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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업계 “반갑다 추위야”

    유통업계가 겨울맞이로 분주하다. 김장시즌용 판촉행사와 함께 스키 등 겨울용품전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 ‘김장 부담 줄이세요’. 롯데백화점은 20∼26일 본점 및 잠실점에서 유명 팔도김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2001 김장김치 대축제’를진행한다. 포기김치·돌산갓김치·보쌈김치·돌미나리김치등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20∼28일 절인 배추와 무,젓갈류 등을 판매하는 김장행사를 진행한다.용기와 쟁반,칼 등 김장용품도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수원점에서 ‘김치냉장고 기획전’을갖고,구매고객에게 진공청소기를 무료로 준다.압구정점 등에서는 미스코리아 모임인 ‘녹원회’와 함께 김치 100포기를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자선바자행사도 연다. 미도파는 ‘종가집 즉석김치’ 매장을 열고,10% 할인해주는 김장김치 예약판매를 진행한다.홈플러스는 22∼28일‘김장양념 미리 준비하세요’ 행사를 통해 마늘·액젓 등각종 양념을 초특가에 판매한다.김장상품을 1만원 이상 구매하면 즉석복권도 준다.뉴코아는 할인점 킴스클럽에서 ‘김장용품 모음전’을 진행,각종 경품을 제공하며 그랜드백화점은 각종 김장재료를 10∼30% 저렴하게 판다. ◇ 스키·의류용품 봇물. 미도파는 다음달 12일까지 상계본점에서 ‘스키장비·의류용품 대축제’를 열고, 지난해 이월상품을 40∼60%,신상품은 10% 저렴하게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스키용품 특별기획전’을 통해 플레이트·바인딩·폴·부츠를 묶은 세트상품을 20∼30% 싸게 제공한다. LG이숍(www.lgeshop.com)은 이달말까지 프로 스키어가 추천하는 스키·스노우보드·고글세트를 비롯,스키장 시즌권등을 할인판매한다. 코리아텐더(www.korea-tender.com)는 28일까지 캐시미어코트·목도리·양모시트 등 겨울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공동구매를 진행한다. 김미경기자
  • 이어령 梨大석좌교수 42년 강단 고별강연

    “항상 정치적 입장을 밝히라고 종용받았고 그 때마다 외로웠다.가파르게 이어온 한국 현대사는 중간지점 즉 그레이 존(grey zone)을 불허했다.이 지대를 열어보고자 한게 내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일 오후3시 서울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대회의장에서 이어령(李御寧·67)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고별 강연이 열렸다.강단 생활 42년을 마감하는 소감으로 ‘회색 지대’를 강조했다.주제는 ‘헴로크를 마시고 무엇을 말해야 하나-정보,지식,지혜’로 였다.‘아이디어 맨’다운 기발한 발상이다. 헴로크(hemlock)는 독미나리이다.그 즙을 짜내 담은 독배를 마신 사람이 소크라테스였다.그런데 이 독은 마신 뒤 바로 죽는게 아니고 계속 이야기를 하면 더 천천히 죽는다.한국의 석학이 ‘헴로크’를 매개로 던진 마지막 강연은 이분법적의 흑백논리가 풍미한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이었다. “OX로 답할 수 없는 ‘그레이 존’에서 소월의 시가 탄생했다”고 말을 열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의 국민운동은 일어나도 ‘시 바로 세우기 운동’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국 풍토를 비판했다. 이어 ‘가위 바위 보’의 비유를 통해 항상 닫힌 바위와늘 열린 보의 극단적 사고를 피하는 ‘가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교수는 강의 마침표를 찍었다.“헴로크를 마신 사람처럼 온 몸으로 점점 냉기가 퍼지는 겨울을 맞아야 합니다.외로운 섬처럼 어딘가에 있을 내 작은 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예정된 50분의 강의시간을 넘긴 뒤 ‘고별 강연’에 얽힌뒷얘기를 들려주었다.“친한 국악인들이 내년에 칠순 잔치를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이제 일선에서 떠날 때가 됐구나하는 생각에 원래 조촐하게 마지막 수업을하려고 했는데 후배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커져버렸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단체 생활을 마치는 것이지 개인적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강연회·독서 등 내 시간을 많이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개인 이어령’은 더 바빠질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이날 강연회는 장상 이화여대 총장,이강숙 예술종합학교교장 등 학계와 문화계 인사들,제자등 700명이 회의장을꽉 채우고 복도까지 이어질 정도로 성황을 이뤄 에어콘 바람마저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후학들은 퇴임 기념저서 ‘상상력의 거미줄 - 이어령 문학의 길찾기’를 헌정했다. 한편 장상 총장은 인사말에서 “상상력의 날개에 아이디어를 실으며 따뜻한 정을 불어 넣어온 이어령 교수님의 오늘이 자리는 은퇴·고별이 아니라 새천년을 맞아 새 것을 찾아가는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왕우렁이가 생태계 파괴”

    남미 아마존강 유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가 황소개구리처럼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제기됐다. 전북대 이원구 교수(생물과학부)는 “왕우렁이는번식력이 강하고 수생식물은 물론 무,배추,토마토,미나리 등 모든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토착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토종우렁이는 암수가 달라 체내 수정을통해 번식하지만 왕우렁이는 스스로 번식하는 사과우렁이과자웅동체 생물로 1년에 1,500∼1만개의 알을 낳는다”며 “국내에서는 천적도 찾아 볼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농촌진흥청 등 관계 당국에서는 왕우렁이가 영하의수온에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학계 조사 결과 월동에 성공,빠르게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대 농대 황창연교수팀은 99년부터 2년간 조사 결과 전남 해남지역,전북 익산,완주 등 환경농법을 실시한 지역에서 하천으로 빠져나간 왕우렁이가 겨울을 넘겨 번식하고 있는사실을 밝혀냈다. 국내에서는 83년 식용으로 도입된 이후 92년부터는 잡초를먹어치우는 습성을 이용해 논에서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키우는 환경농법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만이 79년 아르헨티나에서 왕우렁이를 도입한 이후 환경문제가 발생해 양식을 금지시켰고 일본도 84년검역해충으로 공식 지정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채소·과일값 치솟아

    장마로 인해 반입량이 줄어들면서 채소·과일값이 크게 올라 7월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따르면 무는 5t트럭 1대 기준으로 586만원을 기록,지난해 같은 기간의 151만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올랐다. 배추도 5t트럭 1대 가격이 16일(390만원)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38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3만원보다 2배이상 폭등했다. 가뭄으로 인해 파종이 잘 안된데다 장마까지 겹쳐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박과 참외·자두 등 여름과일과 오이·미나리·쑥갓 등다른 채소류도 지난주보다 평균 20∼30% 가까이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농림부관계자는 “8월 들어서야 반입량이 늘 수 있을 것”이라며“당분간은 채소류 값 폭등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상승이 한동안 계속되고 전세가격 및환율상승까지 겹쳐 물가불안이 우려되고 있다.이달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 이상 오를 것으로예상되고 있다.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를 넘게 되면 4월의 5.3%,5월의 5.4%,6월의 5.2%에 이어 넉 달 연속 정부의물가관리목표(4% 이내)를 넘어서게 된다. 김성수기자 sskim@
  • [Drive & Dining] 인천 동막 횟집마을

    인천 연수구 동춘동 동막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횟집들은일반 횟집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타지의 횟집들이 큰 건물에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시골 가정집의 안방과 건넌방에 상만 달랑 갖다놓고 손님을 맞는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곳은 동네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갯마을이었다.그래서 주민들은 갯벌에 나가 조개류를 잡아서 파는 것을 생업으로 했다. 지금은 송도앞바다가 매립되는 바람에 바다와 상당히 떨어지게 됐지만 지금도 갯마을 정취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주민들은 더이상 바다에 의지해 생업을 꾸릴 수 없게되자 살던 집에 음식점을 냈다.말이 음식점이지 새로운 가구 하나 들여놓지 않아 허름하기 그지없지만 시골마을의 운치와 함께 음식맛도 좋아 단골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특징=생선회는 다른 데와 큰 차이가 없지만 밑반찬이 특이하고 고향 밥상을 연상케하는 음식점 분위기가 정감을 느끼게 한다.회가 나올 때는 조개 일종인 동죽으로 만든 탕과 함께 마늘쫑·콩조림·오이무침 등 간단한 반찬이 나온다.이어 식사를 주문하면 매운탕과 함께 본격적으로 반찬이 나오는데 밴댕이젓·조개젓·게장·미나리·호박쌈·참나물·깻잎볶음·도라지볶음 등 무려 20여가지에 이른다.쌈으로나오는 채소류는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고 조개류는 마을사람들이 먼바다에 나가 잡은 것을 사들인 것이기 때문에 변질 우려가 없다.식후에 나오는 누른밥도 고향의 정취를느끼게 해준다. ◇가격=우럭 6만원,광어 6만원,농어 7만원을 받는다.자연산은 이보다 2만∼3만원을 더 받는다.자연산을 주문하면 직접 소래포구에 가서 사오기 때문에 싱싱하기 그지없다. 탕류인 꽃게탕·조개탕·매운탕은 대 5만원,중 4만원이다. 생선회를 시키면 조개탕과 매운탕이 딸려 나온다.꽃게찜은비싼 편으로 마리당 2만5,000원이다.이밖에 조개구이 3만원,조개죽 1만원이며 식사는 1인분에 3,000원이다. ◇가는 길=경인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회전한 뒤 해안도로를 타고 계속 가면 송도유원지가 나온다.유원지 로터리에서 직진 방향으로 1㎞가량 가다보면 조그만 마을길이정면으로 나타나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동막마을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Drive & Dining] 인천 용현동 물텀벙이거리

    모양이 워낙 흉칙하고 못생겨서 어부들이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며 곧바로 물에 버렸다는 아구(표준어는 아귀).물에내던지면 ‘텀벙’하고 소리난다고 해서 인천에서는 아구를‘물텀벙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지금은 버리기는커녕 없어서 못팔고 못먹을 정도로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70년대 초반 인천의 한 식당주인이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물텀벙이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고 끓여 근로자들에게 술국으로 내놓았더니 그 맛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그러면서 남구 용현동에는 하나둘 아구집들이 생겨나 지금은 ‘물텀벙이거리’라고 불릴만큼 대표적인 음식거리가 되었다. 아구는 고단백식품이어서 주독을 해독하는데 좋고 당뇨병·동맥경화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로 인해 한때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아구는 고급 어종인 복어와비등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아구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허름한 분위기에다 종류도 탕과 찜 2가지만 취급하고 있어 다양한 먹거리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구탕] 다른 지역 아구음식점들이 탕보다는 찜을 주종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용현동 물텀벙이거리에서는 아구탕이 주류를 이룬다.아구에 미나리·콩나물·미더덕·쑥갓·깻잎·냉이·호박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푹 끓이면 쫀득하고담백한 맛이 우러난다.탕에 들어가는 육수는 아구뼈를 우려낸 물에다 멸치·새우 등을 고아 만들기 때문에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고기를 대충 먹은 뒤에 쫄면사리를 넣거나 밥을넣어 볶으면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구찜] 아구탕은 얼큰한 맛 때문에 남성들이 술안주로 즐기는데 비해 매콤한 아구찜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콩나물·미더덕·만디·새우 등을 넣고 쪄낸 아구찜 몇 젓가락을입에 넣다보면 코끝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아구탕과 찜자체가 반찬이다 보니 다른 밑반찬은 별로 찾지 않게 된다. [맛있는 부위] 아구가 특이하게 생겼듯이 부위도 잘 골라야참맛을 느낄 수 있다.우선 순살보다는 뼈에 붙은 살이 맛있다.이곳에서는 18∼20㎏에 이르는 대형 아구를 쓰기 때문에뼈가 굵어 마치 소갈비를 연상시킨다.유별나게 큰 아구입 주변 볼살과 꼬리,껍질도 맛이 좋다.이리(물고기의 정액덩어리)는 고소한 맛에 술꾼들이 즐겨 찾는데 특수부위인 만큼 아주 적은 양만 제공된다. [가격] 탕과 찜 동일하게 특대는 4만원,대 3만원,중 2만5,000원,소 2만원을 받는다.탕에 첨가하는 쫄면사리는 1인분에 1,000원,볶음용 밥은 각종 양념과 함께 1인분에 2,000원을 받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Drive & Dining] 파주 임진강변 황복요리

    *'봄철 최고의 진미' . 매년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임진강변에 가면 봄철 최고의진미(珍味)로 꼽히는 황복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서해로부터 올라오는 황복의 회귀통로인 임진강변 옆 문산읍 사목리 반구정(伴鷗亭)근처 복요릿집에는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통일의 염원을 안고 남북으로 시원하게 뻗은 자유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 후 강너머 멀리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복요릿집에 들르면 옛날 임금님에게 올려졌다는 황복의참맛을 음미할 수 있다. 황복은 어획량이 매년 줄어들어 그만큼 귀해졌고 값도 비싸졌다. 30년 전통의 황복요리 전문점 버드나무집(주인 황명하·50)에서 내놓는 1㎏짜리 황복회 1접시(300g 안팎) 값은 10만원.2명은 먹을만한 양이지만 3명이 먹기엔 조금 부족하다. 값이 비싸지만 제철인 요즘 황복이 남아도는 일은 거의 없다.매운탕이나 지리,찜으로 주문하면 8만원이고 국물이 있어 3명도 충분히 먹을 만하다. 회는 여느 민물고기나 회귀성 어류에 비해 씹히는 맛이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하다.매운탕은 텁텁한 듯하면서도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찜은 황복의 배를 갈라 칼집을 내고 고춧가루나 미나리·마늘 등의 양념을 섞어 쪄낸다. 직접 담근 김치·된장·고추장과 무말랭이·짠무 등이 양념과 밑반찬으로 나오고 소스는 고춧가루·파·마늘·쑥갓·호박과 정종을 이용해 만든다.회가 매운탕이나 찜보다더 비싼 것은 의외로 가공과정이 복잡해서다. 기름기가 많아 심하게 미끌거리는 황복살을 회로 뜨기 쉽도록 하고 백설같이 희게 만들기 위해서는 식초 등을 써야 한다. 시어머니의 가업을 물려받은 버드나무집 안주인 박영숙씨(43)는 요리비법을 묻자 “영업상 비밀이라 더이상 자세한요리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버드나무집 외에 74년 인근에 문을 연 나루터집 등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 황복요릿집에서는 황복뿐만 아니라 장어구이나 메기매운탕도 취급한다.자연산 장어는 요즘 황복보다 더 귀하다.2∼3명분 양식 장어구이는 1㎏에 4만원선,자연산 장어는 황복과 같은 10만원을 받는다. 메기매운탕은 2만∼2만5,000원이면 3∼4명이 충분히 먹을수 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34)남해안 생선요리 축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나 구이,탕 등 좋아하는 대로맛보세요”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동백섬으로 유명한 전남 오동도일대에서 ‘남해안 생선요리 축제’가 열린다.여수수협 국동위판장을 비롯,남산동 주변에서 열리는 시장의 좌판에는 싱싱한 생선이 가득하다. 축제에서 내놓고 자랑하는 음식은 서대회다.생선을 숭숭썰어 초고추장과 미나리에 버무려 먹는 것이다.회라기 보다는 무침에 가깝다.맛은 새콤달콤하고 담백하다.밥을 비벼 먹으면 밥 한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 듯’ 치워버리게 된다.2명이 1만원이면 충분하다. 돔·광어·농어·숭어 등은 회로 인기다.마늘과 고추를다져넣고 참기름을 친 된장에 찍어 먹으면 생선 고유의 맛과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손바닥만한 크기는 뼈 채 어른손가락 마디 크기로 썰어 먹는다.도다리는 양식이 안돼 100% 자연산이라 비싸지만 횟감으로 단연 으뜸이다. 구이로는 소금을 뿌린 곰장어,전어,갈치가 있다.굴과 새조개는 살짝 데치거나 껍질 채 구워 먹으면 쫄깃쫄깃 한맛이 그만이다.굴죽도 일품이다.1만5,000원이면 4명이 푸짐하게 먹는다. 탕에는 이맘 때가 제철인 노래미와 생태가 인기다.흔하던 장어는 올해 잡히질 않아 구경조차 힘들게 됐다. 축제에 나온 생선은 자연산은 드물고 가막만과 여자만,득량만 일대에서 나온 양식산이 대종을 이룬다. 푸르름을 더해 가는 남도 끝 바닷가에서 열리는 생선 축제에는 33곳의 횟집과 음식점이 참여한다.해양생물 사진전,가훈 써주기등의 행사도 열린다.지난해에는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여수시내 숙박시설이나 행사장 주차시설은 커다란불편이 없었다. 축제추진위원회 김순빈(金順彬) 위원장은 “남해안의 생선으로 입맛을 돋우고 주변 오동도와 진남관,거북선 선소,향일암 등 관광지를 둘러보면 유익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
  • 어린이 책 세상

    ◇나답게와 나고은(김향이 글,김종도 그림)장난 꾸러기 나답게가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 엄마와 여동생을 맞아들이며 빚는 갈등과 고민을 통해 성장하고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가운데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구김살 없이 살아가는 나답게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린 ‘내 이름은 나답게’(1999년)의 후속편이다. 나답게는 새엄마가 생기기를 은근히 바랐지만 막상 현실화하면서 여동생 미나가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자 심통이 난다.게임기를 차지하려다 도자기를 깨는 등 갈등은 깊어만 간다.아버지 친구인 영석 아저씨의 제안으로 5주간의 등산학교에 입교,힘든 훈련 끝에 인수봉을 오르다 떨어질 뻔 하는 등 고생을 한다.포기할까 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끝내 정상에 오르며 많은 것을 느낀다.졸업식날 미나와 진심으로 화해하며 한가족으로 받아들인다.미나리라는 별명을 불만스러워 하는 미나에게 나고은이란 이름을 붙여준다.아이들의 내면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사계절 6,500원◇그래도 엄마는 너를사랑한단다(이언 포크너 글·그림)엄마를 성가시게 만드는 꼬마 돼지 올리비아가 끊임없는호기심에 도전하는 이야기 그림책.미국 칼데콧 아너상 2001년도 수상작.중앙출판사 8,000원◇방귀만세(후쿠다 이와오 글·그림)1학년 여학생 요코가교실 안에서 ‘뿌웅’하고 방귀를 뀐다.아이들은 웅성대며 놀려대기 시작한다.이때 선생님이 누구나 뀌는 방귀의 의미를 알려주며 방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전체 그림과 별도로 책장마다 왼쪽 아래 테츠오의 심리상태를알 수는 그림을 삽입,시선을 끈다.아이세움 7,500원◇양파의 왕따 일기(문선 글,박철민 그림)정화는 미희와사귀고 싶어 그 애를 따르는 양파그룹에 든다.그러나 양파 친구들이 다른 아이들을 따돌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우리나라 좋은동화 시리즈 제1권.파랑새어린이 7,000원◇마리산(우봉규 글,송진헌 그림)강화도 마리산 기슭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정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화.시공주니어 6,500원
  • 닭·오리고기 인기 상한가

    “도대체 어떤 고기를 먹어야 하나.얼마전엔 광우병이더니이번에 구제역이라니.소·돼지고기는 싫고 그렇다고 고기를먹지 않을 수도 없고…” 최근 시장에서 어느 고기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주부들이늘고 있다.이에 따라 각 유통업체들은 대체육류인 닭·오리고기 매장을 대폭 늘리고 주부들을 손짓하고 있다. 특히 닭이 올겨울 폭설로 대량 폐사해 물량공급이 어렵게되자,틈새로 내놓은 오리고기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이들대체육의 판매량은 지난주쯤부터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쇠고기는 연초에 비해 20∼30%가량 이미 판매가 줄어 정육점마다 울상이고 돼지고기는 20%쯤 판매량이 늘다가 구제역 소식으로 매기가 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반면 닭은 20∼30%,오리고기는 매장별로 최고 수십배까지 매출이 늘고 있다.이에 발맞춰 닭고기는 지난주부터 가격이 1㎏당 1,200원에서 2,000원으로 60%이상 올랐고 통오리는 6,000∼7,000원선을 지키고 있다. ■닭·오리고기 판매현황 농협하나로클럽 허윤식 축산담당과장은 “광우병 한파 이후 닭고기 매출이 부쩍늘었으나 폭설로 닭고기 물량공급이 어려워져 오리고기를 팔기 시작했다”면서 “1월에 비해 2월에는 오리고기 매출이 25% 증가하는등 오리고기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이종목 식품매입팀과장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강남점에서 오리고기 판매전을 열고 있다”면서“하루 매출이 200만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다른 점포에서도 기획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할인점 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닭·오리고기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다.평소 매출이 3만∼4만원에 불과하던 오리고기 매출은 냉장육을 시식판매하면서 최근 하루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닭고기도 행사이후 20% 정도 판매가 신장됐다. 롯데 마그넷 관계자도 지난 1월 닭고기 판매는 5억원에서 2월에는 6억원으로 20%,오리고기도 4,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50% 증가하는 등 육류소비패턴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있다고 말했다.특히 고등어 갈치 새우 참조기 등이 20%정도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현대백화점도 냉동오리 하루판매량이 광우병 파동전 일주일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로 고객의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육류 판매전략 유통업체는 당분간 이들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고영실주임은 “닭·오리고기 시식행사를 통해 판매가 늘고 있으나 아직 이들이 대체식품으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따라서 닭고기나 생선판매코너는 매장개편 때 면적을 늘리기로 했으나,오리고기는 눈앞의 매출보다는 고객의 관심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고기 가공업체인 주원농산 신용호과장은 “오리는 육질이 독특해 한번 먹어본 사람이 계속 찾는다”면서 “성인병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리고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오리고기 요리법. “요즘 오리고기는 냄새도 없고 맛도 좋습니다” 오리요리전문 체인점 금강산(02-733-1550)을 8년째 운영중인 나승호(57)사장은 “오리요리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면서 “다만 육질이 단단해 닭고기보다 조리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말했다.나사장으로부터 오리요리법을 알아본다. ■유황오리찜 유황오리 1마리에 밤 대추 인삼 마늘과 물에불린 찹쌀을 준비,속에 넣는다.다음으로 삼베나 광목 등 깨끗한 천으로 오리를 꼭 싸서 압력솥에 넣는다.오리가 반정도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1시간30분정도 찐다. 천으로 싸는 이유는 찌는 시간이 길어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것이다.겨자양념장이나 소금을 곁들인다. ■오리백숙 큰냄비에 오리 1마리와 밤 대추 인삼 마늘을 넣는다.오리가 푹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인다.통오리로 하면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토막을 내도 괜찮다.고기는 찢어서 먹고 국물에는 불린 찹쌀을 넣고 죽을 끓인다. ■오리탕 삶은 오리의 살을 찢어 냄비나 뚝배기에 넣는다.고추가루와 간장 다진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물을부어 끓인다.미나리 파 쑥갓이나 깻잎 등을 기호에 따라 넣는다.들깨가루를 넣어도 맛있다. 강선임기자
  • 논농업직불제 시행차질 우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논농업직불제’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일선 자치단체들의 인력이 부족해 시행 준비가 제대로 안된데다 제도가 미비해서다. 논농업직불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추곡수매제 등 농가의가격지원 정책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정부가 올해부터 식량안보,홍수방지 등 논농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위해 생산농가에 친환경농업 실천의무 등 소정의 요건이행을 조건으로 농민들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대상 농지는 전국 89만㏊의 논 가운데 9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벼와 미나리,연근 등을 재배했던 논이다.㏊당 20만∼25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해주며 2,1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임차농이 많은 경기도의 경우 보조금 지급과정에서 실제 경작자와토지 소유주간 마찰 가능성이 높은데다 인력 부족으로 대상 농가 선정을 이장 등 마을대표의 확인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중복 수혜 등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대상농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농지원부 및 토지대장 조회는 물론 실제 경작여부 등이 조사돼야 하나 이들에 대한 전산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읍·면·동 기능전환 이후 각 시·군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도추진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전북 완주군의 경우도 군전체 7,066㏊의 논이 논농업직불제 대상이지만 읍·면별로 담당자가 2∼3명에지나지 않아 현장 실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현행법상 96년 이후 구입한 농지는 토지주가 실제 경작하지않을 경우 과태료 등 강제이행처분을 받도록 돼 있어 사실 노출을 꺼리는 토지주들로 인해 임차농가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토양검정과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국제환경기구 등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아야 하지만 미미한 지원으로 농약사용량을 줄일 농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농민들은 “환경기준에 맞춰 농약 사용량을 줄이면 당연히 수확량이 감소해 적자를 볼 것이 뻔한데 얼마 안되는 보조금을 타기 위해 그렇게 할 농사꾼이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300평 이하의소작농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영세농의 반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잔류농약검사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아하고 비료사용량을측정하는 토양검정은 농업기술센터,논물가두기 검사는 농업기반공사가 실시하는 등 직불제 시행을 위한 측정을 3개 기관이 나누어 하기때문에 혼선이 우려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하기 전부터 연구원들이 보조금을 놓고 실경작자와 소유주간의 분쟁과 임대료 인상 등을 예상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처음 시행하는 탓에 문제점도 있지만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전국 종합shlim@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9.끝)사랑과 맛

    페미니스트가 들으면 발끈할지도 모르지만 절망에 빠지고 좌절한 남자에게는 여성이 세상과 닿는 통로이며 자기 존재를 확인 시켜주는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다.사랑에 빠질 때 그렇다는 말이고 어느만큼 지나면 서로 냉정한 타인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헤밍웨이의 초기 단편에 보면 전장에서 돌아온 젊은이의 허무와 자폐증에 대한 심리 묘사가 곳곳에 나온다.죽음의 본질 비슷한 것을 곳곳에서 엿보고 돌아온 자는 생이 덧없고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눈치채게 된다.군대에서는 의학적으로 ‘전쟁 공포증’이니 ‘야전 신경증’ 정도로 다루고 후송과 ‘휴양’을 강조하고 있다. 휴양 중의 행위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여자와의 접촉이다.성행위를 하든 안하든 간에 여성과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최소한간호만 받아도 안정을 되찾는다.그래서 나이팅게일 이후 ‘무기여 안녕’에 이르기까지 전장의 병사들에게 여성은 ‘천사’나 다름없다. 내가 베트남에서 돌아와 제대를 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보낸 일년은 악몽이었다.우선 아무런 의욕이 없었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하고생각도 없고 누구와 말도 하기 싫고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했다.사나흘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냥 누워서 잠이 깼다가 다시 돌아누워잠들었다가 하면서 보낸 적도 있었다.즉 폭력의 상처 때문에 남과의사회적인 접촉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없으므로 자폐되는 것이다.밤에는 눈 멀뚱히 뜨고 일어나 앉아서 담배나 피워 대다가 해가 번히 뜬대낮에 죽은 것처럼 자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한번은 자고 있는데 고등학생이던 아우가 내 몸을 건너 뛰다가 잘못하여 팔을 밟았고 나는번개 같이 일어나 손에 닿는 대로 잡아서 후려쳤다.화병으로 머리를때렸으니 도자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아이 머리도 터져서 피투성이가되었다.그리고 또 어떤 날은 잠 자다가 일어나 마당으로 뛰어나가서땅바닥을 기어 다니기도 했다.이러니 온 식구들이 공포에 질렸을 밖에.어머니가 목사님을 청해다가 안수기도도 올리며 법석을 떨었다.나는 어느 잡지에 나온 글을 읽다가 그 주소에다 대고 편지를 쓰는 것으로 밤을 새우기 시작한다.상대가 누구인지 나이가 몇인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나는 나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이해 시키려 하고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그렇게 편지를쓰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살아 있다는 것을확인한다. 내게는 어쨌든 내 존재를 비쳐주고 확인시켜줄 타인이라는거울이 필요했던 셈이다. 몇 통의 편지를 연달아 쓰고나면 날이 훤하게 밝았고 그것을 우체통에 갖다 집어 넣고 나서야 하루를 살았다는강열한 의욕이 생겼다.나는 젊어서부터 글을 쓰기로 작정을 했던 사람이고 ‘좋은 글을 쓰겠다’라는 생각은 전장의 위험 속에서도 거의강박관념이었다. 내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행복한 사생활을 위해서가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여생으로서의 삶을 위해서였다.뭔가 끄적여보려고 했지만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던 제대 이후에 나는 편지라는형식을 통해서 수십장씩의 ‘자기 표현’을 할 수가 있었다.요즈음은인터넷이 있어서 ‘자폐’는 묘하게 은페되어 있다.혼자 독방에 앉아누구와도 직접 관계하지 않으면서 컴퓨터가 세상으로나가는 ‘창’이라고 착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드디어 ‘왜 그러십니까?’식의 한 줄짜리 답장이 상대에게서 날아왔고 접촉이 시작 되었다.나는 그네를 만나러 시청 앞의 어느 찻집에나갔고 내 옷 차림새만을 전해둔 뒤였지만 상대의 반응이 없어서 그네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젊은 여성이 드나들 때마다 눈여겨 보았지만 다른 사람의 자리로 갈 뿐이었다.결국 두 시간쯤 기다린 뒤에 그네가 오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찻집을 나오게 된다.그러나 혹시 그네가 살그머니 왔다가 먼데서 관찰만 하고 돌아갔을지도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곳을 떠나면서도 조바심이 났다. 나는 주소를 가지고 그네의 집을 찾아 가기로 한다.이런 행동은 자기최면의 성격이 더욱 강해서 다른 가능성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자신도 믿을 수가 없으며 그러나 자기 표현에목마른 젊은이들이 불가항력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하는 편집증에대하여 잘 안다. 이를테면 빈센트 반 고호가 사촌누이에게 구애하려고 찾아가서 만나 주기를 청하고 거절당하자, 거실의 촛불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이 손가락이 타는 동안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부르짖던 절박한 광경이 떠오른다. 빈센트는 그 뒤 절망에 빠져 자살하려던 창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날은 마침 추석 전날이라 달이 휘영청 밝았고 골목길마다 전 부치고 고기 굽는 냄새로 귀가하는 이들은 발걸음이 빨랐고 인기척도 일찍 끊겼다. 나는 주소지 근처에서 웬 아이를 만나서 길을 묻게 되고그애가 그네의 남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다.우여곡절 끝에 나는 그네를 드디어 만났다.짧은 글에서 본대로 그네는 부드럽고 침착한 성격이었고 내 자폐증을 서서히 치유 받게 되었다.그네는 그날 다른 장소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이름의 찻집이 있었던것이다.나는 어쨌든 그 무렵의 다른 제대한 젊은이들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그리고 그네의 인도에 의하여 세상으로 서서히 돌아왔다. 아마 초겨울이었을 것이다.전라선 기차의 창가로 싸락눈이 부딪혀 날려가던 게 생각이 나니까.그때는 단풍철도 다 끝나서 기차에 승객도별로 없었다.내장산은 서리가 내린 것처럼 싸락눈에 살짝 덮여 있었다.함박눈이 덮이면 더욱 풍성한 눈꽃이 피어나겠지만 싸락눈이 희끗희끗 덮인 나무와 산등성이들은 초로의 여인네처럼 조금 쓸쓸해 보였다.귀틀집을 독채로 여러 채 지어 놓은 방갈로들이 유원지에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벽난로가 없고 방 한 가운데에 투박한 석탄쇠난로가 있었다.장작을 잔뜩 집어넣고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 위에다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오솔길에는 싸락눈이 얼어서 뾰죽뾰죽한 성에가바사삭 부서지고 유리창도 꽃처럼 얼어붙었다.나는 산장의 아침 밥상에서 처음으로 ‘고들빼기’ 맛을 보았다.서울에서 자란 나는 물론이고 경기도가 고향인 그네도 고들빼기를 처음 보고 이름도 처음 들었다.쌉쌀하고 풀향내 나는 잎과 아삭이며 씹히는 뿌리의 맛이 여간 독특하지가 않다.고들빼기를 소금물에 며칠동안 담가 쓴맛을 우려내어멸치 젓국에 찹쌀풀과 갖은 양념을 버무려 실파와 함께 담그었다가일주일쯤 지나면 먹을 수 있다.그리고 한 겨울에까지 눈 속에 남아있는 돌미나리와 냉이는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옛 시처럼싱그럽다.모시조개 넣고 된장 고추장에 끓인 ‘냉이 토장국’은 옛날의 잊혀진 사진 같이 정겨웁다.겨울의 하얀 냉기 속에서 봄날의 풀꽃들을 찾아내는 기쁨 같은 것이다.돌미나리 김치와 파래김치 같은 맛들은 묵은 김장 김치며 기름진 육것으로 포위된 듯한 한 겨울에 봄을재촉하는 방안 화초의 물기어린 방향과도 같다.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시리즈를 이번 회로 끝맺습니다.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톡톡튀는 벤처농산물 뜬다

    ‘황금 기러기알,가지만한 고추’ 등 톡톡튀는 21세기형 벤처 농산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7∼8일 광주 농협 전남지역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벤처 농업인 농산물 전시회에는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아이디어 상품 250여종이 전시,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출품작마다 신지식 농업인들의 번뜩이는 재치가 깃들어 있다.50평농장에 앵무새,구관조 등 15종의 새를 길러 월 2,000만원에 달하는소득을 올리는 설재홍씨(경남 통영시)의 체험담도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황칠나무가 고부가가치 농작물로 떠올랐다.황칠나무 엑기스와 이를 바른 부채와 수저 제품(전남 해남 정순태) 등은 상당한 소득창출이 기대된다는 것.황칠나무는 남해안 일대에서만자생하는 토종으로,전자파 차단은 물론 나무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이두뇌안정과 피로회복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약재인 ‘황금’을 기러기에 먹여 낳은 황금 기러기알(여수소라면 박유근)은 건강식품으로,길이 25㎝,둘레 12㎝짜리 초대형 고추(충북 음성)는 생산량 증대 등에서 기대를 모았다. 고려인삼에 이천쌀을 섞은 인삼쌀(경기 이천 마장농협)은 10㎏에 50만원으로 보통쌀 보다 25배나 비싸다.질병예방과 두뇌활동에 좋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단연 인기다. 씨앗 자체에 미생물을 접목해 원천적으로 병해충을 막는 바이오캡스(대전 바이오젠)는 미래 농법으로 눈길을 끌었다.선물용이나 관상용으로 좋은 병속에 든 배(경기 연천군 과수품목회)는 1병에 3만5,000원으로 틈새시장을 노려볼만한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뿌리째 수출하는 선인장(경기 고양 하남규),껍질 표면에 그림이 들어간 사과(경북 풍기 박형진),굼벵이를 양식해 해충을 잡는산업곤충 굼벵이(전북 전주 김하곤),죽은 나무를 되살린 관상수(경기 의왕 백영화),엽록소가 파괴되지 않은 돌미나리 분말(전남 곡성 라파식품),일반콩 보다 2∼3배나 큰 작두모양의 작두콩(전남 광양 김수원) 등도 적잖은 반응을 모았다. 지역본부 김양식(金亮植)본부장은 “최근 농·축산물 가격 폭락으로농촌 형편이 아주 어렵다”며 “이번 행사로 우리 농업의 가능성에대한 공감대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멸종 추정했던 특산식물 ‘섬시호’ 울릉도서 발견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8일 지난 여름 울릉도의 식물상을 조사하던중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나라 특산식물 ‘섬시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섬시호는 지난 70년대까지 도동 일대에서 관찰됐으나 주위 환경의 변화로 급속히 사라져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정밀 탐사에서도 확인되지 않다가 이번에 10여그루가 처음 발견됐다. 섬시호는 미나리과의 다년초로 높이 60㎝까지 자라며 잎은 길이 13㎝,너비 11㎝에 긴 달걀꼴이다.어린 잎은 식용으로,뿌리는 말라리아·해열·진통·소염·고혈압 치료제로 이용된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7)미조항 해산물

    미식가라고 자부한다면,아니 비릿한 갯냄새와 쪽빛 바다가 그리운사람이면 이번 주말 남해로 먼 여행길을 나서자.그곳에는 삼남 유일의 절승영악(絶勝靈岳) 금산이 있고 ‘남해안의 베니스’ 미조항이있다. 그리고 남해섬 끄트머리에 땅콩처럼 붙어 이름처럼 아름다운 미조항에서는 별미 중의 별미가 여로에 지친 나그네들을 기다린다.갈치회,멸치회,감성돔·장어·볼락회,전복과 소라·돌멍게 등. 주말인 28,29일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서 제1회 해산물 축제가 열린다.청정해역을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처음으로 마련한 먹거리축제다. 축제에서는 미조항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아올린 갈치와 감성돔·장어·볼락 등은 물론 해녀들이 바다속에서 바로 건져낸 전복과 소라·돌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특히 미조항에서 뱃길로 1시간30분 거리인 세존도 주변 바다에서 잡아올린 은빛 갈치회는 한창 기름이 오르고 고소해 관광객들의 입맛을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남해의 향토먹거리 ‘미조 갈치회’는 길이 40∼50㎝의 싱싱한 횟감은 물론 곰삭은 고추장과 막걸리를 발효시킨 재래식초로 만든 초고추장을 쓰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전국적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항구에 늘어선 횟집들은 싱싱한 갈치를 얼음에 채웠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비늘을 벗겨낸 후 뼈채 썰어 파·마늘과 미나리,양파 등 갖은양념과 배즙을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접시에 담아낸다.매콤 새콤하면서 자극적이지 않고,쫄깃한 살과 뼈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여기에 막걸리 한사발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행사기간중 미조면 사항부녀회 회원들이 수협공판장 앞 행사장에 설치된 간이식당에서 2∼3명이 먹기에 충분한 갈치회 한접시를 1만원에내놓는 것을 비롯,수협중매인협회,가두리협회, 연안·근해통발협회,나잠업협회 등 각종 어민단체 회원들이 나와 각종 해산물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문의 미조면사무소 총무팀 (055)867-6114,860-3605. 남해 이정규기자 jeong@
  • 야생동식물 ‘寶庫’ 칠·갑·산

    ‘충남 알프스’로 불리는 청양군 칠갑산(해발 561m)이 희귀 동·식물이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조류전문가 백운기(白雲起·39)박사 등 국립중앙과학관 소속 연구원 4명과 함께 칠갑산일대의 야생 동·식물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 670종, 곤충 139종, 조류76종, 어류 24종 등 총 909종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우선 조류로 천연기념물인 원앙(제327호) 30∼40마리가 계곡과 산정상에서 금강까지 이어지는 청양읍 지천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고 맹금류인 붉은배새매(323호)와 황조롱이(323호) 등도 산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환경부가 보호 야생조류로 지정한 말똥가리(제19호)와 알락해오라기(3호)도 자주 관찰됐으며 쇠오리 등 오리류는 산 정상의인공호수인 천장호에서 집단 월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로는 보호 야생식물인 천마(제15호·난초과)와 산작약(26호·미나리아재비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은방울꽃,매발톱꽃,깽깽이풀,금낭화,금새우란,범부채,심초롱,제비동자,노루오줌,개미취,앵초 등 희귀식물 20여종도 다수 자생하고 있다. 어류는 고유 특산어종인 각시붕어,칼납자루,중고기,참중고기,긴몰개,돌마자,참종개,눈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 등 10종이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장곡사 주변 지천과 계곡에 다수 서식하고 있다.또지천 곳곳에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다. 백 박사는 “야생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칠갑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하거나 ‘휴식년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
  • 갯내음 맡으며 맛보는 ‘계절 별미’

    ‘전어 굽는 냄새를 따라 여행길을 떠나보자’가을의 진미인 전어 축제가 서남해안 바닷가에서 잇따라 열려 맛기행을 떠나려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23일부터 10월6일까지 서면 홍원항 일원에서 전어축제를 연다. 군은 관광객들이 싱싱한 전어회와 전어구이 등을 1만원 안팎의 싼가격에 맛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자하젓,까나리 액젓,서천 김,꽃게,대하 등 먹거리 장터도 운영한다. 만선과 풍어를 기원하는 기벌포 풍물마당팀과 서면초등학교 풍물놀이팀의 풍물놀이시연,서면 갯마을 덕타령 보존회의 덕타령시연도 열린다. 30일부터는 섬진강 물길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서 제3회 광양 전어축제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광양 버꾸놀이를 시작으로 전어잡이 시연을 비롯,전어요리경연대회,전어잡이노래 시연,큰줄다리기,연예인 초청 및 주민노래자랑 등이 열린다. 이어 10월6일부터 3일간 경남 마산의 합포구 오동동 어시장에서도‘마산 전어축제’가 열린다. 올 첫 행사로 어시장 일원에서펼쳐지는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연예인 축하공연,풍물패 공연 등 이벤트와 함께 전어회·전어구이 시식회도 열린다. ‘전어 아지매’선발대회와 ‘생선광주리 이고 달리기’‘전어회 썰기’ 등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행사도 마련된다. 해양수산청이 선정한 ‘10월의 어종’인 전어는 서남해안에서 많이잡히는 별미생선.가을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는 매콤하고 담백하며 은은한 향이 으뜸이다.요리는 주로 버무림회·일반회·구이 등 3가지.버무림회는 비늘과 내장,뼈를 발라낸 뒤 통째로 썰어 들깨·마늘·오이·미나리·풋고추 등과 함께 무친다. 광양 남기창,대전 이천열기자 kcnam@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5)낯선 땅에서

    *제주도 '톨냉국'은 차디찬 바다 마시는 느낌. 고등학교 적에 무전여행 길로 제주도를 처음 갔는데,목포에서 연락선을 타고 밤새껏 멀미에 시달리면서 제주해협을 건너 새벽녘에야 먼바다 저편에 섬이 나타나던 것이 생각난다.물 위에 떠 있는 삿갓 같은 땅이라던 말을 들은 게 틀리지 않아 보였다.섬 전체가 한라산이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수평선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세모꼴의산만 보인다.정상에서부터 비탈을 따라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목초지와 중산간 마을과 경작지와 읍내와 맨 아랫쪽에 해변 어촌이 있는 셈이다.섬 전체가 화산이라 바위와 돌과 흙과 나무며 풀이며 꽃이며가육지와 전혀 달라서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나는 그 뒤로 아마도 전라도로 내려가 있던 칠십년대 무렵부터 그곳젊은이들과 인연이 생겨서 한 해에 한 두차례씩은 드나들었다.어느해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겨울 한철을 요양하며 보낸 적도 있었고,팔십년에 광주에서 참사가 벌어진 뒤에는 일년 반쯤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가족과 떨어져 나 혼자 장 보고 취사하고 아니면 이곳 저곳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서 골목과 시장 어귀를 드나들었으니이 고장의 맛에 대하여는 고향처럼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문화패와 소극장을 만들고 민란을 중심으로한 향토사나무속이나 민요를 조사하는 연구소를 구성하고 하는 동안에 가까운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그래서는 관광객들이 다니지 않는 작은 본바닥술집이나 기이한 음식점들을 알게 되고 명절 때면 그들의 집에 놀러가서 낯선 음식도 먹어보게 되었다.그들은 이제 제주 사회의 중추가되어 있다. 술꾼들에게는 아침 속풀이 음식이 우선이니 먼저 국 이야기를 해야겠다.여기서는 해물이며 푸성귀며가 모두 집 주위에서 얻은 싱싱한 것들이라 양념이 귀하기도 했겠지만 별다른 맛을 내려고 애달캐달 하지 않아도 원초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육지에서처럼 고기나멸치로 다시를 내어 국을 끓이는 법이 없고 싱싱한 해물을 무나 채소와 함께 끓여서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할 뿐이다.처음에 갈치로 끓인 미역국을 보고 속으로 조금 놀란적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맛을 들이게 되었다.갈치와 단호박을 넣어 국을 끓이기도 하고 무를 넣기도한다. 제주도를 다녀간 신혼부부들이 거의 다 아침거리로 먹게 되는 ‘해물 뚝배기’는 사실은 해물을 넣고 된장에 끓이는 제주도의 몇가지 아침 속풀이가 합쳐진 것이다.보말(고동의 일종),구쟁기(소라),오분재기(작은 전복의 일종),조개,성게알 등속의 어패류로 각기 시원한 된장국을 끓이는데 이를 종합하여 개발해낸 것이 해물 뚝배기라고 할수 있다. 내가 맛을 들인 속풀이로는 ‘몸’ 국이 있다.몸은 파래,톳,감태 따위처럼 해초인데 비교하자면 전라도 남해안의 매생이처럼 가늘고 여린 해초다.제주에서는 예로부터 형편상 쌀 대신에 잡곡이 주식이었다.보리나 조팝을 주로 먹었고 이밥은 일년에 한 두 번 명절이나 제사때에 먹어서 지금도 쌀밥을 고운 밥이라 하여 ‘곤밥’이라고 부를정도다.고기도 쇠고기는 드물고 돼지고기를 위주로 경조사에 쓴다.돼지고기 음식이 많기도 하지만 먼저 몸국은 돼지의 ‘족잡뼈’라고 하는 갈비 옆의 가느다란 뼈를 오랫동안 푹 끓여서 국물을낸다. 흔히 여기 식의 순대를 만들 때에 몸국도 끓이게 되는데 순대도 육지와는 달라서 속에 돼지 피와 보릿가루를 넣는다.몸국은 돼지의 작은창자와 막장을 썰어 넣고 돼지뼈 우려낸 국물에 해초인 몸을 넣고 끓이는데 술국으로 그만이다. 옥돔으로 끓이는 ‘오토미 국’이 있다.몸이 붉으스레 하고 머리가둥글게 혹이 튀어나온 듯한 옥도미를 귀하게 여겨 제주 사람들은 이것만을 생선이라고 부르고 다른 것들은 제 이름을 부른다.따라서 오토미국은 그저 생선국으로 불려지기도 한다.옥돔을 간하여 말린 것이 관광객들에게 팔려 나가기 시작하면서 육지에서는 영광굴비에 버금가는 비싼 생선이 되어 있다.옥도미를 굽고 지지고 튀겨 먹기도 하지만,미역국에 넣거나 무를 넣어 담백하게 끓이기도 한다.심지어는 싱싱한 고등어를 토막 쳐서 어린 배추를 넣어 국도 끓인다. 여름철 ‘톨냉국’은 맑고 차디찬 바다 그 자체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톨은 육지에서 톳이라고 부르는 해초를 말한다.톳을 물에 담가 불려서 풋고추며 부추와 가늘게 썬 오징어를 갖은 양념하여 버무린 뒤에 찬 생수를 부어 낸다. 제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 돼지고기와 함께 ‘자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자리는 오분재기처럼 이 고장 특산의 이름이라 타관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도미 새끼의 일종이라고 설명을 하지만,자리나오분재기는 도미와 전복과는 생김새가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종족이다. 그렇기는 하여도 어른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도미의 생김새다.그래서 육지 사람들을 위해서도 ‘자리돔’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을 정도다.자리는 비늘을 긁어내고 어슷어슷 썰어서 된장과 깻잎에 싸서 먹고 초장에 찍어 강회로 먹기도 하지만,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칼로 다져서 부추,미나리,깻잎,풋고추,오이,등속에 된장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하여 생수를 부어 얼음을 띄운 ‘자리 물회’를 만들어 먹는다.토속대로 하자면 머리와 꼬리도 자르지 않고 간간히 뼈가 씹힐 정도로 칼로 난도질을 쳐서 산초 잎을넣어야 한다.제주에서는 모든 어패류가 싱싱한 횟감이라서 일일이 거들 수가 없지만 전라도나 충청도 지방의 홍어 무침이나 찜처럼 가오리를 양념에 버무려 경조사에 낸다. 덥고 습한 지방이라 요새처럼 냉동이 안되던 시절부터 제주의 음식은 끓이고 조리지 않으면 소금으로 짜게 절여 두었다.바람이 거세지고추워져서 바다에 나갈 수 없는 겨울철에는 ‘촐레’가 맞춤한 밑반찬이 되었다.보리밥과 조밥이 꺽꺽해서 잘 넘어가지 않을 적에 비리고간간한 반찬으로 ‘촐레’를 해먹는다.소금에 절인 자리젓을 뚝배기에 오랫동안 졸여서 국물이 된 것이 촐레인데 채소와 곁들여서 먹는다.고등어를 소금에 진하게 간하여 독에 두었다가 겨울철에 꺼내어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고 나서 뚝배기에다 무를 넣고 오래 조려서 먹기도 한다.이런 건건이들이 모두 거친 잡곡을 먹는데 입맛을 돋우기때문이란다. 제주의 돼지를 말하자면 꼭 떠오르는 일이 있다.칠십년대 말인가 민속조사를 하던 학생들 몇 사람과 아직은 민속촌이 되기 전이던 성읍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었다.지금은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변하여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그때만 하여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 물을모으는 독이며 뒷간이 예전 그대로였다.아침에 뒷간이 어디냐고물으니 주인 아줌마는 빙그레 웃을 듯 말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집 뒤꼍으로 돌아가 보라고 손짓해 준다.그래서 집 모퉁이를 돌아가보니 앞에 판자를 얼기설기 가로지른 돼지우리가 보인다.그때 내가무엇과 마주쳤겠는가.울타리 사이로 하얀 털이 숭숭한 주둥이와 함께 영리하게 반짝이는 돼지의 눈과 마주쳤다.어쩐지 이건 돼지가 아니라 무슨 유인원이나 개처럼 영리하게 보이는 귀염성 있는 돼지의 눈이었다.제주도 토종 돼지는 그 지방 특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육지에서 우리의 토종돼지가 수입종 때문에 거의 멸종하는 동안에 그나마 벽지라서 종을 보존한 그것이다.몸집이 다른 돼지들 보다 조금 자그마하고 멧돼지 같이 검은 털이 부스스하며 주둥이가 조금 흰 편이다. 제주에서는 이것을 ‘돋통시’(똥돼지)라고 부른다.그것 참 인상이영리한 돼지도 있다고만 여기고 아무 생각없이 울타리 옆에 붙은 변소로 들어갔다. 황석영.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3)낯선 땅에서

    *우연히 맛 본 '홍탁'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속에 던져 둔다.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그뿐 아니라 찜을 하여도 맛이 독특하다.발효시킨 홍어찜은 날 것 보다는 덜해도 개스는 여전해서 코를 탁 쏘는 맛은 여전하다.삭힌 홍어를 갖은 양념하여 다른 물고기 찜을 하듯이 뭉근하게 쪄서 내는데 살과 뼈를 모두 함께 먹을 수가 있다.잔뼈가많이 들어있는 지느러미께는 마치 중국요리의 샥스핀처럼 부드럽고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그냥 가자미처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과 채썬 무에 미나리 등속과 버무린 홍어무침은 흔히 경조사의 주요 음식으로 나온다.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뾰족하게 솟아난 코를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내가 해남 가서 처음으로 후배를 사귀어 선물을 받은 것 두 가지가있으니 그중 첫 번째가 ‘어란’이다.작은 항아리에 무슨 훈제 소시지 같은 것이 채곡채곡 들어 있었다.큰 아이가 아직도 해남 토박이인 그를 부를 때면 동섭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살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연유가 있다.해남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던 집 안에 수백년묵은 느티나무와 동백나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왔는데 백 오십여평남짓한 마당 안에 또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가지가휘도록 살구가 열려서 초여름만 되면 내 아이들이바구니 가득 따고는 했다.동섭이는 병원 집 장남인데 도시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뜻을 잃고 낙향해서 집안 일을 거들던 청년이었다.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 살구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아서 농담 치고는 좀 괴이쩍게 생각했더니 한참 뒤에 내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성님이야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촌 구석 사람인디 금방이사가뿔면 저놈들이 내를 알것소.내가 이렇게 해둬야 낭중에 날 기억하지 않것소,하는 것이 그럴듯한 그의 대답이었다. 황석영. @
  • 전국 일본 뇌염경보

    국립보건원은 18일 경남지역의 일본뇌염 매개모기 밀도가 50%를 넘어섬에 따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내렸다. 보건원은 “지난 15일 경남지역에서 채집한 모기를 분류한 결과,일본뇌염모기 밀도가 5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건원은 이에 따라 전국 보건소에 방역소독을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가축사육장,고인 물,미나리밭 등 모기서식처에 대한 집중 살충소독 등 방역소독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또 노약자나 어린이들은야간 외출을 삼가고 가정에서는 모기장을 설치하거나 잠잘 때 모기약을 뿌리도록 당부했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7∼20일의잠복기를 거쳐 고열,두통,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르며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30%에 이른다. 유상덕기자 yo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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