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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심 가득한 화폭에 깃든 묵은지 같은 깊이와 여운

    동심 가득한 화폭에 깃든 묵은지 같은 깊이와 여운

    검은색 화면에 1부터 10까지 숫자 행렬이 빼곡하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교실 칠판이다. 그 위에 꽃송이가 피었다. 누군가 산수 문제를 풀다 장난이라도 친 걸까. 숫자로 가득한 노란색 화면과 파란색 화면에도 낙서 같은 기호들이 눈에 띈다. 단추, 차숟가락, 종이 같은 일상의 오브제들도 화폭에 달렸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미소를 짓게 되는 풍경들이다. 오세열 화백은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캔버스에 펼쳐 온 예술가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올해 76세가 됐지만 여전히 동심을 품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은유의 섬’에선 아이의 마음과 노인의 마음이 공존하는 노화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회화 24점을 만날 수 있다. 붓으로 숫자를 쓰고, 기호를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단색화 같은 바탕을 만든 뒤 못이나 면도날 같은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는 “붓으로 물감을 찍어 그리면 바탕 색과 뒤엉켜 색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면서 “배경과 선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효과를 위해 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숫자에 대해선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살면서 늘 숫자에 파묻혀 있지 않나. 떨쳐 내고 싶어도 떨쳐 낼 수 없기에 계속 반복해서 적는다”고 했다.콜라주 오브제로 활용하는 소품들은 주변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길을 걷다 땅에서 주운 돌멩이, 단추 등이 훌륭한 작업 재료로 변신한다. 그는 “누군가 버린 것들을 주워 역할을 주고, 특별한 존재감을 찾도록 돕는 일이 재미있고, 기쁘다”고 말했다. 전쟁의 폐허와 상흔 한가운데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은 작가의 예술적 원천이다. “어린 시절 하루 중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소중했다”는 그는 급격한 산업화의 폐해와 물질주의 세태에 실망해 점점 더 내면의 순수함을 탐색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그가 그린 인물들이 하나같이 평범한 외양이 아닌 것도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 마음이 어두운 아이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담은 인물 그림들은 각박한 현실을 사는 요즘 세대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정교하지 못하고, 아이가 그린 듯 서툴러 보이는 회화는 의도한 것이다. “인물이든 추상화면이든 작업을 시작할 때 어떤 걸 그리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는 그는 “그리다 보면 인물이 되기도 하고, 그냥 선으로 남기도 한다”며 웃었다. 즉흥적인 작업처럼 들리지만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탕 색을 칠할 때도 수없이 붓질을 덧칠한다. 그는 “화가는 기술자가 되면 안 된다. 볼 때마다 작품이 다르게 느껴지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면서 “묵은지처럼 깊은 맛을 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세슘 기준치 2.7배인데… 뒤늦게 후쿠시마 우럭 출하 막은 日

    세슘 기준치 2.7배인데… 뒤늦게 후쿠시마 우럭 출하 막은 日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이달 초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2.7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일본 정부가 19일 출하 제한에 나섰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가시마구 앞바다 수심 37m 어장에서 잡힌 우럭에서 1㎏당 2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일본 정부 기준치인 1㎏당 100㏃보다 2.7배 많은 것이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은 모든 어종은 지난해 2월부터 출하 제한이 해제된 상태다. 지난 2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지만 일본 정부는 출하 제한을 하지 않았고 지역 내 어업협동조합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출하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출하 제한 조치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편 일본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된 미나마타병 집단 발병 사태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전날 미나마타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염수 방출에 항의했다. 이들은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전혀 돌아보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제1원전 오염수 방출 개시까지의 상세한 과정을 다음달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밝힐 예정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후쿠시마 앞바다 우럭에서 또 기준치 초과 세슘…출하 제한 지시

    후쿠시마 앞바다 우럭에서 또 기준치 초과 세슘…출하 제한 지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발표해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에서 또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20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앞바다 수심 약 37m 수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에서 1㎏당 2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 검출된 세슘은 일본 정부가 정한 식품의 허용 한도(1㎏당 100㏃)의 2.7배 수준이다. 15일 공표된 검사 결과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지난 2월 22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1㎏당 500㏃의 세슘이 검출된 바 있다.일본 정부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19일 후쿠시마현에 조피볼락 출하 제한을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현의 해산물에 대해 출하를 제한한 것은 2019년 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리 아빠 번호는… “ 차 유리 깨고 칭찬받는 아이의 사연

    “우리 아빠 번호는… “ 차 유리 깨고 칭찬받는 아이의 사연

    길에서 사고를 친 스페인 어린이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덩달아 부모에게도 "진짜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는 축하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미소를 자아내는 사고가 발생한 곳은 스페인 세비야의 팔로마레스데리오. 자동차공업사 '카우로'의 직원들은 최근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 후 오후 작업을 위해 공업사로 복귀하다가 뒷유리가 파손된 자동차를 발견했다. 수리를 위해 차주가 맡기고 간 해치백 차량을 공업사 밖에다 세워 두었는데 누군가 유리를 깬 것이었다. 유리는 완전히 금이 간 채 양쪽에 큰 구멍이 난 상태로 나름 큰 사고였다. 관리 소홀로 꼼짝없이 공업사가 피해를 배상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깜짝 놀라 달려간 직원들은 누군가가 현장에 남긴 메모를 보게 됐다. 그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됐다. 누가 봐도 아직은 서툰 어린아이의 글씨였지만 메시지는 어른스러웠다.공책을 찢어 남긴 메모에는 '고의가 아니었는데 선생님 자동차의 유리를 깨고 말았습니다. 저는 알레한드로(이름)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우리 엄마 전화번호 XXXXXXXX, 우리 아빠 전화번호 XXXXXXXX'라고 부모의 연락처가 차례로 표기돼 있었다. 자신에겐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면 피해배상 처리를 해주겠다는 메시지였다. 어린아이의 솔직하고 현명한 대처는 공업사 직원들이 파손된 차량과 메모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공업사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반달리즘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반듯하게 자라는 아이들도 있다"며 "아이에게 훌륭하게 키워내고 있는 가정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아이와 부모에게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대응하는 법은 각각"이라며 "알레한드로, 지금처럼 자라거라. 넌 정말 멋진 사람이 될 거야"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공업사가 전화번호를 가리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접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축하를 드리고 싶다"며 정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냈다고 부모를 칭찬했다. 한편 공업사 관계자는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이미 아들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더라"며 덕분에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포토] 티파니 영, ‘눈부신 미소’

    [포토] 티파니 영, ‘눈부신 미소’

    소녀시대 티파니 영이 19일 서울 신사동 빌라드뮤리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4.19 뉴스1
  • [여기는 호주] 100세 할아버지♥93세 할머니 “우리 결혼했어요”

    [여기는 호주] 100세 할아버지♥93세 할머니 “우리 결혼했어요”

    100세 할아버지와 93세 할머니가 첫눈에 사랑에 빠져 양가 자손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해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호주 채널9 뉴스는 이날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에 위치한 한 요양원 정원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올해 93세를 맞은 할머니 마리 힐은 지난 2017년에 뉴캐슬에 위치한 캐머룬 파크 요양원에 들어왔다. 남편과는 사별했고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 들어온 할머니는 슬픔 속에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올해 100세를 맞은 할아버지 론 헤들리도 부인과 사별했고 할머니보다 2년 뒤인 지난 2019년에 요양원에 입소했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 시작된 운명적인 만남은 요양원의 아침 운동교실에서 시작되었다. 요양원 직원은 혼자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에게 기분도 전환 할겸 아침에 하는 운동교실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할머니는 그날 아침 마침 요양원에 처음 들어와 운동교실에 참가한 할아버지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할머니는 "운동교실에 참가해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 멋있었다"고 털어놨다. 할아버지도 "할머니가 너무 아름답고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운동교실에서 처음만나 사랑에 빠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즐거운 대화를 하고 음악과 영화를 즐기며 데이트를 했다.다시 사랑에 빠질 줄 몰랐던 할머니는 너무나 신사적인 할아버지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우리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농담 비슷하게 채근했는데, 이에 할아버지가 키스와 함께 프러포즈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이 연기되었다가 드디어 지난 18일 요양원의 정원에서 결혼식이 개최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결혼식에 참가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들들과 손주들도 결혼식에 참가해 이들의 사랑을 축하했다. 할머니의 아들 데니스는 "엄마가 매우 행복해 하신다"고 말했고, 할아버지의 아들 피터도 "두 분이 나머지 인생동안 행복한 삶이 될 듯하다"고 축하해 주었다. 요양원 식구들과 가족들에 둘러싸여 신랑과 신부는 결혼 반지를 교환하고 결혼 서약을 했으며 키스로 결혼식을 마쳤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들의 삶이 남아 있는 동안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할 것을 맹세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둘이 함께 있으면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안들고 다시 젊어진 느낌“이라며 행복해 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길섶에서] 차 내리는 시간/박홍환 논설위원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시간, 누군가는 실패를 곱씹으며 남몰래 눈물 흘릴 테고, 누군가는 성공의 기쁨을 되새기며 미소를 지을 것이다. 이것저것 다 필요 없다는 듯 그저 고단한 육신을 침대에 뉘이고, 힘겹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요즘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에 일기 쓰듯 사진과 함께 하루를 담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적인 만남을 줄이면서 귀가시간이 빨라진 탓에 하루를 반추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종종 차를 우려내 음미하는데 차를 내리는 10~20여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팔팔 끓어올랐던 물을 아주 조금 식힌 후 찻잎을 넣은 자사호에 부어 2~3차례 씻어내면 비로소 바짝 말라 있던 찻잎이 깨어난다. 찻잎으로선 정지돼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셈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똑같은 일상이어도 차를 내리는 시간만큼은 언제나 색다르다. 찻잎이 깨어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엉킨 실타래처럼 뭉쳐 있던 숱한 고민도 눈 녹듯 사라지곤 한다. 찻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조금씩 음미하면서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해 본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선물처럼 따라온다. 차를 내리는 시간,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stinger@seoul.co.kr
  • 이스라엘 실외선 ‘노마스크’… 당신의 미소가 보여요

    이스라엘 실외선 ‘노마스크’… 당신의 미소가 보여요

    이스라엘 정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기 하루 전날인 17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지중해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한가로이 주말을 만끽하고 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4월 1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1년여 만이다. 텔아비브 EPA 연합뉴스
  • 70년간 숨겨진 ‘시크릿 원더우먼’…만화 작가 조이 험멜 [김정화의 WWW]

    70년간 숨겨진 ‘시크릿 원더우먼’…만화 작가 조이 험멜 [김정화의 WWW]

    “너무나 영광스러워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2018년, 미국 최대 규모의 대중문화 박람회인 샌디에이고 코믹콘 인터내셔널의 주인공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90대 노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조이 험멜(결혼 후 이름 조이 머치슨 켈리). 최근까지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1940년대 DC코믹스의 최고 인기 만화 ‘원더우먼’을 쓴 고스트라이터(대필 작가)였다. 그가 지난 5일(현지시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DC코믹스가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 글을 이랬다. “‘원더우먼’ 시리즈를 쓴 최초의 여성으로서 험멜은 다이애나(원더우먼의 이름)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 그는 오늘까지도 발자취를 따르는 수백명의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원더우먼 작가 조수로 시작…3년여간 대본 70편‘21세기 최고의 여성 히어로’로 꼽히는 원더우먼을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험멜은 한번도 만화작가를 꿈꾼 적이 없다고 한다. 1924년 미국 뉴욕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부모님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밝고 야심찬 아이였다. 버몬트주에 있는 미들베리 칼리지에 입학할 만큼 성적도 우수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교육을 마치기로 결심한 그는 여성 전문 직업 교육기관이었던 캐서린 깁스 스쿨로 진학하는데, 여기서 일생의 인연을 만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윌리엄 몰턴 마스턴(1893~1947). 후에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한 심리학자 마스턴은 험멜이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던 심리학 수업의 강사이자 원더우먼의 만화 대본 작가였다. 당시 수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19살의 험멜은 마스턴의 제의에 그의 밑에서 조수로 일하게 된다.1941년 만화잡지 ‘올 스타 코믹스’ 8호에 처음 등장한 원더우먼은 이듬해 1월 ‘센세이션 코믹스’ 창간호 표지를 장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슈퍼맨 등 남성 일색인 히어로 세계에서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가진 강한 여성 히어로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과 놀라운 기쁨을 선사했고, 독자가 1000만명에 달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1940년대 역사적 상황과도 맞물린다. 가정과 사회를 책임지던 남성이 전쟁에 끌려가며 여성이 이들을 대신해야 했고, 여성도 남성과 같다는 인식이 퍼지던 때였다. 험멜이 원더우먼 대본을 쓴 첫 여성 작가였다는 저도 이런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됐지만, 마스턴과의 원더우먼 작업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험멜은 “마스턴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할 권리가 있다는 걸 안다’는 얘기를 자주했다”고 돌아봤다. 당시만 해도 급진적이었던 여성인권, 여성의 주체성은 대본 작업실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주제였다.처음엔 보조 역할만 하던 험멜은 몇 개월 뒤 마스턴이 소아마비에 걸리자 곧 단독 작가로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솔로로 데뷔한 첫 작품은 1945년 ‘원더우먼과 비너스의 날개 달린 처녀들’(Wonder Woman and winged maidens of Venus). 원더우먼이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날개 달린 전사들의 도움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3~4년간 최소 70편의 대본을 썼다. DC코믹스는 “험멜이 참여한 시간은 길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업은 초기 원더우먼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대필 작가로 숨겨졌다 70년 만에 이름 알려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작업도 ‘조이 험멜’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든 원더우먼 만화는 마스턴의 필명이었던 ‘찰스 몰튼’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험멜은 1947년 마스턴의 사망, 그리고 첫 번째 남편 데이비드 머치슨과의 결혼 등으로 대본 작업을 그만뒀다. 결혼 후엔 증권 중개인으로 제2의 경력을 쌓았고 수십년간 의붓딸과 두 아들을 양육하는 데 힘썼다. 집에는 옛날 작업물이 바인더 두 개에 꽉꽉 차있었고 두 아들은 이를 즐겨 읽었지만 이는 과거에 불과했다. 험멜은 손주들에게 원더우먼 얘기를 했지만, 아이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수십년간 아무도 몰랐던 조이 험멜이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건 불과 6년 전인 2014년,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질 르포어가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원제 ‘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를 펴내면서다. 페미니즘의 기원과 변천을 꾸준히 연구한 르포어는 그 과정에서 원더우먼이라는 ‘잃어버린 고리’를 발견하고, 마스턴의 편지와 기록물 등을 통해 험멜에게까지 가 닿았다. 르포어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험멜은 당시 거의 완전히 잊혀졌다. 나는 사람들이 그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신이 1940년대 원더우먼을 쓴 조이 험멜이냐’고 묻자, 그는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고 전했다. 르포어의 인터뷰 제안에 험멜은 몹시 기뻐하며 놀랐다고 한다. “강력한 페미니즘 메시지…후대에 엄청난 영감”세월을 거치며 원더우먼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평가는 양분됐다.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주목받았지만 쇠사슬이나 재갈 같은 속박 장면이 너무 잦아 비난받았고, 큰 가슴 등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불멸의 캐릭터로 살아남은 건 그 안의 명백한 메시지 때문이다. 원더우먼은 1970년대 미국 페미니즘의 물결과 함께 여성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당대 최고 유명한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이 만든 여성 잡지 ‘미즈’의 1972년 창간호 표지를 장식한 것도 원더우먼이었다. 제호 아래에는 ‘원더우먼을 대통령으로’라는 문구가 적혔다. 스타이넘은 “어린 시절 원더우먼을 읽고 자랐는데, 1940년대 쓰인 이야기에 이렇게 강력한 페미니즘 메시지가 있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원더우먼에 대해 “놀라운 힘과 마법 장치로 무장한 아마존 공주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여성 슈퍼 히어로로 깊은 문화적 영향을 미쳤다”며 “이 캐릭터는 동정심(compassion)과 힘(might)의 강력한 조합으로 후대에게 영감을 준다”고 평했다.물론 그 원더우먼을 만든 일등공신 험멜의 역할 역시 결코 작지 않다. 작가 겸 만화 편집자인 아니나 베넷은 “험멜은 무엇보다 진정한 페미니스트 작가였고, 그의 이야기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며 “그가 계속 글을 썼으면 원더우먼은 다른 시리즈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르포어의 책으로 말년에야 유명해진 험멜은 94살이던 2018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 난생처음 참여하고,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아이스너상(Eisner Awards)에서 ‘빌 핑거 상’을 받았다. 주목받지 못한 작가들을 위한 상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조이 험멜은 누구 · Joye Evelyn Hummel (결혼 후 조이 머치슨 켈리 Joye Murchison Kelly)1924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출생1944 캐서린 깁스 스쿨 졸업1944~1947 ‘원더우먼’ 집필2018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빌 핑거 상 수상2021 미국 플로리다주 윈터헤이븐 자택에서 사망
  • [월드피플+] 곰 캐릭터 인형입고 무한도전…640㎞ 걷는 남자의 사연

    [월드피플+] 곰 캐릭터 인형입고 무한도전…640㎞ 걷는 남자의 사연

    귀여운 캐릭터 인형탈을 뒤집어 쓰고 무려 640㎞가 훌쩍 넘는 거리를 홀로 걸어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진행 중이다.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16일(이하 현지시간) LA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까지 걸어가는 긴 여행에 나선 '곰 인형' 제시 라리오스(33)의 흥미로운 도전기를 전했다.캘리포니아 토박이로 건강보험을 판매하는 일을 하는 그는 지난 12일 아침 인형탈을 뒤집어쓰고 힘겨운 장도에 올랐다. 그가 뒤집어 쓴 귀여운 곰 인형의 이름은 베어선. 지난 2016년 친구의 도움으로 그가 직접 만들어낸 베어선은 곰과 개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캐릭터다. 라리오스는 "베어선은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임무를 갖고 있지않다"면서 "그저 하고싶은 일을 스스로 해보기 위해 만들었다"고 털어놨다.이렇게 탄생한 베어선은 라리오스에게는 이른바 '부캐'가 됐다. 그는 베어선을 입고 마라톤을 뛰어보자는 충동적인 결정을 해 2019년에는 35㎞ 지점에서 실패, 지난해에는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이번에 길고 힘든 여행에 나선 이유도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재미있는 모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시작됐다. 다만 이번 모험으로 망가질 베어선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1만 달러 모금과 기부단체 후원을 목표로 삼았다.물론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약 640㎞를 걸어가는 여정의 '간단한' 계획은 있다. 하루 최대 80㎞를 걷고, 잠은 야외에서, 먹을 것과 기타 비용은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 중이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여행 중 도로가 폐쇄되거나 걸어가기 힘든 지형 등을 만나 도착 예정일은 오는 17일에서 21일로 연기됐다. 라리오스는 "나는 마치 무언가를 보고 그 뒤를 쫓아가는 강아지와도 같다"면서 "이같은 재미있는 모험이 내가 하고싶은 일이며 그저 사람들에게 웃음과 미소만 주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벼랑 끝 오리온 기사회생… 뒤집기 불씨 ‘활활’

    벼랑 끝 오리온 기사회생… 뒤집기 불씨 ‘활활’

    고양 오리온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오리온은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인천 전자랜드와의 3차전에서 디드릭 로슨(24점 7리바운드)과 이대성(17점·3점슛 4개), 허일영(16점)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89-67로 대승을 거뒀다. 안방 1, 2차전에서 모두 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오리온은 적지에서 반격의 1승을 올리며 PO 2라운드 진출을 위한 불씨를 되살렸다. 5전3승제 기준 역대 6강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진 팀이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그렇지만 이날 오리온의 경기력은 이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4차전은 16일 인천에서 열린다. 경기 전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여기가 우리 홈 같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때 3차례 인천 원정에서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그 기운이 이어졌는지 오리온의 외곽포 11개가 거침 없이 터졌다. 반면 전자랜드는 4강 PO를 눈앞에 두고 힘이 들어갔는지 3점슛 24개를 던져 3개만 림에 꽂힐 정도로 외곽에서 난조를 보이며 패배했다. 전반에 오리온은 앞서가다 추격을 허용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달아나야 할 때 달아나지 못하던 오리온은 3쿼터 들어 작심한 듯 집중력을 발휘했다. 3쿼터에만 38점을 몰아쳤다. 한호빈(11점), 허일영, 이대성이 1쿼터에 이어 다시 릴레이 3점포를 가동했고 로슨이 내외곽에서 두루 힘을 보태는 한편 지공과 패턴 플레이가 적절하게 곁들여지며 4쿼터 중반에는 85-55로 30점 차까지 달아나 승부를 결정지었다. 양 팀은 점수 차가 크게 나자 주전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다음 경기를 대비했다. 발목 부상으로 이날도 코트에 서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오리온의 수호신 이승현은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포토] 머슬퀸 최소현, 고혹적 라인

    [포토] 머슬퀸 최소현, 고혹적 라인

    머슬퀸 최소현이 헬스 남성잡지 ‘맥스큐’에서 출간하는 디지털 화보집 ‘시크릿비’에서 최근 진행한 화보촬영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최소현을 주인공으로 한 시크릿비는 구글플레이북에서 올킬 1위를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생이자 쇼핑몰 CEO인 ‘머슬퀸’ 최소현을 뮤즈로 낙점한 ‘시크릿비’ 8호는 구글플레이북에서 전체 콜렉션 1위는 물론 실시간 TOP 100 차트, 최다 판매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1인치 잘록한 허리와 볼륨 넘치는 몸매로 ‘베이글녀’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최소현의 ‘시크릿비’ 디지털 화보집은 다이어트 시즌을 맞아 남성은 물론 여성 독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공개된 시크릿비 화보집 미공개컷을 통해 최소현은 사랑스러운 미소와 범접할 수 없는 무결점 몸매로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 뚜껑 따니 ‘초대박’ 시즌 초반 무시무시한 새 외인들

    뚜껑 따니 ‘초대박’ 시즌 초반 무시무시한 새 외인들

    LG 수아레즈, 2승째·평균자책점 0작년 등판 적어 우려됐지만 ‘반전’한화 카펜터는 ERA 0.82 새 희망두산 알칸타라 대체 로켓도 호투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이상이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던 새 외국인 선수가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활약을 예고했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왼쪽)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고작 2경기에 등판했지만 벌써 2승에 평균자책점(ERA)도 0이다. 탈삼진은 경기당 9개씩 총 18개를 잡았다. 12일 기준 다승, 이닝, 탈삼진, ERA 모두 1위다. 포심 패스트볼은 벌써 최고 시속 153㎞를 찍었다. 빠른 구속만으로도 무서운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도 갖췄다. 6일 kt 위즈전에서 1피안타, 11일 SSG 랜더스전에서 3피안타만 허용했을 정도로 견고하다. 수아레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6경기 9와3분의2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도 취소돼 제대로 던질 기회가 없었다. 시즌 후 샌프란시스코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경쟁력은 인정받았지만 실전 감각이 우려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게다가 수아레즈의 몸 상태는 아직 온전하지도 않다. 11일 경기에서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수아레즈는 “9회까지 던졌다면 좋았겠지만 하체의 힘이 점점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여름이 오면 더 많이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가운데) 역시 지난해 꼴찌 한화의 희망이 되고 있다. 아직 승은 없지만 2경기 ERA 0.82(4위), 탈삼진 15개(2위)를 기록했다. 카펜터는 의문 부호가 큰 선수 중 하나였다. 한국보다 수준이 낮은 대만리그에서 지난해 10승7패 ERA 4.00의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총액 50만 달러로 한화 외국인 3인방 중 몸값도 가장 낮다. 그러나 카펜터의 지난해 성적에는 공인구 문제가 숨어 있다. 대만리그는 공인구 반발계수가 워낙 높고 이로 인해 지난해 시즌 중 공인구를 교체하기도 했다. 카펜터 역시 대만 공인구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공인구가 손에 훨씬 잘 맞고 좋다”고 밝힌 바 있다. 공인구 문제가 없다 보니 본 실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두산 베어스는 시범경기에서 3이닝 1실점으로 부진했던 워커 로켓(오른쪽)이 2경기 1승 ERA 1.54로 반전을 보여주며 미소 짓고 있다. 지난해 20승을 올리고 일본으로 떠난 라울 알칸타라의 공백을 지워야 하는 두산으로서는 큰 힘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1선발 역할도 곧잘 할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로켓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십자가와 살아온 韓·英 작가… 불심에 빠지다

    십자가와 살아온 韓·英 작가… 불심에 빠지다

    전시장 중심 반가사유상 작품 놓고아시아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 전시절집 지붕에 살포시 눈이 내려앉았다. 사위는 꿈속인 듯 아련하고, 두 세 그루 나무와 등불이 호위무사처럼 마당을 지키는 풍경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제주도 서귀포 존자암지다. 전시장에는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속초 신흥사 등 한국 사찰뿐 아니라 일본,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이 걸렸다. 공간 한가운데는 반가사유상이 자리했다. 이끼 낀 붉은 벽돌 더미 위에서 눈에 손을 얹은 채 상념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설치작가 김승영의 ‘반가사유상-슬픔’이다. 뺨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짓고 있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재해석했다. 검은 물이 중심으로 빨려 들어갈듯 회전하는 원통 조각 ‘마음’,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흑색과 백색 대리석 조각으로 형상화한 ‘두 개의 물방울’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적인 작품들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가 포스트코로나 특별전으로 기획한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반영’(Reflections)이 13일부터 오는 5월 23일까지 열린다. 케나는 2000년 프랑스 슈발리에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비롯해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서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국내에선 강원 삼척 ‘솔섬’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승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물, 이끼, 숯돌, 낙엽 등 자연 재료에 관심을 두고 기억, 삶, 소통, 치유 등을 주제로 작업해 온 중견 작가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8일 온라인 화상으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이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영은 케나에 대해 “동양적인 심상이 우리와 잘 맞는다”고 했고, 케나는 김승영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호응했다. 불상을 작품 주제로 다뤘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기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 다 불교의 철학과 신비로운 매력에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케나는 1987년 전시를 위해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사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0여년간 틈틈이 불상 사진을 찍어 왔다.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불상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영국 사진작가·한국 설치작가, 불상으로 교감하다

    영국 사진작가·한국 설치작가, 불상으로 교감하다

    절집 지붕에 살포시 눈이 내려앉았다. 사위는 꿈속인 듯 아련하고, 두 세 그루 나무와 등불이 호위무사처럼 마당을 지키는 풍경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제주도 서귀포 존자암지다. 전시장에는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속초 신흥사 등 한국 사찰 뿐 아니라 일본,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이 걸렸다. 공간 한가운데는 반가사유상이 자리했다. 이끼 낀 붉은 벽돌 더미 위에서 눈에 손을 얹은 채 상념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설치작가 김승영의 ‘반가사유상-슬픔’이다. 뺨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짓고 있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재해석했다. 검은 물이 중심으로 빨려들어갈듯 회전하는 원통 조각 ‘마음’,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흑색과 백색 대리석 조각으로 형상화한 ‘두 개의 물방울’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적인 작품들이다.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가 포스트코로나 특별전으로 기획한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반영’(Reflections)이 13일부터 5월 23일까지 열린다. 케나는 2000년 프랑스 슈발리에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비롯해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서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국내에선 강원도 삼척 ‘솔섬’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승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물, 이끼, 숯돌, 낙엽 등 자연 재료에 관심을 두고 기억, 삶, 소통, 치유 등을 주제로 작업해온 중견 작가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8일 온라인 화상으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이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영은 케나에 대해 “동양적인 심상이 우리와 잘 맞다”고 했고, 케나는 김승영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호응했다.불상을 작품 주제로 다뤘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기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다 불교의 철학과 신비로운 매력에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케나는 1987년 전시를 위해 방문한 도쿄에서 사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0여년 간 틈틈히 불상 사진을 찍어왔다.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불상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학살 앞둔 희생자 사진에 미소 그려넣은 아일랜드 예술가에 캄보디아 격분

    학살 앞둔 희생자 사진에 미소 그려넣은 아일랜드 예술가에 캄보디아 격분

    캄보디아 당국이 악명 높은 크메르 루주의 학살에 희생된 이들의 사진을 “인간적으로” 바꾼 아일랜드 예술가를 공개 비판하고 조작된 사진들을 빨리 없애라고 촉구했다. 맷 러프레이란 예술가인데 그는 수도 프놈펜에 있던 S-21 교도소(현재 투올 슬렝 대량학살 박물관)에 수감된 희생자의 사진들을 잡지 바이스(Vice)에 올리면서 컬러를 입히고 일부 얼굴에는 미소까지 그려넣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집권한 크메르 루주는 최대 200만명을 학살했는데 이 교도서에서만 1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캄보디아 문화부는 사진을 바꾼 것이 “피해자의 존엄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러프레이와 바이스 모두에게 사진들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현재 바이스는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다. 문화부는 “러프레이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연구자, 예술가 및 대중이 피해자를 존중하기 위해 어떤 역사적 출처도 조작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러프레이는 바이스 잡지사와 대화하기 전까지는 논평할 수 없다고 BBC에 밝혔다. 바이스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이 기사에는 러프레이가 채색을 넘어서 조작한 크메르 루주 피해자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면서 “ 바이스의 편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삭제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편집 과정의 실패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스 편집진이 미소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웃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감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남자들에게 한 말과 다르게 여자들에게 말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트위터에 미소가 덧대지거나 컬러가 입혀진 사진 조작이 있었다는 글이 쏟아졌고 원본 사진과 러프레이의 조작된 사진을 비교하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당연히 캄보디아인들은 격분했다. 트위터 이용자인 문팃 케르는 “곧 커다란 무덤으로 행진할 것을 알고 있던 얼굴 뒤에 숨어있는 무서운 감정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하지만 예술가의 자기 과시를 위해 축하하며 웃는 초상화로 변모했다. 사려 깊지 않고 공격적!”이라고 썼다. 리디아란 여성은 러프레이의 사진에 나오는 한 남성의 조카라면서 러프레이가 바이스와의 인터뷰 도중 삼촌이 농부이며 전기 처형된 뒤 불태워졌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삼촌은 초등학교 교사였으며 그가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 알려진 것은 없다. 하나뿐인 아들도 함께 희생됐기 때문에 러프레이가 삼촌의 최후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주는 캄보디아를 중세로 되돌리려고 시도했으며, 수백만명을 시골의 집단농장으로 이주시켜 강제 노동을 시켰다. 안경을 썼거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옛 정권에 연결된 사람들로 간주해 표적으로 삼았다. 나중에는 모든 이를 적으로 돌려 캄보디아의 베트남 민족과 무슬림도 표적이 됐다. 굶겨 죽이거나 감염병으로, 또는 과도한 노동으로 숨졌다. 정권은 1979년 베트남 군대에 의해 축출됐지만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은 태국-캄보디아 국경 지역에 숨어 베트남이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에 계속 저항하면서 학살을 이어갔다. 유엔은 2009년에 크메르 루주의 생존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재판소를 설립하는 것을 도왔다. 수억 달러의 국제 원조를 썼는데도 크메르 루주 지도자 가운데 ‘둑 동지’로 알려진 키우 삼판 전 국가수반, 지난해 사망한 폴 포트의 부관 누온 체아, 1998년 사망한 주범 폴 포트 등 단 세 명만 형을 선고받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 작품 여든까지” 18년 전 약속대로 … 연극 외길 끝자락 동갑 ‘모드’와 동행

    “이 작품 여든까지” 18년 전 약속대로 … 연극 외길 끝자락 동갑 ‘모드’와 동행

    “내가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데, 그때 어떻게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었나 몰라. 참 잘한 것 같아요.”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 기념으로 머리도 아주 짧게 잘랐다고 할 만큼 배우 박정자에게 ‘80’이란 숫자는 남달랐다. 2003년 연극 ‘19 그리고 80’에 처음 출연할 때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했던 바람을 지킬 수 있는 나이여서다. 다음달 1일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에서 개막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에서 박정자는 극 중 모드와 같은 나이로, 마지막 모드를 연기한다. 서울 중구의 한 문화공간에서 만난 박정자는 자신과 관객을 위한 약속을 지켜 내고야 만 소감을 밝히며 뿌듯한 듯 연방 미소를 지었다. “연극은 제일 미련하고 우직한, 별 재주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것처럼 그는 ‘80세 모드’를 향해 차곡차곡 시간을 쌓았다. 매년 모드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다섯 번의 연극(2003, 2004, 2006, 2012, 2015)과 한 번의 뮤지컬(2008)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났다. 매번 연출과 상대 배우들이 달라졌지만 모드 역의 박정자만은 그대로였다. “그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참 좋은 작품이고 관객들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극 중 나이가 될 때까지는 만나야겠다’ 마음에 두고 있던 걸 지킨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약속을 향해 나아갈 만큼 모드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죽지 못해 안달인 19세 소년 해롤드와 만나 사랑을 노래하는 80세 할머니 모드를 ‘롤모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무공해처럼 순수하고 지혜가 넘치며 유머까지 있는, 아주 건강하고 귀여운 할머니”라면서 “이런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도 작품 속 모드와 많이 닮았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였다. “딱히 애쓰지 않았어요. 운동도 안 하고 무척 게을러요. 물론 내가 게으르다고 하면 윤석화가 그래. ‘선생님이 어떻게 게을러?’라고.” 다만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이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무대에 섰다는 것이 애쓰며 살아온 지난 시간을 설명한다. “이 바쁜 세상을 막 바쁘게 살거나 호흡에 맞춰서 허덕이진 않는 편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심플하죠. 그래야 어떤 작품이든지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너무 시달리거나 세상 사는 것에 분주하고 그러면 어떤 작품이나 배역이 나한테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박정자는 그가 말한 연극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연기하며 살아왔다. 여든이 되어서도 여전히 ‘실수하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를 만큼 무대는 그의 모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남편도, 자식도 아닌 배우를 한 것”이라면서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을 연극을 통해 세상에 드러냈고, 이렇게 평범한 얼굴과 이름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름이 평범하다고 얘기하다 “어휴, 박정자가 뭐야” 하고 웃던 그가 덧붙였다. “그래도 내 이름 속 ‘바를 정(正)’ 자를 정말 좋아하고 그 글자를 붙들고 어긋남 없이 살려고 했어요. 물론 실수도 하고 실망도 주고 그랬겠지만, 하여튼 붙들고 살아야 할 기둥은 있어야 하니까.”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박정자 “연극은 제일 미련하고 우직한 사람이 하는 것”

    박정자 “연극은 제일 미련하고 우직한 사람이 하는 것”

    “내가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데, 그때 어떻게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었나 몰라. 참 잘한 것 같아요.”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 기념으로 머리도 아주 짧게 잘랐다고 할 만큼 배우 박정자에게 ‘80’이란 숫자는 남달랐다. 2003년 연극 ‘19 그리고 80’에 처음 출연할 때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했던 바람을 지킬 수 있는 나이여서다. 다음달 1일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에서 개막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에서 박정자는 극 중 모드와 같은 나이로, 마지막 모드를 연기한다. 서울 중구의 한 문화공간에서 만난 박정자는 자신과 관객을 위한 약속을 지켜 내고야 만 소감을 밝히며 뿌듯한 듯 연방 미소를 지었다. “연극은 제일 미련하고 우직한, 별 재주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것처럼 그는 ‘80세 모드’를 향해 차곡차곡 시간을 쌓았다.매년 모드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다섯 번의 연극(2003, 2004, 2006, 2012, 2015)과 한 번의 뮤지컬(2008)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났다. 매번 연출과 상대 배우들이 달라졌지만 모드 역의 박정자만은 그대로였다. “그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참 좋은 작품이고 관객들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극 중 나이가 될 때까지는 만나야겠다’ 마음에 두고 있던 걸 지킨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약속을 향해 나아갈 만큼 모드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죽지 못해 안달인 19세 소년 해롤드와 만나 사랑을 노래하는 80세 할머니 모드를 ‘롤모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무공해처럼 순수하고 지혜가 넘치며 유머까지 있는, 아주 건강하고 귀여운 할머니”라면서 “이런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했다.게다가 그도 작품 속 모드와 많이 닮았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였다. “딱히 애쓰지 않았어요. 운동도 안 하고 무척 게을러요. 물론 내가 게으르다고 하면 윤석화가 그래. ‘선생님이 어떻게 게을러?’라고.” 다만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이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무대에 섰다는 것이 애쓰며 살아온 지난 시간을 설명한다. “이 바쁜 세상을 막 바쁘게 살거나 호흡에 맞춰서 허덕이진 않는 편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심플하죠. 그래야 어떤 작품이든지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너무 시달리거나 세상 사는 것에 분주하고 그러면 어떤 작품이나 배역이 나한테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박정자는 그가 말한 연극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연기하며 살아왔다. 여든이 되어서도 여전히 ‘실수하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를 만큼 무대는 그의 모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남편도, 자식도 아닌 배우를 한 것”이라면서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을 연극을 통해 세상에 드러냈고, 이렇게 평범한 얼굴과 이름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름이 평범하다고 얘기하다 “어휴, 박정자가 뭐야” 하고 웃던 그가 덧붙였다. “그래도 내 이름 속 ‘바를 정(正)’ 자를 정말 좋아하고 그 글자를 붙들고 어긋남 없이 살려고 했어요. 물론 실수도 하고 실망도 주고 그랬겠지만, 하여튼 붙들고 살아야 할 기둥은 있어야 하니까.”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백신여권’ 인증앱, 식당·경로당 등 생활시설 이용에 활용 검토

    ‘백신여권’ 인증앱, 식당·경로당 등 생활시설 이용에 활용 검토

    6월은 돼야 공공장소 상용화 가능할 듯국가 간 이동 시 활용방안 등 지침 마련중밀접접촉자는 격리 기간 단축·면제 추진미소지자 차별·프리패스권 무리 지적도생물학적 제제 수입때 증명서 제출 면제정부가 이달 중 개통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여권’ 인증앱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백신여권 인증앱 개통 소식을 알리며 “접종을 마친 분들의 생활 속 불편함이 최소화되도록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국가 간 이동 시 백신여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관련 지침을 준비 중이다. 우선 백신여권은 이스라엘의 ‘그린패스’, 미국 뉴욕주가 도입하기로 한 ‘엑셀시오르 패스’처럼 경기와 공연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문화·체육 행사 참석을 허용하는 데 쓰일 수 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받은 이스라엘은 식당 출입에도 그린패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린패스 소지자는 실내에서 식사할 수 있고, 미접종자는 야외 좌석에만 앉을 수 있다. 정부도 식당·경로당 등 생활시설 이용에 백신여권 인증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가령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증명서를 받은 분들은 경로당에 오셔도 되고, 5명 이상 함께 식사해도 된다는 식으로 점차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반 국민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진 6월은 돼야 여러 공공장소에서 백신여권 인증앱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여권 소지자에 한해 자가격리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상대국이 백신여권을 소지한 한국인이 입국하면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해 줄 테니 자국인이 한국 입국 시에도 격리기간을 단축해 달라고 요구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격리기간 단축이 가능할지 등을 포함해 전문가 자문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더 나아가 “국내에서 감염자와 접촉해 밀접접촉자가 되더라도 유전자검사(PCR)에서 음성이 나온 백신여권 소지자는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면제해 주는 방안 등이 추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2차 접종 후 항체가 생기면 감염이 되지 않거나, 혹여 감염되더라도 전파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백신여권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정도가 되면 백신 접종 참여율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5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 동의율은 86.1%이지만 젊은층이 많은 특수·보건교사 등의 접종 동의율은 70%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여권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여권 미소지자(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황열 백신처럼 예방효과가 100%에 이르지 않아 ‘프리패스권’이 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백신 여권이 실제 ‘여권’처럼 활용될 경우 상대국이 접종한 백신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수입할 때 수출국 정부가 발생한 증명서 제출을 면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해외 규제 당국의 허가 여부와 별도로 평가해 백신 등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투표권 없는데도 한 표, 무효 처리됐는데도 징역 5년형 가혹하지 않은가

    투표권 없는데도 한 표, 무효 처리됐는데도 징역 5년형 가혹하지 않은가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흑인 여성 크리스탈 메이슨(46)은 2016년 대통령 선거일에 잠정 투표(provisional ballotnal)를 하러 갔다. 2002년 투표 독려법(헬프 아메리카 보트 법)에 규정된 잠정 투표는 자신이 투표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때 한 표를 행사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그녀의 어머니는 투표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본인도 그렇게 믿고 투표소로 갔다. 이름을 입력하면 투표 자격 여부가 뜨는데 그녀는 투표 자격이 없다고 나오는데도 인적 사항을 적은 뒤 한 표를 행사했다.  그녀는 사실 세금 탈루 혐의로 5년을 복역하다 출소한 뒤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어서 투표권이 박탈된 상황이었는데 이를 몰랐던 것이다. 어쨌든 부정 투표를 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가 던진 한 표는 무효 처리돼 개표도 집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텍사스주 항소 형사법원은 기나긴 재판 끝에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메이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투표권이 박탈된 줄 몰랐다는 그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이슨은 3일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너무 기막힌 일이다. 매일 깨어나 교도소 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선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단순한 실수를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손에 미래가 달려 있을 수 있다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선거관리 시스템으로 그녀의 부정 투표를 막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정 투표를 하게 놔두고 이렇게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재판장은 그녀에게 상고 여부를 물었는데 그녀는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즉각 답하지 못했다. 이제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메이슨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녀의 변호인 앨리슨 그라인터는 2002년 투표 독려법(헬프 아메리카 보트 법)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부정을 저질렀더라도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연방정부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텍사스주 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는 불법 투표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반드시 알고 있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분명 있어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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