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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은, 빛을 기다린다

    어둠은, 빛을 기다린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마리오 자코멜리(1925~2000)의 회고전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24일 개막해 내년 2월 24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더 블랙 이즈 웨이팅 포 더 화이트’(The Black Is Waiting For The White)다. 자코멜리는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 세니갈리아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13살 때부터 인쇄소에서 식자공으로 일해야만 했다. 그래서 당연히 사진작가로서 어떤 교육을 받거나 기존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도 없다. 다만 나중에 자신의 작품 제목을 시인의 시구에서 따올 정도로 시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인쇄소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흑과 백의 조합과 타이포그래피에 많은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사진작업 역시 28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진기를 받아서 시작한 것일 뿐이다. 나중에 사진작업을 크게 인정받아 뉴욕현대미술관이 그의 작품 가운데 스카노(Scanno) 시리즈를 모두 사들여 보관할 정도로 주목받는 사진작가가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고향 마을에 살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송수정 큐레이터는 “절대적으로 혼자 연구하고 혼자 찍은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두고 기존의 사진사 흐름에다 연결시켜 설명한다는 것이 어렵다.”면서 “그래서 아주 독특한 작업을 내놨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뒤늦게 소개된 작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작품을 보면 전시 제목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 이해된다. 오직 검은색과 흰색뿐이다. 중간 톤의 회색 빛은 거의 없다. 찍는 대상도 그렇다. 스카노 시리즈는 흰 대리석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검은색 전통 의상만을 고집하는 스카노 마을을 찍은 사진들이다. 작가로 이름을 날리면서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가 늘고 그 덕분에 작품활동을 허가받은 수도원에서 찍은 자신도 하얀 눈밭과 검은 사제복이 대비를 이룬다. 후반기에 작업했던 풍경 시리즈나 노바디(Nobody) 시리즈 역시 매한가지다. 인위적으로 하기도 했다. 현상 과정에 개입해 흑백의 조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경을 지우거나 인물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생전 작가의 전시와 출판을 도왔던 알렉산드라 마우로 이탈리아 포르마 미술관장은 전시 제목을 숨지기 얼마 전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들었던 작가의 말에서 따왔다고 했다. 마우로 관장은 “아버지가 일찍 죽었던 경험 때문에 작품은 굉장히 종교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인데 실제 만난 작가는 굉장히 밝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였다.”면서 “작품 얘기를 하다가 ‘흑이 백을 만나 사진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그게 아마 작가의 모든 것을 드러내 주는 말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작품들이 어둡다고 하지만, 묘한 희열이 느껴지는 이유다. 전시작은 모두 220여점. 입장료 6000원. (02)418-131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비우티풀Biutiful>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뷰티풀Beautiful을 스페인식으로 받아 적은 것이다. 다른 유럽과는 달리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발달해 온 스페인 사람들의 직관성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역사를 관통하며 무엇이든 스페인식으로 소화해 버리는 그들의 당당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800년 이슬람이 남긴 것 Sevilla 세비야 Cordoba코르도바 Granada그라나다 유럽에서 몇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이다. 언젠가 긴 여행의 중반에서 스페인에 눌러 앉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 스페인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한달 반 정도였지만 마드리드 이남의 도시들은 가보지도 못했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대로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의 남쪽이었다. 세비야Sevilla, 코르도바Cordoba, 그라나다Granada.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800년 동안 가장 번성했던 도시들, 스페인 친구들도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했던 그 도시들이었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이 태양인지 파란 하늘인지 알 수 없었다. 세비야의 강에 뜬 유람선도 오후의 난반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의 유람선이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세비야는 내륙으로 무려 87km나 들어와 있는 과달키비르강江의 상류 도시다. 그래도 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강이 깊고 넓었기 때문에 도시는 중요한 무역항으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강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황금탑Torre del Oro도 13세기에 이슬람교도들이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시작한 기점도 이곳이었고, 콜럼부스가 머물면서 항해를 준비했던 곳도 세비야였다. 그렇게 중요한 도시를 이슬람에게서 되찾은 스페인은 그 세를 과시하고 싶었다. 1248년 모든 부와 권력을 집중해서 지은 세비야 대성당은 지금도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고딕양식의 성당으로는 가장 크다. 성당에 안치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의 무덤은 그 어떤 왕의 무덤보다 화려하다. 에스파냐의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관의 네 모서리를 메고 있는 모습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평생 아버지의 업적을 정리하고 연구했다는 아들 페르난도 콜럼부스의 무덤도 성당 안에 있다. 고딕양식,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헤아려가며 성당을 둘러보느라 지친 사람들은 오렌지 나무가 도열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모스크의 연못이 있던 곳이었다. 아직 여력이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슬람 사원의 탑을 개축한 히랄다 종탑Torre de la Giralda에 올라갔다. 땀 흘려 쟁취한 98m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은 그만큼 달콤했다. 세비야 대성당에 비하면 코르도바의 대성당Cordoba Mezquita은 모스크의 원형에 더 가깝다. 코르도바를 수도로 삼은 이슬람 제국은 6세기에 지어진 성 빈센트 바실리카를 허물고 그 자리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 ‘메스키다’를 세웠다. 4,000여 개의 기둥이 시야를 가리고 천장도 낮지만 사실은 세비야 대성당보다 면적이 넓다. 한번에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성당으로 용도가 바뀐 이후에도 큰 훼손 없이 사용되다가 카를로스 5세에 이르러 200개의 기둥을 뽑아내고 돔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정교한 아랍 문양에 푹 빠져 있다가 뒤로 돌아서면 화려한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펼쳐진다.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거점은 그라나다였다. 알바이신의 언덕 위에 거대한 아랍인 주거지역이 먼저 형성되었고 1238년에 왕과 귀족들의 거주지로 아람브라Alhambra궁전이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아람브라궁전은 아랍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되는데 이름만 듣고 우아한 하나의 건물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맛보게 된다. 평균 관람 시간만 무려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은 요새이자 수천명의 귀족들이 살았던 주거지였다. 아람브라는 사실 건축학적인 가치보다는 치수의 지혜, 높은 지대까지 물을 끌어 사용했던 아랍인들의 발달된 관개 기술이 돋보이는 장소다. 지금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궁전 곳곳의 분수와 샘, 연못은 이슬람세력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람브라를 찾는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나스리드 궁전Nasrid Palaces은 재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행을 따라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군주의 별장이자 정원인 헤네랄리페Generalife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꽃향기가 전달되는 높이까지 계산해서 디자인했다는 그 정원에서 아름다운 알바이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언젠가 스페인에 살게 된다면 바로 저 마을을 선택하게 될 것만 같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람브라 궁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관개기술의 발달이다. 고지대에 세워진 요새임에도 항상 물이 풍부했다 2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고 있던 코르도바의 거리 음악가 3 투우와 플라멩고로 유명한 세비야의 투우장 돈키호테로 살어리랏다 Toledo톨레도 Consuegra 꼰수에그라 성서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은? 답은 우기기 나름이다. <이솝우화>, <그림 형제 동화집>이 단골로 언급되고 <안네의 일기>나 <영웅문>도 유력한 후보인데다가 지인 중 한 명은 쥘 베른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오니 그 ‘정답’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년가 지은 <돈키호테Don Quijote>로 모아지고 있었다(원제는 <재기 발랄한 향사鄕士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 <성서>와 <돈키호테>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캐릭터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탐독하던 ‘키호테’라는 사람이 급기야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며 볼품없는 말 로시난데, 시종 산초 판자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그의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일.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렉>처럼 반전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유쾌한 풍자소설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사실 52장의 전편 중에서 초반에 불과하고 속편까지 출판됐다.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은 키호테의 ‘착각일지라도 행복했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부상을 입은 그는 귀국길에 해적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 근처의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1605년 소설 <돈키호테>를 발표했다. 작품이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인세 계약을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다. 후에 그는 74장 분량의 돈키호테 속편을 발표했으나 이듬해인 1616년에 기구한 생을 마쳤다. 그가 죽은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데 우연히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같은 날 사망했다. 소설 <돈키호테>의 주 무대는 지금의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이다. 도시를 이동하다 보니 우연히도 ‘루타 데 돈키호테’, 즉 ‘돈키호테의 길’이라는 테마여행코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푸른 기와를 이고 있는 하얀 회벽집들이 인상적인 작은 마을 푸에르토 라피세Puetro Lapice에는 돈키호테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던 여관 ‘벤타 델 키호테Venta del Quijote’가 있다. 벽에는 ‘돈키호테가 이곳에서 묵고 나서 투구와 갑옷 차림으로 만족스럽게 걸어 나왔다’라는 구절이 붙어 있었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동물의 내장을 넣은 달걀부침’를 시켜 먹었다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라만차 와인을 즐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바닥을 깊게 판 넓은 저장고와 대형 와인통을 발견할 수 있다. 더 이상 묵어 가는 손님은 없지만 돈키호테에 대한 팬심으로 기념품을 구입하는 손님들로 마을 전체의 생업은 세르반테스에게 단단히 빚을 지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해서 싸움을 벌였던 그 풍차들은 콘수에그라Consuegra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낡은 풍차일 뿐이지만 주변의 광활한 평원과 어우러져 스페인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풍경이다. 실제로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된 풍차는 다른 곳에 있다고 했지만 풍차의 모양은 거기서 거기인 반면, 풍경은 콘수에그라가 최고인지라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훼손된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한 이슬람의 콘수에그라 성은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더 멋진 그림을 기대해도 좋다. 돈키호테가 로시난데를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그 ‘카스티야라만차’주의 주도는 톨레도다. 우리로 말하면 경주쯤 될까, 8~15세기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다. 현대식 건물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아랍 군주의 거주지였던 알카사르를 정점으로 고깔 모양으로 층층이 퍼져 있고, 타호 강Rio Tajo이 그 주변을 휘감아 돌면서 천연의 요새를 만들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기 전 멈춰선 전망 포인트에서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에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고딕성당이라고 불리는 톨레도 대성당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문화를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에 톨레도는 ‘스페인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만큼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유적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성당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엘 그레코의 작품은 물론 고야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으며 화려한 제단 장식이나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성체현시대는 이미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페인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갱신되는 흥분이 모험에 나선 돈키호테의 마음이었을까. 끝없는 메세타이베리아 반도 중앙부의 대고원를 원 없이 달리고 싶은 충동이 더 깊어지기 전에 라만차를 떠나야 했다. 타호 강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 도시 톨레도 ▶travie info 벤타 델 키호테 세르반테스가 이용했던 여관으로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됐다. 소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했고, 직접 만드는 와인과 돈키호테 관련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2층은 객실이었지만 지금은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주소 EI Molino, 4 Puetro Lapice(Autovia de Andalucia) 문의 926-57-6110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바), 오후 1시∼오후 5시, 오후 8시∼밤 12시(레스토랑) 찾아가기 마드리드 남부 버스 정류장 Estacion de Autobus Sur 역(지하철 Mendez Alvaro 역)에서 Jaen 방면으로 가는 버스 이용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Puetro Lapice에서 하차. 버스 시간 문의 91-530-4800 1, 5 돈키호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관 ‘벤다 델 키호테’의 오래된 나무 대문과 와인저장고가 있는 바bar 2 푸에르토 라피세 마을에서는 다양한 돈키호테 기념품을 구입 할 수 있다 3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상 4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 모양의 대형 간판들을 종종 스쳐 지나간다 6 돈키호테가 괴물로 착각하고 결투를 벌였던 꼰수에그라의 풍차들 고야의 빛과 그림자 Madrid마드리드 Zaragoza 사라고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허락된 시간은 단 한 시간. 마치 단거리 경주에 나서듯 신발끈을 동여매고 속사포로 설명을 난사하는 가이드 수피아씨를 따라다녀야 했다. 그곳의 수많은 보물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림은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년의 <개The dog>였다. 고야의 다른 그림과는 다른 화풍으로 의혹을 사기도 했던 이 그림에는 모래 언덕 위로 목만 빼꼼이 내놓은 휑한 눈의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마치 노년의 고야 그 자신처럼 말이다. 최후의 고전주의 작가이자 최초의 현대작가로 불리우는 그의 예술적 전이는 프랑스 군인들이 스페인 민군을 총살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 <1808년 5월3일The Third of May 1808>에서 시작된다. 초상화를 잘 그려서 왕실 화가로 이름을 날린 고야는 이 작품을 계기로 민중 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하지만 노년에 고야의 삶은 암울했다. 마흔 중반에 청각을 상실했으며 노후에 마드리드 근처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고야가 자신의 집에 그린 벽화들은 마치 귀신을 본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의 검은 군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블랙 페인팅’이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그중에서도 <자기 아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새턴Saturn devouring his Child>은 끔찍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후기 작품 중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고야의 고향이 바로 사라고사다. 사라고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돌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태풍이라도 왔나 싶을 만큼 퍼붓던 비는 10분 후 거짓말처럼 개이더니 하늘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야의 삶처럼 빛과 어둠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그런 날씨였다. 사라고사에 있는 고야의 생가, 사라고사 뮤지엄, 이베르카 카몬 아즈나르 뮤지엄Ibercaja Camon Aznar Museum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바로크 스타일의 필라르 대성당Basilica del Pilar에 있는 레지나 마티럼Regina Martyrum돔의 천장화 역시 고야의 작품이다. 이 성당에는 기도를 이루어 준다는 옥으로 된 성모상이 있는데, 그 앞에서 깊은 슬픔에 잠긴 한 노부부를 만났다. 그 처연한 표정은 사연 모르는 이방인들까지 숙연하게 만들 만큼 날카로운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 감정이 지금 내 방에 걸려 있는 고야의 <개>를 볼 때마다 오버랩되곤 한다. 사라고사의 랜드마크이자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가톨릭 순례지 중 하나인 필라르 대성당. 고야가 그린 천장화를 볼 수 있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산 Montserrat 몬세라트 Barcelona 바르셀로나 누군가 볼 때마다 시루떡이 연상된다고 했던 몬세라트Tot Montserrat는 톱니바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바위산이다. 4,000만년 전에 융기된 해발 1,200m 산의 모습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바위투성이 산의 정상부에 베네딕트수도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곳이 유서깊은 기도장소였기 때문이다. 1,000년 전부터 시작된 순례의 행렬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검은 성모상 ‘라 모레네타’가 발견되면서 더욱 길어져서 지금까지도 끊어질 줄 모른다. 두어 시간 거리인 바르셀로나에 살았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Cornet, 1852~1926년도 틈만 나면 모세라트를 찾아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몬세라트에 와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아예 바르셀로나의 중심에 몬세라트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명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족대성당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다. 스페인 교회 건축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 시작되었다가 1년 반 후에 안토니 가우디의 손에 넘겨진다. 그후 43년 동안 가우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독창적인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쏟아 부었다.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 내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로 뻗어 올라간 듯한 모습의 기하학적인 기둥들이다. 직선이 아니라 자연물의 형상, 그 곡선만을 사용한 가우디 원칙들이 반영된 결과다. 라 페드레라La Pedrera, 구엘 공원Pavellons Guell 등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그 고집스러운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기업체의 도움 없이 오로지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세우기 원했기에 재정 문제는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고로 죽고 말았지만 성당은 아직도 그의 청사진에 따라 무려 130년 동안 여전히 ‘공사 중’이다. 전체 공정 중 절반 정도가 완성되었을 뿐이라지만 몇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내부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지난 2010년 7월에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모시고 축성식을 가졌다. 15년내에 완공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시의 계획이다. 1 가우디는 직선을 배제하고 자연물의 형상과 곡선만을 사용했다.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구엘 공원 2 몬세라트 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한데 모여 정점을 이룬다는 성당 안뜰 3 가우디는 몬세라트의 기괴한 모습에서 착안해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디자인했다 취재협조 에미레이트항공 www.emirates.com 페가수스 코리아 02-733-3441 ▶travie info 1 아람브라 안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2 스페인식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 몬세라트Tot Montserrat 몬세라트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산악도로의 전면 도로는 10km, 후면도로는 13km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이 경우가 많으므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 수도원에는 뮤지엄,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그리고 호텔까지 있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에스꼴라니아라는 소년합창단Cor de I’Escolania으로도 유명한데 미사 시간을 맞춰서 가면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034)93-877-77-77 www.montserratvisita.com Travel to Spain 항공편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경유해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로 여행할 수 있다. 인천-두바이 구간을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기종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최첨단, 초대형 기종. 인천-두바이 구간은 9시간 30분, 두바이-마드리드 구간은 8시간, 두바이-바르셀로나 구간은 7시간 가량 걸린다. 문의 02-2022-8400 www.emirates.com 두바이 시티투어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신청해서 두바이 시티 투어(42달러), 사막 투어(99달러) 등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와 스톱오버 안내책자를 다운받을 수 있다. 투어 문의 아라비안 어드벤처 +971-4-303 4888 aadops@emirates.com 스페인 일주상품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는 ‘스페인·포르투갈+바르셀로나 일주 10일’ 여행패키지 상품이 10월부터 10개 여행사 연합으로 시판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이 상품은 11월 말까지 239만원의 특가로 한진관광, 투어2000, 레드캡투어, 투어몰, 자유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온라인투어, 롯데관광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야디네스 알베르토Jardines alberto 그라나다의 유서 깊은 카르멘(정원과 채소밭이 있는 별장식 하우스)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야외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피오노노Pionono라는 그라나다의 전통 디저트도 별미다. 아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 헤네랄리페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3가지 코스에 와인이 곁들여 나오는 세트메뉴는 30~45유로. 주소 Paseo de la Sabika nº 1, 18009 Granada 문의 (0034) 958-221-661 www.jardinesalberto.es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Parador de Granada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 안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스페인 국영 호텔 중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라나다 수복 후 세워진 수도원 건물의 고풍스러운 멋과 특별한 위치 때문에 여행자들이 꿈꾸는 숙소지만 객실이 4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아람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주소 Real de la Alhambra, s/n, 18009 Granada, Spain 문의 (0034) 958-22-1440 www.parador.es 팔라시오스Palacios 5kg 정도의 크기으로 자란 새끼 돼지로 만드는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Cochinillo를 먹을 수 있는 곳.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팔라시오스는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싱글 요금은 30~45유로, 더블룸은 50~80유로 사이다. 주정강화와인인 셰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이용한 디저트인 플란Flan도 맛볼 수 있다. 주소 C/Navarro Ledesma, 4 45001 Toledo 문의 (0034) 925-28-0083 www.hostalpalacios.net 안달루 라 토레 데 오로Andalu la Torre de Oro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에 있는 투우 테마의 바Bar. 가게 안에는 스타 투우사들의 사진과 희생된 소의 머리 박제 그리고 스페인 생햄인 하몬이 같이 걸려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주소 Er 26 de la Plaza Mayor Calle del Arcode Triunfo, 28012 Madrid 영업시간 오전 10시∼새벽 2시 문의 (0034) 913-66-5016 La Torre del Oro 타블라오 엘 팔라시오 안달루스Tablao El Palacio Andaluz 세비야 최고의 플라멩고 디너쇼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공연은 하루 두 차례, 매일 저녁 7시와 7시30분에 시작되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와인이 곁들여진 코스 정찬이나 타파스를 선택할 수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일부 장면도 플라멩고로 선보인다. 문의 (0034) 954-534-720 www.elpalacioandaluz.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②이탈리아 파르마, 친퀘테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②이탈리아 파르마, 친퀘테레

    글·사진 최승표 기자 ●Italy Parma파르마 베르디와 토스카니니를 낳은 음악도시 프랑스에서 혹은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이동할 때, 여행객이 관문도시로 선택하는 곳은 십중팔구 북부의 밀라노다.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있다면 토리노 정도일 것이다. 허나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더 남쪽에 위치한 파르마Parma까지 내려왔다. 친퀘테레Cinque Terre로 가기 전 가까운 거점이 필요했고, 소문난 파르마의 미식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소담스런 분위기의 중심가에는 예술사에 있어서 기억될 만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파르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필로타 궁전Palazzo della Pilotta,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했다는 그의 두 번째 아내인 마리 루이즈Marie Louise를 기리기 위한 글라우코 롬바르디Glauco Lombardi 박물관, 그 맞은편에는 음악을 지독히 사랑한 루이즈가 건립한 왕립극장이 한데 몰려 있다. 그녀는 가난한 음악도들을 위해 학교도 세웠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작곡가 베르디, 지휘자 토스카니니 등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들이 파르마에 많은 것도 그녀 덕분일 것이다. 파르마를 예술도시라 이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파르마 돔성당에서 찾을 수 있었다.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최초 건립된 성당의 외관은 바로크,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건축양식들이 포개진 모습이었다. 성당 내부는 단촐한 외관과는 상반되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프레스코 벽화 중에는 성경의 내용과 무관한 그림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당시 화가들이 자신을 후원하던 재력가들의 얼굴을 곳곳에 새겨 준 것이다. 파르마 미술의 혁명가라 불리는 안토니오 코레지오Antonio Correggio가 돔 천장에 그린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 그림은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보다 뛰어난 묘사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성당 한켠에 자리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묘사한 조각품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시기, 그러니까 두 개의 예술양식이 혼재된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숨을 거둔 예수, 십자가 곁에서 예수를 지키는 천사, 예수의 옷을 받아든 로마 군인, 심지어 스승을 잃은 제자들까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심각한 국면을 묘사한 것 치고는 너무 우스꽝스러운 묘사라고 느껴졌다. 이는 1178년, 당시 성도들과 이교도의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며 세련미를 극대화한 고딕 회화의 특징적 묘사라고 한다. 파르마의 중심가, 필로타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이들의 모습 햄과 치즈, 파르마의 자존심이자 신앙 인구 17만명의 소도시 파르마는 낙농업, 식품제조업이 발달한 도시다. 특히 파르마산 치즈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와 햄 ‘프로슈토Prosciutto’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파르마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평야지대와 목초지가 나타나는데 바로 이 비옥한 땅이 치즈와 햄 맛의 비결이라 한다. 밀라노의 고르곤졸라, 나폴리의 모짜렐라, 시칠리아의 리코타 등 이탈리아 지역별로 명성 있는 치즈는 가공 방식뿐 아니라 그 지역의 토질과 물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고 한다. 최근 파르마산 치즈로 둔갑한 ‘아르헨티나산 치즈’가 많은데 파르마 사람들만은 ‘짝퉁의 맛’을 정확히 변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파르마 사람들의 치즈에 대한 애착은 깊고도 유별나다. 파르마에서는 프로슈토 햄 생산을 위해 돼지에게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장’과 밤을 먹인다고 한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뒷다리 부위를 소금에 절여져 9개월부터 최대 24개월간의 숙성기간을 거쳐 햄으로 만들어낸다. 치즈를 먹은 돼지의 살이어서일까? 파르마산 치즈와 햄에서는 닮은 향기와 맛이 난다. 파르마에서의 저녁 식탁에서는 치즈와 햄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은 레스토랑. 애피타이저는 송로버섯Truffle이 곁들여진 으깬감자 수프, 메인 요리로는 볼로니즈 파스타를 주문해 치즈를 듬뿍 얹어 먹었다. 파스타도 좋았지만 내가 가진 어휘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의 송로버섯은 흡사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내 미각과 신경을 몽롱한 상태에서 오래도록 놓아 주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필로타 궁전Palazzo della Pilotta 16세기 파르마 지역을 통치하던 파르네제가家에서 만든 건물로 나폴레옹 전쟁, 2차 대전을 거치며 파괴되었다가 복원돼 지금은 공연장, 고고학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 파르마 전통 치즈로 6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숙성시킨 것으로 다소 딱딱한 촉감에 누린내가 강하지 않고 고소한 뒷맛을 낸다. 와인과 함께 즐기거나 파스타나 샐러드에 가루로 뿌려 먹는다. ●Italy Cinque Terre친퀘테레 보물이 되어 버린 오색빛깔 바다마을 프랑스의 론알프스와 이탈리아의 파르마까지 주로 소도시를 다니며, 감춰진 진주같은 풍경들을 보았고, 세계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까지 맛보았으니 유럽 여행에 대한 욕구는 웬만큼 해소된 상태였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이탈리아 여행지 친퀘테레Cinque Terre로 향하는 길, 여행의 피로가 쌓여 가면서 부푼 기대감도 사그라든 상태였다. 이런 심드렁한 태도는 리구리아해에서 불어온 바람을 맞은 순간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5개의 마을’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 리구리아주에 속해 있다. 성수기에는 숙소 잡기가 어려운 탓에 밀라노, 피렌체, 파르마, 피사 등의 주변 도시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많이 찾는다. 파르마에서 기차로 약 2시간. 친퀘테레로 가기 위한 관문도시인 라스페치아La Spezia에 닿았다. 친퀘테레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오마조레Riomaggiore부터 북쪽의 몬테로소Monterosso까지,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소담스러운 마을의 풍경과 리구리아 해변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 좋다. 하루 만에 13.5km의 해안길을 걷기란 다소 버거운 일. 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2~3개의 마을을 구경하고 해안선을 따라 보트크루즈를 타기로 결정했다. 처음 도착한 마을 마나롤라Manarola의 풍경은 제주도와 흡사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쪽빛바다도 그렇지만 마을 안쪽, 그러니까 낮은 돌담벽이 엉성하게 줄지어 있고 농부들이 밭을 갈며 일상을 사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마을을 연상시켰다. 유네스코는 친퀘테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각별히 보존에 힘쓰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계단식 다랑이논 같은 포도농장을 개척하고, 올리브나무를 길러낸 주민들의 일상을 침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곳의 화이트 와인 맛은 이탈리아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가파른 산비탈에서 농부들이 허리를 로프로 묶고 한 송이 한 송이 따낸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라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친퀘테레 하이킹 코스 중 가장 유명하다는 ‘사랑의 길Via dell’ Amore’로 향했다.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 두 마을을 잇는 1km 남짓한 해안절벽길은 여느 로맨틱한 관광지가 그런 것처럼 사랑을 다짐하는 연인들이 채워 놓은 자물쇠와 이름을 새겨 놓은 흔적들로 도배돼 있었다.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으로<여인의 향기> OST를 연주하자 주위의 연인들은 프렌치키스를 나누며 행복에 겨워했다. 리오마조레에서 몬테로소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역에 내리자마자 맞닥뜨린 몬테로소의 풍경은 다른 4개 마을과는 전혀 달랐다. 백사장 해변에는 원색의 파라솔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마을 안쪽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해변 휴양지였다. 한 레스토랑에 들러 파스타와 해산물 요리로 허기를 달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파스타를 먹어 왔지만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한 맛이었다.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로 우려낸 파스타 소스가 개운한 맛을 낸 덕이었다. 몬테로소에서 라스페치아로 가기 위해 보트에 몸을 실었다. 보트는 5개 마을 항구에 차례로 정박하며 관광객을 싣고 내렸다. 두 개의 마을, 베르나차Vernazza와 코르니글리아Corniglia는 항구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먼발치서 바라본 두 마을은 나머지 3개 마을에 비해 규모가 작아 보였을 뿐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였다. 허나 나중에야 알았다. 친퀘테레 마을 중에서도 관광객이 덜 북적이면서 호젓하게 휴식을 즐기기에는 베르나차와 코르니글리아가 좋다는 사실을. 보트는 친퀘테레를 지나 라스페치아로 가기 전, 마지막 항구인 포르토베네레Porto Venere에 잠시 정박했다. 해가 수평선 근처로 내려오면서 더 따뜻해진 볕을 쬐며 바닷가로 걸어갔다.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한탄하며 잠시라도 이방인의 때깔을 벗고 싶어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지중해와 짧은 해후를 뒤로하고 결별할 생각에 밀물 같은 아쉬움이 살포시 밀려와 발목을 적셨다. 1 ‘사랑의 길’에서 흔적을 남기는 연인 2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항구 풍경 3 바닷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 4 마나롤라Manarola 마을, 한 카페에서 작렬하는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 취재협조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시크아울렛 www.chicoutletshopping.com/ko ▶travie info 친퀘테레 카드 친퀘테레에서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을 이용하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한 마을 내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친퀘테레 카드로는 하이킹코스 외에도 마을 내 대중교통, 지역 박물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성인 기준, 1일권은 주중 5유로, 주말은 12유로이며, 날짜와 연령대, 단체 규모에 따라 요금이 다양하다. 마을을 연결하는 친퀘테레 기차카드도 있다. 성인 기준 1일권은 10유로. 카드는 각 마을의 관광안내센터나 기차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cinqueterre.com ▶Travel to France & Italy 유럽 기차여행, 실속 있게 준비하는 법 이번 여행은 이동의 90%를 기차에 의존했다. 유럽 첫 기착지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해 친퀘테레를 여행하고 밀라노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다양한 기차를 이용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였다. 유럽을 자유여행으로 가는 이들이 늘면서 실속 있게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정보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방문 국가와 도시, 체제 일수를 확정했다면 가장 적합한 철도 상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이용한 철도 상품과 주요 열차의 간략한 정보를 정리해 봤다. 유럽 철도 예약은 대부분의 국내 여행사에서 다루고 있으며, 레일유럽 웹사이트(www.raileurope.co.kr)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프랑스패스 프랑스를 3일 이상 여행한다면 프랑스패스를 구매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프랑스패스 소지자는 파리와 런던을 연결하는 유로스타Eurostar, 암스테르담, 브뤼셀 등과 연결되는 탈리스Thalys 등의 초고속 열차와 야간열차 등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지방 관광열차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파리 세느강 크루즈, 국립 박물관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패스 소지자라 할지라도 TGV, 탈리스 등은 반드시 추가요금을 내고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이는 여러 나라를 한번에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패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유레일 셀렉트패스 인접한 3~5개국 이상을 선택적으로 여행한다면 유레일 셀렉트패스Select Pass가 적합하다. 물론 2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리저널패스Regional Pass도 있지만 모든 나라들이 조합돼 있는 것은 아니기에 셀렉트패스가 편리할 수도 있다. 가령 유레일 2개국 패스 중에는 스위스-이탈리아패스가 없기에 셀렉트패스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한편 2013년부터 프랑스가 셀렉트패스에서 제외되고, 터키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여정에 이용한 기차들 ·탈리스Thalys 브뤼셀에서 파리까지 1시간 25분 만에 연결하며, 하루에 30편으로 운행 간격이 촘촘하다. 1등석을 이용할 경우, 와인을 포함한 음료와 디저트류를 무료로 제공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쾰른 등의 도시로도 연결된다. 각종 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TGV 국내선 프랑스 초고속 열차인 TGV는 독일 방향으로 가는 동부선과 스위스쪽으로 가는 TGV리리아, 국내선 등으로 이뤄져 있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며, 2층에는 음료와 디저트를 구매할 수 있는 라운지 바가 있다. 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TER 한국의 새마을열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안시에서 샤모니로 이동하면서 이용한 기차는 관광열차가 아님에도 천장 일부가 유리로 돼 있어 이동 중 알프스 산맥을 관람하기 좋았다. 패스 소지자는 좌석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Trenitalia 친퀘테레 여행을 마치고 라스페치아La Spezia에서 밀라노Milan로 돌아가는 길에 이용했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 1 브뤼셀과 파리를 연결하는 탈리스 열차. 1등석 탑승객에게는 음료와 다과가 제공된다 2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 커다란 유리창 너머 알프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SHOPPING OUTLET 유럽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쇼핑 시크아울렛 유럽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쇼핑이다. 이번 여행에는 유럽 내 9개 도시에 아울렛을 운영 중인 시크아울렛Chic Outlet 중 벨기에 브뤼셀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스메켈렌 빌리지Maasmechelen Village와 이탈리아 밀라노, 파르마에서 가까운 피덴자 빌리지Fidenza Village를 방문했다. 아울렛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최대 70%까지 저렴하다. 9곳의 빌리지(시크아울렛은 ‘아울렛’보다는 ‘빌리지’라는 표현을 좋아한다)는 면세 혜택을 제공하며(총 구매 금액의 약 10%를 출국시 공항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도심부에서 아울렛까지 리무진버스인 쇼핑익스프레스를 운영한다. 국내 주요 여행사를 통하면 쇼핑익스프레스 할인권, 1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VIP 쿠폰 등을 얻을 수도 있다. 각 빌리지는 지역색을 반영한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방문객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제공한다. 어린이 놀이방은 모든 빌리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빌리지도 있어 쇼핑뿐 아니라 유럽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체험할 수 있다. 마스메켈렌 빌리지에서는 벨기에의 고급 초콜릿은 물론 지역 특산물인 다이아몬드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고, 피덴자에서는 파르마의 수준 높은 요리와 함께 디저트로 젤라또까지 즐길 수 있었다. 유럽 아울렛까지 갔는데 명품 백이나 수트 한 벌쯤 사지 않았냐고? 독자들께 죄송하지만 본 기자는 명품 취향이(단지 취향의 문제일까?) 아닌 탓에 생생한 쇼핑 리스트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단,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국내 소비자가의 3분의 2 수준에 득템한 것은 두고두고 자랑하고 있다. www.chicoutletshopping.com/ko 1 이탈리아 밀라노와 파르마, 볼로냐 등에서 가까운 피덴자 빌리지.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2 시크아울렛의 각 빌리지에서는 수준 높은 지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밖의 시크아울렛 빌리지 런던 비스터 빌리지 영국 런던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옥스포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시크아울렛 쇼핑의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빌리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막스마라, 던힐, 페라가모 등 약 100여 개의 명품 부티크 숍들이 있다. 더블린 킬데어 빌리지 가장 최근에 들어선 빌리지로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있고 고급스런 패션 및 가정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의 중심지로 급성장했다. 더블린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 파리 라 발레 빌리지 프랑스 패션계의 중심지인 파리와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35분 거리이며, 파리 디즈니랜드 리조트 옆에 위치해 있다. 약 90여 개의 명품 브랜드 부티크들이 입점해 있다. 바르셀로나 라 로카 빌리지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코스타 브라바Coasta Brava 해변 도로에 위치해 있으며, 스페인의 파루트스Farutx와 로에베Loewe 등의 제품을 한국의 절반가에 구입할 수 있다. 마드리드 라스 로사스 빌리지 마드리드 중심에서 외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미로Antonio Miro, 안드레 사르다Andre´s Sarda, 로에베Loewe 등의 브랜드가 유명하다. 프랑크푸르트 베르트하임 빌리지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약 1시간 거리, 로맨틱가도Romantic Road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그너Bogner, 발리Bally, 라코스테Lacoste 등의 실용적인 패션 브랜드 제품들이 많다. 뮌헨 잉골슈타트 빌리지 독일 바이에른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뮌헨에서 5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저먼 스트렌세German Strenesse, 아이그너Aigner, 엠씨엠MCM 등 1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하모니즘의 거목 김흥수 화백의 부인 장수현 관장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난 사부곡

    하모니즘의 거목 김흥수 화백의 부인 장수현 관장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난 사부곡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남편과 그의 그림을 지켜 주려 했던 부인. 자기 그림을 헐값에 팔아서라도 아내를 살리고 싶었던 노화백.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나 버린 그들의 사랑이 감동을 주고 있다. 화단의 거목 김흥수(93) 화백과 지난 13일 50세로 숨을 거둔 아내 장수현씨의 이야기다. 구순을 넘긴 김 화백은 죽어 가는 아내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작품을 처분하려 했지만 장씨는 “남편의 작품을 그렇게 팔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 부부는 이별의 순간까지 사랑과 존경을 지켰다. 20일 미술계 등에 따르면 김 화백은 최근 측근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 여러 점을 미술시장에 팔려고 했다. 김 화백의 한 제자는 “한 달 전쯤 선생님께서 생활비가 부족해 그림을 팔고 싶은데 살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전했다. 아내 장씨의 병세가 악화되자 병원비 등에 보태려고 작품 판매에 나선 것이다. 장씨는 3년째 난소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김 화백은 2002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김흥수미술관을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써 경제 형편이 좋지 못했다. 장씨는 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었다. 오랜만에 거장의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에 시장은 들썩였다. 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못했다. 김 화백의 측근은 “미술시장이 불경기로 얼어붙은 탓에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면서 “김 화백은 호(號)당 500만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시세는 200만~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했다. 제자와 지인들은 조심스레 “미술계 상황이 안 좋으니 가격을 조금 낮춰 보자.”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병석에 있던 아내는 반대했다. 돈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남편의 그림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한 지인은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워낙 깊은 분이라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림이 헐값에 거래되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년 결혼 생활 동안 노화백을 마음으로 섬겼던 장씨. 한 미술평론가는 “장씨는 남편의 흐트러진 모습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걸 극도로 꺼렸다.”면서 “아무리 친한 손님이 와도 김 화백에게 정장과 스카프, 목걸이, 모자 등을 챙겨 드린 후에 문을 열어 줄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화백이 고령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헌신적 내조 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화백 부부는 1992년 결혼 때 숱한 화제를 뿌렸다. 43세 연상인 거장과 제자의 결혼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을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너무나도 존경하는 부러운 부부”라고 입을 모은다. 미술관 운영 등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던 장씨가 세상을 떠 김 화백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멈춰 선 상태다. 미술관은 휴관 중이다. 김 화백을 돌보는 가족은 “김 화백이 워낙 고령이어서 거동이 불편하긴 하지만 여전히 건강하신 편”이라면서 “장씨가 살아서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이병철회장 25주기 추모식 ‘반쪽행사’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결국 ‘반쪽 행사’로 마무리됐다. 추모식을 앞두고 묘소 정문 및 한옥 사용 문제를 놓고 삼성과 신경전을 벌였던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결국 묘소를 찾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19일 오전 경기 용인에 있는 호암 묘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와 주요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선대회장 추모식을 열었다.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함께했으며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부사장 이상 임원진 100여명도 참석했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당초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과 함께 오후 2시쯤 호암 묘소를 찾아 추모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취소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호암 묘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이 정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이 회장이 올해 추모행사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병철 회장의 맏손자인 그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호암 별세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삼성 측의 정문 사용 불허에도 불구하고 묘소를 찾겠다고 했지만 실무진이 만류해 뜻을 굽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암 추모식은 그간 범삼성가의 가족 행사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삼성 측에서 그룹별 행사로 형식을 바꿨다. 행사 주최 측인 호암재단은 이 과정에서 CJ그룹에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사용한 한옥과 한옥 출입문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 CJ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잡음이 일었다. 삼성이 막아 이재현 회장이 추모식에 불참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 삼성그룹은 불편한 기색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추모식을 못 하게 하지도, 길을 막지도 않았다.”며 “추모식과 한옥 사용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데 한옥을 사용하지 못한다며 추모식에 불참한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이재현 회장은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이병철 회장의 제사를 지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한솔그룹은 오후 이인희 고문과 조동길 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20여명이 묘소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모식에 불참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내 아들, 아이폰보다 갤럭시 호평” 한국실 고급스러워… 관람객 매료

    “내 아들, 아이폰보다 갤럭시 호평” 한국실 고급스러워… 관람객 매료

    “내 아들도 아이폰보다 삼성 갤럭시의 디자인이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미적 감각은 정말 놀랍다.” 세계 4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의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 제인 포털 아시아·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 미술부장은 16일(현지시간) 한국실 재개관 행사를 앞두고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20년간 중국 및 한국 미술품을 다룬 베테랑 큐레이터로서 4년 전 자리를 옮긴 영국 국적의 그녀는 “이 곳의 한국 소장품 수준은 대영박물관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1982년 처음 설치된 한국실은 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이 지원한 70만 달러(약 7억 7000만원)로 내부를 말끔히 단장해 이날 관람객에게 다시 선보였다. 112㎡의 한국실은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으며 많은 관람객이 몰려 한국의 미에 흠뻑 매료된 모습이었다. 청동기시대 돌칼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불화, 그리고 최근 강익종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200여점의 한국 유물과 미술품이 탐스럽게 전시돼 있었다.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유물과 작품은 1000여점으로 미국 내 최다를 자랑한다. 소장품 중 상감청자 기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자죽조문상감매병이나 불경을 보관하는 자개 경전합, 백자 달항아리, 고려 시대 금속 공예품인 은제 주전자와 받침 등은 국보급이다. 특히 며칠 전 배우 송혜교씨가 기증해 화제가 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비디오 홍보 박스에 관람객들은 큰 호기심을 나타냈다. →한국실을 재개관한 이유는. -설치한 지 30년이 지나 개보수할 때가 됐다. 크기는 전과 같지만 디자인이 개선됐고, 새로워졌다. →한국 컬렉션의 규모를 중국이나 일본 것과 비교하면. -한국 미술품은 1000점 정도다. 중국은 7000점이고, 일본은 판화만 5만점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일본 유물과 미술품이 많은 것은 19세기 보스턴 사람들이 일본에서 불자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일본의 유물을 많이 들여왔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불화도 유입됐다. →한·중·일 작품의 차이는. -어려운 질문이다. 서양에서 보기에는 세 나라의 묵화나 도자기, 불상 등이 유사해 보인다. 서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데 한국이 가교 역할을 했다. 일본이 한국의 영향을 받은 점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작품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청자는 중국이 먼저이지만 ‘상감’ 기법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고, 한국만 독특하다. 일본이나 중국은 백자를 화려하게 만든 반면 한국은 아무 무늬도 없는 순백의 달항아리를 만들었다. 결벽적 정통성을 강조한 유교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 회화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현대미술 수준은 매우 놀랍다. 디지털 작품 등에서도 앞서 있다. 내 아들(27)도 삼성 갤럭시의 디자인이 아이폰보다 뛰어나다면서 갤럭시를 사용할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장품은. -고려 은제 주전자와 받침이다. 1935년 일본 수집상에게서 산 것인데 세계적으로 희귀한 작품이다. 고려 나전칠기 2점도 매우 귀한 물건이다. →비디오 홍보 박스를 기증한 송혜교씨를 알고 있었나. -몰랐다. 그녀는 보스턴미술관에 기부한 첫 한국인이다.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글 사진 보스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부고] 김흥수 화백 ‘43세 연하’ 부인 장수현 관장 별세

    구상과 추상을 한 화면에 결합한 ‘하모니즘’ 회화로 유명한 원로 화가 김흥수(93) 화백의 부인 장수현 김흥수미술관장이 지난 13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은 몇 년 전 난소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해 왔다. 50세. 고인은 1980년대 김 화백의 문하생으로 그림을 배우다 1992년 43세 연상의 김 화백과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결혼 후에는 김 화백과 2002년 평창동에 김흥수미술관을 개관하고 함께 꿈나무 영재 미술교실을 운영하는 등 김 화백이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내조했다. 고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차례에 걸친 척추수술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김 화백의 곁에서 휠체어를 끌며 그를 돌봤다. 김 화백은 부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화백과 고인 사이에 자녀는 없다.
  • 꽃미남 황손 어찌 그리 슬픈 얼굴이오? 빼앗긴 나라 강제뿐인 삶 서글퍼 그런다오!

    꽃미남 황손 어찌 그리 슬픈 얼굴이오? 빼앗긴 나라 강제뿐인 삶 서글퍼 그런다오!

    워낙 충격이 커서일까. 구한말, 그러니까 흥선대원군, 고종, 명성황후 등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다. 제 특권 지키기에만 열중하다 결국 나라를 들어먹었다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알고 보면 그래도 뭔가 노력을 하려 들었으나 이미 성패가 결정된 일에 휘말리면서 희생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역사학적 논란과는 별개로 대중적 정서는 아무래도 후자 쪽인 듯싶다. 그래서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는 대중매체 쪽에서는 명성황후를 이상화하는 데 이어 고종을 개명군주로 조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떨까. 황족으로 태어났으나 태어났을 때는 이미 나라가 일본으로 넘어간 뒤다. 내선일체에 따라 일본 육사에 진학했지만 한국말을 거침없이 썼고 일본 왕실과의 결혼을 강요당하지만 끝끝내 거부해 그나마 친일파의 딸과 결혼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 당시 황족치고 일본인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했다. 그 뒤 중국으로 발령 나지만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으로 망명하려다 발각된 적이 있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자 일본으로 다시 발령받는다. 일본 근무를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일본으로 가는데 그곳이 히로시마다. 첫 출근 날, 원폭 투하로 사망했다.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 이강의 아들 이우(1912~1945) 얘기다. 비운의 왕자인 셈인데 사진으로 본 이우는 둥글둥글하기보다는 늘씬하니 꽃미남에 가깝다. 복장도 꽤 멋스럽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한미사진미술관은 내년 1월 13일까지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1880~1989’전을 연다. 고종 황제와 그의 후손들에 대한 각종 자료 사진을 국내 기관뿐 아니라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보스턴미술관 등 국외 기관에서까지 대여해 와 꾸민 전시다. 원본 사진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대의 풍경을 보는 데 꼭 참고할 만한 전시다. 고종은 근대 문명에 비교적 많은 호기심을 드러낸 황제답게 사진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시찰단인 보빙사 일행의 자문 역이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1855~1916)이 1884년 처음 고종을 촬영한 뒤 고종 본인은 물론 왕족들도 많은 사진을 찍게 됐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사진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묘하게 명성황후 사진만은 찾기 어렵다. 그간 명성황후 사진을 발견했다는 소동은 몇 차례 벌어졌지만 모두 가짜로 판명났다. 이는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가 살해 대상에 올랐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차례 살해 대상으로 오른 뒤부터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얼굴을 노출하는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에다 ‘시아버지에게 맞선 며느리’라는 세간의 관심 때문에 명성황후 사진 찾기가 과열된 측면도 있다. 흥미로운 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앨리스 루스벨트가 집에다 순종의 사진을 걸어둔 장면을 찍은 1966년 사진도 있다. 앨리스 루스벨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이다. 1905년 일본, 필리핀 등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미국 아시아순회사절단의 일원이었다. 앨리스는 극진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미국의 공주님이라는 세속적 관심도 있었지만 미국의 도움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고종이 앨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준 것이 순종의 사진이다. 그런데 당시 아시아순회사절단장은 미국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하는 대신 일본이 한국을 차지한다는 밀약,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일본에서 성사시킨 직후였다.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사진이 모두 200여점에 이른다. 4000원. (02)2188-607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넘치는 기획전 골라보는 재미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기획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볼만한 전시 몇 가지를 꼽았다. ① 킨텍스 첫 미술전 ‘형형색색’ 경기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는 12월 31일까지 ‘CAYAF 2012’(Contemporary Art & Young Artists Festival·이하 카야프)가 열린다. 현대 미술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지만 이 전시가 눈에 띄는 것은 킨텍스 개관 이래 처음 여는 미술 전시여서다. 경기 지역에 거주하거나 작업실을 둔 30~40대 작가 108명이 500여 점을 내놨다. 전시 주제도 ‘형형색색-오늘을 읽다’다. 공성훈, 김석, 김용관, 성태진, 임안나, 정국택, 전수경, 주도양, 한지식 작가 등이 눈에 띈다. 전시 총괄 기획을 맡은 전승보 감독은 “경기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컨벤션센터를 이용한 지역 예술의 활성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성인 6000원, 초중고생 4000원. ② 사진 찢어 붙여 색칠한 ‘시간의 풍경들’ 사진전도 볼만하다. 오는 25일까지 경기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시간의 풍경들’에는 이정, 강홍구, 권오상, 정연두 등 2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사진은 현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스트레이트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찢어 붙이거나 색을 칠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아예 큰 조각상을 만들기도 했다. 성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③ 우리 동네 골목길 찰칵 ‘서울사진축제’ 12월 30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등 전시장 23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2012 서울사진축제’는 스트레이트 사진 위주다. 도시의 역사뿐 아니라 개인, 마을, 지역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진들을 선보인다. 특히 일반인이 소장한 사진까지 수집해 전시하고 자신의 역사를 사진으로 재구성하도록 해놓은 특별전을 마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 총괄 기획을 맡은 이경민 감독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렸다. 이 자료들은 그냥 전시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아카이브로 구축해 연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④ 반 고흐, 혹은 바티칸박물관 엿볼 기회 고전 작품이 궁금하다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가볼 만하다. 내년 3월 24일까지 열리는 ‘반 고흐’전이 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한 데 이어 12월 8일부터는 한가람미술관에서 ‘바티칸박물관’전이 시작된다. 르네상스 시기 소장품으로, 한국에 오는 것은 처음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특별 복제품이 눈길을 끈다. 내년 3월 31일까지. 6000~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도플갱어?…16세기 초상화 속 인물과 똑같은 남자

    도플갱어?…16세기 초상화 속 인물과 똑같은 남자

    박물관에 전시중인 16세기 초상화가 자신의 모습과 똑같다면?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데이트 중이던 템플대학교 대학생 맥스 갈루포(20)는 한 초상화를 보고는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초상화의 모습이 마치 ‘도플갱어’ 처럼 자신과 똑같았던 것. 이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그려진 한 귀족의 초상화(Portrait of a Nobleman with Dueling Gauntlet). 필라델피아 출신의 유명 변호사이자 고미술품 수집가인 존 G. 존슨의 컬렉션을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1562년 에밀리아에서 그려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정보가 없었다. 여자친구인 니키 커티스는 “막 이 그림 옆을 지나가는데 마치 남자친구가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면서 “맥스에게 너랑 똑같이 닮았다고 알려줬다.”며 놀라워 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정보가 거의 없는 이 그림의 주인공이 맥스의 조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맥스는 인터뷰에서 “우리 집안의 부계 혈통이 과거 이탈리아 플로랑스 출신”이라면서 “플로랑스는 이 그림이 그려진 에밀리아와 16km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사실을 여자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자 네티즌들은 ‘도플갱어’ ‘시간 여행자’ 등의 댓글을 달며 큰 호응을 보냈다.   인터넷뉴스팀
  • 삼성-CJ, 이병철회장 추모식 ‘신경전’

    유산 상속 관련 소송으로 감정이 상한 삼성과 CJ가 이번엔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그룹은 14일 “삼성그룹으로부터 19일 이병철 선대 회장 25주기 추모식 당일에 선영 정문으로 출입하지 말고, 제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선영 내 한옥도 사용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CJ는 지난 6일 행사 주관자인 삼성 호암재단으로부터 추모식과 관련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가족 행사는 없다는 것과 오전 10시 30분~오후 1시 삼성그룹 참배 이후 다른 그룹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지만 정문으로는 출입할 수 없고 이 회장 생전 가옥인 선영 내 한옥은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CJ는 “선대 회장 추모식은 지난 24년간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참배하고 선영 내 한옥에 모여 별도로 식사를 함께했다.”며 “뒷문으로 왔다 가라는 삼성의 통보는 사실상 다른 형제와 그 자손들의 정상적인 선영 참배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간 추모식에선 이건희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이 함께 참배하고 맏며느리인 CJ 손복남 고문이 한옥에서 제수를 준비해 왔다고 CJ 측은 주장했다. CJ 측은 “예년처럼 정문과 한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암재단을 통해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와 한솔 등도 동일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해 추모식은 그룹별로 참가 인원이 많아 따로 진행하기로 하고 호암재단이 각 그룹에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법정 싸움으로 인한 삼성 측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그룹도 보도자료를 내고 “선영에 정문은 없으며 오히려 선영에서 가까운 호암미술관 쪽 진입로를 안내해 준 것”이라며 “삼성 사장단도 매년 이 진입로로 출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한옥 사용과 관련해선 “한옥은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주거 시설로, 제수를 준비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제수와 제기는 삼성이 준비한다고 사전에 알려줬기 때문에 한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송혜교, 美보스턴 미술관 한국실 홍보 후원

    송혜교, 美보스턴 미술관 한국실 홍보 후원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영화배우 송혜교씨가 15일(현지시간) 재개관하는 미국 보스턴미술관 한국실에 전통 도자기의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비디오 홍보 박스를 설치했다. 서 교수 등은 이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에도 국보급 보물인 경전함을 비롯해 상감청자 기술의 정수를 보여 주는 청자죽조문상감매병 등 4점이 처음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했다. 비디오 박스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은 송씨가 전액 후원했다. 송씨 측은 12일 “중국과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의 한류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송혜교씨가 해외활동을 많이 하면서 한국 문화의 소중함을 알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후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100만명이 방문하는 보스턴미술관은 미국 미술관 중에서 아시아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 미술품의 소장 규모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두 배나 된다. 서 교수와 송씨는 올해 1월부터 뉴욕현대미술관에 새로운 한국어 안내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와 충칭 임시정부청사, 윤봉길기념관 등에도 한국어 서비스를 후원하고 있다. 뉴욕 연합뉴스
  • 64만명 찾은 광주비엔날레 대단원

    ‘라운드테이블’을 주제로 지난 9월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66일간 대장정을 마치고 11일 폐막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본전시 46만명과 시민참여프로그램인 ‘나도 비엔날레 작가, 마실’ 18만명 등 모두 64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비엔날레 관람객 44만 8000여명보다 2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전시관을 벗어나 전통시장, 극장, 사찰, 시립미술관 등 시내 전역으로 축제의 장을 넓히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1인 감독 체제를 버리고 아시아 지역 출신 6명의 공동감독제라는 실험을 진행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공동감독제를 토대로 40개국 92명이 참여해 전시한 300여 작품들은 정치적, 경제적, 국가적, 그리고 다른 문화적 현상이 가져오는 변화와 징조들을 설치·영상·회화·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세계 시각문화 현장을 폭넓게 통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비엔날레는 시민 참여와 소통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과 신작 비중을 크게 높였다. 참여작가 92명(팀) 중 51명(팀)의 작가가 신작제작에 참여했고, 이 중 15명(팀)의 레지던시 작가들이 과정 중심의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작품제작에부터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큰 관심을 모았다. 폐막식은 재단 이사장인 강운태 광주시장, 김선정 공동예술감독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오리고 붙이고… 풍경을 만들다

    오리고 붙이고… 풍경을 만들다

    주변에 그럴듯한 건물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웬 빈 폐가가 있다. 비라도 조금 쏟아지면 금방 허물어질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사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진이 아니다. 몇 장을 교묘하게 잇대어 만들어 뒀다. 이런 풍경이 있을까 없을까 생각해볼 무렵, 제목에 눈길이 가 닿으면 피식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린벨트 - 세한도’라고 해놔서다. 추사 김정희의 그 세한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닮아 있기도 하다. 내년 2월 3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기획전 ‘(불)가능한 풍경’은 이런 작품들을 모아 뒀다. 강홍구 외에도 이불·이세현·공성훈·문범 등 중견작가에서 젊은 작가들까지 14명의 작가가 30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진, 회화, 설치, 영상 등 작품도 다양하다. 전시를 기획한 안소연 부관장은 “현대 작가들에게 풍경은 진부한 이발소 그림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지만, 거꾸로 사실적인 재현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선별되고 편집된 거짓이기도 하다는 역설에 도달하기도 한다.”면서 “이 역설을 다루는 것이 이번 작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수능 수험생은 11월 한달 무료. 1577-759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먹, 그 빛깔의 태생은 같은데 하나는 태평양 건너온 듯 하나는 시간을 되돌린 듯

    먹, 그 빛깔의 태생은 같은데 하나는 태평양 건너온 듯 하나는 시간을 되돌린 듯

    최첨단 철학에서 가져오는 개념작업, 거의 독립영화 수준으로 작업하는 영상작업, 건설공사장 수준의 거대 설치작업, 이런 것들 사이에서 묻혀 버린 장르가 있다. 수묵이다. 그런 수묵의 앞날을 뚫어 보려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재밌게도 뚫어 보려는 건 같은데, 그 방식은 정반대다. 흥미롭다. 일단 전시제목부터 그렇다. 장재록(34) 작가의 전시명은 ‘가속의 상징’(Memento of Momentum)이다. 김범석(49) 작가의 전시명은 ‘산전수전’이다. ●張, 정교하고 실험적인 붓놀림… 벤츠·철골 구조물 등 현대 기계문명 그려 그리는 대상도 완전히 다르다. 장재록은 최첨단 기계를 다룬다. 벤츠, 아우디 같은 외제 고급 승용차를 그렸다. 최근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다리의 골조 구조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면을 그렸다. 김범석은 8년째 파묻혀 작업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 주변 풍경을 담았다. 웅장하고 멋진 풍경은 아니다. 꼭 여주가 아니어도 될 법한, 산 있고 물 있는 그런 풍경이다. 그리는 방식도 대조적이다. 장재록은 정교하게 접근한다. 종이를 덧붙인 면천 위에다 작업하는데 먹물의 농담을 조절해 그린다. 밑그림 단계에서부터 최소 5단계 이상, 보통 6~7단계 정도 먹물의 맑고 어두운 정도를 그려둔다. 그에 맞춰 가장 진한 색을 칠하고, 물을 타서 연하게 한 뒤 다음 단계의 색을 칠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완성한다. 반대로 김범석은 아주 자유로운, 어떻게 보자면 제 멋대로 그리는 쪽에 가깝다. 종이를 세운 뒤 그 위에다 바로 붓질을 하는데 작품마다 먹물이 줄줄 흘러내린 자국이 역력하다. 붓질 역시 정교하게 계산을 해서 움직였다기보다 그냥 척척 가져다 찍었다고 하는 쪽에 가깝다. 두껍게 겹치다 보니 먹을 머금을 대로 머금은 종이는 딱딱하게 두껍다. 그래서 전시장 풍경도 다르다. 장재록의 전시장은 깔끔하고 세련됐다. 압도적이고 눈길을 끄는 작품이 몇점 나열되어 있고, 최근에 새롭게 시도한 설치작품도 있다. 전시장 전면에는 지금 작업 중인 재규어 작업도 있다. 정교한 작업을 자랑하려는 듯, 밑그림과 먹물도 갖춰놨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니, 운 좋으면 작가의 작업 광경을 확인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범석의 전시장은 화이트큐브가 무색할 지경이다. 붓놀림을 익히기 위한 엄청난 예비작업량을 자랑하려는 듯, 1층 전시실엔 작가의 작업들이 빨래처럼 촘촘히 널려 있다. 2층에도 200호짜리 대형작업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자유분방한 작업태도를 보여주려는 듯, 작업실에서 종이를 대놓는 큰 나무판자까지 떼어다 작품과 함께 걸어뒀다. 간이작업실 같다. ●金,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한 붓놀림… 자연 그대로의 멋·전통 산수풍경화 고집 반응도 다르다. 장재록은 초창기에는 자신의 작품이 논란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첫 전시를 열었을 때 선생님은 물론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는 걸 나중에서야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먹물로 어떻게 저런 걸 그리느냐는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김범석은 거꾸로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의 시대가 끝나가는 마당에 웬 전통 수묵 풍경화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고집스레 전통만 고집했다. 어떤 작품들에는 조개껍질 가루인 호분, 아교처럼 아주 기본적인 재료만 사용한 것도 있다. 아예 작품에서 흙냄새를 풍겨 보겠다는 각오에서다. 어느 쪽이 좋으냐는 취향의 문제겠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대형 수묵전시라 반갑다. 장재록의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02)725-1020. 김범석의 전시는 12월 16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1관.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삼베지에 닿은 35만자 경계없는 신앙의 글자

    삼베지에 닿은 35만자 경계없는 신앙의 글자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구당 여원구(80) 선생의 개인전 ‘3교 성서전’(三敎 聖書展)이 열린다. 8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에서 구당 선생은 불교, 유교, 기독교 경전 전문을 옮겨둔 작품을 공개했다. 출품된 작품의 글자 수만 헤아려도 35만자에 이르는 분량이다. 가령 유교에서는 ‘논어’ 전문 1만 5937자를 해서체로 10폭 병풍에다 썼다. 불교에서는 7만자에 이르는 ‘법화경’ 전문을 서체만 달리해 두번 연달아 썼다. 기독교에서는 국한문 혼용으로 6폭짜리 병풍에다 마태복음 가운데 산상수훈 대목 4445자를 옮겨 뒀다. 이외에도 각종 경전에서 나오는 좋은 문구를 따내 별도의 소품들도 70여점을 만들었다. 이 소품들은 엄격한 형식에 매이기보다 글자의 뜻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구성하고, 글자 옆에다 나름의 자세한 설명도 달았다. 경전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오라는 의미다. 구당 선생은 “세 종교가 바탕에서는 똑같다는 생각에서 기교를 배제한 채 경건하게 써 나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시작들은 모두 화선지가 아니라 닥지나 삼베지에다 썼다. 화선지에 비해 먹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이 떨어져 작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그만큼 독특한 느낌을 주는 데다 보존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02)720-1161~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5)경남 창원 몽고정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5)경남 창원 몽고정로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시인 이은상(1903~1982)의 시에 작곡가 김동진(1913~2009)이 이듬해 곡을 붙인 국민 가곡 ‘가고파’의 앞소절이다. 마산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떠나온 고향을 못내 잊을 수 없어 고향 바다를 그렇게 간절히 회억했으리라. 하지만 이 노래는 ‘마산 예찬곡’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국민 애창곡이 되어 광복 이후 교과서에까지 실린 것은 구구절절 노랫말이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조국을 외쳐 부른 통한의 절창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산” 했을 때 대번 기억의 회로를 돌아 자동으로 점등되는 대명사는 이 노래 제목뿐만이 아니다. 한번 가보지 않고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표 지물(地物) ‘몽고정’(夢古井)이다. 오래전 시인이 꿈에서조차 그렸던 남쪽 바닷가 지척에 몽고정은 자리해 있다. 마산만의 평화를 요란스럽게 들깨우는 어시장 입구에서 부지런히 10여분만 걸음을 재촉하면 만날 수 있는 옛 우물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몽고정로. 새 도로명 주소로 바뀐 통에 길 찾기가 애매해졌다는 하소연일랑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경남문화재 제82호로 등록된 자산동의 명물 몽고정을 기점으로 북쪽을 향해 북성로와 맞닿는 지점까지 이어진 길이 몽고정로다. 엄밀히 따지면 몽고정은 도로 번호로는 몽고정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도로명 주소상으로는 북성로와 만나는 북쪽 지점이 도로가 시작되는 ‘몽고정로 1’인 것이다. 몽고정의 연원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몽고군이 일본을 정벌하고자 고려와 합세해 여·몽 연합군을 조직한 1281년(고려 충렬왕 원년). 당시 합포(지금의 마산)에 주둔하게 된 병사들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팠던 우물이다. 몽고 군사와 그들이 부리던 말도 함께 우물물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몽고정 옆에는 직경 1.4m의 바퀴 모양 석물이 하나 있는데, 당시 물을 길어 올릴 때 발판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몽고정의 원래 이름은 ‘고려정’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 초기 마산에 살았던 한 일본 지식인이 쓴 기록물 마산항지(馬山港誌)에는 “고려정이라 불리던 우물을 일본인들이 몽고정으로 개명했다.”고 적혀 있다. 몽고군이 거쳐간 이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우물은 지역민들의 식수원으로 사랑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여러 향토 기록에는 1906년쯤까지 이 우물에는 ‘서성리수백년지음정’(西城里數百年之飮井), 즉 마산포 서성리 사람들이 수백년간 이용한 우물이었다는 표시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7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우물은 그러나 세월의 더깨를 그대로 뒤집어쓴 채 도심 한구석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다. 근처 음악학원에서 나오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를 붙들어 짐짓 우물의 내력을 아느냐고 물었다. “고려 때 몽고 군사가 물 마시던 곳”이라고 기특한 답변을 내놓는다. 꼬마는 “오며 가며 표석에 새겨진 유래를 읽어서 잘 안다.”고 했다. 700여년을 붙박이로 버텨온 공력이 그래도 영 헛되지는 않았음이다. 몽고정로의 끝지점에 상징물처럼 자리 잡은 건물이 몽고간장 공장이다. 몽고정의 물은 미네랄과 칼슘이 유달리 풍부해 장류 식품 제조에 더없이 좋은 수질로 꼽혀 왔다. 그런 배경으로 1905년 일본인이 장유공장을 처음 차렸고, 이후 1945년 김홍구 사장이 지금의 이름으로 재창업해 마산의 명물로 컸다. 몽고정에서 출발해 몽고정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산의 명소들이 요소요소에서 곁가지로 뻗어 나가 있다. 마산 출신의 조각가 문신(1923~1995)을 기리는 문신미술관도 왼편 언덕배기 쪽으로 1㎞쯤 가면 닿는다. 몽고정로 중간쯤인 추산동에 자리한 사찰 정법사도 길손의 발길을 잡아 끈다. 통도사의 마산포교당으로 1912년 일제시대 민생구제라는 담대한 뜻을 품고 창건된 유서 깊은 공간이라고 입구 안내판이 친절히 귀띔해 준다. 세월의 힘은 사물의 생기를 속수무책으로 무력화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몽고정로 일대에도 그건 통하는 얘기다. 한때 50만명을 넘어섰던 ‘대도시’ 마산의 쇠락한 현주소를 대변하듯 생기를 잃고 침잠한 모습에 옛 고향을 모처럼 찾은 이들은 가슴이 헛헛해진다. 중고 가구, 싱크대 제작, 맞춤복 등을 취급하는 작은 점포들만 즐비할 뿐 한낮에도 거리는 적막하기만 하다. 20여년 전 이 길은 젊은 발자국 소리로 요란했다. 근처에 명문으로 꼽히는 중고교들이 몰려 있어 그들이 단체 영화를 보거나 미팅을 갈 때면 삼삼오오 어깨를 붙이고 들떠서 걷던 길이었다. 마산합포구 새주소 담당인 손대근씨는 “예전에 이 길은 마산에서도 번화한 축에 들었다.”면서 “십수년 만에 들른 사람이라면 뒷골목처럼 밀려난 지금의 모습에 씁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고정로에서도 1번지에 해당하는 자리는 예전에 마산 시내에서도 최고로 쳤던 중앙극장이 있었던 곳. 지금 극장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 대형 아웃렛 가구 매장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주인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장 담벽에서는 ‘몽고정로 1’이라는 도로명 주소판을 찾아볼 수 없다. 몽고정로를 벗어나 그 앞길인 북마산가구거리에 들어서면 비로소 한때 50만 인구를 자랑했던 도시의 위용이 읽힌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짬을 내서 한 번쯤은 둘러볼 만한 곳이다. 각종 ‘브랜드’ 가구들을 판매하는, 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명소다. 비탈진 가구거리를 걸어내려와 3·15대로를 만나는 즈음에서 꼭 한 번 찾아봄 직한 곳이 어시장이다. 고적한 몽고정로와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분위기는 딴판이다. 횟집촌, 온갖 물 좋은 생선과 푸성귀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 대단지를 이룬다. 사람 사는 냄새에 파묻혀 긴장을 풀 만한 곳으로 시장통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는 버스를 타더라도 마산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20여분이면 충분하다. 글 사진 창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6회에는 전북 군산시 창길을 소개합니다
  • 70년만에 고국 온 ‘이중섭 팔레트’

    70년만에 고국 온 ‘이중섭 팔레트’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 화백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92·한국명 이남덕)가 1일 이 화백의 유품인 팔레트를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했다. 야마모토는 서귀포시를 찾아 이중섭이 1943년 일본에서 미술창작가협회(자유미술가협회 전신)로부터 태양상을 수상했을 때 부상으로 받은 팔레트를 전달했다. 야마모토는 “서귀포시가 이중섭미술관을 건립해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유일한 유품인 팔레트를 기증하게 됐다.”면서 “이중섭미술관이 더 격조 높은 미술관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 건너가 미술공부를 하며 야마모토를 알게 된 이중섭은 1943년 고향 원산으로 혼자 귀국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팔레트를 프러포즈의 징표로 야마모토에게 맡겼다. 이후 둘은 1946년 한국에서 결혼했고 이중섭은 부인에게 이남덕이란 한국 이름을 지어주었다. 지독한 가난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1953년 야마모토는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고 이듬해 이중섭이 부인을 만나러 일본에 한 차례 갔다온 뒤 부부는 다시 만나지 못했고 이중섭은 1956년 병원에서 사망했다. 야마모토는 그동안 이 팔레트를 이중섭의 분신으로 생각하며 70여년간 소중히 보관해 왔다. 목재 팔레트에는 이중섭의 붓질 흔적과 그가 사용했던 물감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재봉 서귀포시장은 “이중섭미술관에 그의 유품의 없던 터에 소중한 유품을 기증받게 돼 기쁘다.”면서 “미술 애호가들이 볼 수 있도록 팔레트를 상설 전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중섭은 한국전쟁인 한창이었던 1951년 1·4 후퇴 때 부산을 거쳐 서귀포시에 내려와 1년여간 피란 생활을 했다. 전쟁통에 모두가 궁핍하긴 했지만 그는 한 평짜리 셋방에서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게를 잡아먹는 등 찢어지게 가난한 피란 생활을 했다. 빈곤 속에서도 이중섭은 서귀포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가 그해 12월 서귀포를 떠났다. 서귀포시는 이중섭과의 짧지만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고 1997년 그가 살았던 옛 삼일극장 일대를 ‘이중섭거리’로 명명했다. 시는 같은 해 이중섭이 세 들어 살았던 초가집을 복원했고 2002년 11월 이중섭미술관을 세웠다. 이중섭미술관에는 그가 서귀포 피란시절을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 ‘파도와 물고기’, 은지화인 ‘가족’, ‘물고기 아이들’ ,‘파란게와 어린이’ 등 원화 작품 12점이 전시돼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순수예술 공연 충실… 자체 제작도 늘릴 것”

    “순수예술 공연 충실… 자체 제작도 늘릴 것”

    1981년 정부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결정했다. 부지는 서울 서초동 산 130-6에 있는 23만여㎡ 공간. 지명 공모로 선정된 건축가 김석철은갓과 부채를 본떠 공간을 설계했다. 1988년 2월 음악당과 서예관이 시민에게 열렸고, 2년 후에는 미술관, 또 3년이 지나 오페라극장까지 전관 개관하면서 복합문화공간이 완성됐다. 바로 예술의전당이다. 당시 예술의전당을 향해 “이 산골에 관객이 찾아오겠냐.”는 비난이 상당했다. 꾸준히 공연·전시를 열고 야외공연과 휴식시설을 보강하자 점차 찾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관람객이 246만명을 넘어서면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내년 공식 개관 25주년을 맞는 예술의전당은 다시 공연장의 본령을 생각하고자 한다. 모철민(54) 예술의전당 사장은 31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연예술계와 소통하면서 순수예술 성장의 기반이 되는 공연장 역할에 충실하겠다.”면서 내년 2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개관 25주년 기획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예술의전당 공식 개관일인 내년 2월 15일 콘서트홀 ‘개관 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공연을 이어 간다. 국립오페라단의 ‘돈 카를로’와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국립현대무용단의 ‘벽오금학’, 국립극단의 ‘안티고네’를 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25년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로 ‘부활’을 잡은 연극 프로그램이 특히 눈에 띈다. 새롭게 단장한 토월극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효시인 ‘살짜기 옵서예’를 현대적으로 되살린다. 톨스토이의 연극 ‘부활’(고선웅 연출), 김영수의 ‘혈맥’(김현탁 연출) 등 고전 명작을 새로운 시각으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모 사장은 “2006년부터 방송발전기금이 중단돼 공연장 자체 제작이 점차 축소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기회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외부 예술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로부터 예술사업비(10억원)를 추가로 지원받아 다양한 자체 제작 공연을 다시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헬싱키 대성당이 바라다보이는 골목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 사진 김병구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북유럽 디자인에 빠져 있는 이즈음 헬싱키 출장에 나섰다. 유독 ‘좋은 디자인’을 고르고 따지는 적극적인 선택자의 입장에 있지만 작금의 디자인 환경은 왠지 지나치고 넘친다는 생각에 뭔지 모르게 불편하던 차였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www.EurailTravel.com/k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핀란드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인 마리메꼬는 원색의 과감한 패턴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 3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에서는 아딸라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도자기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4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선정되었음을 나타내는 스티커 매사에 디자인이 들먹여지는 세상이다. 디자인을 기준으로 세상 천지의 물품들이 고품격과 저품격으로 나뉘고 디자인을 논하는 사람의 품격까지 그가 내린 판단을 기준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형태를 가진 모든 것들을 디자인하다 못해 이젠 삶을 디자인하라고 외치는 세상이다. 점차 나도 모르게 자신의 디자인 선호 취향을 스스로 탐색하고 눈치보고 검열하게 돼 버린 이즈음, 눈에 보이는 디자인 만사형통의 세상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예술 디자인과 상업 디자인, 더 나아가 공공 디자인까지 자극적이고 모든 것을 이겨먹으려는 강렬함을 앞에 내세우고 유효기간조차 알 수 없는 1회성 디자인까지 출몰을 거듭하는 상황이라면 만성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헬싱키 이전에 ‘세계 디자인수도’였던 서울의 디자인 행정은 또 얼마나 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가.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데는 어디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디자인 떠나기 전부터 짧은 헬싱키 여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유독 ‘디자인’이라고 했다. 한 가지 주제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강박은 자유로운 여행을 방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으른 여행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차에서 내려 푸르스름하게 어스름이 내려앉은 헬싱키로 들어서니 깔끔한 도심의 건물과 초록색 트램이 오가는 거리 위로 하늘이 시원하게 내려앉았다. 북유럽의 대표 복지 국가의 안정감이란 화려한 네온사인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다소 초딩스러운 자각이 우선적으로 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오랜 세월,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던 역사와 추운 겨울이 오래 계속되는 혹독한 자연환경 등은 핀란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물은 물론, 디자인 분야 도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핀란드 특유의 역사와 자연을 통과한 디자인 결과물들이 어떤 이유로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인 기호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Arabia Factory 안, 매력적인 생활 도자기들 앞에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구매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도한 캐리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라 출장길에 가능하면 쇼핑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묵직한 그릇 몇 점을 주섬주섬 싸들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딸라Iittala의 그 오묘한 잿빛 블루에 홀딱 빠진 탓이다. 세일 중인 스프 접시 네 점을 득템, 돌아오는 길 내내 따로 고이 들고 다니다가 무사히 집으로 모셔 오기까지, 그 과정을 곰곰이 따져 보면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만족. 그릇 안에 담기는 샐러드나 파스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때로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라면까지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내용물에도 불구하고 식탁 위에 오르면 그 어떤 경우에도 흡족하게 입맛을 돋워 주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그 끌림은 무엇인지 그것의 정체를 찾아 짧은 헬싱키 여정을 마치고 찾아 든 책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시벨리우스 기념비이자 시벨리우스 공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파이프 오르간 2 바위와 빛의 조화로 감동을 이끄는 템펠리아우키오 암석교회 3 핀란디아홀 건물 위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주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4, 5 핀란드 디자인은 자연과의 소통을 특히 중요시한다 핀란드를 품은 핀란드 디자인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탐색을 앞에 내걸고 있지만 저자는 한 나라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명상가의 자세를 취한다. 먼 나라 핀란드에서 이방인은 조심스레 그곳의 자연과 분위기를 탐색한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빛과 공기, 스산할 만큼 정갈한 주변 풍경 속에서 반짝이는 일상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 진심과 가치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내고 있다. 그곳, 그 시간이 머금은 특유의 빛깔과 삶의 방식을 디자인을 통해 발견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말했듯 이 책은 객관적인 관찰과 비평의 산물이기 이전에 저자 개인의 취향이 십분 반영되어 있는 문화 에세이다. 그의 취향과 합일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원칙들을 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의 책은 핀란드 디자인에 오롯이 들어앉은 핀란드의 사계절, 핀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새, 순록 등 핀란드의 자연풍광과 그곳 사람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더불어 핀란드의 풍광과 대비시켜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게 함께 나열해 놓은 도록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공 시설물들 소개는 물론 핀란드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부터 유명한 공예가인 사미 린네Sami Rinne, 오이바 또이까Oiva Toikka, 펭귄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아누 뺀띠넨Anu Penttinen, 재활용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베 호프Globe Hope 브랜드와 마리메꼬Marimekko까지, 저자가 책에 소개하고 있는 디자인 안에는 자연과 사람을 우선시하는 핀란드 디자인의 원칙이 절절히 흐르고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자연과 사람을 이어 주고 일상 속에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정감을 최대한 고려하는 디자인, 자연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그런 방식으로 자연을 고스란히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핀란드식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연훼손의 세상에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고통에 어떤 해답과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핀란드 디자인의 향취만큼이나 담백하고 순한 디자인 단상과 더 나아가 마땅히 그래야 할 삶의 모습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처해 있는 디자인 환경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다. 내가 느끼는 막연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한없는 부러움과 함께 잔잔한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핀란드 디자인 입문서이면서 핀란드 문화 입문서이기도 한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헬싱키 여행을 떠나기 전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일’ 헬싱키 여행과 보다 단순하고 조촐하게 나 스스로를 디자인하기 위하여. ▶travie book 핀란드 디자인 산책 Design Finland in My Perspective 핀란드 디자인의 힘은 단연 소통에 있다. 자연과 사람, 이웃 개개인에서 이웃 지역 및 물자에까지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그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디자인 취향과도 잘 부합되고 있다. 이렇게 핀란드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핀란드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핀란드 문화를 꿰뚫고 있는 저자가 핀란드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저자는 상업적인 디자인 제품들부터 공공 디자인까지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심성과 삶의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유도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통해,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을 담아내야 가능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핀란드 사람들의 환경과 일상이 반영된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헬싱키 도시계획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는 핀란드 공공 디자인이 지향하는 사람 우선, 약자 배려의 원칙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우나, 크리스마스 등 핀란드의 생활 문화를 조망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핀란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소개한다. 이에 더해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디자인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 또한 빼놓지 않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마켓스퀘어가 자리한 헬싱키 항구에서는 멀리 우스펜스키 성당이 바라다보인다 2 깔끔하고 단정한 헬싱키 기차역 주변 풍경 3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벽면에 그려진 까마귀 4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서 더욱 엄숙하게 느껴지는 헬싱키 대성당 내부 5 헬싱키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 포럼은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하고 있다 매력적인 헬싱키 명소들을 거닐다 2012년부터 2년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헬싱키. 그곳에서 디자인 트렌드를 탐색하기 원한다면 먼저 에스플라나디Esplandi 거리 근처에 자리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Helsinki Design District로 찾아 들어가면 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200여 개의 갤러리와 숍 그리고 레스토랑들이 자리해 있어 그중 몇몇 곳만 둘러보아도 현재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핀란드 디자인의 힘을 느껴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디자인 포럼Design Forum을 비롯해서 특유의 텍스타일 패턴으로 많은 사람들의 잇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마리메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아르텍Artek, 핀란드의 자작나무로 만든 공예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아리까Aarikka 등, 디자인 탐색을 떠나 저절로 군침을 흘릴 만한 숍 산책이 끝날 줄을 모른다. 헬싱키 도심에서 20분 정도 외곽에 자리한 아라비아 팩토리는 또 어떤가.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운 생활 도자기와 각종 물품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생활 도자기로 유명한 이딸라, 정원용 삽과 가위 등으로 잘 알려진 피스까스Fiskars,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Moomin을 이용한 도자기에, 유머가 뚝뚝 떨어지는 유쾌한 생활 도자기까지. 절제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발길을 돌리는 편이 낫다.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와 자연이 그 모든 디자인의 모태라면 헬싱키의 대표적인 명소들 또한 놓칠 수는 없는 일. 20세기 실용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과 키아즈마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Kiasma, 핀란드 국립미술관인 아테네움 미술관Athenaeum Art Museum은 물론,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핀란디아 홀Finlandia Hall과 시벨리우스Sibelius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시벨리우스 공원 또한 꼭 챙겨 보아야 할 명소들이다. 헬싱키를 돌아다니다 발길이 닿게 되는 마켓스퀘어와 마켓홀. 그곳에서는 푸른 하늘과 바다, 싱싱함을 뽐내며 탐스럽게 쌓여 있는 야채와 생선 등, 자연의 색깔이 눈부시게 빛나는 핀란드의 일상을 읽어낼 수 있다. 교회 건물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붉은 외관이 아름다운 우스펜스키Uspensky 성당과, 성당 앞 너른 원로원 광장과 인상적인 계단, 그 위로 높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더욱 돋보이는 헬싱키 대성당은 회당 내부의 모습이 간결하고 정갈해 오히려 더욱 엄숙해 보이고 바위 아래 자리잡은 템펠리아우키오Temppeliaukio 암석교회는 바위와 지붕 사이를 덮고 있는 천장 유리를 뚫고 실내로 떨어지는 은은한 빛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travie info 헬싱키로 가는 또 다른 선택, 터키항공 헬싱키로 가는 다양한 항공편이 있지만 이번 헬싱키 여행에는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항공편을 이용했다. 이스탄불 경유편을 이용할 경우 환승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짧지 않은 대기 시간에 이스탄불 시티 투어 등, 또 다른 도시를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더구나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터키항공의 컴포트 클래스Comfort Class를 이용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넉넉하고 여유 있는 좌석에서 최신 기내 설비와 비즈니스 클래스급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컴포트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의 중간 개념으로 현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운항 중이다. 운항 기종은 B777에 좌석 수는 63석으로 넓은 터치 스크린이 구비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USB, I-POD 이용도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 더구나 컴포트 클래스의 기내식은 식전 타월 서비스부터 애피타이저, 메인요리와 디저트 및 각종 음료까지 정성껏 제공해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켜 준다. 마일리지는 클래식 플러스 마일 & 스마일 멤버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의 1,24배가 적립되고 비즈니스 클래스의 트래블 키트도 제공된다. 동절기 운항은 미정. 문의 터키항공 02-3789-7054~6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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