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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유엔총회 연설 핵심은 ‘책임’…담대한 구상 새 제안 없어

    尹, 유엔총회 연설 핵심은 ‘책임’…담대한 구상 새 제안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 키워드는 글로벌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책임’이다. 현재 연설 초안이 완성된 상태이며, 막바지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우리말로 연설한다. 연설은 이번 해외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부터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일관되게 펼친 국정 철학을 외교 무대에 맞게 고쳐 전달한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참전과 희생으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으며, 그 토대 위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이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설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키워드는 ‘책임’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제시했고, 취임사에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 광복절 경축사에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국정 철학을 다자 외교무대를 통해 국제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데 대통령실은 역점을 뒀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제안이 추가로 언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연설이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등 구체적 대북 전략이 거론된 상황에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새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서울광장]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 모병제는 어떤가/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 모병제는 어떤가/임창용 논설위원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983년 겨울 군 입대 후 받은 첫 이등병 월급이 3200원이었다. 중대원들은 행정반 앞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차례대로 월급을 받았다. 서무병이 주판알을 튕기며 계산해 손바닥에 얹어 주던 지폐와 동전의 촉감은 차가웠다. 당시 내무반 최고참인 병장 월급은 4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충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신기해서였는지 첫 월급 액수와 그때의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첫 월급의 기억을 불러낸 건 지난달 30일 국방부의 내년도 국방예산안 발표 기사였다. 병장 월급이 130만원이란다. 내후년엔 165만원, 2026년엔 205만원으로 오른다고 했다. 병장 월급 기준으로 40년간 50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격받을 만도 했다. 게다가 현재 8~10인실인 병영생활관을 2~4인실로 바꾸는 등 군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한다고 한다. 40년 전 기억은 지난해 대선 경선 국면에서 불거졌던 모병제 논란을 소환했다. ‘이 정도 월급과 생활환경을 제공하면서 굳이 징병제를 유지해야 할까?’ 모병제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역대 대선에서도 이슈가 됐다. 지난해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016년엔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가,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모병제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모두 선거에서 ‘재미’는 보지 못했다. 20대 남성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란 인식에다 비용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현실성 문제, 가난한 청년들만 지원할 것이란 정서적 거부감이 주된 이유였다. 전쟁 등 유사시 상비군과 예비전력 동원이 어렵고 임금 부담 가중으로 무기체계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모병제 반대 논리로 동원되곤 했다. 하지만 이젠 모병제 도입을 논의할 환경이 성숙됐다고 본다. 현실적 문제인 비용만 해도 ‘병장 205만원’ 시대에 상당 부분 희석된다. 부사관 1호봉 기본급이 170만원대, 수당을 포함한 초임이 200만~250만원대란 점에서 사병과 간부의 급여 격차는 이미 상당히 좁혀졌다. 사병 월급 인상과 함께 간부들 급여 수준도 조금씩 높인다고 하지만,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모병제 비용 문제가 절대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예비전력 문제는 미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 국가인 미국은 18~25세의 남성을 ‘의무징병등록제’(Selective Service System)에 등록시켜 유사시 징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소수정예 강군을 향한 우리 군 개편 로드맵을 따라가기 위해선 모병제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 징병제 아래 18개월 의무 복무는 첨단무기와 군사장비를 다뤄야 하는 숙련된 인력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초저출산 현상 심화로 징병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는 절박한 현실적 문제다.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2025년 20세 남성 인구는 23만 2000명에 불과하다. 2020년 33만 4000명에서 5년 새 10만명이 줄어든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40년엔 15만 5000명으로 급감한다. 자원 부족으로 이미 20대 남성 10명 중 9명은 현역 판정을 받고 있다. 조만간 징집이 한계에 달해 수년 안에 재난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도 과거에 비해 많이 누그러졌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 MBN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병제 찬성 여론이 44.3%로 반대보다 11% 포인트 높았다. 앞서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선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지만 모병제 찬성 여론이 징병제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모병제 도입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의미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BTS나 스포츠 스타의 병역 면제 등 병역특혜 논란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모병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 ‘한국 사위’ 호건 美주지사 경제사절단과 방한

    ‘한국 사위’ 호건 美주지사 경제사절단과 방한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13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호건 주지사는 아내 유미 호건 여사와 함께 21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정부와 재계 지도자와 만나 한국과 메릴랜드주 정부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예방할 계획이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호건 주지사는 15일 제주도와 국제평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16일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호건 주지사와의 만남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 관련 대응을 협의할 전망이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9일(현지시간) 현지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친구들의 요청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와 접촉하기는 했다”고 했다. 또 호건 주지사는 방한 기간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고 현대차그룹 관계자와 만나는 등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메릴랜드주 투자 유치 행사를 열 계획이다. 또 서울에 메릴랜드주 무역사무소 개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 트럼프 “백악관 안 나가” 발언 이제껏 숨겼다니, NYT 기자에 역풍

    트럼프 “백악관 안 나가” 발언 이제껏 숨겼다니, NYT 기자에 역풍

    “그래 좋아, 나라의 안전과 영속에 긴요한 다른 팩트가 있다. @maggieNYT는 자신의 책에 써먹으려고 일년 반은 아니더라도 여러 달이나 그것을 대중에게 숨겼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백악관을 떠나지 않겠다고 적어도 두 참모에게 털어놓았다는 증언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나왔다. 뉴욕 타임스(NYT) 정치부 기자이자 CNN 방송 해설위원인 매기 하버만이 다음달 초에 출간하는 신간 ‘신용사기꾼, 도널드 트럼프 만들기와 국가의 분열’ 일부를 입수했다며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하버만이 책 홍보에 도움을 받으려고 흘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이런 문제있는 발언을 했다면 심각한 발언이었다. 겉으로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하버만의 책은 보여준다. 문제의 발언이 곧바로 보도됐더라면 지난해 1월 6일 의회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상황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예방하거나 차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에 인용한 트위터 글은 케이블 채널 MSNBC의 간판 ‘독설가’로 이름난 민주당 지지 성향의 키스 올버만이 하버만이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꾸짖는 내용이다. 육두문자도 포함돼 있다. 일간 USA 투데이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스턴은 “언론인들이 향후 몇년 뒤에 자신의 책에 넣으려고 가치있는 정보를 묵히면 이해충돌이 일어난다. 고약하다(It stinks)”고 지적했다. NYT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변인은 온라인매체 더랩(TheWrap)에 전한 성명을 통해 “하버만은 책을 쓰겠다며 회사에 휴가를 냈다. 그녀는 책을 쓰는 과정에 상당히 뉴스 가치가 있는 정보를 회사와 공유했다. 편집자들이 어떤 뉴스가 우리의 뉴스 보도에 가장 맞춤한지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버만이 트럼프의 발언을 입수한 것이 최근 일임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 않다. 하버만이 책에 쓴 데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직후 참모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하버만은 이를 두고 트럼프가 자신의 패배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썼다. 그는 참모들에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난 우리가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얘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버만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난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모에게도 “선거에서 이겼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에게도 “그들이 나한테서 선거를 훔쳤다면 내가 왜 떠나야 하느냐”고 따졌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직후인 2020년 11월 26일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면 백악관을 떠날지 묻는 기자 질문에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일이 있다. CNN은 “이번 폭로는 하원과 법무부의 트럼프 조사 와중에 나왔다”며 “백악관을 떠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1·6 의회 폭동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대선 이후 상황에 새로운 세부 내용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버만은 백악관을 내주길 거부한 트럼프의 언급은 역사에 선례가 없는 것이었고, 그가 향후 뭘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참모들에게 남겼다고 썼다.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암살 후에도 한달가량 백악관을 비우지 않은 메리 토드 링컨 여사의 사례와 가장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부정하면서 이를 뒤집기 위해 각 주(州) 선거인단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하지만 1·6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해 1월 10일에야 백악관을 나왔다. 그는 고별 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하원은 1·6 폭동을 방조·조장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고, 수사당국 역시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기밀문건 반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 정권 바뀌면 반복되는 ‘흑역사’… 진영 간 정치보복 이젠 끊어야[김성수의 뉴스 톺아보기]

    정권 바뀌면 반복되는 ‘흑역사’… 진영 간 정치보복 이젠 끊어야[김성수의 뉴스 톺아보기]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미국의 압력은 내정간섭이 아니다. 국민과 유리(遊離)된 소수의 독재 정권이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이냐, 미국 정부는 둘 중 하나를 분명히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1979년 9월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유신의 심장을 직격한 발언에 박정희 대통령은 대로한다. 김 총재의 발언은 반민족적 사대주의이며 정치인의 체통을 손상시켰다고 몰아갔다. 박 대통령은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집권당인 공화당과 제2집권당인 유정회를 총동원해 제1야당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의원직에서 제명된 뒤 YS는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훗날 더 유명해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도 이때 나온다. 침묵하고 있던 민심도 YS 제명 파동을 계기로 폭발한다. 2주일도 안 돼 부마민주항쟁이 터진다. 이어 심복의 총격을 받은 박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유신정권은 무너진다. 앞서 1973년 8월 8일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중정 요원 40여명이 동원돼 일본 도쿄 한복판 호텔에서 김대중을 납치한다.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이 의외로 선전하며 대권을 위협하자 화들짝 놀란 박정희 정권이 정적을 납치해 살해하려던 명백한 정치테러였다. 신군부로 이어진 독재정권 때도 야당을 대상으로 한 무지막지한 정치탄압과 정치보복은 끊이지 않았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이후 폭력을 앞세운 정치테러는 사라졌지만 이번엔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된다. 물러난 대통령을 향해 검찰의 칼날이 겨눠지면서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이 감옥으로 직행하는 게 하나의 코스처럼 여겨지면서 정치보복의 흑역사가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리잡았다. 피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런 수난을 겪지 않은 사람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뿐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도 있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면 대통령이라고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당하는 쪽에선 없는 사실까지 탈탈 털어서 조사한 정치보복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칼자루를 잡은 쪽에서 아무리 적법한 적폐청산의 산물임을 강조해도 소용없다. 전직 대통령들이 사법처리가 된 이후에도 좀처럼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는 이유다. 2017년 10월 국정농단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작심한 듯 정치적 책임은 몰라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면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을 거부했다. 2018년 1월 이번엔 검찰 소환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정치보복을 보며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는)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다. 사법처리가 끝나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치인은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대법원은 2015년 8월 20일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이며 제1야당 대표를 지낸 한명숙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입니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빕니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적폐청산에 권력이 부당하게 개입하면 언제든 정치보복으로 둔갑할 수 있다. 진영 간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보복금지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매번 좌절됐다. 그래도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정치보복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3·9 대선을 앞두고 지난 2월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정치보복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지 앞으로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하자고 불쑥 제안했다. 윤석열 후보는 “그게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원칙인데 그걸 뭐 선언까지 해야 되는지…”라며 “뭐 하면 또 나쁠 것이야 없겠습니다만, 하여튼 당연한 말씀”이라고만 답했다. 정치보복은 안 하겠지만 대국민선언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안 후보가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보복 이슈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게 도화선이 됐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9일)가 종료되기에 앞선 적법한 절차라고 검찰이 설명을 했지만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조사는 야당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며 격분했다. 이 대표도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 보겠다고 (수사)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의 거친 말싸움도 이어졌다. “죄 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과 윤석열 대통령이 뭐가 다르냐”고 민주당은 쏘아붙였다. 여당 쪽에선 “선거는 가장 치열한 정치다. 그래서 허위사실 유포는 가장 엄하게 처벌한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이재명을 소환하는 건 당연하다”(이인제 전 의원)는 반박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일로 예정됐던 검찰 소환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대신 김건희·이재명 ‘쌍특검’으로 구도를 잡아 가는 한편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강 대 강 맞대결이 지속되면서 정국은 급속히 경색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이 사상 초유의 복합위기에 빠졌다는데 여야 모두 제1과제로 뽑은 민생과 협치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적중한 안철수의 예언 [김성수의 뉴스 톺아보기]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적중한 안철수의 예언 [김성수의 뉴스 톺아보기]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미국의 압력은 내정간섭이 아니다. 국민과 유리(遊離)된 소수의 독재 정권이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이냐, 미국 정부는 둘 중 하나를 분명히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1979년 9월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유신의 심장을 직격한 발언에 박정희 대통령은 대노한다. 김 총재의 발언은 반민족적 사대주의이며 정치인의 체통을 손상시켰다고 몰아갔다. 박 대통령은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집권당인 공화당과 제2집권당인 유정회를 총동원해 제1야당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의원직에서 제명된 뒤 YS는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훗날 더 유명해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도 이때 나온다. 침묵하고 있던 민심도 YS 제명파동을 계기로 폭발한다. 2주일도 안돼 부마민주항쟁이 터진다. 이어 심복의 총격을 받은 박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유신정권은 무너진다. 앞서 1973년 8월 8일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중정 요원 40여명이 동원돼 도쿄 한복판 호텔에서 김대중을 납치한다.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이 의외로 선전하며 대권을 위협하자 화들짝 놀란 박정희 정권이 정적을 납치해 살해하려던 명백한 정치테러였다.신군부로 이어진 독재정권 때도 야당을 대상으로 한 무지막지한 정치탄압과 정치보복은 끊이지 않았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폭력을 앞세운 정치테러는 사라졌지만 이번엔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된다. 물러난 대통령을 향해 검찰의 칼날이 겨눠지면서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이 감옥으로 직행하는 게 하나의 코스처럼 여겨지면서 정치보복의 흑역사가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피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런 수난을 겪지 않은 사람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뿐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도 있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면 대통령이라고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당하는 쪽에선 없는 사실까지 탈탈 털어서 조사한 정치보복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칼자루를 잡은 쪽에서 아무리 적법한 적폐청산의 산물임을 강조해도 소용없다. 전직 대통령들이 사법처리가 된 이후에도 좀처럼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는 이유다. 2017년 10월 국정농단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작심한 듯 정치적 책임은 몰라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면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을 거부했다. 2018년 1월 이번엔 검찰소환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정치보복을 보며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는)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다. 사법처리가 끝나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치인은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대법원은 2015년 8월 20일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이며 제1야당 대표를 지낸 한명숙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입니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빕니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적폐청산에 권력이 부당하게 개입하면 언제든 정치보복으로 둔갑할 수 있다. 진영간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보복금지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매번 좌절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정치보복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3·9 대선을 앞두고 2월에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정치보복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지 앞으로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선언’을 하자고 불쑥 제안했다. 윤석열 후보는 “그게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원칙인데 그걸 뭐 선언까지 해야되는지…”라며 “뭐 하면 또 나쁠 것이야 없겠습니다만, 하여튼 당연한 말씀”이라고만 답했다. 정치보복은 안하겠지만 대국민선언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안 후보가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보복 이슈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게 도화선이 됐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9일)가 종료되기에 앞선 적법한 절차라고 검찰이 설명을 했지만 민주당은 제1야당 총재에 대한 검찰조사는 야당탄압이며 정치보복이라며 격분했다. 이 대표도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수사)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의 거친 말싸움도 이어졌다. “죄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과 윤석열 대통령이 뭐가 다르냐”고 민주당은 쏘아붙였다. 여당쪽에선 “선거는 가장 치열한 정치다. 그래서 허위사실 유포는 가장 엄하게 처벌한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니 검찰이 이재명을 소환하는 건 당연하다”(이인제 전 의원)는 반박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일로 예정됐던 검찰소환 출석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대신 김건희-이재명 ‘쌍특검’으로 구도를 잡아가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이 이 후보를 기소하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강 대 강 맞대결이 지속되면서 정국은 급속히 경색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이 사상 초유의 복합위기에 빠졌다는데 여야 모두 제1과제로 뽑은 민생과 협치는 뒷전으로 밀려날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국가안보실부터 문책해야 한다/전 국회의원·군사전문가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국가안보실부터 문책해야 한다/전 국회의원·군사전문가

    넉 달 전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 첫 대목은 북한 핵문제였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실효성 있는 핵억제력을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정상회담의 제일 큰 성과로 내세웠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유명무실화된 협의체의 부활을 선언하자 관변학자들 중심으로 이상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저위력 핵탄두를 한국의 전투기나 미사일에 탑재하는 나토식 핵 공유, 또는 북한의 핵전쟁 도발 수준에 따라 미국이 맞춤식으로 핵전력을 제공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근원적으로 바꿀 심각한 내용들이다. 모두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에 한 공약들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할 의향이 없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에게 잘못된 희망을 심어 주는 정치적 언사를 남발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협의체는 열릴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차일피일 미뤄졌다. 7월 말이 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미국으로 날아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하고 나더니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최대한 가까운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협의체가 무얼 의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을 지켜 주려는 확실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감수한다는 다소 황당하고 비외교적인 언사에 대해 미 정부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조태용 주미 대사는 “조만간 한두 달 내에 협의체가 개최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며 아리송한 말만 했다. 조급해진 정부는 8월 말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하와이로 보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강하게 압박한 결과 “이달(9월) 중순에 협의체를 개최해 추상적인 이야기보다 구체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벌써 9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협의체의 일시나 장소, 심지어 참석자까지 미정이다. 이러는 동안 우리 언론은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취재하거나 보도하지 않았다. 아직도 정부는 5월의 한미 공동성명을 교조처럼 받들고 있다. 당시 성명에서 “양 정상은 또한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 위해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합의”라는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의 틀도 만들었다. 장관급 대화가 열리기도 전에 미국은 7월에 ‘반도체법’, 8월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키며 한국 기업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미국은 법 통과 전에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한 적도 없고, 오로지 미국 내 일자리 늘리기만 밀어붙였다. 미국의 선의만 믿고 기다리다 뺨을 맞은 우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전술 핵무기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또 하나의 헛된 믿음에 매달리고 있다. 각자도생의 국제질서에서 우리 스스로의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않고 오직 동맹에 매달리는 정부에 국민의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게 “탈중국”과 “동맹 앞으로”를 외치는 동맹파 일색의 안보팀이 과연 주변 정세를 제대로 통찰하고 있는지, 국가 생존의 중심전략을 구상해 놓았는지 의문이다. 우리 안보팀의 동맹에 대한 확증편향, 즉 집단사고를 청산하는 데서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때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국정 쇄신을 도모하는 길 아닌가. 이제는 윤 대통령 스스로 성찰할 시간이다.
  • 힐러리 대선 재도전 묻자… “노 노! 바이든 지지”

    힐러리 대선 재도전 묻자… “노 노! 바이든 지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대권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 노(No, no)”라며 부정했다. 그는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재선 도전을 지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면서 “우리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우리의 제도를 유지하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자신이 말한 미 대통령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만약 그가 (대선에) 다시 출마한다면 철저하게 패배해야 한다”며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를 ‘이자’(this guy)라고 지칭하며 “이자에게 용감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기밀이 담긴 메일을 국무부 계정이 아닌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받아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렸다. 이메일 스캔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사건과 비교받는 것에 대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내게는 기밀로 분류된 이메일이 한 개도 없다. 반면 트럼프는 기밀로 분류된 수백 개의 문서를 가지고 있고, 조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 늘 바지 차림인 힐러리 클린턴, 언제 어떤 계기로 치마를 포기했을까

    늘 바지 차림인 힐러리 클린턴, 언제 어떤 계기로 치마를 포기했을까

    힐러리 클린턴(75)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항상 바지 차림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바지 차림을 고집하게 된 것일까? 힐러리가 5일 CBS ‘선데이 모닝’ 프로그램에 딸 첼시(42)와 함께 출연, 퍼스트레이디로 지난 1995년 브라질을 국빈 방문했을 때 크림 색깔 치마를 입고 나섰다가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도발적인 사진들이 보도되자 절대 치마를 입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난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이 엄청 찍어댔다”고 말했다. 힐러리의 속옷이 비치는 것처럼 보였고, 나중에 브라질 린제리 업체 둘로렌의 광고에 쓰이기도 했다. “갑자기 백악관은 앉아 있는 날 보여주는 전광판 사진들을 보고 내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난 다리를 오무리고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찍힌 것을 보면 도발적인 것도 있었다. 해서 그 무렵 난 사진기자들과의 경험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무대에 있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해야 했다. 그러면 그들은 늘 내 밑에 있게 된다. 난 이걸 잘 해결할 수 없었다. 해서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 어머니의 발언을 듣던 첼시도 사진기자들의 행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너무 소름끼친다. 너무 소름 끼쳐.” AP 통신에 따르면 당시 퍼스트레이디의 대변인은 “좋은 취향과 좋은 감각의 견지에서 보면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AP 통신 국장은 논란의 광고를 옹호하며 “용감한 여성들이라면 팬티가 보이는 것따위에 개념치 않는다고 우리는 말하고 싶다”고 내뱉었다. 힐러리의 사례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도 힐러리 모녀는 오는 9일 애플 TV+에서 시작하는 다큐시리즈 ‘것시’(Gutsy, 담력있는) 선전에 열심이었다. 모녀가 제인 구달 박사, 에이미 슈머, 메간 디 스탈리온 같은 시대를 앞장 선 여성들과 대화하는 내용의 베스트셀러 ‘The Book of Gutsy Women’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힐러리는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 ‘What Happened’에서도 바지 사랑을 늘어놓았다. 이른바 ‘업스커트’(up-skirt, 인파로 북적이는 쇼핑몰 등에서 몰래 여성의 치맛속을 촬영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녀는 바지 차림이 “날 전문가로, 또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느끼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단순한 유니폼 차림이 대선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런 얘기도 적었다. “매일 똑같은 차림을 하더라도 남성 정치인들이 하고 입는 것처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유니폼은 딴 데로 새지 않게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내가 뭘 입는지 말하거나 보고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아마도 사람들은 대신 내가 말하는 것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 [세종로의 아침] 세레나 혹은 세리나 윌리엄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세레나 혹은 세리나 윌리엄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리나 윌리엄스의 이름을 세레나로 부르던 때가 있었다. 한글 표기법의 외국인 이름 표기와 발음 규정이 바뀌기 이전이다. 거슬러 헤아리니 22년 전, 인류가 새 천년을 맞이할 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그 이름이 불렸으니, 그렇다면 최소한 22년은 현역으로 뛰었다는 얘기가 된다. 얼추 30대 후반이라 해도 그 나이까지 현역으로 뛴 사례는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흔치 않다. 더욱이 테니스는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부상도 잦다. 그러다 보니 은퇴도 빠르다. 여자 선수 가운데 최연소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우승 기록(16세 3개월) 보유자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세리나의 언니 비너스와 나란히 1980년생 동갑인 힝기스는 불과 23세에 첫 은퇴를 선언하고 코트 뒤로 사라졌다. 세리나는 지금 41세다. 27년을 테니스 코트에 바쳤다. 테니스 인류의 세 번째 ‘밀레니엄’은 세리나가 열어젖혔다고 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윌리엄스 자매’다.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영국인들을 호칭할 땐 성(姓)을 부르지만, 테니스 기사를 쓰는 국내 기자들에겐 예외다. 한 살 터울인 이 둘은 동시대를 살았고, 같은 코트에서 나란히 현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로만 부르면 이 둘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 언니 비너스의 풀네임(Venus Ebony Starr Williams)에서 힌트를 얻어 ‘흑진주 자매’로 불린 이들은 1998년 호주오픈 2회전을 시작으로 2020년 톱시드 오픈까지, 22년 동안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단식에서만 31차례나 맞섰다. 이 중 절반인 16번이 그랜드슬램 대회였고, 결승 코트에 선 것도 9차례나 된다. 특히 2002년 프랑스오픈부터 이듬해 호주오픈까지 네 번 연속 결승 무대에서 자웅을 겨뤘다. 상대 전적에선 19승12패로 동생 세리나가 앞선다. 하지만 ‘윌리엄스 자매’가 일궜던 업적은 누구 하나만의 기록이 아니다. 둘은 각자 23개(세리나), 10개(비너스) 등 모두 33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수집했고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도 2016년까지 14개의 우승컵을 합작했다. 지난 3월 국내에서 개봉됐던 영화 ‘킹 리처드’는 언니 비너스와 동생 세리나의 성공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주인공은 배우 윌 스미스가 분한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다. 영화에서 그는 미국 LA의 가난한 흑인 거주지이자 ‘갱스터 힙합’의 발상지인 콤프턴에서 자라던 두 소녀를 테니스 여제로 만들어 낸 불굴의 아버지로 묘사됐다. 국내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비너스와 세리나’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백인 스포츠’로 치부됐던 테니스에 균열을 내면서 당당히 출구를 모색한 미국 흑인사회의 몸부림도 읽힌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끌던 집단적인 미국 흑인사회 운동과는 달리 흑인 개개인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노력이 얼마만큼의 기적과 미래를 가져다주는지를 암시한다. 41세의 세리나가 지난 3일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 여자단식 3회전에서 져 길고 길었던 27년의 테니스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식적인 은퇴 언급은 없었지만 아서 애시 코트에서 뿌린 눈물이 그걸 대신하고도 남았다. 오는 11월 80세가 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신은 우리를 고취하는 영감 그 자체이자 시대를 뛰어넘은 영웅”이라고 위로했다. 호사가들은 82세가 되는 2024년 대선 도전을 앞둔 자신의 처지를 대입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세리나가 마지막으로 코트에 남긴 말은 기억될 만하다. “선수로 뛰면서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고, 마지막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 [나우뉴스] 사진에 담긴 ‘탑 시크릿’…트럼프 자택서 쏟아져 나온 1급 비밀 문서

    [나우뉴스] 사진에 담긴 ‘탑 시크릿’…트럼프 자택서 쏟아져 나온 1급 비밀 문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자택이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당시 상황이 담긴 흥미로운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미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소명서 중에는 압수수색 당시 입수한 ‘일급비밀’ 문서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바닥에는 여러 장의 문건들이 놓여져 있는데 그중 노란색 테두리로 된 5장의 문서가 눈에 띈다. 이 문서에는 ‘탑 시크릿/ SCI’(TOP SECRET/SCI)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1급 비밀/민감한 특수정보‘라는 의미로 이런 문서는 정부 보안 시설에서만 볼 수 있으며 누가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추가 제한도 나타낸다. 미국에서는 1급 비밀(Top Secret), 2급 비밀(Secret), 3급 비밀(Confidential)로 보안 등급을 두는데 사진 속 주황색 테두리의 1장의 문서(SECRET / SCI)는 2급 비밀 문서에 해당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진은 지난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벌어진 압수수색시 촬영된 것이다. 당시 FBI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100건 이상의 문서가 들어있는 33개 상자 분량을 찾아냈다. 이에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기밀 해제한 문건이어서 불법 반출이 아니다”라며 이를 2024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법무부가 공개한 사진 속 문서에는 기밀해제를 나타내는 표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법무부는 지난 6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사 측이 자택으로 가져온 기밀문서를 모두 반납했다고 허위 주장했다며 수사 방해 가능성도 지적했다. 앞서 미 정부는 1년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에 보관해 온 기밀문서들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립기록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문서 반환을 요청했으나 계속 거부당하다가 올해 1월에서야 박스 15개 분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국제교류 꽃 피우는 제주포럼… 제주도-메릴랜드 교류 협약

    국제교류 꽃 피우는 제주포럼… 제주도-메릴랜드 교류 협약

    제주도가 오는 14일부터 3일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포럼 기간에 미국 메릴랜드 주와 실무교류 협약을 체결한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오영훈 지사와 제주포럼에 참석하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가 제주-메릴랜드 간 실무교류 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제주와 메릴랜드는 문화, 교육, 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협약식에는 도내 경제, 관광, 대학, 문화계 대표들도 참석해 주지사 일행과 교감을 나눌 예정이다. 한국 사위(아내 유미 호건·한국명 김유미)로 잘 알려진 래리 호건 주지사는 민주당 세가 강한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고 2018년 재선에 승리했다. 그는 2016년 대선정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소신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주포럼에서는 교류 업무협약 외에도 국제교류 활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간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하는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와 환태평양평화소공원 도시협의 세션도 운영된다.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는 제주 주도로 유럽의 평화도시 독일 오스나브뤼크, 프랑스 베르댕과 연대 협력하는 국제협의체로 오 지사는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제주포럼 참석차 방문하는 주한 해외대사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교류 다변화를 위한 포석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제주 웰니스 관광산업의 잠재력을 선보이고, 제주 경제, 관광, 문화계 대표들과의 만남으로 향후 대중동 교류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 외에도 글로벌평화도시연대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사진전이 포럼기간 ICC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평화도시 오스나브뤼크 시립합창단원과 도내 음악인들과의 평화를 염원하는 협연이 포럼기간 진행되고 연이어 17일 제주문예회관에서는 제주-오스나브뤼크 평화음악 교류전 공연이 개최된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올해 제주포럼은 대면 중심으로 재개되는 만큼, 다양한 교류활동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교류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제주포럼은 국제교류의 장이자 매개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 사진에 담긴 ‘탑 시크릿’…트럼프 자택서 쏟아져 나온 1급 비밀 문서

    사진에 담긴 ‘탑 시크릿’…트럼프 자택서 쏟아져 나온 1급 비밀 문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자택이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당시 상황이 담긴 흥미로운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미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소명서 중에는 압수수색 당시 입수한 '일급비밀' 문서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바닥에는 여러 장의 문건들이 놓여져 있는데 그중 노란색 테두리로 된 5장의 문서가 눈에 띈다. 이 문서에는 '탑 시크릿/ SCI'(TOP SECRET/SCI)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1급 비밀/민감한 특수정보'라는 의미로 이런 문서는 정부 보안 시설에서만 볼 수 있으며 누가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추가 제한도 나타낸다. 미국에서는 1급 비밀(Top Secret), 2급 비밀(Secret), 3급 비밀(Confidential)로 보안 등급을 두는데 사진 속 주황색 테두리의 1장의 문서(SECRET / SCI)는 2급 비밀 문서에 해당된다.보도에 따르면 이 사진은 지난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벌어진 압수수색시 촬영된 것이다. 당시 FBI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100건 이상의 문서가 들어있는 33개 상자 분량을 찾아냈다. 이에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기밀 해제한 문건이어서 불법 반출이 아니다”라며 이를 2024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법무부가 공개한 사진 속 문서에는 기밀해제를 나타내는 표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법무부는 지난 6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사 측이 자택으로 가져온 기밀문서를 모두 반납했다고 허위 주장했다며 수사 방해 가능성도 지적했다. 앞서 미 정부는 1년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에 보관해 온 기밀문서들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립기록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문서 반환을 요청했으나 계속 거부당하다가 올해 1월에서야 박스 15개 분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BBC 로젠버그 “따뜻하고 너그러웠던 고르바초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BBC 로젠버그 “따뜻하고 너그러웠던 고르바초프”

    냉전 해체에 한몫을 한 소련의 마지막 서기장 겸 최초의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30일(이하 현지시간)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 그의 업적과 공과를 둘러싼 수많은 기사, 각국 지도자들의 추모와 회고가 쏟아질 것이다. 그 중에서 눈길을 붙든 것이 스티브 로젠버그 영국 BBC 러시아 전문기자의 인터뷰 회고담이다. 고인의 인간적 풍모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20년 동안 다섯 차례나 고인을 인터뷰했다. 로젠버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인터뷰는 2013년 3월 고인이 모스크바에 세운 싱크탱크에서 가졌던 인터뷰다. 마지막 회고록을 출간한 시점이었다. 고인은 1999년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라이사에게 이 책을 헌정했다. 두 사람은 46년 결혼을 유지했는데 고르바초프가 그녀를 몹시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고록의 한 대목은 고르바초프의 일기장을 옮긴 것이었다. 아내와 사별한 지 일년쯤 된 날이었다. “내 인생은 주된 의미를 잃어 버렸다. 나는 그렇게까지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눈은 책에 실린 라이사의 사진을 지적하며 밝아졌다. 그가 가장 아끼던 사진은 1953년 결혼식 전날에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촬영된 사진이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갈 때 그랜드 피아노에 눈길이 쏠렸다. 고르바초프가 버튼을 누르자 자동으로 건반이 눌러져 음악이 흘러나왔다. 고르바초프는 “쇼팽이야”라고 말한 뒤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거장인 척 연주하는 흉내를 내보였다. 그런 뒤 로젠버그에게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보라고 권했다. 로젠버그는 ‘모스크바의 밤’이란 유명한 노래를 연주했다. 고르바초프가 노래를 불러 로젠버그는 적잖이 놀랐다. 로젠버그는 그에게 다른 노래를 신청하라고 권했다. 그는 옛소련 병사들이 즐겨 불렀던 ‘어둠은 밤이다’를 신청했다. 가사는 “어두운 밤에 나는 너, 내 사랑이, 깨어 있다는 것을 안다. 아기 침대 옆에 앉아 있으면 몰래 눈물을 닦아낸다. 내가 당신의 깊고 온화한 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입술을 어떻게 너에게 내밀고 싶어 하는지” 이어졌다. 고르바초프는 “라이사가 내 노래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그가 나라를 통치했던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책임하게 소련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고르바초프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슬퍼하는 한 남자로만 비쳤다. 라이사는 어디에나 있었다. 남편의 책, 사무실 벽에 걸린 초상화로, 또 음악 속에 살아 있었다고 로젠버그는 돌아봤다.두 사람이 처음 인터뷰했던 것은 소련 붕괴 4년 뒤인 1996년 5월 고르바초프가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나와 보리스 옐친에게 도전한 시점이었다. 로젠버그는 미국 CBS 뉴스의 보조 프로듀서였는데 러시아 남부의 대선 유세 현장을 따라 다녔다. 로젠버그는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도록 영감을 준 고르바초프를 만난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1980년대 중반 페레스트로이카(재건)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표방하며 등장한 그는 세계가 본 적이 없는 소비에트 지도자였다. 젊고 편한 느낌이었다. 그는 서방과 나은 관계를 구축하고 침체된 소비에트 경제를 되살리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퇴임할 무렵, 소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1996년 대선 유세의 어느 날 저녁 고르바초프는 CBS 제작진을 호텔 레스토랑에 초대했는데 갑자기 밴드가 영국 록그룹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제, 내 모든 문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들이 여기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로젠버그는 매우 적절한 노래라고 느꼈다. 고르바초프의 대선 득표는 0.51%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권력을 잃었고, 되찾지 못했지만 여전히 단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유머 감각이었다. 카메라맨 빅터 쿠퍼는 유쾌한 텍사스인으로 러시아어 표현 하나를 익혀 곤란할 때 써먹곤 했는데 “사모에 글라브노 에토 코오리차!” 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닭고기입니다!”란 뜻인데 쿠퍼는 교통 단속에 걸렸을 때 이렇게 외쳐 곤경을 벗어나곤 했다. 쿠퍼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동영상을 고르바초프가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르바초프는 “내가 뭐라고 말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로젠버그는 쿠퍼가 가금류를 러시아어로 어떻게 일컫는지 매우 궁금해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고르바초프는 정말로 “빅터, 잘 아다시피, 가장 중요한 것은 닭고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로젠버그는 한때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인물이 이런 장난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제 살을 꼬집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고르바초프는 아주 달라져 있었다. 전에 못 보던 슬픔이 느껴졌다. 자신의 업적이 퇴행되고 있음을 느끼며 러시아가 다시 권위주의로 복귀하고 동서 대결을 예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집권 초기를 회상했다. “내가 소비에트 공산당 사무총장이 됐을 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의 마을과 도시를 여행했다. 모두가 얘기한 한 가지가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든, 식량부족이 어떻든,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충분한 음식을 먹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키울 것입니다. 우리는 버텨낼 것입니다. 전쟁이 없을 것이란 점만 보장해주세요’” 이 대목에서 고르바초프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놀랐다. 그것이 사람들이 해온 방식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지난 전쟁에서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보여준 것이다.” 그는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한 지도자란 없다. 하지만 고인은 3차 세계대전을 피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두 가지 점에서 로젠버그는 고르바초프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가 발전할 기회/변호사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가 발전할 기회/변호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은 극단적인 대결 정치로 악명 높다. 공화당이 다수당일 때 상대방과의 대화와 타협은 없었고, 반대로 민주당 집권 때는 필리버스터, 연방정부 셧다운 등 모든 전략을 동원해 집권당 의제를 막아섰다. 똑같이 대통령 임기 말의 대법관 인사였지만, 2020년 트럼프가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은 일사천리로 인준한 반면 2016년 오바마가 지명한 메릭 갈런드에 대해서는 청문회조차 열지 않았던 게 대표 사례다. 매코널의 정치관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일화. 공화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잃은 후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상원 다수당마저 민주당에 넘겨주자 위기감을 느낀 여러 인사들이 개혁 방안을 들고 그에게 갔다. 이에 대해 매코널은 일관되게 “집권당은 가만 두면 알아서 욕먹고 망하게 돼 있으니 그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행태는 정쟁에서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공화당이 민심을 얻는 데도, 의회가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데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새 대표를 선출했다. 3월 대선에서 대결한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정부와 집권당을 이끄는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로 맞선다. 윤석열 대 이재명 2라운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도 있겠지만, 이런 일은 한국 정치에 늘 있었다. 김영삼은 김대중을, 김대중은 이회창을, 박근혜는 문재인을 야당 대표로 상대했다. 정권 교체는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권을 잃은 정치세력에게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시정하는 계기가 된다. 선거에서 이긴 측은 이전 정부의 실패를 넘어 자신의 의제를 실현하고, 나아가 자신들이 그 전에 정권을 잃었을 때 잘못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 여기서 민주정의 힘이 나온다. 이런 선순환이 작동하려면 정치세력들이 서로에게 부담스런 경쟁자가 돼야 한다. 정치인들은 힘들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좋은 일이다. 상대방의 수준이 낮으면 이쪽도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모두가 나아질 기회를 잡기보다 매코널처럼 상대가 망하기만 기다리는 정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전 정부의 실책에 따른 정권 교체 여론을 업고 대선에서는 이겼지만 자신의 의제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두 번 지고 비대위를 두 번 거치며 혼란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두 리더가 서로에게 여당복, 야당복이라는 이상한 복을 던져 주지 않기를 기대한다. 반대로 상대를 긴장시키고 더욱 노력하게 만드는 두려운 상대방이 되길 바란다. 정치지도자에게는 모두가 발전할 기회를 현실로 구현할 책임이 있다.
  • [씨줄날줄] 플럼북/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플럼북/문소영 논설위원

    플럼북(plum book)은 미국 대선이 끝나는 12월에 당선된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 리스트를 밝히는 인사 지침서다. 공식 명칭은 ‘미국 정부 정책과 지원 직책’(The United States Government Policy and Supporting Positions)인데, 책 표지가 자두와 같은 자주색이라 플럼북으로 부른다. 1952년 공화당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년간 민주당의 장기 집권으로 연방정부 직책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자 퇴임하는 트루먼 정부에 연방정부의 직위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플럼북이 탄생했다. 미국 상·하원이 인사관리처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하는 직책 9000여개의 임명 방식과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엽관제인 이 제도의 장점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자리는 해당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면 함께 그 자리를 떠난다는 것이다. 정권이 끝났을 때 이른바 ‘낙하산’을 남겨 두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기 말의 ‘알박기’도 불가하다. 한국은 360여개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확립, 경영 합리화, 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2007년 1월에 공공기관운영법을 제정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공공기관의 장이나 감사, 임원 등의 공개 채용과 임기를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 이전에는 정부가 바뀌면 기관장과 임원도 당연히 사퇴하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임기가 명시된 탓에 기관장과 임원은 임기가 남았다며 버티고, 새 정부는 사퇴 압력을 넣는 등 정치사회적 갈등 요인이 생겼다. 근자에는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수사의 대상도 됐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에 ‘한국판 플럼북’의 취지를 담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는 물론 자격 조건도 명시하자는 것이다.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을 대통령선거가 있는 5년마다 발간하자는 것인데, 2003년 중앙인사위원회가 처음 발간한 뒤로 유야무야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근 비슷한 취지로 정부와 공공기관장 임원의 임기를 맞추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여야가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면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알박기와 낙하산 인사, 블랙리스트 논란을 줄일 수 있다.
  •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해결에 놓인 암초들/논설실장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해결에 놓인 암초들/논설실장

    4년간 표류하던 강제동원 문제가 입구에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의 해결 의지가 강해 보인다. 희망이 있다. 윤 대통령은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 칭했다. ‘힘을 합칠 이웃’은 친일 프레임을 꺼리던 이전 정부까진 별로 없던 표현이다. 취임 100일 회견에선 “강제징용 판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원고·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논란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현금화 전에 피해자가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만 내세웠지 보상은 지연시킨 전 정권에선 생각할 수 없던 말이다. 윤 대통령 100일간의 어설픈 내치와 달리 한미 등 외교에서는 정치를 시작한 1년 사이 제법 내공을 쌓은 단면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시간이 안 맞았다는 게 이유지만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 없이 전화통화로 끝낸 점도 한중 외교의 한 수였다. 주변에 포진한 외교 현자들 덕분이며, 과외를 잘 받고 윤석열식으로 잘 소화한 결과다. 이런 의지가 대일 외교에서 구현된 게 한일정책협의단의 일본 파견이고, 박진 장관의 방일이며,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본을 맡았던 윤덕민의 주일대사 부임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봉인했던 ‘강제동원’을 지지율이 깎이더라도 정면돌파하며 “정치쇼”는 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관철한다면 험로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정부의 보상안이 해결의 시작점이다. 하지만 강제동원 문제의 출구를 나서기까지는 여러 난관들이 기다린다. 첫째, 피해자와 시민단체, 정부 해법을 훼방하려는 야당을 포용하는 일이다. ‘한국 정부 책임하의 대위변제에 의한 보상’이 지론인 5선의 이상민 의원 같은 이는 더불어민주당에선 극소수다. 민주당에게 정부 대위변제는 공격의 호재료다. 하지만 4년간 이 문제를 방치한 건 민주당 정권이었다. 현 정권과 전 정권이 허심탄회하게 풀어야 할 공동 숙제다. 둘째, 강제동원 해결 여부가 어떤 국익, 어떤 손실을 가져올지 명확해야 한다. 윤덕민 대사가 수십, 수백조의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간다고 주장한 것으론 모자란다. 현금화가 일어나면 일본은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2019년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초월하는 파상적 제재를 가해 올 것이다. 한국 내 자산을 매각당한 일본 기업들이 외교적 보호권을 요청하면 일본 정부도 강경 행동의 근거를 갖게 된다. 일본 은행이 한국 기업에 행한 대출의 강제 회수라는, 한일이 동시에 핵폭탄을 맞는 극한적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셋째, 한일 모두에는 역사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다. 서로 통한다는 일본의 극우, 한국의 극좌다. 일부 정치인, 언론, 운동가 등의 역사퇴행형 혹은 생계형 혐한, 혐일이다. 이들이 과거사 해결을 저지하려고 어떤 찬물을 끼얹더라도 강인한 맷집으로 버텨 내야 한다. 또한 반성에 약한 일본과의 역사 문제는 장기전을 요한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넷째, 대법 판결에는 없는 사죄다. 하지만 피해자는 물론 적지 않은 국민들이 강제동원에 대해 “65년 협정으로 다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을 턱없이 모자란다 여긴다. 일본의 적절한 인사가 적절한 공간과 시점을 골라 도의적 책임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이다. 박진 외교의 과제다. 다섯째, 소소한 문제이지만 채권자의 동의 없는 대위변제는 불가능하다는 해괴한 논리가 외교부까지 침투해 있다. 법제처를 비롯한 책임 있는 기관에서 유권해석을 내려 정리해야 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오부치의 ‘사죄’와 김대중의 ‘평가’가 한 축이라면 ‘역사인식을 심화시켜 미래를 지향한다’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미완의 ‘한일 98년 체제’를 쉽지는 않지만 완성해야 한다.
  • ‘美 체류’ 이낙연, 尹정부 향해 “북한과 계속 대화해야”

    ‘美 체류’ 이낙연, 尹정부 향해 “북한과 계속 대화해야”

    지난 6월초 한국을 떠나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 강연을 갖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 간 신뢰를 쌓으려면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협의회’(회장 김형률) 초청 특별 강연에 참석, “종전선언과 북미 수교가 양자택일 관계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조지워싱턴대학의 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전 총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과제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근간부터 바뀌곤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치도 대북 문제를 중심으로 양극화돼왔다. 그래서는 북한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대북정책의 근간을 세우고 양극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역량과 정책에 대한 미국, 중국 등 관련국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그러자면 우선 미국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례를 예로 제시했다.북한에 대해선 “핵 개발로 질주하며 고립과 빈곤을 계속할 것인지, 핵 개발을 멈추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화하며 발전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에 대해선 “북한에 이념적 접근보다는 실용적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실용주의 정책으로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에 미국이 협력하지 않은 것도 몹시 아쉽다”면서 “만약 미국이 종전선언을 실현했다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 패배한 이후, 대선 전인 올해 3월부터 미국 연수를 준비해오다 6월 출국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 체류 기간을 1년으로 잡았다. 그는 당시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부도 할 만큼 하고 이 기간이 의미 있는 기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할 주제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와 관련되는 국제 정치”라며 “사실 진작했어야 되는데, 제 팔자가 이제 처음으로 자유인이 됐다. 백수가 된 것이다. 느긋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진경호의 묻고, 답하다] “우리에게 ‘이재명 민주당’ 나쁘지 않아… 이젠 ‘내공’ 쌓는 일 하고파”

    [진경호의 묻고, 답하다] “우리에게 ‘이재명 민주당’ 나쁘지 않아… 이젠 ‘내공’ 쌓는 일 하고파”

    “못 본 사이에, 나경원도 나잇값 하네 이제….”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2동의 폭우 침수 피해 지역에서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이 부적절 발언은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의원직과 당직 등에서 앞선 선임에 대한 예우가 없다는 점은 그의 격(格)을 말해 준다. 반면 흰머리 새치로 인해 ‘나잇값’ 소리를 들은 나경원 전 의원으로 시선을 돌리면 의미가 사뭇 다르다. 내후년이면 환갑을 맞는 연륜이 얹어지면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 ‘얼음공주’ 같은 이미지가 많이 옅어진 모습이다. 기자와 만난 16일에도 그는 흰 티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수해 현장에 다녀오는 오는 길이라고 했다. 사당2동 7호선 남성역 앞 동태탕집 낡은 건물 3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도 ‘기름기’가 없긴 마찬가지. 2년여 전 21대 총선에서 패한 뒤 월세 150만원짜리로 낮춰 옮겨 간 그의 사무실은 20평 남짓. 비좁았다. 제1야당 원내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굵직한 직함을 여럿 가졌던 그의 이력은 사무실 한켠에 놓인 10여개의 사진 액자에 간신히 흔적을 남겨 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한 컷,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한 컷,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한 컷,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한 컷…. 아, 콧수염이 인상적인 트럼프 미행정부 대북 강경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도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 과거의 인물이 됐다. 그사이 나경원도 세 번의 선거에서 내리 패하며 ‘전직’이 됐다. 21대 총선에서 후배 판사 민주당 후보 이수진에게 져 5선 고지 앞에서 주저앉았고, 후보만 되면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해 4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오세훈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두 달 뒤 6월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37세 ‘0선’ 청년 이준석에게 패했다. ●연륜 얹히며 ‘차도녀’ 이미지 옅어져 내리막길….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28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고, 정치에 발을 들인 뒤로 17~20대 국회까지 4선 국회의원에 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보수우파 진영의 간판 여성 정치인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그가 지금은 비서 한 명이 없다. “지금 적어 놓지 않으면 또 잊어버려요.” 수첩에 약속을 적어 넣으며 웃는 얼굴에서 잘 여문 가을의 들판과 패자에겐 설 땅이 없는 냉혹한 정치판이 설핏 묻어났다. ‘1억 피부과’ 등 유난히 많은 음해에 시달렸고, 그에 힘 입어 내성도 남과 다를 만큼 키운 그였지만 여의도로부터 한참 떨어진 사당동의 비좁은 사무실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듯했다. ‘이준석 사태’로 국민의힘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부쩍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에게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6일 대면 인터뷰와 17일 전화 통화를 이어 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에 대한 소회는. “우선 ‘대통령의 언어’로 겸허하게 말씀하셨다는 점에서 다수 국민들이 좋게 보셨을 듯하다. 인적 쇄신 의지 등을 두고 일부 아쉽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대통령으로선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실과 정부, 당이 3개 축인데 모두 국민들 보기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 인선 문제, 정무 기능과 홍보 기능 부재,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 국민의힘의 권력 갈등까지….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지난 주말에 민노총이 어떤 집회를 했나. 반미투쟁을 외치며 북한 단체가 보내온 연대사를 읽었다. 종북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 거다. 과거에도 늘 좌파 세력들은 보수우파 정부가 들어서면 집요하게 헌정 질서를 흔들었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힘이 빠지는 듯하니까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투옥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계열 세력이 다시금 주도세력이 돼 헌정질서를 흔든다. 더이상 이렇게 우리가 스스로 비판하고 헐뜯을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이상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이제는 대통령을 기다려 주고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석 사태’ 여진이 쉽게 가라앉겠나. “이준석 (전) 대표 얘기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게 사실은 성비위 사건으로 시작이 됐고, 그다음에 어쨌든 최측근이 가서 7억 투자 각서를 써준 것 아니냐. 그 자체가 모든 걸 의미하는 거다. 그렇다면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는 게 맞다. 그럼 오히려 빨리 복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오히려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택했다. 정치가 점점 염치가 없어지는 것 같다. 안타까움을 넘어 이젠 우리가 기대를 접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본다. 지금이야 이 (전) 대표 발언이 조목조목 보도되고 있지만 새로울 게 없는 공격이라 시간이 좀 지나면 기사 가치도 떨어지고 국민 관심도 멀어지지 않겠나. 국민의힘으로선 국민적 과제가 너무도 많다. 제 길을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이 (전) 대표가 많이 쉬고 좀더 생각하고 성숙해져서 돌아오기 바란다.” 나 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청년정치’를 망쳐 놨다고 했다. “과거엔 각 당이 청년과 여성을 영입해서는 선거 때 한번 쓰고 버리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게 사실이다. 그게 청년정치 1기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은 청년정치 2기다. 청년정치에 대한 국민들 요구가 늘면서 청년 정치인이 대폭 각 당에 유입되고 역할도 커졌다. 문제는 일부 청년정치인들이 청년 자체를 우월한 지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다수가 정치를 말로 한다. 이 점에서는 특히 이 (전) 대표가 나쁜 영향을 미쳤다. 말 잘하는 게 정치를 잘하는 게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품격도 낮아지고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말 정치로 전락했다. 일하는 정치, 일 정치를 안 하는 거다. 지역에 가 보라. 우리 수해 지역만 해도 흙탕물에 젖은 양말 하나, 티셔츠 하나도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이런 분들을 챙기고 보듬는 노력부터 배우고, 이런 지역활동을 통해 정치를 배우고 익혀 중앙 무대로 진출해야 하는데 지금 2기 청년 정치인들은 다수가 이런 과정 없이 들어와 말 정치만 한다. 물론 이런 문제들도 결국 기성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이들을 제대로 길러 내지 못한 데 대해 나부터 반성한다. 다행히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많은 청년들이 구의원,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들에게 기대를 걸어 본다.” -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굳어진 양상이다.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은 사실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이재명당’은 이미 팬덤 정치에 올라탄 거다. 극렬 지지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건데, 정당은 이런 극렬 지지자들에게 끌려다니면 망한다. 이재명 보호용 당헌 개정 같은 무리수를 앞으로도 계속 둘 거다.” -여야 갈등이 더 커질 듯한데. “저들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대통령이 국정 과제를 추진하려 해도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우려스럽다. 여소야대 구도를 헤쳐 나갈 힘은 결국 민심이다. 취임 100일 회견을 계기로 삼아 착실히 지지율을 높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내공’ 쌓는 일?… 입각 희망으로 읽혀 국민의힘의 혼란이 이어지는 동안 부쩍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늘었다. 연일 방송 인터뷰에 등판한다. 이를 두고 차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의중을 물었다. “비상대책위가 막 출범했고, 정기 국회도 앞둔 터라 언제 전당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출마 고민 자체가 무의미하다.” ‘잇단 선거 패배가 부담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즈음 귀를 잡아끄는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앞에 서기보다 내공을 쌓는 일을 하고 싶다.” 4선 의원에 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등 정치 무대에서 웬만한 자리는 다 거친 그가 내공을 쌓을 일은 뭘까. 입각을 희망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두고 있다. 교육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두 자리가 비어 있다.
  • 때릴수록 커진다…트럼프 존재감

    때릴수록 커진다…트럼프 존재감

    차기 대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계기로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날 치러진 공화당의 와이오밍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반(反)트럼프 선봉’에 섰던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완패했다. 99% 개표 기준 28.9%의 득표율로 친(親)트럼프 후보인 해리엇 헤이그먼(66.3%)에게 크게 밀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인 헤이그먼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체니 대항마로서 적극 지원했던 터라 체니의 패배는 곧 트럼프의 대승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1·6 의사당 폭동사건’ 선동 책임을 물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때 체니와 함께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 의원 10명 가운데 2명만 예비경선에서 살아남아 ‘트럼프 파워’가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니의 패배를 놓고 미 정가에서는 지난 8일 FBI의 압수수색이 보수층을 집결시키며 트럼프 측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은 “대다수 우리당 지지층은 FBI가 부패했고 트럼프를 박해하고 있다고 여긴다”면서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당에서 트럼프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존 토머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압수수색은 트럼프를 희생자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출마를 원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FBI에 대한 보수층의 분노가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을 강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지지율은 압수수색 후 상승했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지난 11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과 공화당 성향의 무소속 유권자 57%가 ‘오늘 경선이 진행되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53%)보다 4%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체니 의원이 17일 NBC방송의 투데이에서 “트럼프 저지를 위한 조직 출범과 대선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폴리티코 등 외신들은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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