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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영상·설치·출판 버무렸더니 20년 만에 한국 작가를 불렀다

    13회 카셀 도큐멘타가 55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참가한 가운데 9일 개막했다.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카셀 도큐멘타는 5년마다 독일 중부의 소도시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적 미술행사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슨무슨 비엔날레보다 덜 익숙하지만, ‘지금 보는 미래예술’을 주제로 상업성을 배제한 가장 실험적인 작품을 다 모아둔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는 가장 주목 받는 전시 가운데 하나다. 1992년 육근병 작가 이후 20년만에 한국 작가들도 초청받았다. 전준호(43)·문경원(43) 팀과 양혜규(41) 작가다. 양혜규는 미국·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작가로도 참여한 베테랑. 이번에는 카셀 중앙역에 ‘진입 : 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선보인다. 전준호·문경원 작가는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내놓는다. 전시개막을 앞두고 카셀 현지에서 설치작업을 마무리한 두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영상작품 ‘EL FIN DEL MUNDO’(세상의 저 편)에는 배우 이정재·임수정이 출연해 화제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해 예술감독인 캐롤린 바카르기예프가 2010년 한국에 왔었다. 전시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최근 작업이 궁금하다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더니 이번에 함께 전시해 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떤 작품인가. -영상에서부터 책 출판까지 한데 버무렸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물어보고 싶었다. 가령 영상작업 ‘EL FIN DEL MUNDO’는 지구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최후의 순간 인류가 남길 예술은 무엇이고, 새롭게 나타날 인류의 미의식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다뤘다. 설치작업 ‘Voice of Metanoia’(공동의 진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새로운 인류에게 필요할 생필품과 거주공간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V, 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 한국과 일본의 디자이너 정구호와 쓰무라 고스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출판물인 ‘뉴스 프롬 노웨어’를 내놨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들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물어본 것인데 한국인으로는 시인 고은, 생물학자 최재천, 미산 스님 같은 분들이 나와 미학, 생물학, 종교학에 대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관객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나. -문제점이 이런 것이고, 그러니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니다. 과정이고 질문이고 여정이다. 그 분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공유하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여정에 동참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작품에서 보듯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종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분들을 두루 참여시키기 위해 찾아가서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많은 스태프와 함께하는 영상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많이 배우고 겸손해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육근병 이후 20년 만의 한국작가다. 소감이 어떤가. -이번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설렌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미술의 대표자도 아니고 우리를 통해 한국미술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의 작업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국 활동 계획은. -8월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 전시가 있다. 9월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비운의 화가” 이인성 100주년 기념전

    “비운의 화가” 이인성 100주년 기념전

    참 어이없다. 그러니까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대구에서 술에 취해 “감히 나를 못 알아보느냐.”고 호통쳤다는 이유로 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때 나이 38세. 이인성은 그렇게 잊혀졌다. 비운의 화가 이인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8월 26일까지 기념전이 열린다. 이인성은 그림 재주는 있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알음알음으로 그림을 배웠다. 미술계 쪽으로 손 닿을 곳이 없다 보니 그가 목맨 곳은 공식 전람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았고 당대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제국미술전람회에도 나가 상을 받았다. 한·일 양국에서 ‘천재화가’ ‘조선의 보물’ ‘화단의 귀재’로 높이 평가받았다. 일본에서 따로 미술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가 하면 귀국해서는 정식 미술 연구소를 열 정도였다. 그러나 이게 나중에 족쇄가 됐다. 일제에 협력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인성 재조명에 나선 것은 그의 작품 때문이다. 박수진 학예연구사는 “서양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던 1930~40년대에 여러 서양 화풍을 흡수해 서구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우리만의 서양 화풍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드로잉과 회화 75점에 각종 자료 200여점이 전시된다. (02)2188-60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직 청소년을 위하여”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성인들을 위한 공연, ‘7080 세대’를 위한 공연, 어린이 공연 등이 넘쳐난다. 그러나 중간에 애매하게 존재하는 세대, 청소년을 위한 공연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오직 청소년을 위한 공연, 6년째 국립극장에서 주최하는 ‘국립극장 청소년공연예술제’다. ●16개 공연 100회 가량 무대에 30일까지 진행되는 예술제에선 국립극장의 전속단체 작품들과 국내외 우수작 등 16개 공연이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 달오름 극장 등에서 100회가량 오르고, 야외무대에선 특별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축제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해외 우수작 3개 공연이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라는 것. 한국과 벨기에의 합작 총체극 ‘병사이야기’와 이탈리아 코미디 마임극 ‘칼로니의 새 이발사’, 덴마크의 댄스극 ‘디스커버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병사이야기’는 연극과 인형극, 음악극이 함께 어우러진 총체극으로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병사와 악마의 거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극사실적인 묘사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조각가 최수앙이 만든 인형작품이 극에 사용된다. 인형을 통해 병사의 갈등에서 비롯된 긴장을 물리적 공간에 구체화한다. 음악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오케스트라의 각 고음과 저음 악기군을 대표하는 악기 7개로 편성했다. 현악기(바이올린, 더블베이스), 목관악기(클라리넷, 바순), 금관악기(트럼펫, 트롬본), 타악기(북, 탬버린, 트라이앵글)이 사용되며 내레이션, 대사, 팬터마임, 음악, 낭독 등이 혼합돼 있다. 12~13일 달오름 극장, 3만원. ‘칼로니의 새 이발사’는 1950년대 이탈리아 옛 이발소의 모습을 재현하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경쾌한 라이브 연주와 곡예, 배우들의 연기 등 다양한 요소로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 ‘칼로니의 새 이발사’는 서커스와 거리 공연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탈리아 ‘테아트로 네세사리오’ 극단의 대표 작품이라 더욱 주목된다. 16~17일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3만원. ●댄스극 ‘디스커버리’ 안무에 김덕현 참여 댄스극 ‘디스커버리’는 덴마크 모던댄스 컴퍼니 어퍼컷댄스극단의 무용수들이 수년간 협력작업을 통해 춤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세계적인 브레이크 댄서인 한국인 김덕현이 안무에 직접 참여했다. 한 소년이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삶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탄탄한 안무가 돋보인다. 19~20일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전석 3만 원. 이 외에도 17~20일 달오름 극장에서는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로 떠나는 마법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3만~7만원), 20~27일 별오름 극장에선 ‘찰리아저씨의 레인보우 매직 콘서트’(2만원) 등도 공연한다. (02)2280-4114.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1년 동안 화랑의 미술품 매출액이 고작 두부시장 정도에 불과한데도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미술 시장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6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할 때 그 차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고 2009년 정부가 나서자 화랑협회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화랑업계를 통틀어 당시 한 해 매출은 4300억원 수준이고, 두부시장 매출이 4200억원 정도였다. 2006~2007년 미술시장 활황에 100호짜리 작품이 1억원이 넘는 생존 작가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도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이라며, 화랑 업계에서는 우울해했다. 2008년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수십억원대의 대기업 비자금을 마련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보도에 따른 세무조사 등으로, 미술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미술계의 매출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10년 미술시장 현황’에 따르면 아트페어 34개와 324개의 화랑 등 전체 370여개의 업체의 2010년 미술작품 매출은 4516억원으로 2009년 화랑업계가 밝혔던 매출 규모보다는 살짝 늘었다. 캔커피 시장 880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1조 60억원 잡지는 건강식품과 흡사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매출액을 보면 ‘헐!’이란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문화계의 매출액을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과 비교해서 본다. 문화계 매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발표한 2011년 자료를 중심으로,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액을 우리투자증권과 업계를 통해 알아봤다. 세밑만 되면 ‘호두깍기 인형’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는 발레 등 무용계의 매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1970~80년대에는 아무리 초대권을 뿌려도 공연장이 텅텅 비었는데 10년 전부터는 객석이 빈틈 없이 꽉 찬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호두깍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은 인기가 많아 초대권과 같은 공짜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짜 표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심해져서 그렇다. 그러나 발레나 한국무용·현대무용 등을 포함한 무용시장은 한 해 매출 42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딸기잼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잼 시장(400억원)이나 두유 등 콩 가공식품 시장(419억원)과 비슷하다. ‘명성황후’ 등 뮤지컬 시장도 매출만을 따지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순수 연극을 포함한 뮤지컬 시장의 매출액도 무용계와 비슷한 477억원 규모다. 이것은 당면 시장의 472억원과 비슷하다. 뜻밖에 국악 시장은 뮤지컬보다 사정이 낫다. 한 해 92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악과 비슷한 식품업계를 들라면 된장을 꼽을 수 있는데 한 해 매출이 934억원이다. 하지만 국악시장은 클래식 음악에는 살짝 밀린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나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시향 등이 공연하면 관객들이 꽉 들어 차지만 클래식 음악의 시장 규모는 1117억원으로 1200억원대의 나물 시장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전 세계 주요 오페라공연단의 주역으로 임선혜 등 한국인 성악가들이 활약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 등 차세대 음악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매출 규모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돈이 안 되는’ 미술·발레·클래식음악·국악·연극 등 순수예술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물리와 수학·화학 등을 기초과학으로 응용과학과 공학들이 발달해 나가듯이 예술에서도 순수예술이 발달해야 뮤지컬이나 영화 등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한 순수 단행본 등 출판물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교과서 등을 제외한 단행본의 매출 규모는 1조 3000억원 수준으로, 탄산음료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판시장 규모는 1조 4200억원으로, 커피믹스 등 봉지커피 시장 1조 428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종이책들이 팔리지 않는 등 출판 시장이 최근 축소되고 있는 만큼 1조 2000억원 수준인 달걀 시장과 비슷해질 날도 머지 않았다. 잡지는 1조 60억원으로 건강식품 생산액 1조 670억원과 흡사하다. ●신문 2조 5800억, 화장품 방문판매 비슷 미디어 시장의 규모도 한국에서는 조악하다. 신문 2조 5800억원으로 화장품 방문판매 시장(2조 5000억원)과 비슷하고, 그나마 방송 시장이 11조 1700억원으로 상당한 규모 같아 보이지만, 보험개발원이 밝힌 손해보험사의 단일 상품인 자동차 보험시장(11조 8228억원)보다 작다. 광고시장도 10조 3000억원으로 연간 화장품 판매액 10조 8200억원에 불과하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만화의 연간매출액은 7560억원으로 흰 설탕 시장의 연간 생산액(7716억원)과 비슷하다. ‘뽀로로’나 ‘아기공룡 둘리’ 등 애니메이션 시장의 매출이 4200억원으로, 역시 두부 시장과 비슷하다.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의 파생 상품인 캐릭터 사업의 규모는 5조 9000억원으로 신발시장 6조원과 비슷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젊은 그들, 튀는 재주

    젊은 그들, 튀는 재주

    미술계 상반기 최대 규모 아트페어로 꼽히는 서울오픈아트페어(SOAF)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5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SOAF는 강남 지역 갤러리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미술시장의 경향과 수집가들의 취향 변화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미술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매출액 목표를 45억원으로 늘려잡았다. 82개 갤러리가 모두 3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눈길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특별전으로 마련된 ‘컬처노믹스’ 부스다. 미디어아티스트 뮌(mioon)은 BMW의 후원을 받아 자동차기업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청작미술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지희 작가는 화장품회사 미샤와 손잡고 발랄한 캐릭터 작품들을 선보인다. 포장지 인쇄회사 태신인팩은 유럽에서 수집한 빈티지 포스터를 타일에다 확대 인쇄해서 선보이는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09년 행사 때 연예인 특별전을 기획, 배우 심은하의 수묵채색화와 김혜수의 강렬한 유화를 선보여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배우 박상원의 사진전을 연다. SOAF관계자는 “서해의 한 섬에 작업실까지 갖춰놓고 아주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전시회 수익금 모두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트에디션 2012’도 있다. 미술계에서 에디션은 복수생산 가능한 사진, 판화, 조각 등의 장르에 적용되는 한정된 작품 제작 수를 의미한다. 에디션이 많으면 예술적 가치는 떨어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11개국 50여개 갤러리가 2000여점의 작품을 내놨는데 김아타·이강우·김도균·박승훈·김상구·칸디다 회퍼·로이 리히텐슈타인·로버트 인디애나 등 국내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02)521-9613~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서울 시내 한 고가다리 밑. 한 무리의 청년들이 가방 안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꺼내 들었다. “치익! 치익!” 색색의 스프레이 페인트가 벽면에 뿌려지자 거칠고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빛 벽이 독특한 조형미를 갖춘 글씨와 캐릭터가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로 점차 변해 간다. “이런 걸 스프레이로만 그리는 거냐?”, “다리 밑이 어둡고 삭막했는데 그림이 그려지니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다.”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인다. 어느덧 회색빛 벽이 화려한 색을 입고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변신한다. 회색빛 벽은 커다란 캔버스…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청년들이 벽에 그린 글씨와 캐릭터는 그라피티(Graffiti)라는 스트리트 아트(거리예술)의 한 종류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의 흑인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자 적은 낙서, 갱들이 영역 표시를 하려고 벽에 그리던 태그(tag·자신만의 표지 또는 가명)에서 출발했다. ‘Taki 183’이라는 자신의 태그를 뉴욕 도심 곳곳에 남긴 데미트리우스라는 그리스 출신 청년의 이야기가 1971년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그라피티는 회색빛 도시에 화려함을 더하는 스트리트 아트로 발전해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같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하게 된다. 다 큰 녀석들의 낙서라고?…당당한 거리예술이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힙합 문화가 들어오면서 전파됐지만 그라피티는 오랫동안 ‘다 큰 녀석들이 하는 낙서’ 정도로 오해받았다. 벽을 이용하는 탓에 공공 장소나 타인 소유의 건 물 등에 허가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는 예술행위가 아닌 반달리즘(문화·공공시설 파괴행위)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가게 벽면의 인테리어로, 또는 여러 문화행사의 한 프로그램으로 그라피티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에 반한 젊은 층뿐만 아니라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에 매료된 중장년층까지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 그라피티 라이터인 에라원은 “얼마 전 굴다리에 그라피티를 그린 일로 관할 도로교통사업소에 불려 갔다. 우려와는 달리 관계자분이 음침하던 다리 밑 분위기가 밝아져서 주민들도 좋아하고, 환경 미화의 효과도 있으니 계속 그려도 된다고 허가해 주셨다.”며 긍정적인 변화상을 보여 주는 일화를 들려줬다. 팝아트와 눈 맞다…마니아 아닌 대중과 입맞추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니아 문화로 홀대받던 그라피티는 예술이라는 외투를 걸치고 문화적으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라피티 라이터 25명이 모여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가림막에 플래시몹 형식으로 그라피티를 그려 넣으며 예술가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그라피티는 거리를 넘어 주류 미술계의 주무대인 갤러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15년 이상 그라피티를 그려 온 반달, 산타, 후디니, 제이앤제이, 찰스 장 등 1세대 라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향을 받은 레고, 홍삼, 에라원 등 2세대 라이터들과 함께 그라피티를 팝아트와 결합시켜서 예술화·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만 예닐곱 곳의 갤러리에서 벽이 아닌 캔버스에 그린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그라피티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18년 동안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지금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는 시간인 것이다.” 만화 같은 캐릭터를 주로 그리는 후디니는 한 전시장에 붙인 작가의 변에서 거리 예술인 그라피티가 갤러리로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로서 그라피티 라이터들의 행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언젠가 이들 중에서 한국의 키스 해링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이 2007년 국악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연습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겨우 음악학원을 빌렸다. 사용시간은 학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로 한 달에 30만원이었다. 가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던 터라 이 돈마저도 빌려 내야 할 시기가 닥쳤다. 근근이 무대를 찾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며 기량을 다지기를 2년. 한 공연기획자를 만났다.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아예 고정 그룹을 결성했고, 자비를 털어 음반을 냈다. 조금씩 출연 제의가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1일에는 이 공연장 대극장에서 연출가 박근형, 무용인 이원국과 정영두, 국악인 백경우 등 쟁쟁한 국악인들과 공연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얘기다. 앙상블 시나위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도….”를 목표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영화] 명문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A(32)씨가 영화판에 뛰어든 건 10년 전. 촬영감독을 꿈꾸며 2002년부터 조명부 막내로 현장에 입문했고 3년 전 촬영부로 옮겼다. 충무로 체계는 여전히 ‘도제식’이다. 보통은 촬영감독 밑에 팀장 격인 퍼스트, 그 아래 세컨드와 서드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퍼스트를 가장으로 둔 가족과 비슷하다. 퍼스트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맺고 ‘짬밥’(경력)에 따라 스태프에게 돈을 나눠 준다. A씨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순작업부터 시작해 지금은 세컨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한 달에 300만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게다가 촬영 준비단계에는 테스트 촬영 몇 번이 전부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수입도 없다. 지난해 서드급으로 영화 두 편에 참여했다. 언제 촬영이 끝날지, 언제 쉴지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주 60~70시간을 일하며 7개월을 보냈다. 지난해 총수입은 1600만원 남짓이다. 틈틈이 홍보영상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야외촬영은 해가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루 1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그나마 행복하죠. 세트촬영은 짐작도 안 돼요. 3~4일 밤샘하면 쉬고, 장마가 겹치면 쭉 쉬는 게 휴일인 거죠. ‘통계약’이라 휴일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고요.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버티죠.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은 생활이 되질 않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그래요. 나이 들어서 전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계도 명암이 엇갈린다. 뮤지컬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300만원. 유명해지면 쑥쑥 오른다. 지난해 배우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회당 1800만원대 개런티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에 이르지만 이런 경우는 몇 명에 불과하다. 1~3차로 나눠 받는 출연료를 1차만 받고 끝나는 사례도 많다. 주연급이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의 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2년간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한 B(27)씨는 총출연료를 따져 보니 740만원이었다. 그나마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공연과 연습에 매달렸지만 연봉은 300만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래서 작품하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뮤지컬 경력 7년차 앙상블(코러스) 배우 C(31)씨는 회당 5만~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 기준이라 연습 기간엔 수입이 없다. 게다가 흥행이 안 돼 출연료를 아예 못 받은 일도 허다하다. “생계가 어려워 낮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서빙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밤에 대리운전하는 배우도 있죠. 무대에 선다고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죠.” [무용] 무용수들은 병이 친구요, 반창고가 피붙이다. 높이 뛰어 올라 착지하는 동작이 많은 공연이면 무릎과 허리엔 반창고투성이다. 현대무용을 하는 D(35)씨는 한 시간에도 십수 번 몸을 뒤척인다. “어떤 움직임에만 익숙해져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이 쑤신다. 이럴 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니 자연히 ‘은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남들은 한창 일할 30대에 말이다.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은 한국무용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발레 무용수들은 또 우리를 부러워하죠. 발레는 30대 중반만 돼도 은퇴 얘기가 나오거든요. 한국무용은 일흔을 앞두고도 무대에 오르잖아요.” E(29)씨는 이따금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무대에 선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달 수입 50만원인, ‘예술하는 사회인’으로 몇 달을 버텼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무용 강사를 하고, 가끔 지인을 통해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한 달 가까이 연습하고 이틀 무대에 올라 4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1시간 30분에 5만~10만원을 받지만, 수업과 공연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에 들어가면 기본급에 무대수당 등을 받아 금전적인 상황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 생명이 길지 않은 현실을 따져 보면 ‘노후대책’ 따위는 꿈일 뿐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내 실력을 믿으니까 버티고 있어요. 아직은 젊다는 거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줄면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미술] 미술은 단독작업이다. 스태프 같은 집단이 없다. 해서 작업은 더 어렵고 지원은 더 간절하다. 판매시장이 형성된 회화 쪽은 그나마 낫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판매가 제로에 가깝다. 동시대미술이라 각광받지만 수입은 제로인 셈이다. F(47)씨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그럼에도 작업에 한번 착수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 한다. F씨는 “공연 분야는 티켓 수익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적자라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미술 쪽은 그렇지 않다.”면서 “나 역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거기다 작가들은 작업실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남는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작업실로만 쓰게 해 줘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F씨는 그나마 자기 사정은 낫다고 했다. F씨는 “그래도 미술계에서 쌓아 온 인지도 때문에 특강, 원고 청탁, 심사위원 활동 같은 것이 있어 간간이 수입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작품 경력인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목숨과도 같은데 돈 문제에 치이다 보니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사실 미술 쪽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생계보다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더 크죠.” 시인 90%가 출판 업무·학원 강의로 생계 [문학]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 시인 G(32)씨는 올해부터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을 왔다갔다할 만큼 올랐다.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무명 시인으로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서울 생활을 꾸려 왔나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은 훈장일 뿐 고봉밥을 주지는 않는다. 시인들의 원고료는 편당 계산된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대여섯 개 전통 문예 계간지는 편당 10만원을 준다. 한 번 게재될 때 3~5편이 실리니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G씨는 “시문학 잡지들이 많아 시인들의 창작 횟수는 많지만, 시가 게재돼도 고료를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두 편을 3만원에 퉁 치는 곳도 있고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전업 시인’은 전업 소설가와 달리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의 90%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는 등 시간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문예창작과가 많아지면서 논술과 창작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첫 시집을 내려면 대부분이 등단 5년 이상은 돼야 한다. 소설가는 시인보다는 좀 낫다. 원고지 70~120장의 원고를 쓰고 보통 10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조금 팔리는 성싶으면 두세 군데 출판사가 선계약하는 등 출판이 더 원활하고, 원고 청탁도 더 낫다고 G씨는 덧붙였다 문소영·최여경·조태성·김정은기자 symun@seoul.co.kr
  • 대구 문화사업 4년간 헛발질

    대구시의 문화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시는 그동안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온 뮤지컬전용극장 건립을 위한 협상을 종결하고 민간사업자에게 협상결렬을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08년 1월 민간사업자가 시에 건립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수성구 범어공원 주차장 부지 1만 278㎡에 민간투자자가 420여억원을 투입해 뮤지컬전용극장을 건립하고, 일정기간 운영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와 민간사업자는 해지 시 지급금의 시 부담금, 운영기간, 수익률, 주차장 확보 문제에서 이견을 보여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결국 4년간 헛발질만 한 셈이다. 달서구 두류공원에 추진하는 미술관은 명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의 작품을 전시해 미술애호가들을 끌어들인다는 생각으로 건립을 추진했다. 시는 당초 ‘이우환 미술관’인 명칭을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으로 바꾸었다. 지난해 이 화백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해 ‘만남 미술관’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지역 미술계와 시의회 등의 지적에 다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으로 환원시켰다. 더구나 2010년 대구미술관을 개관했는 데 추가로 미술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대구미술관은 부속건물의 예식장영업문제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가 예식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자 이 건물을 운영하는 아트뮤지엄컨벤션이 지난해 3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트뮤지엄컨벤션 측은 뒤늦게 불법으로 단정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시가 대구미술관 준공 전에 주차장과 주진입로를 완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난해 3월에야 완공해 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시는 대구미술관이 공익시설이라 예식이 불법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귀중한 고미술품 자식에게 상속 말고 박물관에 기증 하세요”

    “귀중한 고미술품 자식에게 상속 말고 박물관에 기증 하세요”

    1950년 9월 김재원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재임 1945~1970년)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북한군이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서 문화재 이송에 필요한 짐을 꾸리고 있었다. 9·28 서울 수복을 앞두고 북한군은 서울의 문화재를 싸들고 북으로 가겠다고 했다. 북한 체제가 완료되기 직전 1947년 개성박물관에서 고려청자 등 귀중한 유물을 다 싸들고 내려왔던 김 관장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들키면 죽을 각오를 하고 낮이면 문화재 포장을 하는 척했다가 밤이면 그 포장을 풀었다. 결국 북한군은 문화재 북송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문화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아버지가 초대, 자신은 11대 박물관장이라는 사실에 기분 좋아하는 소녀의 감수성을 지녔다. 그 감수성으로 김 관장은 지난해 가을 유품으로 간직하던 운보 김기창의 독락도(獨圖) 등 29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품엔 1950년대 한·타이완 학술대회 때 갑골문자 해독의 권위자인 둥쭤빈(董作賓·1895~1963)이 써준 갑골문서예(甲骨文書藝),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 사촌이 써 준 서예 등도 있다. 기증품을 엄격히 골라서 받아들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부의 안목을 고려할 때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하다. 다만 기증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한국화가 평가절하되고 있어서다. 김 관장은 26일 “수집한 골동품들이 아니고 대부분 아버지가 선물 받았던 것인데, 가격 환산은 어렵다.”면서 “국제 교류가 적었던 시절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박물관들과 어떤 교류를 했는지 보여 주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략 미술계의 감정가 등으로 미뤄볼 때 29점의 가치는 수억원대로 평가된다. 1954년에 그려 아버지 이름으로 증정된 운보의 ‘독락도’에는 일화가 있다. 그는 “덕수궁 석조전으로 가기 전에 국립박물관이 남산에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그 근처에 집을 사서 살았고,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다시 김기창과 우향 박래연 화백이 살았던 게 인연이 됐다.”고 했다. 그 집터는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문학인의 집’이 됐는데, 1950년대에는 연합참모본부가 사용했다고 한다. 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매 예산은 연간 29억원에 불과해 1960~1970년에 골동품을 수집했던 애호가들의 기증이 꼭 필요하다.”면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중 20%는 기증에 의한 것으로, 국보급·보물급 등 모두 기증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관장은 “1960~1970년대에 골동품을 수집하셨던 분들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기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비단이나 한지에 그린 그림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보관이 어렵다. “완벽하게 보관하고 전시하게 되면 ‘○○○ 기증’이란 꼬리표를 꼭 달겠다.”고 말했다. 외국 주요 박물관 큐레이터의 주요 업무가 좋은 작품을 많이 가진 수집가들에게 기증을 간곡하게 요청하는 일이듯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래 몸담은 큐레이터들도 이 업무를 ‘한국적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9일 취임해 벌써 취임 1주년을 넘긴 김 관장은 올해 ▲터키문명전(5월) ▲미국 소재 한국 미술전(6월) ▲고대마야문명전(9월) ▲천하제일 비색 청자전(10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외국 문명 전시 시리즈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김 관장은 “세계화 시대에 외국을 잘 알수록 우리를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라며 “온종일, 일주일 내내 놀고 뒹굴 수 있는 박물관을 임기 내에 만들어 보려고 하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김영나 관장은 근대미술사를 주로 연구한 미술사학자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하던 중 지난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됐다. 언니는 불교 조각 연구의 권위자인 김리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양미술사학회장, 문화재위원,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냈다. 경기여고를 나와 미국 물렌버그대학 미술학과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1년 서울생.
  • [27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땅위에서는 짧은 다리와 엉성한 몸짓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펭귄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그 어떤 물고기보다 빠르고 날렵한 수영 실력을 자랑한다. 펭귄이 물속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바로 작은 날개와 물 한 방울 스며들 틈 없이 반질반질한 깃털에 있다고 한다. ‘과학카페’에서는 바닷속을 가르는 펭귄 수영의 비밀을 풀어본다. ●키오카(KBS2 오후 5시) 공을 튕기며 놀던 코코가 던진 공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코코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피피가 높이 뛰어 공을 꺼내 준다. 코코는 그 모습에 높이 뛰기를 잘하고 싶어 하지만 잘 안되자 시무룩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스노볼 맨에게 도움을 주려한다. 하지만 힘이 약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코코는 펭귄들 놀이에도 껴보지만 그마저도 잘하지 못하는데….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MBC 오전 7시 50분) 강 회장은 도희(김보연)에게도 친자 확인에 관해 물어 본다. 그러자 도희는 신 여사의 지시로 최 이사가 소라가 강 회장의 친딸인지를 알아본 것이라고 둘러댄다. 한편 유라와 지원은 소라가 강 회장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하며, 최 이사와 소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또 하나의 덫을 놓기로 한다. ●메디컬 스토리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한용수씨는 지난해 여름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하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낸 한용수씨. 하지만 해외에 있는 자녀와 전화 통화를 마친 직후 그의 기억은 백지 상태가 되었다. 의식 불명으로 응급실에 이송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검사 결과 한용수씨의 병명은 뇌졸중으로 판명된다.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고대 이집트와 잉카 제국, 세계 금 수요 1위 국가인 인도와 중국, 미얀마 셰다곤 파고다에서부터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까지. 시간과 공간, 종교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황금 숭배의 근원을 찾아본다. 또 최초의 금화는 언제 어떻게 발명됐으며, 그것이 지닌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함께 따라가 본다. ●차인태의 명불허전(OBS 밤 10시) 오랜 세월 미술계에 몸담으며, 한국 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 이종상화가. 고등학교 선생님 권유로 미술 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최연소 국전 추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게 되는데….
  • “블록버스터 전시 대신 자체 기획전 늘릴 것”

    “블록버스터 전시 대신 자체 기획전 늘릴 것”

    김홍희(64)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운영 계획은 ‘자체발광’으로 요약된다. 샤갈, 로댕 같은 옛 시대 거장의 전시, 흔히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일컬어지는 대형 기획전 대신 미술관 자체 기획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미디어아트 같은 현대미술에 잔뜩 무게를 싣는다.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교육과 홍보 기능 강화도 약속했다. →외부 기획전을 줄이겠다고 했다.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포기하는 셈인데. -19세기 작가들은 이미 충분히 소개돼 왔다. 20세기 중후반 스타 작가들도 충분히 다뤄볼 만하다. 가령 올해 12월에 원래 클림트전시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걸 비엔나화파 전시로 업그레이드했다. 스타 작가, 인물보다는 미술사적으로 접근하도록 한 것이다. →관객 수가 줄지 않을까. -나에겐 광주비엔날레 경험이 있다. 처음엔 비엔날레 작품을 보고 다들 저게 무슨 작품이냐고 했다. 그런데 10여년의 경험이 쌓이면서 광주 시민들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현대미술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한 교육, 홍보와 연계시킬 방침이다. →중견작가전, 그러니까 6월 중 ‘SeMA 중간허리 2012’를 처음 연다. 어떤 내용인가. -최근 대안공간이 많이 생겨나면서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무대가 주어졌다. 원로는 원로대로 충분히 조명받고 있다. 한데 중견작가들은 낀 세대가 되어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가 구축된 중견작가들이 그 세계를 미술계 선후배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야외조각전도 신설했는데. -봄나들이전이 늘 있었는데 이걸 확대했다. 시립미술관 앞은 물론 정동길 전체를 조각공원화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정동길에만 가면 어디서나 미술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 →9월 열리는 미디어아트비엔날레 확대를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참 좋은 행사인데, 아쉬운 점은 시너지 효과를 못 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비엔날레는 비엔날레대로, 시립미술관 전시는 전시대로 따로따로 본다. 이걸 우리의 행사로 제대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에서 총감독이 들어오지만 맡겨만 두는 게 아니라 같이 해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은. -안면만 있다.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있을 때 공정무역과 관련해 가장 착한 옷 패션쇼를 연 적이 있다. 그때 박 시장을 초청했었다. 나도 그분의 시민단체 활동이 예술의 영역은 아니지만 대단히 창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화폭에 스며든 詩

    화폭에 스며든 詩

    “김남조 선생님이 가끔 야단치시기도 했어요. 조금 더 공부에 매진했으면 정지용 최고 전문가가 되어 있었을 텐데 왜 딴짓만 하느냐고요. 그런데 어쩔 수 없죠. 공부보다 그림이 너무 좋고 재밌으니까요.”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여는 갤러리서림 대표 김성옥씨의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원래 김 대표는 시인이다. 숙명여대 국문과를 다니면서 김남조 선생 밑에서 시를 배웠다. 1986년에는 정지용(1902~1950) 시인을 주제로 논문도 썼다. 지금이야 정지용 하면 노래로도 만들어졌던 그의 대표작 ‘향수’ 한 구절을 읊조릴 법도 한데, ‘정의사회 구현’에 몰두했던 그 시절엔 엄두도 못 냈다. 비록 전향했다지만 보도연맹에다 6·25전쟁 때 납북된 전력 때문이다. ●그림을 너무나 사랑한 시인… 정지용 작품으로 기획전 시작 “그땐 정지용 이름 석 자를 똑바로 못 썼어요. ‘정00’, 아니면 아예 ‘000’이라고 쓸 때예요. 아마 정지용을 본격적으로 다룬 논문은 제가 처음 썼을 거예요. 잡혀갈 생각까지 하면서 썼지요.” 정지용 생가 복원 사업의 기억도 있다. “지금이야 지방자치단체에서 열성적으로 하지만 그때만 해도 시비 하나 세우는 데 얼마나 많은 핍박을 받았던지…. 관뿐 아니라 주민분들도 왜 이런 걸 하려 하느냐고….” 연장선상에서 시작한 것이 ‘시가 있는 그림’전이다. 공부한 것은 시요, 너무 좋고 관심 깊었던 것은 그림이었으니 이 둘을 합쳐 보자 싶었던 것. 1987년 정지용 작품까지 포함해서 화가가 좋아하는 시를 골라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시화전 형태로는 상업화랑에서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그때 문학계, 미술계에 계신 분들이 매우 좋아했어요. 화가는 시를 읽고 시인은 그림을 보고. 그러고 만나서 같이 놀고. 언론에도 크게 났었지요. 그때처럼 기사가 크게 날 수 있을까 싶어요.” 그 첫 발걸음으로부터 벌써 25년이 흘렀다. ●박희진詩 테마… 이중희 등 작가 13명 작품 30일까지 판을 벌이는 습성은 청담동으로 옮겨 가서도 여전했다. 1991년 갤러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옮긴 뒤 청담미술축제를 처음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청담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삼청동이나 인사동 못지많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초기에 청담동 갔었던 분들 가운데 딱 저만 건물을 안 샀어요.” 계산기 두드리는 재능은 없는가 보다 물었더니 그저 웃을 뿐이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박희진(80)의 시다. 박돈, 이중희, 박철, 김광문, 이명숙, 노태웅, 이희중, 황주리, 김선두, 이영선, 정일, 임상진, 금동원 등 13명의 작가가 박희진의 시를 골라 이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출품된 작품을 달력으로도 만들었다. 따로 주문하면 받을 수 있다. 1만원. (02)515-337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디지털 스케치북에 신사임당·김홍도처럼 옛 그림 그려볼까요?

    디지털 스케치북에 신사임당·김홍도처럼 옛 그림 그려볼까요?

    올 한 해 미술계에서는 옛 그림이 큰 인기를 끌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상화, 삼성리움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풍속화에다 동산방화랑이 공개한 작품들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국립극단에서는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서 마련된 것이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이다. 서양미술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전통 그림은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려주고 직접 실습해 볼 수 있게 만든 전시다. 이를 위해 옛 명작을 오늘에 적합한 방식으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을 끌어들였다. 디지털 스케치북에 그림을 직접 그려 보거나 상호작용적인 요소를 넣었다. 가령 나비가 그려진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다가서면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들었다가 다시 사라진다. 또 TV병풍도 배치해 옛 그림을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해 준다. 옛 그림에 쓰였던 부감법와 제발문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부감법은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시점을 잡아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제발문은 시서화를 통일시했던 조상들이 그림과 맞아떨어지는 글을 어떻게 썼는지를 일러준다. 전시 총감독은 이일수 작가가 맡았다. 이 작가는 몇 해 전 ‘이 놀라운 조선 천재 화가들’이란 책을 냈다. 전시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1만~1만 1000원. (02)515-337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술관인증제 도입 재정 투명성 확립”

    “사립미술관 쪽에선 아직도 미술품을 자기 주머니 속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투명성입니다. 해외에서는 미술품 같은 것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기부 결정을 위해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미술관에서 해마다 내는 재정 보고서와 소장품 목록 같은 겁니다. 무슨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다는 것이 고스란히 다 나와요. 그런데 우린 그런 것은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서 지원만 바라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아니 그 이전에 미술관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각종 세제혜택이 있는데 그걸 받으면서 투명한 운영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지난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발족식장에서 만난 정준모(54) 협의회 실무위원장의 말이다. 발전협의회는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한국큐레이터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공예가협회, 한국판화가협회 등 미술 유관 단체들이 대거 모여 출범시킨 단체. 이렇게까지 모인 이유는 미술계에 대한 시선이 최악 수준이라서다. 최근 미술품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삼성과 서미갤러리 간 이상한 거래, 중견기업이나 저축은행들의 투기 등 ‘구린 뒷돈’ 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다. 미술계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법하다. 가만 있다가 외부 ‘개혁 논리’에 당하느니 내년까지 몇 가지 주제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먼저 정부에 내놓겠다는 의도다. 정 위원장이 강조한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미술관의 위상이다. 미술관은 전시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주요 작품을 소장, 보관, 연구, 교육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다. 전시는 그 뒤에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관에 특별한 위상을 부여해 주고 이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해주되 그 위상과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술관 운영을 투명화시켜야 한다. 정 위원장은 이를 인증미술관제와 연결 짓자고 주장했다. 그는 “등급별 형식이든 뭐든 소장 작품에 대한 평가와 운영의 투명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을 강제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해 두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술관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입 정시특집] 홍익대학교

    홍익대는 201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 전형에서 서울캠퍼스 1002명, 조치원캠퍼스 579명 등 총 1581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가’, ‘나’, ‘다’군에서 분할모집하고, 모집군별로 전형 방법이 각각 다르다. 인문계열 학부(과)는 ‘가’군과 ‘다’군으로, 자연계열 학부(과)는 ‘가’, ‘나’, ‘다’군으로 분할 모집한다. 예능계열 학부의 경우 서울캠퍼스의 미술대학은 ‘나’군에서만 모집하고, 조치원캠퍼스의 조형대학과 게임그래픽디자인전공(미술계)은 ‘가’군에서만 모집한다. 정시 입학 전형에서 수능 성적 석차 백분위를 사용하며, 학교생활기록부는 등급을 사용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경우 ‘가’군은 학생부(20%)와 수능(80%) 성적으로 선발하고, ‘다’군은 수능(100%)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자연계열 ‘나’군은 2개 영역(수리 가형, 과탐)의 수능(100%)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예능계열(예술학과 및 미술대학 자율전공 제외)의 경우 학생부(20%), 수능(25%), 실기고사(55%) 성적으로 선발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논술고사는 실시하지 않는다.
  • 100억짜리 뇌물용 미술품을 도난당하다

    100억원짜리 미술품을 길거리에서 어처구니없게 도난당한다. 재벌 기업인 세계그룹 박 회장이 집권당 당수에게 뇌물로 주려던 그림이었다. 소설 ‘박회장의 그림창고’(이은 지음, 고즈넉 펴냄)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사연은 이렇다. 세계그룹에서 운영하는 세계미술관-말이 미술관이지 사실 ‘미세탁’(미술품으로 돈세탁하는 것)이 주 업무다- 이사벨 관장이 문제의 미술품을 운반하다 사람을 친다. 차 사고를 가장해 돈을 뜯는 이른바 ‘차치기’ 일당의 마수에 걸린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미용실을 하는 누나 소미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사채만큼의 돈만 뜯어내면 된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데 이사벨 관장도 여간내기가 아니어서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그가 누군가. 박 회장과 그의 둘째 아들, 그리고 회장 비서실장과 짜릿한 4각 밀회를 즐기는 팜므 파탈이다. 그러니 강단이 남다를밖에.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다 한순간 이사벨 관장이 혼절하고 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차치기 일당은 더욱 과감해진다. 차를 뒤져 이사벨 관장의 핸드백과 돈이 든 사과 상자, 그림을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이튿날. 그림은 허름한 소미의 미용실에 걸려 있다. 잃어버린 그림이 세간에 드러나면 세계그룹은 치명타를 입게 될 터. 다급해진 박 회장은 조폭을 사주해 그림을 추적한다. 그림을 쫓는 사람들은 갈수록 불어나고, 그림은 미술관 공중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는데…. 책은 악덕 재벌 기업과 그를 둘러싼 인간 군상을 풍자하고 있다. ‘악덕 재벌의 옆구리에 훅 두 방’이란 부제처럼 빚에 시달리는 미용실 젊은 주인 소미가 굴지의 재벌 기업인 세계그룹의 박 회장과 맞장을 뜬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지만 책은 시종 유머와 풍자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기업에서 문화재단을 만들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미술관이 종종 비자금을 돈세탁하는 창구 노릇을 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곤 했다. 얼마 전에도 한 대기업 총수가 이른바 ‘미세탁’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책은 이러한 일련의 일들과 재벌 기업을 둘러싼 각종 사건,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미술계에 일어난 그림 로비 사건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코믹하게 패러디해 재벌의 부도덕성을 고발하고 있다. 책의 미덕은 단지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대기업과 상류층의 미술품 커넥션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그 안으로 하층민을 개입시켜 헝클어트리는 과정에서 더 신랄하게 폭로한다. 1만 2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그렸다 뭉개버린 마오쩌둥 초상

    그렸다 뭉개버린 마오쩌둥 초상

    “저 스스로가 요즘 아주 ‘매니악’한 상태입니다. 컨디션도 최고고요. 이제 예술적 생명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입니다.” 중국 현대미술계의 차세대 작가로 꼽히는 인자오양(41)의 얘기다. 그는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에 ‘매니악’(Maniac·광)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매니악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하루에 비유하자면 오후일 때, 1년에 비유하자면 여름일 때”라고 답했다. “매 순간 뭘 하든지 간에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 상태, 후회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절정기라는 답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0여년 전만 해도 아트페어에 어떻게든 참가하고 싶어서 주변에 이래저래 돈 빌리고 직접 자전거까지 몰며 작품을 날랐건만 단 한 작품도 못 팔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천안문’ ‘광장’ ‘정면’ 시리즈가 경매시장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부담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 우리나라 저축은행 사태 때도 그의 작품이 거론됐다. 10월 타이완전, 이번 한국전에 이어 다음 달에는 스페인 등 전시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그가 휴대전화에 담아 놓은 사진을 슬쩍 보여주었다. 베이징 인근 쑹좡에 마련한 거대한 작업실이다. 고향인 허난성에는 그의 이름을 딴 개인 미술관도 짓고 있다. 정오 같다, 여름날 같다고 할 만도 했다. 이번에 공개한 ‘매니악’ 시리즈는 인물 초상을 그린 뒤 뭉개버린 작품이다. 주변 친구, 지인들을 그린 뒤 뭉갠다. 초기작에서 최근작으로 갈수록 뭉개는 강도는 더해진다. 처음엔 원만 슬슬 돌렸다면 이제는 말 그대로 아주 짓뭉개버린다. 언뜻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작품들이 연상된다. “글쎄요. 베이컨 그림에선 피카소가 보이지 않던가요. 후세대에 이전 세대의 영향이 들어가 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한 듯싶습니다.” 무얼 표현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자아를 잃어버린, 내면에 숱한 상처를 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절정기에 오른 모습이란 그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반문이다. 이전 대표작이랄 수 있는 ‘천안문’ ‘광장’ 시리즈도 함께 볼 수 있다. 12월 18일까지. 서울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 (02)3447-004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상업성엔 초연… 그들만의 의미 담긴 설치 작품전 잇따라

    상업성엔 초연… 그들만의 의미 담긴 설치 작품전 잇따라

    미술계에서 중견 여성 작가, 하면 예쁘게 다듬은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예쁘고 상업적인 작품보다 개념과 설치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도 있다. 노란 낙엽이 쌓인 갤러리에서 이런 작업을 선보여 온 중견 여성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중견 여성 작가들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우순옥 ‘잠시 동안의 드로잉’ 우순옥(53)의 ‘잠시 동안의 드로잉’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보다 텅 빈 공간이다. 작품 수가 적기라도 한 듯 띄엄띄엄 작품이 배치돼 있다. 당연히 작품이 없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어슬렁대며 여유롭게 느껴보라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층에 위치한 ‘12편의 신기루’.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베르너 헤어초크, 루치아노 비스콘티 등 작가주의 영화계의 거장들이 남긴 영화의 특정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 놓은 모니터 12대가 놓여 있다. 영화에서 발췌한 장면은 사랑, 환희, 고독처럼 살아가면서 한번은 만나게 되는 순간에 대한 것들이다. 가령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삼은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예술 하는 사람의 뜨거운 열망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뒤셀도르프에 있었는데 그곳에 영상실이 있었어요. 하루에 3편씩 상영했는데, 하루에 1편 정도는 꼭 챙겨 봤죠. 그 영화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을 따와서 만든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한 100편 정도 하고 싶었는데 12라는 숫자가 주는 윤회의 느낌 같은 걸 살리고 싶어서 12편만 고르느라 고생했답니다.” 모니터 앞에 선 관객들도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 자기 인생의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감정을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팬이라면 어쩌면 ‘시네마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눈물을 흘릴는지도 모르겠다. 키스신은 아니지만. 모니터 옆에는 화분들이 놓여 있다. 화려한 꽃이나 멋진 잎사귀가 아니라 그냥 잡풀 같은 느낌이 나는 걸로만 골랐다. 인생에 대한 잔잔한 회고와 성찰에 걸맞은 선택이다. 12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02)735-8449. ●닿아버려 환희에 넘치는 - 김주현 ‘회로에서’ ‘회로에서’ 전시를 통해 김주현(46)이 말하고 싶은 바는 ‘소통’이다. 바닥에 알루미늄판을 대고 그 위에 전선 가닥을 한데 모아 풍성한 꽃다발 모양으로 만든 발광다이오드(LED) 다발을 드리운 뒤 약한 전류를 흘렸다. 알루미늄판에 닿으면 LED 다발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조금 유치할지 몰라도 만남이란 게, 소통이란 게 저런 게 아닐까,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났을 때 빛을 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해서 제목도 ‘회로에서-접속’이다. “원래 의도했던 건 야외에 설치해 두면 바람도 불고 해서 반짝반짝하는 거였는데, 전시장 안이라 그렇게까지는 안 되네요. 불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 같은 걸 드러내보고 싶었거든요.” 내놓은 건 미술인데 정작 쓰는 용어는 카오스, 프랙털, 확장형, 복잡계 같은 물리학·생물학 용어들이다. 쓰는 도구는 LED와 전깃줄. 전깃줄을 찢어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물리학적 느낌의 드로잉과 설치작품들을 계속 만들어 내놨다. 그 엄밀하다는 과학의 세계에서도 만남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었다. “한번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님들이 제 작품을 보고 이것은 프랙털 몇 차원 공간인가를 두고 열띤 논의를 하시더군요. 전 누군가 제 작업을 알아봐주고 얘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 대화에서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요.” 다른 작품 ‘토러스’에 대해 물었다. 어디서 한줄 주워 읽었던 지식으로는 토러스가 도넛 모양의 원통형인데 왜 저렇게 일그러뜨렸냐고. “위상수학에서 나오는 얘기인데요.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저게 몇 개의 차원으로 분리가 되거든요.” 설명은 조금 더 이어졌지만 괜히 물었다 싶었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겸손한 말에 속은 게 죄다. 상업화랑에서의 본격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 (02)549-303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제 2의 모나리자?” 다빈치 초상화 추정작품 발견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초상화가 세상에 나올까. 영국의 미술역사학자가 다빈치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를 공개했다. 옥스퍼드 아카데믹(Academic)의 마틴 켐프 박사는 1998년 뉴욕 경매에서 1만 4000파운드(2500만원)에 개인 수집가에 팔린 초상화 한 장이 사실은 다빈치가 그린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 작품이 다빈치의 초상화로 밝혀진다면 그 가치는 엄청나다. 당초 이 그림은 폴란드에서 발견된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작품이었다. 이후 찢겨져 따로 거래됐다. 그림의 제목은 ‘왼쪽을 바라보는 소녀의 머리’(Head of a Young Girl in Profile to the Left)로, 주인공이 비앙카 스포르자(Bianca Sforza)로 전해졌다. 비앙카는 다빈치의 후원자였던 루도비코 스포르자의 딸로, 1496년 그녀가 갈레아조 산세베리노와 결혼을 하자 다빈치가 축하의 의미로 이 그림을 그려줬다는 것. 이후 월쇼 국립도서관에 쭉 보관됐다고 AP통신이 덧붙였다. 켐프 교수는 “이 초상화가 다빈치의 지장이 찍혀 있을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공 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빈치의 초상화가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켐프 교수의 견해는 미술계에 전반의 동의를 얻진 못했다. 진품에 대한 논란 때문에 다음 달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도 걸리진 못하게 됐다. 이에 켐프 교수는 “이 작품에는 더 없이 정확한 증거들이 숱하게 포함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中 반체제 인사 아이웨이웨이 세계 미술계 영향력 1위 선정

    중국의 설치미술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54)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영국의 미술 월간지 ‘아트 리뷰’는 13일 아이웨이웨이를 올해의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가운데 1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트 리뷰는 2002년부터 해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계 인사 100인의 명단을 발표해 왔다. 아트 리뷰의 편집자인 마크 라폴트는 “아이웨이웨이의 내면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외적으로는 시위 주체로도 활동해 예술의 정치적 소임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지난 4월 조세 포탈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구금됐다가 81일 만에 풀려났다. 아이웨이웨이 외에 런던 소재 서펜타인 갤러리의 큐레이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줄리아 페이턴-존스가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가운데 2위로 선정됐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관장인 글렌 로리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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