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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미술계 ‘한숨과 환호’

    2014년 미술계 ‘한숨과 환호’

    2014년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미술계에 그나마 한 가닥 숨통이 트인 한 해였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사상 처음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한국의 독창적인 단색화(모노크롬)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미술시장의 경기는 아직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회복되지 못했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학예사 채용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은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대표가 사퇴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단색화의 재조명 1세대 이우환 작가, 한국인 첫 파리 베르사유궁서 개인전 작가 6명 美서 작품 소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단색화가 국내외에서 새롭게 조명받았다. 단색화는 1970년대 시작된 한국 고유의 화풍으로, 여러 색채 대신 한 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이다. 1세대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표 작가는 이우환이다. 1976년 작 ‘선으로부터’가 지난 11월 열린 미국 소더비경매에서 추정가를 두배 이상 넘어서는 216만 5000달러(약 23억 7000만원)에 팔렸다. 이우환은 지난 6월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룸앤드포갤러리에서 열린 ‘다방면에서:단색화와 추상’전에는 권영우,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 대표 작가 6인의 작품 40여점이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도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깊이를 소개하는 ‘텅 빈 충만-한국 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전을 기획해 해외 23개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순회전을 열고 있다. 비엔날레의 민낯 광주·부산 등 국내 비엔날레 파행·혹평 베니스 국제건축전서 한국관 황금사장상은 쾌거 지난 6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축가 조민석이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전시 ‘한반도 오감도’를 선보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짝수해를 맞아 9월부터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비엔날레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는 제시카 모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아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본 행사 기획은 호평을 받았지만 앞서 개막한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작가들의 참여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행이 계속되다 끝내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부산비엔날레는 전시감독 선정 등을 놓고 잡음이 계속된 데 이어 프랑스 출신 올리비에 케플랭 감독이 밋밋한 전시를 내놔 혹평을 받았다. 미디어 작가 박찬경이 예술감독을 맡은 ‘미디어시티서울 2014’가 ‘귀신, 간첩, 할머니’를 주제로 열린 데 이어 ‘달그림자’를 주제로 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대구에서는 ‘사진의 기억’을 주제로 한 사진비엔날레, 충남 공주 금강 쌍신공원에서 금강자연비엔날레가 잇따라 열렸다. 하지만 이벤트성 연례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대미술관 잡음 정형민 관장, 면접시험 개입 등 제자 부당 채용 개관 첫 개인 비리로 검찰 수사 ‘미술계 충격’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자신의 제자와 전 부하 직원을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10월 직위 해제됐다. 정 관장은 지인 2명의 서류전형 채점 결과를 조작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고 면접위원도 아니면서 면접시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월 19일까지가 임기인 정 관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아 사실상 임기가 종료됐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미술계의 충격은 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서울관을 개관했으나 특정 대학 출신으로 편중된 개관전 작가 선정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고 정 관장의 채용 비리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 와중에 서울관은 2013년 11월 13일 개관 후 총누계로는 102만 281명이 찾아 도심 미술관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동양그룹이 빼돌린 미술품을 대신 팔아 주고 이 중 일부 판매 대금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하모니즘’ 창시자인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이 6월 9일 95세의 나이로 별세했고, 대한민국예술원이 여류화가 천경자에 대한 월 수당 지급을 중단하면서 천 작가의 생사를 둘러싸고 가족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영상)팀 버튼 신작 ‘빅 아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영상)팀 버튼 신작 ‘빅 아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독창적인 화면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을 뽐내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팀 버튼 감독이 신작 ‘빅 아이즈’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빅 아이즈’는 그림 ‘빅 아이즈’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자, 그림의 진짜 원작자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던 화가 ‘마가렛 킨’과 그녀의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빅 아이즈란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들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다 내가 그린 거야. 너 말고는 아무도 모르겠지”라며 심통 난 표정의 여자 주인공 ‘마가렛 킨’(에이미 아담스)의 대사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이어 매력적인 ‘빅 아이즈’ 그림과 함께 황홀하고 컬러풀한 예술가 거리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팀 버튼 작품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나의 그림, 두 명의 화가! 그들의 진실게임이 펼쳐진다”는 카피처럼 ‘빅 아이즈’ 그림을 둘러싸고 마가렛 킨과 그녀의 남편 월터 킨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이야기는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사건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그림 ‘빅 아이즈’는 그동안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세계에 결정적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이번에 빅 아이즈를 영화의 소재로 선택해 작품 전면에 등장시켰다.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을 소재로 하는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적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겸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팀 버튼이 선택한 배우들 역시 매력적이다. ‘아메리칸 허슬’(2013년)로 제71회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이미 아담스가 주인공 ‘마가렛 킨’을 분했다. 또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년)로 제8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제70회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프 오라츠가 ‘월터 킨’으로 분했다. ‘가위손’(1990년)을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2010년) 등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선보이며 국내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팀 버튼 감독의 새 영화 ‘빅 아이즈’는 2015년 1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진·영상=판씨네마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2015 대입정시] 홍익대학교

    [2015 대입정시] 홍익대학교

    홍익대는 서울캠퍼스(1130명) 나군, 다군, 세종캠퍼스(619명) 가군, 나군, 다군으로 모두 1567명을 선발한다. 모든 일반 전형은 수능 중심 전형이다. 인문·자연계열과 캠퍼스 자율전공의 경우 나군과 다군으로 분할 모집한다. 미술계열의 경우 서울은 나군으로, 세종은 가군으로 모집하며, 각군이 다르므로 캠퍼스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 정시 모집에서 수능은 표준점수를 사용하고 학생부는 등급을 적용한다. 인문·자연계열, 캠퍼스 자율전공은 수능 100%로 선발한다. 미술계열은 수능 60%과 학생부 20%, 서류 20%로 선발하고, 실기고사는 없다. 서류에는 미술활동보고서가 반영되며, 수능 100% 선발인 1단계 합격자에 한해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미술계열에서만 반영되는 학생부는 전 학년의 교과(95%) 및 출결(5%) 성적을 반영한다. 학생부 반영 교과는 국어, 영어, 미술, 택1(수학, 사회, 과학)이다. 수능은 인문계열 서울 4개(국어B, 수학A, 영어, 사탐·과탐), 세종 3개(국어B와 수학A 중 택1, 영어, 사탐·과탐) 영역이 반영된다. 자연계열은 서울과 세종이 모두 3개(국어A와 영어 중 택1, 수학B, 과탐) 영역으로 동일하다. 미술계열은 3개(국어A/B와 수학A, 사탐/과탐 중 택2, 영어B) 영역을 반영하는데, 국어B 선택 시 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02)320-1056~7, ibsi.hongik.ac.kr
  • 팀 버튼 신작 ‘빅 아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팀 버튼 신작 ‘빅 아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독창적인 화면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을 뽐내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팀 버튼 감독이 신작 ‘빅 아이즈’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빅 아이즈’는 그림 ‘빅 아이즈’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자, 그림의 진짜 원작자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던 화가 ‘마가렛 킨’과 그녀의 남편 ‘월터 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빅 아이즈란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들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다 내가 그린 거야. 너 말고는 아무도 모르겠지”라며 심통 난 표정의 여자 주인공 ‘마가렛 킨’(에이미 아담스)의 대사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이어 매력적인 ‘빅 아이즈’ 그림과 함께 황홀하고 컬러풀한 예술가 거리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팀 버튼 작품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나의 그림, 두 명의 화가! 그들의 진실게임이 펼쳐진다”는 카피처럼 ‘빅 아이즈’ 그림을 둘러싸고 마가렛 킨과 그녀의 남편 월터 킨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이야기는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사건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그림 ‘빅 아이즈’는 그동안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세계에 결정적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이번에 빅 아이즈를 영화의 소재로 선택해 작품 전면에 등장시켰다.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을 소재로 하는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적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겸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팀 버튼이 선택한 배우들 역시 매력적이다. ‘아메리칸 허슬’(2013년)로 제71회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이미 아담스가 주인공 ‘마가렛 킨’을 분했다. 또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년)로 제8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제70회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프 오라츠가 ‘월터 킨’으로 분했다. ‘가위손’(1990년)을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2010년) 등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선보이며 국내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팀 버튼 감독의 새 영화 ‘빅 아이즈’는 2015년 1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진·영상=판씨네마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위로였으면 좋겠다(최갑수 지음, 꿈의지도 펴냄) 여행작가 최갑수가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 낯선 풍경을 담은 사진 한 장과 담백한 문장 한 줄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2008년 출간한 저자의 여행 에세이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를 새롭게 꾸민 개정판. 240쪽. 1만 3000원.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앨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처음북스 펴냄) 미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여성 등반대장이자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한 산악인이 체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삶을 이끄는 법’. 해발 8000m가 넘는 고지와 극지에서 실제 느꼈던 충고들이 의미 깊다. 324쪽. 1만 6000원. 나의 미술기자 시절(이구열 지음, 돌베개 펴냄) 한국 최초의 미술 전문기자가 펴낸 자전적 기록. 1959∼1973년 문화·미술 기자로 활약하면서 보고 만난 미술계의 일과 사람을 10여년에 걸친 정리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았다. 300쪽. 1만 4000원.
  • ‘은둔의 화가’ 伊 모란디 세기의 명작 40여점 첫 한국 나들이

    ‘은둔의 화가’ 伊 모란디 세기의 명작 40여점 첫 한국 나들이

    단순화된 형태와 세련된 모노톤의 색조로 물주전자와 병들이 그려져 있다. 작은 캔버스 안에는 유럽의 전통과 근대성, 구상과 추상, 시간과 공간, 현실과 상상, 이성과 감성이 복잡한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극도의 단순함과 허무에 가까운 고요함을 지닌 이 정물화는 이탈리아 20세기 미술의 거장 조르조 모란디(1890~1964)의 작품이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던 모란디의 삶과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내 처음으로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에서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모란디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작가의 전성기(1940~60년대)에 제작된 유화와 수채화, 판화, 드로잉 등 작품 40여점이 선을 보인다. 모란디는 ‘병(甁)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정물 중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병을 모티프로 한 정물화를 많이 남겼다. 비슷한 듯 다른 수많은 정물화에서 병, 물주전자, 조개껍질, 꽃 등 그가 선택한 일상적인 소재들은 형태, 구조, 색에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변주를 보이며 새로운 질서로 재구성되고 있다. 같은 정물인 듯 보이지만 각자 다른 느낌을 준다. 모란디 말년의 풍경화는 정물화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실험, 빛의 극적인 사용과 아름다운 색의 조화가 돋보인다. 수풀의 리듬, 하늘과 들판 등의 소재를 반복하며 소박하고 정적인 추상에 가까운 회화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 개막을 위해 한국을 찾은 로렌조 사솔리 데 비앙키 볼로냐박물관협회장은 “모란디는 사물의 본질을 시적으로 승화시켜 작품을 구현했다. 물성, 질감 등 사물의 물리적 속성과 사실주의적 테크닉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그는 양식의 흐름을 중심으로 20세기 미술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모란디는 결혼을 하지 않고 세명의 누이와 함께 볼로냐의 비아 폰타자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 그는 볼로냐 예술아카데미의 에칭전공교수로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침실 겸 작업실이었던 작은 방에서 수도자처럼 작업하다 생을 마감해 은둔의 화가로 불린다. 스위스에 단 한번 다녀왔을 뿐 다른 나라에 한번 가 보지 않고 평생을 이탈리아에 머물렀지만 조토, 마사초 등 초기 르네상스의 거장들과 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들을 연구하며 작품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모란디는 어떤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았고, 근대 이후 한국 미술계의 관심이 주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에 편중돼 온 까닭에 한국 대중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베니스비엔날레(1948년)와 상파울루비엔날레(1957년)에서 수상할 만큼 생전에도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사후에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주요 작가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오키프作 ‘흰 꽃 No.1’…女화가 최고가 493억원 낙찰

    오키프作 ‘흰 꽃 No.1’…女화가 최고가 493억원 낙찰

    미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지아 오키프(1887~1986)의 작품이 여성 화가로는 역대 최고가인 우리 돈으로 무려 493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경매회사 소더비는 "오키프의 1932년 작 '흰 독말풀 / 흰 꽃 No.1'(Jimson Weed/White Flower No.1)이 경매에 나와 4440만 5000달러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당초 1500만 달러의 낙찰가로 예상됐던 이 작품은 최소 7명의 입찰자가 열띤 경쟁을 벌인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특히 이 그림은 기존 여성 화가 작품 최고가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경매에 나왔던 역대 최고가 그림은 조안 미첼의 ‘무제’ (Untitled)로 1190만 달러에 팔렸다. 오키프의 작품이 유독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그녀가 20세기 미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존재이면서도 유럽 미술계의 영향을 받지않아 가장 미국인다운 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 작품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다이닝룸에 걸려 귀빈들을 맞기도 했다. 소더비 관계자는 "이 작품은 오키프가 가장 좋아했던 대상 중 하나인 꽃이라는 실질적 형상에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넣는 화풍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면서 "낙찰자는 옥션하우스의 대리인을 통해 전화로 입찰했으며 신원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땅 위로 올라온 대형 배 미술관서 만나는 항구

    땅 위로 올라온 대형 배 미술관서 만나는 항구

    항구에 정박한 초록, 빨강, 파란색의 배들, 그리고 가로등이 만들어 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반사돼 구불구불 매달린 듯 보인다. 착시를 부르는 단순한 설치이지만 묘하게 꿈속 같은 효과를 낸다.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에게 전시 공간과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박스프로젝트 두 번째 전시 ‘박스프로젝트 2014 : 레안드로 에를리치’전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41)는 실제와 환상 사이의 모호함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통해 현실에 대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조형 언어를 선보여 온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다. 레안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중심에 지상 3층과 지하 3층을 통째로 터서 만든 거대한 전시장 서울박스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대규모 현장 설치작품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를 선보였다. 작가의 작품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이다. 제작에 9개월, 현장 설치에만 1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개막과 함께 큰 관심을 불렀던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속의 집속의 집속의 집’이 설치됐던 장소에 설치된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환영이 절묘하게 결합된 초현실적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작품은 또한 지리적으로 대척점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물리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를 조명하면서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가 분리 혹은 연합된 관계들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배가 정박한 항구는 교류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미지의 ‘반영’(Reflection)에 대해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굉장히 찰나적이다. 한시성과 덧없음을 작품에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에를리치는 28세 때인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아르헨티나 국가관 작가로 선정됐으며 로마현대미술관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작품의 구상에서 제작, 운송, 설치까지의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술관에서는 이와 함께 작품의 구상부터 제작, 운송, 설치까지의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한다. 전시는 내년 9월 1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바젤 아트페어와 바이엘러 재단을 설립한 에른스트 바이엘러(1921~2010)는 세계적인 화상(畵商)이면서 미술품 수집가로 명성을 날린 현대미술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남다른 식견으로 세계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바젤을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의 긴 여정은 바젤의 작은 시골마을 바움라인가스의 작은 고서점에서 출발했다. 철도 인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오스카르 쉴로스라는 노인이 운영하는 고서점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서점을 운영해 온 쉴로스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청년 에른스트 바이엘러를 처음부터 눈여겨보고 그에게 역사, 미학, 문학, 철학 등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다. 1945년 쉴로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에른스트는 은행 빚 6000프랑을 내어 고서점을 인수한다. 자금 회수를 위해 잘 팔리는 책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처분하기 위해 고서점에서 판화와 도판 전시회를 열었다. 차츰 발전해 미술 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게 됐고 현대미술로 분야를 특화하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갔다. 바이엘러는 명작을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과 기지, 겸손함, 신사다움을 겸비한 화상으로 미술계의 신뢰를 받았다. 다른 딜러들이 며칠씩 걸려서 작품값을 측정해 내는 것을 그는 앉은 자리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건대로 협상을 이끌어내고 상호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곤 했다.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들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데 그의 안목과 중재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피카소의 화실에서 직접 작품을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유일한 아트딜러였다. 칸딘스키의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작의 대리인으로 바이엘러를 지목하며 ‘최고의 아트딜러’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20세기 초의 유명한 갤러리스트들에 비해 시대를 창조하지 못했다. 나는 인상주의 작품부터 팝아트까지 좋은 작품들이 널리 알려지도록 보급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하도록 도와준 것일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는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아트딜러이기 이전에 진정한 예술애호가로서 예술의 발전을 위해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나 스위스 제네바 등 당대 미술의 중심지를 찾아 떠나지 않는 대신 바젤을 현대 미술의 메카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1971년 당대의 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바젤을 주도해 만들었다. 첫 회에는 10개국 90개 화랑이 참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리적 이점과 지역 화상들의 노력으로 아트바젤은 곧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발전했다. 자코메티, 칸딘스키, 클레, 피카소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하며 스스로도 대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그는 1982년 갤러리 비즈니스를 재단으로 전환시키며 바젤시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하지만 전시할 장소가 마땅치 않자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을 지어 1997년 10월 개관했다. 그의 나이 76세였지만 여전히 현역이었다. 왜 은퇴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또 다른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던 그는 2000년부터 아트바젤의 디렉터를 맡았던 사뮈엘 켈러를 2008년 바이엘러 재단의 디렉터로 스카우트했다. 60여년 전 그의 멘토였던 쉴로스처럼 아들 같은 켈러의 멘토가 되어 미래의 주역에게 진정한 아트 비즈니스의 정신을 심어주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의 언론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삼색 화풍’ 불어닥친 베이징… 미술 한류 中갤러리 노크

    ‘삼색 화풍’ 불어닥친 베이징… 미술 한류 中갤러리 노크

    ‘13억 인구’ 중국은 한국 미술계에도 탐나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동안 공을 들인 것에 비해 성과는 신통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한류 바람이 ‘미술을 통한 K컬처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쳐 보는 전시회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다. 베이징 자오양구에 위치한 진르(今日)미술관 제3관에서는 지난 9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백남준, 이왈종, 김현정 등 세대, 작품의 형식, 내용 면에서 전혀 다른 작가 3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국 작가 초청 3인전 ‘하나에서 셋으로’(一分爲三)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열린 한국 작가의 전시들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현대미술계를 이끄는 펑펑(彭鋒·49) 베이징대 예술학과 주임교수가 직접 기획했다. 전시가 열리는 진르미술관도 최근 10년간 활발한 국제 교류전을 통해 중국의 이 시대 미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이어서 그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가의 면면과 관련해 우리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미술에 비디오아트라는 새 장르를 선보인 백남준(1932~2006)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이 대중매체인 TV 등을 예술의 경지로 확장한 작품 ‘광합성Ⅱ’(1993년 작)와 ‘네온 TV-안테나’, ‘TV 보지 마’(1990년), ‘인터넷거주자’(1994), ‘자화상’(1998), ‘나는 절대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1998년)가 전시장 1층 안쪽에 자리 잡았다. 마치 다양한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듯 여러 가지 매개체로 마음속 이미지를 재현한 작품들이다. 한국 화단의 원로 이왈종(69) 화백은 밝고 순수한 색감으로 20여년을 한결같이 제주의 ‘편안한’ 생활을 화폭에 옮겨 왔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 생활과 골프, 이름 모를 들꽃, 새, 나무, 가족 등을 소재로 티 없는 천진함뿐만 아니라 질박한 우아함을 물씬 풍기는 ‘제주 생활의 중도’ 연작이 소개된다. 제주가 중국인들에게 이상적인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 화백의 질박한 그림들은 명나라 쑤저우 화단의 거장 문징명(1470~1559)이 은둔을 위한 이상향을 그린 도원도를 연상하게 한다는 게 중국 화단의 평가다. 배우 출신 신예 화가 김현정(35)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통 ‘공필화’(工筆畵) 기법의 사실적인 묘사와 작가의 내면을 담은 사의화(寫意畵) 기법을 혼합해 구현한 팝 초현실주의적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지에 수묵으로 밑그림을 그린 다음 그 위에 얇은 비단을 붙여 사실적 묘사로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색실로 수를 놓아 악센트를 준다. 김현정은 몇 해 전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연극 ‘나비’에 출연한 이후 심리적 치유를 받는 과정에서 발견한 내면의 동심을 ‘랄라’라는 인물로 화폭에 표현하고 있다. 신선한 감동을 주는 김현정의 작품들 중에는 중국에서 ‘인어공주’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배우 장서희의 초상화도 포함돼 있다. 한류 스타 장서희는 전시장을 직접 찾아 한지와 비단, 비단실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살린 김현정의 작품을 감상해 중국 팬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가오펑(高鵬) 진르미술관 관장은 “개혁·개방 이후 본격적인 현대미술이 시작된 중국과 달리 한국의 현대미술은 전통과 전위가 혼재된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전시다. 작가 세 명 중 가장 어린 김현정이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미 세상을 뜬 백남준이 가장 현대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구현하는 작가들의 연령이 바뀌어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열린 개막식에는 기획을 맡은 펑펑 교수 외에 베이징 고궁박물원 학술위원회 비서장 스안창과 원로 연구원 리후이빙, 중앙미술학원의 쉬자 국제협력처장과 쉐융녠 교수 등 국내외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관심을 표명했다. 베이징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중국인에 어렵지 않은 미술로 공략해야”

    “중국인에 어렵지 않은 미술로 공략해야”

    “현대미술이란 전통적인 예술과 전위적인 작업이 동시에 벌어지는,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입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추상적, 관념적인 예술이 공존하는 한국 미술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이번 전시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국 베이징 진르미술관에서 지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 작가 3인 초대전 ‘하나에서 셋으로’를 기획한 펑펑(彭鋒·49) 베이징대 예술학과 주임교수는 “백남준은 실험성이 강한 예술을 추구했던 세계적인 예술가이고, 이왈종은 현대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김현정은 동양 전통의 기법을 접목한 독특한 화법을 구사한다”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다양함을 보여주는 한국 미술을 중국에 소개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펑펑 교수는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과 올해 중국 신장비엔날레 총감독을 맡는 등 중국 미술계의 국제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개막식에 앞서 8일 미술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1990년대 한국에 머물면서 90% 이상이 추상예술이라는 점에 놀랐다. 하지만 한국 미술의 가능성은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왈종 작가와 김현정 작가의 작품은 고전적 예술에서 출발해 현대성을 띤 작품들이다. 특히 김현정의 작품은 당대 미술이 심리치료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통을 바탕으로 관념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을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유 기능을 하는 동양적 문화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중국 진출에 실패하고 돌아간 이유는 서양적 개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와 전통을 결합하고, 중국인들이 보기에 어렵지 않도록 중국 문화를 접목시켜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보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보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20세기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미국 출신의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 과잉자극의 시대에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들을 빌려와 지극히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가는 생전 자신의 작품 세계를 미니멀리즘이란 단순한 용어로 설명하는 데 반발했다. “표상은 간결하지만 수많은 고민과 기법을 응축했다”면서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이란 용어를 스스로 만들어 냈다. 이는 명확하고 강력한 표현을 생성하는 간결한 오브제를 뜻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혼이 담긴 간결함’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술 형식에 대한 틀을 깨고 기하학적 기본 형태를 탐구하되 산업자재 같은 비정통적 재료를 적극 활용해 혁신을 이끌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국제갤러리는 오는 30일까지 저드의 작품 가운데 백미라 일컬어지는 1970~1990년대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이어 간다. 모두 14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95년 이후 19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저드의 개인전이다. 또 1970~1990년대 입체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첫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는 고인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인 플래빈 저드 도널드저드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그는 “아버지는 단순히 미니멀리즘 작가가 아니라 가구, 건물 등 삶 전체를 아우르려 노력했다”면서 “추상적으로 작품을 표현하기보다 외부 세계 그 자체를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박스는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그래서 작품의 의미가 명확해 외부로부터 다른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시되는 입체 작품들은 하얀색 벽면이나 바닥과 조화를 이룬다. 형형색색의 상자들이 벽과 바닥에 붙어 관람객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그저 색칠된 상자로만 보여 ‘이게 작품인가’라는 궁금증이 동할 정도다. 이렇듯 형태와 색채의 간결함은 작가에게 고유하면서도 일상적 소재를 이용해 상자 등의 형태를 만들도록 이끌었다. 플래빈 저드 이사장은 “아버지는 생전 ‘이상하다’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거기에 배울 게 있다’며 진지한 열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작가는 구조적 특성과 풍부한 표면 품질을 위해 나무 외에 합판, 철강, 콘크리트, 플렉시 글라스, 알루미늄 등 산업자재를 활용했다. 또 세련된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전문 제작자들과 협업했다. 작가가 추구하던 완벽하면서도 산업적 외관이 가능했던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둘로 나누어진 알루미늄 튜브가 얹혀지고 빨갛게 도색된 직각 상자 형태의 ‘무제’(1991년)와 다양한 색깔로 내부를 채운 ‘코텐스틸’(1992년), 투명한 보라색으로 도금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만든 길이 6.4m의 ‘무제’(1970년) 등이 각각 소개된다. “아버지는 작품을 보자마자 바로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객들은 작품을 해석하거나 추론할 필요가 없다. 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는 저드 이사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만한 전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韓미술 영욕의 세월 오롯한 기억속으로

    韓미술 영욕의 세월 오롯한 기억속으로

    1980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미술회관. 김정헌, 민정기, 윤범모 등 작가들은 전기가 끊어진 전시실에 모여 촛불을 켰다. “불온한 전시를 열 수 없다”는 미술회관 측의 일방적 통보에 미처 ‘현실과 발언 창립전’ 개막식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지만 개막 당일 열린 미술회관 운영위원회는 막무가내였다. 설움에 북받쳐 눈물로 개막식을 갈음한 작가들은 인근 동산방화랑으로 자리를 옮겨 창립전을 이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내쫓긴 미술단체 ‘현실과 발언’은 이후 한국 민중미술의 중추가 됐다. 관훈미술관 등에서 매년 전시회를 이어갔고, 구성원들은 국내 미술계의 원로로 자리매김했다. 미술회관 역시 1990년대를 거쳐 마로니에미술관(2002년), 아르코미술관(2006년)으로 이름을 바꾸며 한국 미술의 산증인 역할을 했다. 미술관은 올해 ‘현실과 발언’의 작가 세 명을 다시 초대했다. 4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는 ‘1974~2014 아르코미술관 특별전’에서다. 머리가 희끗하게 센 작가들은 전소정 작가의 비디오 작품 ‘두 세계 사이’(현실과 발언 라운드 토크)에 출연해 ‘현실과 발언’이 지향한 가치와 활동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화면 속 카메라는 촛불을 켠 탁자에 둘러앉은 작가들을 원형으로 천천히 돌아 과거로부터 현재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작가들과의 화해를 상징하는 미술관의 반성문인 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아르코미술관은 1974년 미술회관이란 이름으로 서울 관훈동 옛 덕수병원 건물에 세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197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동숭동에 신축 개관하며 국내에서 국공립과 사립 미술관을 통틀어 한 장소에 가장 오랫동안 자리한 전시공간으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열린 전시만 2000회가 넘는다. 미술 만학도 윤석남 작가가 1982년 등단전을 열며 한국 여성 미술의 대모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에는 ‘한국현대미술 신세대 흐름 전’, ‘중진작가 초대전’ 등 기획 전시로 무게중심을 옮겨 이불·공성훈·임민욱·함경아·양혜규 등 중견작가들을 배출했다. 특별전은 ‘미술을 위한 캐비닛, 아카이브로 읽는 아르코미술관 40년’이란 부제를 달았다. 미술관과 예술자료원이 소장한 자료 가운데 450여점을 공개한다. 미술관의 역사뿐 아니라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제도권 미술계의 지형도를 두루 살펴본다. 과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규모가 40년의 세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람은 무료.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철저히 계산된 과학·20시간 긴박한 작업

    철저히 계산된 과학·20시간 긴박한 작업

    “국내 미대의 서양화과에선 수채화나 유화, 아크릴화 등을 가르칠 뿐 프레스코화에 대해선 관심이 없죠. 같은 서양화인데 그리는 과정이 까다로우니 좀처럼 전문가도 없고, 그리려 들지도 않아요.” 오원배(61) 동국대 미대 교수는 작가라기보다 화학자에 가깝다. 전시장에서 쭉쭉 써내려간 화학반응식은 놀라울 따름이다. 생석회에 물을 넣어 수산화칼슘을 만들고, 다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탄산칼륨을 끌어낸다는 복잡한 화학식이 전혀 낯설지 않은 듯했다. 작가는 “프레스코화를 알려면 화학작용을 이해해야 한다”며 회반죽을 벽에 칠하고 반죽이 마르기 전에 물에 갠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고된 노동의 과정을 끊임없이 묘사했다. “프레스코 작업은 긴박하고 엄격한 노역입니다. 반죽이 마르는 20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떠날 수가 없어요. 실수가 용인되지 않는 까다로운 작업 탓에 허리 디스크를 아예 달고 삽니다.” 흔히 ‘서양의 벽화’로 알려진 프레스코화는 16세기 초 미켈란젤로가 그린 로마 산타마리아 미네르바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가 대표적이다. 로마인이 기원전부터 그렸는데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전성기를 누렸고 17세기 유화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세기 미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활기를 띠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하필 프레스코화에 ‘꽂힌’ 것일까. 작가는 “30여년 전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할 때 졸업을 위해 모든 유형의 작품을 다 공부했다”며 “그때 처음 접한 프레스코화에 흠뻑 빠져 이후 5년 주기로 파리에 날아가 1년씩 프레스코화를 공부하고 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을 ‘정통 프레스코화’라며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그렇게 2007년 처음으로 프레스코화 4점을 선보인 뒤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다. “프레스코란 이런 것임을 국내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류 최초의 미술품인 알타미라 벽화도 석회암 동굴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죠.” 2012년 인천 강화면 전등사 무설전에 프레스코 기법의 후불(後佛) 천장벽화를 그린 이도 작가다. 국내 법당에 그린 1호 프레스코화다. “불교 탱화에 시대 가치가 담겨온 만큼 현대의 불사들도 변화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28점의 프레스코화를 선보이는 개인전 ‘순간의 영속: 그리기의 위대한 노역’을 이어간다. 모든 작품을 프레스코화로 채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들은 예전 묵직한 분위기와 달리 파스텔톤으로 다소 밝게 변했다. 4년 전 늦장가를 든 작가의 눈에 세상이 밝게 비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파리의 지붕과 굴뚝이 가득 화폭을 채우는데, 모두 파리 유학시절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들이다. 작가는 “프레스코화는 철저한 계산이 깔린 과학”이라며 “이번 전시가 감각적 작업에만 의존하는 국내 미술계에 자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미술 걸작 베낀 ‘짝퉁 그림’ 고가에 경매된 사연

    미술 걸작 베낀 ‘짝퉁 그림’ 고가에 경매된 사연

    미술품 감정 전문가들도 감쪽같이 속이는 위작(僞作·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내 똑같이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 나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에 판매됐다. 최근 영국 경매업체 웨브스 오브 윌튼 측은 “위작 화가로 명성을 떨친 에릭 햅본의 그림 237점이 경매에 나와 총 5만 1000파운드(약 87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간단한 연필 스케치부터 유화 그림까지 다양한 위작들이 고가에 낙찰된 것은 햅본이 '위작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지난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생전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베낀 1000여점의 위작을 남겼다. 특히 그는 지난 1996년 자신의 위작 사실과 위조 방법들을 세간에 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로마 길거리에서 의문의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61세 때로 미술계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미술품 위조 전문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평했다.  옥션 관계자 사이먼 윙게트는 “햄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위작 화가 중 한 명” 이라면서 "세계 유명 미술관 여기저기에 지금도 햅본이 그린 많은 위작이 진짜처럼 버젓이 걸려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햅본은 위작자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창작 화가로서도 그의 재능은 위대했다” 면서 "이번 경매에서도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순식간에 모든 작품이 팔려나갔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절제된 면의 분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절제된 면의 분할

    시커멓게 변색된 손가락 마디마디에 두드러진 굳은살. 인도 어느 구도자의 맨발인 듯, 산골 처녀의 민낯인 듯 화폭 속 긴장감 넘치는 선의 흔적과는 또 다르게 마냥 둔탁해 보인다. 손가락 자체가 작품의 진정성을 대변한다. 자연 풍광을 추상적으로 그려 내는 박영남(65) 국민대 회화과 교수는 캔버스와 팔레트를 구분 짓지 않는다. 붓을 쥐지도 않는다. 그림물감을 짜내 섞기 위한 팔레트 없이 곧바로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은 뒤 붓 대신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그림을 그려 나간다. 물감은 금세 굳어 버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른 속도로 이어진다. 순간의 직관으로 그리기에 군더더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절제된 면의 분할이 화폭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81년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아 떠난 미국 유학길은 늘 가난에 쪼들린 삶이었죠. 집값이 폭등하기 전이라 근근이 학비를 내고 생활을 이어 갈 정도였어요. 물감과 캔버스를 넉넉하게 살 돈이 없어 아끼고 또 아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작업하게 됐죠.”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작가는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5000달러를 가지고 미술용품 가게로 달려가 물감을 잔뜩 쓸어 담았다. 집으로 돌아와 물감을 마음껏 손에 쥐고 문지르던 순간의 쾌감은 이후 30년간 계속된 손가락 작업의 단초가 됐다. 1984년 귀국 이후 심상을 색채의 대비 효과와 빛의 깊이에 담은 서정적 추상회화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해 갔다. 작가는 자연조명 아래에서 작업하기를 고집한다. 중요한 이미지로 차용해 온 흑과 백의 색채는 인공적인 형광등 불빛보다 자연광 아래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물감을 여러 겹으로 덧칠한 색색의 단층은 달빛을 머금은 듯 몽환적 정서를 선사한다. 그는 14번째 개인전을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선 1990년 시작된 ‘자기 복제’(Self Replica) 연작인 ‘블랙 앤 화이트’를 비롯해 10호 크기의 캔버스에 그린 채색 작업 100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빅 애플’ 등을 선보인다. 작가는 물감이 마르는 속도를 조율하면서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간다. “물감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과정입니다. 색채를 선으로 나누며 화면을 분할하는 그리드(grid)는 작업의 또 다른 축이죠. 미술계 7년 후배인 오치균 작가 역시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추상이 아닌 구상이란 점에서 관람객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한 면이 있죠.” 작가는 자신의 그림들을 놓고 “내 작품을 복제했다”고 설명했다.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이 진화돼 나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품들은 일렬로 혹은 직사각형 형태로 재배치됐다. 이번 개인전에선 1995년 오스트리아 수도원 공방에서 체류하며 배운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활용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세기 최고 ‘위작 화가’ 작품 237점 경매 나온다

    20세기 최고 ‘위작 화가’ 작품 237점 경매 나온다

    미술품 감정 전문가들도 감쪽같이 속이는 위작(僞作)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 최근 영국 경매업체 웨브스 오브 윌튼 측은 "위작 화가로 명성을 떨친 에릭 햅본의 그림 237점이 이번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작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내 똑같이 그리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같은 위작들이 진짜 작품과 구별하기 힘들만큼 너무나 똑같아 각종 사기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햅본의 경우 빼어난 위작 실력으로 위작도 가치가 있다는 논쟁을 미술계에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세계 유명 미술관 여기저기에 지금도 햅본이 그린 많은 위작이 진짜처럼 버젓이 걸려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 지난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생전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베낀 1000여점의 위작을 남겼다. 특히 지난 1996년 자신의 위작 사실과 위조 방법들을 세간에 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로마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61세 때로 미술계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미술품 위조 전문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평했다. 옥션 관계자 사이먼 윙게트는 "햄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위작 화가 중 한 명" 이라면서 "위작자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창작 화가로서도 그의 재능은 위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천연재료를 사용해 르네상스 시대를 화폭에 구현해 냈다" 면서 "그러나 결정적으로 햅본은 거장들의 서명 만은 위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과장님~ 전시회 공짜 관람하고 저렴하게 명화 사세요

    김과장님~ 전시회 공짜 관람하고 저렴하게 명화 사세요

    “150만원짜리 그림 한 점만 팔린 날도 있어요. 열흘 넘는 전체 전시 기간의 1억원 안팎 임대료를 생각하면 큰 손해를 본 셈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매년 평균 7억원의 매출과 300여점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적자는 면했습니다.”(고윤정 마니프 전시실장) 1995년 아트페어의 형식으로 막을 올린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이 전시가 추구해 온 미술품 대중화와 가격 정찰제가 우리 미술계에 얼마나 뿌리내렸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윤정 전시실장은 “초대받은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치·운영하는 군집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0년 전부터 ‘김과장~’이란 부제를 달아 미술품 대중화에 방점을 찍어 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지금까지 2000여명의 중견·신진 작가들이 거쳐 갔다. 이번에도 부스마다 10호(1호는 우편엽서 1장 크기) 이내의 드로잉 소품부터 100호 이상의 대작까지 두루 설치돼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와 깊이를 가늠하도록 배려했다. 또 대형 아트페어와 달리 부스마다 작가들이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직접 관람객을 만나 제작 과정과 주제를 들려준다. 국내외 작가 108명이 참여해 회화와 조각, 공예, 설치, 미디어 등 15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올해 행사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2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별세한 김흥수 화백을 비롯해 권옥연·이두식·박승규 등 작고 작가 4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기획-메모리전’도 마련됐다. 중국 작가 12명이 참여하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전’, 원로작가의 소품과 중견 작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100만원 소품 특별전’도 열린다. 과장 명함을 소지한 관람객과 직계 가족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일반 6000원, 학생 5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짝수해인 올해 전국 각지에서 5개의 대형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면서 ‘비엔날레 피로증후군’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크고 작은 미술행사까지 가세한 탓에 ‘비엔날레 공화국’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정작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행사도 한둘이 아닌 데다, 대다수 비엔날레의 수준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를 받는 전국의 5대 비엔날레가 거의 같은 시기에 봇물을 이뤄 ‘그들만의 잔치’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연미술에 초점을 맞춘 제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일찌감치 지난 8월 말 개막해 충남 공주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종합비엔날레로 불리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와 제8회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4일과 20일 각각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또 ‘사진의 기억’과 ‘달그림자’를 주제로 한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지난 12일과 25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비엔날레는 오는 11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여기에 격년제 예술행사로 지난 2일 개막한 제8회 미디어시티서울이 열리고 있고, 오는 11월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모색하는 대전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4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코리아전북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평창비엔날레 등 다른 행사들까지 합하면 국내에서는 연중 비엔날레가 끊이지 않는다. 격년제 미술제인 비엔날레는 국내의 경우 전국적으로 10여개로 추산된다. 비엔날레라는 이름까지 붙진 않았으나 비슷한 형태의 ‘미술제’나 ‘미디어 아트’ 등을 합하면 20개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2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 과잉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름만 그럴 듯할 뿐 외국 작가 몇 명의 작품을 들여와 비엔날레라고 부르는 적지 않은 행사들에 미술계의 경계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판을 벌여놨으나 신통치 않은 결과에 실망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존재감이 없어진 행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중반 개막해 2010년 문을 닫은 인천여성비엔날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행사는 3만명 안팎의 관람객을 모으다 국비지원이 끊긴 직후 자취를 감췄다. 운영 미숙과 예산 부족, 입장객 부풀리기 등은 이들 비엔날레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대다수 지자체 수장들이 공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행사를 주도하면서 정부에 터무니없는 국고보조금을 요구하거나 산하 재단이나 조직위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수십만명의 입장객이 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1명의 유료 입장객이 통합권을 이용해 세 곳의 각기 다른 전시장을 돌아볼 경우 이를 3명의 유료 입장객으로 중복 집계하거나 해수욕장에서 부설 전람회를 열고 해변을 찾는 피서객을 모두 입장객으로 산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갈수록 떨어지거나 정체되는 비엔날레의 작품 수준은 피로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관람객 숫자가 예전만 못한 까닭은 광주나 부산과 같은 대형 종합비엔날레조차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좁은 땅에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가 존재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운한 맛이 없다”는 비판은 한창 진행 중인 5대 비엔날레에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광주비엔날레는 비교적 주제가 명확하게 표현됐으나 아쉬움이 남고, 부산비엔날레는 다소 난해하며 방향성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진일보한 움직임을 찾기 힘들고,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년 전의 이정표가 올해도 그대로 방치돼 있을 만큼 불친절한 전시라고 평가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장기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위탁해 현재 진행중인 5대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3월 보고서가 완성되면, 국고 보조금 결정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국내 비엔날레들은 뚜렷한 목적성 없이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작지만 알찬 미술축제를 이어가는 폴란드 그단스크시의 사례처럼 비엔날레를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여는 국내 지자체들은 각 지역에 걸맞은 예술행사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해방 공간에서도 미술전 열렸다

    해방 공간에서도 미술전 열렸다

    1945년 해방 이후 척박한 국내 미술계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김달진미술연구소가 한국미술사 관련 자료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 펴낸 ‘한국미술 전시자료집 Ⅰ1945∼1969’는 이 같은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연구소는 1940년대 196건이던 전시가 1950년대 522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1960년대 들어 906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미술 기초자료 사업의 일환으로 20여년간의 기록을 집대성해 만든 책에는 중국계 미국인 화가인 동킹만이 1954년 세계일주 중 한국을 방문해 당시 미 문화원에서 연 ‘수채화작품전’의 전시 정보와 사진 등이 처음으로 실렸다. 이 전시는 해방 이후 외국인 작가가 직접 내한해 개최한 최초의 해외작가전으로 기록됐다. 1945년 해방공간에서 열린 첫 전시는 전주에서 열린 동광미술전람회로 판단된다. 정확한 일자는 알 수 없지만 배형식, 소병호, 허은 등 동광미술연구소 회원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해방공간은 정치적 성격의 전시들로 넘쳐났다. 그해 10월 경주박물관에선 ‘미군진주환영기념미술전’이 경주예술가협회 주최로 열렸다. 손수택, 김만술, 최기석 등 미술가와 유장열, 이호성 등 음악가, 박목월 등 문학가들이 대거 참여한 전시에는 엄청난 숫자의 미술품들이 출품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해 10월 열흘 동안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해방기념문화대축전미술전람회’에는 조선미술건설본부 회원 등 97명이 132점을 출품했다. 조선미술동맹은 11월 서울 YMCA에서 ‘러시아혁명기념 만화전’을, 12월에는 종로 네거리에서 ‘반파쇼 가두전람회’를 열었다. 자료집은 또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1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사진부장이던 에드워드 슈타이겐의 기획으로 열린 한국전쟁 사진전 ‘한국: 전쟁의 충격전’의 전시 정보도 수록했다. 김달진 소장은 “당시 한국전쟁 사진전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사진들이 너무 참혹해 흥행에는 실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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