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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에드거 후버와 정형근, 그리고 ‘X파일’/이용원 논설위원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안기부(현 국정원)의 도청 전문조직인 미림팀 팀장이 몰래 보관해온 녹음테이프·녹취록의 내용이 일부 공개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사찰 목적으로 정계·재계·언론계 등의 주요인사 동향을 도청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어 그 결과물인 테이프·녹취록은 미림팀장의 사유물이 되었고, 그는 이를 무기 삼아 특정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거부하고 오히려 국정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테이프·녹취록은 위력을 상실하는 듯하더니, 우여곡절 끝에 언론사로 흘러들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기관이 취득한 정보의 사유화 현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 가운데 한부분인 것이다. 정보기관을 이용, 개인의 약점을 수집해 이를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쓴 대표적인 인물로는 에드거 후버(1895∼1972)를 들 수 있다.29세의 나이에 미연방수사국(FBI) 초대 국장을 맡은 그는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48년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은 8명이 거쳐갔고 그 대부분은 후버를 갈아치우려고 애썼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후버가 당사자의 X파일을 내놓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것으로써 교체 시도는 중단됐다. 에드거 후버를 거론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인물이 국내에 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그 사람이다. 물론 후버와 정 의원이 처한 위치가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이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정보기관의 고위 간부를 지냈고 그쪽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그 자신 후버에게 대단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정 의원과 후버의 이미지가 일정 부분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정의원은 안기부 재직 중인 1992년 ‘존 에드거 후버’라는 두권짜리 책을 번역, 출간했다(커트 젠트리 지음, 고려원 간). 안기부를 나온 3년 후에는 ‘조작된 신화 존 에드거 후버’라는 또 다른 번역서를 내놓았다(앤터니 서머스 지음, 고려원, 전 2권). 한 사람에 관한 전기를 두차례 번역했다는 사실은 정 의원이 후버에게 어느 정도 경도돼 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특히 첫번째 책 ‘역자의 말’에서 그는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느낌은 ‘후버의 신화는 후버 자신이 만들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비밀을 창조했고 그 비밀을 교묘하게 활용, 신화를 만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섬뜩한 말이다. 그는 국회에 진출한 뒤 저격수로서 명성을 날렸다.2002년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 도청 관련자료 1000쪽 분량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 초 열린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현직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려운 사안까지’ 제시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당시 언론은 정 의원의 놀라운 정보력에 감탄했지만 그것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 이는 국정원 내 인물이 제공하는 정보를 정 의원이 활용하는 ‘정보의 사유화’가 여전히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안기부 X파일’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에 따라 국정원 조직 개편 등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 기회에 ‘정보의 사유화’를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는 사회의 한구석에 숨어 지속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발언대] 도청 테이프 공개, 법치주의 우선해야/성재호 성균관대 법대 교수

    통상적인 예측 범위 내에서 일이 전개되는 곳일수록 안정된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예측하고 싶지 않았던 일로 무척 혼란스러운 상황을 접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이 사인간의 대화를 도청한 사실만으로도 답답한 심정인데, 도청내용이 개인적 동기에서 공개되면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여파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혹자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도청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입장에서는 도청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란 점에서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알 권리는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인권규약 등 국제적 규범에서도 규정하고 있고, 정보보호법(미국)이나 연방데이터보호법(독일)과 같이 국가마다 다양한 입법형태로 법제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의 기본권과 연계하여 논의되고 있는 알 권리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정보의 자유와 표리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원으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정한 정보를 알리기에 적합한 시설적 기술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언론이나 국가가 대표적인 것이다. 알 권리를 강조하게 된 것은 정보가 인간다운 삶과 자유로운 인격실현의 필수적 요건이 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정보원을 차단하여 국민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조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알 권리 또는 정보의 자유를 근거로 국가기관에 모든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서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는 예외로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알 권리’와 ‘알고 싶어 하는 기대’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으로 불법 도청테이프는 알 권리의 대상이 아니며, 도청 테이프의 공개보다 도청 행위의 문제점이 선결적 검토 대상이라는 것이 올바른 법리 해석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도청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법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불법적 수단을 이용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적법절차의 법원칙을 구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청내용의 공개 여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선후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실정법이 특정 사안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도청내용을 공개할 것인가 여부는 도청행위의 불법성과 알 권리의 충족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의 이론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법 이념에 비추어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법 적용이 마무리된 후 도청내용을 공개할 것인가는 국민의 알고 싶어하는 기대와 법적 가치 판단 등을 고려하여 2차적 조정을 시도하여야 하는 과제일 뿐이다. 그러지 아니할 경우 앞으로도 불법 도청을 자행하는 구태는 근절되지 아니하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옛 동독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자료와 관련하여 독일이 제정한 ‘슈타지법’ (Stasi-Unterlagen-Gesetz)도 2년여에 걸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연구나 학문 목적에 국한하여서만 접근을 허용하고, 중대한 반인권적 사항에 대하여만 제한적으로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불법도청 자료의 공개문제는 도청의 불법성을 전제로 개인의 권익 손상과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가 가지는 궁극적 목적은 공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 자체에 있고, 인간의 정보욕구가 가지는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도청이라는 하나의 불법행위가 새로운 불법을 연속적으로 몰고 온 불법의 다중적 연속선을 보고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가치의 혼돈까지 몰고 온 불법도청은 사회의 신뢰체계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의 기초를 흔들 수도 있다. 도청의 불법성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안정된 법치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데 있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된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대 교수
  • 총리·장관들 여름휴가 ‘극과 극’

    올해 이해찬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여름휴가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쉴 때 잘 쉬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푹 쉰 장관들도 있지만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장관들은 사실상 휴가를 포기했다. 말만 휴가일 뿐 외부에서 업무를 연장한 장관들도 없지 않다. 간만에 긴 휴식을 취한 장관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지난 2003년 2월 취임 이후 외국 체류일이 3일에 하루 정도였을 정도로 외국 정보기술(IT)기관과 해외 IT기업들을 방문했으나 지난 1∼7일 국내에서 푹 쉬었다. 진 장관은 “장관 자리는 미국 IBM 연구소 때나 삼성전자 때보다는 덜 바빠 휴가를 제대로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4일 재충전을 했다. 지난 5월부터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기 위해 ‘정시 퇴근제’를 실시한 장관답게 휴가 중 일체의 외부행사도 자제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현재 휴가 중이다. 김 장관은 12일까지의 휴가 동안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윤 장관은 10일 휴가에 들어갔다.14일까지 해군 휴양시설이 있는 경남 진해 앞바다 저도에서 가족들과 지낼 계획이라고 한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5·26일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휴가를 마쳤고 휴가 중 일부를 제주도에서 보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휴가를 외부행사 참석에 사용했다. 한 부총리는 지난달 28∼31일의 휴가 중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하계 포럼에 참석했다.KBS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도 했다. 이 장관도 지난 2∼7일 휴가를 가면서 2일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주말에는 벤처협회 주관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벤처CEO포럼’에 참석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비슷한 케이스. 휴가기간 중인 지난 4·5일 고향인 경남 남해를 찾은 박 장관은 지역 농민단체와 간담회를 연달아 가졌고 6일에는 전북의 호우 피해지역을 찾았다. 휴가가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셈이다. 밀려 있는 일 때문에 아예 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 일정도 잡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해찬 총리는 당초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마치고 휴가길에 올라 11일까지 모처럼의 꿀같은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조문으로 사흘간 자리를 비운 데다, 각종 현안이 산적한 만큼 휴가는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도청 파문도 있는 데다 이달 말 부동산 종합대책 등을 앞둔 만큼 휴가를 떠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정동영 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도 사실상 휴가를 거의 포기한 경우다. 정 장관은 지난달 말부터 북핵 관련 6자회담이 열린 데다 8·15 남북행사에 이산가족 상봉까지 겹치는 등 중요한 업무 때문에 휴가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북핵으로 바쁘기는 반 장관도 마찬가지. 원래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아세안 확대 외교장관 회의 및 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뒤 며칠 쉴 생각이었으나 북핵 6자회담이 2주 이상을 끌면서 휴가를 포기했다. 반 장관은 최근 “내가 휴가를 잘 챙겨서 갈 테니 (실·국장들은)꼭 가라.”고 실국장회의에서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고향인 충북 충주 목행초등학교 방문을 휴가로 처리한 게 전부다. 김 장관은 오는 17∼19일을 휴가로 잡아놓기는 했다. 장관이 휴가일정을 잡아야 간부들도 휴가일정을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파업이 있어 휴가갈 마음은 아예 접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추 장관도 아시아나 파업 등으로 마음 편하게 휴가를 보내지는 못했다. 추 장관의 공식 휴가일정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였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까지 겹쳐 5일에는 건교부 출입기자단과 정책토론회를 가진 데 이어 주말에는 아시아나 항공 파업을 챙기는 등 연일 강행군을 했다. 부처 정리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부고]

    ●김경회(전 철도청장)형회(경흥산업 회장)씨 모친상 문득상(사업)이명수(전 서울은행 지점장)씨 빙모상 1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2일 오전 10시30분 (02)3410-6916●홍일해(전 연합통신 전무·전 금강기획 회장)씨 별세 경훈(사업)윤성(리드코프 전무이사)경애(미국 거주)씨 부친상 김용남(미국 거주)장형진(한화유통 상무이사)씨 빙부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30분 (02)3010-2292●손영만(사업)영국(전 KCC 홍보이사)씨 모친상 김한규(한화 폴리드리머 상무)씨 빙모상 10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31)787-1501●신동춘(전 충주경찰서장)씨 별세 대섭(아테네개발 회장)광섭(자영업)기섭(〃)재범(동두목장 사장)씨 부친상 고광일(고영테크놀러지 대표)씨 빙부상 신재득(고영테크놀러지 해외영업팀장)씨 조부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3410-6915●윤희웅(전 경일의원 원장)씨 별세 석호(서울대 박사후과정)수정(윤수정산부인과 원장)영주(아이디룩 이사)씨 부친상 권호장(단국대 교수)오상욱(씨앤에스글로벌 대표)씨 빙부상 백경민(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임연구원)씨 시부상 1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30분 (02)392-0499●고중석(변호사)인석(나산 감사)씨 부친상 홍성주(전북은행장)한영일(금강판넬 사장)씨 빙부상 고영엽(조선대 의대 교수)씨 조부상 1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2)3410-6912●민철기(인천전문대학 학장)씨 모친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3010-2238
  • [발언대] 도청 파문… 국익을 먼저 생각하자/안병용 신흥대 교수

    태풍이 온다고 한다.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파문이 우리 사회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도청은 이유를 불문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주투사로 한평생을 지낸 이들의 소위 ‘민주대통령’때 진행된 일들이라니 더욱 기가 막힌다. 특히 안기부 간부가 지엄한 국가기밀사항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실망 그 자체다. 사정이 이러고 보니 온통 안기부(국가정보원)에 대한 원망과 불신, 그리고 타도 일색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을 돌리면 아찔하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치부와 성역이 있는 법이다.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그럼에도 모두들 흥분한 나머지 보호하고 숨겨야 할 것을 훼손하고 있지나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 또는 언론 어디에도 그러한 우려는 없다. 그 흔한 보수주의자, 안보주의자 내지 반공주의자 누구도 없다. 아마 바보가 되기 싫든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유신말기에 대학생활을 한지라 안기부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세상사에는 명암이 있는 법이다. 싫다고 다 내칠 수만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정략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007영화를 못 본 사람이더라도 그것은 상식이다. 이제 냉정한 마음으로 되돌아가 국익을 생각해야 할 때다. 21세기 국가의 국력은 지식과 정보력으로 평가된다. 지금 국가간에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전자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암암리에 첨단장비를 운용하여 고도의 첩보전과 해커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전에서 밀리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국가인 미국은 9·11테러 이후 대테러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실(NRO), 국가지리공간정보국(NGA) 등 8개 국방관련 정보기관,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해 15개 정보기관을 통괄하는 한층 강화된 국가정보국(DNI)직제를 신설하고 있다.40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운용하고 있는 ‘애셜론 프로젝트’는 특히 관심을 끈다. 애셜론 프로젝트는 120개의 위성을 쏘아올려 전 세계 모든 지역을 감청(도청)하는 것으로 고주파(HF)통신, 마이크로웨이브, 해저케이블 및 인터넷 감청을 제 손바닥 보듯이 하고 있다. 미국은 애셜론이 수집한 정보를 활용,9·11테러 이후 알카에다 요원 80%를 궤멸하였고, 외국기업의 상업비밀을 수집해 자국의 업체에 지원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이러할진대 우리 언론과 정치권은 국정원의 도청장비 완전폐기, 국정원 축소, 심지어 해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정말 국정원이 감청에 대한 무장해제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아찔하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이다. 북한의 위협뿐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아랍권의 테러대상국이다. 국민사생활보호, 정략적 이용금지, 비밀엄수 등의 조치와 함께 오히려 정보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도청사건은 수사기관이 전말을 파헤치고 위법사항이 있으면 처벌하고 유사사건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유의할 것은 처리하는 방법이 세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한 짓을 확신한다 해도 동네방네 치부를 다 보여 줄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이 도청사건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가의 안위를 도모해야 할 일차적 의무가 있다. 이 문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곧 국민이 될 것이고 국민의 비난과 지엄한 심판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의 중추신경과 같은 기관이다. 국민의 기관이다. 아무리 군의 비리와 총기난사사건이 있다 하더라도 군을 무장해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손이 부정한 짓을 했다고 손을 자르나. 부정한 짓을 명령한 머리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를 바꾸고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국가가 오랫동안 길러낸 소중한 자원으로 보고 싶다. 당신들도 이번 일로 정말 거듭나 주길 부탁드린다. 안병용 신흥대 교수
  • [이현세 만화경] 고백이라면…

    [이현세 만화경] 고백이라면…

    나는 서른 살이 넘도록 연좌제에 시달려왔다. 태어나서부터 학교와 군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해외여행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 말하자면 나는 이 나라에서는 요주의 인물이요, 항상 감시추적과 도청으로부터 심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당연히 정보부에 대한 내 생각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이었으며 작가 생활 내내 영향을 주었다. 그런 내게 최근 터진 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은 과거행위에 대한 필연적인 부메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고소해하고 있었는데 국민들의 분노가 워낙 커서인지 현재의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지난 과거의 불법도청에 대해 중간 진상발표를 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 국정원 지휘부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자기반성과 사과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정원의 고해성사를 색깔 있는 시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확실히 과거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에는 정권 보위기관으로서의 폐해가 심각했고 지금의 국정원도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거 도청 책임자들의 체벌이라든지 X파일의 공개 따위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의 부정적인 모습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것에 훨씬 더 걱정이 앞선다. “정보국이 불법 도청했다.” “직원이 모기업을 협박했다.” “지휘부의 직원 관리 소홀의 탓이다.”라는 사실들은 국정원도 통렬하게 반성해야겠지만 그 당시 정보 정치에 영합한 정치인들의 속셈과 불법도청의 지시주체와 수혜자들에게 더욱 큰 잘못이 있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국정원도 대오각성하고 국가와 국민에게로 되돌아올 책임이 있다. 세계의 모든 정보부는 음지에서 일한다. 냉전시대가 없어진 지금 모든 나라의 정보부는 대테러활동이나 사이버 안전, 또는 산업 스파이 사건에 몰두한다. 우리 국정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하이닉스 반도체 산업 스파이 사건을 적발해서 12조원의 국부유출을 막아낸 바가 있다. 미국의 워싱턴은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도끼를 시험해 볼 양으로 아버지가 아끼시는 벚나무를 잘라버렸다. 워싱턴은 질책과 야단을 무릅쓰고 아버지에게 잘못을 사과했고 이를 진정한 용기로 받아준 그의 아버지의 배려가 워싱턴을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이끌었다. 과거의 정보부는 확실히 어둡고 공포스러운 곳이었다. 그러나 정보부에 누구보다 개인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내 눈에도 작금의 도청 파문을 보면 한 마리의 악어를 수 많은 피라니아떼가 달려들어 도륙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러 탐욕이 한 탐욕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고와도 내 새끼지만 미워도 내 새끼다. 어쨌든 한 나라에 정보부는 있어야 하고 대한민국에 정보를 담당하는 조직은 있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은 벌하되 지금의 젊고 힘찬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세계는 각국간에 치열한 정보전쟁을 하고 있고 우리는 분단 현실과 대 테러위험, 국부유출을 막아야 하는 산적한 현안들이 놓여있다. 나는 차라리 이번 국정원이 과거시절의 잘못을 시인한 것을 용기 있는 고백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제발이지 그 어둡고 은밀한 지하세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밝고 신비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한국판 ‘007 시리즈’라도 탄생해서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을 휩쓰는 날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국정원 개혁론 ‘급물살’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불법 도·감청을 했다고 ‘양심 고백’한 뒤 국정원 개혁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2002년 3월 이후 불법 도감청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국민적인 의혹은 여전한 만큼 차제에 국정원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정보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요체다. 테러 위협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글로벌 시대의 ‘총성 없는 정보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보력을 갖추는 기본적 능력을 더욱 강화하되, 불법 도청으로 말썽을 빚은 국내정치 사찰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의 국내 활동 가운데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나 대북 활동은 강화하되 과거와 같은 국내 정치 사찰은 뿌리뽑아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나 국정원 자체조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성태 의원은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조직과 기능 정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나라당 정보위원인 권영세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대북·대테러 정보 수집처럼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까지 폐지하라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면서 “국내 정치 개입 금지와 관련해 엄격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권철현 의원은 “국정원은 국제 정보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국내 정보는 별도의 정보기관을 세워 취급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들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지 못하도록 해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규택 최고위원은 “대외 업무가 많이 있음에도 사찰과 도·감청을 하는 국정원은 폐지하고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처럼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고 제의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X파일’과 언론/홍의 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고문

    지난달 21일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안기부 X파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문들마다 다각적인 분석과 수사 방향, 전망 등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에는 불법도청 녹음테이프 274개와 녹취보고서 13권이 쏟아져 나왔다. 옛 안기부의 비밀도청 조직인 ‘미림’의 당시 팀장 공운영씨 집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 녹음테이프는 각 120분 분량이고 녹취보고서는 권당 A4용지 200∼300쪽이라 하니 실로 방대한 분량이다. 이 테이프와 녹취보고서에는 옛 안기부 미림팀이 재가동된 1994년부터 1998년 사이의 국내 정치, 관(官), 재계, 언론, 법조,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위층 인사들의 결정적인 치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은 그 내용의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테이프 등의 분석작업과 제작 및 보관경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여 진상을 명백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검찰의 입장과는 달리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할 수 없다는 소리에 특별법제정 방안이 나오고, 이미 내용이 알려진 ‘X파일’과의 형평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X파일’ 보도와 관련하여 MBC 이상호 기자가 지난 5일 검찰에 소환되어 녹음테이프 등의 입수 및 보도 경위 등에 대해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MBC기자회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이상호 기자의 소환이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이라며 항의했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가운데, 삼성은 이미 언론들을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걸어 고발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7월28일자 31면 ‘신연숙 칼럼’은 이와 관련, 적절한 예를 제시했다. “미국은 ‘취재원이 불법으로 정보를 얻었더라도 언론사가 이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면 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을 받아놓았다.”는 것이다. 칼럼은 “우리 언론도 보다 적극적인 보도와 법적 대응을 통해 ‘제자리’를 확보할 때가 되었다.”며 “어느 언론도 선정적, 추측성 보도는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언론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몸싸움에는 당당히 나서기를 소망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여러 차례 이 불법도청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건보도 초기에는 ‘X파일 진실 검찰 수사로 규명을’(7월25일자),‘X파일 수사, 검찰 의지를 주목한다’(7월26일자)등 사건의 전반적인 수사를 검찰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다가 파문이 갈수록 번지자 ‘X파일 처리 특별법 검토할 만하다’(8월1일자)는 사설이 나왔고,8월8일자에서는 ‘문의장·국정원 말 왜 다른가’를 통해 대검 중심으로 수사진용을 새로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5일에는 국가정보원이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김영삼정부는 물론 김대중정부 때도 불법도청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공식 확인하고,‘미림팀’으로 불렸던 도청팀의 실태를 발표하면서 공식 사과성명도 냈다.1961년 6월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최초의 자기고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신문은 이를 8월6일 1면 톱으로 싣고,3면부터 5면까지 3개면에 걸쳐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역대 정권 도·감청 행각, 지금은 없나’를 통해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 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제는 국가정보원의 개편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공정한 수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판도라의 상자’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직시하여, 올바른 보도를 위한 정도(正道)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의 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고문
  • KIST 문성욱박사, 도청·해킹 원천불가 양자통신 기술 개발

    KIST 문성욱박사, 도청·해킹 원천불가 양자통신 기술 개발

    도청이나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차세대 ‘양자(量子)통신’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세계에서는 미국과 스위스에 이어 3번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문성욱 박사는 8일 “양자 암호통신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내년부터 상용화해 군대와 은행 등 통신보안이 필수적인 기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호화 기술이란 데이터를 암호화해 도청이나 해킹, 정보변조 등을 막는 체계다. 현재 인터넷뱅킹 등 전자상거래에서는 미국에서 개발된 ‘공개 키(key)’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는 펜티엄급 컴퓨터의 경우 비밀번호를 모르면 120자리 수를 소인수분해(암호해독)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린다는 수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컴퓨터로는 암호해독 기간이 단축될 수 있고, 누군가 ‘암호 키’를 훔쳐 복사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양자 암호통신은 빛의 가장 작은 입자인 양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실어 보내는 첨단 광통신 기술이다. 특히 도청을 위해 제3자가 양자 신호를 가로채면 수신자가 신호를 받을 수 없어 엿듣기가 불가능하다고 문 박사는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02년 3월이후 도청 근절”

    지난 2002년 3월에 불법도청이 중단됐다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실을 처음 제보한 전 안기부 직원 김기삼(40·미국 거주)씨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2년 10월까지 도청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날 “불법도청은 2002년 3월 이후 근절됐다.”며 반박했다. 국정원은 또 과학보안국의 유지 문제와 관련,“과학보안국을 유지하게 되면 추가 시비가 일 우려가 있어 2002년 10월 불법감청 논란 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려고 과학보안국마저 해체했다.”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엄청난 희생” 美 “도청후 투하 결정”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임병선기자|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투하되자마자 한 순간에 7만 1000명이 목숨을 잃고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죽은 사람만 5년 동안 12만 900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35만명이던 히로시마 인구의 절반이 사라진,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대재앙이었다. 그러나 이 참사는 3개월 전 독일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전쟁에 매달리던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투항을 이끌어내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을 구해냈다는 역설을 낳았다. 피폭 60주년을 맞는 일본의 표정은 당시 군부가 항복을 준비 중이었는데 미국의 무리수로 엄청난 인명이 희생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역사 교육에서 원폭의 위험이 작게 취급되고 있다고 볼멘소리까지 낸다. 미국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주간 위클리 스탠더드 최신호(8일자)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도청된 일본군의 무전 교신 내용을 보고받은 결과, 일본 군부가 항복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원폭 투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은 일본은 이미 희망을 잃은 재앙적 상황이었으며, 일본 지도자들도 그해 여름부터 항복을 준비 중이었고, 일본 외교관들의 통신을 도청한 결과 미국 지도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원폭 투하 결정이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42년 중반부터 각국 외교관이나 일본 군대 등의 통신 내용을 도청한 전문 조직 ‘울트라’가 트루먼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고 잡지는 전했다.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미국과 종전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내용은 3∼4건에 불과했으며 13건 이상은 끝까지 결사 항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울트라팀은 특히 미국이 그 해 11월 규슈(九州)를 시작으로 본토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올림픽 작전’의 핵심을 일본 군부가 간파하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점을 파악, 바짝 긴장했다. 이런 도청 결과와 일본 침공작전의 노출에 따라 트루먼 대통령은 원폭 투하로 더 많은 인명의 희생을 막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을 기고한 2차 세계대전 전문 역사학자인 리처드 프랭크는 “일본이 항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수정주의자들의 가설은 모두 틀렸다.”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베일벗는 도청] 검찰 부실수사 논란

    “휴대전화도 감청할 수 있다.”며 국가정보원이 5일 ‘고백성사’를 하자 지난 4월 국정원의 도청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정원이 고위 공직자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곧 여야간의 정치공방으로 번졌다. 신건 당시 국정원장은 도청의혹을 강력히 부인했고 언론과 여야의원,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고소와 고발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국정원의 도청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관계자는 “국정원 관계자들의 조사와 국정원 내 감청시설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정원이 불법 감청을 하고 있다거나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국민의 관심이 쏠린 휴대전화 감청가능성에 대해서도 “현단계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날 “비록 제한적이지만 휴대전화도 도청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제한적’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검찰의 결론은 설득력을 잃게 된 셈이다. 당시 사건을 종결한 수사팀의 관계자는 “이전 수사팀에게서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미국의 통신업체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감청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두 국가기관간의 발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휴대전화도 감청할 수 있다는 ‘중대하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만큼 재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인 공안2부가 현재 진행 중인 안기부 도청사건 수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베일벗는 도청] “휴대전화 도청·녹음 물론 문자메시지도 볼수있어”

    [베일벗는 도청] “휴대전화 도청·녹음 물론 문자메시지도 볼수있어”

    현재 쓰이고 있는 디지털방식 이동통신의 도청이 과연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쪽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동통신 도청장비 광고가 버젓이 인터넷 등에 광고된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은 1996년에 도입됐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CDMA 도청방식은 ▲부호 해독 ▲전자파 음성신호 변조 ▲휴대전화 복제 등 크게 3가지다. 이 가운데 고가 장비를 이용한 첨단기법은 CDMA 부호해독이다. 부호해독 방식은 기지국을 거쳐 디지털 신호로 바뀐 음성데이터를 중간에서 낚아채 이를 해독하는 것이다. 김규식 시큐리티아이시스템 대표는 “휴대전화에서 발신을 눌렀을 때 인근 기지국까지 가는 전파의 최대거리는 500m 정도”라면서 “도청장비는 그 범위 안에서 무작위로 뜨는 전파를 입수해 디지털에서 음성신호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무작위로 도청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때문에 정치인 등 특정인을 겨냥한 도청은 어렵지만 일정한 지역내에서 여러 회선을 도청한 뒤 그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의 통화내용을 추려내면 특정인 도청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정인 도청은 동일한 지역에서 도청 대상의 전화번호와 가입자 고유번호인 PN코드, 단말기 고유번호인 ESN코드를 풀어야 가능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민택 박사는 “PN코드는 한번 통화마다 2의42승인 4억개의 번호 중 하나로 변환된다.”면서 “불과 3∼4분 통화하는 동안 4억개의 암호 조합을 푸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통신회사 대리점을 통해 유출된 정보를 활용, 정부청사나 국회처럼 한정된 장소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G-Com 2066 모델은 도청과 녹음이 가능하며 문자메시지도 볼 수 있다.”“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청취할 수 있다.”미국의 보안제품 판매업체인 CSS사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신형 도청장비에 대한 설명이다. 이 제품은 2000년 이후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G-Com 2056의 개량형 모델이다. 98년 개발된 G-Com 2056은 휴대용과 차량탑재용 등 2가지 모델로 가격이 대당 4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 CSS사는 ‘CCS’‘HSS’‘G-Com’ 등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중간 도매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정원의 감청 담당부서인 과학보안국이 대공수사에 한해 도청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안전문가는 “도청장비는 일반 전자부품으로 수입 신고된 뒤 국내에 조립되는 방식과 밀수를 통한 직수입 방식이 있다.”면서 “99년에서 2001년 사이 국정원이 레이저 도청기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지난 2001년 9·11테러 전날 “엄청난 일이 다음날 터질 것”이라는 아랍어 통신 2건이 위성 감청망 에셜론(Echelon)에 포착됐지만 이 내용을 번역하는 데 이틀이나 걸리는 바람에 미 보안당국은 참사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다. 국내에서 ‘안기부 X파일’에 따른 불법 도청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문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8일자)는 커버 스토리로 9·11 이후 더 광범위해지고 일상화된 도·감청 및 감시 시스템을 집중 조명했다.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9·11테러 정보 분석에 실패한 것은 에셜론의 하루 수집 정보가 미 의회 도서관 문서의 10배여서 이를 분류하고 가중치를 둬 분석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정보들은 이제 12시간 안에 번역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에셜론을 주관하는 미 국가안보국(NSA)은 실시간 번역과 분석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에셜론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동안 3000여명의 알 카에다 관련자를 체포함으로써 100여건의 테러를 예방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영국에선 런던 50만대를 비롯,400만대의 카메라가 길거리, 공원과 정부 건물 등을 샅샅이 비춰 수상한 이를 즉시 가려내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일도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현관에 설치된 ‘인공코’를 이용, 누군가의 머리카락에 남겨진 폭약 흔적을 추적할 수 있거나 저수지에 떠있는 조그만 센서로 단파나 무선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걷는 모양이나 귀 형태를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유엔, 도감청 기술과 방지 기술의 경연장 뉴욕 유엔본부는 세계 최고의 ‘스파이 소굴’ 역할을 하고 있다. 본부 건물뿐만 아니라 191개 회원국 공관이 입주해 있는 바로 옆 건물과 유엔 직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식당, 자동차에는 도·감청 장치 또는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 부임한 이들은 사무실과 집, 차에 도청 방지장치를 달 것을 맨먼저 동료들로부터 조언받는다. 건물 옥상들에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세워 둔 안테나들이 숲을 이룰 정도다. 공원이나 식당에서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스파이들은 ‘입술 읽는 훈련’을 받은 이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자코 등 미래의 감시기술 비즈니스 위크는 숨겨진 총이나 칼을 촬영할 수 있는 초미세 열파 카메라, 종전의 지문 날인 시스템보다 위조가 어렵도록 일본 후지쓰사가 개발 중인 손바닥 동맥 인식 시스템 등이 곧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몇년 후에는 무기나 폭약을 숨긴 사람에게서 나오는 고주파를 감지하는 T레이 카메라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았다. 또 버팔로 대학 연구팀은 숨이나 땀 등에서 특정 냄새를 가려내 이를 레이저로 분석하는 전자코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냄새를 맡아 신원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 감염, 나아가 여성의 임신 여부까지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에셜론이란 에셜론은 미 NSA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함께 운영하는 감청 시스템으로,120여개의 첩보 위성을 통해 전세계 전화와 휴대폰, 팩스,e메일 등을 감시한다. 최근에는 인공위성뿐 아니라 초단파 송수신탑, 광케이블로까지 확대돼 전세계 통신망의 70%를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하루에 미 의회 도서관 자료의 10배에 해당하는 정보를 도청한다.”고 보도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에셜론의 슈퍼 컴퓨터는 ‘테러’,‘폭발’,‘암살’ 등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특정인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골라 감청한다. 또 ‘데이터마이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로 동떨어져 있는 정보들간의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내기도 한다. 중심 기지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 요크셔 맨위드힐에 있고 미국인 1000명 이상이 투입돼 매년 200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에셜론의 실체는 1998년 영국 출신 기자인 덩컨 캠벨이 유럽 의회에 통신감청 의혹을 제기해 처음 밝혀졌으며,2001년 유럽 의회가 에셜론의 상업적 이용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고서를 냄으로써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원래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비밀암호를 캐기 위해 미·영 등이 첩보협정을 맺은 데서 출발해 이후 공산권 감시를 위해 본격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점점 더 기업 비밀과 경제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 미국이 거대 입찰과 조달 계약 등 민간 경제 정보를 빼내 자국 기업에 넘겨준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미국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자국 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뇌물 거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는 회원국들에 에셜론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암호 사용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고 영국에는 에셜론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을 도와 감청망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길섶에서] 말의 덫/이상일 논설위원

    1990년대 초 미국의 최대 마피아집단인 ‘갬비노 패밀리’를 괴멸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하고 지속적인 도청덕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조직국은 대부인 존 고티의 회의실로 사용되는 아파트에는 물론, 마피아 단원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바퀴에도 도청장치를 달았다. 그래서 대부 고티가 2인자인 새미 그래버노 말에 놀아났다고 후회하고 그를 살해하라고 명령하는 발언이 녹음됐다. 연방검사 앤드루 맬로니는 “대부는 자기 자신의 말 때문에 끝장을 볼 것”이라고 단언하고 도청테이프 내용을 근거로 기소했다. ‘갬비노 패밀리’일망타진의 스토리를 쓴 하워드 블럼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도청장치의 근본 원리는 동물들이 멋모르고 덫에 걸리도록 작은 고깃덩어리를 매달아두는 고대의 사냥경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변형시켜 사냥감이 주의하지 않고 자포자기로 치명적인 말을 내뱉도록 자극하는 것이 도청장치의 목표란 것이다. 나라가 도청테이프로 시끌시끌하다. 테이프의 인물들이 도청당하는지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 공언(公言)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기보다 공개될 경우 그들이 입게 될 상처에 연민이 앞선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박지원 前장관 전격 소환

    박지원 前장관 전격 소환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2일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로부터 삼성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관련 녹취보고서를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4시간여 동안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지난 1999년 9월 박씨와 만나게 된 경위 ▲녹취보고서를 건네받고, 고 이득렬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박씨의 청탁을 전달했는지 여부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녹취보고서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 혐의와 관련, 박 전 장관을 앞으로 더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씨로부터 “박지원 장관을 찾아가 녹취보고서를 전달할 때 친구의 사업청탁을 했고, 박 장관은 그 자리에서 이득렬 당시 관광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를 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미림팀장 공운영(58)씨로부터 받은 도청테이프를 옮겨 담아 미국에 보관하고 있던 CD 2장과 녹취보고서 3권을 임의제출 형태로 추가확보했다. <서울신문 7월30일자 1면 보도> 검찰은 또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공씨를 상대로 국정원에서 빼낸 테이프 수량 등을 조사했다. 공씨는 “국정원에 테이프 원본을 돌려주기 전에 복사해 보관했다.”면서 “개수가 다른 이유는 잡음만 있는 테이프는 복사도 않고 반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씨는 아울러 “안기부에서 무작위로 도청 테이프 274개를 가지고 나왔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했다.”고 말해 당시 국정원이 보관 중이던 테이프가 274개 이상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박씨가 1999년 9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찾아가 금품을 요구한 뒤 여러 차례 접촉했던 당시 삼성그룹 법무팀장 김모씨를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등의 공갈미수 혐의와 관련, 이 본부장에 대한 조사는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MBC 이상호 기자는 5일쯤 출두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先검찰수사·선별공개 ‘무게’

    [도청테이프 파문] 先검찰수사·선별공개 ‘무게’

    정치권에서 X파일의 수사방법과 불법도청 내용의 공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선(先)검찰수사’와 ‘선별 공개’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식 청문회, 성역없는 공개에 이은 화해와 용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제3기구와 특별법’방식에는 대체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영남대 김태일(정치외교학) 교수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일단 검찰수사로 실체를 벗겨내고, 미진하면 특검을 하든지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든지 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가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검찰수사가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경희대 서보학(법학) 교수는 “검찰이 우선 국정원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그 내용은 어떤지,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은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해도 좋지만, 무슨 일만 생기면 곧바로 특검으로 가는 선례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세대 백승민(법학) 교수는 “전형적으로 특검이 다뤄야 할 사안”이라면서 “X파일에는 검사들도 등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대 김형준(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식 청문회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실시하되 민감한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도출되면 여야 합의로 필요한 부분을 입법화하면 된다.”고 밝혔다. 여당의 ‘제3기구’해법과 관련,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테이프 내용의 공개 문제만 다룬다고 하는데, 진상규명과 공개 문제가 별도로 구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공개할지를 가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제3기구에 적잖은 권한을 줘야 하는데, 굳이 특검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테이프의 내용을 검증한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범죄와 비리를 알아 보기 위한 것인데, 이는 수사기관의 몫이며, 민간 차원의 제3기구가 맡더라도 보안유지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백승민 교수는 “여당 주장대로 특별법을 따로 만들게 아니라, 특검법에 제3기구나 테이프 내용의 공개 문제를 다루는 조항을 담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도청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사생활은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전문가가 공감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테이프 내용을 비공개에 부치면 정치권이 서로 ‘정략’운운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 교착상태에 빠지고,9월 정기국회 내내 민생은 뒷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도 “공적 이익과 관련된 것은 성역없이 모두 공개, 진실을 확인한 뒤 화해와 상생, 용서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균관대 김일영(정치외교학)교수는 “공개하더라도 ‘과거는 다 털고 가자.’고 합의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분명 정치권이 또다시 공방을 벌일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박찬구 박지연기자 ckpark@seoul.co.kr
  •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가? ‘X파일’이 답했다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가? ‘X파일’이 답했다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안기부 X파일이 공개된 지난달 22일 이후, 언론 역시 들끓었다. 사건 자체도 충격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거리였다. 특히 X파일에 사주가 그대로 노출된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그랬듯이 중앙일보의 보도 또한 자기변호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앙일보는 언론 개혁 내용을 담은 개정 신문법·언론중재법 발효에 대한 비판 기사를 비중있게 실어 눈총을 받기도 했다.X파일 사건 이후의 중앙일보 보도 태도와, 이와 관련된 언론개혁의 문제 등을 짚어본다. ●‘물귀신 작전’인가,‘사건화 막기’인가’ 사건이 불거진 초기 X파일 사건 보도에 매우 소극적이던 중앙일보가 사건을 크게 거론한 것은 지난 달 25일자부터.1면에 사과 글과 함께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3·4면 “조선·동아 지금 제정신 아니야…역겨워”,“왜 특정기업·언론사 것만 나도나” 등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언론계 일각 에선 이에 대해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라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태도는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건의 의미 부여도 남달랐다.26일 1면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종빈 검찰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불법도청으로 만든 정보공개, 공개안된 것과 형평문제 우려”,“불법으로 수집된 자료로 수사하는 것 옳지 않아”로 채워졌다. 여기에다 이날 “불법도청에 대한 대통령 인식 옳다”는 사설도 실었다.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부터는 도청테이프 자체의 ‘신뢰도 떨어뜨리기’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28일자 1면은 “도청테이프 조작 가능성”을 제목으로 내세웠고 3면에서 “기아차 인수 지원 DJ약속이 이회창씨 발언으로 둔갑”,4면에서는 “DJ관련 부분은 삭제된 채 나돌아”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비중 있게 처리했다. ●이런 와중에 신문법 재개정? 재미있는 점은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달 28일 개정 신문법·언론중재법이 발효되자 중앙일보는 이에 대한 비판 기사를 2개면에 걸쳐 실었다.28일자 1면에 조그만 안내기사와 6·7면 2개면을 털어 개정법안을 비판했다. 언론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오히려 그 반대의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달 26일 개정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재개정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일단 재개정법안 전문을 읽어보면 상당히 세련되고 다듬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장 큰 특징은 ‘공익’이라는 단어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과 신문·방송간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겸영 허용은 중앙일보의 주장 가운데 하나다. 창경궁 만찬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는 홍석현씨가 중앙일보 회장 시절 유치한 행사로 내용적인 면에서 사실상 신문·방송 겸업허용이 주된 이슈였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심 의원의 재개정안은 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언론권력과 정치세력의 결합은 현재진행형” 심 의원의 재개정안은 지난달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X파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비판받았다. 발제에 나선 동의대 신태섭 교수는 “해외의 경우 시청취율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겸영을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된다면 신문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조·중·동은 당연히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 역시 “미국 FCC가 개혁방안이랍시고 추진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관련 조항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무효가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신문법 재개정안을 보면 언론권력과 이를 도와주려는 정치세력간의 결합이 X파일에 드러난 97년도의 상황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결국 문제는 사주다 결국 모든 문제는 ‘편집권 독립’과 ‘사주 문제’로 요약된다. 이 때문에 신문법 개정과정에서 당론채택과 여야합의 때문에 제외됐던 사주지분제한, 편집위원회 의무화 등의 조항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 조항들을 되살린 재개정법안을 만들었다.“X파일 사건의 핵심은 언론사주의 전횡”이라고 진단한 정 의원측은 ▲사주 지분 30%제한(초과분은 의결권 제한)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설치 의무화 ▲일간지 발행인·편집인의 재산공개 권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원래 가야할 길을 빙 둘러서 가는 격”라고 평가한 뒤 “‘사주’문제에 대해 공개적이고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언론사 차원서 취재기자 보호를/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이른바 X파일을 특종 취재한 MBC의 이상호 기자에 대해 검찰이 출두를 통지하자 MBC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익 목적으로 보도가 이뤄졌는데도 도청내용이 유포된 부분만 문제 삼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MBC 노조는 검찰이 이 기자를 소환한 것을 “기자와 보도국장을 구속하고 이번 보도를 추악한 거래쯤으로 몰고 가 국민의 시선을 돌려보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검찰은 백배 천배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노조의 주장이 일리야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일에 노조가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상호 기자 문제가 노사관계에서 파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의 존재 이유에 조합원의 권익 옹호도 들어 있겠지만 이때의 권익이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을 의미한다. 그럼 기자협회가 나서야 하는가? 지난 2003년 양길승 사건이 터졌을 때 SBS에서는 기자협회 분회가 나서 당국의 압수수색을 물리력을 행사해 막은 전례가 있다. 물론 언론사가 압수수색에 불응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기자협회가 나선 것은 썩 잘했다고 볼 수 없다. 기자가 할 일은 뉴스를 취재하는 것이지 언론사에 들어오는 당국자를 몸으로 막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직당국의 압수수색이나 소환에 대처할 주체는 노조나 기자협회가 아니라 언론사 자체여야 한다. 기자는 취재를 하지만 그것을 보도할 것인지의 여부는 언론사의 공식 라인에서 결정한다. 바로 그 라인이 사후 문제까지도 회사를 대표해서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검찰의 소환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응한다면 검찰의 신문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모두 공식 라인의 책임자인 보도국장이나 본부장이 결정하여 회사에 통고하고 기자에게도 지침을 주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도국장이나 본부장은 기자에게 검찰 소환에 불응토록 하거나 설혹 소환에 응한다 하더라도 정보원(news source)에게 직간접으로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기자가 검찰에 가서 언론인으로서 언론윤리에 따라 신문에 불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원에게 불리한 사항에 관하여는 응답하지 말도록 한 회사의 지시에 따라 신문에 응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언론사 보도 책임자에게 있는 것이다. 작년에 AP통신의 한 기자는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되었을 때 외교통상부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뒤에 외교부의 누구와 통화했는지가 문제가 되었을 때 통신 기자는 전화 수신자를 밝히기를 거부했다가 종국에는 수신자를 밝혔다. 수신자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않은 것도, 뒤에 말한 것도 다 회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우리 언론사로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일련의 행위가 실정법에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적인 것이며 언론사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보원을 보호하는 것은 실정법적 권위를 초월하는, 언론윤리의 금과옥조라는 사실을 사법당국도 인정해야 한다. 정보원 보호를 위해 소환에 불응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관행은 미국에서 많은 기자의 희생을 통해 정립한 것으로 미국의 여러 주에서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미국 기자들은 흔히 “목숨은 내놓더라도 취재수첩은 내놓지 말라.”고들 한다. 정보원 보호야말로 목숨보다 소중한 것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검찰은 이번의 X파일 보도가 ‘추악한 거래’의 소산이었을 개연성을 주목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기자를 소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법적으로 도청한 내용을 돈을 주고 사서 보도했다면 사법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바람직한 취재관행이 정착단계에 이르지 않은 우리 실정을 헤아려 언론계 내부에서 고민할 언론윤리의 문제로 넘겨야 한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옛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을 놓고 장내외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도청테이프 유출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장외에서는 도청내용의 수사 여부 및 공개 수위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폭로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도청내용 중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은 모두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론을 들어 수사불가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공개 문제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의식한 탓인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제한된 범위의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가칭 ‘진실위원회’라는 형식의 민간기구를 구성해 도청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방향을 정하자고 제안한 것도 불법성을 타개하려는 우회 접근법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불법도청 ‘X파일’의 안전한 뇌관 제거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독수독과(毒樹毒果,Fruit Of Poisonous Tree)론을 근거로 도청내용에 담긴 불법성이 아무리 중대하더라도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우리보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법 상식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가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배제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인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불륜현장을 포착한 사진처럼 촬영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불법도청 내용이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증거능력으로 배척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미국의 이러한 판례를 원용할 때 불법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내용은 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옳다.‘검찰 너만 보느냐. 나도 좀 보자.’는 식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라는 용어로 포장하더라도 명분이 약하다. 독성물질은 자격증 소지자만 다뤄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 계선상에 있는 검찰 관계자와 일반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3년 말부터 정국을 뒤흔들었던 대선자금 수사 때에도 ‘판도라상자’ 논란과 특검론이 대두됐지만 정작 수사가 끝나자 아무런 이론도 제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X파일 건도 미리부터 콩이야 팥이야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성물질 취급 자격증 소지자인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추가 조치를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도청내용의 수사 및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번 편법을 허용하면 또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참지 못하면 불법도청 유혹에 또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범죄행위를 한 것인 만큼 관련자의 철저한 응징과 단죄를 통해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초법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도청내용을 수사하고 공개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의 존중이야말로 X파일의 혼란을 수습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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