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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그림…계약서와 일치” 운보 장남 진술

    서울지검(검사장 任彙潤)은 22일 ‘그림 로비 의혹” 수사 착수와 동시에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 회장 부부 등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화백의 그림을 판 쪽과 사들인 쪽의 그림 수 차이를 규명하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과는 달리 사안이비교적 단순해 진실을 규명하는데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임휘윤 서울지검장은 이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청사에 나와 임양운(林梁云)3차장, 이훈규(李勳圭)특수 1부장 등과 수사방향 등을 논의했다. 검찰은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진상을 규명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 파문으로신뢰가 실추된 가운데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의 수사를 떠맡게 되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음에도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 ‘고급옷 로비 의혹’ 사건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임 서울지검장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그림이 보관돼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창고에 수사관들과 함께 KBS 고서화 감정프로그램 ‘진품명품’ 출연자인 그림감정가진모씨를 보내 운보 그림의 진품 여부를 감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만에 하나 위조된 그림이 끼어 있을 가능성까지 고려,전문가를 현장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예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1시30분쯤 출두하면서 서울지검의 지하주차장 통로를 이용,취재진들을 따돌렸다. 김기창 화백의 장남 김완(金完)씨는 22일 전화통화에서 “숫자 감각이 없어 판매한 그림 숫자를 착각한 것 같다”면서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 보니내가 판매한 그림은 190점이 아니라 대한생명측에서 밝힌 대로 142점이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는 “더이상 사건이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인사동의 화랑 관계자들은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이 가뜩이나 움츠러든 미술시장에 악재(惡材)로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S화랑 대표 이모(42)씨는 “국내 미술시장은 96년부터 급속히 위축돼 전시회나 소품전을 열어도 일부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이 전체 미술계에 대한 불신풍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운보그림 203점 이외에도 유명 작가의 작품을 다수 구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운보 작품 외에도 그림 500여점이 본점 사무실 등에 걸려 있지만 유명 작품이나 특정 작품을 한꺼번에 구입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 [외언내언] 베니스의 이불

    여성으로는 처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측 커미셔너로 위촉된 미술평론가 송미숙 교수(성신여대)가 지난 1월 여성 설치미술가 이불씨(35)를 비엔날레 참가작가로 선정했을 때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 작가라면눈길을 끌 수 있을거야”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막연했던 그 기대가 특별상 수상이라는 소식으로 날아왔다.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인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으로 네번째나 되므로 이불씨의 특별상 수상을 대수롭지 않게볼 수도 있다.비디오예술가 백남준씨가 지난 93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설치미술가 전수천씨(95년)와 강익중씨(97년)가 각각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이불씨의 수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국내 여성작가가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는 처음인데다가 수상작가중 최연소이기때문이다.올해 수상작가중에서 이씨는 유일한 아시아 국적 작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한국 미술계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임에도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88년첫 개인전을 가진 그는 두번째 개인전을 9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초대전으로열었다.세계의 모든 미술인들이 전시회를 갖기 원하는 모마에 한국인으로는처음,그것도 32세의 젊은 나이에 입성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의 전위성은 모마도 받아들이기 버거웠던지 작품 일부가무단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웬만한 작가라면 엄두도 못낼 거대 미술권력과의 투쟁 끝에 그는 공개사과와 함께 2만달러의 후원금을 받아냈다.당시 출품한 작품은 날생선을 구슬과 시퀸(플라스틱 반짝이)으로 화려하게 장식해비닐봉지에 담아 벽에 붙인 것과 투명 냉장고에 금색 그물과 생선,백합 등을 넣어둔 것이었다.아름답게 장식된 생선이 썩으면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인,시각미술에 후각을 도입한 시도였다.생선작업 이전에도그는 나체로 거꾸로 매달리는가 하면(‘낙태’) 자신의 누드사진을 식탁 위에 차려 놓기도 하고(‘설겆이’) 쇠사슬로 자신의 목을 침대에 매다는(‘여성,그 다름과 힘’전) 등 도발적이다 못해 섬뜩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발표해 찬탄과 조소를 동시에 받았다.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으로 “구토의 미학과도 같은 일종의반문화적인 성격을 갖는”(미술평론가 박신의) 그의 작품세계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폭 넓게 이해되기를 바란다.그의 수상소감 “작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앞으로 “큰 선물을 받은 느낌”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한국 국적의 작가가 황금사자상을 받는 날이 오기 또한 기대해 본다.백남준씨의경우 독일 국가전시관의 대표작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任英淑 논설위원 ysi@]
  • 극장 간판장이 출신 화가 이상원 佛미술계 입성

    극장 간판장이 출신의 화가가 프랑스 미술계에 입성한다. 한국화가 이상원(65)이 16∼29일 프랑스 파리 살페트리에르 전시장에서 한국화를 알리는 첫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살페트리에르는 1656년에 세워진 유서깊은 성당.그러나 지금은 파리시가 관리하는 미술전시 공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크리스티앙 볼탕스키를 비롯,아네트 메사지·마리오 메르츠·장 샬르 볼레·레베카 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이번 전시의 주제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시선’.쌍끌이 어선으로 상징되는 피폐한 어촌 사람들을 그린 인물화 ‘동해인(東海人)’ 등 30여점이 선보인다.모두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가로 5.5m에 이르는초대형 작품도 있다. 이상원은 젊은 시절 극장 간판장이와 초상화가로 삶을 경영했다.그 분야에서 만큼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다.안중근 의사의영정을 그린 것이 계기가 돼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 등 수많은 국내외 유명인물의 초상화를 그렸다.거만(巨萬)의 부도 모았다.그러나 이상원은 작고한노산 이은상 선생을 만나 순수미술의 길로 들어섰고 독학으로 화업을 일궈나갔다.74년 불혹의 나이에 국전에 입선했으나 곧 민전으로 돌아서 78년 제1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과 제1회 중앙미술대상전 특선을 차지하며 미술계의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이상원의 작품은 극사실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그는 진지하고 처절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 렌즈보다 더 박진감 있게 잡아낸다.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놓치지 않는다.그렇기에 그의 작품엔 흡인력이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을 현장작업으로 그리는 이상원은 “소재와 대상의 취재도중요하지만 만나는 인물들로부터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작업을 중시한다”고 말한다.그는 20여년동안 1,000여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그 그림들을 절대로 팔지 않는다.소중히 간직해 훗날 자신의 전용미술관에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김종면기자
  • 무대미술 개척자 이병복씨…단순한 소재로 독특한 분위기 연출

    극단 자유가 창단 33주년 기념작으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페드라’(장 라신 원작·김정옥 번안 연출)의 무대장치는 단순하다.무대 좌우에 흰 배경막 3개만이 덩그렇다.이 세트가 극이 진행되면 다양한 조명을 받아 환상적 분위기를 낳는다.의상도 낯설지 않아,희랍신화에서 따왔다는 내용이 마치 우리 것인 양 익숙한 느낌을 준다.이런 무대장치는 ‘무대미술·의상의 개척자’ 이병복(71)씨의 작품이다. “3∼4년전부터 무대미술이 대학교 과정에 포함됐습니다.옛날엔 무대미술이나 장치는 전혀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극단 대표로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북치고 나팔불면서 뒤치다꺼리 하다보니 무대미술의 개척자라는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장충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두가지 일을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하나는 ‘페드라’이고 또 하나는 6일부터 열리는 ‘제9회 프라하 카트리엔날레(PQ) 세계무대미술·극장건축 전시대회’.그는 4년마다 체코에서 열리는 무대미술계 최대의 잔치에 한국을 대표하여 개인부스를 설치한다.외국에서먼저 그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공연이 맘에 걸려 안가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워낙 떠밀어 가게 되었습니다.지난 91년 처음 참가해 영예의 의상상을 받았고 다음 대회땐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았죠”. PQ는 그의 진면목을 세상에 널리 알려준 대회였다.하지만 그의 명성은 이미 해외공연 때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그의 무대를 본 외국인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최소한의 소재로 저 큰 무대를 어떻게 꽉 채우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79년부터 해외공연을 많이 했는데 ‘꿇리지 않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모든 무대를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었죠.서양 사람들은 흉내못낼 저만의무대언어를 시도했는데 특히 ‘한지(韓紙)의상’을 시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결과 ‘피의 결혼’ 등의 작품이 원산지가 아닌 ‘자유의 OO’라는 공인을 받았다.흉내나 모방이 아닌 ‘한국 식의 재해석’이란 독창적인 방법론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자유의 무대장식은 매우 단순했다.깃발 한쌍,푸르고 붉은 몇개의 주머니,병풍,두개의 테이블 그리고 무대 위에 펼쳐졌을 때 흥미를 끌었던 몇m의천,이 것들이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이들 예술가들이 필요로한 전부였다”(85년,스페인 ‘피의 결혼’평 중).“…표의문자들이 그려진 흰 천들과 함께상(相)의 변화를 나타내는 무대장치의 아름다움…한국적인 기적은 바로 그러했다…”(84년,프랑스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평 중). 그러나 한국에선 그 공이 늘 연출자 김정옥씨나 배우들의 몫이었고 무대미술가는 뒷전에 머물렀다.그래서 이씨는 자신을 폼나는 ‘앞광대’가 아닌 ‘뒷광대’라고 말한다. “누가 이 짓(?)을 하겠어요.저도 20여년 전부터 늘 ‘이번만 하고 이젠 나도 무대에 서야지’라고 되뇌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부엌에서 밥상만 챙기는 일(무대미술)보다 상위의 요리와 술(연출·배우)에 더 눈길이 가지,누가 이 외로운 일에 나서겠습니까”. 극단의 대표로서,궂은 일도 마다않는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다. 남편인 서양화가 권옥연씨의 프랑스 유학 경비를 대려고 양재학교를 다니면서 터득한 ‘손맵시’도 큰힘이었다.거슬러 올라가면 ‘명문가 10남매의 맏딸이 광대가 된다’며 단식까지 한 할머니의 반대에 맞서 ‘문설이’란 가명을 쓰면서까지 무대를 고집한 뚝심이 있었다. 이런 묵묵한 ‘외길 인생’에 힘입어 이른바 스태프라는 분야가 요즘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칭찬해요-인간성회복추진協 高鎭光총장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듯 ‘사랑의 일기’가 인간성회복의 파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고진광(高鎭光·44)씨.지난 91년 ‘일기’를 통해 사랑을 보급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그는 곧바로 ‘사랑의 일기’라고 이름 짓고 보급사업을 펼쳐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380만부나 보급했다.물론 무료였다.앞으로 전국 초등학생 500여만명 모두에게 나눠주는 게 그의 꿈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그 가족들이 이 운동에 나설 때 가장 보람을느낍니다” 고씨는 어린이들이 매일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쪽마다 격언을 적어놨다.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무엇보다어린이들과 학부모,교사들이 이 일기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게 되기를바란다. 그의 뜻은 재미동포들에게까지 알려져 96년에는 미국 정부가 공식 요청,지금까지 사랑의 일기 100여만부가 보급됐다.중국에서도 협의가 들어와 올해말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씨는 미국으로 나가는 일기에는 반드시 한글과 영어를 같이 쓰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뜻을 모르더라도 한글을 알리려는 의도다. 그가 ‘사랑의 일기’로까지 이어지는 인간성회복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89년.인신매매,성폭력 등이 크게 사회문제가 됐던 당시 그는 인간성회복운동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단체를 만들어 그동안 캠페인 등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일과성 겉치레일 뿐이었다.내실을 기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 마침내사랑의 일기를 떠올렸고 지금은 보급사업에 흠뻑 빠져있다. 고씨는 시민운동 관계자들로부터 무료로 일기를 나눠주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단체를 이끌어 왔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재정과 예산의 투명성,조직의 슬림화,자원봉사자 활용 등 시민단체 운영 원칙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그는 “작은 것을 실천하다 보면 큰 것은 저절로 이뤄진다”는지적도 잊지 않는다. 그는 사랑의 일기 외에도 그동안 은사에게 편지쓰기,옛날 담임선생에게 학부모 감사전화하기,대학로에 청소년 쉼터 만들기 등 숱한 아이디어를 발굴,인간성회복운동을 펼쳐왔다. 고씨의본업은 미술관련 전시회 등을 대행·기획하거나 팸플릿 등을 만드는 호산실업의 대표다.IMF로 미술계가 위축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일이 먼저다.협의회 사무실도 종로구 동숭동 호산실업의 전시장 한 구석을 칸막이로 막아 쓰고 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한길아트‘ 시리즈 1호 ‘한국미술의 자생성’ 발간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자생성과 정체성을 탐구한 ‘한국미술의 자생성’이 한길아트에서 나왔다.‘한길아트 뮤지엄’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이 책은 한국미의 정체성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독창적 미의식의 명작을 만들어낸 근원적 힘이었던 자생력과 한국미술의 원형을 찾아간다. 한길아트 뮤지엄 시리즈는 미술·건축·영화·연극 등 예술분야의 많은 책을 펴내고 있는 한길아트가 보다 깊이 있는 예술분야의 탐구를 위해 기획한것이다.김언호 한길아트 대표는 “기초이론에서 전문적 세계에 이르기까지국내외 예술을 탐구,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예술과 문화를 한 차원 높이는데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한국근대미술사 연구’와 ‘한국의풍속화’가 시리즈의 다음 작품으로 올 상반기중에 나온다. ‘한국미술의 자생성’은 최몽룡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등 22명의 전문학자들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미술·조각·건축·공예및 미의식과 정체성 등을 통사적으로 다룬 역작이다.이 책은 독창적 미의식의 세계를 창조했던 한국미술 특유의 자생력을 회복하고 서구 모더니즘의 언저리에서 표류했던 우리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탐구여행을 시작하며 ‘자생성’이라는 화두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미술은 아직도 서구미술의 새로운 형식을 좇아가고 있지만 서구미술 변방에 머물고 있다.현대미술의 이러한 슬픈 자화상을 지우고 새로운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되찾고 자생력을 회복해야 한다. 선사시대부터 이 땅에는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을 만들어온 자생력이 있었다.자생력 있는 미술은 모든 외부적 요소를 흡수하여 자기 작품 속에 새롭게 창조해 낸다.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고구려 고분벽화다.“고구려 고분벽화는 외래문화를 수용·소화하여 재창조했다.고구려는 중국 등의 회화양식을 받아들여 고구려 고분벽화 특유의 세계로 재창조했다”고 전호태 울산대사학과 교수는 말한다. “조선 전기의 불화도 중국 송·원대 불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 특유의불화를 창조했으며 그것이 한국불화의 자생성을 이루는 바탕이 됐다”고 김정희 원광대 고고미술사학과 조교수는 밝혔다.조선후기에는 가장 한국적이고 민족적인 화풍이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근대 서양문명의 도입과 식민사관,해방후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난 변형된 민족주의,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한국미술의 정체성은 혼란에 빠졌다. 지나치게 서구지향적이라는 반성으로부터 90년대 들어 정체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최태만 서울산업대 교수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조선후기 실학이 추구했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에 바탕한 민족주의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법고창신은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숭배하거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전통과 문화에 기초하되 바람직한 규범과 실현가능을 담보한 민족주의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말한다. 윤범모 경원대 교수도 한국미술계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민족의식이라고강조한다.“민족의식은 정체성 문제와 직결된다.정체성 수립없이는 한국미술의 미래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민족의식과 정체성은 국제적 보편성과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창순기자 cslee@
  • 미술계 ‘대안공간’으로 활로

    국내의 대표적인 메이저 화랑들이 대관화랑으로 이전하거나 레스토랑 등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등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가에 대안적 성격의 미술공간이 잇따라 생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대안공간(alternative space)은 1960년대 말 미국 뉴욕의 작가들이 운영했던 비영리 공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초기에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집결지 역할을 했으며 70년대 들어 더욱 활성화됐다.대안공간은 지금도 비주류 미술이나 실험미술의 후원자이자 신진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의 대안공간으로는 지난 2월 초 홍익대 입구 극동방송국 옆에 ‘루프’가 처음 등장했고 3월 말 종로구 관훈동 화랑중심가에 60여평 규모의 ‘풀’이 문을 열었다.또 올 가을에는 관훈동 사루비아 다방 자리에 ‘제3의 대안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루프’는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출신의 젊은 작가 박완철·서진석·송원선·신용식 등 4명이 뜻을 모아 세운 공간.대관료 없이 작가와 작품을 미리 선별해 ‘좋은 작품만 전시한다’는 방침이다.좋은작품이란 젊은 작가의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말한다.갤러리 안에 카페 공간과 세미나실,영상시설 등이 있어 한 장소에서 작품과 작가와 관객이 서로 교감할 수 있다.최근에는 재독 작가 이대일의 설치미술전 ‘빛 잔치’가 열려 화제가 되기도했다.(02)3141-1377 ‘풀’은 디자이너 권혁수 등 9명의 운영위원회와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머길예경 등 7명의 프로그램위원회,그리고 실무팀으로 구성돼있다.대안적인 미술문화 형성을 위한 전시와 진취적인 미술인들의 모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풀’은 현재 기획대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이와 관련,‘풀’의 실장을 맡고 있는 황세준씨는 “공간 운영이 궤도에 오르는대로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획대관을 그만둘 방침”이라며 “앞으로 순수 비영리 화랑으로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풀’에서는 13일까지 개관기념전‘스며들다-정서영·최정화 2인전’이 열린다.(02)735-4805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윤동구·설원기 교수와 김성희 카이스 갤러리 학예실장이 준비하고 있는 ‘제3의 대안공간’은 오는 15일 장소를 확보하고 가을에 개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미술계의 흐름을 앞서가는 작품 등 기존 화랑이 소화하지 못하는 작품 전시를 지원한다는 방침.공간 사용료를 받지 않을뿐 아니라 보조금도 지원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대안공간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세제지원 등 정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미국에서는 갤러리 등에 기부금을 낼 경우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다.
  • 고암 ‘왕죽도’3,300만원 최고가 낙찰/화랑협회 첫 경매 성황

    “자,이번엔 고암 이응노 선생의 수묵화 대작을 준비했습니다.네 폭 병풍으로 된 46년작 ‘왕죽도’입니다” 현재 추모전이 열리고 있는 고암의 작품이 소개되자 객석엔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그러나 경매사의 말이 이어지자객석은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3,000만원부터 출발하겠습니다.입찰호가는 10%씩 늘어납니다.출발가 3,000.3,300 없습니까.3,300 네…낙찰됐습니다”지난 10일 오후 3시.서초동 예술의전당 자료관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제1회 아트갤러리 경매에 응찰하려는 사람들과 화랑 관계자 등 300여명이 몰려 북적거렸다. 서울경매주식회사에 이어 한국화랑협회가 처음으로 본격 경매에 나선 이날행사는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경매에 나온 작품은 국내 작가가 5년 이전에제작한 근·현대 미술품 210점.이 가운데 62점이 팔려 29.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고암의 ‘왕죽도’가 3,300만원으로 레코드 프라이스(최고가)를 기록했으며,최저가로 낙찰된 작품은 서양화가 육근병의 ‘풍경의 소리’로 40만원에 팔렸다.이날 경매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 것은 서양화가 최쌍중의 작품‘풍경’.입찰희망자가 몰려 예상가의 2배인 700만원에 낙찰됐다.그러나 이번에 낙찰된 작품은 대부분 100∼400만원대의 소품들이어서 미술계 안팎의불황을 실감케 했다.한국화랑협회 권상능 회장은 “낙찰률이 당초 예상했던25%보다 높아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매년 4회씩 정기적으로 경매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한국화랑협회의 다음 경매는 6월 중순경에 치러질예정이다. 김종면기자
  • ‘우리시대의 民畵’ 새로운 평가 모색

    미술계에서는 요즘 ‘이발소그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대중의 취향에영합하는 저급한 상화(商畵)로 제도권 미술내에서는 논외의 대상이 돼온 이발소그림.‘뼁끼그림’‘간판그림’‘나이롱 그림’으로도 불리는 이 이발소그림이 최근들어 본격적인 전시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신세계 갤러리가 4월3일부터 13일까지 갤러리 퓨전에서 ‘액자속의 낙원’이란 제목의 이발소그림전을 여는데 이어 갤러리 사비나에서는 7월16일부터8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이발소에서 미술관까지’란 이름으로같은 성격의 전시회를 연다. 이발소그림은 그동안에도 간간이 소개돼왔다.80년대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소통의 문제에 주목했던 ‘현실과 발언’그룹 작가들이 이발소그림의 대중성을 고급미술의 언어로 모사하거나 변형시키는 작업을 했고,몇몇 이론가들은상화의 미학적·사회학적 의미에 관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또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인 ‘일상,기억,역사’전에서는 해방 이후 그려진 이발소그림의 일부가 소개돼 주목받았다.이발소그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발소그림은 흔히 대중이 좋아할만한 소재,알기 쉬운 기법,사실적인 묘사,달콤한 색채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키치로 간주된다.키치(kitsch)는 ‘나쁜취미’ 혹은 ‘거리의 쓰레기 같은 미술’이란 뜻.독일 뮌헨의 화상들이 싸구려 그림에 붙였던 이름으로 언제부턴가 우리의 미술과 문학,대중문화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이발소그림에는 이처럼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그러한 경멸은 이발소그림이 창조성,심미적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값싼재료를 써 무명화가들이 대량으로 그린 것이란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그림을 과거에 대한 단순한 향수 차원이나 소모품,미적 가치가 없는 정신적 미숙품으로만 볼 수는 없다.그 속에는 장구한 세월 동안 인간이꿈꿔온 낙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낙원은 오늘의 고급 미술품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꿈의 원형이다.그런 만큼 이발소그림의 풍경은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그 풍경에는 동양화의 오랜 화제(畵題)인 무릉도원,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의 전통과 그것의변종인 민화의 흔적이 현세구복적인 모습으로 드러나 있다.기복신앙이 조선시대에는 민화에 반영됐고,민화의정서를 이어받은 이발소그림에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이발소그림은 상업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그림임에 틀림없다.키치적 요소들이 이발소그림의 틀 속에 남아 있는 한 그것은 건강한 대중미술로 인정받기어렵다.그러나 이발소그림의 형식과 키치미술의 형식이 부분적으로 일치한다고 해서 이발소그림을 키치미술로 단정할 수는 없다.이와 관련,‘이발소 그림-만화에서 복제화까지’란 책을 낸 박석우씨는 “이발소그림에는 한국적인 정서와 민속성,기복성,향수 등 다른 민족이나 국가와는 차별되는 민족정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키치의 범용한 원리로 이발소그림을 재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최근 잇따라 기획되고 있는 이발소그림전은 이발소그림의 키치문화적 허위를 극복하고 대중문화의 건강성 회복을 타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면 기자 *
  • 그림으로 꿈꾸는 ‘相生의 세계’

    환경문제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음양오행 사상을바탕으로 한 이색 환경전이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다다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김규동(36)의 ‘상생(相生)과 조율(調律)’전.그의 작업은 사회·문명비판적 성격을 띠지만 그 중심에는 환경문제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통상적인 문명비판 작업과는 달리 보다 근원적인 곳을향한다.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되 단순고발 차원이 아니라 문제를 낳게한 그릇된 세계관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요컨대 그는 음양오행을 무기로 문명의 심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역학(易學)’에 따르면 세상만물은 음과 양으로 구성돼 있다.이 음양에서 오행이 나온다.태어나서 자라고 열매를 맺고 죽어 쉰다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이치가 바로 음양오행의 핵심이다.싫어하는 오행끼리 만나면 서로 미워하는 상극의 관계가 된다.반면 상생은 문자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일종의 ‘사랑의 관계’다.작가는 그림을 통해 상생의 세계를 꿈꾼다.그의작업의 무게중심은 당연히 상생 세계를 이룩하는데 놓인다.예를 들어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풍경화 하나에도 그 밑바닥에 상생의 세계관을 깔아둔다.초록색 머리카락과 수염의 녹색인간을 통해 오염된 세상을 청정한 기운으로 조율하는 ‘조율1’,음과 양의 합일로 자연이 잉태되기를 바라는 ‘음양의 합일-자연이 조율되기를…’,전통탈을 활용해 오행의 원리를 보여주는 ‘깨달은 자의 봄’….모두 음양오행 사상을 기본으로 한 작품들이다.작가는 이 작품들을 ‘그렸다’기 보다는 ‘만들었다’.합판에 논바닥이나 불꽃,연기 따위를 스케치해 일일이 조각도로 새겼는가하면 종이죽이나 톱밥을 이겨 저부조(低浮彫)의 형상을 만든 뒤 그 위에 채색을 하기도 했다.그런 엄격한 ‘수공(手工)’을 거친 만큼 작품의 조형성은 탄탄할 수밖에 없다.(02)735-8942
  • 판화 본래의 영역 확보 ‘판화·예술·책전’

    ‘판화개념의 확대’문제가 최근 미술계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이는 판화가 기법에 치중하던 재래적 개념에서 한발 나아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그외연을 넓혀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24일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는 ‘판화·예술·책 전(展)’은 판화예술을 둘러싼 이같은 다양한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판화의 본령은 ‘예술적인 오브제로서의 책’을 만드는 것.이번 전시는 판화예술이 지니고 있는 본래적 어법을 회복하고,판화예술 특유의 ‘이미지로서의 소통방식’을 되찾는데 초점을 맞춘다.이 기획전은 서구에서 예술의 한 장르로 오래 전에 자리잡은 ‘북아트’와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그러나 담아내고자 하는 주제와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오이량·김영미씨 등 58명이 참가한다.(02)760-4601 金鍾冕 jmkim@
  • 광주 비엔날레 파행 원인과 대책

    내년 3월말 개막 예정인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둘러싼 갈등이 진정 기미를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쪽 행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높아지고 있다.지난해 12월30일 최민 전시총감독의 후임으로 위촉된 오광수신임 총감독은 최근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발표하는 등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행사가 순조롭게 치러질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광주비엔날레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 위원회’(위원장 김용익 경원대 교수)는 이미 출품 및 관람거부 투쟁을 선언했으며 참여연대,경실련,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에 가세하겠다고 나섰다.게다가 민(民)과 관(官),보수와 진보,중앙과 지역 등 대립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광주비엔날레가 준비단계부터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원인과 문제점,그리고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가 차질을 빚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전시총감독의 권한문제.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이사장 고재유 광주광역시장)측은 이번 3회부터 위원회 방식에서 탈피,국제 예술행사 운영의 관례대로 총감독제를 도입했다.그러나 재단이사회는 정관개정 과정에서 총감독과전시기획위원회에 실무의 전권을 주는 대신 전시 부문의 ‘기획’ 업무만을할당하고 나머지 권한(전시의 집행,행사와 홍보 및 예산의 기획과 집행)은사무국과 광주시립미술관의 공무원들에게 줬다.총감독과 전시기획위원회는주제와 큐레이터를 선정하는 일 이외에는 어떤 일에도 관여할 수 없게 만든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최민 전 총감독은 2000년 비엔날레 행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시 파견 공무원이 대부분인 사무국상근직원을 70%이상 줄이고,계약직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사무국을 운영해야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100여명의 파견공무원으로 구성된 재단과사무국은 이같은 개혁안을 거부했고 재단이사회는 전시총감독과 전시기획위원들을 전격적으로 해촉했다.이는 곧바로 국내 미술계의 분열을 초래했고 문화예술계 전체가 이전투구의 양상에 빠지게 했다. 광주비엔날레조직의 비대화와 관료화 문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외국의 대표적인 비엔날레는 통상 20∼30여명의전문가들에 의해 준비되고 진행된다.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와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는 각각 30여명의 상근직원을 두고 있으며,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는 40여명,프랑스 리용비엔날레는 12명의 상시직원을 두고 있다.4년에 한번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의 경우 전시때면 200여명의 인력이 동원된다.이 가운데 행정인력은 20여명.대부분은 시민의 자원봉사로 채워진다.시의회는지원만할 뿐 행사는 미술전문가인 커미셔너가 주도한다.광주의 경우는 어떤가.지난 97년 제2회 비엔날레의 경우 무려 667명이 동원됐으며 이중 220여명이 시·구공무원이었다.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시 개최기간이 아닌 동안에도 100명이 훨씬 넘는 상근인력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제2회 광주비엔날레때는 행사비 100억원 가운데 무려 40억원이 조직위 인건비로 지출됐다.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사례인 셈이다. 광주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주도의 행사를‘전문 문화예술인이 주도하고 공무원들이 지원하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급선무다.정부 또는 준정부 단체나 기구들이 문화생산활동을 직접 기획·조직·운영하는 것은 그 의도가 아무리 공익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사회·문화적 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효율성도 확보하기 어렵다.이와 관련,인하대 이기우교수는 “광주비엔날레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문화이벤트인 만큼 민간 전문가 중심의 조직이 바람직하며 행정계선라인이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나아가 그는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을 위해서는 ▒광주시장과 행정부시장이 맡고 있는 비엔날레 재단이사장과 사무총장을 문화인으로 대체하고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시 공무원의 재단 직책 겸임을 금지해야 하며 ▒총감독의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고 ▒재단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또 미술가 강홍구씨는 “광주비엔날레가 서울올림픽이나 대전엑스포 같은 일회적 행사를 모델로 기획,운영됨으로써 대규모 행정조직을 바탕으로 한 전시행정의 산물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오광수 전시총감독도 최근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시 관료들에 의해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만일 간섭이 계속된다면 나도 투쟁하겠다.현재재단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주기 바란다”고 민영화의 당위성을 인정한 바 있다.민간인 전문가들에게 거의 전권을 주고 시당국은 행사진행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외형적 규모로만 보면 가히 세계적인 비엔날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민간기업의 기부금 등을 토대로 조성된 비엔날레 기금은 현재 200억원이 넘는다.전시시설 또한 중외공원과 단지를 포함해 수만평에 이른다.1,2회 광주비엔날레는 각각 160만명과 9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베니스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와 같은 세계적인 미술행사도 보통 50만명이상의 관람기록을 세우기 어렵다.그런 점에서 볼 때 광주비엔날레의 ‘이상열기’는 일종의 문화적 거품이 아닐 수 없다.중요한 것은 양적 외형이 아니라 질적 내용이다.광주비엔날레는 방만한 조직을 축소,보다 작고 내실있게치러져야 한다.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제1원칙 또한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金鍾冕 jmkim@
  • 미술-전시회 소개

    가나아트센터는 신년기획전으로 ‘그림 속 문자’전을 26일부터 2월17일까지 갖는다. 미술에서 시각 이미지로서의 문자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미술 및 국내 현대화 속에 담긴 문자의 조형성을 탐구하고자 마련했다.조선시대의 병풍 도자기 및 공예품 등 고미술품 60여점과 한국 현대미술계에 문자를 추상적그림에 도입한 대표적 작가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현대작가들은 이응노 남관 김창열 오수환씨 등이며 각 5점씩 전시된다.(02)720-1020. 삼성 문화재단의 용인 호암미술관도 선사시대의 세형동검에서 조선 말기 민속공예품에 이르기 까지 한국 미술품에 나타난 새의 상징성과 예술성을 감상하는 특별전 ‘한국의 동물미술-새’전을 7월4일까지 열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소재로 가장 많이 채택되온 오리 학 봉황을 탈장르적으로모았으며 2층 회화실에는 새를 주제로 한 족자 병풍 편화 등으로 꾸몄다.1,000∼3,000원.(0335)320-1801.金在暎 kjykjy@
  • ‘99 한·일 회화 교류전 내일 개막

    ‘99 한·일 회화 교류전’이 19일 서울 갤러리에서 개막,31일까지 열린다. 일본은 미술 분야에서도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로 한·일 양국 화가의 작품교류가 소극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대한매일신보사와일본 주니치신문사가 한국 20명,일본 22명 등 42명의 양국 정상급 작가들을대거 초대한 대형 교류전이 열려 주목된다. 일본 현대미술의 국내 소개에 크게 이바지할 이번 교류전은 특히 전시 작품이 최근 ‘유행하는’ 설치나 퍼포먼스 분야가 아닌 미술의 기본이랄 수 있는 평면회화란 점도 흥미롭다. 전시 작품을 미리 관람한 미술계 인사들은 70년대 이후 90년대에 이르는 양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들이 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했다.80년대중반 이후부터 양국은 모두 서양 모더니즘에서 벗어나려는 혁신 경향을 보였으며 기호와 표현적 색채,활달한 필치가 돋보였다. 일본 작품들은 그림,글씨 등 특유의 문화 취향을 현대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차용의 기법이 강조되고 해체적 시각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출품 한국 작가는전병현 한영섭 황창호 황영성 김병종 제정자 김봉태 김정자 김태호 고영훈 이봉열 이정기 이종구 이강소 이태현 이왈종 오치균 오수환 윤동천 등. 일본 작가는 수기타 고로,스즈키 마사히로,테라다 카즈유키,와타나베 토요시게,요시다케 켄지,에다 유타카,모리 카츠히로,오카다 다다아키,사이토 고로,수가노 주조,사이토 료,수가누마 테쵸 등.金在暎
  • ‘99문화를 여는 사람-아트선재센터 부관장 김선정

    미술가들이 그 총량(總量)의 바다에다 한 방울이라도 보태기 위해 애쓰는미(美)는 물론 미술과 별 상관이 없는 일반 사람들 것이다.그래서 미술품의저수지라 할 미술관들은 일반의 미의식으로 곧장 흘러가는 관개수로를 열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서울 소격동에 문을 연 아트선재센터는 물샐 틈 없는 저수지벽을 연상시키는 외관과는 반대로 일반에 잘 ‘열려’ 있다.관람료를 2,000원이나 받고 있지만 경영이나 전시기획 책임자의 미와 미술에 대한 의식이자기 미술관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대아’적으로 열려 있다는 뜻이다.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친딸로서 선재센터 부관장 겸 선임 큐레이터인 김선정(34)씨는 미,미술,그리고 한국 미술계와 미술 정책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비판적인 톤이 돋보이곤 한다.그러면서도 아주 낙관적인 전망을드러낸다. “현재 틀로는 우리 미술이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를 맞아 해외로 진출하는 데나 일반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많아요.기성의 작가 위주로만 틀이 꽉짜여 있을 뿐 대국적 견지에서 작가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비합니다.새로나오는 작가와 일반 사람에게 손해가 돌아갑니다” 국내 소개도 문제지만 해외 진출 면에서는 거의 준비가 없다고 꼬집는다.정부나 미술계 모두 일본이나 독일에 한참을 뒤졌는데도 21세기니 말만 요란할 뿐 바깥에 우리를 알리는 데 “톡,톡,톡,아무렇게나”하는 즉흥성을 못 버린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 미술,특히 ‘어려운’ 현대미술이 바깥에 알릴것이 대체 있기나 하다는 것인가. “있고 말고요.”라고 그는 즉답한다.이어서 외국으로부터 한국 작가를 소개해달라는 주문이 많지만 마땅한 해외용 자료가 없어 올해 이에 알맞는 작가 파일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게서 보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창의성’에 대한 높은 존중심과 이를 가리는 예리한 칼날이다.괜찮은 작가가 많다고 하면서도 그의날카로운 시각에 ‘베이지’ 않는 예술인이나 문화 현상은 드물어 보인다.그에게 창의성이란 국내외 대학에서 6여년 동안 달려 들었던 서양화를 포기토록 한 아름다운 심연같은 것이다. 그는 주류 문화에 다소라도 오불관언할 수 있는 하위문화의 부재 현상을 안타까워 한다.우리 교육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더 나아가 우리 심성에고집이나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하고 진단한다.‘빈 말’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미술에 대한 사랑,아트센터에 대한 애정은 이런 흠을 한치라도 바로잡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선정씨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주 크랜브룩대에서 계속 회화 공부.92년 뉴욕시 휘트니 박물관에서 큐레이터 인턴십.93년 귀국,국립 현대미술관거쳐 경주 선재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
  • ‘99미술 새로운 조류 탐색

    미술관들은 미술 조류의 큰 흐름을 명확히 반영하면서 숨어있는 미래의 물결이 느껴지는 전시회를 열고자 애쓴다.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대표적인 미술관들이 올 주요 전시계획을 확정했다.여전히 IMF 영향에 위축되어 있긴 하지만 미술계의 ‘투명한 창’ 역에 걸맞는 여러 의미있는 전시가 돋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에서 지난해 말 시작한 ‘다시 찾는근대 미술전’을 3월까지 계속한 뒤 ‘한국 근대조각전’(7∼10월)과 ‘한국 근대공예전’(11월∼2000년2월)을 가질 계획이다.건축의 해를 맞아 ‘근대건축전’과 ‘현대건축전’을 8∼10월 과천미술관에서 동시에 열 예정이다. 옷을 통해 산업과 미술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옷,그 아름다움과 쓸모전’(6 7월)도 기대된다.8∼10월에는 ‘신소장품전’이 계획되어 있으며 ‘한국미술 독일순회 귀국전’(2∼3월) ‘멕시코 현대미술전’(3∼4월) ‘올해의 작가전’(6∼8월) ‘한국 현대판화 스페인순회전’(8∼11월) 등도 마련되어 있다.●예술의 전당 기획전인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전’이 3월까지 이어진 뒤 ‘인류문명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미술관 기존 테마의 일환으로 ‘간다라불교 미술전’이 6월 뒤따른다.파키스탄 전역에 걸쳐 국·사립 미술관이수집한 유물 100여점을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4월에 열리는 ‘문화상품대전’은 향후 최고의 부가가치를 가지게 될 문화예술 상품을 개발하여 전시한다.또 6월에는 ‘한국의 길전’이 열린다.길을 통하여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미래를 상정해보고자 마련한 전시다.9월에 계획된 ‘여성미술제’는 국내 페미니즘 미술을 정리하는 전시로 여성과 여성미술이란 무엇인가,우리 여성 미술가들이 보는 페미니즘은 어떤 모습인가를 알아본다.●민간 미술관 새해 초두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중섭(21일∼2월21일 갤러리 현대),이응로(26일∼2월6일 가나아트센터)의 유작전이 열린다.호암갤러리는 소정 변관식 유작전을 2월에 가진 뒤 7월에 박수근의 유작을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는 ‘현대미술에서의 반복’전을 3월 초까지 열며 ‘프랑스 젊은 작가전’을 1월 말부터 두 달간 갖는다.특히 풍경을 주제로 한국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한국의 빛과 바람전’(3∼7월)에 이어 ‘일본현대미술전’(9∼10월)이 계획되어 있다. 가나아트센터는 8월 인권과 관련한 그림을 모은 ‘인권시대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미술관은 4월 대중문화와 미술과의 관계를 짚어보는 ‘대중문화와 이미지읽기전’을 연다.성곡미술관은 기획전으로 ‘코리안 팝전’(2∼4월)을 준비하고 있고 금호미술관도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건축과 회화를 묶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金在暎 kjykjy@
  • 광주비엔날레 준비차질 기획위원 13명 일괄사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문화행사인 제 3회 광주 비엔날레가 전시 총감독의 전격 해임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비엔날레 준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광주 비엔날레의 19명 전시기획위원 중 13명은 1주일 전 광주 비엔날레 재 단이사회(고재유 광주시장)가 최민(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전시 총감독 겸 전시 기획위원장을 일방적으로 해촉한 것에 반발,28일 서울에서성명을 내고 일괄 사퇴했다.이날 일괄 사퇴에 참가한 기획위원은 김우창(고려대 교 수) 송기숙(소설가 전남대 교수) 안상수(그래픽디자이너 홍익대 교수) 유준 상(제2회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최하림(시인 전남일보 논설위원)씨 등으 로 최 총감독 추천과 함께 1차 임명된 위원 전원이다.그간 최 총감독과 갈등 을 빚어온 사무처의 기획위원 겸임 사무차장과 뒤늦게 기획위원을 겸임하게 된 5명의 재단 이사들은 불참했다. 일괄 사퇴한 기획위원들은 “비엔날레의 개혁을 시도해 왔던 전시 총감독을 정당한 사유없이 전격 해촉한 것은 광주시와 비엔날레 재단 이사회가 비엔 날레 개혁을 거부하고 구시대의 악습인 지역주의,관료주의로 국제 문화행사 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이어 이들은 “행정관 료 중심의 비엔날레 조직을 민간 문화예술인 중심구조로 개혁할 것”과 “기 금의 모집,운영,집행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익을 위해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광주 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1,2회 행사가 외부초청 문화예술인과 공무원 중 심의 사무처로 이원화돼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받자 올해 초 전시 총감독과 전시기획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그러나 총감독 임명 직후부터 비엔날레 준 비 및 운영의 주체 문제를 놓고 전시기획위원회와 사무처 사이에 심한 갈등 을 빚어왔다. 이날 기획위원들과 자리를 함께한 최민 총감독은 “임명 당시에 실질적으로 업무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약속받았으나 곧 총감독 등 전문가의 역할을 비엔날레의 표어식 주제 제시와 작가선정 정도로 국한시키고 사업의 기획과 집행,홍보 등 실질적인 일들을 사무처 공무원 중심으로 처리해왔다”고 주 장했다. 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임명 9개월 동안 구체적인 업무 실적이 없고,재단이 거부해 온 조직관련 요구사항을 계속 거론한다는 이유로 최 총감독을 해촉했었다. 한편 미술계는 29일 '광주 비엔날레 정상화 및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 한 범미술인 개혁위원회'(위원장 김용익 경원대교수)를 구성,전시 총감독 해 촉과 민간 학예연구원 6명 해임에 대한 조직적인 항의 운동의사를 밝히고 있 어 광주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해임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겉煖ㅷ? kjykjy@daehanmaeil.com **끝** (대 한 매 일 구 독 신 청 721-5544)
  • 고목에 꽃피는 시대­봄/민홍규 옥새 전각장(굄돌)

    볼 일이 있어 수원 북문 앞을 급히 지나고 있었다. 언제나 고궁을 지날 때면 묵은 빈집의 적막함에 늘 공허하다.고인(古人)을 보고자 북문 계단을 쳐다본 순간 깜짝 놀랐다.동풍에 나부끼는 노란 적삼때문이었다.다시 보니 인형이 아닌 수문장을 세운 것으로 그 모습이 시리도록 감동적이었다. 얼마전 정부에서 국제브랜드로 김치를 비롯해 10대 전통문화를 제정하더니 최근은 농산물도 브랜드가 인정받는 시대라 오랜 전통일수록 내외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국제 미술계를 보아도,미국은 100여년 역사로 오랜 유럽문화마저도 주도한다.그나라 미술관계자들이 모여 팝아트를 가장 미국적인 문화표출로 삼는,소위 미국미술 브랜드화를 선언한 후 유럽의 피아크미술제 등지에서 거래를 석권하면서 현대미술에서 종주성(宗主性)을 띠고 있다. 뒤질세라 일본도 그들 미술의 고급·선진성을 기치로 국제성을 찾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상품을 상륙시키는 정·재계의 움직임이 돋보인다.미국은 평범한 화장실 낙서가를 팝아트 대표작가로,일본은 항해선원의 작품도 인정하는 안목으로 국가간 문화전쟁에 응하고 있다. 올해도 광주비엔날레 등 몇가지 미술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광주의 경우 창작주제를 주어 국제작가들을 참가시켰으며 언제나처럼 잔치 뒤에는 말이 분분했다.이제 20세기 마감을 앞두고 우리도 내년 봄쯤 우리 정서를 주제로 한 미술사조,즉 한국미술의 브랜드화를 실험적으로라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서양이 팝아트·옵아트·추상표현 등을 내세운 것처럼 우리에게는 음양사상의 하모니즘이나 우리 문화원형·전통예술을 현대미술화한 랩아트 등이 가능하다.동양문화의 지명도와 우리 전통의 지역 독창성을 울타리로 해,나날이 짙어가는 문화경쟁 시대에 우리 문화를 봄꽃처럼 피워보자.물론 몇몇 작가의 인지도에 연연하지는 말고 말이다.
  • IMF 미술시장 MANIF로 이긴다

    ◎98마니프 국제아트페어 19∼26일 개최/국내외작가 130명 1,180점 출품/그룹개인전 형태·절찰제 실시/얼어붙은 미술계 활성역할 기대/‘한국 움직이는 힘전’ 등 이색展도 ‘MANIF 98 서울 국제아트페어’가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전시관에서 열린다. MANIF는 새로운 미술품 유통규조를 선언한다는 뜻으로 프랑스어 ‘Manifes tion(선언)’에서 이름을 따온 국내 유일의 국제아트페어. 올해로 4회를 맞는 이 아트페어는 작가가 독립된 부스에 나와 전시를 진행하고 관객을 만나는 ‘그룹 개인전’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화랑이 작가를 선택하던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작가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며 ‘호당가격’이나 ‘가격할인’이 아닌 ‘작품당 가격’‘정찰제’등을 도입,미술품가격 현실화를 시도해 화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작가 77명,외국작가는 53명 등 130명의 작품 1,180점이 선보인다. 국내작가는 절반이상이 지방작가이다. 외국에서는 프랑스의 앙드레 마송,세자르 등 15명,미국의 앤디 워홀,제임스 브라운 등 9명,영국(3명) 독일(3명) 이탈리아(7명) 네덜란드(2명) 러시아(3명) 벨기에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이스라엘 터키 멕시코 콜럼비아 일본 등 16개국 작가들의 작품이 참여한다. 또한 ‘한국미술 대표작가전’에 원로화가 김흥수화백이 초대되며 특별전으로 건국50주년을 맞아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선정된 인물들을 입체와 평면으로 형상화한 ‘한국을 움직이는 힘전’이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조각가 전뢰진 김영중 박석원 심영철 유영교씨,화가 김일해 박광진 고영일 이철량씨 등이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총리,김수환 추기경,강원용 목사,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가수 조용필·서태지,박찬호·박세리 선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 23명을 표현한 조각과 회화가 전시된다. 또 MANIF 메인전,지난해 ‘MANIF 대상작가 유휴열 초대전’,21세기 한국화단을 이끌어갈 서수영 하정민 정현숙 최순희 최나영 등 젊은 작가 39명이 초대된 ‘VISION­Ⅰ·Ⅱ전’이 열린다.이밖에 가나,예,현대,조현,표,진 등 6개 화랑이 외국작품을 가지고 참여하는 화랑초대전 등이 열린다. 외국작품은 국내작가의 초대전을 약속한 외국화랑의 작품과 국내화랑이 소장한 외국작가들의 작품들로 한정했다. 이번 MANIF전은 거품을 뺀 가격으로 투명한 미술품거래를 지향,IMF로 문닫는 화랑이 속출하는 등 미술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북한 문화재 밀반입 법적 대응 최선인가

    ◎北 “외화벌이” 공공연히 도굴·반출/국내 반입 안되면 외국으로 유입/문화재 환수차원서 접근 필요 북한문화재는 고미술시장에서 ‘비밀’이랄 것도 없이 그동안 버젓이 유통돼왔다.서울 인사동 골동품상 치고 중국을 통해 북한 문화재에 손을 대지 않은 이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문화재는 최근 고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돼 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문화재 밀반입사건으로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 등 고미술관계자 다수가 구속된 후 국내 고미술계는 IMF이후 위축된 시장경기가 더욱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문화재는 국내 문화재급 고미술품이 거의 고갈되고 도자기 불화 등 한국 고미술품의 국내 가격이 국제 시세를 웃도는 상황을 보완해줄 수있어 크게 환영을 받아왔다.그러나 국내 상인들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격을 부추키고 위조품을 반입하는 등 부작용이 심했던 것도 사실.한 고미술상인은 “문화재적 가치있는 작품외에 엉성하고 조악한 위조품들이 들어와 시장을 혼탁하게 하기도 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분별한 반입은다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미술품의 특수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또다른 고미술상은 “북한이 외화벌이목적으로 문화재를 도굴,반출한다는 것은 이미 2∼3년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국내로 들여오지 않으면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돼 그것을 다시 환수해오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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