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두갈래 시각 “核·경협 분리전술” “김정일 변화 암시”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 국회의사당 방문, 노무현 대통령 예방(17일 예정)…. 광복 60주년 8·15민족 대축전(14∼17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북측대표단의 이른바 ‘광폭 행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휴회 중인 가운데 벌이진 이같은 북측의 파격적 제스처는 과연 북한의 개방·개혁을 위한 전략적 대변화의 시그널인가, 아니면 민족 공조론을 지렛대로 한 상황모면용인가.
북한이 전략적으로 방향을 튼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과 유보로 나뉜다. 참여정부 초기 국정원기획실장을 지낸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국립현충원 참배는 비록 그들이 ‘해방투쟁인사를 위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 차원의 큰틀의 변화 의지없이는 불가능했던 행보들이다.”면서 따라서 2주 후 열릴 북핵 4차회담 후속회의에서도 긍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4차 6자회담에서 핵폐기를 둘러싼 구도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북한, 즉 5대1 구도로 된 상황에서 북한의 유일한 활로는 대남 유화제스처를 통한 ‘민족공조론’”이라면서 “결단의 의지가 있는지는 2주 후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핵 문제 등 국제적 이슈는 갈등 상황을 유지하면서, 남북한 관계를 통해 식량·비료 등을 챙기고 이미지도 개선하는 전술일 수 있어 유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북한은 현 노무현 정부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이 북한에 가장 우호적 시기로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북한의 전략 변화를 읽게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에의 호응이란 데는 이의가 없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북한이 ‘6·15시대’란 표현까지 써가며 6·15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 선언이 유효하고 신뢰성을 가지려면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북한은 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곧 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문제 해결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핵문제가 완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걸린 이상 정상회담은 남북한 최고 수뇌부 모두에게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그 상황에서 서로 얻을 것은 없기 때문에 연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북핵 합의문이 발표된다면, 북한은 답방이라는 큰 도장을 찍는 모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측의 실세 대표단이 이번 축전을 통해서도 남한의 정세를 이미 테스트했다는 것이다. 김기남 비서는 지난 15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한 뒤 광화문거리로 갑자기 나가 광복절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번 축전이 남북 당국과 민간이 뒤섞인 상태로 진행되고, 이어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정부입장에 대한 대외적 시선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유 교수는 “민간·당국 구분이 없는 북한은 이번 축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데 비해 우리는 끌려간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일 강경 선언과 미군철수 주장 등 축전에서 나온 목소리들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이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