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미술시장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과거사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직장동료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베이징대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소비쿠폰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9
  • 삼바 손잡은 예술 한류

    삼바 손잡은 예술 한류

    오는 13일 개막하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화랑가에서도 ‘삼바 미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인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의 미술시장이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전과 지난해 11월 국제갤러리가 마련한 설치미술가 칼리토 카르발료사의 개인전 등이 그나마 남미 예술 세계를 제대로 조명한 전시로 꼽힌다. 서울 서초구 헌릉로에 자리한 코트라 오픈갤러리는 브라질 월드컵을 기념해 1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함성’전을 이어간다. 전시에는 에버슨 폰세카, 제임스 쿠도, 탈리타 호프만 등 10명의 브라질 중견 작가들과 강형구, 서용선, 황주리 등 12명의 국내 대표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시는 8월부터 장소를 브라질 상파울루로 옮겨 열린다. 코트라의 상설 갤러리답게 초점은 국내 기업과의 협업에 맞춰졌다. 한국 중소기업인 CMA 글로벌, 꿈담, 나루씨이엠 등은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스포츠용품, 텀블러, 마스크, 헬멧, 보디 용품, 가방 등에 녹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40여 점은 향후 브라질 수출을 염두에 둔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전시기간 입구에는 서용선 작가가 축구 골대 모양의 설치작품을 세워 월드컵 응원 열기를 북돋운다. 골대에는 브라질 역사를 참조해 만든 문자나 일러스트 기법의 표현들이 새겨진다. 전시를 기획한 한젬마 코트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국과 브라질 작가의 교류를 넘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수출 기업들이 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뜨고 있는 브라질 미술시장은 세계 3대 비엔날레인 상파울루비엔날레와 중남미 최대 미술장터인 리오아트페어를 갖고 있다. ‘남미통’으로 알려진 안진옥 갤러리반디 관장은 “포르투갈어권인 브라질의 미술은 스페인어권의 다른 남미국가들과 달리 근대미술보다 설치 등 현대미술이 강세”라며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문화 In&Out] 中작가 국내시장 진출 러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 미술이 다시 국내 화랑가 문을 거세게 노크하는 분위기다. 추상과 구상, 설치미술 등을 가리지 않고 외연을 넓혀 가는 모양새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중국 작가들의 국내 시장 진출 사례는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국공립미술관만 해도 지난해에는 아르코미술관(신중국미술전)과 제주현대미술관(펑정지에전)에서 관련 전시가 열렸고, 올해에는 서울시립미술관(액체문명전)과 대구미술관(장샤오강전)이 흐름을 이어 갔다. 지난해 상반기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신중국미술전은 ‘차이나 아방가르드’ 1세대로 분류되는 쉬빙을 비롯해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해 온 먀오샤오춘, 조형언어를 탐구하는 리후이와 왕웨이 등 대표적인 중견·신진 작가 8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문화부와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이 공동 주최와 기획에 나설 만큼 중국 현지의 관심도 뜨거웠다. 또 지난달까지 이어 온 액체문명전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12명이 공동 전시를 하면서 양국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화랑가의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올 2월 말까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 중국 작가 리판의 개인전 ‘인생예찬’은 회화 작품 100여점을 통해 단편적인 중국 미술계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말 상하이에 지점을 개설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학고재갤러리도 중국의 대표 수묵화가인 톈리밍의 전시를 오는 15일까지 이어 간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달 말까지 ‘평면과 심도’전을 통해 탄핑, 장팡바이, 수신핑 등 중국 추상회화를 이끄는 미술가 8명을 소개했다. 다소 투박한 중국 추상 미술작품들이 유행에 민감한 강남 화랑가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와 뚜렷이 구분된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국내 미술계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에는 화랑과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제한적으로 거래되는 데 그쳤다. 장샤오강, 웨민쥔, 쩡판즈, 팡리쥔 등 ‘중국 미술계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작가들의 고가 작품이 맹위를 떨쳤다. 국내 미술시장 침체와 함께 한동안 거래가 뚝 끊겼던 중국 미술작품들은 지난해부터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공립미술관들이 앞다퉈 다양한 예술관을 지닌 작가들을 소개하면서부터다. 여기에 화랑가까지 가세하면서 작품 경향도 달라졌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선전적 성격이 강했고, 이는 구상미술 작품을 통해 주로 반영돼 왔다. 반면 요즘에는 중국 현대미술시장의 인물 구상화는 물론 추상미술 작품까지 폭넓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은 반복적으로 선을 긋거나 원을 활용해 생명력을 강조하곤 한다. 중국의 사회문제를 대놓고 거론하고, 흐릿한 선과 배경에 몽환적 노장사상을 담는 작품도 상당수다. ‘붉은 미술’ 재상륙의 중심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국내 대형 화랑들이 있다. 한·중 간 문화교류 확대라는 긍정적 취지 외에 양국 간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워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도 깔려 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침체된 국내 미술시장에 지나치게 상업화된 중국 미술계의 융단폭격이 가해지면 국내 신진 작가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중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동시에 우리 미술의 생명력까지 북돋우는 ‘솔로몬의 지혜’는 과연 없는 것일까.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노장사상이 근간을 이루죠. 흐릿하게 버무린 빛과 공기, 물의 몽환적 모습은 선인(仙人)들의 수행과 잇닿아 있어요.” 지난해 말 상하이 모간산루 예술특구(M50)에 갤러리를 내고 중국 미술시장 공략에 나선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중국 ‘신 수묵화’의 선구자인 톈리밍(58)을 옆에 두고서다. 그는 “(상업갤러리에서 여는 전시이지만) 이번에는 단 한 점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현대 수묵화의 경향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마치 빛바랜 오랜 사진처럼 엷고 흐릿한 형상, 안개 너머의 희미한 이상향을 그린 듯한 그림들은 답답함을 가져오기보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불러온다. 전시 제목도 ‘햇빛, 공기, 물’이다. 생명을 영위하게 하는 이 세 가지 요소는 햇살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박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맑고 투명하게 전한다. 이 중 작가는 물에 방점을 찍었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니 차가운 현대 도시문명조차 중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시골처녀’, ‘도시’, ‘수영’, ‘화조’ 등 6개의 대표 연작 33점을 내놓은 톈리밍의 국내 첫 수묵화전은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저우스춘 등 대가들로부터 인물화를 배운 톈리밍은 1988년 ‘신 문인화’전에 참여하면서 ‘신 수묵화’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작품 ‘물 위의 햇빛’처럼 19세기 인상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빛의 느낌은 그림에 내재된 현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톈리밍은 사람과 주변을 나누는 경계를 없애 전통 안료의 잔잔한 색상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인지난 중앙미술학원 인문학원장은 전시 서문에서 “그의 예술은 구상이며 동시에 사의적”이라면서 “빛과 색에 대한 예민함과 세심함이 마치 먹을 사용하듯 색을 사용하는 고대 몰골법(윤곽선 없는 표현)의 심오한 전통을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출신인 작가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으로 옮겼다. “현대 생활에서 받는 피로를 힐링하도록 그림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선녀 같은 두 소녀가 맑은 계곡에 비스듬히 누워 발을 담근 ‘산야’나 고요하고 움푹한 땅이 뭇 산들의 나무에 기대어 샘물을 빨아들이는 ‘샘’ 등이다. ‘도시인’, ‘도시의 소리’, ‘자동차 시대’ 등 갑갑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그림마저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야말로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중앙미술학원, 국가화원, 예술연구원 등에서 30년 가까이 후학을 가르쳐 온 그는 “서양화나 전통화 모두 기본이 중요한 만큼 내 수업에선 ‘명작’을 베끼는 일부터 시킨다”면서 “어려서부터 (예술과의) 교감이나 시선이 중요한데 한국 유학생들은 이 점에서 재능이 있으며, 열심히 노력도 한다”고 말했다. 톈리밍의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품을 일으키다 쇠퇴했던 중국 작가들의 재등장을 뜻하는 신호탄일까. 지난해부터 펑정지에 등 중국 작가들의 국내 전시가 잇따르면서 이런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갤러리 측은 문화 교류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중국 수묵화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가운데 시장 창출보다는 소개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14 서울오픈아트페어’ 구경 오세요

    ‘2014 서울오픈아트페어’ 구경 오세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 서울오픈아트페어’ 개막에 앞서 7일 오전 관계자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대중에게 열린 젊은 미술시장’을 내세운 서울오픈아트페어는 11일까지 이어진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이 술잔 하나에 380억

    이 술잔 하나에 380억

    명나라 때 만들어진 희귀 술잔이 8일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도자기로는 사상 최고가인 2억 8100만 홍콩달러(약 380억원)에 팔렸다. 소더비에 따르면 명나라 성화제(成化帝·재위 1464∼1487) 때 제작된 지름 8㎝ 크기의 이 술잔은 전화를 통해 경매에 참여한 상하이 갑부 류이첸(劉益謙·50)에게 낙찰됐다. 류이첸은 택시기사에서 16억 달러(약 1조 7000억원)의 부를 쌓은 금융재벌이 된 인물이다. 미술관 2곳을 소유하는 등 미술시장의 ‘큰손’으로도 유명하다. 이 술잔은 흰 바탕에 수탉과 암탉, 병아리가 그려져 있어 이른바 ‘닭 술잔’으로 알려졌다. 이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신하와 백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소더비는 이번 술잔이 명나라 도자기 기술의 ‘절정’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니콜라 초 소더비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중국 예술의 ‘성배’라며 “중국 도자기 역사상 이 이상으로 전설적인 물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제주·소격동·상하이로… 몸집 키우는 아라리오 갤러리

    제주·소격동·상하이로… 몸집 키우는 아라리오 갤러리

    사물은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4차원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조각가 김인배(36)는 이런 의문에 새삼 관심을 기울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점·선·면을 제거하라’는 제목으로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다. 전시는 이 세상에 대한 거칠고 지난한 도전과 다름없다.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조각에 다가가 살짝 손끝으로 튕겨 보면 ‘통~통~’ 하고 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조형물인 탓이다. 하늘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 듯한 조형물 ‘겐다로크’는 미니멀리즘의 확장을 보는 듯하다. 또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다양한 모양의 구형체와 고문 도구 같은 못들이 놓여 있다. ‘빛’이란 이름의 황동 재질 작품에선 허름한 침대 위에 목과 팔이 잘려 나간 사람 모양의 인형이 누워 있다. 그 위로 추 한 개가 덜렁 내걸렸다. 정신분열적인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하다. ‘당기지 마시오’란 작품은 눈·코·입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과 억압받는 신체의 고통을 함께 표현했다. 작품의 엉덩이 부분에는 성기 모양의 사물이 돌출해 있다. 종교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부정인 셈이다. 작품들은 지하의 밝은 전시 공간에선 점·선·면의 조형 요소를 예리하게 드러내면서도, 2층의 어두운 공간에선 조형 언어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서울 청담동 시대를 접고 소격동 시대를 열었다. 2012년 청담점을 마련하며 삼청동을 떠난 지 2년 만의 복귀다. 지난해 11월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 사옥을 15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아라리오 갤러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요즘 미술계의 화제다. 아라리오는 충남 천안에 본관을 둔 갤러리로, 터미널 상가로 돈을 번 김창일 회장이 국내 3대 갤러리로 키웠다. 공간 사옥을 비영리 미술관인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올 10월 제주에 문을 열 미술관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주 미술관 프로젝트에는 일본의 유명 미술가인 고헤이 나와도 참여한다. 아라리오는 또 올 5월 중국 베이징 지점을 상하이로 옮긴다. 상하이 미술시장의 규모가 연간 9000억원에 육박해 국내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확장 움직임은 창업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 외에 불황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일정 수익을 확보하려는 몸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과도한 확장이 오히려 경영에 있어 발목 잡히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미술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는 않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들이 그리면 완판… ‘아트테이너’ 전성시대

    이들이 그리면 완판… ‘아트테이너’ 전성시대

    앞이 보이지 않는 미술계의 불황에도 연예인 화가들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앞다퉈 ‘○○○이 화가로 데뷔한다’, ‘실력이 범상치 않다’, ‘작품이 수천만 원에 팔렸다’는 등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빼어난 미감(美感)을 과시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풀 죽은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스타들의 활약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볼멘소리도 들린다. 방송 활동에 얽매인 이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쏟아내고 이를 높은 가격에 ‘완판’까지 하는 현실에 전업작가들은 씁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널리 알려진 연예계의 미술작가로는 조영남, 심은하, 김혜수 등이 있다. 이 밖에 배우 조재현, 하정우, 유준상, 구혜선과 가수 나얼과 솔비, 개그맨 임혁필 등이 그림을 그리며 가끔씩 미술시장으로 ‘외도’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시내 두 곳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60여점의 출품작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2003년부터 그림을 그린 그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선 주로 하와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여 독특한 색감과 드로잉, 터치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 가격도 150호 한 점에 최고 1800만원대를 호가했다. 작품을 판매한 표갤러리 측은 “구매자의 90%가량이 배우 하정우의 팬이 아닌 일반 컬렉터였다”며 “그들의 경우는 향후 소장가치를 따져 구매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연예인 화가의 원조 격인 가수 조영남은 울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40여년 전 서울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40여 차례나 개인·단체전을 이어 왔다. 이달 30일까지 울산 갤러리H에서 열리는 전시에선 동양적 색감이 물씬 풍기는 작품 4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형 팝아트’ 작가로 불리는 그는 화투나 바둑과 같은 전통놀이 문화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입체적 구성을 시도하는 발전의 추이가 돋보인다”고 평할 정도다. 작품 가격은 호당 40만원대로, 한 점에 수천만원짜리도 있다. 최근 인지도가 가장 많이 치솟는 연예인 화가로는 배우 구혜선이 꼽힌다. 2009년 첫 개인전을 연 뒤 인사동과 예술의전당 등에서 개인전을 이어 왔다. 지난해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국제 아트페어 홍콩 컨템포러리에 초청 작가로 참여했다. 자유분방한 기질의 드로잉과 공예가 특징으로, 의자·조명 등 공예품이 점당 수백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강렬한 색감의 추상화를 주로 그리는 배우 김혜수와 수년 전 수준급 수묵화를 선보인 심은하도 세간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이들 연예인이 적극적으로 미술 활동에 뛰어든 이유는 다양하다. 미술 전공자가 많은 데다 종합예술인을 원하는 세태도 반영됐다. ‘만능엔터테이너’란 조어가 말해 주듯 만능이 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연예계 풍토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 자신의 화실을 공개한 배우 려원처럼 개인전을 열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미술에 천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연예인의 미술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갤러리 운영자들은 “복잡한 현대미술에 흥미를 못 느끼던 일반인들도 스타의 작품에는 호기심을 갖는다”면서 “미술시장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반면 기성 화단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연예인 화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오랜 세월 예술 작업에 매달려 온 기성 작가들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한 30대 신진 화가는 “연예인들이 취미로 그린 그림의 작품성이 과대평가되고 작가 호칭이 쉽게 주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처지가)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작품 수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최근 유명 화랑까지 연예인들의 미술작품 판매에 뛰어든 것을 보면서 미술계가 여전히 불황이란 생각을 했다”며 “연예인 화가 대다수는 조형요소를 파악한 미대생 수준은 되지만 마티스, 피카소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미술시장의 전체 파이가 한정된 상황에서 연예인이란 이름값으로 부풀려진 스타마케팅이 과연 미술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그림 도둑들의 진짜 목표물은 가장 비싼 그림이 아니라고?

    그림 도둑들의 진짜 목표물은 가장 비싼 그림이 아니라고?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조슈아 넬먼 지음/이정연 옮김/시공사/472쪽/2만원 미술품 도둑들 사이에서 훔치기 쉽기로 유명했던 그림이 있다. 영국의 첫 번째 공공미술관으로 유명한 런던의 덜위치 미술관이 소장한 렘브란트의 ‘야코프 데 헤인 3세의 초상’이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화가가 그린 걸작으로 가치가 있는데다 가로 24.9㎝, 세로 29.9㎝로 품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달랑 고리 두 개에 의지해 가슴 정도의 높이에 걸려 있다. 도둑들에게 “나를 데려가 보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경비도 허술했던 탓에 이 그림은 지금까지 네 차례나 도난당했다. 그 중 세 번째가 1981년 미술품 중개인과 범죄조직이 짜고 미술관에 그림값을 요구한 경우였다. 미술품 도둑과 경찰, 고가의 도난 미술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술계의 은밀하고도 교묘한 거래 현장을 다룬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에는 자일스 워터필드 당시 미술관장이 중개인과 직접 만나 도난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캐나다의 기자이며 출판 편집인인 죠슈아 넬먼이 독자적인 탐구정신으로 2003년부터 8년간 취재한 기록을 인물과 사건별로 재구성해 담아냈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품 도둑과 만난 것을 계기로 도난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런던, 카이로를 오가며 미술품 도난 사건 담당 형사들과 FBI 수사관, 미술관장, 미술품 전문 변호사, 미술관 직원, 심지어 미술품 도둑들까지 인터뷰하면서 미술시장의 은밀한 부분까지 낱낱이 파고들었다. 한편의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다. 미술품 도난사건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은 1990년 3월 18일 있었던 미국 보스턴의 가드너미술관 사건이다.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에 경찰관 복장을 한 2명의 사내가 들어와 주변에서 사고가 나서 건물을 조사해야 한다더니 경비원 두 명을 지하실에 가두고 미술관에 걸린 작품 12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날 도난당한 미술품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연주회’, 마네의 ‘카페 토르토니에서’ 등 진귀한 명화가 포함됐으며 당시 감정가로 3억 달러에 달했다. 이 사건은 거대한 미술품 암거래 시장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인터폴과 유네스코는 도난 미술품 거래산업을 마약과 돈세탁, 무기거래에 이어 세계에서 규모가 네 번째로 큰 암거래 시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 국제박물관협회(ICOM), 국제연구예술재단(IFAR) 등 도난 미술품을 단속하고 감시하는 국제적인 기관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한편의 영화처럼 벌어지는 미술품 도난사건은 그치지 않는다.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되면서 더 복잡해지고 은밀해지는 양상이다. 도난미술품 데이터베이스인 아트로스레지스터(Art Loss Register)가 1990년부터 작성한 도난 미술품 리스트에 포함된 도난 미술품 수는 수백점의 피카소 작품을 포함해 총 10만점을 넘는다. 그림을 훔쳐가는 첫째 이유는 돈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1974년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은 아일랜드의 개인미술관 러스보로 하우스에서 800만 파운드어치의 그림 19점을 훔친 뒤 투옥된 동료와 맞바꾸자며 예술품 인질극을 벌이기도 했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는 1994년 노르웨이국립미술관에서, 또 다른 ‘절규’ 버전은 2004년 뭉크미술관에서 각각 도난당했다 돌아왔다. 이처럼 유명한 작품들은 거래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대부분 회수된다. 불법 미술품 거래시장의 진짜 주인공은 비교적 덜 유명한 그림들이다. 도난당한 미술품은 세탁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떳떳하게 합법적인 거래시장으로 유입된다. 갤러리, 미술관, 경매회사 등 소위 합법적인 미술시장이 혼란으로 가득한 현실에 대해 철저하게 눈감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경매회사들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미술품 경매소들, 그리고 미술품 딜러들과 함께 도난미술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세계는 참 비밀스럽게 돌아가는 곳”이라는 캐나다의 문화재법 전문 변호사 보니 체글레디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는 미술시장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대 범죄가 되어가는 미술품 도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미술관, 갤러리, 경매회사, 컬렉터들이 협력해 도난 작품 리스트를 공유하고 경찰 수사 인력을 확충하면 미술품 절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미술계 불황탈출 실마리 찾을까

    전 세계 미술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내 미술계가 불황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한국화랑협회는 다음 달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화랑미술제’가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올해 32회째를 맞는 미술제는 앤디 워홀, 애니시 커푸어, 마유카 야마모토 외에 이우환, 김창열, 이왈종, 김구림 등 국내외 유명 작가 470명의 작품 3200여점을 전시하는 일종의 미술 장터다.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화랑마다 작가 5명의 작품만을 출품하도록 했다. 올해에는 협회 소속 화랑 148곳 가운데 94곳이 참가해 회화, 조각, 영상, 사진, 판화 등의 다양한 작품군을 선보인다. 화랑협회는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첫날(3월 6일)에는 기업과 예술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살펴보는 세미나를 열고, 이튿날에는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가 ‘현대 미술과 함께하는 오페라 무대’를 강연한다. 전시장에선 전문적인 작품해설(도슨트)도 들을 수 있다. 표미선 화랑협회장은 “올해에는 그림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서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고, 집에 걸고 싶은 작가의 작품들을 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학생 8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화랑 연평균 매출 7억원 매출 없는 화랑 14% 무료 관람객 98%

    화랑 연평균 매출 7억원 매출 없는 화랑 14% 무료 관람객 98%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국내 미술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개인 화랑들은 여전히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화랑 가운데 절반가량은 매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2012년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 불안과 잇따른 미술품 관련 사건 등이 겹치면서 2012년 미술시장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연간 미술시장 규모는 4405억원으로, 작품 거래 건수는 2만 5195점에 달했다. 또 미술품 거래의 주체인 화랑의 숫자는 모두 397곳, 전시회 개최 횟수는 4915회였다. 참여 작가 수는 1만 1920명, 관람객 수는 142만 1437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중 138만 9051명(97.7%)이 무료 관람객이며 화랑들의 연간 매출액도 2823억원에 그쳤다. 화랑 한 곳당 평균 매출액도 7억원 선으로 255곳(64.6%)이 1억원 미만, 119곳(30.0%)은 1000만~3000만원 미만이었다. 매출이 없는 화랑도 56곳(14.2%)이나 됐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통계에 잡힌 394곳 중 흑자 화랑은 90곳(22.9%), 적자 화랑은 202곳(51.2%)으로 화랑가의 양극화 현상을 대변했다. 손익분기점을 유지한 화랑은 102곳(25.9%)에 머물렀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매출액 1000만원 미만 화랑의 약 88%, 1000만~3000만원 미만 화랑의 65%가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불황에도 메이저급인 16곳의 화랑은 연간 10억원 이상의 작품 판매를 기록했으며 판매 작품은 서양화, 대상은 개인 소장자에 치우친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름답다”… 연필로 종이에 그린 예술혼

    “아름답다”… 연필로 종이에 그린 예술혼

    “종이에는 화가의 내공이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마치 시인에게 산문을 쓰게 하면 감춰진 글 솜씨가 드러나는 것과 같지요.”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종이그림을 마주한 유홍준(65)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아름답다”고 연신 되뇌었다. 그는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에는 피카소가 초기에 연필로 그린 종이 작품들이 즐비하다”면서 “그의 예술이 어떻게 성장했고 왜 피카소인가를 보여주기에 또 다른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근과 이중섭은 시대를 잘못 타고나 종이에 연필로 겨우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오히려 이런 그림들이 작가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시선은 이중섭의 ‘세 사람’, ‘소와 새와 게’, ‘돌아오지 않는 강’ 등에 머물다 은박지에 새긴 은지화에 이르러 멈췄다. 다시 박수근의 ‘군상’, ‘마을풍경’ 등을 훑는 듯하더니 어느새 이응노의 콜라주 ‘구성’이나 수묵화 ‘군상’ 등을 살폈다. “이응노 선생의 부인이 언젠가 ‘(남편이) 손이 마려워 가만 있지 못한다’는 표현을 썼다”면서 “쉴 틈 없이 집안 구석구석의 사물을 이용해 무언가를 그리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김종영처럼 크로키에 능한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거나 “김환기의 밝게 덧칠한 불투명 수채화는 매력적”이란 감상도 잊지 않았다. 미술평론가로 도 이름난 그는 대학시절부터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종이에 표현된 근현대 대표작가들의 작품은 어떤 모습을 띨까. 갤러리현대가 다음 달 5일부터 3월 9일까지 개최하는 ‘종이에 실린 현대작가의 예술혼’전에 답이 숨어 있다. 이중섭, 박수근, 김종영, 이응노, 김환기, 천경자, 김종학, 한묵,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김기린 등 굵직한 근현대 작가 30명의 종이작품 120여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캔버스에 그린 유채화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작품들이다. 김환기의 ‘새와 달’, 박생광의 ‘소춘소하도’, 박수근의 ‘모자(젖먹이는 아내)’, 이인성의 ‘부인상’, 이우환의 ‘무제’, 천경자의 ‘콩고의 처녀들-킨샤사에서’ 등을 접할 수 있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성격을 갖는다. 우선 6·25전쟁 등 외환과 빈곤에 시달리던 시절 종이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들이다. 담뱃갑 은박지에라도 그림을 그려야 했던 시절이다. 다음 세대의 종이그림은 드로잉을 거쳐 한지에 먹, 혹은 채색작업을 통해 동서양의 조형세계를 넘나든다. 아예 종이 자체의 물성에 주목해 현대미술의 실험적 도전에 나선 요즘 작품들도 있다. 유 교수는 “작품의 재료와 크기로 값을 매기던 예전 미술시장의 관습에서 벗어나 종이그림이나 수채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숨 막힌다, 미술계 일등주의

    숨 막힌다, 미술계 일등주의

    “‘일품주의’가 한국 미술계를 망쳤습니다. 이를테면 겸재 정선 이외의 그림은 산수화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 식이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출신인 정준모(57) 평론가가 미술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과도한 명품 강박증에 빠진 미술시장이 스스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정 평론가는 “미술시장에선 ‘이제 팔 것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박수근·이중섭 등의 작품이 아니면 다루려 하지 않는 데다, 이 작품들이 재벌가 등 ‘좋은 집’에 들어가면 좀처럼 (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아 작품을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안 불러주니까 못 나섰던’ 훌륭한 작가의 작품들은 새로운 기풍과 시대정신을 반영했음에도 사장되고 있다고 자조했다. 그는 김경, 김주경, 안상철, 이규상, 이종무, 장운상, 정규 등 91명의 작품 108점을 간추려 최근 ‘한국 근대 미술을 빛낸 그림들’(컬처북스)을 펴냈다.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도 포함됐지만 어디까지나 초점은 미술사적 ‘맥락’을 이룬 잊혀진 작가들에 맞췄다. 정 평론가가 바라보는 국내 미술계는 구매자와 컬렉터 모두 명품 편식증에 빠진 비정상적 구도를 띠고 있다. 그는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이 알려준 국내의 절경처럼, 국내 미술품에도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 많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화계의 대부인 김규진(1863~1933년)의 ‘총석정’은 구한말 조선황실의 위엄을 드러낸 수작이지만 창덕궁 희정당에 벽화 형태로 걸려 있어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렵다. 또 지난해 타계한 한국화가 박노수(1927~2013년)의 ‘선소운’은 일반 수묵화와 달리 옷의 주름을 흰 여백으로 표현하는 등 새 기풍을 드러낸 작품이다. 여인의 엉덩이가 의자 끝에 살짝 걸려있는 비정형적 구도로 화제가 됐지만 요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안상철(1927~1933년)의 ‘전’의 경우 작가의 초기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지만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작품은 개인 소장자의 방에 신문지처럼 둘둘 말려 보관돼 자칫 세상에서 잊혀질 뻔했다.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시절 근대미술 100점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 근대회화 100선, 1900~1960’이 바탕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모마나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이 특색 있는 미술관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경영자의 의식이 여기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람객을 위한 소장품 도록조차 발간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와 같은 미술사 자격증 도입과 미술품 기부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저도 예전에 집에 식모가 있었지만, 화랑가 아주머니들(사장들)은 정말 심합디다. (중소 화랑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을 종 부리듯 합니다. 관련 자격증을 만들고 의무고용하도록 해야 실업난도 해결하고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지요.” 아울러 박물관과 미술관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부 미술품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해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미술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등에서 왜 기부가 활성화된 줄 아십니까. 세금 혜택이 정답입니다. 현행법상 국내 국공립미술관은 기부행위를 요청할 수 없고 관련 규정이 복잡해 실제 혜택받는 기증자 사례가 전무합니다.” 미술교육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김환기 화백의 이름조차 모르는 미대생들이 국내외 유명 미술관 몇 군데만 돌면 미술을 다 알게 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작품에 담긴 시대의 미감과 역사적 맥락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더군요.” 정 평론가는 “누구나 ‘첫사랑’을 찾는 심정으로 스스로 그림을 보도록 노력해야 창의적인 눈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다시 그린다 다시 말한다 다시 중국을

    다시 그린다 다시 말한다 다시 중국을

    연간 1조원이 넘는 미술시장을 품은 중국. 타이캉루, 와이탄, ‘M50’과 같은 예술 특구에선 젊은 작가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활동하고 있다. 전통 가치와 시대정신을 아우른 작품들은 체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JJ 중정갤러리’는 ‘스테이지 팩토리’와 손잡고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청년 작가들의 ‘일이삼사오’전을 이어 간다. 전시에는 천훙즈, 천줘, 황민, 장화쥔, 뤼옌, 천예, 송위안위안, 샤오저뤄 등 8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중국 최고 미술 명문인 중앙미술학원 출신이다. 작품들은 국내 갤러리들이 미술시장 활황에 힘입어 중국 작가들에 목매던 2007~2008년 그림들과는 사뭇 다르다. 더 이상 냉소주의, 정치주의, 소비주의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다원적 사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숫자 1이 숫자 3을 대신할 수 없고, 1부터 시작한 숫자가 무한대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과 같다. 갤러리 측은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30, 40대 청년 작가 가운데 고유한 시각과 언어를 꾸준히 연마한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미술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회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회화를 기술이 아닌 언어로 소화한 덕분이다. “회화가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중국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논리와 별반 다를 것 없다”며 모국어와 미술을 동일시했다. 아크릴판에 아크릴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천훙즈는 ‘요양원’ 시리즈를 통해 심리적 치유나 도덕적 개선이 필요한 위태로운 인물들을 표현한다. 반면 천줘는 회화에 어떤 정치적 소견이나 사회적 관점도 담지 않았다. 밝고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어두움을 음미한다. 황민은 2005년부터 선보인 중국 산수화 시리즈를 통해 전통문화와 단절된 중국인들을 표현한다. 난간에 기대어 멀찌감치 떨어진 산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서다. 장화쥔은 ‘떠다니는’시리즈에서 사색에 잠긴 알몸의 남성을 등장시켜, 젊음의 외로움과 사색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중국인 큐레이터 샤옌궈는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회화는 유쾌하게 가꿔 나갈 수 있는 언어다. 관객들과의 농익은 소통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손 안의 미술관’을 걷는다… 루브르·MoMA 명화가 多 모였다

    ‘손 안의 미술관’을 걷는다… 루브르·MoMA 명화가 多 모였다

    구겐하임, 루브르, MoMA(뉴욕현대미술관)…. 미술 애호가라면 이들 세계적 미술관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것이다. 그곳에 내걸린 명화를 둘러보며 맘껏 감상하는 즐거움은 모두에게 ‘로망’이다. 2014년 새해에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힘을 잠시 빌려 보면 어떨까.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해 온 온라인 디지털 미술관들은 최근 국내 화단을 포함해 제3세계 미술이나 영상작품까지 포괄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클릭 몇 차례로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들여다보는 시대가 된 셈이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www.googleartproject.com)는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미술품을 디지털로 변환해 인터넷에 올려놓은 곳이다. 40개국 151곳의 미술관 등 250여곳에 이르는 기관이 소장한 작품 4만여점이 올라 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소속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4300여점도 등록돼 있다. 2011년 9개국 17개 미술관의 작품 1000여점으로 시작해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이곳에선 공유 기능과 영상 채팅까지 가능하다. 400개 가까운 전시실을 직접 걷는 것처럼 스트리트뷰 기능을 활용해 볼 수도 있다. 네이버 미술검색(arts.search.naver.com)은 루브르, 오르세 등 유수의 미술관 작품 12만여점과 국내 미술작품 7000여점을 간편한 검색으로 찾아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발맞춰 ‘미술관의 탄생-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기록’전과 ‘연결-전개’전 등의 전시도 소개하고 있다. 작품 정보를 통해 제목과 작가, 제작 연도, 소재, 크기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소속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올린 작품 설명이 재미를 더한다. 이들 대표 서비스에선 그림의 확대 단추를 누르면 큰 사진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엿볼 수 있다. 붓의 터치까지 보일 정도다. 또 시대·작가·작품별로 다양한 검색이 가능하다. 이 밖에 거대 미술시장으로 떠오른 이웃 중국의 미술정보를 얻으려면 아트론(www.artron.net)을 둘러보면 된다. 미국의 아트넷(art.net)과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닷컴(www.artprice.com)은 세계 미술시장의 동향과 주요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 미술계에 관심이 많지만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네오룩닷컴(www.neolook.com)과 뮤움닷컴(www.mu-um.com), 서울아트가이드(www.daljin.com) 등을 찾으면 된다. ‘이미지 속닥속닥’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네오룩닷컴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미술 전시를 공유하고 있다. 서울아트가이드는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사진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com)은 기존 PC가 아닌 스마트폰 환경에서 가장 친밀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 1억 5000만명의 사용자가 이미지를 공유하며, 미술 작품은 물론 미술관 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와 계절별 풍경까지 사진 및 동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이곳에서 MoMA는 벌써 22만 6900여명의 팔로어를 확보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7만 1800여명, 루브르박물관 3만 400여명, 구겐하임미술관 2만 7400여명, 테이트 갤러리 2만 4500여명 등이다. 작품 나열에 그치지 않고 작품 속 숨은 이야기나 전시 준비 과정, 폐장 이후의 사진까지 공유해 재미가 쏠쏠하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디지털미술관은 작품 창조와 관람 방식 모두 기존 미술관과 다르다”면서 “그림·조각·거리미술 등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폭 넓게 접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불황에 허덕, 비리에 삐걱…뭉크도 울고 간 ‘미술계 절규’

    불황에 허덕, 비리에 삐걱…뭉크도 울고 간 ‘미술계 절규’

    수년째 경기 침체와 미술품을 둘러싼 비리에 허덕이던 미술계는 올해도 이렇다 할 전환점을 찾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에 미술품이 깊이 연루되는 홍역까지 치러야 했다. 미술계의 숙원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종로구 소격동 시대를 열었지만 기대와 달리 개관전을 둘러싼 잡음이 일면서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가뜩이나 불황의 늪에 빠진 미술계는 올해 악재가 더했다.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올해 초부터 시행되면서 미술품 시장을 지탱하던 ‘큰손’들마저 지갑을 닫았다. 작고한 국내 작가의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을 대상으로 이를 되팔 때 오른 가격의 20%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제도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검찰의 CJ그룹 회장에 대한 탈세, 횡령 수사 과정에서 고가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또 한번 ‘미술품=기업 비자금’이라는 해묵은 논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재국 컬렉션’으로 불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압류 미술품 600여점이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경매 작품들이 이례적으로 ‘완판’되는 기록을 세워 연말 미술시장을 후끈 달궜다. 경매에 나온 600여점을 모두 합해도 판매가가 50억원 안팎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지난 11일과 18일의 K옥션 경매(80여점·25억 7000만원), 서울옥션 경매(150여점·27억 7000만원) 총액은 이미 50억원을 훌쩍 넘겼다. 미술계의 큰 경사였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달 13일 개관한 서울관은 서울대 출신 작가가 개관전 ‘자이트가이스트’전의 8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술협회를 비롯한 미술인들의 공분을 샀다. 사태는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퇴진 운동으로까지 치달았다. 한때 미술관 측이 발전 태스크포스(TF)를 제안하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내년 1월로 예정된 정 관장의 임기가 1년 연장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미술계의 반발이 다시 드세졌다. 올 한 해 미술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미술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초 서울대미술관이 개최한 ‘일본 동시대 미술 70년 리퀘스트’전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야나기무네요시’전(5월), 예술의전당의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6월),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무라카미 다카시’전(7월), 대구미술관의 ‘구사마 야요이’전(7월), 삼성미술관 리움의 ‘히로시 스기모토’전(12월) 등이 줄 이었다. 올해 최대 화제의 작가는 ‘2013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중견 작가 공성훈(48)씨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과 ‘팀 버튼’전은 각각 52만명, 40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아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거장들의 별세 소식도 유난히 많았다. 지난 2월 다큐 사진의 대가로 꼽히는 최민식 작가의 타계 이후 추상화의 대가 이두식 화백, 한국화 1세대 박노수 화백, 남종화의 거두 신영복 화백, 수묵화의 거장 송수남 화백, 추상회화 1세대 김훈 화백 등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났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바퀴 자국… 에런 영 개인전

    바퀴 자국… 에런 영 개인전

    현대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미국 작가 에런 영(42)이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이어간다. ‘오토바이 바퀴자국을 잡은 남자’로 불리는 작가는 2007년부터 오토바이 바퀴자국으로 만든 회화작품을 선보여 왔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전복을 막아 주는 스포일러 조각은 조각작품으로 형상화됐다.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뭉개진 페인트는 물감처럼 강약이 교차하며 강렬함을 표현한다. 작가는 “존 케이지가 트럭을 몰면서 종이를 깔고 잉크자국을 남게 한 영상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유소를 운영하던 양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고 말했다.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에런 영의 작품은 1960~1970년대 미국 경제부흥기에 일어난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퍼포먼스 등 미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시에선 미 캘리포니아 사막의 상공에서 거꾸로 떨어진 자동차가 땅에 처박히는 ‘저항’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만날 수 있다. (02)735-8449.
  • “그림과 함께 30년… 버티는 게 만만찮아”

    “그림과 함께 30년… 버티는 게 만만찮아”

    “올해 100억원이 넘는 빚을 다 갚았어요. 버티는 게 만만찮네요.” 개관 30주년을 맞은 박여숙화랑의 박여숙(60) 대표는 첫마디부터 무겁게 건넸다. 그는 30여년 전 예술 불모지나 다름없던 서울 강남에 화랑을 연 뒤 ‘터줏대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생채기도 많았다. 박 대표는 응용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이후 월간지 ‘공간’에서 3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미술과 인연을 이어갔고, 예화랑에선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3년 덜컥 자신의 이름을 딴 화랑을 열었다. 한 일간지에서 ‘김충복 과자점’과 엮어 기사를 낼 정도였다. 임신한 몸으로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련한 화랑은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자리 잡았다. 젊은 작가들과 호흡하고 싶어서였다. 첫 전시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점선 화백의 작품전. 작가도 화랑주도 모두 신인이었다. 몇몇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화랑가를 휩쓸던 때였다. 이후 이강소·박서보·김종학·정창섭·전광영 등 수백명의 작가가 이 화랑을 거쳐갔다. 대지미술가인 크리스토 부부 등을 처음 한국에 소개했고, 리히텐슈타인·패트릭 휴즈의 해외 전시도 마련했다. 자신감과 신뢰가 커졌지만 지나치게 몸집을 불린 게 화근이었다. 미술계가 호황이던 2007년 아트펀드를 조성해 운용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며 고스란히 빚더미로 돌아왔다. 미술시장이 돈세탁 창구로 변질되면서 펀드에 쏟아지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한몫했다. ‘야반도주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았다. 박 대표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미술계 불황에 소장한 그림까지 팔리지 않아 빚을 떠안았다”면서 “금융기관과 협력해 올해 겨우 빚을 다 갚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30년 그림을 팔면서 한순간도 기쁜 적이 없었다. 최근 2~3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시장은 지금도 불황을 겪고 있다. 박여숙화랑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국의 색’이란 주제로 2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한국 현대회화의 대표 작가인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과 사진작가 배병우, 염장(染匠) 한광석 등의 작품을 내건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자연과 전통을 모티프로 거대한 색채의 축제를 담아냈다. 박 대표는 “작가들이 기꺼이 작품을 내줬다”면서 “값비싼 핸드백이나 보석보다 그림을 즐길 줄 아는 멋쟁이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문화 In&Out] 현대미술관 개관식엔 초대장도 못 받고 정부 지원금은 줄고 속만 타는 미술협회

    지난 1월 취임한 조강훈(52·서양화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요즘 속이 타들어 간다. 대한미국 미술대전에 대한 세간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침체한 미술시장이 협회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7년 이후 정부의 미협에 대한 지원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행사에 조 이사장은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미술인들의 오랜 염원인 서울관 건립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냉대만 받은 꼴이다. 조 이사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런 행태에 대해 협회뿐 아니라 미술계도 잔뜩 화가 난 상태”라며 넋두리했다. 미협이 이렇게 냉대를 받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어 보인다. 현재 전국의 미술인은 5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미협에 등록된 회원은 3만 5000명 안팎에 그친다. 회원들이 내는 연간 2만 5000~3만 5000원의 회비와 3000만원의 정부 지원으로는 늘 살림이 허덕일 수밖에 없다. 조 이사장이 당선되면서 내건 공약들도 빈 수레가 되어가고 있다. 회원 전용 노인병원과 미술관 건립 등은 요원한 상태다. 미술인 관련 예술인 복지법 개정, 작품담보 미술은행제 도입 등의 당면과제도 쌓여 있다. 그는 “안타깝지만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5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1000여명의 미술인들이 참석해 회화·서예·조각·디자인 등 7개 부문에 걸쳐 9명에게 본상이 수여되는 등 잔치 분위기가 될 전망이다. 미술인들의 숙원으로 꼽혀 온 미술인 전용카드 발급도 가시화된다. 작품을 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미술관을 찾지 못하던 예술인에게는 무료입장의 혜택을 담은 카드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궁핍하고 서러운 겨울나기이지만, 미협은 이번 기회를 통해 뼈를 깎는 거듭나기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아랫목의 훈훈한 온기가 되돌아올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고] 미술시장의 미래, 소장문화에 달려있다/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

    [기고] 미술시장의 미래, 소장문화에 달려있다/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어려움에 빠져 있던 미술계가 요즘 들어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평생 미술계에 몸담아 오며 미술품 시장의 등락을 경험했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얼어붙은 신생 컬렉터들의 구매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점은 못내 아쉽다. 미술품 수집의 매력에 빠지기도 전에 사회 전반의 부정적 견해로 건전한 컬렉터들이 움츠러들어 미술 시장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건전한 미술시장의 형성과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미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장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되는 일이다. 구매자가 없으면 작가들의 작품활동 의욕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가와 해외의 미술품을 국내에 소개, 유통시키는 갤러리 역시 다르지 않다. 컬렉터와 일반인의 미술품 수집·소장이 보편화될 때 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고, 궁극적으로 미술시장의 성장을 가져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화랑의 수준과 한국 미술계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컬렉터 층을 개발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예술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프랑스 등의 갤러리를 방문해 보면 대규모 전시부터 소규모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직접 그림을 보고 배우는 어린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어릴 때부터 좋은 작품을 스스로 판단하는 감각을 키우니 미술에 대한 안목과 관점이 자리 잡고 이는 자연스레 집에 걸어놓을 예술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사면서 경제적, 정서적으로 작가를 지원하는 후원자를 의미하는 페이트런도 자연스럽다. 반면 한국의 미술 문화는 어떤가. 미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비교적 높아져 좋은 전시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에 걸맞게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하려는 관객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데 그칠 뿐, 직접 미술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향유하는 문화는 비교적 정착되었으나 수집하고 소장하는 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술품 구입이 억대의 재산이나 엄청난 안목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꼭 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본인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해 집에 걸어두는 것은 마음에 드는 가구나 장식품으로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술품 소장에 관심은 있으나 그동안 갤러리의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의 미술시장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8만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아트페어는 국내외 갤러리들이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작품들이 전시되기 때문에 초보 구매자가 첫걸음을 떼기에 그만이다. 앞으로도 이런 아트페어에 국내외 많은 컬렉터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작가와 화랑은 물론 한국 미술시장 전체가 활력을 얻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마음을 좀 더 열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해 봄으로써 우리 모두 페이트런에 한 걸음 더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
  • 언제까지 고흐·샤갈만 보실 건가요

    언제까지 고흐·샤갈만 보실 건가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10월 화단에 특색있는 해외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길섶의 낙엽을 지르밟으며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의 대작이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화가의 도발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날로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단순한 이분법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에코 누그로호(36)는 인도네시아 미술 돌풍의 주역이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미술계의 거대 공급처로 떠오른 인도네시아에서 다민족 국가 특유의 신화와 관습을 매개로 작품을 풀어간다. 30여년 이어진 독재 치하에서 벗어난 모국의 사회·정치 문제를 작품에 녹였다. 1990년대 말 수하르토 정권 몰락 이후 민주화 운동이 거세던 시절 화단에 입문한 배경 덕분이다. 최근 루이뷔통과 협업하는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누그로호는 “가난, 불평등, 광적인 종교인들, 부패와 폭력으로 점철된 인도네시아에서 내 삶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도 “의도적으로 내 작품에 정치적 메시지를 넣으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특유의 강한 선과 흑백 페인팅, 자수, 우스꽝스러운 인물 형상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게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이어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선 내년 2월 28일까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76)를 만날 수 있다. 본관 중앙홀에 놓인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모티브에 관한 회화’는 작가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대규모 멀티 캔버스 회화다. 캔버스 50개를 연결한 폭 12m, 높이 4.5m의 풍경화로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품이다. ‘자연의 무한한 다양성’이란 작가의 최근 작업 경향을 거의 완벽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듣는다. 호크니는 다음 달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맞춰 방한할 예정이다. 이율배반적인 화법으로 유럽과 남미 화단에서 반향을 일으킨 베네수엘라 출신 스타스키 브리네스(36)도 오는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이어간다. ‘그와 우리가 보는 세상’이란 제목의 개인전에선 기괴한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스토리를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