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딥 임팩트’
‘딥 임팩트….’ 조지 미첼 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던진 ‘약물보고서’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자존심을 산산이 조각내면서 세계 야구팬들을 경악시켰다.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하거나 소지했던 80여명 가운데는 7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4·전 뉴욕 양키스)와 앤디 페티트, 미겔 테하다, 켄 카미닛, 호세 칸세코, 제이슨 지암비, 후안 곤살레스 등 7명의 최우수선수(MVP)는 물론, 각 포지션별 올스타들의 이름이 거의 망라됐다. 배리 본즈는 물론, 마크 맥과이어, 라파엘 팔메이로 등 10명의 홈런왕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애덤 릭스(야쿠르트), 제프 윌리엄스(한신)와 2008년 입단 예정인 래리 빅비(요코하마)의 이름도 끼어 있어 일본 프로야구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약물복용 실태를 조사해 온 ‘미첼위원회’는 14일 마침내 스테로이드 및 경기력 향상 약물 등을 복용한 선수명단과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21개월에 걸쳐 작성한 ‘미첼보고서’의 분량은 무려 311쪽. 미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0개 구단 소속 선수들이 한 차례 혹은 여러 차례 불법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하며 “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지난 몇 년간은 이른바 ‘스테로이드의 시대’였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약물 남용은 선수 뿐만 아니라 커미셔너, 구단주, 감독 등 전 미국 야구계의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백인 야구팬들은 자신들이 우상으로 받들던 클레멘스의 ‘거명’을 놓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올시즌까지 354승으로 현역 최다승을 기록하며 현역 투수로는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등 그의 엄청난 업적이 약물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사실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배리 본즈가 행크 에런의 홈런 기록(통산 755개)을 갈아치우고도 약물 복용 의혹에 밀려 외면당했던 건 흑인의 기록을 인정하기 싫어했던 백인 야구팬들의 시기도 한 몫 거들었던 게 사실. 그러나 ‘백인’ 클레멘스마저 약물 복용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본즈에게 비난을 퍼부었던 백인팬들의 자존심도 쑥대밭이 됐다. 그러나 클레멘스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사 러스티 하딘은 “클레멘스가 금지약물 검사를 몇 번이나 반복해 받았지만 양성 반응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양키스의 전 코치 브라이언 맥나미가 연방범죄조사국의 강압에 못이겨 이야기를 바꿨다.”고 미첼 측을 압박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