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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찰됐던 간송 불상 2점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유찰됐던 간송 불상 2점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미술품 경매시장에 내놨던 보물 불상 2점을 구매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5월 경매에 출품됐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지난 7월 말 박물관 자체 예산으로 구입했다”며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인 박물관이 재개관하는 시점에 맞춰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불상은 지난 5월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 1963년에 나란히 보물로 지정된 두 불상은 간송 일가 소장품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관리해 오다 재정난을 이유로 경매에 내놨다. 박물관은 “간송이 남긴 우리 문화재 수호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구입 사유를 밝혔다. 박물관은 구매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두 점을 합해 30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한 해 문화재 구입 예산은 약 40억원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지난 경매 당시 입장문에서 “불가피하게 불교 관련 유물을 매각하고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을 상징해 온 서화와 도자, 그리고 전적이라는 중심축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남은 불교문화재인 국보 제72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과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이 추후 매각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코로나 첫주 마비된 듯한 경험… 그 두려움 광대로 표현”

    “코로나 첫주 마비된 듯한 경험… 그 두려움 광대로 표현”

    새달 2일부터 공근혜갤러리서 개인전“전례 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직면하니만우절 거짓말에 속은 광대 같다 느껴스스로 하얗게 분칠하고 고깔모자 써나 아닌 노인이 느낀 공포 바라보길”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뾰족한 고깔모자를 쓴 남자가 옥상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있다. 주차장은 텅 비었고, 인적도 없다. 매장 안 광경은 더 황량하다. 상품 진열대는 휑하고, 남자와 똑같은 모습의 계산원이 투명 아크릴 차단막 뒤편에 무력하게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홀로 식탁을 마주한다. 세상에서 고립된 듯 기이하고, 쓸쓸한 풍경이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61)가 신작 ‘2020년 만우절’ 시리즈에 담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우화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직면한 현실을 작가는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 바보가 된 광대로 표현했다. 사진 속 남자는 작가 자신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첫 주 동안 두려움으로 마비가 된 느낌이었다”는 그는 기꺼이 광대를 자처했다.새달 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올라프를 2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암스테르담에서 거주하는 그는 “네덜란드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선천성)폐질환을 앓고 있어 몇 주 전보다 더 취약하고 고립돼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만우절 연작 아이디어는 지난 3월 중순 네덜란드에 코로나 록다운(봉쇄)이 실시되기 직전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충격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없었던 그때 나를 사로잡은 두려움이 자극이 됐다”면서 “광대 분장과 고깔모자는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던 나 자신의 감정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어 “만우절 작업 이후 마비가 된 듯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이 두려움을 금방 잊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10여장의 사진과 20분 분량 영상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작가는 “거대한 미지의 어떤 것에 의해 전복당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게 된 한 노인의 하루”라면서 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자서전 시리즈를 통해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가 아니라 노인이 느낀 두려움으로 바라보길 원한다”고 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지난 수개월 동안 희망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과 거리 때문에 느슨해졌던 유대감과 우정이 다시 단단해졌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미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자극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다 사진작가로 전업한 올라프는 1988년 ‘젊은 유럽 사진작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인종, 종교, 관습 등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올랐고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황금사자 기사작위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미술관, 러시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그림 판매·MZ세대 매장… 위기의 백화점 ‘무한변신’

    그림 판매·MZ세대 매장… 위기의 백화점 ‘무한변신’

    신세계 업계 최초 미술작품 전시 판매롯데 영등포점 1층 MZ세대 전용매장현대 ‘톰딕슨, 카페’ 인스타 명소 입소문일부 매장 줄 서는 등 고객들 큰 호응백화점들이 ‘무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쇼핑 쪽으로 소비자 이탈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찾고 머무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발굴하는 등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집결지인 강남점 3층에서 미술 작품 12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업계 최초로 작품 판매까지 한다고 24일 밝혔다. 매장을 거닐며 김환기의 ‘메아리´를 감상할 수 있고 전담 큐레이터에게 소장하기 좋은 작품을 추천받아 구매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이다 보니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주는 콘텐츠를 개발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신애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코로나19 와중인 데다 작품들을 선보인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프랑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등의 유명 작품을 재현한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의 오브제 작품들이 여러 점 팔릴 정도로 고객들의 관심도 높고 구매 문의도 많다”고 소개했다. 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지는 1층의 판매 제품과 콘텐츠를 혁신하는 시도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2월이면 영등포점 1층을 통째로 MZ세대에게 내준다. 기존에 백화점 1층의 공식이었던 화장품이나 명품 매장은 싹 밀어내고 성수동, 홍대 등의 젊은층이 즐겨 찾는 거리 맛집,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등을 들여보낸다. 백화점 관계자는 “만져 보고 구경하고 싶은 희소한 아이템들이 있어야 향후 주요 소비층이 될 젊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결과가 좋으면 다른 점포 적용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영업 방식의 틀을 깨는 백화점들의 시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지난 주말(21~23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5.4%와 -12.2%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교외형 아울렛 6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43%가 줄었다.현대백화점이 젊은층의 발길을 잡기 위해 최근 본점인 압구정점 4층에 선보인 ‘톰딕슨, 카페 더 마티니´도 ‘인스타그램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주목받고 있다. 청동 구리로 만든 둥근 조명 ‘미러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톰 딕슨이 직접 디자인한 곳으로 주말에는 매장 입장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후문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림 판매·MZ세대 매장...위기의 백화점 ‘무한 변신’

    그림 판매·MZ세대 매장...위기의 백화점 ‘무한 변신’

    백화점들이 ‘무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쇼핑 쪽으로 소비자 이탈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찾고 머무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발굴하는 등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신세계백화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집결지인 강남점 3층에서 미술 작품 12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업계 최초로 작품 판매까지 한다고 24일 밝혔다. 매장을 거닐며 김환기의 ‘메아리‘를 감상할 수 있고 전담 큐레이터에게 소장하기 좋은 작품을 추천받아 구매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이다 보니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주는 콘텐츠를 개발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신애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코로나19 와중인 데다 작품들을 선보인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프랑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등의 유명 작품을 재현한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의 오브제 작품들이 여러 점 팔릴 정도로 고객들의 관심도 높고 구매 문의도 많다”고 소개했다.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지는 1층의 판매 제품과 콘텐츠를 혁신하는 시도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2월이면 영등포점 1층을 통째로 MZ세대에게 내준다. 기존에 백화점 1층의 공식이었던 화장품이나 명품 매장은 싹 밀어내고 성수동, 홍대 등의 젊은층이 즐겨 찾는 거리 맛집,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등을 들여보낸다. 백화점 관계자는 “만져 보고 구경하고 싶은 희소한 아이템들이 있어야 향후 주요 소비층이 될 젊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결과가 좋으면 다른 점포 적용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존 영업 방식의 틀을 깨는 백화점들의 시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지난 주말(21~23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5.4%와 -12.2%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교외형 아울렛 6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43%가 줄었다. 현대백화점이 젊은층의 발길을 잡기 위해 최근 본점인 압구정점 4층에 선보인 ‘톰딕슨, 카페 더 마티니‘도 ‘인스타그램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주목받고 있다. 청동 구리로 만든 둥근 조명 ‘미러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톰 딕슨이 직접 디자인한 곳으로 주말에는 매장 입장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후문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시회] 이경자 작가의 4번째 개인전 ‘꿈꾸는 나비’

    [전시회] 이경자 작가의 4번째 개인전 ‘꿈꾸는 나비’

    한국생활그림천아트협회 소속 이경자 작가의 4번째 개인전 ‘꿈꾸는 나비’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19일 부터 24일 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광목 등에 페브릭 물감으로 그린 인물화 등 40여점이 선보였다. 이 작가는 “붓의 기운과 맑은 먹색의 오묘함으로 온 세상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개인전 소감을 밝혔다.한국미술협회와 한국문인화연구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 고양시 원흥동에서 라인수채화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북적거리던 그곳… 다시 정적

    북적거리던 그곳… 다시 정적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9일 서울과 경기 지역 다중집합시설이 줄줄이 폐쇄됐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클럽, 뷔페 등 고위험시설과 국공립시설 운영도 중단됐다. 경기 용인의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는 지난 18일 이용 고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날 하루 방역을 위해 임시 휴장했다. 휴원에 들어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입시학원 앞을 수험생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방역지침에 따라 참석 인원을 제한해 청문회장이 텅 비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문 앞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뉴스1·연합뉴스
  • 북적거리던 그곳… 다시 정적

    북적거리던 그곳… 다시 정적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9일 서울과 경기 지역 다중집합시설이 줄줄이 폐쇄됐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클럽, 뷔페 등 고위험시설과 국공립시설 운영도 중단됐다. 경기 용인의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는 지난 18일 이용 고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날 하루 방역을 위해 임시 휴장했다. 휴원에 들어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입시학원 앞을 수험생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방역지침에 따라 참석 인원을 제한해 청문회장이 텅 비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문 앞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뉴스1·연합뉴스
  • 1세대 안경디자이너의 쇼핑팁 “안경에 담긴 스토리를 보세요”

    1세대 안경디자이너의 쇼핑팁 “안경에 담긴 스토리를 보세요”

    “안경은 인간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물건입니다. 시력을 교정해 주는 것은 물론 그것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똑바로 보고, 지식을 더 쌓게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안경이 계몽, 나아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필 디자인샤우어 대표는 대한민국 1세대 안경 디자이너다. 안경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던 1996년 덜컥 이 세계에 뛰어든다. 지금은 없어진 회사인 서전안경이 주최한 안경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던 것이 계기였다. 이후 25년간 ‘안경 외길’을 걷고 있는 그를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공방에서 만났다. ‘김종필안경’은 철저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공장에 맡기려면 최소 100개 이상은 찍어 내야 하는데, 그럴 돈은 없었다고 한다. “디자인을 하니까 다양한 제품을 하나씩 만들어야 했어요. 공장에서는 안 만들어 주니 제 손으로 만들 수밖에요. 다행히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해 손기술이 있었죠. 이후 수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어요.” 그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프랑스의 필리프 스타르크(1949~)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오징어처럼 생긴 레몬즙 짜는 기구 ‘주시 살리프’로 유명해졌다. “그의 디자인에는 ‘위트’가 있어요. 위트는 예술을 일상의 것처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죠. 안경은 일상품입니다. 안경이 마치 미술관에 있는 것처럼 현학적이고 어려워서는 안 돼요. 사석에서 하는 농담처럼 위트 있는 안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의 안경산업이 위태롭다고 걱정했다. 그간 제조업 관점에서 안경산업에 접근했지만 중국에 따라잡혔다. “자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경쟁력을 갖춘 이탈리아, 프랑스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결국 브랜딩, 기획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뜻이죠. 한국인들은 머리가 좋아서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업사이클링’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가치를 안경에 더하기 위해서다. 그는 안경이 더 나은 세상을 은유하고 있는 만큼 안경이 사회문제를 논한다는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안경을 써야 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보길 바랍니다. 요즘 안경 품질은 다 좋아져 거기서 거기입니다. 어떤 회사가 안경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좇다 보면 안경을 고르는 재미도 더 쏠쏠할 겁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비대면 예배·클럽·PC방 닫는다…거리두기 3단계 기준 육박(종합)

    비대면 예배·클럽·PC방 닫는다…거리두기 3단계 기준 육박(종합)

    실내 50인·실외 100인 모임 금지유흥주점·노래방·PC방 등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수도권 교회 예배 비대면만 허용“위반 시 참석자·운영자 300만원 이하 벌금” 18일 밤 12시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유흥주점·대형학원·뷔페식당 등 방역상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모든 시설의 영업이 금지된다. 수도권 소재 종교시설에서는 정규 예배라 하더라도 비대면 방식으로만 허용된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 실내 국공립시설은 폐쇄되고,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행사도 금지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 조치의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위험이 높은 ‘고위험 시설’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현재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11개 시설·업종은 문을 닫아야 한다. 헌팅포차를 비롯해 감성주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방, 실내집단 운동시설, 실내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업체, 300인 이상 대형학원, 뷔페식당이 이에 해당한다. “30일까지 우선 적용…감염 추이 보며 기간 조정” 현재 방역 수위인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런 고위험시설의 영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5일 방역 수위 격상을 발표하면서 사회적·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이들 시설에 대해 영업 중단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교회의 정규 예배도 대면 방식으로는 금지된다.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실내 국공립시설도 문을 닫는다. 자격증시험, 박람회 등 실내에서 50인 이상, 실외에서 100인 이상이 집결하는 모임·행사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는 457명이다. 서울이 282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119명, 인천 31명 등 수도권에서 총 432명이다. 서울에 있는 교회지만 충남 8명, 강원 5명, 대구·대전 각 2명 등 비(非)수도권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고위험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참석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300만 원이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입원·치료·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도권 교회에 대해서도 19일 0시부터 30일까지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나머지 대면 모임과 행사, 식사 등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교회 단체와 협의를 통해 수도권 교회의 예배를 향후 2주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정부·지자체·교육청과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또한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집합제한·금지 조치의 효력은 해당 지자체에서 별도로 해제할 때까지 유지된다.거리두기 3단계 “일상생활 거의 마비되는 것”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도권에 발령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단계로 언제든지 즉시 격상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3단계 거리두기 발령 시 어떤 조치가 시행될까.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오늘 중으로라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3단계 격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될 경우 10명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되고, 목욕탕·영화관 등 중위험 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며, 모든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3단계 격상은 2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이고, 일일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일주일 내 2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에 고려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지난 2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전국은 82.8명, 수도권은 72.6명으로 아직 기준에 미달했다고 판단했다. 또 3단계 조치는 심각한 일상과 서민 경제에 심각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측면도 고려해 격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거리두기 3단계는 일상생활이 거의 마비되는 것에 가깝고 2단계 적용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요소들이 많았지만 수도권 상황이 엄중하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주셨던 것처럼 8월 말까지 한 번 더 감수해 주시고 방역당국과 힘을 합쳐서 극복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수도권 교회, 비대면 예배만…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발동(종합)

    수도권 교회, 비대면 예배만…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발동(종합)

    주점·뷔페·PC방 등 고위험시설 12종 한시적 운영금지 정부가 19일 0시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동한다. 특히 이들 지역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은 금지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 총리의 대국민담화 발표는 이번이 네번째다. 정 총리는 “정부는 감염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며 “대상 지역에 서울과 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생활권을 함께하는 인천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조치의 핵심은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이 높은 ‘고위험 시설’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정 총리는 “이들 지역에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등 12종의 고위험시설과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방 ▲실내집단운동시설 ▲실내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업체 ▲300인 이상 대형학원 ▲뷔페식당 ▲PC방이 고위험시설 12종에 해당한다. 대형 유통물류센터는 고위험시설이지만, 필수 산업시설임을 고려해 정부는 이번 운영 제한 조치에서 제외했다. 정 총리는 “특히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선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은 금지된다”며 “교계의 넓은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전파 속도가 빨라 전국적인 대유행 가능성마저 우려된다”며 “전국적 대유행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지금 방역망의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민생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언제 어디에서나 감염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출퇴근 등 필수적인 외출 외에는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면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호소했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일상을 지키고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면서 “이번 조치의 안전선이 무너지면 우리의 선택지는 더 이상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빈칸으로 남은 경희궁 방공호… 아픈 유산도 안고 가야 할 이유

    빈칸으로 남은 경희궁 방공호… 아픈 유산도 안고 가야 할 이유

    국보나 보물이 문화유산의 전부는 아니다. 시민의 일상과 조금 더 가깝고 그러하기에 더욱 생명력이 느껴지는 문화유산이 있다. 서울시민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 온 공통의 기억이나 감성이 응축된 유·무형의 모든 것들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미래유산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의 ‘제12회 돈의문 주변’은 서울미래유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코스로 잡았다. 정동의 옛 문화방송 사옥이자 현 경향신문 사옥에서 시작, 창덕여중 담장~경교장~돈의문박물관마을을 거쳐 종착지인 경희궁 방공호로 향했다.총연장 18.6㎞, 높이 5~8m의 한양도성. 조선 건국과 함께 쌓기 시작한 이 성은 놀랍게도 축성 기간이 단 98일에 불과했다. 49일씩 2번에 나눠서 했는데, 그 시기가 각각 한겨울인 음력 1~2월과 추수 뒤 다시 겨울 초입이었다. 봄가을처럼 공사하기 좋은 계절을 내버려두고 굳이 겨울에 공사를 강행한 이유가 있을까. 세상사 모두 이유가 있는 법. 새로운 왕도의 치안을 위해 성을 세월아 네월아 지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백성을 오래 잡아 두는 것만큼 원성을 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태조 이래 세종과 숙종, 순조 대를 거쳐 꾸준히 개보수하는 등 힘겹게 짓고 이어 온 한양도성의 현재 모습은 그러나 예전 같지 않다. 흥인지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광희문 언저리에서 장충체육관까지, 숭례문에서 인왕산 밑까지는 거의 남아 있는 게 없다. 일제강점을 전후한 시기에 한양도성의 평지 부분을 헐어버린 결과다. 일부는 사가의 축대나 벽으로도 이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번 투어 코스인 창덕여중 후문에 가면 학교 담장의 기초로 이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한양도성이 일제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1963년 사적으로 지정한 이후 1975년쯤 이른바 ‘국방유적 성역화’를 위해 여러 구간에 걸쳐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박정희 정권은 군사정권에 의한 통치의 정당성을 부각하고자 국방 관련 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진행했다. 문화재는 이렇게 정치적 이유로 사라질 뻔하다가도 역시 같은 이유로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옛 문화방송 사옥은 건물 상부의 창문틀을 브라운관 텔레비전 모양으로 설계하고 송신탑도 남겨 둬 누가 봐도 방송사 사옥답다. 지난주 투어 때 들른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을 설계한 김수근의 작품이다. 1층 현관부에 외벽을 치지 않고 비워 둠으로써 지금처럼 장맛비가 내릴 땐 잠시 비를 그을 수도 있고, 햇볕이 강할 땐 산책자들의 그늘막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최대한 격벽을 쳐 임대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이 건물은 남다른 면이 있다. 건축가의 센스와 건축주의 배려가 엿보인다. 다만 서울 내 김수근의 작품 중 14개가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됐지만 이 건물은 아직이다. 한국 방송의 역사나 건축적인 면에서 무게감이 각별하지만 아직 소유주의 신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미래유산 목록을 두텁게 할 수 있는 예비후보 같은 건물이다. 다음 목적지는 경교장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있던 곳은 중국 상하이도 충칭도 아니다. 돈의문 터를 중심으로 옛 문화방송 사옥 맞은편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자리에 있었다. 최근까지 강북삼성병원의 현관 구실을 해 온 경교장이 바로 그곳이다. 경교장의 원래 명칭은 ‘죽첨장’(竹添莊)이었다. 갑신정변 이전까지 조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일본공사 다케조에(竹添) 신이치로의 성을 딴 것이었다. 단 실제 소유주는 일본인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금광을 개발해 ‘조선의 황금귀신’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부를 축적한 친일부역 혐의자 최창학이었다.“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는 함석헌의 말마따나 갑작스러운 해방은 죽첨장에 새로운 운명을 부여한다. 전투기를 헌납하는 등 친일부역을 열심히 했다 해방을 맞은 최창학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 이 건물을 오랜 타국 생활 끝에 환국한 임시정부에 내놓은 것이다. 경교장에 여장을 푼 백범 김구 일행은 건물 이름을 왜색이 짙은 죽첨장에서 근처에 있던 다리 ‘경교’의 이름을 따 경교장으로 바꾸고 임시정부 청사로 삼았다. 그러고는 해방정국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남북분단을 막기 위한 활동들을 펼쳐나간다. 김구가 북행을 결의하는 등 통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이다. 그러나 1949년 백범이 서거하면서 경교장의 운명은 또다시 파란을 겪는다. 최창학이 되가져간 이후 자유중국대사관과 미군 특수부대사령부, 베트남대사관저 등으로 이용되면서 원래 모습을 서서히 잃어 갔다. 이윽고 1968년 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인 고려병원에 인수되고부터는 건물 내부가 완전히 개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까지도 원무과와 X선 촬영실, 의사휴게실 등으로 쓰이면서 외벽만 그대로일 뿐 내부는 원래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였다. 그랬던 경교장이 새로운 출발대 앞에 선 것은 2005년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김구 암살 이후 별다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경교장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2013년, 사적 지정 이후에도 김구가 암살당한 2층 집무실 정도만 원형에 가깝게 재현돼 관람객을 맞았으나 드디어 건물 전체를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보수해 일반에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해방정국과 그 이후 펼쳐진 정치지형에서는 등한시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지만, 민주화 이후 사회적 성숙이 거듭되고 시민사회의 관심이 커지면서 비로소 경교장도 문화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던 것이다. 즉 동시대인들의 관심과 참여 여부에 따라 파괴되기도 하고 보수되기도 하며, 또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문화유산도 생멸함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경교장과 경희궁 방공호 사이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 그중에서도 서울미래유산관을 찾았다. 지금은 470개의 서울미래유산 중 1960~80년대에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식당과 찻집, 극장을 비롯한 휴식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관심이 간 대상은 전시물이 아니었다. 출입문 옆에 비치된 ‘내가 제안하는 서울미래유산’ 설문지였다. 말 그대로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과연 당신이라면 무엇을 서울미래유산으로 꼽고 싶은지 묻고 있었다. 서울미래유산의 본질이 그 질문 속에 녹아 있었다. 무엇이 서울미래유산이 되고 안 되고를 결정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식견만이 아니다. 서울미래유산은 다른 어떤 문화재체계에 견줘 개방적인 개념이다. 실제로 시민이 직접 제안한 대상을 두고 서울미래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가 열리곤 한다. 판단 가늠자는 오로지 서울시민 개개인에서 나아가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떤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시대적 공감대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재되고, 때론 철회되기도 하는 등 부침을 거듭할 수 있는 문화재란 존재…. 이번 투어는 서울미래유산을 하나도 만나지 않은 여정이기는 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서울미래유산의 의미와 내용, 나아가 문화유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루트이기도 했다.마지막으로, 서울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태평양전쟁의 흔적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 하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쪽에 숨어 있는 이른바 경희궁 방공호가 그것이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초 일제가 미군 폭격에 대비해 만든 것이다. 길이 110여m에 폭 9m, 높이 6m 정도의 규모로, 내부는 20개 남짓한 크고 작은 방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콘크리트 외벽의 두께는 자그마치 3m나 됐다. 일제가 만든 서울 시내의 다른 방공호들은 철거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부정적 유산이기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러고 보면 경희궁 방공호 역시 아직까지 그 어떤 문화재로도 지정되거나 등록돼 있지 않다. 서울미래유산도 아니다. 하지만 그게 온당한 처사일까. 역사와 문화유산을 대할 때 긍정적인 것은 취하고 부정적인 것은 지양하기만 한다면 성찰의 시간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암울했던 과거를 떠오르게 할 수는 있지만 도리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한, 다크 헤리티지가 지니는 현재적 가치는 이 땅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즉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데에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어떻게 해야 그 상흔을 보듬을 수 있고, 나아가 비슷한 상황의 재발을 막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 보려는 사고의 여유는 이 같은 부정적인 역사유산이 지닌 현재적 존재 이유 중 하나다. 2013년 상암동 일본군 관사가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것처럼 이 방공호도 어떻게든 남아 지나간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는 동시에 잊지 못할 교훈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글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3회 항동철길 ●출발일시 : 8월 22일 오전 10시 온수역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수도권·부산 스포츠경기 다시 무관중… 공연·행사 ‘된서리’

    수도권·부산 스포츠경기 다시 무관중… 공연·행사 ‘된서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겨우 문이 열렸던 체육·문화 시설이 또다시 타격을 받게 됐다. 정부는 16일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부산시도 17일부터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0% 관중 입장이 허용된 뒤 최근 관중 입장 비율을 늘린 프로스포츠의 수도권과 부산 지역 경기는 다시 무관중으로 전환됐다. 프로야구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과 kt의 경기부터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각 구단은 무관중 전환 방침에 따라 기존 예매분을 전량 취소하고 환불 조치했다. 프로축구 역시 2주 만에 다시 무관중 경기로 전환되면서 수도권 경기는 물론 부산 경기까지 당분간 무관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상반기 내내 움츠렸다 이제야 기지개를 켠 공연계는 또다시 찬물을 끼얹은듯한 분위기다. 예술의전당은 16일부터 민간단체 주최 공연도 한 좌석 띄어 앉기를 진행한다. 일부 공연이 취소된 세종문화회관은 향후 공연에 대해 주최사와 논의해 대응키로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5일 예정했던 광복절 75주년 기념 음악회를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4~23일 진행하는 ‘2020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도 된서리를 맞았다.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공공문화시설은 평상시 50% 이하 수준으로 이용객을 제한하고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위주로 운영한다.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16일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오늘부터 서울·경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달라지는 것은?

    오늘부터 서울·경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달라지는 것은?

    16일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수도권 지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식당, 종교시설, 학원, 영화관 등을 이용할 때도 방역수칙 및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PC방도 고위험시설에 추가...마스크 필수·명부 작성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우선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관리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할 시설 범위를 넓혔다. 기존에는 클럽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뷔페식당 등 총 12개 시설 및 업종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즐겨 찾는 PC방도 고위험시설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오후 6시부터 모든 PC방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며 출입자 명부 관리를 꼼꼼히 해야 한다.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일부 시설에서는 방역 관리가 더 깐깐해진다. 이들 시설에 대해서는 면적 4㎡당 1명이 이용하는 식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한편, 객실 또는 테이블 간 이동을 금지하고 하루에 1개 업소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역 수칙을 추가로 적용한다. 학원·오락실·결혼식장 등 방역수칙 따라야현재 고위험 시설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학원, 오락실, 종교시설, 워터파크, 공연장, 실내 결혼식장, 영화관, 목욕탕 및 사우나 등도 이날부터는 마스크 착용과 같은 핵심 방역수칙을 따라야 한다. 핵심 방역수칙은 마스크 착용, 이용자 간 2m(최소 1m) 간격 유지, 출입자 명부 관리 등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따라 핵심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대상 시설은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내놓은 거리두기 단계별 실행 방안에 따르면 2단계에서는 고위험 시설의 운영 자체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2주간은 ‘방역수칙 강화’에 초점을 맞춰 시설 운영을 허용했다. 중대본은 “2주 후에도 감염 확산 상황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에는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 모임·행사 금지 등 조치를 강화하는 2단계 조치를 2주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공공시설은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이용객 입장을 제한한다. 복지관 등의 사회복지 이용시설, 어린이집 등에는 2단계를 유지하는 동안 휴관할 것을 권고했다.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임 자제 권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이 모이는 행사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향후 2주간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인원이 대면으로 만나는 모든 사적·공적 모임이나 행사는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중대본은 결혼식, 동창회, 동호회, 공청회 등을 거론하며 “서울, 경기에서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사의 모임,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연기하거나 최소한 규모를 줄여서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권고 형태로 진행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거나 더욱 악화하면 강제적인 ‘금지’ 조처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에서 열리는 프로스포츠 행사도 타격을 받는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은 한동안 무관중으로 치러지다 최근 관중석의 3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다시 ‘무관중 경기’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 밀집도 1/3 수준으로 조정 학교의 경우 지역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수업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코로나19 집단 발병이 확인돼 광범위한 접촉자를 조사하고 대규모 진단 검사가 진행되는 시·군·구의 관내 학교에 대해서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한다. 서울, 경기지역의 학교는 밀집도가 3분의 1 수준에 머물도록 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역시 근무 밀집도를 가급적 낮춰야 한다. 공공기관은 기관·부서별로 유연 근무 또는 재택근무 등을 하도록 해 적정 비율의 인원이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시차 출퇴근제, 점심시간 교차제 등으로 실내 밀집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민간 기업 역시 공공 기관과 마찬가지로 근무 여건을 조정해 밀집도를 줄이도록 권고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경기도, 4개 시 박물관·관광지 통합이용권 ‘경기투어패스’ 출시

    경기도, 4개 시 박물관·관광지 통합이용권 ‘경기투어패스’ 출시

    경기도가 4개 시 문화시설과 관광명소를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이용권을 내놓았다. 도는 고양·파주·수원·용인시 박물관·미술관과 관광지를 최대 79%까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경기투어패스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도내 박물관·미술관, 관광지 이용을 확대해 도민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먼저 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남북부지역 일부 시를 대상으로 12일부터 실시한다. 서오릉, 트릭아트뮤지엄, 세계인형박물관 등 고양, 파주 북부 권역 13곳, 화성행궁,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농촌테마파크 등 수원, 용인 남부 권역 10곳으로 총 23개 시설을 포함한다.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본권, 2곳(3곳)을 갈 수 있는 BIG2(3)권, 수원·용인의 5개 시설과 수원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헬륨기구인 플라잉수원을 탑승할 수 있는 패키지상품이 있다. 유효기간은 기본패스의 경우 첫 사용시간 기준 48시간(2일)이다. 고양파주권 BIG2 소인 2만 1900원, 수원용인권 자유이용 대인 2만 4900원이며 출시 기념 반값 할인 이벤트를 활용하면 절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패키지상품인 플라잉수원을 제외하고 4개 시 22개 시설을 5일간 이용할 수 있는 광역통합권은 출시 특가로 BIG3 대인기준 7900원이다. 다음달에는 패키지상품 4종을 추가할 예정이다. 최용훈 도 관광과장은 “경기도의 매력적인 숨은 관광지들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코로나19 시기에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 관광지에서 가성비 높은 휴가를 보낼 것”을 권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문화는 위로” BTS·봉준호가 전하는 문화의 가치

    “문화는 위로” BTS·봉준호가 전하는 문화의 가치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 주요 영화제를 휩쓴 봉준호 감독 등이 문화의 가치를 알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23일 진행하는 2020 박물관·미술관 주간에 맞춰 비대면 사회 속 문화의 가치와 역할을 담은 ‘문화는 위로입니다’ 영상 광고를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영상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내·외벽에 비추는 기법으로 제작했다. 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BTS 비대면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 등 영화 ‘기생충’ 출연진 영상, 안숙선 명창과 국립무용단의 ‘묵향’ 공연 등을 활용했다. 문체부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국 37개 전광판 광고에서 전날부터 상영됐다. 유튜브 문화체육관광부 채널(youtu.be/AUQa22p2v_c)에서도 볼 수 있다. 한재혁 문체부 대변인은 “이번 영상 광고를 통해 비대면 시대에 따뜻한 연결사회를 위한 문화의 중요성이 국민들에게 전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발 딛는 곳곳 도자 갤러리…손 내민 순간 갬성 터지네

    발 딛는 곳곳 도자 갤러리…손 내민 순간 갬성 터지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 경기 이천의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이다. 하루를 온전히 예술과 문화의 향기에 묻혀 지낼 수 있는 곳을 수도권 코앞에 두고서도 여태 모르고 지냈다. 도자예술마을은 하나의 거대한 노천 갤러리 같은 곳이다. 200여곳에 달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와 도자 공방, 공예 체험 시설 등이 밀집돼 있다. 같은 듯 다른 문화공간들을 차례로 돌다 보면 어느샌가 몸 이곳저곳에 도자 문화의 향기가 들어찬다.알려졌듯, 이천은 조선시대 백자 생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풍부한 자원에 한양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등이 더해지며 솜씨 좋은 도공들을 불러모았고, 그 덕에 양질의 도자가 생산됐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이천 도자가 조선 왕실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는 ‘왕실의 도자’라 불리기도 했다. 도자예술마을은 이처럼 역사가 유구한 이천 곳곳의 소규모 도자 공방을 한곳에 모은 도자문화콘텐츠단지다. 면적은 약 40만 6600㎡(약 12만 3000평). 이 안에 도자 공방을 비롯해 유리, 옻칠, 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공방 221곳이 모여 있다. 상주하는 예술인 숫자만 500명을 웃돈다. ‘예스파크’(藝’s 파크)라는 옛 이름처럼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인 마을인 셈이다. 마을은 회랑마을과 가마마을, 별마을, 사부작마을, 카페거리 등으로 나뉘어 있다. 중심은 가마마을이다. 전통 장작가마를 갖췄거나 이천의 터줏대감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공방들로 이뤄졌다. 이향구 명장의 ‘남양도예’, 이규탁 명장의 ‘고산요’ 등 대가들의 작품부터 신진 도예가의 생활자기와 소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도자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들마다 개성 있는 건물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방문객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인데도, 인위의 느낌보다 자연스러움과 강한 개성이 묻어나는 건 그 때문이지 싶다. 각각의 공방을 찾은 방문객들은 작가들의 작업 장면을 볼 수도 있고, 스스로 도자기를 빚거나, 기본형 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관람객이 만든 ‘나만의 자기’는 공방에서 구워 집으로 보내 준다. ‘화목토(火木土) 도예연구소’는 라쿠소성이란 독특한 기법으로 도자를 만드는 곳이다. 가마에서 고열로 도자를 굽다 문을 개방하면 도자 표면이 급격히 식으며 실금이 간다. 여기에 왕겨나 톱밥 등을 넣으면 이들이 타면서 실금 사이로 연(煙)이 들어가 자연스런 선을 가진 작품이 탄생한다. 이를 라쿠소성이라고 한다. 방문객들은 체험료 2만 5000원만 내면 라쿠소성으로 도자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이웃한 ‘들꽃공방’에선 물레를 활용해 도자 소품 제작 등도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지는 어느 공방에서도 입장료를 받고 있지 않다. 사실 이게 도자예술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요즘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미술관, 박물관은 장삼이사들에게 여전히 심리적 거리가 큰 곳이다. 하지만 이 마을 갤러리 앞에서는 쭈뼛댈 필요가 없다. 거리낌 없이 아무 공방이나 들어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공방에서 예쁜 찻잔을 고르거나 저렴한 그릇 아울렛에서 가족의 식기를 바꿔도 좋겠다. 물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안 사도 그만이다.도자예술마을은 이름처럼 도자 공방이 대부분이다. 한데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곳도 드문드문 섞여 있다. ‘카페 오르골’은 오르골을 제작, 판매하는 곳이다. 차를 마시며 오르골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그놈이 그놈이다’ 등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던 오르골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1000만원에 달하는 디스크식 명품 오르골부터 1만원대의 실린더식 오르골까지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나오는 오르골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라우 프로덕트’도 독특하다. 목공예 소품 등의 제작 교육과 체험을 병행하는 곳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요즘 한창 인기인 서핑 보드 만들기다. 가격도 무난한 편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탈 보드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보드를 갖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겉만 나무로 장식하는 일반 보드와는 격이 다르다. 부력이 강하고 튼튼한 오동나무를 통째 서핑 보드로 만든다. 도자예술마을에는 멋진 건축물이 가득하다. 작가의 개성이 서로 다르듯, 건물도 같은 건 없다. 건축물을 보기 위해 방문해도 좋을 정도다. 요즘 주목받는 건 세라기타문화관이다. 통기타 모양의 건물인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이웃한 건물은 김순식 작가의 도자작품 갤러리다. 말을 좋아하는 작가답게 건물 안팎이 온통 말 관련 작품들로 가득하다. 마을 끝자락의 카페 거리에는 맛집과 카페 등이 들어서고 있다. 그 가운데 빵집과 찻집을 겸하는 ‘카페 웰콤’은 다리쉼 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은 옹기 티라미수는 주말이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다른 제품들 역시 천연 발효빵이어서 소화가 잘된다는 것이 이 업소의 설명이다. 내부 인테리어가 예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도 꽤 많이 찾는다. 도자마을 한편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친절한 공간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산책로, 놀이터 등이 마련돼 있다. 도자예술마을이 현대적인 예술 공간이라면 산제당골산 아래의 ‘사기막골’은 고려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 도예촌이다. 역사가 긴 만큼 공방마다 ‘원조’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현재 도예공방 51곳이 운영되고 있다. 도자예술마을로 옮긴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기막골에 남아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도자예술마을에선 차로 10분 남짓 떨어져 있다. 도자예술마을 인근의 설봉공원은 이천 시민들의 대표적인 쉼터다.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예술 작품 속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설봉호수를 끼고 이천세라피아(옛 세계도자센터), 시립박물관, 시립월전미술관, 국제조각공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글 사진 이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도자예술마을은 밀접 접촉으로 인한 코로나19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넓다. 다만 규모가 큰 만큼 방문 전에 예술마을관광안내소에서 각 공방의 운영 프로그램 등을 확인한 뒤 미리 동선을 짜 두어야 더 효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전동 스쿠터를 대여해 시간을 절약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예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느긋하게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설봉산성’은 닭볶음탕, 코다리찜 등을 내는 집이다. 맛은 다소 강하지만 깔끔하고 감칠맛이 좋다. 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다. 카페거리의 ‘카페 웰콤’은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 5회 서로 다른 종류의 빵을 구워 낸다. 시간 맞춰 가면 좀더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다. 기치미 고개 인근의 ‘미소원’은 한우 맛집이다. 도축장을 끼고 있는 전국의 한우 명산지 뺨칠 만큼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설봉공원 내 세라피아는 9월 20일 재개장한다. 세라피아 야외는 이미 개방됐고 토락교실 등의 일부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 고약한 구별·경계… 그래도 공존·연대

    고약한 구별·경계… 그래도 공존·연대

    전염병에 너와 나 구별하고 타인 경계관계 속에서 존재·성장하는 ‘개인’ 탐색 전염병이 다른 재난보다 고약한 건 나 이외 타인을 경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행위는 공동체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하지만 어느 때보다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나 자신의 노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에서 출발해 혼자가 아닌 ‘나’의 의미를 찾아나선 예술가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전시 제목 ‘나 자신의 노래’는 19세기 미국 시인 월트 위트먼의 연작시에서 따왔다.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관용 정신으로 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어 상호주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 자아의 정체성을 노래했다. 전시는 국내외 작가 13명의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120여점을 3개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첫 번째 주제 ‘타자로서 자기 자신’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개인에 대해 탐색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캐나다 사진작가 프랑수아 브뤼넬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외모가 비슷한 타인들을 찾아 비슷한 옷차림과 포즈로 흑백사진에 담는 작업을 20년 넘게 해 왔다. 단지 외형적 모습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강렬하게 다가온다. 김나리 작가의 조각은 사람과 동물, 식물을 허물없이 한데 품고 있다. 상체를 드러낸 여인의 머리 위에 날개를 활짝 편 수리부엉이가 앉아 있거나 머리카락 대신 식물이 자라기도 한다. 사슴의 뿔 위에 꽃과 새가 둥지를 튼 고상우 작가의 ‘블랙 펄’ 연작도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명존중 철학의 메시지를 전한다. 두 번째 주제 ‘멀티 페르소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에 천착한 작품들을 모았다. 이샛별 작가는 한 몸에 여러 자아가 공존하는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회화 작품을, 김시하 작가는 움직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관람객이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설치 작품을 내놨다. 마지막 주제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예술가들이 택한 자기 고백과 기록이다. 어린 시절 목도한 타인의 죽음 등 은폐했던 유년의 기억을 캔버스에 재구성한 박은하 작가, 엄마의 부재에서 비롯한 불안함의 트라우마를 사진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삼은 원성원 작가, 자신의 사진과 기록 등을 미디어아트로 엮은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9월 1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문화재라 하면 으레 건축물이나 도자기 같은 것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서울미래유산은 그 폭이 좀더 넓다.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다. 영화도 한 카테고리다. 대표적인 것으로 1975년 개봉한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소설가 최인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비판적 사고를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불안과 좌절, 비애, 상실감 등 우울한 자화상을 묘사한 영화다. 1970년대 서울 대학가와 그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이 됐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서울의 영화-바보들의 행진’을 준비하면서 이 영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했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가 좋은 사례 중 하나일 듯싶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1㎞ 남짓한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학로는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볼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봤음 직한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한복판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을 거닐다 보면 여유롭게 거리공연을 펼치는 악사에서부터 비보잉을 하는 댄서들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 누구나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물론 원래부터 이곳이 대학로라 불린 것은 아니고 공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지역의 근대는 식민지와 함께 왔다. 애초 이곳의 터줏대감은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들어선 경성제국대학이었다. 의학부와 법문학부, 대학본부가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있었고 거기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학교 격인 예과가 청량리에 있었다. 이후 서울대가 이곳에 들어선 것은 광복 뒤인 1946년이었다. 법대와 문리대, 의대 등이 마로니에공원과 주변 서울사대부속 초·중교 자리에 자리잡았다.당시 풍경은 어땠을까.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가수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이 영화 전편에 흐르면서 무기한 휴강과 입대, 장발 단속 등 10월 유신의 풍속도가 리얼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차가웠다. ‘왜 불러’뿐만 아니라 극 중 영철의 테마곡인 ‘고래사냥’이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곧잘 불리면서, 두 노래는 결국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감독 자신은 현실과 타협한 영화라고 자조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에 더 역설적으로 당시를 이해하는 텍스트가 돼 주기도 한다. 실제로 개봉 당시 서울 관객 15만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던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한 박정희 정권은 서울대를 아예 관악산으로 이전해 버린다. 대학로 시절 서울대 주변이 유신체제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등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다 보니 동숭동, 용두동, 종암동, 공릉동 등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들을 당시만 해도 변두리이자 정문과 후문만 봉쇄하면 시위대의 시내 진출을 막을 수 있던 관악산 골프장 터로 몰아넣듯 옮겨버린 것이다. 영화 개봉연도와 같은 1975년의 일이었다.대학로의 변화는 1980년대 들어 더욱 극적으로 펼쳐진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는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억제하려 했다. 대표적인 게 1982년 벌어진 ‘학림사건’이었다. 학생운동가들이 학생단체를 조직해 사회주의 폭력혁명으로 정권을 붕괴시키려 했다는 사건이었다. 마로니에공원 맞은편에 있는 학림다방에서 첫 모임을 열었다 해서, 또 ‘숲’(林)처럼 무성한 ‘학’(學)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해서 학림사건이라 불렸다. 1985년부터는 이곳의 분위기가 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화운동의 현장이란 인식이 강했던 이 일대에 정부가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 곳곳에 있던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 소극장 등을 유치함으로써 자유와 저항의 공간에 낭만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청년들이 그리고 시민사회가 영화의 분위기처럼 순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칠 줄 모르는 민주화운동은 끝내 독재를 종식시키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냈다. 당시 피해자들도 2010년 열린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두환 정권에 의한 조작 사건이라는 결론과 함께. 학림다방은 그런 한국 현대 정치사의 현장이었기에, 나아가 훗날 문학으로 명성을 얻은 이청준이나 김승옥, 황지우, 김지하 등의 단골집이었다. 김민기 등 음악인들의 주요 거처이기도 했다. 학림다방도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됐다. ‘서울대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고도 불렸던 학림다방 입구에 걸려 있는 서울미래유산 동판이 흘러간 옛이야기를 담담하게 증언해 주는 듯싶다. 대학로는 내막을 모르면 그저 로맨틱해 보이기만 하는 문화 예술의 공간이자 맛집들이 즐비한 소비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는 그 안의 내력이나 사건들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서 있는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이자 현 공공그라운드 빌딩 또한 생각할 지점을 던져 준다. 적벽돌 외장이 인상적인 이 건물들은 모두 ‘한국 건축의 풍운아’라 불렸던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들이다. 서울대 건축과를 다니다가 6·25전쟁 때 일본 도쿄예대 건축과에 유학해 막 대학원을 수료한 김수근은 이승만 정권 말기인 1959년 29세의 나이로 새 국회의사당 건축설계안 현상공모에서 1등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게 한둘이 아니다. 잠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남산 타워호텔과 자유센터, 세운상가, 워커힐호텔, 옛 국립부여박물관과 청주 및 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단순히 건축 설계만 한 게 아니라 국내 잡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월간 ‘SPACE(공간)’를 창간하고 다양한 예술인들을 후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르네상스의 예술 후원가라 평가받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빗대 ‘서울의 로렌초 메디치’라 평하기도 했다. 그에게도 밝은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방향 감각을 상실케 하고 피조사자가 투신할 수 없게끔 창문 폭을 15㎝ 정도로 좁게 하는 등 전적으로 고문에 적합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그 건물 말이다. 아르코 미술관과 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은 겉으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모던함을 유지해 오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면에 대해 성찰하게끔 유도하는 경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이번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는 서울대병원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옛 대한의원은 광복 뒤 경성의전과 통폐합돼 현재 서울대 의대로 바뀌어 있고 그 병원은 서울미래유산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1922년 의학 실험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며 설치한 ‘실험동물공양탑’은 이번 투어의 압권 중 하나였다. 말 못하는 짐승을 위해서도 공양탑을 세웠던 이들의 마음을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서울 대학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2008년 말 한국방송통신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한 건물을 철거하면서 14구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석 달에 걸쳐 정밀분석한 결과 유골의 주인공이 14명이 아니라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젖먹이의 유골도 3구나 됐다. 과연 그 뼈들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왜 그곳에 집단으로 묻힌 걸까. 해답은 ‘그 땅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전 해부학교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더더욱 실험동물공양탑은 의외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실험동물의 목숨도 함부로 하지 않던 이들이 정작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인종적이며 체질적인 차이를 조사하는 등 몰인권적인 우생학과 인종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이미지가 묘사 대상의 전부는 아닌 것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여러 사안들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반대로 호기심과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견지한다면 묘사된 풍경 너머의 맥락을 이해하는 길에 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바보들의 행진’은 언뜻 보면 명랑한 청춘극 같지만 자세히 보면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내는 영화이고 일견 로맨틱해 보이는 대학로이지만 그 속엔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들의 정열이 녹아 있다. 글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2회 돈의문 주변 ●출발일시 : 8월 15일 오전 10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속도 내는 불광천 문화벨트… ‘은평 컬처노믹스’ 새길 연다

    속도 내는 불광천 문화벨트… ‘은평 컬처노믹스’ 새길 연다

    서울 은평구는 ‘북한산 큰 숲, 내일을 여는 은평’이라는 슬로건처럼 북한산, 봉산, 앵봉산, 이말산, 백련산, 비단산 등 6개의 산과 불광천, 진관천 등 2개의 하천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을 갖춘 도시다. 조선 시대에는 사신이 오가는 사행길로서 정치, 외교, 군사, 문화적으로 중요한 길목이었으며 북으로는 의주, 남으로는 부산까지 남북의 양끝에서 천리라는 뜻의 ‘양천리’라는 지명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 북한산 한문화체험특구를 비롯해 천년고찰 진관사, 사계절 각기 다른 꽃이 피는 도심 속 힐링 공간 봉산 편백숲, 벚꽃길이 멋진 불광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 산새마을, 구산동 도서관마을 등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문화는 곧 은평구의 미래 먹거리”라고 말하는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지난달 29일 만나 취임 2주년을 맞은 소감과 ‘은평식 컬처노믹스’에 대해 들었다. -왜 문화에 집중하는가. “은평에서 46년간 살아온 은평 토박이이다 보니 누구보다도 은평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자랑거리를 잘 안다. 그런 문화적인 자랑거리를 경제 에너지로 변화시키고 싶다. 현재 은평구는 자급자족할 만한 마땅한 산업구조가 없는 상황이다. 은평구가 가진 문화관광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해 도시 위에 문화를 입히는 일이야말로 은평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의 쉼터인 불광천을 방송문화 거리로 바꾸는 사업이 착실하게 진행 중이고 은평의 문화 콘텐츠를 묶어 문화관광벨트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불광천 문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은평이 보유한 문화 콘텐츠가 다양하지만 개별화돼 종합적인 관리가 미흡하고 문화예술단체들의 활동이 부분적, 일시적으로 전개돼 발전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 문화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예술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가 판단했다. 상암동~불광천~혁신파크~한문화특구로 이어지는 문화벨트 구축으로 미래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뜸하지만 수색역 맞은편인 상암동은 각종 방송국이 있고 많은 연예인이 오가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은평으로 유입시킬 계획이다. 올해는 신사교에서 신응교 사이를 1구간으로 지정하고 방송문화종합센터 건립과 불광천 환경개선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DMC역 인근 삼표산업 기부채납 부지에는 다문화박물관이, 증산 공공주택 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는 케이팝 뮤직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진관동 기자촌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이 건립될 예정이며 그 인근에 한국고전번역원, 사비나미술관이 이미 개관해 운영 중이다. 진관사, 은평한옥마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문화체험시설 등도 유기적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모든 발전은 교통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여전히 교통이 열악한 편이다. “2008년 이후 은평뉴타운과 고양 삼송, 원흥, 향동, 지축 지구 등 신도시 공공주택의 급격한 공급 확대로 교통수요가 나날이 늘어가는 데 반해 광역교통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 사업이 조기 착공돼야 한다. 해당 사업은 2016년 서울 서북부지역의 광역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용산~은평뉴타운~삼송 간 약 18.6㎞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로 지정됐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관계기관 중간점검회의 시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신분당선 연장선 예비타당성 보완 및 주민 서명을 추진했다. 은평구는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예비타당성 제도를 개선해 통일로의 교통정체 해소 및 서울 서북권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 광역교통수단인 신분당선 연장선이 반드시 조기 착공돼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자 한다.”-민선 7기 임기 절반을 돌았는데 기억에 남는 정책이 있다면. “은평구민 49만명 중 28만명이 지지 서명을 해서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한 게 기억에 남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내년 10월에 착공해 202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한다. 또 진관동에 국제 규격의 빙상장과 인라인 롤러장을 유치했는데 목동 아이스링크처럼 향후 지역의 체육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 서울연구원 유치, 서울시립대 제2캠퍼스 유치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은평구를 자원순환 도시로 만든 점이다. 지난해 2월 ‘자원순환도시 은평추진단’을 발족해 자원순환 및 재활용, 생활폐기물 감량을 내용으로 지속적인 캠페인을 하고 있다. 특히 ‘모아모아 사업’은 매주 1회 재활용품 거점 배출일을 지정, 8가지 품목 분리배출을 이끌어 내고 재활용품 원형을 보전해 분리수거하는 체계로, 지난해 10월부터 갈현동에 거점 10곳을 시작했으며 올해 3월부터는 거점을 20곳으로 늘렸다. 반응이 좋아 7월부터는 은평구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으로 안정적인 폐기물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립사업 설계 내용은 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 매월 1회씩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진행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청장으로 지내면서 은평구는 선한 마음들이 살아 있는 곳이란 것을 매일 확인하게 된다.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마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고 그래서 잘 웃게 된다. 은평구는 40년 넘게 산 곳이지만 나중에 정치 생활을 접고도 살아갈 곳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중에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항상 주민께 감사드리며 은평을 서북권 대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미경 구청장 ▲1965년 전남 영암 출생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4, 5대 은평구의원(2003~2010) ▲8, 9대 서울시의원(2010~2017) ▲제18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후보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 ▲제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후보 보훈안보 공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사무부총장(2018~2020)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2019~2020) ▲민선 7기 은평구청장(2018~) ▲저서 ‘미경이의 특별시’(2014), ‘서서울에 가면 우리는’(2018)
  • 혼자가 아닌 ‘나’를 찾는 여정…사비나미술관 ‘나 자신의 노래’전

    혼자가 아닌 ‘나’를 찾는 여정…사비나미술관 ‘나 자신의 노래’전

    전염병이 다른 재난보다 고약한 건 나 이외 타인을 경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행위는 공동체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하지만 어느 때보다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나 자신의 노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에서 출발해 혼자가 아닌 ‘나’의 의미를 찾아나선 예술가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전시 제목 ‘나 자신의 노래‘는 19세기 미국 시인 월트 위트먼의 연작시에서 따왔다.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관용 정신으로 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어 상호주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 자아의 정체성을 노래했다.전시는 국내외 작가 13명의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120여점을 3개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첫 번째 주제 ‘타자로서 자기 자신’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개인에 대해 탐색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캐나다 사진작가 프랑수아 브뤼넬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외모가 비슷한 타인들을 찾아 비슷한 옷차림과 포즈로 흑백사진에 담는 작업을 20년 넘게 해 왔다. 단지 외형적 모습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강렬하게 다가온다.김나리 작가의 조각은 사람과 동물, 식물을 허물없이 한데 품고 있다. 상체를 드러낸 여인의 머리 위에 날개를 활짝 편 수리부엉이가 앉아 있거나 머리카락 대신 식물이 자라기도 한다. 사슴의 뿔 위에 꽃과 새가 둥지를 튼 고상우 작가의 ‘블랙 펄’ 연작도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명존중 철학의 메시지를 전한다. 두 번째 주제 ‘멀티 페르소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에 천착한 작품들을 모았다. 이샛별 작가는 한 몸에 여러 자아가 공존하는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회화 작품을, 김시하 작가는 움직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관람객이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설치 작품을 내놨다.마지막 주제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예술가들이 택한 자기 고백과 기록이다. 어린 시절 목도한 타인의 죽음 등 은폐했던 유년의 기억을 캔버스에 재구성한 박은하 작가, 엄마의 부재에서 비롯한 불안함의 트라우마를 사진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삼은 원성원 작가, 자신의 사진과 기록 등을 미디어아트로 엮은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9월 1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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