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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속이전, 필름 한장 덧댄 용산” 美 스파이 활동에 뚫렸나? [이슈픽]

    “졸속이전, 필름 한장 덧댄 용산” 美 스파이 활동에 뚫렸나? [이슈픽]

    미국 정부 기밀문건 유출 파장이 확산일로다.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 내부 논의 등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실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앞서 지난 6일과 7일 트위터와 텔레그램, 포챈(4chan)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부대 증설 및 무기보급 계획, 중국·중동 지역 등에 대한 미군의 기밀 등이 담긴 문건이 유포됐다. 총 100쪽에 이르는 문건은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문건은 한달 전부터 게시돼 있었지만, 미 당국은 문건이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확산된 후에서야 그 사실을 알아챘다. 유출된 문건에는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스파이 활동 정황도 담겨 있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한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정보는 이른바 ‘시긴트’(SIGINT), 즉 신호정보 보고로 확보됐다는 표현이 적시돼 미국의 도·감청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보안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는 이유다.김병주 “졸속이전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무방비”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육사 40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실 졸속 (용산) 이전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며 “대통령실은 무방비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작년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할 때부터 도·감청 확률이 높으니 대비하라고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 창문은 도·감청 필름을 붙여 (도·감청 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벽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 들어가는 모든 선과 장비에 도·감청 장치들이 묻어 들어갔을 수 있다. 일체 다 점검하고 보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실 바로 옆에 100m 가까이 미군기지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옛말로 창호지 문, 종이문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꼴이다. 방 안에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리는 그런 형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예전에 미국이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일부 국가는 국빈 방문까지 취소한 적도 있다”고 한미정상회담 개최 재고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통령실 “미국 측과 필요 협의” 국방부 “도·감청 조치 충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터진 도·감청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청 관련 항의 표시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 요청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답했다. 국방부의 경우는 용산 대통령실과 나란히 위치한 국방부·합참 건물의 도·감청 위험성에 관한 질문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건물은 도·감청 방지 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다”고 10일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과거 대통령실이 국방부 건물로 이주할 때 도·감청 위험성을 국방부가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그간의 정부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 논의가 담긴 미국의 도·감청 결과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우리 국방부의 기존 입장은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고 전 대변인은 해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외한 방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민주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정부…주한美대사 초치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빚은 초유의 보안 사고이자 안보 참사라며 맹폭을 가했다.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즉각 관련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따져 묻겠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양국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서 뺨 맞고 오더니 미국은 가기도 전에 뺨부터 맞고 시작하는 것이냐. 나라 체통 좀 지키라”고 했다. 홍익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최소한 주한미국대사를 초치해 외교부의 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정도의 외교적 액션은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실에 대한 도청 행위는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동맹의 가치를 버린 것”이라며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도청만큼이나 충격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당연한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태도로 정상회담을 백만번을 한들 무슨 국익이 생기겠나”라고도 했다.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 책임도 크다.안보의 최전선인 대통령실이 보안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급하게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주권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시라”(강민정), “그냥 넘어간다면 ‘글로벌 호구’임을 자처하는 것”(강병원), “미국 간첩에 국가 기밀이 털린 것”(김용민), “초유의 보안사고이자 안보 참사”(조승래) 등 의원들의 SNS도 대통령실 비판 메시지로 넘쳐났다.국힘 “사실확인 먼저, 제3국개입 가능성도”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신중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결부시키려는 야당 공세를 차단하는 데도 애를 쓰는 모습이다. 10일 당 최고위 회의나 논평 등 공식적인 채널에서도 이번 도청 의혹과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우선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감청이 있었는지 자체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만큼 제3국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이 문제는 내용을 잘 살펴본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서 미국·러시아 사이 여러 가지 갈등을 고려해보면, 이 문제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뭔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우리가 미국 정보기관의 행태에 대해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게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퍼트릴 가능성은 없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 양국 사이가 벌어지면 가장 득 보는 나라는 다름 아닌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이라며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 먼저 기정사실화해서 정쟁화하는 것은 국익을 자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국회 운영위나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 개최 요구에도 일단 협의를 우선시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류다. 다만, 지도부의 신중한 입장과 별개로 미국 측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전날 SNS에 이번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측 대응에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며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간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 사과도 요구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석준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러시아가 이런 문제까지로 조작정보를 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팩트일 가능성이 더 많다”며 “박정희 정권 때도 이런 CIA 도·감청 논란이 항상 있었다”고 진단했다.
  • 우크라 대반격 계획 털렸다…‘기밀문건’ 美 스파이 활동 들통 [월드뷰]

    우크라 대반격 계획 털렸다…‘기밀문건’ 美 스파이 활동 들통 [월드뷰]

    미국 정부 기밀 문건 유출 파장이 거세다. 특히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봄철 대반격 계획이 상세히 담겨 있어 앞으로의 전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7일(현지시간) 블라인드와 트위터, 포챈(4chan)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 정부 기밀 문건 여러 쪽이 사진 형태로 유포됐다. 알려진 것만 총 100여쪽에 이르는 문건은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기밀문서에는 외국과 공유하지 않는 기밀이라는 의미인 ‘Secret/NoForn’이라는 표시가 돼 있었다. 이는 미국·영국·호주· 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들과도 공유하지 않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밀정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출된 문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이 가장 많았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 전사자 분석, 주요 전선 현황, 4월 중순까지의 무기 지원 일정, 부대 및 대대 전력 분석 및 훈련 계획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특히 3월 1일 작성된 문건에선 양측 전사자 규모가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전사자와 부상자를 합친 사상자 수가 공개돼 왔다.러군 전사자 최대 4만 5000명…우크라군 2배 문건에 의하면 2023년 2월 28일(개전 370일) 기준 러시아군 전사자는 3만 5500명에서 최대 4만 3500명으로 우크라이나군 전사자(1만 6000명에서 최대 1만 7500명)의 2배가 넘었다.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2월 23일 러시아군 사상자가 18만 800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러스 장관은 그로부터 34일이 지난 3월 29일 공개 석상에서는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22만명이 넘는다며 그 소스를 미군 기관으로 특정 인용했다. 유출된 문건은 러시아군 사상 규모를 18만 9500명에서 22만 3000명으로 보고 있다. 월러스 장관이 공개한 숫자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하지 않았던 사상자 수는 12만 4500명에서 13만 1000명으로 추정됐다. 전사자 수는 1만 7500명이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러시아군과 비슷하게 10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크라는 같은 무렵 자군 전사자 수를 9500명 정도라고 딱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우크라 봄철 대반격 계획 유출…사보타주 정황도 문건에는 미국과 나토, 우크라이나의 전투력 구축 일정도 드러나 있었다. 일단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9개 여단을 훈련 및 무장시켰다. 3월 31일까지 6개 돌격 여단, 4월 30일까지 3개 돌격 여단 전쟁 준비 계획을 세웠다. 문건대로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독립적으로 12개 돌격 여단을 추가 훈련시키고 있다. 82여단은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 독일 마더 장갑차 40대, 미국산 M113 병력수송장갑차 24대, 영국제 챌린저 전차 14대 등 모두 150대를 갖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33여단도 이와 비슷하게 독일·캐나다·폴란드에서 온 레오파드 전차 32대와 미국제 지뢰방호장갑차(MRAP) 90대 등을 받는다고 돼 있었다. 다른 문건은 그동안 위치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와 몇몇 잠수함들의 우크라이나 주변지역 작전계획의 최신 정보를 드러냈다. ‘일급 기밀’이라고 표시된 3월 1일자 문건에는 바흐무트,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미군의 평가를 보여줬다. 바흐무트와 하르키우 지도 위에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병력이 얼머나 어떻게 포진해있고, 어느 방향으로 진격하는지 등 상세 전황도 표시돼 있었다. 문건 가운데에는 우크라이나의 ‘요원’들이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의혹이 반영된 업데이트된 전장 상황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전에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해으며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었다.우크라 무기 고갈 시점 등 명시…美 유출 경위 조사 착수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탄약과 방공 관련 무기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유출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한 문서는 “1선 방어용 군수품이 고갈됨에 따라 2선·3선의 소비가 증가해 모든 고도에서 러시아 공격을 방어할 능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문서에 포함된 도표는 우크라이나의 S-300 지대공 미사일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소진율과 고갈 시점 등 극히 민감한 정보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SA-11은 이달 13일, 미국제 나삼스(NASAMs)는 15일, SA-8는 5월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기밀문건을 누가 어떻게 입수해서 유포했는지, 목적은 무엇인지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이들 문건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한달 이른 3월 초부터 온라인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문건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전사자 수 등 문건의 일부 내용이 바뀐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정보 교란을 위해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상당수 미국 고위 관리는 문서가 완전히 위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등에 제출되는 CIA ‘세계 정보 리뷰’ 보고서와 형식이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문건 유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우크라 무기 지원 관련 韓 외교안보라인 도·감청 정황 유출된 문건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포탄 제공 요청을 받고 해당 판매분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미국은 이러한 정보를 도·감청으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 중 미 국방부 문서에는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미국의 탄약 제공 요청에 응한다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상황에 정부가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은 최근 사임했다. ‘최종 사용자’가 미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될 것을 우려한다는 뜻으로, 이는 한국이 미국의 압력과 전쟁 중인 국가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이러한 비밀 보고서가 전화 및 전자메시지를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보고에서 확보됐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유출된 문건에 “3월 초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고심했다”라고 적혀 있으며, ‘신호 정보’를 인용해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서방 무기의 주요 통로인 폴란드에 포탄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의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의혹은 한미 정상회담(26일)을 앞둔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과 한국의 외교·안보 사령탑까지 대상으로 한 감청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정보수집의 장소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 국내로 보인다는 점 등에서 미국이 이전 사례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청 의혹이 보도된 내용인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논의 자체는 한국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감청 대상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해당 의혹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한국 내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하면서 미국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한국 내 대(對) 정부 압박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청 관련 항의 표시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 요청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답했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필요시 미측과 협의를 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미국 측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받은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 관계 자체는 굳건하다”고 밝혔다.이스라엘도·영국 등 도·감청…중국·중동 등 관련 내용도 포함 미국은 중요 동맹국 가운데 한국 외에 이스라엘, 영국 관련 상황 등에 대해서도·감청으로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고 기밀’로 분류된 한 문서에는 지난 2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고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모사드 관리들과 시민들을 옹호했으며, 일부는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신호정보로 파악했다”고 돼 있었다. 이는 미국이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과, 국내 문제에 개입이 금지돼있는 대외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유출된 기밀문서에는 이 밖에도 중국, 중동,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한 문건에 중국이 중동 국가인 요르단에 외교적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가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중국,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기지 정보와 중동, 테러리즘 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의 문서도 유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유출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 美 CIA, 김성한·이문희 대화 감청했다

    美 CIA, 김성한·이문희 대화 감청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리나라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논의 등 동맹국 정부를 도·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나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는 한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을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건의 문건을 통해 한국 정부가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자국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의 제공 여부를 논의한 대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초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고심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고 전했다. 문건에는 이 전 비서관이 (정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 전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화가 포함됐다.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은 최근 사임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CIA가 작성자로 된 문건에는 이 같은 정보들의 출처가 통신·메시지 도청을 의미하는 ‘신호 정보 보고서’(SIGINT·시긴트)로 명시됐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동맹국들의 국내 문제와 관련한 정보도 담겨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2월 초중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고위층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한 사법개편안에 항의하는 자국 관리들과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유출된 문건은 미 국가안보국(NSA)·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드러난 기밀 문건 분량은 총 100여쪽으로,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처음 등장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 ‘4chan’ 등을 거쳐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밀문서에는 외국과 공유하지 않는 기밀이라는 의미인 ‘Secret/NoForn’이 표시돼 있었다. NYT는 “이 유출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으로써 향후 외교 관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앞으로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그동안 위치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와 잠수함들의 우크라이나 주변 작전계획 정보 등도 공개됐다. 미국은 러시아 국방부 등에 대한 도청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 시기와 특정 목표물을 실시간 파악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군사·정치 지도자들을 감시해 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유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 정부 관계자는 “유출된 문건은 합법적인 정보 수집물과 국방부 합참 등의 브리핑 내용”이라면서도 “이 문건이 진본이라고 해도 정보가 모두 맞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청 관련 항의 표시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 요청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답했다.
  • [속보] 대통령실, ‘CIA 한국 감청’ 보도에 “필요한 협의 예정”

    [속보] 대통령실, ‘CIA 한국 감청’ 보도에 “필요한 협의 예정”

    대통령실은 9일 미국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를 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불거졌지만,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정도는 아니었으며,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감청 내용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기 우회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에 대해선 “이게 보도됐지만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고,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상기시키며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는 일단 언론에 의혹이 제기된 단계라는 점에서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 소통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 국가안보국(NSA)의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스노든에게서 입수한 NSA 일급비밀 문건을 토대로 NSA가 한국대사관 등 38개국 주미대사관을 상대로 도청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미국 측은 정보활동에 대한 재검토 방침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NYT에서도 미국의 주요 정보 수집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NSA 문건이 보도되자, 정부는 “이 문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 및 조치를 신속하게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CIA, 우크라 무기지원 관련 한국 정부 감청”

    “CIA, 우크라 무기지원 관련 한국 정부 감청”

    NYT, 미 국방부의 유출 기밀문서 분석 보도 “미국, 러시아는 물론 동맹국들도 감시했다”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우리나라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논의 등 동맹국 정부를 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유출된 미군 문건 2건에서 한국 정부가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자국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할지 여부를 논의한 부분이 있었다”며 “한국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물품(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도록 압력을 가할까 봐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이 미군에 155㎜ 포탄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난 것과 연관된 내용으로 보인다. CIA가 작성자로 된 문서에는 이 같은 정보들의 출처가 통신·메시지 도청을 의미하는 ‘신호 정보 보고서’(시긴트)로 명시됐다고 NYT가 전했다. NYT는 “이 유출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으로써 향후 외교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정보기관의 보안이 뚫렸다는 점에서 향후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총 100쪽에 달하는 유출된 기밀 문건은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보안·정보기관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정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고위층의 불만 등 광범위한 기밀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디스코드에 처음 등장한 정보 문건들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으로 유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법무부는 국방부와 공조해 유출 경위 수사에 나섰으며, 미 중심의 동맹을 균열시키려는 고의적 유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 美 ‘우크라 문건’에 한국 감청 정황…“尹에 포탄 제공 압박 우려”

    美 ‘우크라 문건’에 한국 감청 정황…“尹에 포탄 제공 압박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미군 기밀 문건이 유출된 가운데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에 한국 관리들을 감청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유출된 기밀 문건 가운데 적어도 2건이 실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포탄을 미국을 통해 ‘우회 공급’할지에 대한 한국 정부 내부의 논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품 전달과 관련해 압박을 가할 것을 우려했다”고 적혀 있다. 한국의 실상무기 지원 문제는 지난해 한국에서 155㎜ 포탄 10만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하면서 표면화됐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방독면, 방탄조끼, 의약품 등은 제공해도 살상무기를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NYT는 “이런 도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언급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방부뿐 아니라 중앙정보국 등 정보기관들이 만들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일일 정보보고 형식으로 보고된 기밀 문건들 중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한국·영국·이스라엘 정부에 관한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작성자인 문건 내용 중에는 정보 출처를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signals intelligence report)라고 표현했다고 NYT는 전했다. 시긴트는 전자 장비로 취득한 정보로, 도·감청한 내용임을 뜻한다. NYT는 이밖에 2월 초중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고위급 인사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제안한 사법 개혁안에 항의하는 자국 관리들과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러군 공격시기와 특정 목표물 등 정보 美에 실시간으로 전달 지난 며칠간 확산한 문건을 보면 미국 정보당국은 공격 계획과 전쟁 여력 등을 상세히 평가하고 있는 등 러시아의 보안·정보기관에 깊이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뚜렷이 담겨 있다. 또한 러시아군의 공격 시기와 특정 목표물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미국 정보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미국이 전달해준 덕에 우크라이나가 중요 전기마다 방어 태세를 충분히 갖춘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서방 고위 관리는 문건들을 살펴본 후 “고통스러운 유출”이라면서 “여러 정보기관이 서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밀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와 확신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청된다. 해당 문건은 사냥 잡지 등으로 보이는 것들 위에 올려져 촬영된 사진의 형태로 온라인에 확산했는데, 이를 분석한 전직 관리들은 유출자가 기밀 브리핑 자료를 접어 주머니에 넣은 다음 안전한 장소에서 꺼내 찍은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4chan’ 등에 유포된 후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일부 사진에서는 미국 국방부의 공개 데이터와 달리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훨씬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등 일부 조작된 정황도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상당수 고위 관리는 문서가 완전히 위조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등에 제출되는 CIA ‘세계 정보 리뷰’ 보고서와 형식이 유사하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문서 유출 경위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군의 계획과 관련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동연 경기지사 , 美 대사와 프로야구 개막전 관람

    김동연 경기지사 , 美 대사와 프로야구 개막전 관람

    김동연 경기지사는 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개막전 KT위즈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동반 관람은 지난해 11월 30일 골드버그 대사의 경기도청 방문 당시 열렬한 야구팬인 김 지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날 관전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아담 H 스털링 전 슬로바키아 대사(미국대사 초청), 윌라드 벌러슨 미8군 사령관, 이재준 수원시장 등도 함께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김 지사 접견 직후 트위터에 “김 지사의 환대와 파트너십 강화에 감사하다”며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를 고대하며,하루빨리 KT위즈 경기를 보러 수원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경기 관람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골드버그 대사와 함께 야구 경기를 보면서 경기도와 미국이 혁신경제를 위해 힘을 모으는 ‘혁신동맹’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기회경기 관람권’을 처음 지원받은 70세 이상 노인,장애인들도 초청됐다.기회경기 관람권은 스포츠 소외계층을 위한 것으로 도내 연고 4대 프로스포츠 홈경기를 75% 할인된 금액으로 볼 수 있다.
  • ‘권도형 인도청구 미국이 빨랐다’는 오보… “한국이 하루가량 빨라”

    ‘권도형 인도청구 미국이 빨랐다’는 오보… “한국이 하루가량 빨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구금 중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미국이 한국보다 범죄인 인도 청구를 빨리했다는 현지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외교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 인도 청구는 한국 법무부가 미국 당국보다 하루가량 빨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권 대표가 체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4일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몬테네그로 유력 일간지 ‘비예스티’는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언론 브리핑을 전하면서 “코바치 장관이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조금 더 일찍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코바치 장관이 ‘어제(28일) 한국 법무부의 인도 청구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지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30일 “우리도 늦지 않게 청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바치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는 점만 언급했을 뿐 청구 순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학과 김상헌 교수도 연합뉴스에 “코바치 장관의 브리핑 동영상을 본 결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먼저 했다고 해서 권 대표 신병 확보에 유리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청구 일자뿐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 범행 장소, 범죄인의 국적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송환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모두 시스템하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병 확보를 국가 간의 경쟁 구도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내 송환 가능 여부는 우리 법무부가 얼마나 강력한 혐의와 증거를 제시하고 몬테네그로 법원을 설득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은 권 대표 신병 확보와 동시에 공범으로 지목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국내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변제를 위해서라도 국내 송환이 필요하다며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송환국이 어디로 결정되든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어머니 죽음 복수 나선 해리 왕자…언론 상대 소송 법원 출석

    어머니 죽음 복수 나선 해리 왕자…언론 상대 소송 법원 출석

    영국 해리 왕자가 유명인의 개인적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며 데일리 미러를 상대로 벌인 소송의 예비심리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7일(현지시간) 가수 엘튼 존 등 유명인 7명이 타블로이드지를 대상으로 낸 이번 소송은 파파라치에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 고 다이애나비의 죽음에 해리 왕자가 복수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왕실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는 해리 왕자의 귀국은 지난해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그가 얼마나 이번 소송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해리 왕자는 재판정에서 검은색 작은 수첩에 메모하며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이번 소송은 해리 왕자와 가수 엘튼 존 부부,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새디 프로스트 등 유명인 7명이 지난해 10월 데일리 메일 등의 발행인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은 데일리 메일 등이 1993~2018년 25년간 불법 정보 수집으로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구체적으로는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집과 차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뒤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내부 민감한 정보를 위해 경찰에게 돈을 주었으며, 의료 정보를 사기로 받아내고, 불법 수단과 조작으로 금융 거래 명세와 신용 이력에 접근했다는 것이 소송 내용이다. 해리 왕자는 고소장에서 데일리 메일 등이 적어도 2001년 초부터 2013년 말까지 자신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불법 수단을 사용했으며 형과 형수인 미들턴빈도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또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첼시 데비, 나탈리 핀크햄, 크레시다 보나스 등에 대한 기사 작성에 있어서 데일리 메일이 불법적인 정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 메일의 모회사가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임종 사진을 보도한 것을 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 논의한 것도 그 구체적인 사항을 언론이 파악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의 불법적 활동으로 10대 시절 중요한 순간을 박탈당했으며, 자신과 친구들이 용의자 취급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론 활동으로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았고, 1997년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사망 이후 언론이 약속했던 것을 위반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해리 왕자는 언론의 불법 행위 증거로 자신과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데이트했던 전 여자친구 데비에 관한 데일리 메일의 기사 14건 등을 제출했다. 이 기사들이 휴대전화 해킹, 도청 등으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반면 데일리 메일 발행인 측은 성명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원고들이 이 의혹에 관해 파악한 이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으므로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는 엘튼 존 부부도 출석했다. 이들은 집 전화가 도청됐으며 개인 비서와 정원사들도 데일리 메일 등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 “오늘 사람 죽였다” 도청 파일도 증거…우크라서 ‘전범’으로 기소된 러 군인

    “오늘 사람 죽였다” 도청 파일도 증거…우크라서 ‘전범’으로 기소된 러 군인

    “오늘 한 남자를 죽였어”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이지움 지역에 주둔하던 러시아 병사 한 명이 지난해 6월 자신의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이 털어놨다. 그는 다음 날 한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은 고백을 했는데,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XX 차가 총에 맞았다. 신경 안 쓴다”고 답했다. 미국 CNN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청한 해당 러시아 병사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당시 민간인 차량에 발포한 병사는 러시아 제2차량화소총사단에서 복무한 모스크바 출신 클림 케르자예프(25)로 밝혀졌다. 승무원 3명과 보병 6명을 태울 수 있는 한 BMP-2 보병전투장갑차에서 전차장을 맡았다고 전해진 그는 우크라이나 형법 제438조에 의거해, 민간인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리는 궐석 재판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통해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사건은 우크라이나군의 한 정찰 드론 카메라에도 기록됐다. 민간인 차량이 총격을 당하는 모습 뿐 아니라 거기 타고 있던 민간인 여성 발레리아 포노마로바가 러시아군 총격에 맞아 쓰러진 남편 안드리 보호마즈를 두고 피신할 수밖에 없던 과정에서 드론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해당 드론은 이후 ‘따라 오라’는 팻말을 부착하고 다시 나타나 피해 여성을 우크라이나군의 주둔지까지 인도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공개됐다. 당시 러시아군은 총에 맞은 보호마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버려두고 떠났다. 그러나 이 남성은 다음 날 깨어났고 안전 지대로 걸어가 생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히 볼비노우 하르키우 경찰 수사과장은 “이 사건은 하르키우에서만 조사 중인 수백 건의 러시아 전쟁범죄 혐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볼비노우 과장은 또 자신의 팀에 900명이 넘는 수사관이 있으며 대부분 사건이 전쟁 범죄 혐의라고 덧붙였다.
  • “푸틴 공개수배” 체포영장 발부…진짜 법정 설 확률은 [월드뷰]

    “푸틴 공개수배” 체포영장 발부…진짜 법정 설 확률은 [월드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실제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는 17일(현지시간)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체포영장 발부를 발표했다. 재판부는 또 푸틴 대통령에게 “해당 행위를 저지른 민간 및 군 하급자들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가원수급으로는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 ICC 체포영장 발부 사례다. 수사를 총괄하는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 다수가 이후 러시아에 입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칸 검사장은 이어 “아동들에 대한 러시아 시민권 부여가 신속히 이뤄져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푸틴의 대통령령을 통한 법 개정도 이뤄졌다”며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제이주는 ICC를 설립한 조약인 로마 규정에 따라 범죄로 인정된다. ● 러軍 공습에 엄마 잃은 소녀 “구해줘서 고맙다”? 러시아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 대다수는 헤르손, 하르키우,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남부의 러시아 점령지 출신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이름이나 출신지, 러시아 내 거주지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최소 2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동반자 없이 러시아로 이동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서방언론은 우크라이나 어린이 이주가 러시아의 전쟁명분 선전, 러시아 정체성을 지닌 우크라이나인 육성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한다. 러시아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콘서트에도 수십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동원했다. 당시 무대에 오른 안나 나우멘코(15)라는 이름의 소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어린이 367명을 ‘해방’시킨 걸로 알려진 러시아 군인 유리 가가린에게 “나와 내 여동생 그리고 마리우폴의 어린이 수백 명을 구출해줘서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곧 소녀는 사회자들을 돌아보며 “대사를 잊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후 소녀가 작년 4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 공습으로 엄마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선전전에 동원하고 있다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 푸틴 신병 확보 거의 불가능…전범 기소시 상징적 의미 하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됐더라도 푸틴 대통령 신병 확보는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통상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ICC 규정과 자국 국내법상의 절차에 따라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한 비당사국(비회원국)이라 자발적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ICC는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궐석재판은 진행하지 않으므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언제 개시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ICC가 푸틴 대통령을 기소한다 한들 그가 실제 법정에 설지는 미지수다. 다만 칸 검사장 16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치 전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사례를 들며 푸틴 대통령이 결국 법정에 끌려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의지 섞인 전망을 제시했다. 아울러 ICC가 체포영장 발부를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ICC 회원국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혐의자면 외국 정부 수반일지라도 체포해서 ICC에 넘겨야 하므로, 푸틴 대통령이 해외 방문을 자제하는 등 외교적 고립도 심화할 전망이다. ● 러시아 “효력 없다” 바이든 “정당하다” 이와 관련해 드미프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런 종류의 어떠한 결정도 법의 관점에서 무효하고 효력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해외 방문이 우려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이 주제에 대해 더 덧붙일 얘기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나와 귀가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명백히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도 ICC의 사법관할권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명령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한 행동을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그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 시진핑 방러 발표 후 푸틴 체포영장 “김 샜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 후 수 시간 뒤에 나왔다. 이에 따라 휴전과 대화 재개를 중재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무대로 보였던 자리는 졸지에 ‘국제적 전쟁범죄자’와의 회동으로 전락했다. 물론 ICC 체포영장 발부가 중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의 만남이나,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우크라이나 역시 ICC 당사국이 아니어서다. 하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는 이달 10일 국가주석 및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돼 사상 첫 ‘3연임’ 국가주석에 오른 뒤 갖는 첫 외국 방문이란 점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중국의 큰 발표(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서 다소간 김이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화 중재자’로 보이려는 중국의 시도가 이를 계기로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AP는 덧붙였다.국제형사재판소, ICC는?ICC는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crime against humanity) 등 국제사회 공통의 관심사이자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설 재판소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체결된 조약인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설립됐다. 범죄 혐의가 입증되는 경우, 국가원수의 면책특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해 123개국이 회원국이다. 미국, 중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가입했다가 2016년 탈퇴했다.
  • 제주의 봄 함께 했다면… “4·3추념식 윤대통령 불참”

    제주의 봄 함께 했다면… “4·3추념식 윤대통령 불참”

    오는 4월 3일 열리는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4·3희생자 추념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지난 13일 정부 관계자로부터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도 관계자는 “제주도와 4·3희생자 유족들이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여러 번 건의했지만 최근 일본과 미국 방문 등 국가 업무 일정 때문에 추념식 참석을 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해 4월 열린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추념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7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의 간절한 봄을 대통령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며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해 원통한 희생자의 원혼을 해원하고, 피맺힌 한을 품고 살아온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건의했던 터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4·3희생자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는 재일본 희생자와 유족들이 보상금 신청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재일본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회(오사카)가 일본 현지에 4·3 전담인력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주오사카총영사관에서 보상금 신청·접수가 가능하도록 행정요원 1명을 채용하고 13일부터 배치했다. 또한, 제주도청 4·3지원과 4·3보상지원팀에 일본어 전담인력 2명을 배치해 재일본 유족들을 위해 일본어로 안내하고 있다. 도는 4월 중 도쿄, 오사카를 방문해 현지 신고 접수기간(5일간)을 운영할 계획이며, 중앙위원회 심의가 완료됐으나 아직까지 지급 청구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외교부 협조를 받아 해외 주소지를 확인하고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최종 보상금 지급 대상자로 결정된 1468명 중 1421명의 희생자에 대해 청구권자 1만 2212명에게 총 1044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 “권력자·재벌에게만 적용 우려” “인권 감수성 위한 시대적 흐름”

    “권력자·재벌에게만 적용 우려” “인권 감수성 위한 시대적 흐름”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오는 14일까지 입법 예고한 가운데 검찰은 7일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만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 한동안 ‘검법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7일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대검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는) 주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며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될 염려가 있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날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고 수사의 밀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법원은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과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이미 실무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는 경우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가 이뤄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은 9~10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적정한 운영 방안을 토의 주제로 올려 개정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의 문제 제기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개정 규칙 시행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은 전자정보 압수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 대상 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는 내용을 신설한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각에선 ‘먼지 털기식’ 압수수색에 대해선 일부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검찰은 경기도청 내 22개 부서를 상대로 한 달 가까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영장을 받은 뒤, 지난해 취임 후 새로 교체한 김동연 경기지사의 업무용 컴퓨터까지 집행 대상에 포함해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일선 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 절차상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구체적인 사건 수사의 성패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이 ‘네 탓’을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자와 재벌 같은 부패사건 등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 규칙 도입 땐 실체적 진실 발견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형사소송규칙 개정 두고 ‘法·檢 갈등’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형사소송규칙 개정 두고 ‘法·檢 갈등’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오는 14일까지 입법 예고한 가운데 검찰은 7일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만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 한동안 ‘검법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7일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대검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는) 주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며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된 염려가 있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날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고 수사의 밀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법원은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과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이미 실무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는 경우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가 이뤄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은 9~10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적정한 운영 방안을 토의 주제로 올려 개정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의 문제 제기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개정 규칙 시행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은 전자정보 압수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 대상 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는 내용을 신설한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각에선 ‘먼지 털기’식 압수수색에 대해선 일부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검찰은 경기도청 내 22개 부서를 상대로 한 달 가까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영장을 받은 뒤, 지난해 취임 후 새로 교체한 김동연 경기지사의 업무용 컴퓨터까지 집행 대상에 포함해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일선 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 절차상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구체적인 사건 수사의 성패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이 ‘네 탓 공방’을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자와 재벌 같은 부패사건 등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 규칙 도입 땐 실체적 진실 발견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 이차전지 신소재기업, 여주에 1000억 투자 K-배터리 시설 건립

    이차전지 신소재기업, 여주에 1000억 투자 K-배터리 시설 건립

    초저온·고온 등 특수환경에 적용되는 방위산업용 이차전지 신소재를 개발한 ㈜그리너지가 여주시에 1000억원을 투자해 K-배터리(차세대 이차전지) 설비시설을 구축한다. 김동연 경기지사, 이충우 여주시장, 방성용 그리너지 대표이사는 16일 경기도청에서 ‘K-배터리 제조시설 건립 및 이차전지 혁신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맺었다. 협약에 따라 방위산업용 이차전지 신소재 기업인 그리너지는 2024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여주시 점동면 일원 2만7000㎡에 건축 연면적 9000㎡ 규모의 이차전지 신소재 설비시설을 건립한다. 또 192명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사막에서 출발했다.여주는 거기에 비하면 훨씬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 등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니까 혁신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최선을 다해서 충실히 약속을 지키고 여주시 발전을 위해서 애쓰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여주는 모든 게 열악하고 규제도 많은데 경기도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빠른 시간 내에 원활히 진행된 것 같다. 그리너지에 있는 산업단지까지 포함해서 12개 정도 산업단지를 동시에 추진하려고 용역 중인데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 대표는 “저는 여주에서 태어났다.그래서 여주로 돌아가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이차전지를 여주에서 개발해 아직 전동화가 되지 않은 산업군들,중장비들,또는 대형 선박들,디젤과 같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을 전동화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동부지역은 수도권규제(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수도법), 팔당특별대책지역(환경정책기본법) 등 대표적인 규제 중첩지역으로 기업의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협약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지난 1월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 중 하나인 K-배터리 신소재 기술기업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경기도는 서울 본사와 충주 제조공장을 직접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고, 팸투어와 연석회의를 통해 적정부지를 소개하는 한편 여주시와 함께 여주지역을 이차전지 혁신생태계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그리너지의 이번 투자 결정을 이끌어냈다. 경기도와 여주시는 ㈜그리너지의 ‘K-배터리 제조시설’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이차전지 신소재 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협력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경기 동부지역을 K-배터리 혁신생태계로 구축할 계획이다. 그리너지는 2017년 2월 설립해 지난해 11월 ‘CES 혁신상’을 수상한 미래 혁신기업이다. 기존 이차전지와 다르게 음극으로 사용되던 흑연을 리튬티탄산화물(LTO)로 대체하는 이차전지 신소재를 개발했다. LTO는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음극재 원료 중 하나다. LTO를 적용한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우수한 안전성과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LTO 이차전지는 안정성, 고출력, 고수명 등의 특장점이 있어 방위산업용, 선박, 철도차량, 대형버스, 건설기계 장비 등에 사용이 가능하며 현재 기관․기업에 진출하기 위해 정부 주요 과제 채택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尹, “중앙 권한 과감히 지방에 이양”…57개 과제 선정

    尹, “중앙 권한 과감히 지방에 이양”…57개 과제 선정

    전북서 중앙지방협력회의 주재인구감소 지역에 기금 가점자치조직권 확대 논의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북도청에서 주재한 제3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2의 국무회의’로 불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는 현 정부에서 분기별 1회 개최를 원칙으로 정례화돼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시행령 개정계획 ▲지방소멸대응기금 개선방안 의결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 보고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방안 보고 등 4개 안건이 상정돼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인구 문제도 매우 시급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 문제가 심각한 지역 중심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방시대 핵심은 교육과 산업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모두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이고 그것이 바로 민생”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우리는 미국, 유럽과 달리 오랜 중앙집권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방시대를 열려면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외교·안보·통상·산업 기본정책 등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면 중앙집중적인 국민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주문했다.이날 보고된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 계획에 따라 정부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위임하는 등 6개 분야에서 취합한 57개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한다고 밝혔다. 또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에서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단체장 정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등 지자체가 각 특성에 따라 사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 [특파원 칼럼] 미중 신냉전 서막 연 ‘정찰풍선’/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중 신냉전 서막 연 ‘정찰풍선’/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으로 미중 관계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이슈가 된 ‘해외 비밀경찰서’ 논란에 이어 또다시 국가 이미지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번 풍선이 “기상 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기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풍선은 직경이 20m로 대형 버스 2~3대 크기다. 일반적인 기상 관측용 풍선(2m 안팎)보다 훨씬 크다. 중국 풍선이 관측된 고도도 20㎞ 이하여서 관측용 풍선이 주로 활동하는 위치(30㎞)와 다르다. 여기에 미국 ABC방송 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풍선 내부에 뼈대와 같은 장비들이 보인다. 위성통신, 항로 수정 기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통신 기능을 갖췄다면 풍선이 수집한 정보를 중국에 전송할 수 있고, 자력으로 항로를 이동할 수 있다면 미국 내 원하는 지역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해당 풍선은 미국의 핵ㆍ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공군 기지 상공에서 발견됐다. 미중 관계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수많은 첨단 군사위성을 우주에 띄운 중국이 20세기 초에나 쓰던 정찰풍선을 운영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찰풍선이 여전히 효용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위성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정찰 목표로 천천히 접근해 장시간 살펴볼 수 있어 군사적 활용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기권 내 전자 신호를 가로채거나 수집하는 데는 위성보다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찰위성처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로켓을 쏠 필요가 없어 비용도 덜 든다. 미국 입장에서는 화가 나겠지만 솔직히 워싱턴도 할 말은 없다. 펜타곤 역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겨냥해 수많은 정찰 자산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이번 정찰풍선 사건은 미중 간 ‘장군 멍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국가안보국(NSA)을 동원해 국내외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통신 기록을 입수하고 통화 내역을 도청하는 프리즘(PRISM)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2013년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이 같은 활동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NSA가 개인 사생활까지 수집했다는 점에서 특정 세력이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러더’ 논란으로 번졌다. 미국의 우방인 독일을 비롯해 주요 정상급 인사들에 대한 도감청을 실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파장은 더욱 커졌다. 스노든의 폭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나 이번에는 중국의 정찰풍선 논란이 나왔다. 풍선이 미국뿐 아니라 중남미와 대만, 일본 등에서도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건의 영향도 전 세계로 퍼질 듯하다. 오직 미국이나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전 지구적 정보 수집 활동을 중국도 은밀히 수행하고 있었다는 증거일 수 있어서다. 이번 사건을 또 하나의 빅브러더 탄생으로만 봐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집권을 시작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군사 대결로 한발씩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 앗 아군이네?…러시아군, ‘실수’로 용병 바그너 그룹 탱크 파괴

    앗 아군이네?…러시아군, ‘실수’로 용병 바그너 그룹 탱크 파괴

    러시아군이 실수로 아군인 용병 바그너 그룹의 탱크를 파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최전선에 벌어진 사고 소식을 보도했다. 이번 정보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러시아 측을 도감청하면서 얻은 것으로 내용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러시아 병사와 그의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병사는 전화로 “우리가 그들(바그너)을 쐈다. 우리가 아군인 것을 깨닫기도 전에 그들의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또한 병사는 “바그너가 우크라이나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냈지만 국방부는 집계조차 하지 않고있다”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해당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는 러시아 측이 전장에서 큰 혼란을 겪고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그러나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해당 정보의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러시아 측을 상대로 한 도감청과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쟁에서 상당한 전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병사들의 휴대전화 통화를 도청한 결과 지휘관을 비난하거나 처우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들이 많았다. 특히 러시아 군인들이 최전선에서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하면서 위치 정보를 노출해 우크라이나군의 ‘먹잇감’이 된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해 전날인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100여명 가까운 병사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에 몰살한 사건이 있다. 이에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3일 “장병들이 휴대전화 금지 수칙을 어기고 상대방의 무기 사거리 안에서 전원을 켜고 대량으로 사용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가 발신하는 신호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이들의 위치를 포착, 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한편 일명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불리는 바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이다. 바그너 그룹은 푸틴 정권을 대리해 각종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 등 잔혹한 전쟁 범죄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병력이 부족해지자 전국의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죄수들까지 용병으로 모집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 20년 만에 석방된 ‘쿠바의 여왕’…일급스파이 아나몬테스[사건파일]

    20년 만에 석방된 ‘쿠바의 여왕’…일급스파이 아나몬테스[사건파일]

    약 20년 동안 쿠바 정부를 대신해 스파이 활동을 한 미국 국방 정보국의 전 미국 선임 분석가 아나 몬테스(65)가 석방됐다. 쿠바 정부를 위해 간첩 행위를 저지른 음모 혐의로 체포되어 기소된 몬테스는 복역 20년 만에 사회로 나오게 됐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연방교도소에서 풀려난 몬테스는 10일(한국시간)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사생활을 영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현재 진행 중인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 조치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몬테스는 앞으로 5년 동안 인터넷 사용 등에 당국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으로 일하거나 허가 없이 외국 정부 관계자와 접선하는 것도 금지된다. 몬테스는 ‘어떻게’ 활동했나 몬테스가 쿠바 정보국의 비밀공작원으로 포섭된 것은 법무부를 관두기 1년 전인 1984년이었다. 레이건 행정부의 부도덕성을 파헤치고 ‘억압받는’ 중남미의 국가를 구해야 한다는 소신에서였다. 스페인어에 능숙하고, 존스홉킨스대학원의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가진 몬테스는 1985년 미국 국방정보국(DIA) 정보분석관으로 일하게 됐다.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한 채 본격적인 간첩 행각에 돌입했다. 당시 CIA 국장으로부터 우수 근무상을 받을 정도로 일을 잘했다. 몬테스는 주변에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밀문서를 머릿 속에 기억한 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작성, 암호화된 디스크에 옮기는 방식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 공중전화와 단파 라디오를 통해 쿠바 측과 접선했다. 몬테스는 쿠바 정세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동료들보다 빨리 승진했고, 동료들로부터 ‘쿠바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긴 간첩생활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1996년부터 몬테스의 근무 태도가 수상하다고 느낀 DIA의 방첩 담당관은 2000년 FBI로부터 쿠바의 사주로 스파이 활동을 하는 자가 조직 내에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특정 시기 쿠바의 미 해군기지를 찾은 인물을 찾은 결과 몬테스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긴 스파이 생활 결국 잡혔다 FBI와 DIA 합동수사팀은 몬테스가 1996년에 한 이름없는 가게에서 특정 상표의 개인용 컴퓨터를 샀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전화 도청과 미행에 나서 몬테스가 여러 공중전화 부스를 옮겨 다니며 뉴욕시에 연락 중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몬테스의 자택에서는 쿠바와의 교신에 사용한 단파라디오, 난수표와 호출기 등이 발견됐다. 몬테스는 2001년 9·11 사태 직후 아프가니스탄 내 공습 표적 분석팀원으로 선발됐기에 합동수사팀은 몬테스의 체포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몬테스는 쿠바에서 비밀공작원으로 일하는 4명의 미국 요원들의 신원 정보와 엘살바도르 내 미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요원들의 행선지 정보 등을 쿠바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그가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징역 25년과 보호 관찰 5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쿠바에 대한 미정부의 정책은 잔혹하고 불평등하다고 판단했으며, 작은 섬나라인 쿠바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도덕적인 책임감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몬테스가 “미국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첩자 중 하나”라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가 방첩 책임자를 지낸 미셸 반 클리브는 2012년 의회에 몬테스가 “우리가 쿠바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우리가 쿠바에서 어떻게 작전을 수행했는지에 관해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노출시켰다”라고 밝혔다. #편집자 주 매일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납니다. [사건파일]은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잊지 못할 사건사고를 전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전말, 짧은 뉴스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려드릴게요.
  •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간관을 중심으로-/이근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평론]

    0. ‘그림자 개’와 소설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개’가 누군가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인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단지 희한하고 우스운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겨 버린다. 따라서 그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림자 개’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88쪽) 대뜸 이렇게 시작하는 박솔뫼의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그림자 개’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언뜻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시간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그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왜 위험한 거지?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근대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혹은 불필요한 질문이 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어떤 성과나 효용이 발생하느냐고. 그런 것이 산출되지 않고 어떤 답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애초에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라고. 시간이니, 마음이니, 관계니, 믿음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한 시간 더 일하거나 한 시간 더 잠을 자 두라고.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더이상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근대인은 ‘시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것 대신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손에 쥐고 더 나은 내일,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파멸의 길이기도 해서,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이뤄 낸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를 불러오게 된다. 그럼에도 반성 없는 근대의 열차가 질주의 고삐를 멈추지 않던 20세기 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발터 베냐민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냐민에 따르면 근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삼분법적 시간관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폐기시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으로 스러지고 잊힌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과거는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의한 ‘기억의 형식’이 되며, 이는 과거가 현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때 “균질하고 공허”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연속적·진보적 시간의 흐름을 폭파한 후 그 ‘정지의 상태’에서 스쳐 가는 찰나의 기억을 붙잡는 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금 “현재와 더불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정지의 변증법’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발전해 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일단 멈춰야만 한다는 것, 그 정지의 순간에만 가능한 무엇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간의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이상 발터 베냐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최성만 옮김, 길, 2008, 331~345쪽 참조)해 새로운 서사를 (재)구성해 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시간은 서사적 방식으로 진술되는 한에서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시간 경험의 특징”을 그리는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 폴 리쾨르의 말(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김한식·이경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9, 25쪽)은 베냐민의 역사철학적 사고와 근대 이후 서사의 주요 장르가 된 소설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찰나라도 멈춰 세운 후 그 정지의 시간 속에서 잊힌 한 존재를 기억의 그물로 건져 낼 수만 있다면 이는 인간 삶의 새로운 서사-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림자 개’와 닮아 보인다. 앞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그림자 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하나. 그림자 개는 그림자로 된 개다. 둘. 그림자 개는 산책을 한다. 셋. 그림자 개는 짖는다.”(‘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88~89쪽) 하나. 소설은 허구로 쓰인 글이다. 둘. 소설은 시간과 마음의 연결을 돕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 셋. 소설은 짖는다. 이 ‘짖음’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신호라면 우리는 소설을 그저 상상력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벼이 여기고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다루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구축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따져 보는 실천이 된다. 여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세 편의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1. 소진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2020.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27년 하와이,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로 태어난 ‘정웰링턴’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자신의 신념인 공산주의가 실현된 나라를 보기 위해 1948년 체코로 떠난다. 허나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은 그가 그토록 꿈꿨던 이상과 달랐고, 정작 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열외자”(54쪽)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그는 체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비밀경찰에 협조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정신적 고향으로 여겨 온 북한에서는 현앨리스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숙청당한다. 그는 미국과 체코, 북한 그 어느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다. 1963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웰링턴은 꿈을 꿨고 꿈을 기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두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 꿈속에서 정웰링턴은 두 번째 삶을 살았다. 또는 세 번째, 네 번째. 인간은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정웰링턴은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다시 잠들지 못했다.(7쪽) 인간은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나 이날 그는 자신의 꿈을 기억해 낸다. 이후 다시는 잠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오래된 기억”으로서의 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떠올린 순간 “인생 전체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꿈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그는 무엇을 망각해 왔던 것일까? 근대는 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 위기는 사실상 ‘위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선택을 의미했다. 옳음과 그름, 구원 또는 심판,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 찬성이냐 반대냐를 요구하는 시대. 그게 바로 ‘위기’라네. (…) 재밌는 건 그럼에도 최근 지나온 10년을 프랑스혁명 이후 유일하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네.(97쪽) 근대 이후 빠르게 변모해 가는 세계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대립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던 지난 10년은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시대였다고 ‘이지’는 말한다. 정웰링턴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죽음의 위기를 수시로 겪어 온 자신과 가족, 동지들의 삶이 위기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애초에 무언가를 택한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선택을 내릴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사람들, 처음부터 “예외적인 존재”(100쪽)였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이렇게 배제한 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두 체제 모두가 그렇게 했다는 것, 즉 두 체제 모두가 ‘근대의 쌍생아’로서 그들을 사회에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시켜 온 공모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다. 공산주의는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는 반대다. 자본주의는 상이한 욕망과 능력을 먹이로 성장하고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나누고 계급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변했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정웰링턴은 생각했고 책에 불을 붙였다. 바삭하게 굳은 ‘레탕모데른’은 잘 타올랐다.(8~9쪽) 1963년의 잠에서 깨어난 뒤 그가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둘 다 최종 목적지를 ‘발전된 미래’에 두고 ‘진보적 시간관’이라는 동일한 연료로 달리는 기차였다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이제 겉무늬만 다를 뿐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근대의 두 기관차 모두에 “비상 브레이크”(“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56쪽))를 걸기 위해 그는 이들이 공유한 시간관 자체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즉 ‘근대의 시간’이라는 잡지를 불태우는 것은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1848년 7월 혁명 발발 당시 파리 곳곳의 여러 사람들이 “시계탑의 시계”를 향해 동시에 총을 쐈던 것처럼(위의 책, 346쪽) 근대 이후 ‘혁명’은 기존 시간관과의 투쟁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거대한 근대의 시간에 맞서 “지연된 순간들”을 좋아하고 “목적지가 없”는 이동과 “결과가 없는”(102쪽) 실험을 추구하는 정웰링턴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차차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가 돼 간다. 그에게 남은 대화 상대는 과거뿐인 듯하다. 윌리(정웰링턴의 애칭-필자)는 과거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한 이후 처음 체코에 온 시절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29쪽) 과거를 떠올리는 그에게 처음 체코에 도착했던 14년 전과 14년 후인 지금 현재는 “겹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건너뛰어 먼 과거의 특정 시기와 현재가 연결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체코 비밀경찰의 협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면?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북한으로 갔다면? 아니, 애초에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한 1963년의 그날 그가 꿈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꿈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삶이 가능했더라도 그것들이 모두 ‘진보의 꿈’으로 귀결될 뿐이었다면. 공간적으로도(“체코와 북한 모두에 거절당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135쪽)), 시간적으로도(“정웰링턴의 문제는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16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나의 장르를 발명해 낸다. “침묵”(16쪽)이 바로 그것. 이는 소설 속의 그가 행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허먼 멜빌, ‘허먼 멜빌’,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22쪽)라며 ‘하지 않음’을 택하는 허먼 멜빌의 바틀비와 극 중간중간 긴 침묵에 골몰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들뢰즈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글에서 “피로한 인간은 단지 실현을 소진했을 뿐이다. 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라고 둘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피로한 인간’은 오늘의 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며 피곤해하지만,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다시 일을 하며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인간’에게는 이 내일의 실현 가능성이 더이상 없다.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기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먼 훗날이든 더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4쪽 참조) 하와이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체코로,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따라 살아온 정웰링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소진된 가능성’뿐이다. 가능성을 탕진해 온 삶. 그의 “시계는 정지”(96쪽)한다. 윌리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나의 선택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132쪽) 삶이 정지하는 죽음의 순간 정웰링턴은 가능성 자체의 소진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진보의 폭력성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부를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한 후 맞는 마지막 순간의 정지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는 중이다. 바로 “더이상 가능한 것은 없다”는 이미지.(위의 책, 44~45쪽 참조) ‘진보적 시간’이 주장하는 모든 허황된 것들을 끝장낸 후에야 비로소 발생할 이미지. “죽음과 혼돈의 순간”이 “생성과 창조의 순간”과 동시에 존재하는 “카오스모스의 시간”(위의 책, 119쪽), 그것은 결코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다. 2.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산책 -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문학동네, 2021.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82년 3월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 미국문화원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당시 고신대 학생이었던 문부식, 김은숙 등으로,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자행된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미국은 즉각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1년 박솔뫼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미래 산책 연습’을 발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소재로 ‘매일 산책 연습’이라는 단편소설을 이미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한 번 다뤘던 소재를 왜 다시 써야만 했을까. 두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나’의 서사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은 장편인 ‘미래 산책 연습’에는 ‘나’ 외에 ‘수미’의 서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두 서사가 지닌 시간축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즉, ①‘나’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80년대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의 형식이라면, ②수미의 서사는 80년대 과거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①‘나’는 부산의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최명환’과 친해지면서 그녀가 과거에 김은숙을 알았으며, 방화 사건 당일 우연히 김은숙을 목격했음을 듣게 된다. ②광주에 사는 학생인 수미는 감옥에서 출소한 친척 언니인 ‘조윤미’를 맞이하게 되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건 조윤미가 부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의 서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 장편소설에서 ①의 김은숙과 ②의 조윤미는 서서히 겹쳐지게 된다. 단편에서는 이름으로만 회상됐던 김은숙이 장편에서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조윤미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전체 구조도 주목을 요한다. 서사의 흐름을 따르자면 이 소설의 1장은 소설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인 12장은 어른이 된 수미가 아픈 윤미 언니를 배웅하며 끝나는데, 이를 이어받기라도 하듯 1장에서의 수미가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픈 윤미 언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장 다음에 1장이 오는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1장의 수미가 “그렇다면 어떻게 처음 언니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써둬야겠다”(12쪽)고 마음먹은 뒤 써 내려간 것이 바로 다음 장에서부터 전개되는 이 소설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1장은 분명 이 소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로부터 다가오는 현재(②)와 현재에서 뒤돌아보는 과거(①)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을 전체적인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1) 이제 소설의 형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내용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김은숙-조윤미’는 1982년 당시 88올림픽 준비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82년도에 생각한 88년도’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년도는 그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겉으로는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내세워졌지만, 실상 이면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돼야만 했다. 국가는 이를 은폐한 채 “성공적인 88올림픽”(97쪽)을 홍보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은 그 후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에서 쓸어 버려도 좋다”거나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은 흐름에서 탈락되어 죽어 버려도 좋다”는 말, “손이 없는 자가 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148~149쪽)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도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거듭되는 기득권의 지배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193쪽) 지워 버리는 기차 소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현재에 하나의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미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래를 연습하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붙인 이후의 시간을 미래라 생각하였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을 내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91~92쪽)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자들의 목소리, 그 외에 다른 원천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곳곳에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 대목들, “내가 갖고 싶은 미래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로 여겨”(18쪽)진다거나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91쪽)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겠다. 즉,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발전된 미래’라는 진보적 시간관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미래,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픈 과거”(140쪽)인 미래, 그렇기에 지금 여기로 가져와야만 하는 미래-과거가 된다. 이때 우리는 ‘미래 기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사쿠라이 다이조의 연극 중에는 ‘미래 기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연극이 있었다. (…) 그러니까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 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153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꿀 때 미래는 꼭 다음에 오는 일이 아니고 과거 역시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지금 여기서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따라서 ‘미래 기억’은 바라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실현될 오늘을 살아가는, 일종의 수행적인 행위가 된다. 1980년에 기억하는 2000년처럼. 1980년 겨울, 광주 전남 지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을 위한 파티’를 연다. ‘2000년’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진 미래로,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아직 오지 않은 “민주적인 미래”(193쪽)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실”에 발을 딛고서 다른 “미래로의 문”(에밀 앙게른, ‘역사철학’, 유헌식 옮김, 민음사, 1997, 242쪽)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의 세계는 우리에게 예상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153쪽)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흔히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당시 그대로의 완벽한 복원을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의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함을, 과거를 예상하고 짐작하는 나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193쪽)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도청 앞의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192쪽)르기에. 과거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을 지닌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그러한 기억을 지니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기억’으로의 전환(박순석, ‘5,18과 도청’ 토론문, ‘5.18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5.18기념재단, 2021, 95~97쪽 참조)은 가능할까? 최명환은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14쪽)라고 묻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묻는, 그래서 ‘미래 기억’적인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효할까. 과거를 현재로부터 가차 없이 떼어 내 버리는 ‘기억의 위기’인 이 시대에 대응해 예술은 기억을 위한 어떤 “새로운 형식을 창안”(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변학수·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16~26쪽 참조)해 낼 수 있을까? ‘미래 산책 연습’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소설에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인물들을 따라 먹고 마시고 걷게 된다. 그 식당과 목욕탕과 빵집과 카페와 골목의 어디쯤에서, 소설 밖의 독자와 소설 안의 인물이 만난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①과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아가는 ②가 하루하루 서로 교차될 때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물론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건 당사자의 자리에 놓아 보는 것, 자신을 “한 사람의 시민”이나 “인류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드문 상태”(14~15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상태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112쪽)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바랐던 ‘미래’를, 그들에 대한 ‘생각하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 산책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날 수 없을 것이다. 3. 눈사람을 만드는 일 -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윤해서, ‘0인칭의 자리’, 문학과지성사, 2019.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앞의 두 소설에는 각각 ‘1960년대 체코의 정웰링턴’, ‘1980년대 부산의 김은숙’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인물이 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현재 작가로서의 ‘나’가 있었다. 반면 이제 살펴보게 될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앞의 두 소설에 이어 놓아 보는 이유는 이 소설이 동시대를 역사적으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소설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를 사유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특정한 플롯이나 줄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실험적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혹은 공간들)은 *을 사이에 두고 매번 달라진다. 행갈이가 되어 마치 시처럼 보이는 이탤릭체의 대목들(대체로 현재형)이 정서체로 쓰인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묘사(대체로 과거형)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소설의 첫 문장부터 15쪽까지가 이렇다. * 언제나 사람들은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고, 어쩌다 일어나 서둘러 걷거나 뛰었을 것이고, (…) * 사는 게 재밌네, 재미있어 사는 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 *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 * 그녀는 6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에는 영종도에 들어설 오피스텔 분양 (…) * 큰눈물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다. 큰눈물버섯은 눈물버섯속이다. (…) * 그가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화재해설사는 궁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 작가는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만약 작가가 “어떤 한계”에 의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모든 것은 영원했다’, 150쪽)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쓰도록 만든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재,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그 현재의 수많은 삶들, 바로 이를 포착해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윤해서가 직면한 어떤 한계가 아니었을까. 마치 한글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며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사라졌다”(85쪽)를,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반짝, 어둠”(67쪽)을 반복하듯, 매순간 ‘있다-없다’를 반복하는 이 현재를 도대체 어떻게 붙잡아 그려 낼 것인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설은 위와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정서체(과거형)의 대목 사이사이로, 갑자기 나타나 서사-시간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이탤릭체(현재형)의 대목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간의 움직임을 매순간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용적으로 ‘미래 산책 연습’에서 얼핏 보였던 동시대 사회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람을 넘어뜨려 죽이고도 태연해하고(18쪽),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자기 식사에만 골몰하고(157쪽), PC방에 앉아 무기를 고른 후 각자의 전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인다(169쪽).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오직 돈과 휴식만을 원할 뿐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61~63쪽).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인 것만 같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몇몇 대목은 그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 실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진상 규명이나 보상도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지켜보며 45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있다(52~53쪽). 과거에 자신들이 행한 잘못이 명백함에도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지금도 소녀상이 있다(117~118쪽).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두려움에 떨면서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어 서로의 작은 손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132~135쪽).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운 이 대목들은 결코 자연스러워지지 않는다. * 어떤 시간도 공평하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황홀한 삶을.(199~200쪽)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화자는 “감자에 싹이 나고, 물 밖의 고기가 썩고, 방충망에 뿌옇게 먼지가 낀다”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에 “비는 내리다 그치고 /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온다”는 자연적 흐름을 더해 가며 섭리 같은 시간을 말한다. 그저 가만히 있는 존재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공평무사한 자연의 시간을. 그런데 화자는 이 시간을 무섭다고 여긴 “적이 있다”고, 마치 지나간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자는 시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가능한 것이 사라지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을 창조”(54쪽)할 수도 있는 시간. 이제 2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에서 무심히 세 번 내리는 눈(雪)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들. 골목, 골목에. 모든 기억의 눈꺼풀 위에. 잠잠하라. 잠잠하라.(20쪽) * 눈은 내려 쌓이고, 아무도 밟는 사람이 없어서 발자국 하나 없이 끝내 하얗고.(88쪽) * 죽을 때 죽더라도. 어느 때나 눈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은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는데.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의 일. 눈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같아. (…) (174~175쪽) 시간이 공평히 흘러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듯, 눈 역시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면서 땅 위의 존재들을 하얗게 지울 수 있다. 시간은 흐르면서, 눈은 쌓이면서 여기 존재하던 무언가가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한다. 그곳은 새하얀 무(無)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태어나게도 하듯, 눈 역시 그럴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우리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람의 일”을 수행할 때.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눈사람은, “모든 눈꺼풀의 기억 위에” 쏟아지면서 “잠잠하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명령하는 ‘눈-시간’에 저항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때, “기둥도 뿌리도 없이, 잎도 열매도 없이”(200쪽) 이 지상 위를 떠도는 이들도 저 눈사람 위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계절의 끝에, 아이들의 침대 맡에, 깊은 꿈속”(175쪽) 곳곳에 눈사람이 놓여 있듯, 이 소설의 곳곳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이 땅에 없는 사람을 향해 “하늘에도 지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118~119쪽), 낚시터에 나란히 앉아 주말마다 이곳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179쪽),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 문득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는 그녀(20~21쪽) 등. 이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깊은 고통과 상심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 앞부분의 한 대목.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9쪽) 화병의 목록이 꽃 이름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국화꽃, 진달래꽃, 봉숭아꽃, 목련꽃, 벚꽃 등 각각의 꽃에는 저마다 그에 맞춤한 꽃병이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화병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더이상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 같은 보편적인 명사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무암일 뿐인 평범한 돌이 어떤 특정한 꽃을 담아내는 순간 고유한 이름을 가진 화병이 된다. 여기서 ‘화병’을 기억되는 사람으로, ‘꽃’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때 기억되는 사람은 기억하는 사람만큼 생겨나게 된다. 과거 속에서 이름을 잃은 채 무명(無名)의 상태로 떠돌던 이들을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과거의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상대방에 의해 고유한 존재로, ‘이 화병’에 담긴 ‘이 꽃’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을 때 자신 역시 존재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가 된다. 마치 한국어에서 “자음과 모음”이 합해져야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처럼.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재케 하는 것처럼(186쪽). ‘0인칭의 자리’는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않는, 단절된 현재만을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공허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심히 내리는 눈을 거슬러, 그것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눈사람이 놓여 있지 않느냐고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므로 폐허 속 잔해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재)구성하는 것은 ‘역사의 천사’뿐 아니라 “미약한 메시아적 힘”(‘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32쪽)을 지닌 바로 우리, 인간의 몫이기도 할 것이라고. * ‘0인칭의 자리’에는 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 ‘수학’이라는 책을 펼쳐 보는 대목이 있다. “378쪽. 거기에 유일한 밑줄. 존재성 증명은 정의되는 성질을 가진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존재성 증명에는 ‘구성적 증명’과 ‘비구성적 증명’ 두 가지가 있는데, ‘구성적 증명’은 명확한 숫자로 답이 존재한다. 1+1=2처럼. 그런데 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밝히는 증명도 있다. 명확한 숫자로서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존재하기는 한다”고, 답으로서의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109~110쪽)고 증명하는 것이 바로 ‘비구성적 증명’이다. 아들은 궁금하다. 아버지가 밝히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세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와중에 이 ‘비구성적 증명’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웰링턴을 기억하냐는 ‘나’의 물음에 ‘야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 건지, 그의 목소리나 성격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당신이 물으니까 병원 담벼락 안쪽 “그곳에 남자가 있었다”(‘모든 것은 영원했다’, 200쪽)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산의 김은숙과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그들이 생각한 것은 “그들 자신이 광주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미래 산책 연습’, 92쪽)는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어머니의 눈빛, 그때까지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눈빛과는 전혀 다른 그 눈빛은 카메라도 아니고 카메라 너머의 자신도 아닌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찍어 왔다는 한 사진가. 그러나 그 어머니의 눈빛은 “그날 그 자리, 거기 없던 어떤 것”(‘0인칭의 자리’, 30쪽)이었음을 이제는 안다는 그의 고백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모든 곳에 당신이 있어.”(위의 책, 150쪽) 그러므로 위 소설들의 끝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하나의 초상(肖像)과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잊힌 존재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어떤 사람의 수그러진 뒷모습을. 여기서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난 이 젊은 세 작가가 왜 2020년을 전후로 이 작품들을 써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간관-과거는 하루 빨리 잊을수록 좋고, 미래는 상상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며, 그저 하루하루의 현재만 생존하라고 명하는-에 대한 하나의 투쟁이자 경고 신호로서, 지금 여기에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작가 개인의 글쓰기는 그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공동체를 위한 글쓰기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 희미하게 명멸(明滅)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지금-여기에는 없지만 그때-그곳에는 있었던 누군가를 증명해 내는 일은, 내일-저곳을 이미 기억해 내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만약 소설이 지금-여기에 그들을, 그때-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자 개’의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해 볼 수도 있겠다. 넷. 그림자 개는 그림자 개가 되기 전의 개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개다. ‘그림자 개’의 다른 이름이 ‘믿음의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비록 그것이 한낱 그림자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개’-소설은 끝내 시간을, 그 속의 한 존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 1)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웰링턴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1963년으로, 서사의 흐름상 그의 유언이 등장하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연결된다. 또 작가로 추정되는 ‘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의 시간대를 이 책의 출판 연도인 2020년으로 생각해 본다면 1960년대의 과거(정웰링턴)와 2020년의 현재(‘나)가 마주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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