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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맛있는 ‘공룡 고기’는 이것” 이색 연구결과

    “가장 맛있는 ‘공룡 고기’는 이것” 이색 연구결과

    어떤 종류의 ‘공룡 고기’가 가장 맛있을까? 외국의 한 고생물학자가 ‘가장 맛있는 공룡고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미국 몬태나주립대학의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바라치오 박사는 지난 달 유명 과학잡지인 파퓰러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이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공룡은 오르니토미미드(Ornithomimid)라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오르니토미미드는 현생 조류의 조상인 깃털공룡이며 초식이다. 현생 조류와 비슷하지만 깃털 안에 숨긴 긴 다리로 육지에서 뛸 수 있었기 때문에 슬로우 트위치 머슬(slow twitch muscle : 약하지만 장기간 지구력 있는 힘을 낼 때 사용하는 근육섬유질)이 발달할 수 있었다. 또 초식동물이면서 붉은 살코기를 가진 육지 동물인 사슴이나, 소 등과 비슷해서 사람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고기 맛을 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일반적으로 육지 공룡보다 움직임이 덜한 익룡들은 단기적이지만 강하고 폭발적인 있는 힘을 낼 때 사용하는 근육섬유질인 패스트 트위치 머슬(fast-twitch muscle)이 발달하면서 흰 살코기가 많아지지만, 익룡과 비슷한 오르니토미미드는 특별하게 슬로우 트위치 머슬이 발달한 붉은 살코기를 가졌다. 바라치오 박사는 “해양생물을 먹고 사는 공룡의 고기는 비린 맛이 심하며 물고기에서 나온 기름기가 너무 많아 부패한 맛이 날 수 있다. 육식 공룡은 냄새가 심하고 잡아먹은 공룡으로부터 옮은 병균이 득실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르니토토미미드의 뼈를 연구할 결과 비록 날개가 있긴 했지만 뛰는데 익숙했으며, 지방이 없는 살코기에 붉은 고기 특유의 좋은 맛이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소형육식공룡인 벨로키랍토르는 육식동물이지만 약간 냄새가 나는 흰 살코기를 가졌으며, 갑옷공룡류(armour)는 적에게 대항할 때 주로 쓰는 꼬리에 맛좋은 흰 살코기를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본 새해 경제] 가계부채·일자리·신성장 동력 최우선 해결 과제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본 새해 경제] 가계부채·일자리·신성장 동력 최우선 해결 과제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를 경험한 적이 없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큰 파도를 만났지만 곧바로 수출을 방향타 삼아 순항했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는 과거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미국의 재정절벽(갑작스러운 재정지출 감소)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충격이 만나 경제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퍼펙트 스톰’ 상황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31일 서울신문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3% 성장률도 전문가들은 버겁게 느끼고 있다. 설문 결과 전문가 중 절반 가까운 49명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 후반대(2.5~2.9%)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20명은 2% 초반(2.0~2.4%)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27명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3% 초반(3.0~3.4%)을 골랐다.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도 4명 나왔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인 3% 후반대를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경기는 ‘다소 낫겠지만 정도는 미미하다’는 응답이 51명, ‘비슷할 것’이라는 대답이 31명이었다.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응답도 15명이다. 확실히 나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는 극소수(3명)였다. 특히 금융권 수장 중 전직 경제관료들은 올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강만수(전 재정부 장관) KDB금융그룹 회장과 박병원(전 청와대 경제수석) 은행연합회장, 김규복(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생명보험협회장, 이두형(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여신금융협회장 등은 모두 2% 초반대 성장률을 예측했다. 다만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 민간 금융권 수장들은 2% 후반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3% 초반대를 선택했다. 이들이 관료 출신들보다 우리 경제의 점진적 회복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선택한 새 정부의 역점 과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72명(중복 응답) ▲일자리 창출 64명 ▲신성장동력 창출 32명 ▲잠재성장률 제고 29명 ▲기업 기살리기 23명 등의 순이었다.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 역시 가계부채 문제를 선택한 전문가들이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합의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유럽 재정위기(47명), 일자리 부족(38명), 미국 재정절벽(32명) 등도 중요한 대내외 위험 요인으로 손꼽혔다. 다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4명)는 의견이 필요없다(37명)는 응답보다 조금 높았다. 추경 폭으로는 “공약 수행에 필요한 6조원 정도”(윤석헌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부터 “대통령 취임 직후 20조~30조원”(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으로 다양했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 규모”를 주문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재정건전성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적극적 적자재정 정책 등 일자리를 창출할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경제·산업부 종합 ■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 (가나다순) ●유영창 전문건설협회 부회장 ●유 원 LG그룹 전무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근태 LG연 연구위원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이명활 금융연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이부형 현대연 연구위원 ●이보성 현대차 산업연구소 부장 ●이 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이승호 자본시장연 연구위원 ●이승훈 CJ경제연구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이재우 메릴린치증권 상무 ●이재준 KDI 동향전망팀장 ●이종우 IM투자증권 센터장 ●이준협 현대연 연구위원 ●이지평 LG연 수석연구위원 ●이항수 SK텔레콤 홍보실장 ●이화석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장 ●임도빈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임수길 SK그룹 상무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임희정 현대연 연구위원 ●장성지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 ●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정영식 삼성연 수석연구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 ●조준희 기업은행장 ●조호정 현대연 선임연구위원 ●최공필 금융연 수석자문위원 ●최복희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 ●최영조 한화그룹 상무 ●최진호 동부그룹 상무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추성엽 ㈜STX 사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무영 부영그룹 상무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美 상무부 “한국세탁기 너무 싸게 판다”

    미국 정부가 한국 가전 3사의 한국산 및 멕시코산 세탁기에 대해 최종적으로 덤핑 및 보조금 판정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미 가전업체인 월풀이 제기한 대우일렉트로닉스와 LG전자, 삼성전자의 한국산 및 멕시코산 가정용 세탁기의 덤핑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가 고시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는 대우가 82.41%로 가장 높았다. LG와 삼성은 각각 13.02%, 9.29%였다. 정부 보조금 판정에 따른 한국 업체의 정부 보조금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상계관세도 대우가 72.30%로 가장 높고, LG와 삼성은 각각 0.01%와 1.85%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멕시코산 제품도 업체별로 36.52~72.41%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 상무부가 덧붙였다. 이날 결정은 월풀이 지난해 말 한국 업체들을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과 7월 보조금과 덤핑 혐의를 인정하는 예비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반덤핑 및 보조금 관세가 실제 부과되려면 내년 2월 1일로 예정된 국제무역위원회(ITC) 회의에서 미국 내 관련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한국산 하단냉동고형 냉장고를 최종 덤핑 판정한 뒤 관세율을 고시했으나, ITC가 이를 기각하면서 관세 부과가 무산된 바 있다. 국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한국 및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의 수출액은 모두 10억 달러(약 1조 735억원)로 추정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51대49 ‘초박빙 혈투’… 40대 부동층·PK가 승부 가른다

    51대49 ‘초박빙 혈투’… 40대 부동층·PK가 승부 가른다

    18대 대선을 이틀 남긴 17일 선거 승패를 좌우할 최종 변수로 전문가들은 40대·수도권 부동층 표심, 부산·경남(PK) 민심, 막판 네거티브 난타전 등을 꼽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의 이병일 이사는 “막판 돌출 변수는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면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9%대로 줄면서 결국 49대51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40대 부동층 표심과 부산 민심을 관건으로 꼽았다. 신 교수는 “선거 종반전에 등장한 빅이슈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 공개 여파가 있지만 선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결국 상대적으로 부동층 비율이 높았던 40대 투표율이 75% 선을 넘기지 못한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넘긴다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충청 표심은 이미 향배가 정해졌고 호남 지역도 민주당이 90% 이상 몰표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남은 것은 PK 지역 민심”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부산 지역에서 문 후보가 40% 이상 지지표를 획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제 더 이상의 변수는 없어 보인다.”는 전제 아래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표심이 2%만 움직여도 전체 표의 1%가 움직이고 승패를 바꿀 수도 있다.”면서 “결국 수도권 투표율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당일 날씨에 따른 투표율 변화도 전체적인 승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 교수는 “선거 당일 날씨는 영하 9도 정도가 될 것으로 예보됐는데 추우면 중장년층보다 오히려 젊은 층이 투표장으로 가길 꺼린다.”면서 “날씨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양쪽 후보 간 네거티브전에 실망한 부동층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면서 투표율 견인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파악했다. 김 교수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박 후보 지지층은 민주당의 과도한 네거티브를, 문 후보 지지자들은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지적하고 있다. 공방이 선거일 이후로 길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선 박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16일 3차 TV 토론에서 박 후보의 토론 능력, 정책 현안 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본 부동층이 문 후보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19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문 후보 지지율이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만들고 20, 30대 투표율이 70%를 넘길 것이냐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 2위 간 지지율 차이가 이번 대선과 비슷했던 2002년 대선 당시엔 20, 30대 투표율이 각각 50% 중반, 60% 중반이었다. 문 후보가 이를 만회하려면 세대별로 적어도 5% 포인트 이상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역대 대선 막판 돌출사건은

    선거 막판에 터져 민심을 뒤흔들었던 돌출 사건은 대선 때마다 일종의 ‘법칙’처럼 어김없이 재연됐다. 이번에도 같은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때는 선거를 사흘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동영상’이 공개돼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고 갔다. 이 후보가 2000년 광운대 강연에서 BBK 투자 자문 회사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12월 16일에 공개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했고 이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BBK특검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동영상’을 무기 삼아 남은 화력을 집중했지만 이 후보의 당선을 막진 못했다. 2002년 대선 하루 전날인 12월 18일 밤에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던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선거운동 마감을 1시간 30분 남겨두고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메가톤급 충격으로 대선 판이 휘청거렸다. 노 후보는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정 후보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았지만 문전 박대당했다. 그러나 위기를 느낀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지지 철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1997년 대선 12일 전인 12월 6일에는 안기부(현 국정원)가 월북한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이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 앞으로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북한의 고위층이 김 후보의 대선 승리를 바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닷새 뒤엔 재미 사업가 윤홍준씨가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가 북한 김정일에게서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풍의 영향은 미미했다. 김 후보는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2년 대선 직전에는 ‘초원복집’ 사건과 ‘이선실 간첩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당선됐다. 정부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김영삼 후보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오히려 역풍이 불어 보수층이 결집했다. 1987년 대선 전날인 12월 15일에는 칼(KAL)기 폭파 사건의 용의자 김현희씨가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로 압송됐고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여당인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선택2012 D-5] 서울신문·엠브레인 여론조사로 본 대선 4대 포인트

    [선택2012 D-5] 서울신문·엠브레인 여론조사로 본 대선 4대 포인트

    ‘대선 공식이 바뀌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여섯 번째 대통령 선거인 18대 대선에서는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투표일(19일) 전 공표를 위한 여론조사가 허용되는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신문·엠브레인의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45.6%,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43.3%,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0.9%로, 2002년 이후 10년 만에 보수·진보의 결집이 극대화된 양강 구도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적 절대 구도가 약화됐고, 투표율은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7년 80.7%, 2002년 70.8%를 뛰어넘거나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대선 승부 요인으로 작용하던 병풍, 북풍, 검풍 등 ‘바람 선거’가 미미해졌다. 양강 구도의 고착화는 ‘지지 후보의 견고함’으로 나타난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0.9%에 머물렀다.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으로 ‘1강 2중’ 구도였던 2007년 대선 당시 공표된 마지막 조사에서는 지지 후보 교체 의사를 보인 유권자가 18.8%(한국갤럽)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동서(東西) 분할 양상이 뚜렷했던 전통적인 지역 대결 구도가 퇴색하는 대신 역대 어느 대선보다 ‘세대 대결’ 양상이 강화됐다.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는 서울~대전~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난 12일 현재 부산·경남(PK) 지지율은 40%를 넘나들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부산 및 경남 득표율은 각각 29.9%, 27.1%에 그쳤다. 2007년 정동영 후보는 부산 13.5%, 경남 12.4%였다. 호남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신문의 이번 조사에서는 17.9%를 기록했다. 세대 간 ‘후보 호불호(好不好)’는 극단적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박 후보는 50대 62.2%, 60대 이상 71.6%, 문 후보는 20대 53.0%, 30대 62.1%의 지지율로 각각 확연한 우세를 보였다. 투표율 상승도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79.9%다. 2007년 대선 때의 조사에서는 67.0%였으나, 실제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올해 선거인수 4050만명에 투표율 70%를 대입하면 투표자는 2835만명으로 지난 4·11 총선 때의 2181만명(투표율 54.2%)보다 700만명 가까이 늘게 된다. 정치권은 2030세대의 투표자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대선 개입보다는 김정일 사망 1주기(17일)를 겨냥한 체제 결속용으로 인식돼 그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맹목적 지지자들/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맹목적 지지자들/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19세기 일본은 서양 문물을 도입하면서 어마어마한 열정으로 서양 학술 용어를 번역했다. 우리가 널리 쓰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 권리, 철학 등은 모두 이 시기 일본 지식인들이 서양 개념을 한자어로 옮긴 것들이다. 하지만 일본 지식인들은 몇몇 서양 개념을 번역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소사이어티’(society)의 번역어인 ‘사회’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에는 ‘society’에 대응하는 ‘현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권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society’를 ‘개인들(individuals)의 집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19세기 일본에는 ‘개인’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가 없었다. 개인이 없으니 사회도 없었고, 따라서 그 뜻을 표현할 번역어도 없었다. 일본 지식인들은 실체가 없는 ‘society’를 일본어로 번역하기 위해 고심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가 번역어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번역어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에 대응할 현실까지 일본에 존재하게 됐음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기계적으로 ‘society’를 ‘사회’로 옮겼을 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실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조어(造語)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역사상 ‘개인’이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이었다. 종교개혁의 주요 원리인 만인사제주의는 신과 개인 사이에 성직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적인 지위에서 평신도는 성직자와 대등했다. 평신도 개인은 믿음을 통해 1대1로 신을 직접 대면할 수 있었으며, 양심에 입각해 성경을 해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존재였다. 개인의 양심과 이성을 강조한 루터의 만인사제주의는 훗날 개인주의의 성장을 크게 자극했다. 신의 음성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신의 뜻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다른 사람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모두 다 제각기 성경을 독자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식론적 개인주의’의 탄생이다. 양심과 이성에 입각한 ‘개인적 판단’을 중시하는 개인주의는 결코 이기주의와 동의어일 수 없다. 근대 자유주의 이념의 철학적 기반이 바로 개인주의다. 자유란 ‘개인의 자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지역이나 성향별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매일같이 대선후보 지지율이 나오고 있으나 판세는 거의 굳어진 듯하다.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박근혜·문재인 모두 45% 언저리에서 미미한 차이로 계속 혼전이다. 특정 후보에게 어떤 악재가 터져도 지지도에는 변함이 없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뒷전이다. 이런 식의 완강한 진영 구조에서 개인적 판단은 설 자리가 없다. 이성이나 양심이 끼어들 자리도 없다. 지역 정서와 집단이기주의만이 난무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약자임이 분명한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자들의 권익을 옹호해온 정당의 후보에게 무차별적 지지표를 던지는 현상이다. 부유층이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야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계급 이익에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 서민 유권자들의 선택은 비이성적이다. 개인적 판단의 포기이자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주군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신민(臣民)들의 집단 자살이다. 특정 후보가 흔들어대는 깃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전근대적 집단은 ‘사회’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고도의 압축 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고, 몇몇 분야에서는 탈근대적 특징마저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식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중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문화 지체 현상이다. 가시적인 분야는 쉽게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의식 수준의 향상은 오랜 시행착오와 투쟁을 거쳐 힘겹게 얻어진다. 물질 문화와 비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 차이로 인한 사회적 부조화다. 전근대·근대·탈근대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를 학자들은 ‘삼겹살 구조’라고 표현한다. 21세기에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 중세적 정치문화는 전통도 미덕도 아니다. 청산해야 할 역사의 쓰레기일 뿐이다.
  • [대선 첫 TV토론] 2002년 유권자 60% “TV토론, 투표에 영향”

    대선에서 TV토론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TV토론이 짧은 시간에 많은 유권자에게 후보의 장점과 상대 후보의 약점을 보일 기회라며 대선의 주요 변수라고 얘기한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우에는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역대 TV토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TV토론회가 공식 도입된 것은 1997년 15대 대선부터다. 당시 이회창·김대중·이인제 등 세 후보가 공식·비공식으로 54차례의 TV토론을 벌였다. 당시 최대 수혜자는 김 후보였다. 달변이었던 김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단독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4.7% 포인트 올랐지만 합동토론회에서는 지지율이 0.7~3.0%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김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반DJ 정서’를 누그러뜨렸고 이는 대선 승리에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TV토론은 대선 정국을 달궜다.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가 27차례의 토론회를 했다. 노 후보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는 정 후보에게 밀렸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며 공세적 태도를 보였던 단일화 TV토론과 달리 안정감을 보이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후보도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방송 직후 여론조사에서 최대 10% 포인트까지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2007년 17대 대선의 TV토론은 앞선 두 번과 달리 혹평을 받았다. ‘이명박 대세론’으로 TV토론 영향력도 미미했다. TV토론회의 공식 시청률은 역대 최저인 21.7%였다. 1997년(53.2%)과 2002년(34.2%) 시청률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이전까지는 당선 가능성이 큰 순서대로 3명의 후보만 참여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국회 의석수 5석 이상의 정당 후보, 직전 총선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 후보, 후보 등록 마감 30일 전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모두 참석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때문에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와 함께 이회창·문국현·권영길·이인제 후보 등 6명이 TV토론에 참석했다. 참여하는 후보가 늘어난 데다 정견 발표 뒤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싸움을 벌여 정책토론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TV토론에서는 가장 잘했다는 정 후보가 사상 최대의 표 차로 패하는 등 TV토론이 변수로 작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TV토론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올 대선 구도와 비슷한 2002년 대선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TV토론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유권자의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TV토론은 지지자들이 지지 근거를 확인하고 부동층이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대결이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TV토론의 희소가치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연말연시 펜션 주의보

    연말연시 펜션 주의보

    경기 안산에 사는 정창수(37)씨는 ‘펜션’ 하면 불쾌한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가족들과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려고 올 2월 한 펜션에 40일쯤 전에 예약했다. 어머니 환갑을 기념하려던 것이었는데 예약하자마자 형이 다리를 심하게 다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예약일까지 한 달 넘게 남아 있어 별 걱정 없이 펜션 측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금의 20%는 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예약날짜까지 한참 남아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항의해 봤지만 펜션 측은 자체적으로 정한 약관을 들이대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펜션 측은 정씨가 낸 60만원 가운데 12만원(20%)을 떼고 48만원만 돌려줬다. 억울한 마음에 정씨는 한국소비자원 등에 이의를 제기했고, 7개월간의 긴 줄다리기 끝에 지난 9월 “위약금을 돌려주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받아냈다. ●펜션 잘못인데 소비자가 위약금 물기도 연말연시를 앞두고 ‘펜션 주의보’가 발령됐다. 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정씨처럼 ‘펜션 예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진정을 낸 소비자 상담 건수가 2010년 1263건에서 지난해 2147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8월 현재 벌써 1716건이다. 하지만 구제받은 사례는 극히 미미하다. 2010년 32건에서 올 8월 현재 59건으로 구제건수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피해상담 건수에 비하면 3%에 불과하다. 구제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예약을 취소했거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예약을 취소한 경우였다. 그럼에도 피해신청을 통해 간신히 구제받은 셈이다. 예약 당일 취소한 사례는 6.6%에 불과했다. 심지어 펜션 측의 잘못으로 예약이 취소됐는데도 소비자가 위약금을 물어 구제받은 사례(8.1%)도 있었다. 일반적인 예약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를 통해 ‘사용 예정 10일 전까지 취소하면 전액 환불’ ‘사용 예정 9~7일 전에 취소하면 90% 환불’ 등의 소비자분쟁 조정 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이어서 이를 무시하는 펜션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관으로 허가받고 이름만 펜션이라고 내세운 곳도 적지 않다. 여관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만 하면 되지만 펜션은 일정한 시설요건을 갖춰야 하고 관광진흥법상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펜션을 사칭해 숙박료만 올려 받는 얌체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환불 강제기준 없어… 법규 개정 시급 이상근 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지금으로서는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알아서 소송을 벌여야만 어느 정도 구제받을 수 있다.”면서 “분쟁 조정 기준을 강제할 수 있는 법규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일단 피해를 줄이려면 펜션을 고를 때 ▲홈페이지 개설 여부 ▲인터넷상의 다른 소비자 불만사항 ▲전화예약 때 환불 기준 등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기초학력 미달’ 5년새 3분의1 수준으로… 지역 격차도 줄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의 비율이 100명당 2명꼴로 줄어들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대도시와 읍면, 서울 강남과 강북 간의 학력 격차도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26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 초·중·고 평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낮아진 2.3%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72만명 모두를 대상으로 매년 시행된다. 표집조사 방식에서 2008년 전수조사로 바뀌면서 ‘일제고사’로 불린다. 초6과 고2는 국어·수학·영어 등 3과목을, 중3은 사회와 과학까지 5과목을 평가한다. 직업 기초능력평가를 치르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은 올해부터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시자료는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비율은 전수조사 첫해인 2008년 7.2%를 기록한 뒤 2009년 4.8%, 2010년 3.7%, 2011년 2.6%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 1%대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달성에는 실패했다.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단계 성취 수준 가운데 최하위인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초6이 0.7%, 중3이 3.3%, 고2가 3.0%였다. 보통학력 이상 학생은 79.3%로 2008년 65.0%보다 크게 증가했다. 초6 85.0%, 중3 70.1%, 고2 82.9%였다. 교육여건별 성적 격차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차이는 2008년 3.3% 포인트에서 올해 0.2% 포인트로 줄면서 미미해졌다. 서울 강남·북 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 격차도 2008년 5.5% 포인트에서 올해 2.1% 포인트(강남 4.5%·강북 2.4%)까지 좁혀졌다. 충북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0.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울산이 1.0%로 뒤를 이었다.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각각 3.3%와 3.2%로 높았다. 농촌지역이 많은 강원·전남도 2.7%였다. 교과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생들을 잘 가르쳐 성적을 높인 ‘학교 향상도 우수 100대 고교’를 3개 과목별로 발표했다. 올해 학교 향상도가 뛰어난 중학교 50곳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100대 고교 중에는 사립이 69.7%로 공립(30.3%)보다 훨씬 많아 학교 차원의 개별적인 지원이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 유형별로는 전체 자율형 사립고 가운데 9.8%, 일반고의 6.8%, 특목고 4.2%, 자율형 공립고의 1.7%가 포함됐다.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3년 연속으로 전교생이 보통학력 이상의 성적을 낸 고교(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없는 학교)는 충북 청원 교원대부설고와 충남 공주 한일고 등 2곳이었다. 현재 중3 학생들이 2009년 초6 때 본 시험 성적과 비교한 중학교 학교 향상도의 경우 국어는 인천·울산·제주, 수학은 대구·경북·인천, 영어는 대구·경북·제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충북 충주 미덕중은 국·영·수 모두에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향상도를 나타냈다. 미덕중과 인천 영흥중은 전교생이 5과목에서 모두 보통학력 이상의 성적을 기록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없었다. 교과부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학교를 대상으로 학습부진 학생 예방·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현재 대구지역에 설치돼 있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서비스를 모든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도 바꿀 계획이다. 황성환 교과부 교육정보기획과장은 “내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명칭을 기초학력평가로 바꾸고, 초등학교는 기초학력 수준 도달 여부만 측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택시 승차거부 왜 근절 안되나

    택시 승차거부 왜 근절 안되나

    송년회 등 각종 행사가 집중된 11~12월. 시간이 어지간히 늦어지면 택시 잡는 게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타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택시 기사들의 골라 태우기가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시간제 계약직까지 동원해 택시 승차 거부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사들의 배짱 영업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승차 거부를 당해도 그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서울시 민원전화인 ‘120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접수된 승차 거부 신고는 1만 2151건이었다. 이 중 기사가 2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8.5%인 1034건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승차 거부 신고 1만 5483건 가운데 1646건(10.6%)만 행정 처분됐다. 처벌률이 낮은 이유는 기사가 실제로 승객을 의도적으로 가려 태웠는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승차 거부 신고가 접수되면 시·구청 공무원이 신고자와 택시 기사를 조사한다. 구청은 택시의 운행기록장치(타코미터)와 목격자 증언 등을 참고해 과태료 등 행정 처분 여부를 결정하지만 옴짝달싹 못 할 물증이 나오는 경우는 드믈다. 특히 승객과 택시 기사의 주장이 판이할 경우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에는 버스처럼 폐쇄회로(CC)TV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운전자가 승차 거부 사실을 부인하면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 기사 사이에서는 과태료를 피하는 노하우도 전수된다. 1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49)씨는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기사에게 소명서를 내라고 하는데 ‘그냥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 안내해 줬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입증이 어려워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속반원들은 연말연시에 상습적으로 승차 거부를 당한다면 스마트폰 촬영 등을 통해 증거를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차 거부를 당한 정확한 때와 장소, 목격자 등을 확보하고 영상물 등 증거 자료를 촬영한다면 혐의 입증이 더욱 쉬울 것”이라면서 “서울에만 7만여대의 택시가 있기 때문에 승차 거부 신고 때 차 번호 7자리를 모두 다산콜센터 접수원에게 알려줘야 행정 처리가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단속 공무원들은 허위, 과장 신고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외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면 승차 거부가 아닌데도 분한 마음에 거짓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허위 신고가 많아 신고 접수 뒤 승차 거부 여부를 가려내는 데 두달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선택 2012 D-20] 朴은 西, 文은 東

    [선택 2012 D-20] 朴은 西, 文은 東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은 곧 전략이다. 어디를 찾는지 보면 승부수를 엿볼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서부축,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경부축을 각각 ‘공략 1순위’로 삼았다. 우선 박 후보는 선거운동 개시일인 27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한 뒤 첫 유세지로 대전을 찾았다. 이어 28일까지 1박 2일 동안 세종시와 충남, 전북, 경기 남부 등 이른바 ‘서부 중도 벨트’에서 19차례 유세전을 펼쳤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이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선거 전략의 핵심이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갈아타는 ‘유동층’ 공략에 맞춰졌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서부 중도 벨트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동층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대선 승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또 박 후보가 공을 들이는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대전·충청), 새만금(전북) 등 ‘약속 행보’와 관련성이 높다. 이 중 전북은 야권의 PK 지역 공략에 맞대응하기 위한 ‘역공 카드’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만큼 박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박 후보는 29일 인천을 방문한 뒤 30일부터 1박2일 동안 부산·경남을 찾을 예정이다. 야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PK 수성’ 전략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 초반에는 격전지역과 열세지역 위주로 동선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경부축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7일 첫 거리 유세지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를 선택하는 등 박 후보보다 한발 먼저 PK를 찾았다. 부산·경남(27일)과 충청(28일)에 이어 전남·경남(29일), 울산·대구·경북(30일)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텃밭 지역보다는 새누리당의 아성 지역을 공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의 사퇴로 인한 이탈표를 차단하는 데도 방점이 찍힌 행보로 보인다. 영남권은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가장 많은 야권 지지층이 부동층으로 돌아선 지역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의 PK 지지율은 안 전 후보 사퇴 전만 해도 4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부 여론 조사에서 30%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영남권에서는 단일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야권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것이 정권 교체의 첫걸음이란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남은 이미 안 전 후보 사퇴 이전부터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공략 순위에서 뒤로 미뤄둘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토의 동서를 오가는 동선을 이어가며 균형발전 전략을 상징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대기업에 멍드는 골목상권 2제

    대기업에 멍드는 골목상권 2제

    ■ “대형마트 낙수효과 없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돈을 벌어들이는 규모에 비해 현지 생산품 구매와 고용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 진출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27일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 밝힌 ‘광주·전남 대형마트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 50개(광주 29개, 전남 21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이 최근 3년간 올린 매출액은 2조 9525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최근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올 10월 말 현재 8258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말까지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는 1조 440억 9600만원, 지난해엔 1조 825억 85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 순위별로는 광주의 이마트 광주·봉선·광산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전남에서는 홈플러스 순천, 이마트 순천·목포점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지역에 대한 기여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지역 내 공익사업에 3년간 투자한 액수는 전체 매출의 0.2%인 59억 1300만원에 불과했다. 1만원어치를 팔아 20원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또 지역 농산물 구매에 쓴 돈은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6000억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농산물이 매출의 50%에 이르는 농협 하나로마트와는 대조적이다. 지역민 고용 인원도 모두 3879명에 불과했다. 이는 점포당 78명꼴로 직원 대부분이 본사 또는 외지에서 충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용된 주민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임을 감안하면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최근 ‘대형마트가 점포당 평균 500~600명을 고용한다’고 밝힌 수치와는 동떨어진 실정이다. 이 의원은 “일부 업체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에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수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지역 내 고용률과 공익사업 투자 비중에서 나타나듯이 이들 대형 유통업체가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이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으로 쏠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했던 지난 10여년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대형 업체의 무분별한 확장과 영업 시간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동네 토종빵집 매출 반토막” “동네 토종 빵집을 살립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 토종 빵집 살리기 좌담회’가 27일 전북 전주에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좌담회에서는 학계, 토종 빵집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으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빵집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토종 빵집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좌담회는 2003년 전국적으로 1만 8000개에 이르던 동네 빵집이 지난해에는 5184개로 감소하는 등 극심한 쇠퇴 현상을 보이고 있고, 살아있는 동네 빵집마저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위기 상황 속에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또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지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획일화된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이며 나아가서는 지역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원용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8153개였던 전국의 동네 빵집은 2011년 5184개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3572개에서 5290개로 동네 빵집 숫자를 추월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확대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소상공인의 빈곤화, 프랜차이즈 독과점을 형성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 덕진구 인후동에서 30년째 토종 빵집을 운영하는 하니비베이커리 임재호(50)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경쟁적 확장과 광고, 영업력으로 자영 제과점은 침체 일로에 빠져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주요인이지만 동네 빵집의 차별화된 품목 개발 부진, 자본 열악, 주먹구구식 운영, 홍보 부족 등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프랜차이즈보다 좋은 재료 사용,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경영,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 등을 제시했다. 참여자치 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순환형 경제, 지역 가치적 소비운동 등 지역 주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육청의 지역 제과점 우선 구매 협약, 자치단체의 제빵 신기술 교육과 가게 리모델링 지원, 시민단체의 지역적 가치 소비운동 전개, 제과협회의 신제품, 신선빵 생산 노력” 등으로 소비자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줄인다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줄인다

    환율 하락에 대응해 외환당국이 1단계 개입을 단행했다. 내년부터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한도를 25% 줄여 달러 공급을 줄이는 방식이다. 지난주에 예고됐던 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27일 3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1단계 대응조치를 결정했다. ‘1단계 대응’이라고 명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대외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추가 대책이 가능함을 예고했다. 한 달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국내은행은 현행 40%에서 30%로, 외국은행 지점은 200%에서 150%로 줄어든다. 선물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약속한 환율로 교환하기로 정한 외환을 말한다. 선물환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로 포지션 한도를 줄이면 외화자금 유출입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기존 거래분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변경되는 한도 이상의 선물환 포지션을 보유한 금융사는 6~7개다. 강순삼 한은 국제총괄팀장은 “한도가 넘어도 계약 시점이 1년 이상인 장기 선물환은 당국에 신고하면 용인하기로 했다.”면서 “한 달 이하 단기물은 유예 기간 안에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어 금융사의 부담이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달러화에 대해 원화는 2.44% 올랐다. 호주달러(1.18%), 필리핀 페소(1.71%), 싱가포르달러(0.68%) 등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 수출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외환시장은 앞으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한도, 외국인채권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의 하나인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강화 등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채무감축 목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 대비 1.4원 내린 1084.1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대입 유리하다면… 인문영재가 과학특기반行

    대입 유리하다면… 인문영재가 과학특기반行

    2002년 영재교육 진흥 종합계획이 세워지면서 본격화된 초·중·고 영재교육이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대입·고입에 유리한 ‘스펙’ 쌓기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학, 과학 등 주요 입시과목 쪽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데다 특정 분야에 대한 소질보다는 그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대상으로 선발되고 있는 탓이다. 25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진흥계획 발표 직후인 2003년 1만 9974명으로 전체 학생의 0.25%에 불과했던 영재교육 대상자는 지난해 10만 8548명으로 전체의 1.5%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학생 수가 5배 이상으로 뛰면서 양적 팽창은 이뤄졌지만 잠재력의 계발이라는 질적인 측면은 크게 미흡하다. 영재교육은 수학, 과학을 비롯해 음악, 문예창작, 발명, 인문사회 등 모두 11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영재교육 대상자 가운데는 수학, 과학 및 수학·과학 통합 분야 학생이 80%를 넘는다. 서울시교육청이 올 초 집계한 서울지역 영재교육 영역별 학생수를 보면 전체 1만 8189명의 영재교육 대상자 가운데 수학분야 영재가 6571명으로 전체의 36.1%, 과학분야 영재가 6970명으로 38.3%를 차지했다. 수학·과학 통합 분야(1442명)까지 합치면 82.3%가 수학·과학 분야 영재다. 반면 음악 610명(3.4%), 미술 800명(4.4%), 문예창작 120명(0.7%), 발명 360명(2.0%) 등 그 밖의 분야는 비중이 미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체능이나 인문계열 분야에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도 입시에서 유리한 수학·과학 영재교육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과학영재 학급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둔 최모(44·여)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짓기와 영어 말하기 등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는데 과학고나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학영재’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된다고 해 담임교사의 관찰 추천제 방식을 통해 과학영재 교실에 들어갔다.”면서 “학교나 학원에서 모두 과학영재 교육을 받으면 대입 수시모집의 특기자 전형에 지원하거나 입학사정관제에서 유리하다고 상담해준다.”고 말했다. 영재교육이 입시용이 되면서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한 사교육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영재교육이 유발하는 사교육을 막기 위해 기존의 영재성 검사 시험을 2009년부터 관찰추천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학교에서 학교 자율에 따라 시험이나 특정과목 내신성적 등으로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재교육 대상자를 2014년까지 전체 학생의 2%까지 늘리고 영재교육을 일선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 형태로 확대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표심 최대 5%P가 움직인다… 단일화 TV토론의 파괴력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21일 단일화 TV토론은 유권자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최소 1~2% 포인트, 최대 3~5% 포인트 정도의 지지율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인 점을 감안하면 TV토론 변수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이미 표심을 정했다고 응답한 70%를 제외하면 나머지 30%가 TV토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권자층이라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문 후보 또는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약 40%의 유권자층 가운데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될 경우 야권 지지에서 이탈하겠다고 답한 15% 안팎의 표심이 TV토론 변수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15% 가운데 7~8%를 ‘스윙보터’(상황에 따라 표심이 바뀌는 부동층)라고 본다면 TV토론으로 두 후보의 최근 지지도 흐름에서 적게 봐도 3% 포인트 정도의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보통의 TV토론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이번 TV토론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지지도 변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최대 3% 포인트 정도의 이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편차가 나더라도 1~2% 포인트 안팎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대선 한 달 전 여론조사 흐름이 대선 마지막까지 간다는 얘기가 있다. 이는 본선 전에 몇 번의 토론회가 있어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도 변수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를 앞두고 실시된 TV토론의 방송 3사 시청률 합계는 30.9%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높은 시청률은 국민 관심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을수록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등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2년 단일화 TV토론을 이틀 앞두고 실시된 YTN여론조사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를 제외했을 때 단일후보 선호도는 두 후보가 49.2%로 같았지만, TV토론 이후 실시된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4.6% 포인트 차로 정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하지만 당시 TV토론은 황금 시간대인 오후 7~9시에 진행된 반면 이번 TV토론은 오후 11시 15분부터 시작돼 30% 이상의 시청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여론조사가 언제 실시될지도 변수다. 단일화 TV토론의 영향이 유권자의 표심에 반영되기까지는 대략 1~2일이 소요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3~24일 단일화 여론조사가 진행되면 TV토론의 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선택 2012 D-28] ‘단일화 키’ 여론조사 함정은

    대선 야권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민의를 반영하면서도 후보의 지지율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설문 문항과 조사 시기, 역선택 변수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어 위험성도 큰 방식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때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채웠지만 역선택 논란과 설문 문항에 따른 오류 공방을 피해 가진 못했다. 당시 노·정 후보의 단일화 운명을 갈랐던 여론조사 설문 문항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한 정 후보 측과 지지도를 선호한 노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조화된 것이었다. 정 후보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흡족해했지만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이 길 경우 응답자 대부분이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마지막 문구에만 주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후보 적합도’를 선호하고 있고 안 후보 측은 ‘후보 경쟁력’을 선호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두 문구가 같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0일 “여론조사 문구는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식으로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역선택도 주요 변수다. 2002년에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1차로 걸러내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또 가장 가까운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에서 나온 이 후보의 최저 지지율 30.4%를 기준으로 삼아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보다 낮은 지지율이 나올 경우 이 후보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했다고 보고 그 조사 결과는 무효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역선택을 막기에는 충분한 조치지만 최저 지지율을 얼마로 잡을 것인가에 따라 조사 결과 자체가 무효가 되고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조직 동원도 막을 수 없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는 “본인이 세대(나이)를 속여 응답하는 등 의도성을 갖고 여론조사에 임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것이 여론조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대규모 여론조사인 만큼 역선택과 조직 동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사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2년 단일화 때는 당초 여론조사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갤럽이 정치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해 뒤늦게 여론조사기관이 변경되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금융모니터링제’ 왜 있을까요

    ‘금융모니터링제’ 왜 있을까요

    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 정책을 만들겠다며 금융 당국이 야심차게 도입한 ‘금융이용자 모니터링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명 가까운 모니터링 요원이 있지만 제도 도입 10년이 넘도록 성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취지 자체가 좋은 데다 우수 활용사례도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든가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금융 모니터 요원은 290명(일반인 250명+전문가 40명)이다. 2010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최근 2년 6개월 동안 이들의 제보 건수는 총 2130건. 이 가운데 사실관계를 잘못 알았거나 중복 제보, 금감원 소관이 아닌 내용 등을 제보해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건수가 1358건이다. 절반 이상(64%)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등급 판정을 받은 772건 중에서도 감독 제도에 반영된 ‘상’ 등급은 고작 4건이다. 그것도 모두 올해 실적이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실효성 검토 후 제도 반영 여부를 결정짓는 ‘중’ 등급도 2010년 17건, 2011년 29건, 2012년 10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단순 참고용인 ‘하’ 등급에 머물렀다.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금감원은 올해 등급별 제보 수당을 ▲‘상’ 30만→50만원 ▲‘중’ 15만→20만원 ▲‘하’ 3만→5만원으로 올렸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인 요원은 금융 현안을 잘 모르고, 전문가 요원은 자신의 업무와 연관돼 있어 제보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금융권의 얘기다. 그렇다고 ‘제도 폐기’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보를 통해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카드론 취급 수수료 반환이 대표적이다. 한 모니터 요원은 “신용카드 대출을 썼다가 중간에 갚았는데 (만기 상환 기준으로 선불로 뗀) 취급 수수료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후 카드론 중도 상환 시 취급 수수료 일부를 환급해 주거나 아예 수수료를 폐지하도록 관련 약관을 고치도록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전적 포상을 넘어 설문이나 회의 등 운영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모니터 요원을 상대로 한) 정기적인 설문조사나 의견 수렴 회의 등을 통해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책 반영률을 끌어올리려면 (세제발전심의위원회처럼) 전문가 중심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지금처럼 일반인 중심으로 운영하려면 의사소통 구조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국민이 금융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참고하는 것만도 정책 수립 때 도움이 된다.”면서 “단순 숫자만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항변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용어 클릭] ●금융 모니터 요원 금감원이 ‘소비자 눈높이 감독정책’을 표방하며 1999년 도입했다. 일반인 요원은 해마다 연말에 금융 관련 퀴즈를 맞힌 사람 가운데 지역, 연령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통상 경쟁률이 2대1이다. 전문가 요원은 은행연합회 등 금융 관련 단체의 추천을 통해 뽑는다. 퀴즈는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풀 수 있다.
  • 여수 공무원 횡령액 총 80억 구속기소… 남은 돈은 ‘쥐꼬리’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8일 전남 여수시청 회계과 공무원 김석대(47)씨의 공금 횡령액은 애초 76억원보다 많은 80억 7700만원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시청 회계과에서 근무하면서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80억 7700만원을 빼내 51억원은 김씨의 부인과 친인척이 빚을 갚는 데, 19억원은 김씨의 대출금을 갚는 데 쓰거나 생활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친인척과 지인에게 각각 6억원과 4억원을 그냥 줬다. 이에따라 남은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검찰은 이날 김씨와 김씨로부터 67억원을 받은 김씨의 부인, 김씨에게 돈을 받은 지인 최모(39·여)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씨에게 5억원을 받은 김씨의 처남 김모(37)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무원 김씨가 횡령한 공금의 상당 부분은 환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씨에게 돈을 받은 당사자들은 채무 변제로 받은 돈이라면서 범죄로 인한 수익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행법상 환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수시는 김씨와 김씨의 처남 등의 아파트를 압류했지만 액수는 미미하다. 여수시는 추후 김씨의 업무 결재와 관련된 전·현직 직원들에게 변상 조치를 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20억원 정도를 환수할 계획이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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