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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만 화소폰’을 띄워라

    이동통신업체와 휴대전화업체가 고화소 카메라폰 ‘띄우기’에 나섰다.휴대전화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너무 일찍 출시돼 막상 소비자들이 구경하기 힘들었던 300만 화소폰이 출시 한달만에 TV광고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올들어 유난히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 온 KTF와 삼성전자는 2일 고화소폰 공동 프로모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니콜 디카폰 4종(모델명 SPH-V4400,V4200,S2300,S1000)을 구입한 신규 고객 300명을 추첨,11월 중 동남아 리조트에서 3박 4일간 열리는 KTF 굿타임 파티에 초청한다.또 50명을 선발,제주도 한라산에서 삼성전자 300만화소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출시돼 KTF에 공급된 200만 화소폰은 매월 5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하지만 지난 7월19일 역시 KTF에 공급한 300만 화소폰은 KTF의 영업정지(7월20일∼8월19일)와 맞물리며 초기 400대 공급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다. LG전자도 SK텔레콤에 공급한 200만 화소폰이 누적판매 6만대로 안정을 찾은 반면 SKT·KTF에 1만 5000대 공급한 300만 화소폰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팬택앤큐리텔도 7월초 내놓은 200만 화소폰이 현재까지 3만 200대가 나가는 등 ‘호조’를 보인 반면 지난달 중순 KTF에 공급한 300만폰은 판매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앞으로 마케팅은 300만 화소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출시 이후 한달이 넘도록 잠잠하던 300만폰 TV광고를 26일부터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29일부터 TV광고에 들어갔다.제품도 나오기 전에 광고를 시작했던 200만폰과는 정반대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열린세상] 현지서 바라보는 美대선/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미국은 하나의 국가이자 대륙이다.공간의 넓이만큼,싫든 좋든 국력에 있어서도 큰 나라이다.이라크와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전시국가라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2004년 대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선거전에서 미국이 전시국가임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문제시되었던 쟁점은 경제운영,의료와 세금정책,국민의 32%를 차지하는 비백인(非白人)의 권리확대 문제,동성결혼 및 낙태 등 사회변화 추세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러나,올해 실시되는 미국의 대선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외교국방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라 있다.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시의 정당성,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경력,테러 및 전쟁과 관련된 외교국방 정책이 첨예한 경합의 대상이 되고 있다.일단,부시 대통령은 한마디로 ‘나는 강력한 사람이다.’ 라는 입장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8월30일부터 9월2일 사이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도 이러한 전략과 연계되어 있다.9·11 테러가 발생했던 바로 그 도시에서,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전쟁의 불가피성을 유권자들에게 정면으로 설명하려는 전략이다. 국방이라는 문제는 민주당에 하나의 딜레마다.케리 후보 역시 평화와 도덕성을 외치고 있지만,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는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선거운동 초반부터 민주당은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핵심 무기로 설정한 바 있다.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한편,케리 후보는 자원해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진실된 애국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노력하였다.그러나,베트남전 참전용사 그룹중의 일부가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기록과 훈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여 파문을 일으켰다.미국에는 대략 250만명의 참전용사들이 있는데,베트남전 참전 경력에 대한 시비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케리 측은 부시 후보측의 개입의혹을 강력히 제기하여 왔는데,결국 부시의 고위 선거참모인 긴스버그가 법률적 자문을 제공한 혐의를 시인하고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1971년 케리 후보가 의회에서 베트남 전 당시의 미군 잔혹성에 대해 증언한 내용을 비판하는 일에는 공화당의 밥 돌 전 의원이 총대를 멨다.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케리 후보에 대해 심정적 호감을 갖고 있지만,케리에게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케리 후보에게서 대안을 기대했던 언론들은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대안을 채근하고 있다.35년 전 베트남전 참전경력 이외에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이끌 비전과 방법을 보여 달라고 공화당 역시 공격에 나서고 있다.최근까지 케리는 47% 대 41%로 부시를 앞선 것을 비롯,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여 왔다.그러나,USA투데이와 CNN,그리고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시가 50% 대 47%로 케리를 앞섰다.유권자들은 아직도 경제는 케리,전쟁은 부시 후보에게 맡기려 하고 있다.부시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율 상승을 추구하겠지만,뉴욕에서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시위대가 부시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이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행할 경우,공화당의 전당대회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전반적으로,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던 정치적 대결구도와 후유증이 아직도 미국사회에 지속되고 있는 느낌이다.당선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게 갈리는 지지율,격화된 정치 공방이 그대로 관찰되고 있다.금번의 첨예화된 부시- 케리 두 후보간 대결 역시,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미미한 지지율의 차이로 승패를 판가름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이종수 교수는 현재 풀브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예일대 법대에서 연구중임.
  • 감정평가사 합격자 줄어들듯

    감정평가사 합격자 줄어들듯

    지난달 29일 치러진 제 15회 감정평가사 2차 시험에는 1차 면제자 971명을 포함한 1963명이 원서를 내 이 가운데 1507명이 응시(77%)했다.지난해 1971명이 원서를 내 1481명이 응시(75%)한 것에 비해 조금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감평사 인기가 회복세라는 당초 예상에 비추면 이같은 수험생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여기에다 올해는 그동안 비교적 쉽게 출제됐던 실무 과목이 어려웠다는 평가여서 합격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최종 합격자 발표는 12월18일로 예정되어 있다. ●당락은 실무 과목에서 갈릴 듯 감평사 2차 시험은 감평 실무,감평 이론,감평 및 보상법규 3과목으로 치러진다. 상대평가로 치러질 때까지만 해도 2차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실무로 꼽혔다.심할 경우 교과서와 무관한 실제 사례를 문제로 던져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상대평가 시절 감평사 합격선이 50점대 초반에서 40점대 후반에 형성된 원인 제공자도 실무과목이 꼽혔다.이랬던 과목이 2002년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비교적 쉽게 출제됐다.절대평가 기준이 60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실무과목은 상대평가 시절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다.특히 1번 문제는 풀고 나니 60분이 지났더라는 수험생들이 속출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다.2번 문제 역시 난이도가 높아 제대로 답을 쓰지도 못했다는 수험생들이 많다. 수험생 김모(32)씨는 “문제 풀 때도 답답했지만 같이 시험친 사람들도 제대로 적었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S법학원 관계자 역시 “실무에서 과락을 면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론과 법규에서도 무난히 합격권에 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합격자 수는 보통처럼 100∼130명 사이에서 결정나겠지만 지난해 135명보다는 다소 합격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행정법 스터디로 공부해야 이에 반해 이론 과목은 쉬웠다는 평가다.이론 과목은 출제위원에 따라 문제가 오락가락한다는 평가 때문에 수험생들의 원망을 많이 받았던 과목이다.올해에는 치우침 없이 고루 출제돼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는 평가다. 반면 실무과목이 워낙 어려워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법규과목은 여전히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다.몇 문제들의 경우 행정법에 대한 지식 없이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 출제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하지만 스터디 등을 통해 행정법을 꾸준히 정리해온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풀었다는 반응이다. 수험생 정모(28)씨는 “모든 문제가 행정법에서 묻거나 아니면 행정법과 간접적으로라도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면서 “실제적인 문제와는 연관이 없더라도 행정법학계의 동향과 판례 등을 스터디를 통해 일독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학원 관계자들 역시 “행정법에 대한 정리만 잘 되어 있다면 법규 과목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쉽게 합격권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차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감평사 2차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1·2차 시험이 서로 크게 연관되어 있는 시험이 아니다.1차시험은 그야말로 2차시험을 치를 자격만 줄 뿐이다.이 때문에 2차시험 준비는 미리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실제 수험 사이트에서는 “1차하면서 2차 공부를 병행하려다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식의 글이 많다. 특히 2차시험은 교과서를 반복적으로 읽기보다는 자신이 이미 감평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문 자료 등을 활용해 연습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태동 vs 최중경 ‘환율논쟁’

    김태동 vs 최중경 ‘환율논쟁’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찬반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논쟁의 한복판에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 있다. 각각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부의 외환정책에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했다며 김 위원은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김대중정부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경제학자 출신의 김 위원은 “재경부가 인위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높게 유지함으로써 정부의 일자리창출이나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높은 환율수준이 결과적으로 가계의 실질소비와 민간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이렇듯 내수를 ‘희생시켜’ 얻어낸 수출부양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오른손이 움직였으면 왼손도 움직여 정책조합의 박수소리가 나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은이 물가부담을 무릅쓰고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낮춘 만큼 재경부도 환율하락을 용인하라는 얘기다. 이에 맞서는 외환정책의 사령탑은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안팎의 비판과 시장의 반발에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아 ‘최틀러’로 불리는 그는 “한쪽 다리(내수)가 부러졌다고 다른쪽 다리(수출)마저 부러뜨리는 것이 정책 균형이냐.”며 기존 입장을 전혀 꺾지 않고 있다.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무너지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의 물가상승은 고유가가 주범이며,소비와 설비투자 부진도 환율 탓이 아니라고 반박했다.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비용 손실은 수출 방어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집중분석 모기지론] (하) 제도 정착을 위하여

    [집중분석 모기지론] (하) 제도 정착을 위하여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일반화된 미국은 자그마치 7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반면 우리나라는 모기지론이 시행된 지 아직 반년도 안 됐다.실수요자의 손쉬운 내집마련을 위한 제도로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그러나 모기지론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체질개선 우선”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이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1%포인트 안팎으로 높은 금리(연 6.45%)와 비교적 많은 월 상환액이 꼽히고 있다.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장기채권 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대출기간도 대부분 25∼30년으로 대출자의 월 상환부담이 적다.”고 말했다.그는 “주택금융공사의 MBS(주택저당증권)의 만기가 최장 20년이고,이에 따른 대출기간도 최장 20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의 월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출가능 최대금액인 2억원을 20년동안 빌릴 경우 매월 148만 5000원씩 갚아야 한다.고정적인 소득이 있는 중산층이 아니면 모기지론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버거울 수 있다. 3년·5년짜리 채권이 주종을 이루면서 장기채권 투자를 낯설게 여기는 풍토 때문에 MBS에 대한 투자수요도 미미한 편이다.이러다 보니 모기지론 대출 금리도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지난 16일 모기지론의 금리가 연 6.7%에서 6.45%로 낮아졌지만,이는 투자수요 증가보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MBS발행금리 하락(5.0%→4.5%)에 따른 것이었다.모기지론은 주택금융공사의 MBS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기지론의 금리는 주택금융공사의 MBS발행금리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MBS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많아져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낮은 금리로 발행(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MBS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추가로 세제혜택을 주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모기지론 전문회사인 패니매(Fannie Mae)가 상환기간,금리체계 등을 다양화시켜 무려 34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달리,우리나라는 10년·15년·20년짜리 고정금리 상품만 판매하는 것도 이같은 자본시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출 절차 고객 위주로” 번거로운 대출절차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혔다.미국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적이 있다는 김모(41·사업)씨는 “미국에서는 ‘모기지 브로커’(대출 중개인)를 찾아가 주택구입 방법을 문의하면,이 사람이 소셜 시큐리티 넘버(사회보장번호)를 통해 신용도를 조회하고 은행과 직접 접촉해 소요 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해줬다.”고 소개했다.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모기지론을 받으려면 주택구입비용 100%를 융통해 본인 명의로 집을 등기한 뒤 대출을 받아야 한다.소득 증빙 자료도 일일이 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롭다. 빈곤층·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기능도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주거복지연대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가 공공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만큼 저발전 지역은 우대해주는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의 이용 고객을 분석한 결과 서울 28.2%,경기 34.4% 등 수도권 지역에 절반 이상(62.6%)이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주로 3년짜리 안전한 회사채를 매입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장기채권인 MBS에도 투자하면서 장기 채권 시장을 육성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국민들 역시 집을 투자 대상이 아닌 주거 대상으로 바라봐야 모기지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집중분석 모기지론] (중) 주택대출 대안 될까

    [집중분석 모기지론] (중) 주택대출 대안 될까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의 장점은 주택을 구입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시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있다.하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원금 상환없이 이자만 꼬박꼬박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거나 만기연장(롤 오버)하는 게 대부분이다.현재 가계에 대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001∼2002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져 상환 시기도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몰려 있다.가계는 물론 은행권의 부실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줄곧 은행권에 가계대출의 만기연장을 부탁해온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기형적인 가계대출 구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72조 7000억원으로,이 가운데 105조원(41.6%)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갚아야 한다.가계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 등으로 은행권이 만기연장에 적극 나서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돼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지면 ‘대출금 회수→부동산 매물 증가→주택가격 폭락→가계신용 악화→금융회사 부실화→대출 회수 가속화’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금융연구원 강종만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비유한다.그는 “당시 미국의 가계대출은 5년 이내의 단기대출이었는데,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면서 “1938년 모기지론 전문회사인 ‘패니매’가 설립된 이유”라고 설명했다.지난 3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모기지론,시장의 안전판으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공사로 넘기면,공사는 이를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고,채권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은행측에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따라서 은행으로서는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면 대출채권은 더 이상 은행의 자산이 아니다.모기지론 판매에 따른 수익이 은행 자체의 대출상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는 적지만 연체 등의 부실 부담이 완전히 공사로 넘어간다.가계대출의 리스크(위험)가 줄어드는 것이다.이럴 경우 은행은 자본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 이익률(ROE)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거나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된다.주택금융공사 유상규 홍보실장은 “7월 말까지 모기지론을 판매한 금융기관 가운데 외국계가 대주주인 외환·제일은행의 판매액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같은 이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역시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상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장기채권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모기지론의 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할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반면 시중은행은 자금 조달을 주로 수신예금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쉽사리 정할 수가 없다.은행 입장에서 보면 시중금리가 올라갈 때는 고정금리가 불리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은 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하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모기지론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신규로 모기지론을 신청할 경우 MBS의 추가 발행 등에 따라 모기지론의 고정금리가 이미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갈아타기를 한다 해도 실효가 없다. ●단기대출→모기지론 전환은 미약 이같은 모기지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으로 바꾼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7월 말 모기지론 판매실적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 옮겨온 경우는 30%대(4800억여원)다.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담보대출 액수(42조 3000억원)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신규 모기지론이 활성화되면 모기지론의 순기능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이지만,금리를 낮추고 상환기간을 늘리는 등의 유인책이 없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해외건설 살리자] (4) 미래의 보고 러시아·구소련권

    [해외건설 살리자] (4) 미래의 보고 러시아·구소련권

    러시아와 옛 소련연방 지역이 해외건설 시장의 새로운 보고로 부상하고 있다.러시아와 옛 소련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잠재구매력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었다.그러나 지난 몇년 사이 유가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가 주목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옛 소련연방에서 분리된 나라 가운데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1위,석탄 매장량 2위,석유 매장량(486억배럴) 8위의 자원부국이다.특히 석유는 아직도 매장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8위라는 순위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이외에 카자흐스탄은 54억배럴,아제르바이잔은 12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유가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 역시 가스 플랜트나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진출 러시 한동안 러시아 시장은 일부 주택업체들이 지원형태로 문을 두드린 게 고작이었다.그러나 고유가로 이들 국가에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대형 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LG건설은 현재 러시아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26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공사를 추진중이다.GS홀딩스와 공동사업으로 자금조달에서부터 개발,시공,판매까지 일괄 추진하는 방식이다. 올해초부터 사업을 추진,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가을쯤에는 양국간 협의가 결실을 맺어 사업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앞서 LG건설은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3500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했었다.LG건설 관계자는 “타타르스탄 플랜트 수주는 지금까지 가스나 정유 플랜트 공사를 통해 쌓은 기술력이 있어 충분히 수익이 나는 사업이 된다.”면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우리가 취약했던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연산 480만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인 ‘사할린-ⅡLNG플랜트’를 일본업체와 함께 수주했다.대우건설 몫은 7750만달러로 올 가을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건설은 향후 발주될 공사 수주를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대우건설 서현우 이사는 “사할린플랜트 공사가 끝나면 후속으로 셸사가 135억달러가량의 공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목표는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엑슨모빌컨소시엄은 135억달러의 ‘사할린-Ⅲ플랜트’를 추진중이다.이외에 이르츠쿠크 가스전 개발사업도 11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공사만 해도 322억 5500만달러에 달한다.시장규모가 커지면 LG건설이나 대우건설 외에 다른 대형업체들도 속속 이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풍림산업도 하바로프스크시에서 엑슨사가 발주한 1억 1000만달러 상당의 항만 및 창고건설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플랜트가 아닌 주택분야의 경우도 국내 업체들의 진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포스코건설은 타타르스탄공화국에서 추진하는 최소 3억달러 규모의 주택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4년간 이를 시공키로 했다. 또 계룡건설도 하바로프스크시와 주택개발사업 참여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고 주택사업을 추진중이다.사업규모만 해도 1억달러에 달한다. ●주의할 점도 만만치 않아 러시아나 동구시장의 경우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이들 시장이 아직 시장경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다가 사업추진 시 걸림돌도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완전한 시장경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최근 유코스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코스 경영권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탈세 조사가 이뤄지면서 비롯된 이 사태로 세계 유가가 폭등해 러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재원조달이다.아무리 고유가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았다고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직접 발주하는 공사는 미미한 수준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러시아와 동유럽은 개방 이후 개발호재는 많지만 재원조달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공공재원을 가져가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선임연구원도 “러시아는 현재 동구권보다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가 더 불투명하다.”면서 “건설업 등은 자금 회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돈없는 피고인 변론 법조계도 나눔 세상

    ‘성공예감’ 오는 9월부터 전국 7개 법원에서 시행되는 국선전담 변호인 제도가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 등 경력 법조인들이 국선전담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지원 숫자는 아직은 미미하지만 뜻있는 법조인들이 형편이 어려운 피고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지법 등 7개 지방법원에 국선전담 변호인 신청을 받은 결과 17명의 변호사가 지원했다.이 가운데 7명의 변호사가 검찰이나 법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경력 법조인이다.특히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도 4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선전담 변호인은 법원이 변호인 중에 국선변호인을 선정,국선 변호 사건만을 담당케 하는 것으로 기본보수가 낮아 변론 활동이 미흡하다는 현행 국선변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국선전담 변호인으로 선정되면 국선사건을 제외한 민·형사,가사,행정 사건의 수임을 모두 제한받게 된다. 대법원은 국선변호인에게 건당 15만원,최고 75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며,종전보다 많은 월평균 25건가량을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비록 한 달에 25건의 사건을 할당받더라도 국선전담 변호인단이 한달 평균 받을 수 있는 보수는 550만원 수준.여기서 세금을 제외하고 사무실 임대료,각종 잡비 등을 빼면 사실상 무료 변론수준에 가까울 정도다.국선전담 변호사를 지원한 한 변호사는 “국선변호를 맡게 되면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당사자나 가족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하곤 한다.”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것보다 법조인으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젊은 변호사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국선전담 변호인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의외로 40∼60대의 중견 법조인들이 14명이나 지원해 놀랐다.”고 말했다. 모두 4명을 국선전담 변호사를 선정하는 서울중앙지법에는 모두 9명이 지원했다.부장검사와 부장판사 출신 2명이 포함됐다.그러나 서울중앙지법측은 지원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아직 최종 선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최근 변호사 사건 수임이 어렵다 하더라도 경력 법관들의 월 평균 수입이 500만원은 충분히 넘지 않겠느냐.”면서 “이들 경력 변호사들이 지원한 것은 그야말로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법조인들은 이들 소신있는 경력 변호사들이 국선전담 변호사로 선정되면 충분한 접견과 기록검토 등 내실있는 변론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chungsik@seoul.co.kr
  • 홈쇼핑 “해외로 해외로”

    홈쇼핑 업체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홈쇼핑 시장이 5조원대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성장한데다 성장률이 감소세로 반전하는 등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방송기술력 등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국내 홈쇼핑 업체는 내수 침체가 계속되자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홈쇼핑 업계 최초로 타이완에 진출,오는 12월 시험방송을 시작한다. 타이완 최대의 금융 지주 회사인 ‘푸방 그룹’과 자본금 160억원을 들여 TV홈쇼핑 합작법인 ‘FMT’를 세웠다.우리홈쇼핑은 18억원을 투자,11.1%의 지분을 가졌다.내년 1월부터 본방송을 시작하고,3월부터는 인터넷 쇼핑몰도 열 예정이다.타이완 내 400만 가구에 방송을 송출,방송 첫해에 2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타이완 홈쇼핑 시장은 현재 ‘둥썬(東森)홈쇼핑’이란 업체 1곳이 독점하고 있다.우리홈쇼핑의 정대종 사장은 “타이완은 중국과 달리 이미 홈쇼핑 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시장 진입이 쉽다.”면서 “타이완을 사업 전초 기지로 삼아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가 및 미국 홈쇼핑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홈쇼핑 시장에는 이미 현대홈쇼핑과 CJ홈쇼핑이 진출했으나 저조한 신용카드 보급률 및 취약한 결제,물류,택배 시스템 등의 문제로 아직 수익은 미미하다.하지만 중국 유통시장이 빠르게 성숙하고 있는데다 경제성장률도 높아 CJ와 현대는 앞으로 중국 시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 4월 중국 상하이에 합작회사를 세운 CJ홈쇼핑은 하루에 1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 매출목표는 300억원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2월 광저우에 이어 올 2월에는 선전으로 시장을 확대했다.일본에도 진출,일본 히타치그룹의 미디어 사업본부,잡지 ‘다카라지마’ 등과 계약을 맺고 한국 드라마 방송과 PPL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LG홈쇼핑도 일본 최대 통신판매업체 닛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다음달부터 일본의 여성의류·가구·아동용품 등을 국내에 선보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 하늘아래 異國지대 속으로

    서울 하늘아래 異國지대 속으로

    서울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마을’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동부이촌동,방배동 등 10여곳에 이른다.대외 접촉이나 거래가 늘어나는 등 서울의 국제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외국인 거리’에서 이국적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서울시민들의 ‘특권’이다.관광 목적이 아닌 취업 등을 이유로 서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모두 10만 2882명이다.서울시민 100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인 셈이며,10년전인 지난 1995년(4만 5072명)과 비교할 때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서울의 외국인촌은… 지역별 외국인 수는 주한 외국공관들을 비롯,이태원이라는 ‘국제관광특구’가 있는 용산구가 전체의 8.6%인 8852명으로 가장 많다.또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서남권의 영등포구(7625명)와 구로구(6593명),금천구(6131명) 등에도 조선족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만 2572명이다.이어 ▲미국 1만 1484명 ▲타이완 8908명 ▲일본 6139명 ▲필리핀 3894명 ▲베트남 2052명 ▲몽골 1936명 ▲캐나다 1723명 ▲프랑스 1076명 등의 순이다. 이처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서울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모두 10여곳에 이르는 ‘그들만의 동네’가 있다. ●70년대부터 외인촌 형성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 마을로는 용산구 이촌1동과 한남동,이태원동 등 3곳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이촌1동은 70년대 한강외인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형성되기 시작,지금은 이 일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일본인 1500여가구 5000여명이 모여 살고 있다.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 5명 중 4명은 이곳 주민인 셈이다. 60년대부터 주한 외국공관들이 속속 들어선 한남동은 400여명의 독일인을 포함,외교관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용산 미8군기지에 근무하는 군인과 군속 등이 많은 이태원동에는 최근 주말이면 이곳 이슬람사원을 찾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의 노동자들이 부쩍 몰리면서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또 프랑스어 간판과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서초구 반포4동 프랑스 마을(서래마을)은 지난 1985년 당시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 학교가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지금은 상사 주재원과 외교관 가족 등 500여명의 프랑스인들이 둥지를 틀었다.‘맹모삼천지교’가 동양에서만 통용되는 이치는 아닌듯 싶다. ●90년대,‘코리안 드림’을 위한 보금자리 90년대 이후 ‘코리안 드림’을 품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새롭게 만든 외국인 마을도 눈에 띈다. 구로공단이 디지털산업단지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공단 근로자들의 거주지였던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의 쪽방 형태의 속칭 ‘벌집촌’은 조선족 등 한국계 중국인들로 채워졌다.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외국인들은 줄잡아 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또 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의 보따리상들이 동대문일대 의류시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중구 광희동 일대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까닭에 이곳 골목골목에서 러시아어인 키릴문자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몽골인들이 늘면서 ‘몽골 타워’라 불리는 몽골 식품과 신문 등을 구할 수 있는 건물도 들어섰다. 이밖에 종로구 동숭동 혜화동로터리 동성고교 주변은 일요일 오후가 되면 필리핀 장터가 열린다.2년전쯤부터 혜화동 성당에서 필리핀인들을 위한 미사가 마련되면서 주말 나들이를 나온 이들이 좌판을 형성했다. 장세훈·이유종기자 shjang@seoul.co.kr ■구로구 가리봉동 ‘옌볜거리’ 서울시민들에게 자장면과 짬뽕이 없는 중국집을 상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이같은 한국식 중국요리가 없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국음식점들이 서울 하늘 아래 존재한다.이른바 ‘옌볜 거리’로 불리는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시장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조선족 등 중국인 노동자들이 타향살이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모여들면서 200m에 이르는 도로 양쪽은 중국식료품점과 중국노래방,환전소,국제전화방 등으로 가득 찼다.이곳에서 10년째 과일가게를 열고 있는 조한수(51)씨는 “최근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곳을 찾는 중국동포 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대신 중국 정통요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주말에는 내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위치한 10여곳의 중국음식점에는 자장면과 짬뽕이 없다.대신 중국 본토에서나 맛볼 수 있는 류산슬,라조육,자라탕,해삼탕,궁보기정,건두부볶음 등을 내놓는다.음식을 우리 입맛에 맞도록 했으며,가격도 1만∼2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 중 ‘삼팔교자관’(三八餃子館,02-856-3868)은 큼지막한 돼지고기를 납작하게 튀겨낸 ‘꿔보루’(1만 2000원)라 불리는 중국식 탕수육,식사 대용으로도 그만인 물만두(4000원) 등으로 유명하다. 중국 헤이륭장성 출신의 강용근(47) 사장은 “내국인 손님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청량리·안양·일산 등지에서 오는 단골 손님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또 중국의 재래시장에 온 것같은 착각이 들 만큼 다양한 종류의 중국제품을 갖춘 가리봉시장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해가 질 무렵 등장하는 노점상에서는 양고기 꼬치구이라는 별미도 접할 수 있다. 옌볜 거리는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나와 200m 가량 내려오면 닿을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중구 광희1동 러·중앙아시아촌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 12번 출구에서 서쪽으로 20m쯤 지나면 남쪽으로 향한 거리를 좌우로 러시아·중앙아시아촌이 눈에 들어온다.이 일대 가게에는 러시어가 병기돼 있으며 행인들도 대다수 코가 높은 러시아·중앙아시아인들이다.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 거리의 주소는 중구 광희1동. 여기에는 아예 10층짜리 건물 한 동을 몽골인들이 사용하는 ‘몽골타워’도 있다.광희1동 143의2에 위치한 ‘뉴금호타워’에는 술집과 노래방인 1·2층을 뺀 나머지 3∼10층에 몽골 식당을 비롯,몽골식 미장원,화장품점,식료품점,국제전화카드점,무역회사,화물운송업체 등이 들어있다.몽골 신문과 방송테이프는 각각 1000원,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3층에는 한국에 체류하는 몽골인들끼리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게시판까지 마련돼 있다. 5000원 정도이면 3층 몽골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몽골인 보이보 이나(23)는 “한국에서 번 돈을 몽골에 송금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면서 “주말에 주로 오며 몽골식 생필품을 사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 입맛에는 다소 맞지 않으나 러시아·중앙아시아의 현지 음식을 그대로 파는 가게도 있다.‘우즈베키스탄’과 ‘사마리칸트(02-2277-4261)’에서 쯔예플랴토를 비롯,타바카,플로브,슈르파 등 러시아 요리를 즐길 수 있다.음식값은 4000∼5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술은 1500∼2000원선.사마리칸트의 샤리오(34)는 “평일에는 러시아 음식을 즐기려는 한국사람들도 상당수 몰린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서초구 반포4동 ‘프티 프랑스’ ‘프티 프랑스’(작은 프랑스)로 일컬어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은 이름에 걸맞게 와인 등으로 유명하다.이곳에서는 수백종의 와인을 백화점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어 구입할 수 없는 와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와인을 살 수도 맛볼 수도 있는 ‘와인숍&바’로는 ‘뚜르드뱅’(Tour Du Vin,02-533-1846)과 ‘비니위니’(Viniwini,02-592-9035)를 꼽을 수 있다.국내 최대 규모인 뚜르드뱅에서는 500여종의 와인을 소믈리에(Sommelier·와인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구입한 뒤 바에 앉아 직접 시음할 수 있다.비니위니는 300여종의 와인과 함께 100가지가 넘는 크라상과 델리 등을 갖추고 있어 출출함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전문판매장인 ‘텐투텐’(Ten to Ten,02-3477-0303)은 200여종의 와인과 40여종의 치즈,냉동야채 등을 골고루 진열하고 있다.이혜진(23·여) 매니저는 “몇 천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다양한 와인이 갖춰져 있다.”면서 “와인숍마다 특색이 있어 이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와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와인숍에서는 주문배달도 가능하다. 또 여느 와인바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맘마키키’(Mammakiki,02-537-7912)를 들러보라.이곳을 운영하는 연극인 부부 정원경(37)·신리(46·여)씨는 “가격과 격식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선술집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했다.1만 5000원∼3만원 선의 와인에 와사비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1만 6000원),마늘 소스를 얹은 훈제연어(1만 9000원) 등을 안주로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이밖에 프랑스 제빵사가 직접 만드는 ‘파리크라상’(02-3478-9139)의 빵맛도 일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용산구 이촌1동 ‘리틀 도쿄’ ‘리틀 도쿄’로 불리는 이촌1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외관상으로는 일본 냄새가 거의 풍기지 않는다.일본사람들이 5000여명이나 몰려 살지만 왜색(倭色)은 의외로 미미하다.그저 아파트 단지로만 보일 뿐이며 부동산에 내걸린 일어간판이 그나마 이 지역의 특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사뭇 다르다.일본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이 더러 있어 왜색 먹을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상사 주재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16년째 체류중인 미타니 마사키(56)가 운영하는 우동집 ‘미타니(02-797-4060)’에서는 5000∼9500원에 정통 일본우동을 즐길 수 있다.시금치와 미역,대파에 튀김옷이 들어간 이 가게 특유의 미타니 우동을 비롯,유부우동,튀김우동,야마가케우동 등이 메뉴판에 올라있다.덮밥은 8000원∼1만 4000원.미타니는 “모든 일본사람들의 식성에 맞게끔 도쿄식과 오사카식의 중간형태로 우동을 내놓고 있다.”면서 “면과 주요 재료는 모두 수입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식 라면과 돈가스,중화·일품요리를 즐기려면 ‘아지겐(02-790-8177)’을 찾으면 된다.사또 에이지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3년전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도쿄식이며 7000원∼1만 3000원선이면 일본 라면을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운 주방장이 음식을 만드는 ‘보천(02-795-8730)’도 우동전문점으로 인기가 높다.우동은 5000∼7000원선이며 초밥과 각종 덮밥도 있다.주인 용원중(45)씨는 “예전보다는 일본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30%정도는 일본사람들이 고객”이라고 말했다.또 간장이나 소바소스 등 일본식 생활용품은 ‘모노마트(www.monomart.co.kr)’에 거의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종업원 김금옥(25·여)씨는 “고객 가운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비율은 6대 4”라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종로구 혜화동 ‘필리핀장터’ ‘젊음의 거리’ 대학로와 지척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색다른 광경이 연출된다.동성중·고등학교 담장을 따라 100여m 남짓한 거리에는 생소한 물건을 사고파는 낯선 얼굴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곳은 바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일요 장터가 서는 곳이다. 필리핀 국민 절대 다수가 가톨릭을 신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들은 2년전쯤부터 혜화동 성당에 모여 일요 미사를 보고 있다.장터는 미사를 마친 필리핀인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인도 양쪽으로 늘어선 30∼40개의 좌판이 전부지만 없는 게 없다.화장품·샴푸·조미료·향료·소스 등 생활필수품부터 망고·코코넛·롱빈(콩류) 등 과일·야채류를 비롯,필리핀에서 건져올린 생선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이 부럽지 않다.또 필리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 드라마나 영화의 녹화테이프도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여기에 소형 트럭에 각종 조리기구와 음식을 싣고 나와 즉석에서 요리·판매하는 필리핀식 먹거리는 필리핀인 뿐만 아니라,이곳을 지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과 코를 자극하고 있다. 필리핀인 아내 알리스 큐(47)와 함께 이곳에서 노점을 열고 있는 박일선(55)씨는 “한때 장터를 찾는 필리핀인들이 2000∼3000명에 이르기도 했지만,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된 이후 지금은 5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면서 “노점상에 대한 집중단속이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지만,필리핀인들에게는 유일한 나들이 공간이기에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당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유자와 비슷한 ‘안빨라야’ 등 야채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우리민족 고유의 시골장터와 분위기를 견줄 수는 없지만,이색적인 볼거리와 먹거리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곳에 한번 들러봄 직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정부투자기관 해외 예산낭비 심하다

    정부투자기관들이 해외지사를 운영하면서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감사원에 따르면,13개 정부투자기관을 상대로 지난해 예산집행 내역을 감사한 결과,대부분의 해외지사에서 낭비사례가 적발됐다. 전세계 99개 해외무역관을 운영 중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주재국 수출규모가 1억 달러 미만인 경우 무역관을 폐쇄하거나 조직을 축소해야 하는데,실적이 미미한 무역관을 방치해 예산낭비를 불렀다.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무역관과 레바논의 베이루트무역관은 수출 규모가 각각 3400만달러,6400만달러에 불과하고 자체 투자사업이나 전시사업이 단 한 건도 없는데도 조직이 그대로 유지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 LA농업무역관은 활용도가 극히 미미함에도 불구,법률고문 계약을 맺어 지난 2000년 9월부터 최근까지 매월 2000달러씩,총 7만 2000달러(약 8300만원)를 고문변호사에게 지급했다.이 무역관은 해외정보 조사가 주업무여서 법적 분쟁 소지가 없기 때문에 고문계약은 예산낭비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지사의 대외활동비 예산 집행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집행한 대외활동비 40억여원을 집행내역도 없이 영수증만으로 정산처리해왔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해외근무 직원의 가족수당 지급 규정에 허점이 있었다.동반가족이 국내에 귀국해 1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가족동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데,베이징사무소 등에서는 국내 체류기간이 3개월 이상인 가족에게도 가족동반수당을 줬다. 한국석유공사 해외지사는 필요없는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를 낭비했다.페루사업소의 경우,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지만 석유탐사 실패로 지난 2001년 사업이 종료됐다.그런데도 사무소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인력을 그대로 운영해왔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서민 안정책 ‘민생올인’ 실속은?

    정부가 13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대책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전일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물가상승 압력의 부담을 감수하고 금리를 내린데 이은 정부 차원의 전방위 처방책이다.금융과 실물쪽의 양 카드를 이용해 추락하는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역(逆) 전세난 지원자금’ 등 귀가 솔깃한 대책들도 실제로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국민들에게 실제 도움되는 조치들은 이미 예고된 ‘재탕’이어서 감흥이 덜하다는 얘기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렇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모처럼 민생경제에 올인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달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정부미 반값 지원받으려면 오는 11월(동절기)부터 전국 각 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신청자격은 잠재빈곤층(차상위계층)이다.잠재빈곤층이란 한달 수입이 130만원 안팎(정부가 정한 4인가족 최저생계비 105만원보다 수입이 20% 더 많은 계층)인 사람을 말한다.기초생활 보장대상자는 아니지만 생계가 사실상 어려운 계층이다.서류상으로는 친인척 중에 부양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 생활보호대상자에 들지 못하는 소년·소녀 가장도 해당이 된다.이들이 원하면 정부미를 반값(시중가격의 40%)에 구입할 수 있다.할인쿠폰을 제공할지,정부미를 직접 줄지는 검토중이다.전체 320만 차상위계층 가운데 30만∼40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그나마 효과가 기대되는 조치다.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큰 골격을 발표해 이미 예고된 내용이다. 중증장애인으로 국한한 기초생활 보장대상자를 장애 정도(급수)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2005년부터 14만명이 추가로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역 전세자금 대출받으려면 대출대상이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다.‘전세자금 반환용도’라고 밝히면 1인당 최고 2000만원까지 연리 5.8%에 빌려준다.국민·우리은행과 농협 3군데 금융기관에서 취급한다. 재원은 국민주택기금 1000억원.각자 최고 한도까지 빌린다고 치면 전국 5000명의 집주인이 수혜를 보는 셈이다.예컨대 집주인이 1억원짜리 전세를 놓았다가 새 세입자를 구하려는데 전셋값이 8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하락분(2000만원)만큼 정부에서 빌려주는 것이다.지금은 집주인이 전셋값 하락분을 마련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이사를 못가고,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물론 전셋값 하락분을 정부가 다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2000만원이 최고 한도다.대출신청 자격이나 주택규모에는 제한이 없다.단,주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즉 담보여력이 있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집값의 40∼50% 수준이어서 수요자 대부분이 이를 소진했을 가능성이 크다.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다.또 담보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별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휴대전화요금 언제부터 얼마나 9월1일부터 기본요금 1000원이 내린다.기본요금으로 따지면 7.8%나 인하되는 것 같지만 실제 인하폭은 그 절반이다.이용자마다 기본요금이 다르고,통화·부가서비스 요금도 달라 실제 인하폭은 평균 3.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또 9월 인하분은 10월에 받아보는 요금 통지서부터 반영된다. 실제 올해 요금인하는 10∼12월 석달에 불과해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폭은 극히 미미(0.021%포인트)하다.건강보험 약가도 이르면 9월중에 내릴 예정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인하폭은 못 된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국제기름값 급등으로 ‘동결’시키는 데 한계에 다다른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9월과 11월에 나눠 인상키로 했다.난방철과 겹쳐 서민들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기 국정운영 정동영, 외교·안보 총괄

    2기 국정운영 정동영, 외교·안보 총괄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분담론이 구체화되고 있다.‘대통령-국가전략과제,총리-일상적 국정운영’ 방침을 선언한 데 이어 내각을 팀제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분권형 국정운영 체제’를 말한다. 팀제의 핵심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다.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외교·안보팀의 팀장을 통일부장관이 맡았지만 이번 팀제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장관 사실상 통일부총리 역할 정 장관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맡고 있던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분야를 총괄 지휘하게 된다.상임위원장은 통일·외교·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상임위 회의를 주재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NSC의 기능이 미미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의 외교안보 팀장에 비하면 권한과 역할이 훨씬 커진 것이다.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정 장관은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 주요 현안을 협의·조정하면서 관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장관이 사실상 통일부총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분야 팀장을 맡을 예정이나 시행은 유보적이다.사회분야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치안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았었다.이해찬 총리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호흡을 맞춰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사회분야 팀장을 행자부 장관이 아니라 복지부 장관이 맡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권형 국정운영 형태가 차기 대권주자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대권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정동영·김근태 장관을 투톱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근태 장관 측에서 정 장관에게 쏠리고 있는 파워에 마뜩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그래서다.하지만 이해찬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관리용이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청와대 비서실 일부 기능 조정 팀제 도입에 따라 국정운영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경제분야 팀장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외교안보분야 팀장은 정 통일장관,과학기술분야는 곧 승격될 오명 과학기술부총리가 맡게 된다.하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교육부총리가 맡았던 인재관련 부처 협의 조정기능은 없는 상태다. 역할분담과 팀제 도입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이 축소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을 팀제로 운영한다고 해도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기능조정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투자 외면하는 외국계합작사

    지난 4월 한달동안에만 해외배당금이 16억달러에 달한다는 한국은행 자료가 화제가 됐었다.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로 지급된 배당금은 32억 9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억 300만달러보다 6억 9400만달러나 늘었다. 이처럼 해외배당금이 증가하면서 외국계 합작사의 배당정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파업으로 이슈가 됐던 국내 대표적 합작기업인 LG칼텍스정유의 배당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LG칼텍스정유 노조는 회사가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이익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설비투자 등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LG칼텍스정유는 현재 ㈜GS홀딩스(7월1일 이전은 ㈜LG) 가 50%,미 칼텍스사가 40%,세브론텍사코가 10% 지분을 갖고 있다.칼텍스는 세계 4대 석유메이저인 세브론텍사코의 자회사다. 지난 5년간 LG칼텍스정유 주주들은 당기순이익 1조 2400억원의 47%인 588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절반은 세브론텍사코로 흘러 들어갔다.특히 38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2550억원을 배당,배당성향이 66%에 달했다.이 회사는 고유가에 힘입어 올 1·4분기에만 197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회사측은 “지난 30여년간 발생한 이익을 사내에 적립함으로써 지난해 말 현재 이익잉여금이 1조 8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최근 몇년간 이뤄진 배당은 당해 연도 경영실적이 아니라 회사의 장기계획에 의해 결정된 것이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범위내에서 배당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또 “배당정책은 나라마다,기업마다 다르지만 투자재원은 주식시장 등에서 조달하고,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선진경제의 추세”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노조의 주장대로 LG칼텍스정유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설비투자를 나타내는 유형자산의 증가율은 2000년 13.6%를 기록한 이후 2001년 3.4%,2002년 1.0%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1.9%로 돌아섰다. 2003∼2007년 잡혀 있는 향후 투자계획도 고옥탄가 휘발유 생산을 위한 알킬레이션 투자에 1300억원,등경유 탈황시설에 650억원 등 2310억원에 불과하다. 정유회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탐사·개발에 투자될 돈은 고작 360억원이다.이에 반해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합작사인 LG필립스LCD는 지난 5년간 2조 38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금으로는 6008억원만 지급했다.1조 19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지난해는 물론 최근 3년간 단 한푼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만 3조 4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등 향후 10년간 파주LCD공장 설립 등에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기업정책팀장은 “상장사 2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결과 47.6%는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설비투자 대신 주주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외국자본마다 방침이 다르겠지만 투자회사가 첨단기술을 보유했거나 성장성이 높지 않을 경우 설비투자보다는 이익을 회수해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댄서 킴’이 푸치니 오페라를?

    ‘댄서 킴’이 푸치니 오페라를?

    방학을 맞은 청소년이라면 지금쯤 음악회를 보고 감상문을 쓰라는 과제물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해도 못하면서 어려운 클래식 연주회에 기웃거려봤자 본인만 손해다.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재밌고도 유익한 공연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서울신문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고 국민은행이 협찬하는 ‘여름방학 특별음악회 퓨전 오페라 푸치니의 라 보엠’은 기획단계부터 청소년을 위한 공연으로 출발했다.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연기를 결합한 퓨전 오페라의 형식을 빌려온 데다,개그맨의 내레이션까지 넣어 보다 이해가 쉬운 교육용 오페라를 만든 것. 오페라 ‘라 보엠’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파리가 배경이다.그 속에서 작가 로돌포와 병든 미미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가난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의 선율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작품의 내용은 훗날 뮤지컬 ‘렌트’로 개작돼 큰 인기를 얻는 등 시대를 초월해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 무대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지루한 전개를 걷어냈다.푸치니의 감각적인 선율 위로 흐르는 내레이션은 작품의 시대적 상황,무대배경,오케스트라의 역할 등까지 아우르면서 청소년들에게 오페라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게 할 듯.공연은 이탈리아어로 진행되지만 내레이션은 한국어다.내레이터는 개그콘서트의 ‘댄서 킴’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기수가 맡았다. 로돌포 역에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국립오페라단원으로 활동 중인 테너 박현제,미미 역에는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소프라노 이윤정,마르첼로 역에는 로마 베아토피오 국제 성악 콩쿠르 1위를 수상한 바리톤 노재범이 출연해 젊고 감각적인 무대를 꾸민다. 연주와 지휘는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과 상임지휘자 박태영씨.방송작가 서재순씨가 맛깔스러운 대사를 살려 각색했다.22일 오후 4시·8시.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1791.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녹색공간] 원흥이 방죽을 아시나요?/김하돈 백두대간보전 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올봄,원흥이 방죽에 펼쳐진 두꺼비들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었다.이른 봄 산에서 내려온 어미 두꺼비가 저수지에 낳아놓은 알들이 물속에서 부화하여 올챙이로 자라다가 마침내 새끼 두꺼비의 모습을 갖춘 뒤 비오는 날을 기다려 일제히 산으로 기어오르는 장면이었다.몇만? 몇십만? 아니 몇백만 마리라 해도 모자라지 싶었다. 저수지부터 시작된 두꺼비들의 행렬은 도랑을 빠져나와 논둑을 타넘고 널찍한 길을 가로질러 산비탈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뱀 가운데 유일하게 두꺼비가 지닌 독을 꺼리지 않는다는 유혈목이 한 마리가 이때를 놓칠세라 닥치는 대로 두꺼비 새끼들을 잡아먹었다.청주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이 목숨붙이들의 장엄한 대이동은 모 방송사의 환경다큐멘터리로 촬영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그리고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뒤 재방송을 내보내야만 했었다. 원흥이 방죽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해 봄이었다.택지개발구역에 포함된 저수지에서 두꺼비들의 대이동을 발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외치며,인근 야산을 없애려는 토지공사의 전동 톱날과 중장비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애초 토지공사의 계획대로라면 새로 개발된 택지에 들어서게 될 법원과 검찰청 사이에서 원흥이 방죽은 도심 속의 아름다운 호수로 변신하는 것이었다.그러나 비록 물에서 부화한다지만 생애의 대부분을 산에서 살아가는 두꺼비에게 사방이 건물뿐인 호수란 이미 죽음의 방죽일 터. 기나긴 의견대립과 충돌의 날들이 해를 넘겼다.두꺼비를 비롯한 원흥이 방죽 일원의 생명들을 살려달라고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부터 코흘리개 어린아이까지 거리에서 수없이 삼보일배를 하고,그곳에 들어설 법원과 검찰청을 향하여 지금까지 무려 12만 배의 절이 바쳐졌다.나무를 자르는 전동 톱날 앞에서 저마다 한 그루씩 나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시민단체 회원들의 모습에서는 차라리 전율을 느껴야만 하리라. 그러는 사이,원흥이 방죽은 자연스럽게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다.어느덧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명소로 부각되었으며,원흥이 방죽을 온전한 두꺼비 서식지로 보전하자고 서명한 사람만도 5만여 명에 육박했다.지금도 주말이면 고만고만한 숱한 어린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원흥이 방죽에서 이런저런 수서생물이며 야생화를 관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개발과 환경!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땅을 단순히 인간 개개인의 재산과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그 모든 생명과 생명의 상생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대체 얼마쯤일까?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일까? 얼마나 더 죽고 사라지고 피를 흘린 다음에야 그 거리가 조금이라도 좁혀지는 날이 올까? 아니,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걸까? 백두대간 생태탐사에 다녀오느라 며칠 집을 비운 사이,청주에서 날아온 다급한 이메일에는 지난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났던 급박한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쌓여 있다.개발허가권자인 지자체 청사 앞에 설치했던 시민단체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면서 격렬한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다.인간이 아닌 미미한 생명체를 대변한 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로 연행되고,더욱이 필자도 잘 아는 중년의 여류시인은 충돌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도 끼어있다. 참으로 더운 여름이다.하긴 더위도 다만 ‘살인더위’일 뿐,원흥이 방죽 뒷산 두꺼비들이야 더운지 추운지도 모르는 미물일 뿐이리니…. 김하돈 백두대간보전 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 [사설] 사상 최대의 개인파산 신청

    대법원이 집계한 올 상반기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3759건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또 파산 선고후 채무 변제 책임을 면제받는 면책 허가율 역시 95.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한 것은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의 결과다.1962년에 제도화된 개인파산은 90년대 후반에야 첫 신청자가 나왔지만 최근 법원이나 채무자가 인식을 달리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우리의 개인 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10% 가까운 국민이 큰 빚을 지고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위기 상황에 이른 것이다.이들을 경제적 빈사 상태로 버려둬서는 득될 것이 없다.경제에 해악을 끼치고 활력을 떨어뜨린다.구제해서 사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면책 허가를 얻으면 빚에서 해방되어 새출발하는 길이 열린다.개인파산은 개인워크아웃과 함께 불량채무자의 구제 수단이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활용도는 미미하다.오는 9월부터는 고액 채무자의 빚탕감을 목적으로 한 개인회생제도도 시행된다.경제적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이 갱생할 수 있도록 구제 제도는 충분히 활용돼야 한다.법원이 개인파산 선고와 면책 허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개인파산과 면책 허가가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한쪽은 채무면탈의 이득을 보는 반면에 채권자들은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게 돼 손실을 입는다.채무를 면할 목적의 파산과 면책은 도덕적 해이라는 또 다른 측면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재산을 은닉하고 파산 신청을 하는 사기 파산은 법으로 다스리고 있다.법원은 파산 선고에 적극성을 견지하되 까다로운 조사를 거쳐서 합당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열대야다.뒤척이다가 밤을 새우기 일쑤다.이런 때는 그야말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한여름 밤의 꿈’이 제격이다.갑자기 나타난 육식공룡,무지막지한 놈이 이빨을 턱,치켜세우고 잠자리를 굽어보며 혀를 날름거린다.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그런 공룡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일 경남 고성에 공룡박물관 탄생 공룡이 ‘뜬 지’ 오래다.공룡영화의 고전인 영화 ‘쥐라기공원’은 공상소설은 물론 만화 패션 박물관 기념품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가 됐다.이런 공룡 문화산업은 한반도 남단까지 밀려와 전남 해남 우항리의 공룡박물관을 낳았는가 하면,경남 고성 한려수도에도 세계 수준의 공룡박물관이 오는 8일 임시개장을 앞두고 있다.고성 땅으로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이 공룡세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아예 ‘공룡나라(The Land of Dinosaur Goseong)’라고 ‘공룡공화국’을 선포했다.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일대는 명실공히 ‘백악기 공원’에 걸맞은 곳이다.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 상족암,일명 상다리바위라 부르는 퇴적암지대는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퇴적암이 층을 이루고 있다.그림 같은 사량도가 눈앞에 떠있고,율포만을 돌아가면 한려수도의 전형을 보여주듯 자란만(紫蘭灣)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공룡 신화와 더불어 나그네를 맞는다. 경북대의 양승영(지질학),임성규(고생물학) 등이 연구의 문을 연 이래 제법 세월이 흘렀다.연구자층과 애호가층이 넓어져 2006년에는 중국의 자공,일본의 후쿠이현,캐나다 로열티렐 공룡박물관이 모두 참여하는 공룡엑스포까지 열린다.가히 공룡 문화산업이 공룡화하는 느낌이다.중생대 지층은 육성층(陸成層)이라 화석이 드물다는 통설을 깨면서 해성층(海成層) 공룡화석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세계 학계에 보고된 해남 우항리,전남 보성의 대규모 공룡알과 알둥지,전남 화순의 육식공룡 발자국,여수시 사도 추도 낭도 등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3500여점의 발자국,시화호와 통영시의 공룡알 등은 우리나라가 공룡의 보고임을 말해 주는 물증들이다. ●수많은 발자국으로 뒤덮인 고성화석지 하일면을 포함한 개천·영현·삼산·동해·마암·회화면 등지의 고성화석지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으로 어지럽다.심지어 옥천사가 자리잡은 연화산 도립공원 같은 내륙에도 공룡의 흔적이 있으니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말함이렷다. 중생대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경상호수’쯤 되리라.이 물길은 일본까지 연결되어 하나의 호수를 형성했다.수많은 공룡이 잔잔한 물가를 거닐었을 것이다.당시의 파흔(波痕)이 굳어진 퇴적암을 보면 물결은 잔잔했다.호수 주변은 이질 평원퇴적층으로,공룡발자국 대부분이 이 암상에 찍혀 있다.기후는 건조한 가운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계절성이었을 것이다.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고 경사가 완만한 호수였던 듯 물가를 또박또박 걸은 흔적뿐 아니라 수많은 공룡들에 의해 헝클어진 공란작용(dinoturbation)의 흔적까지 보인다.큰 놈은 발자국이 40∼50㎝에 이르니 그 크기가 짐작된다.날카로운 발톱을 보건대 더러 육식공룡도 있었지만,대부분 유순한 초식공룡이었음이 분명하다.익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새겨진 게 우항리 것과 흡사한 발자국도 남아 있다.학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룡이 발자국을 남긴 과정은 다음의 세 단계로 정리된다. 가뭄 시기 가뭄에 물을 먹기 위해 호수 주변에 공룡이 출몰함. 오랜 시간 노출 석회질 토양화가 일어나면서 발자국이 찍힌 퇴적물이 굳어지는 고화현상이 진행됨. 홍수에 의한 범람 발자국이 찍힌 퇴적층이 매몰되면서 지층에 보존됨. 그 후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 발자국은 바위로 굳었다.호수는 바다로 바뀌었고 지각변동으로 퇴적암이 땅 위로 솟구쳤다.그러다 파도에 퇴적암이 한꺼풀씩 벗겨나가면서 드디어 발자국이 드러났다. ●공룡,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오리진’을 쓴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의 ‘제6의 멸종’은 호모사피엔스가 결코 특권을 부여받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지구를 온통 늪으로 몰아넣은 5대 멸종.수많은 생물체가 사라졌고,무수한 생물군이 새로 생겨났다.살아남은 우리는 억세게 운좋은 종 가운데 하나일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뜻있는 많은 이들은 지금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이 다시 한번 대멸절,즉 ‘제6의 멸종’을 부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1억 4000만년에 걸친 공룡의 육상지배를 종결지은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공룡 멸절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공룡의 멸절이론도 운석충돌설 같은 외부충격설에서 벗어나고 있다.거대한 외부 충격으로 일시에 공룡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신생대에서는 공룡의 뒤를 이어 포유류가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 되었다.포유류가 공룡보다 특별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쥐새끼만한 포유류는 공룡 눈치나 보다가 잡아먹히는 비운을 감수하면서 1억년을 버텼다.공룡이 멸절하지 않았더라면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인 시대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약 500만년 전 최초의 사람종이 나타났을 때,그것은 단지 ‘아름답고 무한한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구석기,아니면 현생지질학 제4기부터 따진다고 해도 인류가 세상을 지배한 시기가 얼마나 될까.공룡은 적어도 1억 4000만년 이상을 지구에 존재했다.인류는 극히 짧은 시간에 지구의 주인공이 되었고,특히나 현대인들은 불과 100여년 사이에 엄청난 개벽을 가져왔다.이런 인류에게 영구히 보장된 미래가 있는 것인가.의문이 꼬리를 문다.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 중요 공룡은 호모사피엔스의 기억에서 영영 사라졌을까.그렇지 않다.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바로 공룡의 직계 후손이다.공룡은 또 인문학적 상상력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영화 ‘쥐라기공원’의 탄생 같은 공룡문화의 번성도 공룡이 영영 사라질 수 없는 것임을 웅변한다. 인류가 창조해 낸 최고의 상상동물인 용(龍)도 기실 공룡류의 조합이나 다름없다.인류의 유년기적 추억 속에 기록된 거대하고 두려운 어떤 동물의 형상이 각인되어 DNA로 전승되었던 것은 아닐까.신비로운 동물 용의 출발도 결코 인류사의 유년기적 추억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공룡의 발견 역시 서구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일찍부터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화석은 중요했으며,용골(龍骨) 같은 한약재는 틀림없이 공룡의 화석을 의미했다.10여년 전,시베리아 사하공화국에 갔을 때다.그곳 주민들이 만드는 섬세한 뿔조각품이 코끼리상아가 아니라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진 맘모스 상아,즉 화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상족암 역시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용굴’ 같은 해식동굴 지명을 남기고 있거니와,이래저래 문화사적 장기 지속의 우연성을 말해줌이 아닐까. ●선입견 깨고 ‘적지적시’의 공룡 되찾아야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에 등장하는 ‘기이(奇異)’들은 저마다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그렇기에 사마천 같은 이도 산해경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다(不敢言之也).’고 평하지 않았겠는가.동진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은 장자를 인용하면서,‘사람이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생각건대,우주는 광활하고 뭇 생명체는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음양의 기운이 왕성히 일어나면 온갖 종류로 나뉘어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리라.그는 ‘소 발자국에 괸 물에서나 노는 수준으로는 붉은 용이 하늘까지 치솟는 경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곽박의 말은 여러모로 정당하다.우리는 자동차 바퀴자국에 고인 물에서나 노는 수준이 아닐까.공룡과 인류시대의 시간이 던져주는 간극을 상상해 본다면,우리가 장구하다고 하는 인류사도 지질사의 미미한 일부,바로 ‘새발의 피’ 아닌가. 분류학 생물층서학 고생태학 고생물지리학 고환경학 등에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그런 영향일까.오늘날 세계의 공룡학은 앙상한 골격이나 발자국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고생물학자들은 공룡화석에 생기를 불어넣어 가히 ‘공룡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다.진화생물학 생물역학 식물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학자들이 그들.그들은 컴퓨터,CT스캔,X선,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동원,‘겁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성의 공룡이 살아있는 실체로 바닷가를 노닐게 해야 한다.지금까지 공상영화가 창조해 낸,엉뚱할 수도 있는 선입견을 깨고 적지적시(適地適時)의 공룡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공룡학’이 그야말로 공룡화되어 거대 골격에 묶인 채 끝내 관료화되는 비극을 피하길 기대해 본다.공룡연구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이의 입증이 필수 아니겠는가. 한려수도 덕명리에서 심안(心眼)으로 공룡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수수께끼를 안고 오는 길,그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공룡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작은 성찰에서 싹튼 것은 아니었을까.
  • 외국교과서 ‘한국사 바로잡기’ 확산

    외국교과서 ‘한국사 바로잡기’ 확산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통상·북핵·탈북자 문제 등 정부가 나서서 직접 풀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기에 정부뿐 아니라 학계도 나서 중화권 국가,북한 등과의 공조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런 현실에 외국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 내용을 시정하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의 ‘외국 교과서 왜곡 대책 및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도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상-달라지는 한국관 정문연의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소장 이길상 교수)는 “미국 교과서들이 한국 관련 분량을 크게 늘리고 서술 관점도 개선했다.”며 교과서 7종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프렌티스홀출판사의 고교생용 세계사 교재 ‘세계사,현재로 연결’ 2004년판이 1999년판보다 한국사 관련 내용을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13장에 3단원을 한국을 위한 독자적 단원을 할애해 한국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고대부터 임진왜란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또 하르쿠르트출판사의 ‘수평선,세계사’ 2004년판도 한국역사의 독자적 발전과 우수 문화를 강조하고 있고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해 서술하고 있다.이밖에 프렌티스홀출판사의 ‘세계 문화,세계적 모자이크’ 등 문화 관련 교과서에서는 양적인 증가를 넘어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독창적 문화를 발전시켜 왔고 민족 정체성도 지켜왔다는 시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교과서와 차별성을 보인다. 미국 교과서의 이같은 변화는 정문연의 ‘한국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와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펠로십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쳤다.지난해 한국을 초청방문한 미국 사회과목 교사 20명이 연수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역사의 진상을 접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주도면밀하게 책을 다시 쓴 결과가 이번에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외국 교과서 왜곡 시정 노력은 한국교육개발원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 및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이 단초가 됐다.정문연으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분석 대상 국가를 늘렸고 그 결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초청연수를 마친 태국 교과서 출판사 대표·편집자들이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면 모두 고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지난 3월 베트남 교육훈련부 산하 교육출판공사로부터 “교과서 개편·출판 과정에서 한국과 관련해 잘못된 설명 내용을 시정했다.”는 공식서한을 받았다.이에 앞서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를 시정할 것 등을 약속받기도 했다. 정문연은 또 지난해 12월 29개국 교과서 130종을 분석한 ‘일본 외 지역(세계 각국) 교과서의 한국관련 내용 조사·분석 및 시정자료 개발’이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각국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오류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의미-중·일 역사왜곡 알리기 효과 이 사업은 단순히 외국 교과서 내용을 시정하는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한국사의 진상을 널리 알리는 것은 중국·일본의 한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정문연 조사자료실장 정영순 교수는 “미국·유럽 등지의 한국학과 교수의 대부분은 중국·일본학 전공자여서 중국·일본의 논리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 교과서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리면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중국·일본 정부를 직접 설득하는 것 못지않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서 시정작업은 아직 현지 담당 직원의 개인적 관심이나 열정에 의존하는 게 현실.예컨대 담당 직원이 ‘가욋일’이라고 판단하는 지역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따라서 재외 공관에서 한국사를 바로잡으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재계·공정위 ‘투자여력’ 공방

    재벌들이 규제 때문에 투자나 출자를 못하겠다고 강변하지만 현행 규제 아래서도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19조여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미미해 아직도 총수 일가가 쥐꼬리 지분으로 황제경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LG 등 자산규모가 5조원이 넘어 출자총액 제한(계열사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받는 기업집단(재벌그룹)의 올해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4일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탓은 열성,내치는 소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출자총액 규제를 받는 15개 민간재벌의 평균 출자비율이 24.7%여서 한계선(25%)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출자를 더 하고 싶어도 정부가 정해놓은 커트라인 때문에 더 할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그런데 공정위가 내놓은 이들 기업의 평균 출자비율은 11.3%였다.공정위 장항석 독점국장은 “각종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출자를 제외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이렇게 되면 재벌그룹들은 아직도 19조 3000억원을 더 출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을 이용한 15개 재벌의 출자규모는 1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7000억원 늘었다.재벌들이 겉으로는 엄살을 떨면서 실제로는 각종 예외조항을 이용해 실속을 챙겼다는 방증이다.특히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출자를 무제한 인정해주는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공정위가 제도 보완을 추진중이다. 재벌들은 정부 규제는 열심히 탓하면서 내부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삼성 이건희 회장 등 총수가 있는 13개 민간재벌의 평균 내부지분율(총수와 친인척,계열사 등 내부 관계인이 갖고 있는 지분)은 46.2%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특히 총수들은 개인지분이 평균 1.5%에 불과하면서 계열회사 지분(40%) 등을 등에 업고 계열사 경영을 쥐락펴락했다. 이들이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사만도 총 229개(66.0%)나 됐다.비상장사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져(61.4%→63.7%)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더 심했다. ●SK·현대 등 법 위반 SK㈜·현대상선·KT네트웍스 등 7개 그룹 12개 회사가 출자한도를 위반해 시정조치를 받았다.위반금액은 총 2561억원으로 SK그룹이 1093억원으로 가장 많다.이어 현대(549억원) KT(195억원) 금호아시아나(137억원) 한화(101억원) 두산(76억원) 삼성(10억원) 순이다.금호아시아나는 한달안에 의결권 제한을,나머지 회사는 해당주식을 1년안에 모두 매각해야 한다.공정위측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주범은 규제가 아니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과장된 엄살”이라며 재계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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