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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문위원 칼럼]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

    언론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가끔 듣는 소리가 ‘왜 신문은 나쁜 뉴스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다.즉,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지는 뉴스는 왜 거의 전달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다.정말로 신문과 방송을 접하다 보면 단순한 사실의 나열 또는 사회 고발적인 뉴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특히 요즈음처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복잡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든다.물론 가끔씩은 인간미가 넘치는 미담이 눈에 띄지만 기사의 양도 적고 지면배치도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일부 저널리즘 학자들은 언론이 범죄 등 사회고발 뉴스를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환경감시기능을 하며 동시에 나쁜 뉴스(bad news)를 많이 전달하여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한다고 지적한다.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왜냐하면 권력 행사 과정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뉴스를 전달함으로써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기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언론은 기쁘고 마음이 즐거운 좋은 뉴스(good news)에 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는다.아니 신문의 게이트키핑과 편집과정에서 순위상 나쁜 뉴스에 밀려서 지면에 게재되지 않는다.실제로 언론은 때때로 독자들이 진정으로 어떤 뉴스를 보고 싶어 하는가와 상관없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뉴스를 선정하는 경향이 크다.예를 들어 저널리즘 교과서에는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은 뉴스’라고 적혀있다.즉,언론은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은 뉴스가치(newsworthiness)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언론은 좀 더 기이하고 폭력적이고,일탈적인 것에 뉴스가치를 두는 관행에 젖어있다.그래서 신문 지면은 좋은 뉴스가 극소수인 반면 대개의 경우 그다지 좋지 않은 뉴스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점은 어느 신문이나 비슷하며,서울신문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지난 한 주 동안의 서울신문을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지난주(1월25∼31일) 서울신문에 실린 좋은 뉴스는 1월26일 1건(기획면 ‘오리농장+체험관광으로 활로’),1월27일 1건(기획면 ‘상황버섯 독자브랜드로성공사례’),1월28일자 2건(사회면 ‘18년 만에 되찾은 양심’,사람과 사람면 ‘119 아저씨 빨리 나으세요’) 등 4건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1월30일자와 31일자에는 좋은 뉴스라고 할 만한 뉴스가 없었다.이러한 점은 서울신문이 상대적으로 발행면수도 적고 인력이 부족한 탓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거의 매일 유사하게 전달되는 나쁜 뉴스들이 자칫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좋은 뉴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또 좋은 뉴스는 사건사고나 공식적 소스를 통해 제공되는 뉴스처럼 쉽게 얻어지기보다는 제보나 기획을 통해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이 너무나 전통적인 뉴스가치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지적 받아 마땅하다.즉,좀 더 좋은 뉴스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기사를 기획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를 균형감 있게 담아냄으로써 독자들이 우리사회를 올바로 이해하고 건전한 세계관을 갖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
  • “사람답지 못한 사람…” 운운 지나친 앵커멘트 배상판결

    방송보도가 진실하고 공익성이 있더라도 앵커의 설명이 당사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줬다면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박국수)는 25일 변호사 신모씨가 “허위보도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권재홍 전 앵커 등을 상대로 낸 1억 5000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앵커가 모멸적인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방송사와 앵커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위보도로 단정할 수 없고 공익성도 있지만 앵커가 원고인 신씨에 대해 ‘사람답지 못한 사람’‘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원고의 과실에 비해 지나치게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신씨가 정정보도를 요청한 데 대해서는 “신씨가 불성실하게 변론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보도도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공익성과 진실성은 모두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MBC는 지난 99년 9월 법조계의 미담과 고발성 기사를 함께 보도하면서 신씨가 수임받은 사건을 불성실하게 준비해 의뢰인이 패소했다고 소개하고 신씨의 이름이 찍힌 간판을 방영했다.전 앵커인 권씨는 당시 “사람답게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비된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보도내용을 소개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CEO 칼럼] ‘나눔의 美學’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TV 모니터 한 쪽에는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알리는 자막이 흐른다.특히 올해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 등 각종 재난으로 모금행사가 유난히 자주 열렸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모금방식이 전화 ARS로 바뀌어 번거로움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때보다 더 얼어붙은 경기 탓에 올해 불우이웃은 더 늘어난 반면 베풀고 나누는 자선의 손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와 체임근로자,실직가장과 그 가족,급증하는 청년 실업자들은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이웃들이다.특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생계를 의존하는 절대빈곤층이 도시 가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나마 세밑 자선 시즌이 지나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 등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남겨질 쓸쓸함이 더욱 필자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여러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눔은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그래서인지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온 한 여성의 미담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지난 12년 동안 서울 난곡동 철거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60여명의 결식 아동들에게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방과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렇다.나눔의 미학이란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나눔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나눔은 우리를 낳아 준 사회에 대한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국민들도 형편껏 성금을 낸다.사회단체 역시 성금을 모으고 자선활동을 주도하지만,어려운 이웃들을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더욱이 기부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시민의기부 참여율이 90%인 데 반해 우리는 10%를 채 넘지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무슨 재난이나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모금운동을 펼칠 것이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 상시적인 ‘도네이션’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뜻있는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아름다운 재단’이나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비롯해 각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보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어려울 때일수록 다함께 힘을 합쳐 국난을 슬기롭게 헤쳐왔던 우리 조상들의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참여와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봉사로 추운 올겨울에 모든 이들의 가슴에 훈훈한 ‘화롯불’이 지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태 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 알뜰살뜰 모은 ‘온정’… 그래서 더 ‘따뜻’/서울 자치구 이색 자선활동

    불경기와 연말 한파가 겹쳐 어려운 이웃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시내 자치구마다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특히 ‘좀도리 쌀’ 모으기가 수십년만에 재연돼 ‘십시일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사랑의 쌀 모으기 노원구(구청장 이기재)는 오는 30일 지역내 80여개 유치원 어린이들이 푼푼이 모은돈과 교사들의 성금을 더한 2500만원을 쉼터요양원,성모자애보육원,청소년쉼터,동광모자원 등 복지시설과 홀로노인,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소년소녀가장 등에 전달한다. 강동구(구청장 직무대행 박용래) 명일1동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9500가구가 매일 한 줌씩 쌀을 아껴 무려 1600㎏의 쌀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 전달했다.동작구(구청장 김우중)도 23일부터 구청 현관에 ‘사랑의 쌀 모으기 함’을 설치,직원들이 출근 때마다 쌀 1㎏을 들고 와 이를 모은 뒤 ‘틈새계층’ 주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이웃사랑 중계3동 목련아파트 부녀회는 23일 올 한해 알뜰장 등으로 마련한 수익금 600만원을 생활이 어려운 중고생 80여명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상계3동 새마을부녀회와 상계9동 14단지아파트에서는 김장김치를 담가 저소득층,경로당 등에 전달했고 중계4동 주부환경연합회는 노인 300여명에게 팥죽을 대접했다. 서대문구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화교 정영안씨는 29일 생활이 어려운 노인 50명을 초청,자장면과 짬뽕을 대접키로 했다.서대문구 남가좌1동 영동할인마트도 23일 그동안 손님들이 남기고 간 잔돈으로 마련한 쌀 10㎏ 50포와 세제 50통을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등 평범한 이웃들의 훈훈한 미담이 줄을 이었다. ●공무원들,“나도 한몫” 구 공무원 35명으로 구성된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직장자원봉사단’은 지역내 65세 이상 홀로노인 450명에게 주2회 전화를 걸어 말벗이 되주는가 하면,연말을 맞아 중증장애인 가정과 홀로노인 가정을 방문,도배를 새로 해주고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꼼꼼하게 살림을 봐주고 있다.봉사단은 최근 장애인을 데리고 연극을 관람했고 저소득 주민에게 정기적으로 라면과 빵을 제공하고 있다. 강서구(구청장 유영)도 직원들이 아직 입을만 하지만 크기가 맞지 않는 점퍼,운동복,양복 등 헌 겨울옷 400여 점을 모아 영등포역 노숙자와 사회복지관 입소자에게 전달했다.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돕기에 전 지역민이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각종 이벤트를 펼치기로 했다.먼저 오는 26일 오후 2시 구청강당에서 성금 모금방송을 실시하기로 했다.지역유선방송과 공동으로 모금 상황을 실시간 방송,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이동구 류길상기자 yidonggu@
  • ‘열린음악회’ 2003 송년특집

    KBS1 ‘열린음악회’는 28일 오후 5시40분 ‘2003 대한민국 아름다운 사람들’을 송년특집으로 꾸민다.올 한해 미담의 주인공들이 가수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부르며 송년의 시간을 보낸다. 계미년 양띠해에 활발하게 활동한 양띠 가수 이효리 백지영 이민우,그리고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BMK 이자연 조항조 최유나 송대관 유열 성시경 등이 나온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佛 젋은이들 “”미국식이 좋아””

    이라크전을 거치며 프랑스는 전세계 반미주의의 선봉에 선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리의 젊은이들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미국의 랩 음악을 들으며 맥도널드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빅맥을 맛있게 먹는다.이들이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이나 광고문구에서도 영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계기로 명백하게 드러났던 프랑스 지식인들과 지도층 사이의 반미정서와는 판이한 현상이다.이들에게 미국식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란 거의 없다.정치는 정치고,문화는 문화인 것이다.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샹젤리제에 있는 음반전문 매장 버진스토어에서 만난 다비드(20)는 미국의 랩 음악을 즐겨 듣는다.다비드에게 좋은 음악을 꼽아 보라고 하자 에미넴,알 켈리,피프틴센츠,스놉독 등 미국의 랩가수들 이름이 술술 흘러나온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미국 스타일의 점퍼에 청바지,야구모자,굵은 금목걸이에 농구화를 신고 있다.이렇게 갖춰 입는 데 적지않은 돈을 썼을 것이 확실하다. 미국 마이애미·시카고·뉴욕·로스앤젤레스 등을 여행한 적이 있다는 다비드는 “스포츠건 음악이건 모든 분야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나라가 미국”이라며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미국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나는 반미감정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다.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스타일’ 선망하는 젊은이들 영어와 프랑스어 2개 언어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제라르(16)는 지난 여름방학때 한달 동안 미국에 다녀와 친구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됐다고 자랑한다. 제라르는 “사람들도 솔직담백하고 친절했으며 도시들도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것보다 실제로 여행해 보니 훨씬 마음에 들었다.”며 “가능하면 미국 대학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문화의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이다.그렇지만 프랑스 지식인들은 미국문화에 대해서만은 유독 거부반응을 보이며 서유럽 사회의 반미담론을 주도해 왔다. 프랑스와 미국은 2차대전 이전까지 어느 나라보다 우호적인 관계였다.하지만 샤를 드골 대통령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자주노선을 주창한 이후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는 반미정서가 폭넓게 형성됐다.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벌인 나라가 프랑스였으며 미국이 유엔의 승인없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때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반발했던 나라가 프랑스였다. 이런 사회·정치적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10∼20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추종하는 성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GAP·나이키매장 북적… TV선 美시트콤 자국문화 수호를 강조하는 프랑스에서 미국식 대중문화가 범람하고 있다는 증거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리 시민들의 자존심이라는 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즈니 스토어와 플래닛 할리우드,미국 캐주얼 의류 GAP과 스포츠웨어 나이키,퀵실버 매장이 번창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를고수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고 안방극장에서는 미국식 시트콤이 판을 치고 있다. 프랑스 텔레비전에서는 엄숙한 토론 프로그램보다는 ‘프렌즈’‘앨리 맥빌’ 등 뉴욕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담은 시트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30대의 한 인기 앵커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프렌즈’의 내용을 소상히 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미국에서 유행하는 리얼리티쇼의 포맷을 그대로 들여온 프로그램이 인기고 ‘스타 아카데미’‘팝스타’처럼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많다.요리문화가 발달하고 식도락의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지만 샹젤리제 거리의 맥도널드점에는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축제인 핼러윈데이는 90년대 이후 프랑스 어린이들 사이에 새로운 축제로 간주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못지않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최고급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는 독신자들이 많은 미국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켓 데이팅’을본뜬 행사를 열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적 대결구도를 다룬 ‘프랑스인,미국인’이라는 책을 쓴 파스칼 도드리는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에 대해 “프랑스인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은 자존심과 열등감이 복잡하게 얽힌 애증의 관계와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1등국의 지위를 빼앗긴 프랑스의 상한 자존심은 반미감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며,내심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아이로니컬한 분석이다. ●문화잠식 우려 목소리도 자본주의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식 문화가 프랑스 젊은이들의 사고와 일상생활을 잠식하는 데 대해 지식인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랫동안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던 패권국의 지위를 2차대전 이후 급속히 성장한 미국에 내준 것에 우선 자존심이 상하고,예전에는 프랑스어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언어였지만 지금은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나아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프랑스의 수준 높은 문화가 ‘천박한’ 미국문화에 밀려 사라질 것을 프랑스 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바네사(28)는 “거대자본,대량생산으로 요약되는 미국식 대중문화가 프랑스에 상륙한 것이 최근의 일은 물론 아니지만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무비판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문화이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지식인들이 젊은 세대의 무조건적인 미국문화 추종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문화의 균형감각이 깨지고 이로 인해 프랑스 문화가 미국문화에 잠식당해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otus@ ■노천카페 낭만 사라지나 |파리 함혜리특파원|길가의 카페에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앞에 놓고 ‘해바라기’하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파리지엔들.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콧수염 휘날리며 커피를 나르는 카페의 가르송(남자점원)들…. 파리 하면 연상되는 이같은카페 풍경에도 ‘아메리칸 스타일’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동네 카페들이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부드러운 재즈풍의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현대적이고 깔끔한 실내장식을 한 미국식 카페에는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특히 내년 초 미국의 거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1호점이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대로 26번지에 문을 열면 프랑스 특유의 카페 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스타벅스 열풍은 이웃나라 영국을 점령한 지 이미 오래이지만 카페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주변의 카페,바,브라스리(선술집) 등의 반발을 생각해서인지 예고 간판도 없고 소리소문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하지만 새로 생긴 근사한 식당과 카페 등을 찾아내 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를 즐기는 파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이 화제다.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는 다미앙은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미국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카페 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카페나 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쿨한’ 분위기와 엄청나게 큰 컵에 담긴 달콤한 크림커피의 맛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파리에 문을 열면 여자친구와 당장 다시 찾고 싶다.”고 한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에 익숙해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커피 맛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 카페에서 보통 커피를 시키면 아이들 소꿉만한 작은 잔에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가져온다.블랙 초콜릿을 곁들여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는 느슨해진 신경을 적당히 자극하기 때문에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어서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후나 오후 시간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신다.프랑스 사람들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연한 커피를 우스갯소리로 ‘양말 빤 국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파리시내의 대형서점 프나크 내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근무하는 로라는 “스타벅스 커피가 아무리 맛이 있어도 프랑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호기심 많은젊은이들의 발길을 모을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은 맥도널드 햄버거의 진출 당시 못지않게 미국문화 유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 [발언대] 스타일 달라도 개혁 계속 추진

    행정자치부 장관이 바뀐 후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장관이 바뀌면서 전임 장관의 정책을 변경한 사례가 여럿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행정자치부는 참여정부 개혁의 화두인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의 추진본부이다.정부혁신과 지방분권 작업은 행정자치부가 쥐고 있는 중앙과 지방에 대한 권한을 포기하고 이양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스스로 제 살을 깎는 어려운 작업임이 분명하다.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위치에도 불구하고 행정자치부는 현재 개혁과제를 구체화하는 각종 법률안의 마련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 장관이 바뀌었다.두 장관 모두 개혁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전파하고 설득하며 강력한 지도력으로 개혁과제를 추진하였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라 할 것이나,나름대로의 독특한 부처 운영 스타일과 정책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어,이에 따라 부처를 운영하는 방식과 형식 그리고 부처의 분위기도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간부회의의 공개일 것이다.전임장관은 행정의 공개성에 중점을 두어 간부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을 모든 직원들이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간부회의를 구내방송을 통해 중계하였으나,현 장관은 간부회의를 단순한 보고보다는 현안사안에 대한 토론위주로 회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면서 실질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론에서의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간부회의를 비공개로 하기로 한 것이다. 기사에서 지적한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행정자치부 자체의 논리를 펼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 일일이 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다만 문제는 외견상 나타나는 현상보다는 그러한 변화의 바탕이 되는 배경을 보고 평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언론이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미담만을 게재할 수는 없겠지만,행정자치부의 발전을 위한 보다 애정어린 비판과 충고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정진철 행자부 공보관
  • [씨줄날줄] ‘義人 수배령’

    “이게 뭐야?” 인터넷 사이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현상 수배….꼭 찾아주세요∼’ 이런 제목이 보인다.뭘 찾아 달라는 걸까.돈까지 걸어가며 찾아야 할 흉악범이 있는가 보다.‘워낙 험한 세상이다 보니 별 일도 다 있구나.’ 하면서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런데…. “수배범:나이 30대 초반.이름:박00.사건 개요:지하철 승강장 아래로 떨어진 70대 노인이 전동차에 치여 숨질 뻔했으나 30대의 한 용감한 시민 박씨에 의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이 용감한 시민 박씨는 경찰에서 ‘사람이 승강장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수배혐의:이런 사람 꼭 찾아서 처벌해야 합니다.시민모금 운동해서 돈으로 깔아 죽이고….특집 프로 만들어서 성장배경,가치관,직업 모두 까발려서 한국사회에서 영원히 기억되도록 해야 합니다.꼭 찾아 주세요.잡히기만 해봐라.” “휴- 다행이다.” 흉악범이 아니란 말이지.지난 월드컵 때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나 응원단의 열기는 지금다시 봐도 감격적이다.지하철의 용감한 시민 얘기는 이미 접했지만 현상수배까지 됐다니 더욱 누군지 궁금해진다.이 용감한 시민에 의해 구출된 문모(71)씨의 가족은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박씨는 한사코 사양했다고 한다. 지난 7월 지하철역 구내에서 선로에 떨어지려던 어린이를 구출해 내고 자신은 전동차에 치여 발목이 절단된 철도공무원 김행균씨의 미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김씨 역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현상수배 될 만한 얘기를 했다.안타깝게도 김씨는 최근 발목 접합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끝내 절단하고 말았다고 한다.목숨을 구한 어린이의 부모는 아직도 누군지 모른다.남을 위해 목숨을 던졌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부끄러워하고,남에 의해 목숨을 구했지만 나타나기 부끄러워하는 것은 다같이 부끄러워하는 것이다.다만 그 뜻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부끄러운 것을 감추려는 세태에 익숙해져 있다.또 생색나는 일에는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덤비는 경향도 있다.‘현상수배범' 박씨는 자신의 행동을 ‘본능’이라며 “다른 사람도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누구에게나 박씨와 같은 본능이 있는 걸까.어쨌든 험한 세상에 현상수배범은 모두 잡혔으면 좋겠다. 김경홍 논설위원
  • “착한 일 해보세요 세상이 따뜻해집니다”/美談전문신문 ‘땡스투올’ 발행인 송재천

    지하철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여고생에게 한 중년신사가 다가서며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그마한 헝겊지갑을 건넸다.여고생은 엉겊결에 받아든 앙증맞은 선물에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지갑을 열어 “선한 일을 하는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저희 가족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선생님의 선한 일을 통해 이 사회가 더욱 아름다워지길 소망합니다.”라고 쓰여진 쪽지를 읽으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작은 일에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여고생의 발갛게 변한 뺨과 들뜬 목소리에서 풍겨나오는 행복감이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지갑을 건네준 사람을 따라가서 이야기를 건넸다.그는 “선한 사람을 만나면 감동받고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며,“아내가 직접 만든 지갑을 나눠줄 착한 사람을 찾아 다닌다.”고 말했다. ●‘착한사람'에게 아내가 만든 지갑 나눠줘 송재천(61)씨.‘전세계 하나뿐’이라는 좋은 뉴스와 미담(美談) 전문 신문 ‘땡스투올(Thanks to all)’의 발행인이다.이 작은 신문은 2001년 7월 창간된주간지로 최근까지 35호를 발행했다.그러나 주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발행이 들쭉날쭉했다. 정치인들의 싸움이나 인면수심의 사회면 기사를 아예 싹 빼버린 그의 신문이 부정기적으로 나오는 것은 실을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송씨는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천만에요.아름다운 이야기,감동적인 이야기와 안타까워서 우리가 도움을 줘야할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기사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고,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연락옵니다.”그는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이유를 돌렸다. 창간 전에 300부의 정기 독자를 확보했다는 이 신문은 현재 3000부를 인쇄한다.그중 유료 정기 독자는 1100명선.그러나 실제로 이 신문을 읽는 사람 숫자는 그 200배쯤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어려운 복지시설과 장기 입원환자들의 병동,노인정 등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곳이 많아요.거기에는 제가 무료로 신문을 보내는데 모두 기다렸다가 돌려가며 읽으시지요.”신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창간호부터 모두 사겠다는 극성 독자들도 있고 미국,영국,독일,뉴질랜드와 호주,중국 등에도 독자가 생겼다.외국인 독자를 위해 신문에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실리기도 한다. ●2001년 창간… 유료독자 1100명선 그의 독자 확장방법은 좀 유별나다.늘 지하철을 타면서 “쯧쯧,이 나쁜 놈들….”이라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선생님,왜 짜증나는 기사 때문에 그러십니까?그러면 좋은 기사만 나오는 신문을 보시면 어떨까요?”라고 권하는 식이다.“참 이상한 것은 일면식도 없는데 선뜻 1년 정기 구독료를 건넨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미담 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는 복지기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의 삶이 너무 아름다워,“감동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면 각박한 세상이 좀 따뜻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자신의 신문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저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 작은 신문을 만듭니다.인류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듯 구호금도 아니죠.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그래서 그는 창간5주년 ‘세계미담잔치’를 한국에서 열 계획도 갖고있다.아름다운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을 한국에 펼쳐 놓으면 전 세계 곳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쏟아져 들어오고,이것이 바로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정신문화운동이 될 것이라 한다. “주위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미리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누가 먼저 대회를 열 것이라는 겁니다.하지만 누가 먼저 미담 대회를 열어도 좋습니다.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아닐까요?”이런 행사를 하려면 경비가 적잖이 들 텐데 가능하겠냐고 물었다.“얼마든지 스폰서는 많습니다.제가 챙기지 않으면 주려는 사람이 줄을 섭니다.” 흰소리가 아니다.그에게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1997년,홀트아동복지회가 처음으로 회장을 공개 모집했을때,‘양심가’로 꼽혀 선임된 경력이 있는 그다.“말이 회장이지 잠깐 다녀가는 내가 20년씩 일한 직원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월급을 3년간 단 한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또 출퇴근 때는 홀트에서 제공한 승용차를 사양하고 지하철을 고집했다.아직도 13평 임대 아파트에서 4식구가 살고있는 청빈한 삶이지만,그는 자신을 백만장자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13평 임대아파트서 네식구가 청빈한 삶 그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들을 공격하고,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가난해지면 마음이 악해집니다.자신만 피해자같고 말입니다.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깨끗한 지하철 화장실에서나,깨끗한 도로를 걸어갈 때 늘 ‘감사하라’고 강조합니다.그것은 가진 자들이 세금을 냈기 때문이니까요.이렇게 말해야 가난한 자들의 마음에 미움이 생기지 않고,일할 의욕도 생깁니다.” 명절만 되면 주위의 요청에 의해 ‘산타클로스’가 된다는 그는 올 추석에도 누구보다 바빴다.“‘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서 기부금을 내기 싫다.’는 분들이 제게 불쌍한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라고 돈을 보냈어요.잘 나눠주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와 마주 앉으니 세상이 온통 착한 사람들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것같아 절로 마음이 행복해졌다.홈페이지 www.thanks2all.com. 허남주기자 hhj@
  • 이 주일의 어린이 책/폭풍소년

    콜린 티엘 지음 / 로버트 잉펜 그림 김옥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세계적 자연주의 작가 콜린 티엘이 쓴 ‘폭풍소년’(로버트 잉펜 그림,김옥수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스타일이 매우 독특한 동화책이다. 광활한 자연을 소재로 담담한 톤으로 미담을 들려주고는 있으되 그 깊이나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쯤은 돼야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며 혼자 힘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을 듯 싶다.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바닷가 마을에서 사는 폭풍소년이 주인공.친구라고는 파도와 모랫바람,‘손가락뼈 빌’이라 불리는 이웃의 원주민 할아버지가 전부다.행복한 소년을 이따금씩 슬프게 만드는 것은 새들을 위협하고 둥지를 짓밟는 사냥꾼들의 횡포.소년은 죽어가는 아기 펠리컨 세마리를 간신히 구해주지만,펠리컨들과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기 펠리컨이 끝내 사냥꾼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마지막 대목이 이야기의 절정이다. 낮은 채도의 소박하고도 사실적인 그림이 얼핏 사진같아뵌다.흔히 만날 수 없는 진중한 맛의 환경동화로 책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이색장치이기도 하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
  • TV뉴스 소외층 ‘나몰라라’ 관련보도 0.47%에 불과

    TV 뉴스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6월1일부터 7월10일까지 KBS1 ‘뉴스9’,MBC ‘뉴스데스크’,SBS ‘8시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3192건의 보도 가운데 소수자 관련 보도는 0.47%인 15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는 장애인 관련 보도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각각 2건에 그쳤다.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대부분 사건ㆍ사고와 행사,특이사례,미담 등 단편적인 보도에 치우쳤다.
  • 만성신부전증 아내에 신장이식 한미연합사령부 김봉춘 중령

    현역 육군 중령이 26년간 투신한 군 생활 마감을 각오하고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어내 이식하기로 했다.미담의 주인공은 김봉춘(48) 한미연합사령부 공병부 지형분석실 운영과장. 김 중령은 2000년 육군 복지근무단 군무원으로 근무중인 부인 유복남(46)씨의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30%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신장기능 회복을 위해 혈액투석 등 수많은 치료를 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돼 그 기능이 11%까지 떨어졌다.“아내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신장이식 뿐”이라는 의료진의 최후통첩에 김 중령은 고민에 빠졌다.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신장을 떼어내면 전역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그럼에도 김 중령은 이식을 결심,오는 3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김 중령은 수술후 계속 근무여부를 결정하는 등급 판정에서 7급을 받으면 전역해야 하고 8∼9급일 경우 전역심사위에서 계속 복무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연합
  • 떡국·풀국·布穀·法禁·復國…뻐꾸기 소리 하나에도 큰 의미담았던 선인들 / 정민著 ‘한시 속의 새‘

    새는 늘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아침 까치 울음소리에 마음 설고,올빼미가 울면 불길한 예감에 잠을 설쳤다.뻐꾸기 소리를 듣고 씨 뿌릴 때가 됐음을 알았고,편대를 지어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보며 겨울을 예감했다.마당에 학을 길러 그 고고한 정신을 닮으려 했고,닭의 행동을 관찰하며 인간 삶의 면면들을 곱씹었다.새는 선인들의 삶과 함께하며 신화와 전설,민담을 비롯한 많은 이야기를 낳았고 다양한 이미지로 자리잡아 왔다. ‘한시 속의 새,그림 속의 새’(전2권,효형출판 펴냄)는 새를 소재로 한 한시와 그림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 속에 자리잡은 새와 관련된 기록을 살핀다.저자는 한문학 속에 담긴 풍부한 콘텐츠를 살아 있는 유용한 정보로 바꾸는 작업에 몰두해온 한양대 국문과 정민(44) 교수.그는 새소리를 빌려 노래하는 금언체(禽言體) 한시를 공부하면서 이 책을 구상하게 됐다.5년 동안 일본과 타이완,중국을 종횡으로 누비며 새와 관련된 책을 구했고,세계의 새 그림 우표도 600장 넘게 모았다.이 책은 그런열정의 산물이다. 새가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는 무궁무진하다.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문(文)·무(武)·용(勇)·인(仁)·신(信)의 오덕(五德)을 갖춘 닭,장수를 축원하는 세화(歲畵)의 소재인 학,신의의 상징인 제비,안분지족의 상징인 메추리,부부의 백년해로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긴 백두조,태평성대를 알리는 황여새,개 대신 집을 지키는 거위,방정맞은 할미새….그런가하면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학이나 봉황,세 발 달린 까마귀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등장한다.저자는 “새 그림에 담긴 의미들은 철저하게 문학적 상징으로 코드화돼 있다.”고 말한다.새 그림은 영모화(翎毛畵)라고 해 옛 그림의 한 장르를 이뤘다.옛 그림 속의 새는 관념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조류도감을 방불케할 만큼 사실적인 것이 특징이다. 새들은 어떻게 우는가.우리 선인들은 같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떡국·풀국·박국 등으로 달리 들어 전설로 엮었다.그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상상을 자극해 다양한 의미를 낳았다.‘씨 뿌려라(布穀)’라는 독촉으로,‘법으로 금한다(法禁)’는 외침으로,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나라 찾자(復國)’는 다짐의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며 ‘논어’ 위정편의 한 구절을 그럴싸하게 읊조리는 제비도 있다.‘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것이 아는 것이니라’라는 뜻의 이 구절을 소리대로 빨리 읽으면 마치 지지배배하고 조잘대는 제비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장자’의 한 구절로 노래하는 꾀꼬리 또한 이에 못지않다. 180여컷의 새 관련 그림 자료와 170여 수의 한시가 실린 이 책은 문학,회화,조류학 세 분야에 걸쳐 있다.그동안 조류학자들이 쓴 책이나 새 그림에 관한 미술학계의 연구는 많지만 우리 옛 문헌 속의 새 자료와 그림들은 다뤄지지 않았다.이 책은 ‘학제간 연구’의 결실이자 ‘인문학 가로지르기’의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1권 2만 2000원,2권 1만 9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화제의 사이트] www.good - news.or.kr

    연쇄살인·유괴·강도 등 끔찍한 흉악범죄 소식에 세상살이가 두려워질 때 인터넷 사이트 ‘살맛나는 세상(www.good-news.or.kr)’을 찾아가자. 국내 최대의 미담창구로 알려진 ‘살맛나는 세상’에는 각 지역의 ‘살맛 통신원’이 보내오는 훈훈하고 정겨운 ‘사람사는 얘기’로 채워져 있다.이 사이트는 ‘부도’,‘명예퇴직’,‘노숙’ 등 암울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는 단어가 주변을 맴돌던 지난 98년 코오롱그룹의 ‘오운문화재단’이 개설했다.이웃의 선행에 공감대를 나누며 사회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내가 아는 천사’,‘나도 미담주인공’,‘미담찾기’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끈다.네티즌들은 장애인·노인 등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3년 동안 뇌종양,유방암과 사투를 벌이다 건강을 되찾은 50대 여성이 제2의 삶에 감사하며 여자아이를 입양해 정성껏 돌보는 이야기가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다. 미담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살맛 통신원’으로는 현재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살맛나는 세상 캠페인에 나서고 싶다면 누구나 통신원이 될 수 있다.사이트 홍보 관계자는 “각박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하루하루 힘차게 살아가는 이웃의 삶을 통해 네티즌들이 희망을 키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anne02@
  • [열린세상]허울좋은 장애인 특별전형

    입학시즌이 되자,장애인들의 서울대학교 입학이 미담기사로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사진에 실린 장애인 특별전형제 합격생들의 행복한 얼굴이 눈길을 끈다.그들이 갖고 있는 원대한 포부에 독자들도 덩달아 고무된다.대학은 그들이 수학할 여건을 만들어 주고자 각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읽고 있으면 가슴이 훈훈해 온다.우리 사회도 그늘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삶에 눈길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는 감회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서울대 역시 1년 전부터 중증 장애인들을 상대로 장애인 특별전형제를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1년 전에 환한 표정으로 입학했던 장애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웃지 않는다.일부는 “이럴거면 왜 뽑았어요? 책임도 못 지면서 제도는 왜 만들었어요?”라고 피맺힌 절규를 토하기까지 한다.대학측으로서는 하느라고 해도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수학여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대도 제한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장학금지원,기숙사나 가족거주용 숙소배정,승강기설치,건물진입로 개축,장애인용 화장실설치,수강신청 우선권부여,강의실 앞줄에 좌석지정,강의실을 아래쪽 층으로 지정,장애인 학습도우미제 실시,전동 휠체어 구비,장애인용 영송버스운행 등의 조치를 취하느라 숨이 턱에 차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장애인특별전형 후속조치로 대학에 지원할 정부예산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학교 혼자서 재정부담을 다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심하게 말하자면 일반학생들에게 배당된 교육비를 전용하라는 의미도 된다.장애인 학습지원인력 충원은 더더욱 어렵다.행정자치부는 IMF 이후에 직원 수 증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전문 수화통역사·속기사·영송버스 운전기사·장애인 학습 및 진로상담원·행정지원인력 등을 구할 길이 없다. 결국 지원예산도 충원인력의 풀도 제로인 상태에서 대학이 혼자서 다 알아서 시행하라는 것이 장애인특별전형제의 실체이다.대학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뛰며 탈진한 과진아 같다.더 기막힐 노릇은 대학이 장애학생들의 거센 항의에 대꾸 한 마디 못하는 새색씨 꼴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애인 특별전형제는 원래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공부하자는 ‘통합교육’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이는 엄청난 시설투자와 보조인력충원을 감당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교육투자비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할 여유가 얼마나 되는가? 장애인도 정상인들과 함께 대학을 다니도록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쳤었는가? 이 어떤 것도 없이 대학 ‘혼자서’ 장애인들이 공부할 여건을 만들라는 주문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책사례일 것이다.악의적으로 해석하자면 전시행정의 극치가 아닐까? 우리들은 이제 장애인의 서울대 입학기사를 보면서 감동하는 나이브한 낭만주의자의 티를 벗어야 한다.그 대신 준비도 되지 않은 교육여건 속에서 공부하는 장애인들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장애인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닌 장애로 인해 이미 삶에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그들에게 전시행정을 통해 더 이상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차라리 죄악이다. 사람들은 행정가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뜻은 좋으나 현실성이 없는 제도를 놓고,정책 의도만으로 감동하지는 않는다.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시뮬레이션하지 않은 채로 남발된 정책은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그런 정책을 우리는 ‘안 태어나는 것이 더 좋은 정책’이라고 부른다.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므로….장애인 특별전형제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행·재정적 지원의 틀을 완비하지 않으면,이 역시 ‘안 태어나는 것이 더 나은’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때 서둘러야 된다.그 때가 지금이다. /이미나 서울대 교수 사회문화교육
  • [우리고장 NGO]강릉 종합자원봉사센터

    “이웃 사랑 실천의 자원봉사활동을 천직으로 삼고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종합자원봉사센터(소장 김선정)는 지난해 동해안 태풍 때 강릉지역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의 눈과 귀 역할을 톡톡히 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98년 ‘지역사회에 잠재된 봉사 희망자원을 발굴하고 봉사기반을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강릉시로부터 위탁받아 설립됐다.강릉지역의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자원봉사에 대한 조사,연구,홍보,교육과 수급 조절,지원,보호 및 인정,관련 프로그램 개발 보급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법인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자체단체 직영이나 지역 봉사단체 운영보다 센터의 독립성이 보장되고,자원봉사를 전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작은 인력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난해에는 ‘나와 함께 너와 함께 우리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강릉지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탈북자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회 적응을 도왔다.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고 정직한 지역민들의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친절 시민의식 개혁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의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자원봉사활동 길거리 홍보전’을 여는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점도 특이하다.이같은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난해 강원도지역 자원봉사센터 평가에서 최우수 센터로 평가받았다. 배움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주민들을 위해 강릉·성덕초등학교를 이용해 야간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 내에서 문화관광봉사자협의회,상담봉사단,정보화봉사단,이·미용봉사단,청소년봉사단 등 다양한 봉사단이 활동,도움의 대상도 넓혀가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00여명의 봉사자를 확보해 ‘아름답고 나눔의 정이 넘치는 강릉’을 만들기 위해 어렵고 소외된 지역을 찾아 아낌없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해안 지역을 할퀴고 간 태풍 수해복구작업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졌다.폭우가 쏟아지는 첫날부터 센터의 체제와 역할을 ‘수해대비 비상체제’로 변경,센터의 모든 역량을 수해 최소화와 복구 활동에 집중시켜 전국에서 1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배치·관리하는 등 신속한 수해 복구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태풍이 지역을 휩쓸 때 센터내에 정보화 봉사단을 조직,인터넷을 활용해 피해상황을 전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하며 위급함을 알리고 이재민을 대피시키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자원봉사자들을 모집,자원봉사 물결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두고두고 미담이 되고 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참 좋은 이야기 / 참 맑은 이야기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자연을 벗하며 홀로 사는 법정스님이 이번엔 어린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집 두 권을 냈다.‘참 좋은 이야기’와 ‘참 맑은 이야기’(법정 지음,동쪽나라 펴냄)는 그가 지금까지 낸 수필집 속에서 어린 독자들이 읽어 좋을 법한 내용을 따로 간추려 담은 책. 그의 글이 언제나 그렇듯,책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익숙한 글감에서 시작해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 뭉근한 감동을 길어올린다.짤막짤막한 글들은번번이 올바른 삶의 자세를 귀띔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직접 듣고 본생활 속의 체험이 소재가 되는 건 물론이다. 스님이 내미는 가장 큰 메시지는 ‘사랑’과,모두가 함께 나누는 ‘평화’.‘참 좋은 이야기’편의 첫 이야기에서부터 코끝 찡한 울림이 전해온다. 일본 소설에서 읽었다는 어느 제과점 아가씨 이야기.얼굴 한번 본 적 없는병상의 환자가 자신의 가게 빵이 맛있다고 하자 그에게 빵을 전해주려고 멀리서부터 애써 걸음한다는 미담.스님은 길게 여운이 남는 말을 덧붙인다.“상인의 길이 곧 인간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거래에 인정이 오고가야 합니다.인정이 오고가지 않는다면 사람이 나서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넌지시 에둘러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귀띔하기도 한다.가난한 절의 노스님 이야기.끼니조차 간신히 때우는 가난한 노스님이,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절을 찾아오자 낡은 불상을 고치려고 모아둔 구리판을 선뜻 내준다는 내용이다.가슴 더워지는 ‘나눔의 말’이 어김없이 뒤따른다.“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나눠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이웃은 내 몸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또 하나의 몸입니다.한 뿌리에서,생명의 커다란 한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가 바로 이웃이기 때문입니다.내 자신은 커다란 생명의 나무에 속한 하나의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웅변하는 데 불교의 윤회사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도 한다.“옛날,어느 나라에…”로 시작되는 황금빛 사슴 이야기는,지구상 그어떤 미물의 생명도 존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한다. 시종 경어체로 진행되는 이야기 사이사이로 때론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때론이슬비처럼 소담스러운 천연색 그림들이 등장해 책장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빨리 빨리”구호가 난무하는 세상 틈바구니에서 덩달아 속도전을 치르는어린이들에게 책은 ‘느리게,사색하며 사는’ 즐거움을 가르친다.어른 독자들에게도 모자랄 게 없다.고즈넉한 절집 한 모퉁이에 앉아 향기로운 법어를듣는 것 같다.각권 7500원. 황수정기자 sjh@
  • 루푸스병 환자 후원의 밤 개최 가수 한·영·애

    “대중음악은 같이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가수 한영애가 10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루이사 후원의 밤,2002 송년음악회’를 갖는다. ‘루이사’란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의 약칭.전국 20만명에 달하는 루푸스 환자와 그 가족을 돕고자 지난 97년 만들어진 단체다.전신 홍반성 낭창인 루푸스는 의료보험 혜택도 제한된 난치병이라 환자와 가족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담’을 칭찬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한영애는 불편한 듯했다.“그냥 사회적 관심 유도와 위로 차원이죠.물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겁니다.그렇지만 관심을 갖고 작은 도움이나마 건네는 것이 환자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한영애는 음악활동 못지않게 사회참여 활동도 중요시하는 가수다.지난달 ‘고봉아,놀자’라는 타이틀로 경기도 일산의 고봉산 환경파괴 저지 콘서트를 연 것이나,‘월드컵공원 살리기’콘서트를 연 것도 이런 활동의 일환.올해들어서만 이런 성격으로 가진 콘서트가 벌써 10번을 훌쩍 넘는다.‘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음악은 결국 대중과 함께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좋은 음악’도 “사람들의상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카타르시스로서의 음악”이라니 둘은 한영애에게 크게 다르지 않다. 한영애의 별명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조종하는 ‘소리의 마녀’.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거기 누구 없소.”라며 노래하기 시작하면,객석의 중장년 팬들이 주술사의 부름을 받은 좀비마냥 일어나 야광봉을 흔들어대는 데서 비롯됐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따라가면 좋겠네’‘푸른 칵테일의 향기’‘봄날은 간다’등의 리메이크 곡과 ‘누구없소’‘코뿔소’ 등 추억의 히트곡을 부를예정이다.수익금은 전액 루이사에 기부된다.(02)2285-4546. 채수범기자 lokavid@
  • 어린이 책세상/빨간머리 앤의 크리스마스선물 外

    ●빨간머리 앤의 크리스마스 선물(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전경숙 글,신정미 그림) ‘빨간머리 앤’의 한 대목을 덜어내 진한 감동으로 채색한 창작그림책.무뚝뚝하고 소심한 매슈 아저씨는 한가족이 된 귀여운 말괄량이 앤에게 성탄절 아침에 예쁜 옷을 선물하는데….온화한 곡선의 유화가 정감 넘친다.4∼6세용.은행나무 아이들 7200원. ●이거 너 가져(앙토냉 루샤르 글·그림,최윤경 옮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즐거움을 여럿이 나누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란 진실을 깨달아간다.10여년 교사생활을 한 지은이는,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을 땐 혼자끙끙대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용기 있게 그만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귀띔한다.3∼6세용.풀빛 7000원. ●코끼리가 궁금해(미미 두아네 글,발레리 스테탕·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홍은주 옮김) 권마다 한가지 동물을 주인공으로 그 습성과 신체특징들을 설명해주는 ‘궁금하다 궁금해’시리즈 중 제6권.엄마 몰래 여행을 떠난 아기코끼리를 쫓아다니며 모계중심 사회인 코끼리 세계를 들여다본다.7권 ‘팬더가 궁금해’,8권 ‘사자가 궁금해’,9권 ‘오리가 궁금해’,10권 ‘펭귄이궁금해’가 나란히 나왔다.6∼9세용.문학동네어린이 각권 6000원. ●아빠의 수첩(양해원 글,전필식 그림) 실화를 바탕으로 사랑과 감동을 길어올리는 짤막한 창작동화 18편.늘 바쁜 직장생활로 가족에게 원망만 듣다가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마지막 편지를 쓰는 아빠,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려고몰래 엄마 돈을 훔치다 들킨 아이 등 크고 작은 미담이 콧등 시큰한 감동을준다.초등 3∼6학년용.주니어김영사 7800원. ●할아버지의 천사(유타 바우어 글·그림,유혜자 옮김) 평범하게만 보이는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끔 배려한 독특한 소재의 독일산 창작동화.임종을 앞둔 할아버지의 병상을 찾은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에게서 지나간 인생의 추억을 듣는다.병원 문을 나서는 꼬마 뒤로 할아버지의 죽음을 상징하는 천사가 따라나서지만,독자들은 죽음의 슬픔보다는 삶의 소중함을 먼저 깨닫게 된다.6세부터.비룡소 7500원.
  • 18일 개봉 ‘아이 엠 샘’ - 지능장애 아빠·영악한 딸, 가슴 따뜻한 ‘사랑 지키기’

    숀 펜이 주연한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18일 개봉)은 이런 취향의 관객에게 안성맞춤이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체온이 올라가는 미담을 좋아하고 #자연광선이 넘실대는 따사로운 화면과 오래된 음악 #낯 뜨거운 욕설이나 정사장면이 없어 아이와 함께 봐도 마음 편한 영화.‘아이 엠 샘’은 지능장애인 아빠와 어린 딸의 ‘사랑 지키기’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힐 할리우드산 휴먼드라마다. 귀 밝은 관객이라면 제목이 낯설지 않을 듯.올 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숀펜을 남우주연상 후보로 띄워올렸다.영화를 보면 그의 연기에 할리우드 통신들이 극찬한 게 괜한 호들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손톱을 바짝 자른 한 남자의 손놀림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관객을 맞는다.테이블 위의 설탕봉지들을 착착 크기 순으로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손의 주인공은 결벽증 환자 같기도 하다.지능이 낮은 데다 말까지 더듬어 커피전문점의 허드렛일을 면치 못하는 샘 도슨(펜).그에게 딸이 태어난다. 생모가 도망간 뒤 핏덩이 딸의 양육을 떠맡아 허둥대지만 그는 행복하다.그런데 7세가 된 딸 루시(다코타 패닝)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녀의 사랑은 시련을 맞는다.아빠의 지능수준에 맞추고 싶은 루시는 애써 지적 성장을 억제하고,사회복지기관은 그런 루시를 강제로 양부모에게 맡긴다.영화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남자가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를 물색해 뺏긴 딸을 되찾는 과정에 초점을 모았다.법정드라마로 틀거리를 바꾼 중반 이후 펜의 파트너가 되는 주인공은 미셸 파이퍼.얼떨결에 무료변론을 맡아 진심으로 도슨의 아픔을 이해해 가는 변호사 리타 역이다. 펜의 실감나는 지능장애 연기는 드라마에 감동의 골을 깊숙이 파놓는다.‘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숫자감각에 특출했듯,펜이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거나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동기는 비틀스의 노래다.딸의 이름까지 비틀스의 곡(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덕분에,영화 전편에 비틀스의 명곡이 넘쳐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곳곳에 설정돼 있다.지능장애 아빠의 딸은 똑부러지다 못해 영악하다.세상의 편견에 유난히 일찍 철든 모습이 관객의 콧잔등을 더 짠하게 건드린다.“딴 아빠들이랑 다른 아빠는 주님의 뜻이야?” 루시가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그러면 세상의 죄를 한몸에 뒤집어쓴 듯 풀죽은 도슨이 떠듬떠듬 대답한다.“미·안·해.” 최루성 가족드라마를 지나치게 의식한 흔적이 아쉽다.리타가 도슨 부녀의 변론을 맡는 과정,양모가 루시의 엄마가 돼 주겠다며 도슨에게 루시를 되돌려 보내는 급반전 등은 설득력이 많이 모자란다.감독은 ‘코리나 코리나’의 제시 넬슨.상영시간이 좀 길다.2시간12분.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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