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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정산 ‘미리보기’ 오늘부터…산후조리원비도 소득공제

    연말정산 ‘미리보기’ 오늘부터…산후조리원비도 소득공제

    연말정산 소득공제액을 확인할 수 있는 미리보기 서비스가 30일 시작됐다고 국세청이 밝혔다. 국세청 홈택스(https://www.hometax.go.kr) 홈페이지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말정산 미리보기는 개정 세법에 따른 소득공제 금액과 예상세액을 자동 계산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근로자가 결제수단·사용처별로 10~12월 사용했거나 사용 예정인 액수와 총급여액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면 이 정보에 지난해 신고된 정보를 더해 개정된 세법을 적용한 올해 소득공제 금액이 자동 산출되는 식이다. 이에 더해 계산된 예상세액을 토대로 각각의 근로자에 맞는 절세 팁, 유의사항도 제공된다. 이와 더불어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도 소득공제 대상에 추가됐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7월1일 이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30%의 소득공제율이 적용된다. 같은 소득 근로자에 대해 산후조리원 비용도 의료비 세액공제에 추가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송혜교-서경덕, 러시아 최재형 기념관에 한글안내서 1만부 기증

    송혜교-서경덕, 러시아 최재형 기념관에 한글안내서 1만부 기증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오늘(26일) 안중근 의사 의거일 110주년을 맞아 배우 송혜교와 함께 한글 안내서 1만부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최재형기념사업회의 협조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제작된 안내서에는 최재형 의병활동 및 하얼빈 의거 소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의 활동 등 역사적 사진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기념관 방문 전, 미리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도록 올해 초 오픈한 ‘한국의 역사(www.historyofkorea.co.kr)’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이번 일을 기획한 서경덕 교수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의 실질적인 후원자인 최재형 선생에 대해 잘 모르는 네티즌이 많아 이번 안내서를 통해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에 대형 한글간판을 기증했고, 중국의 항주 및 중경임시정부청사에도 각각 안내서 1만부를 기증했다. 이에 서 교수는 “해외에 남아있는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유적지를 자주 방문하는 것만이 타국에 남아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지켜나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경덕 교수와 송혜교는 뉴욕 현대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토론토 박물관 등에 이어 세계적인 미술관에 한글 안내서 기증을 준비 중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쉿!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

    쉿!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

    베테랑 여행자들은 여행지에서 현지인을 먼저 찾는다. 그들만 아는 특별한 여행지를 귀동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운 좋게 보석 같은 풍경과 마주하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1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테마는 ‘토박이들이 권하는 우리 동네 명소’다.①버림받은 것들의 반란… 충북 충주 오대호 아트팩토리 오대호 아트팩토리는 2007년 폐교한 옛 능암초등학교에 문을 연 정크아트 갤러리이다. 정크아트는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의미하는 ‘정크’(Junk)와 ‘예술’(Art)의 합성어로 폐품을 활용해 제작한 예술작품을 가리킨다. 전시장엔 오대호 작가의 작품 130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관은 주제에 따라 모션갤러리와 키즈갤러리, 어린이체험장으로 나뉜다. 모션갤러리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작품을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코코몽, 둘리, 뽀로로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는 키즈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재생골판지를 이용한 에코봇 만들기와 아트컬러링은 오대호 아트팩토리만의 특화된 체험이다. 기상천외한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신나게 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②풍차가 빛나는 언덕 위 벽화마을… 대전 대동하늘공원 대전역에서 멀지 않은 대동하늘공원은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밤에는 반짝이는 풍차와 대전 야경에 빠지는 감성 충만한 여행지다.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는 예쁜 벽화들이 그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밝고 화사한 여행지로 변신했다. 이 마을 언덕에 조성된 대동하늘공원은 작은 동네 쉼터이지만 도심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보물 같은 전망을 품고 있다. 인근의 소제동 철도관사촌도 젊은 감각과 감성으로 채운 카페,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이 독특하다. 한밭수목원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수목원과 이어진 천연기념물센터와 ‘효’를 테마로 꾸민 뿌리공원도 이색 여행지다.③바닷길이 열리면 웅도行… 충남 서산 웅도어촌체험마을 이름에서도 짐작하듯 웅도는 곰을 닮은 섬이다. 그 유명한 진도와 무창포처럼 웅도 역시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길이 열리면 웅도 주변으로 거대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웅도여행의 중심지는 웅도어촌체험마을이다. 바지락 캐기, 낙지잡이, 망둥어 낚시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깡통열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경험도 색다르다. 웅도는 밖에서 바라봐도 아름답다. 웅도 맞은편 대로리의 카페와 캠핑장 등에서 느긋하게 전망을 즐기거나 특별한 하룻밤을 지내도 좋다. 지곡면에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기념관이 있다. 걸작 ‘몽유도원도’ 모사본과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서산창작예술촌에선 수준 높은 서예아카데미와 다양한 장르의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④과거와 현재의 유쾌한 만남… 경북 의성 금성산 고분군 드넓은 초원 위에 봉긋 올라온 금성산 고분군은 옛 조문국의 흔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마음 편한 풍광까지 안겨준다. 역사탐방을 좋아하는 어르신과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젊은이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과거를 상상하며 현재를 만끽한다. 조문국은 삼한시대 부족국가 중 하나다. 금성산 고분전시관에서 조문국의 장례 문화를 엿보고,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 찬란했던 조문국의 문화를 살핀다. 인근의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지에서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국보 제77호인 탑리 오층석탑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빙계계곡도 놓치면 안 된다. 여름에는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⑤산책하기 좋은 도심 속 힐링 명소… 광주호 호수생태원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물가와 숲속을 거닐며 한가로운 늦가을 오후를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생태연못, 호수 전망대, 메타세쿼이아길, 버드나무 군락 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포토 존이 많아 나들이와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휠체어와 유모차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가사문학의 산실인 전남 담양과 가까워 소쇄원, 식영정 등 가사문학 관련 유적과 연계해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무등산 자락의 의재미술관과 증심사, 광주의 근대가 집약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도 가볼 만하다. 특히 의재미술관은 전시된 허백련의 작품 외에도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조성룡 선생 등이 설계한 건물 외관이 매우 빼어나다.⑥전망, 그 이상의 재미가 있다… 울산 울산대교 전망대 울산대교 전망대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산업단지와 태화강 국가정원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팔색조 도시’ 울산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해발 203m의 다리 위에 조성됐다. 실내 전망대, 야외 테라스, VR체험관 등을 갖췄다. 360도 통유리로 이뤄진 3층 실내 전망대가 하이라이트. 낮에 보는 풍경은 활기차고 밤에 내다보는 전망은 낭만적이다. 특히 공장들이 빚어내는 화려한 야경은 ‘울산 12경’ 중 하나다. 인근의 대왕암공원에서는 해송이 우거진 숲길을 걷고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과 신 등탑, 호국룡이 됐다는 문무왕비의 전설을 품은 대왕암을 볼 수 있다. 울산대교 너머의 장생포 고래문화마을과 장생포고래박물관은 울산과 고래가 쌓아 온 오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사진 한국관광공사
  • “임대료 걱정 말고 열정 꽃피우길” 어린이미술관 살려낸 ‘착한 성동’

    “임대료 걱정 말고 열정 꽃피우길” 어린이미술관 살려낸 ‘착한 성동’

    금호동 재개발에 임대료 급증 폐관 위기 성수동 안심상가 정착… “區 배려 기뻐” 시세 70% 임대료로 5~10년 장기 임대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벤치마킹 모델로“이제 쫓겨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 열정을 맘껏 꽃피우시길 바랍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동안심상가빌딩 2층.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주민 100여명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몇몇 주민들은 가슴이 벅찬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안심상가에선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급증으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 현상)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이곳으로 옮겨와 새 둥지를 틀고 재개관 행사를 가진 것. 헬로우뮤지움은 2015년 금호동에 문을 열었다.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하며, 성동구를 문향(文香)이 흐르는 도시로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금호동 재개발로 집값이 치솟자 젠트리피케이션 후폭풍이 몰아쳤다. 헬로우뮤지움과 예술가들은 고공행진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날 상황에 직면했다. 이때 구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아이들은 우리 미술관을 가까운 디즈니랜드나 놀이터라고 부르며 좋아한다”며 “성동구의 배려와 관심으로 폐관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한 성동구가 공공안심상가를 통해 또 한 번 벤치마킹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성동안심상가빌딩은 8층 규모로, 지난해 8월 준공됐다.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난 임차인들이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공공안심상가로, 건물주는 성동구다. 구는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등에게 주변 시세 70% 수준의 임대료로 5~10년간 장기 임대해 준다. 구는 성동안심상가빌딩 현황 분석과 활성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부 공간을 배치했다. 1층엔 음식점, 2~3층 사무공간, 4~6층 소셜벤처 허브센터, 7~8층엔 청년창업지원 공간을 조성했다. 지난 6월 입주한 한식뷔페식당 ‘또와’ 변의녀 사장은 “옆 건물이 재건축을 하는 바람에 17년 정든 곳을 떠나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 임대료 굴레에서 벗어나게 돼 너무나 홀가분하다”며 “소상공인을 위하는 지자체라면 성동구 정책을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구청장은 “지속가능한 상생도시의 꿈은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협력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성동안심상가가 그 꿈을 이루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KEB하나은행, ‘제27회 자연사랑 어린이 미술대회’ 본선 및 시상식 개최

    KEB하나은행, ‘제27회 자연사랑 어린이 미술대회’ 본선 및 시상식 개최

    KEB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인천 청라에 소재한 하나금융그룹 연수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제27회 KEB하나은행 자연사랑 어린이 미술대회 본선 및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KEB하나은행 자연사랑 어린이 미술대회는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후원하는 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어린이 미술대회로 1993년부터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부터 79일간 ‘행복가득! 자연가득! 눈과 마음에 담고 싶은 자연을 그려요’라는 주제로 접수된 1만 2000여점의 예선 출품작 중에 전문가의 공정한 심사를 통과한 총 200명의 어린이가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사랑과 나눔을 통한 행복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대회의 취지에 따라 예선 응모 작품당 1000원씩 모아진 후원금은 자연환경 보호단체에 전달될 예정이다. ‘자연과 함께 사는 나를 그려요’라는 주제로 진행된 본선 대회는 대회 참가 어린이는 물론 함께 자리한 가족들 모두가 가을의 정서와 야외활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대회 참가 어린이들이 체육관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부모들은 대강당에서 특별 교양 강연을 들었다. 페이스페인팅·캐리커쳐·AR/VR체험·향수만들기·에어바운스놀이터·드론체험에서부터 KEB하나은행의 대표 사회공헌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어린이 경제뮤지컬 ‘재크의 요술지갑’ 관람까지 온 가족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 참가 가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 마지막 순서인 시상식에서는 대상인 환경부장관상을 비롯해 KEB하나은행장상, 산림청장상, 서울시립미술관장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이 장학금과 함께 수여됐다. 노유정 KEB하나은행 변화추진본부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대회의 품격과 수준이 높아지고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가족 축제의 장(場)으로 발전하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응원하자”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건축과 예술, 흙으로 빚어진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건축과 예술, 흙으로 빚어진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가이아 #Fired_Painting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이아>는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저승의 신 하데스의 할머니에 해당하는 여신입니다.” <그리스에 길을 묻다, 이윤기, 2003, 해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大地)의 여신 ‘가이아(Gaia)’는 모든 신의 어머니다. 로마식 표현으로는 ‘가에아(Gaea)’라고 쓰이기도 하는 땅의 여신 가이아는 지구에서 가장 큰 여신이자 세상을 지배하는 여왕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 그 자체다. 그녀는 태초부터 존재하여 왔으며 인류의 어머니 신(神)이자 만물의 근원으로 숭배 받아 왔다.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흙’이다.예로부터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내려오는 생명 탄생 모티프는 단연 ‘흙’으로 귀결된다. 성경에도 사람을 흙으로 짓고, 생기를 불어 넣었다는 구절이 전해지며, 중국 신화에서도 여왜(女?)가 황토를 뭉쳐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 함경도 채록 무가(巫歌)에서도 ‘천지가 있는 압록강으로 가 황토를 모아’ 인간을 만들었다 한다. 이 외에도 이집트, 잉카, 마야, 메소포타미아 등 ‘흙’은 인간 탄생의 원형이었으며 세계의 출발점이었다. 흙으로 만든 세상,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이다. #김해토기 #도자체험 #돔하우스 #큐빅하우스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하 미술관)의 위치는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찾아 가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김해와 창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남해고속도를 따라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가다보면 저 멀리 20m 높이의 타워가 보인다. 흡사 서양의 오벨리스크처럼 생긴 타워는 미술관의 등대 역할도 하면서 멀리서도 미술관의 위치와 방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언덕에 세워졌다.미술관의 시작은 2000년에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기본 구상 및 미술관 진입도로가 개설되었고 이후 2006년 3월에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표방하며 본격적으로 미술관 문을 열었다.원래 김해 지역은 예로부터 가야국 토기 문화가 그대로 내려오는 곳으로 금관가야의 독특한 와질토기인 ‘가야토기’를 계승 발전한 ‘김해토기’가 유명한 지역이었다. 조선초기에는 ‘김해장흥고’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분청사기를 궁중에 납품하였고, 지방 백자생산으로 유명했으며, 일본에서는 차사발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어 1975년 ‘김해요’를 시작으로 김해 등지의 도예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 공방을 설립, 현재 100여개의 도자공방이 이 지역에 밀집해 있기에 자연히 이 곳에 미술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미술관은 크게 돔하우스, 큐빅하우스, 세라믹창작센터, 도자체험관, 아트키친, 산책로, 타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돔 하우스는 건물 외벽이 5,000장의 도자작품 ‘Fired Painting’을 하나하나 붙여서 만들었다. 또한 미술관 입구로부터 산책로로 이어지는 사각 판석은 고대 중국의 궁과 성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둥근 돔하우스와 육면체의 큐빅하우스와 어우러져 미술관의 전경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이 외에도 2012년 3월 24일 2차 개관한 큐빅하우스에는 3개의 전시실과 키즈스튜디오, 테라스튜디오, 시청각실 그리고 부대시설로 중정 수변공간을 비롯하여 미술관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창이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전시와 아동 및 성인 교육프로그램, 학술회의, 강연, 문화이벤트가 운영되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가을 나들이 장소로는 제격이다. 미술관 내부 관람도 좋지만 타워가 있는 언덕 주변 산책도 좋다. 3. 가는 방법은? -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진례로 275-51 - 44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 진례농협(클레이아크) 하차 / 진례공영1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하차 / 진례공영2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하차 4.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람의 특징은? - 도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특별히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다. 5. 유명도는? - 위치가 김해에 있다 보니 그다지 많은 관람객들이 있지는 않다. 6. 꼭 가 볼 장소는? - 돔하우스, 타워, 언덕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야끼우동 '명성제면', '떡팔이네 떡볶이', '사계절 밀면', '한일뒷고기', '대동할매국수', '하동한우국밥' 8. 홈페이지 주소는?- 요금 및 운영 관련 자세한 내용은 https://www.clayarch.org/index.do 으로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김해가야테마파크, 국립김해박물관, 장유김해아울렛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지방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중에서는 단연 눈에 띄는 곳이다. 서울의 여느 미술관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는 않는다. 특히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복잡한 도심의 예술 체험 공간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편이다. 매년, 매시기별로 전시작품들이 교체되는 것도 미술관의 특징 중의 하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한계를 선언하는 일에 관해/이양헌 미술평론가

    [문화마당] 한계를 선언하는 일에 관해/이양헌 미술평론가

    요즘 필자를 휘감는 고민은 ‘예술작품이 재현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어디일까’다.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작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묘사하고, 또한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품이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트라우마, 난민이나 소수자의 타자성 등을 표상하는 일이 가능한지에 대한 재현의 윤리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특정한 작품이 점유하고 있는 구체적인 영역과 범주, 그 한계를 묻는 일이다. 미술관에 걸린 한 점의 회화나 최근 출간된 소설집,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연극을 보면서 독자들은 무엇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우선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를 연상할 수 있지만, 작품에 창작자의 주관이 깊게 개입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이 단순히 창작자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소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개인에서 출발했지만 보편적인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창작자가 만들어 내는 작품은 실제로 특정한 시공간을 초과해 보편적인 무언가를 재현할 수 있는가? 이를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근 젊은 소설가들의 몇몇 작품들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 내는 몇 편의 단편소설에서 주인공들이 때때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출판사와 관계된 일을 하거나 시간강사로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상류층을 재현할 때는 그 묘사가 너무 전형적이어서 따분하고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필력이 좋은 소설가들임이 분명한 이들의 작품에서 왜 이러한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 스스로의 경험과 삶의 방식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실제 작가로 생활하고, 출판사와 대면할 기회가 많으며, 시간강사로서의 경험이 많았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상류층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는 아마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문학 장르의 소설가들이 경제적으로 상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도 그 근거가 된다. 한 명의 소설가가 재현할 수 있는 세계란 어쩌면 그 자신의 생활 세계, 소득, 취향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을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분류해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의 의심, 사실은 한 명의 예술가가 묘사할 수 있는 재현의 범위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한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싶다. 예술작품이 창작자를 초과해 보편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유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술을 특권화하면서 단지 그것을 맹신하게 하거나 박제화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때때로 예술작품이 개인의 경험을 초과해 세계의 원리와 심층 구조, 추상적 개념 등을 지시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 명의 예술가가 구현할 수 있는 재현의 범위란 사실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작품은 언제나 창작자와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러한 사실은 한계에 의한 불가능성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한계를 선언함으로써 예술은 신화화나 감각적인 차원으로 환원되는 대신 보다 다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천구의 운행 속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떠올려 보라. 적막한 밤의 시간을 비추는 일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오직 별들의 집합으로만 가능한 것처럼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한 작품들도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유의미한 재현의 지도를 그려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인류가 언제나 별자리를 다시 그리며 그 빛을 따라 미지의 땅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과천·서울·덕수궁 3곳서 동시 연계 진행 이한열의 낡은 운동화·김환기 작품 등 1900~2019 시대별 대표작 450여점 전시 “격동의 현대사에 대응해 왔던 미술 담아”가을 햇살이 드는 통유리 앞으로 빛바래고 군데군데 얼룩진 흰색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낡은 천막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청년이 피 흘리며 축 늘어진 다른 청년을 부축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모습 아래에는 짧고 강력한 구호가 적혀 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짝 잃은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화에 적힌 상표는 ‘TIGER’. 걸개그림 속 쓰러진 청년이 당시 신고 있던 운동화다. 오른쪽 벽면에는 노동해방과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가로 17m, 폭 21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도 있다. 최루탄 가스 매캐한 1980년대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이다.지난 20일로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과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과천과 서울관, 덕수궁 등 3곳에서 동시에 연계 진행하고 있다.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 뒤뜰 옛 조선총독부 미술관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이 3개 관에서 통합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 100년 개화와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그리고 시민의 촛불집회로 ‘살아 있는 정권’까지 끌어내리는 등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지금도 국민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갈려 한쪽은 서울 서초동 사거리로, 또 한쪽은 광화문광장에 몰려 저마다의 ‘정의’를 외치고 있다. 권력에 맞선 민중의 저항은 언제나 광장에서 출발했다. 현대미술관이 광장을 주목한 이유다. 현대미술관은 광장을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주는 거울”이라고도 정의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450여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성했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관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2부는 과천관에서, 2019년 현재 광장과 개인의 의미에 집중한 3부는 서울관에서 각각 펼친다. 지난달 개막한 3부 전시는 2020년 2월 9일 막을 내리고, 1·2부는 지난 17일 동시 개막했다. 각각 내년 2월 9일과 3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1부 전시에서는 개화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 속에 ‘의로움’을 지켰던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소개한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지자 낙향해 우국지사 초상 연작을 그린 석지 채용신(1850~1941)과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그림을 그린 의병 출신 화가 박기정(1874~1949) 등 작가 8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자료 19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섭과 비견됐으나 월북하면서 평가절하된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예술가들의 눈으로 본 전후 50년을 다룬 2부 전시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따온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등 7개 주제로 구성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와 동백림 간첩 조작사건으로 수감됐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쓰고 그린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 등 작가 200여명의 작품 300여점과 자료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의 의미와 개인, 또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청년의 정체성과 욕망을 다룬 작품을 비롯해 젠더, 난민 등 타인과의 공존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도시와 거주지를 주제로 회화, 영상, 설치 작업 등을 선보여 온 송성진 작가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경험을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결한 작품 ‘1평조차’(1平潮差)를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의 생존 투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저마다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됐다. 윤범모 관장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했는지를 오롯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이번 대규모 기획전을 설명했다.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왕의 기운’ 서린 낙산서 넉넉한 품·뛰어난 풍광을 보다

    ‘왕의 기운’ 서린 낙산서 넉넉한 품·뛰어난 풍광을 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6차 서울의 영화4’ (유현목 감독의 수학여행) 편이 지난 19일 종로구 연건동과 명륜동, 이화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혜화역 3번 출구에서 집결, 서울대학교병원 안 옛 대한의원(의학박물관)을 향해 출발했다. 대한의원은 1907년에 준공된 서울대병원의 뿌리다. 새로 건립된 암병원 4층 옥상은 창경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 명소로 떠올랐다. 옛 창경원을 무대로 촬영된 영화를 되새김질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명륜동 한옥밀집거리를 지나 건축가 김수근의 붉은 벽돌건물 감상길에 올랐다. 김수근이 누이 김순자와 자형 박고석을 위해 설계한 명륜동4가 ‘고석공간’을 거쳐 샘터사옥~아르코 예술극장~아르코 미술관이 줄줄이 이어졌다. 박길룡이 설계한 옛 경성제국대학 본관(예술가의 집) 현관 앞 두 그루 감나무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불타고 있었다. 내년 1월 중 수리가 끝난다는 이화장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뒤 1897년 탑골공원 대문기둥을 가져다 세운 옛 서울법대(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일정을 파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무형유산인 영화 ‘수학여행’과 유형유산인 대한의원, 명륜동 한옥밀집거리, 샘터사옥, 마로니에공원, 아르코 예술극장, 아르코 미술관 등 모두 7개였다. 참석자들은 “영화를 꼭 보고 싶어졌다”, “50년 전 수학여행을 다녀온 기분”, “알뜰한 설명을 해준 해설사가 담임선생님으로 출연해도 좋을 듯…” 등등의 답사 후기를 남겼다. 해설을 맡은 전혜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참석자들을 50년 전 꿈의 서울 수학여행으로 인도했다.서울의 좌청룡 낙산(해발 126m)은 비록 낮지만 품이 넉넉하고 풍광이 뛰어난 산이었다. 종로구 이화동·동숭동·창신동을 끼고 있고 동대문구 신설동과 성북구 보문동·삼선동 등 3개 자치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낙산은 풍수도참설의 피해자였다.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장자(맏아들)와 친가를 뜻하는 좌청룡 낙산이 차자(작은아들)와 처가를 뜻하는 우백호 인왕산(338m)보다 낮아 장자와 친가가 차자와 처가에 기울어진다는 변고설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정도전 등 신진 사대부들이 주장한 ‘백악 주산론’과 무학대사를 중심한 불교세력의 ‘인왕산 주산론’이 팽팽하게 맞선 까닭이다. 태종 때 하륜의 ‘무악 주산론’까지 등장해 치열한 삼파전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백악산이 최후의 승리를 거둬 경복궁이 법궁이 되면서 조선은 장자 승계의 원칙이 어그러졌다. 조선 27명의 왕 중 장자는 5대 문종, 6대 단종, 10대 연산군, 12대 인종, 18대 현종, 19대 숙종, 20대 경종, 27대 순종 등 8명에 불과했다. 42년 동안 재위하면서 최악의 여난에 시달린 숙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병약하거나 재위 기간이 짧거나 존재감이 없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재건하지 않고 296년 동안 창덕궁을 법궁으로 사용한 것도 기가 센 인왕산과 거리를 둔 결과다.낙산 기슭에는 제17대 효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봉림대군 시절에 살던 잠저 용흥궁과 손아래 동생 인평대군의 석양루가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었다. 흥선대원군의 부친 남연군이 인평대군의 7대손이므로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인평대군의 직계후손이다. 공과를 떠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화장은 인평대군의 왕기가 서린 석양루를 품고 있다. 조선 한문 4대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문장가 장유는 “집터를 물색하며 거북이에 물어보니 저 낙산 언덕을 점지했다. 냇물이 반으로 나뉘어 두 갈래로 흐르는 이곳이야말로 평소 낙양(한양) 동촌의 승지(명승지)로 일컬어져 온 곳이다. 금원(창경궁)과 가까워 북극성(왕)의 존엄한 처소를 우러러볼 수 있어 더욱 좋다”라고 ‘인평대군의 새 저택에 대한 상량문’에서 석양루의 땅기운을 치켜세웠다. 냇물이 반으로 나뉘어 흐른다는 얘기는 성균관 위 옛 흥덕사에서 흘러내린 흥덕천의 흐름을 말한다. 성균관 또한 반궁이라 해 반수의 상류를 지칭하고 하류는 성균관 노비들이 사는 반촌이라고 일컬었다. 석양루는 신숙주의 손자 신광한의 옛 집터에 세워졌다. 신광한은 “나는 집 이름을 기재라고 했다. 우리 집은 동쪽 산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 산을 보려면 발꿈치를 들어 바라보면 되고. 우리 집 서쪽 길이 평평하고 곧은데 그 길을 가려면 발꿈치를 들고 가면 된다. 우리 집 앞에는 하천이 콸콸 흘러가는데 물이 흘러가서 쉬지 않는 것을 보면 발꿈치를 들어 감탄하게 된다. 우리 집 뒤쪽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서 있는데 겨울철에도 시들지 않는 것을 보면 발꿈치를 들어 바라보게 된다…”고 자택을 자화자찬했다. 사람들은 이 집이 있는 언덕을 신대라고 불렀다. 왕을 6명이나 섬겼고, 영의정을 2번 지내면서 국방과 외교에 공을 세웠던 신숙주의 음덕이었다. 조선 말 역사가 김택영이 지은 역사책 ‘한사경’에 따르면 “좌의정 신숙주가 노산군(단종)의 부인(정순왕후)을 노비로 삼고자 주청했으나 왕(세조)이 윤허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신숙주가 단종 부인을 노비로 삼겠다고 청한 것은 매우 간사하고 악한 것”이라고 평했다. 한때 주군으로 모셨던 왕의 부인을 첩으로 삼고자 한 행위를 비판한 것이다. 조카를 죽인 비정한 세조였지만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조카며느리를 범하지 못하도록 낙산 동망봉 정업원에 비구니로 출가시켜 버렸다. 신대로 상징되는 신숙주 가문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종~문종~단종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 세조의 편에 서면서 영화를 누렸으나 조선 후기 집권한 사림파가 사육신을 추앙하면서 변절자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대신 ‘숙주나물’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서울을 중심으로 저술한 인문지리서 ‘동국여지비고’에 “인평대군 집을 석양루라고 불렀다. 기와와 벽 등에 그림이 새겨져 있고 규모가 크고 화려해서 서울 장안에서도 으뜸가는 집이었다. 지금은 장생전(궁중 장례식에 쓰일 관을 제작하던 관아)이 됐다”고 기록했다. 낙산 아래 신대와 용흥궁, 낙양루, 장생전의 옛 땅에서 조선의 효종, 고종, 순종 등 3명의 왕과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나왔다. 현재 이화장 뒤뜰은 신대요, 대문 앞 주차장은 저녁볕이 좋은 낙양루이며, 마주 보는 곳에 효종의 잠저인 용흥궁이 있었다. 또 이곳에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도 기거했다. 18세기 문인화의 대가 표암이 낙양루 바위에 남긴 ‘紅泉翠壁’(홍천취벽)이라는 글씨가 이화장을 짓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1960년대까지도 남아 있었지만 계곡에 집이 들어서면서 어딘가 묻혀 버렸다고 한다. 이화장은 1945년 오랜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이승만이 돈암장과 마포장을 전전하자 지지자 30여명이 모금운동을 펼쳐 구입해준 집이다. 마포장에서 백주테러의 위기를 넘긴 이승만에게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경비에 용이한 이 집이 적격이었다. 마당에는 이승만 동상이 서 있고, 이승만기념관이 있다. 산사의 칠성당을 연상시키는 숲속의 별채가 조각당이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이 이곳으로 내각 후보자를 불러 면담한 뒤 국무총리와 12부 장관을 뽑은 정부 수립의 산실이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뒤 이곳에서 여생을 마치길 원했지만 미국 하와이로 쫓겨났다. 1965년 사후 국내로 운구된 시신이 잠시 봉안됐고, 미망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1970년 귀국해서 1992년까지 살았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7차 관악산 아랫마을 ■집결 장소 : 10월 26일(토) 오전 10시 사당역 6번 출구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흥미진진 견문기] 장안 3대 건물 중 하나인 ‘대한의원’ 100여년 역사 실감

    [흥미진진 견문기] 장안 3대 건물 중 하나인 ‘대한의원’ 100여년 역사 실감

    단풍잎이 하나, 둘 물들고 감이 익어가는 화창한 투어 날 첫 방문지 대한의원으로 향했다. 대한의원은 지어졌을 당시 장안의 3대 건물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쳤다는데 지금 봐도 붉은 벽돌의 외관은 품위 있고 아름다웠다. 내부의 삐걱거리는 계단은 100여년이 넘은 건물의 역사를 실감 나게 했으며, 2층 의학박물관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사와 ‘구보 교수 망언 사건’, ‘1920년대 말을 타고 왕진을 가는 모습’ 등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가 전시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암병동 옥상에 올라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창경궁의 전경을 바라보며 전혜경 해설사의 다정한 목소리로 창경궁의 역사와 영화 ‘수학여행’의 얘기를 들었다. 홍화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는 순박한 영화 속 아이들 모습과 당시 유원지였던 창경원에 소풍을 와서 멋모르고 좋아했던 내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영화 속 아이들의 좌충우돌 수학 여행기를 통해 선유도 섬마을의 모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로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명륜동 ‘고석공간’은 김수근이 누이를 위해 지었다는 얘기에 왠지 정감이 느껴졌고, 동숭동에 있는 김수근의 붉은 벽돌 건축물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이어지는 샘터사옥을 지나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르코 미술관이 둘러싼 오래된 고목들이 운치를 더하는 마로니에 공원으로 들어섰다. 김수근 건축물의 울퉁불퉁 붉은 벽은 햇살을 받아 벽돌의 육중함을 덜어내고 마로니에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거주했던 이화장에 도착했으나 수리 중이라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쉬웠고, 마지막 장소인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에 이르렀다. 탑골공원 정문에 있던 기둥이 독립정신을 학생들에게 키워주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져 학교 정문 기둥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영화 ‘수학여행’ 속 선생님이 떠올랐다. 팍팍한 삶을 사는 섬마을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희망과 꿈을 주고 싶었던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마음이 아닐까. 황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미래유산 톡톡] 무형유산 영화 ‘수학여행’속의 서울 모습 다시 보는 듯

    [미래유산 톡톡] 무형유산 영화 ‘수학여행’속의 서울 모습 다시 보는 듯

    유현목 감독의 영화 ‘수학여행’은 코미디언 구봉서가 섬마을 학교 김 선생님으로 나오는 계몽영화다. 선유도에 사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반대에도 선생님 도움으로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버스를 타고 여관으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은 넓은 도로에 자동차가 달리고, 전차가 지나가고,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영화가 촬영된 1968년 서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육교 위에 올라가 고층 빌딩을 보고, 남산 방송국을 가보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당시 서울엔 많은 건설 사업이 이뤄질 때다. 김현옥 시장이 취임한 뒤 주택가 골목길에 보도블록이 깔리고 지하도가 생기고 육교가 설치되고 고가도로가 만들어지던 시기다. 이런 서울, 대한민국의 발전한 모습은 아이들이 찾는 박람회장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현대자동차, 럭키 간판이 붙은 공장 건물, 기계 장비들, 금발의 가발을 쓴 마네킹, 연초 공장을 둘러본다. 영화에서 한 아이는 리어카를 사가지고 가서 선유도 고향마을을 잘사는 마을로 만들겠다고 한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계몽영화로서의 의미가 잘 표현되고 있다.서울대학교병원은 1907년 광제원과 의학교 등이 통합해 만들어진 대한의원에서 시작됐다. 1910년 한일 병합 이후 조선총독부의원이 됐다가 경성제국대학 부속병원으로 개편된다. 이후 서울대 부속병원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에 남아 있는 대한의원이 서울대병원의 역사라고 할 수 있고 우리나라 근대 의학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코 예술극장은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고 난 후 대학 건물들이 대부분 없어진 동숭동에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해서 지은 붉은 벽돌 건물이다. 1981년 문예회관으로 개관했고, 2002년 아르코 예술극장으로 개칭했다. 아르코 예술극장이 들어선 이후 다른 곳에 있던 공연장이나 연극 단체들이 동숭동으로 이전해왔다. 대학로를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아르코 예술극장은 아르코 미술관, 마로니에 공원과 함께 여전히 대학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혜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죽음에 무관심한 사회… 반복되는 아픔에 연대”

    “죽음에 무관심한 사회… 반복되는 아픔에 연대”

    아들을 먼저 보내고 10개월을 쉼 없이 싸웠다. 하지만 세상은 금방 바뀌지 않았다. 지난달에도, 이달에도 노동자들은 계속 죽었다. 한두 줄로 끝나는 사망사건 기사가 이들에게 보내는 추모의 전부일 뿐이었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미숙(51)씨가 오는 26일 출범하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초대 대표를 맡은 이유다.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 뒤이어 ‘첫발’ 그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엄마다. 시민들의 기부금을 종잣돈 삼아 만들어진 이 재단은 산업재해를 막고, 비정규직 철폐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노회찬 인권과 평등상’을 수상한 김씨가 전액 기부한 상금 1500만원이 이 재단의 주춧돌이 됐다. 김씨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재단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용균이가 죽은 이후 정작 중요한 것들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시민사회단체의 분투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8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안 지킨 도급인의 처벌 수위는 애초 정부가 내놨던 안보다 낮아졌고 원청업체의 책임 범위도 축소됐다. 이후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개정 법률보다 훨씬 후퇴했다. ●“정부·국회 누구도 국민 위해 일하지 않아” 김씨는 “10개월 동안 깨달은 건 정부, 수사기관, 국회 그 어느 곳도 국민을 위해 스스로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끊임 없이 촉구하고, 행동하고, 지켜봐야만 미세한 변화라도 이룰 수 있다. 평범한 노동자이자 엄마였던 김씨가 투쟁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유다. 김씨는 “죽음에 무관심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매년 산재 사망자는 2000여명. 김씨는 “한 노동자의 목숨은 본인이나 가족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인데, 어떤 사람들은 단순한 숫자 정도로 치부한다”면서 “여전히 목숨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더이상 개인으로서의 나는 없다”고 다짐했다. 잔인한 세상과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것만이 아들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이었다. 그는 “또 다른 죽음을 막고 반복되는 아픔에 연대하는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두 가치를 기둥 삼아 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들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할 때 곁에 있었던 세월호 유족, 특성화고 산재 사망자 가족, 사회활동가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는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월 한화 공장 폭발사고 당시 9명이 죽거나 다쳤는데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 유가족이 힘겨워할 때 우리가 함께 연대했다”면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합의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용균재단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누더기가 된 산안법을 제대로 고치는 것은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 그리고 인권이 있는 일터가 당연시되는 세상을 만들기까지 갈 길이 멀다. 김씨는 “용균이의 이름을 한 줄기 빛으로 만들어 다른 죽음을 막는 것이 내가 할 몫”이라 했다. “이 몫을 다하지 못하면 편히 죽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용균재단은 오는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세부 조직을 구성한다. 같은 날 열리는 출범대회는 모든 노동자와 시민에게 열려 있다.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불법 대신 권리로 채워진 일터, 제2·제3의 김용균이 없는 세상을 향한 ‘시민운동가 김미숙’의 묵직한 첫걸음은 이제 시작됐다. 49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어머니 이소선 여사(1929~2011)의 헌신으로 헛되지 않았듯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씨도 김미숙씨의 눈물과 투쟁 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빛의 마술사’ 독일의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별세

    ‘빛의 마술사’ 독일의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별세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독일의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가 21일(현지시간) 뮌헨에서 별세했다. 87세. 마우러는 미국과 독일을 무대로 활동하며 빛과 조명을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들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1932년 독일에서 태어나 1954년부터 4년 간 뮌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후 1960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다 1963년 이후 조명 디자인 회사 ‘잉고 마우러’의 전신 ‘디자인 엠’을 세운다. 그는 조명이 단지 빛을 비추는 용도 뿐 아니라 판타지를 창조하는 예술 작품임을 증명하면서 예술과 디자인이 겹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추구했다. 전구 안에 전구를 넣은 파격적인 형태로 훗날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된 ‘벌브’(1966), 알전구에 깃털을 단 ‘루첼리노’(1992), 집게와 메모지로 구성된 ‘제텔즈6’(1997) 등이 예술성과 기능을 함께 겸비한 작품으로 회자된다. 마우러는 2007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세계디자인평화선언 기념 조형물인 ‘평화의빛’ 디자인을 맡아 방한했다. 이 작품은 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소용돌이 물기둥을 형상화했으며 광주의 5.18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제작됐다. 2006년 벨기에 브뤼셀에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설치된 초대형 구조물 ‘아토미움’도 그의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학관 품고 한문화특구 넓히고… 은평 ‘문화·관광 체험도시’로

    문학관 품고 한문화특구 넓히고… 은평 ‘문화·관광 체험도시’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꽃피울 전환점입니다. 문학관이 지어지면 예술인마을을 짓고 한문화체험특구는 진관동 중심부까지 넓히려 합니다. 진관동 일대를 문화, 체육, 관광 등을 아우르는 ‘문화·관광 벨트’, 은평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전진기지’로 일궈 통일시대 새 거점으로 뻗어나가겠습니다.”(김미경 은평구청장) 서울 은평구가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체험 도시’로 발돋움한다. 2025년 진관동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문학관 아래에는 문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시민들은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 아지트(예술인마을)를 조성한다. 연간 300만여명이 찾는 북한산의 수려한 산자락 아래 100여채의 한옥과 각종 문화시설이 자리해 최근 외국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한문화체험특구는 특구 운영기간 연장(3년)을 계기로 영역을 확장한다. 현재 한옥마을, 진관사, 삼천사, 북한산성 입구까지의 특구 범위를 문학관, 예술인마을은 물론 앞으로 지어질 통일박물관, 이호철문학관에 이어 롯데몰, 은평성모병원 등 진관동 중심 지역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한문화체험특구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진관사와 한옥마을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발길을 끄는 역사한옥박물관, 한복 체험을 할 수 있는 너나들이센터 등이 인기를 끌며 최근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사한옥박물관은 최근 평일 하루 700~800명, 주말에는 1500여명이 찾으며 올 초보다 방문객이 2~3배 급증했다. 김 구청장은 “한문화체험특구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정경과 한옥, 한복 등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며 올해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문학관이 생기면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은평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변의 문화시설을 확충해 진관동 일대를 ‘문화 향유 특화 단지’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특구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관 예정지 반경 1㎞ 안에는 한국고전번역원과 사비나미술관이 지난해 6월과 10월 각각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공유하는 이호철문학관과 통일박물관도 인근(진관동 161-23)에 나란히 자리할 예정이다. 이호철문학관과 통일박물관은 내년 상반기 투자 심사, 부지 매입 등을 거쳐 2023년 시민들을 맞는다. 문학관 아래에 조성할 예정인 예술인마을은 부지가 경사진 데다, 문학관 건립 규모가 크고 시공 과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문학관 건립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구는 문학관을 맞을 채비도 분주히 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지(1만 5136㎡)는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북한산 자락에 안겨 있어 문학관에서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북한산 둘레길을 거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인 구름정원길이 문학관 부지 바로 위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문학관이 지어지면 둘레길 일부를 문학관과 연계된 문화 공원, 그 아래 예술인마을 등으로 이어지도록 새로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북한산 둘레길과 문학관을 잇는 산책길에 한글을 테마로 한 휴식·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진관동 일대는 촘촘히 집중된 문화시설을 자랑하는 ‘문화의 메카’에 이어 ‘스포츠 메카’로도 거듭나게 된다. 한문화체험특구에서 불과 2㎞ 떨어진 진관동 75-29 일대(8039.3㎡)에는 2025년 1월 빙상장과 인라인롤러경기장을 품은 ‘서북권 복합체육시설’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체육 기반 시설이 열악한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의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2024년까지 783억원이 투입된다. 시설은 지하 3층~지상 3층, 연면적 1만 4279㎡ 규모로 들어선다. 지하 2층, 지상 1층에는 빙상·스케이트장, 지상 3층에는 인라인롤러경기장, 2400석의 관람석 등이 자리한다. 구가 서북권 복합체육시설 인근에 건립을 추진하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지상에도 축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생활체육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진관동에는 또 오는 26일에는 인공 암벽장이, 12월에는 수영, 헬스 등을 할 수 있는 은평통일로스포츠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서울시향 이사로 활동하며 느낀 소회 밝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서울시향 이사로 활동하며 느낀 소회 밝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17년 6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03년 현대카드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국내 여신금융사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며 터득한 ‘혁신 노하우’를 서울시향에 전수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향의 후원 및 회원제도 개편과 관련, 이사진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다듬고 있는 중이다.아이디어 뱅크, 정태영 부회장 정태영 부회장이 최근 월간 <SPO>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이사로 2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이사직을 수락할 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기업인으로서 문화기관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고, 두 번째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었습니다. 덕분에 의사결정 방식이나 어젠다를 알게 된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죠.” 정 부회장은 평소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서울 시향 이사로서 정 부회장은 조금 달랐다. 정 부회장은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공공기관 이사 같은 것을 맡으면 ‘기업은 안 그런데 여기는 왜 이래요’하는 식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하지 않을 얘기고 나이브한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생리가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죠. 열한 분의 이사와 첫날 회의를 하며 제 역할에 대해서도 감 잡았죠.”라면서 운영에 관한 어드바이스 위주로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시향의 소임이 예술성이냐 공공성이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인가, 아니면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공헌인가 하는 문제다. 이는 민간기업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정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요구하고 있는데, 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많이 팔아서 세금을 많이 내면, 즉 따로 자선 사업 하지 않고 그냥 기업 본질에 충실한 것이 사회적 역할을 더 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며 이와 유사하게 서울시향 가장 큰 사회공헌은 제일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본연의 업무이기도 하고, 더 좋은 음악에 집중해 그걸로 서울시 이미지를 더 높이고, 클래식 애호가를 늘려가는 예술적 성취에 조금 더 방점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후원이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정 부회장은 서울시향 후원제도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향을 진정으로 지지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후원제도는 티켓을 싸게 할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까이 가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정 부회장이 말하는 ‘가까이 간다는 것’의 핵심은 단원들을 무대에서 끄집어내 회원 개인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원자에게는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나 연주자와 개인적인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단 5분이라도 직접 이야기하게 되면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문화 예술계에 대한 후원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기업과 개인 후원 비중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업이 들어와야 예산 문제가 해결되고, 개인이 들어와야 지지층이 형성되는 만큼 둘 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우리의 후원 문화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 문화단체의 경우 이 정도 내고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반응이 정말 어마어마한 반면 한국의 문화단체는 후원은 받는데 거리는 두고 싶어하는 느낌이 있다며, 공공성을 띤 문화단체가 어떤 기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걱정도 조금씩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 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현대카드는 뉴욕 현대미술관에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후원을 보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MoMA와는 후원 관계를 넘어 서로 사랑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오랜 시간 후원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MoMA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 브랜딩에 필요한 영감도 많이 얻고요. 또 MoMA도 저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단순히 돈만 보내는 후원자가 아니라 확실한 의견도 제시하고, 새로운 비전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MoMA 관장과 최근 의기투합한 것이 퍼포먼스 장르를 같이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행위예술은 난해하고 벽에 걸어놓을 수도 없지만, 중요한 예술 분야가 되었으니까 현대카드가 후원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뉴욕에서 스타가 되는 한국 행위예술 아티스트가 나올지도 모르죠.”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회화와 주얼리 사이의 생명 리듬’ …23일 송숙남 교수 12번째 개인전 개최

    ‘회화와 주얼리 사이의 생명 리듬’ …23일 송숙남 교수 12번째 개인전 개최

    송숙남 광주대 패션·주얼리 학부 교수가 23일부터 회화와 아트 주얼리 사이의 역동적 리듬을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 달 20일까지 12번째 개인 작품 전시회를 서울 서초구 흰물결 갤러리에서 여는 것이다. 송 교수의 30년 작품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지난 1989년부터 제작한 판화, 드로잉, 복합 재료를 사용한 회화, 천연보석 등을 소재로 한 아트 주얼리 등 13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색채 평면, 유기적 추상 표현주의 스타일의 회화와 아트 주얼리 사이를 관통하는 작품 세계의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송 교수는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에서 판화 과정, 미국 캔자스대에서 석판화 과정을 공부했다.미술 평론가인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순수 회화와 실용적인 장식 예술 등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시회”라면서 “표현주의적 이미지 회화에서 출발해 최근 유기적 기호의 순수 추상으로 정제되기까지 작가의 표현 양식을 망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공간적인 장식으로 최대한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한 이미지의 흐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그림을 장신구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박홍기 기자 hkpark@seoul.co.kr
  •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혹평을 피해 갈 수 없는 도시다. 홍등가와 마리화나 카페, 마약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 이 도시는 거리낌없이 검은 손을 내민다.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담 광장 골목에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눈길을 보내는 남자들이 서 있었다. 마리화나 거래의 신호라 했다. 연성 마약에 속하는 마리화나는 네덜란드에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심해져서 경보 선수처럼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칭찬할 이유도 많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암스테르담은 독특한 건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계획도시다. 동성결혼, 낙태,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허용한 진보적 성향에 최근엔 친환경까지 더해졌다. 자전거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발이다. 하노이의 오토바이 물결처럼 암스테르담 자전거 행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을 보기가 힘들고, 핸드백 대신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최근엔 친환경 운하 관광상품인 ‘쓰레기 낚시’ 크루즈를 내놓기도 했으니, 암스테르담인들의 독특한 친환경 아이디어에 “역시 네덜란드!”라는 감탄이 나온다. 암스테르담을 둘러보는 덴 운하 크루즈가 제격이다. 네오고딕 양식의 중앙역을 지나 안네 프랑크의 집, 국립 미술관, 하이네켄 공장 같은 명소를 모두 배에서 볼 수 있다. 거대도시 암스테르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은 늪지의 물을 빼고 운하를 파고 나무 기둥을 박아 지반을 다졌다. 그 위에 집과 교회, 궁전을 지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잔담처럼 도시명에 담(dam) 자가 붙었다면,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둑(dam)을 쌓아 건설한 도시란 뜻이다.17세기에 이르러 도시 면적은 5배로 커졌고, 중심축에서 퍼져 나가는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구도심이 형성됐다. 그 사이엔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얽힌 운하 연결망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기록된 싱겔 운하다. 땅이 좁으니 집도 좁을 수밖에. 뾰족한 박공 지붕의 집은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집 앞 폭이 무척 좁고 한 층에 창문이 세 개 이상 되는 집이 별로 없는데, 과거엔 집 너비와 창문 수에 비례해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땅이 귀한 암스테르담에서 집값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 가난한 사람들은 운하에 배를 띄우고 집으로 개조해 살았다. 운하에 줄지어 떠 있는 암스테르담의 명물, 하우스 보트다. 정식 등록된 주택으로, 그 숫자가 1만 2000개를 넘는다. 내부엔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등 있을 건 다 있다. 갑판엔 작은 화단을 마련해 튤립도 심는다. 암스테르담을 다시 여행하게 되면 호텔 대신 하우스 보트에서 지내봐야겠다. 하우스 보트 옥상에서 하이네켄을 마시며 옅은 햇살에 잠들어 보고 싶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산수화는 이기적 욕망의 산물이었다

    산수화는 이기적 욕망의 산물이었다

    인간 시각으로 자연을 해체한 삼원법 등 자연친화적 화풍이란 기존 인식 뒤집어 류철하 관장 “정체된 산수화 담론 전환”지금까지 미술계에서는 동양미술을 크게 작가의 개입 여부를 기준으로 서양미술과 구분 지어 왔다. 동양의 산수화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 자연 친화적 화풍인 반면 서양의 풍경화는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한다는 식이다. 우리 선조들은 금수강산을 즐기며 그 모습 그대로를 화폭에 옮겨 담아 왔다고 여겨 왔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 나왔다. 동양의 산수화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해석이며 나아가 자연을 억압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품은 한국과 중국 작가 8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15일부터 대전 서구 이응노미술관에서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을 선보이고 있다. 윤재갑 중국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움 관장과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이 공동 기획한 이번 기획전은 산수화를 구성하는 3개의 시점인 ‘삼원법’(고원·심원·평원)과 동양적 자연관에 깃든 인간 중심적 시각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윤 관장은 11세기 북송의 화가 곽희가 저서 ‘임천고치’에 서술한 ‘삼원법’을 설명하면서 “대상을 아래에서 위로, 뒤에서 아래로, 또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구성하는 것은 서양의 원근법보다 더 대상을 철두철미하게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동양의 선조들이 즐긴 분재는 자연 산물의 발육을 억제해 미적 만족을 취하려는 행위로, 풍수지리사상을 자연을 인간의 부귀영화에 이용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욕망으로 규정했다. 이런 생각은 산수화와 동양의 자연관을 넘어 현대문명에 이르러서는 잠재된 감시의 시선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된다. 윤 관장의 기획의도는 전시장소와도 연결된다.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응노(1904~1989) 화백은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강제 소환돼 옥고를 치렀고, 작고하기 전까지 국내활동과 입국이 금지됐다. 이번 기획전에 전시되는 이 화백의 ‘군상’ 병풍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물 군상이 장면에 따라 다양한 투사법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국가 권력을 향한 저항의 필치는 역설적으로 자유와 평화, 공생·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작가 김지평은 ‘자연·인간·종교’라는 문명의 조합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불교나 유교사상이 여성이라는 인간을 지속적으로, 불공평하게 억압해 왔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이 밖에 중국 작가 션샤오민은 억압받는 자연을 철제도구와 분재를 통해 표현한다. 그는 “분재는 일상에서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는 자연친화적 행위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식물 성장을 억압하고 인간의 미의식에 맞게 재단하는 폭력성이 담긴 행위”라고 강조했다. 류 관장은 “이번 전시는 그간 미술계에서 정체된 산수화 담론 전환을 위해 마련됐다”면서 “동양 미술계가 새롭게 발전하고 생산적인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이어지며,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무료 개방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국 신·구교 뜻깊은 만남

    한국 신·구교 뜻깊은 만남

    한국의 신·구교가 뜻깊은 만남과 유대를 잇따라 가져 종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신앙과직제·공동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홍정 목사)는 최근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의 공동 결과물인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를 출간했다. 책은 2014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창립한 신앙과직제에서 운영하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일치 아카데미·2015~2018)의 강의록을 모았다. 일치 아카데미는 각 종교 신자와 예비 성직자가 교회의 역사와 상호 이해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행사다. 신앙과직제 신학 위원과 외부에서 초빙한 학자들이 공동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출간된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는 그 강의 내용을 토대로 그리스도교 역사와 교리, 삶을 세 개의 카테고리로 엮었다. 그리스도교 전통의 형성을 비롯해 구원·성경·성사, 교회의 직제, 예배와 미사·영성·경제·생명 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는 유럽의 개신교와 가톨릭의 신학자들이 함께 대화한 결과물인 ‘하나의 믿음’에 견줄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협력이 구체적인 삶의 정황 속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신앙과직제는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가 함께하는 ‘2019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를 오는 30일부터 6일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관에서 연다. 평신도 중심의 이번 문화예술제에서는 ‘마주치다’를 주제로 오프닝 공연, 토크마당, 사진초대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술제에 앞서 ‘도시와 사람’ 주제의 ‘제1회 에큐메니칼 사진 공모전’도 열린다. 사회와의 소통, 공동체성, 더불어 살아감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게 사진공모전의 취지다. 신앙과직제는 “신앙인이지만 사회의 시민으로 마주치는 우리의 일상은 삶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며 책임사회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문화예술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메인 무대 문화제조창C는 폐쇄된 옛 담배공장

    메인 무대 문화제조창C는 폐쇄된 옛 담배공장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전시공간이 독특하다. 그곳의 역사와 가치를 알고 즐기면 더욱 좋다. 메인 무대인 문화제조창C는 옛 청주 연초제조창 건물이었다. 1946년 문을 연 연초제조창은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담배공장으로 근무 인원이 3000여명에 달했다. 해방 이후 방직공장인 대농과 함께 청주 경제를 이끌었던 두 개의 축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공정 현대화로 1999년 담배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 12월 다른 담배공장들과 함께 가동이 중단됐다. 충북 청주시는 2011년 폐공장을 손대지 않고 공예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해 극찬을 받았지만 침체된 내덕동 일대를 살리고 건물을 다양한 용도로 쓰기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 문화제조창C가 탄생했다. 부지면적 1만 2850㎡, 건축 연면적 5만 1515㎡ 규모다. C는 모든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탄소(Carbon)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인근의 국립현대미술관, 공예클러스터 등과 융합해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 담겼다. 또한 Cheongju(청주), Culture(문화), Craft(공예), Contents(콘텐츠), Citizen(시민), Community(지역) 등 다양한 의미도 내포한다. 기획특별전 ‘바람의 흔적’이 진행될 청주 오근장동의 정북동 토성은 서울 풍납토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이다. 형체를 원형 그대로 유지한 국내 유일의 토성으로, 둘레가 650여m에 이르는 정사각형 형태다. 동서남북으로 문 터가 남아 있는데, 남문과 북문은 성벽을 어긋나게 쌓았다. 이것은 적이 성으로 곧바로 들어올 수 없게 만든 옹성의 초기 형태다. 토성의 구조나 출토 유물 등으로 미뤄 3세기경 초기 토성 연구 측면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경천애인’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펼쳐질 청주향교는 조선시대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1444년 세종대왕이 눈병 치료차 청주 초정약수에 왔을 때 향교에 책을 하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6·25전쟁 당시 시설 일부가 소실돼 1970년과 1971년에 대대적인 보수가 있었다.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졌다. 기획특별전 ‘평양의 오후’ 무대가 될 청주역사 전시관은 옛 청주역이 처음 있던 상당구 중앙로 시청 인근에 옛 모습 그대로 역을 복원한 곳이다. 내부에 열차 디오라마, 청주시 옛 기록사진, 옛 승무원 물품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청주역은 흥덕구 정봉동에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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