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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갤러리들의 ‘차세대 K작가’ 찾기 활발…해외 진출, 시장성 확대 주목

    해외 갤러리들의 ‘차세대 K작가’ 찾기 활발…해외 진출, 시장성 확대 주목

    최근 서울에 진출한 해외 메가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개인전, 그룹전을 동시다발적으로 열며 ‘K작가 새 얼굴 찾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블루칩 작가에서 촉발된 관심이 차세대 젊은 작가로 확장되며 이들의 해외 진출과 시장성 확대로도 활발히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오는 3월 13일까지 인물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한국 작가 8인의 그룹전을 연다.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글로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 9일까지 한국 작가 그룹전 ‘노스탤릭즈 온 리얼리티’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리만머핀 서울은 한국·한국계 작가 4인의 작업을 모은 그룹전을 마련했다. 모두 ‘K작가’를 살피고 소개하기 위한 기획이다. 이들 전시는 모두 외부 큐레이터와의 작업으로, 갤러리 내부가 아닌 ‘외부의 시선’을 다룬다는 특징도 지닌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맹지영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김정욱, 김진희, 류노아, 박광수, 서용선, 이우성, 이재헌, 정수정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을 모았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비엔날레, 비영리 예술공간 기획 이력이 있는 김성우 큐레이터 주도로 제시 천, 정유진, 권용주, 이해민선, 남화연, 양유연 등 작가 6인의 신작을 두루 소개했다. 양 작가를 제외하고는 상업 갤러리에서 선보인 적 없는 이들의 작업이라 신선한 감각과 다채로운 시선이 눈에 띈다. 유귀미, 현남, 켄건민, 임미애 작가의 신작을 모은 리만머핀 서울의 ‘원더랜드’전도 엄태근 게스트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꾸려졌다.김해나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전시팀장은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며 유럽 미술계와 한국 미술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려는 것이 서울에 갤러리를 낸 가장 큰 이유”라며 “지난해에는 자체 기획이었다면 올해는 외부 큐레이터 기획으로 동시대 미술 지형을 이루고 있는 국내 작가들을 좀 더 새롭고 흥미롭게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디렉터도 “전속 작가가 아니어도 한국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외부 큐레이터와의 작업으로 갤러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작가들을 발견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며 “해외 본사 전시팀들도 이를 주목해보기 때문에 차세대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나 시장성 확대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페로탕 서울도 올해 첫 전시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상남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형태’를 열어 작가가 40년 화업 인생에서 길어올린 독창적인 추상 언어를 조명한다.올해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현지 해외 갤러리들의 ‘러브콜’을 받는 한국 작가들의 해외 전시도 활발하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현대미술 갤러리로 2022년 서울에 진출한 페레스프로젝트는 최근 베를린 갤러리에서 이근민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예림에 이어 연이어 젊은 한국 작가를 유럽 미술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조은혜 페레스프로젝트 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2019년 아트부산에 참여하면서 한국 미술 시장과 차세대 작가들에 주목해 왔다”며 “협업할 작가를 선정할 때는 작가 고유의 개성과 메시지가 흥미로운지, 많은 관객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타데우스 로팍도 지난해 전속 작가로 영입한 제이디 차, 정희민 작가의 유럽 개인전을 잇달아 연다. 제이디 차는 오는 4월 프랑스 파리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정희민 작가는 6월 영국 런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각각 첫 개인전을 가진다. 최근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화제를 모은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작가는 3월 리만머핀 뉴욕 갤러리에서 열리는 ‘인 포커스’ 프레젠테이션에서 작업을 선보이고 4월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본 전시 작가로 참여한다.
  • ‘일상이 예술로’… 광주시, 시민 체감형 문화정책 편다

    ‘일상이 예술로’… 광주시, 시민 체감형 문화정책 편다

    광주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 등 올해 시민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정책을 추진, ‘일상이 예술이 되는 문화중심 기회도시’ 구축에 나선다. 광주시는 민선8기 4대 문화적 가치인 ‘포용·공감·창의·행복’ 실현을 위해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성공 개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와 광주공원 청춘문화 누리터 운영 등을 통해 시민이 체감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정책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로 ‘국제적 시각예술도시’ 도약 추진 올해로 창설 30주년을 맞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동시대의 울림’을 주제로 기후변화, 거주 위기, 소수자 문제 등 인류공동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판소리라는 지역 특유의 문화를 적극 활용해 세계적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 비엔날레에선 30여 개국이 참여하는 20여 개 파빌리온을 광주 전역에 설치해 광주도심을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확장하고, 개별 국가의 파빌리온을 문화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지역 작가의 비엔날레 참여를 위한 ‘광주 파빌리온’도 운영한다. 청년 작가부터 원로작가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의 비엔날레 참여를 통해 광주 미술을 조명하고 광주미술을 국제 무대에 선보인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의 성공 개최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차지하는 영향력과 상징성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적 시각미술 도시로 발전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짝수년도 9월에 개최되어 왔으나, 코로나로 인해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애초 2020년 9월에서 2021년 4월로 순연되었으며, 이후 제14회 광주비엔날레도 그 여파로 인해 2023년 4월에 열렸다. 따라서 이번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통상적으로 짝수년도 9월에 열렸던 광주비엔날레의 개최 일정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 추진 지역 미술계의 숙원 사업인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해 중앙부처, 국회 등과 긴밀한 협력을 구축한다. 동구 지산동 신양파크호텔 부지 등을 활용해 총사업비 800억원 규모로 추진할 예정인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은 현대 미술작품의 수집과 보존·전시, 관련 연구, 창·제작, 국제미술교류 촉진 등 지역 미술 분야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등산권역 역사·생태·문화자원과 연계해 일반회화부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융복합 미술작품까지 선보여 시민이 즐겨 찾는 문화 상징물로 건립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의 성공적 유치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국제 시각미술도시 광주’의 3각 축을 조성할 방침이다.▲ 광주공원 청춘문화 누리터 운영 광주시는 광주공원 앞 주차장을 활용한 ‘청춘문화 누리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희경루, 광주향교, 광주공원,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등 주변의 문화·역사적 자원과 가치를 바탕으로 시민과 예술인이 만들고 참여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오는 5월부터 주말에 운영한다. 아울러 연차별 사업을 통해 광주공원 앞 주차장을 문화광장으로 조성해 충장로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사직동·양림동으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거점으로 조성한다. 광주공원의 역사와 장소성을 기반으로 희경루, 향교, 사직동, 양림동에 이르는 문화마실길을 조성하고 광주공원 신사계단을 미디어아트로 다채롭게 표출한다. ◇ 일상에서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 지원 강화 지역의 역량 있는 문화예술인, 단체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문화예술 민간단체 통합보조금’은 3개 분야 10개 장르에 걸쳐 총 29억9600만원을 지원한다. 특히 광주FC 홈개막전 등 주요 행사에 통합공모로 선정된 단체의 공연 등이 선보일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인 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현장 중심의 예술인 복지 지원을 위한 예술인 소통센터 운영 등 예술인의 안정적 창·제작 지원도 지속해 강화할 예정이다. 또, 지역미술시장 발전을 선도하는 광주국제미술전람회는 신진 청년작가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지역 미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시 사무국 체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작가-갤러리-컬렉터 간 상시적 연결 고리를 조성하고 지역 작가의 안정적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등 아트페어의 사업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인예술시장, 예술의 거리, 프린지페스티벌, 아트피크닉 등 광주지역 대표 문화행사는 시민이 주인공으로 적극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광주비엔날레 등 국제적 문화행사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의 생활문화자원을 토대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공간을 조성하는 ‘생활문화 아트벙커’도 올해 20여 곳을 조성한다. 일상에서 시민들이 다채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 시민 간 지역공동체 유대감을 강화하고 동네별 차별화된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일상의 삶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 ‘차별성’ 강화 광주송정역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한 광주 대표 관문으로 바뀐다.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5권역(광주송정역) 조성사업으로, 광주송정역 일원에 사람과 예술, 문화가 교차하고 번영하는 역동적 융합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인다. 미디어아트에 기반한 영상 이미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폭포’와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제작·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 융·복합 창작지원센터’를 구축한다. 미디어아트 폭포는 유동인구가 많고 사업의 효과성이 뛰어난 최적의 장소를 확정해 ‘미디어아트로 표현되는 폭포’로 이색적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기술 융·복합 창작지원센터’는 유네스코미디어아트플랫폼 및 광주첨단실감콘텐츠큐브 등과 협업을 통해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 미디어아트 창·제작의 산실로 육성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한 유네스코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이 광주송정역 조성사업을 끝으로 마무리되면 디지털아트랩, 신기술 융·복합 창작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아트 창·제작 기반을 조성하고 영상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국내 대표 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 고독 속 ‘절규’마저 찬란하게… 뭉크가 건넨 ‘위로’를 만난다

    고독 속 ‘절규’마저 찬란하게… 뭉크가 건넨 ‘위로’를 만난다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생애 전체와 예술 세계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처음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드바르 뭉크: 절규를 넘어서(Beyond the Scream)’다.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 아이콘이 된 그의 대표작 ‘절규’를 넘어 뭉크의 화업 인생 초기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아우르는 140여점의 회화와 채색 판화, 드로잉 등으로 촘촘히 채워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 유명 미술관 소장품뿐 아니라 개인 컬렉터들이 품고 있던 작품도 하나하나 공들여 설득해 국내 관람객에게 대거 소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귀한 자리다. 서울신문은 전시를 앞두고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우정아 포스텍 교수,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 등 3명의 전문가에게 뭉크의 작품이 현대인에게 주는 울림,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 봐야 할 그의 주요작, 다른 화가와 차별화되는 뭉크의 개성, 미술사에 뭉크가 남긴 영향 등을 묻고 공유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 사회는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가 맡았다.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아트스페이스호화에서 만난 이들 전문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뭉크의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는 국내 첫 전시로 이렇게 방대한 뭉크 작품을 노르웨이 밖의 한자리에서 볼 기회는 드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뭉크가 겪고 작품으로 극복해 낸 ‘사랑과 죽음’은 극단적인 개인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이를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에 뭉크의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수많은 ‘금쪽이’들에게도 희망과 치유의 힘을 전파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오늘날 관람객’에게 뭉크의 작품이 주는 울림은 무엇인가. 우정아 뭉크는 개인적으로 겪은 큰 비극이 너무도 많다. 어머니와 누나를 일찍 잃고 아버지에겐 정신적 학대를 당한다. 자신도 병약해 죽음에 대한 공포, 삶에 대한 좌절에 늘 끌려다녔다. 여든이 넘게 살며 마지막이 돼서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안식, 위안을 준다. 이에 많은 국내 관람객들이 다양한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전시에 대한 기대가 특히 크다. 양정무 뭉크가 마음을 파고든 순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스페인 독감에 걸렸을 때와 걸린 이후를 그린 그림이 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투병과 격리 속 힘겨웠던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 병을 극복하고 화폭 가득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에서는 ‘극복에 대한 희망’이 움튼다. 우리가 미술계에서 주로 말하는 ‘빅네임’으로는 반 고흐, 피카소 등이 있지만 인간의 심리를 화면에 그린 화가를 얘기할 땐 뭉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요즘 현대미술이 작가 자신의 심리와 삶, 정체성을 어떻게 그림이나 매체에 녹여내는지에 집중하는데 뭉크는 이를 혁신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삶의 그림자도 얼마나 찬란할 수 있는지 보여 준 화가다. 고독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로도 독보적이라 현대인의 삶, 정서와 교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미경 뭉크는 어머니로부터 결핵을, 아버지로부터는 정신병을 물려받았다고 얘기해 왔다.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동시에 컸다는 얘기다. 뭉크가 그런 고통과 이에 대한 극복을 동시에 녹여낸 그림으로 스스로를 결국엔 치유했듯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도 그의 작품에서 ‘집단 치유의 힘’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전시에는 140여점이 소개된다. 뭉크 작품의 특징과 그가 미술사에 남긴 의미는. 우정아 뭉크는 ‘절규’ 하나만 알고 있어도 어디서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특징이 있다. ‘딱 봐도 뭉크, 멀리서 봐도 뭉크’라는 건 화가로서 굉장한 재능이다. 인물의 표정은 공허하고, 얼굴은 해골 같고, 눈동자는 흐릿한데 원색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학생 시절부터 말기까지 그린 그림이 고루 나오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그린 건가’ 싶을 정도의 작품도 여럿이다. ‘독일 표현주의 선구자’라는 수식어처럼 파리를 오가며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고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개발한 부분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양정무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전시가 고흐와 뭉크의 2인전이었다. 두 사람의 작품을 하나씩 짝지어 놨는데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진 못했지만 고흐의 혁신성을 받아들인 첫 번째 중요한 세대의 화가가 뭉크라고 판단된다. 고흐보다 10살 아래인 뭉크는 고흐의 작품에서 유사한 구도와 색감, 정서와 감정의 표출을 습득했을 거다. 좀더 강렬하게 풀어놓았다. ‘절규’, ‘병든 아이’, ‘키스’ 등의 작품을 보면 확실히 화면의 자율성이나 색채감을 광범위하게 표출하는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는 1895년 독일 베를린 전시에서 ‘뭉크 스캔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첨단 화풍을 시도해 베를린 작가들을 자극하며 독일 표현주의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베를린 전시는 뭉크를 미술사에 안착시킨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출품작을 보며 감탄했다고 했는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 봤으면 하는 수작은. 양정무 뭉크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전시엔 1882년 그가 20대가 되기 전 그린 자화상도 있고, 죽기 한 해 전인 1943년 그린 자화상도 나온다. 인생의 초입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지 고민한 작가라는 걸 알 수 있다. 젊을 땐 키도 크고 훤칠하지만 어두운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반면 말년에는 행복한 면모가 드러난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생애 중요한 순간마다 그렸던 중요한 작품을 다수 볼 수 있다. ‘브로치’란 작품도 있는데, 뭉크가 스무살 차이에도 깊은 관계를 맺었던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에바 무도치의 이미지를 담은 판화다. 전시의 한 섹션은 ‘욕망과 사랑’, ‘전쟁 같은 사랑’으로 구성할 만한 리스트다. 우정아 자화상이 많다는 건 화가가 그만큼 끊임없이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생클루의 밤’이 온다는 데 놀랐다. 미술관 소장품이 아니라 노르웨이 유력 인사들을 여럿 거친 작품인데 그가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던 파리 근교 생클루에 짧게 체류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어두운 밤 창가에 한 신사가 앉아 있는데 그가 아버지인지 뭉크 자신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뭉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줬고 고통의 근원이 된 아버지에 대한 상실과 애도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누구나 자신이 겪었을 상실을 이 그림을 통해 감정이입할 수 있는데 평소 보기 힘든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이미경 ‘아픈 아이’도 8점가량 오는데 화가가 15살에 누이의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1927년 환갑이 된 나이까지 계속 변주해 그렸다. 아팠던 누이 앞으로 불어오는 바람 등에 담긴 쓸쓸함과 슬픔 등 멜랑콜리한 정서와 감정이 곳곳에 담겨 있는 작품으로 신경 써서 봐 주셨으면 한다. 우정아 세기말적 정서가 강렬한 작품도 여럿 온다. 이미경 ‘뱀파이어’, ‘키스’, ‘마돈나’ 등을 원톱으로 꼽을 수 있다. 양정무 클림트의 ‘키스’도 유명하지만 구석진 곳에서 남녀가 부둥켜 안고 있는 뭉크의 ‘키스’는 세기말적 정서가 그대로 드러난다. 우정아 사랑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뭔가 불길하다(웃음).-뭉크가 집중했던 ‘채색 판화’도 다수 출품되는데. 양정무 뭉크의 채색 판화는 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세계로, 작가가 가장 열중한 장르이기도 하다. 주요 대표작이 완성될 무렵인 1894년 이후 판화로 넘어가 몰입했는데 작품을 그대로 판화로 옮긴 것도 있지만 그림 속 일부나 세부를 더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특히 이번에 8점이 오는 ‘마돈나’는 작품을 쭉 나열해 보면 다 다르다. 찍어 낸 시기도 다르지만 회화에 담으려 했던 메시지를 변형시키거나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병든 아이’도 중요한 작품인데, 아이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 자기 작품에 대한 ‘보급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판화를 자신의 작품을 확대, 재평가하려는 매체로 활용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뭉크의 판화는 아카이브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작품 세계를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시각 이미지 면에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미경 일부 관람객은 판화가 오면 실망할 수 있지만 뭉크에게 판화는 굉장히 중요한 매체다. 서른한 살 무렵 정점을 찍는 작품들을 내면서 판화로 넘어가 이를 아끼고 새로운 장르로 생각하며 많은 도전을 했다. 이는 그가 판화를 유화만큼 중요하게 여겼다는 증거다. 판화라면 폄훼하는 기존의 시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우정아 뭉크에겐 판화 고유의 색채나 표면의 질감, 촉각적 효과 등 모든 것이 내면을 표현하는 데 중요했다. 유화 ‘절규’가 2012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300억원에 팔리는 기록을 낸 바 있는데, 이렇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유화, 파스텔 버전이지만 그는 강박적으로 그린다고 할 정도로 같은 작품을 반복해 그리고 그림이 팔리면 슬퍼하며 사 간 사람에게 다시 빌려오거나 달라고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선 이렇듯 같은 주제의 작품을 다채롭게 변주했던 그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다른 화가와 차별화되는 뭉크만의 독보적 개성은 무엇인가. 이미경 그는 19세기를 정의했고 20세기의 방향을 제시한 작가다. ‘마돈나’, ‘뱀파이어’ 등으로는 여성의 팜파탈 이미지를 재해석해 19세기 말 남성들이 느낀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회화적으로 잘 보여 주기도 했다. 양정무 자꾸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니까 자신이 얘기해 버린다. 눈에 들어온 정보를 그리는 게 아니라 봤던 것들을 기억으로 재생산해 그린다고. 심리적인 그림, 정서적인 그림, 치유적인 그림으로 자기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20세기 미술사 대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화가임은 분명하다. 우정아 우리는 반 고흐, 잭슨 폴록, 바스키아 등 정신질환, 아픔이 있는 작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지만 뭉크는 아픔이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이고, 자신의 정신세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창출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깊이 보게 하는 화가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고통의 기억을 계속 그리는 건 상처를 계속 파 보며 화가이자 개인으로서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성찰해 보는 것으로,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나의 내면, 뒤틀린 내면을 이미지로 표출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 준 화가를 깊이 들여다봤으면 한다.
  • 4월 베네치아에 ‘K미술 지형도’ 펼쳐진다

    4월 베네치아에 ‘K미술 지형도’ 펼쳐진다

    오는 4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동시대 ‘K미술의 지형도’가 펼쳐진다. 4월 17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에서 한국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과 주요 재단, 민간 갤러리, 예술가 단체 등 7개 기관이 우리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릴 전시를 앞다퉈 연다. 아르코미술관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개관 전시와는 별도로 1995년 첫 한국관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의 당시 전시작,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 등 80여점을 망라한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로 지난 30년간 ‘K미술의 최전선’을 조망하게 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전시명은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고 백남준의 예술 철학에 상상력을 더해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 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12세기 중세 건축물인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올해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주인공은 구정아 작가다. 전 세계 미술계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그는 개인전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를 통해 향기, 기억 등을 활용한 한반도의 무형적 지도를 전 세계 관객과 함께 그릴 계획이다. 최근 리만머핀과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가 되며 주목받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은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는 전 세계 미술가 332명(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한솔문화재단의 4개 병행 전시도 현지에서 본전시 기간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을 열어 광주 정신을 되새기며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체 미래를 그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광주 공동체를 기리는 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을 선보이며 그간 지향해 온 가치를 알린다. 한강 작가가 현지 대학생들에게 광주, 인권, 민주에 대해 강연하는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우리 추상 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 특별전으로 최근 미술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그의 첫 유럽 개인전을 선보인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협업한 것으로 유명한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 그가 한국의 자연에 몰두하며 작품 활동의 절정기를 이룬 1960~1970년대 작품을 대거 소개한다. 김인혜 큐레이터는 “한국의 단색화 세대 이전에 서양 회화의 언어를 쓰면서 한국의 숭엄한 자연을 표현하고 강렬한 원색을 과감히 배치한 작가가 있었다는 걸 서구 관람객에게 다시금 제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동양의 철학과 서양의 기법이 어우러진 독창적 작품 세계를 일군 이성자의 대표작 20여점을 모아 소개한다. 한솔문화재단은 우리 전통 풍습인 달집태우기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깊이 성찰한 이배 작가의 ‘달집태우기’ 전시로 세계인에게 여백의 미학을 알린다. 고 신성희 작가의 회화 연작을 내세운 갤러리현대와 다국적 작가 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의 프로젝트도 ‘K미술 전시’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더한다.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비엔날레는 1895년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 축제로 미술전과 건축전이 격년마다 번갈아 열린다.
  • 국립현대미술관, 해외 작품 구입 늘린다…“근대기 수작 눈여겨볼 것”

    국립현대미술관, 해외 작품 구입 늘린다…“근대기 수작 눈여겨볼 것”

    전체 소장품의 90% 이상을 국내 작품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앞으로 해외 작품 구매를 늘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9일 ‘2024~2026년 중기 운영 방향과 주요 사업 계획’을 공개하며 전체 소장품 구입 예산의 20%는 해외 작품 구입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관의 전체 소장품 규모는 1만 1500여점에 이른다. 한국 미술사 정립을 위한 작품 수집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면서 이가운데 90% 이상이 국내 작가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해외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8.5% 수준으로 앞으로 향후 3년간 이를 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성희 관장은 “세계 미술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수준 높은 소장품 보유 여부가 중요한데 현재 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예산은 47억원 규모로 해외 미술품을 수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활로를 개척해나가기 위해 후원회와 협력해 해외 미술 수집을 위한 후원을 유도하고 특별예산을 받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미화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동시대 작품을 막대한 예산을 주고 살 수는 없고, 근대 시기 해외 수작이 나오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전시에서는 특히 포스트휴먼, 인공지능(AI), 주거 등 동시대와 긴밀히 호흡하는 주제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AI가 사회와 예술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고 기술과 인간의 공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 국내외 작가 15인이 포스트휴먼 시대에 비인간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가 대표적이다. 아파트로 뒤덮인 한국에서 ‘또 다른 삶터’를 제시했던 건축가 승효상, 임태병, 조병수, 최욱 등의 집을 통해 현재의 건축과 주거 문화로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퍼포밍 홈: 대한적 삶을 위한 집’도 눈길을 끈다. 김 관장은 “해외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모다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3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의 창조적 DNA를 발굴하고 성장시켜 이를 세계 미술사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초심을 현실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장애·돌봄 등 전시로 발굴… 지속가능한 미술관 그려요”

    “장애·돌봄 등 전시로 발굴… 지속가능한 미술관 그려요”

    작가 재평가 등 미술 생태계 키워다양한 예술가와 네트워크 강점올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맡아글로벌 관계망 확장·비전 보일것 “신진 작가들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포착해 예술 현장과 관람객, 제도 간 가교 구실을 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전시, 프로그램 기획 등에 다양성,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미술 생태계 순환에 이바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은 아르코미술관의 수장 임근혜(53) 관장은 미술관의 ‘반세기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은 전시할 곳이 극도로 부족했던 1974년 미술회관으로 출발했다. 이후 1979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로 신축 이전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미술관은 이렇게 젊은 예술가, 미술 단체 등에 전시 공간을 내주며 한국 미술의 생태계를 키워 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신세계 흐름전,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중견작가 기획 초대전 등을 통해 미술계의 실험적 행보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미술관 집무실에서 만난 임 관장은 “예산이 적어 값비싼 소장품을 보유하거나 대규모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열기는 어렵지만 문화예술위 산하 기관으로 쌓아 온 다양한 장르 예술가와의 네트워크가 가장 좋은 자산이라 판단했다”며 “이를 활용해 당대 사회나 미술 현장에서 가장 첨예하게 떠오르는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풍성하게 스토리텔링해 전시나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관람객과 교감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팬데믹으로 고립 위기에 처한 이들에 주목하며 공동체, 돌봄, 연대의 가치를 주목하게 한 전시(‘일시적 개입’)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물리적 제약이 생기거나 신체적 한계 등으로 이동권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관심을 환기한 전시(‘투유, 당신의 방향’) 등이 대표적 예다.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 ‘배리어프리 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는 것도 예술 생태계를 가꿔 가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5월에는 전시 기간을 3개월 2주 이상 운영하고 운송·이동에 드는 탄소발자국을 최대한 절감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속 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을 발표했다. 또 이를 실제 전시에 구현하면서 인쇄물은 전년 대비 60% 감축, 전시 기물은 전년 대비 90% 재활용하는 등의 성과를 낳았다. 올해는 오는 4월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해라 아르코미술관으로서는 더 각별하다. 그간 문화예술위 국제교류부가 주관하던 한국관 운영을 올해부터 미술관 측이 맡게 됐기 때문이다. 임 관장은 “구정아 작가가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가운데 1995년부터 30주년을 함께해 온 작가들을 초대해 이들의 최근 작업을 보여 줄 예정”이라며 “그간 미술관에서 쌓아 온 다제 간 협업,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하우를 활용해 한국 미술의 글로벌 관계망을 확장하고 차세대 미술인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 미술 전시가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 임 관장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이 글로벌 시민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비전을 만들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젊은 작가들이 같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계의 다양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제 몫을 하고, 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 뭉크 등 미술계 거장부터 클래식계 별들까지… 예술 축제 쏟아진다[2024 주목 문화계]

    뭉크 등 미술계 거장부터 클래식계 별들까지… 예술 축제 쏟아진다[2024 주목 문화계]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절규’를 탄생시킨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를 비롯한 국내외 현대미술 거장들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가 연중 내내 펼쳐진다. 런던 심포니는 새 상임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와의 합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고 사이먼 래틀과 조성진, 파보 예르비와 임윤찬의 조합이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새해 주목할 주요 전시와 공연을 미리 소개한다. 한가람미술관, 5월 뭉크展… 미공개 개인 소장품도 선봬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사랑과 희열, 불안과 절망, 죽음 등 인간 삶과 감정의 본질을 꿰뚫은 뭉크의 예술 여정을 95점의 유화와 판화 등으로 조망하는 특별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열린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뿐 아니라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까지 모아 급진적 실험을 통해 피카소, 잭슨 폴록 등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뭉크 작품의 매혹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디터 부흐하르트 큐레이터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절규’를 넘어 ‘뱀파이어’, ‘마돈나’ 등 그의 대표작 가운데 다양한 버전의 채색 판화를 다수 선보이는 등 시대를 앞섰던 뭉크의 예술적 유산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세계적 설치작가부터 현대사진 거장까지… 대형 전시 즐비 현대미술계 스타들의 전시도 각축전을 벌인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리움미술관은 오는 2월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 온 세계적 설치작가 필립 파레노 개인전을 역대 최대 규모로 연다. 호암미술관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파스텔의 마법사’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을 9월 국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전시장 벽에 직접 그려지는 대형 파스텔 벽화 4점 등 다수의 신작으로 몰입감을 높인다.과학을 접목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9월 리움), 한국 대표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8월 아트선재센터)도 기대를 모은다. 국제갤러리는 도서관, 박물관, 극장 등을 정밀한 구도와 깊이로 담아 온 독일의 현대사진 거장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5월)을 6년 만에 연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보수 중이던 건축물을 다시 찾아 전 인류적 시련을 ‘회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업한 신작들이 핵심이다. 올해는 특히 ‘여성’을 화두로 내세운 전시가 두드러진다. 불교미술에서 여성 존재의 의미, 이들의 염원과 고뇌, 공헌을 성찰하는 리움미술관 기획전 ‘여성과 불교’(3월)가 대표적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영국 박물관 등 세계 불교미술 명품들이 두루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개인전(4월)을 마련한다. 9월에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예술을 압축한 국제 기획전 ‘아시아 여성 미술가’를 선보인다. 다나카 아쓰코, 사사모토 아키, 인 시우전, 파시타 아바드, 홍이현숙 등 여성 작가 20~30여명의 작품을 망라한다.안토니오 파파노·런던 심포니, 본지 120주년 무대 선다 클래식에서도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10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안토니오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대표적이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기념해 창단 120주년을 맞은 런던 심포니를 초청한 것이다. 파파노는 지난해 세계적인 거장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은 상임 지휘자로 이번 내한은 6년 만이다. 런던 심포니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하고 ‘21세기 피아노 여제’로 불리는 유자 왕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파파노는 지금까지 런던 심포니를 객원 지휘자로 70회 이상 이끌었다. 오페라와 관현악 지휘에 모두 능한 만능 지휘자로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포디엄에 초청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와 무대 장악력으로 정평 난 연주자다. 평론가뿐 아니라 관객의 열광을 끌어내는 스타일이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 수록된 음반은 그래미상 ‘최고의 클래식 독주’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클래식계 아이돌’ 조성진·임윤찬 협연 무대 기대 만발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이 내한 오케스트라와 펼치는 협연 무대도 주목된다. 조성진은 11월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신임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사이먼 래틀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한 무대에 선다. 유럽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은 6년 만이다. 조성진과는 2017년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 2022년 런던 심포니 공연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조성진은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임윤찬은 12월 18·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내한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이번 내한 공연의 지휘자는 2004년부터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파보 예르비로,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뮤지컬계 브로드웨이 대작·국내 초연작 골고루 대기 브로드웨이 대작과 기대를 모으는 국내 초연작들이 골고루 포진한 뮤지컬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연 호황을 이끌 전망이다. 올해 포문을 여는 블록버스터 뮤지컬로는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히트작 ‘스쿨 오브 록’이 있다.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공연으로 오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6년 만에 한국어판으로 돌아오는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도 공연을 시작한다.이외에도 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디어 에반 핸슨’(3월),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초대형 히트작 ‘알라딘’(11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7월) 등이 대기하고 있다. 구병모의 장편소설 ‘파과’(3월)도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연극 무대는 ‘벚꽃동산’·‘테베랜드’ 등 고전 재해석 연극은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눈에 띈다. 거장 사이먼 스톤이 국내 배우들과 작업한 ‘벚꽃동산’이 오는 6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벚꽃동산’이 서울을 배경으로 한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해석된다. 존속살해를 소재로 해 올해 국내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던 우루과이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의 ‘테베랜드’는 오는 11월 재연한다.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타인의 삶’도 11월 무대에 올라간다.
  • 세계서 빛난 K문학·미술… 자기계발서 열풍

    세계서 빛난 K문학·미술… 자기계발서 열풍

    한강 ‘메디치상’… 詩도 美서 인기출판 ‘세이노의…’ 압도적인 1위자승 ‘입적’… 천주교 ‘청년대회’ 유치美구겐하임 전시 등 미술게 약진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쾌거 2023년은 K콘텐츠의 근간인 한국문학과 한국미술의 세계적 영향력을 확인한 해였다. 그런가 하면 ‘각자도생’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자기계발서 열풍이 이어졌고, 종교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올해 한국문학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에서 여러 번 호명되며 가치와 위상을 입증했다. 소설가 한강은 제주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받은 뒤 영어 외 국가에서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 작품이 메디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라의 공상과학(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와 천명관의 ‘고래’도 각각 전미도서상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 외 장르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영문판은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됐고, 백희나의 그림책 ‘알사탕’은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문학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한국미술품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등 ‘K미술’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올해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계보’가 현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는 ‘1989년 이후 한국 미술’ 전시가,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첫 기획전 ‘생의 찬미’가 진행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을 한국 작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불 작가에게 맡겼다. 국내 출판단체와 작가, 출판사들은 지난달 중동 최대 도서 행사인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 책을 중동 지역에 선보였다. 그에 앞서 지난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36개국 530개사가 참여해 ‘K출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이 경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산업계 전반의 업황이 나빴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 부담도 커졌다. 자기계발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다. 상반기까지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맨주먹에서 1000억원 자산가가 된 저자가 세이노라는 필명으로 낸 ‘세이노의 가르침’이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그 밖에도 ‘김미경의 마흔 수업’, ‘역행자’, ‘원씽’ 등이 강세를 보였다. 8월에는 2027년 천주교 세계 청년대회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13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고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울 등 국내 여러 도시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파행을 겪던 대규모 종교 행사들도 성사됐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부활절인 4월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2023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했는데,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부활절 퍼레이드를 한 것은 국내 개신교 140년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불교 연등 행렬 역시 이전의 규모를 회복했다.문화재 분야에서는 민간과 정부, 학계의 10여년간 노력에 힘입어 9월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결실을 봤다. 가야고분군은 2021년 ‘한국의 갯벌’에 이은 16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이에 더해 지난달 한국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며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견제하고 우리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갖게 됐다. 4월 국가유산기본법이 통과되며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가 60년 만에 ‘국가 유산’이라는 새 틀로 바뀌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내년 5월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한다.마냥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종교계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11월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에서 분신(焚身) 입적해 충격을 안겼다. 두 차례나 총무원장을 지내며 ‘조계종 실세’로 불렸던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분신은 불교계 안팎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미술품 구매 시장도 얼어붙으며 침체했다. 백상경제연구원 산하 미술정책연구소의 ‘2023년 미술경매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양대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메이저 경매 낙찰 총액은 972억원으로 지난해(1713억원)보다 43% 줄었다. 10월에는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박서보 화백이 92세로 별세하며 미술계가 애도에 잠겼다.
  • 김창열 화백의 뉴욕 초기 작품 기증… 그 물방울이 맺히기까지

    김창열 화백의 뉴욕 초기 작품 기증… 그 물방울이 맺히기까지

    ‘물방울 화가’ 故김창열 화백의 미국생활 초기 회화작품이 김창열미술관에 기증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재미교포 김은자 여사로부터 김 화백이 1965년부터 4년간 미국생활 중 제작한 초기 회화작품 3점을 기증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받은 회화작품 3점은 미국 유학시절 가난한 청년화가였던 김 화백이 프랑스 파리로 가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1969년 뉴욕에서 개최한 후원모임에서 고(故) 이규명 씨가 구입한 것으로 사후 배우자인 김 여사(미국명 Eunja Kim Lee)가 남편의 유지에 따라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에 기증했다. 김창호 김창열미술관 관장은 지난 14일 미국 뉴저지를 방문해 기증작품을 인수하고, 기증자에게 기증패를 전달했다. 기증자인 김 여사는 1960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선교를 위해 파키스탄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도서관(현 콜롬비아 대학도서관)에서 40여년간 일하면서 동시에 뉴저지 한인학교 초대교장으로 한글교육에 힘쓴 선구적인 교육자이다. 김 여사는 “50여년 넘게 거실에 걸려 희로애락을 함께 한 이번 작품들이 앞으로 김창열미술관에서 영구히 보관되며 작품 연구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라고 울먹거리기도 했다. 기증작품은 김창열 화백이 미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나면서 작품의 소재와 색채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동글한 원들이 화면의 중심에 모여 구의 형태를 이뤄 이후 물방울 형상의 시원 단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김창열 화백의 거주기간이 4년에 불과해 작품 수가 매우 적은 뉴욕시기 작품을 기증해주신 김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의 뜻을 따라 향후 이번 기증작 3점을 전시와 연구에 활발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이번에 기증받은 작품 3점은 보존작업을 거친 후 내년에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김창열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기증작품과 동시대인 김창열의 뉴욕 시기를 조명하는 ‘김창열과 뉴욕’ 전시가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었던 김창열 화백은 1965년 자신의 예술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른 뉴욕으로 건너가 기법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뉴욕 넥타이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스프레이를 통한 스텐실 기법과 아크릴 물감을 활용해 매끈한 무기질의 둥근 알이나 구(球) 같은 형상을 기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해 배열한 ‘구성’시리즈를 탄생시킨다. 김 화백은 뉴욕에서 생활고와 언어, 그리고 당시 미술계를 휩쓸었던 팝아트에 괴리감을 느끼며 지쳐갔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시절 은사였던 김환기 화백을 중심으로 김병기, 백남준, 한용진 등과 같이 1960년대 뉴욕에 정착했던 한인 예술가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외롭고 고달팠던 타국에서의 삶에서 큰 위안이 됐다. 1969년 뉴욕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김 화백은 뉴욕 체류 당시 팝아트의 전위적인 양식을 독창성 있게 차용하면서 형성된 구체를 바탕으로 한 ‘구성’ 시리즈에서 마치 점액질처럼 흘러내리는 ‘현상’ 시리즈를 시도하는데, 이것이 하나의 투명한 결정체로 응집되며 김 화백 예술의 상징이 될 물방울 형태로 변모하게 된다.
  • 카메라 렌즈로 잊힌 것을 다시 깨우다

    카메라 렌즈로 잊힌 것을 다시 깨우다

    51년 전 열아홉 청년은 남해의 한 바닷가에서 꼭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하겠다고 다짐하며 수평선을 바라보던 자신의 뒷모습을 사진(1972년작 ‘자화상’)에 남겼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반년 만에 퇴사한 그는 1979년 독일로 사진 유학을 떠났다. 작업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고 원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수년의 기다림도 마다치 않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일궈 ‘한국 현대사진의 개척자’가 됐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의 주인공 구본창(70) 작가다. 그는 1980년대까지도 기록으로만 기능했던 사진의 역할을 과감히 지우고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 속성을 반영한 독창적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1988년에 한 워커힐미술관 전시 ‘사진, 새 시좌’는 ‘연출 사진’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형식으로 한국 사진계와 미술계에 충격을 안겼다.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를 열어 간 그의 50여개 작품 시리즈 가운데 43개 연작 500여점으로 반세기 작품 여정을 아울렀다.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정의 작가는 잊힌 것들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사물마다 지닌 고유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조선 달항아리의 웅숭깊은 아름다움, 신라 천마총 금관의 찬란함,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켜켜이 이고 있는 광화문 부재(추녀, 계단 등) 등을 ‘백자’, ‘황금’, ‘콘크리트 광화문’ 연작으로 조명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소장된 달항아리 12개를 담은 ‘문 라이징 Ⅲ’는 각기 다른 흑백조로 촬영해 마치 달이 영글고 지는 듯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육신에서 생명의 물기가 빠져나가는 순간을 포착한 ‘숨’ 연작을 모은 전시실은 어둡게 연출한 조명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운명인 생과 사, 자연의 순환에 대한 성찰을 안긴다.그가 1960년대 소년 시절부터 수집해 온 갖가지 사물들과 젊은 시절의 습작 등 전시 자료도 600여점에 이른다. 세세하고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 역시 작가의 내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관람의 묘미다. ‘젊은 남자’,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그가 작업했던 친숙한 영화 포스터들도 나왔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내년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던 발상과 실험을 거듭했던 작가는 “꿈을 꾸는 자만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꿈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열린 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익명자’ 연작으로 그의 꿈과 항해가 진행 중임을 알린다.
  • 꿈에 가닿으려던 ‘구본창의 항해’…한국 현대사진 새 지평 열다

    꿈에 가닿으려던 ‘구본창의 항해’…한국 현대사진 새 지평 열다

    51년 전 열아홉 청년은 남해의 한 바닷가에서 꼭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하겠다고 다짐하며 수평선을 바라보던 자신의 뒷모습을 사진(1972년 작 ‘자화상’)에 남겼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반년 만에 퇴사한 그는 1979년 독일로 사진 유학을 떠났다. 작업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고, 원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수년의 기다림도 마다치 않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작품을 일궈온 그는 ‘한국 현대사진의 개척자’가 됐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의 주인공 구본창(70) 작가다. 그는 1980년대까지도 기록으로만 기능했던 기존 사진의 역할을 과감히 지우고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 속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특히 유학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 연 1988년 워커힐미술관 전시 ‘사진 새시좌’는 ‘연출 사진’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형식으로 한국 사진계와 미술계에 충격과 각성을 안겼다.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를 열어간 그의 50여개 작품 시리즈 가운데 43개 연작 500여점으로 작가의 반세기 작품 여정을 아울렀다.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정의 작가는 잊혀진 것들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사물마다 지닌 고유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특히 주력했다. 조선 달항아리의 웅숭깊은 아름다움, 신라 천마총 금관의 찬란함, 임진왜란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켜켜이 이고 있는 광화문 부재 등을 ‘백자’, ‘황금’, ‘콘크리트 광화문’ 연작으로 조명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소장된 달항아리 12개를 담은 ‘문 라이징 Ⅲ’는 각기 다른 흑백조로 촬영해 마치 달이 영글고 지는 듯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육신에서 생명의 물기가 빠져나가는 순간을 포착한 ‘숨’ 연작을 모은 전시실은 어둡게 연출한 조명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운명인 생과 사, 자연의 순환에 대한 성찰을 안긴다.전시장에는 그가 1960년대 소년 시절부터 수집해온 갖가지 사물들과 청소년, 대학생 시절의 습작 등 자료만도 600여점에 이른다. 세세하고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작가의 내면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관람의 묘미다. ‘젊은 남자’, ‘기뿐 우리 젊은 날’ 등 그가 작업한 친숙한 영화 포스터들도 나왔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내년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던 발상과 실험을 거듭했던 작가는 “꿈을 꾸는 자만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꿈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열린 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익명자’ 연작으로 그의 꿈과 항해가 진행 중임을 알린다.
  • 홍익대학교 미술계열, 서울·세종 시기 달라 복수지원 가능

    홍익대학교 미술계열, 서울·세종 시기 달라 복수지원 가능

    홍익대는 수능우수자 전형에서 서울캠퍼스 887명과 세종캠퍼스 401명 등 총 1288명을 선발한다. 서울캠퍼스는 수능 위주 전형인 수능우수자 전형을 통해 나군(80명), 다군(807명) 등 887명을 모집한다. 같은 전형에서 세종캠퍼스는 가군(81명), 다군(320명) 등 총 401명을 선발한다. 인문·자연·캠퍼스자율전공(인문·예능/자연·예능)은 다군으로 모집한다. 미술계열은 서울캠퍼스는 나군, 세종캠퍼스는 가군으로 모집하는데 모집 시기가 달라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모집계열별로 전형 요소와 반영 비율이 다르다. 인문·자연·캠퍼스자율전공(인문·예능/자연·예능)은 모든 전형을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한다. 미술계열은 1단계에서는 서울캠퍼스는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세종캠퍼스는 4배수를 각각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수능 60%와 서류 40%로 선발하고 면접이나 실기고사는 실시하지 않는다.수능 응시영역 변경에 따른 계열별 필수 응시영역도 유의해야 한다. 캠퍼스 구분 없이 자연·캠퍼스자율전공(자연·예능)의 경우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탐구영역에서는 과학 2과목을 필수로 응시해야 지원 가능하다. 미술계열은 국어·수학·탐구(사회/과학) 중 성적이 좋은 두 영역을 반영하며 영어는 필수이다. 정시모집 특별전형에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전형(이월 시 모집), 농어촌학생전형, 특성화고졸업(예정)자전형, 특성화고등을졸업한재직자전형이 있다. 특별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다음달 3일 오전 9시부터 6일 오후 6시까지다. 서류제출은 8일 오후 6시까지다.
  • “불균형을 바로잡다, K미술 도약 이끌었다”

    “불균형을 바로잡다, K미술 도약 이끌었다”

    韓실험미술작가들 해외에 소개주류 미술관들의 인식 변화 시작베니스 비엔날레선 일본관 맡아“역사 밀어두지 않고 새로운 전시” “서양의 주류 미술계가 새로운 걸 발굴하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그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좋은 작품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노력을 (우리 미술계가) 꾸준히 해 왔습니다. 무엇이 불균형인지 지적해 주고 균형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천한 것이 세계에 통한 것이죠.” 최근 방한한 이숙경(54) 영국 휘트워스미술관 관장은 요즘 미국 주요 미술관의 동시다발적인 한국 미술 전시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K미술 도약’ 배경에 대해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 런던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이자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지내는 등 20여년간 국제 미술계에서 활약해 온 그는 한국 미술의 가치와 미학을 해외에 알려온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이 관장은 “테이트모던에서 큐레이터로 일할 때 우리나라 실험미술 작가를 해외 주요 미술관 가운데 처음 소개한 것이 한 예”라며 “미술사에 대한 주류 미술관들의 인식이 열리고 발전하며 자신들의 관점이 지닌 한계에 대해 더 인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여정이 한국 미술이 과거보다 더 주목받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889년에 개관한 맨체스터 공공미술관이자 맨체스터대 부속 미술관인 휘트워스미술관 관장에 오른 지 6개월째를 맞는 그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미술관의 역할을 구체화할 5개년 계획을 짜고 있다. “면 방직 공장이 처음 생겨나며 식민지 역사와 밀접히 연결된 맨체스터의 장소성을 실현하면서 치유, 배움 등 미술관의 사회적 공헌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미술관이 예술을 통해 관객들의 삶과 더 가까이 맞닿는 공간이 될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이 관장은 내년 베니스 국제비엔날레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관 큐레이터로도 활약한다. 그는 “일본 작가와 한국 큐레이터의 협업은 문화적 갈등 등의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며 “양국의 식민주의 역사를 옆으로 밀어 두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펼치는 전시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대학원(홍익대)까지 한국에서 공부하고 26세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된 그는 영국 에식스대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7년 테이트 미술관에 첫 아시아인 큐레이터로 입성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것이 다른 문화 간 관계에 대해 더 통찰하고, 서구적 시각의 문제와 불균형을 더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는 재료가 됐다”는 그는 해외 주요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관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건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존의 틀과 선입견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 질문해 봅시다. 내가 가진 지식마저도 문화적인 편견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요.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가지며 세상에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예술이 있지 않은지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 참신하고 실험적인 韓현대미술 주목… 새해에도 美에는 ‘K컬처’ 붐 [특파원 생생리포트]

    참신하고 실험적인 韓현대미술 주목… 새해에도 美에는 ‘K컬처’ 붐 [특파원 생생리포트]

    올해 한국 현대미술에 주목했던 미국 미술계의 관심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K팝 등으로 확장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실험적이고 참신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호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미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미술관 건물 정면에는 새해에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작품이 설치된다. 데이비드 브레슬린 메트 현대미술 대표 큐레이터는 “동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작품을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며 이 작가에게 외관을 장식할 조각 작품 4점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가 한국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메트 미술관은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한국 특별전 ‘계보: 메트의 한국 미술’을 개막했다. 12·13세기 도자기와 조선 분청사기부터 단색화 거장 이우환·윤형근, 이불 작가의 ‘무제(사이보그의 다리)’까지 한국 미술사를 폭넓게 보여 주는 30여점의 전시로 내년 10월까지 이어진다.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은 한국 언론에 “한국 역사, 전통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흐름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친 작품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10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개막한 한국 미술 특별전은 그간 북미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 전시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미술’에는 강서경과 김계옥, 김주리, 마이클 주, 박찬경, 서도호 등 한국 또는 한국계 미국 작가 28명이 대거 참여한다. 신미경 작가의 대형 비누 조각상 ‘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 함경아 작가의 비디오아트 ‘다섯 개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등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미 메이저 미술관이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소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연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에도 현지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승택 등 작가 29명의 작품 80여점을 통해 한국 실험미술사를 정리했고 노장 작가들의 행위 예술이 펼쳐지기도 했다. 미술관 측은 “특별 전시 기간 관람객 수가 늘어난 것은 미국 관객들에게 생소했던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소개했다. 미 서부도 한국 미술을 주목하고 있다. LA 해머 미술관의 기획 전시에는 한국 작가 이강승과 문지영, 곽영준이 초대받았다. 또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을 주제로 한 첫 기획전 ‘생의 찬미’ 전이 지난 10월 시작됐고, 이달 초에는 덴버 미술관에서 ‘완벽하게 불완전한: 한국 분청사기’가 개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이처럼 한국 미술의 ‘보기 드문 순간’을 준비해 온 주역들이 한국 출신 또는 재미교포 여성 큐레이터들인 점도 흥미롭다고 전했다. 우현수 필라델피아 미술관 부관장, 현수아 메트 한국미술 큐레이터, 안휘경 구겐하임 아시아미술 부큐레이터 등이 미술계의 최전선에서 한국 미술을 알리는 주인공이다. 앞서 2021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미술관장으로 임명된 김민정씨는 미술관 개관 142년 만에 취임한 첫 여성 관장이자 미 대형 미술관의 한국인 최초 관장으로 기록됐다.
  • 호반호텔앤리조트, 올라프 울브리히트 ‘행복의 연금술’ 기획전 개최

    호반호텔앤리조트, 올라프 울브리히트 ‘행복의 연금술’ 기획전 개최

    평범한 일상의 정겨운 스토리와 따뜻한 시선을 화폭에 담은 독일작가 올라프 울브리히트의 기획전이 열린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내년 2월 28일까지 충북 제천 레스트리에서 독일작가 올라프 울브리히트(Olaf Ulbricht)의 기획전 ‘행복의 연금술’(The Alchemy of Happiness)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레스트리와 갤러리 언플러그드가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행복’을 주제로 한 작가의 최신 작품으로, 울브리히트가 현재 살고 있는 독일 라인란트 팔츠 주 펜더샤임이라는 마을의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대단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 이대로의 소박한 모습이 가장 이상적’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마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그림에 담아냈다. 밀도 있고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가의 그림에는 농부, 음악 연주자, 연인들과 같은 평범한 캐릭터들이 작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로 표현됐다.  독일 미술계에서 그를 ‘타고난 스토리텔러’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 정겨운 경험들을 따뜻한 화면에 섬세한 필치로 전개하며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직업 예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나이브 아티스트’(Naive Artist)다. 197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 활발하게 전시 활동을 해오며, 지난해에는 한국을 비롯해 덴마크, 이탈리아, 불가리아, 중국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올라프 올브리히트의 작품이 담긴 2024년도 캘린더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호반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행복으로 가득 찬 유토피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 내 곁을 지키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모처럼 찾은 리조트에서 휴식과 함께 여유의 힘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일상 풍경서 가상 공간까지… 그림으로 만나는 ‘낯선 세상’

    일상 풍경서 가상 공간까지… 그림으로 만나는 ‘낯선 세상’

    무심한 일상의 모퉁이를 문득 낯설게 하는 풍경, 빛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한 숲의 정경, 현실과 환상이 뒤틀린 공간…. 평면의 캔버스를 보며 거니는 동선이지만 전시실마다 마주하게 되는 건 제각각의 서사를 펼쳐 낸 다채로운 세계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풍경과 공간을 고유의 정서와 화법으로 변주해 온 중견 작가들의 원숙한 시선이 돋보이는 전시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얘기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내년 2월 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한 중견 작가 7인의 최근, 그리고 과거 작업을 83점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매체와 형식에 대한 온갖 실험이 들끓는 오늘날 미술계에서 저마다 다른 시선과 기법을 부려 낸 작품들은 2차원의 회화 위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과 이야기를 뻗어 낼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강정하 금호미술관 선임 큐레이터는 관람을 3층에서부터 시작해 2층, 지하 1층으로 차례로 내려와 1층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권했다. 강 큐레이터는 “도시와 자연, 일상의 풍경부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공간까지 아우른 장면들은 보는 이의 내면으로 이어지며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하늘과 경계한 건축물이 시선을 압도하는 신선주(51) 작가의 회화는 언뜻 보면 흑백 사진 같다. 하지만 이 극적이고 정교한 조형미는 지난한 반복 작업으로 완성된 것이다. 캔버스에 검은색 오일 파스텔을 칠하고 손의 온기로 펴 발라 얇은 송곳, 끌개 등으로 그어 내는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으로 깊이감을 더했다.이만나(52)의 회화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불현듯 생경하게 만든다. 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늘 서려 있는 도시 풍경을 수많은 점을 하나하나 찍어 화면을 채우는 점묘법과 유화 물감을 수채화처럼 얇게 덧칠하는 글레이징 기법으로 재현했다. 세상을 입자 하나하나로 쌓아 올리듯 해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숲을 그리는 작가’ 도성욱(52)은 빛의 흐름을 드러내기 위해 숲을 그린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열린 하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일렁이는 전시실은 숲의 한복판 같다. 사고로 붓을 들지 못했던 작가가 10년 만에 다시 선보인 작업이다. 지하 1층 전시실을 채운 정보영(50)의 화폭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움직임을 좇는다. 실내 공간에 구슬, 촛불 등의 소재를 들여보내 사진을 찍고 회화로 옮긴 작품은 카메라도 포착하지 못한 빛의 미세한 흐름과 흔적을 감지한다. 실제 미술관 공간과 경계 없이 어울리는 작품의 고요함은 묵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송은영(53) 작가는 실재와 환영, 안과 밖, 앞과 뒤 등이 엇갈리고 뒤틀린 초현실주의적이고 부조리한 장면으로 관람객들이 낯선 경계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유도한다. 유현미(59)가 쌓아 올린 돌 구름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간단히 무너뜨리며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 일상 속 낯선 풍경, 환영과 실재 뒤틀린 공간…중견작가 7인의 시선으로 마주한 세계

    일상 속 낯선 풍경, 환영과 실재 뒤틀린 공간…중견작가 7인의 시선으로 마주한 세계

    무심한 일상의 모퉁이를 문득 낯설게 하는 풍경, 빛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한 숲의 정경, 현실과 환상이 뒤틀린 공간…. 평면의 캔버스를 보며 거니는 동선이지만 전시실마다 마주하게 되는 건 제각각의 서사를 펼쳐낸 다채로운 세계다. 일견 당연해보이는 풍경과 공간을 고유의 정서와 화법으로 변주해온 중견 작가들의 원숙한 시선이 돋보이는 전시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얘기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내년 2월 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한 중견 작가들의 최근, 그리고 과거 작업을 83점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매체와 형식에 대한 온갖 실험이 들끓는 오늘날 미술계에서 저마다 다른 시선과 기법을 부려낸 작품들은 2차원의 회화 위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와 이야기를 뻗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강정하 금호미술관 선임 큐레이터는 관람을 3층에서부터 시작해 2층, 지하 1층으로 차례로 내려와 1층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권했다. 강 큐레이터는 “도시와 자연, 일상의 풍경부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공간까지 아우른 장면들은 보는 이의 내면으로 이어지며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하늘과 경계한 건축물이 시선을 압도하는 신선주(51) 작가의 회화는 언뜻 보면 흑백 사진 같다. 하지만 이 극적이고 정교한 조형미는 지난한 반복 작업으로 완성된 것이다. 캔버스에 검은색 오일 파스텔을 칠하고 손의 온기로 펴발라 얇은 송곳, 끌개 등으로 그어내는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으로 깊이감을 더했다. 이만나(52)의 회화는 스쳐지나가는 일상을 불현듯 생경하게 만든다. 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늘 서려 있는 도시 풍경을 수많은 점을 하나하나 찍어 화면을 채우는 점묘법과 유화 물감을 수채화처럼 얇게 덧칠하는 글레이징 기법으로 재현했다. 세상을 입자 하나하나로 쌓아올리듯 해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진다.‘숲을 그리는 작가’ 도성욱(52)은 빛의 흐름을 드러내기 위해 숲을 그린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열린 하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일렁이는 전시실은 숲의 한복판 같다. 사고로 붓을 들지 못했던 작가가 10년만에 다시 선보인 작업들이다. 지하 1층 전시실을 채운 정보영(50)의 화폭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움직임을 좇는다. 실내 공간에 구슬, 촛불, 조명 등의 소재를 들여보내 사진을 찍고 회화로 옮긴 작품은 카메라도 포착하지 못한 빛의 미세한 흐름과 흔적을 감지한다. 실제 미술관 공간과 경계 없이 어울리는 작품의 고요함은 묵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송은영(53) 작가는 실재와 환영, 안과 밖, 앞과 뒤 등이 엇갈리고 뒤틀린 초현실주의적이고 부조리한 장면으로 관람객들이 낯선 경계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유도한다. 유현미(59)가 쌓아올린 돌 구름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간단히 무너뜨리며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 필립스 옥션 한국사무소 대표에 임연아씨

    필립스 옥션 한국사무소 대표에 임연아씨

    2018년 개소 이후 韓컬렉터, 글로벌 경매 거래 341%↑ 경매사 필립스 옥션은 한국 사무소 대표로 임연아(40)씨를 임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화여대에서 조형예술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시각예술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임 신임 대표는 서울과 뉴욕의 미술계에서 10년 이상 이력을 쌓아 왔다. 아름지기재단, 서도호 스튜디오, 뉴욕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대림미술관 등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이후 2020년 필립스 옥션에 합류한 이래 프리즈 서울 기간 진행된 필립스 옥션의 전시를 이끌었다. 임 대표는 “한국의 미술품·럭셔리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고객들에게 미술과 럭셔리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필립스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 로버트 슬레이는 “임 대표는 회사가 한국에서 큰 성장을 이루는 데 일조한 주역”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미술 시장 중 한 곳인 한국에서 임 대표가 글로벌 전문가, 고객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아시아 전역으로 영향력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립스 옥션은 2018년 한국 사무소를 연 이후 한국 미술품 수집가들의 글로벌 경매 거래가 34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8년 이후 전체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 김일성에게 갈 뻔한 명작, 사진만 보고 샀다… ‘이건희 컬렉션’의 내막

    김일성에게 갈 뻔한 명작, 사진만 보고 샀다… ‘이건희 컬렉션’의 내막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새로 썼다. 미술관에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사람까지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2021년 기증 이후 200만명에 가까운 인파를 모으면서 전국적으로 미술 관람 문화를 확산시켰다. 개인 소장가나 작가의 유족 등이 미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기증을 실천하는 문화를 촉진하기도 했다. 전국 순회 전시에 이어 2025년 하반기부터는 미국과 영국 미술관으로 진출하며 세계 관람객과 교감할 준비가 한창인 이건희 컬렉션. 그 전모와 내막에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게 해 주는 책이 나왔다. 1976년 삼성문화재단에 합류해 20여년간 컬렉션의 수집과 미술관 건립을 이끈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전 서울역사박물관 초대 관장이자 경기도박물관 관장).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명작 수집에 얽힌 비화를 가장 속속들이 꿰고 있는 그가 곁에서 본 ‘수집가로서의 이건희’의 명쾌하고 빠른 결단력과 작품에 대한 애정, 취향 등을 통해 컬렉션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고미술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해외 명작까지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수집품 69점에 깃든 사연과 수집 과정 일화 등을 통해 수집품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다시 살핀다.2만 3000여점의 대규모 기증품 가운데 국보와 보물만 60건에 이를 정도로 이건희 컬렉션은 ‘초일류’를 고집스럽게 지향하고 관철해 나갔다. 명품이라도 비싼 작품은 두 번 다시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이병철 창업회장과 달리 이 선대 회장은 ‘좋은 물건’이라면 값을 따지지 않은 채 빠르게 결정하고 사들여 ‘특급 명품’이 집약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보급 유물을 집중적으로 모으겠다는 ‘국보 100점 프로젝트’는 1등 철학으로 삼성의 도약을 일궜듯 컬렉션도 초일류로 완성하고자 했던 수집가 이건희의 면모를 압축하는 예다. 상대적으로 중국 미술에 관심이 덜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회고한다. 냉정해 보이는 외면과 달리 속정이 깊어 미술계나 학계 인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전후 사정을 묻지도 않고 나서서 해결해 줬다는 일화도 전한다.조선 초기 화가 이암(1499~?)의 ‘화조구자도’를 손에 넣은 일화는 이 선대 회장의 추진력을 잘 보여 준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있다가 북쪽으로 넘어가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했던 이 작품을 급박하게 환수할 수 있었던 것은 현물도 아닌 사진만 보고 결정을 내린 이 선대 회장의 빠른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가야 금관과 청자를 지극히 아꼈던 부친과 달리 30대부터 백자를 수집하며 감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른 그의 취향에 대해서는 말수 적은 성정이 덤덤한 백자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미술계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활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이건희미술관’은 기증품 모두를 모으는 통합형 미술관으로 지어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현동 부지는 경사진 대지, 단체 관람객이 이용하는 대형 버스 주차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미술관 건축지로 적합하지 못하다며 용산가족공원 내 국립중앙박물관 근처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 ‘수집가 이건희’ 집념·애정으로 일군 컬렉션…명작 손에 넣은 비화는

    ‘수집가 이건희’ 집념·애정으로 일군 컬렉션…명작 손에 넣은 비화는

    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 이종선 지음/김영사/384쪽/3만 3800원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새로 썼다. 미술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까지 전시장으로 끌어들이며 2021년 기증 이후 200만명에 가까운 인파를 모으며 전국적으로 미술 관람 문화를 확산시켰다. 개인 소장가나 작가 유족 등이 미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기증에 대한 인식과 실천 문화를 촉진하기도 했다. 전국 순회 전시에 이어 2025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영국 미술관으로 진출하며 세계 관람객과 교감할 준비가 한창인 이건희 컬렉션. 그 전모와 내막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게 해주는 책이 펴나왔다.1976년 삼성문화재단에 합류해 20여년간 컬렉션의 수집과 미술관 건립을 이끈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전 서울역사박물관 초대관장이자 경기도박물관 관장).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명작 수집에 얽힌 비화를 가장 속속들이 꿰고 있는 그가 곁에서 본 ‘수집가로서의 이건희’의 명쾌하고 빠른 결단력과 작품에 대한 애정, 취향 등을 통해 컬렉션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고미술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해외 명작까지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수집품 69점에 깃든 사연과 수집 과정 일화 등을 통해 수집품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다시 살핀다. “수집가 이건희, ‘좋은 물건’이면 값 따지지 않고 사들여‘김일성 컬렉션’ 될 뻔한 화조구자도 사진만 보고 결정이건희미술관, 송현동 부지 대신 용산 가족공원 적합” 2만 3000여점의 대규모 기증품 가운데 국보와 보물만 60건에 이를 정도로 이건희 컬렉션은 ‘초일류’를 고집스럽게 지향하고 관철해 나갔다. 저자는 명품이라도 비싼 작품은 두 번 다시 눈길을 주지 않은 이병철 창업회장과 달리 이 선대회장은 ‘좋은 물건’이라면 값을 따지지 않고 빠르게 결정하고 사들여 ‘특급 명품’이 집약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를 간파한 저자가 명품만 보면 무조건 구매하도록 권하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이종선 씨는 너무 많이 사는 게 흠”이라고 할 정도였다. 국보급 유물을 집중적으로 모으겠다는 ‘국보 100점 프로젝트’는 1등 철학으로 삼성의 도약을 일궜듯, 컬렉션도 초일류로 완성하고자 했던 수집가 이건희의 면모를 압축하는 예다. 상대적으로 중국 미술에 관심이 덜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회고한다. 냉정해보이는 외면과 달리 속정이 깊어 미술계나 학계 인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전후 사정을 묻지도 않고 나서서 해결해줬다는 일화도 전한다.조선 초기 화가 이암(1499~미상)의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를 손에 넣은 일화는 이 선대회장의 추진력을 잘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있다 북쪽으로 넘어가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한 이 작품을 급박하게 환수할 수 있었던 데는 현물이 아닌 사진만 보고 결정한 이 선대회장의 빠른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가야 금관과 청자를 지극히 아꼈던 부친과 달리 30대부터 백자를 수집하며 감정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른 그의 취향에 대해서는 말수 적은 성정이 덤덤한 백자와 잘 맞은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미술계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활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이건희미술관’은 기증품 모두를 모으는 통합형 미술관으로 지어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현동 부지는 경사진 대지, 단체 관람객의 대형버스 주차의 어려움 등으로 미술관 건축지로 적합하지 못하다며 용산 가족공원 내 국립중앙박물관 근처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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