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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렉시트 쇼크 이후] 정치적 주권 얻고 경제실리 잃는 영국…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우려 고조

    [브렉시트 쇼크 이후] 정치적 주권 얻고 경제실리 잃는 영국…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우려 고조

    안 그래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전 세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새 암초를 만났다. 영국은 EU 탈퇴 결정으로 정치적 주권은 회복할 수 있겠지만 ‘유럽 금융허브’로 상징되는 경제적 실리는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국발 충격에 따른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英 10~15년 경제 후퇴… GDP 10%↓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최대 교역파트너인 EU와의 교역이 축소돼 10∼15년에 걸쳐 경제가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기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5%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금융기업 소시에테제네랄도 “브렉시트 이후 5년간 영국 GDP가 4∼8%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재무부도 “EU에 남는 것과 비교해 2년 뒤 영국의 GDP는 3.6% 감소하고 실업자가 52만명 더 많아지며 파운드화 가치도 12%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의 신용등급 강등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정치와 금융, 경제적 리스크 때문에 조만간 영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을 것”이라며 ‘AAA’에서 ‘AAA-’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영국은 1973∼2014년 국민당 실질 GDP가 100% 넘게 증가해 미국과 호주, 캐나다를 앞섰다”면서 “이는 영국이 EU라는 울타리 안에서 역내 국가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부활·수입물가 상승… 구매력 감소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양측 간 무역에 관세가 부활해 교역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90.1%에 달하던 영국의 무관세 수입 비중이 브렉시트 이후에는 69.5%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영국 전체 수입에서 관세가 부과되는 규모도 569억 달러에서 1760억 달러로 3배가량 늘어난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수입이 약 18억 달러가량 늘어나 국가 재정이 개선되지만, 자국 수출품에도 20억 달러의 관세가 부과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부정적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 영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 측면에서는 관세 효과에 환율 요인까지 더해져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올라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피어스 힐리어는 “영국이 EU와 새로운 무역 협정을 맺을 때까지 3∼5년간 불안한 시장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英 ‘금융 허브’ 지위 유지 어려울 듯 국제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지위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그간 영국은 EU의 금융정책인 ‘동일인 원칙’(EU 내 어느 한 국가에서 금융기관 설립 인가를 받으면 나머지 회원국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한 규정)을 활용해 “런던에 본사 혹은 지역 본부를 세우고 EU 전역에서 영업하라”며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덕분에 런던은 EU 내 헤지펀드 거래의 85%, 외환거래의 78%를 차지하는 유럽 금융의 최고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더이상 EU 회원국이 아닌 만큼 런던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의 역내 거래가 제한된다. 결국 기업과 인력들도 런던을 떠나 EU 내 도시로 옮겨갈 수밖에 없어 금융 경쟁력이 쇠퇴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는 “런던은 세계 금융 중심지 역할을 싱가포르나 뉴욕 같은 경쟁 도시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동휠·자전거 ‘불편한 동행’

    전동휠·자전거 ‘불편한 동행’

    “속도 느려 차도·인도보다 적합” “교통수단으로 이용 못해 불편” “자전거도 포화… 사고 위험 커” 정부 조율 속 시민들 찬반 논란 “지난해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도로에서 세그웨이와 부딪치는 사고가 나서 갈비뼈에 약간 금이 갔죠. 분명 세그웨이가 자전거도로에 들어오는 것은 불법인데 자전거보험사 말이 법적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에 각자 치료비나 파손비를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연히 억울했죠.”-회사원 김모(41)씨 세그웨이,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 수단을 차도가 아닌 자전거도로에서만 타도록 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 간 논란도 커지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 수단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형 이동 수단은 속도가 느려 차도에서 타기 위험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도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도로가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자전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곧 자전거도로는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개인형 이동 수단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자전거도로에 넣기는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올해 말까지 개인형 이동 수단에 대한 규격과 통행 방법 등을 마련해 자전거도로에서 개인형 이동 수단을 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개인용 이동 수단을 이용하려면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지만 속도가 시속 20㎞에 불과해 차도 통행이 힘들다”며 “인도에서는 보행자 사이를 위험하게 가로지르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한강공원에 있는 자전거도로에서 개인용 이동 수단을 탈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인도에서 탔다가 걸리면 범칙금이 4만원이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없다. 지난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개인형 이동 수단에 대한 안전기준과 통행 방법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이 논의 중이다. 경찰과 국토부 등이 개인형 이동 수단의 자전거도로 이용을 주장하는 반면 정작 자전거도로를 담당하는 행자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3월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가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이용도를 높이려는 입장에서 개인형 이동 수단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세그웨이나 전동휠이 놀이기구인지 교통수단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직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개인형 이동 수단이 자전거도로에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인형 이동 수단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미국에서 세그웨이가 개발될 때만 해도 1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가격과 형태로 출시됐다. 100만원 이하의 전동휠은 물론 20만~30만원대의 보급형도 나왔다. 개인용 이동 수단의 자전거도로 진입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이들은 자전거 동호회 및 대리기사들이다. 자전거 마니아인 이모(37·회사원)씨는 “가뜩이나 주말에 자전거도로가 붐비는데 여러 속도의 교통수단이 섞일 경우 접촉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리기사 정모(42)씨는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에 개인형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대리기사가 많은데 자전거도로에서만 타라고 하면 교통수단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여의도에서 개인형 이동 수단 대여점을 운영하는 김훈용(45)씨는 “자전거도로에서 타도록 하는 대신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고 안전장구를 갖추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선두 우버 vs 추격자 디디… 상처뿐인 ‘머니 레이싱’

    선두 우버 vs 추격자 디디… 상처뿐인 ‘머니 레이싱’

    우버, 사우디 업고 129억弗 유치 디디도 애플 등 73억弗 투자받아 “실탄을 확보하라.” 세계 1위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우버테크놀로지와 라이벌로 부상하는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이어 투자유치 무대에서도 불꽃 튀는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우버)와 애플(디디추싱) 등 세계적 거물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오고 있지만 중국 등 광활한 신흥국 시장에서 전면전을 펼치려면 무엇보다 실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이다. 디디는 최근 투자자와 은행으로부터 모두 73억 달러(약 8조 4242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탄 확보 소식이 우버의 투자금 유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디디는 애플에서 10억 달러, 중국 최대 국영보험사 중국런서우(人壽)에서 6억 달러 등 모두 4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확충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며 자오상(招商)은행 등에서 28억 달러의 대출도 받았다. 디디는 이번 펀딩 등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기업가치는 250억 달러로 높였다고 WSJ가 추산했다. 디디의 기업가치는 세계 스타트업 기업가치 1위를 자랑하는 우버(680억 달러)의 36%에 불과하지만, 우버차이나(8억 달러)보다는 30배 이상 높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자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디디의 복안인 셈이다. 현재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에서 디디의 몫이 87%를 차지해 13%에 불과한 우버를 압도하고 있다. 우버의 방어도 만만찮다. 디디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지금까지 129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百度) 등에서 12억 달러,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35억 달러 등 모두 107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우버도 불안했던지 바클레이즈와 모건스탠리 등을 통해 연 4~4.5% 금리에 2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우버와 디디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차량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운전자 역시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초기에 대규모 고정비용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몸집이 비교적 가볍다. 그렇지만 이들 업체가 천문학적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고 기업공개(IPO)를 피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일정 수의 운전자를 확보해야 하는 까닭에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사업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현금이 중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익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지난해와 올해 1월 각각 유출된 우버 경쟁업체 리포트와 우버의 투자자 보고용 회계장부에 따르면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버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6억 6320만 달러인 데 비해 순손실은 9억 872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양사는 그러나 시장점유율 전투에 승리해야 하는 만큼 간단없이 거액의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사와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현금을 날리며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실탄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는 우버 최고경영자(CEO)와 우버차이나 CEO를 겸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우버가 지난해 중국에서 보조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털어놨다. 이에 질세라 디디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서 우버 경쟁회사와 잇따라 손을 잡으며 ‘반(反)우버 동맹’을 짜는 한편 추가 실탄 확보를 위해 내년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이들 업체의 마케팅전이 강도를 높여 가야 하는 만큼 이들의 손실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IPO를 시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하면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유혈이 낭자한’ 이 재무제표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디디의 투자자인 GSR 벤처의 앨런 주는 “1차 걸프전에는 600억 달러가 들었다”면서 “디디와 우버는 200억 달러쯤 모았는데, 이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디디의 몸값이 비정상적인 흐름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맨해튼 벤처파트너스의 맥스 울프 스타트업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두 업체의 실탄 확보 전쟁은) 합리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소비 패턴·선호 트렌드 눈치챈 기업 ‘취향 저격’ 빅데이터로 마음 뺏는다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소비 패턴·선호 트렌드 눈치챈 기업 ‘취향 저격’ 빅데이터로 마음 뺏는다

    “한국은 빅데이터의 금광인데 제대로 캐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강연에서 톰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칼리지 교수가 청중에게 던진 말이다. 세계 3대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의 눈엔 천지가 금맥인데 이상하게 한국인들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것이다. 근거는 명확하다. 한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보급률(83.0%)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106.5%),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50.6%) 역시 글로벌 1위다. 심지어 국민의 정보기술(IT) 적응력도 뛰어나지만 정작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은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색다른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해보험과 공동으로 미국 시장에 보험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판매할 상품은 이른바 ‘텔레매틱스 보험’. 보험 가입자의 자동차에 이동통신 장비와 센서 등을 장착해 운전습관을 체크하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이다. 과속과 급제동·급가속 빈도, 운전 시간대, 급회전 각도 등 수집된 데이터는 보험료 산출의 새 기준이 된다. 평소 레이싱하듯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이듬해 보험료가 올라가지만, 안전운전을 습관화하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식이다. 운전습관을 연계한 보험은 이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미국 등에서 판매 중이다.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2011년부터 운행기록 자기진단 장치(ODB)로 운전습관을 분석한 뒤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할증하고 있다. 도요타는 분석에 한계가 있는 구형 ODB에 새 IT를 더해 좀더 정밀한 보험료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도요타의 행보는 단순히 사업영역 확장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위키본에 따르면 지난해 352억 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빅데이터시장 규모는 2020년 611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카드사도 다양한 방법론으로 빅데이터 시장을 파고든다. 비자(VISA)는 고객의 동의 아래 결제장소, 시간, 구입품목 등을 실시간 파악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 중이다. 점심시간마다 커피를 거르지 않는 A씨가 평소 애용하는 커피숍 근처를 걷고 있으면 곧장 휴대전화 문자로 할인 쿠폰을 발송하는 식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도 제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고객 계정을 자사 카드와 연동시켜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때 SNS를 통해 할인해 주는 ‘아멕스 싱크’를 출시했다. 고객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한 덕에 3년간 아낀 마케팅 비용만 90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호주 웨스트팩은행은 고객의 파산으로 인한 대출 부실 위험을 줄이고자 고객의 행동변화와 관련한 질적·양적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분석한다. 독일 도이치은행은 SNS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도입해 기존 신용평가 방법과 함께 대출업무에 활용한다. 씨티은행 역시 슈퍼컴퓨터로 고객의 금융거래 내역과 SNS 데이터 등을 정밀히 분석해 신용도 하락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을 걸러낸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 은행의 합종연횡은 더 광범위하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는 SNS 속 맞춤법을 개인 신용도 평가 변수로 이용한다.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고객은 그러지 않은 고객에 비해 돈을 연체할 확률이 15% 포인트가량 낮다는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연구를 근거로 삼는다. 심리 분석도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는 잣대다. 영국의 ‘비주얼DNA’는 홈페이지 방문자 등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진행한다. “친구와 약속이 있으면 보통 언제 나가나요”, “만약 인생이 연극이라면 당신의 역할은” 등 마치 심리테스트와 같은 질문을 던져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다. 단순하고 가볍지만 심리학과 통계학을 기반으로 철저히 계산된 질문이다. 국내 금융권에도 빅데이터는 생존을 위한 화두다. 다만 여러 제약 요건 등으로 업종 간 융합을 하기보다는 초보적 수준에서 각자도생 길을 찾는 분위기다. 그나마 카드사와 보험사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신한카드는 최근 몇 년간 2200만 고객의 카드실적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별 소비패턴과 선호 트렌드를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남녀를 각각 9개 고객군으로 추출한 후 유형별로 코드나인 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업계 최초로 자사 고객 카드결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혜택을 추천해 주는 CLO서비스(Card Linked Offer) ‘링크’를 도입했다. 별도 쿠폰이 없어도 결제를 하면 자동으로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씨카드는 올 하반기 카드 매출실적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체 상장사 중 카드 매출 실적이 늘어난 곳과 줄어든 곳을 분석해 정기적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에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해상은 미취학 자녀가 있는 고객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해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을 내왔다.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일수록 저속운전과 방어운전을 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킨다는 통계에 근거했다. 삼성화재는 10년 이상 된 1t 트럭의 보험료를 5~10% 인하해 준다. 통상 화물차는 운행거리가 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노후한 1t 트럭은 거리에 주차된 채로 과일이나 간이 음식 등을 파는 일이 많아 오히려 사고 가능성이 낮다는 데이터에 근거했다. KB손보도 지난 3월 빅데이터를 활용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실적이 많은 고객에게 최대 10% 할인해 주는 ‘대중교통 이용 할인 특별약관’을 내놨다. 대중교통시간과 반비례하는 자동차 이용률 등을 할인율에 반영한 상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빅데이터 활용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양새다. 일부 은행이 마케팅 분야에 빅데이터 분석을 사용하지만 과감한 투자보다는 대부분 시범서비스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미세먼지 대책 오늘 발표] ‘3無’ 미세먼지 대책, 국민 불신만 키웠다

    [미세먼지 대책 오늘 발표] ‘3無’ 미세먼지 대책, 국민 불신만 키웠다

    당정협의, 정책 없이 이견 확인 “70% 차지 비산먼지 대책 빠져” 기관별 배출가스 자료도 제각각 여당이 공식적으로 경유값 인상과 생선 등 직화구이집 규제 방안에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그동안 준비해 온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논란만 남긴 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또 정부의 대책에 미세먼지 최다 배출원인 비산먼지에 대한 것은 빠지고, 경유차 규제의 근거로 제시된 배출가스 데이터가 부풀려졌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일 열린 당정협의는 완성된 정책이 발표됐던 기존의 모습과 달리 주로 여당이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선에서 끝났다. 협의가 아니라 이견을 확인한 것이다. 여당이 증세 논란 부담에 경유값 인상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국무조정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 각 부처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이날도 “경유와 휘발유 가격을 어떻게 조정하고,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할지 여부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향후 정부의 정책은 경유차 감축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와 산업부는 경유값 인상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당장 중고차 시장에서 경유차 거래가격은 최대 20% 떨어지고, 보험사들은 하반기에 경유차의 보험료를 올릴 기세다. 2009년부터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펼쳐 온 경유차 장려 정책을 믿고 따른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에서 발생량이 가장 많은 비산먼지는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의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연간 4만~5만t인데 그중 3만~3만 5000t이 비산먼지”라면서 “기술적으로 비산먼지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의 근거로 내놓은 경유차의 미세먼지 등 가스 배출량 자료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기관에 따라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표류하는 이유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지목된다. 정용원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오염청정법을 제정하고 정부 독립기구로 환경청(EPA)을 설치한 미국처럼 우리도 환경데이터,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축적한 환경부가 대책 마련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책임에 걸맞은 권한도 함께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3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환경부 장관 주재로 대책을 발표한다. 총리 주재 회의에는 기재부,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행정자치부, 산업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장관과 기상청장 등이 참석한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미국 벤처 거물이 헐크 호건 동영상 소송 지원한 이유는?

    미국 벤처 거물이 헐크 호건 동영상 소송 지원한 이유는?

     미국 프로레슬링 스타 헐크 호건(63)이 자신의 섹스 비디오를 공개한 가십 전문 매체 ‘고커 미디어’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투자가 피터 틸(49)이 호건의 소송 비용을 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커는 과거에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앙심을 품은 틸이 고커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호건 측을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25일(현지시간)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호건(본명 테리 진 볼리아)이 플로리다주 소재 법원에 낸 소송 비용을 틸이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틸은 호건이 법무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돕기로 동의했다. 틸 외에 다른 이들이 호건 측을 지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오래 활동하며 유명해진 호건은 2007년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과 동의 하에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고커 미디어는 당시 호건의 친구가 숨겨 놓은 카메라로 찍은 성관계 영상을 2012년 입수해 공개했다.  호건은 고커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닉 덴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억 4000만 달러(1653억 원)을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올해 3월에 받아냈다. 1심에서 패소한 피고 고커 미디어와 덴턴은 “언론사의 문을 닫게 만들려는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손해 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항소심이나 상고심 등에서 1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상액이 확정된다면 고커는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커 미디어의 기업가치는 8300만 달러(980억 원), 연매출은 4870만 달러(575억원)다. 덴턴 CEO의 개인 재산은 1억 2100만 달러(1430억 원)이며 1심 배상액 중 그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000만 달러(120억원)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고커 미디어가 이런 일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으나 무용지물이 된 경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는 원고인 호건 측이 당초 청구 취지에 포함됐던 일부 내용을 삭제해 고커가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을 적게 받더라도 이를 보험금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일부 소송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추측된다. 호건 측의 목표가 돈을 많이 받아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고커 미디어가 문을 닫게 만드는 데에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소송에서 호건을 지원한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투자가 중 한 사람이다. 페이팔 공동창립자이자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이사회 의장, 페이스북 등기이사, 파운더스 펀드 매니징 디렉터, 와이컴비네이터 파트타임 파트너 등으로 재직중이다.  틸과 고커 미디어의 사이는 2007년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커가 폭로한 것을 계기로 극도로 악화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재테크] 오히려 손해보는 개인연금, “노후 대비 재테크 방법은?”

    [재테크] 오히려 손해보는 개인연금, “노후 대비 재테크 방법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매달 연금 및 보험료를 내는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많지만 최근 연금 수령액이 계약 당시보다 1억원 이상 깎인 가입자가 나오는 등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실제로 매달 일정액을 내면 높은 이율의 연금을 받을 줄 알고 개인연금과 연금보험에 가입했지만 막상 연금을 받아보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는 가입자들이 많다. 연금은 기본연금과 배당연금으로 나뉘는데, 보험사들이 기본연금만 7.5% 금리로 지급하고 배당연금은 운용수익에 따라 배당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일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최근 3년 간 모든 변액 연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알고 가입하지 않으면 노후 생활을 보장해준다는 개인연금 때문에 오히려 노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셈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금융 전문가는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노후 대비를 위해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이마저도 수령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난감한 경우가 생기고 있다”면서 “초저금리 시대에서 월급을 꼬박꼬박 모으는 것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개인연금 뿐만 아니라 부동산, 은퇴 플랜, 세무, 법률, 상속 등 다양한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목돈을 만들어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특히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받을 수 있는 ‘토탈 금융서비스’를 활용하는 편이 좋다. KH자산관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투자, 적금, 연금 등을 각각 다른 금융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토탈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개인이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재무상담 서비스, 목돈 재테크 관리, 저축방법 정보 등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재무설계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무설계기업들은 설계사가 개인 고객을 맨투맨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 KH자산관리 관계자는 “재무설계기업에 재무설계를 맡기면 설계사가 고객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해 전문적인 분석과 평가를 거쳐 최적의 재무설계안을 내놓는다”면서 “재테그 과정에서도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 등을 따져 자산을 관리해 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의 권력층의 재산

    중국의 권력층의 재산

     해외 재산 도피·탈세 정황을 담은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인척을 비롯해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2명의 친·인척도 등장하면서 중국 권력층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자형 덩자구이(鄧家貴)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공산당중앙 정치국 류윈산(劉雲山)·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의 친·인척도 조세 회피지에 유령 회사를 설립하거나 주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연루된 류윈산의 아들 부부와 장가오리의 사위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류윈산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는 중국의 대표적 헤지펀드를 운영하며 중신(中信)증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며느리 자리칭(賈麗靑)은 국가안전부장, 공안부장을 지낸 자춘왕(賈春旺)의 딸로 2014년까지 메릴린치은행에서 일한 금융권 출신으로 알려졌다. 장가오리의 사위 리성포(李聖潑)는 홍콩 부호의 아들로 홍콩 17개 상장사 이사로 등재돼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적어도 3명의 친·인척이 탈세·재산 도피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국제발전공사 사장과 자칭린(賈慶林) 전 상무위원의 외손녀 리즈단(李紫丹)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의 가족 및 친·인척도 등장했다고 NYT가 전했다.  강력한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펼쳐온 시진핑 정권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정부는 즉각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많은 댓글이나 외신이 올랐으나 즉각 삭제하는 등 전면적인 보도 통제에 들어갔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파나마 페이퍼스에 관한 외국 특파원들의 끈질긴 질문에 ‘포풍착영(捕風捉影·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쥐려고 애쓰다·되지도 않을 허황된 일을 하다)’이란 성어를 언급하며 “아무 근거 없는 보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7월 당시 자체 입수한 공문서를 분석한 결과 시진핑 주석 일가 재산이 모두 4억 3100만 달러(약 4986억 6700만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 주석이 공산당 고위직에 오르면서 그의 일가가 가진 기업 지분은 희토류와 부동산, 휴대전화 장비 관련 기업으로 계속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자산 규모가 17억 3000만 달러에 이르는 유명 희토류 업체 텅스턴그룹 지분 18%를 비롯해 평가액이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장 기술회사 주식, 부동산 회사 주식 등으로 평가액이 모두 3억 76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확보한 서류에서 시 부주석이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그의 딸 시밍쩌(習明澤)이 주식을 보유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업 확장을 위해 시 주석이 개입했다는 증거나 일가의 부정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시 주석 일가는 주식 자산 외에 부동산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홍콩에서 남중국해가 보이는 언덕에 시가 3100만 달러짜리 대형 빌라 외에 모두 2400만 달러에 이르는 6건의 홍콩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이상 같은 점퍼를 입고 다녀 ‘서민 총리’로 불린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일가의 재산은 무려 27억 달러(약 3조 1239억원)에 이른다고 NYT가 2012년 10월 폭로했다. NYT는 “정부와 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 총리 부인과 아들, 동생 등을 포함한 일가가 최소 27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원 총리의 외아들 원윈쑹(溫雲松)은 2000년대 초반 자신이 설립한 벤처기업 3개 매각 자금을 기반으로 2005년에 뉴호라이즌캐피털을 설립했다. 이 펀드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이 모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당시 태양광과 풍력, 건설장비 등 기업에 투자해 400%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 이 펀드의 운용자산은 25억 달러까지 불렸다. 국유기업 중국위성통신(CSCC) 회장인 원윈쑹을 아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업무에 활용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원자바오의 동생 원자훙(溫家宏)은 2003년 병원 폐기물 처리회사를 차린 뒤 중국 정부로부터 300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당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터져 원자바오가 폐기물 처리 규정을 강화한 직후였다. 그의 가족은 2004년 증시에서 18억 달러 규모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핑안(平安)보험에 미리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국무원이 2004년 보험사 상장을 허용하기 전에 투자조합을 통해 핑안보험 주식을 사들인 덕분이었다. 가족이 보유한 핑안보험 지분 가치는 2007년에 22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원자바오의 어머니 양즈윈(楊志雲)이 보유한 핑안보험 주식만 1억 2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자바오 일가의 재산은 그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가 보석 사업으로 큰 돈을 번 것이 밑천이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보석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페이리는 1980년대 정부부처인 지질부에서 규제감독관으로 일하면서 보석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국유기업인 중국광산보석 책임자로 일할 때 회사자금을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운영하는 귀금속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원자바오의 사위 류춘항(劉春航)은 중국은행업감독위원회 고위간부로 재직하면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2014년 밝혀졌다.  부패혐의가 드러나 기소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일가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당국이 저우융캉 가족과 측근 등으로부터 900억 위안(약 16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압수했다고 지난해 3월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검찰 당국과 당 감찰기구는 2013년말부터 2014년 3월까지 저우융캉의 일가와 정치적 측근들 300명 이상을 조사했다. 이에 따라 모두 370억 위안의 예금이 보관된 은행계좌를 동결하고 510억 위안 상당의 국내외 채권을 압류했다. 여기에다 326채의 호화 아파트와 황금을 비롯해 골동품, 그림, 고가의 술, 귀금속 등을 압수했다. 압수된 총 자산의 가치는 적어도 900억 위안으로 추산됐다.  얼마전 기소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뇌물 수수액이 1t이 넘는 현금과 보물을 챙겼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궈보슝이 무기와 훈련 등 핵심 군사 업무를 책임졌기 때문에 실제 (뇌물) 규모도 쉬차이허우와 구쥔산(谷俊山)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의 재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인민해방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궈보슝은 시진핑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 다음으로 직업군인 서열 1위였고, 쉬차이허우는 2위였다. 부정부패로 낙마한 구쥔산 전 총후근부 부부장의 재산이 300억 위안(약 5조 334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방광암으로 사망한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중국 인민해방군 부패의 몸통’으로 불렸다. 그가 사망함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형사소송법’ 제 15조에 의거해 공소를 중단되는 바람에 재산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1t 이상의 현금과 막대한 보물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봉황주간(鳳凰周刊)에 따르면 군 수사요원들이 베이징 푸청루(阜成路)에 있는 쉬차이허우의 호화 저택을 수색할 당시 2000㎡(605평) 규모의 지하실에서 1t이 넘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위안화 등을 발견했다. 당·송·원·명 시대의 골동품과 진귀한 보물 등도 함께 발견됐다. 봉황주간은 “쉬차이허우의 현금과 보석을 옮기기 위해 10대 이상의 군용 트럭이 동원됐고, 10일 이상이나 걸려 겨우 재물 목록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쉬차이허우는 집뿐 아니라 근무지였던 군사위 사무실 지하에도 보물창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쉬차이허우는 중국의 각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하이에서는 4살된 그의 손자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 최소한 4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개인 운전사도 뇌물을 중개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긁어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경제] “글로벌 포식자 中 안방보험… M&A로 검은돈 해외 유출”

    [글로벌 경제] “글로벌 포식자 中 안방보험… M&A로 검은돈 해외 유출”

    “그들의 베팅은 위협적이었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과 숨 막히는 ‘쩐의 전쟁’을 벌인 끝에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월드와이드’를 손에 넣은 메리어트호텔의 아르네 소렌슨 최고경영자(CEO)는 안방보험이 돌연 인수전에서 퇴각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말했다. ‘W호텔’, ‘셰러턴’, ‘웨스틴’ 등을 보유한 스타우드를 넣기 위한 안방의 공세가 “너무 집요해 판돈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메리어트는 지난해 11월 스타우드 호텔을 122억 달러(약 14조 1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안방이 지난달 14일부터 갑자기 인수전에 끼어드는 바람에 14억 달러(약 1조 6200억원)나 더 지불해야 할 판이다. 열엿새 동안 벌어진 인수전에서 베팅액은 128억 달러(안방)→132억 달러(안방)→136억 달러(메리어트)→140억 달러(안방)로 불었다. 승자는 메리어트이지만 세계 인수·합병(M&A)계는 안방보험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세계 보험·증권사와 호텔을 닥치는 대로 인수해 온 안방이 왜 중간에 ‘철군’했는지를 밝혀내야만 글로벌 포식자인 ‘차이나 머니’의 본질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이 올해 사들인 해외 기업은 1020억 달러에 이른다. FT,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경제지들은 안방이 인수전에 뛰어들자 맨 먼저 ‘은둔의 CEO’ 우샤오후이(吳小暉·50) 회장의 뒤를 캤다. 바이두에서 우샤오후이를 검색하면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지, 직업만 나올 정도로 그는 베일에 가려졌다. FT는 지난달 18일 “안방 측에 팩스를 보내면 치과병원이라는 응답이 돌아온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방 언론이 밝혀낸 우샤오후이는 저장성 원저우 출신으로 싱가포르국립대를 졸업했다. 지방 공무원 생활을 접고 자동차 렌털·매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004년 안방화재보험을 세웠다. 이후 부동산과 광산에 투자해 돈을 벌었고, 2010년에는 생명보험사를, 이듬해인 2011년에는 자산운용사를 세웠다. 2014년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과 네덜란드 보험사 비바트, 한국의 동양생명, 미국의 피델리티앤드개런티라이프, 미국 스트래티직 호텔앤드리조트를 거침없이 인수했다. 그의 뒤에는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세 번째 아내인 덩줘루이(鄧卓芮)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인 역시 저장성 유력자의 딸들이었다. 중국 혁명 원로 천이(陳毅)의 아들인 천샤오루(陳小)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가 안방보험의 등기이사였다. WSJ는 지난달 28일 “안방보험의 미로 같은 지분에는 무려 37개의 기업이 얽혀 있다”면서 “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산, 소유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FT는 “우샤오후이 회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안방보험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며 등급 평가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방보험은 세간의 눈초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달 28일 베팅액을 140억 달러로 높였다. 그리고 사흘 뒤 돌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왜? FT는 “우샤오후이의 날개가 감독 당국에 의해 꺾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이미 지난달 23일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보험사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인수를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규정도 모른 채 안방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계속 판돈을 올렸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은 확실하지만 이유가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소리’는 지난 5일 “안방보험의 M&A 자금이 권력자의 뒷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은돈이 해외로 탈출하려다가 막혔다는 얘기가 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 자본이 감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합리적인 방법이 M&A”라고 주장했다. 검은돈이 아니더라도 중국 당국은 요즘 외화 유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계속 위안화를 공략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 역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대비해 위안화 표시 자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해외 M&A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안방보험이 본보기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안방보험의 기업 사냥은 이대로 끝날 것인가? 블룸버그는 지난 4일 “M&A 시장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차이나 머니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안방이 당분간 큰 사냥은 못 하겠지만, 작은 먹잇감들은 계속 포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입증하듯 6일 안방이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과 계열사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국내 바이오 시밀러 ‘램시마’ 처음으로 미국시장 열었다

    국내 바이오 시밀러 ‘램시마’ 처음으로 미국시장 열었다

     셀트리온(서정진 회장)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항체 바이오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가 드디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FDA는 램시마가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성인 궤양성 대장염, 소아 및 성인 크론병, 건선, 건선성 관절염 등에 효능·효과(적응증)가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오리지널 약품인 존슨앤존슨의 ‘레미케이드’와 비교해 효능·효과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미국 시장에서 연간 최대 2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지널 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미국 매출액은 현재 45억 달러(약 5조 2000억원)에 이른다. 이 약제 성분인 인플릭시맵의 햑효 기전인 ‘TNF-알파 억제제’로 범주를 확대하면 관련 의약품의 미국 시장 규모는 약 172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램시마가 이 시장의 10%만 잠식해도 연 2조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미국은 보험사가 제약사와 약값을 협상해 약을 선택,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미국은 제네릭(복제약) 처방률도 88%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의약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에 그동안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시장 개방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의료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표준 치료법으로 권장해 온 유럽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 재정 부담이 심화하자 바이오시밀러에 시장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작시오’(산도스)를 처음으로 허가한데 이어 올해 FDA 사상 2번째이자,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램시마의 판매를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바이오시밀러란,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한다.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가지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뛰어나다. 또 개발이 까다로운 만큼 복제약을 만드는 데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이 기존 ‘1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들기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품목 허가를 받은데 이어 2013년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이어 2014년 8월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으며, 올 2월에는 FDA 자문위원회가 셀트리온의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램시마의 미국 내 마케팅 및 판매는 화이자가 맡는다. 미국 내 상품명은 ‘인플렉트라’이다.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실제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FDA의 미국 판매허가의 의미 셀트리온은 자사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FDA의 시판 승인을 얻어내면서 일약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판매가 이뤄진 데다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서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의 ‘마지막 고비’였던 미국 시장을 뚫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램시마가 이미 67개국에서 시판되고 있지만 ‘미국 시장’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대치로 산정하자면, 램시마 관련 시장만도 20조원에 이른다. 실제로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는 연간 5조원 이상 팔리고 있으며, ‘TNF-알파’ 억제제로 범위를 확대하면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노바티스 그룹 산하 산도스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작시오’ 뿐이다. 램시마가 FDA로부터 두 번째로 승인을 받았지만,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첫 승인 약제인 작시오가 비교적 제조가 쉬운 1세대 단백질 의약품인 것과 달리 램시마는 이보다 분자 구조가 복잡한 항체 바이오시밀러이기 때문이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최근 10년 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10위 중 7개나 차지해 세계 제약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이같은 세계 시장의 동향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단일 제품으로 미국 시장에서 조 단위의 매출을 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없었다”면서 “단일 제품으로 조 단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서정진(60) 셀트리온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자동차 회사의 임원 출신으로, 황무지에서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시작한지 약 14년 만에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서정진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가 1985년에 ‘한국생산성본부’로 옮겼다. 그는 이곳에서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만나 34살의 나이에 대우그룹의 임원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회사를 떠났다가 약 3년 뒤 대우자동차의 옛 동료와 세운 회사가 셀트리온에 몸을 담았다. 당시는 정보통신(IT) 벤처 분야로 모든 관심이 몰리던 시절이었지만, 서 회장은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2013년부터 만료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처음에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낼 기술력이 의심을 받았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을 때도 ‘국내용’이라는 의구심이 뒤따랐다. 하지만 현재 셀트리온은 세계 70여개 국에서 렘시마를 판매하고 있으며,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 미국 시장에도 램시마를 진출시키는데 성공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이달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으며, 서정진 회장은 ‘자수성가형’ 1조 자산가로 우뚝 섰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을 93.9% 보유하고 있으며,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최대주주(19.3%)이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비밀계좌 열렸다… 부패 정권 시한폭탄 터졌다

    [글로벌 인사이트] 비밀계좌 열렸다… 부패 정권 시한폭탄 터졌다

    #1. 지난해 12월 스페인 정국은 격랑에 휩싸였다. 집권 국민당이 총선에서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23석에 그치면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권이 붕괴 직전에 내몰렸다. 2013년 불거진 비자금 은닉 사건이 단초를 제공했다. 라호이 총리의 ‘금고지기’로 불린 루이스 바르세나스 재무장관이 비밀계좌에 수천만 유로의 통치 자금을 숨겼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자금의 일부가 불법적으로 사용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스페인은 지금까지 총리 선출과 연정 구성이 미뤄지는 등 여진을 겪고 있다. #2. 2013년 4월 급작스럽게 사임한 프랑스 예산 담당 장관인 제롬 카위자크 사건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원 아래 탈세와의 전쟁을 주도했다. 하지만 스스로 비밀계좌에 자금을 숨겨 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다. 독재자의 검은돈이나 피 묻은 돈조차 아무렇지 않게 숨겨 주던 스위스의 은행들은 정치인이나 부호들의 재산 은닉처로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했다. 암호화된 계좌정보를 통해 철저하게 익명성이 보장된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검은돈의 종착점이란 오명을 듣던 스위스는 2018년부터 전 세계 97개국과 금융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에 앞서 각국 정부와 일부 계좌의 정보를 교환하는 등 비밀주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금융정보 공개는 검은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부패 권력의 파산을 예고하는 시한폭탄이다. 이미 몇몇 나라에선 부패한 권력이나 정권의 붕괴를 재촉하는 대형 스캔들이 거의 동시에 터졌다. 브라질의 대통령 탄핵 시위, 말레이시아의 총리 퇴진 집회,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대적 지도부 물갈이의 배경이다. 이 사건들의 이면에 숨겨진 동인(動因) 역시 스위스 비밀계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정권이나 권력을 휘청거리게 만든 ‘숨겨진 힘’이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신용으로 포장됐던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며 어디까지 열릴지에 관심이 몰린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비밀계좌 신화의 종언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정부와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검은돈 거래를 낱낱이 까발리면서 가장 궁지에 몰린 곳은 브라질 정부다. 국영 석유업체이자 브라질 최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와 관련된 부패 스캔들은 당초 수면 아래로 묻힐 것으로 여겨졌다. 일부 기업인과 정치인을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지만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했던 불법 자금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사건의 큰 줄기가 뿌리째 드러났다. ●판도라의 상자는 어디까지 열릴 것인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선거총책을 맡았던 주앙 산타나는 불법 자금 관리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장관들이 잇따라 사직하고, 관련자 수십명이 구속됐다. 칼날은 다시 호세프 대통령과 그를 후계자로 지명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이들이 소속된 집권 노동자당(PT)으로 향했다. 뉴욕타임스는 “호세프는 재선 후 중도 퇴진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정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하원의장인 에두아르두 쿠냐 역시 스위스 비밀계좌에 페트로브라스와 연계된 자금을 숨겨 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법처리 위기에 몰려 있다. 지난해 3월 의회 조사에선 이 비밀계좌의 존재를 부인했으나 스위스 은행 당국이 그와 그의 아내, 딸 명의의 계좌가 존재한다며 일가족의 금융자산을 동결하자 궁지에 몰렸다. 브라질 연방검찰도 쿠냐가 500만 달러(약 57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며 비리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후폭풍은 쿠냐가 몸담은 브라질 최대 정당인 민주운동당(PMDB)까지 번졌다. 쿠냐는 책임 회피를 위해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으나 최근 자신과 이 정당 수장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까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PMDB는 최근 PT와 연정을 끝내면서 차기 정부 출범 채비를 갖춘 상태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도 부패 스캔들로 같은 처지에 몰렸다. 폭풍의 진앙은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다. 6억 8100만 달러(약 78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이 1MDB로부터 나집 총리의 스위스 비밀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집 총리는 이를 부인해 왔으나 지난 1월 스위스 당국이 1MBD와 나집 총리의 관계 일부를 흘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스위스 검찰은 아예 1MDB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40억 달러(약 4조 6000억원)의 유용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국은 소용돌이치고 있다. 검찰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선물이라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오히려 대대적인 퇴진 시위로 확산됐다. 절친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집 총리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FIFA가 사상 처음으로 조직적 부패를 인정한 것도 스위스 비밀계좌가 탄로 났기 때문이다. 스위스 검찰의 비밀계좌 조사로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주최지 선정 과정에서 주요 집행부가 뇌물을 받았다는 구체적 혐의가 밝혀졌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FIFA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된 뇌물 수수도 인정했다. 더러운 권력으로 지탄받던 FIFA가 월드컵 개최와 관련된 뇌물 수수를 인정하고 자체 개혁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 비밀계좌는 왜 빗장이 풀렸나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계좌 정보는 어떻게 빗장이 풀리게 된 것일까. FT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격탄이 됐다고 해석했다. 각국이 세수 확보를 위해 은행의 돈세탁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덕분이다. 그간 돈세탁에 공조해 왔던 다국적 금융회사들에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됐다. 조세 회피처 역할을 했던 금융회사들도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정부의 도움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어 미국의 주도 아래 국가 간 범죄 혐의가 있는 금융계좌 정보를 맞교환하는 다자간 협상이 궤도에 올랐다. 스위스 정부도 미국 검찰이 요구하는 정보 제공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0여개의 스위스 금융업체가 미 법무부와 작성한 합의서를 분석한 결과 은행뿐 아니라 자산관리사, 투자사, 보험사 등에 약 1만개 이상의 미국인 비밀계좌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이곳의 비자금 규모만 100억 달러(약 11조 5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2009년 미국 정부가 미국인의 돈세탁에 협조했다며 스위스 대표 은행인 UBS에 8억 달러(약 9200억원)가까운 벌금을 부과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이어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스위스 은행들에 압박을 가하면서 스위스 비밀계좌의 관행도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스위스 정부도 비밀계좌를 보호해 주던 연방법 규정을 삭제하면서 법적 보호망을 거둬 버렸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의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요청하는 협정을 요구하자 비밀계좌 준수 규정을 없앤 것이다. 스위스의 태도 변화 배경에는 달라진 위상이 자리한다. 그동안 작지만 탄탄한 경제와 높은 안정성을 자랑해 왔으나 국가 이미지에 ‘검은돈의 은닉처’라는 이미지가 덧칠되는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WSJ는 설명했다. 나아가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이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진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뱃길 막히고 돈줄 마르고… 北 미사일 쏘며 전방위 압박에 대응

    북한 선박 입항 거부·화물선 몰수 EU, 北국영보험사 제재대상 추가 北, 1일 지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3일로 한 달이 됐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충실한 결의 이행과 더불어 독자적 제재까지 줄줄이 이어지며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그럼에도 북한이 여전히 도발적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 제재의 빈틈을 메워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전면적인 대북 제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및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는 “지금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할 때”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마저 직접 충실한 제재 이행을 약속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제재 이행의 실적도 가시화됐다. 이번 결의가 해운 제재를 강화하며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들이 곳곳에서 입항 거부를 당했고 필리핀에서는 OMM 소속의 화물선 ‘진텅호’가 몰수를 당했다. 또 한·미의 독자적 제재 대상인 김석철 주미얀마 북한 대사가 교체됐고 중국에서는 이용객이 줄어 북한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양자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 본사와 유럽 지사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 소재 보험사들은 과거 김정일이 외화를 잘 번다고 시계까지 하사했다고 한다”며 “이에 대한 EU의 제재는 국제사회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제재 의지를 가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견지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군사력 과시 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중·단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을 감행한 북한은 1일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참관하에 지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도 실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북한이 대화를 요구하며 국면 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11월에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극적인 국면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제재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결국 고강도 제재를 견디기 힘들게 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대출심사 로봇이 인종 차별한다면… 은행 책임? 개발사 책임?

    대출심사 로봇이 인종 차별한다면… 은행 책임? 개발사 책임?

    은행 대출심사 업무에 인공지능(AI) 로봇이 투입됐다. 이 로봇은 대출자들의 대출이력 등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날 로봇이 대출심사 과정에서 인종과 성별, 학력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은 로봇 개발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로봇 개발사는 “로봇이 스스로 학습해 판단한 결과”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사람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에 어떻게 윤리성을 담보할 것인지, 로봇의 비윤리적 행동에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는 머지않아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의 과제다. 통제권을 쥐어야 할 인간이 오히려 인공지능에 의존할수록 인공지능은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공지능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각자의 주인을 대신해 일을 하고 돈을 벌 뿐이지만, 인공지능으로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불편한 진실은 정작 못 보고 지나갈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전쟁에 투입된 드론은 중동 지역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있지만 ‘얼굴 없는 폭격’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모호하다. 자율주행차가 승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길을 걷던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을 덮쳐야 한다면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와 같은 윤리적 문제는 자율주행차 개발 진영의 난제다. 인공지능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술적으로 윤리성을 구현하는 방안이 미국 등에서 논의돼 왔지만, ‘킬러 로봇’처럼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보다 현실에 와 닿는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따로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 노동과 서비스직에서부터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부유층만이 인공지능을 통한 첨단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 되면 의료 불평등도 발생한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산업 인프라가 되는 시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지식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심각한 격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기반이 될 빅데이터의 수집과 공유, 확산이 본격화되면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환자의 질병 진단에 활용될 경우 개인의 의료정보가 병원과 보험사, 의료장비업체 사이에서 퍼져 나갈 위험도 높아진다. 인공지능에 모든 의사결정을 맡긴 채 의존하는 인간은 자연스레 존엄성을 상실한다. PC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지금까지의 신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파장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인간 사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기술 개발과 사용, 통제에 대한 윤리적·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윤리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벤츠재단은 2012년부터 150만 유로(약 19억 8000만원)를 투자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글도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당시 딥마인드 창업자들이 구글에 “군사적 목적으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통제권은 기업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인공지능 기술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인공지능의 사회·윤리적 규범의 토대를 닦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2014년 ‘로봇법’(RoboLaw)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로봇 규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총무성 산하에 ‘2045 연구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충격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보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윤리에 관한 논의도 뒤처졌다. 2007년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는 ‘로봇윤리헌장’의 초안을 마련하며 선진국보다 먼저 로봇윤리 법제화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지금은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해 학자들이 모여 ‘한국포스트휴먼학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에 인문학과 법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정보 사회 플랜’ 수립에 돌입했다.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알파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산업의 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함께 인공지능이 불러올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준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차이나머니, 美스트래티직호텔 삼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미국 럭셔리호텔 운영 그룹인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드 리조트를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미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드 리조트를 65억 달러(약 7조 761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드 리조트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과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포시즌스 리조트, 캘리포니아 하프문베이, 라구나 리겔의 리츠 칼튼, 샌디에이고의 호텔 델 코로나도, 맨해튼의 JW 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등 미국 내 16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 합의로 블랙스톤은 지난해 12월 스트래티직을 인수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4억 500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 블랙스톤은 당초 호텔 자산을 쪼개서 매각하려고 했지만 안방보험이 호텔 전체를 사겠다고 나서자 일괄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미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매입하는 등 호텔 인수에 적극적이다. 특히 2014년 힐튼으로부터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객실당 금액으로는 미 호텔 구입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자산 규모가 7000억 위안(약 128조원)에 이른다. 생명보험,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과 금융업을 하며 중국 5위권, 세계 10위권인 대형 종합 보험사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10여년 만에 대형 업체로 급성장했으며 회장 우샤오후이(吳小暉)는 전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맏딸 덩난(鄧楠)의 사위로 알려져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무역투자진흥회의] ICT·웨어러블 기기 접목… 고혈압·당뇨병 미리 막는다

    [무역투자진흥회의] ICT·웨어러블 기기 접목… 고혈압·당뇨병 미리 막는다

    “고령화, 의료비 지출 증가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헬스케어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며 우수한 기술 경쟁력, 세계적 수준의 건강 정보 빅데이터 등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 세계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을 포함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고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우선 의료 행위와 일반 건강관리를 명확히 구분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제시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관리 서비스업 신설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란 당뇨나 고혈압 등 질환을 미리 막을 수 있게 상담, 교육, 훈련 등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를 말한다.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가 급증해 이를 절감하려면 예방 관리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빈약한 공공의료체계로는 감당하기가 어렵고, 의료기관에만 맡기자니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예방 상담에 따른 수가(의료 행위에 대한 대가)를 신설해야 한다. 이래저래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니 건강관리 서비스를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맡겨 공공과 민간이 함께 질환을 예방하고 웨어러블 기기 등 연관 사업도 활성화하자는 게 건강관리 서비스 산업화의 취지다. 미국의 보험·병원 복합기업(HMO)이 이와 유사한 이유로 탄생했다. HMO는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고 보험 가입자에게 건강검진, 질병 예방, 건강 증진 서비스 등 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보험사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건강관리 서비스업은 질병을 예방해 지출되는 보험금을 줄이고 건강 증진 패키지 상품을 팔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려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보건소 서비스는 제한적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실제 건강관리 서비스업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이드라인 제정부터 쉽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만성질환 관리는 건강 증진과 예방, 치료가 밀접하게 맞물려 이뤄지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지 애매하다”며 “자칫 일반 업체의 건강관리 서비스업이 의료 영역까지 침범하면 의료 공급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동네 의원도 타격을 입게 된다. 국민 건강 증진과 예방이란 중요한 업무가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으로 점차 이전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식의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세요. 사람들이 공포에 떨 때가 살 때입니다. 비가 오고 눈이 쏟아지는 날이 있지만 언젠가는 지나가잖아요.” 미국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해 9개월 만에 수익률 1위로 끌어올린 존 리 대표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회용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리 대표는 대부분 주어와 동사만 사용하는 간결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미사여구를 붙인 말보다 의미 전달은 명확했고, 신념에 가까운 자신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리 대표의 성공 비결은 ‘장기 투자’ 한마디로 압축된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 사서 모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리 대표는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인은 50% 이상이 주식을 하는데, 한국인은 2% 남짓에 불과하다며 아쉬워했다. 술 마시는 데 쓰는 돈을 줄여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어치라도 주식을 사라고도 했다. 노후 대비가 바로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종목을 살지는 연구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리 대표는 “사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10초 이상 설명하지 못하면 사지 말아야 한다”며 “회사의 퀄리티를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경영진의 자질을 봐야 한다. 주주를 위하는지, 동업자를 잘 대하는지 눈여겨보라.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곳은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단언했다. 리 대표가 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하나만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모레퍼시픽”을 들었다. 이어지는 설명. “여기저기 벌였던 사업을 잘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제2, 제3의 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가 나와야 한다.” 2013년만 해도 10만원을 밑돌았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현재 40만원 언저리다. 리 대표가 올해 주목하는 업종은 헬스케어, 투자 지역은 중국 등 신흥국이다. 이달 초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했고, 중국·베트남·라오스·몽골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리 대표는 “이제 사람은 오래 산다. 과거에는 은퇴 후 일흔 살 정도까지 적당히 살다 죽었지만, 100살을 사는 시대가 왔다. 당연히 건강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의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육류 섭취가 많아졌고 질병도 늘었다. 많은 사람이 과체중, 당뇨병 등으로 고생한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보험사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으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해선 “한국이 20~30년 전 성장한 것처럼 중국이 뜬다. 앞으로 많은 회사가 생길 것이고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분명히 나온다.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대표는 부임 후 팀장과 본부장이 없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었다. 모든 보고는 이메일로 하며 결재 라인이 2단계를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고 아무 때나 휴가를 갈 수 있다. 본사도 고층 빌딩이 빽빽한 서울 여의도에서 한적한 종로구 북촌마을로 옮겼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다고요? 미국은 다 그래요. 권위적인 조직에선 직원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다른 의견, 새로운 생각을 수용해야 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올 1분기 대출 어려워진다

    올 1분기 대출 어려워진다

    올 1분기에는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다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꺼려해서다. 한국은행이 5일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가 -15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대출 심사 때 금리나 기간 등의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회사 수가 완화하겠다는 회사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조성민 금융안정국 과장은 “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부실 우려에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시행되면서 기업과 가계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올 1분기 -19로 작년 4분기(-13)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1분기(-22) 이후 가장 낮다.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도 작년 4분기 -3에서 올 1분기 -6으로 내렸다. 가계주택자금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13)와 같지만 가계일반자금 대출태도지수는 작년 4분기 -6에서 올 1분기 -13으로 급락했다. 상호저축은행과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들의 대출태도도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보전 때문에 신용카드사들은 카드론에 대한 대출태도를 완화(6→13)할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위험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에서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31)이 대기업(16)이나 가계(2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16일까지 국내 172개 금융회사의 여신업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머니 톡 머니 쏙] “强달러에 올라타라”… 안정형은 예금·보험, 공격형은 펀드

    [머니 톡 머니 쏙] “强달러에 올라타라”… 안정형은 예금·보험, 공격형은 펀드

    미국이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 투자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여전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 돈 풀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거꾸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거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내년에도 3~4차례 더 금리를 올리는 데 이어 몇 년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달러 투자금의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일부 국가는 국가부도 위기까지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업계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투자자 선택의 폭은 넓지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달러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러 투자를 할 때는 단기간에 환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자산 분배 차원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기초적인 달러 투자 방법으로는 달러 예금이 있다. 원화로 예금할 때처럼 시중은행에서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 목돈을 일정 기간 맡겨 놨다가 돌려받는 거치식예금, 일정 기간 또는 조건에 맞춰 납입하는 적립식예금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금리가 현저히 낮은 것이 단점이다. 1% 미만 금리 상품이 대부분이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때 최소 1% 이상의 환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환차익이 크게 나지 않으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김현식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개인이 투자 목적으로 이익을 내려면 10% 이상 환차익을 기대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환율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선반영돼 있어 환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달러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달러 보험이 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달러 보험은 AIA생명의 연금보험과 장기적립식보험, 알리안츠생명의 변액저축보험 등 3종이 전부다. 상품에 따라 현재 2~3% 연이율이 적용돼 예금 금리의 2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으로 보험사 제휴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보험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노승용 AIA생명 방카슈랑스부 차장은 “국내 주식 등 자산이 있는 고객에게는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자녀 유학이나 해외 이민을 준비하는 고객에게는 안정적인 자산관리 차원에서 달러 보험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예금이나 보험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대개 1% 안팎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특판 달러 RP의 경우 2%가 넘는 금리의 상품도 나온다. 만기에 이자와 환차익을 더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금이나 보험 상품에 가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둔다. 달러 예금·보험·RP 모두 환차익은 비과세고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만기까지 유지하지 않으면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금리의 절반가량이 중도해지 수수료로 나간다. 위험 부담을 하면서 좀 더 큰 수익을 내고 싶다면 달러 표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 랩어카운트가 적합하다. 달러로 투자하는 ELS는 S&P500 지수나 유로스톡스50 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품이 나와 있다. ELS는 추종하는 지수가 특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으로 달러 표시 ELS는 ELS의 수익률에 환차익을 더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달러 펀드는 채권형, 혼합형, 주식형, 자산배분형 등으로 나와 있으며 주로 미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와 글로벌 자산에 고루 배분하는 펀드가 있다. 투자일임형 상품인 달러 랩의 경우 펀드에 비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강(强)달러에 베팅한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증권사에 해외 ETF 거래 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채권·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에 투자하면 된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산의 대부분을 원화로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의 분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전에 따른 손실을 피하면서 달러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달러 선물 ETF가 대안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보다 크게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와 약(弱)달러에 베팅할 수 있는 인버스 ETF도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은행 노심초사… 보험사 학수고대… 증권사 좌불안석

    미국 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도 파급력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변동금리 대출이 ‘폭탄’으로 돌아올까 노심초사다. 채권 투자로 수익이 늘 것으로 보이는 보험권은 그동안 초저금리로 까먹은 손실과 셈법을 맞추느라 분주하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까 좌불안석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550조 2000억원 가운데 70%(385조원)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지금은 변동이 고정보다 금리가 낮다. 당장 한은이 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올릴 수밖에 없어 ‘역전’이 불가피하다.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올 하반기 2%대까지 내려갔던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최근 3~4%대로 올랐다. 이날 공표된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1.66%로 전월(1.57%)보다 0.09% 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 한두 달 전부터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신규 대출 시 고정과 변동금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따져 보는 고객 문의도 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베이비 스텝’(조금씩 천천히)으로 가겠다고 예고한 만큼 전문가들은 “1~2년 이내 상환이 가능하다면 변동, 3년 이상이면 고정이 낫다”고 조언한다. 담보(주택)가 있는 가계대출과 달리 마땅한 담보도 없으면서 덩치는 훨씬 큰 기업부채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733조 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4조 4000억원 증가했다. 한국 중장기 국채금리가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는 내심 미국의 금리 인상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금리 역마진이 목을 조여 와서다. 안정적인 국공채에 주로 돈을 넣었던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이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예정이율’(보험사가 보험료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다고 예상하는 수익률) 상승으로 보험료가 떨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있다. 보험사 곳간이 넉넉해지면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하 혜택이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그간 역마진으로 손해를 많이 본 만큼 당장 보험료를 내기리는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며 총 1조 800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신흥국 리스크가 부각되면 이탈 도미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돼 외국인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는 주장도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기관투자가 ‘주총 거수기’ 차단한다

    기관투자가 ‘주총 거수기’ 차단한다

    내년부터 기관투자가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내역과 구체적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투자한 회사에 대한 상시 점검도 해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관투자가의 책임을 높여 고객을 보호하고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단 강제 사항이 아닌 자율 규준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공청회’를 열고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이행에 관한 원칙’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개월간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법정 싸움까지 가는 대립에서 국민연금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합병 반대 권고를 무시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가는 수탁자 책임 정책을 만들고 이를 문서화해 공개해야 한다. 고객과의 이해가 상충될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고 방지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투자대상 회사의 이사·감사 추천에 참여하고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 활동 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이를 기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객은 기관투자가를 보다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기관투자가의 활동을 속속들이 들여다봄으로써 재산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 모든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서명·가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이 자율적인 모범 규준을 도입·운영하자는 안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원칙’에 가입하면 평판이 올라가기 때문에 모든 기관투자가에게 참여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2011년 234개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했지만 4년 뒤 306개사로 증가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가 회사와 고객의 이익을 높이려는 책임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의결권 행사에 관한 충실 의무가 도입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 1~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정기주총에서 자산운용사(1.8%)나 보험사(0.7%)는 반대 의결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거수기’에 머물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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