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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끝 담아낸 매일매일 날씨… 예측 못 해서 더 소중한 일상

    붓끝 담아낸 매일매일 날씨… 예측 못 해서 더 소중한 일상

    쌀쌀한 날씨에 두 사람이 산책을 나왔다. 한 사람은 꽁꽁 싸매고 앞서 가고 있는데 뒤에 있는 사람은 뭔가 두툼하게 입기는 했지만 추운 날 바깥바람 쐬는 것이 마뜩잖은 모양이다. 앞선 사람이 얼른 오라고 채근하는 모양새다. 김은정 작가의 ‘겨울 산책’이라는 그림 속 풍경이다. 배경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이나 초봄인 것 같지만 보고 있노라면 따뜻하면서 한편으로 장난기가 느껴진다. 관람객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림으로 가득한 김은정 작가의 개인전 ‘매일매일( )’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 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 작가는 “전시 제목에 빈 괄호를 넣은 것은 일상에 숨겨져 있는 우연성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매일매일의 의미를 빈 괄호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의 영문 전시명은 ‘웨더랜드’. 영국 작가 알렉산드라 해리스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날씨와 연관된 문학과 미술 분야 일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날씨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 제목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책 제목을 영문 전시명으로 가져오고, 날씨라는 자연조건을 소재로 삼은 것은 그동안 그의 작품 활동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작가는 미술의 경계에서 다양한 매체와 재료로 그리고 만드는가 하면 순수미술과 상업 디자인의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해 왔다. ‘찬다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난민둘기’를 비롯해 다양한 책을 내기도 한 김 작가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융합형 예술가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3D 프로그램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작품에 접목시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변화무쌍한 날씨뿐만 아니라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웃의 일상들을 활기찬 붓 터치로 따뜻하게 표현했다. 어느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안온함까지 느껴지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미술은 근엄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편견은 단번에 사라질 것이다. 김 작가는 “날씨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마주하게 되는 공통의 경험이지만 날씨에서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라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반복되는 일,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편적으로 봤던 것을 다시 짜 맞추는 일로 이번 전시된 그림들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12월 10일까지.
  • 도쿄서 K조각전… “한일 첫 교류전 큰 의미”

    도쿄서 K조각전… “한일 첫 교류전 큰 의미”

    크라운해태제과는 26일까지 일본 도쿄 긴자의 세호 갤러리에서 ‘2022 K조각 한국·일본 교류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교류전은 K조각 조직위원회의 첫 해외 전시다. 전시에는 염시권, 이윤복 등 한국 조각가 8명과 마사노리 오노다 등 일본 조각가 8명이 참여한다. 한일을 대표하는 중견 조각가들의 대표작품 16점이 전시돼 양국의 조각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K조각 조직위원장인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난 21일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한국문화와 예술의 중심에 K조각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한일 첫 조각교류전이 양국 간의 미술시장과 조각의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조각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경기 양주시 장흥에 종합예술문화 공간 ‘아트밸리’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회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소외된 한국 조각 예술의 판을 넓히는 데 힘써 왔다. K조각 조직위원회는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이탈리아 등 국가별로 현지 국제 조각 교류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 고려청자가 전하는 은은한 위로… ‘컬러테라피’ 가득한 중앙박물관 청자실

    고려청자가 전하는 은은한 위로… ‘컬러테라피’ 가득한 중앙박물관 청자실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향로를 받들고 있다. 힘들 법하지만 힘든 내색 없이 버텨온 세월도 벌써 1000년 가까이 된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로 개편한 청자실에서 볼 수 있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국보 5점이 은은하게 비색(翡色)을 뽐내는 중에도 떡 하니 가운데를 차지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고려청자를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해 약 1년에 걸쳐 청자실을 새로 단장했다. 개편한 청자실에는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점을 볼 수 있다. 2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 비색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사유의 방’ 못지않은 명소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자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관이다. 지난해 2월 개관한 분청사기·백자실의 후속이자 상설전시관 3층 도자공예실을 완결하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고려청자의 아름다움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제작기법, 역사와 사연까지 모두 담아 관람객에게 위로를 전한다.‘도자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안내로 시작한 전시공간은 고려청자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왔는지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고려청자와의 만남이 익숙해질쯤 관람객들은 이번 개편의 핵심인 ‘고려비색’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포함한 국보 5점 등 18점의 비색청자가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에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이 작곡한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흐른다.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비색 청자가 은은한 빛깔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유물에 대한 소개는 짧게 있지만 관람객들은 오묘한 비색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각 국보의 색에 맞춰 조명들의 조도를 설정해 최적의 감상 환경을 마련했다. 전시를 준비한 이애령 미술부장은 “비색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 위해 미술부 직원 전체가 동원돼서 색을 어떻게 맞출까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면서 “비색에서 심신의 안정을 느끼고, 말갛개 갠 하늘빛의 아름다움을 함께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려청자는 자연광에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지만 박물관의 현실적인 여건상 완벽한 감상 조건의 80%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 이 부장의 설명이다.‘고려비색’ 공간 이외에도 초기 자기 제작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경기 시흥시 방산동 가마터 출토 조각, 고려 제17대 임금인 인종(재위 1122∼1146)의 무덤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각종 공예품, 파편 조각을 붙인 고려청자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전북 부안리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돼 있어 고려인의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김영준 작가, 오수 작가가 준비한 전시 연출을 통해 더 풍성하게 고려청자를 만나게 된다. 전시 끝 부분엔 쇠락해가는 와중에도 고려청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볼 수 있어 옛사람들의 간절한 마음도 엿보게 된다. 박물관은 점자 안내 지도, 촉각 전시품 등을 함께 설치해 취약계층도 고려청자를 보다 잘 느낄 수 있게 마련했다. 새로 꾸민 청자실은 23일부터 관람객을 맞는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조각 사랑…도쿄서 ‘K조각 한일 교류전’ 개막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조각 사랑…도쿄서 ‘K조각 한일 교류전’ 개막

    크라운해태제과는 26일까지 일본 도쿄 긴자의 세호 갤러리에서 ‘2022 K조각 한국·일본 교류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교류전은 K조각 조직위원회의 첫 해외 전시다. 전시에는 염시권, 이윤복 등 한국 조각가 8명과 마사노리 오노다 등 일본 조각가 8명이 참여한다. 한일을 대표하는 중견조각가들의 대표작품 16점이 전시돼 양국의 조각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K조각 조직위원장인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난 21일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한국문화와 예술의 중심에 K조각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면서 “한·일 첫 조각교류전이 양국 간의 미술시장과 조각의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조각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경주 양주시 장흥에 종합예술문화 공간 ‘아트밸리’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회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소외된 한국 조각 예술의 판을 넓히는데 힘써왔다. 지난 9월에는 아트페어 프리즈서울 기간에 맞춰 300여점의 대형 조각 전시 ‘2022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을 선보이기도 했다. K조각 조직위원회는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이탈리아 등 국가별로 현지 국제 조각 교류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천막과 다락 아래, 책방 한탸/문학평론가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천막과 다락 아래, 책방 한탸/문학평론가

    오늘날 미술의 범주 안에서 텍스트와 출판물 제작을 실험하는 미술인이 늘어나면서 책의 관념과 형태가 확장되고 글의 내용과 형식 또한 더 흥미롭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들은 기성 출판계와 유통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독립 출판사, 독립 서점, 독립 출판물 행사를 통해 작업을 전시하고 감상자 집단과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소규모일지라도 훨씬 자율적인 도서와 담론의 생태계가 조성된다. 올해 부산 비엔날레에서도 미술인의 출판물 작업과 마주쳤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뾰족한 지붕의 둥근 천막에 이르렀다. 무니라 알솔이라는 레바논 여성 작가의 설치작이었다. 전시실은 다소 차가운 분위기에 어슴푸레했는데, 천막에서는 오렌지 빛깔의 얇은 천을 투과해 따스한 조명과 노랫소리가 새어나오니 들어가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천막 곳곳에는 손가락이 드나들 만한 작은 구멍이 뚫렸고, 구멍 가장자리마다 색실로 감치거나 작은 헝겊을 덧댔다. 작가는 내전 시기에 태어나 자랐는데, 어릴 때 아마도 전쟁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촛불 아래 잠옷에 구멍을 냈다가 꿰매는 행동을 반복했다 하고, 천막의 구멍은 그것을 표상한다는 것이다. 천막 안에는 낮은 탁자와 밀짚 방석이 있었고, 탁자에는 간단한 그림과 글 쪼가리들이 플라스틱 파일의 비닐 속지에 묶여 있었다. 기성 작가의 작품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어설펐다. 실망감은 탁자에 같이 놓인 한국어 번역본을 읽으며 풀렸다. 그림과 글을 수합한 종이철은 작가가 만든 비정기 간행물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2008년 봄 동료들과의 포럼에서 고무돼 동시대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잡지를 창간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당시 베이루트에서는 정치적 제약 때문에 잡지를 배포하는 행위가 불가능했다. 잡지를 원하는 사람은 작가와 장소와 시간을 정해 일대일로 만나 실시간으로 읽어야만 했다. 무니라 알솔의 잡지 최신호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튀니지 등 다양한 아랍 국가의 여성에게서 아랍의 봄 이후 팬데믹을 전후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정치적 경험을 해 왔는지 청해 듣는 인터뷰로 채워졌다. 비엔날레의 천막은 아늑한 은신과 보호의 장소로, 작가와 독자가 위험한 출판물을 매개로 함께 수행하는 약속, 독서, 대화, 공연의 의의를 보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깨우치고 넓히는 텍스트라니. 책자 첫머리에서 번역자 소개를 보는 순간 반가움이 몰아쳤다. 부산 망미동 책방 한탸의 김석화 대표님을 포함한 페미니스트 일곱 명. 다음날 개점 시간이 되자마자 짙은 청록색 문을 열고 들어섰다. 세상과 부딪치는 말하기와 책 읽기를 겁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천막만큼이나 아늑한 다락 아래의 서점. 한탸에서 간직할 기념품으로 나는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창실 옮김ㆍ문학동네)을 골랐다. 번역자 후기에서 사미즈다트라는 러시아어를 배웠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비밀리의 자가 출판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 허훈 서울시의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특정지역 편중 설치는 지양해야”

    허훈 서울시의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특정지역 편중 설치는 지양해야”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소속 허훈 의원(국민의힘·양천2)은 지난 11일 열린 디자인정책관 행정사무감사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구현사업’과 ‘공공미술 시민 아이디어 구현사업’이 모두 ‘서울숲’ 에 설치된 사유에 대해 지적하고, 향후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25개 자치구에 고르게 진행되어 지역 간 문화환경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허훈 의원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2022년 사업계획서를 보면, ‘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구현사업’과 ‘공공미술 시민 아이디어 구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두 사업 모두 서울숲에 작품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사업목적이 다른 두 사업의 작품을 단일 장소인 서울숲에 설치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라고 질의했다.   최인규 디자인정책관은 “‘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구현사업’은 공공미술을 통해서 어떤 지역을 특성 있게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며, ‘공공미술 시민 아이디어 구현사업’은 시민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예술을  확산하기 위한 목적의 사업이다”라고 두 사업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구현사업’의 주제가 탄소중립 즉, 친환경 측면의 주제였고, ‘공공미술 시민 아이디어 구현사업’도 친환경 관련 주제로서 맥락이 비슷해 두 사업을 합쳐서 하나의 의미 있는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서 서울숲 설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이에 허 의원은 “당초 계획 시에는 설치장소를 노들섬으로 선정하고 현장 자문회의와 용역 발주계획까지 수립했는데, 지난 4월 대상지를 서울숲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초 설치장소였던 노들섬은 2020년에도 공공 미술작품 ‘달빛노들’ 을 설치한 바 있는데, 2022년에도 중복해 노들섬으로 선정한 것은 공공미술 설치 장소선정의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았던 것 아닌가”라고 질타하고, “또한 노들섬에서 서울숲으로 갑자기 변경된 경위”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특히 최인규 디자인정책관은 “당초 전문가들에 의해 친환경소재 기법의 구조물 설치에는 노들섬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대상지로 선정했으나, 설치과정에서 각 부처와 협력·조율하면서 노들섬 설치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대상지 변경 경위에 답변하고, “탄소중립이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주제에 따른 친환경소재 기법의 구조물과 서울숲이라는 장소가 가진 상징성이 시너지를 발휘해, 지속 가능한 녹색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허 의원은 “향후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특정 장소에 중복되어 설치되는 것을 지양하고, 자치구별로 고르게 조성할 수 있도록 대상지 선정에 더욱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는 한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간 문화환경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유연한 강자의 미학, 전사 두르가 여신/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유연한 강자의 미학, 전사 두르가 여신/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여성은 세계 어디에서든 작고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우리 주변에서 목청 높여 큰소리로 말하고, 싸우기도 하는 여성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들은 대개 ‘제3의 성, 아줌마’로 여겨질 뿐이다. 예술 속 여성들도 한결같이 약해서 피해를 보거나 판단력이 부족해 이용당하고 사기당하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아시아의 미술은 좀 다르다. 여성이 미술에 표현되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지만 초상화나 조각은 대부분 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신격화된 사람을 재현하는 만큼 약하고 부족한 존재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한 여성을 묘사한 미술로 인도ㆍ동남아의 여신상을 들 수 있다. 인도에서는 대략 6세기경부터 샥티라고 하는 여성의 에너지를 숭배하는 샥티즘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동남아도 그 영향을 받아 여성형 신상을 다수 조성했다. 대개 힌두교 여신상이며 우마와 데비, 타라 등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우아하고 여성적인 미모를 자랑할 만한 외형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인도에는 파괴와 죽음, 변화를 관장하는 칼리나 악마를 무찌른 여전사 두르가같이 무시무시한 여신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에서 무시무시하게 표현된 여신이 동남아에서는 다른 여신들처럼 온화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일찍이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동남아에는 고대 인도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라마야나’와 함께 힌두교 미술도 전해졌다. 그 중 두르가는 시바만큼 흉포한 파괴의 신으로 알려졌고,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됐다. 인도 신화 속 두르가는 1000개의 팔을 지니고, 어떤 신도 물리치지 못했던 악마를 무찌르는 전사로 이야기된다. 온갖 모습으로 둔갑한 악마가 행패를 부리다가 마히샤라는 물소로 변신해 살육에 나서자 두르가가 이를 제압하며 신과 인간의 세계를 모두 구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미술로는 4~10개 정도 팔을 지닌 형상을 보인다. 극악무도한 악마를 물리친 힘과 용맹의 상징이니 인도에서 두르가는 강인한 전사로 나타나지만 동남아에서는 우마나 데비와 별다를 것이 없는 평화로운 여신처럼 만들었다. 캄보디아의 삼보르프레이쿠크에서 발견된 두르가상은 두르가처럼 보이지 않는 우아한 여신의 모습이다. 삼보르프레이쿠크는 7세기 초 캄보디아의 고대 왕국 첸라의 수도 이사나푸라가 있던 곳이다. 이곳의 두르가상은 머리도 없고, 팔과 발도 깨진 상태다. 그러나 생생한 인체의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리스의 비너스에 견줄 만하다. 아마도 그의 발아래 대좌에는 물소로 변신한 마히샤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두르가상은 처절한 사투 끝에 마히샤를 물리치고 승리의 기쁨에 들뜬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악마가 와서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을 듯한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가슴에서 배로 이어지는 곡선의 미와 탄탄한 신체에 보이는 자연스러운 양감 묘사는 조각가의 재능과 기술적 숙련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입증한다. 강해 보여야 강한가? 갈대가 강풍을 이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자치광장] ‘평생교육’ 지속 가능한 학습도시를 위해/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자치광장] ‘평생교육’ 지속 가능한 학습도시를 위해/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2015년 7월 유엔 회원국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지구를 해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17개의 목표로 이루어져 있다. 17개 목표는 빈곤 종식, 양질의 교육, 기후 행동 등 미래 세대의 자원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과 실천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공통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배운 시어머니가 은행에서 직접 적은 전표로 은행 업무를 보고 나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어느 며느리의 사연을 들었다. 많은 어르신이 늦은 나이에 글을 배우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선다. 평생교육을 통해 키오스크 앞에서도 어르신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고, 급변하는 디지털 정보시대 속에서 세대 간의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룰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사회활동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여기에 은평이 앞장서 왔다. 수공예, 현대미술, 클래식 음악, 천문학, 심리학, 건강 교실, 요리, 꽃꽂이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 문해교육에서 시 쓰는 법을 배운 어르신께 전시회를 열어 드렸다. 2030 청년 숨은 고수를 발굴해 자신만의 재능을 펼치고 지역사회와 나누기도 했다. 2021년 말 기준 577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5650명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참가자의 93.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80.9%는 이웃을 위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2019년 대한민국 평생학습 대상 수상에 이어 전국평생학습 최우수 도시로 선정됐고, 작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연맹(APLC) 명예의 전당 헌정도시에 선정되는 등 은평구가 평생학습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인정도 받았다. 지난주에는 유네스코 평생교육 국제기구(UIL)에 초청돼 유럽의 우수사례를 접하고 은평구의 우수사례도 전파하는 한편 복지, 일자리, 자원순환 등 현안 문제들을 평생교육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논의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평생을 배우는 학생이다. 일상에서 배움이 즐거운 놀이가 되고, 공동체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은평은 배움의 장을 가꾸어 갈 것이다. ‘백만 가지 배움, 백배로 즐기는 학습사회 은평’이라는 비전처럼 배움을 통해 주민의 삶이 즐겁고,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은평이 되길 희망한다.
  • 민효린, ‘100억원 펜트家’ 두고 돌연 일본행…♥태양은 육아 중?

    민효린, ‘100억원 펜트家’ 두고 돌연 일본행…♥태양은 육아 중?

    배우 민효린이 홀로 행복을 만끽한 순간을 되새겼다. 민효린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달아 사진을 게시했다. 일본 여행 중 모습, 맛집 방문했던 순간, 아빠가 보내줬다는 꽃 사진, 미술관 관람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 사진에는 “행복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이후 두 달만에 사진을 공유하자, 팬들이 반색했다. 민효린의 남편 태양이 지난 10월 인스타그램을 모두 삭제한 상태라 더욱 관심이 커진 상태다. 태양은 민효린과 함께 찍은 사진을 포함해 전체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후 프로필에 ‘Renewal’만 남겨뒀다. 이를 두고 태양의 팬들은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재정비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역시 정리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2018년 3월 결혼한 태양과 민효린은 2021년 12월 아들을 출산했다. 특히 과거 KBS 2TV ‘연중 라이브’의 ‘차트를 달리는 여자’ 코너에서는 ‘최고급 아파트에 사는 스타’를 공개했는데 민효린, 태양 부부는 해당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신혼집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P 아파트로 강북 최고 분양가로 공급됐다고 알려졌다.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 층에 위치한 복층 구조로 프리미엄이 붙어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150억원의 매입가라고 전해졌다.
  • 도미노피자 “KCSI 피자전문점 부문 8년 연속 1위 달성”

    도미노피자 “KCSI 피자전문점 부문 8년 연속 1위 달성”

    도미노피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22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피자전문점 부문 8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피자 개념이 전무했던 1990년 한국 시장에 최초로 진출, 피자 대중화에 앞장서 온 세계 배달 피자 리더 기업으로 지난달 기준 47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완벽한 제품을 완벽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제공해 항상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를 담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Have More Fun. Life Food, Domino’s’를 발표했다. 기존 슬로건 ‘Life Food, Domino’s’에 스마일을 추가해 도미노피자를 찾는 모든 고객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도미노피자는 IT 기술을 도입해 푸드테크 선도기업으로도 나아가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2020년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배달 전용 드론 ‘도미 에어’를 시범 운영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부 주관 ‘드론 실증도시 및 규제 샌드박스 공모 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최초로 드론 배달 서비스 상용화를 세종시에서 실시했다. 도미노피자는 비대면 니즈에 맞춰 온라인 결제 시 요청사항 하단의 ‘비대면 안전 배달’ 항목을 신설해 안전 배달 서비스를 강화했다. 또, 피자 업계 최초로 실시 중인 도미노 드라이빙 픽업’ 서비스는 온라인 방문포장 주문 후 차를 타고 매장 방문 시, 고객의 차량으로 직접 피자를 전달하여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서비스이다. 이 외에도 피자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벨 서비스’, 실시간 피자 위치를 알 수 있는 ‘GPS 트래커’ 등 푸드테크 선도기업으로서 고객에게 완벽한 주문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아울러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후원 활동을 진행하며 사회, 기업, 소비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소속 아동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인재양성 캠페인’과 아동 100명에게 2400권의 책을 지원하는 ‘맛있는 책방’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8월 어깨동무 캠페인 시즌 11 협약을 통해 인재양성 캠페인을 확장, 아이리더(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 및 학업 우수자 후원 사업)의 미술계 아동 20명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동들의 작품을 활용한 스페셜 굿즈를 제작하여 아동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자신의 작품이 굿즈가 되는 새로운 경험도 제공할 계획이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10월 서울문화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 시각예술 분야의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에게 기부금을 후원할 예정이며, 수상 작품은 추후 도미노피자 박스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되어 고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도미노피자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 낭비를 막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피자 주문 시 함께 오는 피클, 소스, 포크 제공 여부와 수량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Zero-Wast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도미노피자는 미세먼지 저감 및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까지 직영점에서 운영하는 배달용 오토바이 총 629대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할 계획이다. 도미노피자는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식품 위생 등 기본을 지키며 끊임없는 도전해 누구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 남보다 앞선 IT 테크놀로지를 지속해서 선보이며 푸드테크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삼성·CJ 일가 등 참배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삼성·CJ 일가 등 참배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이 18일 경기 용인시의 선영에서 열렸다. 이 창업회장의 기일(19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추도식은 하루 앞당겨 진행됐다.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총수 일가는 이날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는 이날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선영에 도착했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등과 함께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선영을 찾아 40분가량 선영에 머물다 자리를 떠났다. 이재현 회장은 예년처럼 추도식과 별도로 서울에서 호암의 제사를 지낸다. 제사는 19일 저녁 열린다. 호암의 외손자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사장단과 함께 이날 오후 3시쯤 선영을 찾았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사장단이 이날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범삼성 계열 그룹 일가는 과거에는 호암 추도식을 공동으로 열었지만, 형제인 CJ 이맹희 전 회장과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이 상속 분쟁을 벌인 2012년부터는 같은 날 시간을 달리해 별도로 추도식을 열어왔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청과물·건어물 수출업으로 창업한 ‘삼성상회’를 세웠고, 이는 삼성물산의 뿌리가 됐다. 이 회장이 1953년 설탕 사업으로 시작한 제일제당은 CJ그룹의 모태가 됐다.
  • [포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

    [포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이 18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렸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19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추도식은 하루 앞당겨 진행됐다.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총수 일가는 이날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는 이날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선영에 도착했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등과 함께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선영을 찾았다. 이재현 회장 측은 약 40분가량 선영에 머물다 자리를 떠났다. 이재현 회장은 예년처럼 추도식과 별도로 서울에서 호암의 제사를 지낸다. 제사는 19일 저녁 열린다. 호암의 외손자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사장단과 함께 이날 오후 3시께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호암의 막내딸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자녀들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등 신세계 총수 일가는 예년처럼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신세계그룹 사장단이 오후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 J P모건 사서가 백인인척 살았던 아픈 이유

    J P모건 사서가 백인인척 살았던 아픈 이유

    1900년 전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금융황제 존 피어폰트(J P) 모건은 개인 도서관을 두고 여러 고서적 희귀본과 각종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이런 도서관을 꾸민 주역은 그의 개인 사서 벨 다 코스타 그린이다. 벨은 도서관 자료를 백방으로 모으고 대중한테 공개하도록 이끌었다. 벨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다. 벨은 22세에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모건의 개인 사서가 됐으며, 뉴욕 사교계에서도 유명인이었다. 많은 남자들, 심지어 70대 모건과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다. 그가 평생을 백인인 척했다는 건 다소 충격적이다. 소설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프린스턴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벨이 새로 설립한 모건 도서관의 사서가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유색 인종치고는 유달리 피부가 하얀 편이었던 벨은 있지도 않은 포르투갈 할머니를 내세워 자신의 혈통을 숨긴다. 그리고 모건의 조카인 주니어스의 추천으로 모건의 개인 사서로 고용된다. 이후 희귀 필사본과 고서적 그리고 예술품 등을 수집하는 일도 맡게 된다.1900년 초반은 여성이 공개적인 무대에 나서서 활동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러나 벨은 탁월한 예술적 안목을 모건에게 인정받고, 모건의 경제력을 무기 삼아 백인과 남성 중심 큐레이터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경매 전 소유자에게 접근해 약점을 이야기하고 물건을 사는 등 대담하고 주도면밀한 협상 능력으로 예술품을 수집한다. 인종을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외모와 과감한 패션을 내세워 단번에 뉴욕 사교계의 별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실제 이름은 벨 마리온 그리너. 흑인 최초 하버드대 졸업생이자 유명한 흑인 평등 주창자인 리처드 그리너의 딸이다. 벨과 모건을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인데도, 소설로서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가 컸던 미국사회에서 아버지는 흑인 평등 운동을 펼쳤고, 어머니는 딸의 성공을 위해 백인인 척하라며 이혼까지 불사한다. 모건의 막내딸인 앤은 시종일관 벨의 혈통을 의심하고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벨은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 버나드 베런슨과 불륜 관계를 유지하면서 모건과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모건이 간절하게 갖고 싶어 했던 토머스 맬러리의 ‘아서왕의 죽음’ 캑스턴 버전을 수집하는 데도 성공한다. 모건의 사후 개인 도서관을 대중에게 공개하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이다. 벨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낸 데는 작가들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다. 모건 도서관 애용자였던 저자 마리 베네딕트는 지나가는 도슨트에게 우연히 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흥미가 생겨 자료를 모으고 소설을 구상했다. 그러나 백인으로서 1900년대 흑인들 마음마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백인 경찰관을 쏜 흑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의 책을 읽은 뒤 그에게 연락해 함께 소설을 완성했다. 벨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건 백인 역사소설 작가와 흑인 현대소설 작가의 협업 결과인 셈이다. 파란만장한 벨의 인생에 감탄하고, 섬세한 내면 묘사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 세종시, 장욱진 기념관 건립 본격화…학술대회 개최

    세종시, 장욱진 기념관 건립 본격화…학술대회 개최

    세종시는 25일 시청사에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세종시립장욱진기념관 건립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연동면 출신이자, 한국근현대미술사의 신사실파 거장인 장욱진 화백의 생애와 예술관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고, 세종시립장욱진기념관 건립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마련됐다. 세종시는 장욱진 기념관 건립을 위해 내년 1억 1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장욱진유화 전작도록 디지털 전환연구’와 ‘장욱진생가기념관 세부운영 방안연구’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장욱진 화백의 예술세계와, 우리 시 공약사항인 장욱진기념관 건립을 국내 미술계 및 학술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업계 ‘아트 마케팅’ 뜬다… 예술 활용한 전시·판매 활발

    유통업계 ‘아트 마케팅’ 뜬다… 예술 활용한 전시·판매 활발

    마케팅에 예술을 입힌 이른바 ‘아트 마케팅’ 바람이 유통업계에 불고 있다. 자사 제품을 예술가와 협업해 선보이는가 하면 아트페어 공식 협찬사로 참여해 전시 부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공간을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만들고, 작품 감상과 몰입의 기회도 제공한다. 락앤락, ‘인천아시아아트쇼 2022’ 공식 협찬사 참여… 전시 부스 운영 락앤락은 오는 20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아아트쇼 2022’에 공식 협찬사로 참여해 예술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한편 전시 부스를 운영한다. 인천아시아아트쇼 2022는 국내외 대형 화랑과 유명 작가가 참여하는 인천 지역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꼽힌다. 락앤락은 아트쇼에 작가 1000여명의 작품 5000여점을 전시한다. ‘영 아티스트 특별관’을 설치해 전도유망한 청년 작가들의 대표 작품도 선보인다. 또한 ‘텀블러와 즐기는 일상’이란 메시지를 담은 전시 부스를 운영한다. ‘메트로 텀블러’, ‘메트로 머그’ 조형물을 설치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락앤락 베스트셀러 텀블러 라인 ‘메트로’ 시리즈는 트렌디한 디자인에 기술력을 더한 프리미엄 라인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미국 IDEA,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어워드를 석권했다. 모나미, 성낙진 작가 미술 전시회 개최 모나미는 닉플레이스와 손잡고 오는 20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미술 전시회를 연다. 닉플레이스는 실물·디지털 아트 작품을 NFT(대체불가토큰)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하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아트 거래 플랫폼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닉플레이스 소속 성낙진 작가가 모나미 제품을 이용해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직접 작품을 살 수도 있다. 작품 구매자에게는 작품의 소유권과 이미지, 정보(크기·재료·작가·갤러리 등)를 담은 NFT 보증서를 발급해준다. 설화수, ‘흙.눈.꽃-설화, 다시 피어나다’ 전시 개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전시 이벤트 ‘흙. 눈. 꽃 – 설화, 다시 피어나다’를 연다. 이 전시는 설화수가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인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설화, 다시 피어나다 #SulwhasooRebloom’의 일환으로, 브랜드의 핵심 고객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가 열리는 북촌 설화수의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설화수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설화수의 취향과 가치관을 담아 따뜻하게 맞이하는 ‘집’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설화수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해온 설화수의 정신을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코카콜라, 아르떼뮤지엄 협업한 ‘드림월드’ 팝업 열어 코카콜라는 지난달 22일 ‘코카콜라 제로 드림월드’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서울 홍대 와이즈파크에 열었다. 이곳은 한정판 코카콜라 제로 드림월드 출시를 기념해 미디어 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과 협업해 마련한 공간으로 다음달 4일까지 운영된다. ‘영원한 자연’ 테마를 접목해 꿈의 세계를 표현한 독창적인 미디어 아트로 꾸며졌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일상에서 마법처럼 겪을 수 있는 독창적인 브랜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체험존과 함께 비치, 정글, 썬더, 코카콜라 등 4개의 테마 공간을 통해 압도적이면서도 황홀한 몰입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 한중관계 한걸음 더…수교 30주년 맞아 서울과 베이징 동시 전시

    한중관계 한걸음 더…수교 30주년 맞아 서울과 베이징 동시 전시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된 올해 한중 양국에서 고향을 떠나 활동하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에서 선보이고 있다. 한중 양국 간 민간단체 예술 문화교류 및 민간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재중한인미술협회가 주최하고 주중한국문화원과 국제예술교류협회, 공간경영그룹 D.I.T LAB의 후원으로 서울 송파구민회관 1층 ‘예송미술관’에서 지난 14일 개막한 전시회가 19일까지 이어진다. 국내 작가들을 포함해 국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인 중국 국적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총 49명이 유화, 한국화, 서예, 사진, 도예,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한다. 재중한인미술협회 김진석 회장은 개막식 환영사를 통하여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한·중교류전을 기획하게 되었으며, ‘재중한인미술협회’도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중 예술인들의 교류를 통한 민간단체 문화교류가 양국 간 문화발전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주중한국문화원 김진곤 원장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재중한인미술협회 창립 10주년이 되는 해에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예술인들을 초청하여 회원들과 함께 한중교류전을 개최하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축하했다. 제4대 주중한국대사를 역임한 권병현 전 대사는 “30년 전 한∙중수교 한국 측 예비교섭 수석대표로서 수교 30년이 된 지금 중국은 세계 2강의 강국이 되고 한국은 선진국이 되어 한∙중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전시에 감동이 벅차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재한중국교민총협회 왕하이쥰(王海軍)총회장은 “이번 전시회가 양국 미술가들의 미적 가치와 문화적 특색을 이해하고 다양하고 색다른 형식의 문화예술교류 폭을 더 확대하는 계기로 생각한다”며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라는 말처럼 두 나라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도약하는 시기에 한중 미술 교류는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롭고 더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 예송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한중교류전’과 동시에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 예원갤러리에서도 한중 수교 30주년과 재중한인미술협회 창립 10주년 기념 정기전이 12월 8일까지 열린다. 
  • [포토] 북한 ‘어머니날’ 기념 축하장 발매

    [포토] 북한 ‘어머니날’ 기념 축하장 발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오는 16일 ‘어머니날’을 앞두고 축하장이 새로 나왔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들 축하장에는 꽃다발·꽃송이 이미지에 ‘11.16. 축하합니다’, ‘어머니날을 축하합니다’ 등 글씨와 가요 ‘어머니 생각’의 악보, ‘어머니가 난 좋아’의 가사 등이 새겨져 있다. 문학예술출판사, 중앙미술창작사, 평양미술대학의 창작가와 교원, 학생들이 도안 창작과 인쇄 작업을 맡았다. 일부 축하장은 군인 등 가족에 둘러싸여 꽃을 든 채 웃고 있는 여성과 공장에서 가방을 메고 웃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노동 현장에 종사하거나 군인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의 이상적 여성상인 사회주의적 여성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4월 공식 집권한 지 한달 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매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이날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제1차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에 관해 연설한 날이다.
  • 삼청동 CN갤러리, ‘서쪽의 거장들’전 열려

    삼청동 CN갤러리, ‘서쪽의 거장들’전 열려

    해시태그 하나에도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방탄소년단의 미술 전시 관람 행보가 북촌의 갤러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RM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rkive에 단풍이 만연한 경희대학교 캠퍼스를 걷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최덕휴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서 찍은 풍경화 이미지 두 개를 함께 포스팅했다.최덕휴 화백은 신자연주의 화풍을 전개한 우리나라 1세대 서양화가 중 한 명으로 미술계에서는 유일하게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경희대에 미술대학을 세우고 후학을 양성했던 최덕휴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관람한 RM의 팔로워들이 ‘최덕휴’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뜻밖에도 삼청동에 자리한 신생 전시공간인 cn갤러리로도 이어졌다. cn갤러리는 충청남도가 출연해 서울에 마련한 전시장으로 현재 충남 출신 작고작가 4인, 김두환, 이응노, 최덕휴, 이종무를 추대하는 개관전 ‘서쪽의 거장들’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cn갤러리 관계자는 “갑자기 젊은 층 관람객이 많아지고 최덕휴 화백의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분들이 늘었다. 최덕휴 화백의 유쾌한 풍경화들은 색감이 밝고 풍부하며 빠르고 힘 있는 붓질 때문에 워낙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라며, 대부분 RM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최덕휴 화백을 검색해보고 찾아오는 경우라고 했다.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루는 삼청동 갤러리들 가운데서 드물게 근현대 회화를 선보이고 있는 cn갤러리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역시 거장의 작품은 깊이와 무게감이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며 깊은 가을의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풍경화들에 힐링이 된다는 리뷰를 남기고 있다. ‘서쪽의 거장들’전은 11월 27일 일요일까지 계속된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미술평론가

    늙수레한 다섯 남자가 흰 벤치에 일렬로 앉아 있다. 벤치는 어디라고 특정할 수 없는 황량한 들판에 놓여 있다. 검은 튜닉을 걸치고 맨발 바람인 사람들은 체념과 절망에 휩싸여 있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앙상한 상체를 반쯤 드러내고 교차한 팔 위로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 사람을 중심으로 화면은 대칭을 이룬다. 바로 옆의 두 사람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고, 벤치 양 끝에 앉은 두 사람은 무릎 위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인물 하나하나는 사실적이지만 일렬로 배치한 구도, 대칭을 이루며 변주된 자세는 평범한 인물화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니라 고통 끝에 다다른 ‘환멸’ 그 자체다. 페르디난트 호들러는 이즈음 인상주의에서 벗어나 상징주의로 나아가고 있었다. 상징주의는 눈에 보이는 객관적 이미지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현상이나 심리적 상태가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인물들의 이미지는 각각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라 중첩되면서 심리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들은 왜 이렇게 환멸에 빠져 있을까. 혹자는 세기말의 불안한 분위기에서 이유를 찾는다. 급변하는 사회, 기계문명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신비주의로 도피하게 했다. 이 그림은 1892년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장미십자회 살롱에 출품됐다. 신비주의 작가 조제팽 펠라당이 조직한 이 전시회에서는 몽롱하고 음산하며 에로틱한 상징주의, 데카당스 회화가 대거 선을 보였다. 혹자는 호들러의 개인사에서 이유를 찾는다. 스위스 베른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호들러는 십대부터 상투적인 풍경화를 그려 관광객에게 파는 일로 화가 경력을 시작했다. 가난은 죽음과 붙어다녔다. 여덟 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열일곱 살에 어머니마저 죽었으며 자신의 두 동생,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의붓동생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그는 슬픔과 절망으로 괴로워하는 인간, 그럴 때 사람들이 짓는 표정과 몸짓을 너무나 잘 알았다. 어떤 비평가는 이 다섯 사람이 자신의 절망 속에 고립돼 있다고 평한다. 그러나 옆 사람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두 사람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들은 고개를 기울여 옆 사람의 슬픔에 동조한다. 어쩌면 옆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쓰라린 절망 속에서도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음은 위로가 아닌가. 슬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아픔에 둔감한 사람은 불쌍하지 아니한가.
  • “찰나의 순간, 화폭에 담고 싶었다… 내게 달항아리는 하나가 되는 것”

    “찰나의 순간, 화폭에 담고 싶었다… 내게 달항아리는 하나가 되는 것”

    리넨 캔버스 속 둥근 원에 검은색 아크릴 물감이 죽죽 그어져 있다. 밝은 보름달 앞으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흰색 항아리 한쪽에 빛을 비춰 일부러 만든 그림자를 그린 것 같은 느낌이다. 달이 변하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그린 그림은 마치 월식 장면을 포착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익중 작가의 개인전 ‘달이 뜬다’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신관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해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강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12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갤러리 개인전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강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을 하나로 모아 연결하며 가까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신작을 비롯해 주요 연작 200여점과 함께 지난 12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 아카이브와 자작시가 함께 소개되고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달항아리 그림이 눈앞에 다가온다. 강 작가가 오랫동안 작품 테마로 삼아 온 달과 달항아리의 시작은 2004년 경기 일산 호수공원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 작업을 하면서였다. 15만장의 어린이들 그림을 넣은 둥근 구 형태의 구조물에 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터져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구조물 한쪽이 찌그러져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어린 시절 매혹된 달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강 작가는 “달항아리는 백토로 만들어서 아랫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두 덩어리를 붙여서 불을 통과시킨다”며 “내게 달항아리는 하나가 되는 것,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는 ‘달이 뜬다’ 연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과 태양빛이 반사되면서 달 주변부에 생기는 형형색색 달 무지개를 표현하고 있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강익중만의 언어 감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하얀색 벽 한쪽에는 강 작가가 파란색 색연필로 자작시 ‘내가 아는 것’를 써 놨다. 벽 앞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방금 산 책받침 냄새다”, “무대 공포증은 나보다 더 큰 나를 보여 주려 할 때 생긴다”, “기회는 다시 온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등의 문장을 작게 소리 내 읽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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