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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입법권력에 포위된 ‘법원의 시간’

    [서울광장] 입법권력에 포위된 ‘법원의 시간’

    “이 대표를 허위 사실 공표로 처벌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의 출마를 원천 차단해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날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이 한 말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 혐의(25일) 1심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 이상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고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5년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이 법리를 바탕으로 재판 과정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며 만든 특위가 법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셈이다. 앞서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 격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을 때 박찬대 원내대표는 “판사도 선출돼야 한다”고 법원에 경고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대표 자신은 지난 11일 페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진실은 잠시 가려질지라도 사라지지 않고 결국 드러난다.” 이 대표 주장대로 ‘검찰정권’의 무리한 기소일 뿐이라면 무죄가 선고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사법부 보라는 듯 집단적 위력 행사를 끝도 없이 전개하고 있다. 지난 9일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법 촉구’를 내건 2차 장외집회나 선거법 선고 다음날로 잡아 놓은 3차 집회, 선고 당일인 15일과 25일 법원 앞에서 벌이겠다는 대규모 집회, 무죄판결 촉구 탄원 100만명 서명운동 등등. 모두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무죄가 어렵다면 최대한 재판을 늦추고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도 이 대표 쪽 사람들에겐 이심전심 공유된 것 같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2022년 9월 기소된 뒤 1심 판결까지 2년 2개월이나 걸렸고, 위증교사는 지난해 10월 기소 후 13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오게 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해 3월 기소된 대장동 재판은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힘들고, 지난 6월 기소된 대북송금 재판은 5개월이 되도록 정식 공판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 신분인 이 대표가 국정감사 참석, 단식, 총선 유세 등을 이유로 불참해 재판이 연기되거나 재판병합 신청 등 절차적 문제로 재판이 늘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민주당이 수사검사를 탄핵하거나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발의하고 여차하면 판사 탄핵도 불사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를 대선 때까지만 사수하면 이길 것이라는 집단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4건의 혐의로 형사기소되고도 다시 대통령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표 한 사람의 재판으로 법치주의 대한민국은 너무 비싼 희생을 치르고 있다. 170석 거대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형사피고인의 방탄막을 자처하듯 국회 안팎에서 법원을 흔들어 대는 모습이 해외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다. 입법권력이 서초동을 포위하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시험하는 ‘법원의 시간’이 오고 있다. 여든 야든 힘을 가진 권력에 주눅 들어 판결이 왜곡되거나 ‘정의가 지연되는’ 후진적 행태가 21세기 글로벌 법치국가에서 빚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부장판사가 1년 6개월간 재판을 끌다가 돌연 사표를 내고, 구속적부심 판사는 ‘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정당 대표’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판사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판사는 권력과 외압에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을 지켜 냈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다음과 같은 말을 잊지 않고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관은 최후까지 정의의 변호사가 돼야 한다.” 박성원 논설위원
  • 결국 생중계 못 보는 李 선고...법조계 “인격권, 혐의 중대성 따진 것으로 보여”

    결국 생중계 못 보는 李 선고...법조계 “인격권, 혐의 중대성 따진 것으로 보여”

    알권리보다 피고인 인격권 우선한 결정명예 중시하는 한국...생중계 자체로 권리 침해박근혜·이명박과 다른 신분, 혐의 중대성 고려재판의 정치적 소모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법원이 오는 15일 열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재판을 생중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생중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혐의의 중대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선고 과정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탈 경우 이 대표의 인격이 침해될 수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13일 “관련되는 법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선고 촬영·중계방송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 지난 4일 법원에 이 대표 선고를 생중계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1심 등 하급심의 재판 생중계는 2017년 법원이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부터 가능해졌다. 규칙에 따르면, 피고인이 반대하더라도 재판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촬영을 허가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피고인인 이 대표의 인격권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생중계 없는 일반적인 형사재판 법정에 서는 것만으로도 피고인이 모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인격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청을 허가하지 않는 비공개 재판이 아닌 만큼 국민의 알권리 침해도 크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미국은 생중계를 허가하는 주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유무죄 여부를 떠나 생중계 자체로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가 크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위와 혐의의 중대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법원이 1심 선고 생중계를 허가한 건 ▲2018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같은 해 7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같은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사건까지 세 차례 있었다. 모두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었던 데다 징역 6년에서 24년이 선고된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 대표는 거대 야당 수장이긴 하지만 앞선 사례보다 국민 대표성이 떨어지고, 당시처럼 징역형이 나올 중대한 혐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에 적용된 혐의가 죄명이 아주 중한 것이 아닌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재판이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재판부가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생중계가 되면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도 불필요한 혼란과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법원 입장에서도 카메라 설치나 보안 문제 등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생중계 후 관련 영상이 재가공돼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고 오는 15일 기소 2년 2개월 만에 선고가 이뤄진다.
  • 과시욕에 감방행…‘우크라전 기밀유출’ 美 병사, 징역 15년 받았다

    과시욕에 감방행…‘우크라전 기밀유출’ 美 병사, 징역 15년 받았다

    지난해 미국의 국방 기밀을 온라인에 자랑 삼아 올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잭 테세이라(22) 일병이 징역 15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AP·로이터 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미 보스턴 연방지방법원 인디라 탈와니 판사가 국방정보 소지·전파 등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테세이라에게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테세이라의 범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간첩법 위반”이라면서 16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그의 변호인단은 테세이라가 고등학교 시절에 괴롭힘을 받고 고립된 삶을 살면서 고통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11년형을 요청했다. 탈와니 판사는 “그는 아직 젊고 긴 미래가 있지만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면서 15년형을 판결했다. 테세이라는 202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취득한 국방정보를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즉시 그를 체포해 두 달간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21년 ‘평생 비공개 서약’에 서명을 하고 기밀 취급 인가를 받은 그는 문서 내용을 적어 저장하고 이를 채팅방에 퍼뜨렸다. 그가 공유한 내용 중에는 우크라이나군 작전 상황과 탄약 재도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고, 기밀 표시가 선명한 문서 사진도 있었다. 한국과 관련한 내용 중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건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도 들어있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는 줄곧 범행을 부인하다가 지난 3월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받을 수 있는 플리 바겐에 합의했다. 테세이라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내가 초래한 모든 피해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 모든 책임과 결과는 나 자신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테세이라의 기밀 유출 사건은 2010년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가 각종 기밀 문서와 외교 전문 등 70만여건을 폭로한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미국 내 보안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키리스크 사건은 국가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지만 테세이라의 범행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시욕 때문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 다시, 트럼프를 읽다

    다시, 트럼프를 읽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을 맞아 그의 정책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물론 그의 개인 성품과 기질까지 두루 살핀 책들을 깊이 읽어 볼 만하다. ‘트럼프 코리아’(구갑우·박유현 엮음, 사회평론)는 트럼프 집권기를 비롯해 그가 다시 대선 무대에 오르면서 했던 선거 캠페인 발언, 한반도와 관련한 입장에 대한 말들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에서 미국의 생산과 고용을 촉진하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의도를 읽어 낸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는 말은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관세 폭탄도 터질 가능성이 크다. 304쪽. 1만 8000원. 발매 하루 만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트럼프 2.0 시대’(박종훈 지음, 글로퍼스)도 눈에 띈다. 저자는 트럼프 1기 당시엔 유럽이 미국의 방위비 요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지만 이번엔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앞으로 미국 재정 적자를 악화시키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으로 예측하고 국내 부동산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268쪽. 2만원. ‘트럼프 2.0’(김광석·박세익·박정호·오태민 지음, 이든하우스)은 금, 관세, 기술 혁신, 에너지 정책 등과 관련해 트럼프 공화당의 정강 정책, 지정학적 이슈, 비트코인, 산업과 주식 시장을 두루 전망한다. 미중 분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세계 경제는 정말 침체일로에 접어들 것인지, 트럼프가 생각하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대안은 무엇인지, 트럼프 2.0 시대 유망 주식은 무엇인지에 관해 토론한다. 216쪽. 2만원. 트럼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책들도 집어들어 볼 만하다. ‘신의 개입’(송의달 지음, 나남)은 트럼프의 가족, 언행, 세계관, 성공 비결, 정책 특성 등을 해부한다. 그가 항상 막말과 거짓말을 일삼는 이유, 번뜩이는 영리함 등을 두루 다룬다. 저자는 그의 성격을 이용해 주한미군 분담금 이슈에 선제 대응하며 안보 무임승차 대신 자주국방으로 초기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40쪽. 2만 4000원. 트럼프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직접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은 다소 편향적이긴 하나 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는 점에서 트럼프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일에 대한 열정, 불굴의 투지, 지식에 대한 탐구, 거대한 목표,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 등을 꼽는다. 240쪽. 1만 7000원. ‘거래의 기술’(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살림출판사)은 2016년 출간됐지만 여전히 트럼프를 대표하는 책으로 불린다. 막말을 일삼는 허세 가득한 사기꾼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맞서 트럼프는 “나는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말 그대로 거래의 달인”이라 자화자찬한다. ‘크게 생각하며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할 것’, ‘지렛대를 사용하고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등 11가지 원칙이 담겼다. 448쪽. 2만 2000원.
  • 트럼프 당선되면 역사상 최초 ‘셀프 사면’ 대통령 될까

    트럼프 당선되면 역사상 최초 ‘셀프 사면’ 대통령 될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면권을 자신을 위해 쓰는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감옥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꼭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하는 셈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 처음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두 건의 연방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법무부 특별 검사관 잭 스미스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유출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선거 개입 혐의 사건은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이며, 기밀문서 유출 혐의는 플로리다 법원이 기각하자 법무부가 항고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즉시 스미스 검사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다. 두 건의 연방 사건 외에도 주 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뉴욕 맨해튼 법원은 포르노 스타와의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사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를 선고했다. 조지아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법무부 인사권을 갖게 되고 스미스 검사를 해고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새 법무장관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법무장관 후보로 고려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는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기각한 에일린 캐넌 판사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담당을 벗어나는 주 정부 사건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조지아주 사건을 중단시키기 위해 연방법원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사면권을 본인을 위해 사용할 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자신을 사면한 적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임기 도중 ‘셀프 사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여러 법학자들이 나 자신을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면서 “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셀프 사면을 해야 하나?”라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썼다. 당시 뉴욕 연방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불법 선거 자금 조달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했다. 지난 임기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면권의 89%를 자신과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정치적으로 도운 사람을 위해 쓴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사면을 받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은 도청 사실이 드러나 하야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었다. 공화당 소속의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의 경우는 ‘셀프 사면’이 아니라 퇴임 한 달 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그가 재임 중에 저지른 모든 범죄에 대해 사면했다.
  • ‘도둑’이 침입해 때렸는데 사망, “정당방위 아니다”[전국부 사건창고]

    ‘도둑’이 침입해 때렸는데 사망, “정당방위 아니다”[전국부 사건창고]

    새벽 귀가하니 도둑이 서랍장 뒤져발로 차고 빨래 건조대 내리쳐도둑 ‘식물인간’, 집주인 ‘기소’2014년 3월 8일 오전 3시 15분쯤 강원 원주시 명륜동의 한 단독주택. 이 집에 사는 최모(당시 19세)군이 귀가하고 있었다. 전날 경기 의정부시에서 입영 신체검사를 받고 돌아와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오던 길이었다. 1층에 외할아버지·할머니, 2층에 최군과 어머니가 살았다. 어머니는 매일 밤 10시부터 근처 설렁탕집에서 밤새워 일했고, 가끔 들르는 누나가 이날 온다는 말도 없었다. 그런데 그 시간 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최군은 술에 취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며 2층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낯선 남성이 서랍장을 뒤지고 있었다. 도둑(김모씨-당시 55세)이었다. 방에서 거실로 나오던 김씨와 마주쳤다. 최군은 “누구냐”고 물었다. 3m 거리. 김씨는 대답을 얼버무리며 도망가려고 했다. 최군은 잽싸게 달려들었다. 주먹으로 수차례 세게 폭행했다. 김씨는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 최군 엄마와 누나가 쓰는 방 앞에 쓰러졌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던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일어서려고 했다. 최군은 다시 주먹과 발로 김씨의 얼굴 등 온몸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당시 최군 휴대전화는 정지된 상태여서 쓸 수 없었다. 최군이 1층으로 내려가 집 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2층 현관문을 여는 순간, 김씨가 몸을 반쯤 세우고 거실의 장롱 앞쪽으로 기어가는 게 보였다. 최군은 ‘신고하고 돌아올 때까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완전히 제압하자’(판결문 기록)고 마음먹었다. 운동화 발로 김씨의 뒤통수를 수차례 밟고 걷어찼다. 이어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로 몇차례 내리치고, 자기 가죽 벨트를 풀어 버클을 잡고 띠 부분으로 또 때렸다. ‘정당방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이미 제압한 도둑을 추가로 폭행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지 않았고, 최군은 유죄로 벌을 받아 피해자에서 졸지에 가해자가 됐다. 도둑 형 ‘동생 병원비 부담’ 목숨 버려김씨를 폭행하며 지르는 소리를 듣고 잠자던 외할머니가 2층으로 올라왔다. 그때가 오전 3시 20분쯤, 최군이 귀가한지 5분여 흐른 시점이었다. 최군은 외할머니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이상한 남자가 집에 들어와 있어 때렸다”고 신고했다. 친구들에게도 “도둑이 들었으니 좀 와달라”고 연락했다. 최군은 경찰이 금세 오지 않자 다시 전화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119 구급대를 불렀다. 당시 김씨의 얼굴과 옷, 거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훔친 물건을 담을 가방이나 흉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최군은 경찰에서 “뒤진 흔적은 있었지만 크게 어지르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김씨가 침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마주친 것 같다. 흉기를 꺼내거나 내게 달려들 기세는 없었다”며 “112에 신고할 때 김씨는 피를 흘리면서 엎드린 채 아무런 움직임 없이 코를 골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의식을 잃은 김씨는 곧바로 원주 모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뇌출혈과 외상 등에 따라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두개 감압술과 혈종 제거술 등 수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최군을 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개월 후 김씨의 보호자 역할을 하던 형은 동생의 병원비가 당시 2000만원에 이르자 괴로워하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 1심 징역 1년 6개월…“정당방위 한도 넘었다”구속 7개월 만에 ‘보석’ 석방징역 1년 6개월·집유 3년 확정1심을 진행한 춘천지법 원주지원 박병민 판사는 2014년 8월 최군에게 “절도범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고 했던 김씨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위행위의 한도를 넘어섰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나아가 김씨의 형이 목숨을 끊어 유족이 된 형의 아들이 최군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1심 선고 4개월이 지난 그해 12월 25일 김씨는 ‘식물인간’으로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다 끝내 숨졌다. 검찰은 최군의 공소장을 상해치사 혐의로 변경했다. 최군은 “알루미늄 빨래건조대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다. 내 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항소했다. 최군의 변호인도 “최군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당연하고, 도둑을 다소 과도하게 제압했더라도 과잉방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면서 “최군의 폭행과 도둑이 9개월이 지나 폐렴으로 사망한 것에는 다른 요인이 개입될 수 있어 직접적 인과 관계를 확증할 수 없는 만큼 상해치사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최군은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이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받아들여 구속 7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석방됐다. 최군은 “김씨가 엄마와 누나가 쓰는 방에서 나오고 현관에 엄마 신발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엄마·누나를 강도하거나 성폭행한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 “또 김씨가 거실의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달려들지 모른다고 생각해 공격했다”고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군대도 가고, 대학도 가고 싶다. 반성하고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항 안 할 때 도둑의 침해는 종료”“발단은 도둑이 제공, 500만원 공탁”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 심준보)는 2016년 1월 최군에게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구속하지 않는 대신 재범 방지를 위해 24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 사망진단서에 직접 사인은 폐렴이지만 그 발병 원인은 두부 손상 후유증”이라며 “국가가 개인 침해를 보호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서 스스로 구제하는 것은 감경 요인이지만 사적 보복이나 공격의 한도를 넘은 것이 분명한 행위는 정당방위뿐 아니라 과잉방어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최군 집을 침입해 훔칠 물건을 물색한 것은 부당한 침입이 인정되나, 최군과 마주치자 대항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그의 부당한 침해는 종료됐다”면서 “최군은 김씨가 ‘몸을 반쯤 일으켜 이동하며 침해할 것을 예방하려고 추가 폭행했다’고 주장하지만 공격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차 폭행과 최군이 1층으로 내려가려다 추가 폭행한 것은 지쳐서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싸우는 것과 다른 이질적 행위이고, 그때는 흥분상태도 가라앉았다고 볼 수가 있다”며 “최초 폭행과 추가 폭행을 하나의 연속 행위로 묶어 동일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76% “정당방위다”한국은 ‘정당방위’ 매우 엄격…“도둑은 죽여도 된다” 우려재판부는 “최군 측은 ‘외국의 일부 국가는 (범인을) 총으로 죽여도 정당방위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같은 내용의 진정서도 들어왔다”고 밝힌 뒤 정당방위 관련 외국 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치명적인 힘을 행사하려면 (범인 공격으로 인한) 후퇴가 있어야’, 기본적으로 정당방위가 성립된다. 오히려 “남의 집에 침입한 사람이 집주인의 과격한 공격을 방어한 걸 정당방위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독일은 ‘경미한 (자신의) 법익을 보호하려고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법감정 및 자연법에 반한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프랑스는 “공격의 심각성에 비례하지 않는 방위 수단을 쓰거나 공격에 직면한 순간이 지난 뒤 방위를 개시한 경우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일본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어쩔 수 없이 취한 행위’가 아닐 경우 맨손 공격 침입자를 위험한 물건으로 살상하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군이 김씨의 도주를 막을 의도였다면 집에 흔한 전선, 테이프, 넥타이 등으로 손발을 묶어두는 대체 수단으로도 가능했다”며 “구태여 빨래 건조대의 위험성을 판단하지 않더라도 최군이 김씨의 머리를 발 등으로 집중 공격했고,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했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최군의 행위가 정당방위는 아니지만 김씨가 사건의 발단을 제공했고, 그를 제압하려고 흥분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은 충분히 참작할 수 있다”며 “징역형을 유예하되 사회봉사를 명한다”고 했다. 집행을 유예한 이유로 최군이 ▲어려운 형편에도 김씨 유족을 위해 500만원을 형사 공탁하고 ▲스스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치료받았고 ▲아직 젊은 나이인 데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최군 어머니와 외조모, 이모 등 가족과 지인들이 한결같이 선처를 탄원하며 선도를 다짐하는 점을 들었다. 선고 후 법정을 나선 최군은 “돌아가신 김씨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떤 피해를 끼칠지 모르는데,가만 보고만 있으란 거냐” 비난도둑이 든 피해를 당한 집주인이 가해자로 바뀌어 처벌받자 여론이 달아올랐다. “내 집에 침입한 도둑이 어떤 피해를 끼칠지 모르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고, 범죄자에게 총을 쏘는 일이 빈번한 미국을 예로 들며 “한국은 도둑·강도를 모셔야 하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 언론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76.2%가 최군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라며 ‘무죄’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답했다. ‘지나치게 대응해 유죄가 맞다’는 의견은 10.9%밖에 안 됐다. 법률 전문가 중에도 “도둑이 크게 다치지 않았거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이 됐다면 좀 더 다른 판결이 나왔을 것”이라며 “한국은 정당방위에 엄격하다”고 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1988년 성범죄 남성의 혀를 깨물어 자른 여성이 구속됐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것과 같은 정당방위 인정 사건은 많지 않다. 최군 변호인은 “술에 취하고 극도의 공포를 느낀 상황에서 도둑을 제압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폭행이) 과했다면 과잉방위로 봐야 한다”며 “가족을 지키려던 행위를 단순 범죄로 판단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16년 5월 “항소심에서 정당방위 등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기각했다.
  • “0이 너무 많은 사건”…러, 구글에 ‘전세계 GDP’ 넘는 벌금 내린 까닭은

    “0이 너무 많은 사건”…러, 구글에 ‘전세계 GDP’ 넘는 벌금 내린 까닭은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루블.’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미국 업체 구글이 러시아에서 내야 하는 누적 벌금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RBC 등 러시아 매체는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구글에 부과한 누적 벌금이 2간(1간은 10의 36제곱) 루블에 달한다고 전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200구(1구는 10의 32제곱) 달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벌금은 세계 국내총생산(GDP) 추정액인 100조 달러(13경 7920조원)보다 많은 액수”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담당 판사는 “0이 너무 많은 사건”이라고 평했다. 천문학적 벌금 폭탄은 러시아 친정부 매체 차르그라드와 리아 통신의 유튜브 채널을 차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차르그라드 등은 차단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특별 군사 작전’에 나서면서 유튜브 채널이 차단된 RT, 로시야24 등 다른 친정부 매체도 구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법원은 구글에 러시아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불이행 시 매일 10만 루블(약 142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시 벌금이 매주 2배로 늘어나며 총액에 상한은 없다는 내용이 조항에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4년간 누적 벌금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구글은 2022년 러시아 법원이 자사 주거래 계좌를 동결하자 러시아 현지 법인 파산을 신청한 뒤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 벌금을 실제로 거둬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크툴루의 부름’ 등 핵심 다섯 편 우주적 공포 앞 나약한 인간 그려우생학 신봉·유색인종 혐오에도서브컬처·대중문화 전방위 영향 ‘크툴루 신화’ 창시자이자 현대 호러 문학의 아버지. 동시에 우생학을 신봉했던 인종차별주의자. 미국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의 두 얼굴이다. 그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분명한 건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산되는 거의 모든 호러 판타지 세계가 러브크래프트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어서다. 최근 출간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을유문화사)은 작가 특유의 절망적인 세계관을 다시 한번 열어젖혀 독자에게 선보인다. 2010년대 초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전집이 번역돼 나온 후 약 10년 만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작품 다섯 편을 묶었다. 그가 창조한 신화적 체계를 뜻하는 크툴루 신화의 기초가 되는 ‘크툴루의 부름’을 비롯해 ‘외부자’, ‘벽 속의 쥐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우주로부터의 색’ 등이 담겼다. 인간을 압도하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고대의 우주적 존재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 크툴루와 그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그린 ‘크툴루의 부름’을 읽으면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앞서 많은 신화와 문학이 영웅적인 인간을 앞세워 악과 맞서 승리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러브크래프트는 정반대의 결말로 향한다. 인간은 우주적인 공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저 죽을 운명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이다. 요즘 장르문학계에서 ‘코스믹 호러’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세계관의 시작이 바로 러브크래프트다. 러브크래프트는 당대에 없었던 기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마냥 신봉하기에는 다소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그가 인종 간 우열을 전제하는 우생학을 따랐으며 반유대주의자였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작품 곳곳에서 흑인 등 유색 인종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러브크래프트가 오늘날 서브컬처, 대중문화에 미친 전방위적 영향을 생각하면 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을 빼놓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를 뿜어내며 촉수를 가진 해양생물 형태로 공포스러운 존재를 그리는 서구 호러·SF의 전통은 러브크래프트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인 ‘저그’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크툴루는 두족류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묘사되는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등장하는 문어 머리를 한 악당 ‘데비 존스’를 떠올리게 한다. ‘할리우드가 사랑한 작가’이자 그 역시 호러 문학의 거장인 스티븐 킹은 러브크래프트를 일컬어 “20세기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인 그를 능가한 사람은 지금껏 없다”고도 했다. 작품을 옮긴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러브크래프트가 추구하는 공포는 초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비과학적이지 않은 기이한 공포”라며 “작품 속 세계는 터무니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이지만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사건사고 몰려온다…‘우편투표’로 대통령 뽑으면 생기는 일[송현서의 디테일]

    사건사고 몰려온다…‘우편투표’로 대통령 뽑으면 생기는 일[송현서의 디테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전체 등록 유권자 수는 약 1억 6000만 명이다.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선거 캠프의 유세 활동도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현재 미국 곳곳에서는 사전투표 열기가 매우 뜨겁다. 미국의 사전 투표는 부재자 투표의 개념으로, 우편투표와 사전 투표소 투표 형태로 나뉜다. 전체 50개 주(州) 가운데 47개 주에서 사전투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 대선 때마다 논란이 되어 온 우편투표의 경우, 우편투표용지 신청 없이도 유권자에게 보내주는 주가 있고, 유권자가 요청해야 보내주는 주가 있다.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은 뒤 우편으로 다시 보내거나, 지역 곳곳에 설치된 투표함에 직접 넣으면 된다. 플로리다 대학 선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우편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6535만 155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7일 오후 8시 50분 기준 미국의 유권자 4198만 9199명이 사전 투표를 했다. 이중 우편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2133만 8290명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사전투표, 특히 우편투표를 이용하는 유권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말 많고 탈 많아도 꼭 필요한 우편투표미국에서 우편투표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는 1억 6000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드넓은 미국 영토 내에서 동시에 투표를 진행하고 이를 개표하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50개 주에 등록된 유권자 중 직업 또는 학업 등을 위해 다른 주에 거주하는 경우 투표를 위해 등록된 주로 이동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편투표가 발달했다. 문제는 우편투표를 둘러싸고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우편투표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편투표를 한 투표자가 투표용지 수거함에 넣는 과정에서 이를 수거하는 공무원이 표를 조작할 수 있다거나, 중복 투표, 대리 투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2020년 대선에서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중복 투표나 사망한 사람 대신 투표를 하는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미국의 우편 시스템이 너무 낙후돼 있어 우편투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연방우체국이 오랫동안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예산과 인원을 제대로 확충하지 못한 탓에 ‘배송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전체 유권자 중 3300여만 명 이상이 우편투표에 참여했는데, 이중 7만 3000여 표가 개표시한을 넘겨 도착하면서 결국 무효표가 됐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우체국 장비는 아주 오래됐다. 나는 우체국이 우편 투표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편투표 탓에) 누가 승리했는지 알 수 없어서 (선거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우편투표를 비난했다. 물론 트럼프가 낙후된 우체국 시스템만으로 우편투표를 비난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하는 것에 소극적인 청년층과 흑인들이 우편투표에 나설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 하에 우편투표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우편투표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봉투에 투표 날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우편투표를 개표하지 않게 해 달라는 공화당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자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하는 등 잡음이 잇따랐다. 공화당 우편투표 소송전 시작…승부에 변수될까올해 대선을 일주일 앞둔 현재, 이미 우편투표를 둘러싼 ‘불안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28일 오전 3시 30분경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투표함 2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보안요원에 의해 화재는 진압됐으나, 투표용지 3장이 불에 탔다. 같은 날 워싱턴주에 있는 또 다른 투표함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투표용지 수백장이 소실됐다. 현지 경찰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 있던 투표함 모두 내부에 발화성 장치가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와 관련한 소송전을 시작했다.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 주민 중 우편투표를 했으나 결함이 발견된 유권자에게 다시 직접 투표할 기회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연방 대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우편투표 시 투표용지의 비밀성을 담보 ‘속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투표자에게 다시 직접 투표할 기회를 주고, 해당 투표를 집계할 것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화당은 이러한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속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우편투표는 수천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집계 여부가 초박빙 양상의 이번 대선에서, 특히 최대 선거인단(19명)이 달린 펜실베이니아주에서의 승부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방대법원은 현재 보수성향의 판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공화당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경합주 조지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사전투표, 특히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비난했던 지난 대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경합주가 이달 초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은 탓에 대선 당일 현장 투표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 ‘유아인과 대마 흡연’ 유튜버, 1심서 벌금 500만원…“일행 권유로 범행”

    ‘유아인과 대마 흡연’ 유튜버, 1심서 벌금 500만원…“일행 권유로 범행”

    유명 유튜버 헤어몬(본명 김우준)이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과 함께 대마 흡연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를 받는 헤어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유아인의 헤어스타일리스트 겸 유튜버로 알려진 헤어몬은 지난해 1월 유아인을 비롯한 지인 4명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하던 중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헤어몬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유명 연예인 대마 사건에 연루돼 사건이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이라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적은 바 있다. 재판부는 “해외여행 중 일행들과 함께 여러 차례 대마를 흡연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일행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마를 수수·흡연했고 상습적인 흡연으로 보기 어려우며, 흡연한 대마 양이 많지 않다”고 양형을 설명했다. 유아인은 지난달 1심에서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마약 투약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헤어몬에게 대마 흡연을 요구한 혐의(대마 흡연 교사)에 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아인이 함께 하자고 해 당사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흡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아인의 2심 재판은 29일 열린다.
  • 美 정부, 북한군 우크라 파병 처음으로 공식 인정

    美 정부, 북한군 우크라 파병 처음으로 공식 인정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를 위해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지난 9일 김용현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말한 이후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온 미국 정부가 최초로 북한군 파병을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간 미국 뿐만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북한군 파병 소식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북한과 러시아도 NCND를 고수해왔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일주일 간 유럽 순방에 나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공식 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어 약칭인 ‘DPRK’로 북한을 칭하면서 “러시아에 DPRK군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북한의 지상군 배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대해 우리 분석가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공동 교전국이고, 러시아를 대신해 이 전쟁에 참여하려는 의도라면, 그것은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유럽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이 문제(북한군 파병)는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곤경에 처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쟁 장기화로 병력 수급난에 처한 러시아가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는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에 대해 NBC는 “이는 서방 동맹국을 뒤흔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관련, “미국은 특정 정책 영역과 관련해 어떤 것을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전에 자체적인 프로세스와 자체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정보국(GUR) 국장은 미국 출판사인 더워존(The War Zone)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이르면 23일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에 이곳을 침공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북한군 파병이 지난 6월 푸틴 방북 이후 체결된 북러조약상의 퀴드 프로 쿠오(서로가 가진 가치 있는 것을 주고 받는 대가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즉, 러시아는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하여 현금을 제공하고,특히, 전술핵무기, 잠수함, 미사일 발사시스템 등 ‘세계 2위 군사대국’ 러시아의 축적된 군사기술 노하우를 이전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부족한 병력과 탄약, 미사일을 제공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지난 6월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통해 확약된 ‘어느 한쪽이 적국의 침공을 받을 시 지체없이 상호 간 군사 지원’ 조항에 이러한 관계가 정확히 반영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4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해당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은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수백만 개의 포탄을 포함한 절실히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핵심 군사 기술을 대가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모두 무기 이전을 부인하고 있다.
  • “대통령이 국가 속였다”…징역 20년 선고한 ‘이 나라’

    “대통령이 국가 속였다”…징역 20년 선고한 ‘이 나라’

    중남미를 뒤흔든 브라질 건설사 뇌물 스캔들로 재판받은 페루 전직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페루 리마 제2형사법원의 자이다 페레스 판사는 21일(현지시간) 공모와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된 알레한드로 톨레도(78)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 6개월을 선고했다. 페루 대법원 소셜미디어(SNS) 채널에서 생중계된 이날 선고 공판에서 페레스 판사는 “피고인이 브라질 건설대기업 사업가들과 함께 거액의 자금 흐름을 불분명하게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1~2006년 집권한 톨레도 전 대통령은 수년 전 중남미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오데브레시 스캔들’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1940년대 설립된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는 중남미 지역에서 정부 발주 건설공사 수주를 대가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건설회사들과 카르텔을 형성해 수주한 공사를 나눠 가졌다. 정부 최고위층에 뇌물을 살포하며 관급 계약 수주와 대형 인프라 사업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승승장구하다가 브라질을 비롯한 관련국 사정 및 수사기관에 의해 비위가 드러나 결국 망했다. 오데브레시의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르셀로 오데브레시는 2015년 징역 19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2017년 감형받아 현재는 가택 연금돼 있다. 지난 4월 알란 가르시아 페루 전 대통령이 오데브레시 스캔들과 연루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권총으로 자살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톨레도 전 대통령은 인테로세아니카 수르 고속도로 건설 사업(2·3공구)을 밀어주는 명목으로 오데브레시로부터 3500만 달러(약 482억원)를 받은 뒤 자산 취득 경위를 거짓으로 꾸미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페루 사법당국의 포위망을 피해 잠적했다가 2019년 7월 미국에서 체포됐고 신병 인도 절차를 거쳐 지난해 4월 페루로 압송됐다. 페루 법원은 현재까지 톨레도 전 대통령의 수감 기간을 소급해 2043년 10월에 형기가 만료된다고 밝혔다.
  • [세종로의 아침] 김보라와 이균이 연결하는 세계

    [세종로의 아침] 김보라와 이균이 연결하는 세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한 독자의 댓글이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도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게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전제 조건은 외국 독자들도 모국어로 한강의 작품을 읽고 가치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되지 않았다면 노벨문학상도 불가능했다. 영국 런던의 대형서점 워터스톤스 온·오프 매장에서 판매 중인 한강의 소설은 10여권. 하드카피와 오디오북까지 발매된 ‘채식주의자’부터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온라인 서가를 채운 책들을 클릭하면 예외 없이 한 사람 이름이 뜬다. 맨부커상의 공동 수상자인 데버라 스미스. 한국에서는 책 표지에 번역가 이름이 표기되지만, 영미권 출판사들은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번역가가 표기된 건 번역의 예술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가 대장장이에서 유래한 스미스를 쇠 금(金)으로 옮기고, 데버라에서 음을 딴 한국 이름이 김보라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스물두 살 때 한국어를 독학했다.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소수 언어 번역 작품에는 냉담한 영국 출판계의 철벽을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문학으로 뚫었기 때문이다. 그가 ‘채식주의자’의 첫 20쪽 번역 샘플을 출판사에 투고했을 때 지금의 영광을 예감했을까. 스미스는 원작의 섬세한 문체를 살리기 위해 서울로 휴가를 와 한강을 면담하고, 모국어 독자들에게 ‘소주’, ‘언니’와 같은 한국어 표현을 알렸다. 한국어는 세계어 지위를 다투는 영어, 프랑스어와 호환성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고 2016년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 2019년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이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문학의 놀라운 승전보는 번역의 힘을 증명한다. 번역은 언어 작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로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고추장·묵은지 같은 한국 식재료와 비빔밥·떡볶이 등 전통 음식에 자기만의 상상력을 입힌 미식을 선보였다. 한국 이름 이균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한식 요리는 원전을 탁월하게 번역한 예시 아닐까. 그는 “한국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 주고 싶었다”며 “내게는 이 과정이 한국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김보라와 이균 같은 이들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이어 준다. 문학뿐 아니라 K팝, 드라마와 영화, 웹툰, 미술, 요리 등 장르를 불문하고 K콘텐츠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양질의 번역 덕분이다. 한국문학의 시간은 수십 년 전부터 외국어 번역을 지원해 온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의 숨은 공이 더해져 벼락같이 왔다. 번역가는 출발어와 도착어 사이의 ‘불일치’가 빚어낸 긴장과 갈등을 미학적으로 독해한다. 기계번역이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번역가를 가리켜 ‘배신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패배를 각오한 ‘순교자’라고 했다. 저작권 문제로 한번 번역된 작품은 수십 년간 재번역이 어렵다. 번역가는 작품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현실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의 ‘카르텔 논란’ 여파로 지난해 도서·출판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번역 지원 사업도 유탄을 맞아 내년 번역인력 양성 예산은 2022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철학자 김재인 경희대 교수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쓴 ‘안티 오이디푸스’를 10년 넘게 번역한 고료가 350만원이었다는 건 국내 번역가의 처우를 드러낸 일화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한국문학 해외 진출 회의에서 “데버라 스미스를 능가할 정도의 제자는 많지만, 번역가로 먹고살 수가 없는데 번역가가 되라고 차마 말을 못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떠들썩한 잔치판에 가려진 한국문학의 실상이다. 안동환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한강 효과’ 독서 후진국 문화 바꿀까…전국 도서관, 한강 책 분당 평균 3권 대출

    ‘한강 효과’ 독서 후진국 문화 바꿀까…전국 도서관, 한강 책 분당 평균 3권 대출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의 영향력이 강력하다.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전국 도서관 대출 순위까지 갈아치우고 있다. 18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전국 공공 도서관 1499곳에 소장된 한강 작가의 작품 20종에 대한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한강 작가의 저서를 대출한 사례는 총 1만1356건”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대출 1~10위도 역시 ‘한강’ 도서관 측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5~9일 닷새 동안 공공 도서관에서 한 작가의 책은 총 805건 대출됐지만, 10∼14일에는 1만1356건으로 1310.7%나 늘었다. 수상 전과 비교하면 14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분당 평균 3권꼴로 대출된 셈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지난 11일에는 대출 1~10위까지 모두 한강 작가의 책이었다고 도서관은 밝혔다. 서점 베스트셀러 1위는 ‘소년이 온다’(창비)였지만, 도서관 대출 1순위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널상을 수상해 한강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채식주의자’(창비)로 10~14일에 총 1382건이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력 진압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대출 건수는 1178건으로 2위, 4·3 제주 사건을 다룬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는 1152건으로 뒤를 따랐다. 나이별로 대출 현황을 보면 40대(2629건), 50대(2195건), 30대(1895건) 순이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의 대출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남, 경북, 강원, 전북에서 많이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韓 문학작품 외국 러브콜도 빗발 이뿐만 아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외국 독자들이 한국 문학작품들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강 효과’로 지난 16일 시작돼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문학 판권에 대한 문의가 예년보다 3~4배 늘어났다. 한강 작가의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펴내고 차기작까지 출간 예정인 출판사 문학동네에 따르면 예년에는 한국문학에 대해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문의가 많았지만, 올해 도서전에서는 영미권과 유럽 국가 출판사들의 판권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60여개 미팅 현장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축하 인사로 미팅을 시작한다”며 현지 분위기를 알렸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독일어판(번역 이기향)은 현재 예약 판매 중으로, 오는 12월 16일 아우프바우 출판사에서 출간되며, 미국 펭귄랜덤하우스 그룹은 이 작품의 영문판을 내년 1월 출간할 예정이다 한 작가의 작품 이외에도 조남주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를 비롯해 은희경, 최은영, 백수린, 김언수, 서미애, 조해진, 이슬아 등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도서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 작가와 작품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데 마중물이 되고 있다”며 “한국 힐링 소설이 대세였던 해외시장에서 순수문학이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 여심 공략 나선 트럼프 “난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

    여심 공략 나선 트럼프 “난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을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여성 유권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의 타운홀미팅에서 “나는 IVF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IVF의 아버지”라며 IVF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전날 조지아주 커밍에서 녹화돼 이날 방영된 타운홀미팅은 여성 진행자가 진행하고 여성 청중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난임 부부를 위한 IVF 시술 관련 모든 비용을 정부 혹은 보험사에서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낙태권 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 이번 대선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자 IVF에 부정적인 보수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좌클릭’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앨라배마주의 판사가 IVF 클리닉이 불법이며 폐쇄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뒤 케이티 브리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나는 IVF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고 2분 만에 이해했다. IVF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IVF를 위한 정당이고 우리는 수정을 원한다. 민주당은 우리를 공격하려 시도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더 IVF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과 관련해 자신이 재임 중에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보수 우위가 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젠 주(州) 차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52년 동안 이 나라를 분열시켰다. 그래서 각 주로 (결정권이) 돌아왔다”면서 “(각 주에서) 주민들의 투표가 있을 것이고 그 시스템을 통해 작동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옳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그 발언이 상당히 괴이하다고 본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자신을 IVF의 아버지로 부른 것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면 트럼프는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트럼프 낙태금지법 아래 살고 있는 사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IVF 시술이 위기에 처하면서 가족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커플들이 실망하고 피해를 보고 있는 사실에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그가 대법관 3명을 직접 선택하고 그들이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면서 전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면서 “그의 행동이 이 이슈에서 미국의 여성과 가정에 매우 해롭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낙태 이슈는 경제, 불법이민 등과 함께 3대 쟁점 이슈다.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연방 차원의 낙태권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면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경제, 이민 이슈 등에서 유권자에게 더 나은 평가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서는 열세에 있다.
  •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주목누벨퀴진에 한식 접목 인상적미학적 요리 연구 활발해지길조선시대에 있던 파인다이닝 진연·진찬, 식민지 되며 사라져새로운 재해석 통해 재생해야포장마차 배달음식이던 日스시 中딤섬도 원래는 길거리 음식고급화되고 서구 현지화로 성공맛의 균질화엔 소비자들도 책임노포 잇고 다양한 음식점 있어야K푸드 범위 확장 놓고 고민 필요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계급 전쟁’이 화제다. 출연한 요리사들의 식당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고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글과 동영상이 매일 쏟아지고 소비된다.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 시즌2’를 제작, 내년 하반기에 공개하기로 했다. ‘흑백요리사’가 우리 음식문화와 사회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도 불고 있는데 한식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국내 최초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교수에게 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는 주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지난 8월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라 인터뷰는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흑백요리사’에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에드워드 리, 이균의 출연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누벨퀴진에 한식을 계속 접목시키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한식이나 유사한 한식이 결승전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한국 요리 경연인데 왜 한식이 힘을 못 쓰냐는 지적이 나왔을 거다. 한식 하는 분들과 통화했는데 프로그램에서 한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인이면서도 이탈리아·프랑스·일본·중국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줬다. 개인적으로는 한식이 계층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은 아직 오트퀴진이나 누벨퀴진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지 않았다. 5~6년 사이 한식을 하는 분들이 파인다이닝을 시작했는데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이 표준 한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한식을 미학적 요리 관점에서도 활발히 연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오트퀴진은 18세기에 자리잡은 프랑스 왕실의 전통 코스 요리를 뜻한다. 이에 반발해 100년 뒤 가벼운 요리를 지향하는 누벨퀴진이 등장했다. 오트퀴진은 육류 중심의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를 사용하고 누벨퀴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료로 짧은 시간에 요리한다. 둘 다 완성도 높은 음식, 파인다이닝이 목표다.) -국내에서 파인다이닝이 수용될 수 있을까. “서구는 산업화를 거치고 시민사회가 되면서 집밥과 음식점 식사가 분리됐는데 한국은 아직 집밥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점에서 먹어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식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20~30대가 주류가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파인다이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는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다. 조선 성리학을 좋아하는 일본 기업가가 20년 전에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매년 한국인 학자 10여명을 불러 심포지엄을 했다. 그리고 최고급 식당에서 1인당 3만~5만엔의 식사를 대접했다. 언젠가 식사 끝나고 헤어졌는데 남성 교수들이 다른 곳으로 몰려가길래 몰래 따라가 봤더니 라면집으로 갔다고 했다. 누벨퀴진은 양이 적다. 그걸 2시간 설명 들으면서 먹고 나면 나도 배가 고프다. 5060은 포식의 세대다. 식민지, 전쟁, 가난, 압축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포식하기를 원했다. 우리에게도 파인다이닝이 있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일상과 잔치를 구분해 일상에서는 소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에서는 단품 요리와 여기에 맞춘 술 또는 음료가 나왔다. 보통 요리 7가지에 술이 하나씩 나왔는데 많으면 9번, 적으면 3번이었다. 식민지가 되면서 사라졌다. 당시 메뉴와 음식을 내는 방식을 재해석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재료들을 개념화하고 연구하며 요리 기술이 있는 분들과 공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다음달 궁중음식전시회가 열리는데 한국식 누벨퀴진 재생에 필요한 행사다.” -일본과 중국은 어떤가. “일본의 스시는 18~19세기 포장마차에서 배달했던 음식이었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에 냉장시스템이 갖춰지고 누적된 노하우가 터지면서 고급화됐다. 198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스시 열풍을 일으켰던 요리사 노부 마쓰히사는 페루 등에 살아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유명 배우들과 교류했다. 당시 일본이 워크맨 등 작은 물건을 잘 만든다는 명성까지 더해져 스시가 고급화됐다. 중국 딤섬도 원래 길거리 음식이었다. 화교가 200년 전 서양으로 이주하면서 송나라의 음식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송나라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살던 나라다. 런던에 중식점 하카산(홍콩계 영국인으로 요리 컨설턴트로 유명한 앨런 야우가 운영하는 체인점. 마이애미, 두바이, 상하이 등 세계에 14개 지점이 있다)이 있는데 중식을 누벨퀴진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평가된다. 한식의 현지화가 중요하다. 이민자들의 향수를 당기는 음식이 아니고 한국 음식의 기본을 가지고 현지인들이 자기화해야 한다.” -현재 한식 수준은. “강의할 때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국에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약속해서 감자탕집에 가라. 감자탕을 먹으면서 영상통화를 하면 거의 똑같은 맛과 모양의 감자탕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라고. 그만큼 맛이 균질화돼 있고 체인점화돼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소유 형태에 따라 맛의 계급을 나눴다. 프랑스인을 인터뷰해 보니 계급에 따라 즐겨 먹는 와인, 자주 가는 음식점 등이 구분됐다. 한국은 이런 구분이 안 된다. 급속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200년 동안 성장한 국가들의 경험과는 다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노포가 이어지고 중심가에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이 자리잡아야 한다. 경제적·문화적 수준에 맞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야 한다. 요리 수준과 서빙 방식도 마찬가지다. 음식 소비를 맛과 가성비에만 한정하지 말고 주방과 홀의 수준도 함께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의 균질화·체인화에는 소비자들 책임도 있다. 가지김치나 수박껍질김치, 호박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서 돈을 받겠다고 작정하는 요리사가 있어야 하고 그걸 돈 내고 먹겠다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김치는 무한리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음식을 레벨화해야 한다. 문화적 투자인데 식품회사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 투자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도하면 관료화될 가능성도 크다. 자발적 ‘미식시민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는 노포가 많다. “오래된 가족제도 때문이다. 가업을 장남이 이어받지 않으면 장남은 가족 구성원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성은 유지되는데 결혼식 등 가족행사에서 자리가 없어진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지매를 안 당하기 위해 물려받는 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을 가업으로 이어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근 들어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뜬 음식점이나 떡집들이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K푸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서양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의 경제적 수준이 중상위층에 해당한다. 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현재 인기를 끄는 것이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과 가공식품 중심이다. 이 범위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음식인문학자가 된 배경은. “1980년대 중반, 대학원을 식품영양학과로 가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남성이라고 안 받아줬다. 대학 전공인 사학과에서는 음식의 역사는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 문화인류학자는 현지조사를 하는데 현지조사에서 음식을 만난다. 모든 음식은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먹어 왔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해, 혹은 맛을 위해 문화적으로 적용된 결과물이다. 1960년대부터 문화인류학자들이 중심이 돼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고 이론화했다. ‘음식인문학’이란 용어는 내 논문을 책으로 만든 출판사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만들었다. 2010년대 당시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나는 음식인문학을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한다.” -책마다 긴 참고문헌과 각주가 인상적이다. “나는 푸드칼럼니스트가 아니고 학자다. 학술적으로 음식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쓸 때도 논문처럼 각주나 참고문헌은 반드시 넣고 있다. 매년 책을 1~2권 쓰느라 논문을 못 쓰고 있는데, 논문 검색만 하는 연구자가 내 책을 인용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보관된 자료의 양이 방대해 보인다. 중국·일본 자료도 많고. “연구비 받으면 하는 첫 번째 일이 외장하드 구입이다. 수십개의 20TB 외장하드에 관련 자료들이 다 담겨 있어 해외에 있어도 작업하는 데 별 무리는 없다. 지금 런던에서도 컴퓨터 3대 켜 놓고 작업하고 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가 번역된다는데.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제안이 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원고 샘플을 번역했는데 전체를 번역하자고 한다. 번역료가 2000만원 정도 필요한데 미국 출판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작품에 한정해 지원한다. 중국·일본의 음식 역사와 관련된 책은 오래전에 영어권에서 다양한 저자와 내용으로 출판됐고 2010년대 이후 베트남, 태국으로도 범위가 넓어졌다. 내 책은 이미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에서는 번역됐다. 영어로도 번역될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주영하 교수는 음식을 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연구한다. 음식의 역사에 대해 각종 문헌에 기반해 통념과 다른 사실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문화인류학자로서 관찰이 체화돼 매일 기록을 남긴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역사학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에서 민족학(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풀무원에서 김치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음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일본 가고시마대 심층문화학과(2007~2008년),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2017~2018년)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지냈다. 현재는 영국 런던대 SOAS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 ‘조선의 미식가들’ 등 20여권의 음식 관련 단독 저서를 썼다. 전경하 논설위원
  •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소설 한 권도 한 달 만에 뚝딱”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소설 한 권도 한 달 만에 뚝딱”

    TRPG 전문 출판사 차려 집필까지‘메르시아의 별’ 美·英서 동시 출간 “내가 하는 생각을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타인의 생각을 어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어요. 갑자기 이런 아이디어가 번쩍 들었어요. 한 달 만에 쓴 작품입니다.” 장편소설 ‘늑대 사냥’(사진·읻다)으로 최근 국립과천과학관 주최 SF어워드 대상을 받은 김성일(50) 작가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시점이 특정되지 않은 근미래. 태양계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고 그것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지구에 있는 국가보다 힘이 세다. 그 기업들을 운영하는 주체는 인공지능(AI)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어느 날 높은 지능을 가진 늑대가 등장하고 기업은 이 늑대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늑대는 쫓기는 도중 AI 전문가인 어느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그와 엮인다. 이 늑대와 할머니 그리고 사냥꾼이 벌이는 짜릿한 추격전이 소설의 뼈대다.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어요.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는데 고시 공부는 성정에 안 맞더라고요. 그만두고 TRPG 전문 출판사를 차렸죠.” TRPG란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의 약자다. 4~5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하면서 즐기는 놀이다. 한국에 TRPG가 생소하던 시절 김성일은 외국에서 TRPG 서적을 들여와 번역하고 간단한 세계관은 직접 쓰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쓴 TRPG 세계관을 한 장르문학 출판사에서 보고는 ‘더 길게 써 보자’고 제안했다. 2016년 그의 첫 작품 ‘메르시아의 별’(온우주)을 쓰게 된 배경이다. 이 작품은 최근 ‘옛 왕가의 피’라는 제목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특히 미국판 출간처는 영미권 4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맥밀런의 계열 출판 브랜드 ‘Tor’에서 나온다. “‘메르시아 3부작’으로 불리는 트릴로지의 1권이었어요. 한국에선 절판됐는데 미국에선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3권을 한꺼번에 계약하게 됐습니다. 제가 영어권 TRPG 번역을 많이 하기도 했고 자주 읽는 소설도 영어권 SF나 판타지거든요. 제 작품의 분위기가 영미권과 친화성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메르시아 3부작’은 앞서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영어로 옮긴 번역가 안톤 허가 번역을 맡았다. 김성일은 “작품을 많이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장편소설도 한 달 만에 뚝딱 써내는 만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장르문학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익숙한 요소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익숙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것을 뒤트는 것도 필요하겠죠. 결국 장르문학을 즐기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 공유하는 커다란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치 하나의 부족(部族)이라고 할까요?” 오경진 기자 장편소설 ‘늑대 사냥’으로 국립과천과학관 주최 ‘SF어워드’ 대상을 받은 소설가 김성일은 16일 “영어권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어서 그런지 제가 쓰는 소설은 그쪽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며 “향후 영어로 소설을 쓸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 “‘부부 강간’은 성폭력 아니다”…‘강간 공화국’ 인도 법원의 황당 판결 이유 [핫이슈]

    “‘부부 강간’은 성폭력 아니다”…‘강간 공화국’ 인도 법원의 황당 판결 이유 [핫이슈]

    인도 정부가 부부 강간을 범죄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할 것”이라고 밝혀 인도 국내외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CNN의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 현지법에 따르면 아내가 18세 이상이라면 남편이 아내에게 성관계 또는 성적 행위를 강요해도 강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해당 조항에 대해 오랫동안 반대해 왔으며, 2022년 당시 델리고등법원이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내린 이후 현재 국가 최고 법원은 해당 조항을 개정해려는 청원을 심리 중이다. 앞서 지난 7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는 과거 형법을 개정해 새 조항을 내놓았지만, 부부 강간에 대한 면제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인도 당국은 현지 운동가들의 ‘부부 강간 불법화’ 주장에 대해 “남성이 아내에게 성적 행위와 성관계 등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형사적 결과’에 직면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부관계 및 결혼 제도에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쳐 왔다. 또 인도 정부는 부부 강간을 범죄로 분류하는 것은 “과도하게 가혹한 처사이므로 (성별에 따라) 불균형적일 수 있다”면서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기존 법률이 ‘결혼 내 합의’를 보호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마디아프라데시주의 한 판사는 남편이 ‘부자연스러운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한 여성이 낸 소송과 관련해 부부 강간 면제 조항을 인용한 판결문에서 “(부부 관계를 거절하는) 아내의 동의는 중요하지 않다”며 여성의 소송을 기각했다. 인도 형사법 전문가인 은타샤 바르드와즈는 “이것은 인도가 우리 문화에서 성폭력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인도에서 성폭력은 여성의 일부라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인도민주여성협회의 사무총장인 마리암 다왈레는 “인도에서 여성은 독립적인 인간, 국가의 독립적인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고 남편의 부속물처럼 여겨진다”면서 “우리 협회로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부부 강간 피해를 호소하지만, 종종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부부 강간 피해 여성)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 여기고, 그것이 범죄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부부 강간이 불법이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인도 문화는 그 폭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부 강간 피해 여성들, 어떻게 신고하나CNN에 따르면 인도에서 강간을 주장하는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몇 가지 방법이 있으나, 형사 처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법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부부 강간 피해 여성은 민법에 따라 가처분 명령을 청구하거나, 강간을 제외하고 성적 폭행을 다루는 인도 형법 제 354조, 인도 가정폭력법 등에 따라 기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현지 문화 특성상 해당 여성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단계에서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남편에게 생활을 의지하고 있는 아내의 경우 신고 조차 어려울 수 있다. 남편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한 여성은 CNN에 “세 자녀를 키우는 상태에서 남편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면서 “떠날 방법이 없는 나와 같은 여성을 위해 부부 강간을 불법화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1991년에 부부 강간을 불법화 했으며, 미국 역시 주 전체에서 이를 불법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40개국이 부부 강간 문제를 다루는 법률이 없으며, 그러한 법률이 있는 국가 중 일부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 합의 없는 성관계에 대한 처벌은 다른 강간 사건에 비해 처벌 수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 英, 한강 ‘한글 원서’도 품절… 伊·佛 연극 무대 오르는 ‘채식주의자’

    英, 한강 ‘한글 원서’도 품절… 伊·佛 연극 무대 오르는 ‘채식주의자’

    런던 서점 작품 배치 하루 만에 매진美전역서도 “재입고에 최소 일주일”伊극단, 25일부터 넉달간 연극 공연 中 “한류 세계화 정책 성과” 분석도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언어의 장벽을 뚫은 한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국 서점가에서 그의 책이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신드롬’이 생겨났다. 이탈리아에서는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제작돼 유럽 무대에 오른다. 이번 수상을 두고 ‘한류를 세계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오랜 정책적 지원이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의 대형 서점 포일스는 “전날 한국문화원과 함께 마련한 ‘한강 특별 코너’에서 번역본은 물론 한글 원서도 하루 만에 매진됐다”고 전했다. 영국은 2016년 한강에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안겨 세계 무대에 소개한 인연이 있다. 포일스 측은 “2015년 출간된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노벨상 수상 이전에도) 매달 20~50부씩 팔리는 꾸준한 작품이었다”면서 “‘소년이 온다’는 모두가 읽고 싶어하는 책인데 현재 (인기가 너무 많아) 재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해 출간한 그라세는 이날 “책이 없어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에서 1만 3000부가량 팔렸는데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구입 문의가 쇄도하자 8000부를 긴급 인쇄한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대형 서점 반스앤드노블에서도 한강의 저서가 동났다. 서점 측은 “그가 쓴 모든 책이 매진됐다”면서 “미 전역 서점에서 그의 책을 찾고 있어 공급이 달린다. 재입고에만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고 내다봤다. ‘채식주의자’는 연극으로도 제작돼 관객들을 만난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INDEX)가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린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극단의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2018년 친구를 통해 한 작가의 책을 추천받고 ‘채식주의자’를 읽은 뒤 감명받아 연극을 기획했다”면서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작가 활동에 임한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돼 매우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중국 작가 찬쉐의 수상이 불발됐지만 중국 매체들은 한 작가의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문학평론가 하오란 난카이대 교수의 글을 인용해 “‘한류’를 세계적 문화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장기적 노력이 노벨문학상이라는 결실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하오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 설립과 한국문학번역상 제정 등을 주요 노력 사례로 소개한 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뒤로 전문 인력 양성과 창작 환경 개선, 해외시장 진출 등 구체적인 계획을 짜 시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간 중국, 일본에 비해 덜 알려진 ‘K문학’이 한 작가 수상을 계기로 K팝·K드라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김혜순·이성복·정보라… K문학의 독보적 감각, 세계가 러브콜

    김혜순·이성복·정보라… K문학의 독보적 감각, 세계가 러브콜

    김혜순 美서 문학상… 한국詩 통해이성복 시집도 내년 안톤 허 번역정보라 작품, 獨·中 번역 출간 예정지난 10일(현지시간) 한강 작가의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세계적으로 한국문학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수상은 뜬금없이 이뤄진 게 아니다. 서구문학과 다른 한국문학만의 독보적인 감각을 향한 수요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진 바 있다. 한국에서 한강과 함께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문인은 시인 김혜순이다. 최돈미 시인이 영어로 옮긴 시집 ‘날개 환상통’이 올해 초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으면서 한국의 시도 국제적으로도 읽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국내 문학계에 심어 줬다. 김혜순은 이전에도 ‘죽음의 자서전’이 한국 시집 최초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죽음의 자서전’은 현재 재독 철학자·번역가인 박술이 독일어로 옮기고 있다.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판은 내년 2월쯤 현지 대형 출판사인 ‘피셔’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김혜순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혀 없는 모국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는데,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시인 파울 첼란(1920~1970)의 게오르크 뷔히너상 수상 연설문 ‘자오선’에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첼란의 ‘자오선’은 현대 독일문학에서 세기의 명연설로 평가되는 텍스트다. 김혜순과 함께 한국 현대 시의 거목으로 꼽히는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이 내년에 영어로 번역돼 미국 독자와 만날 계획이다. 이 시인의 책은 미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형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한국문학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2011년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이후 두 번째다. 유명 번역가 안톤 허가 번역을 맡았다. 안톤 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소설가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영어로 옮긴 인물이기도 하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정보라의 2023년 작 ‘한밤의 시간표’도 독일어, 중국어로 각각 번역돼 현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번역가 최애영, 쥐디트 벨맹노엘의 번역으로 프랑스에 소개됐던 김숨의 소설 ‘떠도는 땅’은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올해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1차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번역가 재닛 홍의 번역으로 미국에 소개된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하성란의 소설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는 2020년 미국 출판 분야 전문 주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톱10’에 뽑히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마키노 미카가 번역한 소설가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서점대상을 차지하며 대중문학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스페인어), 이유리 소설 ‘브로콜리 펀치’(스페인어), 조남주 소설 ‘귤의 맛’(독일어) 등 최근 작가부터 박태원(1910~1986) 소설 ‘천변풍경’(프랑스어) 등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작가의 작품까지 조만간 외국어로 번역된다. 또 한센인이었던 시인 한하운의 작품세계를 연구한 ‘한하운 평전’도 일본어로 옮겨지는 등 한국문학의 다채로운 모습이 조만간 세계인과 만나 한국문학의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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