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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초월의 기호학 外

    ***초월의 기호학 신화를 뜻하는 ‘뮈토스’는 전승되는 이야기를 말한다.반면에 이성 혹은논리를 뜻하는 ‘로고스’는 뮈토스,곧 전승된 이야기를 글로 기술할 때의논리를 말한다.설화와 기호학의 접점을 모색해온 저자(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뮈토스와 로고스라는 두 가지 축으로 ‘삼국유사’의 기호세계를 파헤친다.‘삼국유사’에는 이러한 뮈토스와 로고스의 이중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단순한 설화집 정도로만 알려진 ‘삼국유사’가 얼마나 다양하고 의미심장한 기호체계로 구성돼 있는 텍스트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1만 8000원. ***모차르트평전 ‘진지한 동시에 경박한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에 관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그의 자필 기록인 소중한 편지들은 수많은 책에 인용돼 있다.그럼에도 모차르트에게는 ‘미스터리’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린다.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관해 호기심을 보이며 여러 추측을 내놓는다.‘프랑스 문화의 대변자’로 불리는 저자는 ‘레퀴엠’을 통해 천재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모차르트를 37세로 요절한 시인 랭보와 동일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불멸의 음악가에게 바치는 한 문학가의 연서(戀書)라 할 만하다.1만 3000원. ***도도한 알코올,와인의 역사 와인의 탄생은 베일에 가려 있다.누가 처음 곡물을 갈고 구워서 빵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포도즙을 최초로 발효시킨 주인공이 누구였는지알 길이 없다.이 책은 ‘선택받은 알코올’ 와인의 뿌리찾기에서 출발한다.와인은 고대 종교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메소포타미아에선 와인이 제단의 한 귀퉁이를 장식했고,이집트에선 최고급 와인을 망자의 시신과 함께 묻었으며,포도나무를 심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겼다.그러나 와인은 마호메트가 7세기에 금지한 술이기도 하다.저자는,와인은 신의 선물이자 사탄의 유혹이라고 말한다.1만 6000원. ***기후는 역사를 어덯게 만들었는가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현대 온난기에 걸친 1000여년간 기후가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미국의 고고학자인 저자는 고기후학과 기후사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왔는가를 보여준다.유럽은 1315년부터 퍼붓기 시작한 폭우로 대기근에 휩싸였다.굶어 죽는 이가 속출했고 거대한 공동묘지가 생겨나 부자와 빈자가 한 곳에 묻혔다.심지어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2세 궁정에서조차 빵이 떨어질 때가 잦았다.그러나 저자는 기후가 정권을 전복시키고 프랑스혁명을 가져왔다는 식의 환경론적 결정주의 입장에서진 않는다.1만 5000원. ***식경 중국 고전 ‘맹자’를 보면 “식색(食色)은 성(性)”이라고 해 음식을 구하는 것과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고,‘예기’에는 “무릇 예의 시초는 음식에서 비롯한다.”고 해 먹는 일을 인간사의 근본으로 삼았다.중국에서 먹는 것을 얼마나 중요시했는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이 책에는 ‘논어’ 향당편에 나오는 공자의 식사법,‘황제내경’의 오미(五味)에 관한 것,‘음선정요’ 중 음식 관련 내용 등을 실었다.중국인들은 음식물을 일종의 ‘약’으로 여겼다.그런 점에서 ‘식경’은 일종의 본초서(本草書)로도 읽힌다.1만 2000원. ***노블레스오블리주 책 제목은 귀족은 사회적·도덕적 의무를 지닌다는 뜻.예를 들어 전장에서장군이 앞장서거나,왕이나 귀족이 백성에게 베푸는 덕치는 모두 윗사람들의의무다.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 지도층은 어떤가.사회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고려대 교수)가 보는 우리 사회 지도층은 부패사회에 일조하는 ‘열린 사회의 적’일 뿐이다.저자는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가진 것만큼,누리는 것만큼 문화지수와 양심지수가비례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 이들은 귀족층이 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7500원
  • 케이블.위성 채널마다 크리스마스 특집 다양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지상파 3사의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싫증이 날 성싶으면 케이블·위성방송의 채널로 눈길을 돌려보자.영화,만화,다큐멘터리,음악 등 채널마다 특성이 달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채널의 경우 OCN은 무비 산타특집을 마련,‘디바의 크리스마스 캐럴’(24일 오전 10시10분),‘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24일 오후 8시10분),‘스크루지’(25일 오전 8시) 등을 방송한다.OCN액션은 ‘러시아워’(25일 밤12시40분) 등 액션 블록버스터 특집을,캐치온은 ‘그린치’(24일 오후 10시) 등 패밀리 무비특집을,홈CGV는 ‘크리스마스 대소동’(24일 오후 7시),‘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25일 오전 10시) 등 크리스마스 명화특선을 준비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채널 스카이초이스에서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원어 및 더빙 버전으로 종일 동시 방영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투니버스는 ‘녹색나라 삐삐의 모험’(25일 오전 9시)등을,디즈니는 ‘크리스마스의 휴일(25일 오후 7시30분)’등을 성탄특집으로 준비했다. 다큐멘터리도 풍성하다. 히스토리채널은 예수 탄생의 비밀을 추적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24·25일 오전·오후 11시)와 산타클로스의 실체를 파헤친 ‘이웃의 천사 산타클로스’(25일 오전·오후 9시)를 방송한다.동아TV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한국인의 심미안 변천사를 담은 자체 제작 다큐 ‘한국인의 헤어 변천사’(25일 오후 9시30분)를 준비했다.디스커버리채널은 비행기 추락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한 ‘공포의 비행,추락’(24일 오후 7시)을 내보낸다. 음악채널도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를 앞다퉈 마련했다. m.net은 ‘프라임 콘서트’(25일 오후 10시)에서 신인가수 휘성의 콘서트를 보여주고 이어지는 ‘비키의 막강生밤’(오후 11시)에서는 장나라를 초대한다.KMTV는 ‘러빙 유’(24일 오전 7시)에서 머라이어 캐리,비틀스,브라이언맥나이트 등 팝 스타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라이브 화면으로 방송한다. MTV는 ‘함께가요’(24일 밤 12시30분)에서 장나라,성시경,주얼리,박정현,god 등이 소개하는 ‘유쾌한 크리스마스 보내기 비결’을 준비했다.24·25일오후 5시30분 ‘쇼 MTV스타일’에서는 별,더 네임 등 신인들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 주현진기자 jhj@
  • 선택2002/鄭‘반란’진실 說… 說… 說…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MJ) 대표는 왜 갑자기 ‘노무현 지지’를 거두었을까.대선 투표일을 불과 몇시간 남겨 놓은 18일 밤,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긴박한 대선 현장의 한편에서 벌어진 이 ‘정몽준 파란’이 16대 대선의 최대 최후의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는 민주당뿐 아니라 통합21에도 메가톤급 충격이었다.당직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이들 중 상당수는 19일까지도 극도의허탈감을 내보였다.이철(李哲) 특보 등 지구당위원장 20명이 반발하며 탈당했고,상당수 당직자들도 정치를 중단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서울 여의도 통합21 당사에는 정 대표를 비난하는 전화가 빗발쳤다.정 대표는 후유증을 몰랐을까.지지 철회가 대선에,노 후보에게,통합21에,그리고 자신에게 어떤결과로 이어질 것인지,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파란이 일기 직전인 18일 저녁 정 대표는 서울 명동과 종로에서 노 후보와 함께 유세를 벌였다.여기서 노 후보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정 대표와 합의한 정책내용을 벗어난 주장을 했고,‘차차기대통령’ 관련 발언으로 정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주변에선 ‘모멸감’ 등의 용어로 정 대표 심경을 표현했다.그러나 이것이 전부일까. 정가 안팎에선 온갖 설들이 나돈다.우선 현대 일가와 재계의 압력설이다.노 후보가 집권했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한 재계 유력인사들이 각종 경로로 끊임없이 정 대표에게 노 후보와의 절연을 요구했고,결국 정 대표가 노 후보의 ‘푸대접’을 빌미삼았다는 것이다.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 여권 실세가 개입돼 있고,정 대표가 이런 ‘음모’를 뒤늦게 알고는 등을 돌렸다는 소문도 나돈다.18일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노 후보를 제쳤다는 보고를 정 대표가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심지어 미국 압력설까지 제기된다.노 후보 당선을 원치 않는 미 행정부가 정 대표에게 모종의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측근들 얘기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이달희(李達熙) 비서실장은 여론조사와 관련,“사흘 전부터 정 대표에게 여론조사 동향을 보고했는데,역전됐다는 조사결과는 나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여론조사 전문가인김행(金杏) 대변인도 “그런 조사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재계 압력설은 18일 밤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정 대표의 지지 철회를 사전에 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러나 측근은 “뭘 어떻게 압력을 넣었을지는 모르나 MJ가 이에 굴복했다는 얘기는 너무도 MJ를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다른 배경설에 대해서도 측근들은 “MJ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로 부인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MJ의 행동은 최근 노 후보와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보다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한 측근은 “노 후보측으로부터 2∼3일전부터 ‘이상신호’가 나타났다.”고 했다.그는 “노 후보가 최근 한 인터넷신문 회견에서 ‘공동정부 구성에 약속한 적 없다.’‘처음엔 선거공조에 생각이 없었다.’는 등 신뢰를 저버리는 듯한 발언을 했고,이에 MJ가 크게 상심했다.”고 말했다. 이상징후는 최근의 공동유세에서도 잇따랐다.측근들은 이구동성으로 노 후보의 태도 변화를 꼽았다.한 측근은 “지난 16일 유세에서부터 노 후보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와 합의한 틀을 벗어난 발언들을 계속하기에 여러 경로를 통해 자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측근은 “노 후보가 청중들에게 재벌개혁의 뜻을 밝히면서 곁에 선 정 대표에게 ‘도와줄거냐.’는 식으로 묻는 등 일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MJ 주변에선 이밖에 사소한 의전문제를 비롯해 노 후보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들을 열거하기도 한다.18일 저녁 종로 유세에서 노 후보가 ‘차차기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추미애 정동영 의원 등을 거명한 것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측근은 “MJ는 이런저런 이상징후에도 불구하고 18일 명동 유세 직전 노 후보에게 ‘부부동반으로 자정까지 동대문,남대문 유세에 나서자.’고 제의했을 정도로 노 후보 당선에 의욕을 보였다.”며 “종로 유세에서의 노 후보 행동이 이런 노력들을 일거에 무위에 그치게 했다.”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노후보가 앞섰던 것이 화근인 것 같다.”고 했다.당선을 확신한 노 후보가 대선이 임박하자 정 대표를 가볍게 대하기 시작했고,결정적으로 대선 후 국정협력에 대한 묵시적 합의를 털어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정 대표의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측근은 “정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신의”라며 “최근 노 후보의 달라진 태도를 보고는 ‘합의를 지킬 뜻이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고,그런 바탕에서 결별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 대표는 18일 밤 종로의 음식점에서 당직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15분간 별실에서 혼자 고심하다 지지 철회를 결정했다고 한다.이후 음식점과 집에서 잇따라 폭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 말은 결국 노 후보에 대한 불신감으로 귀결된다.한 당직자는 “하루만 참고 기다려 보자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노 후보 당선이 유력한 마당에 정치적 이득만 생각했다면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결별을 결심했겠느냐.”고 반문했다.다른 측근은 “아침 자택을 방문했을 때 MJ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더라.”면서 “현란한 정치꾼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신뢰를 문제삼은 선택이라 해도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한 비난은 정 대표가 감수해야 할 듯하다.나아가 정치적 입지와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입은 만큼 대선 이후 정국을 헤쳐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당장 통합21 와해 전망까지 나돈다. 정 대표는 19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 칩거한 채 TV로 노 후보의 당선을 지켜봤다.투표에는 불참했다.김행 대변인은 “국민의 뜻으로 단일후보에 선출된노 후보가 당선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지의사 철회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도 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노무현 당선자는 이날 밤 당선소감에서 정 대표와의 공조여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진경호기자 jade@
  • [키워드로 보는 2002지구촌]⑤악의 축

    미국인들,적어도 부시 행정부의 세계관은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이라크·이란 3개국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명,9·11테러 이후 ‘아군 아니면 적’이라는 선악 이분법적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최근 방한했던 미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남침례교 성향의 공화당 근본주의자”이기 때문에 선악 구분이 뚜렷한 표현을구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과거 이른바 ‘불량국가(rouge state)’ 정도로 언급됐었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마저도 ‘우려국가’로 급을 낮췄다.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훨씬 강도가 센 ‘악의 축’으로 이들을 격상(?)시키며,이들 국가와의 향후 관계 경색을 예고했다. ‘악의 축’이란 표현은 냉전이 한창이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옛 소련을 일컫던 ‘악의 제국’에서 따온 것으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이었던 ‘추축국(樞軸國·독일 일본 이탈리아)’을 연상시킨다.하지만북한,이라크,이란을 한데 묶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뒤를 이었다. 부시의 발언은 곧 미국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켰다.먼저 작은해프닝 하나.올 최대 유행어의 하나인 ‘악의 축’을 탄생시킨 부시 대통령의 연설담당비서 데이비드 프럼은 남편의 기막힌 어휘력을 지나치게 자랑하던 부인 탓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악의 축’ 3국을 비롯해 전 아랍권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 일부 동맹국들도 불만을 표시했다.미 언론들조차 부시 행정부가 “외교정책 전면에 무력과 협박을 내세웠다.”고 비난했고 “반(反)이슬람을 희석시키기 위한 구색맞추기용으로 북한을 끼워넣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클린턴 전대통령은 “부시가 연초부터 긴장 조성에 힘을 허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북한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핵개발 계획에 착수했다.’고 밝혀 클린턴의 걱정이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악의 축’은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는 잦은 불협화음을 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감정이 촉발됐다.특히 ‘악의 축’ 이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 판정시비,최근여중생 사망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계기로 반미정서는 날로격해지고 있다. 한편 이들 3개국에 대한 대접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제각각이다.유엔사찰이 진행중인 이라크에 대해 미국은 수시로 “전쟁불사”를 외치며 날을세우고 있는 반면 핵개발 시인·핵시설 재가동으로 세계를 또한번 놀래킨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을 감안,일단 평화적 해결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란의 경우는 어떤가? 얼마전 위성사진을 통해 핵개발 의혹 실증이 드러났음에도 불구,미국이 신중히 대처하고 있는데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의 이란 정책은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이라크전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이란과 은밀히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뜬소문만은 아니라는 관측이무성하다.이같은 비난에 부시 행정부는 탄력적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강변한다.그러나 커밍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경험이 미숙해 외교정책의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상숙기자 alex@
  • 22일 개봉 ‘도니 다코’, 종말 예언 들은뒤 기괴한 일들이…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뭉개지고,현재와 과거의 시계바늘은 실타래처럼 엉켰으며,그래서 인간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을 때 그 혼돈이란 얼마나 치명적일까.올해 27세의 할리우드 신인감독 리처드 켈리가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도니 다코’(Donnie Darko·22일 개봉)는 이렇게 물음표를 찍는 미스터리물이다.시간의 순열을 헝클어놓은 독특한 설정,사건의 인과관계가 모호하면서도 결국엔 완벽하게 아귀가 맞는 ‘메멘토’와 정서적으로 많이 닮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고교생 도니(제이크 길렌할)는 밤마다 이상한 목소리에 이끌려 집 밖을 돌아다닌다.토끼가면을 쓴 괴물 프랭크에게서 28일 6시간42분12초 뒤 세상이 종말을 맞는다는 예언을 들을 즈음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자신의 방에 추락하는 등 주변에는 이해못할 일들이 꼬리를 문다.학교에서‘왕따’인 도니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가정불화로 상처를 입은 그레첸(제나 말론).프랭크가 예언한 운명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혼란스러운 사건이 거듭되고,도니는 그 일들이 필연의 고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속 시간은 되돌려지도록 운명지어진 모래시계 같다.관객을 놀라게 하는 마지막 반전은,시간이 과거·현재·미래로 분절되는 게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다는 사고의 전복에서 비롯된다.현실이 환상보다,현재가 과거나 미래보다 절대우위가 아닐 수 있음을 새삼 철학적으로 사고하게 하는 ‘머리좋은’ 영화다. 황수정기자
  • 오피니언 중계석/ 석학 대니얼 데넷 ‘의식의 과학적 탐구’ 강연 - ‘두뇌의 의식체계’ 풀어낼수 있다

    현대과학의 마지막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흔히 ‘인간의 의식’이 꼽힌다.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의식의 세계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란 이야기다.그러나 인지과학과 심리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대니얼 데넷(60)은 의식 현상은 전혀 신비롭지 않으며 과학적으로 탐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독특한 철학자다.미국 터프츠대학 교수인 그가 한국학술협의회 초청으로 방한,8일과 9일 ‘의식의 과학적 탐구-철학적 장애를 넘어서서’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의식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그러나 이는 잘못된 견해다.의식은 물리적·생물학적 현상으로 매우 놀랄 만큼 교묘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그렇다고 기적적이거나 신비로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마술쇼가 진짜 마술이 아닌 것과 같다.놀랍고 신비해 보이던 마술쇼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더이상 신비롭게 보이지 않는다.마찬가지로 의식의 ‘마술’도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하고 나면,결코 불가사의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매우 신비롭게 생각하는 기시감(旣視感)을 보자.어떤 이들은 때때로 저승,다른 천체,다른 차원에서 전에 경험했던 것을 다시 경험한다고 한다.그러나 기시감은,재닛이 반세기 전에 제시한 가설에 따르면 지각과정의 어떤 이상으로 인해 하나의 지각경험이 과거와 현재의 경험으로 둘로 쪼개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즉 실제로 과거 어느 시점에 경험한 것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재닛의 가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뇌의 이중채널 모델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즉 시각(視覺)체계가 A와 B라는 두 채널을 갖고있고,두 채널은 유입되는 모든 신호를 새로운 것과 이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신호로 분류하는 ‘친숙함탐지기(familiarity detector)’란 일종의 관문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고 하자.(실제 뇌의 해마가 이 기능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그리고 B채널을 통한 신호전달이 지각과정의 이상으로 지연돼,A채널로부터 신호가 전달되고 나서 1000분의 몇초 정도 이후에 친숙함탐지기에 전달되었다고 하자.이럴 경우 A채널 신호는 이미 친숙함탐지기에 새로운 경험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B채널 신호가 도착하면 친숙함탐지기는 ‘이미 이것을 본적이 있다.’란 판정을 내리게 된다. 즉 단지 1000분의 몇초 전에 등록된 것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방금 기시감을 겪었다.’‘전에 본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또 모종의 교란(뉴런의 죽음,신경조절 기능 이상,피로 등)이 친숙함탐지기에 잘못된 판단을 야기해,기시감과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의식을 위해 등장하는 ‘데카르트 극장(Cartesian theater)’은해체되어야 한다.데카르트 극장 속에서 상상된,소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일은 두뇌에 있는 다양한 하위기관들에 배분되어야 한다.주체는 해체되어야 하고,각자의 임무를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마음이 없는 기관들로 대체되어야 한다. 의식에 관한 올바른 이론은 의식을,기계들이 윙윙 돌아가지만 그것을 감독하거나 즐기거나또는 목격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버려진 공장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이론이다. 물론 이런 견해를 혐오하는,즉 데카르트 극장을 해체함으로써 예견되는 ‘자아의 상실’에 관해 불안해 하는 철학자들도 있다.예컨대 제리 포더는 “만일 나의 머릿속에 컴퓨터들의 공동체가 살고 있다면,누군가 이들을 통합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고,그것은 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식의 ‘마술’은 무대마술과 마찬가지로,우리가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에서만 설명되지 않을 뿐이다.두뇌가 ‘두뇌 사용자의 환상’을 일으키는 비(非)신비적인 방식들을 잘 음미한다면,물리적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창조하는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토요영화/ 하트브레이커스 外

    ◆하트브레이커스(MBC 오후11시10분) ‘남자 사냥꾼’맥스와 딸 페이지.둘은 맥스가 백만장자를 유혹해 결혼에 성공하면 페이지가 다시 그에게 접근,불륜극으로 꾸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살아왔다.하지만 큐피드의 화살이 페이지에게 꽂혀 일은 점점 꼬이는데….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와 청춘스타 제니퍼 러브 휴잇이 ‘꽃뱀’모녀로 나와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둘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볼 만하다.로맨틱 코미디 ‘로미와 미셸’을 연출한 데이비드 머킨 감독의 지난해 작품. ◆이것이 법이다(KBS2 오후10시50분) 사회의 쓰레기들을 직접 처단하겠다는 연쇄살인범.자신의 정당성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살인은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를 남긴다.홈페이지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경찰은 자구책으로 특별수사반을 구성한다. 준법보다 탈법이 횡행하는 우리시대를 표적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민병진 감독이 김민종 신은경 임원희를 주연으로 지난해 만들었다.새로운 소재에도 전했지만 플롯이 치밀하지 못해 흥행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탈 리콜(OCN 오후10시) 서기 2084년.신도시에서 광산 일을 하는 퀘이드(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로리(샤론 스톤)라는 미모의 아내와 행복하게 살지만,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화성에서 이름도 모르는 갈색머리의 여자와 사는 꿈을 밤마다 꾼다.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해주는 리콜이라는 회사로 찾아간 퀘이드.지금까지 그의 삶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한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펼쳐진다.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필립 K 딕의 원작을 영화화한 SF대작.폴 버호벤 감독의 90년 작품. 김소연기자 purple@
  • 문학단신/ 김동리문학상에 김주영씨 外

    ◆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제5회 김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장편 ‘멸치’(문이당)이며,시상식은 11월20일 열린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은 24일부터 사흘동안 한양대 소극장에서 정기공연 ‘작게,낮게,느리게 2002 연애편지’를 갖는다.시인 고은,도종환,김용택,정호승,안도현과 가수 안치환 등이 나서 ‘북한 시인에게 보내는 노래편지’낭송행사 등을 갖는다.오후 7시30분(토요일은 오후 4시,7시30분).(02)2277-5749. ◆제2회 ‘시민 시낭송 경연대회’가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남산 ‘문학의 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린다.행사 당일 예·본선을 실시하며,22∼24일중 인터넷(www.munhakhs.or.kr)이나 방문을 통해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참가비 5000원.(02)778-1026. ◆추리문학 전문지 ‘계간 미스터리’는 가을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인 ‘혈가사(血袈裟)’를 발굴,공개했다.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혈가사’는 울산의 문인 박병호가 쓴 것으로,1926년 울산인쇄소에서 출간됐다. 한국추리작가협회는 이 작품이 그동안 첫 추리소설로 알려진 채만식의 1934년 작품 ‘염마’(艶魔)보다 앞선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내년 1월 창간 예정인 격월간 문예지 ‘문학샘’이‘1000만원 고료 장편소설’을 공모한다.기성·신인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으며,분량은 200자 원고지 1000장 내외이고,마감은 11월30일.‘문학샘’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장편소설을 공모할 예정이며 시,단편소설,문학평론,수필 부문의 신인작품도 연중 모집하기로 했다.(031)425-4121.
  • 12일부터 주말 추리극장

    영화채널 Home CGV가 오는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1시 추억의 미스터리 시리즈 ‘형사 콜롬보’와 ‘제시카 추리극장’의 국내 미 상영작을 방영한다. 12일과 19일은 ‘형사 콜롬보’ 시리즈인 ‘유골상자의 비밀’편(1998)과‘숨겨진 지휘봉’편(2000)을 차례로 방송한다. ‘제시카 추리극장’은 26일 ‘사라진 증인’편을 내보내는 데 이어 11월 2일과 9일 ‘죽음의 책’편(2000)과 ‘마지막 자유인’편(2001)을 각각 방영한다. 이와함께 신세대 액션 스릴러 시리즈인 ‘버피와 뱀파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의 시즌 3과 4편도 12일부터 매주 토·일 밤12시 잇따라 방영된다.
  • ‘야인시대’ 지난주 시청률 49.2% 기록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50%에 육박했다.7일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시청률 인기순위를 집계한 결과 SBS ‘야인시대’는 49.2%를 기록했다.또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주검으로 돌아온 개구리소년’편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25.5%를 기록해‘개구리 소년’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클로즈 업/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주검으로 돌아온 개구리 소년들

    그대로 잊혀지기에는 세상에 남긴 한이 너무 컸나.11년간 연인원 30만명을 동원해 수색해도 찾지 못했던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실종마을 근처의 와룡산 자락에서 발견되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오후10시50분)는 실종 11년 만에 유골로 가족에게 돌아온 ‘개구리 소년’사건의 의문점을 추적한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주검으로 돌아온 개구리 소년’편을 방송한다. ‘그것이…’ 제작진은 첫째,개구리 소년들의 죽음이 조난사일 가능성부터 짚어본다.산악구조 전문가,마을 지리에 익숙한 인근주민들,지질학자,토양학자 등과 함께 현장실험을 통해 조난사 가능성을 타진한다. 제작진은 둘째로 타살 가능성도 분석한다.타살을 가정할 경우 5명을 대상으로 한 점,인근 산에 유골을 묻었다는 점 등에 주목,국내 범죄심리학자들이 범행동기와 범죄 성립요건을 조목조목 따져본다. 또 군부대 총기 오발사고설,개구리 알 판매업자 소행설 등 떠도는 풍문과 추측의 진위를 살피고,유골 발견 후 7일간의 경찰 수사 진행과정과 성과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알아본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에이즈 발병 차단 자연 단백질 발견, 美연구팀 발표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증식을 막는 자연 단백질이 발견돼 에이즈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 록펠러대학과 아론 다이아몬드 에이즈 연구센터는 HIV에 감염되고도 오랜시간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는 환자들의 CAF(CD8 cell antiviral factor)에서 HIV의 증식을 막는 자연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26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1985년에 처음 발견된 CAF는 항균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로 CAF가 알파-디펜신이라는 HIV증식을 막는 자연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을 이끈 데이비드 호 박사는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는 HIV감염자들에게서 CAF 속에 포함된 알파-디펜신1,2,3을 분리해 내는데 성공했다.”면서 “16년만에 CAF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오랫동안 면역체계가 무너지지 않은 HIV감염자와 붕괴되기 시작한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인 CD8 T세포를 비교,분석한 결과 면역체계가 살아 있는 환자들에게서만 자연단백질인 알파-디펜신 1,2,3이발견됐다.또이 3가지 단백질은 모든 종류의 HIV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혜승기자
  • ‘희대의 미스터리’ 주변/ “개구리 잡으러 간다” 11년전 집나가

    대구 개구리 소년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와룡산 계곡으로 간 1991년 3월26일은 지방의회 선거로 임시 공휴일이었다.오전 9시쯤 집을 나선 이들은 산 어귀에서 친구와 주민들에게 목격된 후 소식이 끊겼다. 아이들이 실종되자 대통령의 특별지시,현상금 4200만원,전단지 2억여장 등 이들을 찾기 위한 국민적인 노력이 전개됐다.전국 초등학생들은 ‘대구 개구리친구 찾기운동’을 펼쳤고,추리소설과 노랫말,영화까지 제작되는 등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부모들은 이들이 살아 있다는 한가닥 기대를 걸고 생업을 포기한 채 소형트럭에 플래카드와 아이들의 대형사진을 걸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다.지난해 10월에는 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가 7개월여 동안의 간암 투병 끝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49세의 나이에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32만여명을 동원,가출·납치·탈진 등 여러 방향으로 수사했으나 실마리를 찾는데 실패했다. 제보도 많았으나 대부분 엉뚱한 제보나 장난전화에 그쳤다.불치병 치료제 희생설,납북설,외계인 납치설 등 온갖 종류의 설과 해프닝도 난무했다. 소년들이 다녔던 성서초등학교 역시 이들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제적처리나 명예졸업장 수여를 못해 여전히 성서초등학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기억속에서 사라져 갔고,대구 달서경찰서에 설치된 수사본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하튼 지난 90년대 최대의 미스터리였던 이 사건은 이날 유골 발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구 한찬규기자
  • 희망의 섬 78번지-전쟁의 참혹함에도 희망은 있단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다.하지만 현실은? 서점을 둘러보면 어린이책은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청소년책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서나 논술고사를 위한 모음집만 쥐어주고서 청소년 정서가 메말라 간다고 한탄해 봤자 헛 일.고전을 읽히면 된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왠지 지루할거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서가의 장식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비룡소가 시리즈로 펴내는 ‘청소년 문학선’은 그래서 지금,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특히 현재 청소년 문학계에서 주목 받는 신선한 작품을 골랐다.화사하지만 고통스러운 10대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조명하고,세상으로 떳떳하게 나아가는 용기를 주는 작품들이다. 이번에 출간한 ‘희망의 섬 78번지’는 지난 96년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스라엘 작가 우리 오를레브의 자전적 소설.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 소년 알렉스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아빠가 찾으러 올 때까지 게토에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열두살짜리알렉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게토의 빈 집을 뒤져 먹을것과 입을 것을 찾으며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는 알렉스의 생생한 서술은,인류의 양심을 시험대에 올린 20세기의 가장 처참한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 현장의 경험에는 전쟁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알렉스는 유태인 반란군을 살리려다 독일 군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바닥에 뒹구는 시체를 보고 나서야 모험소설의 전쟁과 실제의 전쟁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한다.영화와 게임으로 폭력에 무감각해진 청소년들에게 읽히고싶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이 모든 내용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닮았다는 점.폐허가 된 장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른의 문턱에서 삭막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의 심정과 비슷할 터.힘겹지만 좌절 대신 최선책을 찾아가는 알렉스의 길을 따라 성장의 터널에서 한발 앞으로 다가선 자신을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언젠가 아빠는 돌아온다.’라는 알렉스의 믿음이었다는 점에서,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결국 희망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달한다.8000원. 이 책을 포함,비룡소가 지금까지 펴낸 ‘청소년 문학선’은 5권.데이비드알몬드의 ‘스켈리그’는 평범한 학생 마이클이 천사 스켈리그를 만나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는 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에 담았다.추한 몰골이지만 어깨에 날갯죽지가 있는 스켈리그처럼 어두운 청소년기를 지나면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티에리 르냉의 ‘운하의 소녀’는 성추행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의 내면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청소년에게 닥친문제를 그들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 쿠르트 뤼트겐의 ‘늑대에겐 겨울이 없다’는 조난당한 고래잡이배 선원을구조하고자 혹독한 자연을 거슬러 가는 사람들의 모험을 그렸다. 수지 모건스턴의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는 오랫동안 헤어져 산 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화해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로,가족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새 비디오/ 록 마니아들의 디스코 체험

    열혈 록마니아의 지옥은? 물론 1970년대 반짝이 의상과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찬 술집이다.게다가 같은 록마니아인 단짝친구가 점점 디스코 팬으로 변해간다면…. ‘X파일’을 연출한 브라이언 스파이서가 감독을 맡은 ‘환상특급-죽음의환타지’(Strange Frequency)가 비디오로 출시됐다.X파일의 에피소드들을 연출한 감독답게 스파이서는 ‘환상특급…’에서 SF·판타지·미스터리·공포·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상력을 과시한다.디스코 지옥에 빠진 록 마니아들의 모험,열성팬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마와 한술더 뜨는 겁없는 열성팬의 아옹다옹 싸움,인기가수와 호텔 종업원의 룸서비스를 둘러싼 한판 대결,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도 요절시키는 ‘재능’을가진 프로모터 이야기 등 음악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오빠 에릭 로버츠,80년대 영국 댄스그룹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80년대 청춘영화의 주드 넬슨 등 개성 있는 출연진이 재미를 더해준다. 채수범기자 lokavid@
  • TV리뷰/ 시청자 얕보는 ‘무늬만 과학’ 다큐

    “귀신의 목소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지난 1일 오후 10시 방영된 KBS2 ‘차인표의 블랙박스’는 이렇게 끝났다.이날 ‘…블랙박스’는 주위의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본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걸맞게 “‘귀신의 목소리’의 실체를 확인해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그러나 차인표의 ‘무책임한’마무리 멘트가 나갈 때까지 ‘귀신의 목소리’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고 이수현씨 추모앨범 작업 중 여자 웃음소리가 녹음됐다고 주장하는 가수 설운도,귀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교황 바오로6세에게서 상을 받았다는 영국인,녹음기로 죽은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여자가 소개되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그러나 정작 귀신의 목소리가 녹음됐다는 테이프를 분석할 때는 사람의 목소리인지 아닌지에만 치중하는가 하면,귀신의 목소리를 녹음할 때는 평범한 일반녹음기를 사용해 과학적인 검증은 처음부터 포기한 느낌이다.당초 ‘차인표의 블랙박스’는 미개척 과학분야,인체의 신비,새로운 사회현상,정치역사적 사건의 미스터리 등의 합리적인 원인과 결론을 찾아보는 고급 다큐멘터리를 지향했다.그러나 요즘은 ‘빙의’‘흉가의 비밀’‘심령사진’등 비과학적인 소재를 다큐멘터리 형식에 그럴듯하게 녹여 사실인 양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화 오후 7시20분)도 주위의 평범한 이야기를 미스터리처럼 꾸며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블랙홀이 있는 섬 덕적도’는 휴대전화가 고온다습하거나,기지국이 적은 지역에서 쉽게 방전된다는 사실을 과대포장해 마치 이섬에 특이현상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방송했다.앞서 지난달 13일에는 ‘미궁’이라는 노래를 3차례 들으면 죽는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이 ‘과학’을 내세우고 있지만 초등학생 용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구석이 많다.비과학적인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듯 꾸미거나 평범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둔갑시키는 것은 시청자 수준을 얕잡아보는 제작태도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송하기자 songha@
  • 쿠푸 피라미드 탐사과정 TV로 본다

    외계인 우주선 상륙설,식량저장설,파라오의 무덤설 등 각종 미스터리와 신비에 쌓인 쿠푸 피라미드 탐사가 TV를 통해 최초로 이뤄진다. ‘쿠푸 대 피라미드’는 기원전 2600∼2480년 쿠푸왕 당시 이집트 기자에 만들어진 세계 최대(현재 높이 137m,원래 높이 148m로 추정)의 피라미드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TV채널이 새달 17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두 시간 동안 세계 141개국에 이 피라미드의 탐사과정을 중계한다.국내에서도 위성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를 통해 볼 수 있다. 진행은 피라미드 주변 지역을 발굴하고 있는 미국 시카고대와 하버드대 합동 발굴단 단장인 고고학자 마크 레너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집트 통신원 자히 하와스가 맡는다. 이번 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석관이 발견된 일명 ‘왕비의 방’인 묘실에 들어가는 것.현재 입구쪽 일부는 일반의 관람이 가능하지만 묘실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발굴단은 고감도 렌즈와 탐침 레이더가 장착된 로봇을 들여보내 피라미드의 신비를 생생하게 포착할 계획.석관에 시신이 들어있지 않아 왕비의 묘실로만 추정해온 만큼 로봇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면 피라미드의 정체를 밝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굴단은 또 피라미드 건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공동숙소를 찾아냈다.이같은 발굴 성과를 토대로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생활상도 추적한다. 발굴단은 피라미드 건축 인부들이 쓰던 공동숙소가,2만여명이 동시에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였음을 밝혀냈다.토기류와 사람 배설물,엄청난 양의 동물뼈가 나와 당시 인부들이 육류를 즐겨 먹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수술 흔적이 남아있는 두개골로 당시 의학적 치료가 빈번히 이뤄졌음도 알아냈다. 레너 단장은 “이집트 전역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이는 이집트인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사람들은 이집트인들이 어떻게 피라미드를 건설했는가에 관심을 갖지만 나에겐 피라미드가 어떻게 이집트를 통합하면서 왕국을 건설했는지가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
  • TV 프로그램 장르파괴 눈길

    새로운 장르의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혼합한 것이 있는가 하면,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섞은 것도 있다. MBC ‘타임머신’(일 오후 10시35분)과 ‘신비한 TV서프라이즈’(일 오전 10시50분),SBS ‘휴먼TV 유쾌한 세상’(월 7시5분)과 ‘솔로몬의 선택’(토오후 6시50분) 등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합친 듯하다. 얼핏 보기에는 지난 90년대 유행했던 MBC의 ‘이야기 속으로’나 SBS ‘토요 미스터리 클럽’ 등의 재연 프로그램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그러나 최근 등장한 프로그램은 예전 것과 차이가 크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 위주로 소개했던 과거와는 달리,철저한 검증이 우선된다.‘타임머신’은 신문에 난 사실만을 소재로 삼고 있고,‘솔로몬의 선택’은 판결이 난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 또 비전문배우를 기용해 투박하게 연출함으로써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살린다.이런 프로그램들은 오락이 아닌 교양·다큐멘터리로 분류되기도 한다. SBS ‘솔로몬의 선택’의 임진범 PD는 “단순히 이야깃거리를재연해서는 시청자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면서 “앞으로는 시청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더욱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재연 프로그램은 딱딱한 다큐멘터리가 연성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TV의 장르 파괴를 뜻한다.”고 일렀다. KBS1의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금 오후 11시)도 장르파괴 프로그램이다.평범한 부부들이 이혼한 사유에 허구를 가미하여 20%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혼합한 KBS2 ‘리얼 시트콤 청춘’(화 오후 8시)도 전형적인 장르 파괴의 예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송하기자 songha@
  • 이런 테마가 日 베스트셀러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어’‘영어’‘흉내내기’‘영화 원작’. 2002년 상반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들의 4대 키워드이다.불경기의 일본,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일본인들을 끌어당긴 이들 키워드는 베스트셀러를 낳고 출판 불황의 파도를 넘게 한 효자 노릇을 했다. ◇일본어- 이상 현상일 만큼 일본어 붐은 뜨겁다.기노쿠니야를 비롯,웬만한 서점 어디에든 ‘일본어’ 특설 코너가 있다.그만큼 일본어를 주제로 한 책이 잘 팔린다는 얘기다. ‘소리를 내서 읽고 싶은 일본어’가 불을 당겼다.사이토 다카시(齊藤孝)가 지난해 펴냈다.100만부를 넘는 스테디셀러 조짐을 보이자 ‘일본어’를 테마로 한 책들이 쏟아졌다. “왜 지금 일본어 붐인가.”하는 질문에는 여러 풀이가 있다. 이 중에서도 일본에 긍지를 갖지 못하는 불황의 시대에 전통과 문화에 대한 향수,자기정체성의 확인이 일본어 붐의 배경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영어회화책-전통적으로 ‘팔리는 책’이다.일본인들이 얼마나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가를 반증하기도한다.상반기에도 ‘술술 책 1권’이라든지 ‘세계에서 가장 간단한 영어책’ 등이 베스트셀러 10위에 들었다. ‘술술 책 1권’은 인기 남성보컬 그룹 ‘SMAP’의 한 멤버가 맡고 있는 TV 프로그램의 영어회화 코너와 연동시킨 책이다. ◇편승본 -한 장르의 책이 팔리면 제목이나 장정,디자인을 비슷하게 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흉내내기 출판’이 먹혔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었다면’(3위)이 히트를 치자 ‘일본마을 100명의 친구들’‘일본이 100명의 마을이었다면’‘세계가 만일 100년의 이야기였다면’등의 책이 나왔다.‘치즈는 어디로 사라졌는가’가 360만부의 대성공을 거두자 ‘버터는 어디로 녹았나’가 나왔다. ◇영화원작본- 영화화 직전 원작의 문고판 출판,인기 작품의 영화화도 베스트셀러의 키워드이다. 100만부를 넘은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宮倍みゆき)의 ‘모방범’은대표적인 사례로 3단계 물결을 탔다.책이 나오자 1단계 파도로 고정독자들이 15만부를 샀다.2단계로는 지난해 연말 이곳저곳의 미스터리 작품 순위 1위에오르면서 판매에 가속도가 붙더니 영화화 결정이 나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결국 100만부를 돌파했다.
  • 3개국 공동제작 ‘쓰리’ 김지운·진가신 감독/ “”亞영화 배급망 넓히려 뭉쳤죠””

    한국의 김지운,홍콩의 진가신,태국의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이 셋이 늦여름 스크린을 3가지 색깔의 공포로 물들인다.아시아 3개국 감독이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가 오는 23일 개봉하는 것.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진가신 감독과,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라 혼났다는 김지운 감독을 잔뜩 흐린날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났다.공포영화를 찍은 사람답지 않게이 둘은 때로는 농담을 던지고 때로는 서로의 말을 받아치며 인터뷰 시간 내내 웃음을 선사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나타난 김지운(38) 감독.하늘은 비를 뿜을 듯 흐리지만 여느 때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집에서도 벗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선글라스에 주름을 숨겨서 그렇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10여분간 가볍게 얘기를 주고받으니 진가신(40) 감독이 들어왔다.방금 감은 듯 촉촉히 젖은 머리카락,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어떻게 이 사내의 머리에서 ‘첨밀밀’ 같은 사랑 이야기가 나왔을까.“영화만 보고 저를 낭만주의자라고생각하는 사람이 많죠.하지만 전 철저히 현실주의자입니다.단지 영화는 탈출이기 때문에 그런 낭만을 담는 것이죠.” 현실주의자라는 그의 말대로,이 영화는 진 감독의 철저히 상업적인 제안에서 시작됐다.아시아 영화시장의 간격을 줄이고 배급망을 넓혀보자는 생각이었다.중국은 검열이 심해서,타이완은 할리우드 영화가 시장의 98%를 잠식했기 때문에 탈락시켰다.그럼 일본은? “일본은 호프집에 가서 테이블을 붙이겠다고 하면 웨이터가 5분 동안 고민하다가 지배인을 불러옵니다.같이 일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김 감독의 말이다.한국이 꼭 끼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진 감독은 “한국영화는 아시아영화 중 최고”라면서 “특별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감독에게 동의하냐고 물었다.“지난 5∼6년간 다양한 영화가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프로 감각이 부족하죠.스태프가 점점 어려져서 전통과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진 감독 역시 “한국사람들은 돈과 자존심을 같은 것으로 본다.”면서 “절대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배급망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하필 ‘공포’일까.진 감독은 “그거 당신 아이디어였어.”라며 김 감독을 가리킨다.마치 무슨 큰 비밀을 들킨 듯 머뭇거리던 김 감독은 “언젠가 한 모델하우스에서 신혼부부의 넋이 나간 표정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중산층의 욕망과 허영이 구체화한 신도시 난개발을 공포영화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달 만에 후닥닥 영화를 완성했다.하지만 아무도 시작조차 안해 ‘이거 나만 만들고 끝나는 것 아니야?’라는 ‘공포’가 엄습했다.논지와 진가신의 영화를 본 뒤에는 ‘맨 먼저 만드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후회했다.영화가 태국에서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은 요즘은 ‘한국에서만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촬영 중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지는 않았을까.“몰래 찍었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아마 김혜수가 나오니까 예쁜영화인 줄 알 것”이라며 짓궂은 아이처럼 웃었다.진지했다가 웃겼다가,김 감독은 ‘조용한 가족’‘반칙왕’ 같은 그의 영화와 많이 닮았다. ‘금지옥엽’‘첨밀밀’로 성공을 거둔 뒤 할리우드로 건너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으로 1999년 ‘러브레터’를 만든 진 감독.최근 연출이 뜸한 이유를 묻자 “나이가 들다 보니 나를 잡아끄는 그 무엇이 있을 때만 영화를 찍는다.”고 대답했다.이제는 주로 제작에 공을 들인다.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제작에도 참여했다. 이번 작품 ‘고잉 홈’은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에,부유하는 홍콩의 정서를 녹여냈다고 설명했다.호러보다는 멜로에 가깝다고 말하자 “나도 모르게 익숙한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사람들이 떠나간 텅빈 아파트가 홍콩의 현실을 상징하느냐고 물었다.“장소가 영감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상징의 의미는 인터뷰에서 지적받은 다음에야 알게 되죠.(웃음)” 김 감독은 일본 영화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코미디를 기대하기에 거절했다.현재는 큰 저택에 각종 귀신이 등장한다는 ‘장화 홍련’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당분간은 미스터리·호러에만 전념할 생각이다.멜로는? “전 로맨틱코미디만 빼고는 뭐든지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영화는 TV의 반대라고 생각하는데,로맨틱코미디는 TV드라마와 비슷하잖아요.” 진 감독은 할리우드 자본과 홍콩의 스태프를 활용한 다국적영화 제작과 연출을 준비중이다.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 ‘기다림’(Waiting)을 각색한 작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쓰리'는 어떤 영화 ‘공포’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짧은 영화 3편을 한 상 위에 차린 ‘쓰리’.일관된 주제의식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한편 값 관람료로 전혀 다른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첫 영화 ‘메모리즈’(Memories)는 가장 차가운 작품.아내(김혜수)가 실종된 뒤 환영에 시달리는 성민(정보석).한편 후미진 길에서 깨어난 아내는 기억을 잃는다.단서라고는 세탁전표의 전화번호뿐.하지만 그녀는 집을 찾을 수가 없다….최근 공포영화의 문법에 익숙하다면 그리 놀랍지 않은반전이 기다린다. 점프컷 등을 사용한 비현실적인 시선은 일그러진 신도시의 모습을 잡아내는 데 적격이다.하지만 신도시 비판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이미지만으로 표현한 감이 있다.또 금속성의 소리가 공포심을 자극하지만 뒤따라주는 사건이 없어 매번 김 빠지게 만든다. 이어진 태국의 ‘휠’(Wheel)은 저주받은 꼭두각시 인형으로 돈을 벌려는 일가족에 서서히 죽음이 드리워지는 과정을 그렸다.욕심을 저주로 벌하는 도덕적인 주제가 거슬리지만,태국의 화려한 전통 인형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될 만하다. 세번째 홍콩의 ‘고잉 홈’(Going Home)은 왕가위 영화의 화면을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도일의 영상미와 진가신의 감수성이 맞물린 작품.죽은 아내의 시체를 갖은 약재로 보존하며 깨어나기만을 바라는 파이(여명)의 사랑이 서늘한 감동을 준다.‘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생과 사가 엇갈리는 장면과 마지막의 반전까지,순간순간 드러나는 공포가 오히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근원적인 슬픔을 덧씌운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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