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미술계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제시카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온스타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딜레마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의료진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26
  • 변신하는 국악, 고정관념 바꾼다

    변신하는 국악, 고정관념 바꾼다

    KBS 1TV ‘문화지대’는 10일 오후 11시30분 방송에서 국악의 변화상, 파리의 한국 미술작가전, 그리고 한국 여성계의 대표화가 윤석남 등을 두루 조명한다. 국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는 하루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리타분한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편견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국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국악에 현대감각이 묻어나는 가요와 서양 클래식 등을 가미하거나 완전히 다른 예술장르와 조합하는 등 변신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이런 국악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평소 국악을 어려워하거나 꺼려하던 이들이 고정관념을 벗고 국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또 거꾸로 국악의 풍부한 예술성에 자극을 받아 먼저 국악에 손을 내미는 음악인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문화지대’는 이처럼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국악의 색다른 도전을 화면에 담았다. 프로그램은 또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미술작가 전시회도 찾아간다. 지난 2일부터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간판스타들이 프랑스 파리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단체전을 열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루이뷔통 재단의 후원으로 12월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서도호, 이형구, 플라잉시티, 함진, 정수진 등 모두 10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지대’는 화가 윤석남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페미니즘 계간지 ‘if(이프)’의 첫 발행인이기도 했던 그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결혼 이후 아이를 기르던 주부가 마흔살이 넘어 화가의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그의 인생사 자체가 미술계에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느덧 일흔 줄에 접어들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은 그의 개인전 ‘윤석남 1025-사람과 사람없이’를 다음달 9일까지 연다. 진돗개, 달마시안, 골든리트리버, 셰퍼드 등 나무로 만들어진 1025마리의 유기견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새달 30일까지 경기도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언니가 돌아왔다’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막오른 국정감사] 전·현정권 갈등 ‘첨예’

    [막오른 국정감사] 전·현정권 갈등 ‘첨예’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전·현직 정권 대리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여야는 6일 진행된 국감에서 치열한 이념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참여정부 실정 파헤치기’ vs 민주당의 ‘이명박 정부 초반 난맥상’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5년은 분열과 오기의 세월”이라며 전 정권 잔영(殘影)지우기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7개월은 혼선과 위기의 시간”이라며 거여(巨與) 견제에 몰두했다. ●“북핵 방관” “10·4선언 이행” 일찌감치 전·현직 정권의 갈등이 정점을 이뤘던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250여페이지에 이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핵정책 평가’자료집을 내고 “참여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을 과소평가하고 국가안보에 대한 편향된 시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방관했다.”고 공격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10년 좌파정권 밑에서 통일부는 통북부(通北部)였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보복·낙하산·보은 인사가 통일부를 분단부로 만들었다.”며 초당적 대북특사단 파견을 촉구했다. 같은 당 신낙균 의원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실용 정부라는 말은 무색했다.”며 10·4선언의 즉각 이행을 주장했다. ●“대공능력 실종” “교과서개정 역주행” 국방위원회도 이념적 대립각을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지난 정부가 군 좌익사범을 전혀 검거하지 않고, 미온적인 안보의식으로 대처해 우리의 대공능력이 실종됐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가 부화뇌동하면서 교과서 개정요구를 하는 것은 과거를 역주행하는 것이자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교과서 수정요구를 취소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문화도 좌편향” “보은인사장이냐” 그동안 정책 검증이 주를 이뤘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일위원회도 이념 공방전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구입 작품의 절반 이상이 민중미술계”라며 문화예술의 ‘좌편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계를 선거캠프 보은인사 자리로 전락시켰다.”며 현 정부의 코드 인사 폐해를 질타했다. ●“시장경제 쇠말뚝” “경제지표 악화” 기획재정위원회는 전·현직 정권의 경제정책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기업규제 강화와 종부세, 공기업의 지방이전 등 참여정부가 시장경제의 혈맥에 박아놓은 분열과 증오의 쇠말뚝을 이번에 확실히 뽑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6권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소비자 물가 상승, 외환보유고 추락, 주가지수 하락, 무역수지 적자폭 감소 등 ‘MB정부’ 6개월 동안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며 강만수 경제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문화마당] 위기에 처한 중견작가들/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문화마당] 위기에 처한 중견작가들/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최근 미술계의 가장 큰 변화라면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한때 스타작가로 명성을 얻었던 중견작가들의 개인전마저 화랑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은 뜸한 반면 젊은 열정과 의욕으로 무장한 신진작가들은 무서운 속도로 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메이저화랑들은 신세대작가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전속작가로 발탁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수집가들은 미래의 피카소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과감하게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한다. 이런 세대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블루칩으로 불리는 극소수의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예술에 대한 회의, 경제적 고통 등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중견작가의 위기요, 몰락이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고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는 동안(童顔)열풍, 경륜보다 젊음을 숭배하는 사회분위기가 미술계에도 전염된 것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진작가들은 화랑가에서 냉대받던 찬밥신세가 아니었던가. 미술계가 대안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도,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금을 조성한 것도 젊은작가들의 절박한 처지를 통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술계의 분위기가 180도로 달라졌다. 신세대작가들은 대안공간에서 왕성하게 전시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금의 혜택을 받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진 반면 중견작가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중견작가들은 왜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까. 그 까닭을 분석해 보자. 첫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미술계의 변화에 둔감하다. 과거에는 전시경력만 쌓으면, 저절로 작품 값이 올라가고 중견 혹은 원로작가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나이, 학번, 전시경력으로 예술가의 순번이 매겨지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건만 중견작가들은 미술계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 옛날이여∼를 노래한다. 둘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전통에서 자유로운 신세대작가들은 현란한 기법을 구사하고, 최첨단 기술과 접목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포장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반면 중견작가들은 예술가의 정신, 진지함, 작품성에 애착을 갖는다. 셋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미술시장이 미술계를 주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미술품경매회사, 아트펀드, 아트페어 등으로 엄청난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미술품으로 대박을 노린 투자가들이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상업공간인 화랑에 전시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대신 미술관이나 비영리 전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야 하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중견작가들이 위기에 처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왜? 중견작가들은 신세대 작가들은 엄두도 못낼 꿈의 무기를 지녔으니, 무기란 바로 내공이다. 흔히 재능, 열정, 야심, 지구력, 이 네 가지를 갖추면 미술사를 빛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중 지구력, 즉 내공은 젊은 작가들의 몫이 아니다. 세월의 가혹한 시련을 견뎌낸 중견, 혹은 원로작가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이 값진 나이테가 그대들의 영혼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데 왜 지레 절망한단 말인가.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 광주비엔날레 성공 예감

    개막 20일을 맞은 ‘2008광주비엔날레’에 국내·외 주요 인사와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2000여명을 비롯, 모두 6만 7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만끽했다. 광주비엔날레의 축적된 ‘노하우’를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는 해외 유명 인사들도 몰려 들면서 높아진 위상도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일본 고베비엔날레 요시다 히로미 조직위원장 일행,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조세 테이 매니저, 배리 모왓 밴쿠버비엔날레 이사장 등이 비엔날레를 방문했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대 크리스천 모그너 등 연구진과 독일 쿤스트 아트 포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클라우스 비센바흐 수석 큐레이터 등 해외 미술계와 언론계 인사들도 잇따라 행사장을 찾았다. 전국 중등미술교사 300여명은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워크숍을 갖고 전시관을 둘러 보는 등 단체관람객도 줄을 잇고 있다. 홍지영 홍보부장은 “다음 달 예약이 확정된 단체 관람객은 7만여명에 이른다.”며 “광주비엔날레의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외 미술학도들의 교육의 장인 2008 광주비엔날레 글로벌 인스티튜트 세션2가 24∼27일 전남대학교 예술대 2호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미술계의 담론을 생산하는 글로벌 인스티튜트에는 오쿠이 엔위저 예술총감독 등 15명의 패널과 전남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국 왕립미술학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이스라엘대학 등 48명의 대학생이 참여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백지숙의 미술산책] 지역미술의 재발견

    아시아 미술계의 9월은 비엔날레 시즌이다. 광주-부산-서울로 이어지는 한국 비엔날레 달력은, 중국 광저우-난징-상하이의 비엔날레 및 트리엔날레로 연결되며, 싱가포르 비엔날레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까지 넘어간다. 국가와 도시 그리고 예술과 관광이 서로 두껍게 결합되어 있는 비엔날레 ‘특수’가 굳이 촉각을 세우지 않아도 여러 경로로 감지되는 시즌인 것이다. 그렇지만 어쩐지 비엔날레에 대한 환호도, 또 그에 대한 비판도, 그 어떤 쪽이든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나 실망도 올해는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다. 흔히 하는 말대로 미술시장이 아시아에서 전례 없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이 약해진 탓인지, 아니면 비엔날레 특유의 관료화와 비대화 속에서 자기 쇄신에 실패한 비엔날레의 예상보다 빠른 노화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중립적으로 말한다면, 아마도 비엔날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나 허황된 열망이 잦아들고, 이제 비엔날레도 스케일은 클지 몰라도 그 핵심인 즉슨 그저 그런 현대미술의 한 행사나 활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비엔날레 핫시즌에 내가 다녀온 비엔날레는 공주에서 열리고 있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11월11일까지)이다. 흐르는 금강 옆,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주위에 흩어져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자연미술’ 작품들은 한 달여간 워크숍과 레지던스의 협업 작업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연미산 곰굴 주변에 올해 새로 들어선 전시작들은 2006년도 2회 비엔날레 때 설치된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러지고 생성한다는 자연미술의 사이클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연미산 맞은편에 산 속으로 난 길처럼 연결된 넓은 데크는 전시를 위해 모인 공동체의 놀이와 작업, 대화와 퍼포먼스를 위한 ‘난장’이 돼 주었고,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과정에 대한 기록과 새로운 제안이 특별전 형태로 전시되고 있는 ‘갤러리 고’는 오래된 방직공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정겨운 ‘사랑방’ 구실을 했다. 반 나절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한국 미술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나름의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 비엔날레는 공주를 중심으로 80년대부터 활동해온 작가그룹 ‘야투’가 90년 이후 지속적으로 기획해온 자연미술제의 연장으로, 굳이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자기 성격과 입지를 뚜렷이 확보해 왔다. 자기 지역작가가 비엔날레에 몇 명 초대되는가가 지역 언론의 주요 관심사인 한국의 다른 국제비엔날레와 달리, 이 비엔날레는 지역미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자기 존중감과 끈기 있는 성의, 그리고 제대로 된 열정에 기초하여 현대미술의 개방과 환대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작품의 크기나 초대작가의 숫자, 프로그램의 양을 보건대, 예산은 앞에 거론한 대표적인 한국 비엔날레의 몇 십 분의 일도 안 될 것으로 추측된다. 확실히, 공주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아르코미술관 관장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새싹들 꿈의 힘으로 평화를 부른다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새싹들 꿈의 힘으로 평화를 부른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사실을 우리는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생생히 확인했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속이든 종이 위든 부단히 꿈을 그려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노력이지만, 가장 중요한 형태의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미술관에 새로 설치되어 지난 6일 개막식을 가진 ‘5만의 창, 미래의 벽’은 어린이들의 꿈으로 이뤄진 벽화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강익중이 국토의 남단 마라도에서 북단 대성동까지 전국의 어린이 5만명에게 자신의 꿈을 그리도록 격려해 그것을 모은 것으로 벽화를 제작했다. 어린이들이 그린 작품은 모두 가로 세로 3인치(7.62㎝) 크기. 그것을 대학생에서부터 군부대 장병, 외국인 노동자, 보호관찰 대상자, 지역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자원봉사자들이 나무틀에 붙이고 액체 플라스틱으로 코팅을 해 완성했다.5만점이나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가로 72m, 세로 10m의 벽면을 가득 채웠다. 강익중이 3인치×3인치의 작품을 제작해 뉴욕 화단에서 각광을 받은 이야기는 미술계에서 이제 유명한 전설이 돼 있다. 가난한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느라 그림 그릴 시간이 없자 지하철에서라도 그리려고 그는 이 작은 작품을 제작했다. 꿈과 집념을 담은 이 시리즈는 마침내 그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안겨주었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여러 공공장소에 다투어 설치되는 인기 작품이 되었다. 강익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999년부터 한반도와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그림을 수집해 이를 단기 혹은 영구 설치하는 작업을 병행해오고 있다.‘10만의 꿈’(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부지,1999),‘놀라운 세계’(유엔본부,2001),‘희망과 꿈’(알리센터,2005) 등이 그 대표작이다. 여기에 ‘5만의 창, 미래의 벽’이 새로 추가됐다. 꿈의 힘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솟은 작가답게 새싹들의 꿈의 힘으로 지구촌에 평화와 행복의 바람이 불게 하겠다는 신념을 담았다. ‘5만의 창, 미래의 벽’을 보노라면 그 훈풍이 ‘나비 효과’처럼 언젠가 강력한 태풍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바람은 아마도 한반도에 제일 먼저 불어올 것이다. 강익중은 남북문제가 해결되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념 대립의 마지막 얼음이 녹아내리고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이 이뤄지면, 그것이 세계 평화의 엔진이 되어 지구를 그만큼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운전을 하면 자동차 범퍼나 사이드미러까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부모, 자식의 자식이 나로 연결되고, 나는 우리로, 우리는 다시 세계로 이어진다.” 모자이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작은 그림들은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미술평론가
  • “광주비엔날레 기다리셨죠 5일부터 66일간 열립니다”

    ‘2008 광주비엔날레’가 5일∼11월9일 66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5일 오전 10시 광주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박광태 재단 이사장,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 등 국내외 미술계 주요 인사와 시민 등 1800여명이 참석한다.17번째인 이번 비엔날레는 처음으로 ‘주제’가 없이 ‘연례보고(Annual Report)’란 타이틀로 치러진다. 전 세계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115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장소는 비엔날레 전시관과 의재미술관, 광주극장, 대인사장 등 시내 전역이다. 전시는 ‘길 위에서’ ‘제안’ ‘끼워넣기’ 등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길 위에서’는 2007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세계 곳곳에서 전시됐던 작품을 한 데 모은 것이다. ‘제안’은 한국과 미국, 동남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활동하는 5명의 큐레이터들이 독자적인 전시기획과 프로젝트를 관객에게 제시하는 자리이다. ‘끼워넣기’는 새롭고 독립적인 프로젝트나 작품들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으로는 ‘글로벌 인스티튜트’와 국제학술회의 등이 마련됐다. 비엔날레 재단은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프레 오픈’ 행사를 갖고 전시내용과 장소, 프로그램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은 “주제가 없는 비엔날레이지만, 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적 생각과 삶의 방식이 하나로 통합되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관람객이 전시를 보고 느끼는 바가 주제”라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 북촌에서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소격동은 고려시대 도교 수련과 제사를 지내던 소격서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조선시대에는 사간원과 규장각, 종친부가 자리했다. 유서깊은 이곳의 군사시설 전용은 1913년 일본군의 수도육군병원 건립에서 비롯됐다. 한국 근대건축의 거두로 불리는 박길룡이 설계한 병원 건물은 1928년 5월부터 경성의학전문 부속병원으로 쓰이다가 증측을 거쳐 경성육군 위수병원으로 용도가 바뀌었다.1971년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가 이전했으며 10·26 직후엔 신군부 권력의 산실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담고 있는 소격동 165번지 일대 ‘기무사 부지’가 역사적인 변신을 앞두고 있다.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오는 10월 기무사의 과천 이전과 때를 맞춰 대통령 전용병원인 서울국군지구병원을 폐쇄한 뒤 8300평의 부지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경복궁 원형복원 사업 및 국가상징거리 조성과 연계해 기무사 부지를 경복궁 관람객을 위한 로비 겸 주차장으로 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의 생각은 다르다. 기무사 부지에 국립미술관을 지어 21세기 문화 한국을 상징하는 복합문화시설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리적 접근성에서 취약한 과천 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기무사 부지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미술계와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이다. 기무사의 과천 이전도 미술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995년부터 요구한 데 따른 결실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지난 1일 ‘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총회를 가졌다. 기무사 부지를 문화예술로 ‘채움’으로써 아픈 기억을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한 나라의 모든 문화가 집약된 장소이다. 그 나라를 알기 위해선 국립미술관을 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엔 제대로 된 미술관이 하나도 없다.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 삼청동과 사간동의 화랑 밀집지역,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으로 이어지는 문화벨트를 갖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품격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데스크시각] 상상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차장

    [데스크시각] 상상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차장

    얼마전 별 기대 없이 중국 청소년 소설 한 권을 잡았다가 단숨에 읽어 내렸다. 중국 작가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라는 별난 제목에 일단 눈길이 갔다. 만만하게 책갈피를 들췄건만 ‘요것봐라’ 싶게 여간 재미가 쏠쏠하지 않았다. 주인공 수평아리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신통력을 가졌다. 평범한 고기닭이 되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수평아리의 활약상은 유쾌했다. 하지만 책의 진짜 매력은 딴 데 있었다. 무한경쟁 사회를 풍자하는 주인공 분투기에는 등장인물 캐릭터나 소재가 뿜어내는 상상의 힘이 무엇보다 셌다. 최근 빠른 속도로 독자층을 포섭하는 중국 동화작가들이 몇 있다.‘빨간 기와’‘바다소’ 등의 차오원쉬안, 황베이자 등이다. 출판시장의 극심한 불황에도 그들 책은 고정팬을 확보해 가며 꾸준히 읽힌다. 출판가의 여러 얘기들을 조합하면 답은 나온다. 그들의 저력은 먼 데 있지 않다. 영미권 문학에서 좀체 맛보지 못했던 참신한 상상의 여지를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열혈 수탉’처럼 요즘 한창 주목받는 중국산 청소년 소설들의 풍자적 상상력은 영미권의 신화적 판타지에 싫증난 독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쯤 되면 우리 작가들도 한번쯤 진지하게 자기반성을 해 봐야 한다. 시장불황 탓만 할 게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인 이야깃감을 내놓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책 장사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음에도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은 앞다퉈 문학상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굵직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의 얼개는 거기서 거기다. 교육이나 가족 문제를 소재로 성장통을 그리는, 엇비슷한 감상포인트의 성장소설들이다. 상상의 힘이 아쉬운 쪽은 물론 문단만이 아니다. 몇년 새 전례없이 시장기능이 왕성해진 미술계의 상상력은 되레 동맥경화에 걸린 듯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비밀병기 삼아야 할 신인작가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발빠르게 주류 미술시장에 편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름길로 눈독들이는 카드가 메이저 화랑들이 운영하는 입주작가 제도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신인들에겐 작업공간을 비롯한 제반여건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대형화랑에 정기적으로 전시마당을 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신인들을 혹하게 만드는 대목. 콜렉터들이 캠퍼스를 돌며 싹수 있는(?) 예비작가들을 선점하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졸업작품전에서 낙점되지 못하면 10년이 늦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만도 하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한창 창의정신을 빛내야 할 젊은 작가들이 대형 화랑의 우산을 쓰고 안주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큰손 콜렉터들이 남다른 감식안으로 신인들의 번뜩이는 상상력을 잽싸게 나꿔채 무대를 열어주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작가들은 화랑 입맛에 맞는 팔리는 작품을 ‘입도선매’ 당할 수밖에 없다. 상상의 기제는 봉쇄되고 마는 셈이다.“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경매시장에 작품이 나올 판”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들은 그래서 나온다. 작가도, 그들의 잠재력을 일궈내야 할 화랑도 모두 생산조급증에 걸려 있는 건 딱한 노릇이다. 상상의 우물이 곳곳에서 말라가는 징후들은 안타깝다. 국내 간판급 미술대학의 교수인 중견작가는 얼마전 푸념을 했다. 그 대학에는 요즘 추상화를 그리는 학생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했다. 너나없이 사실화, 그것도 사진인 양 베껴 그리는 극사실화만 붙들고 있다며 혀를 찼다. 어느 분야를 따질 것도 없다. 문화시장의 성패 관건은 앞으로도 영원히 ‘상상의 힘’에 있을 것이다. 말라 버린 상상의 영토를 되돌려 놓을 시간이다. 황수정 문화부 차장 sjh@seoul.co.kr
  • 덕수궁 동관 미술관 활용 무산

    덕수궁 석조전 본관인 동관을 미술관으로 활용하려는 미술계 일각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장 한영우)는 1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석조전 동관의 미술관 활용을 염두에 둔 문화재청의 연구용역 설계안을 부결하면서 “문화재청은 석조전 동관을 원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연구용역을 수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석조전 동관은 문화재청이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인근 덕수궁 중명전 및 주한미대사 관저를 지으려다가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보존을 결정한 옛 경기여고 부지 등과 한데 묶어 ‘대한제국역사관’과 같은 시설로 활용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동관의 미술관 활용을 염두에 두고 이 연구용역에 ‘미술 관계자’를 참여시키는 안을 문화재위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문화재위는 미술 관계자를 참여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를 부결했다. 이는 내부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는 석조전 동관을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활용 중인 서관과 함께 미술관으로 확대 활용해야 한다는 미술계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추사정혼(秋史精魂)(이영재·이용수 지음, 선 펴냄) 추사 김정희를 연구해온 저자가 추사 작품으로 알려진 200여편의 서화들을 분석, 진위여부를 따지는 감평서. 위작이 만연하는 한국미술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2만 8000원.●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클레어 콜브룩 지음, 정유경 옮김, 그린비 펴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상 전반을 재조명하는 것은 물론, 그의 대표적 고전 ‘시네마’에 나오는 이미지론을 고찰하는 데 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1만 8900원.●시민이 챙겨야 할 나라 가계부(이원희 지음, 창비 펴냄)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우리시대 희망찾기’ 연구프로젝트의 결실. 일반시민과 전문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출판 시리즈. 정부의 예산운용에 시민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 등이 함께 나왔다.1만 5000원.●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찰스 모리스 지음, 송경모 옮김, 예지 펴냄) 닉슨에서부터 부시 정부에 이르기까지 규제없는 자본시장을 맹신한 경제 시스템 자체가 미국을 경제위기로 내몰았다고 지적.1만 3800원.●중독의 심리학(크레이그 네켄 지음, 오혜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소소한 위안으로 시작하는 술, 담배,TV, 게임 등이 어떻게 인간을 치명적으로 유혹하는지 고찰. 중독의 공통된 특징과 회복과정 등도 짚었다.1만 2000원●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50여년의 금융시장 경험과 철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과 향후 닥칠 파장을 예측했다.1만 5000원.●손 안에 담긴 세계사(마르쿠스 핫슈타인 등 지음, 김지원 옮김, 수막새 펴냄)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연표 등을 곁들여 세계사를 압축한 ‘비주얼’ 개론서.1만 8000원.●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이완주 지음, 들녘 펴냄) 농촌진흥청에 오래 근무해온 저자가 식물이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식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효과적인지 등을 실험했다. 식물에 음악을 들려주는 ‘그린음악농법’으로 작물 생산량을 늘린 농가의 사례도 소개.1만원.●살기를 탐하고 죽기를 두려워하며(운용철 편저, 말글빛냄 펴냄)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추모록 ‘졸기’(卒記)의 내용을 바탕으로 황희, 맹사성, 성삼문, 신숙주, 한명회 등 역사적 인물 23인을 집중 분석.1만 2500원.●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마음산책 펴냄)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거둬 기르는 별난 취미를 가진 지은이가 고양이 6마리, 개 1마리와 함께 생활하며 겪은 에피소드 모음.1만 2000원.
  • [女談餘談] ‘내적 망명’/구혜영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내적 망명’/구혜영 정치부 기자

    요즘 사람들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얘기가 중단돼서 애꿎은 술잔만 비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중복 무렵, 일산의 한 술집에서였다. 자주 들르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지난 20세기를 변혁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음 빈 들에 주룩주룩 비라도 내리는 듯, 다들 씁쓸한 얼굴을 하고서. 여성운동을 하다가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선배가 “몇달 후면 현직에서 물러나는데 정치를 하자니 머물 곳이 없고, 다시 시민운동을 하자니 너무 늙어버렸다.”고 말문을 연다. 아무도 선뜻 답을 주지 않는다. 소설가로, 시민운동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한 선배는 “신념도 운동도 연기처럼 흩어졌다. 인생 막차를 탄 기분”이라고 되받는다. 한적한 곳에 내려가서 이제 글만 쓰며 살겠다고 한다. 궤멸된 빨치산 대오를 생각하며 지리산 끝자락에 앉아 ‘난 어떻게 살아야 하나.’고 묻던 소설 ‘지리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또 한번의 낯선 정적이 흘렀다. 계절메뉴라며 주인장이 들고온 서대회 무침 덕에 술자리가 다시 달아올랐다. A4용지 한장에 프린트된 시 하나가 술 자리를 오갔다.“스물여덟 시절, 한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그가 대학이 어디냐고 묻길래 고졸에 소년원 출신이라고 답했다/그가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십여년 뒤 또다른 사람들이 어느 조직에 가입돼있느냐고 물었다/나는 저 들에 가입돼있고,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서 있다…”는 시였다. 우리 모두 ‘내적 망명’을 겪고 있다며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념과 노선이 사라진 시대, 민주화의 성과가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내려면, 안으로 침잠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보태졌다. 출근길에 그 시를 돌렸던 선배가 “얘, 민중미술계를 대표했던 모 인사가 곧 외국으로 간단다.”며 전화를 해왔다. 아무래도 ‘내적 망명’의 대열은 한참동안 끊기지 않을 것 같다.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 중남미의 정열 서울을 녹이다

    중남미의 정열 서울을 녹이다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5일 오후.‘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의 개막식이 열린 덕수궁 미술관 곳곳은 라틴계 사람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대형 기획전이라지만, 출신국 관계자들이 그렇게까지 성원하기는 드문 일이었다. 따져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전시는 애당초 ‘그들’의 발의로 시작됐다. 한국 주재 남미권 대사들의 “유럽 미술만 미술이 아니다.”라는 제언에서 출발, 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 선정 작업에 나섰던 것. 미술계가 지나치게 서유럽 편향적으로 흘러왔다는 자성을 토대로 한 전시에는 멕시코, 브라질, 베네수엘라,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16개국의 거장들이 총동원됐다. 라틴 대표작가 84명의 작품이 무려 120여점. 세계미술사에 멕시코 르네상스를 이끈 트로이카로 기록된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등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미술학도가 아니고서야 이 이름들을 기억할 리 만무할 터. 일반 관람객들에겐 뭐니뭐니해도 영화화되기도 했던 디에고 리베라와 그의 부인 프리다 칼로의 존재가 가장 반가울 듯하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7점이 와 있다. 라틴 현대 미술을 보여주는 전시는 크게 네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멕시코 혁명으로 불붙어 중남미 전체로 확산된 ‘벽화운동’, 서유럽 식민지 아래서 끊임없이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을 추적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 프리다 칼로의 작품세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라틴 초현실주의 계보를 짚어보는 ‘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발전과 함께 꽃핀 기하추상 운동을 살펴보는 ‘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등이다. 전체 맥락을 먼저 이해한 뒤 1,2층을 둘러보면 남미 현대미술을 개괄해보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다. 남미 벽화운동의 선구자로 통하는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전시 초입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백인지배자들에 대항해 인디오와 메스티소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일어난 멕시코 혁명은 삽시간에 새로운 민중예술을 구현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이어졌다. 벽화는 당시 변혁운동의 일환이었던 것. 옥수수 가루를 파는 멕시코 노동자 계급의 여인을 그린 디에고 리베라의 ‘피놀레 파는 여인’이 대표작이다. 황색의 군복, 청회색의 노동복 등 색채 대비를 통해 힘의 대립관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시케이로스의 ‘5월1일 행진’을 비롯해 화폭 가득 굵고 단순한 선이 꿈틀거리는 오로스코의 ‘손’‘죽음과 부활’ 등도 선보인다. 고통스러운 자의식을 초현실주의 화법으로 묘사했던 프리다 칼로의 수채화 ‘코요아칸의 프리다’와 유화 ‘미겔 N. 리라의 초상’, 동글동글한 선으로 대상을 희화화시킨 콜롬비아 초현실주의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시인’ 등도 주목해볼 작품. 가벼운 붓터치보다는 원색을 쓰더라도 장중하고 역동적인 감상을 안긴다는 점이 라틴미술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유럽과 원주민 문화가 결합된 묘한 혼혈정서가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는 점도 챙겨볼 만하다 . 기혜경 학예연구사는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까지의 라틴 대표작들이 엄선됐다.”면서 “식민지배의 경험, 모더니즘과 전통의 충돌과 화해 등을 거친 남미의 현대미술에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11월9일까지.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초등학생 6000원(덕수궁 입장료 포함).(02)368-141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70) 여의도 하나금융 앞 ‘환희’와 ‘비익’

    [거리 미술관 속으로] (70) 여의도 하나금융 앞 ‘환희’와 ‘비익’

    두 마리의 새가 마주보고 있다. 새들은 어느새 한 몸이 되어 높이 날아오른다.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그룹 사옥 앞에 놓인 서로 다른 높이의 두 작품은 이렇게 연결된다. ‘환희’와 ‘비익(飛翼)’이라는 이름이 붙은 백현옥(69) 인하대 명예교수의 작품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키낮은 조형물 ‘환희’ 아래는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어미새의 날개 아래 안식을 갖는 아기새 같다. 환희의 의미가 어렴풋이 와닿는 순간이다. 선을 기본으로 조형물의 변주를 이뤄내는 백 교수는 각각의 조형물은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었다. 대신 두 조형물의 높이에 변화를 주며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가 작업의 지론으로 품어온 ‘상반되는 요소는 공존의 의미’라는 뜻을 이렇게도 느낄 수 있겠다. 충남 장항에서 출생한 백 명예교수는 1965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에 전념했다. 초기에는 추상작업에 몰두하다가 구상으로 선회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끌어냈다.‘비(飛)’시리즈로 74년에,‘신천지’로 76년에 연달아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조형미술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는 81년부터 2004년 정년퇴임 때까지 23년간 인하대 교수로 재직했다. 교내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상징물인 ‘비룡탑’(1984년)과 본관 로비 ‘담론’(2005년)을 제작하며 학문에 대한 애정을 남겼다. 이외에도 어린이대공원(새날의 아침상), 공주군(웅진탑),KAL여객기 피격희생자와 괌 비행기 사고의 위령탑, 신라호텔(로비·정원) 등 전국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과 발음이 같은 ‘비익조(比翼鳥)’는 두 개의 머리에 각각 하나의 눈을 갖고 몸은 하나인 전설의 새이다. 양 날개를 맞추지 않으면 하늘을 날지 못하고,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 앞서 나갈 수 없어 보통 부부의가 좋은 비유로 쓰인다. 조형물 하나를 보고 ‘호흡을 맞추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어디 부부뿐인가.’하고 떠올렸다면 지나칠까.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국 추상회화 반세기를 되짚다

    한국 추상회화 반세기를 되짚다

    한국 추상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되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9일부터 새달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이어지는 ‘한국 추상회화 1958-2008’전. 국내 화단에 앵포르멜(비정형 미술)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현대미술가협회, 모던아트협회 등의 단체가 속속 등장하던 1957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 화단의 추상화 흐름을 꿰뚫어보는 자리다. 최근 미술계는 사실화의 유행에 밀려 추상회화의 입지가 전례없이 위축된 것이 현실. 하지만 더듬어보면 추상화단 반세기를 빛낸 작가명단에는 한국미술사를 움직인 걸출한 이름들이 많다. 이번 전시는 초창기 앵포르멜 기수의 대표주자였던 박서보를 비롯해 하종현, 김수자, 이강소, 곽훈, 이두식, 윤형근, 정상화, 하인두, 방혜자, 김기린, 유희영 등 44명의 작품 82점으로 꾸며진다. 전시 공간은 작품의 특성에 따라 ‘공간과 물성’‘행위와 유희’‘반복과 구조’‘색면과 빛’ 등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박서보의 최근작인 ‘묘법’ 연작을 비롯해 하종현의 ‘접합’시리즈, 바느질을 회화에 도입한 김수자의 1987년작 ‘87일기-9’, 하인두의 1987년작 ‘축제’, 장성순의 1959년작 ‘작품 59-B’, 이두식의 최근작 ‘잔칫날’ 등을 감상할 수 있다.(02)2124-8959.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백지숙의 미술산책] 커뮤니티 아트의 현주소

    [백지숙의 미술산책] 커뮤니티 아트의 현주소

    미술계에서 커뮤니티 아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커다란 조각품들을 거리에 설치하는 ‘물건’ 위주의 공공미술에서, 특정 공동체의 역사 및 실천·요구 등과 결합하는 소통 중심 공공미술로의 전환과 관련이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물론 공동체 예술이 최근 들어서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탈춤이나 마당극 등을 관통했던 70∼80년대 민중미학에서도 공동체 개념이 강조된 바 있다. 그러나 요즘의 커뮤니티 아트를 구성하는 힘은 강한 연대에 기반을 둔 집단적 작업방식으로부터 나오지는 않는다.‘공동체, 아나키, 자유’의 저자 마이클 테일러는 사랑 또는 감정적으로 열렬한 상태의 공동체주의와 우정을 목표로 하는 세속적 코뮌을 구별한다. 커뮤니티 아트에서 요구되는 덕목은 아마도 강렬한 사랑보다는 이런 공동체적 우정이 아닐까 싶다. 앞의 책에 따르면, 우정은 그냥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같이 한다는 것을 뜻하며, 우정이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자신을 알고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커뮤니티 아트는 우정의 실천력과 그 개인적 성찰에 근거하는 협업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와 큐레이터는 물론이고 활동가·이론가·역사가 등 다양한 직종의 참여자들이 지역의 주민들과 우정 어린 장기간의 협업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문화적 역량을 제고해간다는 지역연구는 이러한 커뮤니티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또 한 가지, 우리시대 공동체의 형성과 작동방식은 더 이상 물리적인 근접성에만 기초하지 않는다는 것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지점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노트북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는 지구상에 점점이 연결된 커뮤니티를 무수히 흩뿌려 놓았다. 이러한 디지털 모바일 공동체의 일반화는 직접적이며 다면적이고 호혜적이라는 공동체의 관계성을 한층 심화시켰고,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전면적인 압박 앞에서 공동체의 이웃들을 점점 더 멀리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작년 말 뉴욕의 바워리 스트리트에 재개관한 뉴뮤지엄이 진행하고 있는 ‘뮤지엄 애즈 허브’는, 이러한 커뮤니티 아트와 지역연구의 새로운 실천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네트워킹하는 다년간 프로젝트다. 이집트의 카이로,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그리고 한국의 서울이 이 허브의 ‘스위치’가 되었고, 서울에서는 인사미술공간이 동두천 지역을 선택하여 이들의 새로운 이웃 공동체로 집중탐사해 왔다. 뉴욕에서 시작돼 각 지역을 오가면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마침 이번에 서울에서 참여기관과 협업자들을 환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한다(‘동두천: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인사미술공간,16일∼8월24일). 멀리서 친구가 왔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아르코미술관장
  • 톱싱어 김하정 옷 벗다

    톱싱어 김하정 옷 벗다

    「톱·싱어」김하정(金夏廷)양(23)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누드」가 됐다. 외국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연예인으로서는 최초의「누드」로 그만큼「쇼킹」-. 단 김양은「선데이 서울」창간 3주년 기념 155호와 함께 나온 별책「선데이 펀치」에서만 최초이며 최후로「누드」가 된 것. 「누드」의 본질은 그저 아름다운 것「인기」나「돈」을 위해선 절대 안벗어 『「팬」을 위한 것이라면 나를 희생하고「서비스」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팬」이 원한다면 모든걸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용감히 옷을 벗었어요』 김양의 말. 터질듯 익은 풋과일의 향기를 뿜어주는 몸매가 매끈하다. 선입관처럼 관능적인 색감보다는 훨씬 승화된 아름다움이 흘러 넘친다. 소위 미술에서 말하는 나부(裸婦)의 아름다움. 미술에서 여인의「누드」를 신의 창조물 중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로 치고있다. 그러기에 오랜 옛날부터 여인의「누드」와 미술의 역사는 함께 해오고 있다. 옷을 벗는다는 것. 더욱 그것이 인기인의 경우라면 여러가지 오해가 따르게 마련이다. 혹은 떨어지려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또는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등의 변칙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김양의 경우는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우선 그녀는 인기를 위해 옷을 벗을만큼「슬럼프」에 빠져있지가 않다.「예그린」「뮤지컬」『살짜기 옵서예』주역이후 꾸준히 인기상승 중에 있는 김양이다. 요즈음 그녀는 또「예그린」의『바다여 말하라』에「가쯔꼬」역으로 주연하면서 더욱 착실한 바탕을 다져가고 있는 터. 그렇다고 돈을 위해 옷을 벗은 것은 더욱 아니다.「선데이서울」독자와 자기의「팬」을 위해 「정성」으로「누드」가 된 것이다. 『만약 어느 예술사진가라든가「스폰서」가 1천만원을 준다고 제의해 온대도 나는 절대「누드」가 되지는 않습니다.「누드」의 본질은 아름다움과 깨끗한 데 있는게 아니겠어요. 상업적인 거래로 자기 몸을 파는 것처럼 추하고 더러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김양의 어조는 아주 단호하다. 결국 그녀의 말대로「팬」을 위해「서비스」한 정성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누드」는 훨씬 돋보이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연예계의 인기인으로는 우리나라 최초로「누드」가 된 김양. 어떤 의미에서는 선구자적인 개척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막연한 이유로「터부」로 여겨오던「누드」, 그러나 미술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아름다움의 극치로 창조되어온「누드」가 인기인에게서 첫 꽃을 피웠다. 김양의「누드」를 놓고 여러가지 화제와 논쟁이 있겠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서, 그리고 벗는 사람의 정신에 따라서 아름다움이 되기도 하고 추함이 되기도 하는데 김양의 경우는 아름답다는 결론을 성급히 내릴 수 있을 듯. 한국 최초의「누드」연예인이 된 김양의 고향은 전남(全南) 진도(珍島). 소금기 밴 푸른 바다물결에 살결을 익혔다. 광주(光州)「수피아」여고를 거쳐 68년 1월 가요계에「데뷔」.「사랑」「야생마」등으로「히트」곡을 연타했고 계속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60cm의 키에 52kg의 체중. 36-24-37의「퍼스널·사이즈」를 가진 김양은 자기몸 중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허리와「히프」라고. 옷을 벗을 때의 느낌은『마치 달나라에 가는「로케트」를 탄 기분이었어요』[선데이서울 71년 9월 26일호 제4권 38호 통권 제 155호]
  • 45억에 거래 박수근 ‘빨래터’ 진품 판정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거래된 뒤 진위논란에 휩싸여온 박수근(1914∼65) 화백의 유화 ‘빨래터’가 추가 정밀 과학감정에서도 진품이라는 결론이 났다.미술품감정연구소는 지난 1월 진품 판정 후에도 미술계 안팎의 논란이 계속되자 정밀 과학감정을 실시한 결과, 진품으로 판정났다고 2일 밝혔다. 연구소는 사용된 물감, 캔버스 등의 비교분석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박수근의 다른 작품을 하나씩 입수해 과학 감정에 사용했다.분석은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와 일본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의뢰해 이뤄졌다. 분석 결과 ‘빨래터’에 사용된 물감은 박수근의 다른 진품과 동일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캔버스 천도 1950년 전후의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과학감정에는 방사선탄소연대측정과 물감성분 비파괴 원소분석, 자외선 촬영,X선 촬영, 휴대형 형광X선 분석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됐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돈 밝히는 미술’에 딴죽을 걸다

    ‘돈 밝히는 미술’에 딴죽을 걸다

    최근 들어 미술의 저변이 급속히 확산된 배경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그림은 돈이 된다.’는 인식 덕분이다. 온통 돈이 되는 미술에만 눈독을 들이는 세태를 따끔하게 비판하는 전시가 인사동 한복판에서 판을 벌이고 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늦은 밤까지 끊이지 않는 쌈지길. 입구에 들어서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간판 상업화랑의 알파벳 이름을 본뜬 케이크 6개가 일렬로 놓여 있다. 오가는 관람객들이 아무렇게나 퍼먹다 남겨놓은 케이크의 모양새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미술계 ‘권력’인 주류 상업화랑을 우회비판하는 작가 이승현(28)의 의도를 압축해 보여주는 퍼포먼스 작품이다. ‘비욘드 디 아트 이슈(Beyond the Art Issue)’란 제목의 이 기획전에 참여한 작가는 3명. 이승현과 한정선(27), 김성호(28) 등 모두 20대 신인이다. ‘주류미술 비판’이라는 주제를 향해 세 작가가 풀어내는 작업방식은 제각각이다. 가장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술풍토에 맹공을 퍼붓는 작가는 한정선.1만원짜리 지폐의 세종대왕을 모나리자로 바꾸어 패러디한 디지털 프린트 ‘돈이 되는 미술’은 압권이다. 매체판화를 전공한 그는 “미술이 돈과 교환되고, 작품 값어치가 작가의 이름값에 따라 주식시세처럼 오르내리는 자본주의 미술사회를 풍자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좋은 작품=잘 팔리는 작품’‘잘 팔리는 작가=성공한 작가’라는 등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게 작가의 의도다. 당초 작가가 만들어낸 1만원 패러디 작품은 100장. 에디션 번호가 붙여진 시리즈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27장이 각각 1만원씩에 팔렸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1장의 작품가는 남은 73장 값에 해당하는 73만원.“팔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작가는 “하지만 자본이 미술시장의 질서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는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아파트 단지 외벽을 명품로고로 휘감은 디지털 프린트 작품에는 ‘사는(buying) 집’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제목의 글자 배열을 바꾼 ‘노란 계른자’에서는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 날선 비판의식이 빛난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의 위치를 바꿔 위작, 큐레이터 학력위조 등 미술계 현안들을 꼬집었다.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은 좀더 우회적이다. 레고 작업재료로 주목받는 이승현은 한참 말많았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레고로 패러디한 ‘레고 이즈 더 베스트-행복한 눈물’을 선보였다.MoMA(뉴욕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의 전경 사진에 레고를 붙인 ‘땅따먹기’시리즈에는 미술관의 권위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선명하다. 새달 6일까지.(02)736-090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진품과 위작,그 경계 넘어서기/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열린세상] 진품과 위작,그 경계 넘어서기/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서예 이야기를 시작하면 누구나 왕희지(王羲之)라는 이름 석자는 안다. 제대로 알든 모르든 서예라면 왕희지 이름부터 말한다. 사실 맞기는 맞다. 동양의 서예 또는 서법에서 왕희지를 서성(書聖)으로 부르는 데는 의견이 일치되어 있다. 글씨라면 왕희지는 성인 또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왕희지는 4세기 중국의 육조시대에 동진(東晋)의 사람이다. 아직 서법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때이지만 그의 작품은 신품(神品)에 다다른 것이고, 역대 중국의 황제들은 이를 자기 손에 넣으려고 모두 안달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왕희지 글씨를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천하 제1행서´라고 불리는 ‘난정서(蘭亭序)´다. 획의 시작이 불꽃같이 시작하여 거침없고 필법과 구성에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으며 속됨이 없어 누가 봐도 아름답고 완벽하고 소쇄(瀟灑)하다. 그 내용은 오늘날 소흥(紹興)에 있는 난정이라는 정자에 현인들이 모여 모임을 결성하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시회를 가졌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난정서´는 왕희지의 친필이 아니다. 오늘날 ‘난정서´라는 이름으로 전해오는 글씨는 후대 명필이 왕희지의 글씨를 보고 베껴 쓴 임본(臨本)이다.‘난정서´의 대표적인 임본으로 전해 오는 것은 5가지가 있다.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있는 우세남(虞世南)의 임본, 저수량(遂良)의 모본(摹本), 풍승소(馮承素)의 모본, 황견본(黃絹本), 비석 탁본인 정무본(定武本)이 있다. 우세남의 것이 가장 본래의 모습에 가깝다고 평하지만 어쨌든 모두 베껴 쓴 것이다. 유명한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왕희지 글씨를 모아 돌에 새긴 것이다. 그 외 왕희지 글씨로 유명한 ‘초월첩(初月帖)´,‘원환첩(遠宦帖)´,‘평안첩(平安帖)´,‘상란첩(喪亂帖)´,‘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등도 모조리 다른 사람이 옮겨 쓴 것이다. 옆에다 대고 베낀 것도 있고, 세필로 정교하게 윤곽을 그리고 가운데를 먹으로 채운 쌍구전묵(雙鉤塡墨)의 복사본도 있다. 보통 사람이 보면 깜쪽같이 친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오늘날 전해오는 왕희지의 글씨는 모두 후세에 만들어진 복제품이라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왕희지가 진짜 실존인물인가 하는 문제까지 제기되었는데, 학계에서는 생몰연대는 정확히 고증하기 어려우나 실존인물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나는 이 난(4월26일자)을 통하여, 우리나라 그림과 글씨 감정에 문제가 심각함을 지적하고 그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번에 이 분야의 전문가인 이동천씨가 ‘진상´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고미술감정의 심각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1000원짜리 지폐 뒷면의 정선의 ‘계상정거도´도 위작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계와 고미술계는 이런 주장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법이 개입하기 전에 제대로 연구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덮어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겸재이건, 추사이건 오원이건 당대 유명한 그림이나 글씨는 그 시대에 이미 서예가나 화가 등에 의해 옮겨 놓은 작품도 많을 것이고, 위작도 많이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그 작품이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든 억대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든 아니면 어떤 학자에 의하여 진품이라고 선언되었든 다시 과학적으로 학문적으로 재감정하는 작업이 행해져야 한다. 진품이라는 것이 가품으로 밝혀지면 박물관 진열에서 배제되고 소장자에게 수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제대로 밝히는 작업이 이 분야의 학문과 전문가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