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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가톨릭대 김종복미술관 27일 개관… 첨단 시설 갖춰

    대구가톨릭대 김종복미술관 27일 개관… 첨단 시설 갖춰

    캠퍼스에 작가 이름을 딴 미술관이 문을 연다. 대구가톨릭대는 오는 27일 김종복미술관 개관식을 갖는다고 13일 밝혔다. 김종복(83) 화백은 국내 ‘서양화 1세대’로 주로 산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과감하면서 강렬한 선과 색채를 구사, ‘산(山)의 작가’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다. 김종복미술관은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 기숙사 입구 성바오로관 1층에 자리 잡았다. 1층 667㎡ 규모로 모두 5개의 전시실과 영상전시실, 학예실과 자료실, 리셉션홀 등이 들어서 있다. 세계 수준의 최첨단 수장고와 보안시설도 갖추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쪽빛 물결 흐르는 세종마을 비밀의 정원

    쪽빛 물결 흐르는 세종마을 비밀의 정원

    11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세종마을 비밀의 정원’으로 불리는 박노수 가옥. 주인인 남정(藍丁) 박노수 화백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은 주인의 빈자리를 대신해 관람객을 맞았다.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추사 김정희가 쓴 ‘여의륜’(如意輪·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만사가 뜻대로 잘 돌아간다)이란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실에서는 평소 박 화백이 즐겨 쓰던 투명한 쪽빛과 작품 속 홀로 서 있는 소년을 마주할 수 있다. 단풍나무, 백일홍, 모란, 석등 등이 있는 앞마당과 뒤뜰 동산까지 박 화백의 생전 삶이 오롯이 배어 있다.종로구 첫 구립미술관이 이날 개관했다. 구는 박 화백으로부터 2011년 기증받은 그림, 40여년 가꾼 가옥과 정원, 소장했던 고미술·골동품 등 1000여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개관 기념 전시회 ‘달과 소년’ 전에서는 박 화백이 기증한 작품 중 ‘류하’, ‘숭산은천’, ‘유록도’ 등 대표작 30여점을 세 가지 주제별로 전시한다. 개관 기념 전시회 이후 시대별, 주제별 등 테마 전시회로 구성해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화 1세대로 불리는 박 화백은 간결한 운필, 파격적인 구도와 색채를 통해 격조 높은 회화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일제의 잔재와 영향이 팽배하던 광복 직후, 한국화의 정체성을 모색하던 화단의 움직임 속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연구하고 시도했다. 박 화백은 ‘존경하는 스승에게 예술의 자세를 배울 뿐 화풍은 배우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가옥은 조선후기 문신 윤덕영이 딸을 위해 1938년 세웠다. 1991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됐다. 구는 12일부터 미술관을 개방한다.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한 뒤 유료로 전환할 방침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다.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 새해 첫날과 설에는 쉰다. 미술관 인근에는 윤동주문학관, 겸재 정선 그림의 배경인 수성동 계곡, 창의궁 터, 통인시장, 이상 집터, 국궁 터인 황학정 등 명소가 많아 함께 둘러보기 좋다. 김영종 구청장은 “박 화백이 생전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친 곳을 재탄생시킨 데 의미를 둔다”며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친숙한 미술관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인터내셔널(스크린 밤 11시) 직장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혼란스러운 인터폴 형사 루이 샐린저(클라이브 오언). 그는 돈세탁, 무기 거래, 테러 등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가 실은 세계 금융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BBC은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맨해튼 지방 검사관 엘리노어 휘트먼(나오미 와츠)과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놀랍지 아니한가(홈스토리 밤 9시) 주부 이영미씨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거실부터 아이 방까지 나름대로 예쁘게 꾸몄지만 가장 중요한 부부 침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미씨는 침실을 새롭게 꾸며 부부가 더욱더 친밀해져서 둘째 아이도 가질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따뜻하면서도 모던한 침실로 꾸미고 싶다는 얘기다.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연근, 연잎, 연꽃, 연씨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연의 효능을 집중 조명한다. 부위별 영양 성분이 다양해 피로회복은 물론 소화제와 신경안정제 역할도 톡톡히 하는 연. 친환경 농법으로 연을 가꾸는 산지에서부터 연근, 연꽃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까지 가을의 문턱을 여는 건강한 식재료 연에 대한 모든 것을 낱낱이 소개한다. ■실전! 근접 전투 CQB(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2시) 급조된 사제 폭발물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쓰이며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은 훨씬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물건이다. 이번 시간에는 러시아와 체첸 분쟁의 실제 CQB 상황에서 드러난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공격과 러시아 무장병력 수송차량의 대응 방법을 공개한다. 과연 게릴라군의 기습에 러시아군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2013 KB 국민은행 바둑리그(바둑TV 밤 7시) 정규리그 4위 한게임과 7위 Kixx가 2013 KB 리그 10라운드 1경기에서 격돌한다. 지난해 챔피언인 한게임은 현재 4승 5패로 턱걸이 4위이고, Kixx는 3승 6패로 7위에 올라 있다. 정규리그 경기가 5경기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상위 4개 팀으로 압축되는 포스트 시즌에 들기 위해서는 두 팀 모두 승점이 절실한 상황인데…. ■마루코는 아홉 살 2(애니맥스 오후 1시) 마루코는 학교에서 식빵 위에다 잼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모습을 본 나르는 마루코에게 미술관에서 식빵으로 만든 미술작품이 전시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예술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 한편 마루코와 타마는 히데 아저씨도 예술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르네 집에 놀러가 아저씨의 멋진 라테 아트를 구경한다.
  • 북서울미술관 서울시 건축대상

    서울시는 제3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으로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설계 한종률·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 북동부 지역에 있는 미술관으로 디자인과 시공 완성도가 골고루 우수하고, 고층 아파트 단지 주변 공원 안에 낮게 배치돼 접근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문 최우수상은 성수문화복지회관, 서울시립대 선벽원, 방배동집,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이 수상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생각나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논란

    [생각나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논란

    광주에서 ‘체 게바라 티셔츠 공연’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디자인비엔날레 전시에서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해프닝이 벌어졌다. 표현의 자유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예술에 ‘색깔론’을 덧씌워야 하느냐는 구태의연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6일 “전날 개막한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 동시입장 기원 국기 디자인전’에 출품된 인공기 문양의 작품 11점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시는 민감한 시국에 자칫 오해를 살 우려가 있고, 다음 번 행사 때 국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는 작품을 철거한 지 하루도 안 돼 다시 전시하기로 했다. 이영혜(60)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이날 “작가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다시 작품을 전시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철거와 재전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강철 디자이너는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는 데 상징적 역할을 하는 국기를 디자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싶었다”며 “뒤늦게나마 전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자 A씨를 징계하겠다고 그다음 날 발표했다. 시는 보수 언론의 질타를 받자 기다렸다는 듯 중징계 방침을 세웠다가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4일 결국 사임했다. A씨는 사임사에서 자신이 당했던 고통, 예술에 대한 회의, 문화수도 광주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했다. A씨는 “기분 좋게 공연 잘하고 내려왔는데 눈 깜짝할 새 나라를 팔아먹은 중죄인이 돼 있었다”면서 “광주시가 징계방침을 철회한 이후에도 수차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시 산하 시립미술관은 지난해 6월 개관 20돌 특별전에 홍성담씨가 출품한 작품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집권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를 들어 철거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눈치 보기와 보수 여론에 떠밀리면서 광주시의 문화예술행정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인권·평화’와 ‘창조 도시’를 지향하는 시정 목표마저 흔들리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미야자키 ‘바람이 분다’와 함께 사라진다

    “몇 번이나 은퇴한다고 말해 소동을 벌였지만 이번엔 진심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은 6일 오후 도쿄 기치조지 다이이치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 세계 6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호시노 고지 지브리 스튜디오 사장,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와 함께 나타난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개봉한 ‘바람이 분다’는 전작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이 걸렸다. 나이를 생각하면 다음 작품은 6년이나 7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러면 80살이 된다”면서 나이에 대한 부담이 은퇴 배경임을 밝혔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미야자키 감독은 “자유가 있으니까 일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할 테지만 약속하면 깨질 수 있으니 이 정도로만 말하겠다”면서도 “지브리 미술관의 전시나 그 밖에 자원봉사를 하거나 내 자신이 전시품이 되거나 하는 등의 일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달라는 부탁에는 “그렇게 멋진 말은 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만든 영화를 봐 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했다. 동석한 스즈키 프로듀서는 “매번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지만 이번에 ‘바람이 분다’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꼈다. 젊을 때라면 (은퇴를) 말리겠지만 이제는 (미야자키 감독에게) 정말로 수고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미야자키 감독의 뒤를 이어 지브리 스튜디오를 꾸려나갈 후계자가 지목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는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인 고로(46)와 2010년 ‘마루밑 아리에티’를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40)의 쌍두 체제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車디자이너는 왜 비엔날레로 갔나

    車디자이너는 왜 비엔날레로 갔나

    6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입체로 표현하는 머시기’(사진 ①)는 화가 이중섭의 ‘떠받으려고 하는 소’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조소작품이다. 기아자동차 디자이너인 김준영 연구원이 만들었다.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입사한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아이디어 스케치 한 장을 3차원(3D)의 자동차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면서 “미술관에서 본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실물로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 디자인에 쓰는 3D 디자인 프로그램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형태를 제작한 다음 젯소와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해 완성했다. 지난 5월부터 꼬박 두 달 반을 매달렸다. 오는 11월 3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디자인비엔날레에는 ‘기아 전시관’이 마련됐다. 기아차 디자인센터 소속 1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상상력과 열정을 표현한 창작품 80여 점을 전시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객들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3번째 참여하게 됐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약 2만 개의 부속품이 들어가는 ‘기계 덩어리’인 자동차가 예술과 만나는 접점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푸조는 지난 5일 국제아트페어인 ‘아트광주13 특별전’에서 푸조 208 아트카를 공개했다. ‘시연 진 푸조 아트카 2013’(사진 ②)이란 이름의 작품은 미디어 아티스트 진시영이 제작에 참여했다. 힘과 속도, 빛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을 차 겉면에 입히고 전시장 부스에 와이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그림을 그렸다. 푸조 아트카는 8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전시된 뒤 전국 푸조전시장을 돌며 고객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말부터 서울 대치동, 부산 동래 등 전국 11개 지점에서 ‘그랜저 고갱 아트카’(사진 ③)를 전시하고 있다. 지난 1월 선보인 ‘그랜저 반 고흐 아트카’에 이어 2번째 작품이다. 아트카의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고갱전 초대권 등을 주는 경품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010년 10월 ‘대치 H 아트 갤러리’라는 문화공간을 열었다. 4개월 단위로 다양한 주제의 미술작품을 무료 전시한다. 지난 4월에는 서울역에서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드림 소사이어티전’을 개최하는 등 문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달 초 반 고흐의 색채감각을 담은 ‘아트컬렉션’(사진 ④)을 SM3, SM5, SM7, QM5 등 전 차종에 걸쳐 출시했다. 오는 11월까지만 한정 판매한다. 와인색, 갈색, 회색 등 독특한 색감과 나파가죽을 사용한 고급 좌석을 옵션으로 적용해 고객들의 다양해진 개성표현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취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론] ‘자유학기제’ 벌써 잊히는가/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자유학기제’ 벌써 잊히는가/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안 된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적용하려는 과욕도 금물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싶다. 좀 더 속도를 내보자고 하고 싶다. 그 자체로 교육적 의미가 크고, 실타래처럼 엉킨 우리 교육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묻지마식 교육 경쟁에 지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정한 교육을 향한 탈출구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 정책’의 간판이다. 모든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소질과 적성에 따라 꿈을 키우고, 자신의 미래 계획과 삶에 부합하는 공부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모든 학년·학기를 한꺼번에 바꾸기 어려우니, 우선 중학교의 한 학기라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맘껏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보라는 것이 핵심이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벌써 암초가 보인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자사고 유지 여부나 대입제도 개편과 같은 주제로 바뀌고 있다. 경험에 따르면, 새로운 학교유형의 창설과 폐지, 학생선발 방식의 변화와 같은 이슈는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결국 갈등과 혼란만 야기했다. 교육의 근본적 변화는 꾀하지 못하면서 ‘누가 성적이 높은 학생을 먼저 뽑느냐’, ‘학생들을 어떻게 경쟁시키느냐’라는 소모적 논쟁에 그쳤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기를 것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자유학기제가 해답이 될 수 있지만 그 불씨가 꺼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새 정책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비교적 정책 수용도가 높은 정부 초기,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성공 요인을 짚어보자. 먼저 자유학기제를 진로 지도의 활성화쯤으로 이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의 변화, 교수·학습 방법의 혁신이 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일의 주체는 교사이다. 연구학교를 통해 갈 길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지금쯤 자유라는 이름에 걸맞게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꿈과 끼를 찾고 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교사 모임이 전국에서 나오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꿈꿨던 수업을 자유학기제에 맘껏 해보겠다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교사들을 찾아 용기를 북돋고 마중물을 대주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열쇠는 학부모들에게 있다. 경제는 심리라 했듯이, 교육도 심리다. 시험 없는 자유학기제를 맞아 너도나도 사교육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내 자녀의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활동을 하려 하지만, 다른 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면 결국 내 자녀만 손해를 보니까 학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생결단식의 홍보가 필요하다. 전국 순회 토크쇼라도 했으면 좋겠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교육은 물론 우리 사회가 불행의 나락으로 빠진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동참할 때 자유학기제는 성공한다. 마지막으로 전 사회가 나서야 한다. 학교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과학관, 미술관, 빵집, 은행 같은 학습자원이 학교 밖에 널려 있다. 만화가, 요리사, 금융인,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이 교사를 도와 학생 저마다의 꿈을 키워주는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이벤트성 교육기부 행사가 아닌 진정한 교육 리더십이 정부에 요청된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무얼 잘하는가. 무슨 일이 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나, 동료와 이웃, 세상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오직 대학만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결과다. 꿈과 끼는 대학 가서 찾으라고 들었겠지만 대학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방황하는 청년이 많다.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자유학기제를 주제로 한 교사들의 오디션이라도 해보자.
  • [케이블 하이라이트]

    ■스파클(캐치온 밤 11시) 기독교 집안에서 엄격하게 자란 앤더슨가의 자매들. 첫째인 시스터는 노래를 잘 부르며 섹시한 매력이 있고, 둘째 돌로레스는 의대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모범생, 마지막 셋째 스파클은 직접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 그러나 엄마 엠마는 딸들이 노래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에 자매들은 몰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끼를 발산한다. ■수퍼내추럴(FOX 밤 1시) 샘과 딘은 자신들이 한때 다녔던 고등학교에 유령이 출몰해 학생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학교 건물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던 학생은 1998년에 자살한 배리 쿡으로 샘이 전학 왔을 당시 친구가 되었던 학생이다. 샘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던 배리가 자신이 또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한 뒤 자살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벼락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지오는 평소에 전국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 할 만큼 성실한 친구다. 어느 날 승찬은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지오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항상 가게 일로 바쁜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지오는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번개탐정단이 나서는데…. ■실전! 근접 전투 CQB(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2시) 미국 특수부대 그린 베레 참전 용사인 테리 샤퍼트가 근접전투의 상황에서 위험 요소들을 역동적으로 방어하는 극적인 액션 장면을 선보인다. 현대 군인과 경찰, 사병(私兵) 심지어 테러리스트와 범죄 조직들이 도시 전투를 지휘하는 방법까지 탐구하며, 현 시대의 근접전투에 관해 심도 있게 분석한다. ■틴울프 3(AXN 밤 10시 50분) 그레엄 부보안관이 살해되고, 아버지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스타일스는 아버지에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기로 한다. 코라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간 스타일스는 스캇이 늑대인간이라는 걸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믿지 않고, 코라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쓰러진다. 그 와중에 학교에서 열린 추모 연주회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희생된다. ■명탐정 코난(애니맥스 오후 6시) 미란과 유명한 탐정, 그리고 코난은 중세 미술관에서 갑옷을 입은 기사가 한밤중에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미술관 사장이 미술관에 걸려 있는 ‘천벌’이라는 그림과 똑같은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다. 한편 미술관의 보안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미술관 사장을 살해한 범인은 다름 아닌 갑옷을 입은 기사였다.
  • 대한민국예술원상 허만하·박남재·박명숙

    대한민국예술원상 허만하·박남재·박명숙

    대한민국예술원이 제58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시인 허만하(왼쪽·81), 화가 박남재(가운데·84), 무용가 박명숙(오른쪽·63)씨를 선정했다. 문학 부문 수상자인 허만하씨는 고신대 의과대 교수, 한국시인협회 고문 등을 지냈다. ‘해조’ ‘시는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야생의 꽃’ 등의 시집을 펴냈다. 미술 부문 수상자인 박남재씨는 원광대 미술대 교수와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고문 등을 지냈다. ‘한국의 자연전’(국립현대미술관·1981), ‘한중현대미술전’(세종문화회관·2008), ‘화업 60년 발표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011) 등을 열었다. 무용학회장을 지낸 박명숙씨는 연극·영화·무용 부문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현대무용단 예술감독,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은 ‘초혼’(1981), ‘결혼식과 장례식’(1986), ‘혼자 눈뜨는 아침’(1993), ‘바람의 정원’(2008) 등이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세계 복합문화시설 포럼

    세계적 복합문화시설 운영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리더’들이 광주에 모인다. 광주시는 오는 8~10일 전남대에서 ‘문화, 기술, 창의성:복합문화시설’을 주제로 ‘2013 아시아문화포럼’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광주문화재단과 아시아문화학회가 주관하는 포럼에는 영국 바비칸센터,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브라질 오스카 니마이어박물관 등 세계적 복합문화시설 관계자 등 세계 문화예술계 전문가 26명이 발제·토론자로 참석한다. 또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주요 문화시설에서 3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한다. 9일 오전 개회식에서는 세계적 석학이자 문화예술비평가인 홍가이 한국외국어대 교수,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보니타 M 콜브 미국 라이커밍대 부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광주디자인비엔날레 6일 개막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6일 개막, 의재미술관 등 시내 곳곳에서 2개월간의 전시에 들어간다. ‘거시기, 머시기’란 주제로 오는 11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미학적 개념’보다는 ‘산업화’에 무게를 뒀다. 디자이너와 산업체의 공동 브랜드, 공예가와 디자이너의 협업 등을 통해 실제 판매 가능한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유통까지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20개국에서 358명(기업 19개)의 디자이너가 참여, 600여 작품을 선보인다. 행사는 본전시, 특별전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별전 ‘디자인산업화’에서는 광주 지역 의류업체인 전남방직과 디자이너들이 협업으로 수건, 침구류 등 생활용품에 대한 공동 브랜드 및 디자인을 개발했다. 또 ‘전통 공예디자인’에서는 공예 회사와 디자이너가 제품을 공동 생산해 전시한다. 본전시인 ‘공예의 산업화’에서는 장인과 디자이너 20명이 협업으로 호텔 등에서 실제로 판매할 공예품을 내놓는다. 광주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이 선보인다. 그동안 밋밋하고 개성 없던 광주 지역 5개 자치구 쓰레기봉투는 새로운 디자인이 입혀진 ‘예술 쓰레기봉투’로 변신한다. 택시 유니폼, 쌀 포장용 디자인 등도 선보인다. 세계적 거장들과 신진 디자이너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건축계의 세계적 거장인 일본의 구마 겐코, 저명한 건축 비평가이자 런던 디자인미술관장인 영국의 데얀 수딕, 호주 국제디자인어워드 대표 브랜든 기언 등이 참여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여름의 이름으로 Let’s 팅Rafting ·핑Camping ·킹Trekking

    여름의 이름으로 Let’s 팅Rafting ·핑Camping ·킹Trekking

    여름은, 견디자면 한없이 길고, 만끽하자면 너무나 짧은 계절이다. 아드레날린 펑펑 샘솟는 여름 레포츠! 그러나 하드코어는 좀 곤란하다면 가볍게 팅!핑!킹! 여름날 웃음 팡팡 튀는 산하로 가자.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봉화군청 www.bonghwa.go.kr, 영주시청 yeongju.go.kr, 모두캠핑 www.modecamping.com ●Rafting 낙동강 상류 이나리 강변 영차, 으싸 물 위의 전력질주 스키 한번 못 타고 겨울을 보낸 섭섭함을 기억한다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래프트에 몸을 싣는 일이다. 래프팅의 계절은 여름보다 짧기 때문이다. 인제 내린천도 가봤고, 정선 동강도 가봤고, 한탄강도 가봤지만 낙동강은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초행자들을 놀래키려는 듯 낙동강 발원지에서 가까운 봉화 이나리 강변은 거친 물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며칠 전 내린 장마비가 한몫 단단히 했다. 장마 때는 도로에서 불과 1m 아래까지 차오를 정도로 수위가 높아지는데 래프팅의 스릴은 이 수위와 정비례한다. 보통 래프팅은 6~9월까지 석 달간 허락되어 있지만 첫물과 끝물은 마니아들이 움직이는 시기이고, 일반인들에게는 7~8월 두 달간이 무난하다. 35번 국도를 타고 상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십여 개의 보트가 차창 밖으로 스쳐갔다. 봉화 래프팅은 봉화나루터에서 시작하여 길게는 청량교까지 코스가 이어진다. 상류에서부터 순서대로 관창교, 오마교, 관창1교, 청량교 등의 다리 부근에 선착장이 있는데 짧게는 6km, 길게는 10km까지, 여러 코스가 있다. “위험한 곳과 재미있는 곳은 다르다!” 베테랑 가이드의 연륜 어린 충고가 귀에 쏙 박혔다. 스릴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유혹으로 들리겠지만 래프팅의 재미는 여러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수량이 많고 거친 물살이 간혹 나타나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련한 가이드의 안내와 팀워크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안전이다. 그래서 몸을 푸는 준비 운동과 안전교육은 필수다. 무게가 60kg이 넘는 10~12인승 보트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만 운반도, 운행도 가능하다. “봉화의 래프팅 코스에는 두 가지 고비가 있는데요, 첫 번째 것은 위험하기만 하고 재미있는 곳은 아니고요, 두 번째 고비는 좀 위험하지만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하얀 포말이 올라오는 지점이 다가올수록 물속에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소용돌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트 바닥에 부착된 발고리에 안전하게 발을 고정하고 구령에 따라 몸을 앞뒤로 숙이기도 하고 힘차게 패들을 저으니 어느새 수면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미 몸은 흠뻑 젖은 상태. 아드레날린의 세례를 받은 듯하다. 가이드가 경고했던 두 개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이빙 타임! 바닥이 보이질 않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물길을 잘 아는 가이드들이 파악해 둔 다이빙 지점은 수심이 깊어서 다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자세로 입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저절로 환호성이 터진다. 그 소리에 놀란 두루미가 멀리서 날아올랐다. 물길 따라 그냥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래프팅은 의외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몇 번 물에 빠지고 나니 (그래서 물을 삼키지 않는다면) 배가 홀쭉해져 있다. 종료 지점이 가까워지면서 몇 팀과 캔 맥주 내기 레이싱을 해서 더 그랬을지도. 단단하게 조였던 구명조끼가 다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 당장 식당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일 때 낙동강레포츠센터의 넓고 깨끗한 샤워장은 참 고마운 존재였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후에 나누는 밥상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고, 맛있을 수밖에. 한여름이 꿀맛이다. ▶Rafting Gear 래프트 래프팅은 2차 세계대전 후 남은 군용 고무보트를 운송 수단으로 사용했다가 레저용으로 확산됐다. 작게는 3~4인용(45kg, 3m60cm)부터 크게는 12인용(64kg, 4m50cm)까지 있으며 PVC나 고무재질로 만들어진다. 고무 래프트 한 척의 가격은 보통 300~400만원 사이다. 구명조끼 수영을 못해도 래프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구명조끼다. 체중 120kg까지 안전하다. 착용요령은 가슴둘레가 꼭 맞도록 몸통의 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다리 고정끈까지 확실하게 채워야 물에 빠졌을 때 조끼가 벗겨지지 않는다. 안전모 너무 크거나 작은 사이즈는 불편할 뿐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으므로 적당한 사이즈를 골라서 착용해야 한다. ▶travie info 낙동강 래프팅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의 3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중앙래프팅(054-672-0802), 봉화래프팅(054-673-0890), 청량산래프팅(054-674-1999) 등 여러 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소요시간 2~3시간 요금 1인당 2만~3만5,000원(코스별) 봉성 청봉숯불구이 봉화군 봉성면은 솔잎향이 가득한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하다. 춘향목에서 딴 솔잎이 잡냄새를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비결. 숯불 화덕에서 구워 오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걸리지만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든 된장찌개도 일품. 돼지 숯불구이 1인분 1만8,000원 문의 054-672-1116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Camping 연천 조각공원 캠핑장 예술이 있는 풍경 그리고 캠핑 <1박2일>, <아빠, 어디가>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하다. 여행을 귀찮아하시는 어머니의 입에서 ‘캠핑 한번 해보자!’라는 제안이 먼저 나오다니. 부모님의 로망을 풀어 드리긴 해야겠는데 한번 쓰자고 비싼 캠핑장비를 구입하기는 그렇고, 또 막상 텐트생활을 불편해 하실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답은 캐러밴이었다. 여름의 위세는 당당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고작 10여 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말 그대로 뙤약볕 샤워. 이 순간 드는 생각은 아무리 자연 속의 캠핑이라지만 텐트가 아닌 캐러밴을 예약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주방용 에어컨과 침실용 에어컨을 가동하니 차 안 공기는 금세 뽀송뽀송, 시원해졌다.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둘러보니 6인승 캐러밴은 펜션 시설 못지않았다. 전면에는 커플을 위한 큰 침대와 전용 에어컨, 후면에는 2층 침대 2개가 있었다. 중앙부의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는 물론이고 식기와 밥솥 등 모든 주방도구가 갖춰져 있으니 늦은 점심식사 준비도 뚝딱 이루어졌다. 게다가 평면 TV까지. 또 하나의 집이다. 캐러밴에 딸린 파라솔 테이블 옆으로 대형 그늘막 설치가 끝날 무렵 아버지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셨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맥주 한 캔. 그렇게 온 가족이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어린시절 부산 외갓집 앞 평상에 할머니, 이모, 삼촌까지, 온 가족이 모여 수박을 깨먹던 추억이 몇십 년의 시차를 뚫고 달려와 있었다. 그때 어린 나 대신, 꼭 그 또래의 조카가 뽀로로 캠핑의자에 앉아 있을 뿐. 열기가 가시고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쯤 공원 산책에 나섰다. 좀 전까지 예사로 보았던 물체들에 다가서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돌멩이인 줄 알았던 연못가의 검은 물체들은 세심하게 배치된 군화 수십 켤레고 그냥 장대라고 생각했던 쇠철봉 위에 녹슨 철조망이 걸려 있었다. 저 멀리 검은 천막은 미국의 군용막사였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도 매년 6월 민통선예술제를 주최하고 있는 미술관다운 작품들이었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을 달려왔을 뿐인데 분단이라는 현실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작품들은 대부분 석장리 조각공원의 관장인 박시동 화백의 것이고 곳곳에 소품들이 숨은 듯 전시되어 있다. 분단과 평화에 뜻을 둔 작품들도 있지만,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작품들이 푸른 잔디밭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석장리 조각공원이 캠핑 캐러밴 사이트로 변신한 것은 지난 6월의 일이다. 기존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 사이로 모두 17대의 캐러밴이 자리를 잡았다. 예술을 테마로 하는 독특한 오토캠핑장이 생긴 것이다. 캠핑장 운영을 맡고 있는 김규호씨의 부지런함과 싹싹함 뒤에는 아버지 김명환씨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캐러밴 등 특수차량을 생산하는 (주)두성특장차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명환씨는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캠핑장 운영에 대한 컨설팅과 강연도 맡고 있다. 전국에 캠핑장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테마와 개성이 없으면 금방 도태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런 의미에서 연천 조각공원점은 야생 버라이어티 캠핑보다는 느긋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캠핑장이다.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정성들여 가꿔 온 정원처럼 아늑하다. 생태보고지역인 최북단 제1땅굴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지난 15년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채 재배해 온 야생화와 약초들은 효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약을 치지 않아 파리가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살충제를 뿌리면 반딧불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 고민이라고. 박시동 관장 내외가 거주하는 집과 작업실이 뒤편에 있고, 주차장 뒤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손수 만들었다는 황토방 3채가 있다. 그중 하나는 효소저장소로 사용 중이다. 9월부터 관장 내외가 지도하는 도자기 체험, 사진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개시할 예정이며 수년 동안 숙성시킨 효소도 구입할 수 있다. 또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50명 이하 단체를 위한 여행지로도 제격. 야외부대와 황토방 펜션 등 다른 캠핑장에는 없는 시설도 있다. ▶Camping Gear 캐러밴을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이 캠핑 장비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긴 하지만 한 두가지만 더 준비하면 캠핑의 재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끽할 수 있다. 캠핑 의자 보통 캐러밴 옆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지만 이동이 어렵고 좁기도 하다. 편하게 옮겨 앉을 수 있는 캠핑 의자가 있다면 경치 좋은 자리, 시원한 자리에서 독서를 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작은 테이블과 그늘막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화롯불 지피기 캠프파이어가 없다면 캠핑의 낭만을 절반도 즐기지 못한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숯불 바비큐용 화로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이와 별도로 장작을 구입해서 모닥불을 만들면 밤새 불가에 모여서 도란도란 즐길 수 있다. ▶travie info 모두캠핑 연천 조각공원점 모두캠핑 연천 조각공원점은 캐러밴 전용 캠핑장으로 2인용, 4인용, 6인용까지 총 17대의 캐러밴이 있다. 원래 석장리 조각공원이었던 캠핑장에는 조각품과 설치미술, 연못과 잔디정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2채의 황토펜션도 운영 중이다. 태안반도의 학암포 캠핑장과 영종도의 왕산 제휴점도 있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 875 요금(최저요금기준) 스탠더드 8만원(2인용), 디럭스 11만원(4인용), 스위트(6인용) 14만원, 황토펜션(2인용) 10만원 문의 1544-6615 www.modecamping.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ekking 청량산·죽령옛길 참! 시원한 여름 숲길 그 좋아하던 등산도 여름이면 잘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내공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여름 숲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그 계속물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봉화 청량산 물과 함께 걸었네 청량산 산행은 보통 ‘입석’에서 시작된다.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 뚝 떨어져 나온 커다란 바위가 마치 이정표처럼 서 있다. 탐방코스는 5가지로 짧게는 2시간(4km) 코스도 있고 정상을 넘는 코스는 5시간 40분(7km) 정도를 잡아야 한다. 물병 하나 들고 오르기 시작! 청량산淸凉山은 수려한 풍경 때문에 금강산과 비교하여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걸쳐 조선시대에 풍기군수로 재직했던 주세붕이 직접 명명했다는 12개의 봉우리(내산內山 9개, 외산外山 3개)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최고봉은 장인봉870m이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반가운 쉼터가 나왔다. 청량정사를 먼저 방문해야 정석이겠지만 발길이 먼저 닿는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산꾼의 집’. 칠순이 넘은 기인 이대실 선생이 이 집의 주인이다. 서예, 달마도, 가야금, 무예 등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그는 집을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직접 제작한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후한 인심 덕에 이곳에 들르는 나그네는 누구나 따끈하고 달큰한 약초차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원하는 만큼 마시되 컵을 헹구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나니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경사면에 위아래로 펼쳐진 청량사의 중간 허리쯤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창건된 청량사는 산 중턱쯤, 마치 부채를 펼쳐서 세워놓은 듯 비탈진 절벽 아래 독특한 가람배치를 이루고 있었다. 전성기에는 산 곳곳에 암자가 27개나 되었다지만 지금은 조선 후기 양식을 보여주는 유리보전과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응진전이 가장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그 냉수의 힘으로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목적지는 해발 800m 지점의 하늘다리. 2008년에 설치한 하늘 다리는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 자란봉과 선학봉의 정상을 연결한 길이 90m의 산악현수교다. 다리 가운데 지점에는 투명한 복합유리섬유 바닥재를 사용해 마치 허공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했지만 오래돼서인지 불투명해져 버렸다. 어쨌든 아찔한 풍경인데 운동화를 신은 소년들은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청량사에서 선학정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는 졸졸졸 계곡물이 따라 내려온다. 고대에는 수산水山이라고 불렸다는데, 그만큼 12봉 사이 계곡마다 물이 풍부했었나 보다. 그 조잘대는 물소리만으로도 청량하기가 그지없다. 청량산도립공원 mt.bonghwa.go.kr 054-679-6651 영주 죽령옛길 ‘잠시 쉬었다 가게나!’ 소백산국립공원의 둘레에도 길이 흐른다. 충북 단양, 강원 영월, 경북 영주에 모두 걸쳐 있는 소백산자락길이다. 총 12개의 자락길 중에서 죽령옛길은 3자락(11.4km)을 구성하는 3개의 길(죽령옛길, 용부원길, 장림말길) 중에서 첫 번째 문화생태탐방로다. 그러나 죽령옛길(2,8km 50분)의 역사는 신라 아사달과 15년(1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풍령, 문경새재와 함께 영남과 다른 지방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통로였고 조선시대 유생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거쳤던 곳이기도 하다. 그 선비들이 쉬어 가곤 했던 주막과 마방은 1900년대 초까지도 운영을 했었다. 지금은 다 무너진 돌담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지만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어르신들도 아직 계시다. 주막에서 들이킨 약주 한잔의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고갯길은 더 힘겨웠을 것이다. 구름도 자고 간다는 추풍령이 고작 해발 221m이니 해발 689m의 죽령을 넘는 구름들은 사나흘 푹 묵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 길을 오갔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퇴계 이황 선생도 포함된다. 형제간의 우애가 지극했던 퇴계 이황 선생과 형 온계 이해 선생이 서로를 배웅했던 계곡자리가 남아 있었다.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쓸모가 없어진 죽령옛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우거진 풀숲에 잠식되나 했지만 트레킹 붐을 타고 다시 빛을 찾았다. 지금은 국가명승 30호로 지정되었고 12자락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해 전 이 길을 걸었을 때에는 소백산역(구 희방사역)에서 시작해 죽령마루까지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나무 계단과 데크가 놓이고 도로변에는 정자까지, 길은 제법 정비가 되어 있었다. 숲길이 끝날 무렵에는 사과, 자두, 호두가 알차게 영글어 가는 과수원이 나왔다. 열매는 여름이라는 뜨거운 에너지의 집약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에 걷기에는 정말 최곤데요!” 누군가의 탄성이 지나갔다. ▶travie info 송이돌솥밥 봉화는 전국 최대 송이 주산지다. 송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돌솥밥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솥밥을 푸기 전에 송이 한 점을 참기름장에 찍어서 그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이다. 봉화에서 나는 신선한 나물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송이요리전문점 솔봉 송이(봉화읍 내성리, 054-673-1090) 돌솥밥 1만5,000원 약선정식 청정지역에서 재배해 향이 깊고 부드러운 나물들을 간수 뺀 소금과 효소 등으로 맛을 낸 약선요리는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인삼요리와 한방인삼김치를 전문으로 하는 약선당은 2010년 세계약선요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순화 여사가 창업했고 아들 이정훈씨가 대를 잇고 있다. 약선당(영주 봉현면, 054-638-2728) 약선정식 2만원, 인삼정식 3만원
  •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에선 알게 된다. 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왜 소리꾼이 창을 하고, 왜 시인이 시를 쓰는지를. 씹어도 삼켜도 내려가지 않는 응어리를 진도 사람들은 ‘예술’이라 했다. 바다도 울고 칼도 울고 해海 용산역에서 KTX로 3시간을 달려 목포에 내렸다. 호남선의 시작과 끝을 찍는 목포역은 개청 100주년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1913년 태어난 목포역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겪으며 1세기를 무던히 견뎌냈다. 목포에서 다리 하나만 넘으면 진도다. 진도대교를 넘는 순간, 바다가 흐느껴 울었다. 생명줄을 잡고 있는 존재만이 운다. 그래서 진도대교가 길게 누워 있는 ‘울돌목’은 그냥 바다가 아니다. 좁고 깊은 골짜기를 낀 울돌목의 파도는 제 존재를 증명하고자 부지런히 온몸을 비틀고 꼬았다. 바다의 연주에 맞춰 칼의 노래가 들렸다. 충무공 이순신이 울돌목을 굽어봤다. 순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대치하면 ‘명량鳴梁’이 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명량을 이용해 이순신은 왜구의 배 330척을 물리쳤다. 그가 거느린 배는 고작 13척뿐이었다. 영웅담은 과대 포장되기 마련이지만, 이순신의 이야기에선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졌다. 허깨비를 좇는 정치에 죽을 뻔하고, 백의종군하던 중 모친상을 당하고, 전쟁 도중 아들을 잃었다. 그건 할리우드 영화 속에 나오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로 피눈물을 흘린 인간의 이야기였다. 매년 울돌목에선 명량대첩일인 음력 9월16일을 기점으로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올해 9월27일부터 9월29일까지 울돌목에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마음으로 싸운 이순신을 만날 수 있다. 진도의 바다는 우는 것도 모자라 시커먼 제 속을 드러냈다. 검게 타들어 간 진도의 가슴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바닷길이다. 길이 2.8km, 폭 40m의 이 길을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바다 위에 갈색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것만 같다. 뱀의 비늘이 알록달록해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 때문이다. 진도군은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35번이나 치렀다. 지난 4월 나흘간 개최된 올해 축제에는 무려 51만명이 다녀갔다. 매년 4~5월경 잠깐 열렸다가 닫히는 ‘찰나의 길’인지라 여름에 찾은 바닷길은 행방불명이었다. 바닷길을 지켜본 동상 두 개가 ‘기적을 믿어라’고 했다. 목격자는 멀리서 바닷길을 지켜보는 피에르 랑디 동상과 다른 하나는 축제 현장을 지키고 선 뽕할머니 동상이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피에르 랑디는 진도의 바닷길을 보고서 ‘모세의 기적’이라 프랑스에 전했고, 그 덕분에 프랑스 신문에 진도가 소개될 수 있었다. 피에르 랑디는 실존 인물이지만 뽕할머니는 전설 속 인물이다.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빈 마을에 혼자 남겨진 뽕할머니가 이웃 섬으로 도망간 가족을 그리워하자 용왕이 ‘길’을 내주었다는 전설은 신비의 바닷길의 모태가 됐다. 신비의 바닷길┃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신비의 바닷길 74 홈페이지 miraclesea.jindo.g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풍경 앞에선 붓이 춤춘다 서화書畵 진도의 바다 옆에는 늘 논이 따라다녔다. 바다 너머 논, 논 너머 바다…. 물과 흙이 진도 사람을 빚어냈을 것이다. 진도에선 보이는 대로 툭 찍어내는 사진이 아니라 뭉툭한 연필로 쓱쓱 그리고 고운 물감으로 덧칠한 풍경화가 갖고 싶었다. 사물 하나 제대로 스케치하지 못하는 아둔한 손을 원망했다. 재주 없는 외지인의 마음이 이러한데, 진도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진도의 미술관은 진도 출신의 작가와 진도의 풍경이 담긴 그림 위주로 전시를 꾸리고 있었다. 서예가 장전 하남호 선생이 사비를 들여 만든 남진미술관은 아늑하고 소담했다. 미술관 정원에는 색이 고운 토기와 조각품이 가득 메워져 있고 별관에는 분청사기, 백자, 청자 등이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술관 본관으로 들어가면 책에서 봤던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 다닌다. 이름만으로 무게가 느껴지는 추사 김정희와 한호 한석봉의 글씨를 알현하고, 대원군 이하응의 박력이 느껴지는 글씨도 볼 수 있다.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무정 정만조, 고균 김옥균, 계정 민영환 등의 작품도 미술관 곳곳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미술관의 벽면 한쪽을 크게 메운 그림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다산 정약용의 ‘홍매도’다. 다산의 유배지는 진도가 아니라 강진이건만 정약용이 그린 매화 그림은 진도에까지 진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진도의 그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의 흔적을 밟아야 한다. 운림산방은 진도 출신의 허련이 여생의 끝자락을 보내던 화실이다. 이곳을 지키는 건 연꽃이 동동 떠 있는 호수와 의젓한 소나무, 하늘거리는 배롱나무 등이다. 운림산방은 배우 배용준과 전도연 주연의 영화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허련은 평생 한 스승를 우러러봤다. 허련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 준 추사 김정희 말이다. 추사는 중국 원나라의 4대 화가로 손꼽힌 ‘대치’ 황공망과 견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린다 하여 제자의 호를 ‘소치’라 지어 주었다. 소치 허련이 운림산방에 기거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의 죽음 때문이었다. 허련은 스승을 만나러 제주도까지 찾아가곤 했다는데, 스승을 향한 사랑은 운림산방에서도 느껴진다. 심지어 운림산방은 뜻밖의 선물을 내어 놓았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를 본 것이다. 메마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마주 보고 꼿꼿하게 선 세한도에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글씨가 숨어 있었다. ‘서로 오래 잊지 말자’는 이 말은 귀양살이 중이던 추사가 중국에서 책을 구해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띄우는 감사의 인사다. ‘예술 혼’은 세월의 바람 앞에서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소치 허련에 이어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인 허림, 임전 허문, 허진 등 소치의 집안은 5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했다. 호수 오른편에 보이는 소치 기념관에선 소치 집안의 가계도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피는 같을지언정, 각자 그려낸 그림의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한집안에서 태어난 작가들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남진미술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하미길 39 문의 061-543-0777 운림산방┃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문의 061-543-0088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진도 Q&A Q.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갤러리가 있다? 그림을 전시하고 커피와 케이크를 파는 갤러리형 카페는 봤어도 그림을 전시하며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곳은 생전 처음 봤다. 진도니까 가능한 일이다. 우초 박병락 선생이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자 음식점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수제비와 파전. 진도의 바다를 표류하던 각종 해산물이 수제비와 파전에 들어 있다. 노란 색감이 퍼지는 막걸리도 진도의 특산품인 ‘울금’으로 만들어져 독특하다. 울금은 생강과 식물로 울금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카레의 주원료가 된다. 우초 선생의 그림은 진도스럽다. 진한 먹으로 그려낸 작품에선 검정빛 개펄이 살아 있다. 소나무 너머의 바다, 갯벌의 변화, 낙조 등 작품의 주제는 진도를 비켜가지 않는다. 작은 갤러리┃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 300 문의 061-544-0071 Q. 진도개? 진돗개? ‘진도개’는 진도를 알리는 일등공신이다. 1993년 5살짜리 진도개 백구가 대전으로 팔려갔으나 주인을 잊지 못하고 7개월간 팔백리길을 달려 옛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얘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에서는 똑똑한 진도개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명연기부터 조련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고난이도 묘기도 부린다. 여기서 잠깐! 진돗개와 진도개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사이시옷 맞춤법을 따르자면 ‘진돗개’가 맞지만 진도 사람들은 진돗개를 ‘진도개’라 부른다. 1963년 진도개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될 당시 진돗개가 아니라 진도개로 등재됐기 때문이란다. 진도개라는 단어에는 ‘진도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진도 군민의 자부심이 배어 있는 셈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주소 전남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 홈페이지 dog.jindo.go.kr Q. 홍주는 섞어야 맛있다? 진도의 특산품은 헤아리기 어렵다. 꼬들꼬들하고 튼실한 돌미역,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불리는 구기자, 한겨울에도 잘 자라는 대파 등…. 수많은 특산품을 비집고 진도 토속주인 ‘홍주’가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됐다. ‘지초’라는 약초를 가미해 색을 낸 홍주는 이름 그대로 새빨갛다. 도수가 무려 40도를 웃돌기 때문에 주당이 아니라면 그냥 마시기 쉽지 않다. 맥주잔에 맥주를 70% 가량 채운 뒤 홍주를 약간 부으면 마치 맥주 위에 해가 뜬 것 같은 ‘일출주’가 된다. 맥주가 든 맥주잔 안에 홍주가 든 소주잔을 넣으면 ‘일몰주’. 또한 투명한 사이다와 홍주를 섞으면 접점 부분이 분홍빛으로 바뀌어 상당히 곱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하더라 가무歌舞 “진도 앞에선 서화가무를 자랑하지 마시오”라는 충고는 허풍이 아니었다. 예술이라는 향수를 얼마나 뿌린 것인지, 나중에는 예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특유의 진도 내음이 풍겨 왔다. 아리랑마을 관광지 내 아리랑체험관에서 아리랑은 물론이고 사물놀이, 진도씻김굿 등을 간접 체험했다. ‘지잉’ 징이 울면 바람이 불고, ‘둥둥’ 북이 울면 구름이 따라왔다. ‘꾕꾕’ 꾕과리가 소리치면 천둥이 밀려왔고, ‘덩기덕’ 장구가 움직이면 비가 쏟아졌다. 논밭을 일궈 살기 위해 그들은 악기를 쳤다. 자연을 ‘적’이 아닌 ‘동지’로 만드는 우리 민족의 지혜다.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에서 전승된 ‘남도 들노래’는 아예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남도 들노래 하면 지산면 인지리의 조공례 할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소리에 미친 조공례 할머니의 윗입술은 “노래하지 말라”는 남편의 돌팔매에 찢겼다. 책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곽 시인은 입술이 찢기던 순간을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꽃잎처럼 송이송이 서럽고 고왔는디”라 묘사한다. 윗입술이 찢기고도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한 그녀는 남도들노래 창 기능 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51호가 됐다. 농사지으랴, 밥하랴, 아이 키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진도의 부녀자들은 때론 손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남도들노래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강술래의 탄생기다. 이곳저곳 정처 없이 진도를 염탐하다 보니, 해日와 이별할 시간이 오고 있었다. 해와 만나고 헤어지는 건, 먹고 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아니던가. 그러나 진도에선 해조차 특별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듯 진도의 해는 애잔하게 바다의 품에 안긴다. 떠나가는 해를 보려 세방낙조 전망대로 달렸다. 일몰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공백기를 달래 준 건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공연이었다. 중중모리 가락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관람객의 몸 사위를 따라 흘렀다. “고초장, 된장, 간장, 뗏장, 아이고 아니로구나. 초장화, 초장화, 초장화, 장화초, 장화초 아이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흥부가> 중 화초장 대목. 부자가 된 동생 흥부에게서 ‘화초장’을 빼앗아 온 놀부가 화초장을 ‘고초장’이라고 했다가 ‘초장화’라고도 했다가 정신없이 소리 질렀다. 흥부가가 끝나기 무섭게 북을 맨 세 사람이 등장했다. 양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장구처럼 양쪽으로 치는 ‘진도북놀이’는 잔가락이 많기로 유명하다. 두 손에 북채를 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심장도 북의 장단에 맞춰 쿵쿵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쩌렁쩌렁 울리던 소리가 자취를 감출 무렵, 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숨을 멎을 듯 말듯 해가 어느 순간 바다에 스며들었다. 아리랑마을 관광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아리랑길 95-5 문의 061-544-8839 세방낙조┃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세방낙조로 문의 061-544-0151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진도군청 www.jindo.go.kr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 [공연단신]

    이영란의 흙놀이 오물조물딱딱 흙을 통해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체험 놀이.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상상톡톡미술관. 어린이 1만 8000원, 어른 1만 5000원. (070)8224-8383 연극 짬뽕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광주의 비극과 소시민의 애환을 따뜻한 웃음 속에 담아내며 찡한 감동을 준다. 오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달빛극장. 전석 2만 5000원. (02)6414-7926. 국립합창단 ‘영혼의 노래’ 국립합창단이 미국 합창 음악의 전설인 웨스턴 노블 루터대 교수의 지휘 아래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1만~5만원. (02)587-8111.
  • 작지만 놀라운 영화제 몰려온다

    작지만 놀라운 영화제 몰려온다

    작지만 알찬 영화제들이 잇따라 관객들을 찾는다.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영화제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실험영화제다.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과 광진구 건국대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7개의 경쟁 섹션과 10주년 기념 상영 프로그램,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아시아 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실험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가 김구림의 1969년 작품 ‘1/24초의 의미’와 일본 전위 영화의 개척자 마쓰모토 도시오의 1968년 작품 ‘찢어진 오른쪽 눈을 위하여’가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이행준 프로그래머는 변재규의 ‘사진측량’과 베아트리스 깁슨의 ‘타이거스 마인드’, 자장커 감독의 촬영감독 출신인 유릭와이의 ‘원평’ 등을 주목할 작품으로 꼽았다. 모든 작품이 무료로 상영된다. 6일부터 15일까지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대단한 단편영화제’는 단편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재기 발랄함을 마음껏 발산한다. 연애와 청년 실업, 성장담 등을 다룬 작품 551편이 출품돼 25편이 최종 경쟁 후보에 올랐다. 영화제 측은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거나 교육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고발한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특별전에서는 ‘감시자들’의 진경, ‘창피해’의 김상현, ‘밀양’의 조영진 등 상업 영화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배우들의 주연 단편 5편을 선보이고, 감독 특별전에서는 개막작 ‘남자들’을 비롯해 남궁선 감독의 작품 5편을 상영한다. 김태용 감독의 ‘그녀의 연기’, ‘숨바꼭질’을 연출한 허정 감독의 ‘주희’ 등 상업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들의 단편도 만날 수 있다. 지방에서도 영화 팬들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 지난달 29일 개막해 메가박스 광주점 등에서 2일까지 이어지는 광주국제영화제는 세계 영화계의 신작을 소개하는 월드비전, 가족의 문제를 다룬 패밀리 시네마 등 다양한 섹션을 통해 세계 영화의 흐름을 짚는다. 지난달 30일부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스크린 씨눈 등에서 열리고 있는 대구단편영화제는 단편경쟁 23편과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제작된 애플시네마 부문 7편 등을 선보인다. 어느 날 해변에서 40m 크기의 대파가 출현한다는 내용의 ‘대파맨’, 자신의 학생이 집에서 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사의 이야기 ‘겨울의 폭탄’ 등 독특한 일본 단편 4편도 초청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현장 행정] 개관 100일 맞은 동작아트갤러리

    [현장 행정] 개관 100일 맞은 동작아트갤러리

    29일 오전 11시 보라매공원을 지나자 언덕에 솟은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각형 뿔 모양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개관 100일을 맞아 본격적으로 역할을 맡은 동작아트갤러리다. 1964년 지어져 1985년까지 공군사관생도들이 이용하던 성문교회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393㎡ 규모로 1층 전시관에서는 동작문인협회 시화전과 동작구사진작가협회 회원전이 한창이다. 한쪽 벽면에 전시된 동작구 거주 문인들의 작품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서울대 교수를 거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지낸 구인환(84)씨의 ‘산딸기’가 바로 그것이다. ‘산이 부끄러워/산이 탐이 나서/두견새 피움을음 삼키며/안에서 토해 내는/한 떨기의 장미’로 시작하는 작품은 동작구사진작가협회 회원들이 제공한 사진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졌다. 이 밖에 아마추어로 시인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작품도 다수 전시돼 있다. 반대쪽 벽면에는 수준급 사진들이 내걸렸다. 주로 자연을 찍은 것들이다. 동작구를 상징하는 새 백로와 선유도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 예술 공연 등 다양한 장면을 안정감 넘치는 앵글의 사진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동작아트갤러리 관계자는 “특히 주말이면 보라매공원을 찾은 주민들이 갤러리까지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유명 작품도 전시할 계획”이라며 “먼저 다음 달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별곡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는 아트센터나 직영 갤러리가 많은데 동작구의 경우 주택지 비율이 높아 문화 공간이 협소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동작아트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이 이전에는 보건소와 문화복지센터 건물 벽면에 걸려 전시됐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 등 예술가들이 꾸준히 의견을 제시, 숙원사업이던 갤러리를 개관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며 웃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작품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녹아 있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실험성이 강하며 개인의 관심사에 대한 흥미도 이채롭다. 지금 화랑가에는 이색 소재로 관객을 잡아끄는 묘미로 가득찬 전시들이 눈에 띈다. 여름 내내 폭염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휴식처가 될 만하다. 진 마이어슨(41)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유럽, 홍콩에서는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다. ‘아시아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51)의 ‘절친’이기도 하다. 구상화인 듯하면서도 추상회화의 맥을 잇는 작품들은 런던 사치갤러리, 뉴욕 첼시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적 미술관으로부터 초대받았다. 이런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은 온통 왜곡돼 있다. 마치 독특한 렌즈가 달린 듯하다. 잡지, TV, 사진 등에서 빌려 온 이미지를 해체하고 비틀어 기존과 전혀 다르고 생뚱맞은 모습으로 캔버스에 풀어낸다. 서울 중구 황학동 등 도시 풍경을 찌그러뜨리거나 뒤틀고 통째로 이어진 듯 유기적인 모습으로 둔갑시키는 화법이 탁월하다. 웃음을 머금은 채 후드티를 뒤집어쓴 모습을 그린 자화상마저 보는 이들을 우울하게 만들 정도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작품도 그리는 과정에서 왜곡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내 작품은 특정 장소를 그렸다기보다는 내면의 장소를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작품 세계는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어릴 적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 이름은 박진호. 어린 시절 주변 300㎞ 반경에 동양인이라곤 단 한 명도 없던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그저 덩치 작은 동양인 외톨이였다. 늘 혼자 놀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애착을 가졌다. 역사학자인 아버지가 그를 미술가로 키웠다. 미니애폴리스 칼리지와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뉴욕과 파리, 서울을 거쳐 현재 홍콩에서 작업 중이다.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지만 여전히 마음속 상처는 깊다. “한국의 부모님을 만나려 시도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는 그는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끝없는 경계’전을 이어 가고 있다. 2009년에 이어 한국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신작 회화 10점이 나왔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안두진(38)은 미술에 물리학을 접목한 ‘이마쿼크’ 이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마쿼크는 ‘이미지’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쿼크’의 합성어. 2008년 이 조형이론을 들고나온 뒤 자신의 작업을 ‘발생적 회화’라 부르며 캔버스에 깨알 같은 점을 차곡차곡 쌓아 이질적 풍경을 담아낸다. 점, 선, 면을 만드는 붓질을 계량화하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대표작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 날’을 보면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이 폭발할 듯 숲과 마을을 노려본다. 뭔지 모를 엄청난 재앙이 닥칠 듯 불안한 이유는 무수한 꼬임과 붉은 기운이 감도는 형광색 캔버스 탓이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질은 최소 단위인 원소 배열 구조로 이뤄졌고, 그림 또한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면서 “(내 그림은) 풍경을 담지만 실존하는 풍경을 재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04년 등단한 작가는 그간 홍콩, 베이징 등 해외 전시에서 호평받았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르트 구름’을 통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10여년 전 인기 캐릭터 ‘동구리’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권기수(41)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동구리를 만들어 내느라 여전히 바쁘다.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조금씩 변화도 꾀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는 “‘또 동구리네. 아직도 동구리야?’라는 반응이 제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구리는 한국화라고 주장한다. “언뜻 아크릴로 그린 팝아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군자와 강태공, 죽림칠현이 녹아 있다”고 한다. 동구리가 찌든 세상을 떠나 늘 웃는 모습으로 세상의 시름을 덜어 주는 이유다. 동구리의 최신 버전은 10월 27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골든 가든’ 전에서 공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돈만 밝히는 것은 지금 우리 미술계 전반의 문제다. 비엔날레마저 연예인을 끌어들여 상업화하고, 평론가협회 같은 지식인단체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한다. 일선 화랑들도 장사치 마인드를 버리고 정직해져야 한다.”(홍경한 미술평론가) 국내 미술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상업화랑들의 신인작가 발굴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일찌감치 상업적인 작품을 내놓도록 유도함으로써 작가들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 27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술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상업화랑들은 최근 신인작가 발굴전 등을 통해 잇따라 젊은 작가 확보에 나섰다. “미술시장 판도가 작가 개인 역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라 젊은 작가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게 화랑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상업화랑 상당수는 이미 정기·비정기적으로 이런 전시를 열거나 기획 중이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는 최근 들어 거의 상설화되는 추세다. 미대 졸업 시즌 직후인 4~5월과 10월에 신진작가 전시회가 봇물을 이루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실험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컬렉터(소비자)층을 두껍게 해 미술시장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론은 이 같은 화랑가의 분위기를 타고 흘러나온 주장이다. 서울 인사동의 화랑 관계자는 “어린 작가에게 등단 기회와 작품 제작 경험을 전달하는 순기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는 화랑들은 젊은 작가의 발굴과 전시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도 창출해야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신인 작가전이 불황 타개의 요긴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화가는 “상당수 화랑들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며 전시회를 열지만 이는 유명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전시를 열어 헐값에 작품을 구입해 뒀다가 작가가 유명해지면 수십 배까지 이익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000만원짜리 그림을 팔 때 기성 화가들은 화랑으로부터 500만원가량의 돈을 받지만, 젊은 작가들은 특별히 정해진 액수가 없다. 화랑과 신인 작가의 노예계약인 ‘전속제’가 거의 사라진 요즘 신인 발굴전은 오히려 예전 젊은 기획자들이 마련하던 순수한 의도의 신인전과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상업성은 서울 강남북의 화랑가에서 열리는 단체 전시회에서 정점에 이른다. ‘미대 우수 졸업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미래를 가늠하고 직업화가의 길을 열어준다’는 표어를 내걸지만, 이면에는 화랑의 비수기 경영 수지를 맞추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것. 어떤 신진 작가 전시회는 20명 이상의 작가를 모아 기획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1인당 참가비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오간다. 미대 교수나 강사가 화랑 대표로부터 졸업생 참여를 부탁받기도 한다. 대신 화랑들은 비수기 때 안정된 대관료를 챙기고 예비 작가들을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대형미술관의 한 중견 큐레이터는 “상업화랑에 수익을 내지 않는 전시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창 성장하는 젊은 작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린 작가들은 전시회를 통해 작품이 비싼 값에 많이 팔릴수록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다. 스스로 작품세계를 확립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취향만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 미술가들의 축제로 떠오른 한 행사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요즘 어린 작가들은 미학·철학·예술성이 담보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보다 예술을 매개로 앤디 워홀이 되고 싶어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지독한 상업화 분위기를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으로는 신인 작가를 찾아내려는 공모전이나 화랑 전시 외에 새로운 전시공간 개척이 제시되곤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창작촌 인근에 개관한 비영리 전시공간 등이 사례로 꼽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무색무취 물방울 그리는 데 한평생… 영혼과 닿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무색무취 물방울 그리는 데 한평생… 영혼과 닿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너절하지 않은 화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올해 나이 여든넷.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 화백은 자신의 50년 ‘화업’(畵業)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앞두고 작은 바람부터 털어놨다. 그에게 ‘너절하지 않은 것’은 있으나 마나 하지 않은 그 무엇이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마주한 김 화백은 커피잔을 들 때도 손을 떨었다.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그는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그림에 대한 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김 화백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백남준, 이우환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렸다” “박서보, 정상화와 함께 한국미술 변혁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찬사와 함께 “변화가 없다” “상업성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팔순 노화백의 변론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내 욕심은 물방울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한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어떤 때는 물방울을 그리다가 영혼과 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평안남도 맹산 출신이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1960년대부터 앵포르멜(무정형) 미술 운동에 몸담았다. 현대미술가협회를 이끌며 표상 체계를 벗어나기 위한 무차별적 몸짓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가 물방울을 처음 그린 것은 1970년대. 1960년대 중반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수년간 집단 자의식으로부터 탈출을 꾀한 직후다. 1968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작가로서 안정을 되찾은 때이기도 했다. “1972년쯤 파리 근교 마구간에서 생활할 때 대야에 물을 담아 세수를 하다가 캔버스에 튄 물방울을 봤어요. 아침 햇살을 받아 방울방울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접하고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순간의 영롱한 빛을 발한 뒤 속절없이 사라지는 물방울은 김 화백에게 집착해야 할 인생이었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개념’으로서의 물방울은 이미 물방울이 아닌, 존재로서의 자각을 스스로 탈락해버린 경지에 도달한 그 무엇”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캔버스에 표현하던 물방울은 4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마포, 신문지 등을 캔버스 삼아 그려졌다. 1990년대부터는 다시 캔버스로 돌아와 ‘회귀’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인쇄체로 또박또박 쓰인 천자문을 배경으로 투명한 물방울들이 무리 지어 화폭 전반에 흩어진 점이다. 물방울들이 바닥에서 스며 나왔다기보다는 화면 밖에서 흘려진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김 화백은 29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자신의 작품 500여점 가운데 40여점의 물방울 그림을 추려 전시한다. 지난해 11월 국립타이완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대규모 회고전을 연 뒤 마련한 첫 전시회다. 그는 “물방울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무색무취한 게 아무런 뜻이 없다”며 겸손해했다. (02)2287-3500.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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