 있느냐, 조사 기관이 처벌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도 있다. 금융위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한다. 외환위기 직후 제정된 금융감독기구법에서는 ‘지시’였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위법으로 바뀌면서 ‘지도·감독’으로 바뀌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분리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도 이때부터 종종 표면화됐다. 때론 금감원 노조가 상위 기관인 금융위 해체를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금융위의 정책과 감독을,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조직이 확대됐다. 소를 잃는 바람에 외양간이 조금이나마 고쳐졌지만 2017년 하겠다던 금감원의 검사·감독체계 개편은 아직이다. 금감원 조직은 금융업권별로 나눠져 있다. 업권별 벽을 넘은 합동검사팀이 금융기관을 검사하는 사례는 드물다. 금감원은 2018년 파생결합증권판매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해 은행에서 고령투자자 보호 등이 미흡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선계획을 3개월마다 점검한다고 했으나 지금 결과는 안 했거나 제대로 못했다이다. 파생결합증권은 판매는 은행, 판매상품은 증권 분야다. 이럴 경우 금융위가 금감원을 지도감독해야 하지만 제대로 하는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위 유권해석을 금감원은 따르지 않았다. 금융위가 대부채권매입 추심업자에게도 계약관계서류 보관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금감원은 규정이 불명확하다며 제재 조치를 누락했다. 대신 금감원은 법령 개정을 건의했으나 금융위는 법을 고치지 않았다. 할 일을 떠넘기다 감사에서 딱 걸렸다. 할 일은 기록이 남는데 책임은 떠넘겨지다 사라진다. DLF·라임 사태는 2015년 추진된 사모펀드 활성화가 한 원인이다. 1억원의 사모펀드가 은행에서 팔리면 금감원의 업권별 조직은 사안에 따라 횡적 또는 프로젝트 조직으로도 운영돼야 한다. 금감원이 안 하면 금융위 지도라도 있어야 하는데 누가 뭘 안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과만 남는다. 현 정권은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보다 금감원을 편애한다. 18번의 부동산 대책마다 금융이 주요 수단이니 금융은 산업이라기보다는 정책 수단이다. 어떤 목표에 어떻게 쓰건 금융위·금감원의 관계는 제대로 정립시켜야 한다. 금감원을 통해 금융위를 접수하려 들지 말고 금융위를 통해 금감원의 위상을 세워라. 300명의 금융위가 법과 정책을, 2000명의 금감원이 현장 감독과 실행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두 기관을 억누르는 과중한 업무 부담도 줄어들고 금융시장도 발전할 것이다. lark3@seoul.co.kr
  • ‘그레이 아나토미’ 두 저자의 비범한 삶

    ‘그레이 아나토미’ 두 저자의 비범한 삶

    해부학자/빌 헤이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384쪽/2만 2000원 1858년 처음 출간돼 영국에서 39판, 미국에서 37판을 찍은 책. 이후 160여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으니 5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 책. 시즌16까지 방송되며 공전의 인기를 이어 가고 있는 동명의 미국 의학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책. 이 모두가 지목하고 있는 단 하나의 책이 ‘그레이 아나토미’이다. 한데 ‘해부학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널리 읽힌 책이었지만 정작 지은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새책 ‘해부학자’가 주목한 건 바로 이 대목, 그러니까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 헨리 그레이와 삽화가 헨리 밴다이크 카터 등 두 천재 해부학자의 삶과 해부학의 역사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저자 역시 실제 해부학도가 돼 두 해부학자의 미스터리한 삶에 다가간다. 책은 세 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두 헨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사게 된 건 순전히 “도판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 뼈, 장기들이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들은 마치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보라고 눈짓하는 것 같았다. 삽화가 헨리 카터에 대한 관심은 곧 헨리 그레이에게로 옮겨갔다. 그런데 책 어디에도 둘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호기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둘의 흔적을 따라가던 저자는 결국 두 천재의 비범한 삶에 매혹되고 만다. 어린 시절 꿈이 의사였다는 저자는 내친김에 의대 해부학 실습 강좌를 4학기나 듣는다. 두 번째 주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해부학 이야기들이다. 일반인도 알 수 있을 만큼 해부학에 대해 쉽고 맛깔나게 풀어낸다. 세 번째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자신의 삶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동성애자다. 세계적인 의학 저술가 올리버 색스가 파트너였다. 그보다 더 이전엔 16년을 함께 보낸 ‘몸짱’ 파트너가 있었다. 그는 파트너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지켜보며 시신을 다루는 해부학이 죽음보다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신천지 집단감염의 마지막 퍼즐 ‘합숙소+대남병원 최초 감염자’

    신천지 집단감염의 마지막 퍼즐 ‘합숙소+대남병원 최초 감염자’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단기간 슈퍼감염의 미스터리와 합숙소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교인 31번 환자. 그가 지난달 9일, 16일 두 차례 예배를 갔던 신천지 대구교회는 코로나19 슈퍼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었다. 그리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신천지 교인 중 46명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집단 거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35세 이하 미혼 여성만 입주할 수 있는 시립 임대 아파트인 ‘한마음 아파트’. 지난달 19일, 이곳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24일 하루에만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파트 전체가 격리되는 코호트 조치가 내려졌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신천지 집단 거주 지역 주변을 취재하던 중, 종말론 사무소의 윤재덕 소장으로부터 방역 당국이 놓친 것이 있다는 제보를 듣게 됐다. 신천지가 공개하지 않은 부동산 명단, 그중 교인들의 ‘숙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취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전 간부를 찾았다. 전 간부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차로 10분 이내에 있는 한마음 아파트에 10년 전부터 여성 교인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었다”고 제보했다. 초단기 집단감염 미스터리를 풀 합숙소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합숙소는 입지 공식이 있었다. 바로 교회와 근거리에 값싼 임대 비용.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거주시설로 밝혀진 7개 안팎의 원룸과 빌라 또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도보 10분 이내의 저렴한 월 임대료라는 공식에 부합했다. 한마음 아파트를 취재하던 제작진은 아파트 뒤편에 버려진 화이트보드를 발견했다. 모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이트보드 속 내용을 확인한 신천지 전 교인은 “아파트 내에서 신천지 포섭 모임을 진행한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 풀어줄 결정적 증언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청도 대남병원에서 나왔고, 확진자 역시 순식간에 급증했다. 그런데 초기 확진자 모두가 5층 정신 병동 환자들과 의료진이었다. 5층 정신 병동은 일반 병동과는 전혀 다른 격리 수용 공간으로,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떻게 폐쇄된 정신 병동에서만 퍼진 것일까? 대남병원 최초 감염원의 미스터리를 쫓던 중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로 대남병원 ‘슈퍼 전파자’ 소문의 당사자인 중국동포 간병인. 그가 전하는 대남병원 감염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실마리. 대남병원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잠복기에 해당하는 시점에 대남병원에서 이만희 형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만희 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들과 감염의 연결고리는 미궁에 빠졌다. 그런데 제작진은 취재 도중 ‘신천지 미용 봉사단’이 병원에 방문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봉사단과 5층 정신병동의 연결점이 있었다는 놀라운 증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대남병원 최초 감염자 유입의 경로를 밝혀줄 마지막 퍼즐에 다가선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슈퍼 감염 3탄!’ 편은 3월 12일 목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가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했다.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연출 김휘 소재현 오승열, 극본 안도하 황하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605) 측은 첫 방송을 앞둔 11일, 의문의 사내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 분)의 모습을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메모리스트’는 국가공인 초능력 형사 동백과 초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 분)가 미스터리한 ‘절대악’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육감 만족 끝장 수사극.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기존의 히어로와는 달리, ‘기억스캔’ 능력을 세상에 공표하고 악랄한 범죄자들을 소탕해나가는 히어로 동백의 활약이 통쾌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유승호, 이세영의 연기 변신은 물론 조성하, 고창석, 윤지온, 전효성 등 치밀한 대본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시너지가 짜릿한 긴장감과 유쾌한 웃음을 넘나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슈스(슈퍼스타)’ 형사 동백의 활약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초능력 히어로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동백이 풀어나갈 첫 사건에 궁금증이 높아진 가운데, 이날 공개된 한낮 추격전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수상함을 감지하고 의문의 사내를 쫓기 시작한 동백.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에 동백은 결국 ‘기억스캔’ 초능력 카드를 꺼내든다. 그가 한낮에 무작위 스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절박한 동백을 피해 도주하는 사내가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메모리스트’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밀한 심리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전망. 앞서 공개된 1화 예고편에서도 납치 연쇄 살인 사건을 포착한 한선미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암시했다. 기억 스캔 초능력을 통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형사 동백과 천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최연소 엘리트 총경 한선미. 방식은 달라도 뜨겁게 사건을 추적해가는 두 사람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모리스트’ 제작진은 “첫 회부터 미스터리한 범죄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과 천재 프로파일러 한선미의 추리 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충격적인 사건을 맞닥뜨린 두 천재의 활약, 그 시작을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는 영화 ‘이웃사람’ 등 긴장감을 조율하는 탁월한 연출로 호평받는 김휘 감독을 비롯해 ‘비밀의 숲’, ‘백일의 낭군님’을 기획하고 ‘은주의 방’을 연출한 소재현 감독, ‘보좌관’ 공동연출을 맡은 오승열 감독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인다. ‘메모리스트’는 오늘(11일) 밤 10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주 격리 해제 후 확진…주거지 이탈? 뒤늦은 발견?

    2주 격리 해제 후 확진…주거지 이탈? 뒤늦은 발견?

    광주서 2명 연속…감염 경로 의문 광주에서 신천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 격리됐다가 해제된 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2명 연속으로 나와 감염 경로에 의문이 쏠린다. 9일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광주 14~15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A씨와 B씨는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신천지 관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지난달 17~18일 남구 주월동 신천지 성경 공부방에서 접촉했다. 두 사람 모두 2주 동안의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쳐 A씨는 지난 2일, B씨는 3일 해제됐다.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지나고 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유는 미궁이다. 일각에서는 격리 기간 주거지를 이탈해 다른 확진자와 추가로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보건 당국도 이탈 여부 파악을 급선무로 보고, 두 확진자가 자가 격리 수칙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만약 이탈이 없었다면 현장에서 ‘잠복기는 2주’라는 등식을 의심하는 시선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격리 기간에는 바이러스가 검사에 포착될 만큼 증식되지 않았다가 이후에 증식해 격리 해제가 된 뒤에야 발견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추가 접촉이 아닌 기존 접촉(2월 17~18일)에서 감염됐지만, 발견이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환자 모두 증상 호소에 따른 검사가 아니라 보건 당국이 신천지 관련 격리 해제자를 추적 검사하는 과정에서 확진 사실이 드러났다. 신천지 시설 폐쇄 기간 추가 연장 광주시는 자가 격리자를 격리 해제하기 전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해 음성 판정이 나올 때만 해제하기로 했다. 격리 해제 시점부터 각각 5~6일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로 미뤄 격리에서 해제돼 일상생활을 하다가 확진자와 추가로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 당국은 감염 경로 등 조사와 함께 신천지 교인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현재 확인된 신천지 관련 시설 112곳의 폐쇄 명령 기간을 오는 25일까지로 연장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40일 만에 체포된 용의자는 ‘아빠’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40일 만에 체포된 용의자는 ‘아빠’

    2019년 8월 22일, 어머니와 함께 집을 보러 가기로 한 은정 씨가 온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친정 식구들은 전날 밤 보냈던 문자에도 답이 없던 은정 씨가 걱정되어, 밤 9시경 은정 씨 빌라를 찾아갔다. 하지만 불은 모두 꺼져있었고,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밤 11시경,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고 들어간 가족들. 후덥지근한 공기로 가득 차 있던 집안에서 묘한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은정 씨(가명)와 여섯 살배기 아들 민준 군(가명)은 낯선 방문자가 다녀간 밀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참혹한 모자의 상태에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발견된 은정 씨는 아이 쪽을 바라보며 모로 누워있었고, 거꾸로 누운 어린 아들의 얼굴 위에는 베개가 덮여있었다. 부검 결과 두 사람의 사인은 모두 목 부위의 다발성 자창. 은정 씨는 무려 11차례, 민준이는 3차례에 걸쳐 목 부위를 집중적으로 피습 당한 상태였다. 몸에 별다른 방어손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둘 다 잠옷을 입은 채 발견된 점으로 보아 누군가 잠든 모자의 목 부위만을 고의로 노려 단시간에 살해한 것으로 추정됐다.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전문가들은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강력한 힘으로 찔렀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위에 올라타 찔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은정씨는 반팔 티셔츠에 속옷만 입은 상태였고 민준이도 얇은 내의 차림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었던 것. 현관문을 억지로 연 흔적도, 베란다나 창문으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물건을 뒤진 흔적이나 사라진 귀중품도 없었다. 피해자들이 피를 엄청나게 흘렸지만 침대 밖 어디에도 피 묻은 손자국이나 발자국이 없었다. 지문이나 족적 하나 남기지 않고 범인은 어디로 들어와 어떻게 빠져나간 것일까. 10월 초, 사건 발생 40여 일 만에 용의자가 체포됐다. 그날 아내의 행방을 모른다 했던 은정씨의 남편이자 6살 민준이의 아빠 조 모씨였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후 조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 “나가기 전까지 두 사람 살아있었다” 살해 당하기 전 8월 21일 오후 은정씨는 근처에 사는 언니 집에 잠시 놀러 갔다고 한다. 민준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들렀던 민정씨. 모자는 오후 4시28분 집으로 들어갔다. 지인들은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저녁까지도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해왔다는 친구들. 은정씨까지 9명이 함께 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저녁 메뉴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출판 일을 하던 은정 씨는 오후 8시40분께 업무 관계자와도 대화를 나눴다. 언니, 오빠와의 채팅방에서도 오후 8시49분까지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그 이후 은정씨는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빌라 이웃들은 그날 밤 수상한 차량을 봤다고 말했다. 수요일 밤에 있었는데 날이 밝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는 차량. 가끔씩 보였던 검은색 SUV 차량. 그런데 전에는 보였던 블랙박스 불빛이 그날 따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방범CCTV에 차량의 모습이 포착됐다. 은정씨 남편 조씨의 검은색 SUV였다. 조씨는 그날 오후 8시56분 집으로 돌아왔다. 조씨의 차량은 다음날 새벽 1시35분께 집을 떠났다. 조씨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평소 집에 거의 오지 않았다는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아내에게 문자가 와 민준이가 만든 것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시간 맞춰서 갔다. 밤 9시쯤 도착해 아이와 놀다가 배가 고파 혼자 밥을 먹었다. 밤 10시쯤 침대에 누워 다 같이 잤다. 새벽에 잠이 깨 작업장에 가겠다고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당시 아내와 아이가 살아있었다는 것이 남편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자 가족들과 지인들 모두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은정 씨의 유가족들은 사건 당일 조씨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처가 식구들이 돌아가며 은정 씨 안부를 확인했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의 죽음을 확인한 후 아버지는 “제일 알아야 될 사람이 사위인 것 같아서 전화했다. ‘은정이 갔다’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장인과의 통화 후에도 조씨는 응답 없는 은정씨에게 문자 메시지만 보냈다고 한다. 당시 경찰과 온 그를 봤던 이웃 역시 조씨의 모습이 의아했다고 했다. 은정씨 친구들도 “장례식장에서도 잠깐 왔다 갔다고 하고 제대로 못 봤다”고 밝혔다. 모자의 빈소에 잠시 방문했을 뿐 상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조씨 부모는 “갑자기 어저께 만나고 온 자식 마누라가 오늘 죽었다고 한다. 멍해져 버리는 거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항변했다. 조씨는 ‘은정이가 갔다’는 말이 죽었다는 의미인지 꿈에도 몰랐고 모든 것은 은정 씨 가족의 오해와 음해라고 했다. 상주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해서도 조씨 부모는 “아들이 갔었는데 못 들어가게 제지하고 막아버린 거다. 장례식장에 나도 갔다. 아들을 못 들어오게 하더라. 무슨 권한으로 그러는지. 살벌해서 전날 장지를 먼저 갔다. 가서 다 보고”고 주장했다. 범인은 모자 살해 후 욕실에서 손을 닦았다 사건 현장에서는 새로운 흔적이 나왔다. 감식 결과 욕실 세면대 배수구, 빨래 바구니 수건에서 피해자들의 혈흔이 발견된 것. 범인은 침실에서 모자를 살해 후 욕실에서 손을 닦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건에서는 조씨의 DNA가 함께 검출됐다. 조씨 부모는 “집에 갔는데 샤워를 했다. 같이 자고 같이 밥 먹는데 DNA가 안 나왔다는 게 (더 이상하다)”며 집안에서 아들의 DNA가 검출됐으나 조씨의 차량이나 작업장에서는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현장을 분석한 프로파일러는 “여성과 아이만 있다. 늦은 시간이다. 이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한다면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귀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좁은 동선을 빠르게 들어 와서 저항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일방적으로 살해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침착하게 문을 닫아놓고 간 행동이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도망가면 되는데 불구하고 아들의 얼굴을 베개로 덮었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어떤 감정 때문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대부분의 일상은 민준이 엄마로 살았다는 은정씨. 사건 발생 무렵 은정씨와 남편 조씨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조씨를 대신해 생활비는 물론 작업장 운영비까지 부담했다는 은정씨. 육아도 그녀의 몫이었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작품 활동을 이유로 외박이 잦았던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집에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을 보러 집에 오라고 사정을 해왔던 은정씨. 두 사람의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2018년 10월엔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 가족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서운함을 표하자 조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말했다. 반면 조씨 부모는 아들이 가정에 일부 소홀했더라도 사건 발생 무렵에는 부부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 식구는 사건 발생 몇 달 전부터 물놀이를 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경찰이 남편 조씨를 범인으로 만들었다는 조씨 부모의 주장은 무엇일까. 경찰은 조씨의 차량과 작업실에 있던 옷까지 꼼꼼하게 조사했지만 직접 증거는 찾지 못했다. 증거를 찾지 못했다. 조씨가 새벽 1시 35분 이후 집에 들어가 모자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 집을 찾은 마지막 방문자였을까. 조씨는 그날 새벽 1시 35분 집을 떠났다. 경찰은 교통 CCTV를 뒤져 그의 차량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했다. 조씨는 곧바로 작업장으로 향했다. 세 식구가 함께 자다 혼자 잠에서 깨 작업장으로 돌아갔다는 조씨. 조씨는 작업실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오전 11시가 넘어서 외출했다.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범행 도구는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가족과 경찰이 범행 도구와 관련해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 은정 씨 집에 있던 칼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8년 전 어머니가 스페인 여행에서 사온 6개짜리 칼 세트였다. 제일 작은 과도는 친정집에서 사용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건 네 자루 뿐이었다. 전문가는 “한쪽만 날이 있는 칼 같고 길이도 좀 있고 폭도 있다. 부엌칼 형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칼날 길이는 15cm 전후, 폭은 4cm 이하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피해자 몸에 남은 자창의 형태를 볼 때 칼날은 매우 예리할 것이라고 한다. 또 범행 도중 몸에 피가 묻거나 발로 밟은 흔적 같은 게 남기 마련인데 범행 현장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조씨 측은 사건 무렵 부부관계가 회복됐다며 범행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잠들었다는 남편, 경마 관련 어플 접속 살인범의 공격에 큰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사라진 은정씨 모자. 수요일 밤 남편이 도착했던 9시께 모자는 살아있었을 것이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밤 10시가 넘어 함께 잠이 들었고 1시에 잠에서 깨 작업실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밤 12시 다 된 시간, 10시에 잠들었다고 한 조씨가 4분간 경마 관련 어플에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 조씨 부모는 “아들은 접속한 적 없다고 한다. 은정이가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씨와 부모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 명이 있는데 아이는 이걸 할 수 없을 거다. 자기가 안 했으면 부인이 했다는 거다. 부인은 12시에 깨어있었다는 거다”, “일상적으로 휴대폰 어플에 접속할 수 있다. 기록이 있는데 굳이 자기는 자고 있었다고 한다는 건 그 시간에 자기가 깨어있었다는 걸 감춰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거다”고 분석했다. 경찰 수사 결과 조씨가 결혼 전부터 한 여성과 만남을 가졌고, 사건 3개월 전부터는 경마 배팅으로 상당한 돈을 사용하고 있었다. 조씨 가족들은 이에 해당 여성이 아들을 일방적으로 좋아했고 외도를 했다 하더라도 살해 동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여성은 조씨가 아내와 화해했던 7월과 8월초까지도 그녀에게 곧 이혼할 거라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이 여성은 “아이 보러 안간다고 하고. 부부 사이가 안 좋아서 애도 별로 안 좋아하나 생각했다. 아이에 대해 친자 확인을 해야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아들에게 별다른 애정을 보이지 않았다며 친아들이 맞는지 의심하는 발언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7월에 화해하고 사과했을 땐 금전적으로 급했던 거 같다. 부인이 자기한테 아이 학원비라도 매달 30만 원씩 달라고 했을 때는 놀라고 황당해했다. 본인한테 효용 가치가 없고..”라고 분석했다. 조씨가 자신의 아내 은정씨를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가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1심 재판 중인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에서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두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이다. 부검 당시 은정 씨와 민준이의 위에서 죽 상태 음식물이 발견됐다. 통상적으로 식후 6시간 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에 따라 편차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수요일 저녁 언니가 싸준 스파게티를 먹었던 두 사람. 식후 6시간 내에 사망했다면 조씨가 집에 머물 때와 겹친다. 전문가는 “위 내용물은 참 부정확하기는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그런데 두 명의 변사자가 동시에 돌아가셨을 때는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한 명이면 단정하기 어려운데 두 사람이다”고 분석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고대 지렁이?…5억년 전 미스터리 생물체 비밀 풀리다

    [핵잼 사이언스] 고대 지렁이?…5억년 전 미스터리 생물체 비밀 풀리다

    고생대의 첫 번째 시기인 캄브리아기(5억 4100만 년 전~4억 8540만 년 전)에는 온갖 기괴한 생물체가 등장해 고대 지구의 바다를 누볐다. 당시 워낙 폭발적으로 다양한 생물체가 등장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명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 지층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을 연구해 당시 생물상을 재구성했지만, 워낙 현생 동물과 다른 괴상한 생물이 많아 이를 연구하고 분류하는 데 애를 먹었다. 30년 전 발견되어 최근까지 정확한 종류나 생활 방식을 알 수 없었던 '파시베르미스'(Facivermis) 역시 그중 하나다. 파시베르미스는 길쭉한 몸통을 지닌 지렁이 같은 생물이지만, 몸통 앞부분에 5쌍의 길고 가느다란 촉수 같은 다리를 지니고 있다. 현생 동물 가운데 비슷한 형태를 지닌 동물이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시베르미스의 앞다리 혹은 촉수의 역할이나 생활 방식, 정확한 분류 등을 알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 엑서터 대학과 중국 유난 대학 및 자연사 박물관의 과학자들은 보존 상태가 우수한 파시베르미스 화석에서 이 미스터리 고대 생물의 비밀을 풀 단서를 발견했다.연구팀은 5억 1800만 년 전 파시베르미스 화석 주변에서 얇은 막 같은 구조물을 발견했다. 만약 3차원적으로 복원할 경우 이 막은 몸통을 둘러싼 튜브 형태가 된다. 연구의 리더인 리처드 하워드는 파시베르미스가 바다 밑바닥에 몸통을 고정하고 주변에 튜브 같은 집을 지은 후 여기에 들어가 사는 생물이라고 설명했다.(복원도 참조) 파시베르미스는 다섯 쌍의 촉수 같은 다리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있는 먹이를 걸러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촉수 같은 다리 다섯 쌍만 몸통 앞에 있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파시베르미스의 소속을 밝혔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파시베르미스는 현생 절지동물과 관련이 있는 캄브리아기 고대 생물 그룹인 로보포디아 (Lobopodia)에 속한다. 대부분의 로보포디아는 9쌍의 다리를 지니고 있는데, 파시베르미스는 터널 생활에 적응하면서 뒷다리가 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로보포디아의 조상은 지렁이처럼 다리가 없는 벌레 같은 동물이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진화했던 다리도 생활 환경이 바뀌면 퇴화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 것은 5억 년 전을 살았던 생물이나 지금의 생물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무도 모른다’, 숨 쉴 틈조차 없다…첫방 시청률 9%대 출발

    ‘아무도 모른다’, 숨 쉴 틈조차 없다…첫방 시청률 9%대 출발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부터 제대로 터졌다. 2일 SBS 새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가 첫 방송됐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무도 모른다’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6.9%(1부), 9.6%(2부)로 집계됐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1%까지 치솟았다.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와 ‘어른’을 핵심키워드로 한 사회적 메시지, 김서형(차영진 역)의 연기 변신, 치밀한 스토리 등을 예고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 베일 벗은 ‘아무도 모른다’는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을 만큼 막강했다. 특히 숨 쉴 틈조차 없을 만큼 몰아붙이는 ‘몰입도’가 강렬했다. 이날 방송은 주인공 차영진이 인적 없는 숲에 홀로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과거 차영진은 고등학생 시절 소중한 친구와 함께 이 숲을 거닐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차영진의 친구는 당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성흔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발견됐다. 늦은 밤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던 차영진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차영진은 친구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친구를 죽인 범인의 전화였다. 범인은 성흔 연쇄살인의 끝을 알렸지만, 차영진은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절규했다. 결국 차영진은 경찰에게까지 범인이 또 살인을 예고했다며 거짓말했다. 그렇게 19년 후, 차영진은 오로지 사건만 파고드는 경찰이 됐다. 친구를 잃고 폐허처럼 살아온 차영진에게 인생 두 번째 친구가 생겼다. 7년 전 처음 만난 아랫집 소년 고은호(안지호 분)다. 히스테리가 심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고은호는 어렸을 때부터 방치되어 자랐다. 고은호와 엄마가 고은호의 애인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차영진이 구해줬고, 고은호는 차영진을 “영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둘은 친구가 됐다. 그렇게 고은호 앞에서만 미소를 띠게 된 차영진은 여전히 성흔 연쇄살인을 쫓고 있었다. 차영진은 성흔 관련 증거물을 수집하던 중 날개가 여섯 개 달린 천사 인형을 알게 됐다. 죽은 피해자의 여동생이 사건 직전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해당 인형을 받았음을 떠올린 것. 날개 여섯 개 달린 천사는 성흔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차영진은 과거 자료 속에서 신생명 교회와의 연관성을 찾았다. 그렇게 차영진은 신생명 교회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해당 인형을 만든 사람이 목사 서상원임을 알아낸 차영진은, 서상원이 사용하고 있다는 건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서상원이라는 이름으로 걸려온 전화, 송곳으로 손이 뚫리고 옆구리에 피를 흘린 채 죽은 여자 시체가 있었다. 차영진은 핏자국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서상원과 마주했다. 서상원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의 손과 옆구리는 피로 흥건했다. 차영진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서상원. 충격에 휩싸인 차영진.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되며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은 마무리됐다.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경찰, 학교에서 아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상황 등.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이 다룬 이야기는 묵직했다. 반면 차영진과 고은호의 유대관계는 따뜻했다. 미스터리와 감성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엮인 스토리를, 배우들은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여기에 완벽한 완급조절의 연출이 더해지자 시청자는 숨 쉴 틈조차 없을 만큼 몰입하게 됐다. 역대급 문제작이자 몰입도 끝판왕 드라마의 탄생을 알린 ‘아무도 모른다’의 다음 방송이 기다려진다. 3일 오후 9시 4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산소 없이도 생존하는 유일한 기생충, 최초 확인

    [핵잼 사이언스] 산소 없이도 생존하는 유일한 기생충, 최초 확인

    산소 없이도 생존하는 기생충의 게놈 지도가 최초로 분석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해파리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이 기생충(Henneguya salminicola)은 주로 연어 등 어류의 조직에 기생한다. 이 기생충의 존재는 이미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유전자 분석을 통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북태평양에서 서식하는 연어의 몸속에서 이 기생충을 채취한 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다른 대다수의 동물과는 달리 호흡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호흡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호흡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는 해당 기생충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동물)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산소가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기생충은 과거 산소를 이용해 호흡이 가능한 유전자 및 조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화 과정에서 조직이나 신경세포, 근육 등을 버리고 더 나아가 호흡에 관여한 유전자마저 퇴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연구진은 “동물은 항상 더 복잡한 유전자로 진화하는 다세포 유기체로 알려져있지만, 이번 발견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진화하는 유기체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면서 “이 기생충은 단세포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라며 “일반적으로 다른 유사한 기생충은 감염된 숙주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지만 이 기생충의 방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급성폐렴’ 이만희 형 대남병원 5일간 입원

    ‘급성폐렴’ 이만희 형 대남병원 5일간 입원

    방역당국 “사인은 노환·세균성 폐렴 탓” 신천지 측 “병원에서 폐렴 진행된 상태”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슈퍼 전파지로 지목된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친형이 급성폐렴 증세로 입원했던 의혹이 제기되면서 집단감염 미스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대구 경북 지역 보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도에 살던 이 총회장의 친형은 지난달 27일 급성폐렴 증세로 대남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같은 달 31일 숨졌다. 숨지기 전 급성폐렴 증세로 응급실에 5일간 입원한 만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 총회장의 친형이 숨질 당시) 병원에서 폐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측도 청도 대남병원에서 있은 이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신자 50명 중 일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장례식장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방역당국 등이 이 총회장의 친형 진료기록과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을 검토한 결과 사인은 노환과 세균성 폐렴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에 중국인 신도들이 참석했다는 소문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에 중국인 신도들이 참석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들이 코로나19를 청도에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집단 감염 미스터리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집단 감염 미스터리

    신천지·대남병원 등과 경로 다를 듯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집단 감염된 이스라엘 성지순례 참가자들은 국내에서 누군가 코로나19에 걸린 뒤 여행 중 교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성지순례팀은 경북지역 주민이고 현재 이스라엘에는 지역사회 코로나19 환자 발생 동향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노출돼 여행하는 동안에 상호 교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북부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도민 39명(가이드 1명 서울 포함) 가운데 18명이 지난 21일과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환자를 지역별로 보면 의성 9명, 안동 5명, 영주 1명, 영덕 1명, 예천(의성 거주) 1명, 서울 구로(가이드) 1명이다. 귀국 당일 오후 2시쯤 공항 종교시설에서 행사를 마친 뒤 5시쯤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오후 9시쯤 안동에 내려 각자 집으로 갔다. 성지순례단 감염은 신천지 대구교회나 경북 청도 대남병원과는 경로가 다른 집단 감염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 확진환자는 지난 22일 기준 1명이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확진환자가 상당수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성지순례 단원 중 누군가 출국 전 감염됐을 가능성과 함께 여행 과정 또는 귀국 후 감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감염 경로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성지순례단 감염 원인에 대해 지금까지 파악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경주 40대男 사망자 방역망 밖 감염 미스터리

    경주 40대男 사망자 방역망 밖 감염 미스터리

    방역당국 감염 사실 몰라… 방역망 허점경북 경주의 한 40대 사망자가 뒤늦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감염된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3일 경주시와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9시쯤 A(40·남)씨가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지인은 “A씨가 야간 근무(21일 오후 4시~22일 오전 1시)임에도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집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조사에서 밝혔다. A씨는 평소 만성 기침이나 기관지염 증상으로 가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오전 1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했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당국에 검사를 맡겼으며, 22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A씨가 코로나19 확진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A씨가 숨질 때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감지하지 못해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에게 바이러스가 들어와 번식할 동안 증세가 없었던 잠복기, 증세가 생기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 격리가 꼭 필요했던 기간, 그리고 감기 증세로 지역 의원 2곳을 차례로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스라엘 성지순례 9명 코로나19 확진…대구 신천지와 무관 ‘미스터리’

    이스라엘 성지순례 9명 코로나19 확진…대구 신천지와 무관 ‘미스터리’

    8~16일 이스라엘 방문 39명 중 9명 확진이스라엘은 확진 ‘0명’ 코로나19 청정국출국 전이나 여행 중 감염 가능성 추적 중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온 여행객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감염 경로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성지순례단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무관한 것이어서 감염 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경북도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 순례에 참여한 39명(가이드 1명 서울 포함) 가운데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동, 영주, 의성, 예천 등 9명 코로나19 확진 판정 지역별로 안동 60대 부부 등 5명, 영주 1명, 영덕 1명(의성 거주), 예천(의성 거주) 1명, 서울(가이드) 1명이다. 이들을 포함한 의성, 영주, 예천 등 지역 주민 39명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 성지 순례 관광을 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귀국 당일 오후 2시쯤 도착해 공항 종교시설에서 행사를 마친 뒤 오후 5시쯤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오후 9시쯤 안동에 내려 각자 집으로 갔다. 의성에 사는 예천군 공무원 A(59·여)씨는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검사한 결과 성지 순례 일행 중 처음으로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귀국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외부 활동 없이 의성 집에 머무른 것으로 현재까진 파악되고 있다. 영주시 확진자 60대 B(여)씨는 발열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드러났다. 성지순례단원 일부는 귀국한 뒤 집에 계속 머물렀으나 일부는 다음날부터 식당 등에 간 것으로 드러나 이들을 통한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성지 순례에 동행한 여행가이드 B(41·남·서울 구로구 거주)씨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B씨의 주소지는 서울 구로구가 아닌 경기 부천으로 등록돼 있었다. B씨는 의성의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B씨 역시 확진자로 확인됐다. 구로구는 B씨 거주지 주변을 방역하고, 구로구 개봉동의 같은 집에 살던 처남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B씨의 처남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앞으로 14일간 자가격리 상태에서 방역당국의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무관한 천주교 신자들…“경북 39명 외 더 있어” 이들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무관한 천주교 신자들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북도가 파악한 39명 외에도 이번 성지 순례에 참가한 인원이 더 있다는 점이다. 경북 북부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 알려진 이스라엘 성지 순례 참여자 39명은 경북 북부 지역 인원일 뿐 전국에서 총 77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지 순례에 참여한 일행 중 경북 북부 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보건당국은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 중 확진자가 상당수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출국 전이나 여행 과정 또는 귀국 후 감염됐을 가능성까지 그러나 이스라엘은 현재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의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성지 순례 단원 중 누군가가 출국 전 감염됐을 가능성과 함께 여행 과정 또는 귀국 후 감염됐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감염 경로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 중 확진자가 상당수 더 나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 안동시와 의성군 등은 확진자들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은 실거주지 보건소에서 마지막 접촉일로부터 14일 동안 격리해 능동 감시한다.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1대 1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하루 두 차례 유선으로 연락하며 발열과 호흡 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또 코로나19 의심 환자는 검체를 채취해 경북도보견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다. 이와 함께 확진자가 방문한 시설 등을 파악해 폐쇄하고 긴급 방역에 나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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